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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의 디자인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다. 현대차가 미국 캘리포니아 디자인센터 수석디자이너로 BMW의 핵심 디자이너인 크리스토퍼 채프먼을 23일 영입함에 따라 현대차도 아우디 출신의 피터 슈라이어 부사장이 포진한 기아자동차 못지않은 디자인 역량을 갖추게 됐다. 기아차가 슈라이어 부사장 영입 이후 도약에 성공한 것처럼 현대차가 어떠한 변화를 보일 것인지에 세계 자동차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디자인의 현대차’로 거듭나나 당초 미국 디자인센터 수석디자이너는 필 잭슨이 맡고 있었다. 그는 현대차가 2009년부터 시작한 ‘플루이딕 스컬프처’(Fluidic Sculpture·물이 흐르는 듯한 느낌의 조각품을 차체에 묘사한 현대차의 디자인 철학)의 도입을 지휘했다. 이 콘셉트는 ‘투싼ix’에 처음 적용된 이후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 등 현대차의 핵심 모델에 적용됐고, 임무를 마친 잭슨은 올해 1월 친정인 제너럴모터스(GM)로 돌아갔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플루이딕 스컬프처의 뒤를 잇는 새로운 디자인 콘셉트를 책임질 거물급 디자이너 물색에 나섰다. 현대차 남양 기술연구소의 관계자는 “현재의 디자인이 완성된 상태에서 당장 자리를 비워도 급할 것이 없다는 자신감이 있었다”면서 “급하게 아무나 후임을 뽑는 것보다 미래 디자인을 책임질 수 있는 인재를 찾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가 이토록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은 기아차 성공의 영향이 컸다. 기아차 사장 재직 당시 슈라이어 부사장을 영입해 기아차의 도약을 이끈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이 경험을 통해 디자인의 중요성을 체감했다. 기아차는 슈라이어 부사장 영입 이후 ‘K 시리즈’에 적용된 특유의 패밀리 룩을 통해 세계 주요 디자인상을 휩쓸었고, 판매량도 늘어났다. 정 부회장이 2009년 현대차로 옮긴 뒤 플루이딕 스컬프처 도입을 주도한 것도, 이번 채프먼 영입에 공을 들인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검증된 기술력에 디자인이라는 날개를 달게 되면 현대차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프먼은 당장 현대차의 새로운 디자인 콘셉트인 ‘아이오닉(i-oniq)’의 구체화 작업과 함께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현대차 디자인을 선보이는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채프먼은 누구? 채프먼은 역시 BMW 출신의 유명 디자이너인 크리스 뱅글에 가려져 대외적인 인지도는 크게 높지 않다. 하지만 자동차업계에서는 “뱅글 못지않은 실력자”로 알려져 있다. 현대차로 옮기기 전에는 BMW 디자인 총괄인 아드리안 반 호이동크 사장에 이어 수석디자이너로 디자인 부문 2인자로 일했다. 1989년 일본 이스즈에 입사해 자동차업계에 발을 디딘 그는 BMW에 ‘X5’와 ‘Z4’의 디자인을 맡아 “선이 굵고 깔끔한 디자인을 추구하면서도 화려한 조형미를 나타낸다”는 호평을 받았다. 일본의 한 잡지가 BMW의 신차 일러스트를 소개하며 “뱅글의 작품”이라고 설명했을 때 이를 본 뱅글이 직접 잡지사에 연락해 “그 디자인은 채프먼이 했으니 정정해 달라”고 요청한 일은 아주 유명하다. 뱅글이 채프먼을 자신 못지않은 실력자로 인정한 것이다. 앞으로 현대차의 디자인은 남양 기술연구소의 오석근 디자인센터장(부사장)과 토마스 뷔르클레 유럽 디자인센터 총괄 소장, 채프먼의 삼각 편대가 이끌게 됐다. 뷔르클레 소장 역시 BMW 출신이다. 오 부사장은 “채프먼의 영입은 고무적인 일”이라며 “향후 디자인 작업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 2011년 국내 자동차 시장은 격변의 한 해였다. 다사다난 했던 올 한 해 국내 자동차 시장을 동아일보 자동차팀이 선정한 10개의 키워드로 되돌아봤다. 》 ① 글로벌 톱 5올해 현대자동차그룹은 세계 5위권 자동차 회사로 거듭났다. 상반기(1∼6월) 사상 최대인 319만 대를 판매한 현대차그룹은 GM(454만 대), 폴크스바겐(410만 대), 르노닛산(358만 대)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올 한 해 전체 판매 순위에서도 현대차그룹은 650만 대를 판매해 5위에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② 수입차 10만 대 시대수입차 시장의 성장은 거침이 없었다. 2000만∼3000만 원대 모델이 추가되고 각 회사의 다양한 마케팅과 프로모션으로 올해 11월까지 수입차 판매량은 9만7158대를 기록해 연말까지 10만 대 돌파가 확실시된다. ③ 지진과 홍수日·泰 천재지변에 글로벌 부품 공급 빨간불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천재지변은 국내 자동차 시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으로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자동차 브랜드들은 국내 물량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고 이 여파는 올해 내내 이어졌다. 7월부터 시작된 태국 홍수는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아시아의 디트로이트’라 불릴 정도로 자동차 업체들이 대거 모여 있는 태국에서의 홍수로 일본 자동차 브랜드들의 생산 능력은 물론이고 수익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국내 자동차 업체 역시 글로벌 부품 공급망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르노삼성자동차, 한국GM 등은 상당 기간 조업을 중단해야만 했다. ④ 할인 경쟁수입차 ‘통큰할인’에 현대차 ‘정가판매’ 맞불올 한 해 수입차 시장은 각종 할인이 난무했다. 가장 통 크게 할인을 시작한 곳은 한국토요타자동차였다. 한국토요타는 가을부터 모델별로 최고 3000만 원까지 가격을 내렸다. 한국토요타의 가격 할인이 고육지책이었다면, 유럽 브랜드들은 판매 확대를 위해 할인 경쟁을 벌였다. 올해 수입차 판매량 1위를 기록한 BMW는 다양한 프로모션을 벌였고, ‘3 시리즈’는 최대 1000만 원까지 차 값을 내렸다. 2위 메르세데스벤츠는 36개월 무이자 할부로 맞불을 놨다. 반면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 1위(약 80%)인 현대자동차그룹은 ‘정가 판매’라는 정반대의 전략을 들고 나왔다. ⑤ 다운사이징 고유가 대응 배기량 줄이고 성능-연비 향상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도 ‘다운사이징’의 바람이 거셌다. 엔진 배기량은 줄이되 성능과 연료소비효율은 향상시키는 다운사이징은 올해 세계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 중 하나였다. 현대차는 ‘쏘나타’에 터보 GDi 엔진을 탑재한 ‘2.0 터보 GDi’ 모델을 7월 선보였다. 기존 2.4 모델보다 최고출력은 35%, 최대토크는 46%가 향상된 2.0 터보 모델 출시와 함께 현대차는 2.4 모델을 단종했다. ‘i40’ 역시 중형급의 차체와 성능을 가지고 있지만 배기량은 1700cc다. 폴크스바겐은 신형 ‘투아렉’을 선보이며 엔진 배기량을 4910cc에서 4134cc로 낮췄다. 대형 세단과 맞먹는 크기를 자랑하는 푸조 ‘508 악티브 e-HDi’는 1600cc 디젤 엔진을 얹었다. ⑥ 박스카한국닛산 ‘큐브’ 돌풍… 기아차 ‘레이’ 추격전‘박스카’는 8월부터 국내 도로 곳곳에서도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 선두에는 한국닛산의 ‘큐브’가 자리 잡고 있었다. 8월 선보인 큐브는 상대적으로 짧은 판매 기간에도 11월까지 1915대가 팔려 누적 판매량 9위에 이름을 올렸다. 11월 월별 판매량은 1위를 꿰찼다. 독특한 디자인에 낮은 가격(2190만∼2490만 원)도 판매 호조에 한몫했다. 국산 완성차 가운데서는 ‘쏘울’로 박스카 시대를 연 기아차가 12월 ‘레이’를 통해 맞대응에 나섰다. ⑦ 디젤과 하이브리드전기車시대 앞두고 디젤-하이브리드 각축올해는 전기자동차의 ‘징검다리’ 역할을 두고 클린디젤(청정경유)과 하이브리드 카의 경쟁 구도가 두드러진 한 해였다. 국내에서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쏘나타’와 ‘K5’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였고, 한국GM은 ‘알페온 e-어시스트’를 출시했다. 하이브리드의 원조 격인 일본 브랜드들은 ‘CT200h’(한국토요타), ‘인사이트’ ‘CR-Z’(이상 혼다)를 연달아 선보였다. 디젤 차량이 활발히 출시된 것도 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의 특징이다. ⑧ 왜건과 해치백해치백 ‘주류모델’ 등극… 왜건은 판매부진해치백(뒷좌석과 트렁크가 합쳐진 형태)은 자리를 잡았지만, 왜건(지붕이 트렁크 끝까지 이어지는 형태)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현대차는 중형급 왜건 ‘i40’을 야심 차게 선보였지만 성적은 좋지 못했다. 9월 출시 이후 11월까지 952대가 팔리는 데 그쳤다. 반면 그동안 찬밥 대접을 받았던 해치백은 올해 완전히 ‘주류 모델’에 이름을 올렸다. 현대차의 ‘i30’, 기아차 ‘프라이드 5도어’, 한국GM ‘크루즈 5’ 등 다양한 해치백 모델이 도로를 누볐다. ⑨ 자유무역협정(FTA)내년 한미 FTA 발효땐 현대차 최대 수혜올 한 해 우리 사회의 핫이슈였던 FTA는 자동차 시장에서도 뜨거운 관심사였다. 한-유럽연합(EU) FTA로 유럽 수출 물량에 대해 가격 경쟁력을 가지게 된 현대차그룹은 내년에 한미 FTA까지 발효된다면 FTA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국내 부품업체들 역시 한미 FTA 발효에 맞춰 수출 확대를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⑩ 합종연횡 도요타-BMW ‘차세대’… GM-LG ‘전기차’ 제휴올해 자동차 업계에서는 합종연횡의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도요타는 8월 미국 포드와 픽업 트럭 및 하이브리드 차 개발을 위해 손을 잡은 데 이어 12월에는 BMW와도 제휴를 맺었다. 이에 따라 도요타와 BMW는 차세대 자동차 및 디젤엔진 분야의 협력을 시작한다. 비(非)자동차 업계와의 제휴도 있었다. 8월 GM은 LG와 손잡고 전기자동차 공동 개발에 나선다고 밝혔다. LG그룹의 주력 회사인 LG화학은 2차전지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

글로벌 금융위기로 힘겨웠던 올 한 해, 4대 그룹 총수들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국내외 전선(戰線)을 발로 뛰며 총력을 쏟았다. 총수들이 현장에서 직접 진두지휘를 한 덕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이노베이션, LG화학 같은 각 그룹의 핵심 계열사들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뛰어난 실적을 낼 수 있었다.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를 위해 해외에서 170일이나 머물렀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하반기에는 그룹 경영을 위해 미국과 일본을 누볐다. 9월 말 미국으로 출국한 이 회장은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을 찾아 40년 사업 파트너인 코닝 본사를 방문한 데 이어 일본 도쿄에서 일본 경제인들과 만났다. 18일 만에 귀국하는 길에 그는 “지금과 같은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삼성맨들에게 채찍을 들었다. 이처럼 늘 위기를 강조하는 이 회장 덕분에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7∼9월) 애플을 꺾고 스마트폰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했고, 무선사업부는 올해 사상 최대 매출인 50조 원을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을 국내 산업계뿐 아니라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으로 이끈 정몽구 회장은 올해 4차례 출국했다. 정 회장의 해외 방문은 크게 ‘품질 점검’과 ‘설비 확충’이라는 두 가지 목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 6월 미국, 9월 유럽 방문길에서는 현지 판매 및 생산거점을 찾아 현황을 직접 점검하며 품질 고급화를 주문했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둘러보며 향후 세계 자동차시장의 흐름을 살폈다. 특유의 ‘품질 경영’으로 현대차그룹을 세계 5위권의 자동차 기업으로 키워낸 정 회장의 해외 현장경영은 내년에도 이어져 브라질 등 신흥시장 방문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연초부터 가장 활발한 글로벌 행보를 보이며 해외자원 개발 등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느라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최 회장은 1월부터 설 연휴도 잊은 채 2주 동안 브라질, 호주를 연이어 방문해 철광석, 석탄 등 자원개발사업을 챙겼다. 자원이 있는 곳이라면 오지(奧地)도 마다하지 않았다. 최 회장은 4월 말에는 SK루브리컨츠가 인도네시아 국영 석유회사 페르타미나와 합작해 설립한 윤활기유 공장을 방문했고, 곧이어 발리에서 비행기로 1시간 반, 다시 헬기와 차량으로 1시간을 이동해야 하는 칼리만탄 섬 고무농장을 찾았다. 이 같은 최 회장의 부지런함은 SK이노베이션이 올해 60조 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리는 데 큰 원동력이 됐다. 글로벌 행보에 활발했던 다른 그룹 총수들과 달리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올해 국내 현장경영에 ‘올인(다걸기)’했다. 뒤돌아보면 20년간 선제적으로 투자했던 전기차 배터리사업이 꽃을 피웠고, 앞을 내다보면 LG의 미래 먹을거리로 부품·소재사업을 선택함에 따라 국내 생산현장을 직접 챙기기에 바빴기 때문이다. 구 회장은 2월 충북 오창의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공장과 경북 구미의 LG전자 태양전지 공장을 시작으로 올 한 해 9차례나 지방현장 점검에 나섰다. 4월에 공장 준공식에 참석하러 다시 오창을 찾은 구 회장은 GM, 르노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자동차회사의 주요 인사들을 ‘안방’에서 맞았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두산그룹은 두산건설 최고경영자(CEO)에 최종일 ㈜두산 지주부문 관리부문장을, 두산엔진 CEO에 김동철 ㈜두산 글로넷BG장을 각각 선임했다고 25일 밝혔다. 이에 따라 김기동 두산건설 CEO는 두산건설 부회장으로, 이성희 두산엔진 CEO는 두산엔진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두산은 또 계열사별 임원 인사도 함께 했다. ◇㈜두산 △재무부문장 박완석 △지주부문 관리부문장 최형희 △글로넷BG장 성낙양 ◇두산중공업 △재무관리부문장 장명호 ◇두산인프라코어 △재무관리부문장 이호철 ◇두산베어스 △최고재무책임자(CFO) 한형구 ◇㈜렉스콘 △대표이사 정민철}

경제 각 분야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뒷이야기를 전하는 ‘지금 경제계에선’은 언제나 독자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차마 기업명이나 이름을 밝히고 말하지 못한 속내를 대신 전하기도 했고, 기업과 정부의 잘못된 행보에 대해서는 따끔한 질책도 아끼지 않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동아일보 기자들이 넓고 깊은 인맥과 취재력을 통해 쓴 ‘지금 경제계에선’에 보도된 내용을 이른바 ‘정보지’에서 고스란히 가져다 쓰는 경우가 허다했다”며 “재미있는 뒷이야기에는 웃음이 나왔고, 가려운 곳을 긁어줄 때는 시원하다고 느꼈다”고 평했다. 올해 ‘지금 경제계에선’에 소개된 231건의 이야기를 통해 2011년 경제계를 되돌아봤다.○‘경쟁은 발전을 낳는다’ 기업 관련 내용 중 가장 많은 것은 역시 ‘경쟁’과 관련된 내용이었고, 대표적인 기업은 전자업계의 라이벌인 삼성전자와 LG전자였다. 2월 벌어진 두 회사의 3차원(3D) TV 패널 신경전은 구본준 LG전자 부회장과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의 감정싸움으로 번지기도 했다(2월 26일). 1월에는 삼성전자가 LG전자보다 하루 앞서 에어컨 신제품을 발표했고, 2월에는 LG전자가 삼성전자보다 하루 앞서 TV 신제품을 발표해 복수(?)에 성공하기도 했다(2월 12일). 삼성전자는 애플과 전 세계적으로 특허 경쟁을 벌였고, 삼성전자 디자이너들은 애플 아이패드의 외관이 범용적인 디자인임을 증명하기 위해 유튜브와 영화 장면까지 샅샅이 뒤지기도 했다(8월 25일). 유통업계에서는 홈플러스와 롯데마트가 ‘통큰’ 브랜드를 놓고 무단 도용 논쟁을 벌였다(3월 26일). 라이벌 기업들이 항상 신경전만을 벌인 것은 아니었다. 통신업계의 양대 축인 SK텔레콤과 KT는 만우절을 맞아 두 회사의 트위터 프로필 사진을 서로 바꾸는 깜짝쇼를 펼쳐 트위터 이용자들로부터 ‘신선하다’는 반응을 얻었다(4월 2일).○2011년, 물가 전쟁의 해 정부의 물가 잡기 정책에 대놓고 반기를 들지 못한 기업들은 ‘지금 경제계에선’을 통해 편치 않은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기름값 압박으로 홍역을 치른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신들의 처지를 “공부는 엄청 잘하는데 미움 받는 아들 같다”고 절묘하게 표현했다(7월 21일). 통신업계 역시 “국민들이 가장 체감할 수 있는 것은 통신요금 인하”라며 좌불안석의 속내를 털어놨다(2월 12일). 물가 전쟁의 불똥은 aT(농수산물유통공사)까지 튀어 aT는 이례적으로 두부, 커피믹스 등 식품 가격을 조사한 보도자료를 거의 매일 내놨다(1월 15일). 한편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기자들에게 “오른 품목만 기사 쓰지 말고 (가격이) 내린 품목도 써 달라”고 부탁했다(9월 15일).○화제의 인물들 다른 기사에서 접하기 힘든 최고경영자(CEO)나 정부 고위급 인사들의 발언 및 행동은 큰 관심을 모았다. 신년기자간담회에서 본인의 휴대전화 번호가 담긴 명함을 기자들에게 주며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 성심성의껏 답변해 드리겠다”고 한 조준희 기업은행장(1월 29일)은 은행권에서 큰 화제가 됐다. 또 10월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만이 동행한 사실을 두고 은행권에서는 “은행권 ‘4대 천왕’ 중 최측근이 누구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10월 20일). 올해 잇따른 돌출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정병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에 대해 대기업 관계자들은 “회의에 가보니 전경련이 왜 욕을 먹는지 알겠다”며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9월 15일). 11월 방한한 세계적인 호텔체인 ‘힐턴’가의 상속녀인 니키 힐턴이 힐턴호텔이 아닌 롯데호텔에 숙박했다는 사실(11월 10일)도 큰 관심을 모았다. 또 올해 4월 서울 서초구 삼성본관에 처음 출근한 이건희 회장의 불규칙한 출근에 삼성 관계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했다(7월 14일). 무역협회(회장 사공일) 관계자들은 신정아 씨가 출간한 책 제목이 ‘4001’인 것을 두고 “401(사공일)이 아니어서 다행이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3월 26일). 유명인만 관심을 모은 것은 아니었다. 여의도 증권사를 드나드는 구두닦이가 알고 보니 수억 원의 자금을 운영하고 있었다는 내용(4월 16일)은 여의도 증권가뿐 아니라 일반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정리=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올해 최고의 레이스를 펼친 드라이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동아일보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한국타이어 한국쉘석유 현대해상이 공동주최한 2011 코리아스피드페스티벌(KSF)을 결산하는 시상식이 20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렸다. 동아일보-현대자동차상은 제네시스 쿠페 레이스 챔피언 최명길(솔라이트인디고레이싱)이 수상했다. 상금 1000만 원. 태어난 지 4개월 만에 네덜란드에 입양된 최명길은 “한국말도 낯선 상황에서 동료들의 많은 도움으로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며 “내년에도 최선을 다해 멋진 경기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아반떼 레이스 챔피언에게 주어지는 동아일보-현대모비스상은 김동은, 포르테 쿱 레이스 챔피언에게 주어지는 동아일보-한국타이어상은 이진욱 선수가 수상했다. 상금은 각 500만 원. 이날 시상식에는 최맹호 동아일보 대표이사 부사장, 이종우 현대자동차 상무, 양승천 현대모비스 이사, 한규형 이노션 이사 등이 참석했다. 최 부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멋진 레이스를 펼쳐준 선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내년에도 동아미디어그룹은 동아일보뿐만 아니라 종합편성채널 채널A와 스포츠동아, 동아닷컴 등을 통해 국내 모터스포츠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대표적인 베스트 셀러 선물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카메라다.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이 활성화 되면서, 최근들어서는 ‘하이브리드 카메라’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 전자 업계의 전언이다. 이에 맞춰 파나소닉코리아는 고해상도 이미지 센서를 장착한 바디와 전동 줌 기능을 갖춘 ‘루믹스 GX1’을 선보였다. 루믹스 GX1은 2009년 하이브리드 카메라 열풍을 몰고 온 주역인 루믹스 GF1의 후속 모델이다. 파나소닉 측은 “루믹스 GX 시리즈는 대중 지향적인 루믹스 GF 시리즈와 달리 남성적이고 강력한 성능으로 무장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가격은 104만9000원. 14mm 렌즈와 14―42mm 줌 렌즈가 함께 제공되는 더블 킷은 109만9000원이다. 루믹스 GX1은 1668만 화소 이미지 센서를 장착하고, 파나소닉 특유의 화상처리 엔진인 ‘비너스 엔진 FHD’를 탑재했다. 파나소닉은 “비너스 엔진 FHD는 해상도는 높여주고 노이즈는 최대한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연속 촬영은 초당 20장까지 가능하다. 줌 조절도 간편하다. 줌 기능 사용시 카메라 바디에 손을 대서 조절해야 하는 다른 모델과 달리 LCD 화면을 터치하는 것 만으로 가능하다. 풀 HD 동영상 촬영도 가능하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루믹스 GX 14―42mm’ 렌즈도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HD 화질을 지원하고, 초첨거리는 28―84mm로 광각부터 망원까지 지원한다. 파나소닉은 “나노 크기의 구조로 특소 저굴절률 코팅을 하는 ‘나노 표면코팅’ 기술을 적용해 렌즈표면 반사율을 최소화 시켰다”며 “이를 통해 반사광 때문에 잔상이 남는 고스트 현상이나 빛이 분해되면서 방울이 맺어지는 플레어 현상도 최소화 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파나소닉코리아 상품 사업 본부장 사토 준 이사는 “루믹스 GX렌즈와 짝을 이룬 루믹스 GX1의 출시를 통해 파나소닉이 진정한 하이브리드 카메라의 시대를 새롭게 열었다고 볼 수 있다”며 “파나소닉코리아는 업계 최대인 최대 14개의 하이브리드 렌즈 라인업을 갖추고 있으며, 향후 소형화 된 다양한 렌즈 라인업과 새로운 바디 라인업을 통해 하이브리드 카메라 업계를 지속적으로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카메라 구입 후 파나소닉코리아 홈페이지에서 정품 등록을 하면 3년 동안 카메라 바디 무상 애프터 서비스가 가능하다. 구입 문의 02-533-8452.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장기화된 해운업계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세계 주요 6개 해운회사가 손을 잡았다. 현대상선은 뉴월드얼라이언스와 그랜드얼라이언스가 합친 새로운 얼라이언스(동맹체) ‘G6’가 출범한다고 20일 밝혔다. 세계 경제 침체와 맞물려 국제 물동량이 감소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던 해운업계가 ‘규모의 경제’를 통해 돌파구 마련에 나선 것이다.○ 세계 1위 뛰어넘는 동맹체 출범 새로 출범하는 ‘G6’ 얼라이언스에는 현대상선 외에 APL(싱가포르), MOL(일본), 하팍로이드(독일), NYK(일본), OOCL(홍콩) 등 6개 해운회사가 참여한다. 2012년경 본격 출범하는 G6의 선복량(선박이 적재할 수 있는 총량)은 281만1313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로 세계 최대 해운회사인 머스크(252만7060TEU)를 뛰어넘는 규모다. 지금까지 세계 해운업계의 주요 얼라이언스는 뉴월드얼라이언스와 그랜드얼라이언스, CKYH얼라이언스 등 3개였으나 이번 제휴에 따라 2개로 재편됐다. CKYH얼라이언스에는 한진해운이 속해 있다. 해운업체 6곳이 전격적으로 제휴하기로 한 것은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해 불황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다. 해운업계는 2009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불황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컨테이너선 운임을 보여주는 지표인 HR용선지수는 2008년 9월 1056.8을 기록한 뒤 계속 하락해 지난해 12월에는 663.0까지 하락했다. 올해 상반기(1∼6월)에는 다소 회복 기미를 보여 5월 910.7까지 올랐지만 14일에는 498.9까지 떨어졌다. HR용선지수가 하락한다는 것은 똑같이 배를 운행해도 받을 수 있는 운임이 줄어든다는 의미고, 이는 곧 해운회사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얼라이언스 확대에 나서는 것은 다른 회사의 노선과 배를 이용해 추가적으로 화물을 실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배를 추가로 발주하지 않고도 매출과 이익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상선, 반전 기회 잡나 당장 현대상선은 G6 출범에 따라 이용 가능한 배의 수가 2배 이상으로 늘어나게 됐다. 현재 국제 항로에 13척의 배를 투입하고 있는 현대상선은 뉴월드얼라이언스를 통해 43척의 배와 5개 항로를 이용해 왔다. 그러나 앞으로 G6가 본격화된 뒤에는 총 9개 항로에서 90척의 배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현대상선은 “지금까지 운행하지 못했던 발틱과 스칸디나비아 지역 항로까지도 운행이 가능하게 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 제휴로 사실상 홀로 현대그룹을 지탱하고 있는 현대상선의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을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대상선은 3분기(7∼9월) 987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봤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이번 G6 출범으로 빠른 운송시간이 보장되고, 기항하는 항구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여기에 6개 회사가 연합해 기항지 중복이 줄어들게 됨에 따라 회사 영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얼라이언스(alliance) ::항공, 해운업계에서 서로 다른 회사가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어 고객에게 마치 한 회사처럼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 해운업계의 얼라이언스는 얼라이언스에 속한 회사들의 배, 터미널, 하역장비 등을 공동으로 사용한 뒤에 사전에 정한 규정에 따라 운임과 이용요금 등을 정산하는 시스템을 채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우조선해양이 국내 최초로 잠수함 수출에 성공했다. 독일로부터 잠수함 건조 기술을 배운 지 20여 년 만의 쾌거로 한국도 잠수함을 수출하는 나라가 됐다. 대우조선은 인도네시아 해군과 1400t급 잠수함 3척을 건조하는 사업의 최종 계약을 20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잠수함 수출의 사업 규모는 약 11억 달러(약 1조3000억 원)로 역대 방산 수출 단일 계약 사상 최대 금액이다. 지금까지 방산 수출 단일 계약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은 5월 T-50 고등훈련기 인도네시아 수출(4억 달러)이었다. 이번에 대우조선이 건조하는 잠수함은 전장 61.3m로 승조원 40명이 탑승 가능하다. 또 어뢰 기뢰 유도탄 등을 발사할 수 있는 발사관 8개를 갖추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대우조선은 “1988년 말 독일에서 기술을 전수받아 1200t급 잠수함을 건조한 것이 첫 시작이었다”며 “이후 20여 년 동안 갈고닦은 기술을 통해 독자 개발한 잠수함을 국내 최초로 수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인도네시아 잠수함 사업은 한국 외에도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 잠수함 건조 강국이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최종 계약을 위해 대우조선 외에도 국방부 지식경제부 외교통상부 방위사업청, 해군 등 민관군이 함께 치열한 노력을 기울였다. 대우조선은 2003년 12월과 2009년 4월 두 차례에 걸쳐 인도네시아 잠수함 성능 개량 및 창정비 프로젝트(잠수함의 선체를 분해한 뒤 장비를 교체하는 작업)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기술력을 과시했고 정부와 군도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활발한 물밑작업을 벌였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과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깊은 신뢰와 이를 바탕으로 형성된 양국의 우호관계도 큰 영향을 미쳤다”며 “이번 수주를 통해 대우조선이 가격 품질 교육훈련 등 전반적인 분야에서 경쟁국가보다 앞서 있음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대우조선은 이번에 수주한 3척을 포함해 총 14척의 잠수함을 수주했다. 이번 계약으로 대우조선은 올해 총 148억 달러의 수주액을 달성했다. 이는 대우조선이 올해 목표로 했던 110억 달러보다 35%가량 많은 것이다. 올해 대우조선은 총 52척의 일반상선, 특수선, 해양구조물을 수주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현대자동차그룹은 19일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을 새롭게 신설한 현대건설 총괄사장 자리에 임명하는 등 그룹 사장단 인사를 했다. 이번 인사와 함께 현대모비스와 현대건설은 부회장 체제에서 총괄사장 체제로 새롭게 바뀌었다. 이번 인사에 따라 전호석 현대모비스 사장은 현대모비스 총괄사장으로, 배인규 현대파워텍 사장은 현대위아 사장으로, 백효흠 북경현대 부사장은 북경현대 총경리로 자리를 옮겼다. 또 신임 현대파워텍 대표에는 정명철 기아슬로바키아공장 부사장이, 현대다이모스 대표에는 윤준모 기아조지아공장 부사장이 각각 임명됐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사는 전 세계적으로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내부 전문가를 발탁함으로써 전문성을 높이고 내실경영의 기반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일부 계열사 사장과 부회장들의 재직 기간이 7년 이상이 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부회장 체제에서 사장 체제로 전환한 것은 위기에 좀 더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영업 전문가와 해외 생산법인장 출신 현장 전문가들을 적소에 배치함으로써 시장 상황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한편 부품 계열사들의 품질 능력을 한층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기아차 해외 공장이 조기 안정되는 데 기여한 정명철 현대파워텍 대표와 윤준모 현대다이모스 대표를 부품 계열사에 배치한 것도 부품 품질 향상에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풀이 된다. 이번 인사에서 김창희 현대건설 부회장, 정석수 현대모비스 부회장, 노재만 북경현대 사장, 임흥수 현대위아 사장, 안주수 현대다이모스 사장은 각 회사의 고문으로 위촉됨에 따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부회장은 기존 13명에서 11명으로 줄어들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

《 올해 수입차 판매량이 10만 대를 넘어서며 국내 자동차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수입차업체는 지난 수년간 가격 인하 경쟁을 벌이는 한편 국산차업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다양한 모델을 투입하며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최근 일정 수요 이상이 확보되면서 초고가 스포츠카나 차체 형태를 정의하기 어려운 독특한 신차도 적극적으로 선보이는 추세다. 일부 수입차업체가 판매하는 차종의 가짓수는 이미 일부 국산차업체를 추월했다. 》○ BMW, 국내서 11종 판매… 수입 브랜드 중 가장 폭넓은 라인업 확보 19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1만5432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시장 1위가 유력한 BMW는 국내 시장에서 총 11개 차종을 팔고 있다. 수입차 브랜드 중 가장 다양한 라인업이다. 국내 완성차업체인 한국GM(8종) 쌍용자동차(7종) 르노삼성자동차(4종)보다 종류가 많다. 현대자동차는 14종, 기아자동차는 13종(이상 트럭 버스 등 상용차 및 하이브리드 등 파생모델 제외)을 판매하고 있다. BMW는 주력 차종인 3시리즈와 5시리즈 등 세단 외에도 스포츠카인 Z4나 크로스오버형에 가까운 중형차 GT 등 다양한 차종을 내놓고 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4개나 된다. BMW코리아 김효준 사장은 “다양한 국내 소비계층에 선택의 폭을 넓혀 주기 위해 수익성을 떠나 가급적 다양한 차종을 선보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인업을 다양화한 곳은 비단 BMW뿐만이 아니다. 메르세데스벤츠(10종), 아우디(9종)도 다양한 라인업을 통해 판매량을 늘려가고 있다. 여기에 올해 들어 도요타의 ‘코롤라’, 닛산의 ‘큐브’ 등 2000만 원대 수입차까지 속속 시장에 선을 보이면서 수입차의 가격대도 넓어졌다. 2000만 원대라는 가격은 국산차 모델들과 비교해 봐도 크게 비싼 축에 들지 않는다. 한 수입차 브랜드 관계자는 “가격대가 넓어졌다는 것은 다양한 소비자 계층을 흡수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수입차 마케팅도 과거에는 부유층을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최근 들어서는 젊은층, 30대 전문직, 60대 이상 등으로 세분해 마케팅을 벌이는 추세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 라인업 부족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 해법은 문제는 현대·기아자동차를 제외한 국산차 업체들이 이런 수입차 브랜드들의 라인업 확대 공세에 대응할 만한 뚜렷한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올해 한국GM이 8종의 신차를 연달아 선보이며 ‘신차 공세’를 펼쳤지만, 이는 ‘쉐보레’ 브랜드를 도입한 첫해라는 점에서 이례적인 일이었다. 현 상황으로는 국산차 업체들이 내년에도 뚜렷한 신차를 선보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은 아예 내년 신차 출시 계획이 없다. 올해 SUV인 ‘QM5’와 준대형세단 ‘SM7’ 등 2종의 신차를 선보인 르노삼성은 내년에는 신차 없이 ‘SM3’와 ‘SM5’의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만 내놓을 계획이다. 쌍용차는 ‘액티언 스포츠’ 후속 모델로 신차 1종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나마 올해 가장 공격적인 신차 출시를 펼쳤던 한국GM이 ‘아베오’를 기반으로 한 소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과 ‘크루즈’의 왜건 모델, 스포츠카 ‘콜벳’ 등을 선보이며 라인업 확대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같은 국산차 업체와 수입차의 라인업 격차는 신차 개발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감안하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한 국산차 업체 관계자는 “전 세계 시장을 무대로 하는 대형 수입차 브랜드는 신차 개발에 쓰는 비용도 국산차 업체보다 압도적으로 많다”며 “자체 비용으로 신차를 개발하는 국산차 업체와, 단순히 개발된 차를 들여와 판매하기만 하는 수입차 브랜드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입차 판매량이 늘어나는 가장 큰 원인으로 ‘다양한 선택의 폭’이 꼽히는 것은 국산차 업체가 한번쯤 되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수입차협회 관계자는 “수입차 브랜드들은 해치백, 왜건, 스포츠카 등 다양한 형태의 모델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 많은 소비자들이 매력을 느끼고 있다”며 “이에 따라 세단과 SUV라는 두 개의 흐름에 매달리는 경향이 강한 국산차 업체들도 라인업을 다양화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86세의 노(老)정치인은 안내요원의 부축을 받으며 힘겹게 단상으로 올랐다. 그는 “속에 있는 말 몇 마디만 하겠다”며 미리 준비한 추도사는 영정 옆에 놔둔 채 마이크 앞에 섰다. “우리는 두고, 자기는 위로 올라가시니 좋겠죠. 거기 가면 그토록 보고 싶어 하시던 박정희 대통령 계시니. 이 혼란한 시기에 떠나 우리는 너무 안타까운데….” 백발의 노인은 결국 눈물을 보였고 엄숙했던 영결식장도 눈물바다가 됐다.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영결식이 17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렸다. 추도사를 맡은 박준규 전 국회의장은 영정 앞에서 한참을 울먹였다. 박 명예회장의 후원회장을 맡기도 했던 박 전 의장은 은퇴 후에도 박 명예회장과 자주 만나 친분을 나눈 각별한 사이다. 박 전 의장은 “청암(박 명예회장의 호)과 같은 분이 또 있을까 싶다”며 “나도 곧 갈 테니까, 박 대통령 모시고 나라 걱정도 해주시고 우리가 좀 더 잘살 수 있게 도와주시라”고 추도사를 마쳤다. 영결식에 앞서 박 명예회장의 영정은 이날 오전 7시 30분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을 떠나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로 향했다. 포스코센터 1층에서는 포스코 임직원 1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박 명예회장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한 추도식이 열렸다. 직원 대표로 조사를 맡은 김보영 인재혁신실 팀장은 “회장님의 완벽주의, 도전과 혁신, 청렴결백, 보국정신, 이 모두가 포스코의 정신이며 뿌리”라며 “이제 남은 과업은 저희가 성심으로 일궈나가겠다”고 말했다. 이후 영결식은 오전 9시 30분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진행됐다. 이날 영결식에는 박희태 국회의장, 원혜영 민주통합당 공동대표, 하금열 청와대 대통령실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일본 총리 등 600여 명이 참석했다. 박 전 의장 외에 정준양 포스코 회장, 작가 조정래 씨가 추도사를 했다. 정 회장은 “해방, 분단, 산업화, 민주화, 정권교체, 외환위기의 극복까지 20세기 조국의 시련과 고난을 온몸으로 뚫고 나아간 당신은 우리 시대의 구심점이었다”며 “저희 포스코 임직원들은 당신께 배운 지혜와 용기로 심혈을 기울여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 명예회장의 평전까지 썼을 정도로 고인과 가까웠던 조정래 씨는 “10년이나 15년쯤 후에 이 글을 쓰게 될 줄 알았는데, 느닷없이 추도사를 쓰게 되니 슬픔이 사무친다”며 “인도인들이 간디에게 성스러운 영혼이라는 뜻의 ‘마하트마’를 선사한 것처럼, 당신은 한국의 ‘마하트마 박태준’이었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박태준의 길을 따라갈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당신은 우리의 영원한 사표이며 소중한 보물”이라고 고인을 기렸다. 이후 고인은 현충원 국가사회유공자 묘역에 안장됐다. 쌀쌀한 날씨에도 영결식 참석자 대부분은 안장식까지 자리를 함께해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봤다. 박 명예회장의 아들인 성빈 씨는 “이 세상의 누구보다 자랑스러운 아버님을 주신 하늘에 감사드린다”면서 “장례 기간 몸으로, 마음으로 함께해 주신 여러분의 고마움을 새기며, 가족들을 대표해 감사의 뜻을 전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포스코는 5일의 사회장 기간에 전국 7곳의 분향소에 7만8000여 명의 조문객이 찾았다고 밝혔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올해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인 곳은 단연 현대자동차그룹이다. 지금까지 주력해온 품질 경영이 빛을 보면서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자동차 생산 순위 5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이 같은 성과는 뛰어난 품질경쟁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협력업체와의 지속적인 동반성장을 통해 축적한 부품 품질력이 밑거름이 됐다”고 설명했다. 수 만개의 부품이 한데 모여 완성되는 자동차의 특성상 부품을 생산하는 협력업체와의 긴밀한 유대 관계는 필수적이다. 현대차그룹이 “협력사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협력업체 핵심 경쟁력 강화 현대차그룹이 협력업체와의 부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실시하고 있는 대표적인 제도가 ‘그랜드 품질 5 스타’ 제도다. 2009년부터 시작된 이 제도는 품질 기준을 통과한 협력업체에 각종 혜택을 주는 제도다. 현대차그룹은 “협력업체의 품질 관리 시스템 및 부품 품질수준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공개한다”며 “이를 통해 협력업체들의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을 도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협력업체의 기술력 향상을 위해 2006년부터 ‘연구개발(R&D) 협력사 테크데이’를 개최해 현대차그룹과 협력업체 간의 교류를 하고 있다. 여기에 아예 신차 개발 단계에서부터 협력업체 기술진이 참여하는 시스템도 마련했다. 관계자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협력업체가 참여해 차량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부품 품질을 확보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협력업체에 현대차그룹의 엔지니어를 파견하는 ‘게스트 엔지니어’ 제도도 협력업체의 기술력 향상을 위한 제도다. 이를 통해 현재 50개 협력회사에 400여 명의 현대차그룹 엔지니어가 파견됐다.○2·3차 협력업체 지원 강화 최근 현대차그룹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는 바로 ‘2·3차 협력업체 지원’이다. 기존의 지원이 1차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면, 앞으로는 2·3차 협력업체까지 실질적인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1차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2·3차 협력업체에 대한 대금지급 실태 정기 조사를 시작했다. 현대차그룹은 “불합리한 점이 발견되면 1차 협력업체에 개선권고 및 계도활동을 펼칠 것”이라며 “우수한 1차 협력업체에는 각종 인센티브를 통해 진정한 동반성장이 가능하도록 돕겠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1차 협력업체만을 대상으로 했던 ‘상생협력 세미나’의 문호를 2차 협력업체까지 넓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해외 진출이 늘어나면서 2009년 3조1748억 원이었던 해외 공장의 2·3차 협력업체 구매금액은 지난해에는 4조8488억 원으로 늘어났다”며 “다양한 2·3차 협력업체 지원 방안을 통해 안정적 매출 증대 및 품질경쟁력 향상을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올해 현대자동차그룹의 연간 순이익 규모가 삼성그룹을 추월할 것이 확실시된다. 재계 부동의 1위인 삼성그룹을 현대차그룹이 매출액 영업이익 순이익 등 어느 한 지표에서 앞선 것은 2000년 범현대가(家)에서 분리된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내년에는 정보기술(IT) 업종 전망이 밝은 편이어서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순이익이 재역전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 주력기업 성적표가 희비 갈랐다15일 금융투자업계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 계열 8개 상장사의 올해 추정 순이익은 18조473억 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98조9373억 원, 18조2551억 원으로 추산됐다.삼성그룹 12개 상장사의 매출액은 234조2582억 원, 영업이익은 20조227억 원으로 현대차그룹을 여전히 앞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순이익은 17조7534억 원에 그쳐 현대차그룹보다 3000억 원가량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집계에는 국제회계기준(IFRS) 연결재무제표 작성 대상 상장사 가운데 올해 연간 실적에 대한 증권사 추정치가 한 곳이라도 있는 12월 결산법인만 포함됐다. 삼성생명, 삼성증권, 삼성화재 등 금융계열사는 3월 결산법인이라 제외됐다.현대차그룹이 삼성그룹을 제치고 ‘순이익 재계 1위’의 타이틀을 획득한 것은 그룹 주력 기업의 성적표가 엇갈렸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세계 시장에서의 자동차 판매 호조와 3월 동일본 대지진의 반사효과로 올해 눈부신 실적을 거뒀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대차의 해외 판매가 두 자릿수 성장을 보였고 신차 출시로 브랜드 가치가 올라간 데다 환율 상승효과로 국제시장 지배력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반면 삼성그룹은 맏형인 삼성전자가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서 1위에 올랐지만 유럽 재정위기와 경기침체의 여파로 디스플레이 패널과 TV, 냉장고 등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하지만 내년에는 IT 업종 전망이 밝아 다시 삼성그룹이 순이익 왕좌를 탈환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삼성그룹의 순이익은 22조962억 원으로, 현대차그룹의 20조2272억 원보다는 많을 것으로 예측됐다. 한편 올해 순이익 규모 3위 그룹은 SK그룹(8개·11조5503억 원)이 될 것으로 예상됐고 포스코그룹(6개·4조1739억 원), 현대중공업그룹(2개·4조1113억 원)이 뒤를 이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3위인 LG그룹은 LG디스플레이와 LG전자의 심각한 실적 부진으로 상장사(10개)의 순이익 합계가 6위로 내려앉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 포함 땐 삼성이 여전히 1위”10년 만에 1위 타이틀을 얻은 현대차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못하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조사와 별도로삼성그룹의 금융 계열사까지 포함한다면 여전히 삼성그룹이 순이익 1위”라며 “재계 순위 등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역시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이에 대해 현대차는 “국내에서 재계 순위 경쟁은 물론이고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도 생산량 순위 경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룹 방침”이라며 “세계 시장에서 더 좋은 활동을 펼치는 데 그룹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반응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아무 실속도 없는 재계 1위는 피하고 싶다’는 의도도 있다.당장 재계 1위가 되면 그에 따른 유·무형의 압력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쉽게 말해 재계에 대한 정치권, 시민단체 등의 압박에서 ‘1번 타자’가 되기 싫다는 것”이라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자리를 둘러싼 그룹 총수들의 고사와 비슷한 맥락”이라고 촌평했다. 특히 내년도 경제 전망이 밝지 않은 탓에 일자리 창출, 사회공헌 등 대기업에 대한 요구가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굳이 재계의 대표로 나서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15일 오전 11시경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의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빈소에 앳된 얼굴의 초등학생 20여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양복의 어른들 틈에서 박 명예회장의 영정에 헌화한 이들은 ‘지구촌 국제학교’(이사장 김해성 목사) 학생들.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을 위한 대안학교인 이 학교는 올해 3월 개교했다. 김해성 목사가 지난해 포스코 청암재단이 수여하는 ‘포스코 청암상’과 함께 받은 상금 2억 원을 종잣돈으로 세웠다. 청암재단은 박 명예회장의 호인 ‘청암(靑巖)’을 딴 공익재단으로, 박 명예회장이 재단 이사장을 맡아왔다. 박 명예회장을 그린 그림을 손에 든 어린이들은 “박태준 할아버지 감사합니다”라고 외치며 고개를 숙였다. 장례위원회는 이 그림 중 2점을 박 명예회장의 영정 앞에 전시했다. 김 목사는 “상금과 별도로 포스코에서 1억 원의 후원금을 전달해 줬고, 이를 통해 교육 기자재를 구입할 수 있었다”며 “포스코와 박 명예회장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박 명예회장의 빈소에는 별세 사흘째에도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은 재계 2세들의 잇따른 조문이 눈에 띄었다. 오전에 빈소를 찾은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박 명예회장의 장남 박성빈 씨의 손을 붙잡고 “국가를 위해 많은 일을 한 훌륭한 분이 가셨다”며 “고인의 뜻을 받들어 저희가 더욱 잘하겠다”고 말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훌륭하신 어른을 잃었다”며 안타까워하면서 눈물을 훔쳤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아버님(고 최종현 선경그룹 회장)의 10주기에도 추모사를 하고 위로의 말씀을 주셨는데 이렇게 홀연히 떠나서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또 김종인 전 대통령경제수석, 이헌재 전 부총리, 양건 감사원장,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 박용만 ㈜두산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구자홍 LS그룹 회장, 김병철 고려대 총장 등도 빈소를 찾았다. 유족과 장례위원회는 박 명예회장의 장지를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 국가사회유공자묘역으로 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

포스코의 ‘정신적인 지주’였던 박태준 명예회장이 세상을 떠난 뒤 관심은 이제 포스코의 앞날에 쏠려 있다. 1992년 박 명예회장은 포스코 회장을 사임하며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경영 일선에서 2선으로 물러난 것이다. 이후 20여 년 동안 4명의 포스코 회장은 박 명예회장이 초석을 다진 회사를 큰 탈 없이 이끌어 왔다. 그런데 새삼 왜 앞날에 관심이 쏠리는 걸까. 이는 포스코의 독특한 성격 때문이다. 1968년 포항제철주식회사로 출범할 당시 포스코는 공기업이었다. 이후 2000년 민영화 작업을 거쳐 현재의 지배 구조를 갖게 됐는데 포스코는 딱히 ‘대주주’라고 부를 만한 개인이나 세력이 없다. 국민연금공단이 5.33%의 주식을 보유해 최대주주이고 이어 신일본제철(5.04%), SK텔레콤(2.85%)의 순으로 어느 한 곳이 대주주라고 보기 힘든 구조다. 따라서 최고경영자(CEO) 선임 등 주요 결정은 사내·외 이사 13명으로 구성된 포스코 이사회의 의결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 포스코의 설명대로 이런 형태가 ‘선진국형 지배구조’인 것은 맞지만 문제는 이런 구조는 다양한 ‘외풍(外風)’에 휩싸이기 쉽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김만제, 유상부, 이구택 전 회장이 정권 교체 등과 맞물리면서 하나같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박 명예회장은 독특한 지위를 가진 인물이었다. 그는 1968년 포항제철 설립 당시부터 사장을 맡아 왔다. 이후 포철 초대 회장, 명예회장을 지냈다. 사실상의 창업주지만 정작 포스코 지분은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주식으로 회사를 컨트롤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의 존재가치는 남달랐다. 그동안 포스코에서 박 명예회장은 후선으로 물러난 뒤에도 엄청난 존재 의미를 가졌다. 사실상 20년 가까이 경영에 관여하지 않은 셈이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포스코 임직원들에게 힘이 되어 주는 동시에 무서운 존재였다. 포스코 관계자는 “주식 보유 여부를 떠나 그 존재만으로도 좌중을 압도하는 분”이라며 “‘포스코가 곧 박태준’이고, ‘박태준이 곧 포스코’라는 생각을 모든 임직원이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대외적으로도 마찬가지였다. 정재계의 거목으로 아무도 함부로 할 수 없는 박 명예회장의 존재가 있었기에 포스코가 취약한 지배구조를 가졌음에도 비교적 외풍을 잘 견뎌낼 수 있었다. 하지만 40여 년 동안 포스코 구성원들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박 명예회장이 세상을 떠남에 따라 포스코는 자칫 내·외부적으로 더 흔들릴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당장 내년 2월로 임기가 종료되는 정준양 현 회장의 연임을 둘러싸고 “(연임 성공의) 가장 큰 변수는 정치적인 외부 요인”이라는 말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이 때문에 박 명예회장의 빈소에 모인, 은퇴한 포스코 임직원들은 하나같이 포스코의 미래를 걱정했다. 박 명예회장과 50여 년을 함께한 대표적 원로인 황경로 전 포스코 회장은 “이전부터 포스코는 박 명예회장이 떠날 때가 위기라고 생각해 왔다”며 “‘영원한 최고경영자(CEO)’인 박 명예회장이 구심점이 되어 보호해온 회사지만 이제 그 자리가 비었으니 풍랑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큰 버팀목이 통째로 빠짐에 따라 그동안 순항해온 포스코로선 새로운 도전의 시기가 찾아온 셈이다. 시가총액 기준 세계 1위(33조4797억 원), 조강 생산량 기준(3370만 t) 세계 4위의 글로벌 철강회사로 성장한 포스코가 경영 외적인 이유로 흔들리는 것은 국가 경제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기에 포스코가 유발하는 일자리 창출 효과까지 감안한다면 포스코 구성원들이 외부 요인에 흔들리지 않고 기업 활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수적이다. 기업을 흔드는 ‘보이지 않는 손’과 같은 논란이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재계뿐만 아니라 정치계도 앞으로 포스코가 기업 이념인 ‘제철보국(製鐵報國)’에 충실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한상준 산업부 기자 alwaysj@donga.com}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추모 행렬이 타계 이튿날인 14일에도 이어졌다. 이날에만 정·재계 인사 600여 명(포스코 임직원 제외)이 빈소를 찾았다. 머리가 희끗한 포항제철의 ‘1세대’ 원로들은 고인의 영정 앞에서 눈시울을 붉혔다.이날 빈소에서는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조우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14일 오후 4시 반경 박 명예회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을 찾았다. 박 전 대표는 이 대통령보다 1∼2분 먼저 빈소에 도착했고,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눴다.이 대통령은 “박 명예회장과는 1973년 포항 1고로 공사 때부터 현대건설에 재직하면서 알게 돼 인연이 있었다”며 “국가에 공적이 대단히 크신 분이니 국민께서 많이 마음 아파 하실 것”이라고 말했다.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태국 포스코타이녹스 출범식에 참석하기 위해 13일 오후 출장길에 올랐다가 비보를 전해 듣고 발길을 돌려 밤 비행기를 탔다. 오전 5시 50분 인천공항에 도착한 그는 자택에서 상복으로 갈아입은 뒤 오전 8시 40분 빈소에 도착했다. 정 회장은 박 명예회장의 외아들인 상주 박성빈 씨의 두 손을 잡고 “고인은 항상 든든한 버팀목이자 의지가 되어 주신 분”이라며 “반드시 세계 최고의 철강회사로 발전시켜 은혜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빈소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 김황식 국무총리, 이홍구 전 국무총리, 이수성 전 국무총리, 박희태 국회의장, 박준규 전 국회의장, 이재오 전 특임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 이진방 대한해운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 겸 채널A 회장,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경영기획총괄 사장 등 정·재계와 언론계 인사들이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생전 일본과의 각별한 인연 때문에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주한 일본대사, 고바야시 겐(小林健) 미쓰비시상사 사장 등 일본 주요 인사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일반 시민들의 관심도 높았다. 무작정 찾아온 시민도 있었다. 박길원 씨(47·서울 성동구 행당동)는 “나 같은 사람이 와도 되는 자리인지 모르겠지만 절 한 번 드리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추모 열기는 전국으로 확산됐다. 제철소가 있는 경북 포항시에 4곳, 전남 광양시에 1곳을 비롯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 1층 로비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포스텍(포항공대)은 개교 25주년을 맞아 이달 초 세운 박태준 조각상 앞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부산 기장군은 박 명예회장의 고향인 기장군 장안읍 임랑리 임랑마을에 2013년 완공 목표로 ‘박태준 기념관’을 짓기로 했다. 정부와 유족 측은 박 명예회장의 장례를 사회장으로 5일간 치르기로 했다. 사회장은 국가에 공헌한 저명인사가 사망했을 때 치르는 장례식이다. 국가장 다음에 해당한다. 이날 행정안전부는 박 명예회장에게 청조근정훈장을 추서하기로 했다.박 명예회장의 발인 예배는 17일 오전 7시에, 영결식은 오전 9시 30분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다. 장지는 서울과 대전의 국립묘지 중 한 곳으로 결정될 예정이다. 유족 측 대변인인 김명전 삼정KPMG 부회장은 “당초 포항을 유력하게 생각했지만 산지 훼손 등 어려움이 있어 포기했다”며 “동작동 서울현충원에 모실 공간이 있으면 우선순위로 추진하고, 그렇지 않으면 대전현충원에 모시는 것으로 잠정 합의했다”고 말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

올 한 해 숨가쁘게 신차를 선보인 국산차와 수입차 브랜드들의 시선은 이미 2012년을 향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각각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고급 세단을 통해 판매량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이에 맞서 수입차는 검증받은 베스트 셀링카의 새로운 모델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선다. 여기에 내년에는 2개의 수입 브랜드가 새롭게 국내 시장에 합류한다.○ ‘K9’과 ‘싼타페’ 주목 내년 선보일 국산차 브랜드의 신차 중 가장 기대를 모으는 것은 기아차의 ‘K9’이다. 고급 세단 K9은 ‘K5’, ‘K7’ 등 이제는 기아차의 간판이 된 ‘K 시리즈’를 완성짓는 모델로, ‘오피러스’의 후속 모델이다. K9은 기아차가 처음 시도하는 후륜구동 세단으로 8단 변속기가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차는 K9이 현대차 ‘에쿠스’와 ‘제네시스’의 중간 시장을 파고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아차는 “K9을 통해 중형부터 고급 세단까지 풀 라인업을 완성하게 된다”며 “K9은 수입차 판매량의 일부를 뺏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K9은 K 시리즈 특유의 일명 ‘호랑이 코 그릴’은 유지하면서도 대형 세단 특유의 중후함과 스포티함을 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1월 열리는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뒤 3월경 국내에서 판매될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는 SUV ‘싼타페’의 신형 모델을 선보인다. 2000년 첫선을 보인 뒤 2005년 2세대가 출시된 싼타페는 SUV 시장에서 꾸준한 인기를 끌어왔다. 신형 싼타페는 현대차 특유의 패밀리 룩은 유지하면서도 SUV라는 특성을 살려 스포티하게 디자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투싼ix’와 ‘베라크루즈’의 중간 지점에 있는 신형 싼타페가 출시되면 국내 SUV 시장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워낙 시장의 인기가 좋았던 모델이기 때문에 신형 싼타페도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 밖에 2011년 베스트 셀링카인 ‘아반떼’의 2도어 쿠페 모델과 올해 선보인 ‘i40’의 세단 모델도 선보일 예정이다. 한편 올 한 해 8종의 신차를 선보이며 신차 공세의 최전방에 섰던 한국GM은 내년 GM의 대표 스포츠카 ‘콜벳’을 판매한다. 한국GM 관계자는 “내년에도 공격적인 신차 출시와 마케팅을 이어간다는 방침은 정했다”며 “세부적으로 어떤 신차를 공개할 것인지는 현재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 수입차, 불꽃 경쟁 예고 수입차 가운데는 BMW의 새로운 ‘3시리즈’와 한국토요타자동차의 새로운 ‘캠리’가 눈길을 끈다. ‘3시리즈’는 BMW 전체 판매량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의 베스트 셀링 모델로 지난달 공개 이후 전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BMW는 “7년 만의 모델 변경으로, 더 커지고 편안해졌지만 주행 성능은 여전히 민첩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는 내년 초 ‘320d’와 ‘320d 이피션트 다이내믹스’가 출시된다. BMW는 가을에 하이브리드 모델인 ‘액티브 하이브리드 3’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에 맞서 한국토요타는 1월 ‘뉴 캠리’를 앞세워 올해의 부진을 만회할 계획이다. 미국에서 생산된 물량이 국내에 수입된다. 한국토요타 관계자는 “세계적인 베스트 셀링 모델로 이미 성능을 인정받은 캠리가 디자인과 성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렉서스 브랜드로 새로운 ‘GS 350’도 선보일 예정이다. 폴크스바겐은 ‘골프’의 컨버터블 버전인 ‘골프 카브리올레’와 전 세계적으로 마니아를 거느리고 있는 콤팩트 스포츠 쿠페 ‘시로코 R 라인’을 내년에 출시한다. 한편 내년에는 시트로엥과 피아트가 다시 한 번 새롭게 국내 소비자들을 찾아간다. 두 브랜드 모두 1990년대 국내에 상륙했지만 피아트는 1997년에, 시트로엥은 2002년에 철수했다. 시트로엥을 수입하는 한불모터스는 내년에 시트로엥의 대표 모델 중 하나인 ‘DS3’를 선보인다. 한불모터스는 “과감하고 불륨감 있는 외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취향에 맞게 지붕, 스티어링 휠 등을 선택할 수 있는 DS3는 운전자의 개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여기에 탄탄한 드라이빙 성능도 갖고 있어 국내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 것”이라고 설명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꼭 판매량이 많아야만 의미가 있는 차는 아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차도 있고, 개별 회사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차도 있다. 발군의 판매량을 기록한 것은 아니지만, 올 한 해 수많은 새로운 모델이 쏟아진 자동차 시장에서 한번쯤 되짚어 볼 만한 7개의 모델을 찾아봤다.》 ○ 기대 이상, ‘쏘나타 하이브리드’ 현대자동차그룹은 2009년 ‘아반떼’와 ‘포르테’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놓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절치부심 끝에 현대차는 올해 독자 개발한 ‘누우 2.0 하이브리드 엔진’을 얹은 ‘쏘나타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놨다. 현대차의 베스트 셀링 모델인 쏘나타의 후광 효과와 과거보다 훨씬 개선된 성능으로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6월 출시 이후 6537대가 팔리며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더불어 현대차그룹의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 전략에 따라붙었던 불안감도 해소하는 효과를 거뒀다.○ 조연에서 주연으로, ‘올란도’ 한국GM의 7인승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올란도’는 올해 한국GM이 내놓은 8종의 신차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표를 받은 모델이다. 한국GM 안쿠시 오로라 부사장은 “7인승 패밀리 밴 시장이 국내에서 주류 시장은 아니기 때문에 올란도를 선보일 때 마케팅 포인트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며 “승용차와 미니밴의 장점을 결합한 올란도는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고 자평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액화석유가스(LPG) 모델까지 선보이며 인기는 더 치솟았다. 3월 첫선을 보인 이후 지난달까지 총 1만5091대가 팔렸다.○ 부활의 신호탄, ‘코란도 C’ 2월 열렸던 신차발표회에서 쌍용자동차는 ‘코란도 C’에 대해 “직원들의 꿈과 희망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쌍용차는 2008년 2월 ‘체어맨 W’를 선보인 뒤 코란도 C를 내놓을 때까지 온갖 우여곡절을 겪었다. 매각을 둘러싼 잡음, 노동조합의 파업 등으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던 쌍용차는 ‘회사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외부의 불안한 시선을 코란도 C를 통해 보란 듯이 불식시켰다. 코란도 C를 발판으로 쌍용차는 7월 ‘체어맨 W’도 새롭게 선보였다.○ 활로 개척, ‘시에나’ 한국토요타자동차가 11월 선보인 미니밴 ‘시에나’는 도요타가 국내에 처음으로 일본이 아닌 미국 공장에서 생산한 물량을 들여온 모델이다. 올해 엔고로 인해 수익성에 어려움을 겪였고, 동일본 대지진 등의 악재로 판매량이 지난해와 비교해 20%가량 줄어든 도요타가 활로 개척을 위해 새로운 선택을 한 것이다. 여기에 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예정되어 있어 도요타는 시에나를 필두로 내년에도 ‘뉴 캠리’, ‘벤자’ 등 미국에서 생산된 모델을 들여와 판매량과 수익성을 동시에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 깜짝 히트, ‘큐브’ 어느 정도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시장도, 해당 브랜드도 놀랐다. 한국닛산이 내놓은 박스카 ‘큐브’의 이야기다. 큐브는 2190만∼2490만 원의 낮은 가격과 독특한 디자인, 실용성을 무기로 한국 시장을 빠르게 파고들었다. 4개월 만에 1915대가 팔렸고, 11월에는 수입차 월간 판매 1위 자리에도 등극했다. 일본 브랜드 모델이 월간 판매 1위에 오른 것은 1년 7개월 만이고, 닛산 모델로는 처음이다. 한국닛산 관계자는 “워낙 낮은 가격에 엔고까지 겹쳐 수익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지만, 닛산 브랜드를 확실히 알리는 효과를 거뒀다.○ 고급 시장 개척, ‘카이엔’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 올해 가장 높은 판매증가율을 기록한 브랜드는 포르셰다. 포르셰는 11월까지 지난해보다 94.5%가 늘어난 1229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당초 포르셰의 올해 판매 목표가 1000여 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기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한 것이다. 그리고 그 주역은 단연 ‘카이엔’이었다. 디젤, 터보,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라인업을 갖춘 카이엔은 올 한 해 700여 대가 판매될 것으로 전망된다. 포르셰를 수입하는 스투트가르트스포츠카 관계자는 “폭발적인 포르셰의 성능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수요가 컸다”고 설명했다.○ 다양해진 수입차 시장, ‘랭글러’ SUV 원조 격인 크라이슬러 지프(Jeep) 브랜드의 ‘랭글러’는 판매량이 두드러지게 많은 모델은 아니다. 하지만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1년 내내 꾸준한 인기를 끌었다. 온갖 전자식 편의장치로 차를 꾸미는 최근의 흐름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랭글러이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오히려 뜨거웠다. 크라이슬러코리아 관계자는 “정통 SUV인 랭글러는 602대가 팔려 전체 크라이슬러 판매량의 20% 가까이를 책임졌다”며 “이는 수입차 시장이 커지면서 세단 이외의 다양한 모델에도 국내 소비자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50여 년을 함께한 동료이자 상사의 영정 앞에서 백발의 사내는 연신 눈물을 훔쳤다.14일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황경로 전 포스코 회장은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1960년 육군에서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대한중석과 포항제철(현 포스코)에서도 함께 일했다.영일만 모래밭을 현대식 제철소로 바꾸기 위해 두 사람은 쉴 새 없이 뛰어다녔고, 박 명예회장은 세 살 어린 황 전 회장을 각별히 아꼈다. 이런 인연으로 황 전 회장은 박준규 전 국회의장, 정준양 포스코 회장과 함께 공동장례위원장을 맡았다.○ 인간적인 상사“무섭다고 알려져 있는데, 조금만 같이 지내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는 걸 알지. 정이 많고 인간적인 분이야.”황 전 회장에게 박 명예회장은 업무시간에는 ‘호랑이 상사’였지만 그 이면에는 깊은 정을 가진 사람이었다.“1970년대 초의 일이야. 유능한 젊은 직원 하나가 그만두겠다며 회장님을 찾아왔어. 왜 그러느냐고 물으니 ‘퇴직금으로 빚을 갚으려고 한다’고 하대. 회장님이 어떻게 했는 줄 알아? 알았다고 하시더니 그날 밤에 적잖은 돈을 주셨어. ‘자네는 회사 나가면 안 돼.’ 딱 한마디만 하시고.”그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어느 날 식사자리에서 “도둑이 들어 책 여러 권을 잃어버렸다”고 말을 했는데, 박 명예회장이 조용히 불러 “책 사보라”며 봉투를 건넸다. 황 전 회장은 “속정이 참 깊은, 그래서 직원들이 열과 성을 다해 따르던 분”이라고 기억했다.9월에 열렸던 퇴직자 행사도 마찬가지였다. “당시에는 회장님이 대외 행사를 거의 안 가실 때였는데 옛날 현장 직원들이 모인다고 하니 가신 거야. 회장님이 ‘함께 고생해 기틀을 다진 사람들인데 감사하다고 해야지’라고 하셨어. 지금 포스코 구성원들에게도 ‘우리는 한 가족’이라는 메시지를 알리고 싶었던 게지.”○ 청렴한 리더십“1968년 당시 (박 명예회장의) 포항제철 사장 취임사를 나보고 쓰라고 하셨는데, ‘금전이나 물자를 받는 등 부정행위는 없게 하고, 오해 받을 행동도 하지 마라’라는 내용을 꼭 넣으라고 하시더라고. ‘아주 중요한 내용’이라며 몇 번이나 강조하셨어.”황 전 회장은 “회장님 리더십의 근간은 청렴결백이었고, 그 때문에 수십 년 동안 포스코를 이끌 수 있었다”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도 회장님의 머릿속에는 언제나 포스코가 자리 잡고 있었다”고 말했다. 옛 기억을 떠올리며 때로는 웃음을 보였던 그의 표정이 이내 어두워졌다.“(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에 있는) 회장님 집무실에 가면 벽에 5개의 지도가 있지. 중국, 북남미, 유럽,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그 지도에 포스코의 진출 현황이 표시돼 있어. 글로벌 사업 현황을 항상 보고 계셨던 거지. 이제 사무실도 비워야겠지만 그 지도를 떼어낸다면 참 마음이 아플 것 같은데….”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