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박성진 기자

동아일보 디지털랩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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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역사가 되는 시간동안 가장 소중한 것은 결국 사람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연이 닿아 시간을 공유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psjin@donga.com

취재분야

2026-01-13~2026-02-12
정당31%
미국/북미15%
대통령12%
정치일반10%
검찰-법원판결8%
국제일반5%
사건·범죄5%
문화 일반5%
사회일반5%
일본4%
  • 27세에 전과 36범된 지적장애女

    지적장애 2급에 절도 전과 36범인 김모 씨(27·여)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 형사가 “왜 훔쳤느냐”고 물었지만 대답 대신 어린아이처럼 씩 웃었다. 이어지는 질문에 어눌한 말투로 간신히 답하기 시작했다. 강원 강릉에서 태어난 김 씨는 아버지, 언니와 함께 살았다. 아버지는 지적장애를 앓는 딸을 방치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는 장애인 지원 혜택조차 신청하지 않았다. 언니도 결혼하면서 집을 떠났다. 김 씨는 고등학교도 진학하지 않고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집에서 나왔다. 배가 고파 음식과 돈을 훔치기 시작했다. 2005년 열일곱 살 때 특수절도죄로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다. 살고 있던 지역에서 자유롭게 생활하면서 반성하라는 취지였지만 사실상 방치였다. 홀로 강릉 일대를 떠돌며 습관처럼 절도를 저질렀다. 2013년 7월 야간주거침입죄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만기 출소했다. 올해 초 절도죄로 교도소에서 징역 8개월을 살았다. 김 씨의 진술에서 여러 번 죗값을 치르는 동안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다는 내용은 없었다. 김 씨는 지난달 10일 춘천교도소를 나와 다시 홀로 떠돌았다. 출소 당일 음식점에서 휴대전화를 훔치는 것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절도로 의식주를 해결했다.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서 만난 남성과 성매매를 하기도 했다. 남자는 성관계를 마치고 “밥 좀 먹고 싶다”는 김 씨에게 5만 원을 줬다. 출소 보름 후 김 씨는 서울 광진구의 한 빌딩 현관에서 이모 씨(74·여)가 한눈판 사이 지갑과 휴대전화를 훔쳐 달아났다가 15시간 만에 붙잡혔다. 지적장애인이 가족과 사회의 무관심 속에 전과자로 전락하는 경우는 김 씨뿐만이 아니다. 지적장애를 포함한 정신장애인 범죄자수는 2012년 5298명에서 지난해 6265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5월 지적장애인 A 씨(23·여)는 서울 강동구의 한 주유소에 들어가 주인의 지갑을 갖고 나오다가 그 자리에서 붙잡혔다. 당시 그는 이미 여러 차례 절도를 저질러 집행유예 상태였다. 지방에서 할머니와 단둘이 살며 절도를 하거나 술집 접대부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다행히 피해자의 선처로 풀려났지만 여성 보호시설에서는 지적장애인은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A 씨를 받아주지 않았다. 결국 절도와 성매매로 생계를 해결하던 고향으로 홀로 돌아갔다. 장애인 피의자의 법적 지원을 돕는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지적장애인이 범죄를 저지르면 죗값만 묻기보다 그가 범죄를 저지른 사정을 이해하고 지원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김 씨도 첫 범죄를 저질렀을 때 그의 옆에 조력인이 있었다면 범죄자가 아닌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씨를 검거한 서울 광진경찰서는 기초생활수급자 및 장애인연금 신청을 도왔다. 하지만 전과 36범인 그는 구속을 피할 수 없어 교도소에 가야 할 처지다. 경찰 관계자는 “단 한 명이라도 김 씨를 보호하고 돌봐줄 사람이 있었다면 10년 동안 범죄자로 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죄를 쉽게 용서할 수 없지만 배가 고파서 죄를 짓게 된 사정을 들으니 가슴이 아팠다”고 전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박성진 기자}

    • 2015-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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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장실 벽 작은 구멍에도 머리 쭈뼛

    휴지를 뜯어 꼬깃꼬깃 구겼다. 화장실 휴지걸이와 자물쇠 틈새 구멍까지 구긴 휴지를 쑤셔 넣었다. 천장도 한참 동안 살펴봤다. 심지어 비데 구멍까지 확인했다. 혹시 몰라 비데에 휴지를 얹어 놓고서야 변기에 앉았다. 화장실 문을 열고 나오기까지 10여 분간 고개를 쉴 새 없이 돌리며 바닥과 벽, 천장을 보고 또 봤다. 긴장한 탓에 흘러내린 땀방울이 머리카락을 적셨다. 대학생 한모 씨(23·여)는 학교나 카페의 화장실을 찾을 때마다 이처럼 초긴장 상태에 빠진다. 한 씨가 ‘몰래카메라(몰카) 공포증’에 걸린 것은 지난해 11월. 친구와 찾은 한 레스토랑 화장실에서 변기 뒤쪽에 설치된 몰래카메라를 발견한 것이다. 식당 측에 항의하고 경찰에 수사도 의뢰했지만 끝내 범인을 잡지 못했다. 집을 나서는 순간 언제 어디서든 내 모습이 찍힐 수 있다는 공포에 한 씨는 한동안 외출하지 않았다. 몰카 후유증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고 생각한 한 씨는 최근 ‘워터파크 몰카’ 사건이 터진 뒤 다시 외출을 꺼리고 있다. 이처럼 워터파크 몰카 사건이 여성들에게 준 공포감은 상상 이상이다. 화장실 같은 제한된 공간이 아니라 샤워실 탈의실 같은 공간에서 범행이 이뤄졌기 때문. 촬영자가 여성인 점도 충격이었다. 직장인 김모 씨(32·여)는 “이제 같은 여자도 믿을 수 없게 됐다”며 “공공장소에서 렌즈가 내 쪽을 향하면 나도 모르게 의식해 얼굴부터 가린다”고 말했다. 이모 씨(28·여)도 “옷을 벗어야 하는 장소에 가면 일단 주변부터 샅샅이 살핀다”며 “죄지은 것도 아닌데 불안해하는 것에 화도 나지만 스스로 조심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동영상이 촬영된 워터파크들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30일 수도권의 한 워터파크에는 ‘라커와 사우나 내 사진 및 동영상 촬영금지’라는 표지판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탈의실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목에는 촬영금지 안내 문구가 적힌 판이 걸려 있었다. 하지만 이용객들의 불안감을 완전히 없애진 못했다. 여성 손님들은 유난히 카메라 렌즈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옷을 갈아입던 한 여성이 ‘셀카’를 찍던 다른 여성에게 “나체가 찍힐 수도 있어 불쾌하니 사진을 지워 달라”고 정중히 요청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워터파크 관계자는 “몰카 사건 이후 고객들이 카메라 셔터 소리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촬영금지 안내판을 붙이고 촬영하는 고객을 제지하기도 하지만 적극적으로 나서기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몰카 관련 범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성폭력특례법상 처벌 대상인 몰카 범죄 단속은 지난해 6623건. 2010년(1134건)에 비해 6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초소형 카메라의 등장으로 몰카 피해가 갈수록 커지는 만큼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배은경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들에게 조심하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초소형 몰카 제작 및 판매를 금지하고 사이트를 폐쇄하는 등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찰청은 다음 달 1일부터 불법 몰카 유통을 대대적으로 단속하고 대형 물놀이 시설 내 몰카 설치 여부도 점검하기로 했다. 한편 워터파크 몰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촬영을 사주한 혐의로 구속된 강모 씨(33)의 주거지에서 노트북 등 컴퓨터 5대와 태블릿PC 등을 압수해 분석하고 있다.박성진 psjin@donga.com·김민 기자}

    • 2015-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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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게잡이 제철 코앞인데…”

    긴장은 끝나지 않았고 주민들은 지쳐갔다. 남북 고위급 접촉이 재개된 23일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해 민방공대피소로 모인 경기 연천군 중면 삼곶리 주민 20여 명은 밤늦은 시간까지 초조하게 접촉 결과를 기다렸다. 어른들은 장난치며 뛰놀던 아이들을 품에 꼭 끌어안고 TV 뉴스 화면만 쳐다봤다. 북한과 가까운 접경지역의 주민들에게도 4일째 이어지는 대피령은 처음이다. 고령자가 많은 삼곶리 주민들을 고려해 대피소 옆엔 119 구급차가 상주했다. 에어컨이 새로 설치돼 대피소 안은 이전보다 시원해졌다. 하지만 이틀째 이어진 고위급 접촉에서 뚜렷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답답한 마음은 가시지 않았다. 반복되는 대피령에 지친 주민들은 접촉 결과에 촉각을 세우며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주민 이명록 씨(68)는 “북한이 접촉을 하면서 동시에 추가 도발을 준비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낮 주민들은 잠시 생업으로 돌아갔다. 대피령이 해제되지 않았지만 주민들은 북한의 추가 도발만큼이나 생계를 걱정하고 있었다. 주민 박점규 씨(55)는 “대피령이 내려진 지 4일째에 접어들면서 어르신들이 지쳐가고 있다”며 “회담이 길어지면서 그동안 애써 지어놓은 농사를 망칠까봐 너무 걱정된다”고 말했다. 민간인출입통제선은 농산물 출하를 위한 농민들의 출입만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접경지역 안보관광지는 운영이 나흘째 전면 중단됐다. 고성군 저도어장 출입도 제한돼 이 지역 항구마다 출어를 포기한 배들로 가득 찼다. 동해안 최북단인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 장석권 이장(59)은 “주민 대부분이 민간인출입통제선 안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데 들어갈 수가 없어 걱정이 태산이다”라고 말했다. 백령 대청 연평도 등 서해 5도에서의 조업이 사흘째 통제되면서 이 지역 어민들의 시름도 깊어가고 있다. 어민들은 남북 군사 대치가 장기화되면 금어기를 끝내고 다음 달 1일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닻자망 가을 꽃게잡이에 차질을 빚는 게 아닐까 우려하고 있다. 205 유성호(10t급) 닻자망 어선 선주인 박정재 씨(55)는 “낚싯배를 운영하는 어민 등이 조업 통제로 큰 피해를 입고 있다”며 “요즘 본격적인 가을 꽃게잡이를 위해 닻자망 배들이 인천에서 몰려와야 하는데 어업통제가 이뤄져 어민들이 답답해하고 있다”고 말했다.연천=박성진 psjin@donga.com / 고성=이인모 / 인천=차준호 기자}

    • 2015-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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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터파크 몰카’ 최소 3곳서 촬영

    워터파크 여성 샤워장 몰래카메라(몰카) 촬영 장소가 추가로 확인됐다. 경찰은 29분 4초 분량의 이 영상에 지금까지 알려진 경기 용인시, 강원 홍천군 외에 경기 고양시의 워터파크에서도 촬영된 장면이 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은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강신명 경찰청장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고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본격 수사에 나섰다.○ 피해 장소 최소 세 곳 경찰은 용인에서 찍힌 몰카 영상이 지난해 7월 촬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여성이 워터파크 몰카 영상에 자신이 등장한다는 사실을 우연히 확인하고 최근 경찰에 신고했다. 이 여성은 지난해 7월 워터파크를 찾았다. 경찰 관계자는 “최소 세 곳에서 찍힌 동영상 촬영 기법이 비슷한 것으로 보아 동일 인물이 촬영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 다각도로 지난해 여름 세 곳을 모두 방문한 인물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동영상에 찍힌 여성들 가운데 휴대전화를 든 상태로 거울에 정면으로 비친 여성의 신원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찰은 이 여성이 휴대전화 케이스 모양의 몰카를 이용해 촬영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이 몰카는 시중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제품으로 별도 카메라가 장착돼 화면을 끈 상태로 촬영이 가능하다. 구입하기 쉽고 범행 은폐가 가능해 다른 여성 전용 시설에서 무차별로 촬영됐을 위험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악질 몰카에 음란업소 광고 범인이 동영상을 제작한 목적도 의문이다. 유출된 몰카 영상에는 ‘아무도 모르게 060 300 ××××’라고 적혀 있다. 기자가 직접 이 번호로 전화를 걸어보니 “안녕하세요. 달달한 성인 전용 휴식 공간 ××× 보이스 채팅입니다. 문의전화는 1599-××××이고 삐 소리 후 30초당 600원입니다”란 안내 음성이 나왔다. 경찰에 따르면 다양한 길이로 편집된 동영상마다 다른 광고가 붙어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람들이 많이 내려받는 동영상에 업체가 배너 광고를 입힌 것으로 보인다”며 “촬영자가 특정 업체에 돈을 받고 영상을 팔았을 가능성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여성 촬영자가 직접 찍고 인터넷에 올렸을 개연성도 있다. 불법 음란물 유통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업로더들은 과시욕과 인정욕구를 지니고 있다. 희귀한 영상, 새로운 영상을 올리면 회원들에게 ‘본좌’ ‘선생’ ‘하느님’ 등으로 불린다. 이런 변태성향자는 일반인, 미성년자 영상 등 다른 업로더가 쉽게 구할 수 없는 영상을 찍어 올린다. 몰카 영상을 웹하드에 올리면 돈도 챙길 수 있다. ‘워터파크 몰카 공포’가 확산되면서 전국 대형 워터파크들도 대책 마련에 부산하다. 각 워터파크들은 몰카 촬영 금지를 알리는 경고문을 추가로 설치하고 여직원을 샤워장에 상시 배치하기로 했다. 일부 워터파크는 샤워장, 탈의실 내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몰카 촬영과 유포는 불특정 다수를 공포와 수치심에 빠지게 하는 악질 범죄이며 이런 영상을 계속 전파하는 행위도 끝까지 적발해 강력하게 처벌하겠다”라고 밝혔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박성진 / 용인=남경현 기자}

    • 2015-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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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혹시 나도?”… 워터파크 몰카 공포

    워터파크 몰래카메라(몰카) 영상이 추가로 유출돼 경찰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18일 국내 유명 워터파크 여자 샤워실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9분 54초 분량의 몰카 영상이 유출돼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29분 4초 분량의 또 다른 몰카 영상이 추가로 유포되고 있다. 추가로 유출된 영상은 9분 54초 분량 영상의 완성본이다. 29분 4초 분량의 영상에는 앞서 유출된 영상 속 촬영 날짜 ‘2016년 8월 28일’ 외에 ‘2016년 8월 18일’, ‘2016년 8월 29일’로 날짜가 찍힌 영상이 더 담겨 있다. 경찰은 영상이 경기, 강원 등 최소 2곳 이상의 워터파크에서 촬영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카메라 설정이 잘못돼 영상 속 날짜가 잘못 찍힌 것으로 실제 촬영은 지난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샤워하는 모습 외에도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는 여성 수십 명의 얼굴이 그대로 노출돼 ‘워터파크 몰카’ 피해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은 “앞서 유출된 영상 촬영자가 지속적으로 영상을 촬영한 것인지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며 “같은 영상의 또 다른 버전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터파크 몰카 영상이 잇달아 유출되자 여성들은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지난 주말 유출된 영상 속 워터파크를 다녀온 김모 씨(28·여)는 “해당 영상을 찾아 혹시나 내 모습이 찍혔을까 확인하고 싶지만 영상을 구할 수 없어 애가 탄다”며 “영상 촬영자가 여성이라던데 앞으로 무서워서 공중목욕탕도 가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영상이 찍힌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워터파크를 찾은 최모 씨(31·여)도 “나를 모르는 누군가가 내 나체를 몰래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너무 끔찍하다”며 “한 곳도 아니고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촬영했다고 하니 혹시나 내 모습이 영상에 담겼을까 봐 잠도 오지 않는다”고 불안해했다. 한편 9분 54초 분량의 영상 유포 경로를 수사 중인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영상에 찍힌 여성 가운데 휴대전화를 들고 있는 모습이 거울에 비친 여성이 몰카 촬영 용의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이 여성은 영상에 표기된 시간 기준 ‘4시 42분 26초’ 전후에 녹색 상의와 분홍색 하의를 입은 상태로 휴대전화를 들고 자신을 거울에 비추고 있다.박성진 psjin@donga.com / 용인=남경현 기자}

    • 2015-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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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대 걸그룹 지망생에 대마초 권유한 연예기획사 팀장 결국…

    10대 걸그룹 지망생들에게 강제로 대마초를 피우게 한 연예기획사 팀장과 필로폰을 국내에 들여와 유통시킨 미국 갱단 출신 남성 등 마약사범 수십 명이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동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이상억)는 1월부터 지난달까지 마약사범들을 집중 단속해 마약류 공급·투약·밀수한 혐의 등으로 16명을 구속 기소하고 10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9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가수지망생 발굴해 육성하는 소규모 연예기획사 팀장인 정모 씨(33)는 지난해 8월에서 11월 사이 걸그룹 지망생 4명에게 강제로 대마초를 피우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정 씨는 피해자들에게 “가수생활을 하려면 필요하다”며 대마초 흡연을 권했다. 이를 거부하면 회사 내에서 ‘왕따’를 시켜 불이익을 줬던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들 중에는 10대가 2명 포함돼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거주하며 멕시코 출신 이민자들과 어울려 무기밀매 갱단 활동을 하다 2012년 2월 국외 추방돼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홍모 씨(23)는 필로폰을 유통시키다 적발됐다. 홍 씨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에서 만난 낯선 외국인 등으로부터 필로폰을 공급받아 투약했다. 투약하고 남은 필로폰은 지인들에게 팔아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홍 씨 범행 관련해 “해외 범죄조직이 마약류 밀수에 개입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번 단속 결과 인터넷으로 주문해 국제우편이나 택배로 받는 방식의 마약 거래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최근 필로폰, 대마초 등 전통적인 마약류에 대한 수요가 다시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며 “인천공항세관과 협력해 국내로 밀반입되는 마약류에 대한 통관 및 검색을 강화하고 인터넷 구매 등 비노출·비대면 방식의 거래 또한 지속적으로 단속할 것”이라고 밝혔다.박성진 기자psjin@donga.com}

    • 2015-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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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명이 5시간 뒤져도 못 찾은 ‘흔적’ 체취견 메시 5분만에 “찾았어요, 컹컹”

    지난해 3월 충남 천안에 살던 두 여성이 돈을 빌려간 김모 씨(36)를 만나러 간다며 집을 나섰다. 일주일째 연락이 없자 가족은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김 씨는 “전남 곡성군 인근 저수지에서 낚시를 하고 헤어졌다”고 말했다. 실종 사건을 맡은 형사는 낚시터를 찾아갔다. 피해 여성들의 흔적을 찾기 위해 경찰 200여 명이 투입됐다. 저수지 주변의 작은 조약돌 밑, 버려진 라면 봉지 안까지 샅샅이 뒤졌다. 긴 막대기로 무릎 높이의 잡초를 구석구석 찔러가며 살폈다. 경찰특공대 소속 잠수부들은 저수지 안에 들어가 손으로 바닥을 훑었다. 5시간 가까이 수색했지만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다섯 살 수컷 래브라도 레트리버 ‘메시’가 현장에 왔다. 메시는 땅에 코를 박고 지그재그로 휘젓고 다녔다. 5분 만에 땅속에 반쯤 파묻혀 있던 검붉은 목장갑 옆에서 연신 짖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붉은 피가 굳어 시커멓게 변한 흔적이 보였다. 단순 실종 사건은 살인 사건으로 전환됐다. 메시가 찾은 장갑의 혈흔에서 피해자의 유전자(DNA)가 나왔다. 형사는 김 씨가 피해 여성들과 낚시를 하러 가면서 빌린 렌터카를 찾았다. 차는 이미 여러 차례 세차가 돼 육안으로는 범행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다시 메시가 투입됐다. 렌터카 한 바퀴를 돌더니 트렁크 앞에 앉아 짖었다. 정밀 감식 결과 트렁크 안에서도 피해자의 미세 혈흔이 나왔다. 김 씨는 공범과 함께 목장갑을 낀 채 피해 여성들을 둔기로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시신은 차 트렁크에 넣고 강가로 옮겨 유기했다. 수사는 사람이 했지만 단서는 개가 찾았다. 개만 맡을 수 있는 냄새가 결정적인 단서였다. 범죄 현장의 다양한 냄새를 인간은 잘 구별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인간보다 1만 배 후각이 뛰어나다고 알려진 개의 도움을 받는다. 한 번 맡은 냄새를 기억해 범인을 추적하거나 실종자들을 찾는 ‘체취증거견(Human Scent Evidence Dog)’이다. 체취증거견은 잠깐 스치듯 맡은 냄새도 오래 기억해 제3의 장소에서 해당 냄새를 정확히 식별한다. 범인의 신체가 닿은 물건에서 체취를 기억해 범인과 증거를 찾는다. 냄새를 단서로 수사하는 ‘과학수사견’인 셈이다. 국내에는 셰퍼드 6마리, 래브라도 레트리버 4마리, 말리누아 3마리 등 총 13마리가 임무를 맡고 있다. 체취증거견들은 냄새 식별 능력 강화를 위해 특화된 훈련을 받는다. 특히 평소 썩은 피가 묻은 물건들을 찾아내는 훈련을 반복한다. 시체에서 풍기는 냄새와 비슷한 썩은 피를 향한 목적의식 강화 훈련이다. 숙달된 개들은 땀이나 침 등 타액으로도 특정인의 냄새를 구별하는 기술을 습득한다. 올해 4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시신을 찾은 것도 체취증거견이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체취증거견의 전문성을 인정해 이들의 ‘동물적 판단’을 DNA나 지문처럼 법적 증거로 인정한다.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체취증거견의 판단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아 활용 영역도 실종자 및 시체 수색에 그치고 있다. 경찰은 “관련 장비를 보강하고 다양한 체취 선별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선진 과학수사 기법의 한 축으로 자리 잡도록 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 2015-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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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성형 대목… 여성 가슴 멍들게하는 ‘불량 필러’

    여름방학과 본격적인 휴가철이 겹쳐 대목을 만난 성형시장에 ‘필러(Filler·얼굴 주름개선을 위한 부피팽창제)주의보’가 내려졌다. 필러는 보톡스와 함께 시술이 쉽고 성형 효과가 뛰어나 미용성형에 폭넓게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병·의원에서 시술이 허가된 부위가 아닌 곳에 성형용 필러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면서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논란 속에 경찰이 불법 필러 제품을 사용해 성형수술을 한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 진료 의원을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가슴 확대 수술을 할 때 무허가 필러 제품을 사용한 혐의로 강남구의 한 성형외과 진료를 하는 의원 A 원장을 수사 중이라고 27일 밝혔다. 경찰 등에 따르면 A 원장은 지난달 18일 윤모 씨(27·여)의 가슴에 무허가 필러 제품을 주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윤 씨는 “의사가 수술 제품과 부작용 등을 설명해 주지 않았다. 성형 코디네이터, 일명 ‘상담실장’의 상담만 받고 수술대에 올랐다”며 “수면마취를 했지만 병원 측은 이 시술 동의서는 물론이고 수술 동의서조차 받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전문 성형외과라면 대부분 필러를 가슴 확대 수술에 사용하지 않는다. 전문의들은 “안전성이 입증된 실리콘 젤을 주로 가슴 확대에 사용한다”며 “검증된 필러를 쓴다 해도 수술비가 3000여만 원까지 급격히 올라가는 탓에 잘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가 밝힌 가슴 성형수술의 적정비용은 800만∼1300만 원 선. 강남의 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상당수 병원이 싸고 인체에 대량 주입할 수 있는 필러를 무분별하게 사용해 수술비를 200만∼300만 원 선까지 떨어뜨리고 있다”며 “일부는 허가가 나지 않은 제품을 해외에서 들여와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적발된 병원 외에도 상당수가 무허가 필러를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술 이후 윤 씨는 ‘가슴 성형의 적’이라고 불리는 구형구축(삽입물 주변이 딱딱해지는 부작용)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가슴 모양이 변형되고 경직으로 인한 고통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 그러나 병원 측은 오히려 “우리나라에서만 허가가 나지 않았을 뿐 유럽에서 다 사용하는 제품”이라며 “문제가 있으면 판사 앞에서 보자”는 식으로 반박하고 있다. 필러 부작용이 속출하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5월 ‘성형용 필러 안전 사용을 위한 안내서’를 발간했다. 식약처는 이 안내서에서 ‘가슴이나 엉덩이, 종아리 볼륨 확대를 위한 필러 사용을 금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성형용 필러 부작용으로 염증, 피부 괴사, 통증, 시력 감소 등이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혈관이 많이 분포된 부위에 시술할 때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의료 현장에서 병원들이 식약처 가이드라인을 지키는 사례는 드물다. 의료법상 의사의 판단에 의한 의료행위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허가한 제품을 사용하면 허가되지 않은 부위에 필러 시술을 해도 불법은 아닌 것이다. 황규석 대한성형외과의사회 특임이사는 “주사기만 있으면 쉽게 필러 시술을 할 수 있어 사용하지 말아야 할 부위에까지 무분별하게 쓰는 사례가 있다”며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수술을 감행하다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릴 수 있으니 수술 받기 전 꼼꼼하게 자신이 받을 수술을 점검하는 등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 2015-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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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격투기 최홍만 검찰 송치… 지인에 1억 빌려 안갚은 혐의

    이종격투기 선수 최홍만 씨(35·사진)가 사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지인에게 돈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사기)로 최 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2013년 12월 중국 마카오에서 A 씨(36)에게 “친구 선물을 사야 하는데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며 “한국에 들어가면 주겠다”고 속여 1억 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B 씨(45)에게 “급전이 필요하다”며 2500여만 원을 받고 갚지 않은 혐의도 있다. A 씨와 B 씨는 올해 5월 최 씨를 고소했다. 경찰 조사 결과에서도 최 씨가 빌린 돈의 상당 부분을 갚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뒤늦게 최 씨는 A 씨에게 1800만 원, B 씨에게 500만 원을 갚았다. B 씨는 고소를 취소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 2015-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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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룻밤 성관계후 연락 끊자 “강간당했다” 고소한 女 결국…

    처음 만난 남성과 합의하에 성관계를 맺었다. 서울 광진구의 한 술집에서 1월에 만난 그가 연인이 되기를 바랐다. 그런데 그는 성관계 이후 바로 연락을 끊었다. 인적사항도 거짓이었다. 하룻밤 노리개가 됐다는 분한 마음에 ‘강간당했다’고 신고했다. 보복하고 싶은 마음에 고소까지 한 A 씨(20·여)는 그러나 13일 허위 고소 혐의가 드러나 무고죄로 구속기소 됐다. 지난해 4월 자동차 의무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차를 운전하다 뺑소니 사고 낸 B 씨(47)는 지인인 C 씨(37)에게 사고 운전자인 것처럼 수사기관에 나가 조사받도록 부탁했다. 지인의 요구에 한 달 가량 고민하던 C 씨는 “내가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했다”고 허위 진술했다. 진술에 허점이 드러나 거짓은 드러났다. 올해 1월 B 씨는 범인도피교사 혐의, C 씨는 범인도피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서울동부지검(검사장 박민표)은 1월부터 이달까지 위증 무고 등 사법질서 저해사범 집중단속 실시한 결과 위증사범 29명, 무고사범 14명, 범인도피사범 10명, 보복범죄사범 3명 등 총 56명을 적발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들은 죄질의 경중에 따라 △구속기소 1명 △불구속기소 33명 △약식명령 20명 △기소중지 2명 처분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무고, 위증 등 사법질서 저해범죄는 실체적 진실 발견을 어렵게 해 억울한 피해자를 만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서 큰 죄의식 없이 진실을 왜곡시켜 수사력을 낭비시키고 사법부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범법 행위를 집중 단속할 것”이라고 밝혔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 2015-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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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킹프로그램 구입 실무책임… 파문 커지자 압박 느낀듯

    국가정보원에서 해킹 프로그램 관련 업무를 했던 것으로 알려진 국정원 과장 임모 씨(45)는 최근 야권과 언론을 통해 해킹 의혹이 제기되면서 4일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할 정도로 심리적 압박감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임 씨는 19일 공개된 유서에서 “내국인이나 선거 관련 사찰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자료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보기엔 석연찮은 부분이다.○ 유서 곳곳에 ‘신중한’ 표현 임 씨의 유서 내용을 보면 자신이 몸담고 있는 국정원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의도가 곳곳에서 포착된다. 유서 첫머리에 ‘원장님, 차장님, 국장님께’라고 명시한 그는 “동료와 국민들께 큰 논란이 되게 해 죄송하다”며 현 사태에 이르게 된 것에 대한 미안함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업무에 대한 열정’ ‘직원의 의무로 열심히 일했다’ 등 다른 의도가 없었음을 항변하고 있다. 이탈리아 해킹팀을 동원하면서까지 정보 수집에 나선 것이 불법 의혹을 일으킨 것에 곤혹스러워하면서도 ‘순수한’ 의도였음을 강조한 셈이다. 임 씨는 또 “정말 내국인에 대한, 선거에 대한 사찰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상급자에게 전하는 내용인 것을 감안하면 자신의 결백을 외부뿐 아니라 내부에도 알리려는 목적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임 씨가 독자적인 판단으로 일부 자료를 삭제한 것이 오히려 국정원을 난처하게 만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정원이 해킹 대상과 관련 정보를 공개하기로 한 마당에 해당 자료를 독단적으로 삭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국정원이 ‘불법 사찰’ 의혹을 은폐하려고 했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임 씨에 대한 국정원 내부의 시선이 호의적이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결과적으로 해킹 자료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서버를 삭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오히려 그의 주장은 진위를 의심받을 상황에 놓였다. 임 씨가 숨진 채 발견된 차량에서는 유서를 쓴 필기구는 없었다. 18일 오전 임 씨가 집에서 나오기 전 미리 유서를 작성했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유서 곳곳에는 쉼표(,)나 마침표(.)가 진하게 표시됐고 삽입기호(∨)를 써서 표현이 수정된 흔적도 여럿 발견됐다. “대테러, 공작활동에 지원했던 자료를 삭제하였습니다”라고 적었던 내용에 ‘대테러’와 ‘공작’ 사이에 ‘대북’을 추가하고 ‘공작활동에’와 ‘지원했던’ 사이에 ‘오해를 일으킨’을 덧붙였다. 임 씨가 유서를 되풀이해 읽어보면서 민감한 표현이나 부족한 내용을 고친 것으로 보인다. 필적 감정 전문가인 양후열 법문서감정연구원장은 “유서의 처음부터 끝까지 글씨체가 일관되고 마침표까지 확실히 표기해준 점, 지속적으로 단어를 고치며 의미를 확실하게 수정하려 한 점 등으로 볼 때 (임 씨가) 비교적 차분한 상태에서 의사를 표현했음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서 공개를 반대하던 유족들은 국정원과 경찰, 다른 가족들의 설득 끝에 19일 오전 유서 일부를 공개했다. 가족에게 남긴 유서 2장은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담은 것으로 전해지나 유족들의 반대로 공개되지 않았다.○ 집 나온 뒤 바로 극단적 선택한 듯 임 씨가 경기 용인 자택을 나선 것은 18일 오전 5시경으로 알려졌다. 외출 전 부인에게는 “직장에 일찍 나가봐야 할 일이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 해킹 사태가 정치적 쟁점이 된 이후 임 씨는 가족들에게 “요즘 직장 업무 때문에 힘들다”는 얘기를 자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을 나간 임 씨가 연락이 두절되자 부인은 오전 10시 4분경 119에 신고해 소방관들이 임 씨를 찾아나섰다. 2시간 뒤 임 씨가 발견된 곳은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 화산리 화산CC 인근 화산1리 마을회관에서 500여 m를 산길로 들어간 고라지골이라는 곳이었다. 임 씨는 마티즈 차량 운전석에 앉은 채 숨져 있었고 조수석과 뒷좌석 위에서 다 탄 번개탄이 발견됐다. 유서는 조수석 번개탄 옆에 포개져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경찰은 임 씨가 집을 나와 곧바로 야산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19일 오후 강원 원주시 문막읍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동부분원에서 진행된 임 씨의 부검은 30여 분 만에 끝났다. 정낙은 국과수 중앙법의학센터장은 “외상 등 타살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부검 결과 및 현장에서 발견된 가검물 등에 대한 검사 결과를 종합해 조속한 시일 내에 수사기관에 통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기도에서 일산화탄소 농도가 75%로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임 씨의 시신이 임시로 안치됐던 용인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모인 유가족들은 고인의 죽음에 비통한 마음을 드러냈다. 한 유가족은 “평소 책임감이 강했던 임 씨가 두 딸을 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큼 정신적 압박을 받고 있었다”며 “일개 과장이 무슨 권한이 있었겠느냐. 아이 아빠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경위가 분명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임 씨의 빈소는 경기 용인의 한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이날 빈소에는 이병호 국정원장을 비롯해 국정원 직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권오혁 hyuk@donga.com / 원주=이인모 / 용인=박성진 기자}

    • 2015-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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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대 대학원생, 후배 여학생 다리 등 도촬하다 덜미

    후배 여학생 등의 특정 신체 부위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몰래 찍은 서울대 대학원생이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달 25일 서울 서초구 남부터미널에서 후배 여학생의 다리를 몰래 촬영한 서울대 사범대 소속 대학원생 A 씨(25)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당시 A 씨는 피해자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에 따르면 A 씨의 스마트폰에서는 여성 5명의 신체 부위를 부각해 찍은 사진이 발견됐다. 그는 피해 여성의 이름을 일일이 파일명으로 분류해 보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경찰은 A 씨가 주변 여성을 상대로 몰래 촬영을 한 것으로 보고 피해자 신원을 파악 중이다. 대학 측은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면 징계위원회를 열어 피의자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박성진 기자psjin@donga.com유원모기자 onemore@donga.com}

    • 2015-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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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판 세월호’ 건진 中업체가 인양

    정부가 세월호 인양 우선협상대상자로 중국 상하이 샐비지 컨소시엄을 선정하면서 인양 방식도 크게 바뀐다. 4월 세월호 인양 발표 당시와 달리 인양용 빔을 넣어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1, 2위 우선협상대상 업체가 모두 중국 국가기관에 가까운 국영기업이라는 점은 논란거리다. 중국이나 일본 업체가 세월호 인양을 맡으면 서해 해저지형 등의 국가안보가 새 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인양 절차를 시작하기 전부터 제기돼 왔다. ○ 내년 7월까지 목포로 운반 정부는 상하이 샐비지와 최종 계약을 체결하는 대로 인양작업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올해는 세월호 선내 부유물을 제거하고, 시신 유실을 방지하기 위해 그물망 등 안전장치 설치를 마칠 계획이다. 새로 공개한 세월호 인양 계획에 따르면 내년 초부터 동시다발로 인양작업을 시작한다. 우선 세월호에 설치된 탱크나 내부 빈 공간에 압축공기(에어백)를 주입한다. 세월호의 자체 중량은 6825t이지만 진흙과 물 때문에 지금 들어올려야 하는 무게는 8500t에 이른다. 압축공기를 집어넣어 전체 무게를 5000t까지 줄인 다음에 인양을 시작한다. 그 다음 단계가 인양용 빔 설치다. 뱃머리를 5도가량 들어올려 세월호 아래에 폭 1.8m, 길이 28m의 리프팅빔(Lifting Beam) 24개를 3.5m 간격으로 설치한다. 이후 빔을 크레인에 연결해 배를 수심 23m까지 약 20m 정도 들어올린 후, 조류가 약한 안전지대까지 2km가량 이동시킨다. 그러고 나서 수중에 대기시켜 둔 ‘플로팅 독(floating dock·선박 건조용 구조물)’에 세월호를 올린다. 플로팅 독의 부력을 이용해 배를 천천히 떠오르게 한 뒤 선체 배수를 실시한다. 목표대로라면 세월호는 2016년 7월 목포 신항에 도착한다. 당초 해양수산부는 배가 무게를 못 이겨 두 동강 날 것에 대비해 세월호를 해저에서 3m가량만 끌어올린 뒤 플로팅 독에 올릴 계획이었다. 해수부 관계자는 “압축공기를 주입하고 리프팅빔을 끌어올리는 방식을 사용하면 손상 우려가 덜해 더 높이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 중국 기업 1, 2위 선정 논란 저가 공세를 펼친 중국 국영기업이 우선협상대상 1, 2위로 선정된 데 대한 논란이 제기된다. 최초 입찰액이 850억 원대라 예산 절감은 가능해졌지만, 그만큼 안전하게 세월호를 인양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1차 우선협상대상자인 상하이 샐비지는 침몰 선박과 수중장애물 등 2700여 차례의 인양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수부에 제출한 인양 실적에 따르면 2002년 동중국해에 침몰한 1만3675t 규모의 화물선 알티스(ALTIS)호를 시야 확보가 어려운 수심 58.2m에서 건진 적이 있다. 당시에는 선체를 절단해 끌어올렸다. 6월 중국 양쯔(揚子) 강에서 침몰한 둥팡즈싱(東方之星)호도 이 회사가 인양했다. 이곳이 일반 기업이 아니라 사실상 정부기관이라는 점이 꺼림칙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하이 샐비지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회사의 모체는 중국인민해방군이 1949년 설치한 선박인양수리지도원회다. 일반적인 선박 인양은 물론이고 국가가 명하는 정치, 군사, 전략 및 재난구조 등 응급 구난 업무도 맡는다. 인양업체 선정에 가격이 제일 중요한 요소가 된 게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협상대상자는 상하이 샐비지(입찰액 851억 원)와 차이나 옌타이 샐비지(990억 원), 타이탄 마리타임 컨소시엄(999억 원) 등 투찰가가 낮은 순으로 정해졌다. 당초 정부는 세월호 인양 비용으로 1000억∼1500억 원이 들 것으로 내다봤다. 연영진 세월호 선체인양추진단장은 “기술평가가 전체 평가의 90%로 가격 때문에 선정 결과가 뒤집힌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정부는 기술평가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박재명 jmpark@donga.com·박성진 기자}

    • 2015-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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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품홍보 급급한 스포츠 행사, 안전은 뒷전

    숨은 턱까지 차올랐다. 내리쬐는 햇볕에 볼은 빨갛게 달아올랐다. 다리는 제멋대로 휘청거렸다. 무릎을 굽히고 달려야 완충 작용이 돼 오래 뛸 수 있다는 진행요원의 말은 기억나지 않았다. 그저 뛰었다. 발목은 시큰하고 심장은 터질 것 같은데 밀려오는 쾌감을 외면할 수 없다. 대학생 김모 씨(24·여)가 11일 오전 서울 관악산에서 힘겹게 뛰고 또 뛴 이유다. 달리기가 인기다. 스포츠 업체들이 주최하는 행사도 줄지어 열리고 있다. 마케팅 비용에 비해 효과가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달리기 행사는 ‘타깃 고객’들이 다수 참가해 제품을 직접 홍보할 수 있고 잠재적 소비자층을 넓힐 수 있는 기회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업체들이 참가자 안전관리에는 소홀한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4일 A 스포츠용품 회사가 주최한 자전거 타기 교육 행사에서는 여성 참가자 박모 씨(26)가 국도에서 자전거를 타다 뒤따라오던 차에 치여 숨졌다. 지난해 6월 한 달리기 행사에서도 참가자 2명이 탈진해 심폐소생술을 받는 등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업체들이 전문 구급요원을 배치해 안전을 철저히 관리한다고 말하지만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에게 간단히 상황 대처법만 일러주고 투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개별 참가자 한 사람 한 사람을 돌볼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밝혔다. 김 씨가 참가한 B 스포츠용품 회사 주최 대회도 참가자 안전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다. B 사가 11일 주최한 이 행사는 도로가 아닌 산이나 계곡, 들판 등 포장되지 않은 길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이었다. 40여 명이 참가한 이날 행사는 관악산 둘레길 왕복 10여 km를 뛰어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코스에서 진행됐다. 진행요원은 업체 관계자를 포함해 5명. 참가자들이 부상당했을 때 치료할 구급요원은 없었다. 스트레칭이나 준비운동 시간도 없었다. 참가자들은 오르막과 내리막에서 뛰는 요령만 간단히 듣고 바로 뛰기 시작했다. “그냥 뛰는 거야?”라는 웅성거림도 잠시였을 뿐 곳곳의 바위를 피해 앞사람 따라 뛰기 바빴다. 길이 좁아 일렬로 뛰어야 하지만 앞사람과 거리를 유지하라는 안내도 없었다. 방모 씨(25·여)는 “뒤에서 뛰는 발자국 소리의 압박 때문에 힘들어도 멈추지 못할 것 같다. 중간에 한 사람이 넘어지면 연쇄 추돌할 것 같다”고 걱정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올라가면서 9번, 내려오면서 6번 10여 분 단위로 휴식을 취했다. 초보자를 위한 배려였다. 휴식시간에는 끊임없이 안전하게 산을 오르내릴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쳤다. 그러나 실제로 참가자들이 안전하게 달리는지는 살피지 않았다. 사고는 터졌다. 내리막을 내려가던 한 여성 참가자와 남성 참가자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것이다. 특별한 조치는 없었다. “괜찮냐”고 걱정해주고 스프레이 파스를 부상 부위에 뿌려주는 것이 전부였다. 부상자들은 절뚝거리며 산을 내려왔다. 전문 산악인 박현수 씨(35)는 “산을 오르내리며 당한 부상은 교통사고와 같아 후유증이 심하다”며 “다수가 참여하는 행사에 전문 구급요원은 필수적으로 배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김재희 인턴기자 연세대 문헌정보학과 4학년}

    • 2015-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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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강남의사, 中미용실 ‘출장 성형수술’

    서울 강남 유명 성형외과 의사들이 중국에서 불법 원정 수술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불법 브로커가 차린 중국 상하이의 미용실에서다. 중국인 불법 의료브로커와 강남 유명 성형외과의 빗나간 유착관계가 본보 취재 결과 확인됐다. 불법 브로커 왕모 씨(26·여·중국)는 지난달 28일 중국 위생국에서 사용허가가 나지 않은 한국 전문의약품을 중국인에게 판매한 혐의와 미용실 허가증을 병원 허가증으로 위조해 자신의 미용실에서 의료행위를 한 혐의로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 중국 위생당국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한눈에 봐도 조악한 수준의 수기(手記)로 만든 병원 허가증을 걸어 놓고 버젓이 의료행위를 한 것이다. 왕 씨는 불법 처방전을 발급받아 다이어트 약 등을 구매해 재판매한 혐의로 한국 경찰의 수사를 받다 중국으로 도주한 상태였다(본보 5월 28일자 단독 보도). 경찰 등에 따르면 다이어트 약을 판매할 수 없게 된 왕 씨는 상하이에 차린 미용실에 성형 수술이 가능하도록 수술실을 차리고 환자를 모았다. 5월 8일 자신의 미용실 개업식에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 A 대표원장을 초대해 “A 원장이 직접 수술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수술하는 장면을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에 올려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온라인 결제가 가능한 중국의 ‘알리페이’를 통해 예약금을 걸어야만 수술이 가능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A 원장은 병원의 또 다른 B 원장 등과 함께 5월부터 지난달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주말에 미용실로 원정 수술을 가 얼굴 윤곽 수술 등을 했다. 갈 때마다 10여 명을 수술해 총 40여 명에게 시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병원 허가를 받지 않은 미용실에서 수술을 했다는 것. 외국인 환자 유치업체 관계자는 “A 원장과 함께 일했던 관계자가 ‘A 원장이 병원허가가 나지 않은 미용실에서의 수술이 불법임을 알고도 수술했다’며 ‘왕 씨와 A 원장이 수입을 반씩 나눴고 수술비는 현금으로만 받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왕 씨가 꿈꿨던 사업의 시작과 끝에는 A 원장이 있었다. 왕 씨는 중국인 환자를 유치해 주면서 쌓은 영향력을 바탕으로 A 원장과 동업자 이상의 친분관계를 쌓았다. 처음에는 단순히 환자를 유치해주고 거액의 수수료를 챙겼다. 미등록 불법 브로커 단속이 강화되자 성형외과에서 자신의 중국인 직원 명의로 처방전을 대량 발급받아 중국에서 인기 있는 한국 전문의약품 판매에 나섰다. 불법으로 확보한 전문의약품은 위챗으로 주문받아 국제우편(EMS)을 통해 중국인에게 재판매했다. 성형외과 측은 별다른 확인 없이 처방전을 내줬다. A 원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왕 씨를 알지도 못하고 왕 씨의 미용실에서 수술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중국 공안 측은 왕 씨를 불구속 입건해 수사하는 한편 강남 모 성형외과를 수사하기 위해 한국 경찰에 공조 수사 협조를 요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의료면허를 소지한 의사라도 외국에 나가 병원이 아닌 미용실에서 수술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중국 측에서 공조 수사 요청이 들어오면 해당 수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 2015-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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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료 구하려 최선다했지만… 죽음 지켜봐야했다”

    지난달 29일 중국으로 역사문화탐방에 나섰던 지방행정연수원 연수단 가운데 사고 버스에 타지 않은 공무원 103명과 지방행정연수원 관계자 등 105명이 3일 귀국했다. 이날 오후 4시 50분경 대한항공 KE870편을 통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일행은 굳은 표정으로 입국장을 빠져나왔다. 티셔츠에 등산복 바지, 운동화 등 출발할 때처럼 편한 복장이었지만 모두 긴장과 피로에 지친 모습이었다. 일부는 고개를 푹 숙였다. 지친 모습에도 불구하고 담담하게 소회를 밝히던 일부 공무원들은 사고 차량에 탔던 동료들 이야기가 나오자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공무원들은 동료를 구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괴로워했다. 경남도 정태호 사무관(52)은 “사고 발생 후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40여 분간 동료들뿐 아니라 중국 현지인들까지 사고 버스를 들어올려 다친 사람들을 구하려고 노력했다”며 “최선을 다했지만 어쩔 수 없이 구조대를 기다리며 동료들의 죽음을 눈앞에서 지켜봐야 했다”고 말했다.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운전사의 부주의로 추정했다. 그는 “속도를 늦춰야 하는 커브길에서 감속하지 않고 가는 바람에 사고가 난 것 같다. 바로 뒤에서 봤을 때도 앞선 버스가 좀 빨리 간다는 느낌이 있었다”고 말했다. 정 사무관의 동료인 김모 사무관은 “국민께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하고 동료들을 중국에 두고 돌아오게 돼 비통하다”고 말했다. 지친 표정의 공무원들은 연수원에서 마련한 버스 2대를 나눠 타고 귀가했다. 이날 함께 귀국한 송재환 지방행정연수원 교수부장은 “생존자들의 심리치료를 지원하는 한편 일시 중단된 연수 프로그램을 12월 초까지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고로 인한 부상자 가운데 중상자가 5명에서 8명으로 늘어났다. 경상자는 11명에서 8명으로 바뀌었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모든 환자가 의식이 있고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환자는 없다”며 “부상자 16명 모두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인천=박성진 psjin@donga.com / 김민·송충현 기자}

    • 2015-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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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르스 옮겼다는 죄책감…퇴원했지만 마음 불편”

    “메르스가 완치돼 퇴원했어도 (자신이 감염시킨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 때문에) 많이 안타까워하고 마음도 불편해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7∼29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중심으로 83명을 감염시키며 ‘메르스 슈퍼전파자’로 분류된 14번 환자(35)의 부인인 A 씨는 2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남편이) 메르스에 걸린 걸 몰랐기 때문에 고의성은 전혀 없었다”며 “생사가 오갔던 병에 걸렸었다는 것도 큰 상처인데 다른 환자에게 병을 전염까지 시켰다는 점에서 (남편이) 너무 속상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22일 퇴원한 14번 환자는 이날 통화에서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하며 인터뷰를 고사했다. 그는 긴 투병 생활과 호흡 곤란을 겪었을 때 받았던 ‘기관지 삽관(목구멍으로 산소 공급 튜브를 넣는 시술)’의 영향으로 목소리가 심하게 쉬어 있었다. 메르스에 걸리기 전에는 100kg이 넘을 정도로 건장했지만 투병 과정에서 20kg 정도 몸무게가 줄었다. 불안하고 쉰 목소리로 인터뷰를 거절하던 14번 환자와 달리 A 씨는 비교적 담담하게 환자의 건강상태와 심정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남편이 자신 때문에 10대 학생(67번 환자·퇴원)과 임신부(109번 환자·퇴원)가 감염됐다는 것을 알고는 안타까워하고 속상해했다”고 말했다. 14번 환자가 입원해 있던 서울대병원 의료진에 따르면 이 환자는 처음에는 자신이 14번 환자인 것을 몰랐다고 한다. 하지만 슈퍼전파자인 14번 환자가 바로 자신인 것을 알고 죄책감에 시달렸고, 간호사들에게는 “퇴원하고 사람들이 알아보면 어떻게 하느냐”는 말도 했다고 한다. A 씨는 “아직까지 남편을 욕하는 사람들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메르스에 걸렸다는 것만으로도 비난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서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또 남편이 증세가 있는 상황에서도 삼성서울병원을 돌아다녀 병을 더 퍼뜨렸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잠깐씩 나가 있었던 것이지, 일부러 돌아다니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화장실을 가거나 병상 정리가 필요해서 잠깐씩 왔다 갔다 한 것이지 힘이 넘쳐서 일부러 돌아다닌 게 아니다”며 “마스크도 일부러 착용을 안 한 게 아니라 숨이 가쁘다 보니 계속 착용하고 있는 게 힘들어서 벗었던 시간이 많았다”고 말했다. A 씨는 경기 평택성모병원에서 첫 환자가 발생된 게 빨리 알려지지 않은 부분을 아쉬워했다. 그는 “평택성모병원에서 첫 환자가 나왔다는 게 빨리 공개가 됐다면 우리도 더 신속하게 대처했을 것이고, 병원들도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겠느냐”며 “너무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이세형 turtle@donga.com·박성진 기자}

    • 2015-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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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안 커지는데 “비공개” 고집… 불통 바이러스부터 퇴치를

    ‘국민을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았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과정에서 보건당국이 보인 소극적인 정보 공개 자세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신종 감염병 발생이란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보건당국이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 대신 ‘일단 숨기고 보는’ 구시대적인 대응 자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귀옥 세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헬스커뮤니케이션)는 “감염병 관련 소통에서의 기본 원칙은 정보 공개를 한 뒤 국민에게 협조를 요청하는 것”이라며 “국민에 대한 파트너십이 부족해 정보 제공을 통한 협력을 이끌어 내지 못했고 불신과 공포만 확산시켰다”고 지적했다.○ 정보 공개했으면 슈퍼 전파자 감염 줄였다 메르스 사태에서 정보 공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발생한 부작용 중 가장 심각한 건 ‘슈퍼 전파자’들의 양산이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중심으로 83명을 감염시킨 14번 환자(35)와 대전 대청병원과 건양대병원 입원실에서 23명을 감염시킨 16번 환자(40)의 경우 여러 병원을 거쳐 갔다. 지난달 20일 1번 환자(68)가 확인됐을 때부터 적어도 의료기관들 사이에서라도 환자와 메르스 관련 정보가 자세히 전달됐다면 호흡기질환 증세를 보이는 환자들에 대한 병원들의 대응이 훨씬 더 적극적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과정에서 감염자 수도 어떤 형태로든 줄어들었을 것이다. 바이러스 전문가인 양재명 서강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첫 환자 발생 뒤 메르스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전달됐다면 병원 현장에서의 긴장도가 높아 초기 진압이 훨씬 수월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22일까지 총 8명을 감염시키며 또 한 명의 잠재적 슈퍼 전파자로 관심을 받고 있는 76번 환자(75·10일 사망)에 대한 관리 실패도 정보 공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14번 환자에게서 메르스에 감염된 76번 환자는 5, 6일 강동경희대병원, 6일 건국대병원을 별다른 조치 없이 거치면서 8명을 감염시켰다. 메르스가 빠르게 확산되던 시기에도 병원에 대한 정보 공개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병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것. 강동경희대병원 관계자는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만약 사태 초기부터 정보 공개와 공유가 적극적으로 이뤄졌다면 76번 환자가 도착했을 때부터 의심을 갖고 조치해 접촉자도 크게 줄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141번 환자(42)가 5∼8일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관광 산업에 비상’이 걸린 사건도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만약 지난달 말부터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것이 공개됐다면 제주도 여행 시점에 이미 메르스 증세를 보이던 141번 환자가 본인 스스로 의심해 제주도 여행을 가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보건당국 ‘비공개 원칙’ 강조하다 신뢰 훼손 보건당국의 늑장 정보 공개가 불필요한 혼란과 오해를 초래했다는 비판도 많다. 국민 불안과 불만이 높아지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이 계속 퍼져 나갔기 때문이다. ‘메르스는 제약사의 음모다’, ‘황교안 국무총리 청문회에 대한 관심을 돌리기 위한 시도다’ 같은 괴담 수준의 루머까지 돌았다. 보건의료계 관계자는 “괴담 유포와 관련한 처벌 의지를 강조하던 시점에 차라리 적극적으로 신뢰할 만한 정보를 제공했다면 혼란이 훨씬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던 과정에서 보건당국 스스로가 큰 어려움에 빠지기도 했다. 4일 밤 박원순 서울시장이 갑작스럽게 메르스 환자와 병원 정보를 공개하고 나섰고, 6일에는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이 1차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인 환자에 대한 일부 정보를 SNS에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갈등 움직임이 나타났고, 보건당국에 대한 신뢰는 더욱 훼손됐다. 백혜진 한양대 광고홍보학부 교수(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장)는 “소통 부재 속에서 더 큰 사회적 혼란과 불신, 나아가 패닉 현상까지 나타났다”며 “정부는 어떻게 소통할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너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감염병 정보 공개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 적극적으로 병원과 환자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밝힌 뒤에도 보건당국의 조치에는 문제가 많았다. 보건당국이 운영하는 메르스 종합 정보 사이트인 ‘메르스 포털(www.mers.go.kr)’의 경우 첫 환자가 확인된 뒤 3주가 지난 10일에야 개설됐다. 메르스 포털은 정식 개설된 뒤에도 △어려운 설명 △느린 업데이트 △외국어 서비스 부재 등의 결함으로 비판을 받아 왔다. 정부의 ‘메르스 대응 지침’에도 정보 공개 절차와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없다. 정보 공개를 얼마나 할 것인지, 어떤 사안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공인된 매뉴얼이 사실상 없는 것이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감염병에 대한 정보 공개 필요성이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체적인 감염병 위기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개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이세형 turtle@donga.com·김민·박성진 기자}

    • 201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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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 “삼성병원 비정규직 2944명 전수 조사”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137번 환자(55)는 삼성서울병원이 계약한 용역회사 소속의 환자 이송요원이었다. 부산의 143번 환자(31)는 병원의 컴퓨터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외주업체 직원이었다. 병원 내 감염관리 시스템에서 ‘후순위’로 밀려난 비정규직이나 외주업체 근로자들의 감염 위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등에 따르면 137번 환자는 용역회사를 통해 간접 고용된 환자 이송요원 90명 가운데 1명이다. 응급실 안 폐쇄회로(CC)TV에 모습이 찍히지 않아 격리 대상자 명단에서 누락됐다. 부산 143번 환자는 확진환자가 발생한 대전 대청병원에 2주간 파견됐는데도 격리 대상자 조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병원 내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의사, 간호사 등 정규직에 비해 메르스에 더 위험한 이유는 이들의 업무 특성과 관련이 있다. 국내 대형병원은 수납과 안내 등 일상적인 환자 대면업무뿐만 아니라 청소미화원 요양보호사 보안요원 등 환자와 직접 몸을 부대껴야 하는 업무 수요를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채우고 있다. 취재팀이 14일 경기지역의 한 종합병원에서 만난 청소 근로자 유모 씨(55·여)는 “병원에서 일반 마스크와 장갑만 나눠줄 뿐 별다른 교육이나 조사는 없었다”면서 “침 가래 등 환자 체액을 매일 치우면서 솔직히 겁이 난다”고 말했다. 신분 보장이 제대로 되지 않는 비정규직의 특성상 자가 격리 대상자에 해당돼도 자진신고를 꺼릴 가능성이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137번 환자가 비정규직이고 워낙 고용이 불안정한 직업이다 보니 ‘내가 14번 환자와 응급실에 함께 있었다’는 말을 병원에 미리 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청소 근로자 최모 씨(42·여)는 “메르스가 무섭다고 하지만 한번 쉬기 시작하면 영원히 쉴 수 있기 때문에 쉬쉬할 수밖에 없다”며 “메르스보다 더 무서운 게 일자리다”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메르스 감염 위험에 더 심각하게 노출돼 있다는 판단에 따라 우선 삼성서울병원이 통보한 병원 내 비정규직 2944명의 명단을 확보해 메르스 관련 증상 유무를 전수 조사하기로 했다.이철호 irontiger@donga.com·박성진·천호성 기자}

    • 2015-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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