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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 진료소로 가세요.’ 11일 ‘메르스 노출자 진료 병원’으로 지정된 서울 은평구 서울시립 서북병원 입구에 들어서자 붉은 글씨로 적힌 안내문이 보였다. 고열, 기침 등 메르스 의심 증세가 있다면 병원 안으로 바로 들어갈 수 없다. 노출자 진료 병원은 메르스 증세가 가벼운 환자나 의심환자가 치료받는 병원이다. 바이러스와 세균을 막는 효과가 있는 N95 마스크를 쓰고 직원의 안내에 따라 들어간 곳은 병원 주차장 끝에 설치된 흰색 천막으로 메르스 의심 증세를 보인 환자들이 진료를 받는 ‘선별 진료소’다. 천막으로 진료소를 마련한 이유는 혹시라도 본 건물에 있는 다수의 환자와 의료진이 메르스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서북병원의 선별 진료소에서는 일대일 진료가 한창이었다. 방역복을 입은 의료진과 진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 사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진료소는 접수, 체온 측정, 일대일 진료, 가래 채취 등 네 구획으로 나뉘어 있었다. 비닐소재 방역복에 덧신과 장갑을 착용한 채 환자를 맞이했다. 환자 A 씨(60)는 “사무실 옆자리 동료가 중동에 다녀온 뒤 감기 증세를 보였는데 5일부터 독감 증세가 있었다”고 말했다. 체온계는 37.5도를 가리켰다. 중동에 다녀온 사람을 접촉한 뒤 증상이 나타나 메르스 감염이 의심스러운 상황. 의사는 바로 옆 가래 채취실로 안내했다. 보건환경연구원에 보낼 검체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3시간째 천막에서 진료하던 한 의사는 “감기 증세가 계속되는 환자들이 어제부터 무작정 메르스 검사를 하려고 찾아온다”며 “가끔 이 때문에 다투기도 한다. 또 에어컨이 없는 곳에서 진료하는 것이 괴롭지만 다른 환자들과 섞이지 않게 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 날 또 다른 노출자 진료 병원인 경기 수원의료원에서는 간이 음압병실 설치 공사가 한창이었다. 6층(12병상), 5층(22병상)에도 음압병실이 있지만 추가 환자를 수용하기 위해 공간을 늘리는 것이다. 공사가 진행 중인 3층엔 철재를 자르는 소리가 가득했다. 인부들은 6인실에서 병상을 모두 꺼내 빈 공간을 만들고 있었다. 간호사들이 업무를 보는 중간 지역을 기준으로 양쪽에 간이문도 설치하고 있다. 간이문은 환자들이 있는 오염구역(dirty zone)과 의료진이 있는 비오염구역(clean zone)을 나누는 경계가 된다. 병원 관계자는 “18개의 간이 음압시설이 들어오면 기존에 6인실로 사용하던 공간도 1인실처럼 사용할 것이다”며 “복지부가 제시한 기준 2m 거리보다 훨씬 안전한 거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라고 밝혔다. 황의수 보건복지부 공공의료정책과장은 “기존 105개 국가지정격리병상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43병상을 추가했고 33병상을 더 늘리기 위해 공사 중”이라며 “181개 병상을 확보하는 게 목표인데 현재로서는 이것이 충분하다고 확신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는 호흡기질환 환자가 다른 환자와 분리돼 진료받는 ‘국민안심병원’도 지정해 12일 발표할 예정이다. 보건당국은 최대한 많은 병원을 국민안심병원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보건당국과 의료계에 따르면 다양한 병원들이 국민안심병원 신청을 하고 있고, 이 중에는 인지도가 높은 대형 병원이 다수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김수연 sykim@donga.com / 수원=박성진 / 안산=천호성 기자}

《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는 과연 언제쯤 가라앉을 것인지. 모든 국민의 관심사다. 이에 동아일보는 9일 이종구 서울대 의대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 소장(WHO 한국조사단 공동단장), 전병률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 오명돈 서울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 등 전문가 3명으로부터 메르스의 실체, 방역 시스템의 허점, 앞으로의 전망, 시민들을 위한 당부 등에 대해 들어봤다. 이 소장은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유행 당시 국립인천공항검역소장을 지낸 실무자 출신이다. 전 교수 역시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가 유행했을 때 질병관리본부장으로 일하며 모든 방역 과정을 총지휘했다. 오 교수는 대한감염학회 이사장, 대한내과학회 학술이사 등을 역임한 감염병 분야 권위자다. 》 ■ 2003년 사스 검역 최전선… 이종구 서울대 글로벌의학센터 소장사스보다 잠복기 길어 초기진압 애로… 지역사회 대규모 전파 가능성은 낮아“메르스는 무서운 질병이 아닙니다. 과도한 공포가 더 큰 문제입니다.” 이종구 서울대 의대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 소장은 “한국에 퍼진 ‘메르스 공포’를 자제하는 것이 확산 방지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아시아를 강타했을 당시 인천검역관리소장으로 근무하면서 검역을 총괄했던 사스 전문가다. 이 소장은 “사스에 비해 메르스는 잠복기가 길어 초기 진압이 어려우므로 많은 감염자가 나타날 수 있다”며 “하지만 그 수만 보고 사스보다 위험한 병이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중동에서 보고된 사망자는 대부분 신장 관련 기저질환자였다. 이런 기저질환이 없다면 메르스에 걸리더라도 치료로 얼마든지 회복이 가능하기 때문에 위험한 질환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소장은 “과도한 공포로 인해 환자들이 주치의를 믿지 못하고 병원을 전전하는 사태가 발생했다”며 “이것이 타 병원의 3차 감염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소위 ‘닥터쇼핑’(마음에 드는 의사를 찾아 병원을 전전하는 행동)이 전파 범위를 넓혔다는 지적이다. 이 소장은 메르스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과 관련해 자제를 권고했다. 그는 “메르스는 인플루엔자처럼 대규모로 번질 가능성이 적다”면서 “지역사회로 전파될 가능성이 낮은 데다 만일 전파된다고 해도 극히 제한적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다만 환자와 의료진의 태도에 따라 확산세가 줄어들고 수일 내 전염을 멈출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 소장은 “병원을 방문한 환자는 자신이 경유했던 의료기관과 증세에 대해 상세하게 밝혀야 한다”면서 “의료진 역시 환자 1인당 진료시간을 늘려 환자가 숨기는 사항까지도 적극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이번 사태는 한국사회의 의료쇼핑 문화, 응급실 체계 등의 허점을 표면에 드러나게 했다”며 “과도한 불안을 잠재우고 이런 잘못된 관행을 바꾼다는 생각으로 협력해야 메르스를 진압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그는 9일부터 후쿠다 게이지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차장과 공동단장을 맡아 역학조사와 감염관리 등 분야별 토론, 병원 방문 등을 통해 한국 메르스 확산에 대한 분석도 진행한다.▼ 2009년 신종플루 방역 총지휘… 전병률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새로운 슈퍼전파자 차단 급선무… 가족간병 등 병원문화 개선할때“새로운 큰불이 나지 않도록 예방이 중요합니다.” 전병률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1차 진원지(평택성모병원)와 2차 진원지(삼성서울병원)에서 신규 감염자 수가 크게 줄었다는 건 일단 메르스 확산이 저지되고 있다는 증거”라며 “새로운 슈퍼 전파자가 등장하고, 이를 통해 또 다른 대규모 감염사태가 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2011년 6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전 교수는 2009년 신종플루가 대거 확산되던 시기에는 전염병대응센터장으로도 활동한 바 있는 전염병 전문가다. 그는 지금은 일반 국민의 위기의식과 보건당국에 대한 협조가 가장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자가 격리 대상자가 2800명을 넘어설 정도로 많아진 상황에서 국민의 자발적인 협조 없이는 감염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자가 격리 대상자들이 이탈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감염사태가 발생하면 곧바로 지역사회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 경우 병원 내 감염보다 환자 파악과 치료가 훨씬 힘들다”고 말했다. 한국 고유의 병원 문화에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가장 개선이 시급한 문제로는 ‘병원 옮겨 다니기’와 ‘잦은 병문안’을 꼽았다. 메르스 환자 중 다수가 짧은 기간에 여러 병원을 옮겨 다니면서 감염자를 대거 양산했다는 것이다. 또 병원을 방문했다가 감염된 이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는 “여러 병원을 옮겨 다니고, 가족이 사실상 전적으로 간병하는 한국 특유의 병원 문화만 없었어도 환자 수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며 “메르스 확산 사태를 국내 병원 문화 전반에 대해 다시 짚어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방역 전략과 관련해서는 처음부터 긴장감이 너무 떨어졌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전염력이 낮다는 세계보건기구(WHO)와 중동 지역 국가들을 통해 알려진 정보만을 지나치게 맹신했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신종플루의 경우 확산될 당시 백신이나 치료제가 이미 있는 상태에서도 ‘최악의 시나리오’를 그리고 대응 전략을 짰다”며 “초기에 좀더 강한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메르스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것을 감안해 지금부터라도 보건당국이 적극적으로 자세한 치료와 예방 방법을 알리는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감염병 분야 전문가… 오명돈 서울대 감염내과 교수 ▼개인위생수칙 잘 지키면 문제없어… 병원간 전파 막는데 총력 기울여야“국내에서 메르스가 지역사회에 확산될 것이라는 걱정이 많지만 학술적인 근거를 저는 알지 못합니다. 손 씻기, 기침 에티켓 등 개인위생 수칙만 잘 지키면 메르스가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닙니다.” 해외 학회에 참석 중인 오명돈 서울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메르스에 대한 지나친 걱정보다는 실체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오 교수는 대한감염학회 이사장과 대한내과학회 학술이사 등을 역임한 국내 감염내과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이다. 오 교수는 우리보다 먼저 메르스 감염 사태를 겪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례를 들며 “지역사회 감염의 우려는 낮다”고 말했다. 2012년 처음 메르스가 발병하자 사우디아라비아 보건당국은 전 세계로의 확산을 우려했다. 매년 각국에서 수백만 명의 성지 순례객이 메카를 방문하기 때문이다. 그는 “하지만 2013, 2014년 성지 순례가 있었지만 전 세계 어디에서도 지역사회 감염이 발생하지 않았다”며 “이는 (전염성이 낮다는) 메르스에 대한 이론이 검증됐다는 뜻”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메르스에 대해 지나친 공포를 가질 필요는 없지만 확산 고리를 끊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현재처럼 메르스 환자들이 이 병원, 저 병원 옮겨 다니며 병을 퍼뜨리는 악순환을 막지 못하면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이 마비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국내 대표적 상급종합병원인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에 뚫린 상황을 보면 다른 곳에서도 이런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그는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은 감염내과 분야의 국제적인 권위자”라며 “송 원장이 지휘하는 병원이 메르스 전염을 막지 못했다면 사실상 감염관리 능력이 미약한 중소병원은 메르스 확산에 무기력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향후 메르스 국가 방역의 초점에 대해 “병원 내 확산을 막는 것과 병원에서 병원으로의 전파를 방지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병원에서 병원으로의 전파 방지를 위한 행동요령을 알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행동요령으로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은 사실을 의사에게 반드시 말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격리 지시를 준수하고, 호흡기 증세가 있을 경우 다른 사람을 위해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말했다.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그 의사, 메르스 확진환자가 나온 지역에서 내과 진료를 한대” “사망 환자가 나온 병원에서 근무한대”라는 수군거림은 의사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의사들이 기피 대상이 되고 있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문이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근거 없는 각종 루머로 메르스 환자를 치료할 가능성이 있는 의사들을 왕따하기 시작한 것이다. 더 견딜 수 없는 것은 따로 있다. 가족들을 향한 ‘마녀 사냥’식 소문이다. 메르스 환자가 다수 발생한 삼성서울병원 인근에서 내과 병원을 운영하는 이모 씨(54)는 “기침, 고열 등 독감과 비슷한 메르스 초기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가장 먼저 찾을 가능성이 높은 곳은 동네 병원이다”라며 “그래도 의사니까 공포를 참고 진료한다. 그런데 가족들을 향한 따가운 시선은 참기 힘들다”고 말했다. 의사 가족들은 힘겨워했다. 메르스 관련 첫 사망자가 나온 병원이 있는 경기 화성시 동탄에서 아버지가 내과 병원을 운영하는 김모 씨(25·여)는 “아버지가 의사인 것이 지금처럼 싫을 때가 없었다”며 “사람들이 우리 가족을 병 퍼뜨리는 사람으로 취급한다”고 말했다. 피아노를 가르치는 김 씨의 학생 수도 급격히 줄었다. 김 씨는 “3일부터 메르스 때문에 레슨을 미루는 학생들이 생겼는데 알고 보니 아버지가 동탄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것을 아는 학부모의 아이들이었다”며 “당분간 아버지가 진료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이가 어린 의사 자녀들의 상처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서울 강남구에서 이비인후과 병원을 운영하는 남편을 둔 이모 씨(49)는 며칠 전 학교에서 돌아온 작은아들(10)의 이야기를 듣고 펑펑 울었다. 아들의 반 친구들이 “너희 아빠가 메르스 덩어리니까 너도 메르스 걸렸겠네”라며 기침하는 시늉을 했다는 것이다. 이 씨는 “아들이 ‘선생님이 그런 아이들을 말리면서도 자신에게만 수업 중에도 마스크를 쓰고 있게 했다’며 서러운 듯 우는데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35번 환자 사례처럼 의사가 환자가 되는 경우가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유독 자주 발생하면서 의사는 치유자이고 안전하다는 기대와 사회적 고정관념이 깨지며 실망으로 바뀌었다”면서 “실망의 크기가 급격하게 커지면서 의사가 병을 퍼뜨린다는 비이성적 수준의 비난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진 psjin@donga.com·천호성 기자}

진정이냐? 확산이냐?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의 고비가 될 바이러스의 2차 확산이 지난 주말(6, 7일) 시작됐다. 첫 진원지인 경기 평택성모병원과 연관된 신규 환자는 4명(6일 3명, 7일 1명) 증가에 그치면서 한풀 꺾였다. 반면 삼성서울병원과 연관된 확진환자는 15명(10명, 5명)이 추가돼 이 병원에서 발생한 총 환자 수가 17명으로 늘었다. 평택성모병원(37명)에 이어 두 번째 진원지로 부상한 것이다. 보건당국은 첫 번째 환자(1번 환자)와 평택성모병원에서 접촉한 14번 환자가 지난달 27∼29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머물면서 바이러스를 다량 전파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 병원에서 14번 환자와 접촉해 격리가 필요한 환자가 약 890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약 30명을 입원 격리, 약 860명을 자가 격리 조치 중이다. 2차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선제적 격리자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손창환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응급실 환자가 병원 1층 등 다른 지역을 돌아다녔을 수도 있기 때문에, 같은 기간 해당 병원의 다른 지역 방문자에 대해서도 격리 관찰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소 삐거덕거렸던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갈등은 봉합 국면으로 흐를 것으로 보인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도지사, 안희정 충남도지사, 권선택 대전시장 등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회동을 하고 공동 실무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17개 광역지자체에서도 메르스 확진검사를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상황을 방역체제 재정비 계기로 삼아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방역과 관련된 중앙정부, 지자체, 의료계, 시민 간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적절히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적극적인 메르스 예방수칙 지키기 등 시민들의 자발적인 협조도 중요한 상황이다.세종=유근형 noel@donga.com / 박성진 기자}
서울에서 메르스 35번째 확진환자인 대형 종합병원 의사(38)가 강남 재건축조합 행사에 참석하고, 가족과 외식을 한 사실이 4일 밤 박원순 서울시장의 브리핑으로 알려지면서 5일 관련 단체와 시설에는 발길은 끊기고 문의만 폭주했다. 35번 환자가 행사에 참석했던 L타워는 대규모 홀이 많고 강남 요충지에 있어 평소에도 행사 건물로 인기를 끌었지만 5일 예정됐던 10여 개의 행사는 대부분 취소됐다. 지난달 30일 행사가 열렸던 7층 그랜드홀뿐 아니라 빌딩 전체의 소독 작업을 실시했지만 사람들의 불안감까지 씻어내진 못했다. 15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었던 대학 행사 역시 ‘참석하지 않겠다’는 손님이 많아 취소됐다. 손치현 총지배인은 “건물 출입구마다 발열감지기를 설치하고 손 세정제를 추가로 비치하고 있지만 세입자들의 불안감이 극도로 높아졌다”며 “우리도 갑작스러운 메르스 폭풍에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1565명이 모인 강남구 개포동 주공1차 재건축조합 모임에 갔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조합원들의 공포심도 극에 달한 모습이었다. 김형진 조합장은 “당시 총회 시작이 오후 7시 10분이었고 투표가 끝난 것이 8시였는데 35번 환자는 참석한 부인을 데리러 온 것이어서 머무른 시간도 짧았다”며 “잠복기에는 전염되지 않는다는 문자메시지를 조합원들에게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35번 환자가 가족과 외식한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 식당 앞에는 5일 ‘철저한 위생관리와 고객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당일 휴업과 함께 매장 위생관리를 진행하고자 합니다’라고 쓴 표지판과 함께 빨간 출입통제선이 쳐져 있었다. 업소 대표 박도근 씨(44)는 “(서울시가) 가게 이름까지 다 말한 건 좀 섣부르지 않았나 싶다”며 “안 그래도 요즘 장사가 안 됐는데 더 안 되게 생겼다”고 말했다. 놀이시설도 울상이긴 마찬가지였다. 이날 오후 2시 송파구 롯데월드 입구는 마스크를 쓴 사람들만 통로를 오고 갈 뿐 이용객이 급감한 모습이었다. 자녀 셋을 데리고 뽀로로파크를 찾은 박모 씨(40)는 “아이들과 오래전에 약속을 해서 할 수 없이 인천에서 이곳까지 왔는데 지하철 1호선이 많이 오염됐다고 해서 7호선을 타고 왔다”며 “마스크를 벗으면 집에 간다고 여러 차례 다짐을 받고 여기 온 것”이라고 말했다.박성진 psjin@donga.com·김재형·손가인 기자}
“저 무조건 퇴원할래요.” 지난달 31일 경기도의 한 대학병원에서 당뇨망막증과 망막박리 수술을 받은 김은선 씨(51)는 주치의에게 퇴원을 요구했다. 최소 사흘 정도 안과병동에 입원해 경과 관찰이 필요한데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공포 때문에 병원에 머무는 것을 극도로 꺼린 것이다. 주치의는 “우리 병원은 메르스 의심환자도 없고, 더구나 안과 병동에는 그런 환자가 올 가능성이 전혀 없다. 퇴원할 경우 염증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설득했지만 막무가내였다. 이처럼 메르스 공포가 확산되면서 병원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극에 다다르고 있다. 반드시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까지 외래 진료를 취소하는가 하면, 입원 기간을 최소한으로 줄이려는 환자들도 나오고 있다. 특히 메르스 확진환자가 다녀간 사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괴담처럼 퍼진 병원들은 “외래 진료실이 텅텅 비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 대학병원-검진센터 발길 뚝 본보가 서울 경기 지역의 500병상 이상 대학병원 10곳을 조사한 결과 외래환자가 적게는 5%에서 많게는 30%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A대학병원 관계자는 “사실과 다르게 메르스 확진환자가 거쳐 갔다고 소문이 나서 외래환자가 30%가량 줄었다. 특히 하루 200명 이상 방문하던 건강검진센터는 단체 회사 검진이 취소되면서 환자가 75%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중증환자보다는 경증환자가 많이 방문하는 동네 병원, 의원들의 피해는 더 크다. ‘급한 치료가 아니면 최대한 미루자’는 인식이 늘면서다. 메르스와 연관성이 적은 정형외과, 해외 환자를 주로 유치하는 성형외과 등도 신규 환자가 5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 메르스 의심 신고한 병원, 결국 휴업하기도 메르스와 연관된 병원들의 피해는 더 큰 실정이다. 부산의 B내과의원은 메르스 의심환자가 방문한 뒤 사실상 영업을 접었다. 보건당국에 메르스 의심환자 신고를 했는데, 하얀색 방호복을 입은 역학조사관들이 병원에 들어서는 사진이 SNS를 통해 퍼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외래환자가 75% 가까이 줄어들었다. 해당 환자는 메르스 유전자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다. B의원 원장은 “보건당국에 정직하게 신고를 한 병원들이 더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 실명을 거론하는 상황에서 어느 누가 메르스 의심환자를 보겠느냐”면서 “인건비, 임대료 등을 버티지 못해 휴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기 지역에 있는 400병상 규모의 중급 C종합병원도 보건소에 메르스 의심환자를 신고한 문건이 노출되면서 외래환자가 30% 넘게 줄었다. C병원장도 “보건당국이 보안 유지를 제대로 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누가 신고를 하고 싶겠는가, 차라리 신고하지 않고 벌금 200만 원을 내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스 치료 병원이 더 안전 전문가들은 막연한 공포로 병원 치료를 연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입을 모은다. 치료를 연기하면서 생기는 부작용이 메르스 감염 위험보다 심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메르스 확진환자 또는 의심환자가 치료받고 있는 국가 지정 격리병원과 일부 민간병원은 국내 정상급 감염 관리가 진행 중이다. 오히려 일반 병원보다 메르스 환자가 있는 병원이 안전하다는 얘기다. 신현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메르스 환자가 있는 병원은 그만큼 감염병 관리의 전문성을 인정받은 병원이다”라며 “근거 없는 공포감 때문에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가 제대로 조치를 못 받는 것은 환자 개인은 물론이고 전 국가적 손실이다”라고 말했다. 설사 메르스 확진환자 또는 의심환자가 거쳐 간 병원이라도 감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의료계의 중론이다. 일단 확진환자들은 일반환자와 만날 수 없는 공간에 격리돼 있다. 이들을 치료하는 의료진은 방호복과 방호장비를 착용하고 환자와 만나고, 이 장비들은 일회용으로 폐기한다. 격리 병상을 나올 때는 전신 소독을 한다. 메르스를 전파할 정도의 확진환자의 비말이 병원 곳곳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보건당국에 신고되지 않은 환자들을 만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학병원들은 병원 외부에 의심환자들을 위한 선별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다. 손준성 강동경희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반환자와 메르스 의심환자가 접촉하지 않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며 “특히 자신이 메르스가 의심된다면 더더욱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단, 65세 이상 노인, 면역력이 약한 만성질환자, 영유아의 경우는 병원을 방문할 때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자신이 진료를 받아야 하는 구역 외에 응급실 또는 중환자실 주변은 피해야 한다. 중증질환이 아니라면 의심환자가 방문할 가능성이 적은 동네 의원을 가는 것이 좋다.○ 감염병 치료 의료인에 대한 격려 필요 병문안을 위한 면회는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급적 50대 이상의 동반자와 함께 환자 병문안을 가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환자와 가족이 병실에서 함께 지내는 병간호 관행도 이번 기회에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무엇보다 감염 위험을 감수하고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인에 대한 격려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는 “지금 악조건에서 감염 위험이 있음에도 희생적으로 메르스 확진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이 있는데 병원이 공개돼 고통받고 있다”며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에볼라와 같은 치사율 높은 감염병을 치료하는 의료진에 대한 존경심이 있는데, 우리는 반대인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유근형 noel@donga.com·박성진 기자}

《 대전에 사는 심장병 환자 김태식 씨(69)는 3일로 예약된 서울의 한 대학병원 외래진료를 취소했다. 김 씨는 심장수술을 받을 병원을 찾다가 6개월 만에 어렵게 예약했지만 이 병원에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자가 있었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메르스 공포가 퍼지면서 병원 방문을 기피하는 현상이 늘고 있고 ‘어느 병원 가면 안 된다’는 괴담도 퍼지고 있다. 현재 메르스의 진원지가 병원이기 때문이다. 3일 메르스로 새로 확진 받은 환자 5명은 모두 병원에서 2차, 3차로 감염된 사례. 또 지금까지 발생한 환자 30명 전원이 병원에서 감염됐다. 병원은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가 몰리는 특성상 감염의 위험이 높다. 하지만 메르스 발병 뒤에도 병원의 감염 위험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 ○ 병원들, 환자와 의료진 보호 나 몰라라 1일 확진 사망 환자가 발생한 경기도의 한 병원은 환자를 치료한 의료진을 제대로 격리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병원 의료진의 가족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가족이 사망한 환자를 며칠간 치료한 의료진의 일원인데, 2일에도 병원에 출근해 일했다”며 “가족의 안전이 지켜지지 않는 것 같아 걱정이 태산같다”고 했다. 이 가족은 “해당 사실을 보건 당국에 알렸지만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보건복지부는 3일 자료를 내 해당 의료기관은 코호트 격리 조치를 실시한 기관이며, 중환자실 근무자들도 격리 대상자로서 외부 접촉을 하지 않도록 조치가 취해졌다고 했다. 코호트 격리란 한 건물 내에서 일반 환자는 다른 공간으로 모두 이동시키고 의료진이 보호구를 갖춘 상태에서 메르스 환자만 진료하는 것을 뜻한다. 확진 환자가 다녀간 경기도의 다른 병원 한 간호사는 요즘 불안해서 잠을 못 이룬다. 이 간호사는 “병원에서 확진 환자와 접촉한 의료진이 누구인지 알려주지도 않는다. ‘병원 사정 등을 외부에 절대 알리지 말라’며 쉬쉬하는 데 급급하다”고 했다. 이 간호사는 의심 환자가 수술실을 거쳐 병실에 입원했는데, 해당 의료진은 일상 진료를 하고 있다고 했다.○ 대형 병원도 안전조치 미흡 동아일보 취재팀은 3일 서울 시내 대학병원 6곳의 감염 안전 실태를 긴급 점검했다. 이에 따르면 6곳 중 내원 환자들이 마스크를 절반 이상 착용하거나, 감염 방지를 위해 환자들에게 마스크를 지급하는 병원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또 의료진과 직원들의 경우도 일부만 마스크를 착용했다. 정형외과 외래로 A병원을 찾은 이모 씨(64)는 “의사나 간호사로부터 메르스 전염 우려가 있으니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B병원의 사내 게시판에는 이날 한 직원이 “불안해 일 못하니 지침을 내려달라”는 글을 올렸다. 마스크를 써야 하는지, 의심 환자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지침이 없어 답답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B병원은 부랴부랴 이날 오후에야 직원들에게 마스크를 지급했다. 그러나 그곳 미화원들은 화장실 휴지 등 병원 내 폐기물들을 마스크 없이 치우고 있었다. C병원의 경우 메르스 전염의 직접적 경로가 될 수 있는 호흡기내과, 감염내과 외래진료실에 대한 통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이 병원 3층에 있는 호흡기내과는 종양혈액내과 정신건강의학과 등과 붙어 있지만, 호흡기 진료 외에 다른 진료로 찾아온 환자에 대한 안내는 보이지 않았다.○ 감염에 취약한 병원 구조 전문가들은 국내 메르스 환자가 병원에 집중된 것이 입원실의 다인실 구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전직 공공의료원 의사는 “국내 병원은 5인실이면 환자와 보호자 등 10여 명이 한 방에서 생활한다. 거기서 밥도 해먹고 빨래, 세면도 한다”고 말했다. 방지환 서울보라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는 의료 감염에 취약한 형태(다인실 확대)로 점점 가고 있지만 이에 따른 감염 방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자는 많고 진료시간이 짧은 것도 감염에 취약한 요인으로 꼽힌다. 한 내과 개원의는 “병원 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시간당 최소 10명은 봐야 한다. 감기 환자가 오면 손을 계속 씻고 마스크도 써야 하지만 그럴 시간이 없다”고 했다. 감염 위험이 가장 큰 중환자실은 인력을 확충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 특히 중소병원의 경우 중환자실 간호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 확진 환자 느는데 격리병상은 부족 확진 환자가 늘어남에 따라 국가지정 입원치료 격리병상이 모자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전국에 국가가 지정한 입원치료 격리병상을 갖춘 곳은 17곳(민간 4곳, 국공립 13곳). 모든 바이러스 유출입이 차단된 음압격리병실은 105개, 그 외 일반병상 474개를 합쳐 총 579개 병상이 있다. 음압격리병실은 병실 내 기압을 외부보다 낮게 유지해 바이러스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시스템이 구비돼 있다. 실제 수백 병상을 운영 중이라 하더라도 메르스 환자는 음압시설을 갖춘 격리병동에서 관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그 수가 넉넉하지 않다. 권준욱 메르스중앙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전국적으로 음압시설 격리병동의 경우 메르스 환자 40명 정도만 수용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민병선 bluedot@donga.com·박성진·천호성 기자}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자가 늘어나면서 전국 동물원의 낙타에게 불똥이 튀었다. 낙타가 감염 매개체로 알려지면서 동물원마다 관람객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낙타를 격리 수용하고 외부로 노출시키지 않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 국내의 낙타는 총 44마리. 중동지역에서 서식하는 단봉낙타는 36마리이며 몽골지역이 서식지인 쌍봉낙타는 8마리다. 44마리 중 20마리가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과 경기 용인시 애버랜드, 대전 오월드, 전주 동물원 등 6곳의 동물원에 있으며 현재 모두 격리 조치됐다. 24마리는 제주도의 한 농장에서 손님이 직접 타보는 체험용으로 사육되고 있으며 이 농장은 현재 정상적으로 영업하고 있다. 호주에서 들여온 낙타라 메르스 감염 우려가 없다는 게 농장 측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낙타 격리 조치가 필요 없다고 지적한다. 송대섭 고려대 약학과 교수는 “낙타 격리는 의학적으로 의미 없다. 공포심 때문에 저렇게 대응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검역본부 관계자도 “44마리의 낙타 모두 국내에서 출생했거나 호주 등 중동 이외 지역에서 들어온 것이어서 메르스 감염 위험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중동 이외 지역의 낙타를 통한 감염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동물원 측은 보건복지부가 2일 내놓은 △낙타와의 밀접한 접촉을 피하고 △멸균되지 않은 낙타유 또는 익히지 않은 낙타고기 섭취를 피하라는 지침 때문에 낙타를 격리시킬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관람객들이 낙타를 꺼림칙하게 바라보거나 항의가 들어올 수 있다는 것. 한 동물원 관계자는 “낙타에겐 문제가 없는 걸 알지만 눈에 띄는 것이 좋을 게 없어서 조치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이건혁 gun@donga.com·박성진 기자}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자가 늘어나면서 전국 동물원의 낙타에게 불똥이 튀었다. 낙타가 감염 매개체로 알려지면서 동물원마다 관람객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낙타를 격리 수용하고 외부로 노출시키지 않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올해 5월말 기준 국내의 낙타는 총 44마리. 중동지역에서 서식하는 단봉낙타는 37마리이며, 몽골지역이 서식지인 쌍봉낙타는 7마리다. 44마리 중 20마리가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과 경기 용인시 애버랜드, 대전 오월드, 전주 동물원 등 6곳의 동물원에 있으며 현재 모두 격리조치됐다. 24마리는 제주도의 한 농장에서 손님이 직접 타보는 체험용으로 사육되고 있으며, 이 농장은 현재 정상 영업 중이다. 호주에서 들여온 낙타라 메르스 감염 우려는 없다는 게 농장 측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낙타 격리 조치가 필요없다고 지적한다. 송대섭 고려대 약학과 교수는 “낙타 격리는 의학적으로 의미 없다. 공포심 때문에 저렇게 대응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검역본부 관계자도 “44마리의 낙타 모두 국내에서 출생했거나 호주 등 중동 이외 지역에서 들어온 것이어서 메르스 감염 위험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중동 이외 지역의 낙타를 통한 감염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동물원 측은 보건복지부가 2일 내놓은 △낙타와의 밀접한 접촉을 피하고 △멸균되지 않은 낙타유 또는 익히지 않은 낙타고기 섭취를 피하라는 지침 때문에 낙타를 격리시킬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관람객들이 낙타를 꺼림칙하게 바라보거나 메르스 옮기는 것 아니냐는 항의가 들어올 수 있다는 것. 한 동물원 관계자는 “낙타에겐 아무 문제없는 걸 알지만 눈에 띄는 게 별로 좋을 게 없어 선제적 조치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박성진 기자psjin@donga.com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야간에 서울 강변북로의 차선이 잘 보이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전문 시공업체 대표 유모 씨(49)를 구속하고 브로커 박모 씨(43)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8일 밝혔다. 일반도장 업체 및 전문 시공업체 대표, 브로커 등 77명과 법인 58곳은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모 씨(48) 등 일반도장 업체 대표 79명은 차선 도색 공사를 낙찰 받은 뒤 브로커를 통해 전문 시공업체에 넘기면서 자신들 업체명으로 공사를 하게 했다. 공사를 넘겨받은 업체들은 대부분 아파트 외벽도장 등을 하는 업체로 장비와 기술력이 부족했다. 브로커 박 씨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수수료를 주고 30여 건의 공사를 넘겨받았다. 이어 공사 대금의 5∼10%를 자기 몫으로 챙긴 뒤 전문 시공업체에 공사를 넘겨줘 강변북로 차선 도색 공사를 맡겼다. 경찰은 박 씨가 챙긴 돈이 1억4000여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공사비가 줄어든 전문 시공업체는 내구성이 떨어지는 불량 도료를 사용했다. 구속된 유 씨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7건의 공사를 하면서 질이 안 좋은 도료에 빛을 반사하는 유리알만 섞어 공사한 후 구청 등 발주처에는 특수도료를 사용한 것처럼 보고해 총 16억5900만 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불법 의료 브로커들이 진화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들을 서울 강남 일대 성형외과에 연결해 주고 수수료 명목으로 거액을 챙기는 미등록 불법 브로커 단속을 강화하자 사업 영역을 바꿔 전문의약품 판매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중국인 환자를 유치해 주면서 쌓은 영향력을 바탕으로 강남 일대 성형외과에서 처방전을 발급받아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을 구입해 중국인에게 판매하고 있다. 경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27일 서울 강남구 모 성형외과에서 불법으로 처방전을 발급받아 다이어트 약 등을 구매해 중국인들에게 재판매한 왕모 씨(26·여·중국) 등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등에 따르면 왕 씨는 지난해까지 중국인 환자를 국내 병원에 소개해주고 적정 수수료를 받는 합법적인 외국인 환자 유치업체에서 일했다. ‘환자 유치’가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안 왕 씨는 올해 초 직원 5∼6명을 채용해 불법적인 환자 유치업체를 차렸다. 검찰 등 수사기관이 불법 브로커 단속을 강화하자 왕 씨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 사업을 다각화했다. 환자 유치 중개 수수료를 받기보다 중국에서 인기 있는 한국 의약품을 중국인들에게 팔기로 했다. 왕 씨는 먼저 성형외과에서 자신의 중국인 직원 명의로 처방전을 대량으로 발급받기 시작했다. 외국인 환자 유치업체 관계자는 “환자 유치의 큰손이었던 왕 씨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한 성형외과 측이 별다른 확인 없이 처방전을 불법으로 대량 발급해줬다”며 “처방전 양식에 간호사가 수기로 약품 이름과 복용량을 적는 방식으로 왕 씨에게 처방전을 그냥 내줬다”고 말했다. 불법으로 확보한 전문의약품은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을 통해 재판매됐다. 왕 씨가 확보한 약품들의 사진을 위챗에 올리면 미용에 관심이 많은 중국인들이 직접 주문하는 방식이었다. 왕 씨는 ‘가짜 한국 약품을 판매하는 중국인이 많은데 제가 판매하는 약들은 정식 유통 경로를 거쳤다’는 글과 함께 성형외과에서 발급받은 처방전 사진, 자신이 약국에서 직접 약품을 구매하는 사진 등 ‘인증샷’을 찍어 올려 고객들을 안심시켰다. 주문량이 많아지자 주문을 받으면 그때그때 처방전을 발급받아 약품을 확보하는 방법 대신 대량의 약품 구매가 가능하도록 미리 처방전을 발급받았다. 판매 대금은 온라인 결제가 가능한 중국의 ‘알리페이’를 통해 현금만 받았다. 결제가 완료되면 국제우편(EMS)을 통해 직접 중국 고객의 주소로 약품을 보냈다. 이렇게 거래한 약품은 왕 씨의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확인된 것만 한 달 평균 15박스(다이어트 약 기준). 1박스에 8만 원가량을 주고 산 다이어트 약을 50여만 원에 재판매했다. 5배가 넘는 폭리를 취한 것. 경찰은 왕 씨가 손에 넣은 부당 이득과 실제 거래량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관광비자로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왕 씨가 전문의약품 판매 외에 중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통역 및 관광 가이드를 하며 부가적인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왕 씨 외에 기존 불법 브로커들의 변형된 불법 행위에 대해서도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왕 씨를 의료법과 약사법 위반 혐의로 쫓는 한편 처방전을 내준 성형외과 등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사망 8633명, 부상 1만7932명, 실종 755명. 23일 네팔 정부가 공식 발표한 지진 피해자 현황이다. 지난달 25일과 이달 12일 ‘세계의 지붕’이라고 불리는 네팔에 규모 7이 넘는 강진이 잇달아 발생했다. 집을 잃은 네팔 국민은 정부와 국제기구가 나눠주는 방수 천막에 의지해 흙바닥에서 생활하고 있다. 비록 수많은 사상자와 이재민이 발생했지만 지진 발생 초기 네팔 정부의 대응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허술하지 않았다. 네팔 정부는 가장 먼저 민간 헬리콥터 운항사의 운항권을 일시적으로 제한했다. 히말라야 관광객 수송을 위해 운영되던 민간 헬리콥터들을 인명 구조에 활용하기 위한 조치였다. 10여 대뿐이지만 민간 헬리콥터들은 산악지대를 누비며 촌각을 다투는 응급 환자를 병원으로 긴급 이송했다. 이어 네팔 정부는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고향 마을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학교 통학용 버스 500여 대까지 긴급 투입했다. 가족의 생사를 확인할 수 있게 지진 발생 이후 열흘이 넘도록 국제 및 국내 통화료를 면제해줬다. 구호단체와 의료단체의 특정 지역 쏠림현상, 구호물자의 중복 지원 등을 막기 위한 ‘활동허가제’는 국제사회로부터 가장 훌륭한 대응이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현지에 급파된 이재승 대한적십자사 긴급구호팀장은 “대부분 산악지형으로 이뤄진 네팔의 특성상 특정 지역에만 의료 지원과 구호물품이 쏠리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매우 훌륭한 조치였다”고 평가했다. 네팔 정부는 사고 현장에서 활약 중인 의료단체에서 매일 수시로 진료 활동 상황을 보고받고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전염병 징후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물론 지진이 발생한 지 열흘이 지난 이후에는 다소 실망스러운 모습도 드러나고 있다. 구호물자 처리 지연으로 카트만두 트리부반 국제공항에는 외국에서 들어온 각종 구호물품이 쌓여 있다. 아직 구호를 받지 못한 피해자들의 볼멘소리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때로는 길을 막고 정부의 무능을 질타하는 시위도 벌어진다. 하지만 아직 열악한 인프라와 경험 부족, 지형적 특성 등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 게다가 네팔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699달러로 세계 최빈국(168위)에 속한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네팔 정부가 보여준 초기 대응만큼은 1인당 GDP 세계 29위(2만8739달러)인 한국으로서도 두고두고 배워야 할 것이다. 박성진·사회부 psjin@donga.com}

《네팔을 제2의 고향이라고 여기는 산악인들과 기업들이 잇달아 발생한 지진으로 큰 피해를 본 네팔 돕기에 나섰다.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16좌 등정에 성공한 산악인 엄홍길 대장(55)과 여성 최초로 14좌를 완등한 오은선 씨(49)는 네팔 오지 마을을 찾아다니며 긴급구호활동을 하고 있다. 기업들은 성금을 기탁하거나 구호 물품을 지원하고 있다.》엄홍길 대장히말라야 신이 맺어준 연(緣)이었다. 16일 엄홍길 대장은 쌀, 콩, 방수 천막 등 긴급구호물품을 트럭에 싣고 네팔 다딩 주(州) 컬레리 마을을 찾았다. 수도 카트만두에서 험준한 산악 도로를 차로 8시간 이상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지난달 25일과 이달 12일 연이은 강진으로 400여 가구가 살고 있는 이 마을에 부서지지 않고 온전히 남아 있는 건물은 지난해 엄홍길휴먼재단이 지은 다섯 번째 학교뿐이었다. 해발 2600m에 있는 이 마을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없었다. 네팔 정부도 국제기구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못했다. 엄홍길휴먼재단과 대한적십자사만이 이 마을을 찾았다. 부다로지미 사케 씨(31·여)는 “지진이 나고 갓 태어난 아이에게 줄 젖이 나오지 않아 제대로 먹이지 못했다”며 “엄 대장과 식량을 보내준 한국 사람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지진 발생 4일 만인 지난달 29일 네팔에 들어온 엄 대장의 하루는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매일 8시간 이상 트럭을 타거나 걸어서 오지 마을을 찾았다. 휴먼재단은 10여 일 동안 고르카 주 만드레 마을, 신두팔촉 주 상가촉 마을 등 구호의 손길이 제때 미치지 못하고 있는 오지 마을을 찾아다니며 구호 물품을 전달했다. 엄 대장의 간절함에 많은 사람들이 동참했다. 엄홍길휴먼재단은 네팔 지진 긴급구호자금으로 10만 달러를 기부했다. 파라다이스그룹(회장 전필립)은 구호성금으로 현금 2억 원을 재단에 기탁했다. 아웃도어 업체 밀레(대표 한철호)도 지진 피해지역에 침낭, 의류 등 3억 원 상당의 구호 물품을 지원했다. ▼ 여성 첫 14좌 완등 오은선씨 ▼“네팔은 저에게 많은 것을 준 제2의 고향이에요. 그런데 막상 폐허가 된 곳에 가니 제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거예요. 저는 너무나 많은 것을 받았는데….” 네팔 마을 그리고 황망한 네팔인들의 표정을 떠올리며 오은선 씨는 감정이 북받치는 듯했다. 오 씨는 여성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 이상 14개 봉우리를 모두 등정한 산악인. 오 씨는 11일부터 네팔의 지진 피해 지역을 찾아 구호활동을 벌이고 19일 귀국했다. 오 씨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제구호기관인 W-재단과 함께 지진 진원지인 고르카 지역을 찾아 블랙야크가 지원한 텐트와 옷 신발 등 구호 물품을 전달했다. “고르카 인근의 바르팍이란 산간 마을은 길이 막혀 헬기로 가야만 했어요.” 가장 마음을 아프게 한 건 헬기를 보고 달려오던 아이들이었다. 폐허 위에서 놀던 아이들은 외지 사람을 보자 해맑게 웃어 보였다. 두 번째로 들른 고르카 지역에서는 예상 못한 식사 대접도 받았다. 마을 사람들은 감사의 의미를 담은 꽃다발도 건넸다. “제가 머무는 동안에도 하루에 두세 번씩 지진과 여진이 발생했어요. 저는 봉사활동을 마치고 가면 그만이지만 여기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들을 돕기 위해서 뭐든 할 겁니다.” 오 씨는 우선 네팔을 돕는 기금 마련을 위한 자선 산행을 매주 할 계획이다. 그의 후원업체인 블랙야크는 지진 발생 이후 5억 원 상당의 구호물품과 성금을 전달한 데 이어 21일 2차로 7억 원어치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또한 피해 지역 재건을 위한 장기 계획을 수립 중이다.다딩=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그래도 아이들은 웃었다. 지난달 25일과 이달 12일 연이어 발생한 강진으로 수많은 사망자(12일 기준 3213명)가 발생한 네팔 신두팔촉 주 상가촉 마을. 14일 오후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은 어른들 사이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마을에 내려앉은 무거운 침묵과는 어울리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장난기 가득한 얼굴마다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아이들의 시선은 박은영 대한적십자사 보건안전팀장(48·여)을 향했다. 흙이 잔뜩 묻어 시커멓게 더러워진 손으로 연신 율동을 따라했다. 입에서는 한국 동요가 흘러나왔다. “반짝 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추네∼”, “둥근 해가 떴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이날 오전 9시경 열린 ‘일일놀이교실’은 끝날 줄 몰랐다. 6일부터 이곳에서 의료지원 활동을 하고 있는 대한적십자사는 네팔에 파견된 국제적십자사연맹 소속 27개국 중 유일하게 아이들을 위한 심리적 응급처치(PFA) 교실을 열었다. 그림 그리기, 퍼즐 맞추기, 노래 부르기 등 프로그램의 목적은 아이들을 잠시나마 웃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반응은 뜨겁다. 아이들은 일일교실을 무너진 학교 대신으로 생각했다. 대한적십자사 긴급의료단원들을 “선생님”이라 부르며 따라다녔다. 부모들의 ‘교육열’도 뜨거웠다. 아이들 옆에 앉아 함께 배우고 가르쳤다. 아이들은 히말라야 산맥의 아름다운 자연과 집을 그리며 행복했던 때를 추억했다.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아이들은 한바탕 신나게 웃고 떠들다가도 중간중간 공포에 사로잡혔다. 서미드 기리 군(7)은 “(지진이 났을 때) 너무 무서워 어디로 숨어야 할지도 몰랐다”며 “형의 손에 이끌려 급히 밖으로 나왔는데 바로 집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앙증맞게 춤을 추던 어니샤 네팔리 양(6)도 “언니랑 소꿉장난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천장이 내려앉아 머리를 다쳤다”며 반창고 붙인 머리를 내밀었다. 안타까운 장면 역시 잊혀지지 않았다. 지난달 25일 상가촉 마을에선 옷 수선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3명의 엄마가 각자의 아이를 꼭 끌어안은 채 주검으로 발견됐다. 많아야 18개월 된 아이 등 유아 3명과 엄마 3명이 한꺼번에 숨진 것이다. 마을을 안내해주던 선딥 기리 군(14)은 “마을 사람들이 ‘추위 타지 말라’며 (숨진) 아기들을 꽃기름으로 마사지해 줬다. 아줌마들이 아기라도 살리려고 했는데 결국 모두 죽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집도 학교도 사라졌지만 아이들은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컴퓨터 공부를 좋아한다는 컵필 기리 군(14)은 “제 꿈은 컴퓨터 공학자가 되는 것이에요. 빨리 학교가 다시 문을 열어 공부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교사를 꿈꾸는 시타 기리 양(13)은 “그림 그리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요. 그림 공부를 열심히 해서 꼭 미술선생님이 될 거예요”라고 말했다. 신두팔촉=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12일 낮 12시 50분경 네팔 만드레마을에서 발끝으로 진동이 전해졌다. 깎아놓은 듯한 절벽 사이 공터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쌀 콩 식용유 천막 등 구호물품을 받으려고 기다리던 마을 주민들과 구호 활동을 하던 사람들은 일제히 절벽과 절벽 사이 중간지점으로 뛰기 시작했다. 얼마 전 “아직 네팔은 여진이 계속되니 현장에서는 현지 사람들이 하는 대로 따라 해야만 살 수 있다”는 엄홍길 긴급구호대장의 주의사항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진동이 일어난 직후 맞은편 절벽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뿌연 흙먼지 속으로 집채만 한 바윗덩어리들이 굴러 떨어졌다. 엄마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있던 어린 소녀는 겁에 질린 듯 눈을 감았다. 구호물품을 머리에 이고 걸어가던 한 청년은 쌀 포대를 내동댕이쳤다. 진동이 멈추자 주민들은 오른쪽 귀를 땅에 대고 진동이 계속되는지 살폈다. 여진의 공포였다. 엄홍길휴먼재단, 대한적십자사와 함께 마을을 찾은 한국인들도 처음으로 지진의 공포를 느꼈다. 집을 떠나 천막 생활을 하던 만드레마을 주민들의 걱정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주민 랍락 구릉 씨(32)는 “여진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서 매일 죽음의 공포와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다니던 학교가 무너져 내렸다는 수스미타 구릉 양(8)은 “하루하루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너무 슬퍼 잠이 오지 않는다”며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가 있으면 자다가도 엄마가 깨워 공터로 데리고 나간다”고 말했다. 4일 네팔에 파견된 대한적십자사 ‘네팔지진 긴급의료단’은 곳곳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의료지원 및 구호물품 보급에 나섰다. 하지만 대부분 산악 지형으로 차량 이동이 불가능한 곳이 많아 구호의 손길이 제때 미치지 못하고 있다. 도로 사정이 나은 곳은 집집마다 쌀 콩 등 구호물품이 쌓여 있었지만 산속으로 들어갈수록 구호품을 전달하기 어려웠다. 현지에 있던 대한적십자사 이재승 팀장은 “많은 나라의 구호단체가 들어와 있지만 차량이 갈 수 있는 곳에만 물품을 전해 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구호물자와 의료지원도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집중된다는 것이다. 대한적십자사는 이동식 의료지원시설을 설치해 오지까지 직접 환자를 찾아가고 있다. 엄홍길휴먼재단도 만드레마을, 다딩 주 컬레리마을 등 오지 마을을 찾아다니고 있다. 엄 대장은 “카트만두 시내에서 10시간 가까이 비포장 산악도로를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마을”이라며 “아직까지 한 번도 구호물품을 받지 못한 곳이 많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여진으로 네팔에서만 최소 76명이 숨지고 2700여 명이 다쳤다. 미군 6명과 네팔 군인 2명을 태운 미 해병대 소속 헬기는 이날 네팔 북동부 지역에서 구호활동 도중 실종됐다.고르카=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서울 강남구가 관내 국공립어린이집연합회를 통해 8일 서울시가 가결한 ‘종합무역센터 주변지구 지구단위계획구역’을 잠실운동장까지 확대하는 계획(안)에 반대하는 집회와 서명운동에 어린이집 교사들을 끌어들인 정황이 확인돼 논란을 빚고 있다. 강남구 국공립어린이집연합회는 관내 52개 구립어린이집이 속한 단체다. 지난달 연합회장 A 씨는 소속 어린이집 원장들에게 ‘한전 부지 사용 관련 (강남구 입장을 지지하는) 학부모 서명을 받아 달라’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면서 ‘이번에 서명 받는 것은 범구민비상대책위원회에서 주관하는 것이니 강남구청에서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지 않도록 당부 드린다’고 강조했다. ‘4월 22일 종합무역센터주변지구 지구단위 결정(변경) 반대 시위가 있으니 한 어린이집당 1명 이상의 교사를 보내 달라’ ‘출석체크를 할 것’이라고도 썼다. 메시지를 받은 어린이집 교사들은 최소 인력만 남기고 근무시간에 서명을 받으러 다녔다. 원생 학부모와 가족에게 부탁했고, 할당된 서명 인원을 채우기 위해 어린이집 인근 주민들에게도 서명 받았다. 일부는 집회에도 참석했다. 어린이집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강남구청 보육지원과가 교사들을 강제 동원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어린이집 교사들은 관내 40여 개 구립어린이집들이 강남구의 재위탁 심사 대상이기 때문에 구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심사에 불이익이 갈까 봐 두려운 어린이집 원장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집회와 서명운동에 나섰다는 것. 어린이집 관계자 C 씨는 “서명 명부를 사업 주무 부서인 도시계획과가 아닌 보육지원과에 직접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을 통해 어린이집당 300∼500명씩 총 1만5000여 명의 서명이 접수됐다. 강남구는 연합회에 직접 공문을 보낸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구 관계자는 “구 차원에서 홍보를 한 적은 있지만 공문을 보낸 사실은 없다”며 “범구민비대위에서 연합회 측에 협조 요청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박성진 psjin@donga.com·차길호 기자}
경찰이 사기 혐의로 입건된 홍준표 경남지사의 처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7일 홍 지사의 처남 이모 씨(56)에게 수차례 출석을 요구했으나 이 씨가 출석하지 않아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A 건설업체 대표 김모 씨(48)는 “이 씨가 2013년 말 찾아와 ‘서울 구로구 예전 영등포교도소 철거 공사를 받아주겠다’고 하면서 1억1100만원을 빌려갔다”며 “공사가 무산된 뒤에도 빌려간 돈과 추가 배상액 1억 원을 갚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씨는 또 다른 사기 혐의로도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3월 이 씨는 자신이 사장으로 있던 B 건설사의 직원으로부터 회사 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혐의로 고소당했다. 사건을 접수한 서울 북부지검은 이 씨가 2011년 10월부터 2013년 3월까지 사용한 회사 법인카드 사용내역 9000여만 원에 대해 유용한 혐의가 있는지 수사 중이다. 문제는 이 씨가 고소인들에게 매형인 홍 지사의 영향력을 언급했다는 것이다. 최 씨는 “이 씨가 2011년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홍준표 현 경남지사를 거론하며 건설수주를 따오겠다며 접근했고 ‘대표에서 물러나면 국무총리가 될 것이니 사업이 잘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와 연락을 해 소환 일정을 조율했으나 출석을 계속 미뤄 절차대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고 밝혔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건축공사 사용승인을 위한 현장조사에서 돈을 받고 위법사항을 묵인한 특별검사원들이 대규모로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7일 건축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위법사항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돈을 받아 챙긴 혐의(뇌물수수 등)로 이모 씨(54) 등 특별검사원 100명을 검거해 이 씨는 구속하고 나머지 99명은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09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245회에 걸쳐 건축주 및 건축 관계자들로부터 1억 6410만 원 상당의 돈을 받고 공사 현장 조사에서 위법사항을 묵인해줬다. 경찰은 건축물에 배정된 특별검사원의 사전정보를 건축주 등에게 알려주고 259회에 걸쳐 2억 5480만 원을 받은 서울시 건축사회 직원 곽모 씨(57)와 특별검사원 등에게 뇌물을 건넨 건축사 김모 씨(52) 등 51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1999년 도입된 특별검사원 제도는 2000㎡ 이하의 건축물 사용승인에 필요한 현장 조사에 이권이 개입되지 않도록 제3자가 검사를 하는 제도다. 공사 관계자가 현장 조사를 할 경우 공사 과정에서 일어나는 위법 사항을 고치지 않는 관행이 이어지자 이를 차단하기 위해 도입됐다. 서울시는 특별검사원 제도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각 공사 현장에 배정되는 특별검사원을 무작위로 선정하고 이들의 신상 정보 공개를 금지했다. 하지만 이번에 적발된 공사 관계자들은 특별검사원을 지정하고 관리하는 서울시 건축사회 직원인 곽 씨 등에게 뇌물을 주고 자신들에게 지정될 특별검사원의 정보를 미리 빼냈다. 이 정보를 토대로 특별검사원을 찾아가 학연과 지연 등을 동원해 한번에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 상당의 현금과 상품권을 건네며 공사 현장에서 발견된 위법사항을 눈감아달라고 부탁했다. 돈을 받은 특별검사원들은 상용 오피스텔로 건축 허가를 받은 건축물에 주거용 시설을 설치한 것 등의 위법사항을 묵인했다. 해당 건축물을 건축주에게서 산 사람이 주거용으로 사용하다 적발되면 근린생활시설로 다시 바꿔야 한다. 관련법상 건축주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기 때문에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행처럼 돈을 주고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특별검사원 제도가 시행된 지 10여년이 지났지만 특별검사원을 뽑는 과정에서 도덕성과 청렴성을 평가하는 등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특별검사원 자격 및 선발 체계를 바꾸고 담당자를 일정 주기로 교체해 비리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자신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한 특별검사원들이 위법사항을 적발해 해당 구청에 통보했음에도 불구하고 구청 공무원들이 뇌물을 받고 눈감아줬을 가능성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스마트폰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서울 강남 일대 등에서 만나 마약을 투약하고 집단 성관계를 맺은 남녀 수십 명이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6일 필로폰을 투약하거나 판매한 혐의(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신모 씨(41)와 김모 씨(27·여) 부부 등 9명을 구속하고 1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신 씨 부부 등 21명은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까지 채팅 앱 ‘즐톡’ 등을 통해 만나 필로폰을 투약했다. 이들은 ‘술(필로폰을 뜻하는 은어) 아시는 분’ 등의 글을 올려 필로폰을 투약하려는 사람들을 모집했다. 연락이 오면 수사당국의 추적을 피할 수 있는 ‘텔레그램’ 등으로 채팅 장소를 옮겨 시간과 장소를 정했다. 서울 강남과 경기 동두천 일대의 모텔에서 만난 이들은 서로 필로폰을 투약하고 상대를 바꿔가며 성관계를 맺었다. 같은 장소에서 많게는 8명 적게는 4명씩 모여 집단 성행위도 벌였다. 이들 21명 외 김모 씨(62) 등 6명은 집단 난교에는 참여하지 않고 필로폰만 투약하거나 판매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조사결과 이들이 거래한 필로폰은 총 60g(시가 2억 원). 2000여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이들은 필로폰을 g당 80만~140만 원을 받고 판매했다. 단순히 즐기기 위해 때로는 돈을 받지 않기도 했다. 신 씨 일당은 집단 난교를 필로폰을 판매하기 위한 유인책으로 사용했다. 교도소에서 알게 된 마약사범들로부터 판매사범을 소개받아 직접 만나 돈을 건네주고 필로폰을 구매하던 이전과는 달리 모바일 채팅의 발전과 맞물려 성관계라는 유인책을 통해 마약거래가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다. 피의자들 중 상당수는 마약 관련 전과가 없는 20대 여성들이었다. 집단 난교를 향한 단순한 호기심에 지인과 함께 만남에 참여했다가 필로폰을 투약하기 시작한 모델 지망생과 가정 주부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이미 필로폰을 경험해 본 이들로 필로폰 투약을 목적으로 ‘마약 파티’에 참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판매책으로 활동해온 김 씨의 차량에서 필로폰 50g을 압수하고 필로폰 공급책 김모 씨(40)와 최모 씨(51)를 추적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채팅앱을 통한 범죄는 추적이 어려워 단속하기 쉽지 않다”며 “유관기관과의 협조를 통해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온라인을 통한 마약 거래 확산 방지를 위해 수사력을 집중할 것이다”라고 밝혔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공무원 노조는 성향에 따라 ‘반대’ ‘수용’이라는 엇갈린 반응을 내놓았다. 하지만 ‘숫자’만 고쳤을 뿐 근본적인 ‘구조개혁’을 피했고 기여율과 지급률을 각각 5년, 20년에 걸쳐 고치도록 강도를 완화했기 때문에 내부적으론 대체로 ‘선방했다’는 분위기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국회 공무원연금특별위원회에서 도출한 합의안 통과를 저지하겠다고 3일 밝혔다. 여야가 합의한 개혁안을 거부한 셈이다. 전공노 관계자는 “실무기구 합의안이나 기타 어떤 안에 대해 합의한 적이 없다”며 “연금특위에서 만든 공무원연금 개악안이 통과되면 총력 투쟁에 나서겠다”고 주장했다. 이충재 전공노 위원장은 “하위직 공무원의 연금은 최저생계비 수준밖에 안 될 정도로 너무 많은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면서도 “신규·재직 공무원을 분리하는 (구조)개혁을 막아냈다는 것만 해도 의미가 있다. 선방했다”고 평가했다. 반면에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은 우선 여야 합의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안영근 공노총 사무총장은 “세부적 합의 사항에 아쉬운 점은 있지만 당초 정부안보다는 양보를 받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내부적으로 공무원단체 간 합의 사항에 이견이 있지만 일부 강경파가 반대한다고 해서 (합의 사항을) 철회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조영달 dalsarang@donga.com·박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