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기

문병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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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문병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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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0~2025-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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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헌 판정 받은 택지소유상한제-토초세 부활 길 열어

    《청와대가 21일 토지공개념을 개헌안에 담기로 함에 따라 사유재산권 제한 논란이 다시 불붙게 됐다. 당장 시장에선 ‘토지공개념 3법’이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개헌 논쟁이 이념 논쟁으로 확산되는 조짐도 보인다.》○ 부동산 규제 헌법적 근거 강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소유와 처분을 공익을 위해 제한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현행 헌법 23조와 122조에도 일부 반영돼 있다. 청와대는 토지공개념 명문화 배경으로 국토의 효율적 이용과 개발이 아닌 ‘투기 차단’을 제시했다.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투기로 말미암은 사회적 불평등 심화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 헌법으로는 정부가 생각하는 부동산 규제를 담아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현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트라우마’에서 근원을 찾기도 한다. 종부세는 노무현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한 근본 처방으로 도입했지만 ‘보유세 폭탄’ 논리에 밀려 정치적 위기를 자초한 데다 일부 위헌 판결까지 받았다. 이에 따라 헌법으로 정부가 토지의 소유와 이용, 처분 및 수익 환수를 통제할 수 있음을 못 박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김수현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이 토지공개념을 주창하는 ‘헨리 조지 학파’로 불린다는 점도 이런 전망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현재로선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하지만 이번 발표로 정부가 추진하려는 정책 방향이 더 선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장 위헌 논란에 싸여 있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가 힘을 얻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인한 수익의 최고 50%를 환수하는 제도로 올해 1월 부활됐다. 2014년 한 재건축 단지가 헌법소원을 제기한 데 이어 최근 서울 재건축 단지들도 위헌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주택 임대차시장 안정, 지역상권 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 방지 등 부동산 공공성 강화 방안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택지소유상한제와 토지초과이득세가 부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택지소유상한제는 대도시에서 200평 이상의 택지를 살 때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하고, 토지초과이득세는 개발사업 등으로 인한 땅값 상승분의 50%를 세금으로 물리는 제도다. 조 수석은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은 위헌 판결을 받았고, 토지초과이득세법은 헌법 불합치 판결을 받았다. 개발이익환수법은 끊임없이 위헌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헌법에 토지공개념을 도입하는 게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자유시장경제 포기” 반발, 이념논쟁 조짐 자유한국당은 이날 논평에서 “토지공개념 강화, 경제민주화 강화 등의 내용은 자유시장경제 포기 선언과 다름없다”며 “자유시장경제의 근간과 법치를 허물어뜨리겠다는 시도는 절대로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진보 진영은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라며 환영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 정책특별보좌관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는 “한국은 토지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으로 인한 불평등이 가장 심각한 나라”라며 “토지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당연한 조치”라고 말했다. 토지공개념의 개념 자체가 명확하지 않아 이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토지공개념을 확대해석한 규제가 양산될 수 있다. 심하게는 주택거래허가제까지 나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도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헌법 개정안의 전문과 조문을 전부 공개하지 않는 점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같은 개념이라도 헌법에 어떤 문구로 반영되는지에 따라 파급력이 크게 달라진다. 토지공개념과 수도 조항 등 영향력이 큰 사안들에 대해 국민이 충분히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는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주애진 jaj@donga.com·문병기 기자}

    • 2018-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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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중일 정상회의, 5월초 도쿄서 개최

    한일 정상회담과 한중일 정상회의가 5월 초 일본 도쿄에서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4, 5월 열릴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사이의 릴레이 회담들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일본 교도통신은 20일 복수의 한중일 외교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한중일 3국이 5월 전반 도쿄(東京)에서 정상회의를 여는 방침에 대해 큰 틀에서 합의했다”며 “5월 8, 9일 이틀간을 축으로 개최 시점을 최종적으로 조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한중일 회의가 5월 초로 준비되고 있다. 중국도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기간에 자연스럽게 한일 정상회담도 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일본 방문이 성사되면 2011년 12월 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 7년 만의 현직 대통령의 방일이다. 2015년 11월 서울 개최 이후 중단됐던 한중일 정상회의도 3년 만에 재개된다. 한중일 정상회의는 그동안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중국이 전격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20일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제1차 회의 폐막 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상반기 한중일 정상회의에 출석하고 일본을 공식 방문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방일 의사를 밝혔다. 중국에서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아닌 리 총리가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한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2018-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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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靑 3차례 쪼개 공개… 전문에 부마항쟁, 5·18, 6·10 새로 포함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개헌안 발의를 앞두고 20일 헌법 전문(前文)과 기본권 개정안을 공개했다. 청와대는 22일까지 내리 사흘간 현행 헌법의 주요 틀 상당수를 손보는 개헌안을 설명하며 여론전을 편다. 하지만 5·18민주화운동 등을 헌법 전문에 포함시키는 것을 두고 야당이 ‘누더기’라고 비판하는 등 정치권은 벌써부터 정면충돌할 태세다. 일각에선 헌법 전문부터 이념 갈등의 도마에 오르면 국민 통합형 개헌이라는 의미가 퇴색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 보장 조항은 안 그래도 심각한 노사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말도 있다.○ 헌법 전문에 “5·18 민주이념 계승”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이날 개헌안을 발표하면서 “먼저 헌법 전문에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짐은 물론 법적·제도적 공인이 이뤄진 부마항쟁과 5·18민주화운동, 6·10항쟁의 민주이념을 계승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현행 헌법 전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는 문구로 시작된다. 이날 발표한 개헌안은 4·19 뒤에 부마항쟁과 5·18민주화운동, 6·10항쟁을 추가하겠다는 구상이다. 촛불집회는 전문에서 제외됐다. 조 수석은 “촛불 시민혁명은 현재 진행 중이라는 측면에서 포함시키지 않았다”며 “가장 가까운 사건이 6·10항쟁인데 그 정도의 역사적 평가가 있어야 헌법에 들어가기 마련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헌법 전문에는 자치 분권 강화를 강조하는 문구도 포함된다. 진성준 대통령정무기획비서관은 “‘자치와 분권을 강화하고’라는 어구가 전문에 포함된다”며 “‘자연과의 공존 속에서’라는 문구를 통해 환경보호의 의미도 확립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민주화 이념의 명시와 지방분권, 환경보호는 모두 문 대통령이 수차례 강조했던 내용들이다. 진 비서관은 “(문 대통령과 함께) 개헌안에 대해 3회 독회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헌법 전문에 5·18민주화운동 등을 포함시키는 것에 대한 야당의 반발에도 이를 포함시킨 것은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얘기다.○ 역사적 사건 포함 놓고 논쟁 격화될 듯 청와대는 5·18민주화운동은 특별법이 제정돼 있고 6·10항쟁은 현행 헌법 개정의 계기가 된 만큼 이미 충분한 역사적 평가를 거친 사건이라는 입장이다. 또 현행 헌법 전문이 이미 4·19혁명으로 상징되는 민주국가 이념을 밝히고 있는 만큼 민주국가 이념을 뒷받침하는 역사적 사건을 추가하는 것이지 새로운 이념을 더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국회도서관이 2013년 펴낸 ‘세계의 헌법’에 수록된 35개국 중 헌법 전문이 있는 국가는 16개국. 이 중 특정 역사적 사건을 전문에 담은 곳은 프랑스와 이라크, 중국, 포르투갈 정도다. 하지만 헌법학자들 사이에서도 이 사건들의 역사적 평가가 끝났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5·18 관계자들에 대해 아직 수사가 끝나지 않았는데 이를 헌법에 적시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말했다. 고문현 한국헌법학회장은 “5·18은 일부 반대가 있어도 어느 정도 역사적 평가를 받지만 부마항쟁이 들어가긴 아직 좀 (역사적 의미가) 약할 수도 있다. 5·18을 넣으니 부마(부산 마산) 항쟁을 넣는 정치적 절충으로 비치는 것은 옥에 티”라고 말했다.○ ‘직접민주주의’도 대폭 확대 대통령 개헌안에는 ‘국민소환제’와 ‘국민발안제’ 등 직접민주주의 요소도 대거 포함됐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직접민주주의의 확대를 강조해 왔다. 국민소환제는 국회의원을 임기 중 소환해 투표로 파면할 수 있게 하는 것. 국민발안제는 국민이 직접 법률안이나 헌법개정안을 발안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조 수석은 “국회의원들은 명백한 비리가 있어도 법원의 확정 판결에 따라 국회의원직을 상실하기 전까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며 “직접민주제를 대폭 확대해 대의제를 보완하고 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리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대통령 개헌안이 발표되자 여야의 공방은 더욱 격화됐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어떤 경우라도 전문에 역사적 사건이 들어가는 사례는 없다”며 “촛불도 넣고 5·18도 넣고 온갖 것 다 넣어보라 이거다. 누더기다, 누더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문병기 weappon@donga.com·김상운·유근형 기자}

    • 2018-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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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 대통령 “지난 두 정부서 공적 권한 사사롭게 행사”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정부와 공직의 공공성 회복은 부패를 막는 것이 출발”이라며 “과거의 부패를 바로잡는 것에서부터 혁신을 시작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적폐 청산에 이어 올해는 공직 기강을 다잡아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정책의 대국민 체감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부정청탁 공무원은 형사 고발을 의무화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등이 도입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회 정부혁신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정부혁신 종합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최우선 혁신 목표를 한마디로 압축하면 정부와 공직의 공공성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두 정부에서 국민들은 위로는 청와대부터 아래로는 공기업에 이르기까지 공적인 지위와 권한이 사익을 위해 사사롭게 행사되는 것을 많이 보았다”며 “그 결과는 대통령의 탄핵으로 귀결됐고, 우리 정부는 촛불 정신의 구현을 국정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물론이고 수사 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 당시 청와대와 정부를 사사로운 권한 남용의 사례로 언급하며 강도 높은 공직사회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여러 차례에 걸쳐 혁신에 따른 국민 체감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혁신 종합계획이 아주 잘 만들어진 것 같다. 이대로만 된다면 좋겠다”면서도 “달라지는 (정부의) 모습에 대한 국민 체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또 “정권 바뀌었다고 뭐가 달라졌냐고 싸잡아서 통으로 부정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면서도 “하지만 (정책이 달라지고 국민들이 체감하면) 표가 나기 마련이다. 세월이 흐르면 분명히 표가 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채용비리와 성폭력 근절을 최우선 혁신과제로 강조한 것도 국민 체감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채용비리 부정청탁 등 부패 공무원에 대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 도입으로 처벌을 강화하고, 성폭력 사건을 일으킨 공무원 등은 자동 퇴직시키고 사건을 은폐한 관리자도 징계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임기 말인 2022년까지 공공기관 임원의 20%, 정부위원의 40%를 여성으로 하는 여성임용 목표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이 과거 부패를 바로잡는 것이 ‘혁신의 시작’이라고 규정한 만큼 공직사회 내부의 각종 적폐적 관행과 문화에 대한 청산이 대대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공직 기강 다잡기에 나선 것은 올해 내놓을 굵직한 정책들을 앞두고 관료사회의 자세를 다잡고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한 목적도 있다는 분석이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2018-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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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베 “김정은 만남 다리 놔달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한국 정부에 북-일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중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한중일, 한일 등 릴레이 정상회담이 추진되는 가운데 14년 만에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높아지면서 한반도 대화 국면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일 관계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18일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에 아베 총리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만남을 중재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일본은 4월 미일 정상회담도 준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아베 총리는 16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남북 및 북-미 회담을 계기로 북-일 대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피력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특히 아베 총리는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방북 당시 발표한 ‘평양선언’에 대해서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선언은 북-일 관계 정상화,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 등을 담고 있다. 북-일 정상회담 추진은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이 현실화된 만큼, 대북 강경노선을 고수하다 한반도 대화 정국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아베 총리의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7일 논평에서 “일본이 대세를 바로 보고 대북정책을 숙고해야 할 때”라며 “우리는 이미 일본 반동들이 분별을 잃고 계속 못되게 놀아대다가는 영원히 평양행 차표를 구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데 대하여 경고했다”고 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신진우 기자}

    • 2018-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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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靑, 대통령 개헌안 발의… 해외순방 이후로 늦춰

    문재인 대통령이 당초 21일로 예상됐던 대통령 개헌안 발의를 늦출 것으로 보인다. 대국민 설득 및 홍보 기간을 거친 뒤 국회에 개헌안을 발의하는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다. 6월 개헌을 위한 ‘데드라인’이 임박하면서 개헌을 둘러싼 힘겨루기와 여론전이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8일 “개헌안 발의가 21일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대통령 개헌안을 확정짓는 과정인 상황이다. 그 후 ‘우리의 개헌안은 이겁니다’ 하고 국민에게 알리는 단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2일부터 베트남과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한 뒤 27일 귀국할 예정이다. 순방 출발 전인 20일 또는 21일 대통령 개헌안을 확정해 발표한 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논의를 거쳐 개헌안을 국회에 발의하려는 계획이다. 당초 청와대에선 6·13지방선거와 함께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기 위해 21일까지는 대통령 개헌안을 발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했다. 대통령 개헌안 발의로 국회를 압박하면서 4월 28일인 국회 개헌안 발의 시한까지 한 달간 여야 개헌안 합의를 유도한다는 구상에서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6월 개헌 합의, 10월 국민투표’ 방안을 들고 나오는 등 개헌 시기와 총리 선출권을 놓고 여야 간 논란이 확산되면서 우선 개헌안에 대한 공론화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21일 발의는 최대한 넉넉하게 잡았던 일정”이라며 “대통령 개헌안 발의 시기를 늦추는 대신 국회 숙의 기간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 헌법상 대통령이 개헌안을 내면 20일 이상 기간을 공고하고, 국회는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결하도록 돼 있다. 대통령 개헌안은 쟁점 4, 5개를 제외하고는 거의 완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대통령 개헌안이 확정되면 이를 발표한 뒤 국회를 방문해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개헌안 발의를 26일로 늦춰달라고 청와대에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우 원내대표는 “(개헌 절차를 감안할 때 무리 없는) 대통령 개헌안 발의를 위한 마지막 데드라인은 26일”이라며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를 야당이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지만 마지막 노력을 다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당은 개헌에 대해 아무런 말씀이 없다가 느닷없이 6월까지 개헌안을 합의하자고 하는데, 이는 국민의 요구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처사로 대단히 실망”이라며 “지금 한국당이나 다른 야당들이 이야기하는 총리 선출 방식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야권은 “청와대는 개헌에서 손을 떼라”며 공세를 이어갔다. 한국당 정태옥 대변인은 18일 논평을 내고 청와대가 국민 여론을 근거로 대통령 4년 연임제를 선호한다고 밝힌 것에 대해 “여론은 신기루와 같다. 질문 방식이나 뉘앙스에 따라 얼마든지 조사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며 “대통령이 국방과 외교는 물론이고 공기업 인사에까지 개입하는 만기친람(萬機親覽)의 대통령제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 또한 국민의 뜻”이라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 역시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청와대에서 나온 개헌안은 국민이 바라는 권력 축소형이 아니라 임기 연장형 개헌”이라며 “청개구리식 반응”이라고 비판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박성진·홍정수 기자}

    • 2018-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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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美中日 교차 회담… 정상들 직접 뛰어든 ‘북핵 담판’

    남북·북-미 정상회담 사이에 한국과 북한, 미중일 등이 교차로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북핵 외교의 핵심 당사국인 중국과 일본까지 가세하면서 한반도 대화의 판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다. 북핵 대화가 외교관들의 치열한 줄다리기가 이어졌던 과거 6자회담과 달리 정상들이 직접 나서는 ‘정상급 다자외교’ 형식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숨 가쁜 북핵 릴레이 정상회담 4, 5월에 열릴 북핵 정상외교는 다음 달 말 남북 정상회담이 출발선이다. 종착역은 5월에 열릴 북-미 정상회담. 백악관은 16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5월 말(by the end of May)’까지 김정은과 만날 계획임을 재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국무장관 교체로 제기된 북-미 정상회담 연기 가능성을 일축한 것. 여기에 백악관은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의 경질설에 대해서도 일단 선을 그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16일 “맥매스터 보좌관의 경질이 임박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사이 최대 한 달에 걸쳐 추진되고 있는 회담은 현재 한미, 한일 및 한중일 정상회담에 미일 및 북-일 정상회담 등이 거론된다. 청와대는 북-미 정상회담 전 가급적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의 만남에서 비핵화 문제를 집중 논의할 예정인 만큼 남북 정상회담을 북-미 간 비핵화와 평화협정 등 핵심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마중물로 삼겠다는 것.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회담 테이블에 앉기 전 문 대통령이 먼저 트럼프 대통령에게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비핵화를 위한 한미 간 공조 전략을 가다듬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구상이다. 청와대는 한일 및 한중일 회담도 가능하면 추진할 방침이다. 이런 식이라면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한미 정상회담, 한일 및 한중일 회담 순으로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미 정상회담 날짜를 잡는 게 최우선이다. 이게 확정되면 그 전에 한미 정상회담을 넣을 수 있는지를 논의하고 한일 또는 한중일 회담을 어떻게 배치할 것이냐를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中日도 뒤늦게 북핵 외교 시동 중국과 일본도 본격적으로 북핵 외교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특히 일본은 4월 중 아베 신조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미일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나선 데 이어 한국 정부에 김정은과의 북-일 정상회담 중재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 북한이 핵 포기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길 때까지 대북 압박을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동시에 한국과 미국을 통해 북한에 일본 납북자 문제를 언급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북-일 간 현안도 부각하고 있다. 일각에선 아베 총리가 사학스캔들 관련 재무성 문건 조작 파문 등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북핵 외교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아직 북한은 일본에 선뜻 호의적이지는 않다. 대북제재를 누구보다 강조하는 일본을 흔들어 한미일 공조를 느슨하게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일본은 갈 데 없는 미국의 삽살개”라며 “미국의 비호 아래 군사 대국화에 박차를 가하며 전쟁 국가를 조작하려고 날뛰는 한편 재침의 통로를 계속 열어 나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은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가 폐막하는 20일 전후로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북한에 대표단을 파견해 북-중 관계 개선에 나서는 한편 28일에는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한국에 파견할 계획이다. 이에 한중일 정상회담이 5월 열릴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일본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한중일 회담을 추진해 왔으나 중국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회담이 계속 미뤄져 왔다. 하지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지명하는 등 중국 내부 권력 정리가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는 만큼 회담 성사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많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시 주석에게 국빈 방한을 제안한 만큼 상황에 따라선 한중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 신진우 기자}

    • 2018-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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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 대통령 “청년 취업난 국가재난 수준… 일자리 추경 꼭 필요”

    “아직도 (청년 일자리) 상황이 별로 나아질 것 같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청년일자리대책 보고대회 모두발언에서 이같이 운을 뗐다. 지난달 신규 취업자가 8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일자리 쇼크’가 이어지고 있는 데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청년 일자리 추가경정예산 편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야당의 반대에도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추경 편성을 공식화하며 정면 돌파에 나선 것이다.○ 청년 일자리-노동시간 단축 겨냥한 ‘특단의 대책’ 문 대통령은 “정부가 발표하는 대책이 그야말로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특단의 대책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월 25일 청년일자리대책 점검회의에서 각 부처 장관들에게 청년일자리대책 마련에 대한 의지 부족을 질타하며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평창 겨울올림픽 전후로 숨 가쁘게 돌아가던 북핵 외교가 일단락되자마자 청년일자리대책을 점검하는 이날 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올해 안에 어떻게든 청년일자리대책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중소기업 취업 청년들에 대한 임금 지원 등 이날 발표된 대책이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결하기 위한 ‘핀포인트’ 대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지금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찾아주지 못하면 우리 사회는 한 세대를 잃게 될 수도 있다. 핵심은 분명하다. 청년들은 고용 절벽에 아우성인데 중소·중견 기업들은 인력난에 시달리는 모순된 현상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했다. 중소기업 중심의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으로 내건 만큼 청년들의 중소기업 취업으로 취업난을 해결하는 데 정책을 집중하겠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한마디로 청년들이 더 이상 중소·중견 기업 취업을 회피하거나 망설이지 않도록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대책이 중소기업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노동시간 단축에 대비한 대책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대책은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기업 부담을 경감해주는 방안이기도 하다”며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일자리 확대와 잘 결합돼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는 데 역점을 두기 바란다”고 말했다. ○ 文 “청년 일자리 추경 불가피”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청년 일자리 추경 편성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국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국가 재난 수준인 청년 고용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재원 대책이 필요하다. 군산, 통영 등 고용 위기 지역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일”이라며 “재원 대책으로 청년 일자리 추경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이번 대책이 ‘한시적’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고용 절벽 상황과 인구 구조 변화까지 겹친 어려운 상황을 즉각적으로 타개하는 특단의 한시적 대책을 함께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이번 대책은 특단의 한시적 대책인 동시에 민간 고용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4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다음 달 편성할 방침이다. 추경안은 다음 달 초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에 제출된다. 4월 임시국회에서 추경안이 처리되면 상반기 일자리 지원 자금이 집행된다. 1980년대에 태어난 에코세대 등 20대 후반 구직 인구가 급증하는 반면 양질의 일자리가 늘지 않아 대량실업이 우려되는 현 상황을 재난 국면으로 간주해 특단의 대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추경자금은 청년 일자리에 대한 세제 지원에 8000억 원이 우선 투입되고 전월세 보증금 저리 융자사업과 교통비 지원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다만 이번 추경안이 법적 요건을 충족하는 것인지 국회 논의 과정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 국가재정법은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경기 침체, 대량 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등 중대한 변수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때에만 추경을 편성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정태옥 대변인은 “나라 곳간은 끊임없이 샘솟는 화수분이 아니다”라며 “지방선거를 의식한 예산 뿌리기는 논외로 하더라도 무능과 실수를 나라 곳간으로 메우는 건 안 된다”고 밝혔다.문병기 weappon@donga.com / 세종=최혜령 기자}

    • 2018-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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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企취업 청년에 정부가 年1000만원 준다

    정부는 앞으로 중소기업에 새로 취업하는 34세 이하 청년들에게 3년간 매년 1000만 원 이상을 지원해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를 줄여주기로 했다. 이를 위해 4월 중 4조 원에 이르는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적극적인 청년 일자리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기존 청년 일자리 예산도 다 쓰지 못하는 상황인 만큼 정책 홍보를 더 강화하고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근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15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5차 일자리위원회에서 청년 일자리 종합대책을 확정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정책은 신규 대책보다는 대부분 현재 추진하는 정책의 예산액을 늘리고 신청 대상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이뤄졌다. 정부는 보조금 지급과 세금 감면 등을 통해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청년들의 실질소득을 1000만 원 이상 늘려줄 계획이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데 중소기업은 직원을 구하지 못하는 ‘미스매치’를 완화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중소기업의 연봉은 평균 2500만 원 수준으로 대기업의 평균 3800만 원에 못 미친다. 우선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은 3년을 근속하면 3000만 원을 일시에 지급받는다. 이 중 2400만 원이 정부 지원금이다. 또 소득세도 전액 면제돼 연봉 2500만 원이면 연간 45만 원의 세금을 감면받는다. 여기에 교통비(연 120만 원), 주거비(연 70만 원)를 포함하면 중소기업에 취업하기만 해도 매년 1035만 원가량을 정부에서 직간접적으로 지원받게 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지금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찾아주지 못하면 우리 사회는 한 세대를 잃게 될 수도 있다”며 “이번 청년 일자리 대책은 특단의 한시적 대책인 동시에 민간 고용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중점을 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자금지원과 세제혜택을 확대해 연 12만 개의 청년기업 창업을 유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2022년까지 1만8000명의 청년이 일본이나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지역에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날 정부 대책에 대해 효과가 적었던 기존 정책을 재탕하는 데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정부가 작년보다 예산을 늘린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지난해에 예산 집행률이 45.8%에 그칠 정도로 신청이 저조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자, 자동차 등 한국의 기간산업이 일자리 창출을 하지 못하는 상황인 만큼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신산업을 발굴해 육성하는 것이 근본적인 일자리 대책”이라고 지적했다.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 / 문병기 기자}

    • 2018-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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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미애 “MB, 범죄 기네스북” vs 친이계 “문재인 정권 치졸한 꿈 이뤄”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에 청와대는 침묵을 지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말하지 않겠다는 게 메시지였다.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촉구한 반면 자유한국당은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치 보복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14일 이 전 대통령 검찰 소환에 대한 질문에 “공식 입장을 낼 것이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그동안 이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왔다. 이 전 대통령이 1월 17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에 대한 수사를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다음 날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가 정치 보복을 위해 검찰을 움직이는 것처럼 표현한 것은 우리 정부에 대한 모욕”이라는 입장문을 낸 것이 마지막이다. 하지만 청와대 내에선 이번 소환 조사는 사실상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반응이 많다. 이 전 대통령 측근들의 진술로 새로운 의혹들이 불거진 만큼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는 것. 청와대는 구속 수사 여부에 대해선 “전적으로 검찰의 판단”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다만 구속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이 전 대통령까지 구속되면 후폭풍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여당인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최고위원회에서 “이 전 대통령의 20개에 달하는 권력형 비리와 범죄는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다. 법과 원칙에 따라 한 점 의혹 없는 철저한 수사를 해 달라”고 말했다. 정의당 추혜선 수석대변인은 “검찰은 좌고우면 말고 구속수사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반면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페이스북에 “복수의 일념으로 전전 대통령의 오래된 개인 비리 혐의를 집요하게 들춰내 꼭 포토라인에 세워야만 했을까. MB처럼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옛 ‘친이(이명박)’계로 분류되는 한국당 권성동 김영우 주호영 의원과 김대식 여의도연구원장 등은 검찰 출석 전 이 전 대통령의 사저를 찾았다. 김영우 의원은 “문재인 정권은 이 전 대통령을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기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 오늘 치졸한 꿈을 이뤘다”고 비판했다. 다만 한국당은 이 전 대통령이 탈당으로 당적을 정리했다는 점을 들어 공식 논평 등 중앙당 차원의 대응은 자제했다.장관석 jks@donga.com·문병기 기자}

    • 2018-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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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대통령 “지금 4년 연임제 개헌해야” 국회 압박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개헌을 하면) 차기 대선부터는 대통령과 지방정부 임기를 함께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개헌안을 21일까지 발의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국회를 압박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민헌법자문특위로부터 ‘국민헌법자문안’을 보고받고 “지금 대통령 4년 중임제(1회 연임)가 채택된다면 대통령과 지방정부 임기가 거의 비슷해진다”며 이같이 말했다. 자문특위는 대통령 임기를 5년에서 4년으로 축소하는 대신 한 차례에 걸쳐 연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개헌안을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차기 대선은 2022년 3월, 지방선거는 같은 해 6월 실시된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임기 중 세 번의 전국선거를 치르는데 국력 낭비가 굉장하다”며 “개헌하면 선거가 두 번으로 줄며 총선이 중간평가 역할을 하는 선거 체제가 마련될 수 있다”고 밝혔다. 4년 연임 대통령제는 차기 대통령부터 적용된다. 청와대는 이달 21일 자문안을 바탕으로 한 대통령 개헌안을 국회에 발의할 방침이다. 다만 국회 합의가 있으면 대통령 개헌안 발의를 철회할 수 있다고 밝히며 국회를 압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 발의는 법률상 이달 21일에 이뤄져야 한다”며 “다만 국회 개헌안 발의 최종 시한이 4월 28일인 만큼 한 달 정도가 ‘골든 타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개선하기 위한 권력 분산 방안이 부족하다며 반발했다. 자유한국당은 내치를 담당하는 총리를 국회에서 뽑는 이원집정부제 개헌안을 주장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금 단계에서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는 시기상조”라며 “국회의 견제·감시권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국민들이 동의하려고 하지 않는 현실”이라고 말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 기자}

    • 2018-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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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베, 예정된 15분 넘겨 65분 서훈 면담… 北입장 상세히 물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3일 “비핵화를 전제로 북한과 대화한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앞으로 한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싶다”고 밝혔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등 빠르게 전개되고 있는 최근 한반도 대화 분위기에서 일본만 소외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예정 시간 훌쩍 넘기며 높은 관심 아베 총리는 이날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 총리관저에서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만나 “최근 남북 관계의 진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변화의 움직임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의 리더십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관련 설명을 위해 일본을 방문한 서 원장은 “아베 총리가 남북·북-미 정상회담의 성과가 나도록 모든 협력을 하겠다고 말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면담에서 “북한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말을 실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핵·미사일 문제와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이 일본의 기본 방침”이라며 납북 일본인 문제를 남북 대화 과정에서 다뤄줄 것을 요청했다. 서 원장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직접 비핵화 의지를 밝힌 것은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라며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시작된 한반도 평화의 물결이 좋은 흐름으로 이어지려면 한일 간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문 대통령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또 “이런 흐름은 아베 총리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하는 좋은 분위기에서 시작됐다”며 감사의 뜻을 전달했다. 청와대는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아베 총리가 서 원장에게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큰 담판을 해야 하는 만큼 이 기회를 단순히 시간벌기용으로 이용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가 북한의 대화 의지에 진정성이 있다고 평가한 대목이다. 이날 면담은 이례적인 일의 연속이었다. 당초 15분으로 예정됐으나 아베 총리가 비핵화에 대한 김정은의 진의, 북-일 관계에 대한 언급이 있었는지 등을 세세히 물어 예정 시간의 4배가 넘는 1시간 5분으로 길어졌다. 서 원장은 5, 6일 대북특사단의 일원으로 방북해 김정은을 만났고, 8∼11일에는 워싱턴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대화 희망 메시지를 전달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국가안전보장국장,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노가미 고타로(野上浩太郞) 관방 부장관 등 아베 정권의 실세가 9명이나 배석한 것도 일본 측의 높은 관심을 반영한 것이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서 원장의 설명을 들은 이후) 새로운 대북 정책 검토에 착수했다”며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염두에 두고 북-일 정상회담의 실현 가능성을 살피는 방향”이라고 전했다. 관저 소식통은 “납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김정은과의 직접 대화가 불가결하다”며 북-일 정상회담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성사되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2004년 정상회담 이후 14년 만이 된다. 서 원장에 대한 일본 측의 의전도 남달랐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을 만날 때 자신만 높은 소파에 앉아 상대방을 내려다봐 결례 논란이 일었다. 이번에는 자신의 의자와 동일한, 높고 화려한 의자를 서 원장에게 제공해 의자 차별 논란을 피했다. ○ 정의용 실장은 러시아 외교장관 만나 전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면담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후(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을 만났다. 정 실장은 방북·방미 결과를 설명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신북방경제 등 남북 경제공동체를 위한 러시아와의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당초 추진했던 정 실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면담은 성사되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러시아 대선(18일)이 임박해 푸틴 대통령을 직접 만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모스크바 방문을 끝으로 15일 귀국할 예정이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문병기 기자}

    • 2018-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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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화체제-경제공동체’도 남북정상회담 테이블에 올린다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남북 공동 번영의 길을 열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마련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4, 5월 열릴 남북, 북-미 정상회담의 목표를 이같이 밝혔다. 기존 회담 시나리오를 폐기하고 두 회담을 연계해 이참에 최종 목표로 내걸었던 한반도 평화체제와 남북 경제공동체 구축까지 모두 협상 테이블에 올리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던 청와대도 회담 준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청와대는 이번 주 후반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데 이어 회담을 위한 남북, 한미 실무접촉에 나설 방침이다.○ 49일 만에 공개회의서 북한 문제 언급한 文 문 대통령은 이날 수보회의 모두발언에서 “앞으로 두 달 사이에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등이 연이어 개최되면서 중대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수보회의에서 남북 관계와 비핵화 문제를 언급한 것은 1월 22일 이후 49일 만이다. 그동안 대북(對北) 문제에 대해 “유리 그릇 다루듯 하라”며 언급을 자제하던 문 대통령이 공개 발언에 나선 것은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한 북-미 중재외교가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앞으로) 두 달이라는 짧은 기간에 이루려는 것은 지금까지 세계가 성공하지 못한 대전환의 길”이라고 말했다. 1994년 ‘제네바 합의’와 2005년 ‘9·19공동성명’ 등 과거 북핵 합의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시간만 벌어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5월까지 이뤄질 남북, 북-미 정상회담은 과거와 완전히 다른 시도여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북한의 비핵화 단계별로 보상책을 협의했던 과거 6자회담 방식과 달리, 이번엔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수교 및 평화협정, 남북 경제공동체 구축 문제가 정상 간에 한 번에 논의되는 패키지형 톱다운(Top-down) 방식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청와대는 1라운드가 될 남북 정상회담에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많은 남북 교류 사업에 대한 합의를 목표로 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산가족, 문화교류 등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분야에서 가시적인 합의를 추진할 것”이라며 “전면 중단된 남북 관계를 복원해 북한이 쉽게 지난해 상황으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남북 정상회담에선 북-미 정상 간 비핵화 및 북-미 수교를 논의할 수 있는 준비 작업도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전체제를 대체할 평화협정, 개성공단 확대 등 남북 경제공동체 구상 등은 북-미 관계 정상화와 대북 제재 완화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결과도 낙관하기 어렵고 과정도 조심스러운 것이 현실”이라며 “여야, 보수와 진보, 이념과 진영을 초월하여 성공적 회담이 되도록 국력을 하나로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북-미 정상회담 중재도 맡을 듯 북한과 미국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내는 중재외교가 마무리 수순에 들어감에 따라 청와대는 회담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청와대는 우선 이번 주초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인선을 마무리 지은 뒤 주 후반 첫 회의를 열 계획이다. 청와대는 지난 주말 이미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을 위원장으로 한 정상회담 준비위 구성 초안을 완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상회담 준비위에는 청와대 내 관련 수석실은 물론 외교부와 통일부 등 관계 부처들이 모두 참여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00년과 2007년 이뤄졌던 남북 정상회담과 달리 대북 특사 방북 등 대부분의 과정들이 이미 공개된 만큼 정상회담 준비위 역시 직접 실무를 담당할 수 있는 공개적인 조직으로 만들자는 취지다. 정부는 정상회담 준비위 구성을 마치는 대로 북한과 본격적인 협의에 나설 방침이다. 평창 올림픽 때처럼 공식 실무접촉은 물론이고 판문점 비공개 접촉 등을 통해 남북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하고 남북 정상 간 핫라인 구축도 함께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북-미 접촉을 중재하는 역할도 맡을 가능성이 크다. 여권 관계자는 “북-미 간 뉴욕, 스웨덴 채널 등이 있지만 기존 북-미 간 비공식 접촉을 맡아왔던 조셉 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은퇴하면서 새로운 채널을 만드는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2018-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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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진핑 “北美대화 지지”… ‘차이나 패싱’엔 견제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2일 “북-미 대화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월 안에 만나 한반도 비핵화와 함께 북-미 수교를 논의하기로 한 가운데 시 주석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공개적으로 내놓은 첫 반응이다. 시 주석은 이날 오후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만나 “한반도 정세 전반에서 큰 진전이 이뤄지고 북-미 간에 긴밀한 대화가 이뤄지게 된 것을 기쁘게 평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시 주석은 이어 “한중 양국은 한반도의 중대한 문제에서 입장이 일치한다”며 “정치적 의사 소통을 계속 강화하고 전략적 상호신뢰를 공고히 해 민감한 문제를 적절하게 처리하자”고 말했다. 시 주석은 면담에서 ‘지성이면 금석도 쪼개진다(精誠所至金石爲開)’는 고사성어를 언급하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안전이라는 근본적 목표에 집중하면 한반도는 마침내 두꺼운 얼음이 녹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은 “중국의 ‘쌍궤병행(비핵화와 평화협정 동시 진행)’과 관련국 의견을 결합해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추진하길 원한다”고 했다. ‘차이나 패싱’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에 중국이 참여해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정 실장은 “최근 한반도 상황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은 시 주석의 각별한 지도력 덕분”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하며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을 제안했다. 시 주석이 중국의 가장 큰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기간 중 정 실장을 따로 만난 것은 한반도 대화 국면에서 중국이 배제돼선 안 된다는 인식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정 실장은 이날 시 주석과 양제츠 국무위원, 왕이(王毅) 외교부장 등과 모두 7시간가량 만났다.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일본을 방문해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과 회동을 가진 데 이어 13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만난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베이징=윤완준 / 도쿄=서영아 특파원}

    • 2018-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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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평양에 美대사관’ 메시지 전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우리 측 대북특사단에 북-미 정상회담을 뛰어넘어 북-미 평화협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가 10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밝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전달한 공개할 수 없는 김정은의 구두 특별 메시지’도 북-미 평화협정 및 수교 등 관계 정상화에 대한 내용이라는 것.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1일 “김정은의 궁극적인 목표는 북-미 평화협정과 정상적인 외교 관계 수립이다. 평양에 미국대사관을 두는 것까지 포함된다”고 말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도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된 뒤 북한이 본격적으로 평화협정 등 관계 정상화를 꺼내들 것”이라며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전한 메시지는 억류 미국인 석방 등 세부적인 차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 고위 관계자는 10일 워싱턴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김정은의 특별 메시지에 대해 “정상 간에 관련된 것이라 다 공개할 수는 없다.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상호 신뢰 구축의 일환으로 (비핵화를 포함한) 매우 포괄적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정은이) 미국으로부터 체제 안전에 관한 보장이 있어야겠다, 평화를 조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김정은의 북-미 정상회담 제안은 대북제재 완화를 뛰어넘어 장기적으로 미국과 정상적인 관계를 맺어가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포석인 셈이다. 이에 따라 4월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 속에서 ‘투 트랙 협상’으로 조율돼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미 정상회담은 비핵화, 평화협정 등 안보·군사적 성격의 협상이 주를 이룰 것”이라며 “남북 정상회담은 북-미 대화의 마중물이 될 수 있는 긴장 완화 논의와 함께 이산가족, 문화 교류 등 남북 간 교류가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빗장을 열고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비핵화 문제에 집중한다는 복안이다. 다만 청와대는 “교류를 해도 대북제재에 위반되지 않는 선에서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검증하고 확인하기 전까진 제재와 압박을 거두지 않겠다는 백악관과의 공조다. 이날 귀국해 문 대통령에게 방미 결과를 보고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2일부터 중국과 러시아를 연이어 방문한다. 정 실장은 12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면담해 방북, 방미 결과를 설명한다.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같은 날 1박 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만난다.한상준 alwaysj@donga.com·문병기 기자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 2018-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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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의용, 美서 돌아오자마자 12일 中으로… 유례없는 北-美-中 정상 연쇄면담 행보

    11일 오후 5시경 인천국제공항 귀빈실 앞. 김정은의 메시지를 들고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발표를 이끌어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웃음기 하나 없이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정 실장 눈에는 다크서클까지 보였다. 하지만 이들은 곧장 청와대로 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방미 결과를 보고한 뒤 12일 또 출장을 떠난다. 정 실장은 중국과 러시아로, 서 원장은 일본으로 향해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협조를 당부한다. 5일 평양 방문을 시작으로 미국은 물론이고 중-일-러 등 세계 질서를 좌우하는 정상들을 잇달아 만나는 전례 없는 외교 행보에 나서는 것. 특히 트럼프 대통령(72)과 동갑인 고령의 정 실장은 1주일 동안 김정은, 트럼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잇달아 만나는 그야말로 ‘정상급 외교 강행군’을 이어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 외교의 컨트롤타워가 세계적 외교 이벤트의 중심에 선 것도 흔치 않은 일이다. 정 실장은 이날 귀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한반도 비핵화 목표의 조기 달성,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 그리고 두 분의 결단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김정은에 대해서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용기 있는 결단도 높이 평가한다”고 말한 뒤 “앞으로 저희는 두 번의 정상회담이 성공리에 개최되고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외교적으로나 실무적으로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내에선 정 실장이 주도한 방미 결과를 두고 현 정부 최고의 외교 성과 중 하나로 자평하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결과물은 물론이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 과정 역시 외교적 관례를 뛰어넘은 파격의 연속이었기 때문. 정 실장은 당초 일정보다 하루 앞당겨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 존 켈리 비서실장 등 미국 최고 권력자를 한자리에서 만났다. 정 실장은 12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 주석을 직접 만난다. 이어 14일부터 방문하는 러시아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면담을 추진하고 있다. 두 정상은 각각 외교 활동을 잠시 중단할 정도로 국내 정치 이벤트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 시 주석은 5일 열린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장기 집권을 굳히고 있고, 푸틴 대통령은 18일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트럼프와 김정은의 속내를 듣기 위해 직접 정 실장을 만나겠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남북, 특히 북-미 정상회담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선 이번 중-일-러 3국 방문이 워싱턴 방문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김정은이 “담을 쌓고 있다”고 표현할 정도로 북-중 관계가 악화되어 있고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 패권전이 여전한 상황에서 정 실장이 시 주석에게 어떤 협조의 메시지를 이끌어 낼지가 초미의 관심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정 실장의 중-러 방문은 한반도 국면 전환을 위한 큰 틀의 논의를 위한 것”이라며 “미국의 부담을 낮추고 안정적으로 평화체제 논의가 시작되려면 주변국 설득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2018-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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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김정은, 5월 ‘운명의 核담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사진)이 5월 안에 북-미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직접 대화를 갖고 비핵화, 더 나아가 북-미 수교 등에 대한 ‘원샷’ 타결을 시도하겠다는 것. 다음 달 판문점 3차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6·25전쟁 이후 이어진 정전체제 종식도 논의할 수 있어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정세가 일대 격변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8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을 가진 뒤 “트럼프 대통령이 항구적인 비핵화 달성을 위해 김 위원장과 올해 5월 안(by May)에 만날 것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 실장으로부터 김정은의 대화 의사를 전해 받고 “좋다. 만나겠다”고 그 자리에서 수락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김정은은 “가능한 한 조속한 시일 내에 만나고 싶다. 직접 만나서 얘기를 나누면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정 실장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했다.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밝히고 향후 핵·미사일 실험 자제, 한미 연합 군사훈련 지속에 대한 이해 등을 약속했다. 북-미 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는 후속 실무협상을 통해 정한다. 북-미 또는 남북미 간 실무접촉이나 특사 교환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북-미가 정상회담에 합의하면서 비핵화 협상은 물론이고 문재인 대통령이 목표로 내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김정은은 과거 아버지인 김정일 등과 달리 단순한 비핵화 협상을 넘어 자신들을 동등한 대화 상대, 즉 정상 국가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북-미 평화협정 등 포괄적인 해법까지 논의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환영했다. 평창 겨울올림픽 기간 북-미 탐색 대화를 위한 물밑 중재가 별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대북 특사 파견이라는 승부수가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이란 예상 밖의 성과로 이어졌기 때문. 문 대통령은 입장문을 내고 “5월의 (북-미) 회동은 훗날 한반도의 평화를 일궈낸 역사적인 이정표로 기억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 구성을 지시하고 위원장에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을 임명했다. 하지만 실질적 한반도 평화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선 북-미 대화는 시작일 뿐이며 검증 가능한 비핵화 등 넘어야 할 과제가 한두 개가 아니라는 지적도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커다란 진전이 진행되고 있으나 제재는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도 성명을 내고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과 제재는 비핵화가 완결될 때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북-미가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제재 완화 등 보상을 놓고 이견을 보일 경우 언제든지 한반도 긴장이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 2018-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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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대통령, 전화-회견때마다 “트럼프 덕분”… 功 돌리기 전략 먹혔다

    “북-미 정상회담은 역사적인 이정표로 기록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은 한국의 국민은 물론 북한과 평화를 희망하는 세계인들의 찬사를 받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수용 발표 직후 트위터에 이런 내용의 입장문을 영어로 올렸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초청에 전격적으로 응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깊은 감사를 표한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의 면담에서 “(북-미 정상회담에 있어) 한국의 역할을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 트럼프에 공 돌리기 전략 먹혀 그만큼 일촉즉발의 ‘말폭탄’을 주고받던 북-미 정상을 회담 테이블로 이끌어낸 데는 문 대통령의 집요한 중매외교가 핵심 동력이었다. 지난해 7월 베를린 선언을 통해 북한에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한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석론’은 북한이 아무런 응답 없이 미사일 도발과 핵실험을 이어가면서 사실상 폐기 직전까지 갔다. 그러던 문 대통령이 과감한 긴장 완화 행보에 나선 것은 1월 김정은이 신년사를 통해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히면서다. 신년사 나흘 후인 1월 4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미 접촉을 설득하며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평창 올림픽 기간에 청와대에서 만나도록 이끌어낸 것. 하지만 이는 북한의 일방적인 취소 통보로 무산됐다. 청와대 참모 상당수는 이에 실망하고 일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제재 일변도에 우려를 표명하고 통음(痛飮)했지만 문 대통령은 이번엔 대북 특사 카드를 꺼내 들었다. 평창 올림픽 폐회식에서 천안함 폭침의 주역으로 꼽히는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을 만나 핵·미사일 모라토리엄 등 비핵화 방법론을 김정은에게 전달하도록 한 뒤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대북 특사 파견을 설명하면서 다시 한 번 북-미 중매에 나선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모든 공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리는 전략적인 치켜세우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올해 들어 네 차례에 걸친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뿐만 아니라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매번 “최대 제재로 북한을 압박한 트럼프 대통령 덕분”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 김정은 “문 대통령과 직통전화로 해결하겠다” 그러면서 김정은에 대해선 여전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이(남북) 문제는 유리그릇 다루듯이 다루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5일 대북 특사단을 만난 김정은 역시 문 대통령에게 호감을 표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김정은은 만찬에서 특사단에 “우리가 미사일을 발사하면 문 대통령이 새벽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개최하느라 고생 많으셨다”며 “오늘 (미사일 실험 중단을) 결심했으니 이제 더는 문 대통령이 새벽잠을 설치지 않아도 됩니다”라고 말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김정은은 이어 “이제는 실무적 대화가 막히고 (북한 실무자들이 혹시 한국 관계자들에게) 안하무인 격으로 나오면 대통령하고 나하고 직통전화로 얘기하면 간단히 해결된다”며 집무실에 설치될 직통전화로 문 대통령과 자주 대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문 대통령은 9일 오후 강원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평창 겨울패럴림픽 사전 리셉션에서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으로 시작된 작은 평화가 눈덩이처럼 빠르게 커져가고 있다”고 말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2018-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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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양? 워싱턴? 트럼프 ‘실익 크다’ 판단땐 訪北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역사적인 첫 만남에 합의하면서 한반도가 ‘운명의 봄’을 맞게 됐다. 4월 말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5월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북핵 폐기는 물론이고 6·25 종전 이후 64년간 이어져 온 한반도 체제는 그야말로 전혀 다른 격변의 시기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북-미 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는 물론이고 구체적인 의제도 정해지지 않은 만큼 당분간 ‘살얼음판’ 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북-미 정상의 ‘원샷 타결’ 방식으로 진행될 공산이 큰 이번 비핵화 시도가 좌초하면 한반도는 다시 한 번 걷잡을 수 없는 위기 국면을 맞게 될 수도 있기 때문. 북-미 정상회담은 비핵화의 목표가 아니라 첫걸음이란 말은 그래서 나온다.○ 정상회담 평양서? 워싱턴서? 트럼프 대통령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김정은의 정상회담 제안을 듣고 그 자리에서 “좋다. 만나겠다”고 수락하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정상회담 수락 이유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에 일가견이 있다”며 “김정은은 독특한 전체주의 체제에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다. 결정권자의 초대를 받아들이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과 장소 등 회담을 위한 디테일은 이제부터 정해야 한다. 북-미 간 실무 접촉도 거치지 않은 상황에서 정상회담 시기는 ‘5월 안(by May)’이라고 돼 있다. 그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4월로 하자고 했다가 4월 말 남북 정상회담 이후로 하자는 우리 측의 요청에 따라 바꾼 것이다. 그만큼 아직 구체적인 회담 일정은 정해진 게 없다. 정상회담이 어디서 열릴지도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김정은이 먼저 ‘초청’ 의사를 밝힌 만큼 평양에서 만남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뉴욕타임스는 이날 백악관에선 정상회담을 미국에서 열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한다면 북한으로선 북-미 관계 정상화의 극적인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1994, 2010, 2011년 세 차례에 걸쳐 북한을 방문했으며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2009년 억류된 여기자 석방 협의를 위해 평양을 찾았다. 하지만 이는 퇴임 후라서 현직인 트럼프와는 파장이 전혀 다르다. 이 때문에 판문점과 서울, 제주 등 한국에서 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장소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며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 든다면 직접 평양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핵화·북-미 수교 일괄타결 시도될 듯 북-미 정상회담의 핵심은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다. 북한이 이미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하면서 핵무기 소형화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완성을 앞두고 있는 만큼 미국은 줄기차게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 원칙을 강조해 왔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회담 의제에 대해 “북한의 핵 프로그램 폐기와 이에 대한 검증이라는 결과가 아니면 만족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1, 2차 북핵 위기 당시 비핵화 협상과 달리 정상회담이라는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회담에선 북핵 폐기와 북-미 수교를 한꺼번에 논의하거나 주고받는 일괄타결이 시도될 수 있다는 말도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큰 목표를 놓고 회담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은 핵 폐기, 북한은 북-미 평화협정을 들고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이 대북 특사단에 “미국은 우리를 정상국가로 대우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정상 간 핫라인을 설치하는 등 ‘셔틀외교’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남북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의 큰 그림이 나오면 곧바로 평화협정 체결 등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하지만 아직은 이런 프로세스가 장밋빛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북-미 간 이견이 얼마든지 불거질 수 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미 정상회담 시기를 정하는 데) 몇 주가 걸릴 것”이라며 “김정은과는 만나서 대화를 나누려는 것이며 (구체적인 협상 등) 그 이상으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신나리 기자}

    • 2018-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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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핵 잘 다룰까 우려 많았던 ‘올드맨’, 안보실세로 자리잡아

    “고령인데도 별로 힘들어하는 기색이 없네요.” 대북 수석특사였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72)이 8일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 워싱턴으로 다시 출국하는 장면을 TV로 본 한 정부 관계자가 “엔도르핀이 도는 거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 실장은 1박 2일간의 방북에 이어 김정은의 메시지를 들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북-미 대화를 설득하는 막중한 책무를 맡았다. 청와대 안팎에선 “트럼프와 김정은을 대화 테이블에 앉히느냐의 첫 번째 관문이 정 실장의 혀에 달렸다”는 말이 나온다.○ 정의용, 맥매스터 집에서 와인 마시며 스킨십 정 실장은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열린 남북 대화 국면에서 일찌감치 대북 특사로 낙점됐다.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김정은 특사로 방한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만난 직후 대북 특사단 파견을 구상하며 정 실장을 점찍었다는 후문이다. 한 관계자는 “후보로 거론되던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미 정 실장이 간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했다. 정 실장이 대북 특사의 중책을 맡은 것은 방북 결과를 전달하고 미국을 설득할 적임자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 실장은 미국의 안보 컨트롤타워인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알려진 것 이상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현안이 있을 때 곧장 전화를 주고받는 것은 물론이고 워싱턴을 방문할 때는 정 실장이 맥매스터의 집에 들러 와인도 한잔 기울이는 사이라고 한다. 정 실장은 6일 북한에서 돌아온 직후 맥매스터 보좌관과 전화 통화를 갖고 방북 결과를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정 실장은 “맥매스터와는 개인적으로 잘 통한다. 사적인 얘기도 많이 나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핵 외교 경험 부족 우려 반전시켜 정 실장과 맥매스터는 당초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정부의 안보수장 0순위가 아니었다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직업 외교관 출신으로 17대 의원을 지낸 정 실장은 대선 기간 문 대통령의 외교자문단인 ‘국민아그레망’ 단장을 맡았지만 안보실장에는 서훈 원장이 0순위였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취임 첫날 서 원장을 국정원장으로 지명하면서 정 실장이 외교안보 컨트롤타워로 낙점됐다. 맥매스터도 지난해 2월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러시아 스캔들’로 낙마한 뒤 자리를 물려받았다. 그는 안보보좌관 후보군에도 끼지 못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의 추천으로 자리를 꿰찼다. 주로 군 출신이 맡았던 안보실장 자리에 외교관 출신인 정 실장이 임명되면서 처음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워싱턴 근무 경력이 있지만 주제네바대사를 지냈을 만큼 북핵이 아닌 통상이 주특기여서 한미관계를 조율하면서 북핵 해법의 큰 그림을 그리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과 관련한 워싱턴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고 남북 대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지지를 받아내면서 문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는 평이다.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알려진 것 이상으로 안보 현안에 대해 정 실장의 의견을 경청한다”고 전했다. 외교 현장을 오래전에 떠났지만 워싱턴 핵심 인사들과 오랜 교류를 유지하고 있는 점도 강점이다. 문 대통령의 지난해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좌담회를 개최했던 존 햄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은 정 실장에 대해 이름을 부르며 “의용은 내 오랜 친구”라고 공공연히 말할 정도다. 미국에 도착한 정 실장과 서 원장은 트럼프 행정부 고위인사들과 모두 세 차례에 걸쳐 면담을 갖는다. 맥매스터 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과 회동을 가진 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 트럼프 행정부 장관 3명과도 만날 예정이다. 8일 오후 또는 9일 오전(현지 시간)에는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 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도 만날 계획이다. 청와대는 북-미 대화 성사 가능성에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의 비핵화 관련 언급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밝힌 합당한 조건(right condition)을 충족하고도 남는 것”이라고 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 기자}

    • 2018-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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