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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경제 현대화와 재정적자 감축을 목표로 (연금) 개혁안을 추진했다. 상대적으로 정치적 아웃사이더였던 그는 대담한 조치를 취했고 상당한 반대에 직면했다. 반면 법조계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은 더 유화적 인물이다. 마크롱과 비슷한 방식으로 연금개혁을 수행할 수 있을지 말하기 어렵다.(중략)” 최근 친분이 있던 연금 전문가 A 씨가 ‘다른 전문가의 의견’이라며 메시지를 보내왔다. 한국과 프랑스의 연금개혁 상황을 비교한 글인데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진행 중인 연금개혁 논의가 ‘맹탕’이란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고개를 끄덕일 부분이 상당수 있었다. “좋은 글 잘 봤다”고 답하려는 순간 A 씨는 “글쓴이는 인공지능(AI) 챗GPT”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마크롱 대통령처럼 할 수 있을까”라고 질문하자 나온 대답이라고 했다. 정치생명을 걸고 연금개혁을 밀어붙이는 마크롱 대통령의 결기를 윤 대통령에게 기대하면서 질문을 던졌다는 A 씨는 “예상보다 전망이 비관적”이라며 씁쓸해했다. 한국의 연금개혁 상황은 AI의 전망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세부 숫자가 빠진 ‘껍데기안’을 발표하고 공을 정부로 돌렸다. 10월에 정부안이 나올 예정이지만 얼마나 구체적인 안이 제시될지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또 정부안이 나온들 내년 총선을 앞둔 국회가 제대로 심의에 착수할지도 의문이다. 총선이 끝나면 얼마나 달라질까. 차기 대권주자들은 표가 안 되는 연금개혁을 다음 정부로 넘길 공산이 커 보인다. 이 같은 폭탄 돌리기는 왜 반복될까. 바로 연금개혁이 그만큼 어렵고 부담스러운 과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각종 이해관계가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힌 게 바로 연금 문제다. 다수가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안을 도출하더라도 일부는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 의견도 제각각이다. 집권세력이 지지층만 보고 직진할 수 있는 정책 과제와는 차원이 다르다. 2007년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개혁 이후 16년 동안 보수·진보 정부 모두 이 같은 이유로 개혁을 사실상 포기했다. 같은 실패가 반복되는 걸 두고 ‘다른 해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마크롱처럼 대통령이 정치생명을 걸지 않으면 개혁을 추진하기 어려운 극단적 환경을 바꿔보자는 것이다. 국민연금 보험료율 조정을 건강보험료처럼 매년 정기적으로 하자는 안이 대표적이다. 국민연금 개혁을 몇 년마다 하는 ‘대형 이벤트’가 아닌 금리 조정처럼 경제 상황에 따라 수시로 할 수 있는 구조로 바꾸자는 것이다. 집권 여당이 개혁을 추진하고 야당은 반대하는 그런 ‘정쟁의 장’에서 분리하자는 취지다. 국민들도 조금은 더 일상적으로 개혁 조치를 받아들일 수 있고, 정치권의 짐도 약간은 가벼워지지 않을까. 정치권의 개혁 의지 부족을 비판할 순 있다. 하지만 모든 원인을 정치 탓으로 돌리면 변화는 더 요원해진다. 소득의 약 30%, 직장인은 약 15%를 연금보험료로 내야 하는 미래 세대의 암울한 미래는 바꿔야 한다. 여야 모두 개혁에 나설 환경이 조성된다면 지속가능한 사회에 조금 더 빨리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

‘전방 주시율 0%.’ 14일 충남 천안 한국자동차연구원의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DMS)’ 시험장. 운전대를 잡고 2, 3초가량 눈을 감자 모니터에 이 같은 경고 메시지가 뜨더니 “삐비빅∼” 하는 경고음이 차내에 울렸다. 옆 모니터도 붉은색으로 변하더니 ‘졸음 경보’ 문구가 나타났다. 인공지능(AI) 카메라가 쏜 적외선이 기자의 눈 움직임을 파악해 졸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다. 이 AI 카메라는 이미 인체 모형(더미)을 통해 인간이 졸릴 때 나오는 다양한 신체 움직임을 학습했다고 한다. 잠시 고개를 숙이거나, 옆 창문을 2초가량 응시해도 어김없이 ‘부주의 경보’ 메시지가 날아들어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이 연구원의 박선홍 주행제어기술부문 실장은 “AI 카메라는 운전자 데이터를 축적하면서 더 정교하게 졸음운전을 포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늘어나는 졸음 및 주시 태만 사고 비율도로 위 졸음운전은 교통 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2022년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156명 중 76%(119명)이 졸음 및 주시 태만 사고로 숨졌다. 2018년 67%였는데 9%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시속 100km로 달리던 운전자가 3초만 졸면 84m가량을 나아가게 된다”며 “졸음운전은 교통 안전의 최대 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자동차 업계를 중심으로 졸음운전 사고를 막기 위한 첨단 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기자가 체험한 DMS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DMS를 선제적으로 도입한 국가에선 이미 교통사고 감소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영국의 교통 전문 매체 ‘트래픽 테크놀로지 투데이’에 따르면 전체 시내버스의 95%에 DMS를 설치한 러시아 모스크바는 2020년 대중교통 사고가 전년 대비 약 30% 줄었다고 한다. 호주 DMS 개발업체 시잉머신은 DMS가 향후 미국 교통사고 사망자를 3분의 1로 줄일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뇌파 등 생체 신호를 활용한 DMS도 개발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세계 첫 뇌파 활용 안전운전 보조 기술인 ‘엠브레인’ 고도화를 진행 중이다. 이어셋 모양의 장치를 착용하면 뇌파를 감지하며 운전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방식이다. 뇌 활동이 둔화되거나, 집중도가 저하하면 경고음이 울리도록 설계됐다. 옵션에 따라 좌석 진동을 통해 경고하기도 한다. 시범 사업에서 엠브레인을 착용한 버스 운전사들은 부주의 운전 발생 빈도가 평균 25.3%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범 사업에 참여한 버스 운전사 김연학 씨(54)는 “점심 식사 후 오후 1, 2시경 고속도로를 지날 때 가장 졸린데 엠브레인에서 경고음이 울리니 더 안전하게 운전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법 규정 미비로 국내 도입 더뎌전문가들은 졸음운전 방지 관련 국내 기술력은 충분하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국내 도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제네시스 GV70, GV80에 ‘전방주시경고(FAW)’ 등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을 옵션에 적용한 정도다. 보급이 더딘 이유는 법 규정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 관련 규정이 있긴 하지만 현재는 자율주행(레벨3) 차에만 적용된다. 일반 승용차의 경우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 관련 규정이 전혀 없다. 그렇다 보니 완성차 업체도 차 가격 경쟁력 등을 이유로 전면 도입을 꺼리고 옵션에만 적용하는 것이다. 반면 유럽연합(EU)은 지난해 7월 ‘자동차 일반 안전에 관한 법령’을 통해 운전자 졸음 운전 경고 시스템을 2024년 7월 이후 출고되는 신차에 의무적으로 장착하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기술 진화 속도라면 조만간 전 세계 자동차에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이 도입될 날이 머지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엠브레인 등 한국이 우위를 점한 기술이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선제적으로 규정을 만들고 기술 개발 및 보급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형구 자동차안전연구원 국제기준팀장은 “EU가 제안하면 자동차 국제 기준 논의 기구인 ‘UN WP29’가 관련 논의를 곧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 기준에 정부와 산업계의 입장을 반영시키려면 정부도 관심을 갖고 필요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기술 도입이 본격화되기 전에 개인정보 보호 방안 등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성렬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영상이 녹화되지 않는 방식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얼굴을 카메라에 노출하는 걸 꺼리는 사람도 있다”며 “기술 고도화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보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졸음쉼터 241곳… 설치후 졸음운전 사망 42% 감소 2011년 고속도로 도입 이후 확대이용자 99% “졸음 예방에 효과” 10년차 화물차 운전사 오세권 씨(41)는 최근 부산에서 공연장비를 싣고 상주∼영천 고속도로를 달리다 자칫 사고를 낼 뻔했다. 장시간 운전을 하다 자신도 모르게 눈이 감긴 것. 차선을 이탈하면서 평소와 다른 타이어 소리에 놀라 운전대를 바로잡으며 간신히 사고를 피했다. 피곤해 졸음쉼터를 찾았는데, 화물차 자리가 없어 다시 달리기 시작한 게 화근이었다. 오 씨는 “2, 3시간에 한 번씩 졸음쉼터에서 20, 30분 정도 자는 습관이 있는데 앞으로는 더 철저히 지키기로 했다. 잠깐 쉬는 게 졸음운전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한국도로공사 직원 아이디어로 2011년 도입된 졸음쉼터는 현재 전국 고속도로에 241곳까지 늘었다. 그 덕분에 고속도로 내 휴게시설 간 평균 거리는 2010년 22.1km에서 현재 14.5km로 34% 줄었다. 독일(10∼12km) 프랑스(8∼50km)의 도로 휴게시설 간 거리와 비슷한 수준이고, 미국(16∼48km)보다 짧다. 졸음쉼터가 사고 예방에 실질적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육동형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발표한 ‘고속도로 졸음쉼터의 전략적 설치 방안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졸음쉼터 개설은 약 11.9%의 사고 감소 효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의 ‘일반국도 졸음쉼터 설치 및 개선 기본계획 수립 연구’에 따르면 졸음쉼터 이용자의 99.1%가 “쉼터가 졸음운전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응답했다. 실제로 쉼터가 생기기 전인 2010년에는 연간 졸음운전 사망자가 119명이었지만, 이후 10년 평균(2011∼2022년) 69명으로 42% 줄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사망자 수는 많이 줄었지만 아직 졸음운전이 적지 않은 만큼 쉼터 이용을 더 독려하는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했다. 졸음쉼터는 출범 13년째를 맞아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며 진화하고 있다. 규정상 주차면 10면 이하인 소형 졸음쉼터에는 화장실, 여성화장실 비상벨, 방범용 폐쇄회로(CC)TV, 조명시설 등을 갖춰야 한다. 중형(주차면 11∼29면)과 대형(주차면 30면 이상) 시설에는 벤치, 운동시설, 자판기 등이 설치된 곳도 있다. 다만 오 씨 사례처럼 일부 쉼터에 화물차 주차공간이 없거나 부족하다 보니 화물차 운전사들이 이용하기 불편하단 지적도 나온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달 27일 화물차 주차공간을 의무 설치하는 내용의 ‘졸음쉼터의 설치 및 관리지침 전부개정안’을 행정예고한 상태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졸음운전을 방지하기 위한 여러 조치들이 나오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운전자 스스로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라며 “조금이라도 피곤하면 졸음쉼터를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 팀장 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 한재희(산업1부) 이축복(산업2부) 신아형(경제부) 윤다빈(국제부) 송유근 전혜진(사회부) 기자 특별취재팀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10년 전 교통사고가 크게 나 온몸에 철심을 박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났어요. 몸도 불편한데 아들 셋 먹여살리겠다고 직접 배달까지 뛰면서 한 푼도 아끼며 살았는데….” 9일 오후 중앙선을 침범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김모 씨(49)의 아버지(78)는 10일 경기 성남시 성남중앙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빈소에서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하나뿐인 아들을 잃었다”며 탄식했다. 대전 스쿨존에서 배승아 양(10)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지 하루 만에 다시 무고한 희생자가 발생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는 걸 막으려면 교통 선진국처럼 술을 마신 경우 원천적으로 운전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시동잠금장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 하남경찰서와 유족에 따르면 하남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던 김 씨는 9일 오후 6시 39분경 오토바이로 떡볶이 배달을 마치고 돌아오다 하남시 덕풍동 풍산고등학교 인근 왕복 4차로에서 중앙선을 침범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치여 숨졌다. 운전자(31)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37%로 면허 정지 수준이었다. 숨진 김 씨는 장애 5등급 판정을 받고도 자녀 셋을 악착같이 키워낸 가장이었다. 김 씨의 작은아버지(58)는 “힘들게 아들 셋을 키워 둘은 대학 보내고 이제 고등학생 하나 남았다. 너무 힘들어해 배달이라도 그만하라고 했는데 이런 일이 생겼다”고 했다. 교통 안전 관련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한국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016년 4292명에서 2021년 2000명대(2916명)로 줄었다. 음주운전 사망자도 전체적으로는 감소세지만 음주운전 재범률은 2019년 43.8%에서 2021년 44.8%로 오히려 늘었다. 전문가들은 음주운전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려면 시동잠금장치 도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운전자가 술을 마시면 시동이 걸리지 않게 하는 장치로 대당 250만 원가량만 내면 기존 차량에도 설치할 수 있다. 이 장치는 이미 미국 36개 주에 도입돼 2006∼2018년 음주운전 사망자 수를 19% 줄이는 등 효과를 입증했다. 유럽연합(EU) 국가에선 음주운전 유죄 판결 시 운전 금지 조치와 시동잠금장치 설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 도입 논의는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18대부터 21대 국회까지 매번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14년째 국회 문턱을 못 넘고 있다. 2021년 국민권익위원회도 도입을 권고해 이듬해 경찰청에서 시범사업까지 했지만 입법 무산으로 중단됐다. 권용복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음주운전 전력자부터 시동잠금장치를 의무화하고 점차 확대해 나가면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전체 음주운전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국회 ‘음주시동 잠금장치’法 14년째 논의중 21대 들어서도 관련 법안 5건 계류1대당 250만원 장치 설치비용 필요尹, 대선때 “설치에 주세 10% 사용”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 국내 도입이 처음 시도된 것은 2009년 국회에 관련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제출되면서부터다. 음주운전을 3회 이상 해 운전면허가 취소된 사람이 새로 운전면허증을 받은 경우 3년 동안 시동잠금장치가 설치된 차를 운전하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국내 연구 결과가 부족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충분한 사전 연구조사와 국민 의견 수렴을 거쳐 도입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검토 의견을 냈고 이후 뚜렷한 진전 없이 회기가 끝나 폐기됐다. 이어 19, 20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21대 국회에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계류 중인 시동잠금장치 의무화 법안만 5건이나 된다. 14년째 국회에서 논의만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발의된 법안들은 달라진 사회 분위기를 반영해 초범이나 버스 등에 대해서도 시동잠금장치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행안위 관계자는 “대상자를 음주운전자로 할 건지 아니면 버스 운전자 등으로 할 건지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하고, 대당 250만 원가량 드는 장치 설치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민권익위원회가 2021년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95%는 음주운전자에게 시동잠금장치를 일정 기간 의무 설치하는 방안에 찬성했다. 권익위는 이를 바탕으로 경찰청에 음주운전 재범자에 대해 시동잠금장치를 도입할 것을 권고했고 경찰청은 한국교통안전공단과 함께 지난해 제주 지역 일부 렌터카와 배송차량에 대해 시동잠금장치 설치 차량을 시범운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시동잠금장치를 본격적으로 도입하려면 국회에서 법이 통과돼야 하는데 국회 행안위 전문위원실에서 설치 의무화 대상자의 기준, 시기, 예산 등을 놓고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 걸로 안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도 지난해 5월 상습 음주운전자를 가중 처벌하는 이른바 ‘윤창호법’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리면서 시동잠금장치 부착을 형벌 강화에 앞서 검토해야 할 수단으로 제시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과정에서 주세의 10%를 시동잠금장치 설치 등에 사용하겠다고 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음주 감지 센서 등 국내 기술은 충분한데 뚜렷한 이유 없이 법안 통과가 수년째 지체되고 있다”며 “안전운전이 꼭 필요한 스쿨버스나 음주운전 전력자 등에 대해서라도 하루빨리 시동잠금장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특별취재팀▽ 팀장 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 한재희(산업1부) 이축복(산업2부) 신아형(경제부) 윤다빈(국제부) 송유근 전혜진(사회부) 기자특별취재팀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전국 산불 진화를 총지휘하는 남성현 산림청장은 최근 일몰만 다가오면 가슴이 옥죄어 온다. 해가 지면 산불 진화의 핵심 전력인 헬기를 투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십 년 가꿔 온 산림이 밤새 타 들어가도 공격적으로 진화에 나설 수 없는 것이다. 남 청장은 “과거보다 장비가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야간에는 진화 능력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그러다 보니 마음 졸이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도시에 산다면 남 청장의 마음을 이해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올해 산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금방 알 수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21일 기준으로 올해만 벌써 산불 315건이 발생했다. 최악으로 평가받는 지난해 같은 기간(303건)보다 늘었다. 이미 축구장 면적의 1080배, 여의도 면적의 2.7배를 태웠다. 예전에는 3∼5월에 산불이 집중됐는데, 지구온난화와 겨울 가뭄의 여파로 1∼2월 산불이 늘고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산불 피해는 계속 늘고 있지만 대비 태세는 충분치 못한 형편이다. 현재 산불 진화에 투입 가능한 헬기는 산림청 48대, 지자체 73대, 소방청 33대 등 150여 대에 이른다. 하지만 야간 산불 진화에 최적화된 장비를 갖춘 헬기(수리온 KUH-1FS)는 단 5대(산림청 1대, 소방청 4대)뿐이다. 수리온을 제외한 헬기들은 야간 작전을 수행하기 힘들다. 자체 물탱크를 탑재한 수리온과는 달리 대부분의 헬기에는 물탱크가 없다. 외부에 주머니를 달고 인근 저수지에서 물을 길어 날라야 한다. 저수지 수면에 최대한 낮게 접근해 수평으로 기체를 유지하면서 물을 채우는 것은 베테랑 조종사에게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물을 뿌릴 때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물주머니가 전선에 걸릴 수 있고, 뿌리는 과정에서 헬기에 불똥이 튈 우려도 있다.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는 야간에는 어려운 일이다. 2018년 염원하던 수리온 도입이 실현됐지만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야간 산불 진화에 올해 단 한 차례도 투입되지 못한 것이다. 풍속 초속 5m 이하, 사전 지형 탐색을 마친 경우 등 국토교통부의 야간 헬기운항 규정이 까다로운 탓이다. 이대로라면 ‘전투가 한창인데 밤만 되면 작전을 멈춰야 하는’ 상황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초대형 산불이 늘면서 야간 헬기 투입을 늘리고 있는 미국 호주 등과 대조적인 상황이다. 헬기 대신 경사 45도까지 오르는 산불전문진화차 확대 도입과 진화 장비를 산 깊은 곳까지 접근하게 해주는 임도 확충 등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하지만 이 역시 예산 확보 등 현실적 어려움이 적지 않다. 산불 대응 능력 강화는 국방력 증강과 마찬가지로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예를 들어 수리온 헬기는 발주부터 도입까지 약 3년 걸리고, 야간 대응이 가능할 정도의 숙련도를 갖추는 데 1∼2년이 더 걸린다. 지금 당장 장비 확충을 결정해도 우리 금수강산을 지키는 데 투입되려면 4∼5년이 걸린다는 뜻이다. 이제라도 미국 호주처럼 초대형 산불이 산림 지역을 넘어 도심지까지 위협하기 전에 산불 장비 고도화 속도를 높여야 한다. 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

운전미숙으로 인한 차량단독 교통사고 사망자 10명 중 3명이 65세 고령운전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교통사고를 분석해 10일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운전미숙으로 인한 차량사고 사망자 수의 경우 65세 이상 고령운전자로 인한 발생 사망자 수가 전체의 30%에 달한다고 밝혔다. 51~60세가 21%로 뒤를 이었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고령운전자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2012년 13.3%에서 2021년 24.3%로 11.0%p 높아졌다”며 “고령자 인구 비율이 11.7%에서 17.1%로 5.4%p 높아진 것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가파른 추세”라고 말했다. 고령운전자의 운전미숙으로 인한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8일 전북 순창군의 한 조합장 선거 투표소에서는 74세의 운전자가 몰던 1톤 트럭이 운전자의 제동장치와 가속페달 오인으로 인한 운전조작실수로 투표 대기 중이던 인파를 덮쳤다. 지난해 3월 부산에서는 80대 운전자가 몰던 SUV 차량이 버스정류장에 있던 사람을 쳐서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2021년 12월 부산의 한 대형마트에서는 71세 택시기사가 몰던 택시가 5층 주차장에서 떨어져 1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치기도 했다. 공단의 연구결과 고령운전자는 정지상태에서 급출발하거나 조향장치를 급좌회전, 급우회전, 급유턴 등으로 조작할 경우 비고령자 보다 95%의 신뢰수준에서 유의미한 위험행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경우 지난해 5월부터 비상자동제동장치(AEBS)가 장착된 차량에 한해서만 운전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한정 면허’ 제도를 도입했다. 공단 관계자는 “고령자가 이 차량을 구입할 경우 비용을 보조해주고 있는데, 한국도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 감소를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고령운전자 운전면허증 반납제도도 운영되고 있다. 면허증 반납 시 지자체별로 교통카드나 지역화폐로 10~50만원 수준의 혜택을 제공한다. 고령자의 이동성을 보장하기 위해 100원 택시나 수요응답형 대중교통 활성화에도 나서고 있다. 권용복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우리나라도 2025년 초고령사회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고령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 예방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공단은 고령자의 특성을 고려한 안전대책을 마련해 더 이상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인공지능(AI)이나 로봇을 시키면 될 일 아닌가.” 인사혁신처가 공무원 임명장을 붓글씨로 적는 필경사(筆耕士)를 새로 뽑는다고 하자 일각에선 이 같은 반응이 나왔다. 대통령 명의의 공무원 임명장을 15년 동안 매년 4000여 장씩 붓과 먹물로 쓰던 김이중 사무관은 최근 개인 사유로 퇴직했다. 후임자 채용을 반대하는 이들은 요즘 시대에 필경사 업무가 굳이 필요하냐고 묻는다. 임명장 문구가 매번 비슷할 텐데, 명인의 필체를 샘플로 만들어 활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김 사무관의 후임자를 뽑고 정년까지 일하게 하려면 예산이 적어도 10억 원 이상은 든다. AI 붓글씨 로봇도 대안으로 꼽힌다. 한국기계연구원이 개발한 로봇 ‘소프트그리퍼’는 직접 벼루에 먹물을 붓고, 붓에 먹물을 묻힌다. 화선지에 먹물이 떨어지지 않도록 먹물을 털기까지 한다. 아직 명필 수준은 아니지만, 향후 일반인의 눈으로는 구별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고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아무리 AI가 정교해진다고 해도 따라가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붓으로 밭을 간다’는 ‘필경’의 본뜻처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손 글씨의 힘이 그렇다. 김 사무관은 30자 남짓의 임명장을 20분가량 걸려 정성스레 썼다고 한다. 밭 갈듯 국정을 비옥하게 가꿔 달라는 마음도 담았을 것이다. 한 글자 한 글자 눌러쓴 대통령 명의의 임명장을 받아들고 초심을 다졌을 관료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AI가 쓴 임명장을 받고서는 느끼기 어려운 감정이다. 예전에는 필경이 더 중요했다. PC가 보급되기 전 대기업 근처엔 보고서 글씨를 대신 써주는 업체들이 있었다. 개중에서 회장님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씨체를 보유한 업체들이 호황을 누렸다고 한다. 사장단 회의가 몰리는 연말연시에는 업체 섭외를 위한 부서 간 경쟁도 치열했다고 한다. 관가나 기업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손 글씨에 마음이 움직인 경험은 있을 것이다. 삐뚤빼뚤한 글씨로 적힌 ‘국군장병 아저씨께’로 시작하는 위문편지를 받아본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롱디(Long Distance의 줄임말·장거리 연애) 중 예고 없이 찾아온 연인의 손 편지를 받아본 사람도 알 것이다. 최근엔 배달음식에 붙은 ‘감사합니다’란 손 글씨 인사만 봐도 조금은 마음이 따뜻해진다. AI 시대에 인간의 역할이 줄어도 가장 인간다운 ‘감정’의 중요성은 계속될 것이다. 미래학자들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 혼을 담는 작업, 전문가가 아니고는 챙기기 어려운 디테일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챗GPT 등장 이후 ‘AI로 인해 내 직업이 사라지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하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다. 지금이라도 ‘지금 하는 일에 영혼을 담고 있는지’를 자문해 보는 건 어떨까. 필경사 논란을 지켜보며 AI 시대의 생존법은 어쩌면 그 뻔한 ‘마음’에 달려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자문해 본다. 좋은 기사를 쓰기 위해 오늘 하루 혼을 다했는가. 한 자 한 자 마음을 담아 글을 써내려갔는가.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

“갑을 관계가 완전히 바뀐 것 같다.” 충청 지역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A 씨의 하소연이다. 정부 예산 확보를 위한 정책계획서 작성을 홍보기획사에 맡기려 했는데 알아보니 최근 비용이 급증한 것은 물론 콧대가 높아져 맡기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10조 원이 지방으로 내려가는 지방소멸대응기금 확보전이 치열해지면서 생긴 현상이라고 했다. 지자체 사이에선 ‘홍보기획사를 잘 만난 지자체가 예산을 더 많이 가져갔다’는 후문까지 도는 실정이다. A 씨는 “1, 2년 전에는 약 3000만 원이면 기획사가 일을 맡아줬는데, 이제 1억 원까지 부르는 곳도 있다”고 했다. A 씨의 푸념을 듣다 보니 우려스러운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중앙정부의 예산 배분은 민간 시장의 입찰과 엄연히 다른 공적 영역이고, 국민의 세금이 투입된다. 그런데 지자체들이 ‘족집게 일타강사’를 모시듯 큰돈을 내고 홍보기획사를 모시러 다니는 것 자체가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다. 기획사에 의해 잘 다듬어진 계획서가 실제 예산 배분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면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 지자체 공무원들은 정책 수립 역량조차 없는 것인지 되묻게 된다. 웃지 못하는 건 중앙에서 지방으로 내려가는 돈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또 점차 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도입된 지방소멸대응기금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2031년까지 매년 1조 원씩 총 10조 원을 배분할 계획이다. 매년 각 지자체의 인구감소지수와 투자계획 등을 고려해 등급을 매긴 후 122개 지자체에 돈을 나눠주게 된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 투입에 비해 효과가 어느 정도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자체 중 상당수가 지자체의 숙원 사업을 해결하기 위한 돈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한 인구학자는 “지자체 인구 유출의 핵심은 청년인데, 인구 소멸을 막겠다는 사업 중 상당수는 청년을 직접 겨냥한 것이 아니라 지역 인프라 구축 등 간접적인 것들”이라고 지적했다. 투입된 돈의 효과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자체장들이 각종 수단을 동원해 지방소멸기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건 비교적 사용처 제한이 적은 ‘돈’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돈으로 인구가 줄어드는 모든 지역의 인구 소멸을 막을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인구추계에 따르면 2050년 청년인구(19∼34세)는 현재의 절반으로 급감한다. 비수도권 청년이 모두 수도권으로 이동해도 국가 기능이 유지되기 힘들다는 전망도 있다. 이 때문에 전체 지자체를 구하기 위한 ‘N분의 1’식의 예산 배분이 아닌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여성 의원들은 지난달 김건희 여사를 만나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출산위)를 주재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지금이라도 윤 대통령이 저출산위를 직접 주재하며 해법을 찾아보면 어떨까. 극적인 반전은 어렵더라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무엇이 중요한지 보여주는 시그널이 될 수 있을진 모른다. 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과학적·선제적 조치로 2026년까지 전 세계에서 교통사고 사망자가 가장 적은 교통안전 ‘톱10’ 국가가 되겠다.” 취임 2주년을 맞은 권용복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공단 스마트워크센터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년 동안 많은 성과가 있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적지 않다”며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권 이사장은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 등을 역임한 관료 출신 인사다. 한국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016년 4292명에서 지속적으로 줄어 2021년 2000명대(2916명)를 기록했다.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감소율이 7.5%에 달한다. 특히 보행자 사망자 수가 약 40% 줄어드는 등 정책적 노력이 결실을 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선진국을 기준으로 볼 때 한국의 교통안전 환경은 아직 상위권이라 평가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2021년 기준으로 교통사고 연간 사망자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6개국 중 22위다. 권 이사장은 2026년까지 연간 사망자 수를 OECD 9위인 1800명대(인구 10만 명당 3.5명)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그는 “스포츠도 초급자 단계를 넘어서면 실력이 빨리 늘기 어려운데 교통안전도 마찬가지”라며 “첨단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등 사고 예방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 분들을 더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사고 예방에 AI 첨단기술 도입 권 이사장은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줄이기 위해 첨단 사고예방 장치 도입 및 보급을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것이 음주 상태에서 자동차에 탑승할 경우 시동이 아예 걸리지 않게 하는 ‘음주 잠금장치’다. 현재는 시범사업 중으로 렌터카 50대에만 적용되고 있는데 보급 확대를 검토할 방침이다. 또 교통사고 위험지역 예측 AI ‘T-세이퍼(Safer)’와 위험물질 운송차 졸음운전 감지장치 도입 확대도 추진하기로 했다. 권 이사장은 “일단 도입하면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장치가 많다”며 “국민과 종사자들의 공감을 얻는 게 관건인데 조심스럽게 적용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배달 라이더들이 늘면서 이륜차 교통사고가 늘어난 점은 고민거리다. 지난해 상반기(1∼6월) 총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줄었지만 오토바이 등 이륜차 관련 사망자는 오히려 늘었다. 촉박한 배달시간, 무리한 운전습관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배달 종사자 10명 중 4.3명이 교통사고를 경험했다는 통계도 있다. 권 이사장은 “단속 위주의 이륜차 정책만으론 사고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모범배달원 선발, 공익제보단 운영 및 신고 포상금 지급, 도심형 이륜차 안전체험 교육 등을 통한 안전한 배달문화 조성을 유도할 것”이라고 했다.●미래형 모빌리티 안전 확보에 총력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형 모빌리티를 대상으로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공단은 지난해 8월 전기차 안전 향상을 위한 배터리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권 이사장은 “그동안 전기차 안전진단 관리 체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이제 배터리 충전 상태와 방전량, 온도 등 7개 안전항목을 시스템으로 진단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또 공단은 자율주행차 안전을 테스트할 미래혁신센터를 지난해 9월 경기 화성에 구축했다. 이곳에 쌓인 자율주행차 관련 데이터는 기술 보완에 활용될 예정이다. 개인형 이동수단(PM), 드론 등 다양한 모빌리티의 등장도 교통안전을 위협하는 잠재 요소들이다. 이에 공단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모빌리티 시대 본격 개막’을 지원하기 위해 ‘미래 모빌리티 추진단’을 출범시켰다. 추진단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활용한 공유 킥보드 위험주행 원인 분석, 공유 킥보드 앱 통합 관리 등 과학적 기법을 활용하며 안전성을 높이는 것에 역점을 두고 있다. 권 이사장은 “기존의 교통 안전 관리 개념에서 벗어나 모빌리티로의 패러다임 전환에 철저히 대비하면서 안전하고 스마트한 모빌리티 시대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경찰의 수사 전담기구인 국가수사본부 2대 본부장 공개모집이 마감된 가운데 지원자 중에선 윤석열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검사 출신 정순신 변호사(57·사진)의 임명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경찰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16일 마감된 국가수사본부장 공개모집에는 정 변호사와 장경석 전 서울경찰청 수사부장(59), 최인석 전 강원 화천경찰서장(48) 등 3명이 지원했다. 정 변호사는 이 중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정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5년 제37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변호사로 먼저 활동하다가 2001년 검사로 전직했다. 이후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장,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장 등을 지냈다. 윤 대통령과의 인연도 있다. 윤 대통령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2과장이던 2011년 대검 부대변인을 맡았고,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인 2018년 인권감독관을 맡았다. 2020년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장을 끝으로 검찰에서 퇴직했다. 다만 최근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의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렸던 것으로 알려져 임명될 경우 논란이 예상된다. 장 전 수사부장은 경찰대 2기로 지난해 1월 경무관으로 퇴임한 후 법무법인 대신의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 전 서장의 경우 총경으로 퇴임했는데 3계급 위인 국수본부장(치안정감)을 맡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검찰 출신 국수본부장 탄생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경찰 내부에선 “경찰국 사태에 이은 경찰 힘 빼기 2탄”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수사권의 중요성이 커졌는데 수사를 총괄하는 자리에 검찰 출신 인사가 올 경우 내부 반발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청은 조만간 지원자 3명 중 후보자 1명을 추려 추천할 예정이다. 이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제청을 거쳐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다. 다만 윤희근 청장이 적임자가 없다고 판단할 경우 다른 후보자를 올릴 가능성도 있다. 2021년 첫 공모 당시 김창룡 청장은 지원자 5명 대신 남구준 당시 경남경찰청장을 최종 후보로 올렸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80대 암 환자 A 씨는 지난해 대학병원에서 시한부 판정을 받고 집으로 향했다. 익숙한 곳에서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였다. 가족 일부가 만류했지만 “병원에서 죽기 싫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집에서 생과 이별할 결심’은 3주를 채 가지 못했다. 80대 아내는 간호를 버거워했다. 자식들이 매일 집에 들를 수도 없었다. 하루 8시간에 15만 원이나 하는 방문보호사 비용도 부담스러웠다. 생각해보니 상태가 더 나빠지면 아내가 감당하기 힘들겠다는 판단이 섰다. 결국 주변 요양병원과 월 80만 원에 3개월 계약을 맺고 들어갔다. ‘죽으러 간다’는 생각에 참담했지만 대안이 없었다. 대면 면회 제한 때문에 가족과는 하루 한 번 아크릴판을 사이에 두고 만난다. A 씨의 아들은 “마지막을 이렇게밖에 못 모신다는 생각에 뵐 때마다 눈물이 난다”고 했다. 쓸쓸한 마지막은 돈의 유무와 무관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올 초 서울의 한 요양병원에선 환자 보호자 간 난투극이 벌어졌다. 자식들은 수백억 원대 자산가인 환자를 집으로 모실지, 고급 요양병원에 둘지를 두고 주먹다짐을 했다. 가족 일부가 다치고 경찰도 출동했다. 환자는 해외에 거주하는 다른 자녀의 귀국을 기다리다 결국 요양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한국에서 요양병원·시설은 ‘요양’ 역할만 하진 않는다. 삶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종착지’로서의 기능을 더 많이 한다. 많은 사람들이 차가운 병실에서 가족과 분리된 채 이별할 시간도 제대로 못 갖고 생을 마감하고 있다. 60대의 경우 병원에서 사망한 비율이 2010년 75.1%에서 2019년 79.4%로 늘었다. 70대(73.3%→82.9%)와 80대(63.3%→78.2%)는 더 가파르게 증가했다. 최근 요양병원이 급증하면서 삶의 마지막을 병원에서 보내는 시스템이 일반화된 결과다. 자택(37.7%)에서 임종하길 원하는 고령층이 병원(19.3%)의 2배에 이르는 점(한국보건사회연구원)을 감안하면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다. 선진국에선 죽음을 어디서 맞이할지에 대한 선택지가 상대적으로 다양하다. 특히 재택임종이 늘어나는 추세다. 가장 편안한 집에서 소중한 사람에게 둘러싸여 세상을 떠나는 환자들이 고통은 더 적고, 평온한 죽음을 맞는다는 판단에서다. 유족들의 슬픔도 덜하다. 한국보다 앞서 고령화사회가 된 일본은 병원 내 임종 비율을 2005년 82.4%에서 2020년 69.9%까지 줄였다. 아파트 등 밀집 거주지역에서 사망해도 단지 내 공용 공간에서 장례를 진행한다. 재택의료가 걸음마 수준인 한국에선 꿈꾸기 어려운 일이다. 일본의 40대 간호사 모리야마 후미노리 씨는 시한부 판정을 받고 “자신의 숨이 멎을 때 박수를 쳐달라”고 가족에게 부탁한다(에세이 ‘앤드 오브 라이프’·2020년). 집에서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박수받으며 세상과 이별했던 환자의 기억을 떠올린 것이다. 모리야마 씨가 박수 속에 눈을 감자 그의 아내는 “잘 버텼어. 멋졌어. 고마워”라며 남편을 보냈다. 한국에서도 존엄한 마무리가 지금보다 늘어나길 기대한다. ‘웰다잉’이 많아지는 만큼 우리 사회의 품격도 조금은 높아질 것이다.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

“우리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개인정보 위반에 대해 적극 조사·처분을 내리는 것에 대해 국제적 관심이 높다. 올해는 데이터 기반 글로벌 질서 재편성 과정에서 주도적 리더십을 확보하고 싶다.”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은 1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를 세계 최고 수준의 개인정보 선도국가로 만들기 위한 원년으로 만들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고 위원장이 올해 가장 역점을 두는 건 ‘마이데이터 사업’ 활성화다. 금융, 건강, 유통 등 다양한 분야에 흩어진 데이터들을 융합해 △개인 맞춤형 정보 제공 △신사업 모델 창출 △맞춤형 공공서비스 제공 등을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금융·건강·유통 데이터 융합해 ‘마이데이터’로고 위원장은 마이데이터 사업이 활성화되면 기존에 상상하기 어려웠던 서비스들을 국민들이 체감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마이데이터가 일부 시행된 금융 영역에선 여러 금융사 서비스를 한 은행에서 이용할 수 있다”며 “앞으로 100가지 데이터가 있다면 1번부터 100번까지 단순 연결하는 게 아니라, 1번과 50번 정보가 만나고, 2번과 29번이 만나면서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가 창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보건의료 분야 마이데이터 사업이 활성화되면 부모들이 자녀의 필수 예방접종 기록을 앱을 통해 일괄 확인하면서 병원을 예약하고, 접종 관련 서류를 클릭 몇 번으로 받아볼 수 있다. 공공과 민간 데이터 융합을 통해 시너지도 낼 수 있다. 지금은 취업 과정에서 공인 영어 성적 및 각종 자격증 관련 서류를 기관마다 돌며 받아야 하지만, 마이데이터 사업이 활성화되면 이런 수고 없이 앱 한 곳에서 발급 및 제출까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고 위원장은 “‘내 데이터가 나를 위해 일한다’는 진정한 정보 주체로서의 권리를 체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격화되려면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국회 통과가 필수적이다. 개인정보 이동권 도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해 최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공직자 원스트라이크 아웃일각에선 다양한 분야의 데이터가 융합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통으로’ 유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n번방 사건, 송파 신변보호 여성 가족 살인사건 등에서 공공부문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2차 피해가 발생했다. 고 위원장은 “개인정보의 활용을 말하면 ‘덜 보호하려는 것 아니냐’는 반문을 듣곤 하는데 이는 오해”라며 “당연히 개인정보 보호를 전제로 국민 신뢰 속에 어떻게 데이터 강국으로 나아갈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1671개 현행 법령에 대해 개인정보 침해 요인이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 또 개인정보를 다루는 공직자가 고의로 정보를 유출하거나 부정 이용한 사실이 한 번만 적발돼도 즉각 파면 혹은 해임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도 개인정보 관련 위법 행위에 대해선 국내외를 막론하고 엄정하게 처분한다는 계획이다. 거대 플랫폼 기업의 맞춤형 광고에 대해 정보 수집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개인정보 과다 수집 문제에 대해서도 제재와 예방을 강화할 방침이다. 개보위는 지난해 한국 이용자의 행태 정보를 불법 수집해 광고에 활용한 구글과 메타(페이스북)에 역대 최대인 총 10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고 위원장은 “맞춤형 광고에 대해 필수 동의를 하지 않는 경우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게 한 건 사실상 무조건 동의를 하라는 것”이라며 “맞춤형 광고가 필수 정보인지에 대해 검토하고 있으며 법 위반이 확인되면 적극적으로 개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개보위는 지난해 카카오 먹통 사태 등 디지털 재해재난 상황에 대한 대비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10만 명 이상 개인정보를 보유한 공공기관과 대기업 및 중견기업 등은 화재, 홍수, 단전 등 재해재난에 대비한 안전조치를 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 온라인 사업자는 빠져 있다. 고 위원장은 “하위 법령과 고시를 정비해 온·오프라인 구분 없이 모든 개인정보 처리자에게 재해재난 관련 대책이 포함된 안전 조치를 이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정부가 중국발 입국자에 대해 입국 전후로 2차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도록 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29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방역당국은 이 같은 내용의 중국 코로나19 확산 대응 방안을 30일 발표할 예정이다. 중국의 국경 개방 방침에 따라 주요국들은 대(對)중국 검역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다음 달 5일부터 입국 전에 음성확인서 제출을 의무화한다고 28일 발표했다. 일본은 30일부터 입국 후 코로나19 검사를 시행한다. 한국은 이 두 가지를 모두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입국 후 검사에서도 신속항원검사(RAT) 대신 PCR 검사를 받게 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중국인에게 단기 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방안까지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는 밀라노에 도착한 한 중국발 항공기에서 승객의 52%가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이자 28일부터 모든 중국발 승객에 대해 PCR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미국도 추가 방역 강화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반면 중국은 해외로 나가는 자국민에 대해 별도의 방역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中출발전 48시간내-韓도착 직후’ 2차례 PCR… 비자 제한도 검토 출발전 음성확인서는 가짜 가능성애초 신속항원검사서 더 강한 규제시스템 갖추는데 최소 1주 걸릴 듯단기비자 일시제한 ‘입국 까다롭게’ 정부는 2020년 초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처음 유행하던 당시 단호한 방역 조치를 취하지 않아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당시 정부는 입국 제한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중국 전역이 아닌 우한시가 있는 후베이성에서의 입국만 제한하는 데 그쳤다. 이후 같은 해 2월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1차 유행’이 발발했다. 이번에 정부가 중국 입국자를 대상으로 입국 전과 후 모두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게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건 이러한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공항에서도 PCR… 당장 적용은 어려울 듯당초 방역당국은 중국발 입국자에 대해 공항에서 신속항원검사(RAT)를 시행하고, 여기서 양성이 나온 사람만 다시 PCR 검사를 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RAT는 PCR에 비해 정확도가 떨어져 감염자를 걸러내지 못할 우려가 있다. 방역당국이 모든 중국발 입국자에 대해 처음부터 PCR 검사를 하는 방향으로 논의하게 된 건 이 때문이다. 다만 15분 내외로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RAT와 달리 PCR 검사는 결과가 나오기까지 통상 6시간이 걸린다. 검체 분석 과정도 RAT보다 복잡하다. 방역당국은 중국 입국자에 대한 ‘전수 PCR 검사’ 체계를 마련하는 데 최소 1주 이상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우선은 RAT를 활용하되 시스템이 준비되는 대로 PCR 검사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방역당국은 한국으로 출발하기 전 48시간 이내에 발급받은 PCR 음성 확인서를 제출해야만 입국을 허가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입국 절차를 까다롭게 만들어 중국발 한국 관광 수요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기에 더해 중국인에 대한 단기 비자 발급을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음성 확인서만으론 확진자 유입을 걸러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지에서 제대로 검사하지 않은 채 ‘가짜 음성 확인서’를 발급해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입국 후에도 PCR 검사를 한 차례 더 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이유다. ○ 내년 1월 중국발 관광객 급증 전망통상 해외여행 시에 적용되는 방역 수칙은 입국하는 나라의 규정을 따른다. 자국에서 출국 전 지켜야 할 방역 수칙은 대부분 나라에 없다. 중국만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라 자국민이 출국할 때도 PCR 검사를 받도록 했으나 이 규정은 이달 초 폐지됐다. 이런 영향으로 이달 중국에서 한국에 들어온 뒤 코로나19에 확진된 환자는 278명으로, 지난달의 15배로 증가했다. 내년 1월 8일부터는 여행 후 중국으로 돌아간 관광객에 대한 격리 의무도 해제된다. 국내 입국 시에 적용되는 방역 수준을 강화해 중국발 관광 수요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배경이다. 반면 국내 여행업계는 중국인 입국 재개를 앞두고 손님맞이에 분주한 모습이다. 여행업체 모두투어 인터내셔널은 코로나19 이전 가동했던 국내 호텔, 식당, 버스 등을 점검하고 중국어가 가능한 관광 가이드를 모으고 있다. 중국 현지의 여행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한국 여행 홍보도 강화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여행업계 분위기는 좋지만 중국발 입국자 중 확진자가 나와서 국내 코로나19 확산을 부추긴다면 역효과가 날 것”이라며 “일본처럼 중국발 입국자 전원에 대한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하는 등 방역 조치가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유근형 기자 noel@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정부가 중국발 입국자에 대해 입국 전후로 2차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도록 하는 방안을 유력 검토하고 있다. 29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방역당국은 이 같은 내용의 중국 코로나19 확산 대응방안을 30일 발표할 예정이다.현재 중국의 국경 개방에 따라 주요국들은 대(對)중국 검역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입국 전에 음성확인서를 제출하게 하고, 일본은 입국 후 코로나19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한국은 이 두 가지를 모두 적용하겠다는 것이다.특히 입국 후 검사에서도 신속항원검사(RAT) 대신 PCR 검사를 받는 방안이 유력하다. PCR 검사는 결과가 나오는 데 통상 6시간이 걸리지만, RAT에 비해 검사 정확도가 높다. 중국발 입국자가 겪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더 깐깐한 기준을 적용한다는 취지다. 이에 더해 중국인에게 단기 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방안까지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3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거쳐 추가 방역 조치를 확정한다.이탈리아는 밀라노에 도착한 중국발 항공기 2대 중 1대에서 승객의 52%가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이자 28일(현지 시간)부터 모든 중국발 승객에 대해 PCR 검사를 실시한다. 미국도 추가 방역 강화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중국 당국은 7일 ‘제로코로나’ 정책 폐지 방침을 밝히면서 지역 간 이동이나 해외 출국 시 PCR 검사 음성 증명 요구 등을 모두 없앴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유근형 기자 noel@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하자 감기약을 ‘사재기’하는 한국 거주 중국인들이 늘고 있다. 국내 감기약 공급 부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한약사회는 28일 “전국 시도지부에 개별 구매자가 대량 구매하는 것을 자제시키고 적정량만 판매할 수 있도록 조치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중국인 사재기에 대한 대응 차원이다. 대한약사회는 “약국이 개별 환자에게 한 번에 과다한 양의 감기약을 판매하면 의약품 오남용 우려와 국내 감기약 수급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서울 명동, 강남을 비롯해 대형 약국이 모여 있는 종로 등에서는 중국인들의 감기약 싹쓸이가 자주 목격되고 있다. 수도권 일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 남양주의 한 약사는 “중국인들이 여행용 캐리어를 가져와 약 500만 원어치를 싹쓸이해 갔다”고 말했다. 국내 거주 중국인들은 한국에서 감기약을 구매한 뒤 중국으로 보내 시세차익을 남기거나 친인척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증상인 발열 기침 등을 완화시키는 데 감기약이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국산 감기약이 중국산 원료에 의존하고 있는 점도 걱정거리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산 종합감기약 등에 쓰이는 아세트아미노펜 원료의약품 91종 중 73종은 중국에서 수입된다. 중국 내 감기약 대란이 장기화되면 중국산 원료를 쓰는 국산 감기약 생산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방역 당국은 감기약 수급 상황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8일 “중국 내에 코로나가 확산되더라도 감기약 등 국내 물자 수급과 방역 관리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코로나19 국내 유행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병원 맞아?” 일본 도쿄 이타바시구에 위치한 ‘집으로 돌아가자’ 병원 1층에 들어서자 생경한 풍경이 펼쳐졌다. 1층 로비의 절반가량이 시원한 통유리로 된 카페로 꾸며져 있었다. 환자가 아닌 지역 주민에게도 개방된 카페라고 했다. 1층 한쪽에 자리한 재활치료 공간에선 환자들이 카페를 바라보며 치료를 받고 있다. 이 병원 관계자는 “환자들이 주민들을 바라보며 치료를 받다 보면 빨리 집에 가고 싶은 기분이 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19일 방문한 ‘집으로 돌아가자’ 병원은 이름 그대로 급성기 병원(대학병원)에서 퇴원했지만 조금 더 재활과 돌봄이 필요한 환자들을 최대한 빨리 회복시키는 것이 목표인 곳이다. 이 병원은 고령사회의 노인 환자를 위한 혁신적인 프로그램으로 일본 내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요양병원 또는 재활병원에 해당되는 곳이지만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환자들은 평균 3주 정도만 병원에 머문다. 병원들이 환자를 오래 머무르도록 유도하고, 장기 입원이 만연한 한국과는 차이가 있다. 이뿐만 아니라 퇴원 후에도 방문진료(왕진), 방문간호, 방문재활, 방문치과 등 지역 포괄 케어를 제공한다. 방문진료만 하는 전담팀이 구성돼 있을 정도다. 집같이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한 색다른 시도도 적지 않다. 병원 하면 떠오르는 흰색 벽지와 기구들은 배제했다. 가정집과 흡사한 가구들이 곳곳에 배치됐다. 다만 TV를 이용하려면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 환자들이 퇴원하고 싶게 만드는 장치다. 의사, 간호사 등 이 병원 직원들은 같은 색깔의 옷을 입는다. 겉으로만 봐서는 누가 의사고 간호사인지 알기 어렵다. 외래 진료실을 제외하곤 의사나 간호사 개인이 사용하는 별도의 방도 없다. 의료진은 병원 곳곳에 마련된 공용 공간 자유석에서 일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첨단 정보기술(IT) 기업의 사옥과 닮은 분위기다. 이날 진행된 환자 회의에선 간호사들이 논의를 주도했다. 미즈노 신타(水野愼大) 병원장은 “환자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회의를 주도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며 “환자들에게 최대한 편안한 분위기를 제공하기 위한 실험”이라고 했다. ‘집으로 돌아가자 병원’의 실험에는 노인 인구가 전체의 29%에 달하는 초고령사회 일본의 고민이 담겨 있다. 늘어나는 노인 의료비와 요양 수요를 기존 의료체계로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2000년 개호보험(한국의 장기요양보험)을 도입하고 고령 의료에 대한 파이를 키우면서 3만4000여 곳의 업체들이 다양한 재택치료, 요양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집으로 돌아가자 병원’과 같은 혁신적 병원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반면 고령화율이 17%에 달하는 한국은 재활, 돌봄, 재택의료 등에 대한 서비스가 미진하다. 영세한 민간업체가 많아 의료 질이 떨어지고, 재택방문 진료는 활성화되지 않았다. 이날 동행한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은 “존엄한 노년을 위해 재택의료 확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선제 대응해 초고령사회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도쿄=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일본은 운이 좋았다.” 최근 일본 도쿄에서 만난 ‘연금학계의 대부’ 겐조 요시카즈(權丈善一) 게이오대 상학부 교수는 2004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정부의 연금개혁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국내에서 ‘롤 모델’이라 평가받는 일본 사례가 사실은 운이 좋았던, ‘운칠기삼’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는 농담조로 “개혁이 그렇게 빨리 될지 예상치 못했다. 그 결과 몇몇 고위 관료들의 은퇴 시점이 빨라졌다”며 웃었다. 연금개혁에 번번이 실패한 한국에 일본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일본은 후생연금(한국의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한국(9%)의 2배 수준인 18.3%까지 올렸다. 경제 상황이 나쁘면 자동으로 연금액을 조절하는 장치도 뒀다. 증세(소비세)까지 단행해 연금재정으로 충당했다. 어려운 개혁들을 단칼에 해냈다. 과연 어떻게 가능했을까? 당시 정치 상황이 연금개혁을 도왔다는 분석이 많다. 집권당인 자민당은 개혁 논의 직전인 2003년 11월 총선거에서 안정적인 과반을 달성했다. 제1야당인 민주당과 자민당의 연금 공약이 거의 비슷해 야당이 개혁에 반대할 명분도 부족했다. 여기에 국민들의 관심을 분산시킬 이슈가 터져 나왔다. 고이즈미 내각의 주요 각료들과 당시 야당 대표의 후생연금 보험료 미납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여야가 도덕성을 두고 옥신각신하는 사이 개혁의 세부 내용에 대한 관심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고이즈미 전 총리의 ‘개인기’도 빛을 발휘했다. 한 일본 학계 인사는 “고이즈미 총리는 연금을 잘 몰랐다”며 “하지만 한마디로 상황을 정리해 전달하는 능력이 뛰어났고, 이를 토대로 연금개혁의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설득했다”고 회상했다. 운에 실력이 더해지면서 일본 정부 연금개혁안은 국회에 제출된 지 단 4개월 만에 통과됐다. 한국은 어떤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민 지지율은 충분치 못하고, 의회는 여소야대 국면이다. 윤 대통령 화법에 대한 호감도도 높지 않다. 연금개혁이 기댈 것이 운밖에 없다는 자조가 나올 법하다. 그럼에도 현 집권 세력에겐 절실함을 읽기 어렵다. 정부는 2024년 총선을 6개월 앞둔 내년 10월에나 개혁안을 낸다고 한다. 아무리 좋은 개혁안이 나온들 권력 투쟁의 회오리 속에서 생산적 논의가 진척될 수 있을까. 윤 대통령이 최근 노동개혁에 더 집중하는 게 연금개혁에 회의적인 정부 내 기류가 반영된 행보라는 평가도 있다.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하면 연금개혁 동력이 생긴다’는 희망 섞인 전망도 있지만, 표 계산에 바쁜 차기 주자들이 적극 도울지 걱정이 앞선다. 개혁은 말만으로 할 수 없다. 일본보다 상황이 나쁘다면 그보다 두 배, 세 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운영되는 내년 4월 전에 정부안을 내고, 윤 대통령이 직접 뛰어다니며 국민과 야당을 설득해야 한다. 그래야 “인기는 없어도 반드시 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선언이 빛을 잃지 않을 것이다. 일본까지 찾아온 기자에게 “5년 단임 대통령에게 연금개혁을 기대하는 게 대단하다”고 말한 일본 전문가의 불길한 전망이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유근형 정책사회부 기자 noel@donga.com}

“한국의 국민연금 제도를 지키려면 일본보다 더 강도 높은 개혁이 필요합니다.” 일본 연금개혁을 주도한 겐조 요시카즈(權丈善一) 게이오대 상학부 교수는 20일 일본 도쿄의 한 간담회장에서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 한국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한국의 공적연금 위기가 일본의 2004년 연금개혁 이전 상황보다 심각하다는 진단을 내린 것이다. 이날 한일 간담회는 해외연금 개혁 성공 사례 중 국민연금 개혁에 적용할 시사점을 얻기 위해 열렸다.○ “국민 부담 최소화해야 개혁 가능성 높아져”일본의 연금 전문가들은 이날 “(한국 정부는) 보험료율을 올리더라도 최대한 조금씩 오랫동안 올려 국민 부담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일본은 2004년 연금개혁을 통해 13.934%이던 후생연금(국민연금) 보험료를 2017년까지 매년 0.354%포인트씩 18.3%까지 장기적으로 올렸다. 극심한 저출산 고령화의 여파로 보험료율 인상 없이는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겐조 교수는 이날 “보험료를 조금씩 올렸기 때문에 국민 부담은 물론이고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비판이 적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현행 9%인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점진적으로 3%포인트에서 최대 9%포인트까지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토 이타루(佐藤格)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8.3%보다 더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일본 정부가 선제적으로 ‘그 이상은 안 올리겠다’고 상한선을 제시하자 국민들이 안심했고 개혁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재정 안정화를 연금 보험료율 인상으로만 달성하려는 욕심을 버리라는 조언도 나왔다. 다른 재정안정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 대표적인 예가 일본이 2004년 도입한 연금액 자동안정화 장치인 ‘거시경제 슬라이드제’다. 출산율, 기대수명, 노동시장 변화 등에 따라 연금액이 자동으로 조절되는 제도다. 겐조 교수는 “예를 들어 출산율이 낮고 기대수명이 연장되면, 국민연금 수령액을 줄여 세대 간 형평성을 맞추고 재정안정을 달성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보험료율 인상으로 1차적인 재정안정화를 달성한 후 추가 방안으로 연금액 자동조절장치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지도자 개혁 의지가 개혁의 성패 가를 것”일본은 2012년부터 소비세도 5%에서 10%로 올리고 그중 1%를 기초연금에 활용했다. 또 기초연금에 대한 국고 부담률을 3분의 1에서 2분의 1로 높였다. 반면 한국은 현재 기초연금,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 등에만 일부 조세가 투입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국민연금에도 조세 투입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게 일본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국가 지도자의 개혁 의지가 결국 한국 연금개혁의 성패를 가를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 2004년 일본 연금 개혁 실무를 맡은 하시모토 야스히로 (橋本泰宏) 후생노동성 연금국장은 “개혁안을 최종 관철시키는 단계에서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리더십과 결단이 주효했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개혁 실행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04년 당시 고이즈미 전 총리는 야당의 반대를 뚫고 ‘더 내고 덜 받는’ 식으로 연금 제도를 바꿨다. ‘100년 안심 플랜’ 등 연금 재정 안정화 정책으로 반대 여론을 누그러뜨렸다. 일본 정부는 2004년 연금개혁 성과를 토대로 5년마다 개혁 방향성을 점검하고 있다. 관련 회의도 온라인 생중계로 공개한다. 오시마 가즈히로(大島一博) 일본 후생노동성 사무차관은 “내가 나중에 연금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불식시키지 못하면 개혁을 이뤄내기 어렵다”며 “그러기 위해선 국민의 신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도쿄=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정부가 23일 발표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기준이 지나치게 느슨하다는 의견이 의료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추진된 ‘1월 실내 마스크 해제’를 위해 방역당국이 일부 불명확한 기준을 내놓으면서 자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앞서 실내 마스크 해제의 선제 조건으로 △신규 확진자 2주 연속 감소 △위중증 환자·사망자 발생 감소 △이용 가능한 중환자 병상 50% 이상 △고령층 개량백신 접종률 50% 이상(감염 취약시설은 60% 이상) 등 4가지를 꼽았다. 이 중 2가지 이상이 충족되면 의료기관, 대중교통 등을 제외한 저위험 실내 시설의 마스크 착용 의무를 ‘권고’로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이 기준만으로는 이번 코로나19 겨울(7차) 재유행이 진정되었다는 걸 보여 주기에 미흡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신규 확진자가 2주 연속 줄면 실내 마스크 해제 기준이 충족되지만 몇 명이나 줄어야 하는지 기준이 없다. 설령 국내 일평균 신규 확진자가 일주일에 1명씩 2주 연속 줄어도 기준을 충족하는 셈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규 확진자 하루 3만 명 이하, 중환자 300명 이하’ 등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용 가능한 중환자 병상 50% 이상’이 4가지 지표 중 하나가 된 것도 논란거리 중 하나다. 24일 기준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37%에 그쳤다. 국내에선 ‘오미크론 변이’ 유행이 절정이던 3, 4월 이후 중환자실 가동률이 50%를 넘은 적이 거의 없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미 달성된 것이나 다름없는 지표를 넣은 것은 마스크 의무 해제를 쉽게 하기 위한 장치”라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방역 완화 논의를 이끌어야 하는데, 정치권에서 이슈를 먼저 던지고 추진하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실내 마스크 해제를 위한 4가지 지표는 절대적 기준이 아니라 참고치”라며 “2개 기준을 충족하면 검토의 장이 시작된다는 차원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유행이 계속되는 점도 향후 실내 마스크 해제의 ‘복병’이 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0시 기준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는 592명으로 집계됐다. 하루 만에 58명이 늘어 8월 29일 597명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코로나19 겨울 재유행에 접어들면서 300명대를 유지하던 위중증 환자 수가 600명에 육박할 정도로 치솟은 것이다. 한편 오미크론 변이의 하위 계통인 BA.4와 BA.5에 특화된 모더나 개량백신은 26일부터 국내에서 접종받을 수 있다. 이로써 동절기 백신 접종에 활용되는 개량백신은 3종에서 4종으로 늘어나게 된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의대 정원 확대 없이 현재의 의사 배출 시스템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2030년 국내에서 부족한 의사 수가 1만4000명에 이를 것이란 조사 결과가 나왔다. 2035년이 되면 그 숫자가 2만7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은 25일 ‘전문과목별 의사 인력 수급 추계 연구’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사연에 따르면 의대 선발 인원과 의사 1인당 업무량을 지금 수준으로 유지할 경우 필요한 의료 수요 대비 2025년 5516명, 2030년 1만4334명, 2035년 2만7232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의사 부족 현상은 앞으로 예방 의학을 제외한 대부분의 진료과에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2035년 기준 내과, 소아청소년과, 신경과 등 내과계 의사는 총 1만42명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과, 정형외과, 산부인과 등 외과계는 8857명, 마취통증의학, 병리학 등 지원계는 7450명, 일반의는 1032명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예방의학과만 유일하게 150명 초과 공급이 예상됐다. 보사연 관계자는 “2030년까진 내과보다 외과 의사가 부족하지만 2035년이 되면 이런 상황이 역전돼 내과 의사가 더 부족한 상황이 온다”며 “의사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려면 의사 1인당 업무량을 지금보다 14.7% 늘려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안팎에선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6년부터 17년째 3058명에 머물고 있는 의대 입학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다만 의료계는 의대 정원이 늘어나도 의사들이 의료 취약지에 가지 않고, 도시 지역에 집중돼 의료자원 수급 불균형 문제가 더 악화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2022학년도부터 10년에 걸쳐 의대 정원을 4000명 더 늘리겠다고 2020년 발표했다가 의사파업 등 의료계의 반발에 부딪혀 재검토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 당장 의대 정원을 늘려도 입학 이후 현업에 종사하기까지 약 12년이 걸리는 만큼 정원 확대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안정화되는 내년부터 의료계와 의대 정원 문제를 적극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내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이 본예산 기준으로 처음 연간 100조 원을 넘어선다.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국민연금, 기초연금 등 공적연금 지급액이 늘어난 데다 노인 지원 및 돌봄 예산이 급증한 여파다. 복지부는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2023년도 예산과 기금운용계획 총지출 규모가 109조1830억 원이라고 25일 밝혔다. 올해 본예산(97조4767억 원)보다 12.0% 증가한 수치다. 복지부 예산은 올해도 추가경정예산을 합치면 100조 원을 넘지만 정부가 처음 편성한 본예산이 100조 원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내년도 정부 전체 예산 가운데 복지부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7.1%로 전 부처 중 가장 많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부가 제출한 예산 규모가 국회 심의를 거치면서 1911억 원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분야별로는 국민연금, 기초연금 등 공적연금 관련 예산이 전년 대비 18.0% 늘어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기초생활보장과 노인 분야도 지난해보다 각각 13.5% 늘었다. 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시스템이 안정화되면서 보건의료 분야 예산은 전년 대비 7.1% 줄었다. 한편 질병관리청의 내년도 예산은 2조9470억 원이 편성돼 올해(5조8574억 원) 대비 49.7% 줄었다. 올해만 2조6002억 원이 투입된 코로나19 백신 예산이 내년도에 91.7% 감소하기 때문이다. 백신 유통 관리비는 85.5% 줄어든 185억 원, 홍보 및 운영비 등 부대비용은 60.6% 감소한 28억 원이 각각 책정됐다. 정부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 구입 비용은 줄었지만 국산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중장기적 지원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