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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최초의 아프리카 국가 출신 메이저리거를 볼 수 있을까. 메이저리그 홈페이지인 MLB닷컴은 3일(한국 시간) ‘새해 일어날 수 있는 10가지’를 소개하며 그중 6번째로 최초의 아프리칸 메이저리거 등장 가능성을 다뤘다. MLB닷컴이 주목한 선수는 피츠버그 마이너리그의 유격수 기프트 응고에페(26)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야구 클리닉에서 야구를 배운 응고에페는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4타수 중 3루타만 2개를 치는 등 강한 인상을 남겨 같은해 피츠버그와 계약했다. 루키리그에서 시작한 그는 지난해 트리플A에 진입했고, 지난해 말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포함됐다. 2010년부터 6년 연속 스프링캠프에 초청받은 응고에페는 마이너리그 587경기에서 469안타 28홈런 170타점을 기록했다. 통산 타율은 0.235다. MLB닷컴은 “응고에페가 스위치히터를 포기하고 오른쪽 타석에만 들어서기로 했다”며 “스프링캠프에서 그를 지켜보는 건 환상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스마트폰 랜덤 채팅 앱을 통해 조건만남을 하겠다며 20대 여성을 유인한 뒤 차에 태워 강도행각을 벌인 20대 남성이 구속됐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5일 오전 3시경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즐톡’으로 만나게 된 A 씨(20·여)를 서울 구로구의 한 공원에서 미리 준비한 렌터카에 태워 납치해 85만 원 상당의 스마트폰을 빼앗은 혐의(강도치상)로 장모 씨(21)를 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 차량 조수석 뒤쪽에 숨어있다 나타나 A 씨가 달아나지 못하게 위협한 동네 후배 전모 씨(20)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A 씨는 이들이 잠시 주의가 소홀한 틈을 타 차문을 열었고 이에 차량이 급제동하자 밖으로 몸을 던져 탈출, 전치 2주의 타박상을 입었다. 장 씨는 성매수를 하겠다며 A 씨를 유인했다. 서울 구로구 한 공원 인근에서 만난 장 씨의 안내대로 차에 올라탄 피해자는 자신의 옆, 뒤를 둘러싼 남성의 협박에 그대로 4㎞를 따라 이동했다. 피의자는 A 씨의 지갑도 털려 했으나 피해자가 탈출하면서 스마트폰만 가로챘다. A 씨의 신고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폐쇄회로(CC)TV를 통해 범행에 동원한 차량이 렌터카임을 확인했으나 장 씨가 업체 측에 간략한 정보만 남겨 추적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경찰은 피해자 진술 등을 토대로 22일 인천의 한 PC방에서 장 씨를 체포했다. 전 씨는 23일 경찰에 자진 출석했다. 경찰 관계자는 “장 씨 일당은 애초 미성년자를 타깃으로 범행을 계획했다”며 “랜덤 채팅 앱을 활용한 즉석만남 시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올 3월에는 서울 관악구의 한 모텔에서 해당 어플로 조건만남을 한 30대 남성이 한 여중생을 살해한 바 있다.김동혁 hack@donga.com·강홍구 기자}
‘수저 계급론’을 언급한 유서를 남기고 18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대생 서모 씨(19·2학년)의 부모가 24일 인터넷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아들의 죽음을 둘러싼 오해를 풀기 위해서다. 앞서 서 씨는 유서에 ‘생존을 결정하는 건 전두엽 색깔이 아니라 수저 색깔’이라고 언급해 불우한 가정환경에 따른 자살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그러나 서 씨의 부모는 24일 오후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에 올린 글을 통해 우울증과 불우한 가정환경,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PEET) 탈락 등 소문으로 떠돌던 자살 동기를 모두 부인했다. 단순히 우울증 때문에 자살할 아들이 아니고 PEET 시험은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모는 대신 다른 이유를 꼽았다. 이달 14일 서 씨는 렌터카를 빌려 친구와 강원도로 여행을 떠났다. 이때 경미한 접촉사고가 발생했고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마음의 부담을 느꼈다고 강조했다. 부모는 이와 관련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렌터카 업체와의 통화 내용 등을 조사했으나 특별한 범죄 혐의점이 없었다고 25일 밝혔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돌잔치를 여는 대신 아들 이름으로 미니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이태구 씨(36)는 올해 아들 희서 군의 돌을 맞아 국제아동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운영하는 기부 프로그램인 ‘나눔첫돌잔치’에 동참했다. 2012년 7월 시작된 이 캠페인은 돌잔치 대신 아이의 미니 홈페이지를 열어 모금을 진행한 뒤 모인 돈을 아이의 이름으로 기부하는 방식이다. 홈페이지에는 “죄송한 마음을 뒤로하고 여러분의 아름다운 동행을 감히 소망한다”는 부부의 인사 글이 담겼다. 그 뜻에 공감한 지인이 손을 보태면서 이 군은 자신의 이름으로 총 47만 원을 기부했다. 이 군의 기부로 아프리카 니제르의 아이에게는 염소 11마리가 전달됐다. 이 씨는 “아이는 비록 기억하지 못할지라도 늘 좋은 일 많이 하고 주위에 감사하며 살길 바라는 마음에 이런 돌잔치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아이의 돌, 생일 등 기념일을 맞아 주변에 나눔을 실천하는 이가 하나둘 늘어가고 있다. 자칫 소비적, 상업적이 될 수 있는 파티 대신 기부로 그날의 의미를 되새기고 주변에 감사함을 실천하자는 취지에서다. 초등학교 교사 부부인 임한섭(35), 신동아 씨(32·여)도 돌잔치 대신 기부를 실천했다. 매달 식구 1인당 5만 원씩 유니세프에 기부하고 있다. 2010년 첫 딸 출산 당시 월 15만 원이던 기부 금액은 아들 하나, 딸 하나가 더 늘면서 월 25만 원으로 덩달아 늘었다. 임 씨는 “주변과 비교했을 때 돌잔치 사진 하나 남기지 않은 것이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아프리카에 모기장 보냈다’며 자랑하는 큰딸의 모습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주부 김현숙 씨(58) 가족은 매년 시아버지 제사 때마다 상에 노잣돈으로 올리는 20만 원을 홀몸노인 지원 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돌아가신 분을 기리는 것은 물론 집안 아이들이 어른에 대한 공경을 갖게 하려는 취지다. 조성남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가가 성장하고 개발하는 과정에서 소비가 일종의 과시의 수단이었다면 나눔은 구성원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과정”이라며 “특히 어린아이가 가정에서부터 나눔을 배우고 자란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기념일을 앞두고 있다면 귀 기울여볼 이야기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가짜 운전면허학원 홈페이지를 차려놓고 낮은 교습료를 미끼로 운전면허 도로연수 교육생을 모아 수십 억 원을 챙긴 홈페이지 운영자와 무자격 강사가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해 1월부터 올 10월까지 가짜 운전면허학원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도로연수생을 모집해 무자격 강사에게 소개해주고 수수료를 받아 챙긴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로 김모 씨(36) 등 3명을 구속하고 이외 무등록 운전면허학원 운영자, 무자격 강사 10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들은 일반 학원(10시간 45만 원)의 절반 수준인 22만~28만 원대의 교습료를 내걸고 대학생, 주부 등을 주요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1년 10개월여 피의자에게 교습을 받은 인원만 1만4000명에 부당 수익금은 35억 원 수준이다. 홈페이지 후기 란에는 교육생이 올린 것처럼 ‘수강료가 다른 학원의 절반 정도 들었고 강사도 친절해서 좋았다’ 등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조수석에 보조 브레이크 페달이 설치된 일반 연수용 차량과 달리 조수석에서 손으로 브레이크를 조정하는 일명 ‘연수봉’이 달린 차량을 쓰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연수봉은 페달 브레이크에 비해 제동력이 약하고 조작 타이밍이 맞지 않아 대형 사고 위험성이 높다. 경찰 조사 결과 피의자 중 13명은 성폭력 등 강력범죄, 17명은 음주·무면허 운전으로 처벌받은 전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이 운영한 홈페이지 77개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통보해 폐쇄조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운전교습 업체를 선택할 때 반드시 경찰청 허가를 받은 정식 업체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우울증을 겪던 서울대 재학생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유서를 남긴 뒤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18일 오전 4시경 서울 관악구 신림동 5층 건물 옥상에서 서울대 2학년생 서모 씨(19)가 뛰어내려 숨졌다고 밝혔다. 숨진 서 씨는 이 건물 옥탑방에서 자취를 했다. 서 씨는 투신하기 30여 분 전 페이스북과 서울대 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에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제 유서를 퍼뜨려 주세요’라는 제목을 붙인 2700여 자 분량의 글에 “나와 너무도 다른 이 세상에서 버티고 있을 이유가 없다”고 적었다. 그는 “근거도 없는 ‘다 잘될 거야’ 식의 위로는 오히려 독”이라며 우울증을 겪었음을 드러냈다. 이어 “생존을 결정하는 것은 전두엽 색깔이 아닌 수저 색깔”이라며 이른바 ‘수저 계급론’을 언급하기도 했다. 서 씨는 서울의 한 과학고를 조기 졸업했으며 입학 성적이 좋아 재학 기간 내내 장학금을 받았다. 가정 형편은 보통 수준으로 알려졌다. 학보사 활동을 했던 서 씨는 6월경 우울증을 치료하겠다며 활동을 그만뒀다. 서 씨의 글을 본 친구의 신고로 119대원이 현장에 출동했지만 서 씨의 죽음을 막진 못했다. 서 씨가 SNS에 남긴 글에는 고인의 마지막을 추모하는 댓글 수백 개가 달렸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장애 어린이를 돕는 일을 하던 20대 여성이 생활고에 시달리다 고시원에서 홀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한 지 이미 보름가량 지난 상태였다. 평소 앓던 질병이 악화돼 쓸쓸히 숨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17일 서울 관악경찰서에 따르면 15일 오후 1시 30분경 관악구의 한 고시원에서 황모 씨(29·여)가 숨져 있는 것을 고시원 관리인이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관리인은 오랜 기간 황 씨와 연락이 되지 않고 방에서 인기척이 없자 잠긴 문을 열고 들어갔다. 황 씨는 발견 당시 이불로 덮인 상태였다. 방 안에 외부 침입 흔적은 없었다. 자살을 암시하는 유서 등도 발견되지 않았다. 곳곳에 쓰레기 더미가 남아 있었다. 고시원 관리인은 경찰 조사에서 “지난달 27, 28일경 마지막으로 황 씨를 봤다”고 말했다. 경찰은 그의 진술과 시신 상태 등을 감안할 때 황 씨가 약 15일 전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황 씨는 프리랜서 청각장애아동 언어치료사로 일했다. 고정적인 일자리가 없어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로부터 종종 용돈을 받았지만 월세조차 내기 버거웠다. 월 43만 원인 고시원 방세가 두 달 치나 밀려 있었다. 보증금 100만 원도 이미 방세로 충당한 상태였다. 휴대전화가 있었지만 요금 미납으로 착신이 정지돼 지방에 사는 아버지와는 공중전화로 통화를 했다. 가족을 만난 건 올해 추석이 마지막이었다. 지난해 병원 치료를 받던 황 씨가 한동안 연락이 닿지 않아 남동생이 112에 신고한 일도 있었다. 황 씨는 어릴 때부터 기관지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그가 평소 앓던 질병이 악화돼 숨진 후 뒤늦게 발견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사인 분석을 의뢰하는 한편으로 건강보험공단에 황 씨의 진료 명세도 확인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가뜩이나 몸이 약한 데다 주변 위생상태가 열악해 병이 악화됐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관리인을 제외하곤 고시원 거주자 대부분이 황 씨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주위의 무관심 속에 보름이나 방치된 황 씨의 시신은 서울 동작구의 한 병원 장례식장으로 옮겨졌다. 관리인이 청소를 한 뒤 고시원 방에 남은 황 씨의 흔적이라곤 책장에 붙인 만화 캐릭터 스티커 5개가 전부였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검찰이 ‘대리기사 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16일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송강)는 서울남부지법 형사4단독(판사 곽경평) 심리로 이날 열린 결심공판에서 “(김 의원은) 최초 언쟁 때 주도적으로 항의하고 진로방해를 했다. 일련의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이라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김병권 전 위원장, 김형기 전 수석부위원장에게는 징역 2년이, 한상철 전 대외협력분과 부위원장, 이용기 전 부대변인에게는 징역 1년이 각각 구형됐다. 김 의원은 최후 진술에서 “(사건 당시) 특권을 행사한 적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대형 계약 체결 소식을 회사의 공식 발표(3월 19일)에 보름여 앞서 접한 한미약품 연구원 노모 씨(27)는 올 3월 4∼12일 차곡차곡 회사 주식 735주를 매입했다. 계약 발표만 되면 주가가 급상승하리라는 생각에 부모는 물론이고 절친한 대학선배 양모 씨(30·구속 기소)에게도 소식을 전했다. 애널리스트 경력 10개월 차였던 양 씨는 업계 내에서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다른 기관투자가 10곳에 ‘정보’를 흘렸고 호재성 정보는 암암리에 여의도로 퍼져나갔다. 금융위원회의 의뢰로 수사에 착수한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 이진동)는 노 씨를 구속 기소하고 그가 거둔 8700만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전액 환수했다.○ 부당이득과 실제이득의 괴리 대박을 꿈꾸던 20대 연구원은 결국 철창신세가 됐지만 마냥 기댈 구석이 없는 건 아니었다. 노 씨가 3월에 회사 주식 735주를 매입함으로써 실제로 거둔 이득은 15일 기준 약 5억 원 수준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검찰이 적용한 그의 부당이득 8700만 원과 실제 이득이 4억 원 넘게 차이가 난다. 통상 검찰은 미공개 정보가 시장에 영향을 미친 이후 처음으로 종가 흐름이 달라지는 날의 이전 영업일을 기준으로 부당이득을 산출한다. 미공개 정보 이용에 따른 이득 실현이 비교적 확실하게 드러나는 구간이기 때문이다. 한 차례 흐름이 바뀐 뒤에는 주가가 아무리 뛰어도 부당이득에 반영되지 않는다. 해당 정보가 이후 주가 변동에서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정밀하게 구분해내기 어려워 빚어진 현상이다. 이에 따라 검찰이 혐의를 적용한 노 씨의 부당이득은 대형 계약 발표 이후 상승세를 유지하던 이틀(3월 19, 20일)간의 흐름만 반영됐다. 노 씨가 3월 4일 10만8000원에 최초로 주식을 매입한 이후 20일(종가 24만 원)까지의 상승폭만 반영됐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한미약품 주가는 15일 현재 63만7000원으로 뛰었다. 지난달 한때 87만70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같은 계산을 적용할 경우 2차 정보 수령자인 기관투자가 10곳이 거둔 실제이득도 검찰이 발표한 부당이득(249억 원)의 몇 배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 남부지검, 부당이득 연구 의뢰 금융범죄중점청인 서울남부지검(검사장 오세인)은 올 10월 한국증권법학회에 ‘부당이득의 의미와 범위’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예산 4000만 원을 투입하는 이 연구용역의 목적은 보다 합리적인 부당이득 산출 방식을 찾는 데 있다. 검찰 내 주무는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김형준 부장)이 맡았다. 해당 연구에는 학회에 소속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변호사, 증권거래소 관계자 등이 참여한다. 당초 연내로 예정됐던 보고서 제출 시한도 내년 3월로 연장됐다. 미공개 정보 이용 범죄 등 증권범죄에서 부당이득 산출이 앞으로 큰 숙제가 될 것으로 판단한 오 검사장이 단기 성과보다는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연구를 주문했다고 한다. 올해 7월 도입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적용하는 데도 부당이득 산출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2, 3차 정보 수령자에게 과징금 부과가 가능해졌지만 부당이득 산출 방식이 현재와 동일한 이상 여전히 허점이 있다”고 말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올해 보내지 못한 아버님의 연하장입니다.” 컴퓨터 파일로만 남아 있던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연하장이 마침내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주인이 지난달 세상을 떠났음에도 김 전 대통령의 신년 연하장이 나온 건 한 업체의 숨은 노력 덕분이다. 애초 지난달 제작 예정이었던 ‘YS 연하장’은 지난달 22일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작업이 중단됐다(). 매년 연말이면 김 전 대통령이 주변 이웃에게 보내던 연하장은 특유의 ‘정(情)’을 보여주는 상징 중 하나다. 주인이 세상을 떠나면서 중단된 YS 연하장 제작이 다시 결실을 맺게 된 건 ‘보자기카드’ 이왕수 대표의 공이 컸다. “김 전 대통령의 연하장을 기다리는 이웃에게 정을 전하고 싶다”는 이 대표의 뜻이 본보를 통해 김상학 전 비서관(1992년부터 YS 보좌)에게 전달되면서 연하장 제작이 성사된 것이다. 제작비용은 모두 업체 측이 부담했다. 14일 인쇄된 YS 연하장은 새해 인사와 함께 감사의 의미를 담고 있다. 봉투를 열면 나오는 한지(韓紙)에는 김 전 대통령 유가족 일동이 쓴 감사의 메시지가 담겼다. “아버님의 영전에 국민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사랑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 등의 내용이 쓰였다. 한지 안에 담긴 연하장은 지난달 디자인한 초안과 사진도 문구도 동일하다. 다만 ‘올해 보내지 못한 아버님의 연하장입니다’라는 문구가 연하장 귀퉁이에 조그맣게 추가됐다. 제작 규모도 당초 4800장에서 7500장으로 늘렸다. 매년 연하장을 보내던 외국 유명 인사, 이웃 외에도 국가장 장례위원, 조문객 등을 새로 명단에 추가했다. 인쇄 직전까지 연하장 속 사진 해상도를 손댈 정도로 공을 들였다. YS의 마지막 연하장은 이번 주에 발송될 예정이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이달 초 독일 도심 호텔에서 이른바 ‘귀신을 쫓는 구마(驅魔) 의식’ 도중 일행에게 폭행당해 숨진 40대 여성은 자녀 교육을 위해 독일로 이민을 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함께 독일로 갔던 남편은 마침 자격증을 따러 국내에 돌아와 아내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 일행이 머물던 주택 창고에서 비닐에 싸여 부상한 채 발견된 또 다른 40대 여성은 이날 오후 국내로 귀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에 연루된 이들이 함께 다닌 국내 교회는 ‘구마 의식’과는 무관한 것으로 알려져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포쿠스온라인 등 독일 현지 언론은 최근 프랑크푸르트 인터콘티넨털호텔 객실에서 박모 씨(41·여)가 구타당한 끝에 숨진 채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현지 검찰에 따르면 이 여성은 귀신을 쫓는다는 명분으로 몇 시간 동안 침대에 묶여 일행에게 입에 수건이 덮인 채 복부, 가슴 쪽에 매질을 당했다. 현지 경찰에 구속된 김 씨의 일행은 김모 씨(44·여)와 김 씨의 아들(21), 딸(19), 박 씨의 아들(15)로 밝혀졌고, 같이 있었던 또 다른 15세 남자는 귀국한 최모 씨(41·여)의 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남양주시의 A교회에서 만난 세 가족이 가까워진 건 미국의 대학을 다녔다는 김 씨 아들이 박 씨와 최 씨의 아들에게 영어를 가르쳐 주면서다. 세 가족은 올 7월 남양주시의 B교회로 함께 옮겼다. B교회 관계자는 “박 씨와 최 씨가 각각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있고 너무 갑작스럽게 독일 이민을 결정해 만류했지만 듣지 않았다”며 “이들은 평소 과도하게 종교에 의지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의 이민은 김 씨 주도하에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딸을 독일로 유학을 보냈던 김 씨가 낮은 교육비 등을 장점으로 들며 독일행을 제안하자 초등학생 아들이 축구를 하는 박 씨 가족이 이민을 결정했다. 또 남편을 지병으로 여읜 뒤 박 씨에게 의지하던 최 씨까지 따라나서게 됐다고 한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11일 오후 3시경 인천공항을 통해 국내로 들어왔다. 최 씨는 이후 남양주시 집으로 가지 않고 성남시의 오빠 집으로 간 것으로 알려졌다.남양주=김도형 dodo@donga.com·강홍구 기자}
국내 제약업계 사상 최대 규모 수출계약을 맺은 한미약품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거액을 챙긴 연구원과 현직 애널리스트가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에게 얻은 정보로 수백억 원의 부당이익을 거둔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 등은 2차 정보수령자를 처벌하지 않는 사건 당시 법의 허점 때문에 책임을 모면했다. 전체 시세차익은 264억 원 수준이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 이진동)는 올 3월 한미약품의 수천억 원 규모 수출 계약 발표 직전 해당 정보를 이용해 주식 투자로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로 이 회사 연구원 노모 씨(27)와 대학 선배인 애널리스트 양모 씨(30)를 구속 기소했다고 10일 밝혔다. 노 씨는 주식 투자로 8700만 원을 챙겼고 그에게서 정보를 접한 양 씨는 1억4700만 원을 챙겼다. 양 씨는 또 업계에서 자신의 명성을 높이겠다며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 등에게 해당 정보를 넘긴 혐의도 받고 있다. 같은 수법으로 1200만 원의 부당이익을 거둔 노 씨의 대학동기 이모 씨(27)는 벌금 700만 원에 약식기소됐다. 한미약품은 올해 3월 19일 미국의 글로벌 제약회사인 ‘일라이릴리’와 총 7800억 원 규모의 라이선스·협력 계약 체결 사실을 발표했다. 계약 체결에 앞서 1월 미 업체 측의 실사 준비에 참여하기도 했던 노 씨는 3월 해당 정보를 취득한 지 사흘 만에 양 씨와의 통화 과정에서 정보를 전했다. 당시 애널리스트 경력 10개월째였던 양 씨는 업계에서 이름을 알리기 위해 3월 10∼13일 자산운용사 등 10개 기관투자가 펀드매니저 12명에게 해당 정보를 건넸다. 수사기관의 적발을 피하기 위해 직접 만나거나 전화 통화로만 전달했다. 이 정보로 자산운용사 등은 적게는 7000만 원에서 최대 63억 원까지 총 249억 원의 부당이익을 취했다. 정보 전달로 명성을 쌓은 양 씨는 기존 투자증권사보다 연봉 10%를 더 주는 한 자산운용사로 자리를 옮겼다. 양 씨는 당시 업계 지인과 “(이번 일로) 입신양명하겠다”는 등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 중 펀드매니저 등은 2차 정보수령자라는 이유로 처벌을 받지 않았다. 이들의 부당한 거래가 2, 3차 정보수령자에게도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한 개정 자본시장법 시행(올해 7월) 이전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로 밝혀진 이들의 부당이익도 계약 발표 직후 이틀(19, 20일)간의 주가 상승 폭만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실제 이익은 훨씬 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법상 미공개 정보 취득에 따른 부당이익은 해당 정보를 통해 주식을 거래한 뒤 최초로 주가 흐름이 바뀔 때까지를 기준으로 산출하고 있다. 당시 계약 발표 전날(3월 18일 종가 기준) 18만2000원이었던 한미약품 주가는 10일 현재 69만7000원으로 올랐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고공시위를 목적으로 광고탑에 올라가는 과정에서 경찰관을 폭행한 민노총 화물연대 회원이 줄줄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송강)는 공무집행방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상해) 등의 혐의로 민노총 화물연대 전략조직국장 심모 씨(50)등 8명을 구속기소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에 자수한 화물연대 박모 씨(39)는 불구속 기소됐다. 심 씨 등은 10월 24일 오전 3시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2교 인근 광고탑에서 고공농성을 할 목적으로 경계 근무 중이던 경찰관을 바닥에 꿇어앉히고 등을 찍어 눌러 전치 2주의 부상을 입힌 혐의다. 이들은 경찰제압조, 차량운전조, 사다리조 등으로 나누어 사전에 역할을 분담했다. 복면을 착용했으며 차량 번호판에 물을 적신 화장지를 붙여 수사 기관의 추적을 피했다. 알리바이를 조작하기 위해 화물연대 사무실에 휴대전화를 두고 무전기를 대신 사용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 폭행 등 국가 공권력을 무력화하려는 시도에 적극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현재 광고탑 위에서 고공시위 중인 노조원 2명도 신병이 확보되는 대로 엄정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70대 남성이 양 손에 망치와 쇠톱을 들고 아파트 단지에 나타났다. 9일 새벽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서다. 숨죽여 소화전 함을 열고는 소화전 부품을 하나둘 떼 내기 시작했다. 이 건물 1~7층 7개 소화전함에서 챙긴 소화전 관창과 마개는 고스란히 포대에 담겼다. 작업에 열중하던 남성은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오전 4시경 붙잡혔다. 복도에서 수상한 행동을 하는 남성을 본 아파트 주민이 경찰에 신고한 것. 경찰에 붙잡힌 피의자는 이 아파트에서 6년여 경비원으로 일하던 허모 씨(73)였다. 이날도 야간근무를 서던 허 씨는 새벽 시간대 주변의 경계가 소홀한 틈을 타 소화전 부품을 훔쳤다. 다른 곳도 아닌 자신의 일터에서 도둑질을 하려 했던 건 해당 아파트가 곧 재개발될 예정이었기 때문. 전체 거주민의 약 5%만 남은 상황에서 이사를 떠나는 주민이 고물을 버리는 것을 본 허 씨는 이를 내다 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근처 철물점에 가서 시세까지 물어본 허 씨는 일부 청동이 섞인 소화전 부품이 비싸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범행 타깃을 정했다. 일반 고철이 ㎏당 30~50원을 쳐주는 데 반해 청동은 ㎏당 1800원까지 줄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소화전 부품 17점을 훔친 혐의(절도)로 허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0일 밝혔다. 허 씨는 기자에게 “사람이 없고 철거된다니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견물생심이었을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청동 인지 파악하기 위해 자석까지 들고 범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유빈 eubini@donga.com·강홍구 기자}

서울대가 8일 발표한 ‘2016학년도 수시모집’의 기회균형선발Ⅰ 특별전형에 합격한 박지상 양(18·전남 진도고)과 이일규 군(18·서울 광문고)은 합격 소식을 전해 듣고 막연한 두려움과 기쁨이 교차하는 듯했다. 박 양은 2학년 때인 지난해 진도의 도깨비굿을 소재로 한 단편소설 ‘손님’을 쓴 이색 경력 보유자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진도에 천연두가 퍼지자 조정에서 뱃길을 끊으라는 명을 내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에는 박 양이 직접 그린 삽화도 담겼다. 이 소설은 다른 학생의 작품과 함께 올해 초 ‘진도비전’이라는 이름으로 출판됐다. 박 양은 한국장학재단 ‘인문 100년 장학금’ 인문학 부문 장학생으로 선발된 경력도 있다. 영문학과 진학을 계획 중인 박 양의 꿈은 한영 번역가다. 언어적 장벽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은 한국 문학 작품을 세계에 전파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입학 후에는 당장 언어학 관련 교양 수업을 수강할 계획이다. 박 양은 “아무래도 (일반전형 학생과) 영어 실력에서 격차가 많이 나지 않을까 걱정”이라면서도 “시, 서화가 유명한 진도에서 생활하면서 겪은 다양한 경험을 동기와 나누고 싶다”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사회과학계열에 합격한 이 군은 어릴 적 겪은 불의의 사고를 견뎌 낸 정신력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오른손 네 손가락을 잃은 그는 봉합 수술 이후에 중학교 진학을 포기할 정도로 상처를 받았지만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다른 아이들과 별 차이 없다는 자기 주문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권오현 서울대 입학본부장은 “어려운 환경에서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고 밝혔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같은 경제학자를 꿈꾸는 이 군은 대학 입학 후 당장 토론 동아리부터 가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제학자를 꿈꾸게 된 것은 경제학이라는 학문과 사람들의 실제 삶 사이의 괴리를 좁혀 보고 싶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군은 “중학교 때 자퇴하고 혼자 공부하면서 외로움을 느꼈다”며 “대학에서 더 많은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내년도 수시모집에서 지역균형선발전형과 일반전형으로 총 2286명을 선발했다. 정원 외인 기회균형 선발특별Ⅰ 전형은 164명을 뽑았다. 합격자 중 일반고 출신은 1240명으로 전체의 50.6%고 경쟁률은 7.4 대 1이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타워크레인업체, 건설사 등을 상대로 노조원을 채용하도록 협박한 민주노총 산하 타워크레인분과 집행부 15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송강)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 공갈, 공동 협박 등) 혐의로 타워크레인분과 위원장인 정모 씨(47) 등 5명을 구속 기소하고 전북지부장 박모 씨(43) 등 10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8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9월까지 전국의 3개 타워크레인업체와 10개 건설사를 상대로 민주노총 소속 크레인기사를 채용하라고 협박하고 업무를 방해한 혐의다. 이들은 분회 단위로 현장을 돌아다니며 채용을 요구했다. 이를 거부하면 해당 업체와 관련된 건설 현장에서 집회를 한 것은 물론이고 타워크레인업체 운영자가 다니는 교회, 시공업체가 운영하는 골프장, 휴게소 등에도 대규모 집회신고를 내 업체를 압박했다. 고발 전담팀을 두고 작업자가 잠시 안전모를 벗은 사진을 찍는 등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빌미가 될 만한 자료를 모아 노동청에 고발하기도 했다. 협박이 반복되면서 한 타워크레인업체는 시공업체 4곳과 계약이 해지되는 등 11억 원 상당의 손해를 보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노조원 채용을 목적으로 거대 노조가 관행처럼 이어온 조직적 공갈, 협박 행위를 적발한 최초 사례”라고 설명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7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정문 옆 안내소에서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며 삭발 퍼포먼스를 한 박정민 씨(35)의 목소리는 떨렸다. 이날 박 씨를 포함해 박원호(30·여) 김종근 씨(23) 등 사법시험 준비생 3명이 삭발을 했다. 농부의 아들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박 씨는 “고등학교 졸업 뒤 일을 하다가 대학에 진학했다”며 “대학에서도 학자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원치 않은 휴학도 해야 했다”고 말했다. 자신처럼 어렵게 공부하는 사람에게 대학 졸업 후에도 다시 3년간 학비를 더 내야 로스쿨에 다닐 수 있게 하는 것은 지나친 진입장벽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로스쿨에서는 ‘차상위 계층이면 학비 지원이 있다’고 하는데 우리 아버지 소득이 월 100만 원이어도 시골에 사는 집이 있다는 이유로 지원에서 배제된다”고 비판했다. 이날 모인 고시생들은 “로스쿨 귀족들의 막가파식 자퇴 쇼에 흙수저는 분노한다”는 피켓을 들고 법무부의 사법시험 존치 결정을 촉구했다. 이와는 별도로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 106명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사법시험 존치 법안에 대한 심의와 표결을 제때 처리하지 않아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며 7일 헌법소원을 냈다. 이들은 “법조계에서의 사법시험 출신과 로스쿨 출신 간의 갈등도 결국은 법사위가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데서 기인한 바가 크다”며 “헌법에 보장된 국민주권의 권리, 직업 선택의 자유 등이 침해당했다. 사시 존치 법안 심사가 1년 넘도록 지연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4일 서울대 로스쿨 전체 인원 480명 중 464명이 집단으로 학교에 자퇴서를 제출한 데 이어 7일부터 청와대, 국회, 법무부, 대법원, 검찰청 앞 등에서 동시에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충북대와 제주대 로스쿨 등의 학생들도 자퇴를 결의했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학생회 측은 성명서를 내고 “입학생 5명 중 1명은 가구소득 2000만 원 아래로 다양성이 높은 집단인데 일부 악의적인 여론몰이로 마치 ‘금수저’인 것처럼 오해를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2009년 로스쿨제도를 도입하면서 2017년 기존의 사법시험은 완전히 폐지할 예정이었다. 내년 2월 마지막 1차 시험을 앞두고 있어 수험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지만 법무부는 ‘사시 폐지 4년 유예’ 의견을 번복한 뒤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강홍구 windup@donga.com·신나리 노지현 기자}

서울 양천경찰서 강력계는 지난달 ‘신정동 살인사건’ 전담팀을 본격 가동했다. 2005년 6월과 11월 양천구 신정동 주택가에서 20대 여성과 40대 여성이 5개월의 간격을 두고 연달아 변사체로 발견된 사건이다. 경찰이 10년 넘게 해결하지 못했던 미제 사건에 다시 손을 댄 이유는 올 7월 국회에서 종전엔 25년으로 돼 있던 살인죄 공소시효를 폐지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이에 경찰, 검찰 등 수사기관들은 전담팀 규모를 확대하는 등 미제 사건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신정동 사건 전담팀은 강력2팀 형사들로 꾸려졌다. 2팀은 양천경찰서의 6개 강력팀 중 유일하게 2005년 사건 발생 당시 근무했던 형사가 있는 팀이다. 경찰은 두 사건 모두 시신의 얼굴 부위에 검은색 비닐이 씌워져 있었고, 시신의 무릎이 뒤로 꺾여 있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또 목이 졸려 숨졌다는 공통점도 있어 두 사건의 연관성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찰이 새롭게 기대를 걸고 있는 건 유전자(DNA) 분석 기술의 발전이다. 분석 대상은 두 번째 사건 당시 시신을 감싼 돗자리다. 경찰은 당시 돗자리에서 피의자의 땀으로 보이는 체액의 흔적을 발견했지만, 정확한 DNA를 파악하진 못했다. 10년이 흐른 만큼 분석 기법이 진일보했을 것으로 보고 전담팀은 조만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분석을 의뢰할 계획이다. 유사 범행의 동일범 가능성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경찰은 충남 지역에서 비슷한 수법으로 살인을 저질러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된 A 씨 접견을 시도할 계획이다. A 씨는 살인 후 시신의 얼굴을 검은 비닐로 싸고 시신 유기 때 포대를 이용하는 등 신정동 사건과 유사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A 씨가 체념하고 의외의 이야기를 털어놓을지도 모른다”며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다. 내부에서는 두 사건을 별개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몇 가지 단서만 갖고 두 사건을 동일범 소행으로 보는 것은 위험하다”며 “첫 번째 사건과 유사한 모방 범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전혀 별개 사건으로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송년회 하면 빠지지 않는 건배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라운드 테이블에 놓인 소주병, 맥주병이 무색할 정도로 참석자들은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장기자랑을 감상하기 바빴다.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온라인게임 개발업체 ‘넷마블게임즈’의 송년회 이야기다. 2003년부터 가족 초청 송년회를 진행해온 넷마블게임즈는 올해도 임직원 가족 500여 명을 송년회 자리에 초대했다. 회사 측은 이날 회심의 카드로 직원 자녀를 위한 놀이방, 수면시설 등을 마련하기도 했다. 회사 캐릭터를 이용한 페이스페인팅 코너는 어린 자녀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회사 관계자는 “금요일에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구성원의 뜻을 반영해 수요일에 행사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말 송년회 시즌을 맞아 과거 술자리 위주의 ‘부어라 마셔라’식 송년회를 지양하는 곳이 늘고 있다. 영화·공연 관람 등 문화생활로 송년회를 대체하는 곳도 많아졌고 술자리를 하더라도 마무리 시간을 앞당기는 추세다. 일례로 행정자치부의 공공정보정책과는 지난달 18일 일찌감치 송년회를 했다. 가뜩이나 12월에 이런저런 송년회가 많은데 내부 행사라도 앞당겨 연말에 가족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자는 취지였다.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의 한 개발팀은 10일 바리스타 학원에 가서 커피 만들기 체험 행사를 할 계획이다. 분기별로 하는 조직 활성화 행사를 송년회와 연계해 그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화여대의 한 단과대 사무실은 술 없이 다과회만 진행하고 추첨을 통해 각자 준비한 선물을 나눌 계획이다. 그러나 여전히 이처럼 가벼운 송년회가 ‘그림의 떡’인 곳도 많다. 올해 유통업체로 직장을 옮긴 우모 씨(29)는 “과거에 다닌 회사나 지금 회사나 1, 2, 3차로 밤새 이어지는 술자리는 기본”이라며 “올해는 (회사 막내라) 송년회 준비까지 도맡게 돼 부담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김형환 한국경영리더십컨설팅 대표(48)는 “단결을 강조하는 군대식 문화가 직장 문화에 녹아든 결과”라며 “단체 구호보다 개인 간의 대화를 유도하는 것이 한 해를 정리하는 송년회 취지에 맞다”고 설명했다. 송년회를 구상 중인 이들이 귀 기울여야 할 이야기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산업화, 정보화, 민주화가 모두 달성된 마당에 폭력 집회는 공감을 얻기 힘들어요. 앞으로는 평화적인 준법 집회가 확실히 뿌리내려야 합니다.” 5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 ‘2차 민중 총궐기 투쟁대회’를 앞두고 열린 범종교인 기자회견을 보며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연구원장(54·사진)은 이렇게 말했다. 강 원장은 1987년 6월 민주항쟁 당시 신동아 기자로 현장을 취재했다. 본보 취재팀은 강 원장과 2차 민중 총궐기 집회 현장에 동행하며 바람직한 집회 시위 문화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이날 집회는 오후 3시경 서울광장에서 경찰 추산 1만4000여 명(주최 측 5만여 명 추산)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집회가 시작되자 조계사 스님을 비롯한 종교계 인사들이 한 손에 꽃을 들고 집회장에 들어섰다. 평화와 화해의 상징인 꽃으로 이날 집회가 순조롭게 끝나길 바라는 염원을 담은 퍼포먼스였다. 강 원장은 “1989년 공산주의 정권 붕괴를 불러온 체코의 ‘벨벳혁명’ 당시에도 꽃을 든 시위대의 사진이 널리 회자됐다. 꽃이 등장한 게 매우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1시간 반 동안 진행된 집회에서 주최 측은 노동관련법 개악 중단, 역사 교과서 국정화 중단, 농민 고사정책 중단 및 백남기 씨 부상에 대한 사과와 책임자 처벌 등 다양한 요구를 내놨다. 집회장 곳곳에서 “박근혜 정권 퇴진하라” “이석기(전 통합진보당 의원)를 석방하라”는 정치성 구호를 외치는 이들도 있었지만 폴리스라인을 넘어서는 등의 불법 행위는 없었다. ▼ “과격문구도 사라져야 일반시민 공감 얻을것” ▼경찰도 집회 참가자가 늘어나자 플라자호텔 앞 도로까지 집회장소를 열어주고 경찰버스 차벽을 설치하는 않는 등 유연한 대처가 돋보였다. 본 집회가 끝나자 참가자들이 대학로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1차 총궐기처럼 “청와대로 가자”는 구호는 없었다. 강 원장은 “‘청와대로 가자’는 구호는 시위대에 자기만족을 줄지 몰라도 일반인의 공감을 얻긴 힘들다”고 지적했다. 모든 사회문제의 원인과 책임을 청와대 탓으로만 돌리는 문제의식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에 대한 해법이 될 수 없음을 지적한 것이다. 행진은 청계천, 보신각을 거쳐 종로를 지나 대학로에 있는 서울대병원까지 이어졌다. 주최 측은 300명의 질서유지단을 동원해 일부 시위자의 돌출행동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강 원장은 “과격하고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구호나 피켓은 도리어 집회에 참여하지 않는 일반 시민 다수의 반발을 살 수 있다”며 “많은 사람에게 자신의 주장을 알리고 설득하기 위해 좀 더 재치 있고 풍자나 해학이 담긴 표현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오후 8시 40분경 시위대는 서울대병원 앞에서 마무리 집회를 끝으로 해산했다. 주최 측이 신고한 집회 마감시간인 오후 9시를 넘지 않았다. 강 원장은 “오늘 집회는 작은 기적이 이뤄진 중요한 실험이었다”며 “종교단체가 대립을 완충하는 역할을 했고 집회 주최 측도 최근 악화된 국민 여론을 수용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집회를 지켜본 시민들은 이날 집회가 평화적으로 마무리된 데 안도하면서도 현행 집회시위 문화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강이슬 씨(26·여)는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참가자들이 각자의 주장을 한꺼번에 내놓아 소란스럽기만 하고 공감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회사원 이윤수 씨(29)는 “일부 요구 내용엔 동의하지만 시위대가 말하는 민중이 실제 나를 포함한 국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시위대와 거리를 두는 모습이었다. 폭력 시위가 언제 다시 등장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호연 씨(30·여)는 “평화시위를 한다고 해도 아직까지는 과격해 보이고 ‘그들만의 리그’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강홍구 windup@donga.com·박창규·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