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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조재연)은 기업의 미공개 실적 정보를 증권사 애널리스트에게 유출한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로 CJ E&M 직원 양모 씨에 대해 26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28일 밝혔다. 또 이 정보를 이용해 손실 발생을 피한 혐의로 증권사 애널리스트 김모 씨 등 2명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6일 양 씨는 김 씨 등에게 “3분기 영업이익이 시장의 전망치인 200억 원에 훨씬 못 미칠 것”이라고 알려줬다. 실제 영업이익은 85억 원에 그쳤고 실적 발표 당일 주가는 9.45% 급락하면서 상당수 개인 투자자들이 손해를 봤다. 그러나 김 씨 등을 통해 미리 정보를 입수한 자산운용사들(한국투자증권, KB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우리투자증권)은 주식을 미리 매도해 100억여 원의 손실을 피했다. 앞서 증권선물위원회는 올해 3월 12일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혐의로 이들을 검찰에 고발했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3월 3일 발생했던 ‘서울 강서구 재력가 살인사건’. 이 사건은 살인을 교사한 배후에 현직 서울시의원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7개 강력팀을 모두 동원해 3개월 사이에 중국으로 도주한 범인을 검거하고 사건의 전모를 파헤쳤다. 이 사건을 전담 수사했던 강력2팀 윤경희 팀장(48)의 시선으로 숨은 뒷이야기를 풀어봤다. 내 눈 앞에 나타난 그놈 그놈이었다. 그토록 잡고 싶었던 놈이다. 양손에 수갑을, 두 발에는 족쇄를 차고 있었다. 절뚝거렸다. 6월 24일 오전 10시경 중국 선양(瀋陽) 공항. 그놈은 잔뜩 긴장한 채 수척해진 얼굴로 나타났다.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 처음 묻는 말이 중요했다. 살인을 저지른 놈이 언제 마음을 바꿀지 모르는 일이었다. 자포자기하는 마음에 자해를 할 수도 있었다. 중국으로 오면서 냉정하게 “너 왜 그랬어?” “누가 시켰어?” “왜 데리러 왔는지 알지?”라는 말을 먼저 하려 했다. 놀랍게도 “고생했다”라는 말이 나왔다. “아픈 데는 없냐”고 물었다. 악명 높은 중국 공안 수감시설에서 친구와의 그릇된 의리를 지키기 위해 몇 차례 자살을 시도했던 놈이었다. 안쓰러웠다. 놈은 그 자리에서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113일 만이었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강서구 재력가 살인사건’의 살인용의자 팽모 씨(44)를 중국에서 체포해 한국으로 데려오는 날 하늘은 무척이나 선명했다. 3월 2일, 살인? 살인! 3월 2일 일요일. 서울 강서경찰서 강력2팀이 24시간 근무를 하는 당직날이었다. 일요일 당직사건은 주로 절도사건. 조용히 지나가고 있었다. 살인, 강도, 강간 같은 강력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게 최선이다. 정보기술(IT) 기기를 손목에 차고 다니는 시대지만 사건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많은 경찰은 여전히 미신을 믿는다. 당직 서는 전날엔 개고기를 먹거나 부부관계도 하지 않고 당일엔 사무실에서 손톱을 자르거나 ‘조용하다’는 말도 하지 않는다. 그렇게 조심했는데도 결국 사건은 터졌다. 3월 3일 월요일 오전 3시경. ‘사람이 죽은 것 같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살인사건이 아니라 단순 변사이기를…’ 기도가 절로 나왔다. 현장에 도착하니 건물주인 송모 씨(67)가 사무실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머리에 둔기를 맞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 바닥에 피가 흥건하게 고인 전형적인 살인사건이었다. 오상택 강력계장, 장성원 형사과장, 이맹호 서장에게 즉각 보고가 올라갔고 강서경찰서 7개 강력팀을 모두 비상소집했다. 모두가 잠든 월요일 오전 4시 반. 강력팀 형사 35명이 피해자 사무실 바로 옆 노래방 대형 룸에 모였다. 노래방 폐쇄회로(CC)TV에 찍힌 살해 장면을 함께 봤다. 0시 40분경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한 용의자가 피해자와 몸싸움하는 장면이 찍혔다. 살해 후 피해자의 검정 손가방을 뒤지는 장면도 있었다. 가방에는 현금 100여만 원이 있었지만 돈은 그대로 있었다. 단순 강도살인이 아닌 원한관계 또는 채무관계에서 비롯된 살인이라고 판단했다. 살인사건은 시간싸움이다. 형사과장과 강력계장이 수사를 지휘했다. 현장팀과 CCTV팀이 꾸려졌다. “주무팀인 강력2팀장은 피해자 주변 인간관계, 여자관계, 가족 행적을 확인하고 강력1팀 류중국 팀장은 사무실에 있는 장부와 문서 등 현장에서 나오는 모든 것 확보하세요. 나머지 5개팀은 주변 CCTV 모두 확인하도록.” 수사는 쉽지 않았다. 피해자 송 씨는 3000억 원대 재산을 소유한 자산가로 재산 축적 과정에서 여러 차례 송사에 휘말린 이력도 있었다. 송 씨에게 원한을 품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인물이 너무 많았다. 가족, 지인, 사업 파트너 등 송 씨와 관계있는 모든 사람이 수사 대상이었다. CCTV팀 수사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놈의 도주로를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현장을 중심으로 5개팀이 구역을 나눠 특이사항이 나오면 그곳을 중심으로 구역을 다시 나눴다. CCTV 수사 전문가였던 강력5팀 조수호 팀장은 “진짜 눈알 빠지게 봤다”고 회상했다. 사건 발생 50여 분 전 놈이 송 씨를 살해한 빌딩 맞은편에 있는 주차건물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CCTV 영상을 확보했다. 주차건물 2층에서 담배를 피우며 25분간 빌딩에서 사람들이 빠져나가기를 기다렸다. 밤 12시가 넘자 빌딩으로 들어와 범행 현장인 사무실 앞 화장실에 숨는 모습도 보였다. 송 씨가 나타나 사무실로 들어가려는 순간 용의자는 피해자의 머리를 손도끼로 여러 차례 내려치고 목 부위에 전기충격기로 충격을 줘 쓰러뜨렸다. 놈은 10분 뒤 현장을 빠져나가 길 건너편에서 택시를 탔다. 택시를 쫓는 수사가 시작됐다.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서울지역 택시 콜센터 7개 회사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자료를 요청했다. 콜택시에는 GPS 장치가 부착돼 있어 특정 시간에 특정 지역을 통과한 GPS 자료를 받으면 용의자의 도주 경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문제는 서울 시내 대부분의 CCTV 영상 화질이 선명하지 않다는 것. 택시의 특징을 파악해 ‘번호 매기기’를 잘해야 했다. 놈이 탄 택시는 카드택시 표시가 없는 주황색 현대 쏘나타 NF 차량. 쏘나타 NF는 쏘나타 EF, 기아 K5 차량에 비해 옆모습이 둥글둥글하다. 대부분의 택시가 장거리 운행으로 휠을 자주 바꾸는데 이 택시는 처음 출시된 그대로의 휠을 장착하고 있었다. 차 옆문에 그려진 해치 마크의 위치도 살폈다. 가장 어려운 것은 비슷한 모양의 택시가 용의 택시와 엉켰을 때다. 그래서 ‘번호 매기기’가 중요하다. 특정 택시를 기준으로 앞차, 뒤차, 옆차 등에 하나하나 번호를 매겼다. 새로 도로에 합류하는 차가 있으면 중간 중간 끊고 다시 번호를 매기는 작업을 반복했다. 한 번 봐서는 안 되고 수십 번을 봐야 했다. 돋보기도 사용했다. 매일 흑백 CCTV 영상만 들여다보기를 닷새째 되던 3월 8일. 드디어 놈이 서울 영등포구 신세계백화점 앞에서 내리는 장면을 잡았다. 쉬운 일이 없었다. 놈이 내린 곳이 기둥에 가려 이후 어디로 이동했는지 알 수 없었다. 7개팀이 다 소집돼 주변 CCTV 영상을 모두 확보했다. 하루를 넘기고 그 다음 날, 백화점 건너편 한 카페 3층 CCTV 영상에 놈이 잡혔다. 놈은 주변을 잠시 서성거리다가 다시 택시 쪽으로 다가갔다. 불빛이 반짝이는 게 찍혔다. 택시를 갈아탄 것이었다. 문을 열 때 차문이 빛에 반사돼 반짝이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놈은 수사망을 따돌리기 위해 범행 현장에서 서울 영등포구 신세계백화점으로, 다시 백화점에서 경기 부천시 송내역으로, 송내역에서 인천 연수구 청학동의 한 아파트로, 아파트에서 인천 연수구 옥련동의 한 성당으로 네 차례 택시를 갈아타며 도주했다. 놈의 도주로를 따라가다 보니 새로운 용의자들도 생겼다. 놈이 두 번째로 갈아탄 아파트 인근에 피해자 송 씨가 소유하고 있는 웨딩홀에 근무하는 여직원이 살고 있었던 것. 청부 살해 의심점을 살폈지만 찾을 수 없었다. 놈의 종착지였던 성당 인근 한 고깃집 사장 아들도 의심스러웠다. 사건 발생 다음 날 이 아들이 인근 CCTV를 만지며 영상을 지운 흔적이 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고깃집 사장이 “도끼가 없어졌다”고 말해 유력한 용의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사장이 도끼를 찾았다고 알렸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CCTV 영상을 인위적으로 지운 흔적이 없다고 판단하면서 용의선상에서 제외됐다. 성당 주변 반경 5km 내에 있는 모든 CCTV를 보며 다시 놈을 쫓았다. 이틀이 지났다. 검은 점이 찜질방 쪽으로 이동하는 게 보였다. 엉덩이가 ‘툭’ 튀어나온 채 안짱다리 걸음을 걷는 특징이 용의자였다. 찜질방이 놈의 최종 목적지라는 확신이 들었다. 찜질방 직원들에게 놈의 CCTV 모습을 보여줬다. “○○이네요. 짝퉁 가방을 파는 사람이에요”라고 말했다. 직원은 놈의 휴대전화 번호도 갖고 있었다. “형식이가 수도 없이 압박했어요” 그렇게 놈의 신원을 확인하는 데 16일이 걸렸다. CCTV 2000여 대, 택시 10만여 대의 GPS 자료를 분석했다. 하지만 놈은 3월 6일 중국 칭다오(靑島)로 도주한 상태였다. 곧바로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용의자가 특정되자 수사가 활기를 띠었다. 통신자료, 금융계좌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놈이 범행 전후 아내, 지인들과 나눈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를 통해 김형식 서울시 의원(44)의 부탁으로 놈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을 밝혀냈다. 김 의원은 놈과 10년 동안 같이 밥도 먹고 술도 마시던 절친한 친구였다. 중국에서 두 달간 은신하던 놈은 5월 22일 선양에서 체포됐다. 6월 24일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 놈은 순순히 죄를 인정하고 사주를 받은 사실도 털어놨다. “형식이가 수도 없이 압박했어요. 의리를 지키고 빚을 갚기 위해 형식이가 시키는 대로 송 씨를 살해했습니다.” 이제 사건은 법정으로 공범의 진술은 유력한 객관적 증거로 채택된다. 같은 날 김 의원을 체포했다. 열흘간의 수사에서 김 의원은 혐의를 모두 부인했지만 팽 씨의 진술은 한결같았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7월 3일 김 의원에게는 살인교사죄, 팽 씨에게는 살인죄를 적용해 서울남부지검으로 사건을 넘겼다. 사건이 검찰로 넘어가고 재판 준비가 한창이던 지난달 14일 구치소에 수감된 놈에게서 편지가 왔다. ‘매일 30분씩 제가 죽인 고인을 위해 빌고 또 빕니다. 팀장님과의 첫 만남을 잊을 수 없습니다. 저 같은 인간쓰레기 살인자한테 말해준 ‘고생했지’라는 한마디에 도망 다니면서 불안하고 안 좋은 마음먹었던 것들이 녹아내리며 살 것 같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무심코 내뱉었던 첫 물음에 놈은 마음을 열기로 결심했던 것이었다. 서울남부지법은 김 의원에 대한 재판을 국민참여재판 형식으로 다음 달 20일부터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김 의원은 여전히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사건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박성진 psjin@donga.com·강은지 기자}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 임원진 등 일부 유가족이 대리운전 기사와 시비가 붙어 폭력을 행사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유가족들은 자신들도 폭행을 당해 부상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본보 취재팀은 피해자인 대리기사와 목격자를 직접 만나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들어봤다.○ 폭언 시비에 이어 집단 폭행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 김병권 위원장과 김형기 수석부위원장 등 유가족 5명은 16일 오후 9시 반부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별관 뒤쪽에 있는 한 일식집에서 김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함께 세꼬시에 소주, 맥주를 먹었다. 이들은 경기 안산으로 가는 대리기사를 불렀다. 대리기사 이모 씨(52)는 밤 12시쯤 도착했다. 하지만 식당 앞에서 일행들이 대화를 계속 하며 움직일 생각을 안 해 30분 정도 기다리다가 “다른 기사를 불러주십쇼”라고 했고, 그 일로 시비가 붙었다. 대리기사 이 씨는 김 의원이 “소속이 어디냐, 얼마나 기다렸다고 그러냐”고 몰아붙였다고 했다. 이 씨가 “대리기사도 사람인데 인격적 대우를 해 달라”고 했더니 김 의원이 “아, 나 국회의원이야”라며 명함을 건넸다. 이어 김 의원이 이 씨에게 명함을 달라고 했고 이 씨가 없다고 했더니 일행이 “의원님 앞에서 버릇없다”고 제지했다. 이 씨가 “국회의원이면 굽실거려야 하나. 국회의원이 뭔데?”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수행원이 “야, 너 국정원 직원이지?”라며 이 씨의 얼굴을 휴대전화로 촬영하며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를 본 세월호 유가족들이 다가와 이 씨의 멱살을 잡고 “뭐야, 이 ××”라며 주먹을 휘둘렀다고 했다. 17일 오전 경기 부천시 한 정형외과에서 본보 기자와 만났을 때 이 씨가 입은 와이셔츠 맨 위 단추는 뜯겨 있었고 안쪽에 피도 조금 묻어 있었다. 목엔 빨갛게 긁힌 흔적이 선명했다. 이 씨는 전치 2주의 진단서를 받았다. 이 씨가 폭행을 당한 과정은 이를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한 노모 씨(35), 김모 씨(35)와의 인터뷰 내용과도 일치한다. 두 사람도 말리는 과정에서 유족들에게 얼굴을 맞고 티셔츠 앞쪽이 찢어지는 등 피해를 봤다고 했다. 목격자들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주먹과 무릎으로 이 씨의 허리를 때렸고 이 씨가 넘어지자 발로 찼다”고 했다. 경찰이 확보한 폐쇄회로(CC)TV에도 여러 사람이 한 사람의 멱살을 잡고 몰고 가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김 의원 측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세월호 특별법 관련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대책회의를 하기 위해 집행부와 식사를 하며 술을 마셨다”고 했다. 대리기사에 대해선 “이야기가 잘 안 풀려 신분을 밝혔고 기다리게 한 건 비용을 지불하겠다고 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폭행 상황은 당시 다른 사람과 통화를 하느라 잘 못 봤다”며 “난 김 위원장을 말렸다”고 했다.○ 세월호 유가족 “죄송하고 부끄러워” 신고를 받고 경찰이 도착했을 땐 폭행이 멈춘 상황이었다. 경찰이 임의동행을 요구했지만 유가족들은 “우리도 폭행당했다. 치료가 필요하다”고 거부했다. 인근의 여의도성모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중상자가 아니라 입원이 불가하다”는 답을 듣고 오전 4시 반경 경기 안산 한도병원으로 이송됐다. 김병권 위원장은 왼쪽 팔, 김형기 부위원장은 치아를 다쳤다고 주장하는 상태다. 그러나 대리기사 이 씨와 목격자들은 “김 부위원장이 맞아서 다친 게 아니라 혼자 헛발질을 해 넘어지면서 얼굴을 다쳤다”고 반박했다. 이 씨도 “당시 휴대전화로 영상을 찍는 사람이 많았다. (쌍방 폭행 여부는) 확인하면 다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17일 유가족들이 입원한 안산 한도병원 2인실 일반병실엔 일반인의 면회가 제한된 채 하루 종일 대책위 관계자들이 오갔다. 전화를 하고 서로 회의를 하는 등 분주한 분위기였다. 폭행 사실이 알려지자 다른 유가족들은 격앙된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퇴 결정을 내린 한 임원은 이날 긴급회의 후 “이제 공인으로 봐야 하는데 신중했어야 했다. (폭행은) 잘못한 거다”라고 말했다. 단원고 유가족 A 씨는 “부끄럽고 화가 나 견딜 수가 없다. 우리가 술 먹고 폭력 휘두르는 사람들이 됐다”며 “유가족의 진정한 의지를 대변할 집행부가 들어서길 바란다”고 했다. 대리기사 이 씨는 세월호 가족대책위에 ‘실망했다’고 했다. 이 씨는 “세월호 성금도 내고 경기 안산시의 분향소도 갔다 왔고, 울기도 했다. 일반 사람에게 맞은 것보다 더 가슴이 아프다”며 울분을 토했다. 또 김현 의원에 대해 “김 의원이 처음에 내가 가겠다는 걸 붙잡고 시비만 걸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추후 일방 폭행인지 쌍방 폭행인지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강홍구 windup@donga.com·박성진 / 안산=황성호 기자}
숙명여대 작곡과 재학생과 졸업생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가 15일 교내 음악대학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평소 학생들에게 막말을 일삼고 수업도 불성실하게 진행한 같은 과 교수 2명을 해임하라”고 요구해 논란이 예상된다. 비대위에 따르면 학과 규정상 지도교수는 학생 한 명에게 작곡 이론 및 실습 관련 개인지도를 일주일에 50분씩 해야 한다. 그러나 A 교수는 한꺼번에 학생 10여 명을 상대로 진행해 개인지도 시간이 10분 안팎에 그쳤다는 것이다. 특히 B 교수는 성희롱이나 인격비하성 발언을 자주했다고 비대위는 주장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B 교수가 학생들에게 ‘곡을 못 쓰는 이유가 뭐냐…밤일 나가냐?’ ‘너희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이를 낳는 것이다. 하지만 너는 예외다. 네가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는 무뇌아로 태어날 것이다’라는 식의 말을 했다”고 밝혔다. 숙명여대는 6월부터 두 교수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두 교수 모두 학생들의 주장을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주세화 비대위원장(28·여)은 “A 교수는 학교 재단이사회의 모 이사를 변호사로 선임했는데 이는 징계 수위를 낮추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숙명여대 측은 “학생들 주장 가운데 두 교수가 졸업작품집을 강매한 부분은 일부 확인했다”며 “다른 문제까지 추가 조사한 뒤 징계위원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본보는 두 교수에게 사실 확인을 위해 수차례 연락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담뱃값 인상안이 발표된 11일 ‘흡연파’들은 일제히 불만을 터뜨렸다. “정부가 세수(稅收) 확보를 위해 서민들의 주머니만 털겠다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금연은 전 세계적인 추세”라며 환영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잘됐다. 이참에 담배를 끊겠다”는 흡연자도 있었다. 시민들의 생활과 직결되는 사안이어서인지 이날 하루만큼은 곳곳에서 담뱃값 문제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흡연자들은 주로 담뱃값 인상이 정부의 ‘세수 확보책’이라고 비판했다. 회사원 유승현 씨(30)는 “담뱃값을 올려도 대부분의 흡연자는 담배를 피울 것”이라며 “정부가 손쉽게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가격을 올리면서 ‘국민 건강’이라는 핑계를 대고 있다”고 주장했다. 군인이나 학생, 노인 등 흡연율이 높고 경제력이 낮은 계층의 불만도 컸다. 퇴직자 김현수 씨(61)는 “나같이 할 일 없는 퇴직자들에게는 흡연이 유일한 낙”이라며 “스트레스를 풀려고 담배를 피우는데 이제는 담배를 피우면서 스트레스를 받게 생겼다”며 낙담했다. 대학생 이진훈 씨(23)는 “대학생 용돈에 담뱃값 인상은 청천벽력이다. 돈이 없으면 담배를 피우지 말라는 정부 정책은 결국 ‘무전유죄, 유전무죄’랑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육군 25사단에 근무하는 김모 병장(22)은 “지금은 예전과 달리 담배 보급이 없다”며 “월급 14만 원으로 담뱃값을 감당할 수 없으니 담배를 끊는 군인이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주부 정호정 씨(53·여)는 “아들이 담뱃값 인상 소식에 금연을 선언했다”며 “개인적으로 담뱃값 인상은 반가운 소식”이라고 말했다. 담배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상인들 사이에서는 반응이 엇갈렸다. 수입 담배를 취급하는 서울 남대문시장 상가 상인들은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다. 양주나 외국산 과자를 판매하는 상가 내 상점들은 이른바 ‘보따리 장사’들이 미국과 일본, 중국 등에서 들여온 외국 담배도 판매하고 있다. 11일 만난 한 상인은 “국산 담배 가격이 오르면 (외국 담배) 매출이 크게 오를 것”이라고 반겼다. 이곳에서 파는 수입 담배 가격은 한 갑에 4000∼5000원 선이다. 반면 담배를 낱개로 파는 ‘가치담배’ 판매상들은 울상을 지었다. 서울 종로구 일대의 담배 가판대에서는 가치담배 1개비를 200원에 팔고 있다. 판매상 박모 씨(75)는 “담뱃값이 4500원으로 오르면 1개비에 500원은 받아야 한다”며 “많이 팔아야 하루 한 갑 파는데 이제 그마저도 팔기 힘들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일부에선 ‘사재기’ 조짐도 보였다. 이날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담뱃값 인상 발표를 하루 앞둔 10일(대체휴일) A편의점의 전체 담배 판매는 전주 같은 요일(9월 3일)보다 33.6% 늘었다. 보통 휴일에는 담배 판매량이 평일보다 떨어지지만 정부 발표가 예고되면서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다. B편의점과 C편의점 역시 같은 기간 각각 31.2%, 32.9% 담배 판매가 늘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사재기 현상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A편의점 관계자는 “과거에도 담뱃값 인상 논란이 있었던 때에 판매량이 오르는 경우가 있었다. 아직까지는 국회 통과 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에 담배 판매량 증가는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진 psjin@donga.com·황성호·최고야 기자}

담뱃값 인상안이 발표된 11일. 수입 담배를 취급하는 서울 남대문시장 상가 상인들은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다. 양주나 외국산 과자를 판매하는 상가 내 상점들은 소위 '보따리 장사'가 미국과 일본, 중국 등에서 들여온 외국 담배도 판매하고 있다. 한 상인은 "국산 담배 가격이 오르면 (외국 담배) 매출이 크게 오를 것"이라고 반색했다. 이 곳에서 파는 수입 담배 가격은 한 갑당 4000~5000원 선이다. 반면 담배를 낱개로 파는 '가치담배' 판매상들은 울상이다. 서울 종로구 일대의 담배 가판대에서는 가치담배 1개비를 200원에 팔고 있다. 판매상 박모 씨(75)는 "담뱃값이 4500원으로 오르면 1개비에 500원은 받아야 한다"며 "많이 팔아야 하루 한 갑 파는데 이제 그마저도 팔기 힘들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담배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상인 뿐 아니라 시민들도 담뱃값 인상과 관련해 입장이 갈렸다. 시민단체도 잇따라 찬반 성명을 발표하면서 담뱃값 인상이 첨예한 사회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흡연자들은 주로 담배 가격 인상이 정부의 '세수(稅收) 확보책'이라며 비판에 나섰다. 회사원 유승현 씨(30)는 "담뱃값을 올려도 대부분의 흡연자는 담배를 피울 것"며 "정부가 손쉬운 세수 확보를 위해 가격을 올리면서 '국민 건강'이라는 핑계를 대고 있다"고 주장했다. 군인이나 학생, 노인 등 흡연율이 높고 경제력이 낮은 계층의 불만도 컸다. 퇴직자 김현수 씨(61)는 "나같이 할 일 없는 퇴직자들에게는 흡연이 유일한 낙"이라며 "스트레스를 풀려고 담배를 피우는데 이제는 담배를 피우면서 스트레스를 받게 생겼다"고 말했다. 육군 25사단에 근무하는 김모 병장(22)은 "지금은 예전과 달리 담배 보급이 없다"며 "월급 14만 원으로 담뱃값을 감당할 수 없으니 담배를 끊는 군인이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주부 정호정 씨(53·여)는 "아들이 담뱃값 인상 소식에 금연을 선언했다"며 "개인적으로 담뱃값 인상은 반가운 소식"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사재기' 조짐도 보였다. 이날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담뱃값 인상 발표를 하루 앞둔 10일(대체공휴일) A편의점의 전체 담배 판매는 전주 같은 요일(9월 3일)보다 33.6% 늘었다. 보통 휴일에는 담배 판매량이 평일보다 떨어지지만 정부 발표가 예고되면서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다. B편의점과 C편의점 역시 같은 기간 각각 31.2%, 32.9% 담배 판매가 늘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사재기 현상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A편의점 관계자는 "과거에도 담뱃값 인상 논란이 있었던 때에 판매량이 오르는 경우가 있었다. 아직까지는 국회 통과 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에 담배 판매량 증가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담뱃값 인상의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장외 논쟁도 뜨겁다. 이날 한국담배소비자협회는 "정부가 국민건강이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담뱃값 인상은 결국 서민 증세"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금연운동협의회는 "가격 인상이 가장 효과적인 금연 정책이라는 점은 세계보건기구도 인정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도 세월호 가족들의 아픔을 나누려는 추석맞이 행사가 8일 열렸다. 이날 오전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열린 ‘가족 합동 기림상’에 참여했던 유가족 100여 명도 참석했다. 자원봉사자들은 광장 중앙에 송편, 전, 잡채 등 명절 음식 외에도 학생들이 좋아할 호두파이 과자 초콜릿 등으로 상을 차렸다. 일반 시민들도 가족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며 직접 만든 음식과 포도, 멜론 등을 가져와 상에 올렸다. 이날 행사에는 지난달 28일 45일 만에 단식을 중단한 세월호 참사 희생자 고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 씨(47)도 참석했다. 김 씨는 이 자리에서 “오전에 병원을 가느라 안산 합동분향소에 차려진 유민이의 차례상을 보지 못했다”며 “여기 차려진 음식들 밤, 곶감 모두 딸이 좋아하던 것들이다. 이 자리까지만 슬퍼하고 내일부터는 울지 말고 웃으면서, 먹으면서 싸우자”고 말했다. 오후 6시경 광화문광장에 모인 이들은 세월호를 모형화한 노란 풍선배를 하늘에 띄웠다. 배 모양의 풍선에는 참가자들이 적은 메시지가 담긴 노란 리본이 붙어 있었다. 유경근 세월호 희생자 가족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우리의 힘으로 직접 진실을 규명하자는 취지로 노란 풍선배를 띄웠다”고 밝혔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여성 5인조 걸그룹 '레이디스 코드' 멤버 권리세 씨(23)의 발인이 9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장례식장에서 기독교장으로 치러졌다. 이날 오전 9시경 열린 발인식에는 권 씨의 유가족과 소속사 직원들, 교통사고 당시 함께 차량에 타고 있던 멤버 소정, 애슐리, 주니 등이 참석했다. 소속사인 폴라리스 엔터테인먼트 측은 "장지는 유가족들의 뜻을 존중해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일본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권 씨는 지난 3일 교통사고로 머리에 중상을 입고 치료 중이었으나 7일 오전 숨졌다. 앞서 이 사고로 고은비 씨(22)가 현장에서 숨졌다. 권 씨는 2010년 11월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에 출연해 주목 받았다. 이후 지난해 3월 '레이디스 코드'의 멤버가 돼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고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 씨(47)가 단식 개시 46일째인 28일 단식 중단을 선언하자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 씨 등과 세월호 대책위 측은 가족과 주변의 만류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일각에서는 김 씨를 둘러싼 ‘아빠 자격’과 막말 논란 등이 확산되자 관심이 집중되는 것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김 씨는 최근 불거진 막말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김 씨는 28일 오전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유튜브 등에 올라온 막말 동영상에 대해 “욕은 (박근혜 대통령의) 경호원에게 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해당 영상은 김 씨가 세월호 참사 다음 날인 4월 17일 박 대통령이 있던 단상을 향해 “사람 바꿔 달라니까! 책임자를 바꿔 줘!”라고 고함친 뒤 돌아서며 “××, 받아버릴까 한번”이라고 발언한 부분을 담고 있다. 김 씨는 경호원 4명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었으며, 이들이 뒤에서 당기기에 소리친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김 씨는 자신에 대한 비난 댓글이 확산되는 것에 대해 “루머들 때문에, 자꾸만 꼬투리 하나 잡아서 너무 막 허황되게 없는 얘기까지 해가면서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며 “그런데 그거 신경 안 쓰는 이유가 제 자신이 떳떳하고 당당하니까 죄 지은 게 없으니까 그래서 그냥 참고 있다”고 말했다. 두 딸의 양육에 무관심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하고 있다. 유경근 세월호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김 씨의 딸까지 나서서 이야기하는 상황이 가슴 아프고 분통 터진다”고 말했다. 병원에 입원해서도 단식을 계속했던 김 씨가 갑자기 단식을 중단한 배경을 두고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관심의 초점이 정치권이나 세월호 특별법이 아닌 김 씨 개인 신상으로 향하는 상황이 달갑지 않았을 것이라는 일반인 유가족의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김 씨 등 세월호 가족대책위는 가족들과 주변의 만류 외에 다른 이유는 없다고 못 박았다. 유 대변인은 “둘째 딸이 아빠가 잘못될까 걱정하고, 시골의 김 씨 노모도 계속 울며 만류하는 데다 과거 수술받은 부위가 안 좋아져서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기 안산단원경찰서는 세월호 유족들을 비방하는 ‘악성 댓글’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89명을 수사 중이다. 4월 16일부터 이날까지 접수된 명예훼손, 모욕 등 사건은 모두 89건으로 이 가운데 66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1명을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고, 1명을 내사 종결했으며 21명에 대해서는 아직 수사 중이다.박성진 psjin@donga.com·이건혁 기자}
서울지방경찰청은 북한 해커조직에서 악성코드가 포함된 프로그램을 구입해 국내에 유포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 등)로 유모 씨(43) 등 2명을 구속하고 장모 씨(43)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유 씨 등은 도박게임 승률 조작을 위한 프로그램을 확보하기 위해 2011년 4월경 중국 선양(瀋陽)에서 조선백설무역회사 관계자와 접촉했다. 이어 원격감시 기능이 포함된 ‘해킹투’라는 프로그램을 구입한 뒤 국내 파일공유(P2P) 사이트를 통해 유포한 혐의다. 조선백설무역회사는 북한의 정보기술(IT) 회사이나 실제로는 대남공작기구인 정찰총국 산하의 사이버전(戰) 핵심 조직이다. 조사 결과 유 씨 등은 악성프로그램 구입을 위해 북한 공작원에게 제작비 명목으로 3000만 원과 작업용 국내 서버를 제공했다. 또 수시로 e메일을 주고받으며 프로그램을 보완했다. 특히 ‘해킹투’ 프로그램 제작 및 전달에 사용된 서버 인터넷주소(IP)는 ‘3·20 사이버테러’ 때 사용된 서버 IP와 동일했다. 3·20 사이버테러는 2013년 3월 20일 일부 방송사와 금융기관 전산망이 악성코드에 감염되면서 동시에 마비된 사건이다. 추후 수사 결과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졌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 세월호 유가족 35명 등 40여 명이 노란색 우산을 들고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햇볕에 오래 노출돼서인지 가족들의 얼굴은 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이날 유가족들은 일부는 모자를 쓰고 목에는 수건을 두르고 농성장에 앉아 있었다. ‘특별법은 국민의 명령이다. 청와대는 응답하라’ ‘유가족이 절규한다.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하라’는 노란 팻말도 들었다. 유가족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라며 사흘째 이곳에서 숙식하며 농성을 벌였다. 바닥에는 비닐장판과 돗자리가 깔려 있고, 곳곳에 침낭과 이불이 개켜져 있었다. 식사는 도시락으로 해결했다. 농성장 한편에는 희생된 아이들의 모습이 나란히 있는 사진이 걸려 있었다. 오후 2시 기자회견이 시작됐다. 회견에서는 세월호 참사 피해 학생들의 부모들이 돌아가면서 입을 열었다. 단원고 2학년 고 박예지 양의 어머니 엄지영 씨는 “대통령을 만나러 시위하러 가는데 경찰들이 막고 있다”며 “뭐가 두렵고 무서워서 (경찰들이) 이렇게 와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단원고 2학년 고 이수빈 양의 어머니 박순미 씨는 “인터넷 글을 보면 입에 담지 못할 글이 많이 올라오는데, (유족들) 마음을 너무 아프게 한다”며 울먹였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 안전한 사회를 건설하자는 저희 가족들의 요구가 왜 이렇게 안 받아들여지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기자회견이 끝나자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은 노란색 종이비행기를 유족들 앞을 가로막은 경찰 버스 너머로 던져 날렸다. 비행기에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보장한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라’는 등의 문구가 담겼다. 2개의 종이비행기만 버스 위로 올라갔고, 나머지는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주민센터 주변은 경찰 버스 7대가 둘러싸고 있었다. 경찰 60여 명은 이중 바리케이드를 치고 주민센터로 들어가는 길목을 차단했다. 이미 농성장으로 들어온 인원 외에는 출입을 막았다. 일부 시민단체가 진입하려 하면서 소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돌아가면서 청와대 인근에서 1인 시위를 하는 한편 노란 편지지와 엽서에 적은 편지를 청와대에 발송하기로 했다. 주민센터 앞에 노란 리본도 설치할 예정이다. 유가족들은 “대통령으로부터 답변이 올 때까지 무기한 농성을 하겠다”고 했다. 한편 23일 총회를 가진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들은 25일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위한 여야 원내대표의 재합의안 수용방침을 밝히기로 했다. 세월호 희생자(304명) 중 단원고 학생과 교사, 승무원을 제외한 일반인은 총 43명이다.박성진 psjin@donga.com·정윤철 기자}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42일째 단식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고(故)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 씨(47)에 대한 ‘아빠의 자격’ 논란이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한 건 한 누리꾼이 23일 연합뉴스의 세월호 유가족 관련 기사에 댓글을 달고 난 뒤부터다. 유민 양의 외삼촌이라고 밝힌 윤모 씨는 “다른 세월호 유족 분들이 단식하면 이해하겠지만 김영오 씨 당신이 이러시면 이해 못하지…. 유민 유○(유민 양 동생) 애기 때 똥 기저귀 한 번 갈아준 적 없는 사람이…. 누나(김영오 씨 부인) 이혼하고 10년 동안 혼자 애들 둘 키운 거 알지? 그러는 넌 그동안 뭐했냐. 1년에 한두 번 보는 거 끝이지…. 유민이 이름 그만”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에 김 씨는 24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명 글을 올렸다. 김 씨는 “2003년도 이혼하면서 대출이 많아 방 한 칸짜리 월세방 겨우 얻어서 지금까지 힘겹게 살다가 저세상으로 유민이를 보냈다. 지금도 대출을 다 못 갚아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 30만 원짜리 월세방에 살고 있다. 매달 비정규직 월급으로 이자도 갚기 힘들게 살다보니 양육비를 매달 보내주지 못하고 몇 달에 한 번씩 보낼 때도 있었다”고 적었다. 김 씨는 단식의 진정성 논란도 의식한 듯 유민 양에 대한 아버지로서의 ‘애정’을 강조했다. 그는 “보고 싶어도 돈이 없어 참아야만 했다. 1년에 한두 번 보더라도 딸들은 아빠 곁에 꼭 붙어 다니고 잘 때는 언제든 두 공주가 양 팔베개를 하고 자곤 했다”며 “지금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특별법을 제정해 (유민이가) 왜 죽었는지 진실을 밝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김 씨는 “두 달 전 학교(단원고)에서 가입한 동부화재 여행자보험에서 1억 원이 나왔지만 유민이한테 해준 게 없어 보험금을 10원도 안 받고 유민 엄마한테 전액 양보했다”며 “대출도 다 못 갚은 상황에서 2000만 원을 또 대출받아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싸우고 있다”고 했다. 유경근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 농성장에서 “댓글을 올린 사람이 유민 양의 외삼촌이 맞지만 유민이 엄마나 유○는 전혀 몰랐다”면서 “(유민 어머니가) 남동생에게 화를 내며 글을 삭제하도록 했고 (외삼촌도) 가능하면 문제에 개입하고 싶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이철호 irontiger@donga.com·박성진 기자}

동아일보와 종합편성TV 채널A가 주최하는 ‘2014 A FARM SHOW-귀농귀촌 박람회’가 22일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aT센터에서 개막했다. 전국 40개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해 3000m² 크기의 전시장에 35개 부스를 차리고 귀농, 귀촌에 관심 있는 시민들을 맞았다. 박람회 첫날인 이날 평일인데도 알찬 귀농귀촌 정보를 얻기 위해 ‘예비귀농인’ 5000여 명이 찾는 등 대성황을 이뤘다. 행사장의 각 부스는 다른 귀농귀촌 박람회와 달리 전원마을처럼 꾸며졌다. 부스를 찾은 시민들이 마치 시골집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들도록 나무로 만든 평상, 지게, 항아리, 사립문을 배치했다. 지방자치단체별로 부스를 차별화하기 위해 충남 논산시는 딸기, 금산군은 인삼, 경북 상주시는 오이 등 해당 지역의 특산물을 두고 판매하기도 했다. 이날 박람회장에는 정년퇴직 후 귀농, 귀촌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지난해 퇴직하고 1년 동안 전국농업기술자협회에서 운영하는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귀농을 준비하던 박현우 씨(62)는 아내와 함께 행사장을 찾았다. 그는 “귀농은 오랜 꿈이다. 고향으로 내려가 조그만 텃밭을 일구며 여생을 아내와 조용히 보낼 것”이라며 “와송(소나무 꽃을 닮은 약초) 농사가 요즘 수익이 좋다고 들었다.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촌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으려는 청년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상주시 부스에서 1시간 동안 상담을 받던 김승현 씨(24)는 “1분 1초 사람들과 부딪치며 살아가는 도시생활을 혐오해 고등학교 때부터 귀농을 꿈꿨다”며 “일주일 뒤 제대하면 곧바로 교육을 받으며 과수원을 운영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퇴직한 아버지와 함께 박람회를 찾은 이현상 씨(32)도 성공적인 귀농을 꿈꿨다. 이 씨는 “계속되는 취업 실패로 좌절을 겪고 있던 중에 아버지가 귀농을 적극 권유했다”며 “아버지의 고향인 제주도로 가서 감귤 농사를 지을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귀농, 귀촌 인구를 적극 유치하려는 지자체의 귀농 전문가들은 부스를 찾은 시민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2006년 귀농해 사과 농사로 연매출 1억3000만 원, 순수익 1억여 원을 버는 경북 안동시 귀농귀촌협의회 회장 최영철 씨(52)는 성공적인 귀농 비법으로 ‘기존 지역 주민들과의 친화’를 꼽았다. 최 씨는 “잘난 척, 아는 척 하지 말고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다 보면 산지식까지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막식에는 동아일보 최맹호 부사장과 농림축산식품부 여인홍 차관,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박선규 강원 영월군수, 임각수 충북 괴산군수, 황명선 논산시장, 황숙주 전북 순창군수, 윤상기 경남 하동군수 등이 참석했다. 최 부사장은 개회사에서 “농촌과 도시가 한데 어우러져 같은 문화수준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은퇴한 세대들이 삶의 여유를 찾는 길”이라며 “귀농운동이 국가발전과 국민행복을 가져올 열쇠다”라고 강조했다. 여인홍 차관도 축사를 통해 “지난해 3만2000가구가 귀농했다”며 “귀농 실패를 막기 위해 1년 정도 머물면서 귀농생활을 미리 체험할 수 있는 체험형 농업단지 형성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귀농귀촌 박람회는 24일 오후 5시까지 열린다. 23, 24일에는 성공한 귀농인들(오후 2시부터 40분간)과 한국농수산대 남양호 총장(오후 2시 40분부터 30분간)의 성공적인 귀농귀촌을 위한 강연이 진행될 예정이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세월호 특별법 문제가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면서 세월호 유가족들과 일반 시민, 시민단체 등은 일제히 실망감과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들은 사태 해결을 위한 여야 정당과 청와대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했다. 일각에선 여야와 유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3자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자는 의견도 나왔다.○ “장기전으로 갈 사안이 아닌데 안타깝다” 본보 취재팀은 21일 세월호 특별법 협상 과정 전반에 대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듣기 위해 전화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에는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 유가족 7명 △일반인 유가족 5명 △일반 시민 5명 △시민단체 3명 △전남 진도 주민 5명 등 총 25명이 응했다. 설문에 응한 사람들은 우선 진전 없이 원점으로 돌아가 버린 현 상황에 대해 한목소리로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단원고 학생 고 임경빈 군의 어머니 전인숙 씨(43)는 “이 상황까지 되기를 바란 사람은 아무도 없었는데, 가장 우려했던 상황까지 와버렸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 재합의 과정을 지켜본 이들은 정치권의 노력은 인정하면서도 진실 규명보다 정치논리에 따른 협상 과정이 더욱 주목받게 됐다고 지적했다. 단원고 학생 유가족 이모 씨(43)는 “세월호 특별법과 특검 중 어느 것이 진상규명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만 따지면 쉽게 결론 낼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세월호 유가족들과 시민 대부분은 세월호 특별법 논쟁이 장기화하면서 여론이 달라지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 김모 씨(32)는 “동료나 이웃들이 ‘지겹다’는 반응을 보이는 횟수가 갈수록 늘어나 미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현재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39일째 단식 중인 김영오 씨(단원고 희생자 고 김유민 양 아버지)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도 장기전은 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여야, 청와대, 유가족 모두 양보해야” 책임 소재에 대한 답변은 다양했다. 여당의 책임을 지적한 사람들은 거대 여당의 책임감과 의지 부족을 언급했다. 단원고 희생자 고 정동수 군의 아버지 정동욱 씨(44)는 “여당이 ‘우리는 다 해줬는데 가족들이 반대한다’며 가족 탓을 하겠지만, 정부가 선호하는 특별검사가 정부 잘못을 제대로 밝힐 것이라고 믿을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의 잘못이 크다고 지적한 시민 김민지 씨(27·여)는 “야당이 합의를 파기하고 재합의했는데 유가족을 설득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정치권을 불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언제든 유가족을 만나겠다고 한 박근혜 대통령이 실제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꼬인 상황을 해결할 키워드로 이들은 ‘양보’를 꼽았다. 여야는 물론이고 유가족도 자기 입장만 고집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 지성진 씨(47)는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하는데 서로가 서로의 입장만 계속 주장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단원고 학생 유가족 이모 씨(42)도 “장기전으로 가면 생업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절충안을 찾아야 한다”고 걱정했다.○ 여야와 유가족 참여하는 ‘3자 협상’ 필요 장기전을 피하기 위해 3자 협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세월호 승무원 고 양대홍 사무장의 형 양대환 씨(56)는 “여야와 유가족 대표가 한자리에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3자 회담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재근 참여연대 정책기획팀장(41)도 “정치권과 유가족이 직접 만나 국면을 정리할 필요가 있는데 여당인 새누리당은 유가족을 만나려 하지 않는다. 기득권을 내려놓고 가족들을 만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컸다. 응답자 25명 중 14명이 현재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주체로 박 대통령을 꼽았다. 대통령이 리더십을 발휘하면 여당이 태도를 바꾸고, 사태 장기화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단원고 희생자 고 양온유 양의 아버지 양봉진 씨(48)는 “청와대의 의지가 중요하다. (대통령이) 분명 세월호 관련 사고 수습은 정부와 청와대가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지켜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도 주민 조윤환 씨(54)도 “대통령이 나서 양해를 구하고 단식을 중단시켜야 한다. 그래야 정부가 사태 해결을 하겠다는 진정성이 전달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이건혁 gun@donga.com / 박성진·최혜령 기자}
여야의 세월호 특별법 재합의안은 끝내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마음을 얻는 데 실패했다. 20일 오후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 내 미술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가족대책위원회 회의실에서 임원회의와 가족총회를 연달아 연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은 투표를 거쳐 수사권과 기소권을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 부여하라는 기존 주장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이기로 했다. 두 차례나 합의안을 마련했던 여야 정치권이 추가 협상을 할 여지는 더욱 좁아진 셈이다. 가족대책위 측은 오후 10시경 가족총회에서 투표를 거쳐 수사권과 기소권이 부여된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요구하는 특별법안을 요구한다는 원안을 고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표결에는 176가족이 참여했다. 재합의안을 거부한 세월호 특별법 원안 고수에 표결 참여 가족의 75%인 132가족이 찬성했다. 특검 도입안을 포함해 탄력 있는 대안을 검토하자는 의견에 30가족이 찬성했고, 14가족은 기권했다. 유경근 대책위 대변인은 “짧은 토론을 거쳤고 압도적으로 많은 가족들이 진상 규명을 위해서는 특별법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여야 재합의안을 거부한 배경에 대해서는 “정치적인 흥정을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가족대책위의 ‘원안 고수’ 결론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었다. 19일 여야가 특검추천위 국회 추천 몫 4명 중 여당 추천인사 2명을 야당과 유가족의 사전 동의를 거치도록 합의한 내용에 대해 대책위 측은 “이미 (19일) 국회에서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날 가족총회 표결은 세월호 특별법을 관철시킬지와 새로운 협상안을 요구할 것인지에 대해서만 물었다. 총회 분위기는 비교적 차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총회에 참석한 단원고 유가족 안모 씨(46)는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다. 가족들은 설명을 듣고 곧장 투표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세월호 유가족 A 씨(49)도 “세월호 유가족이 동의하지 않는 여야 합의안은 효력이 없다. 세월호 특별법 등 세월호 관련 모든 법안과 정책은 유가족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가족들을 설득해 재합의안을 관철하려던 새정치민주연합의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가족들을 설득하고자 오후 5시경 화랑유원지의 가족대책위를 찾아 “야당 목소리가 많이 반영됐다”고 설득하는 동시에 “능력이 모자라서 저희가 잘못했으니 용서해 달라”고 읍소했으나 허사였다. 유가족들은 “지금은 (정부 및 여당과) 전쟁 중인데 적과의 동침을 했다” “한계가 있으면 야당은 빠져라. 못하겠으면 (우리를) 다 죽이라”며 격한 반응을 쏟아냈다. 박 원내대표의 해명을 듣던 한 유가족은 의자를 집어 던진 뒤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강경한 태도를 보이기는 했지만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은 협상 지연과 여론의 변화 기류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전명선 세월호 가족대책위 부위원장은 박 원내대표에게 “우리가 한두 번 여당 추천 인사를 거부하면, 세월호 참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국민들은 유가족이 진상 규명하는 특검을 막는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들 내부에서는 협상안을 받아들이고 챙길 건 챙겨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한 유가족은 “유가족 동의 없이 협상을 한 야당 잘못이 크지만, 가족들도 어느 정도 물러설 생각은 해봤어야 하는데…”라고 안타까워했다. 다른 유가족도 “100%를 다 얻으려다 보니 실패가 반복된다. 최소한 단식을 하고 있는 유민 아빠(김영오 씨)는 살려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다른 유가족도 “시간을 끌면 국민적 관심만 줄어들고 괜한 오해만 살 것 같다”고 걱정했다.안산=이건혁 gun@donga.com·박성진 기자}
서울 강서구 재력가 송모 씨(67)를 살인 교사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형식 서울시의원(44)이 국민참여재판을 받게 됐다. 이에 따라 배심원들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남부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박정수)는 18일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김 의원 측의 국민참여재판 희망 의견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공범 팽모 씨(44)는 국민참여재판을 거부해 일반 재판 절차를 따를 예정이어서 두 피고인의 재판은 따로 진행된다. 이날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두 피고인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서로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검찰은 피해자 송 씨의 가족을 포함해 팽 씨의 부인과 지인 등 17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재판부는 25일 2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어 국민참여재판 일정을 정할 예정이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16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집전한 시복미사는 많은 진풍경을 연출했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은 수십만 명이 질서를 지키며 미사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고 크게 감동했다. 취재진이 만난 외국인들은 대부분 관광이나 사업 등의 목적으로 짧은 기간 한국에 머물다가 ‘역사적 현장’에 동참하는 행운을 잡았다. 루마니아 국적의 엔지니어 미하이 마노로케 씨(37)가 가장 놀란 것은 서울 광화문 일대에 몰려든 엄청난 인파. 그는 “다른 종교의 큰 반대 없이 대규모 행사가 질서 정연하게 진행되는 모습이 정말 신기하다”며 감탄했다. 가톨릭 신자인 제이슨 베레즈 씨(24·미국)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교황 한 명을 보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놀랍고 환상적인 일이다”라면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시복미사가 끝난 뒤 서울 광화문 일대 식당과 편의점 등은 특수(特需)를 누렸다. 오후 1시경 인근 식당들은 손님으로 꽉꽉 들어찼고 거리에서 얼린 물과 음료수를 파는 상인들도 신이 났다. 광화문 인근 편의점들은 평소보다 품목별 매출이 크게 늘어났다. 특히 새벽부터 자리를 잡기 위해 몰린 인파로 인해 음료와 간편한 먹을거리의 판매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GS25는 이날 광화문광장 인근 6개 점포의 오전 2시부터 낮 12시까지 매출을 분석한 결과 생수가 지난주 토요일(9일)보다 43배 많이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고 17일 밝혔다. 커피와 차 등 음료 매출은 32배, 김밥·샌드위치 매출은 19배로 늘어났다. 광화문광장 인근 CU 점포에서는 16일 하루의 커피 판매량이 평소보다 6배로 늘었다. 세븐일레븐 점포의 두유 판매량은 평소의 6.3배로 늘었다. 서울 종로구의 한 메밀음식집 앞에서는 오후 한때 가게 밖에 30∼40명의 손님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했다. 가게 종업원 이모 씨(42·여)는 “토요일 점심은 직장인들만 상대로 장사를 한다. 평소 이 시간 100여 명의 손님이 식사를 하는데 오늘은 600여 명이 왔다 갔다”며 “예상은 했지만 결국 식재료가 떨어져 손님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광화문에 운집한 인원은 주최 측과 경찰 집계가 달랐다. 교황방한준비위원회 측은 “입장권을 받아 정식으로 입장한 사람 수가 20만 명”이라며 “대형 스크린 등을 통해 광화문 인근에서 시복식을 함께 지켜본 사람은 80만 명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서울지방경찰청은 시복미사 시작 직후인 16일 오전 10시 반 기준 17만5000명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해 차이를 보였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기간에도 ‘416명 광화문 국민농성’을 계속한다고 11일 밝혔다. 대책회의는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12일부터 16일까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농성을 이어간다고 설명했다. 매일 종교계 학계 법조계 인사와 시민 416명이 교대로 농성하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특별법 제정에 앞장서라고 촉구하는 한편, 교황에게도 호소한다는 계획이다. 국민대책회의는 11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족을 외면하고 국민을 무시하며 이뤄진 양당 합의를 보면서 오직 국민과 가족들의 힘으로 제대로 된 특별법을 얻어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16일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광화문광장에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 미사’를 집전하는 날이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지난달 14일부터 광화문광장에 천막을 설치하고 시민단체와 함께 세월호 특별법의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해 왔다. 천주교계에서는 유가족들과 대화는 하되, 농성장 철수를 요구하지는 않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날 의사를 밝혔다. 유경근 세월호 사고 가족대책위원회 대변인은 “교황방문준비위원회에서 교황이 세월호 유가족들이 본인으로 인해 자리를 철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해왔다”며 “농성장을 고수하되, 교황의 동선으로 인해 일부 천막을 이동해야 한다면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박성진 기자}
"우리 가족을 먹여 살릴 가업(家業) 아이템은 가짜 경유야!" 20여년간 석유 도·소매업을 하던 A 석유회사 대표 이모 씨(57)는 그동안 쌓인 빚을 한방에 청산할 사업 아이템이 떠올랐다. 건설업체들이 공사현장에서 사용하는 건설기계용 경유를 특별히 의심하지 않고 사들인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가격이 싼 등유를 경유에 7대 3의 비율로 섞어 가짜 경유를 만들어 팔기로 했다. 단순히 가짜 경유를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이들은 기름을 운반하는 탱크로리에 몰래 밸브와 배관을 설치했다. 업체에 경유를 전달해줄 때 탱크로리에서 내보낸 기름 가운데 30% 정도가 다시 탱크로리에 들어가게 해 기름을 빼돌렸다. 사기를 치기 위해서는 믿을만한 사람이 필요했다. 가족뿐이었다. 이 씨는 아내 유모 씨(50·여)와 조카 이모 씨(37)에게 감사와 이사 자리를 줬다. 아내의 남동생인 유모 씨(46)에게는 가짜경유를 운반하고 중간에 가로채는 역할을 시켰다. 가족 절도단은 2012년 1월부터 지난달 4일까지 경기 하남시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등 26개 건설업체를 상대로 120여억 원 상당의 가짜 경유 591만L를 판매했다. 이중 12억여원 상당의 70만L는 주유과정에서 빼돌려 되팔았다. 이들은 다른 석유업체에서 일하는 익명의 제보자 신고에 의해 덜미가 잡혔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11일 수백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특가법상 상습절도 등)로 A 회사대표 이 씨 등 3명을 구속하고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박성진기자 ps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