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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사진)가 한미 관세 협의와 관련해 “우리(미국)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전면 재협상하자는 게 아니다”라며 “4, 5가지 사안에 대해 협의하는 ‘스몰 딜’을 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는 2일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관세율을 0으로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일부 관세는 유지하되, 어느 정도 내려가도록 합의하고, 다른 몇 가지 이슈에 대해서는 상호 조율해 무역 불균형을 일정 부분 해소하자는 것”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1기 행정부 USTR 대표를 지낸 라이트하이저는 트럼프 무역 정책의 설계자로 꼽힌다. 지금도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막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책사로 평가받는다. 미국 대선 이후 한국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9일 ‘트럼프 2.0과 한국 경제, 관세전쟁과 저성장 위기’를 주제로 동아일보와 채널A가 주최하는 2025 동아국제금융포럼에서 기조강연을 맡을 예정이다. 관세 부과와 협상을 동시에 운용해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현 정책이 맞는 방향이라고 강조한 그는 “일부 사람들은 문제의 본질이 ‘관세’에만 있다고 착각한다. 진짜 문제는 ‘산업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도 이 같은 산업정책을 발전 전략으로 채택해 왔다. 포스코 등 훌륭한 회사를 보유하게 된 것도 보조금과 보호정책으로 기업을 육성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의 속도에 대한 온도 차에 대해선 “미국과 상대국 모두 정치적 의지가 있어야 통상 합의가 가능해진다는 측면에서 한국의 불안정한 정치적 상황은 협상을 매우 복잡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험상 한국은 매우 현실적이고 유능해 가장 빠르게 조율해 나갈 나라 중 하나라고 본다”고 덧붙였다.“관세 ‘0’은 불가… 현대차-삼성 투자처럼 韓美 이익될 카드 써야”라이트하이저 前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트럼프, 관세로 무역균형 맞추려해… 관세 유지 선에서 스몰딜 병행 가능방위비 문제도 패키지딜로 묶일것… 韓, FTA협상때 조기 참여해 잘풀어양보항목 제시땐 협상 진전 있을것… 예상보다 더 빨리 합의할 가능성도“관세 협상을 하더라도 관세율이 ‘0’으로 떨어지진 않을 것이다.”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일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관세를 통해 무역 균형을 맞추려는 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목표다. 기본 관세를 부과하되, 특정 국가에 대해선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관세를 유지하는 선에서만 ‘소규모 합의(small deals)’가 병행 가능할 것이라고도 했다.앞서 트럼프 1기 때 자신이 주도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두곤 ‘좋은 협상 모델’이라며, 한국 당국이 조기에 협상에 참여해 문제를 잘 풀어나갔다고 평가했다. 이는 우리 정부에 이번 협상 역시 서두르라고 재촉하는 의미로도 풀이된다.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당신은 ‘자유무역(free trade)’보다 ‘공정무역(fair trade)’이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우리 모두 자유무역 이론을 알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실제로 이를 실천한 국가는 없다. 일부 사람은 문제의 본질이 단지 ‘관세’에 있다고 착각하지만 문제는 ‘산업정책’이다. 산업정책은 국가가 자국의 은행 시스템·노동법·환율·조세제도 등을 조정하면서 수출을 장려하는 방식으로, 이건 소비자에게서 자원을 빼앗아 생산자에게 넘겨주는 구조다. 그러면 이 과잉 생산을 받아 줄 나라가 필요해지는데, 역사적으로 그게 미국이었다. 지난 25년간 미국은 느린 경제 성장, 막대한 무역적자, 노동자들의 실질 임금 정체 등의 결과로 고통받았다.”―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공격적인 관세정책을 예상했나.“그렇다. 미국이 다른 국가들이 채택한 산업정책의 희생양이 됐다면 이제 그것을 어떻게 상쇄하느냐가 문제다. 기본적인 수준의 관세를 부과해 과대평가된 환율·보조금·산업정책 등을 어느 정도 보완해야 한다. 그런 다음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매우 크다거나, 중국산 제품이 들어오는 경로가 되는 국가들에 대해선 더 높은 수준의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 기본 관세를 부과하되, 특정 국가에 대해선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조합이 필요하단 얘기다.”―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가 협상용이라는 시선도 있다.“트럼프 대통령이 현재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관세를 끌어올리려는 의도는 분명하다. 협상을 통해 관세가 ‘0’으로 떨어지진 않을 것이다. 현실적인 수준에서 조정하고, 일정한 양보를 주고받는 게 매우 현명한 방식이다. 관세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스몰 딜’까지 병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좋은 (협상) 모델로는 트럼프 1기 시절 미국과 한국 간 FTA 개정 협상이 있다. 당시 한국은 매우 영리하게 접근했다. 유능한 장관들이 있었고, 조기에 협상에 참여해 문제를 현실적으로 풀어나갔다. 그 결과 한국은 다른 국가들이 겪은 많은 문제를 상대적으로 덜 겪었다. 이는 미국을 대하는 방식에서 현실적인 접근을 취했기 때문이다.”―한국과 미국 간엔 사실상 관세가 없다. ‘비관세 장벽’ 중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민감하게 여기는 분야가 무엇인가.“한국은 산업정책을 설계해 왔다. 한국이나 대만은 반도체 강국인데 그 이유가 뭘까. 실리콘 같은 천연자원이 풍부한 것도 아니다. 결국 산업정책 때문이다. 시장 접근성, 보조금, 저평가된 환율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우리는 각국의 은행 시스템이나 공정거래법(반독점법) 등을 일일이 정하자는 게 아니다. 본질적으로 ‘무역 균형’을 세우는 게 목표다.”―한미 정부의 통상 협상 속도에 대한 인식이 다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7월 초 ‘패키지 합의’를 강조하며 6월 대선 이후 합의에 방점을 둔 반면, 미국은 공개적으로 합의를 재촉하는 모습이다.“아주 중요한 지점을 짚었다. 우리와 협상 중인 모든 국가는 대선 등 정치 일정과 각자의 타임라인이 있다. 한국은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이다. 미국과 상대국의 정치적 의지가 통상 합의를 가능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정치적 불안은) 협상을 매우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그렇다면 한미 간 관세 합의는 언제쯤 현실적으로 가능할 거라고 보는가.“난 이번 협상에 직접 관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한국이 예상보다 더 빨리 합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우리는 지금 포괄적 한미 FTA 전체를 재협상하자는 것이 아니다. 4∼5가지 사안만 협상하자는 거다. 한국이 현실적으로 ‘무역 균형이라는 방향성엔 동의한다. 다만 우리에게 중요한 a, b, c 항목이 있고, 그 외 몇 가지에 대해서는 양보할 수 있다’고 한다면 진전이 있을 것이다. 미국도 농업을 강조하게 되면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문제가 될 것이므로 그 부분은 신중해야 한다.”―한미 관세 협상에서 주한미군 방위비 등 안보 이슈까지 함께 다뤄야 한다고 보는가.“그렇다. 확실히 하나의 ‘패키지딜’로 묶이게 될 거라고 본다. 일단 한국이 협상 테이블에 가져와야 할 부분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되 한국의 이익은 심각하게 해치지 않는 대규모 투자다. 여기엔 국가안보적 함의도 있는 만큼, 그 안에 (안보 이슈까지)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다.그런 점에서 한국은 다른 국가보다 협상 카드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미국에 투자할 수 있는 능력은 물론이고 그에 대한 필요성도 있다. 현대차나 삼성의 투자 등은 명백히 미국의 이익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한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미국의 관세 정책이 한국 등 동맹국과의 신뢰를 해치고 있단 주장도 나온다. 트럼프 정부의 공격적인 무역 조치가 일부 동맹국들을 중국 쪽으로 기울게 할 거란 관측도 있는데….“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무역흑자를 기록 중인 중국이 마찬가지로 흑자 국가인 유럽 등과 더 가까워질 거란 얘긴데, 그게 말이 되나. 누군가는 그 상품을 받아내야 한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는 유럽, 한국, 일본 등과의 경제 관계에서 중국에 더 큰 문제를 초래할 것이다. 그러니 이 분석은 ‘터무니없는 말’(nonsense)이다.특히 왜 국가들이 동맹을 맺는지도 봐야 한다. 미국과 한국은 경제뿐만 아니라, 가치관을 공유하고 미래를 함께 지키기 위한 안보적 이유로 동맹을 맺었다. 동맹이란 건, 누가 더 공격적이고 포식자인지 인식해 이에 함께 대응하는 개념이다.”―당신이 한국의 통상 장관이라면 트럼프 행정부와 어떻게 협상하겠는가.“일단 협상을 빨리 마무리 짓는 게 중요하다. 사실 한미 양측 모두 논의 대상이 무엇인진 잘 알고 있다고 본다. 아마 전반적으로 관세가 더 높아지게 될 것은 (한국이)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단지 미국 내 생산자와 비교할 때 약간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일 뿐, 아시아나 유럽의 다른 해외 경쟁자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 기업들과의 경쟁력에서 약간의 변화가 있을 뿐이다. 그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목적이다.”라이트하이저 前USTR 대표는…트럼프 1기 무역정책 설계자韓-美 FTA 개정협상 이끌어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78)는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무역 정책 설계자로 꼽힌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USTR 대표를 맡아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주도하며 미국의 무역 정책 패러다임을 바꿨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비롯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이끈 인물이기도 하다.미국의 대표적인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 지대) 지역인 오하이오주에서 태어나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졸업한 그는 1983년 36세의 나이로 USTR 부대표를 지내며 수십 건의 무역 협상을 이끌기도 했다.2023년 펴낸 저서 ‘자유무역이라는 환상’은 트럼프 대선 캠프의 ‘필독서’로 자리 잡았다. 그는 이 책에서 관세를 활용해 자국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시각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 정책에도 반영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는 29일 ‘트럼프 2.0과 한국경제, 관세전쟁과 저성장 위기’를 주제로 동아일보와 채널A가 주최하는 2025 동아국제금융포럼에서 기조강연을 맡을 예정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의 핵심과 한국의 대응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한미 FTA 재협상 카운터파트였던 유명희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대담에 나선다.2025 동아국제금융포럼 29일 오전 9시 30분 서울 중구 롯데호텔 2층 크리스털(등록 및 안내: 동아인사이트 홈페이지 www.dongainsight.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주 안에 의약품에 대한 관세를 발표하겠다”고 5일(현지 시간) 밝혔다. 의약품에 관세가 부과되면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피에스 등 미국에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등을 수출하는 국내 기업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바이오시밀러는 가격 인상에 영향을 많이 받는 품목이며, 한국 기업의 미국 내 생산시설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미국 내 제약공장 설립 승인 소요 기간 단축 등의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의료용품, 의약품, 치료제 등을 모두 미국 내에서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의약품 관세 부과 시점 등을 묻는 취재진에게 “우리는 매우 불공정하게 (다른 나라로부터) 갈취당하고 있다”며 2주 안에 관세 부과 발표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의 바이오제약 수입은 지난 10년간 급증했다. 또 2023년 기준 무역적자가 1010억 달러(약 140조 원)에 달했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미국이 한국으로부터 수입한 의약품 규모는 39억7000만 달러(약 5조5000억 원)에 달해 미국의 관세 부과 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또 의약품 생산시설은 FDA 인증 등이 필요해 관세를 피하기 위해 현지에 신속히 생산시설을 만드는 것도 어렵다. 다만 의약품에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내 약값이 크게 오를 수밖에 없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실제 적극적인 조치에 나서긴 힘들 거란 관측도 나온다. 한편 4일 외국에서 제작된 영화에 100%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던 트럼프 대통령은 5일 “몇몇 (업계) 관계자들부터 만날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백악관도 “최종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 만에 ‘관세 변덕’을 부린 건, 자국 영화계에서 큰 우려가 터져 나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주 안에 의약품에 대한 관세를 발표하겠다”고 5일(현지 시간) 밝혔다. 의약품에 관세가 부과되면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피에스 등 미국에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등을 수출하는 국내 기업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바이오시밀러는 가격 인상에 영향을 많이 받는 품목이며, 한국 기업의 미국 내 생산시설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미국 내 제약공장 설립 승인 소요 기간 단축 등의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의료용품, 의약품, 치료제 등을 모두 미국 내에서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의약품 관세 부과 시점 등을 묻는 취재진에게 “우리는 매우 불공정하게 (다른 나라로부터) 갈취당하고 있다”며 2주 안에 관세 부과 발표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의 바이오제약 수입은 지난 10년간 급증했다. 또 2023년 기준 무역적자가 1010억 달러(약 140조 원)에 달했다. 미 식품의약국(FDA)도 최근 “수십 년간 미국 내 제약업이 크게 위축됐고, 약의 주요 성분 생산 대부분이 중국 등 해외로 이전됐다”고 진단했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미국이 한국으로부터 수입한 의약품 규모는 39억7000만 달러(약 5조5000억 원)에 달해 미국의 관세 부과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또 의약품 생산시설은 FDA 인증 등이 필요해 관세를 피하기 위해 현지에 신속히 생산시설을 만드는 것도 어렵다. 다만 의약품에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내 약값이 크게 오를 수밖에 없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실제 적극적인 조치에 나서긴 힘들 거란 관측도 나온다. 한편 4일 외국에서 제작된 영화에 100%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던 트럼프 대통령은 5일 “몇몇 (업계) 관계자들부터 만날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백악관도 “최종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 만에 ‘관세 변덕’을 부린 건, 자국 영화계에서 큰 우려가 터져 나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에서 제작된 영화에도 100% 관세를 즉각 부과한다고 4일(현지 시간) 밝혔다.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등 제조업 위주로 매긴 품목 관세를 콘텐츠 산업으로 확장하겠다는 것. 이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블록버스터급 할리우드 영화들은 대부분의 수익을 해외 시장에서 벌어들인다”며 “다른 나라가 보복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영화사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오랜 내수 시장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영화의 미국 시장 진출에 제약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美 영화 산업 빠르게 죽어가, 다시 美서 제작”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에 “미국 영화 산업이 매우 빠른 속도로 죽어가고 있다”며 “다른 나라들은 우리 영화 제작자들과 스튜디오들을 미국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온갖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는 다른 국가들이 조직적으로 벌이는 시도이며,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이라고 했다. 이에 외국에서 제작된 모든 영화에 100% 관세를 즉각 부과하도록 지시했다며 “우린 다시 미국에서 영화를 제작하길 원한다”고 했다. 최근 미국 영화 산업은 코로나19 팬데믹과 캘리포니아 대형 산불 등으로 고전 중이다. 앞서 1월 트럼프 대통령은 멜 깁슨 등 유명 배우 세 명을 ‘할리우드 특사’로 임명하는 등 영화 산업 지원 의지를 강조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영화 관세를 계기로 한국에 각종 비관세 장벽 완화를 요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올 3월 미국영화협회(MPA)는 “외국 콘텐츠에 대한 한국의 스크린쿼터를 완화해야 한다”며 미 무역대표부(USTR)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USTR은 한국 국회에 계류 중인 콘텐츠사업자(CP)의 망 사용료 지급을 의무화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했다.● “韓에 스크린쿼터 완화 요구 시 큰 반발”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따르면 미국은 세계 박스오피스 수익의 46.3%(2022년 기준)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영화 시장이다. 국내 영화계에선 미국의 관세 부과가 한국 영화의 미국 시장 진출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019년 미국에서 5384만 달러(약 745억 원)의 수익을 낸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나, 올해 미국에서 흥행 기록을 세운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28일 기준 5451만 달러) 같은 사례를 기대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조치가 할리우드의 해외 로케이션 촬영을 억제하고, 각국의 자국 영화 보호 정책을 완화시키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영화관들이 한국 영화를 1년에 73일 이상 의무 상영해야 하는 스크린쿼터 제도를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 김현수 영화진흥위원회 사업본부장은 “트럼프의 발언이 향후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스크린쿼터 이슈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며 “스크린쿼터 완화는 영화계에 큰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USTR이 우려한 망 사용료 지급 의무화도 뜨거운 감자다. 넷플릭스 등이 대량의 트래픽을 유발하면서도 KT 등 국내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들에 망 사용료를 부담하지 않고 있어서다. ‘망 이용 대가 공정화’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2건이 현재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호재 기자 hoho@donga.com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최측근인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40·사진)을 1일 경질된 마이크 왈츠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후임으로 4일(현지 시간) 거론했다. 집권 1기 때부터 자신의 반(反)이민 정책을 설계해 온 밀러 부비서실장을 미국 외교안보 분야의 최고위직에 기용할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다만 돌출 행동이 잦은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상 이번 발언이 곧바로 그의 최종 기용으로 이어진다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NBC방송 인터뷰에서 관련 질문을 받자 “그건 일종의 좌천 인사(downgrade)”라며 “내 생각에 스티븐은 지금 훨씬 많은 권한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정책 수립, 의회와의 협의, 언론 대응 등을 모두 관장하는 밀러 부비서실장이 현 직책에 있는 것이 자신에게 더 많은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트럼프의 핵심 책사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취재진이 ‘밀러의 국가안보보좌관 기용을 검토하느냐’고 묻자 “그는 이미 간접적으로 그 일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매우 소중한 사람이라며 “권력의 정점(the top of the totem pole)에 있다”고도 했다. 왈츠 전 보좌관의 사퇴 후 현재 해당 업무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임시로 겸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안보보좌관 자리를 원하는 사람이 많다. 6개월 안에 (후임자를) 결정할 것”이라고도 했다. 밀러 부비서실장은 캘리포니아주의 부유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10대 때부터 극우 논객으로 활동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불법 이민자 부모와 자녀를 분리하는 ‘무관용 정책’의 설계자로 이름을 날렸다. 당시 30대 초반의 나이에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 또한 도맡았다. 이런 그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부비서실장으로 기용되자 정치매체 액시오스 등은 그를 “트럼프의 ‘스위스 군용 칼’” “가장 강력한 비(非)선출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을 거의 매일 만나는 ‘실세 중의 실세’로 꼽힌다. ● 루비오 국무와 이민 의제 긴밀 협력 밀러 부비서실장이 왈츠 전 보좌관의 후임 물망에 오른 것에는 루비오 장관과의 친밀한 관계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액시오스는 밀러 부비서실장이 국가안보보좌관이 된다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민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긴밀하게 협력해 온 루비오 장관과 “완벽한 조합일 수 있다”고 논평했다. 그의 안보관이 외교안보 정책을 거래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트럼프 대통령과 유사하다는 분석도 있다. 왈츠 경질의 도화선이 된 ‘시그널 게이트’ 채팅방에서 밀러 부비서실장이 J D 밴스 등 고위 당국자들에게 후티 반군 공습을 승인한 대통령의 결정을 전하며 “미국이 엄청난 비용을 들여 (홍해에서) 항행의 자유를 회복한다면 (유럽과 이집트로부터) 반드시 경제적 이익을 얻어내야 한다”고 썼다. 다만 관세 등 여러 정책에서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의 특성상 전용기에서의 발언만으로는 밀러의 국가안보보좌관 기용을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도 많다. 2일 또 다른 정치매체 폴리티코 또한 루비오 장관이 국가안보보좌관직을 겸임하는 것이 단순한 임시방편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왈츠 전 보좌관을 주유엔 미국대사로 지명한 것을 두고 “승진”이라고 평했다. 자신에게 유엔 대사와 국가안보보좌관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유엔 대사를 원했을 것”이라고 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최측근인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40)을 1일 경질된 마이크 왈츠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후임으로 4일(현지 시간) 거론했다. 집권 1기 때부터 자신의 반(反)이민 정책을 설계해 온 밀러 부비서실장을 미국 외교안보 분야의 최고위직에 기용할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이다.다만 돌출 행동이 잦은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상 이번 발언이 곧바로 그의 최종 기용으로 이어진다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NBC방송 인터뷰에서 관련 질문을 받자 “그건 일종의 좌천 인사(downgrade)”라며 “내 생각에 스티븐은 지금 훨씬 많은 권한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정책 수립, 의회와의 협의, 언론 대응 등을 모두 관장하는 밀러 부비서실장이 현 직책에 있는 것이 자신에게 더 많은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트럼프의 핵심 책사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취재진이 ‘밀러의 국가안보보좌관 기용을 검토하느냐’고 묻자 “그는 이미 간접적으로 그 일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매우 소중한 사람이라며 “권력의 정점(the top of the totem pole)에 있다”고도 했다.왈츠 전 보좌관의 사퇴 후 현재 해당 업무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임시로 겸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안보보좌관 자리를 원하는 사람이 많다. 6개월 안에 (후임자를) 결정할 것”이라고도 했다. 밀러 부비서실장은 캘리포니아주의 부유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10대 때부터 극우 논객으로 활동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불법 이민자 부모와 자녀를 분리하는 ‘무관용 정책’의 설계자로 이름을 날렸다. 당시 30대 초반의 나이에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 또한 도맡았다.이런 그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부비서실장으로 기용되자 정치매체 액시오스 등은 그를 “트럼프의 ‘스위스 군용 칼(Swiss Army Knife)’” “가장 강력한 비(非)선출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을 거의 매일 만나는 ‘실세 중의 실세’로 꼽힌다. ● 루비오 국무와 이민 의제 긴밀 협력밀러 부비서실장이 왈츠 전 보좌관의 후임 물망에 오른 것에는 루비오 장관과의 친밀한 관계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액시오스는 밀러 부비서실장이 국가안보보좌관이 된다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민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긴밀하게 협력해온 루비오 장관과 “완벽한 조합일 수 있다”고 논평했다. 그의 안보관이 외교안보 정책을 거래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트럼프 대통령과 유사하다는 분석도 있다. 왈츠 경질의 도화선이 된 ‘시그널 게이트’ 채팅방에서 밀러 부비서실장이 J D 밴스 등 고위 당국자들에게 후티 반군 공습을 승인한 대통령의 결정을 전하며 “미국이 엄청난 비용을 들여 (홍해에서) 항행의 자유를 회복한다면 (유럽과 이집트로부터) 반드시 경제적 이익을 얻어내야 한다”고 썼다.다만 관세 등 여러 정책에서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의 특성상 전용기에서의 발언만으로는 밀러의 안보보좌관 기용을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도 많다. 2일 또 다른 정치매체 폴리티코 또한 루비오 장관이 국가안보보좌관직을 겸임하는 것이 단순한 임시방편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왈츠 전 보좌관을 주유엔 미국대사로 지명한 것을 두고 “승진”이라고 평했다. 자신에게 유엔 대사와 국가안보보좌관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유엔 대사를 원했을 것”이라고 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핵심 축이던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앨릭스 웡 국가안보 부보좌관이 1일(현지 시간) 동시에 백악관을 떠나면서 북-미 대화 등 한반도 안보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왈츠는 직전 공화당 하원의원 시절부터 국제 현안에 밝은 외교 전문가였다. 특히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테러방지 고문으로 북핵 6자 회담 등에 관여하는 등 북한 문제나 한미 동맹 현안에도 이해가 깊다. 웡은 트럼프 집권 1기 때 대북특별부대표로 북-미 대화에 깊숙이 관여하는 등 북한 비핵화와 대북제재 해제 논의에 꾸준히 참여했다. 웡은 2021년 한국 쿠팡의 모기업인 ‘쿠팡 INC’에서 대관 업무를 맡는 등 한국과 직접적인 연도 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한반도 정세와 한미 동맹 등에 대한 이해가 깊은 인사들이 트럼프의 주변에서 사라진 것 자체가 한국으로선 다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왈츠-웡 동시 퇴장 “대북정책 불확실성 커져” 왈츠는 의원 시절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 러시아 등에 대한 강경 대응을 주장해 공화당 내에서도 강성 매파로 분류됐다. 특히 북한에 대해 적극적인 제재와 더불어 대북 선제 타격 필요성까지 언급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강경한 대북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왈츠의 퇴장으로 향후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모색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 정부 내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왈츠나 웡이 물러난 자리를 상대적으로 한반도 현안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은 인사들이 채울 경우 북한 문제나 주한미군 역할 등 한반도 외교안보 정책에서 예측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한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간 고위급 소통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미 조선업 협력의 키를 양국 NSC가 쥐고 있었던 만큼 향후 협의 과정에서 국가안보실 차원의 영향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지난달 25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워싱턴에서 웡 부보좌관을 만나 조선업 협력 진전을 합의한 바 있다.● 백악관 실세 비서실장과의 갈등도 경질 배경 왈츠는 올 3월 민간 메시지 앱인 시그널 채팅방에 시사주간지 디애틀랜틱의 편집장을 실수로 초대해 민감한 군사작전을 논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치명타를 입었다. 하지만 그 이전부터 왈츠의 입지는 위태로웠다는 게 미 주요 언론들의 평가다. 왈츠가 대통령이나 백악관 핵심 참모들과 이념적으로 잘 맞지 않아 그를 교체하려는 논의가 시그널 게이트 전부터 있었다는 것. 특히 매파 성향의 네오콘인 왈츠는 트럼프 강성 지지층인 골수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과 이념·정책적으로 괴리가 커지면서 입지가 좁아졌다. 대외정책에서 ‘적극적 개입주의’를 표방하는 네오콘 성향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대외 개입 최소화를 추구하는 마가의 방침과 충돌했다는 것. 이에 왈츠가 자신의 정책을 제대로 펼쳐 볼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물러나게 됐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웡 역시 이 같은 네오콘 논란이 거취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과의 갈등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백악관 당국자를 인용해 왈츠가 와일스를 직원처럼 대우했다면서 “사실은 자기가 직원이고 그녀가 대통령의 화신이라는 걸 깨닫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왈츠의 후임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골프 친구’인 스티브 윗코프 중동특사가 우선 거론된다. 그밖에 국토안보 고문을 겸임하며 반(反)이민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도 물망에 올랐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사진)을 1일(현지 시간) 전격 경질했다. 이제 막 100일을 넘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첫 고위 당국자 경질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 등 외교안보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미 외교라인의 핵심 축이 공석이 되면서 북-미 대화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을 통해 왈츠를 유엔 주재 미국대사로 지명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왈츠는 군복을 입은 전장에서든, 의회에서든, 그리고 내 국가안보보좌관으로서 우리 국익을 우선하려고 열심히 노력했다. 난 그가 새 역할에서도 똑같이 할 것임을 알고 있다”고 썼다. 공석이 된 안보보좌관 자리는 당분간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겸직한다. 왈츠가 경질된 건 이른바 ‘시그널 게이트’가 결정타가 됐다. 시그널 게이트는 올 3월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외교안보 당국자들이 예멘의 친이란 무장단체인 후티 반군에 대한 공습 기밀을 언론에 유출한 사건이다. 왈츠는 일반인들이 흔히 사용하는 메시지 앱 시그널 채팅방에 시사주간지 디애틀랜틱 편집장을 실수로 초대해 도마에 올랐다. 앨릭스 웡 국가안보 부보좌관도 이날 사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웡은 트럼프 행정부 내 대표적인 ‘지한파’로, 트럼프 1기 집권 당시 대북특별부대표로 북-미 대화에 깊숙이 관여했다. 이에 2기 행정부에서도 대북정책 수립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관측됐었다. 하지만 조기에 짐을 싸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한반도 현안에 대한 관심이나 이해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핵심 축이던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알렉스 웡 국가안보 부보좌관이 1일(현지 시간) 동시에 백악관을 떠나면서 북미대화 등 한반도 안보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왈츠는 직전 공화당 하원의원 시절부터 국제 현안에 밝은 외교 전문가였다. 특히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테러방지 고문으로 북핵 6자 회담 등에 관여하는 등 북한 문제나 한미동맹 현안에도 이해가 깊다. 웡은 트럼프 집권 1기 때 대북특별부대표로 북미 대화에 깊숙히 관여하는 등 북한 비핵화와 대북제재 해제 논의에 꾸준히 참여했다. 웡은 2021년 한국 쿠팡의 모기업인 ‘쿠팡 INC’에서 대관업무를 맡는 등 한국과 직접적인 연도 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한반도 정세와 한미동맹 등에 대한 이해가 깊은 인사들이 트럼프의 주변에서 사라진 것 자체가 한국으로선 다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왈츠-웡 동시 퇴장 “트럼프 대북정책 불확실성 커져”왈츠는 의원 시절 북한은 물론 중국·러시아 등에 대한 강경 대응을 주장해 공화당 내에서도 강성 매파로 분류됐다. 특히, 북한에 대해 적극적인 제재와 더불어 대북 선제 타격 필요성까지 언급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강경한 대북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왈츠의 퇴장으로 향후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모색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다른 외교 소식통은 “당분간 안보보좌관을 겸직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 주요 외교안보 인사들의 성향을 고려하면 미국이 당장 북한 핵보유를 인정하면서까지 유화책을 내놓을 것 같진 않다”고 전망했다.한국 정부 내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왈츠나 웡이 물러난 자리를 상대적으로 한반도 현안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은 인사들이 채울 경우 북한 문제나 주한미군 역할 등 한반도 외교안보 정책에서 예측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일각에선 한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간 고위급 소통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한미 조선업 협력의 키를 양국 NSC가 쥐고 있었던 만큼 향후 협의 과정에서 국가안보실 차원의 영향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지난 달 25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워싱턴에서 웡 부보좌관을 만나 조선업 협력 진전을 합의한 바 있다.● 백악관 실세 비서실장과 갈등도 경질 배경왈츠는 올 3월 민간 메시지 앱인 시그널 채팅방에 시사주간지 디애틀랜틱의 편집장을 실수로 초대해 민감한 군사작전을 논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치명타를 입었다. 하지만 그 이전부터 왈츠의 입지는 위태로웠다는 게 미 주요 언론들의 평가다. 왈츠가 대통령이나 백악관 핵심 참모들과 이념적으로 잘 맞지 않아 그를 교체하려는 논의가 시그널 게이트 전부터 있었다는 것.특히, 매파 성향의 네오콘인 왈츠는 트럼프 강성 지지층인 골수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과 이념·정책적으로 괴리가 커지면서 입지가 좁아졌다. 대외정책에서 ‘적극적 개입주의’를 표방하는 네오콘 성향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대외 개입 최소화를 추구하는 마가의 방침과 충돌했다는 것. 이에 왈츠가 자신의 정책을 제대로 펼쳐볼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물러나게 됐다고 NYT는 전했다. 웡 역시 이같은 네오콘 논란이 거취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과의 갈등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미 정치매체 악시오스는 백악관 당국자를 인용해 왈츠가 와일스를 직원처럼 대우했다면서 “사실은 자기가 직원이고 그녀가 대통령의 화신이라는 걸 깨닫지 못했다”고 꼬집었다.왈츠의 후임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골프 친구’인 스티브 윗코프 중동특사가 우선 거론된다. 그 밖에 국토안보 고문을 겸임하며 반(反) 이민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도 물망에 올랐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일본, 인도 등과 통상협상에 관한 ‘잠재적 합의(potential deal)’를 이뤄낼 가능성이 있다고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밝혔다. 최근 자신의 관세 정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강해지자 정책의 필요성과 성과를 강조하기 위해 협상 상대국에 조속한 합의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잠재적 합의와 관련된 세부 내용과 시점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등 트럼프 2기 행정부 경제산업 분야 고위 인사들도 최근 거듭 동맹국을 상대로 조속한 통상 협상과 합의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3일 대선을 앞두고 ‘속도 조절’을 원하는 한국의 부담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보수 성향 케이블방송 ‘뉴스네이션’이 진행한 타운홀 행사에서 한국, 일본, 인도 등과의 통상 합의 발표 시점을 묻는 질문에 “그들과의 잠재적 합의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는 지금 ‘유리한 위치(catbird seat)’에 있다. 그들은 우리를 원하지만, 우리에겐 그들이 필요치 않다”고 주장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착취’한 교역 상대국으로 한국을 거론했다. 미국이 한국의 군사 안보를 위해 돈을 내는데도 “한국은 무역에서도 미국을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우리는 종종 ‘적’보다 ‘친구’로부터 더 손해를 본다”며 “무역에선 이른바 ‘우방국’이 미국에 가장 잔혹하게 행동해왔다”고 쏘아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100개 넘는 국가가 우리와 합의하려고 안달이 나서 아침, 낮, 밤에 전화하고 있다”며 “미국에 불리한 협정이 아니라 훨씬 유리한 협정을 맺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리어 대표 역시 같은 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한국이 매우 적극적(forward-leaning)으로 (통상 협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이 제안을 내놨고 우리는 그에 대한 의견(feedback)을 전달했다”며 “시간이 좀 걸릴 순 있지만 그들(한국)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조속한 타결을 낙관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베선트 장관은 ‘한국이 6월 대선 전에 협상을 마무리하고 그 성과로 선거운동을 하려 한다’고 주장하며 빠른 합의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한국 정부는 여전히 ‘줄라이(July·7월) 패키지’를 내세우며 대선 전에는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알렉스 웡 국가안보 부보좌관이 경질됐다고 미국 폭스뉴스 등이 1일(현지 시간)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외교안보 라인 인사들이 예멘의 친이란 무장단체인 후티 반군에 대한 공습 관련 군사기밀을 실수로 언론에 유출한, 이른바 ‘시그널 게이트’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왈츠 보좌관은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직위를 잃은 첫 고위 당국자가 됐다. 왈츠 보좌관이 전격 교체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 문제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1기 때 국가안보보좌관을 4차례나 교체한 전력이 있다.● 웡 부보좌관도 교체… 추가 경질 가능성도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사령탑인 왈츠 보좌관은 앞서 3월 특별한 보안 기능이 적용된 정부 통신망이 아닌 일반인들도 흔히 사용하는 메시지 앱 ‘시그널’로 유명 시사주간지인 디애틀랜틱의 편집장을 실수로 초대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이에 일각에선 경질론이 제기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언론이 과도하게 보도한 것”이라며 일단 그에 대한 신뢰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또 참모들 역시 대통령이 왈츠 보좌관을 신임한다면서 경질론을 일축했다.하지만 그 이후로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과 자신의 사저가 있는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 등에서 측근들에게 왈츠 보좌관에 대한 의견을 묻기 시작했고, 이는 대체 가능성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음을 보여준 징후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이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왈츠 보좌관에 대한 불만도 사석에서 자주 표출했다고 한다.왈츠 보좌관 경질에는 ‘시그널 게이트’가 결정적인 ‘한 방’이 됐지만 그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등 트럼프 정부의 핵심 관계자들이 이 사건 이전부터 이미 왈츠 보좌관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는 것. 왈츠 보좌관이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이 지지하지 않는 인사들을 자신의 보좌진으로 거듭 발탁한 것도 이번 교체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면서 왈츠 보좌관은 이란 핵협상이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협정 중재 등 핵심 외교안보 사안들에서 점차 밖으로 밀리게 됐다는 것이다. 대신 이 빈자리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나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특사 등이 점차 채우게 됐다고 주요 언론들은 보도했다.그린베레(미 육군 특전대) 출신인 왈츠 보좌관은 앞서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테러방지 고문을 지내며 북핵 6자회담 등에 관여한 바 있다. 앞서 2022년 의회 청문회에선 주한미군사령관에게 “중국이 대만을 침략하면 미군이 한국에서 병력을 동원하는 것을 허용할 준비가 돼 있느냐”며 “한국도 준비돼 있어야 한다” 는 등 중국 견제에 대한 한국의 기여 강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왈츠 보좌관과 함께 웡 국가안보 부보좌관 역시 이번에 백악관에서 짐을 싼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계 미국인인 웡 부보좌관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자 강경 보수 선동가인 로라 루머가 지난달 그의 사상과 전력 등까지 문제 삼는 등 강성 보수 진영이 그를 타깃으로 지목하면서 경질 가능성이 거론돼왔다. 웡 부보좌관은 시그널 유출 사건 당시에도 핵심 참모로 지목된 인물이었다고 폭스뉴스는 이날 전했다.● 후임에 윗코프 중동특사 등 거론왈츠 보좌관이 102일 만에 물러나면서, 가뜩이나 ‘관세 정책’ 등에 대한 부작용으로 뒤숭숭한 백악관에 어떤 후폭풍이 닥칠 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일각에선 이번 해임이 단순히 ‘보안사고’ 때문이 아닌 백악관 내 이념 갈등 등에 따른 전격 경질인 만큼, 내부 분열이 당분간 이어질 거란 관측도 나온다. 폭스뉴스는 국가안보보좌관실 등에서 추가 경질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경질로 백악관이 스스로 내부 보안 체계의 취약성을 인정한 것 아이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향후 추가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또 현재 이란 핵협상과 우크라이나 전쟁 중개 등 민감한 외교 현안이 진행 중인 가운데 외교·안보 사령탑이 갑자기 교체돼 공백이 발생하면서 일시적인 혼란이 생길 거란 관측도 있다.왈츠 보좌관의 후임이 누가 될진 아직 불확실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윗코프 중동특사가 선두에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나는 (관세 협상국에) 예의를 지키고 싶고, 정중하게 하고 싶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면 그냥 가격을 정하겠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미시간주 워런의 머콤커뮤니티칼리지에서 가진 취임 100일 기념 집회에서 이렇게 밝혔다. 고관세 정책에 대한 비판과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한국, 일본, 인도 등 우선 협상국과의 합의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날 그는 공격적이고 거친 목소리로 자신의 관세 정책을 적극 옹호했다. 하지만 30일 미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직전 분기 대비 ―0.3%(연율 기준)로, 3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고관세가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상협상 상대국에 대한 압박 의사 드러내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에서 (미국) 대통령을 만나러 오고 있다”며 “인도, 프랑스, 스페인에서 오고, 중국에서도 온다”고 했다. 중국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의가 전혀 없었다고 재차 밝혔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같이 주장한 것.그는 또 “우린 거래를 하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도 없다”며 “우리에게 ‘상품’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그 상품을 갖고 있다. 전 세계가 우리 상품의 일부를 원한다”고 강조하며 “우리는 그냥 가격만 정하면 된다”고 했다. 관세를 앞세워 미국과 통상 협상을 진행 중인 나라들이 조속한 합의에 나설 수 있도록 압박하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자들을 모아 놓고 집회를 연 곳은 미국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인 디트로이트 인근 지역이다. 주민 중 많은 수가 자동차 업계에 종사한다. 또 미국 빅3 자동차 제조사의 생산시설이 자리 잡은 미시간주는 트럼프 지지세가 강한 ‘러스트벨트’(미국의 쇠락한 공업지대)에 속한다. 최근 보수 지지층에서도 관세 정책 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자동차 산업과 제조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미시간주를 집회 장소로 택해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 고관세 역풍으로 1분기 GDP 마이너스관세 전쟁의 핵심 타깃인 중국에 대해서도 공세를 이어갔다. 그는 “중국은 미국에서 그 어떤 나라보다 많은 일자리를 빼앗아갔다”며 “수십 년간 디트로이트를 망치고 베이징을 키워 온 정치인들의 시대가 끝났다”고 선언했다. 이어 “이제는 백악관에 미국 노동자들을 위한 ‘투사’가 있다”고 외쳤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미 ABC방송과의 취임 100일 인터뷰에서도 “중국은 우리를 뜯어먹었고, (145% 고율 관세는) 그들이 자초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 침체 경고에 대해 “나는 유세 기간부터 ‘전환기’를 예고했다”며 “다들 힘든 시기를 예견하지만 나는 (결국) 좋은 시기가 올 것으로 본다”고 했다.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경제지표는 심상치 않다. 30일 미 상무부가 발표한 1분기 미국 GDP ―0.3%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0.4%)를 크게 밑돌았다. 이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고율 관세 부과에 대비해 미국 기업들이 수입품 재고를 크게 늘린 영향이 컸다고 이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의 3월 상품수지 적자는 1620억 달러로 전달 대비 9.6% 급증했다. 3월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이 밖에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정부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정부 지출이 줄어든 것도 GDP 감소로 이어졌다고 FT는 짚었다. 이날 1분기 GDP 발표 여파로 장기 국채 금리가 오르고, 주식 선물 가격이 하락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에 “이것은 관세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인내심을 가져라”라고 썼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관세 협의 속도를 두고 한미 경제 수장들이 엇갈린 발언을 내놓으면서 양국의 관세 협상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선 전 결론을 내릴 이유가 없다”며 조속한 합의에 대한 압박은 없었다는 정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한국이 대선 전에 협상을 마무리하고 그 성과로 선거운동을 하려 한다’는 발언을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최 부총리는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어제 (베선트 장관의) 발언을 보고 당황해서 원문을 찾아보니 그렇게 돼 있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국내용으로 얘기했구나’라고 이해했다”고 말했다.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미 2+2 통상 협의를 진행하면서 7월 8일 유예 기간 동안 협의를 하는 것으로 했지만 대선이 실시되는 6월 3일까지 결론을 낼 수 있는 절차적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밝혔다.하지만 한미 통상 협의 직후 공동보도문 등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합의 속도를 두고 양국 정부 말들이 엇갈리고 있어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줄라이(July·7월) 패키지’ 역시 미국 정부와 공식 합의된 문구가 아닌 한국 정부의 7월 일괄 타결 목표를 의미하는 것으로 확인됐다.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총리가 미국과의 통상협상을 정치에 활용한다는, 결국 대한민국 국가 이익이 되지 않는 일을 했다는 얘기”라며 “공직자가 해야 할 최소한의 책임을 저버리지 말길 바란다”고 비판했다.美, 관세 성과위한 압박에… 韓, 속도 맞추기 시그널 줬을수도[美재무 “韓, 대선전 협상 타결 원해” 파문]‘한미 관세협상’ 무슨 일이베선트 “韓, 최선의 제안 가져와”… 韓대행 “충돌 없이 해결 가능해”최상목 “7월 8일이 시한 아니다”… 차기정부 출범전 협상 합의 부인관세 협의 속도를 두고 한미 정부의 입장은 ‘2+2 통상 협의’ 직후부터 엇갈렸다. 미국 정부는 협의 직후 당장 일주일 후에 양해에 관한 합의에 이를 수 있다며 일관되게 속도전을 시사해 온 반면 한국 정부는 차기 정부 출범 전까지 합의가 이뤄질 일은 없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6월 대선을 앞두고 국내 정치 상황과 얽히면서 속도를 내기 어려운 한국 정부와 ‘관세 전쟁’ 후폭풍으로 돌아선 미국 내 민심을 반전시켜야 하는 미국 정부의 입장이 상충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일각에선 우리 정부가 조속한 합의에 이르겠다는 시그널을 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줄라이 패키지 문구 합의된 것 아냐” 한미 협의의 입장 차는 한국 정부가 내놓은 ‘줄라이(July·7월) 패키지’ 문구에서도 드러난다. 30일 정부 관계자는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유예가 끝나는 시점인 7월 8일 전에 패키지로 통상 합의를 이끌어 내자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고, 이를 줄라이 패키지라는 용어로 설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정부가 합의를 거쳐 줄라이 패키지라는 문구를 사용한 건 아니라는 것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국과의 협상 시한이 7월 8일까지가 맞느냐’는 질문에 “7월 8일이 미국과의 협상 시한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비관세 장벽 등 시간이 더 필요한 의제에 대해선 그 이후에도 협상을 이어갈 수 있다는 의미라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18개국이 동시에 협의를 진행하다 보면 7월보다 더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 정부는 빠른 합의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무역 협상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고 일본과도 상당한 논의가 이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24일 열린 2+2 통상 협의 직후에도 “다음 주 ‘양해 관련 합의’에 도달할 수도 있다”며 “(양국이) 예상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도 한미 협의 직후 보도자료에서 “양측은 신속하고 의미 있는 진전(expedient and meaningful progress)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한미 엇갈린 입장에 파장 확산 미국의 속도전 언급에 한국 정부는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정부 관계자는 “당시 협의 테이블에 앉은 한국 정부 측 인사만 해도 기재부,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등 굉장히 많아 선거 전에 빨리 합의를 끝냈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논의가 이뤄졌다면 숨길 수가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미국이 협의 과정에서 나온 말을 공식적으로 표현하지 못하게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반대 여론에 부딪힌 미국이 관세 정책의 성과를 보여주는 게 시급해 한국을 압박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협의 과정에서 미국 정부의 속도에 맞춰주려는 시그널을 줬을 수 있다는 해석도 일각에선 나온다. 양국 정부가 공동보도문을 따로 내놓지 않아 정확히 의견 일치를 본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상태다. 베선트 장관은 협의 당일에도 “한국 대표단이 일찍 (협상하기 위해) 왔고, ‘최선의 제안(A game)’을 가져왔다”고 밝힌 바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한미가 충돌하지 않는 방식으로 (관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비관세 장벽에) 개선이 가능한 부분이 있다”고 말한 점도 논란을 부르고 있다. 현 정부 체제에서 관세 합의를 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달 29일 열린 국무회의에선 “협의가 마무리되는 7월까지 숱한 장애물을 극복해야 하며 때로는 국익을 위해 결단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나는 (관세 협상국에) 예의를 지키고 싶고, 정중하게 하고 싶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면 그냥 가격을 정하겠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 시간) 미시간주 워런의 머콤커뮤니티칼리지에서 가진 취임 100일 기념 집회에서 이렇게 밝혔다. 고관세 정책에 대한 비판과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한국, 일본, 인도 등 우선 협상국과의 합의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날 그는 공격적이고 거친 목소리로 자신의 관세 정책을 적극 옹호했다.● 통상협상 상대국에 대한 압박 의사 드러내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에서 (미국) 대통령을 만나러 오고 있다”며 “인도, 프랑스, 스페인에서 오고, 중국에서도 온다”고 했다. 중국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의가 전혀 없었다고 재차 밝혔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 같이 주장한 것.그는 또 “우린 거래를 하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도 없다”며 “우리에게 ‘상품’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그 상품을 갖고 있다. 전 세계가 우리 상품의 일부를 원한다”고 강조하며 “우리는 그냥 가격만 정하면 된다”고 했다. 관세를 앞세워 미국과 통상 협상을 진행 중인 나라들이 조속한 합의에 나설 수 있도록 압박하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자들을 모아놓고 집회를 연 곳은 미국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인 디트로이트 인근 지역이다. 주민 중 많은 수가 자동차 업계에 종사한다. 또 미국 빅3 자동차 제조사의 생산시설이 자리잡은 미시간주는 트럼프 지지세가 강한 ‘러스트벨트(미국의 쇠락한 공업지대)’에 속한다. 최근 보수 지지층에서도 관세 정책 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자동차 산업과 제조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미시건주를 집회 장소로 택해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조 바이든 전 대통령을 겨냥해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낸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바이든 전 대통령을 “슬리피 조(졸린 조)”라고 조롱하며 “(그가) 1년만 더 집권했어도 이 나라는 사라졌을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우리가 급진 좌파를 끝장냈다”고 했다. 고물가, 우크라이나 전쟁, 불법체류자 유입 등의 책임도 바이든 전 대통령에게 돌렸다.자신의 대한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공화당원보다 민주당원을 훨씬 많이 인터뷰하는 ‘가짜 조사’라고 주장했다. 40%대에 머물고 있는 지지율이 “(실제로는) 60∼70% 정도일 것”이라고 했다.● 중국에 대한 ‘집중 공격’ 이어가관세 전쟁의 핵심 타깃인 중국에 대해서도 공세를 이어갔다. 그는 “중국은 미국에서 그 어떤 나라보다 많은 일자리를 빼앗아갔다”며 “수십 년간 디트로이트를 망치고 베이징을 키워온 정치인들의 시대가 끝났다”고 선언했다. 이어 “이제는 백악관에 미국 노동자들을 위한 ‘투사’가 있다”고 외쳤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미 ABC 방송과의 취임 100일 인터뷰에서도 “중국은 우리를 뜯어먹었고, (145% 고율 관세는) 그들이 자초했다”고 말했다. 중국산 제품에 고관세를 매기는 건 사실상 금수 조치가 아니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고관세 여파로 물가가 오를 가능성에 대해선 “중국이 관세를 흡수할(eat)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소비자가 아닌 공급자인 중국이 관세 부담을 떠안을 거라는 얘기다. 경기 침체 경고에 대해서도 “나는 유세 기간부터 ‘전환기’를 예고했다”며 “다들 힘든 시기를 예견하지만 나는 (결국) 좋은 시기가 올 것으로 본다”고 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셋, 둘, 하나.” LS전선의 미국 자회사 LS그린링크가 28일(현지 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 체서피크에서 해저케이블 제조 공장 착공식을 열었다. 구본규 LS전선 대표이사, 글렌 영킨 버지니아주 주지사, 팀 케인 버지니아주 상원의원, 릭 웨스트 체서피크 시장 등이 힘차게 삽을 뜨자 환호성이 행사장을 가득 채웠다. 구 대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인프라를 바탕으로 급증하는 세계 해저케이블 수요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LS전선은 이번 공장 건설을 위해 최소 6억8100만 달러(약 1조 원)를 투자했다. 미국 내 해저케이블 공장 중 역대 최대 규모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대규모 공장을 건설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해저케이블은 ‘대륙과 대륙’ ‘육지와 섬’ 사이 해역에 전력이나 통신 신호를 전달하기 위해 바닷속에 설치하는 장치다. 초고압 전력을 정밀하고 안정적으로 전송해야 하는 만큼 높은 기술력과 안정성이 필요하다. ‘케이블의 꽃’으로 불릴 만큼 부가가치 또한 높다.● 트럼프 2기 韓 기업 첫 美 현지 착공 이날 착공식이 열린 행사장은 광활하게 펼쳐진 공장 부지 위에 마련됐다.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가운데 둘러본 부지에선 이미 기초 공사가 한창이었다. 39만6700㎡(약 12만 평)의 부지에는 연면적 약 7만 ㎡(약 2만 평)의 공장이 들어선다. 201m 높이의 전력 케이블 생산 타워(VCV 타워)도 세워진다. 완공 시 주내 최고층 건물이 된다. 여기에 전용 항만시설까지 더해진다. 고압직류(HVDC) 해저케이블의 생산부터 운송, 공급까지 ‘원스톱’ 처리가 가능한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 설비 세트’가 완성되는 셈이다. LS전선은 공장이 완공되면 6억∼7억 달러(약 8600억∼1조60억 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기수 LS그린링크 법인장은 “지난해 미국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한국 연간 전력 수요(62GW)의 절반에 달하는 32GW였다”며 “2030년에는 120GW로 세 배 이상 증가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케이블 수요 역시 급증할 것”으로 기대했다. LS전선은 향후 수요가 늘어날 때를 대비해 설비 확장까지 고려하고 있다. ● “미국 공급망 자립에 선제 대응” LS전선은 미국의 해상풍력 산업이 대부분 미 동부 연안에 몰려 있다는 점을 감안해 버지니아주를 공장 부지로 택했다. 인근에 미 최대 해군기지가 있어 퇴역 군인 등 양질의 인력을 확보하기 쉽다는 점을 고려했다. 주 내에서만 330명 이상을 채용할 계획이다. 여기에 LS전선은 미국의 공급망 자립 전략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미국 내 공장 건설에 나섰다. 확장되는 미국 해저케이블 산업을 현지 생산을 통해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동부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유럽으로 수출할 경우 한국에서 보내는 것보다 물류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다는 장점도 고려했다. 김 법인장은 “이미 유럽 수출용 18개월 치 물량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LS전선 공장 설립 배경에는 미국 연방정부 및 주정부의 지원도 있다. LS전선은 조 바이든 전 행정부 당시 제정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해 연방정부로부터 9900만 달러(약 1415억 원)의 투자세액공제를 받는다. 이와 별도로 버지니아 주정부에서 4800만 달러(약 686억 원)의 보조금 및 세제 혜택을 받는다. 집권 공화당의 주요 정치인이며 차세대 대선 후보로도 꼽히는 영킨 주지사는 이번 공장을 통해 “수백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며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 모델도 제시할 것”으로 기대했다. 체서피크 시당국 또한 공장 착공을 기념해 아예 공장 앞 도로를 ‘1 LS WAY(LS 1번가)’로 명명했다. 이날 웨스트 시장이 해당 표지판을 구 대표에게 전달했다.체서피크=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당신의 장바구니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가 있습니다.’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선 요즘 제품 값이 올랐다는 알림 메시지가 계속 뜬다. 아마존은 이용자들이 관심 품목으로 저장한 상품의 가격이 오르거나 내릴 때마다 장바구니 알림을 보내주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시작된 뒤 ‘내렸다’는 알림은 사실상 사라졌다. 27일(현지 시간)에도 아마존 계정에선 다양한 품목의 가격 상승 알림 메시지가 떴다. 한 달 전 담아둔 주방 랩 가격은 14.97달러에서 17.67달러로 18%, 학용품인 물풀은 15.60달러에서 20.31달러로 30.2%, 체온계는 19.99달러에서 29.99달러로 50% 뛰었다. 모두 중국 등 해외에서 생산되는 제품이다.● 대중(對中) 관세로 일부 제품 377% 가격 급등트럼프 2기 행정부 취임 100일을 이틀 앞둔 27일 주요 외신들은 일제히 고율 관세 부과에 따른 미국 내 물가 상승 우려를 쏟아냈다.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상호관세는 유예됐지만 미국 소비재 공급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에 대한 145% 관세 부과는 이미 소비자 물가에 본격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다음 달 2일부터는 그간 면세 적용을 받은 800달러 미만 소액 소포에도 관세가 부과된다. 이에 미국 앱스토어 쇼핑 부문 1, 2위 업체로 미국인들이 즐겨 쓰는 중국계 쇼핑몰 테무와 쉬인이 가격 상승의 직격탄을 맞게 됐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지난주 금요일(26일)을 기점으로 쉬인의 제품 값이 일제히 올랐다”며 “뷰티 및 건강 부문 100대 제품 평균 가격은 전날보다 51%, 가정용품·주방용품·장난감은 30% 이상 올랐다”고 전했다. 한 주방 타월 제품은 377%나 가격이 폭등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가 미국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FT는 컨테이너 추적 서비스 업체를 인용해 “이달 중순 현재 중국에서 미국으로 오는 컨테이너가 지난해 같은 시기 대비 45% 감소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해운회사인 플렉스포트는 관세 발효 이후 3주간 중국에서 미국으로 오는 해상 컨테이너 예약이 60% 이상 급감했다고 밝혔다. 중국산 물건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항의 기항 취소는 전달보다 세 배 넘게 늘었다. 전문가들은 “이는 몇 주 내로 미국 매장의 물건 매대가 텅텅 비게 된다는 의미”라며 “트럭 운송, 물류, 소매업 부문에서 상당한 해고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미국이 중국 관세를 60%로 낮춘다고 해도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16%대에 달해 관세 전쟁 이전(2.2%)보다 7배 이상 높은 상황”이라며 “이는 트럼프 1기 때의 10배 이상이며 미국 수입업체들이 5000억 달러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트럼프 “관세로 소득세 면제” 상황이 심상치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관세가 부과되면 많은 사람의 소득세가 크게 줄어들거나, 심지어 완전히 면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물가 상승에 민감한 서민층을 의식한 듯 연간 소득이 20만 달러(약 2억9000만 원) 이하인 사람들에게 감세 혜택이 집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통상 협상을 주도 중인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ABC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 관세정책’을 옹호했다. 그는 “게임 이론에선 이것을 ‘전략적 불확실성’이라 부른다”며 “이는 협상 상대에게 최종 방향을 알려주지 않는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만큼 이 레버리지(지렛대)를 잘 활용하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베선트 장관은 현재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 나서지 않고 있는 중국이 결국은 대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비즈니스 모델이 저가의 보조금 지원 상품을 미국에 판매하는 데 기반한 만큼, 수출이 막히면 중국 경제가 멈출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한국과 미국이 상호관세 유예가 끝나는 7월 8일 이전까지 관세 폐지를 목표로 한 ‘줄라이(July·7월) 패키지’를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통상 의제를 7월 초까지 일괄 타결하겠다는 의미다. 다만 6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한국은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인 반면 미국은 속도전을 시사해 온도 차를 보였다. 2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된 한미 ‘2+2’ 재무·통상장관 통상 협의는 약 85분간의 대화 후에 끝났다. 정부는 미국 측의 주요 관심사인 무역·투자·조선·에너지 등과 관련한 우리의 협력 의지와 비전을 소개했다고 밝혔다. 줄라이 패키지에는 관세 및 비관세, 경제 안보, 투자 협력, 통화 정책 등 4개 분야 이슈가 담겨 있으며 양국은 내주부터 실무 협의를 시작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늘은 협의의 틀을 마련한 것이다. 전체 패키지가 합의돼야 한다”며 6월 3일 대선 후 합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반면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협의 직후 “이르면 내주 양해에 관한 합의와 기술적 조건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혀 시각차를 보였다. 미 무역대표부(USTR)도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 통상 정책을 (한국 측에) 강조했고, 균형 잡힌 무역을 향해 신속하고 의미 있는 진전”이 필요하다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관세 정책으로 인해 금융시장 불안이나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어 경제적 성과를 내기 위해 빠른 협상을 바랄 것”이라며 “반면 한국은 현 정부와 차기 정부 간 협상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이번 협의는 미국과의 공동 보도문이 발표되지 않아 미국이 요구한 ‘청구서’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다. 방위비 재협상은 언급되지 않았다는 게 정부 측의 설명이다. 앞서 미일 통상 협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깜짝 등장해 직접 방위비 압박에 나섰지만, 최 부총리는 미국 측의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요구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이르면 다음 주에 (한미가) 상호 ‘양해 관련 합의’에 도달할 수도 있다.”(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차분하고 질서 있는 협의를 위한 한미 간 인식을 공유했다.”(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한국과 미국이 2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통상협의를 갖고 협상 범위와 향후 절차 등에 대해 대략적인 합의를 이뤘지만, 협상 속도를 놓고는 온도 차를 보였다. 이날 베선트 장관은 한미가 “예상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상황”이라며 조속한 협의를 거듭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25일 공개된 미 시사 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각국과의 무역협상과 관련해 “중국과도 회담 중이고 모든 기업 및 국가들과 잘 진행되고 있다. 3∼4주 내 무역협상 200건을 타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발표 후 일부 국가들이 (협상 내용의) 조정을 요구한다면 고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비해 한국은 7월 초 ‘패키지 합의’를 강조하며 사실상 6월 조기 대선 이후 포괄적 합의에 방점을 뒀다. 일각에선 협의를 서두르려는 미국과 속도 조절에 나서려는 한국 사이에 입장 차가 가시화되면 협상 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베선트 “다음 주부터 ‘기술적 세부 사항’ 논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미국-노르웨이 정상회담에 배석한 베선트 장관에게 “우린 지금 아주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다”며 진행 중인 관세 협상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다. 이에 베선트 장관은 “오늘 우리는 한국과 아주 성공적인 협의를 가졌다”며 “예상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한미)는 이르면 다음 주부터 ‘기술적인 세부 사항(technical terms)’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이르면 다음 주에 ‘양해 관련 합의(agreement on understanding)’에 도달할 수 있다”고 했다. 베선트 장관이 언급한 ‘양해 관련 합의’를 놓고 일각에서 당장 다음 주에 한미 간 잠정 합의가 나올 것임을 시사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앞서 미 언론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미 협상을 시작한 일본, 인도 등과 ‘잠정 합의’ 형태의 양해각서 등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최 부총리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국내 언론 대상 브리핑에서 ‘잠정 합의’ 등 어떤 내용도 미국과 논의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최 부총리는 베선트 장관의 ‘양해 관련 합의’ 표현에 대해 “앞으로 (통상) 협의의 틀이나 범위를 어떻게 정할지, 또 협의를 어떤 체계로 할 건지 등을 (오늘) 마련했다는 의미로 이해한다”고 했다. 베선트 장관이 말한 ‘기술적인 세부 사항’에 대해 안 장관은 “(한미 간) 실무협의가 다음 주에 개최될 것이라는 의미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특히 최 부총리는 “한국의 정치 일정과 통상 관련 법령, 국회와의 협력 필요성 등 앞으로 협의에 있어 다양한 고려 사항이 있음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미 측의 이해를 요청했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대선 일정 등을 고려해 협상에서 속도 조절 필요성을 요청한 것이다.● ‘최선의 제안’ 표현 “조선 협력 공감대 나타낸 듯”이날 베선트 장관은 “한국 대표단은 일찍 (협상하기 위해) 왔고, ‘최선의 제안(A game)’을 가져왔다”며 “이제 그들이 이 약속을 얼마나 잘 이행하는지 지켜보겠다”고도 했다. 이를 두고 한국 정부가 예상을 뛰어넘는 ‘선물 보따리’를 준비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안 장관은 “우리가 판단하기론 조선 산업 협력 비전에 대해 (미국이) 공감대를 나타낸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관심사인 조선 협력 관련 제안 말곤 정부가 이날 추가로 미국에 약속한 특별한 제안은 없었다는 얘기다. 한편, 이날 한미 협상단은 기념 주화를 선물로 주고받았다. 한국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거북선 무늬가 새겨진 ‘한국의 주력 산업과 경제발전 기념 주화’를 전달해 조선 강국 이미지를 부각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이르면 다음 주에 (한미가) 상호 ‘양해 관련 합의’에 도달할 수도 있다.”(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차분하고 질서 있는 협의를 위한 한미 간 인식을 공유했다.”(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한국과 미국이 2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통상협의를 갖고 협상 범위와 향후 절차 등에 대해 대략적인 합의를 이뤘지만, 협상 속도를 놓고는 온도 차를 보였다. 이날 베선트 장관은 한미가 “예상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상황”이라며 조속한 협의를 거듭 강조했다. 딱히 언제까지 합의하면 좋겠다는 데드라인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비해 한국은 7월 초 ‘패키지 합의’를 강조하며 사실상 6월 조기 대선 이후 포괄적 합의에 방점을 뒀다. 일각에선 협의를 서두르려는 미국과 속도 조절에 나서려는 한국 사이에 입장 차가 가시화되면 협상 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베선트 “다음 주부터 ‘기술적 세부 사항’ 논의”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미국-노르웨이 정상회담에 배석한 베선트 장관에게 “우린 지금 아주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다”며 진행 중인 관세 협상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다. 이에 베선트 장관은 “오늘 우리는 한국과 아주 성공적인 협의를 가졌다”며 “예상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한미)는 이르면 다음 주부터 ‘기술적인 세부 사항(technical terms)’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이르면 다음 주에 ‘양해 관련 합의(agreement on understanding)’에 도달할 수 있다”고 했다.베선트 장관이 언급한 ‘양해 관련 합의’를 놓고 일각에서 당장 다음 주에 한미 간 잠정 합의가 나올 것임을 시사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앞서 미 언론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미 협상을 시작한 일본, 인도 등과 ‘잠정 합의’ 형태의 양해각서 등의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하지만 최 부총리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국내 언론 대상 브리핑에서 ‘잠정 합의’ 등 어떤 내용도 미국과 논의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최 부총리는 베선트 장관의 ‘양해 관련 합의’ 표현에 대해 “앞으로 (통상) 협의의 틀이나 범위를 어떻게 정할지, 또 협의를 어떤 체계로 할 건지 등을 (오늘) 마련했다는 의미로 이해한다”고 했다. 베선트 장관이 말한 ‘기술적인 세부 사항’에 대해 안 장관은 “(한미 간) 실무협의가 다음 주에 개최될 것이라는 의미로 이해한다”고 말했다.특히 최 부총리는 “한국의 정치 일정과 통상 관련 법령, 국회와의 협력 필요성 등 앞으로 협의에 있어 다양한 고려 사항이 있음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미 측의 이해를 요청했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대선 일정 등을 고려해 협상에서 속도 조절 필요성을 요청한 것이다.● ‘최선의 제안’ 표현 “조선 협력 공감대 나타낸 듯”이날 베선트 장관은 “한국 대표단은 일찍 (협상하기 위해) 왔고, ‘최선의 제안(A game)’을 가져왔다”며 “이제 그들이 이 약속을 얼마나 잘 이행하는지 지켜보겠다”고도 했다. 이를 두고 한국 정부가 예상을 뛰어넘는 ‘선물 보따리’를 준비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이에 대해 안 장관은 “우리가 판단하기론 조선 산업 협력 비전에 대해 (미국이) 공감대를 나타낸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관심사인 조선 협력 관련 제안 말곤 정부가 이날 추가로 미국에 약속한 특별한 제안은 없었다는 얘기다.한편, 이날 한미 협상단은 기념주화를 선물로 주고받았다. 한국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거북선 무늬가 새겨진 ‘한국의 주력 산업과 경제발전 기념 주화’를 전달해 조선 강국 이미지를 부각했다. 앞서 일본 협상단을 이끌고 방미한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오사카 엑스포 마스코트 인형 등을 선물로 전달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답례로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문구가 적힌 모자를 줬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융단 폭격’에 전 세계가 혼란스럽다. 고강도 관세 정책의 후폭풍은 관세 진원지인 미국에도 부메랑처럼 몰아닥쳐 타격을 주고 있다. 주가 폭락에 이어 미 국채 투매가 벌어지는 등 시장이 요동치고, 미 재계의 우려도 증폭되고 있는 것. 이 같은 자국 내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의식한 듯, 끝없는 ‘관세 폭탄’을 예고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대중(對中) 관세율 조정을 직접 언급하는 등 숨 고르기에 나선 모양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일본 등 협의에 나선 국가에는 가능한 모든 카드를 활용해 압박하며 조속히 성과를 내겠다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의 통상 협의를 ‘원스톱 쇼핑(ONE STOP SHOPPING)’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통상은 물론 안보 문제 등도 ‘패키지’로 묶어 협상 테이블에 모두 올리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조 바이든 행정부 때인 2021년 5월부터 올해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전까진 상무부 부장관으로 활동했던 돈 그레이브스 전 부장관은 이 같은 ‘원스톱 쇼핑’ 접근 방식이 “한국 등 동맹들의 신뢰를 훼손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경제적 결정과 무관한 정치 문제로 동맹국들을 인질로 잡지 않는다는 확신도 그들에게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을 관세와 연계해 협상 테이블에 올릴 경우, 동맹 관계에 대한 잘못된 시그널이 전달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그레이브스 전 부장관은 변호사 출신으로 1997년부터 2년간 재무부 정책 고문을 맡았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4년부턴 대통령 직속 ‘일자리 및 경쟁력 위원회’ 사무국장을 지냈다. 당시 조 바이든 부통령의 수석 고문이자 국내 경제정책 디렉터로 활동하며 경제정책 기획 및 집행에 깊숙이 관여했다. 그는 상무부 부장관 재임 시절 국가 공급망 전략 수립을 총괄했다. 당시 미 제조업 강화를 위한 통상 정책을 이끌었다는 평가도 받는다. 인터뷰는 21일(현지 시간) 서면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추진 중인 관세 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를 앞세운 통상정책은 지난 수십 년간 미국의 경제정책과는 명확하게 궤를 달리하는 접근이다. 미국의 경제정책은 그동안 파트너십, 협력, 다자주의, 국제 규범 등을 중심에 두고 이뤄졌다. 물론 불공정 무역 관행을 바로잡거나 전략 산업을 자국으로 유치하겠다는 건 역대 미국 행정부들이 공유해 온 목적이긴 하다. 다만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방식은 미국의 경쟁력을 뒷받침해 온 동맹과 경제 생태계를 악화시킬 위험을 가지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관세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여전히 미중 간 통상 전쟁 양상은 정면충돌을 불사하고 앞만 보고 달리는 ‘치킨게임’ 같다.“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대규모 관세 부과로 언론의 주목을 받을 순 있다. 하지만 이런 접근은 이미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기술 디커플링(탈동조화) 등으로 압박받는 글로벌 공급망에 심각한 불확실성까지 더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반도체 수출 통제, 핵심 광물 공급망 등에서 미국과 전략적으로 공조해 온 한국 같은 동맹들에는 이 같은 예측 불가능성이 우려스러운 신호로 작동하게 된다. 미국과 긴밀한 협력을 하고 있음에도 충격에서 벗어나기 힘들고 불안도 계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은 장기적 전략이 아닌, 경제적 (협상을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한 도구로 보여 더 걱정스럽다.” 이달 2일 트럼프 행정부는 교역 상대국들에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각국의 관세·비관세 장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관세율을 산정해 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론 미국을 상대로 흑자를 많이 내는 나라일수록 높은 세율을 매기는 단순한 계산법을 적용한 것으로 드러나 큰 논란이 됐다. 미국 상품이 경쟁력이 부족해 시장에서 밀린 것까지 ‘불공정 무역장벽’ 탓으로 돌린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작지 않다. 관세율 산정 방식을 두고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상호관세 개념은 직관적으론 설득력 있어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실제로는 무역 관계를 결국 제로섬의 거래로 전락시킬 수 있어 위험하다. 오늘날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의 구조, 오랜 파트너십의 가치, 협력을 통한 경제적 시너지 등 현실을 외면하는 접근 방식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고강도 관세 정책이 한국 기업들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상호관세 같은 프레임이 국제무역 관계에서 표준이 된다면, 특히 전기차·배터리·첨단 제조업과 같은 자본집약적 고성장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이 주도해 온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 또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의 관세 정책이 미국 제조업 부활을 이끌 것으로 믿고 있다. “한국 기업들을 예로 들어 보자. 이들이 미국 내 핵심 산업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관세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미국의 법적 안정성, 소비시장, 예측 가능한 법치 전통 등을 신뢰하기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거다. 만약 미국이 스스로 이러한 예측 가능성을 훼손한다면 우리가 보유한 투자의 신뢰 기반 역시 함께 무너질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적 관세 부과와 미중 무역 갈등으로 미국의 동맹인 한국, 일본 등에서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은 미국의 동맹들에는 분명히 어려운 선택을 요구한다. 그런 만큼 미국은 통상 정책을 풀어 나갈 때 정밀하게, 그리고 동맹과의 협의를 통해 진행해야 한다. 특히 한국은 단순한 경제 파트너가 아니다.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5G, 그린에너지 등 미래 성장을 이끌 핵심 분야에서 기술적으로 미국과 대등한 국가다. 미국의 정책은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 이런 국가들의 가치를 무시하는 관세 정책이 중국에 일시적인 비용은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일본 등 미국과 경제적으로 긴밀히 얽힌 동맹들에 끼칠 부수적 피해도 분명히 걱정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의 첫 통화에서 한국과의 협상을 ‘원스톱 쇼핑’으로 표현하며 “아름답고 효율적인 절차”라고 했다. 상호관세를 협상 지렛대로 조선업 협력과 에너지 구매는 물론이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까지 함께 논의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 뒤 “한국은 내 첫 임기 중 처음으로 방위비 분담금을 지불하기 시작했고, 이는 수십억 달러에 달한다”고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을 관세 협상과 연계하려는 듯하다.“그러한 구상은 전략적 일관성이란 관점에서 볼 때 걱정스럽다. 주한미군 방위비 같은, 통상과 전혀 다른 지정학적 문제를 관세와 결합해 추진할 경우 (미국과 상대국 모두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안보 의무를 부과하려는 건지, 무역 제재를 하겠다는 건지 분명치 않으면 전략적 일관성이 흐려질 수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원스톱 쇼핑’ 구상은 어떻게 봐야 하나.“이른바 ‘원스톱 쇼핑’ 외교 접근은 이론상으론 협상을 간소화하는 방식으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 동맹국들의 신뢰만 훼손시킬 뿐이다. 미국은 동맹국들에 협력의 규칙이 안정적이란 확신을 줘야 한다. 또 경제적 결정과 무관한 정치 문제로 동맹을 인질로 잡지 않는다는 확신도 줘야 한다. 방위비 분담과 관세를 연계시키면 동맹 관계에 대한 잘못된 시그널이 동맹들에 전달될 수 있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중·장기적으로도 지속 가능한 통상 전략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관세는 일시적으로 국내 산업을 보호할 순 있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산업 전략이 될 수는 없다. 결국 인력 개발, 혁신 생태계, 회복력 있는 공급망에 대한 꾸준한 투자가 해답이다.”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보여 줘야 할 비전이나 리더십은 뭔가. “미국은 예측 가능성, 동맹과의 파트너십, 미래 지향적 비전으로 세계를 이끌 수 있다. 고립과 일방주의를 고집하면 안 된다. 한국 등 동맹들은 미국이 무엇을 하느냐는 물론이고 어떻게 하느냐까지 지켜보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협상의 카드가 아닌, 다음 세대 경제 번영을 함께 만들어갈 동반자로 인정받길 원한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리더십은 바로 그것이다.”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어떻게 평가하는가.“한미관계는 21세기 가장 중요한 양자관계 중 하나다. 상호 방위, 깊은 경제적 유대, 민주주의라는 공동의 가치 위에 기반을 두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양국 관계는 안보를 넘어 글로벌 혁신과 산업 협력의 핵심축으로 진화해 왔다. 또 한국 기업들은 미국 내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핵심 산업 분야의 제조 역량 재건 과정에서도 최대 규모의 해외 투자자로서 중요한 역할도 해 왔다. 지정학적·기술적 변화가 가속화되는 현시점에서 한미 동맹은 과거의 유산이 아니다. 미래의 핵심 자산이다.”돈 그레이브스 전 미국 상무부 부장관△윌리엄스대 정치학·조지타운대 로스쿨 졸업△1997∼1999년 재무부 정책 고문△2005∼2009년 ‘그레이브스&호턴 LLC’공동 창립자△2014∼2016년 대통령 직속 ‘일자리 및 경쟁력 위원회’ 사무국장△2016년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 수석 고문 및 국내경제정책 디렉터△2017~2020 ‘키뱅크’ 기업 책임 및 커뮤니티 관계 부사장△2020년 조 바이든 대선 캠프 수석 고문△2021년 5월~2025년 1월 상무부 부장관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