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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한미동맹은 우리 외교의 근간이지만 미국에 대해 (사안에 따라서는) ‘노’(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야권 유력 대선 주자인 문 전 대표는 11일(현지시간) 발간된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집권 시 한미 동맹 구상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이전인 8일 이뤄진 인터뷰에서 문 전 대표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계획) 한반도 배치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모르겠다. (한반도 배치를) 기정사실로 만들어 선거에서 정치적 이슈로 만들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대통령 탄핵으로 진보인사의 재집권이 가능해졌다’는 제목으로 소개된 인터뷰에서 문 전 대표는 대북 정책에 대해서도 박근혜 정부와는 다른 접근을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북한 김정은 정권에 대해 “북한의 무자비한 독재체제를 싫어한다. 그렇지만 지난 10년간 (보수정권에서) 이어진 제재 기조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다 덜 대결적인 방법(something less confrontational)도 시도해야 한다. 우리는 북한 주민을 민족의 일부로 포용해야 하며, 싫든 좋든 김정은을 그들의 지도자로 그리고 우리의 대화상대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해 집권 시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그는 이어 “북한을 비난한 것을 빼고 보수정부가 한 게 무엇이냐”고 반문한 뒤 “필요하다면 제재를 더 강화할 수도 있지만, 제재의 목표는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다시 나오도록 하는 데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도 나와 같은 결론에 도달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한국이 박근혜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끌어내렸다(remove).” 10일 오전 11시 21분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선고가 내려지기가 무섭게 CNN은 ‘PARK OUT(박근혜 파면)’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인터넷판 톱으로 올렸다.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유력지들도 휴대전화 앱의 ‘푸시 알림’을 통해 전 세계에 긴급 속보로 타전했다. AP통신은 “한국 첫 여성 대통령이 기막힌 몰락(stunning fall)의 주인공이 됐다”며 “2012년 대선에서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보수의 향수 속에 승리한 독재자의 딸이 스캔들 속에 물러나게 됐다”고 전했다. 중국 관영 중앙(CC)TV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기간을 맞아 진행된 저우샤오촨(周小川) 런민(人民)은행장의 내외신 회견 중계를 중단하고 헌재 소식을 생중계로 전하는 등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일본 NHK, TV아사히 등은 헌법재판소 선고를 생중계했고 아사히신문, 요미우리신문 등은 호외를 발간해 박 대통령 파면 소식을 전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어진 분석 기사를 통해 박 대통령의 탄핵 그 자체보다는 이어질 대선이 한국 정치와 한미관계에 미칠 영향에 주목했다. NYT는 “박 전 대통령은 그동안 워싱턴의 대북 강경 노선에 보조를 맞춰 왔는데, 탄핵 이후 북한과의 대화에 무게를 두는 야당으로 권력이 쏠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WP도 “현 시점에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권을 잡을 가능성이 있고 이럴 경우 미국의 아시아 정책에 전략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 조기 대선에서 미국의 아시아 정책에 더욱 회의적이고 북한과 중국에 더 동조적인 지도자가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도 9일 밤(현지 시간) 즉각적으로 논평을 내고 한미동맹은 변함없이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크 토너 국무부 대변인 대행은 “한국민과 민주적 기관이 자국의 미래를 결정한 것인 만큼 우리는 한국민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우리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남은 임기 동안 계속 협력할 것이며 한국민이 차기 대통령으로 누구를 뽑더라도 생산적인 관계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동맹은 계속 지역 안보의 핵심(linchpin)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속내는 좀 더 복잡하다. 조기 대선 실시가 확정되면서 차기 정권과 주요 한미동맹 이슈, 특히 북핵 대응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워싱턴 일각에선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문 전 대표가 집권할 경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가 지연 또는 취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워낙 북핵 위협이 점증하고 있는 만큼 대응의 강도와 시기를 놓고 양국 간 이견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과 언론들은 차기 대선 결과에 따라 한반도 사드 배치의 향방이 달라질 가능성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브리핑에서 “한국이 어서 빨리 정치적 안정을 되찾기를 바란다”며 “박 전 대통령이 한중 관계에 많은 일을 했지만 사드 배치 결정을 내려 양국 관계 발전에 (나쁜)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논평에서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뒤집을 수도 있다’는 순자(荀子)의 말을 인용하면서 “민심으로부터 역사적 심판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은 민중의 항의와 주변국의 반대에도 사드 도입을 강행해 동북아 정세를 위험에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탄핵 인용 직후 인줘(尹卓)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위원 겸 전 육군 소장과의 인터뷰를 전했다. 그는 “사드 도입 결정은 한미의 민의에 기초한 것이 아니고, 일부 이익집단의 잘못된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베이징의 신징(新京)보는 ‘박근혜 탄핵, 차기 한국 대통령 사드 배치 중단할까’라는 기사에서 차기 유력 대선 주자들의 사드 배치 관련 견해를 소개했다. 특히 유력 주자인 문 전 대표가 “한국 외교의 최우선 과제는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과의 관계가 훼손되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일본 정부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을 통해 “북한 문제 등을 생각할 때 한국과 일본의 협력, 연대는 불가결하다. 새 정권과도 여러 분야에서 협력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일본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 결정 뒤 한일 관계가 악화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요미우리신문은 대선 후보 중 1위를 달리는 문 전 대표에 대해 “반일 친북적 발언이 눈에 띈다”고 우려했다. 특히 차기 대권 후보 대부분이 2015년 말 일본군 위안부 한일 합의에 대해 재협상 혹은 폐기 의견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일본 정부는 이날도 “한일 합의에 대한 성실한 이행”을 요구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한국 야당의 재교섭 요구에 대한 질문에 “나라 사이에 합의한 것이니 착실한 실시를 요구하겠다”며 “소녀상 철거는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베이징=구자룡 / 도쿄=서영아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탄핵 결정에도 한미동맹은 변함없이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크 토너 국무부 대변인 대행은 9일(현지 시간) 탄핵 결정 직후 내놓은 논평에서 “한국민과 민주적 기관이 자국의 미래를 결정한 것인 만큼 우리는 한국민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우리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남은 임기 동안 계속 협력할 것이며 한국민이 차기 대통령으로 누구를 뽑더라도 생산적 관계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한국의 변함없는 동맹국이자 친구이고 동반자”라며 “한미 동맹은 계속 지역 안보의 핵심(linchpin)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속내는 좀 더 복잡하다. 조기 대선 실시가 확정되면서 차기 정권과 주요 한미동맹 이슈, 특히 북핵 대응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워싱턴 일각에선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집권할 경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가 지연 또는 취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미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선 “(박근혜 정부보다) 남북 간 대화를 중시하는 문재인 전 대표가 집권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와 대북 정책을 놓고 파열음이 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건 큰 틀에서 한미동맹은 흔들림이 없겠지만 워낙 북핵 위협이 점증하고 있는 만큼 대응의 강도와 시기를 놓고 양국 간 이견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미 언론들도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소식과 함께 이 같은 분위기를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박 전 대통령은 그동안 워싱턴의 대북 강경노선에 보조를 맞춰왔는데 탄핵 이후 북한과의 대화에 무게를 두는 야당으로 권력이 쏠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현 시점에선 문재인 전 대표가 정권을 잡을 가능성이 있고 이럴 경우 미국의 아시아 정책에 전략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 조기 대선에서 미국의 아시아 정책에 더욱 회의적이고 북한과 중국에 더 동조적인 지도자가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미 언론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소식을 긴급뉴스로 타전했다. CNN은 ‘PARK OUT(박근혜 파면)’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이 박 전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끌어내렸다(remove)”고 보도했다. AP통신은 “한국 첫 여성 대통령이 기막힌 몰락(stunning fall)의 주인공이 됐다”며 “2012년 대선에서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보수의 향수 속에 승리한 독재자의 딸이 스캔들 속에 물러나게 됐다”고 전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미국 백악관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는 전방위적인 ‘투자 압박’에 삼성전자의 현지 가전 공장 투자 결정이 임박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9일 “세탁기 생산을 메인으로 하는 가전 공장 후보지를 3, 4곳으로 압축해 최종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조지아, 앨라배마 중 한 곳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일단 세탁기를 중심으로 공장을 운영하며 오븐레인지 등으로 생산 품목을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가전 공장을 짓는 데는 초기 투자비용만 3억∼4억 달러 수준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자국 기업은 물론이고 해외 기업에도 미국 내 투자를 거세게 요구해 왔다. 최근에는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대못 박기’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8일(현지 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삼성이 미국에 막대한 생산 시설을 투자하기로 한 계획을 확인했다. 미국 대선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직접 언급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현대자동차가 1월 ‘5년간 31억 달러’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을 밝혔다. LG전자는 지난달 말 미국 테네시 주에 세탁기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를 추진하는 미국과의 핵 균형을 추구하기 위해 중국도 핵무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중국 관영 매체가 주장했다. 환추(環球)시보는 9일 ‘사드 한국 반입을 추진하는 미국도 대가 치러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중국이 지금까지는 핵탄두를 적게 유지하고 비핵 보유국에는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지 않는 등 낮은 자세를 유지했으나 이를 바꿔야 한다고 중국 정부에 촉구했다. 사드 한반도 배치로 미중 간 핵 균형이 깨진 데다 중국의 경제적 능력도 커졌으니 핵탄두 수를 늘려 사드 도입의 필요성이 없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는 것이다. 사설은 “미국은 사드 한반도 배치를 처음 추진했고 가장 큰 지지자”라면서 “(한국에 대한 제재보다는) 전략적 공범인 미국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가 더 큰 관건”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사설은 “객관적으로 중국이 미국을 제재하기는 어렵다. 사드를 만든 미국 최대의 무기 제조상인 록히드마틴은 중국과 별다른 교류가 없어 회초리를 휘둘러도 닿지를 않는다”며 핵무장 강화 논리를 정당화했다. 강경론을 제기한 관영 매체와 달리 중국 정부는 미국에 대화를 통한 해결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사드 배치에 대해 단호한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도 미국과의 관계에서는 화합을 강조하는 등 대립각을 세우지 않으려 노력했다. 이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일본 한국을 거쳐 18일 방중하는 데다 다음 달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한국에는 추가 보복 가능성을 내비치며 사드 배치 중단을 압박했다. 자유한국당 윤상현 의원은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가 전날 자신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도 안보이익을 수호할 권리가 있는 만큼 한국은 심리적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심리적 준비가 필요하다’는 표현은 추가 보복 조치가 가해질 수 있음을 경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추 대사는 또 “사드 배치를 당장 취소해야 하지만 어렵다면 중단이라도 해서 한중 간 협의할 공간이라도 남겨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윤 의원은 전했다. 반면 미국은 중국의 반대에도 사드 배치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8일(현지 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서 목격했듯 사드 배치는 한국 방어를 위해 대단히 중요한 것”이라고 밝혔다.베이징=구자룡 bonhong@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르면 이달 말 대북 구상을 마무리할 것으로 관측된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이달 초부터 ‘3월 말 대북 구상 완료설’이 나돌았는데 북한의 중거리 미사일 발사,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등으로 시간을 끌 이유가 없는 만큼 ‘디데이’를 이달 말로 확실히 잡은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8일(현지 시간) 미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국무부와 국방부 부장관, 차관 등 북핵 담당 주요 인선이 늦어지고 있지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대북 구상을 주도하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이달 윤곽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사드 전개, 중국 정보통신기업 ZTE에 대한 사상 최대 벌금 부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한중일 연쇄 방문 등에서 알 수 있듯 전방위적 경제, 외교 압박은 대북 구상의 상수(常數)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선제타격,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 전략무기 한반도 상시 순환 배치 등 군사적 옵션도 검토하고 있지만 한반도 전쟁 위험성을 감안해 일단 후순위로 밀어 뒀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북한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을 한다면 군사 옵션이 다시 힘을 얻을 수도 있다. 따라서 군사 옵션 가능성을 열어 둔 채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는 선뜻 사용하지 않은 강력한 외교, 경제 옵션을 축으로 대북 구상을 가다듬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표적인 게 중국 기업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의 전면 시행이다. 오래전부터 핵심 대북, 대중 압박 수단으로 거론됐지만 미중 관계에 미치는 악영향을 감안해 실행은 못 한 카드다. 북한이 대외 교역의 90%가량을 중국에 의존하는 만큼 북한과 정상적 거래를 하는 중국 기업까지 모두 미국 법으로 제재하는 게 핵심이다. 미국 독자 제재와 함께 유엔을 활용한 북한 옥죄기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때마침 북한이 소형 핵탄두 제조에 필요한 핵심 원료인 ‘리튬6’를 몰래 해외에 팔려 했던 사실이 8일 유엔 전문가 패널 위원회 보고서를 통해 공개돼 국제사회의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해 대북제재 법안을 작성했던 공화당 코리 가드너 상원의원(콜로라도)은 “이번 보고서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진전시키기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중단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핵·미사일 관련 핵심 물질이나 기술을 해외 테러 조직에 수출하는 도발을 할 경우 금지선(red-line)을 넘은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 북한을 9년 만에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것도 유력하게 검토되는 카드다. 실제 북한에 제재를 가하기보다는 북한을 ‘테러 블랙리스트’에 올린다는 상징적 효과가 적지 않다는 게 워싱턴의 평가다. 북한이 김정남 피살 과정에서 화학무기 VX를 사용한 점도 테러지원국 지정을 위한 모멘텀이 되고 있다. 민주당 일각에서 제기하는 북-미 대화 카드도 옵션의 하나다. 국무부 마크 토너 대변인 대행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 있다”면서도 “비핵화와 도발 억제에 대한 의미 있는 조치를 할 책임은 북한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대화 재개의 조건은 ‘선(先)비핵화, 후(後)대화’라는 것이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반입을 계기로 북한과 중국을 거침없이 몰아붙이고 있다. 군사는 물론이고 정치, 외교, 경제 분야를 망라한 트럼프식 북핵 압박 속도전이다.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강경 조치를 유보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사드 배치 공개 하루 만인 7일 중국 정보통신기업 ZTE에 대한 사상 최대 규모의 벌금 결정을 내린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관측이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의) 경제 제재와 수출통제법을 무시하는 나라들은 가장 혹독한 결과를 겪게 될 것”이라고 사실상 중국을 겨냥했다. 미 정부는 지난해 3월 ZTE에 대한 벌금 결정을 내린 뒤 ZTE가 반발하자 6월 유예 결정을 내렸다. 이후 카드를 쥐고 있으면서 대중 압박 효과가 가장 클 때를 기다려 꺼내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꺼내 들 수 있는 후속 카드로는 △지난해 북한과의 불법 거래 의혹을 받은 중국 기업 ‘화웨이’에 대한 벌금형 부과 △중국 기업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의 전면 시행 △환율조작국 지정 △덤핑 등 보호무역 조치 등이 거론되고 있다. 미 국무부가 렉스 틸러슨 장관의 한중일 방문 일정을 이날 확정해 공개한 것도 본격적인 북핵 압박 외교를 천명한 것이다. 일본, 한국을 거쳐 한미일 3각 공조를 다진 뒤 마지막으로 중국을 방문해 북핵, 사드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것으로, 이번 순방 자체가 중국을 정조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마크 토너 국무부 대변인 대행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은 중국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 북한의 나쁜 행동에 대한 대응”이라며 “북핵을 다룰 새로운 방식,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틸러슨 장관은 이번 방한 기간에 그동안 진행했던 대북 정책 재검토 결과를 갖고 올 수도 있다”고 말해 트럼프 행정부가 틸러슨 순방 직후 대북 구상을 공개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벨기에 본부가 이날 북한 은행 3곳을 국제 달러 결제 시스템에서 퇴출시킨 것도 미국의 강력한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 정부는 지난해부터 북한을 SWIFT에서 퇴출해 평양으로 흘러가는 돈줄을 옥죄려고 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2012년 이란에 경제제재를 하면서 이란 중앙은행을 비롯한 30개 은행을 SWIFT에서 퇴출시킨 바 있다. 석유 수출 대금을 받을 수 없게 된 이란은 미국과 대화를 시작했다. 미 의회도 사드 배치 등 북핵 대처만큼은 트럼프 행정부를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 공화당 소속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사드는 오로지 중국이 지난 몇십 년 동안 (핵과 미사일 도발을 일삼는) 북한을 방조해서 필요해진 것”이라며 “중국이 사드 배치에 대해 정말 우려한다면 북한의 도발적 행동을 멈추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화당 톰 코튼 상원의원도 성명에서 “중국이 정말로 무기 경쟁에 대해 우려한다면 그들은 오래전부터 북한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설득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조은아 기자}
한미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반입에 이어 미국이 대북 제재를 위반한 중국 기업에 사상 최대의 벌금을 부과하면서 대중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중국은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직접 나서 사드 배치를 즉각 중단하라고 공개 반박하는 등 북한 문제를 둘러싼 주요 2개국(G2) 간 갈등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7일(현지 시간) 중국 최대 통신장비 기업인 ZTE가 미국의 대(對)북한 및 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며 외국 기업에 대한 벌금으로는 미 역사상 최대 규모인 11억9200만 달러(약 1조3702억 원)를 부과했다. ZTE는 퀄컴,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미국 기업에서 라우터, 마이크로프로세서 등을 사들인 뒤 이를 북한과 이란에 수출한 사실이 드러나 지난해 미 상무부에 단속됐다. 이런 가운데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15일 일본을 시작으로 한국(17일)과 중국(19일)을 잇달아 방문한다. 북한 미사일 발사 대응 및 사드 배치 추진 등과 관련해 한미일 3각 공조를 다진 뒤 한국에 대한 보복 수위를 높이고 있는 중국을 압박할 것으로 기대된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중국의 우려를 분명히 이해하지만 이는 한국과 일본에는 국가 안보 문제”라며 중국의 반발을 일축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8일 베이징(北京) 미디어센터에서 가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한미가 고집스럽게 사드를 배치하려는 것은 잘못된 선택이며 한국은 더 위험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ZTE에 대한 미 정부의 벌금 부과 결정에 대해선 “중국 기업이 해외에서 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도 계속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7일 대북 규탄 언론성명을 내고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들에 대한 명백한 위반으로 개탄한다. 더 중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추가 제재를 시사했다. 안보리는 8일 오전 긴급회의를 개최하기 전 이례적으로 이사국 간 사전협의를 통해 만장일치로 성명을 채택했다. 벨기에에 본부를 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는 유엔의 제재를 받고도 몰래 금융거래를 해온 조선대성은행과 조선광선은행, 동방은행 등 북한 은행 3곳을 국제 금융거래망에서 퇴출시켰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 보도했다. SWIFT는 미국과 유럽 은행들이 국가 간 자금 거래를 위해 1977년 설립한 기구다. 현재 세계 200여 개국 1만800여 개 금융기관이 SWIFT 금융망을 이용한다. 북한의 추가 도발 움직임도 포착됐다. 미국 CBS 뉴스는 이날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미사일 사출 실험 등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북극성-2형’ 추가 발사를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용으로 추정되는 엔진 시험을 진행하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전했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 조은아 기자}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TV와 스마트폰, 컴퓨터 등을 해킹해 도청 및 감시 도구로 썼다는 폭로가 나왔다. 화면이 꺼진 스마트TV도 도청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포함돼 파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 가전은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기관도 많이 구매하는 물품인데 보안관리 품목에는 포함돼 있지 않아 해킹 위협에 속수무책인 것으로 드러났다.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7일(현지 시간) CIA가 구글, 애플, 삼성,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정보통신기업의 제품과 플랫폼을 활용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전방위 도·감청을 했다고 주장했다. 위키리크스는 이날 CIA 산하 사이버 정보센터 문서 7818건과 첨부문서 943건을 공개했다고 AP통신과 경제 전문지 포브스 등 미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위키리크스가 이날 공개한 CIA 문서에 따르면 CIA는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구글의 안드로이드폰, MS의 컴퓨터 운영체제, 삼성의 스마트TV 등을 원거리 조종을 통해 도·감청 도구로 활용했다. 또 CIA는 ‘위장 전원 꺼짐’ 기술을 통해 TV 화면이 꺼져 있어도 주변의 소리를 도청하고 녹음했다고 포브스는 전했다. 김승주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리모컨으로 스마트TV의 전원 버튼을 누른 뒤 화면이 사라지면 전원이 꺼졌다고 생각하지만 해킹된 검은색 영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킹을 당하면 전원 버튼이 ‘페이크 모드(기만 모드·FakeMode)’로 전환하는 버튼이 된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음성 녹음은 물론이고 카메라 영상 촬영도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보안업계 전문가는 “음성이 CIA 서버로 전송됐다는 폭로가 사실이라면, 스마트TV의 권한관리와 운영체제 전반이 뚫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 가전 보안 이슈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5년에도 주요 외신들은 삼성전자의 스마트TV 개인정보보호정책 약관에 문제가 있다며 도청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국가·공공기관에 납품하는 CC인증은 여전히 PC와 USB 메모리, 복합기 등 기존 장비에 대한 기준만 마련돼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정부기관과 기업 임원실 등에 납품된 스마트 가전이 적지 않은데 해킹도구로 쓰이고 있다면 국가 보안마저 우려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간) 새로운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1월 27일 내놓은 1차 이민 규제 행정명령이 미국 연방지방법원·항소법원 등 사법부에 제동이 걸려 시행이 사실상 좌초됨에 따라 수정판을 내놓은 것이다. 이번 행정명령은 1차 명령의 골격은 유지한 채 일부 조항을 바꾸거나 조건을 완화한 게 특징이다. 입국 심사 과정에서 혼란을 줄이기 위해 서명 후 열흘이 지난 16일부터 발효토록 했다. 우선 입국 금지 무슬림 7개국에서 이라크를 제외했다.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서 연합군으로 참여하고 있는 이라크와의 관계를 고려한 조치다. 명령 발효 후 90일간 미국 입국이 금지되는 국가는 이란 리비아 소말리아 수단 시리아 예멘 등 6개국으로 줄었다. 국토안보부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이라크 정부가 비자 검증을 한층 강화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등 새로운 검증 절차를 갖췄다”고 설명했다. 사드 알 하디티 이라크 정부 대변인은 이 조치에 대해 “미국과 이라크가 진정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IS의 핵심 거점인 시리아의 경우 1차 명령에서는 모든 국민이 무기한 입국 금지 대상이었지만 이번 명령에선 다른 금지국과 마찬가지로 여행객은 90일, 난민은 120일간 입국이 금지된다. 무슬림 6개국 국적자라도 이미 미국 비자를 갖고 있거나 영주권자인 경우 입국을 허용하기로 했다. 1차 행정명령 당시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도 혼선이 있었던 대목을 정리한 것이다. 트럼프가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국무, 법무,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례적으로 워싱턴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하고 이번 조치의 타당성을 강조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우리 국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필수 조치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 행정명령을 토대로 우리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그의 정당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임스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은 “악당(테러리스트)들이 미국인들의 목숨을 앗기 위해 우리 이민 시스템을 악용하도록 방치할 수는 없다”며 “이번 행정명령은 6개국 출신의 새 입국 희망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는 이날 행정명령과 함께 연방수사국(FBI)을 통해 약 300명의 난민을 테러 연루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CNN은 “안보 불안 심리를 자극해 수정 행정명령의 필요성을 부각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민단체와 민주당 및 일부 주 정부는 이번 행정명령도 위헌적 요소가 많다며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혀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조치도 원안 행정명령을 다소 축소된 버전으로 대체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무슬림계인 민주당 안드레 카슨 하원의원은 논평을 내고 “수정 명령은 첫 행정명령의 반복에 불과하다. 우리는 이제 ‘무슬림 입국 금지 2.0’ 국면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1차 이민 규제 행정명령을 대상으로 가장 먼저 소송을 냈던 워싱턴 주의 밥 퍼거슨 법무장관은 이번 주 중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버지니아 주의 마크 헤링 법무장관도 “(수정명령은) 상당히 축소된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세계에 끔찍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언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북한이 전날 탄도미사일 4발을 발사한 것은 일본 내 미군기지를 타격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북한 측이 7일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각각 전화를 걸어 “미군의 모든 능력을 활용해 북한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한 억제력을 제고하겠다”고 말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탄도로켓 발사 훈련은 전략군 화성(미사일) 포병들의 핵전투부(미사일 핵탄두 부분) 취급 질서와 신속한 작전 수행 능력을 판정 검열하기 위해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북한 매체가 ‘핵전투부를 다루는 훈련을 했다’고 보도한 것은 처음이다. 이어 “주일 미군기지를 타격할 임무를 맡은 북한의 전략군사령부 화성 포병부대들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하는 등 대북 정책을 설정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핵탄두 조립과 미사일 탑재 능력을 과시하는 초강수로 맞선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한미일 정상은 연쇄 전화통화를 갖고 강력한 대응 방침을 확인했다. 이날 오전 8시 40분부터 20여 분 동안 이뤄진 통화에서 황 권한대행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한미 양국에 대한 현존하는 직접적 위협”이라며 “강력한 한미 동맹을 통해 대북 억제력과 한미 방위 태세를 강화해 북한의 야욕을 꺾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100% 지지한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 황 권한대행과의 연쇄 통화에서 “북한의 도발과 위협에는 아주 엄청난 대가(very dire consequences)가 따를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한미일 3각, 한미, 한일 양자 협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고 백악관은 전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기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도청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전·현직 대통령, 여야 간 사활을 건 전면전으로 확산되고 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5일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행위(미 대선 개입 해킹 사건)를 규명하기 위한 미 의회 조사 작업의 일부로, 실제로 2016년 행정부의 수사 권한이 남용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의회 정보위원회에서 자신들의 감독 권한을 행사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 감독(조사)이 이뤄질 때까지 백악관이나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단 의혹을 제기한 만큼 잠시 입을 닫은 채 공을 의회에 넘긴 것이다. 백악관의 오바마 조사 요구에 공화당 강경파로 분류되는 데빈 누네스 하원 정보위원장은 즉각 수용 의사를 밝혔다. 이날 성명을 내고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해킹 사건에 대한) 하원 정보위 조사의 포인트에는 지난해 대선 기간 러시아 정보기관들이 취한 행동(해킹)에 대한 미 정부의 대응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원 정보위는 지난해 대선 기간 미 정부가 어떤 정당의 (선거) 캠페인 관리 또는 측근 대리인들에 대해서도 감시 활동을 했는지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과 공화당의 총공세에 오바마 전 대통령 측과 민주당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오바마 정부의 마지막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조시 어니스트는 이날 ABC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백악관의 위기관리 교본 중에는 스캔들을 호도하기 위해 트윗을 하거나 터무니없는 뭔가를 떠들라는 게 있다”며 “스캔들이 커지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도 점점 더 터무니없어진다”고 맹비난했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급기야 트럼프를 독재자라고 비난했다. 그는 CNN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시민이나 어떤 대통령에 대해 도청을 지시했다고 말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이다.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그들(언론)이 계속 말하게 하는 것은 독재(정권)의 한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전·현직 대통령, 여야 간 팽팽한 공방이 누구의 승리로 끝날지는 현재 장담할 수 없다. 현재 권력을 쥔 쪽은 트럼프이고, 오바마는 전직 대통령이며 민주당은 야당이다. 하지만 트럼프에게 불리한 상황도 속속 전개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합법적 도·감청 주무 기관 중 하나인 미 연방수사국(FBI)의 움직임이다.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은 트럼프의 도청 의혹 제기가 거짓이라며 상급 기관인 법무부에 의혹과 관련해 진실을 공표할 것을 요청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5일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는 게 코미 국장의 입장인데, 특히 트럼프의 말이 사실이라면 도청 주체 중 하나가 FBI가 될 수 있는 만큼 부인에 나선 것이다. 코미 국장은 지난해 대선 직전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e메일 스캔들에 대한 추가 조사 계획을 발표해 트럼프 당선의 숨은 주역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사람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정보기관 수장이었던 제임스 클래퍼 전 국가정보국장(DNI)이 이날 NBC 인터뷰에서 “지난해 대선 때 그 어떠한 도청 행위도 이뤄진 적이 없다”고 일축한 것도 트럼프에겐 부담이 될 듯하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북한이 6일 탄도미사일 4발을 발사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역학과 안보 지형이 다시 한번 출렁이고 있다. 특히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북핵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달 중 한국 중국 일본을 방문키로 한 상황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라는 변수가 터지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 간 패권 방정식도 더 복잡해지고 있다. 우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강경한 대북 구상은 더욱 빨리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분석이다. 트럼프 백악관은 현재 선제타격,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부터 북-미 대화까지를 포함한 대북 정책을 구상 중이다. 북한의 도발로 자연스레 강경 드라이브 기조로 정리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매우 화가 났다’고 공개 경고하고 전술핵 재배치 검토까지 공개됐는데도 북한이 보란 듯이 미사일을 발사한 만큼 대화 카드는 급속히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북한은 물론이고 대북 제재, 사드 배치를 놓고 벌이는 중국과의 신경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게 미 정부의 분위기다. 미 국무부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 직후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까지 압박하고 나섰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대변인 대행은 “모든 국가가 동원 가능한 영향력 있는 채널과 수단으로 도발은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북한과 그의 조력자들에게 분명히 보내기 바란다”고 말했다. 대북 제재에 미온적이고 사드 배치를 놓고 대한(對韓) 보복 조치를 일삼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북한 미사일 발사 소식이 전해지자 일요일인 5일에도 미사일의 제원과 사거리 등 관련 정보를 교환하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유엔 관계자들은 “미국이 유엔 안보리 회의 등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어느 때보다 강하게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한미와 사드 배치 힘겨루기에 나선 중국은 이번 도발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는 모양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유엔 안보리 결의안 위반이라고 지적하면서도 한미 군사훈련에 그 책임을 돌렸다. 그는 “북한을 겨냥한 한미 대규모 연합 군사훈련을 주목하고 있다”면서 “(한국 미국 북한 등) 각 측은 자제를 유지해야 하고 지역 정세 긴장을 고조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도발은 여러 면에서 중국의 이익을 해치는 측면이 많다. 중국은 리길성 북한 외무성 부상을 베이징으로 불러 김정남 피살 사건 이후 외교적 수세에 몰린 북한을 지원했지만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해 중국을 수세로 몰았다. 중국은 최대 정치 행사 중 하나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3일 개막돼 열리고 있는 시점에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한 것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느낄 것이 분명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 달 정상회담을 계획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이번 도발은 미국이 중국의 대북 제재 이행을 압박할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에서도 중국의 당혹감이 클 수밖에 없다고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분석했다. 북한의 이번 도발은 중국이 지난달 19일부터 북한의 석탄 수입을 전면 금지한 것에 대한 노골적 불만 표시로도 해석되지만 중국 당국은 전선을 평양이 아닌 한미 양국에 집중하기로 한 모양새다. 겅 대변인은 롯데 등 한국 기업에 대한 사드 보복에 대해 “우리는 한국 기업을 포함한 외국 기업이 중국에 와서 투자하는 것을 환영하고 합법적인 권익을 법에 따라 보호할 것”이라면서도 “동시에 외국 기업의 중국에서의 경영은 반드시 법과 규정에 따라야 한다”고 못 박았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베이징=구자룡 / 뉴욕=부형권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991년 한반도에서 철수했던 전술핵 재배치라는 카드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은 실현 가능성을 떠나 북핵 위협에 답답함과 초조함을 느낀 트럼프가 그야말로 모든 수단을 다 들여다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미국의 대(對)한반도 정책을 깨는 것이자 북한에 핵 개발의 명분을 준다는 점에서 전임 행정부들이 ‘사용할 수 없는 카드’로 여기던 것이었다. 전술핵을 한반도에 다시 들일 경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만으로도 펄쩍 뛰는 중국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전쟁을 감수해야 하는 대북 선제타격보단 덜 위험하고 기존의 대화나 제재 병행 정책보다는 북핵 억제 효과가 있어 대안 카드로 사용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행정부도 전술핵 재배치가 동북아에 가져올 후폭풍을 잘 알고 있지만 고민만 하면서 허송세월하다간 북한에 핵능력 고도화를 위한 시간만 벌어줄 것이라는 인식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 일각에서 사드 추가 배치론이 나오는 것도 전술핵 재배치처럼 제3의 카드를 찾다가 나온 결과물일 가능성이 높다. 사드 1개 포대를 배치하나 3개 포대를 배치하나 어차피 중국, 북한이 반발하는 것은 마찬가지인 만큼 ‘핵위협에 대한 자위적 수단’임을 강조하면서 사드를 더 배치하지 못할 것도 없다는 논리다. 4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를 중심으로 대북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면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대화론부터 선제타격까지 모든 대북 카드를 펼쳐놓고 평가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백악관은 “현 시점에서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만한 능력을 아직 갖추지 못했다”고 자평했고, 또 다른 아이디어로 전술핵 재배치 카드가 부상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백악관은 북한 군사시설이나 김정은 등 지도부에 대한 선제타격에 대해 실효성과 전쟁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북한에 산악지대가 많고 땅속 깊이 묻힌 터널과 벙커들이 상당수여서 핵심 군사 시설들을 명중시킬 가능성이 작다”는 것.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임기 말 내부 회의에서 선제타격에 대해 “목표를 놓칠 경우 (북한의 대응으로) 한반도에 또 다른 전쟁 가능성이 있어 위험하다”며 포기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선 다양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을 하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최근 논의에는 전임 오바마 행정부가 8년간 추진한 ‘전략적 인내’ 정책이 대화도 제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결국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막는 데 실패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북한이 미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공언하는 상황에서 오바마식 대북 제재로는 폭주를 멈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4년부터 극비리에 수행해온 사이버전인 ‘발사의 왼편(Left of Launch)’ 전략은 효력이 있더라도 선제공격이나 다름없어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상대방이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 컴퓨터 해킹이나 전자기파(EMP) 등을 이용해 발사를 방해하는 방법인데 미국이 이 같은 ‘사이버 선제타격’을 전면 수용하게 되면 중국, 러시아 등 기타 핵보유국도 같은 전략을 모방할 가능성이 높고, 결국 서로 상대의 핵능력을 무력화하기 시작해 핵전쟁 위협이 오히려 높아진다는 분석이 있다. ‘중국 역할론’도 중국이 북한의 체제 붕괴로 이어질 수준까지 대북 제재를 밀어붙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계를 안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고 한다. 백악관은 그 대신 김정은 일가의 해외 자산 동결 등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 제재식 금융제재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북한 핵시설에 대한 선제 타격을 포함해 새로운 대북 정책을 구상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를 대북 옵션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원칙도 재고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로 전술핵 재배치를 추진하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후 중국의 대한(對韓) 보복 조치 등으로 요동치고 있는 한반도 주변 정세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백악관 국가안보팀이 지난달 28일 등 두 차례 북핵 관련 회의를 가졌으며 이 과정에서 한국에 전술핵(tactical nuclear weapons)을 재배치함으로써 ‘극적 경고(dramatic warning)’ 효과를 내는 방안도 거론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는 북한과의 군비 경쟁을 촉발하는 문제를 안고 있지만 선제 타격 가능성과 함께 현재 백악관에서 검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 위협을 그만큼 실질적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전임 정권과는 다른 수준의 대북 강경책을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그(김정은)가 한 일에 대해 매우 화가 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해 “미군의 핵우산(대륙간탄도미사일 등 전략핵무기)으로 충분하다”며 전술핵 재배치론을 일축했다. 미국은 1991년 11월 남북 비핵화 공동선언 후 지대지미사일 등 최대 950여 기로 추정되는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서 철수시켰다. NYT는 “중국이 반대하고 있지만 백악관 일부 참모들이 사드의 추가 배치를 한국에 요구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는 오바마 정부 때인 2014년부터 북한 미사일을 무력화하기 위해 수행해 온 사이버전인 ‘발사의 왼편(Left of Launch)’ 작전의 지속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직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도청을 지시했다고 돌연 주장해 미 정가에 파장이 일고 있다. 오바마는 대변인을 통해 “사찰을 지시한 적이 없다”고 즉각 반박했다. 트럼프 취임 두 달도 안 돼 전현직 대통령이 도청 공방을 벌이는 초유의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는 4일 자신 소유의 플로리다 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새벽부터 잇따라 4건의 트윗을 날리며 오바마의 도청 의혹을 제기했다. 트럼프는 “끔찍하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대선) 승리 직전 (내 선거 사무실이 있는) 트럼프타워에서 전화를 도청했다는 걸 방금 알았다. 이건 매카시즘!”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더니 얼마 후 “현직 대통령이 선거에 앞서 대선후보를 도청하는 것이 합법인가. 새로운 저급함(new low)”이라고 오바마를 힐난하더니 “오바마 전 대통령이 선거 직전인 지난해 10월 내 전화를 도청했다는 사실을 좋은 변호사가 제대로 입증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닉슨 전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아니냐. (오바마는) 나쁜(혹은 역겨운) 사람!”이라고 썼다. 트럼프는 오바마가 자신을 상대로 ‘제2의 워터게이트’를 자행했다고 주장하면서도 도청 의혹을 입증할 증거는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매카시즘’ ‘워터게이트’ ‘저급하다’ ‘역겨운 사람’ 등 막말 공격을 받은 오바마는 케빈 루이스 대변인을 통해 즉각 반박했다. 루이스 대변인은 성명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어떤 관리도 법무부의 수사에 관여하거나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어떤 미국인에 대한 사찰도 명령하지 않았다. 그와 다른 어떤 주장도 거짓”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의 핵심 측근인 벤 로즈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도 이날 트위터에서 트럼프를 겨냥해 “어떤 대통령도 도청을 명령할 수 없다. (트럼프) 당신과 같은 사람으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그러한 제약이 가해졌다”고 쏘아붙였다. 트럼프가 도청 의혹을 제기한 것은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에 이어 최측근인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이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의혹을 받는 상황에서 여론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물타기’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는 실제로 도청 의혹을 제기하는 도중 다른 트윗에서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대사를 암시하며 “세션스 장관이 만난 인물과 동일한 러시아 대사는 오바마 대통령 당시 백악관을 22차례 방문했으며, 지난해에만 4차례 백악관을 찾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는 이날 “‘물타기 대장(Deflector-in-chief)’이 또다시 그렇게 하고 있다. 독립적인 위원회의 조사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궁지에 몰린 트럼프가 러시아 내통 스캔들을 덮기 위해 ‘오바마 도청 지시설’을 퍼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의혹 제기에 미 언론은 벌집을 쑤신 듯 보도 경쟁에 나섰다. CNN 등 트럼프에 비판적인 매체들은 “트럼프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baseless) 오바마의 도청을 주장했다”고 전했다. 반면 폭스뉴스 등 트럼프에게 우호적인 매체는 “정말 뭐가 있는 것이냐”며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정계복귀설이 흘러나오는 오바마와 정보기관에 남아 있는 오바마 인맥을 견제하기 위한 정치적 노림수라는 관측도 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 중국 일본 3국을 순방한다. 외교 소식통은 5일 “17일을 전후해 이뤄질 틸러슨 장관의 한중일 방문이 곧 공식 발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취임 후 처음 한국과 일본을 방문했고, 다음 달에는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의 동북아 방문도 추진 중이다. 2월 이후 매달 미국의 최고위급 외교안보 책임자가 잇달아 동북아를 찾는 셈이다. 고위 외교 당국자는 “틸러슨 장관의 방한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반도에 정책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이번 방문에서 무역정책, 환율 문제와 함께 11월 베트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진행될 트럼프 대통령의 첫 아시아 순방도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틸러슨 장관의 방문 외교는 돌파구를 만들기보다 상황 관리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한중 간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과 관련해 외교 관계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4월 방미와 미중 정상회담 개최 전까지 사드를 수면 아래로 끌어내리는 게 미국의 계산”이라며 “틸러슨 장관도 사드를 부각하기보다 미중 현안을 논의하면서 자연스레 중국에 보복 자제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이 공개적으로 사드 배치를 반대한 만큼 중국이 태도를 갑자기 누그러뜨리기도 어려워 보인다. 다만 중국은 북한에 대해서는 도발 자제와 국제규범 준수 등을 주문하며 안정 유지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3일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어와 북한 비핵화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의 철저한 이행을 약속했다. 당시는 리길성 북한 외무성 부상이 중국 정부 초청으로 베이징(北京)에 머물고 있던 때여서 북한에 무언의 압력을 넣은 것으로 풀이된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 워싱턴=이승헌 / 도쿄=서영아 특파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 결정을 계기로 자국민의 한국행 여행길을 사실상 금지한 중국의 ‘관광 보복’에 대해 서울 주요 관광지 상인들은 “북한을 잡아야지, 왜 우릴 잡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 동대문 쇼핑센터에서 가방을 판매하는 조모 씨(48·여)는 3일 “사드 배치는 북한의 핵무기 위협을 어떻게든 막아 보자는 것 아니냐”며 “북한을 압박해야 할 중국이 도리어 관광 보복을 하다니, 우리를 너무 얕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잠실 지하상가에서 휴대전화 케이스를 판매하는 김재현 씨(59)도 “북한에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시국이 불안정한 우리나라를 압박하고 있다. 사드 배치는 안보와 직결된 문제인 만큼 중국에 끌려 다니지 말고 원칙을 지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 당국도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은 2일(현지 시간) 논평을 내고 “(중국의 보복 행위는) 비이성적이고 부적절하다(unreasonable and inappropriate)”라고 지적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도 3일 고위 당정회의에서 “(사드는) 자위적 방어 조치로 어떤 제3국도 지향하지 않는다”며 사드가 중국의 전략적 이해관계를 해친다는 베이징의 주장을 반박했다. 하지만 공산당 일당 독재 체제의 정치구조 특성상 최고 지도자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여러 차례 ‘불가’ 의견을 밝힌 상황에서 중국 당국이 물러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성균중국연구소장)는 “시 주석이 19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앞두고 권력을 강화하는 상황에 참모들이 합리적 건의를 통해 정책을 바꿀 공간이 매우 좁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의 측근들은 오히려 ‘시 주석의 체면을 훼손했다’며 충성 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황 권한대행은 3일 “중국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필요한 대책을 적시에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뚜렷한 대책은 없는 상태다. 한중 양자 구도로 문제를 풀 단계가 지난 만큼 미국을 통해 중국을 설득하거나 압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단비 kubee08@donga.com·우경임 기자·워싱턴=이승헌 특파원}
“중국이 여기서 멈춘다면 미국도 말로 그치겠지만 한국은 물론이고 주한미군 보호에 절대적인 사드 배치에 실질적 악영향을 미친다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미국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2일(현지 시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해 한국을 상대로 보복에 나선 중국에 대한 향후 미국 정부의 정책 기조를 이렇게 전망했다. 일단 중국 정부에 대해 “비이성적이고 부적절하다”고 ‘구두 경고’를 했지만 이를 듣지 않을 경우 행동으로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미 정부가 그동안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발에 “사드는 자위적 수단인데 중국은 미국의 설명 자체를 듣지 않는다”는 선에서 비판해 온 것과는 강도가 다르다. 현재 백악관과 국무부는 중국 정부가 언제, 어느 정도까지 보복 조치에 나설지를 평가하는 단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중국의 보복이 도를 넘을 경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겨냥해 꺼내들 수 있는 카드로 환율조작국 지정 압박, 관세 등 보호무역 조치, 국제사회에서의 대대적 비난전 등을 거론하고 있다. 4월 초 개최설이 나오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의 첫 정상회담에서는 사드 배치와 중국의 보복 문제가 주요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양제츠(楊潔지)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지난달 27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3월 전국인민대표회의(전국인대)가 끝난 후 가급적 조기에 정상회담을 하자”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2012년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국유화 과정에서 중국의 보복을 받은 일본의 대응 방법을 참고해 “중국이 강하게 나간다고 고개를 숙이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센카쿠 열도 국유화를 전격 선언한 일본은 자국 제품에 대해 중국이 불매운동을 벌이고 관광객을 통제해 큰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일본은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고, 양국은 2년여간 냉각기를 거친 뒤 정상들이 대화에 나섰다. 이후 중국의 제재 조치는 유야무야됐다. 일본 기업들은 또 대(對)중국 수출 의존도를 줄이고 중국 내 공장을 동남아 등지로 분산시키며 경제 체질을 개선해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다. 그러나 정부는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해 마땅한 대응 카드가 없어 고심 중이다. 정부는 최근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조치의 세계무역기구(WTO) 조항 위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지만 ‘(중국) 정부가 취한 명시적 조치’라는 점을 밝혀내기 어려워 제소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양국이 보복 조치를 ‘핑퐁’하면서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는 것도 ‘리더십 공백’ 상태에 있는 한국으로선 부담이다. 외교부는 3일 중국 정부의 한국 관광 금지 조치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관련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며 사실일 경우 인적 교류까지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불합리한 조치로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 우경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폭주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사진)의 정계 복귀 논의가 활발하다. 퇴임한 지 40여 일 지났지만 마땅한 구심점이 없는 민주당의 ‘구원 투수’로 거론되고 있는 것. 오바마도 퇴임 후 긴 휴가를 마친 뒤 서서히 정치 활동 재개를 모색하는 모양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7년간(2009∼2015년) 법무장관을 지낸 에릭 홀더 전 장관은 지난달 28일 기자들과 만나 “오바마가 올 것이며 그가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정치전문매체인 폴리티코가 전했다. 미 역사상 첫 흑인 법무장관인 홀더는 오바마와 컬럼비아대 동문으로 퇴임 후에도 절친한 사이로 지내고 있다. 홀더는 “오바마 전 대통령과 전국민주선거구개편위원회(NDRC)의 기금 모금 및 민주당 주 의원들과의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구체적으로 활동 상황까지 전했다. NDRC는 다음 선거구 조정이 예정된 2021년까지 유리한 선거구 지형을 만들기 위해 발족한 민주당 산하 조직으로 홀더가 의장을 맡고 있다. 오바마가 정계 복귀를 실행에 옮긴다면 NDRC를 돕는 활동으로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오바마는 퇴임 전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정치인을 양성하고 훈련시키고 싶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피력했다. 최근 재임 시절 백악관 출입기자들의 명단을 다시 모으는 등 정치 활동 재개를 위한 터 닦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지난달 25일엔 동아일보 등 기자들에게 보낸 e메일 성명에서 민주당전국위원회(DNC) 위원장으로 선출된 톰 페레즈를 축하하며 민주당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오바마는 “경제 성장, 일자리 창출, 스마트 외교, 시민들의 정치적 권리 신장 등 민주당의 가치와 업적을 계속 지켜나가고 확장해야 한다. 새로운 민주당은 이런 기치하에 다시 뭉칠 것이며 민주당의 새로운 리더십을 형성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가 정치를 재개하면 트럼프 대통령과의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취임 후 이어지고 있는 반(反)트럼프 시위의 배후와 관련해 “오바마 전 대통령이 뒤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