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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빅2’ 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동시에 역경에 처하면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경제의 앞날에 도전을 던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연이은 갤럭시 노트7 발화 사고에 생산을 일시 중단했으며 현대차는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에 제품 결함이라는 악재까지 만났다. 조선·해운업의 동반 추락으로 주력 산업이 흔들리는 데다 소비 침체, 대규모 파업 등의 악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그나마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온 두 글로벌 기업의 향후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7의) 정밀한 조사와 품질관리 강화를 위해 공급량을 조정하는 중”이라고 10일 공시했다. 재고에 대한 정밀검수 작업과 부품별 품질관리 작업을 위한 조치다. 생산 중단을 사실상 시인한 셈이다. 진정되는 듯하던 갤럭시 노트7 리콜 사태가 다시 한번 녹록지 않은 상황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쏘나타의 엔진 결함이 발견돼 88만여 명을 대상으로 소비자 보상을 앞둔 상태다. 국내에서도 싼타페가 원인 불명의 엔진오일 증가 현상을 잇달아 일으키는가 하면 같은 차종의 에어백 결함 은폐 의혹까지 불거지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에만 3조 원의 매출액 차질을 빚게 한 노조 파업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두 회사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국내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의 약 30%에 육박한다.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막대하다는 의미다. 현재 한국경제는 조선, 해운, 철강, 석유화학, 건설 등 ‘5대 취약 업종’을 중심으로 산업 체질 개선을 위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조선업은 극심한 수주 가뭄 탓에 6월에 나온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의 자구안 이행조차 불투명하다. 해운업은 한진해운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돌입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인 공급과잉으로 몸살을 앓는 철강산업과 유가 변수에 따라 출렁이는 석유화학산업도 안전하다고만 볼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제조업의 보루로서 한국경제의 희망을 지펴 왔던 빅2가 직면한 이번 악재가 더욱 뼈아프게 다가오고 있다. 전자와 자동차는 그동안 국내 주력 산업 중 상황이 나쁘지 않았던 두 가지 업종이다. 특히 전후방 효과가 큰 산업들이어서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동반 위기는 1∼3차 협력업체 수천 곳에 연쇄 충격을 줄 수도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일종의 성장통으로 보이는 이번 상황을 두 기업이 잘 극복한다면 글로벌 기업으로서 더욱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는 것은 물론 한국경제의 체질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김창덕 drake007@donga.com·김지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사카키바라 사다유키(신原定征)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 회장 등 일본 재계 대표단 18명을 접견하고 한일 경제협력 확대 및 북핵 문제에 대한 관심을 요청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위안부 문제 합의 이후 양국 간 관계가 미래 지향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북한 비핵화는 경제적 측면에서도 바람직하기 때문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강조했다. 한일 재계회의 참석차 방한한 사카키바라 회장은 “올해 일본에서 개최될 예정인 한중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3국 경제계가 준비 중인 ‘한중일 비즈니스 서밋’에 박 대통령의 참석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 자리엔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과 이승철 상근부회장이 배석했다. 허 회장은 한일 재계회의 결과를 묻는 박 대통령에게 “제3국 시장 공동 진출에 대해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며 “양국에서 잇따라 발생한 지진으로 산업계 차원의 방재 협력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답했다. 허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한일 재계회의에 앞서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과 관련해 사전 보고가 있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니, 그런 것 없다. 나중에…”라고만 말했다. 정치권 일각의 전경련 해체 요구에 대해 묻자 “오늘은 한일 재계회의에 대해서만 물어보라”며 자리를 옮겼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한진해운 사태에 대한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금호타이어 인수와 관련해 “준비하고 있다. 방법은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는 원론적 답변을 했다.장택동 will71@donga.com·김창덕 기자}

“엘리엇이 삼성전자에 주주제안서를 보낸 숨겨진 목적은 이사회 진입이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전자에 보낸 ‘주주가치 증대 제안서’를 두고 재계 전문가들이 7일 내린 결론이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제안은 사외이사 3명 추가 선임 요구를 받아들이도록 하는 ‘당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엘리엇이 한국 정치권의 움직임을 교묘하게 이용했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엘리엇이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올해 6월은 야당이 감사위원 분리 선출, 집중투표제 등의 조항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을 때였다. 20대 국회가 여소야대로 재편된 것까지 엘리엇이 염두에 뒀을 거란 해석도 있다.○ 이사회 진입을 목표로 한 위장전술 “저들의 최종 목표는 삼성물산이 아닐 겁니다. 삼성물산이 노루라면 저들이 노리는 건 그 뒤편의 거대한 하마, 즉 삼성전자겠죠.” 지난해 6월 엘리엇이 옛 삼성물산 지분 7.12%를 확보한 사실을 공식화한 뒤 삼성그룹 고위관계자가 한 말이다. 이 발언은 1년 4개월 후 현실이 됐다.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 간 합병을 반대하다 ‘백기(白旗)’를 들었던 엘리엇이 이번에는 삼성전자를 정조준하며 나타난 것이다. 엘리엇은 현재 삼성전자 지분 0.62%를 확보해 주주제안권을 갖는 지분 기준(0.5%)을 넘겼다. 주총 안건은 소집 6주 전까지 제안해야 한다는 상법 조항 때문에 엘리엇이 당장 27일 삼성전자 임시 주주총회에서 새로운 이사 선임을 추진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미 상정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은 얘기가 다르다. 지난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때처럼 위협적이진 않겠지만 엘리엇이 반대할 마음만 먹는다면 동조 세력을 규합해 충분히 ‘존재감’을 드러낼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엘리엇은 또 삼성전자가 자신들의 제안을 거부할 경우 이를 빌미로 전면 공격 태세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 지분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일가와 삼성그룹 계열사 지분을 모두 합쳐도 18.15%에 불과하다. 영국 3대 투자운용사 헨더슨글로벌인베스터스(지분 0.12%)가 이미 지지 선언을 한 가운데 엘리엇이 50%가 넘는 외국인 지분 중 상당수를 우호 세력으로 확보할 경우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부터는 직접적인 영향력 행사도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투기자본에 날개 달아줄 상법 개정안 이런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갖는 것은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국내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력 약화’와 직접 연결될 수 있어서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 중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대표적이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은 각 기업 이사회가 여러 명의 사외이사 중 한 명을 감사위원으로 위촉하던 것을 아예 주주 동의를 받아 따로 뽑자는 것이다. 특히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까지만 제한을 둬 소액주주들이 추천하는 인물이 이사회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엘리엇을 포함한 해외 투기자본이 이 틈을 파고들 가능성이 크다. 집중투표제는 주당 의결권 한 표가 아니라 뽑는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이사 3명을 뽑는다면 주당 3표를 한 후보에게 행사할 수 있게 돼 헤지펀드들은 자신이 원하는 후보에게 몰표를 줄 수 있다. 실제로 2006년 미국의 ‘기업 사냥꾼’ 칼 아이컨은 KT&G 정관상의 집중투표제를 활용해 이사회 진입에 성공한 적이 있다. 만약 상법 개정안이 통과돼 모든 기업이 집중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면 엘리엇으로서는 삼성전자 이사회 진입을 위한 ‘천군만마’를 얻게 되는 셈이다.○ 재계 전반으로 위기 확산 우려도 전문가들은 이런 시나리오가 비단 엘리엇과 삼성그룹 사이에서만 생길 일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재벌 개혁에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물론 이사회에 해외 투기자본이 추천한 인사가 들어온다고 해서 곧바로 경영권을 위협받는 것은 아니다. ‘거수기’라는 부정적 평가를 받기도 했던 이사회에 다양한 인사가 들어와 기업 경영의 투명성이 높아지는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각종 의사 결정 과정에서 사사건건 투기자본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다. 특히 장기적인 안목에서 이뤄져야 하는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투기자본이 경영권 공격에 나설 경우 막대한 방어 비용을 치를 수도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벌을 개혁할 부분이 있다면 개혁해야 한다”면서도 “현재 국회에 상정된 상법 개정안은 국가적 손실을 자초할 뿐 재벌 개혁의 방안이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김창덕 drake007@donga.com·서동일 기자}
최근 들어 ‘재벌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대 국회가 여소야대로 재편되면서 경제민주화 분위기가 확산된 결과다. 이런 분위기를 틈타 해외 투기자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7일 재계에 따르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5일(현지 시간) 삼성전자에 ‘주주가치 증대 제안서’를 보낸 것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약한 고리를 노린 것과 함께 국내 정치 경제 상황까지 고려한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행동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에 요구한 ‘새 사외이사 3인 선임’의 경우 야당이 경쟁적으로 발의한 상법 개정안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다. 상법 개정안에 포함된 감사위원 분리 선임과 집중투표제 등은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해외 투기자본들이 손쉽게 국내 기업의 이사회로 진입할 통로가 될 수도 있다. 단기 이익을 노리는 투기자본이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표 기업 이사회에 진입할 경우 주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때마다 대규모 투자와 같은 주요 결정에 제동을 걸 게 뻔하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 투명성 강화 등의 순기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인 성장 전략을 짜야 하는 기업들로서는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경제 전문가들은 오랜 관행 속에 지나쳐온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내고 일부 기업들에서 나타난 부도덕한 행위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개혁’의 필요성에는 대부분 동감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마치 담장 위를 걷는 것처럼 신중하고 냉정하게 재벌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내법에는 해외 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를 막기 위한 경영권 방어수단이 거의 없다”며 “섣부른 개혁은 결국 소액주주들의 보호라는 원래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앞서 해외 투기펀드가 공격할 수 있는 약점만 노출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김창덕 drake007@donga.com·서동일 기자}

현대·기아자동차의 지난달 국내 생산량(내수 판매량 및 수출량)이 전년 동월 대비 2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두 회사 노조가 나란히 부분 파업을 이어가면서 나타난 결과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달 현대차와 기아차의 국내 판매량이 4만1548대, 3만8300대로 각각 전년 동월 대비 20.0%, 14.9% 감소했다고 4일 밝혔다. 지난달 국내에서 만들어 해외로 수출한 물량은 현대차가 5만6315대, 기아차가 6만2970대로 역시 전년 동월 대비 각각 20.9%, 19.5%가 줄어들었다.○ 파업 때문에 해외 생산 비중만 높아져 현대차의 월간 국내 생산량(내수 및 수출)은 9만7863대로 올 들어 가장 많았던 3월의 16만2418대보다 6만4555대(39.7%)나 적다. 기아차 국내 생산량도 3월 15만6201대에서 9월 10만1270대로 5만4931대(35.2%)가 줄어들었다. 현대·기아차는 개별소비세 혜택이 하반기(7∼12월) 종료되면서 국내 판매량이 줄어든 것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결정적인 원인은 파업으로 인한 공장 가동률 하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차 지부(현대차 노조)는 7월 이후 24차례나 파업을 강행했다. 특히 8월 27일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된 후 파업 수위가 더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26일 12년 만의 전면파업에 나선 뒤 27∼30일 매일 6시간씩의 부분파업도 이어갔다. 현대차 임금협상 결과만 목 놓아 기다리고 있는 기아차 노조 역시 올 들어 17차례 부분파업을 벌이면서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국내 공장 가동률이 낮아지면서 일부 인기 모델의 경우 계약 후 출고까지 수개월씩 소요되고 있다. 이를 기다리지 못한 일부 계약자들이 이탈하면서 내수 판매는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수출도 마찬가지다. 주로 국내에서 만들어 수출하던 제네시스, 그랜저 등 고급 차종들의 경우 ‘파업 리스크’를 견디다 못한 딜러들의 주문 취소마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두 회사는 국내에서의 원활한 생산이 어려워지면서 해외 생산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국내에서의 생산 부족분을 해외에서 채우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지난달 해외에서 생산한 차량은 28만9439대, 13만4143대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4%, 27.7%가 많았다.○ 한국GM은 울고 쌍용차는 웃고 다른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희비가 엇갈렸다. 한국GM은 지난달 총 4만5113대의 차량을 판매해 전년 동월 대비 12.4% 감소라는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았다. 국내 판매량과 수출은 1만4078대, 3만1035대로 각각 전년 동월 대비 14.1%, 11.6% 줄어들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올 상반기(1∼6월) 히트작인 SM6에 이어 하반기에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6가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르노삼성의 지난달 국내 판매량은 9222대로 작년 9월보다 39.2%나 늘어났다. 반면 주력 수출 제품인 닛산 로그의 연식 변경에 따른 일시적 감산으로 인해 수출은 4335대로 70% 넘게 줄었다. 쌍용자동차는 여전히 ‘티볼리 효과’를 보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달 국내외 시장에서 전년 동월 대비 5.7% 증가한 1만2144대를 판매했다. 4위 르노삼성과 5위 쌍용차의 국내외 판매량 격차는 8월 3062대에서 9월 1413대로 바짝 좁혀졌다. 국내 완성차업체 5개사를 모두 합한 9월 자동차 판매량은 국내외를 합쳐 총 69만3529대였다. 전년 동월의 70만8524대보다 2.1% 줄어든 수치다. 내수 판매는 11만1159대로 전년 동월 대비 13.2% 감소한 반면 해외 판매(수출+현지 생산)는 58만2370대로 전년 동기 대비 0.3% 늘어났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현대·기아자동차의 지난달 국내 생산량(내수 판매량 및 수출량)이 전년 동월 대비 2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두 회사 노조가 나란히 부분 파업을 이어가면서 나타난 결과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달 현대차와 기아차의 국내 판매량이 4만1548대, 3만8300대로 각각 전년 동월 대비 20.0%, 14.9% 감소했다고 4일 밝혔다. 지난달 국내에서 만들어 해외로 수출한 물량은 현대차가 5만6315대, 기아차가 6만2970대로 역시 전년 동월 대비 각각 20.9%, 19.5%가 줄어들었다.●파업 때문에 해외 생산 비중만 높아져 현대차의 월간 국내 생산량(내수 및 수출)은 9만7863대로 올 들어 가장 많았던 3월의 16만2418대보다 6만4555대(39.7%)나 적다. 기아차 국내 생산량도 3월 15만6201대에서 9월 10만1270대로 5만4931대(35.2%)가 줄어들었다. 현대·기아차는 개별소비세 혜택이 하반기(7~12월) 종료되면서 국내 판매량이 줄어든 것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결정적인 원인은 파업으로 인한 공장 가동률 하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차 지부(현대차 노조)는 7월 이후 24차례나 파업을 강행했다. 특히 8월 27일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에 부결된 후 파업 수위가 더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26일 12년 만의 전면파업에 나선 뒤 27~30일 매일 6시간씩의 부분파업도 이어갔다. 현대차 임금협상 결과만 목 놓아 기다리고 있는 기아차 노조 역시 올 들어 17차례 부분파업을 벌이면서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국내 공장 가동률이 낮아지면서 일부 인기 모델의 경우 계약 후 출고까지 수개월 씩 소요되고 있다. 이를 기다리지 못한 일부 계약자들이 이탈하면서 내수 판매는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수출도 마찬가지다. 주로 국내에서 만들어 수출하던 제네시스, 그랜저 등 고급차종들의 경우 '파업 리스크'를 견디다 못한 딜러들의 주문 취소마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두 회사는 국내에서의 원활한 생산이 어려워지면서 해외 생산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국내에서의 생산 부족분을 해외에서 채우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지난달 해외에서 생산한 차량은 28만9439대, 13만4143대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4%, 27.7%가 많았다.●한국GM은 울고 쌍용차는 웃고 다른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희비가 엇갈렸다. 한국GM은 지난달 총 4만5113대의 차량을 판매해 전년 동월 대비 12.4% 감소라는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았다. 국내 판매량과 수출은 1만4078대, 3만1035대로 각각 전년 동월 대비 14.1%, 11.6% 줄어들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올 상반기(1~6월) 히트작인 SM6에 이어 하반기에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6가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르노삼성의 지난달 국내 판매량은 9222대로 작년 9월보다 39.2%나 늘어났다. 반면 주력 수출제품인 닛산 로그의 연식변경에 따른 일시적 감산으로 인해 수출은 4335대로 70% 넘게 줄었다. 쌍용자동차는 여전히 '티볼리 효과'를 보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달 국내외 시장에서 전년 동월 대비 5.7% 증가한 1만2144대를 판매했다. 4위 르노삼성과 5위 쌍용차의 국내외 판매량 격차는 8월 3062대에서 9월 1413대로 바짝 좁혀졌다. 국내 완성차업체 5개사를 모두 합한 9월 자동차 판매량은 국내외를 합쳐 총 69만3529대였다. 전년 동월의 70만8524대보다 2.1% 줄어든 수치다. 내수 판매는 11만1159대로 전년 동월 대비 13.2% 감소한 반면 해외 판매(수출+현지생산)는 58만2370대로 전년 동기 대비 0.3% 늘어났다.김창덕기자 drake007@donga.com}

미국의 스마트홈 기업인 ‘비빈트’는 북미에서 80만 가구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이 회사는 스마트홈과 연계된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확보된 고객의 응급 상황과 화재 도난 등의 정보를 보험사인 리버티뮤추얼과 공유한 뒤 고객들에게 할인된 보험 상품을 제안해 준다. 경쟁업체인 캐너리도 보험사 스테이트팜과 제휴해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는 이처럼 ‘개인정보 공유’를 통해 새로운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국내는 규제 때문에 이에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3일 한국경제연구원의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경쟁력 국제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세계 각국의 ICT 활용 수준 등을 판별해 발표하는 국가별 ‘네트워크 준비지수’에서 한국은 지난해 전체 139개국 중 13위였다. 정치적 문제와 규제 등 일반 환경 부문(31위)이 발목을 잡은 탓이다. 지나치게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는 개인정보 및 위치정보 보호 정책이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혔다. 국내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 등은 정보 수집 단계부터 ‘사전 동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일본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 개인정보를 수집한 뒤 제3자에게 정보를 제공할 때 ‘사후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한국에만 존재하는 ICT 관련 ‘갈라파고스 규제’들이 신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장벽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외국 기업이 국내에서 전자결제 대행업자로 등록하지 못해 해외 고객들이 ‘구글 페이’ 등 자국 결제시스템으로 한국 내 상품을 구입하지 못하는 것도 해외에선 찾기 힘든 규제로 꼽힌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016년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에서 이 규제를 직접 지목하고 한국 정부에 개선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김영신 한경연 연구위원은 “기술간 융·복합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의 복잡한 규제 체계는 ICT 산업 경쟁력 강화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자동차 산업을 비롯해 한국 전 산업 분야에서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자동차 수출은12년 만에 ‘빅3’에서 탈락할 위기에 처했다. 세계 수출시장이 불황인 가운데 환율 변동을 이용해 경쟁국인 일본 등의 업체들은 낮은 가격을 무기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자동차 노동조합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연례행사처럼 파업을 이어 가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때문에 한국 기업들은 주요 생산거점을 인건비가 싼 외국으로 옮기고 있다.○ 멕시코에 추월당한 한국 車수출 한국은 2005년 스페인과 미국을 제치고 세계 자동차 수출국 3위에 오른 이래 지난해까지 11년간 줄곧 3위를 지켜 왔다. 1, 2위는 독일과 일본이 다퉜다. 하지만 올해는 멕시코에 3위 자리를 내줄 가능성이 크다. 2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1∼8월 한국의 자동차 수출은 총 169만2906대로 지난해보다 14.4% 줄었다. 같은 기간 독일(294만3200대)과 일본(292만9772대)이 각각 1, 2위를 차지했으며 3위는 멕시코(181만5566대)였다. 한국은 4위로 밀려났다. 시장 상황에 큰 변화가 없는 한 올해 연간 수출 실적도 멕시코에 밀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한국 자동차 산업은 1∼7월 생산에서도 인도에 밀려 올해 12년 만에 세계 6위로 내려앉을 위기에 처했다. 자동차 업계 노조의 파업이 수출 부진의 주요 이유로 지목된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벌인 파업으로 2일 현재까지 빚어진 생산 차질은 12만6000대에 이른다. 금액으로는 2조7800억 원 규모다. 현대차 노조는 8월 월평균 5만8000원 임금 인상, 성과급, 격려금, 현금, 재래시장상품권, 주식 등 1인당 평균 1800만 원에 이르는 인센티브를 담은 합의안을 거절하며 부결시킨 뒤 파업을 이어 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파업으로 차질을 빚은 생산량을 해외 현지 생산으로 충당하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올해 멕시코에 네 번째 해외 생산 공장을 세워 5월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연간 생산 규모는 약 40만 대 수준. 멕시코는 저렴한 인건비, 저비용 고효율 구조의 최신 공장, 북미와 가까운 지리적 이점 등을 무기로 연간 340만 대를 생산하는 세계 7위, 중남미 2위의 자동차 생산국으로 성장했다. 현대차도 이달부터 중국에 제4공장 가동을 시작하며 매년 20만 대를 현지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전 산업 수출 부진에 따른 위기감 자동차 수출 부진은 제조업 전체 가동률 하락으로도 나타난다. 통계청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8월 산업활동동향에서 광공업 생산은 전월보다 2.4% 줄었다. 현대차, 한국GM 등 국내 완성차 업체의 잇따른 노조 파업으로 자동차 생산이 전월보다 17.7% 줄어든 것이 결정적이다. 국내총생산(GDP)도 성장이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이미 6월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8%로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이때는 현대차 노조의 장기 파업으로 인한 자동차 생산 차질과 코레일 파업 및 한진해운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돌입에 따른 육·해상 물류 대란 등의 영향이 반영되기 전이다. 실제 경제성장률은 6월 전망치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다른 산업들도 상황이 심각하다.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의 배터리 발화와 이로 인한 전량 리콜이라는 악재를 만난 무선통신기기 부문은 지난달 24억 달러(약 2조6400억 원)를 수출하는 데 그쳐 전년 동기(33억4000만 달러)보다 27.9%나 줄었다. 2012년 7월 이후 50개월 만의 최대 감소율이다. 세부 품목별로는 휴대전화 완제품(4억6000만 달러)과 휴대전화 부품(13억 달러)이 각각 전년 동기보다 44.8%, 32.7% 감소했다. 전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확산의 직접적 영향을 받고 있는 철강도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철강 제품은 지난달 22억6000만 달러 수출에 그쳤다. 미국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수입 규제를 갈수록 강화하고 있어 수출 차질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석유 및 석유화학산업의 경우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8년 만의 감산에 합의했지만 여전히 실행까지는 불확실성이 남아있어 유가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한 자동차 업체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은 고용, 부품이나 서비스 등 연관 산업에 파급효과가 커 수출 불황이 이어지면 산업 전반으로 불황이 확산될 수 있다”며 “정부와 노사가 함께 위기를 타개할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은택 nabi@donga.com·김창덕 / 세종=이상훈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청와대 개입설에 대한 쏟아지는 의혹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해산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두 재단의 남은 자금으로 10월에 새로운 문화체육재단을 설립하기로 해 일각에서는 간판 세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산 카드’로 의혹 끊어내려는 전경련 전경련은 30일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를 해산하고 문화 및 체육사업을 아우르는 750억 원 규모의 통합재단을 새로 설립하기로 했다”며 “신규 재단은 경영 효율성 제고, 책임성 확보, 사업역량 제고, 투명성 강화라는 4가지 기본 취지하에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재단법인을 해산하려면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K스포츠는 지난달 29일 정동춘 이사장이 사임한 데다 나머지 5명의 이사진도 모두 사의를 표명한 상태. 그러나 아직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들의 사의를 받아들이지 않아 이사회 개최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전경련의 주장이다. 이사진이 남아 있는 미르도 이사회 개최에 문제가 없다. 전경련 관계자는 “절차를 모두 밟으려면 빨라도 10월 말에 해산 및 재단 신설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재단 운영에는 관여하지 않았던 전경련은 각종 의혹이 불거지자 8월 추광호 산업본부장을 미르 이사로 파견했고, 최근에는 이용우 사회본부장을 K스포츠에 파견하기로 하고 문체부의 이사 선임 승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지난달 23일 전경련 추계세미나에서 두 재단을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전경련이 이에 그치지 않고 재단 해산을 결정한 것은 지난달 26일 시작된 국감에서 연일 야당 의원들의 집중 포화가 쏟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시민단체가 의혹에 오르내리는 인사들을 29일 검찰에 고발한 것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계속 부담을 안고 갈 바에야 논란거리를 아예 없애겠다는 선택을 한 것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다소 모양새는 이상할 수 있지만 지금 상태로는 더 이상 재단의 정상 운영이 힘들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풀어야 할 의혹들 우선 단시간에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이 설립돼 거액의 기부금을 모은 이례적인 과정에 재계에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미르와 K스포츠는 문체부에 각각 2015년 10월 26일, 2016년 1월 12일 설립 신청을 한 뒤 하루 만에 허가를 받았다. 이때 제출한 창립총회 회의록과 정관은 거의 유사한 데다가 허위 사실까지 기재돼 의혹을 키웠다. 조윤선 문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두 재단이 설립 절차와 제출 서류에 관해 문체부 직원과 사전에 상담했고 자료도 완비해 왔기 때문에 긴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거액을 자발적으로 출연했는가도 논란거리다. 미르는 486억 원(지난해 12월 기준), K스포츠는 228억 원(올해 8월 기준)을 모았다. 안종범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박근혜 대통령 퇴임 이후 활동을 위한 재단을 준비한 것이라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권력 개입 의혹은 두 재단 인사들이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로 불리는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나 2014년 대통령령으로 신설된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장 겸 문화창조융합본부 단장을 지낸 차은택 씨와 친분 관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더 확대됐다. 야당은 차 씨가 김형수 초대 이사장을 비롯해 최소한 3명을 미르 이사로 추천했다고 보고 있다. 사임한 정 전 K스포츠 이사장은 최 씨가 다니던 스포츠마사지센터 이사장이다. 전경련은 “최순실 씨와 차은택 씨가 재단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청와대와 전경련 모두 지금껏 제기된 의혹들을 완벽히 해명하지 못해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시민단체의 고발장을 접수한 검찰의 향후 수사 과정도 변수다. 10대 그룹의 한 임원은 “과거 정부 때부터 전경련이 주도하고 기업들이 암묵적인 비율로 돈을 내 재단을 만들던 관행을 다시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김창덕 drake007@donga.com·우경임 기자}
한국철강협회와 한국석유화학협회는 28일 각각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베인앤드컴퍼니로부터 받은 산업 구조조정 관련 최종 컨설팅 보고서를 산업통상자원부에 보고했다. 넉 달만에 내놓은 두 보고서의 핵심은 모두 ‘공급 과잉 제품’의 감산에 찍혀 있다. 하지만 철강업계와 석유화학업계에서는 “이미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품목을 재차 강조한 것일 뿐” 또는 “전후방 산업의 연관성을 고려하지 않은 단견” 등의 냉담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철강산업 구조조정 컨설팅을 맡은 BCG는 글로벌 철강 수요는 2030년까지 연평균 1%대 저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 2020년에도 전 세계적으로 7억∼12억 t의 조강 생산 능력 과잉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조선업 등 수요 산업 부진이 계속되는 데다 각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서 국내 철강산업은 상당한 위협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게 BCG의 판단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후판 생산설비 조정과 강관 사업자들 간 통폐합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후판의 경우 조선업 부진이 본격화하면서 동국제강이 2012년과 2015년 각각 포항 제1, 2후판공장(총 연간 생산 290만 t 규모)을 폐쇄하는 등 업계 자체적인 구조조정이 진행돼 왔다. BCG가 이에 더해 현재 7개인 국내 후판공장을 추가로 줄여야 한다고 제안하면서 포스코(4곳), 현대제철(2곳), 동국제강(1곳) 등 후판 생산업체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업계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움츠리기보다는 오히려 몸집을 불려 글로벌 업체들과 대등하게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베인앤드컴퍼니의 석유화학산업 컨설팅 보고서도 마찬가지다. 범용 제품이 매출의 70%에 이르는 노후한 국내 석유화학산업을 어떻게 업그레이드할지는 언급하지 않고 일부 제품의 생산 설비를 줄이라는 내용만 담겼다. 베인앤드컴퍼니는 33개 석유화학품목 중 테레프탈산(TPA), 폴리스티렌(PS), 합성고무(SBR), 폴리염화비닐(PVC) 등 4개 품목이 공급 과잉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TPA(페트병 소재)와 PS(장난감이나 식품용기 소재)는 단기간에 일부 설비를 통폐합하거나 기존 설비를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용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조언이 담겼다. 하지만 TPA의 경우 SK유화, 롯데케미칼, 삼남석유화학, 한화종합화학 등이 잇달아 공장을 폐쇄하거나 설비를 전환했고, 롯데첨단소재, LG화학, 금호석유화학 등이 생산하는 PS도 이미 지난해부터 설비 조정에 들어갈 것이란 예상이 나온 것을 고려할 때 새로운 내용이 없는 컨설팅 결과라는 지적이 있다.김창덕 drake007@donga.com·이샘물 기자}

《 정부의 산업 구조조정 대상인 철강업종은 일반 제품보다 고부가 강판 및 경량 소재 중심으로 주력 품목을 전환하고, 선제적인 설비 조정을 해야 한다는 컨설팅 결과가 나왔다. 석유화학산업은 미래소재, 정밀화학, 친환경 등 3대 핵심 소재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28일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제3차 산업구조조정분과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업종별 컨설팅 보고서를 공개했다. 정부는 이 보고서와 업계 의견을 반영해 30일 ‘철강·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 정부가 공급 과잉의 위기에 빠진 철강 및 석유화학 부문의 산업 구조조정 방향을 내놨다. 철강에서는 후판과 강관, 석유화학에서는 테레프탈산(TPA)과 폴리스티렌(PS) 등에 대해 업계 스스로 일부 설비를 줄이고 정부는 이를 후방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8일 ‘제3차 산업 구조조정 분과회의’에서 “공급 과잉으로 진단된 분야는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을 통해 과잉 설비를 해소하도록 유도하고 미래 고부가가치 분야에 대해선 연구개발(R&D), 인력 양성, 금융·세제 지원 등 3대 핵심 정책수단을 통해 집중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가 국가 경쟁력 제고의 핵심 과제인 산업 구조조정에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산업 회생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다 뭇매를 맞은 정부가 아예 ‘관치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구조조정의 책임을 민간에만 맡기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아무런 사전 대책 없이 국내 해운업계 1위인 한진해운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로 들어가는 바람에 물류대란이 일어난 사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개입의 수위를 조절하되 정부가 산업 전체를 관통하는 밑그림을 그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직접 개입이 부담스러운 정부 정부는 6월 초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만든 뒤 산업 구조조정 컨트롤타워로 삼았다. 하지만 한국철강협회와 한국석유화학협회가 각각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베인앤드컴퍼니에 용역을 맡긴 컨설팅 보고서가 마무리되기를 기다려 왔다. 존폐의 위기에 놓인 조선은 물론이고 철강, 석유화학 등 공급 과잉 업종들도 ‘구조조정은 민간 자율에 맡긴다’는 기조를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이관섭 산업부 1차관이 19일 “정부가 나서면 선무당이 사람 잡는 격이 될 수 있다”고 발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하지만 컨설팅 보고서는 개별 산업의 공급 과잉 제품 현황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설비 조정을 제안하는 데 그쳤다. 정부는 이를 수용하겠다는 태도다. 산업 전체를 바라보고 국가 경쟁력을 제고해야 할 정부가 구조조정의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외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만한 대목이다. 정부도 구조조정에 직접 개입하는 데 대한 부담을 떨치긴 힘들다. 시장경제주의의 근본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은 ‘특정 기업 지원’으로 비쳐 통상 마찰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결국 개입의 ‘방식’이 관건이다. 정부는 산업 간 연관성을 고려해 구조조정 가이드라인을 주고 실행을 민간 기업과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여론과 상황에 따른 즉흥적 결정이 아니라 가이드라인과 시스템에 따른 구조조정이 실행돼야 한다”며 “정치와 분리된 전문가들이 구조조정을 예측 가능하게 실행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날 발표한 내용을 포함해 30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철강·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여기에 각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중장기적 정책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정갑영 연세대 명예 특임교수(경제학)는 “금융위기 이후 진행된 미국 자동차산업 구조조정의 경우 전문가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면서 TF 결정에는 면책의 권한을 주기도 했다”며 “국내에서도 이러한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부 역할론’이 대두되는 배경 정부가 모종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의 배경에는 민간 부문에서 자율적 구조조정의 토양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자리 잡고 있다. 당장 실적에 급급한 민간 기업들은 구조조정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고 있다. 현대중공업 최길선 회장과 권오갑 사장은 3월 공동 담화문을 통해 “최근 10여 년간 우리 회사는 너무 비대해졌고 세상의 변화에 둔감했다”며 “우리를 간섭하는 사람도 없었고 이래서는 안 된다고 직언하는 사람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조선업계가 선제적 구조조정의 기회를 놓쳤다는 점을 직접 고백한 것이다. 실제로 화학부문 계열사들을 한화와 롯데에 모두 넘긴 삼성그룹 정도만 빼면 발 빠른 구조조정이나 사업 전환에 성공한 기업들이 드물다. 기업들이 새로운 산업에 도전하기보다는 ‘당장 돈이 되는’ 사업에만 몰려 과열 경쟁을 자초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전자업체였던 독일 지멘스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도 주력사업들을 줄이고 에너지와 헬스케어 등 신산업에 집중 투자해 새로운 기업으로 거듭났다”며 “한국 기업들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눈을 돌리는 도전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김성규 sunggyu@donga.com·김창덕 /세종=손영일 기자}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2013년 상반기(1∼6월) 대우조선의 용역을 받아 경영컨설팅을 진행했다. 맥킨지가 내린 결론은 “상선 비중을 전략 선종 중심으로 줄이고 해양플랜트에 주력하라”였다. 그러나 보고서가 나온 지 1년이 지나자 국제 유가가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추가 유전개발의 사업성이 떨어지면서 해양플랜트 발주가 뚝 끊겼다. 앙골라 국영석유기업 소낭골은 2013년 대우조선해양에 발주한 드릴십 건조가 이미 완료됐음에도 인도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맥킨지가 설계 기술도 채 확보되지 않은 대우조선해양이 서둘러 해양플랜트 사업에 뛰어들도록 부추겼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올해 6월 산업 구조조정 방안에 관한 컨설팅을 다시 맥킨지에 의뢰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 전문성이 부족하고 이미 한 차례 기업 컨설팅에 실패한 맥킨지에 업계 전체의 구조조정 방안을 짜도록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이 있었다”고 전했다. 컨설팅이 성공을 담보하지 못한 사례는 또 있다. 현대상선은 2013년 말 자체적인 유동성 위기 극복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경영컨설팅을 맡겼다. 그러나 현대상선은 계속 경영위기를 겪었고 결국 현대그룹의 막대한 자금 투입이 이뤄진 뒤 가까스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한국철강협회와 한국석유화학협회도 비슷한 시기 BCG, 베인앤드컴퍼니에 각각 산업 구조조정 방안 컨설팅을 의뢰했다. 정부는 민간 컨설팅 결과를 ‘참고’해 30일 철강과 석유화학 산업에 대한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조선 해운 철강 석유화학 건설 등 ‘5대 취약업종’의 산업 구조조정은 한국 경제 전체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진행해야 할 과제다. 하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대로라면 철강과 석유화학 산업 컨설팅 결과는 일부 제품의 ‘공급 과잉 해소’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가 산업 전체에 대한 고민보다는 미시적 관점만 담겼다는 얘기다. 또 BCG 중간보고서 내용이 알려진 뒤 철강업체들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컨설팅 결과가 실제 구조조정 작업에 영향력을 발휘할지도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직접 책임을 지기가 부담스러운 정부부처가 ‘민간의 자율적 구조조정’이라는 명분을 쌓다 아까운 시간만 흘려보내거나 엉뚱한 처방을 내놓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산업 구조개혁이라는 메가 프로젝트는 산업별, 제품별로 나눠서 보다 보면 큰 그림을 그릴 수 없다”며 “많은 돈을 주고 컨설팅을 받더라도 결국 구조조정이나 대체산업 발굴은 정부가 방향을 설정해줘야만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김창덕 drake007@donga.com·강유현 기자}

4·13총선 직후 산업 구조조정을 통해 국내 산업 경쟁력을 되살리겠다던 정부의 ‘호언’이 ‘허언’으로 흐르고 있다. 조선과 해운업은 정부 부처, 채권단, 민간 기업이 서로 책임만 미루다 생존의 기로에 몰렸다. 상대적으로 체력이 튼튼한 것으로 알려진 철강과 석유화학, 건설업 구조조정은 ‘수박 겉핥기’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당장 눈앞의 고비만 넘기자는 근시안적 태도로는 산업 구조개혁을 이뤄낼 수 없다고 지적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 주력산업이 중국으로 옮겨 가는 큰 흐름을 막기는 어렵다”며 “경쟁력이 떨어진 산업들의 생존에만 집착하느라 대체산업 육성이 늦어진다면 한국 경제는 장기 침체를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트렌드와 반대인 철강업 컨설팅 2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최근 업계 구조조정 방안과 관련한 최종 컨설팅보고서를 한국철강협회에 제출했다. 이 보고서에는 조선업 부진에 따라 국내 7개 후판 공장 중 3개를 줄여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지난해 국내 후판 생산량은 987만 t. BCG 제안대로라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각각 공장 4곳과 2곳 중 1곳씩을 줄이고, 동국제강은 후판사업을 접어야 한다. 하지만 철강업계에서는 ‘단순 감산’만 하다가는 결과적으로 연간 250만 t 규모인 중국산 후판 수입만 늘리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철강업체들은 이미 대규모 인수합병(M&A)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다. 지난해 조강 생산량 기준으로 각각 세계 5위와 11위인 바오산(寶山)강철과 우한(武漢)강철의 합병이 성사된 데 이어 2위 허베이(河北)강철도 9위 서우두(首都)강철 인수를 준비하고 있다. 두 합병회사의 생산 규모(지난해 기준)는 각각 포스코의 1.4배, 1.8배에 이른다. 한국 철강업체들도 이에 맞설 만큼 덩치를 키워야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 시각이다. 수출입은행은 이달 초 세계 4위 포스코와 13위 현대제철 간 합병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합병이 어렵다면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업체들 간 빅딜을 통해 각자 경쟁력 있는 제품군으로 특화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물론 민간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은 희박한 시나리오다. 정부의 방향 설정이 중요하지만 모두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를 꺼리는 상황이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30일 발표될 정부의 철강 및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 이런 중장기적 대책이 포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달콤한 실적에 취한 석유화학·건설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저유가 기조에 힘입어 올해 역대 최고 수준의 실적을 내고 있다. 롯데케미칼과 한화케미칼의 2분기(4∼6월) 영업이익은 각각 6939억 원, 2936억 원으로 분기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치였다. 문제는 이런 ‘깜짝 실적’이 구조적 공급 과잉 현상을 가리는 착시를 불러오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 수출 대상국인 중국의 석유화학 자급률이 2010년 64.9%에서 지난해 80.1%로 증가하면서 테레프탈산(TPA), 폴리프로필렌(PP) 같은 범용 제품의 대(對)중국 수출이 급감한 것도 위기 요인이다. 남장근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기업들은 규모가 작고 수는 많아 과당 경쟁 상황”이라며 “업체 수를 줄이고 기업 덩치를 키워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석유화학협회는 26일 베인앤드컴퍼니로부터 △TPA 생산량 감축과 일부 설비 통폐합 △폴리스티렌(PS)과 폴리염화비닐(PVC) 등은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높이기 위한 투자 확대 등의 내용이 담긴 컨설팅 보고서를 전달받았다. 그러나 대부분 이미 업계에서 시행 중인 사안이라는 지적이 있다. 건설도 사정은 비슷하다. 대한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이달 현재 10대 건설사(2016년 시공능력평가 기준) 중 자회사 매각 등의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회사는 없다. 잠시 호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장 내년부터는 주택시장 전망이 밝지 않은 데다 건설사들의 주된 ‘먹거리’로 꼽히는 공공공사와 해외부문도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이샘물·천호성 기자}

한국 경제의 명운을 거머쥔 산업 구조조정이 1년째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정부는 자율적 구조조정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한발 물러섰고 민간 기업들은 정부의 ‘정책’만 바라보고 있다. 구조조정을 책임지고 밀어붙일 주체가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26일 금융 당국 및 재계에 따르면 조선 해운 건설 철강 석유화학 등 이른바 ‘5대 취약업종’의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한 것은 임종룡 금융위원장 주재로 관련 부처 차관 등이 참석해 지난해 10월 열린 ‘제1차 산업 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 회의’에서다. 이 협의체는 다음 달 2차 회의에서 “업종별로 자율적 구조조정을 돕겠다”는 결론만 내린 뒤 올해 4월 총선까지 거의 반년간 자취를 감췄다. 일부에선 “금융위에만 맡겨둔 채 타 부처는 뒷짐을 지고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총선의 여운이 지나간 4월 26일 열린 3차 회의에서 임 위원장은 ‘사즉생(死則生)’이란 단어까지 동원하며 정부가 조선·해운 구조조정을 직접 챙기겠다고 했다. 협의체는 6월 초 ‘산업 경쟁력 강화 관계 장관회의’로 격상돼 구조조정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청와대 ‘서별관 회의’(비공개 경제금융점검회의)를 둘러싼 논란과 대우조선해양 비리 수사 등이 수면으로 떠오르면서 정부의 구조조정 추진 동력은 눈에 띄게 둔해졌다. 총선으로 반년을 허비한 구조조정이 다시 6개월의 공백기를 맞은 것이다. 그 사이 한진해운은 대책도 없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 한국 경제의 큰 짐이 되고 말았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시장 상황이 급격히 변하는 시점에서 산업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할 경우 조선, 철강 등에서 제2, 제3의 한진해운 사태가 속출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조선해양부문),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업계 ‘빅3’는 현재까지 수주 목표량의 18%밖에 채우지 못해 자구 계획을 전면 재검토할 상황까지 몰리고 있다. 한편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서 “30일 정부의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이 나온다”고 밝혔다. 지지부진한 산업 구조조정으로 비판을 받아온 정부가 과연 이번에는 진전된 방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선박수주 빈손… 자구안 이행 제자리… “내년 오는게 두렵다”▼ 정부는 올해 6월 ‘산업·기업 구조조정 추진 계획’을 통해 조선업 구조조정 계획을 공개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성과는 미미하다. 4개월 가까이 지난 지금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 3’의 수주량은 당시 수주전망(올해 180억 달러)의 18% 수준에 그쳤을 정도다. 자구안 이행도 더디다. 재무구조 개선 계획은 틀어졌고, 내년 시황 전망도 밝지 않다. 기존 자구안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대우조선, 완전자본잠식에 소난골 리스크 정부는 6월 클라크슨리서치(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분석과 삼정회계법인 실사 결과를 토대로 올해 조선 ‘빅 3’의 수주액을 현대중공업 65억 달러(조선·해양 부문만), 삼성중공업 53억 달러, 대우조선해양 62억 달러로 추정했다. 하지만 26일까지 수주량은 현대중공업 23억 달러, 대우조선 10억 달러에 그쳤다. 삼성중공업은 아예 한 건도 없다. 다음 달 초 클라크슨리서치가 2017, 2018년 수주 전망을 발표하면 후폭풍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보다 악화된 전망이 나오면 정부가 2018년까지의 수주 전망을 바탕으로 만든 구조조정 계획이 완전히 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급한 곳은 대우조선이다. 6월 14개 자회사를 모두 매각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성과는 없다. 서울 중구 남대문로 사옥 매각 협상은 당초 코람코자산신탁과 진행해 오다 최근 결렬되면서 캡스톤자산운용으로 바꿨다. 특수선 사업 분할, 서울 강서구 마곡 연구개발(R&D) 용도의 부지 매각 작업도 지연되고 있다. 정성립 사장이 앙골라 국영석유회사 소난골의 드릴십 인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당초 계획했던 이달 내 인도는 불가능해졌다. 내년 94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올 예정인데 소난골의 잔금 1조1000억 원이 들어오지 않으면 유동성에 빨간불이 켜지게 된다. 대우조선은 이미 상반기(1∼6월)에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상태여서 다음 달 중순부터 최대 1조6000억 원 규모의 자본 확충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연간 실적을 기준으로 완전자본잠식을 벗어나지 못하면 상장 폐지 수순을 밟아야 한다. ○ 현대, 삼성중공업도 미래 불투명 현대중공업은 재무구조 개선안의 핵심인 하이투자증권 매각부터 꼬였다. 현대중공업이 현대미포조선을 통해 보유한 하이투자증권 지분 85.3%의 장부상 가격은 8261억 원이지만 인수 경쟁이 식으면서 시장 가치는 6000억 원 안팎까지 떨어졌다. 그간 투자한 금액을 감안하면 5000억 원을 공중에 날려야 할 판이다. 시장 가격 하락으로 현대중공업은 당초 목표로 잡았던 연내 매각 계획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중공업은 일감이 줄어들면서 7월 울산의 10개 독 중 4번 독의 가동을 잠정 중단했다. 여기에 현대중공업 노조가 27일 5번째 부분파업을 벌일 예정인 것도 부담이다. 최길선 회장과 권오갑 사장이 7월 말 공동 담화문을 통해 “여러분이 선주라면 붉은 띠 두르고 파업하는 회사에 공사를 맡기겠느냐”며 노조를 만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삼성중공업은 수주가 관건이다. 박대영 사장은 지난달 임시주주총회에서 “발주처와 단독 협상 중이거나 매매의향서(LOI) 체결 단계에 있는 프로젝트가 있어 수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이탈리아 ENI의 모잠비크 부유식 액화천연가스생산설비(FLNG), 인도 게일의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등 굵직한 수주 프로젝트들이 발주사 사정으로 계약이 늦춰지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건조를 마친 선박 인도마저 미뤄지는 마당인데 지금은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내년 하반기 ‘일감절벽’ 대비해야 더 큰 문제는 산업계 전반을 아우르는 정책이 없다는 것이다. 6월 이후 정부는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자구안 이행을 통해 재무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뿐이다. 산업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할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이 26일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이후 현재까지 14개 주채권은행이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 및 기업개선절차(워크아웃)를 진행한 기업 184곳 중 정상적으로 졸업한 기업은 50곳(27%)에 그쳤다. 184곳에 투입된 자금 71조8402억 원 중 회수된 금액은 22%인 15조8043억 원이었다. 조선업계는 내년 하반기(7∼12월) 일감절벽을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내년 하반기부터 상선을 중심으로 발주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 시기 조선 3사의 수주잔량은 바닥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해양플랜트 시장은 2020년까지 얼어붙을 가능성이 크다. 익명을 요구한 조선업계 전문가는 “내년 하반기부터 2018년 하반기까지 1년간 일감절벽 시기를 대비해 조선산업을 아우르는 계획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자국 내 선박과 군함 발주를 늘려 일감을 제공하고, 업체들은 혹독한 구조조정과 선박 개조사업 등 새로운 먹거리를 통해 생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창덕 drake007@donga.com·강유현 yhkang@donga.com·정민지 기자}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대표이사 사장(46·사진)은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79)의 장남이다. 한국타이어는 2012년 지주회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와 사업회사인 한국타이어로 분할됐다. 조 사장은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대표이면서, 한국타이어 마케팅본부장도 맡고 있다. 동생 조현범 한국타이어 경영운영본부장(사장·44)은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경영기획본부장도 함께 맡아 형제가 두 회사에서 함께 직책을 맡고 있다. 이른바 ‘교차 경영’이다. 조 사장은 “나와 동생은 서로를 보완해 주는 관계”라고 했다. 조 사장의 공격적인 경영 스타일은 신산업 투자에 집중하는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대표로 적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2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글로벌 타이어 유통 부문으로의 사업 확장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미국, 유럽, 아시아 등의 괜찮은 타이어 유통업체들이 매물로 나오면 인수합병(M&A)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톱3’에 진입하려면 타이어 생산과 유통 서비스 간 시너지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일본 브리지스톤, 프랑스 미슐랭 등 세계 ‘톱5’ 타이어 업체들은 모두 글로벌 타이어 전문 유통회사를 갖고 있다. 한국타이어도 국내에 ‘티스테이션’이란 유통 채널을 갖고 있지만 이곳은 자사 브랜드만 취급하는 판매망일 뿐이다. 조 사장은 “과거에는 유통회사가 있다고 해도 ‘한국타이어’ 브랜드 인지도가 워낙 미미해 시너지를 기대하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글로벌 트렌드에 맞는 전략을 마련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매물로 나오고 있는 글로벌 타이어 유통회사들의 인수 가격은 낮게는 1000억 원대, 높게는 5000억 원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조 사장은 현재도 두세 건의 매물에 대해 입찰에 참여할지를 집중 검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국타이어는 또 2014년 한앤컴퍼니와 함께 자동차 부품 업체 한라비스테온공조(현 한온시스템)를 인수해 2대 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타이어가 이처럼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서는 배경에는 중국이 자리 잡고 있다. 조 사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타이어 업체들은 글로벌 업체까지 사들이면서 덩치를 키워 가고 있다”며 “한국타이어가 최근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지만 타이어 생산만 해서는 따라잡히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중국의 추격을 뿌리칠 또 다른 무기로 기술력을 꼽았다. 그는 “다음 달 대전 한국타이어 테크노돔(중앙연구소)을 완공하면 연구개발(R&D) 투자를 더욱 늘려 원천기술 확보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타이어는 꾸준히 기술 역량을 쌓아 온 끝에 지난해 포르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마칸에 신차용(OE) 타이어 공급 계약을 맺었다. 올해는 BMW ‘뉴 7시리즈’에도 공급을 시작했다. 미국 테슬라도 내년 말 출시하는 ‘모델3’의 신차용 타이어 60%를 공급하는 주 공급 업체로 한국타이어를 선정했다. 조 사장은 “엔진음이 없는 전기차는 소음이 발생하면 모두 타이어의 탓이 된다”며 “소음을 잡으면서 연비까지 높이려면 회전 저항 계수를 낮추는 등 첨단 기술이 필요한데 이는 중국 업체들과 확실히 차별화할 수 있는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타이어는 지속적인 R&D 투자를 통해 현재 8% 정도인 글로벌 OE 타이어 시장점유율을 1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주행시험장 건립도 조 사장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 한국타이어는 경북 상주시에 주행시험장을 건립하기로 했다가 2014년 계획을 접은 적이 있다. 현재는 충남 태안군에 대체 용지를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내년 하반기(7∼12월) 착공을 기대하고 있다. 조 사장은 “주행시험장에서 더 많은 시험을 거칠수록 타이어 품질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며 “테크노돔은 원천기술을, 주행시험장은 응용기술을 배양하는 핵심 기지로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타이어는 최근 스포츠 마케팅에도 적극적이다. 조 사장은 지난달 스페인으로 직접 날아가 세계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축구 구단 레알 마드리드와 3년간의 파트너십 계약을 맺었다. 올해 4월부터는 프로야구 구단 두산베어스도 후원하고 있다. 그는 “마침 올해 두산 구단의 성적이 좋아 광고 효과도 매우 좋다”고 말했다.박은서 clue@donga.com·김창덕 기자}

한국 경제는 ‘2%대 성장’의 덫에 빠져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은 2006년 처음으로 2만 달러를 넘어선 이후 10년째 3만 달러 시대에 접어들지 못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18년에야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조선, 해운, 철강, 건설, 석유화학 등 ‘공급과잉’ 업종들은 물론 산업계 전반의 활력이 떨어지면서 이조차도 불투명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각 기업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체력을 회복하려는 ‘위기 관리 경영’을 펼치고 있다. 정공법으로 위기 돌파 삼성그룹은 돌발적인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정공법을 선택하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갤럭시 노트7’ 리콜 사태 역시 그랬다. 지난달 24일 국내에서 발화 추정 사례가 처음 접수된 뒤 국내 공급을 중단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일주일이었다.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이틀 뒤 직접 글로벌 전량 리콜을 발표했다. 위기에 대응하는 삼성 특유의 과감한 결단이 두드러지는 장면이었다. 포스코는 전 세계적인 철강 공급과잉 상황에서 사업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7월 경영쇄신안을 발표한 뒤 포스하이알, 포뉴텍 등 계열사 구조조정 34건을 마무리했고 포스코건설의 사우디 PIF 지분 매각 등 자산 구조조정 12건도 완료했다. 올해도 총 54건의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약 4조 원의 재무개선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때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던 두산그룹도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마지막 힘을 쏟고 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올해 3월 취임한 뒤에도 이런 기조는 이어지고 있다. 해외 과잉설비를 빠르게 정리하고 강력한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나선 결과 두산그룹은 전체적으로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두산그룹 지주회사인 ㈜두산은 올해 상반기(1∼6월) 5579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위기를 기회로 삼다 SK그룹은 대내외 경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오히려 ‘글로벌 경영’을 확대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위기 속에서 움츠러들기보다는 주력산업의 체질을 강화하고 신사업을 발굴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유럽과 아시아 등의 세계적 기업들과 ‘글로벌 파트너링’을 맺으면서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독일, 중국 등 전 세계 16개국에 16개의 법인과 14개의 사무소를 구축해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했다. SK그룹은 또 SK바이오팜과 SK바이오텍 등을 통해 바이오 부문을 신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최근 ‘GS 최고경영자 전략회의’에서 “변화 속에는 항상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존재한다”고 말했다. GS그룹은 그 기회를 찾기 위해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기업 인수합병(M&A)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GS에너지가 지난해 글로벌 석유 메이저 기업들만이 참여할 수 있는 초대형 생산유전인 아랍에미리트(UAE) 육상생산광구의 지분 3%를 취득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한화그룹은 경쟁력이 없거나 시너지가 부족한 사업 부문은 과감히 매각하되 석유화학, 태양광 등 주력사업 부문은 과감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삼성종합화학(현 한화종합화학)과 삼성토탈(현 한화토탈), 삼성테크윈(현 한화테크윈)과 삼성탈레스(현 한화시스템)를 인수한 데 이어 올해는 두산DST(현 한화디펜스)를 사들였다. 석유화학 및 방산 부문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태양광 부문에서도 지난해 한화큐셀과 한화솔라원을 합병하면서 셀 생산 기준 세계 1위 회사를 보유하게 됐다.위기는 체력을 회복할 시간 사상 최악의 실적 부진에 빠진 현대중공업은 위기 탈출을 위한 자구안 이행과 함께 글로벌 협력을 통한 차세대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달 초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인 로스네프트사와 러시아 상선 설계 및 프로젝트 관리 부문 합작회사 설립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와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은 또 5월 세계적인 컨설팅 기업 액센츄어와 함께 빅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십 시스템 ‘오션링크’를 개발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창업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창업초심’을 경영방침으로 세우고 있다. 이윤경영, 품질경영, 안전경영 등이 세부 방침들이다. 에쓰오일은 미래 성장동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중질유 분해시설과 복합 석유화학 시설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국내 시장 포화로 성장 정체에 빠진 통신사들도 마찬가지다. SK텔레콤은 성장이 멈춘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 ‘플랫폼 개방’이란 카드를 꺼냈다. 통신요금만으로는 더 이상 성장하기 힘들다는 위기의식이 차세대 플랫폼 사업자로 변하겠다는 전략을 만들어낸 것이다. SK텔레콤은 7월 국내 1위 모바일 내비게이션인 T맵을 전 국민에게 무료로 개방했고 통화 플랫폼인 T전화도 모든 이용자에게 문호를 열었다. KT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체력회복에 성공한 경우다. 지난해는 2년 만에 영업이익 ‘1조 클럽’에도 다시 이름을 올렸다. 황창규 KT 회장은 2014년 1월 취임한 뒤 ‘기가토피아’를 전사적 목표로 제시했다. 그해 10월에는 국내 최초로 기가 인터넷의 전국 상용화에 성공했다. KT는 지난해 11월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으면서 새로운 사업영역으로의 진출에 성공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어깨 힘을 조금은 덜어내고 나타난 ‘마이바흐’가 고급차 시장을 질주하고 있다. 마이바흐는 한때 롤스로이스, 벤틀리와 함께 ‘세계 3대 명차’로 불렸다. 국내에서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의 애마로 유명해졌지만 쉽게 목격할 수 없는 차였다. 웬만한 부자들도 혀를 내두르는 7억 원대의 가격 때문이었다.쓰라렸던 컴백 마이바흐는 보덴 호수로 유명한 독일 남부의 프리드리히스하펜 시에서 탄생했다. 카를 마이바흐는 1921년 이곳에서 ‘상위 1%’를 겨냥한 고급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한다. 그의 아버지는 메르세데스 개발의 주역이었지만 경영층과 갈등을 겪다 회사를 나온 빌헬름 마이바흐였다. 1930년대에 들어서면서 마이바흐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등의 영향으로 1800여 대만 생산된 채 1941년 단종의 운명을 맞았다. 마이바흐의 컴백은 2002년이었다. 1960년대 고급차 엔진 생산에 주력하던 마이바흐를 인수한 다임러그룹이 울트라 럭셔리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60년간 잠자던 마이바흐 자동차 브랜드를 부활시킨 것이었다. 마이바흐는 전체 공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한 대를 만드는 데 5∼6개월이 소요됐다. 또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의 취향에 맞추기 위해 준비해 둔 옵션만 200만 가지에 달했다. 하지만 21세기의 마이바흐는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100년 이상 명성을 이어온 롤스로이스와 고급차 시장에서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으로 승부를 본 벤틀리의 협공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다임러그룹은 2012년 마이바흐 생산 중단을 선언하게 된다.서브 브랜드로 두 번째 컴백 마이바흐는 브랜드 철수 2년 만에 다시 세상에 복귀했다. 다임러그룹은 2014년 11월 중국 광저우(廣州) 모터쇼와 미국 로스앤젤레스모터쇼에서 메르세데스벤츠 모델에 기반을 둔 서브 브랜드로서의 마이바흐 재등판을 공식화했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였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는 2013년 6세대 모델이 출시되자마자 그해 10만 대 이상의 판매량을 올렸다. 다임러그룹은 이 히트 모델에 마이바흐라는 브랜드를 추가해 최상위 세그먼트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전략을 꺼내든 것이다. 비록 실패한 브랜드였지만 마이바흐는 ‘독보적인 고급스러움’의 대명사로 통했다. 그 잠재력은 S클래스 내 고급 브랜드로서 제대로 폭발했다. 마이바흐 S클래스는 지난해 4월 국내에도 상륙했다. 당시 나온 마이바흐 S600은 2억9500만 원, 7개월 뒤인 11월부터 판매된 마이바흐 S500은 2억3400만 원이었다. 마이바흐의 브랜드를 유지하면서도 절반 이하의 가격이 되자 시장은 뜨겁게 환영했다. 지난달까지 16개월 동안 두 모델 판매량을 합하면 1483대. 매달 평균 93대씩 팔려나간 셈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도 ‘한국에 몇 대밖에 없다’고 알려졌던 마이바흐가 이젠 도로 위에서 가끔은 만날 수 있는 차가 된 것이다.마이바흐 S클래스의 매력 마이바흐 S600의 12기통 5980cc 가솔린 엔진은 최고 출력 530마력과 최대 토크 84.7kg·m의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배기량이 4663cc인 마이바흐 S500은 최신 8기통 가솔린 엔진과 자동 9단 변속기가 장착됐다. 최고 출력과 최대 토크는 각각 455마력과 71.4kg·m. 여기에 벤츠의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인 ‘4MATIC’이 적용됐다. 마이바흐의 자존심은 편의품목에서 특히 강조된다. 이 차량을 이용하는 이들이 주로 운전기사를 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앞뒤 좌석 탑승자들의 대화를 돕는 음성 증폭 기능을 제공한다. ‘부메스터 하이엔드 3D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은 최상의 음향을 경험할 수 있다. 은장 수제 샴페인 플루트와 냉장고는 선택 품목. 뒷좌석에는 지능형 자동 에어컨디셔너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유지할 수 있다. 특히 최상위 모델인 마이바흐 S600의 경우 센터콘솔에서 좌우 두 개의 접이식 테이블을 꺼내면 뒷좌석을 집무실처럼 활용할 수 있다. 완벽한 ‘차음’ 기술은 기본이다. 벤츠는 마이바흐 모델이 세계 양산차 중 가장 조용한 세단이라는 자부심을 가질 정도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나의 자동차 생활 백서’. 국내 1위 렌터카업체 롯데렌터카가 제시하는 슬로건이다. 이 회사는 ‘자동차를 빌릴 때, 살 때, 팔 때’ 3가지 카테고리로 나눠 고객들의 자동차 생활 설계를 제안하고 있다. 우선 차를 빌릴 때는 이용 기간에 따라 △최소 30분부터 1일 단위까지 사용할 수 있는 카셰어링 서비스(그린카) △1일∼1개월 대여 가능한 단기 렌터카 △1개월 이상 쓰는 월간 렌터카 △결혼식이나 골프 라운딩 등 특별한 날 이용하는 기사 포함 렌터카 서비스가 있다. 자동차를 살 때는 차량 관리와 초기비용 부담 없이 탈 수 있는 신차 장기렌터카가 제격. 렌터카 전용 ‘허’, ‘호’, ‘하’ 번호판을 원하지 않으면 신차 오토리스를 추천한다. 저렴한 가격의 품질 좋은 중고차를 미리 타보고 선택할 수 있는 중고차 장기렌터카와 중고차 오토리스 상품도 있다. 마지막으로 자동차를 팔고 싶은 고객들은 ‘내 차 팔기 서비스’로 전문가 감정 및 최저가 보장이 가능하다. 롯데렌터카는 3월 국내를 넘어 아시아 ‘넘버 1’ 렌터카 브랜드에 등극했다. 지난해 말 기준 등록차량이 13만7000대를 돌파해 아시아 1위였던 일본 도요타렌터카(11만2000여 대)를 넘어선 것이다. 전국 220여 개의 국내 최다 영업망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렌터카는 국내 렌터카 시장 점유율을 2012년 22.4%에서 지난해 25.3%로 끌어올렸다. 해외사업 역시 2008년 베트남에 진출해 호찌민, 하노이, 다낭에 3개 지사를 운영 중이다. 2014년 렌터카 업계 최초로 ‘매출 1조 원 클럽’에 가입한 롯데렌탈은 지난해 1조2877억 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올해는 1조5000억 원의 매출액을 기대하고 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 부회장이 미르재단 설립과 관련해 청와대 개입설을 부인했다. 이 부회장은 22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는 기업들이 지난해 여름부터 약 석 달간 논의를 거쳐 자발적으로 설립한 재단으로 안종범 청와대 수석에게는 재단 설립이 거의 결정됐을 때 알렸을 뿐 사전 지시는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기업들 사이에서 사회공헌 차원에서 문화·체육계를 위해 무엇인가 해야 하지 않느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으며 그래서 재단을 만든 것”이라며 “과거에도 수백억 원의 기금을 모은 적이 많아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은 각각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출범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쿠페의 매력은 당연히 ‘드라이빙’의 즐거움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쿠페 모델이라면 더욱 그렇다. 강렬한 파란색(동승자는 “색이 너무 야하다”는 표현까지 썼다)의 ‘더 뉴 C200 쿠페’는 한마디로 감각적이었다. 벤츠 스스로도 핵심 브랜드 가치인 ‘매혹’을 가장 잘 실현한 모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아직까지 스포츠카나 쿠페 모델에 익숙하지 않은 터라 운전석에 앉자마자 시트를 조금 올려 전방 시야를 확보했다. 내비게이션을 작동하려던 찰나 알 수 없는 거슬림의 실체가 드러났다. 디스플레이가 센터페이샤에 내장된 게 아니라 겉에 부착돼 있었던 것. 설계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지만 돌출된 디스플레이가 어색했다. 하지만 주행성능은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C200 쿠페는 배기량 1991cc에 최고 출력과 최대 토크는 각각 184마력, 30.6kg·m이다. 평범해 보이는 출력 수치 이상의 가속력과 운전재미는 의외였다. 오토스톱 기능은 너무도 자연스러워 마치 시동이 꺼졌다 다시 켜지는 것을 모를 정도였다. 이 모델은 알루미늄 비중을 높여 차체 무게가 같은 급의 다른 차들보다 덜 나간다고 했다. 여기에 핸들링도 민첩해서 보다 다이내믹한 운전이 가능했다. 편안하면서도 안정감 있는 서스펜션은 덤이다. 노면 소음도 크지 않았다. C200 쿠페를 운전하면서 특히 좋았던 기능은 ‘충돌 방지 어시스트 플러스’였다. 장애물이 탐지되거나 전방 차량과의 거리가 너무 짧아지면 계기판에 불빛이 들어와 운전자에게 시각적 경고를 해주는 시스템이다. 시각에만 의존하던 것을 다른 안전장치의 도움을 받는다는 생각에 운전은 긴장감이 크게 줄어들었다. 직접 경험하진 못했지만 레이더 센서를 통해 앞차 속도를 감지하다 충돌 위험이 있는데도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으면 차량 스스로 감속하는 기능도 있다고 한다. 속도가 자동으로 줄어들어 충돌의 위험을 최소화한다. C200 쿠페는 ‘에코’, ‘컴포트’,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인디비주얼’ 등 총 다섯 가지 주행 모드를 제공한다. 가격은 5740만 원.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