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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경기 파주시 무건리훈련장에서 진행된 한미 연합 기계화부대 전술훈련에서 K-1 전차가 기동하고 있다. K-1 전차를 보호하기 위해 전차 양쪽에서 연막탄을 터뜨렸다. 이번 훈련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앞두고 한국군이 지휘권을 행사한 첫 전술훈련으로 1군단 소속 2기갑여단과 미 2사단 예하 1여단이 참가했으며 10일까지 계속된다. 파주=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유럽연합(EU)의 북한 식량지원 평가단이 6일 방북했다. 외교 소식통은 6일 “EU 집행위원회 산하 인도지원사무국(ECHO) 소속 직원 5명이 17일까지 북한 내 병원과 보육원을 방문하고 북한 당국자, 주민과의 면담을 통해 식량지원이 절실한 상황인지 평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평가단은 두 팀으로 나눠 평양 이외의 지역들도 방문할 계획이며 북한에 상주하는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NGO) 관계자들과도 면담한다. 조사가 끝난 뒤 2, 3주 내에 식량지원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EU도 미국처럼 대북 식량지원을 검토하고 있다”며 “식량지원을 하더라도 6월 이후에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EU도 미국과 보조를 맞춰 단기간에 대규모로 지원하지 않고 군사적 전용을 막기 위해 쌀이 아닌 다른 품목을 지원할 가능성이 크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지난해 3월 31일 청와대의 한 핵심 참모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얘기를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밝힌 건 이례적이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그해 5월 3일에야 중국을 방문했다. 올해 5월 20일 김 위원장이 방중했을 때도 그날 오전 정부 고위 관계자는 “3남 김정은이 방중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이 ‘김정은 방중’이라고 보고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대북 정보력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남북 교류 확대에 따라 대인 정보수집 라인을 축소하고 대북 협상 인력을 늘리면서 휴민트(Humint·Human intelligence의 약자로 인적 정보를 뜻함) 능력이 크게 약화됐다. ‘공개적으로 남북 교류를 하는 상황에서 스파이를 가동하면 큰 문제가 생긴다’는 논리가 지배했다. 현 정부 들어 대북정책 기조가 바뀌면서 국정원은 휴민트 능력 강화에 비중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8월엔 김 위원장이 쓰러지고 한 달 뒤인 9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김 위원장이 양치질을 할 정도의 건강 상태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당시 정보 당국에서는 휴민트를 죽이는 일이라는 강한 불만이 터져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정보소식통은 “휴민트망의 구축은 짧게는 2, 3년, 길게는 5∼10년이 걸리는 일”이며 “현 정부에서도 북한 정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휴민트 회복 속도가 빠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보소식통은 “북한이 3대 권력세습을 앞두고 북한 내부에서 역동적으로 일어나는 권력투쟁의 움직임을 국정원이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면 붕괴할 것이라는 정부 일각의 관측도 사회주의 특유의 내구성을 과소평가한 결과이며 이 역시 정보력 부족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정보 당국자는 “북한 고위층 인사를 포섭해 신뢰할 만한 스파이, 정보원을 길러내야 고급정보 입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과학정보의 비중이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휴민트가 가장 결정적인 정보라는 것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서울 서초구 내곡동. 헌인릉 주차장을 지나 국가정보원 청사를 오른쪽으로 하고 200m가량 올라가면 보국탑(保國塔)이 보인다. 순직한 국정원 요원들의 위패가 있는 곳. 정남향 건물인 국정원 청사를 정면으로 향하는 지점이라 늘 그늘이 진다. ‘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지향한다’는 국정원 모토대로, 이들은 죽어서도 음지를 벗어나지 못하는 셈이다. 지난달 26일 오전 10시 10분경. 승용차 3대에 나눠 탄 노신사 6명이 이곳을 찾았다. 헌화 분향 묵념이 이어졌다. 대형 화환에는 ‘전직 대공수사요원 일동’이라고 쓰여 있었다. 일행은 탑 뒤의 위패봉안실에 들렀다. 북한공작원의 독침에 피살된 해외 지부장, 아프리카에서 풍토병에 걸려 쓰러진 서기관…. 명단의 마지막인 48번째 이름(정○○)을 보고 누군가 입을 열었다. “서른두 살에 세상을 떴지. 서른두 살. 우리 사무실 직원이었는데….” 》전직 대공수사요원 6명이 국정원 창설 50주년(10일)을 앞두고 한자리에 모였다. 4명은 대공수사국장, 2명은 대공수사단장을 지냈다. 면회실로 자리를 옮겨 대화를 나눌 때 이들은 서로를 ‘고문’ ‘회장’ ‘부회장’으로 불렀다. 물론 가명이다. 이들은 어떻게 대공수사의 길을 걷게 됐을까.“국가재건최고회의 간부요원 선발 공고를 봤다. 1961년 8월 5일인가. 국회사무처 직원인 줄 알았지. 와보니까 중앙정보부였다. 아무것도 모르고 공채 1기로 지원한 거지.”(김영훈 고문)“대학생 시절, 중정을 해체하라는 시위에 참여했다. 1969년 특별직 공고가 났는데 우리가 알던 정보부와 실제는 다르다며 선배가 권유했다. 은행에도 동시에 합격했지만 중정 인사계장이 못 가게 했다.”(박인호 회장)“당시 유행하던 007영화처럼 가방을 들어보고 총도 쏴보자는 생각에 들어왔다. 1974년이다. 장가갈 때 외무부 다닌다고 거짓말했다. 신혼여행 뒤 20일간 집에 못 들어가니까, 처가에서 나를 내사했다.”(장유진 부회장)김 고문은 대공수사가 예나 지금이나 3D업무라고 표현했다. 중정 창설 직후에는 남파간첩을 가둘 시설이 없어 수사관이 함께 먹고 자야 했다. ‘정보 파트는 양반, 수사 파트는 노가다’라는 말이 나왔다.참석자들에 따르면 대공수사국에는 고사를 지내는 전통이 내려왔다. 1년에 한 번, 모든 요원이 연병장에 모여 잘 익은 수박과 돼지 머리 앞에서 외쳤다. 김일성 타도! 간첩 필포(必捕)! 심일청 고문은 “국장 시절, 고사를 지낸 지 20일 만에 김일성이 죽었다. 만세를 불렀지만 한 달 뒤에 직위해제됐다”고 밝혔다. 무슨 사연이었을까.강성산 북한 총리의 사위인 강명도 씨가 귀순한 뒤 기자회견을 했다. 1994년 7월 27일이었다. 북한이 핵탄두 5개를 갖고 있다는 내용이 문제였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던 미국이 불만을 나타냈다.“기자회견의 모든 내용은 내부조율과 보고를 거쳤다. 처음에는 청와대도 잘했다고 격려금을 줬다. 그런데 다음 날인가, 누가 지시했냐고 감찰실이 조사에 들어갔다. 미국을 달래기 위해 내가 자리에서 물러나는 선에서 정리됐다. 죽은 김일성이 핵으로 나를 죽인 셈이지.”대공수사는 장기전이다. 첩보를 입수하면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한 달이 두 달이 되고, 1년이 2년이 된다. ‘(대공수사의) 사전’이라는 별명을 가진 한용무 고문은 남한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을 예로 들었다.“14대 총선(1992년)에서 민중당이 1석도 못 건졌다. 나는 창당 자금에 의문을 가졌다. 민중당 간부 한명 한명과 인간적으로 친해지며 첩보를 모았다. 황인오라는 인물이 500만 원을 지원했다는 말을 어느 출마자에게서 들었다. 황의 집에 북한 원전(原典)과 컴퓨터가 있다는 내용도 있었다. 6개월을 추적해서 잡았다.”안기부는 1992년 10월 민중당 공동대표인 김낙중 씨, 중부지역당 총책인 황인오 씨 등 62명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했다. 북한에서 밀파된 거물간첩 이선실의 지휘를 받아 남한에 노동당지부를 결성하고 지하활동을 벌인 혐의였다.이영민 부회장은 일심회 수사에 대해 언급했다. 재미교포인 장 마이클이 중국에서 북한공작원과 접선한 사실을 국정원이 확인한 뒤 2006년 10월∼2007년 2월 관련자 6명을 잇따라 구속했다.장 마이클은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하는 일심회를 결성했는데 386운동권 출신이 대거 연루됐다는 의혹이 나왔다. 수사를 확대하려 하자 여권에서 압력이 들어오기 시작했다.“격려와 칭찬은커녕 외부개입이 많았다. 당시 일을 다 얘기하기 어렵다. 업무상 지득한 일은 무덤까지 갖고 가겠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북한의 직파간첩인 정경학의 체포 사실도 발표하지 못하게 했다.”일심회 얘기가 나오자 이들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이 가장 어려웠던 시기라고 입을 모았다.“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를 받을 때 참담함을 느꼈다. 멸사봉공했는데 과거 상황은 생각 않고 지금 잣대로 독재정권에 일조했다니….”(이 부회장)“요원 중에 잘사는 사람이 없다. 옛날 일을 갖고 구상권을 행사한다고? 이건 나라가 우리를 버리는 거야.”(심 고문)“가슴에 응어리가 진다. 아버지가 고문이나 하는 사람으로 애들에게 비치지 않겠나. DJ 이후 공안부서는 좌천 또는 기피부서가 됐다.”(박 회장)박 회장의 말처럼 정보기관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고문이나 납치 같은 가혹행위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대공수사요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간첩은 잡히면 입을 열지 않으려 한다. 결국 ‘쫄’ 수밖에 없다. 한참 조사하다가 내일 오전 8시에 다시 보자? 이런 식으로 수사가 되겠나. 우리를 죽이러 온 놈들을 상대하면서 48시간 내에 영장을 받는 게 가능한가.”(김 고문)“유능한 수사관은 체벌하지 않는다. 주먹이 올라가는 일은 가끔 있었다.”(심 고문)절차 위반과 가혹행위가 불가피했다는 식의 설명에 박 회장은 조금 못마땅하다는 표정이었다.“후배들은 선배들 때문에 도매금으로 넘어간다. 이제는 규정을 지켜야 한다. 요즘은 중요한 용의자를 잡으면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고 이런 과정을 비디오 촬영팀이 기록한다.”한 고문은 인권의식이 강화되고 대북 경계심이 약해지는 상황에서 후배 요원들이 어렵게 일한다며 세 가지를 주문했다.“첫째, 애국심이다. 조국과 민족과 역사를 생각해야 한다. 양심에 어긋나지 않게. 둘째, 인내와 지구력이다. 대공사건은 집요함과 집념이 요구된다. 셋째, 직무지식 함양이다. 출근하면서 버스 안에서 북한 서열을 외우고 다니는 열정이 필요하다.”장 부회장은 북한의 대남 공작이 6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상황에서 대공수사요원이 국가의 보루라고 강조했다.“언제나 자긍심을 갖고, 누가 알아주든 안 알아주든 고독한 업무를 해야 한다. 언젠가는 우리를 인정해줄 것이다. 공과를 인정할 것이다.”송상근 기자 songmoon@donga.com }

추적추적 비가 내리던 지난달 31일 오후. 뉴스는 북한 해커가 유포한 것으로 보이는 악성프로그램이 일선 장교에게 e메일을 통해 확산됐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국가정보원 요원이 국가사이버안전센터(NCSC)로 기자를 안내했다. 국정원 직원들도 허가 없이는 출입이 금지된 보안구역이었다.정면의 가로 약 10m, 세로 3m의 반투명 벽에서 형광불빛만 새어 나왔다. 한 요원이 10여 분간 센터 현황을 설명했다. 현황 브리핑만으로 끝내려는 것이었다. 취재 전 센터 상황실을 취재하고 싶다고 수차례 요청한 터였다. 긴장감이 흘렀다. 보안 문제로 이견이 있는 듯 요원들이 귓속말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책임자가 지시했다. “관제시스템을 열어.”한 요원이 버튼을 눌렀다. 갑자기 반투명 벽의 하얀 불빛이 사라졌다. 유리벽 너머로 상황실이 한눈에 들어왔다. 국가사이버안전센터 상황실이 최초로 언론에 공개되는 순간이었다.상황실 정면에 한국 정부기관을 위협하는 국내외 사이버공격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초대형 화면이 있었다. 요원들은 자리를 지키며 컴퓨터 모니터와 초대형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요원들은 화면을 보안관제시스템이라고 불렀다.보안관제시스템은 전 세계 사이버공격 진원지의 인터넷주소(IP), 유형, 수, 경유지, 공격 대상 한국 정부기관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했다. 정보 탈취를 위한 최신 기법의 해킹부터 단순 해킹인 웜바이러스(컴퓨터 시스템을 파괴, 방해하는 악성프로그램)까지 한국 정부를 공격하는 모든 유형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3차원(3D) 화면으로 나타났다.화면 속 상황은 충격적이었다. 예상보다 공격 횟수가 훨씬 많았다. 오후 3시. 그 시간대에만 국내에서 12만2853건의 사이버 공격이 정부의 컴퓨터를 노렸다. 같은 시간 미국과 중국에서 각각 1만3619건, 1706건의 공격이 한국 정부 시스템망에 침투했다. 인근 국가, 유럽, 동남아, 중동 국가들의 공격을 모두 포함해 약 14만 건이 한국 정부를 공격했다. 한국 지도에는 서울, 대구, 대전을 비롯해 정부기관이 있는 지역 18곳에서 공격 위험을 알리는 신호가 깜박였다. 세계 지도에는 미국과 중국이 붉은색으로 표시됐다. 공격의 위험 수준이 가장 높다는 뜻이다. 미국에서 발생한 공격은 위험 정도는 덜하지만 양이 워낙 많았다. 중국에서 발생한 공격은 미국보다는 적지만 정부 PC의 자료 탈취를 노리는 해킹 공격이 대부분이다. ▼ “1초도 놓치지 마라”… 24시간 잠들지 않는 ‘사이버 전쟁터’ ▼센터는 위험도에 따라 정상(녹색)-관심(파란색)-주의(노란색)-경계(주황색)-심각(적색)으로 공격을 분류했다.공격 진원지에 북한은 표시돼 있지 않았다. 북한 해커는 대부분 중국의 IP를 이용하기 때문에 중국이 진원지로 표시된 IP 중 상당수가 북한의 공격 진원지로 파악된다. 그 시간에도 1000건이 넘는 북한 해커들의 공격이 침투를 시도하고 있다는 추정이 가능했다. 요원들은 얼핏 평범한 젊은이들처럼 보였지만 눈빛이 날카로웠다. 24시간 돌아가는 관제시스템 화면의 작은 정보 하나도, 1분 1초도 놓쳐선 안 된다고 했다. 그 작은 하나가 국가 인터넷 통신망을 마비시킨 2009년 7·7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같은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119전화처럼 사건 발생 사실을 신고 받는 게 아니기 때문에 공격이 일어난 그 시간에 공격정보를 눈으로 확인하지 못할 경우 치명적이라고 한 요원이 말했다. 날로 첨단화되는 사이버 공격의 패턴을 따라잡기 위해 요원들은 다른 요원과 교대한 시간에도 최신 공격 기법을 연구하고 실제로 유통되는지 확인한다고 했다. 위험한 공격이 발견되는 즉시 해당 정부기관에 알려 자료가 유출되기 전에 감염 컴퓨터를 차단하는 게 임무 성공의 관건이다. 감염 현장에 출동해 시스템을 복구하는 한편 해킹 근원지를 추적하고 원인을 규명하는 일까지 거의 실시간으로 이뤄진다고 했다.해킹 공격의 경유지로 사용되는 ‘좀비 PC’는 대부분 보안에 취약한 일반 컴퓨터다. 요원들은 국가안보를 위협한 공격일 때는 좀비 PC 사용자를 찾아 조사 협조를 요청한다. 국가안보와 관련됐더라도 민간 컴퓨터에 대한 조사 권한이 없어 “당신이 국정원 요원인지 어떻게 믿느냐”며 문전박대를 당할 때도 많다.7·7디도스 공격은 제대로 막지 못했다. 그게 약이 됐다. 올해 3·4디도스 공격은 하루 전인 3월 3일에 감지했다. 공격 정도는 7·7공격 때와 비슷했지만 정부 시스템의 피해가 거의 없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몇 차례 부탁한 끝에 9년차 중견 요원 이모 씨(35)가 긴박했던 당시 센터 상황을 전했다.3일 새벽, 청와대와 국방부 시스템에 원인 모르게 트래픽(정보전송량)이 과도하게 유입되는 상황이 관제시스템 화면에 포착됐다. 그날 오전, 공격에 사용된 악성코드를 당장 확보하라는 지시가 현장 조사반에 내려졌다. 그날 오후, 공격 진원지에서 악성코드를 확보했다. 몇 시간 뒤 7·7공격 때처럼 개인 간 파일공유(P2P) 사이트를 통해 악성코드가 유포된 사실이 확인됐다. 요원들은 공격 목표가 된 정부기관에 이 사실을 알렸다. 그날 저녁, 관제시스템 화면에 또 다른 대규모 공격 징후가 나타났다. 디도스 공격용 악성코드가 다른 P2P 사이트에서 다시 유포되고 있었다. 이번엔 육군본부와 공군본부도 공격 목표가 됐다. 그날 밤, 공격 지령을 받은 국내 좀비 PC들이 청와대와 행정안전부를 공격했다. 요원들은 긴급 문자를 기관에 보내 공격자 IP 차단을 지시했다. 센터의 분석 결과를 토대로 안철수연구소를 비롯한 백신업체에서 백신 개발을 완료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4일 새벽, 분석팀이 변종 악성코드를 분석한 결과를 브리핑했다. 본격적인 디도스 공격이 4일 2차례로 예정돼 있음이 확인됐다. 공격 대상은 청와대와 국민은행 등이었다. 감염 이후 7일이 지나면 해당 PC의 하드디스크가 자동 파괴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요원들은 그날 아침 국내외 언론을 검토했다. 한 관계자는 “백신이 완성된 뒤 보도돼야 혼란이 덜하다”고 말했다. 다행히 별다른 내용이 보도되지 않았다. 요원들은 변종 악성코드의 분석 정보를 백신업체로 보냈다. 그날 오전 정부기관 회의가 소집돼 3·4 디도스 대란을 막기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사이버위기경보단계가 ‘정상’에서 ‘주의’로 격상됐다. 그날 오후, 요원들의 분석대로 관제시스템에 대규모 공격이 시작됐다는 경고가 울렸지만 유비무환(有備無患)이었다.요원들은 테러리스트들이 국가 기반 통신망을 장악하는 내용의 할리우드 영화 ‘다이하드 4.0’(2007년)이 영화 속 일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한 요원은 “국가사이버안전센터는 ‘보이지 않는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외교통상부는 5일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10일 한국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폭로성 남북 비밀접촉 공개로 남북관계가 극도로 경색된 상황에서 방한하는 캠벨 차관보는 한국 정부 당국자들과 만나 남북 대화와 비핵화 프로세스 등 한반도 정세에 대해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캠벨 차관보는 방한에 앞서 중국을 방문해 지난달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북-중 정상회담 결과를 듣고 향후 대응 방안을 협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소식통은 “캠벨 차관보의 방중 주요 이슈는 올해 1월 미중 정상회담 후속 조치를 협의하는 것이지만 북-중 정상회담 결과를 듣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조만간 중국을 방문해 북한의 남북 비밀접촉 공개 이후의 대응책을 논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북한의 비밀접촉 폭로가 6자회담 참가국 간에 공감대가 형성된 ‘남북대화 우선’ 원칙에 균열을 내 국면을 전환하려는 의도로 보고 그 대응책을 논의하는 한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이 끝난 직후 북한이 이런 ‘돌발행위’를 보인 배경에 대해서도 탐문할 것으로 예상된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이른바 ‘상하이 스캔들’에 연루된 외교관들에 대한 징계가 솜방망이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 신학용 의원이 3일 외교통상부로부터 받은 ‘주상하이 총영사관 합동조사 관련 징계 결과’ 자료에 따르면 이 사건에 연루된 공무원 11명 가운데 실제 징계가 이뤄진 것은 2명이었다. 김정기 전 총영사는 해임됐고 P 전 영사는 감봉 3개월 처분을 받았다. 신 의원에 따르면 해임의 경우 공무원연금법 시행령상 퇴직금 지급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김 전 총영사는 퇴직금을 전액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9명은 불문(경고) 처분을 받았다. 불문은 해당 사실이 1년 동안만 인사기록에 남는 처분으로 법률상 징계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 11명 중 김 전 총영사를 비롯해 5명이 행정안전부 중앙징계위원회에 회부됐고 나머지 6명은 외교부 자체 외무공무원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외교부 징계위에 회부된 6명 전원이 불문 처분을 받은 것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외교부 자체 징계위에 회부된 외교관들은 ‘상하이 스캔들’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고 공관 운영 내부지침 등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국무총리실 합동조사단이 징계를 요청한 사안”이라며 “그러나 보안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를 사용하지 않은 등 사소한 보안규정 위반만으로 합당한 사유 없이 징계를 내릴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 의원은 “대한민국 외교부에 먹칠을 하고 국제적 망신을 초래한 사건에 대해 징계도 아닌 징계로 어물쩍 넘어간 것은 명백한 솜방망이”라고 지적했다. 행안부 중앙징계위에 회부된 5명 가운데 김 전 총영사와 P 전 영사를 제외한 부총영사와 영사 2명에 대해서도 불문 처분이 나온 것은 총리실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이들의 혐의 사실을 입증하기에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A 부총영사의 경우 관리감독 태만으로 중징계를 요구했으나 ‘상하이 스캔들’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중국 여성 덩신밍(鄧新明) 씨와의 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 B 영사는 합조단이 내부자료를 유출한 혐의를 적용했으나 직접적인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중앙징계위가 판단했다. 관세청 출신 C 영사는 현지 주재 상사원과 골프를 쳤다는 혐의가 적용됐으나 그가 골프를 친 것이 한 번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불문 조치를 받았다.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사진)는 2일(현지 시간) “한국은 우리가 식량지원을 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지만 한국 내 비정부기구(NGO)의 식량지원은 허용하고 있다”며 식량지원을 둘러싸고 한미 양국간에 견해차가 있음을 시사했다.킹 특사가 이날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긴밀한 동맹국인 한국이 미국과의 협의에서 (식량 지원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고 말했다. 킹 특사는 또 “우리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와 많은 이슈에 대해 동의하지만 일부 문제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킹 특사의 발언은 미국이 대북 식량지원을 계획하고 있으며 한국이 이에 반대했음을 드러낸 것이다. 킹 특사는 최근 한반도 전문가들을 만나서도 “한미가 모든 이슈에 같은 목소리를 낼 수는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전폭적 지지를 바탕으로 형성된 한미 간 대북정책 공조에 ‘전술적 이견’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특히 킹 특사는 이날 청문회에서 대북 식량지원의 원칙을 공개했다. △지원식량이 군으로 전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쌀은 주지 않을 것이고 △한번에 대규모의 물량을 지원하지 않고 아주 느린 속도로 제공하며 △한국어 구사가 가능한 요원들을 현장에 배치해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밝혔다.킹 특사는 지원 식량이 북한군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을 묻는 질문에 “지원할 식량이 군부나 엘리트들이 원하지 않는 것이 될 것”이라며 “쌀을 제공하는 대신 영양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추면서 군대로 전용이 어려운 식량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식량지원을 할 경우엔 한번에 많은 물량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며 지원 식량이 배분되는 장소에 한국어 구사가 가능한 모니터링 요원을 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킹 특사는 이어 “최근 방북 과정에서 발견한 사실을 검토하고 있으며 파트너 국가 및 공여국들과 함께 대북 식량지원 문제를 긴밀하게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은 3일 6자회담 관계자를 인용해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지난달 말 킹 특사를 만났을 때 군 전용을 막는 감시태세를 갖추라는 미국의 요구 조건을 모두 받아들였다”고 보도했다.한편 킹 특사는 “방북 때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과 약 20분간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논의했다”며 “북한은 인권에 대해 대화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고 김 부상은 인권문제 논의를 위해 나를 다시 평양에 초청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북한이 1일 남북 비밀접촉을 전격 공개한 데 대해 정부가 “북측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해명했지만 여진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비밀접촉과 북한의 폭로에는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중국 등 주변국과의 역학관계가 작용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의 대북 영향력 한계 입증?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중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지 며칠 되지 않은 시점에 북한의 파격적인 폭로가 나왔다는 점에서 중국의 대북 관리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한반도의 현상유지를 해치는 북한의 예측 불가능한 행위를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해 북-중 정상회담을 활용해 왔다. 특히 지난해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양국 간 ‘소통’을 강조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북-중 정상회담에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김 위원장에게 ‘중대한 문제에 대한 소통을 강화하자’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예기치 않은 도발로 중국을 놀라게 하지 말라는 의미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그러나 북한은 며칠 만에 남북대화를 거부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북한이 중국에 미리 설명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북한을 관리하려는 중국의 구상이 실패했다는 얘기로 풀이된다.○ 왜 말레이시아 추가협상 제안? 북한은 “남측이 말레이시아에서 다시 만나 이(천안함 연평도) 문제를 결속하자(결론짓자). 그리고 정상회담 개최를 빨리 추진시키자고 했다”고 주장했다. 사실이라면 남측은 북한이 중국보다 말레이시아를 비밀접촉 장소로 선호할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 소식통은 “과거에도 북한이 비밀을 유지하려 할 때엔 중국에서 만나는 것을 꺼리곤 했다”며 “중국에 도착하는 순간 북한 관계자의 일거수일투족이 중국 당국에 알려지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중국 경계심을 감안해 말레이시아를 제안했다는 설명이다. 과거엔 주로 싱가포르가 남북 비밀접촉의 장소로 이용됐다. 2000년 제1차 정상회담을 위한 박지원 전 문화부 장관과 송호경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의 첫 비밀접촉이 이곳에서 이뤄졌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노동부 장관을 맡았던 2009년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을 만나 정상회담 협의를 한 곳도 싱가포르였다.○ 한국, 미국과 비밀접촉 사전협의?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올해 초부터 한국이 남북 정상회담을 깜짝 발표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해 왔다. 그러나 정부 소식통은 2일 “한국과 미국은 남북대화 추진에 대해 긴밀히 협의해 왔고 이번 일도 미국이 놀랄 일이 아니다”라며 “한미는 남측의 대화 노력에 북측이 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비밀접촉에 대해 한미 간 사전 협의가 있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다른 외교 소식통도 “미국 행정부 관료들이 한국 정부로부터 남북 접촉 사실을 들어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비밀접촉 폭로 이후 한반도 문제에 대한 미국 정부의 개입 정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미국과 중국에 ‘우리는 할 만큼 했으니 이제 북-미 직접 대화를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측면도 있다고 볼 수 있어 미국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1일 남북 간 비밀접촉 공개에 대해 정부는 “우리의 진의를 왜곡한 일방적 주장”이라며 구체적인 사실에 대한 확인은 거부했다. 비록 북한의 일방적 주장이지만 통일부의 설명과 그동안의 정황을 볼 때 비밀접촉 사실은 확인된 셈이다. 조선중앙통신은 “(남측이) 4월부터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에 대해 더 거론하지 않겠으니 정상회담을 위한 비밀접촉을 열자”고 요청해 왔다고 주장했다. 북측도 4월 말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과 언제든지 만나 모든 주제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을 전해 왔다. 정부 소식통은 “비밀접촉 제의 자체는 북한이 먼저 했다”고 말했다.첫 비밀접촉은 5월 9일 북한 개성에서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 정부 들어 물밑접촉 장소로 자주 활용된 곳이다. 북측은 이 접촉에서 대화가 잘 이뤄지지 않은 정황을 설명하며 “당장 서울로 돌아가라”고 했다고 밝혔다.9일은 이명박 대통령이 독일 베를린에서 북한의 핵 포기를 전제로 내년 3월 서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초청할 의사가 있음을 밝힌 날이다. 이 대통령이 이런 뜻을 밝힌 시간은 한국 시간으로는 9일 밤늦은 때였다. 남측은 사전에 이런 의사를 설명하기 위해 이 대통령의 선언을 몇 시간 앞두고 급히 북한을 찾았을 것으로 보인다. 북측 지역 방문자는 김천식 통일부 통일정책실장과 홍창화 국가정보원 국장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중앙통신이 비밀접촉 당사자로 거론한 김 실장과 홍 국장, 김태효 대통령대외전략비서관 가운데 김 비서관은 그 시간 이 대통령을 수행해 베를린에 있었다. 북측의 카운터파트는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장 라인의 원동연 통전부 부부장일 가능성이 높지만 국방위원회 인사가 나섰을 수도 있다.이 접촉에서 남측 당국자는 “천안함, 연평도 문제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한다면 정상회담이 가능하다”는 뜻을 전달했을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비밀접촉에서 천안함, 연평도 문제에 대한 시인과 사과, 재발방지가 있어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뜻을 일관되게 전했다”고 밝혔다. 반면 조선중앙통신은 남측이 “천안함, 연평도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지혜롭게 넘어야 할 산’이라며 ‘북한에서 볼 때는 사과가 아니라도 남측에서 볼 때는 사과처럼 보이는 절충안’을 만들자”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정상회담을 위해 남측이 제시한 조건의 수위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접촉에서 ‘명확한 사과’를 고집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정부는 이미 북한의 ‘사과’ 대신 ‘책임 있는 조치’를 강조해 왔다.원세훈 국가정보원장도 4월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한의 직접 사과가 아닌 다른 방법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수준에서 모색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그러나 이 접촉에서 북한은 “사과할 수 없다. 사과를 전제로 정상회담을 논의할 수 없다”고 버티면서 1차 접촉은 결렬됐다. ‘베를린 제안’ 이틀 뒤인 11일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은 이 대통령의 베를린 제안을 ‘도발적 망발’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꼭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측이 ‘베를린 제안’ 전에 북측에 정상회담을 제안한 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이어 지난달 14일경 남측은 중국 베이징에서 북측과 비밀접촉을 갖고 천안함, 연평도 문제 해결 이후 가능한 정상회담의 구체적 시나리오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청와대는 지난달 18일 “이 대통령의 ‘베를린 제안’이 북한에 전달됐다”고 확인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남측이 이 접촉에서 3차례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주장했다.이 무렵 베이징에서 김천식 실장이 북측과 접촉했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 접촉에는 김태효 비서관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 김 비서관은 이 대통령의 유럽 순방 일정 가운데 첫 방문지인 독일까지만 수행하고 이 대통령이 11일 덴마크를 방문하기 전 귀국했기 때문이다.조선중앙통신은 “남측이 ‘최소한 두 사건에 대해 유감이라도 표시해 달라. 말레이시아에서 만나 논의하자. 정상회담 개최를 빨리 추진하자’고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남측은 이 접촉에서 천안함, 연평도 문제에 대한 북한의 조치를 ‘유감 표명’ 수준까지 낮춘 것으로 보인다. 이 접촉 이후 정부는 북한의 반응을 기다렸다. 정부 당국자들은 조평통의 비난에 대해 “이 대통령의 초청 자체를 거부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북한이 정상회담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지난달 30일 북한 국방위원회가 돌연 한국 정부와 “더는 상종하지 않을 것이며 거족적인 전면공세에 나설 것”이라고 밝히고 나서야 정부는 남북간 비밀접촉이 결렬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5월 하순 장관급회담→6월 하순 판문점에서 정상회담→8월 하순 평양에서 정상회담→내년 3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정상회담. 정부는 이 같은 정상회담 수순을 부인했지만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는 올해 2차례 남북 정상회담을 열어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에 대한 북한의 조치를 전제로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북한 핵문제까지 해결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남측이 제의한 정상회담에 비핵화 회담이 포함되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정상회담의 성격상 비핵화 문제가 당연히 포함될 것이기 때문이다.그동안 정부는 남북대화에서 비핵화를 논의하는 남북 비핵화 회담과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군사회담을 ‘투 트랙’으로 진행할 것인지, 함께 논의할 것인지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취해 왔다.이런 정부의 ‘전략적 모호성’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지 않는 한 북한이 두 현안에 대해 남북대화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었다. 북한이 핵 문제를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에 의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는 만큼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미끼를 던져야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본 것이다.실제로 정부 당국자들은 4월부터 “남북 비핵화 회담을 북핵 6자회담의 틀 안에서만 보려는 것은 달갑지 않다”고 강조해왔다. 남북 비핵화 회담이 6자회담 수석대표 간 회담 형식이 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던 것이다.또 당국자들은 ‘남북대화 우선’ 전략에 북한이 호응해 오지 않은 채 시간이 흘러가면 6자회담의 조속한 개최 주장이 관련 국가들 사이에 설득력을 갖게 돼 한국이 불리한 상황에 몰릴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쓸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국의 대북정책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왔지만 최근 대북 식량지원 문제로 한미 간에 ‘전술적 이견’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과도 무관치 않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내에서도 북한이 도발하지 않도록 관리하기 위해서는 대화와 접촉의 끈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이에 따라 정부는 천안함·연평도 사건과 비핵화 합의를 비교적 단기간에 이뤄낼 수 있는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이 1993년경 시작됐다고 파악한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그동안 1996년경으로 추정된 북한의 UEP 개발 시작 시점보다 3년 더 거슬러 올라간 것이다. 대북제재위가 17일 안보리 전체회의에 보고하려 했으나 중국의 반대로 공개가 무산된 전문가패널 보고서는 북한의 UEP 개발 시작 시기를 1993년 또는 1994년으로 추정했다. 그 근거로 북한 기술자들이 이 시기에 파키스탄의 핵 과학자 압둘 카디르 칸 박사의 연구소에서 UEP에 필요한 원심분리기에 관한 교육을 받았다는 점을 들었다. 이 보고서는 “북한이 당시 (파키스탄과) 노동미사일을 거래하기 위한 협상을 시도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칸 박사에게 탄도미사일을 제공하고 원심분리기 시동 장치 세트와 테스트용 원심분리기 부품 등을 제공받으려 했다는 것이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북한 국방위원회가 30일 돌연 한국 정부와 “더 이상 상종하지 않을 것이며 거족적인 전면공세에 나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방위는 동해 군 통신선을 차단하고 금강산관광지구의 통신연락소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국방위는 대변인 성명에서 “이명박 패당의 반공화국 대결책동에 종지부를 찍기 위한 거족적인 전면공세에 진입할 것”이라며 “반공화국 심리전에 대해서는 임의의 시각에 임의의 대상을 목표로 불의적인 물리적 대응을 따라세우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성명은 또 “핵 포기와 당치 않은 ‘사과’에 대해 줴치면서(지껄이면서) ‘베를린 제안’의 그 무슨 ‘진의’에 대해 주제넘게 떠들고 있다”며 “날조된 사건과 정정당당한 우리의 자위적 조치를 걸고 북남관계를 수습할 수 없는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태도 변화는 최근 인천과 경기 양주의 예비군훈련장에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의 사진을 표적으로 사격훈련을 했다는 남측 언론 보도에 따른 신경질적 반응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이후 일부 군부대에선 장병들의 대적관을 확립하고 북한군에 대한 적개심 고취를 위해 김 위원장 등 북한 수뇌의 사진이 실린 사격 표적지를 사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김정일 일가에 대한 비판을 체제에 도전하는 모욕으로 여긴다. 이에 김정일이 위원장인 국방위가 성명을 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북한 성명은 “호전광들이 5월 23일부터 경기도 양주, 인천시의 화약내 풍기는 사격장에 숱한 괴뢰군을 내몰아 총포탄을 마구 쏘아대는 광기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올해 초부터 펼쳐 온 대남 유화공세의 효과가 없다고 판단해 압박공세로 전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지난달 방북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통해 남북 정상회담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대화 공세를 펴왔다. 이날 성명은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 대해 사과하라는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특히 정부는 김 위원장이 중국을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강경한 태도로 돌변한 배경을 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김 위원장에게 북핵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남북대화를 수용할 것을 촉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결국 북한은 한중이 요구하는 ‘남북대화 우선’ 원칙에 순순히 응할 수 없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북한의 조치는 실효성이 없다고 밝혔다. 한 당국자는 “동해 군 통신선은 지난해 말부터 연결이 잘 안 돼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금강산지구 통행 통보도 서해 군 통신선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군 당국은 북한이 ‘대북 심리전에 대한 물리적 대응’을 위협한 만큼 전단(삐라) 살포지역에 조준사격을 가할 수 있다고 보고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다음 달 서울에서 열리는 ‘해적 자금 차단 특별회의’에서 소말리아 해적 배후세력의 금융제재와 체포를 위한 사상 첫 국제규범이 만들어질 것으로 알려졌다.29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다음 달 29일 한국이 소말리아 해적을 퇴치하기 위한 국제회의기구인 해적 퇴치 연락그룹(CGPCS) 회의의 해적 자금 차단 특별회의를 개최한다. 국제사회가 본격적인 해적 자금 차단에 나서는 사실상 첫 회의의 의장국을 한국이 맡아 해적 퇴치의 국제규칙을 세우는 ‘룰 세터(rule setter)’로서 의제를 주도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이번 회의에서는 △선박 정보를 소말리아 해적에게 제공하고 석방 협상금을 챙기는 배후세력에 대해 미국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아랍에미리트 등 60개 참가국이 확보한 정보를 공유해 일종의 제재 용의자 리스트를 만들고 △의심되는 인물들의 자금 유통이 국가 간에 이뤄졌을 경우 계좌추적을 위한 금융정보를 각국이 공유해 거래 사실을 해당 국가에 통보한 뒤 △각국 수사기관이 용의자를 추적해 체포하고 계좌를 동결하는 내용의 국제제재 규범에 대한 합의를 도출할 예정이다.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는 이런 수사와 추적 정보를 공유하고 지원하는 일종의 사무국 역할을 하게 된다.제재 리스트를 만들어 해당 계좌를 동결하는 대북 금융제재의 방식을 빌려 기업화된 해적 배후세력을 체포하고 자금을 동결함으로써 해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이 규범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처럼 구속력 있는 제재는 아니지만 곧바로 각국에 신사협정 방식의 금융제재로 적용된다. 정부 관계자는 “불법으로 의심되는 거래의 제재에 협조하지 않으면 국가신용등급 등에 불이익을 주는 자금세탁방지국제기구(FATF)를 근거로 각국의 금융제재 참가를 강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에서 도출된 규범은 CGPCS 총회와 유엔 안보리에도 보고된다.한국은 해적 출몰지역을 지나는 전 세계 선박의 20%, 물동량의 29%를 차지하고 있어 해적문제 해결이 시급한 상황이다. 최근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한 소말리아 해적 4명에 대한 재판에서 검찰은 ‘피터’라는 이름의 영국인 보험업자(41)가 삼호주얼리호와 삼호드림호의 석방 협상 때 선사에 접근해 왔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국제사회는 영국과 두바이에 소말리아인 출신의 해적 배후가 집중돼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소말리아 해적에게 선박 정보를 제공하고 납치를 상의하는 국제해상보험업자, 선박중개업자, 보험 브로커들이 영국 런던에 모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제1차 해적 자금 차단 특별회의는 3월 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려 각국의 해적 대처와 배후 의심세력의 자금 유통 현황을 공유했다. 글로벌 금융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은 해적 자금 차단에 매우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고엽제 매립 의혹 파문 이후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도 “개정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SOFA의 실제 개정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27일 “SOFA 개정 요구라는 큰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이를 외면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도 현명하지 않지만 무조건 개정하겠다고 하는 것도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냉철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① “한미동맹을 그만둔다면 몰라도…” 2001년 개정된 SOFA에 명시된 환경 규정은 미군기지에서 오염사고가 발생하면 한미가 절차를 거쳐 공동조사와 오염치유계획을 협의하도록 했다. 그러나 공동조사는 미국이 받아들일 경우에만 가능하다. 오염치유와 손해배상 절차와 의무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못했다. 정부 당국자는 “모호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미 협의에 따라 조사와 오염치유가 가능하다”며 “여기서 관련 규정을 더 강화하면 정부가 주한미군과의 협의 없이 조사 등을 진행할 수 있게 절차를 명시하자는 것인데, 한미동맹을 그만둔다면 몰라도 미국이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② “관례화가 상세 명문화보다 더 효과” 그렇더라도 현행 규정의 모호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에 정부 당국자는 “모든 것을 상세하게 명문화하는 것이 실효성이 있을지, 아니면 한미 협의에 따른 관례를 쌓아가며 명시적 규정 이상의 효과를 발휘하도록 하는 게 좋을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SOFA에 규정된 ‘주한미군에 의해 야기되는 인간 건강에 대한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이 모호하다고 해서 특정 토지면적의 다이옥신, 비소 비율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오히려 현재 주한미군이 환경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한국 정부가 제시한 위험 기준을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이런 관례의 불문율을 쌓아가는 것이 규정을 일일이 명문화하는 것보다 효과가 크다고 정부 당국자는 설명했다.③ “다른 나라 SOFA와 균형도 고려해야” 정부 당국자는 “전 세계 미군 주둔지 중 환경 관련 규정은 한국에서만 현 수준으로 도입하고 있다”며 “독일 일본 이라크에는 이런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만 또다시 개정할 경우 미국으로서는 다른 미군 주둔 국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1960년대 미일 SOFA가 발효된 이후 한 차례도 개정된 적이 없어 한미 SOFA를 벤치마킹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독일도 기본적으로 미군이 비용을 부담해 환경오염을 치유하는 개념이 없다”고 말했다. 독일 내 미군기지를 반환할 때 독일 정부가 기지 가치에 해당하는 돈을 미군에 주게 돼 있고, 이 과정에서 기지 내 환경오염이 확인되면 독일 정부가 미군에게 줄 돈에서 치유 비용을 제하고 나머지를 준다는 설명이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주북한 네덜란드 대사를 겸하고 있는 파울 멘크펠트 주한 네덜란드 대사는 27일 “북한을 방문했을 때 머문 호텔에 여러 대의 (고급) 렉서스 자동차가 와서 (타고 온) 사람들이 스파(온천욕)를 하러 갔다.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고 말했다. 멘크펠트 대사는 한국외교협회가 한국과 북한 주재 대사를 겸하고 있는 그리스 멕시코 터키 등의 남북 겸임대사 8명을 초청한 자리에서 “원산을 방문하는 길은 평양과 달리 비탈졌고 터널은 오염돼 있었다. 보잘것없는 들판에서 많은 사람이 일하고 있었다. 떨어진 쌀(낟알)을 주우러 나온 군인과 노인, 아이들을 봤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 두 가지 사례를 언급하며 “식량 지원에 우선순위의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두산 벨라 슬로바키아 대사는 “북한 사람들이 유럽 등 외부 세계에 대해 매우 왜곡된 정보를 갖고 있었다. 정보는 핵보다 훨씬 강력하다. 한국 정부는 정보를 (북한에) 퍼뜨려야 한다”고 말했다. 벨라 대사는 “북한 사람들과 주체사상에 대한 논쟁을 하며 ‘외부 세계는 다르다. 정반대의 원칙인 상호협력, 열린사회, 열린경제에 기초해 움직인다’고 말했더니 놀란 듯했다. 정보가 얼마나 부족한지 보여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 사람들에게 ‘유럽에서 수입하는 자동차의 절반 가격으로 한국에서 차를 수입할 수 있다’고 말해줬지만 그런 정보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었다”고도 했다.미클로시 렌젤 헝가리 대사는 “1980년대 북한에서 4년을 지낸 뒤 2009년에 북한을 다시 방문했을 때 20년간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걸 보고 낙담했다. 그 뒤로 내 일이니 북한에 가야 하지만 다시는 북한에 가고 싶지 않았다. 진심으로 북한 사회의 구체적인 변화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25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과거 중국이 주장했던 ‘북핵 6자회담의 조기 재개’를 언급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6자회담의 조기 재개를 주장한다”고 말했으나 후 주석은 “(6자회담) 관련국들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비핵화의 기치를 들고 냉정과 절제를 유지하며 서로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만 말했다. 최근 중국이 남북대화를 시작으로 북-미 대화와 6자회담으로 이어지는 한국의 ‘3단계 프로세스’에 동의한 것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당국자들은 지난달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방한해 이 같은 회담 수순에 합의한 뒤 “앞으로 중국이 6자회담의 무조건 조기 재개 같은 얘기는 꺼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왔다. 정부 당국자는 27일 “후 주석이 6자회담 조기 개최 얘기를 꺼내지 않은 점은 긍정적”이라며 “북-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북한 쪽으로 완전히 기울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정부는 중국으로부터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사후 설명(디브리핑)을 들었으나 중국 신화통신의 보도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으론 내심 6자회담의 조기 재개를 원하는 중국이 김 위원장의 주장 형식을 빌렸을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이 적극적으로 6자회담의 조기 개최를 주장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북-중 친선우의와 경제시찰을 길게 전한 뒤 “6자회담 재개 등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추구…” 정도로 6자회담 문제를 단 두 문장으로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우리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줄곧 ‘성의’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 부분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는 관측이 정부 안팎에서 나온다. 후 주석이 6자회담 재개 여건을 만들기 위한 남북대화의 필요성을 김 위원장에게 전한 데 대한 답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이 전한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추구하며 장애적 요소들을 제거하는 것’이라는 대목은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신화통신과 조선중앙통신은 경제협력에 대한 북-중 양국의 시각차를 드러냈다. 신화통신은 경제협력이 ‘민생을 위한 것’이며 ‘국민을 행복하게 하길 희망한다’는 취지의 말을 반복해 전했지만 조선중앙통신에는 이런 표현이 없었다. 중국이 경제협력을 위해 중국을 초청했다고 밝혔지만 정작 북-중 정상회담에서 북측 배석자들 중에는 경제통도 눈에 띄지 않았다. 오히려 북핵문제를 총괄했던 강석주 부총리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참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결과적으로 북-중 간 전략적 이해의 불일치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많다. 북한은 이를 축소하고 ‘우의’를 강조하기 위해 김 위원장이 가는 곳마다 중국의 고위급 인사가 동행하는 등 극진히 환대받았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북-중 우호협력이 ‘대를 이어 계승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중국과의 불협화음이 대내적으로 알려지는 것은 북한 체제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북-중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남북 비핵화 회담에 명쾌한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당분간 미국 식량평가단의 행보와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 움직임을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7일 미국 국적의 전용수 목사를 석방했지만 이는 김 위원장 방중 결과라기보다는 식량평가단을 이끌고 방북한 로버트 킹 미국 북한인권특사에 대한 기대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북-중이 정상회담에서 서로의 기대에 부합하는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한 만큼 남북관계는 현재의 경색 구도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양국이 정상회담 결과 보도에 나오지 않는 모종의 합의를 했을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겉으로는 의견차가 더욱 두드러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27일“(미국이 대북 식량지원은) 미국의 식량조사단이 북한에서 돌아온 뒤 한국 정부와 협의해 결정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그렇게 믿는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날 한미클럽 간담회에 참석해 “정부는 대규모 식량지원은 인도적 지원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이 대북 식량지원을 하겠지만 대규모 지원은 하지 않도록 한미 양국이 협의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김 장관은 “다른 나라들에서 핵이나 미사일을 개발하는 비용을 추정하면 대개 4억∼5억 달러로 추산되는데, 북한이 2억∼3억 달러를 쓰면 국제적 지원을 받지 않고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북-중 경제협력에 대해 “중국이 동해로 물자를 수송하기 위해 나진항에 투자를 할 수도 있지 않나 생각한다. 중국의 동북 3성 발전과 관련해 북한에 대한 투자가 조금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중앙정부의 북한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 산업면에서 북한에 투자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 장관은 “중국이 이번(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에는 김 위원장이 도착하기 전에 (주중) 한국대사관에 알려줬다”며 “지난해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을 겪은 이후 중국이 한국과의 관계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필리핀에서 유학 중이던 한국인 여대생이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돼 현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27일 “필리핀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김모 씨(23)가 24일 마닐라 시의 한 호텔에서 몸 여러 곳에 총상을 입고 숨져 있는 것을 호텔 직원이 발견했다”고 밝혔다. 김 씨 옆에는 필리핀인 남학생이 역시 총상을 입은 채 숨져 있었다. 이 남학생은 김 씨의 남자친구로 알려졌다. 호텔 직원은 이들이 체크아웃 시간이 지나도 방에서 나오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방문을 열고 들어가 사망 사실을 확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주필리핀 대사관이 사건 발생 직후 현지 경찰에 신속한 수사를 요청했으며 가족도 현지로 가 장례 절차를 모두 마쳤다”고 전했다. 호텔방에 침입 흔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6·25전쟁 때 경기 양평군 지평리전투에서 중국군에 맞서 대승을 거둔 미군과 프랑스군 참전용사에 대한 추모와 감사를 표하기 위해 27일 열린 ‘지평리전투 상기 행사’에서 참전용사들이 만나 활짝 웃고 있다. 양평=김재명 기자 ba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