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남북 비밀접촉’ 폭로 이후]여전히 남는 의문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中 ‘소통 강화’ 요구에도 北 돌발행동… 中 약발 안 먹히나

북한이 1일 남북 비밀접촉을 전격 공개한 데 대해 정부가 “북측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해명했지만 여진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비밀접촉과 북한의 폭로에는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중국 등 주변국과의 역학관계가 작용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중국의 대북 영향력 한계 입증?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중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지 며칠 되지 않은 시점에 북한의 파격적인 폭로가 나왔다는 점에서 중국의 대북 관리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한반도의 현상유지를 해치는 북한의 예측 불가능한 행위를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해 북-중 정상회담을 활용해 왔다. 특히 지난해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양국 간 ‘소통’을 강조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북-중 정상회담에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김 위원장에게 ‘중대한 문제에 대한 소통을 강화하자’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예기치 않은 도발로 중국을 놀라게 하지 말라는 의미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그러나 북한은 며칠 만에 남북대화를 거부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북한이 중국에 미리 설명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북한을 관리하려는 중국의 구상이 실패했다는 얘기로 풀이된다.

○ 왜 말레이시아 추가협상 제안?


북한은 “남측이 말레이시아에서 다시 만나 이(천안함 연평도) 문제를 결속하자(결론짓자). 그리고 정상회담 개최를 빨리 추진시키자고 했다”고 주장했다. 사실이라면 남측은 북한이 중국보다 말레이시아를 비밀접촉 장소로 선호할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 소식통은 “과거에도 북한이 비밀을 유지하려 할 때엔 중국에서 만나는 것을 꺼리곤 했다”며 “중국에 도착하는 순간 북한 관계자의 일거수일투족이 중국 당국에 알려지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중국 경계심을 감안해 말레이시아를 제안했다는 설명이다.

과거엔 주로 싱가포르가 남북 비밀접촉의 장소로 이용됐다. 2000년 제1차 정상회담을 위한 박지원 전 문화부 장관과 송호경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의 첫 비밀접촉이 이곳에서 이뤄졌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노동부 장관을 맡았던 2009년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을 만나 정상회담 협의를 한 곳도 싱가포르였다.

○ 한국, 미국과 비밀접촉 사전협의?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올해 초부터 한국이 남북 정상회담을 깜짝 발표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해 왔다.

그러나 정부 소식통은 2일 “한국과 미국은 남북대화 추진에 대해 긴밀히 협의해 왔고 이번 일도 미국이 놀랄 일이 아니다”라며 “한미는 남측의 대화 노력에 북측이 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비밀접촉에 대해 한미 간 사전 협의가 있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다른 외교 소식통도 “미국 행정부 관료들이 한국 정부로부터 남북 접촉 사실을 들어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비밀접촉 폭로 이후 한반도 문제에 대한 미국 정부의 개입 정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미국과 중국에 ‘우리는 할 만큼 했으니 이제 북-미 직접 대화를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측면도 있다고 볼 수 있어 미국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