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범죄 부당이득 기준 손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한미약품 대박정보 빼낸 연구원 주식차익은 8700만원? 5억?
통상 미공개정보가 주식 영향준뒤 흐름 바뀌기 전날 종가로 차익 계산
이후엔 주가 뛰어도 반영 안돼… 서울남부지검, 산출방식 연구 의뢰

대형 계약 체결 소식을 회사의 공식 발표(3월 19일)에 보름여 앞서 접한 한미약품 연구원 노모 씨(27)는 올 3월 4∼12일 차곡차곡 회사 주식 735주를 매입했다. 계약 발표만 되면 주가가 급상승하리라는 생각에 부모는 물론이고 절친한 대학선배 양모 씨(30·구속 기소)에게도 소식을 전했다. 애널리스트 경력 10개월 차였던 양 씨는 업계 내에서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다른 기관투자가 10곳에 ‘정보’를 흘렸고 호재성 정보는 암암리에 여의도로 퍼져나갔다. 금융위원회의 의뢰로 수사에 착수한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 이진동)는 노 씨를 구속 기소하고 그가 거둔 8700만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전액 환수했다.

○ 부당이득과 실제이득의 괴리

대박을 꿈꾸던 20대 연구원은 결국 철창신세가 됐지만 마냥 기댈 구석이 없는 건 아니었다. 노 씨가 3월에 회사 주식 735주를 매입함으로써 실제로 거둔 이득은 15일 기준 약 5억 원 수준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검찰이 적용한 그의 부당이득 8700만 원과 실제 이득이 4억 원 넘게 차이가 난다.

통상 검찰은 미공개 정보가 시장에 영향을 미친 이후 처음으로 종가 흐름이 달라지는 날의 이전 영업일을 기준으로 부당이득을 산출한다. 미공개 정보 이용에 따른 이득 실현이 비교적 확실하게 드러나는 구간이기 때문이다. 한 차례 흐름이 바뀐 뒤에는 주가가 아무리 뛰어도 부당이득에 반영되지 않는다. 해당 정보가 이후 주가 변동에서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정밀하게 구분해내기 어려워 빚어진 현상이다.

이에 따라 검찰이 혐의를 적용한 노 씨의 부당이득은 대형 계약 발표 이후 상승세를 유지하던 이틀(3월 19, 20일)간의 흐름만 반영됐다. 노 씨가 3월 4일 10만8000원에 최초로 주식을 매입한 이후 20일(종가 24만 원)까지의 상승폭만 반영됐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한미약품 주가는 15일 현재 63만7000원으로 뛰었다. 지난달 한때 87만70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같은 계산을 적용할 경우 2차 정보 수령자인 기관투자가 10곳이 거둔 실제이득도 검찰이 발표한 부당이득(249억 원)의 몇 배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 남부지검, 부당이득 연구 의뢰

금융범죄중점청인 서울남부지검(검사장 오세인)은 올 10월 한국증권법학회에 ‘부당이득의 의미와 범위’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예산 4000만 원을 투입하는 이 연구용역의 목적은 보다 합리적인 부당이득 산출 방식을 찾는 데 있다. 검찰 내 주무는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김형준 부장)이 맡았다. 해당 연구에는 학회에 소속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변호사, 증권거래소 관계자 등이 참여한다.

당초 연내로 예정됐던 보고서 제출 시한도 내년 3월로 연장됐다. 미공개 정보 이용 범죄 등 증권범죄에서 부당이득 산출이 앞으로 큰 숙제가 될 것으로 판단한 오 검사장이 단기 성과보다는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연구를 주문했다고 한다.

올해 7월 도입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적용하는 데도 부당이득 산출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2, 3차 정보 수령자에게 과징금 부과가 가능해졌지만 부당이득 산출 방식이 현재와 동일한 이상 여전히 허점이 있다”고 말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한미약품#주식#증권범죄#부당이득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