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새샘

이새샘 차장

동아일보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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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과 시장에 대한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부알못’과 ‘부잘알’ 사이, 보통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부동산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iamsam@donga.com

취재분야

2025-11-25~2025-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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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힘내요, 일본!]21일까지 20여 개 단체서 총 230억 모금

    동일본 대지진으로 실의에 빠진 일본을 돕기 위한 온정이 시간이 갈수록 쌓이고 있다. 11일 지진이 발생 이후 모금을 시작한 20여 개 단체에는 21일까지 230억 원이 넘는 성금이 모였다. 각 단체에서 기부받기로 한 약정금과 학교 기업 등에서 개별적으로 모은 성금을 빼고도 이 정도 액수가 모인 데 대해 각 구호단체도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아이티 대지진 당시 80일 동안 90억여 원을 모았던 대한적십자사는 이번엔 10일도 되지 않는 기간에 이 기록을 경신했다. 적십자사가 이 기간에 모은 성금은 105억8300만여 원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도 같은 기간 90억2311만 원의 성금을 모았다. 유명 구호·자선봉사단체인 유니세프 월드비전 굿네이버스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 구세군 아름다운동행 등도 10일간 각각 수억 원씩의 기부금을 모았다. 지진 직후에는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끈 한류 스타들이 성금 모금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데 앞장섰다. 배용준 류시원 최지우 카라 등이 “일본에서 받았던 사랑을 갚고 싶다”며 각각 수억 원씩을 기탁했다. 삼성 LG를 비롯해 일본 경제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 기업들도 성금과 구호품을 지원하거나 수익금 일부를 성금으로 내는 등 일본 돕기에 앞장섰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이건혁 기자 realist@donga.com}

    • 2011-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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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새샘 기자의 고양이끼고 드라마]미드-일드가 주는 교훈

    한국 드라마의 약한 고리였던 수사드라마에도 봄은 올까. SBS ‘싸인’은 비록 방송사고라는 대반전으로 막을 내렸지만 최고 시청률 25.5%(AGB닐슨미디어)로 ‘한드 수사물’도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KBS 2TV는 7일부터 형사물 ‘강력반’을 내보내면서 수사드라마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쯤 되면 제작자들이 블루오션을 노리고 새로운 수사물 제작에 잇따라 나설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싸인’과 ‘강력반’은 한드 특유의 한계도 노출했다. ‘싸인’이 싹을 틔운 한드 수사물이 만개하려면 장르 드라마의 왕국인 미국과 일본의 수사물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미드의 충고: 과도한 비장미 이제 그만 ‘싸인’의 부검 장면에서는 줄곧 현악기가 대거 동원된 오케스트라 연주에 강렬한 전자기타 음이 귓가를 때렸다. 부검대에 오른 시체가 벌떡 일어나 헤드뱅잉이라도 해야 할 듯한 분위기다. 법의학자 윤지훈(박신양)은 정의의 주인공답게 어깨에 힘을 잔뜩 준 채 목청껏 ‘과학적 진실’을 외치고, 그의 적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이것이… 권력이야” “자넨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넌 거야” 같은 뻔하디뻔한 대사를 던져 시청자들의 손발을 오그라들게 만들었다. ‘강력반’에도 ‘물불 안 가리는 형사’라는 상투적인 캐릭터 박세혁(송일국)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몇 년 전 경찰이 추격하던 범인이 모는 차에 치여 어린 딸이 죽었다는 과거까지 지닌, 비장하기 이를 데 없는 인물이다. 미국 수사물의 대표주자 ‘CSI’는 다르다. 법의학자들은 침착하다 못해 수도승처럼 보인다. 과학적 진실을 큰 소리로 외칠 필요가 없다. 철두철미한 부검과 실험과정은 그들이 과학적 진실만을 추구하는 전문가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싸인’류의 비장미는 살인이라는 극적 사건을 다루는 수사물의 특성상 빠지기 쉬운 함정이다. 하지만 반복되면 효과는 반감되다 못해 오히려 역효과를 내기 마련. ‘지속가능한’ 수사드라마를 위해 미드의 쿨한 건조함을 배울 필요가 있다.○ 일드의 충고: 국과수에선 부검, 경찰서에선 수사를 “미드는 의사가 병원에서 진료하고, 일드는 의사가 병원에서 교훈을 주고, 한드는 의사가 병원에서 연애한다.” 얼마 전 트위터에 올라온 글이다. 한미일 3국 드라마의 특성을 절묘하게 간파해낸 지적인데 성공작이라 할 수 있는 ‘싸인’도 예외가 아니었다. 수사에만 몰두하던 윤지훈과 후배 법의학자 고다경(김아중). 하지만 긴장감이 한껏 고조됐던 드라마 막바지에 뜬금없는 ‘러브 모드’가 등장해 드라마의 김을 확 빼버렸다. 고다경이 윤지훈을 집에 불러다 재운 뒤 다정한 눈길로 바라보는 장면이 늘어지도록 화면을 채운 것이다. 고다경으로서는 동생을 식물인간으로 만든 연쇄살인범이 죽은 직후였고, 동생의 목숨을 포기하고서라도 잡고 싶다는 가수 서윤형의 살인범 강서연(황선희)이 버젓이 활보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반해 일드는 심하다 싶을 정도로 남녀 사이를 떼어놓는다. 역대 일드 중에서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히어로’(2001년)는 일본 최고 스타이자 늘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주는 선남선녀 기무라 다쿠야와 마쓰 다카코가 출연한 수사물이다. 은근슬쩍 연애감정이 드러나지만 두 사람은 끝까지 시청자들의 애만 태운다. 그 대신 드라마는 주인공 구리우 검사의 독특한 캐릭터와 사건 해결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요즘 방송 중인 ‘컨트롤-범죄심리수사’도 마찬가지다. ‘곁눈질’ 없이 본업에 충실한 캐릭터들은 일을 팽개친 채 사랑놀음에 빠진 인물들보다 흡인력이 강하다. 일드는 충고한다. “국과수에서는 부검, 경찰서에서는 수사를 하라!”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1-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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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가수다? 차라리 ‘나는 좀비다’ 라고 해라”

    "죽어도 죽지 않으니 '나는 가수다'가 아니라 '나는 좀비다'인가." "5000만 대한민국 국민과 500명 청중평가단을 제대로 물먹였다." 20일 방송된 MBC '우리들의 일밤'의 '나는 가수다' 코너에 시청자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나는 가수다'는 윤도현, 박정현, 김건모, 이소라 등 가수 7명이 노래 대결을 펼치면 일반인들이 평가를 통해 꼴찌 점수를 얻은 가수를 하나씩 탈락시켜 최후의 승자를 가리는 코너다. 이날 방송에서는 청중평가단 500명의 투표로 김건모가 첫 탈락자로 선정됐지만 제작진이 긴급회의를 열어 재도전 기회를 줬고 김건모가 이를 수락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가수들을 한 명씩 차례로 탈락시킨다는 프로그램의 원칙을 평가단의 양해도 구하지 않고 제작진들이 마음대로 훼손한 것이다. 김영희 PD는 지난달 이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기자간담회에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최고의 가수들을 평가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시청자들의 힘을 믿는다"고 말한 바 있다. 방송이 나간 직후부터 인터넷 게시판에는 "기성 가수가 탈락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해놓고 왜 이제 와서 '탈락이 본질이 아니다'라고 말을 바꾸나" "평가단이나 시청자의 의견은 다시 묻거나 고려하지도 않은 채 분위기에 휩쓸려 원칙을 짓밟았다"는 등 제작진을 성토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방송 작가 김수현 씨도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평가단 있으나마나, 재도전을 급조하고 영리하게도 선택권을 가수에 넘긴 방송사의 얍실함이 입맛이 썼고 우리의 건모 씨가 멋지게 '노우(No)'하기를 바랐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 프로에 가수로 참가하면서 진행도 맡고 있는 이소라에 대한 자격 논란도 불거졌다. 그가 녹화 도중 김건모의 탈락에 충격을 받고 울며 녹화장을 나가는 장면이 방송된 것. 시청자들은 게시판을 통해 "서바이벌 프로라는 것을 알면서 출연했으면서 (결과에) 불복하는 것이 어이없다.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 떨어지면 방송 안하겠다는 건가" "프로 의식이 부족했다"고 비판을 쏟아냈다. '나는 가수다'는 6일 첫 방송이 나간 직후부터 "노래를 평가하는 프로인데 노래 중간에 인터뷰로 노래의 감흥을 끊어놓아 프로그램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이새샘기자 iamsam@donga.com}

    • 2011-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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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BS ‘장자연편지 오보’ 보도본부장 등 중징계

    SBS는 18일 ‘고 장자연 씨 가짜 편지’ 오보(誤報)의 책임을 물어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 사회부장을 중징계했다고 밝혔다. SBS는 이날 홈페이지에 최금락 보도본부장 명의로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공지를 띄우고 “보도국장과 사회부장을 징계하고 전보 조치했다. 보도본부장인 저도 중징계를 받았다”고 전했다. SBS는 “이는 사실 확인과 보도를 기본으로 하는 언론의 원칙과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깊은 반성에 따른 것”이라며 “SBS는 이번 보도로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 많은 분들께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SBS는 6일 ‘8뉴스’에서 장자연 씨가 연예기획사와 제작사, 대기업 관계자 등 31명을 100번 넘게 접대했다고 밝힌 자필편지 50여 통을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16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문제의 편지가 가짜라고 발표하자 ‘8뉴스’에서 오보에 대해 사과 방송을 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1-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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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현대무용 유망주들 장르 넘나드는 몸짓

    3월 중순부터 4월 초 현대무용 신작 14개가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국립현대무용단과 한국공연예술센터의 안무가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제작된 공연들이다. 한국공연예술센터는 ‘2011 한팩 라이징스타’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한 김보람 홍경화(17, 18일), 김설리 안영준(20, 21일), 심새인 김성훈(23, 24일), 이동원 이현범 씨(26, 27일)의 신작을 서울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 올린다. 모두 최근 1, 2년 사이 국내 국제무대에서 안무가상을 수상하며 주목받기 시작한 신진 안무가다. 국립현대무용단은 지난해 11월부터 ‘안무가 베이스캠프’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밝넝쿨 김성용(26, 27일), 최경실 정영두(29, 30일), 김남진 이태상 씨(4월 2, 3일)가 새 작품을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선보인다. ‘라이징스타’에 참여한 안무가들보다 오랫동안 작품활동을 해온, 비교적 인지도가 높은 중진급 안무가들이다. 이들 중 다른 장르에서 출발해 안무가로 변신한 사람도 여럿 있다. ‘터치 시즌 1-플랑크 타임’을 선보이는 김보람 씨는 엄정화 이정현 등의 백댄서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김남진 씨와 정영두 씨는 연극계에 먼저 몸담았다. 김 씨는 청년실업 문제를 요가와 애크러배틱, 연극적 요소를 도입해 표현한 ‘똥개’를 안무했다. 정 씨는 이집트 신화를 소재로 한 ‘시간은 두 자매가 사는 서쪽 마을에서 멈추었다’를 선보인다. 미술과 공간디자인 등 다른 장르와의 협업도 눈에 띈다. 홍경화 씨의 ‘오래된 미래’는 화가 오지용 씨가 직접 무대에 등장해 붓의 움직임을 무용으로 표현한다. 안무가 베이스캠프: 1만, 1만5000원. 02-3472-1420. 한팩 라이징스타: 1만 원. 02-3668-0008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1-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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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BS “장자연 편지 오보 사과”

    SBS는 16일 ‘8뉴스’에서 “충실한 확인 과정을 거쳐 장자연 씨가 썼다는 편지 내용을 보도했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친필이 아니라고 판정한 만큼 일단 이 결론을 수용하기로 했다”며 “결과적으로 사실과 다른 보도를 한 데 대해 시청자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보도 경위에 대해 SBS는 올해 초 장 씨가 남긴 편지가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뒤 취재한 결과 편지의 사본이 수원지법 성남지원 장 씨 소속 기획사 사장 김 모 씨 사건 담당 재판부에 탄원서 형식으로 제출된 사실을 파악하고 문건을 입수했다고 설명했다. SBS는 이를 토대로 △지난달 말 법원 촉탁을 받은 공인 문서감정가에게 편지의 필적 감정을 의뢰해 장 씨의 필적으로 추정된다는 결과를 얻었고 △편지를 보관해 온 전모 씨의 가족과 접촉해 ‘연예인 친구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진술을 확보해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수사기관이 아닌 언론사로서의 한계 때문에 국과수의 감정 결과를 일단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결과적으로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고 장자연 씨의 유족들에게 심적 고통을 안겨준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보도 말미에는 “편지의 진위와는 별개로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는 장 씨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SBS는 6일 ‘8뉴스’에서 장 씨가 연예기획사와 제작사, 대기업 관계자 등 31명을 100번 넘게 접대했다고 밝힌 자필 편지 50여 통을 입수했다고 보도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1-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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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V 인기프로 분석해보니…

    #상황 1 부하직원 결혼식장에 가족을 데리고 온 과장신랑: 오셨어요? 부조 얼마 하셨어요?직장상사: 5만 원 했어.신랑: 5만 원? 여기 뷔페가 4만5000원인데 사모님에다가 애를 둘씩이나 데리고 오신 거예요?직장상사: 가족들 외식도 시키고 뽕도 뺄 겸 줄줄이 데리고 왔지.신랑: 그래도 10만 원은 하셨어야죠. 해도 해도 너무하셨다.직장상사: 10만 원 낼 거면 여긴 왜 왔겠어. 싼 맛에 가족 외식하려고 왔는데.#상황 2 직장 회식 자리과장: 자, 메뉴 골라 봐.여직원: 어머, 됐어요. 어차피 과장님 먹고 싶은 것 드실 거잖아요.과장: 그래도 회식인데 너희가 고르는 척이라도 해봐.일동: 꽃등심 먹을까? 꽃등심이요!과장: 여기 삼겹살 주세요! 케이블 채널 tvN ‘롤러코스터’의 새 코너 ‘만약에 극장’에 나온 에피소드다. ‘모두가 사실만을 얘기하는 곳’을 표방한 이 코너는 일상생활에서 겪게 되는 다양한 상황에서 위선이나 예의바름을 벗고 속말 그대로 내뱉는 사람들을 보여주며 웃음을 유발한다. 친구 결혼식에 하객으로 가서 “어머, 너 드레스 너무 조잡하다”라고 인사말을 건네고, 신부는 친구에게 “그래, 너도 시집가야지. 나보다 좋은 데로는 가지 마” 한다. 올해 신년 특집으로 방송됐다가 시청자들의 호응에 힘입어 정규 코너로 편성됐다. 한동안 TV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출연진들이 ‘누가 더 독한가’ 내기라도 하듯 서로 헐뜯고 상처 주는 말을 주고받는 독설화법이 유행했다. 이에 비해 최근 예능 프로나 드라마에서는 상대방을 공격하지 않으면서도 속마음을 숨김없이 드러내며 시청자들의 공감과 웃음을 끌어내는 직설화법이 인기다. ‘롤러코스터’는 두 사람 사이의 싸움을 게임 중계하듯 보여주는 ‘속타 그래 붙어’도 신설했다. 명품 가방을 놓고 다투는 자매, 짝사랑하는 선배를 놓고 다투는 대학 동기 등이 등장한다.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남녀탐구생활’처럼 일상생활 속 사람들의 속마음을 소재로 하는 코너이다. KBS 2TV ‘개그콘서트’의 ‘두 분 토론’에서 남하당 대표 박영진은 ‘알파걸’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여권이 신장된 현실이 내심 못마땅한, ‘보수 세력’을 대변하는 직설로 웃음을 유발한다. “우리 때 여자가 외출할 수 있었던 것은 쫓겨날 때밖에 없었어” “(뒤늦게 제사 지내러 온 며느리에게 시어머니가) 뭐하기는! 다 해야지!” 하는 식이다. “여자들 말이야, 귀에다 대고 한다는 소리가 뭐? 이건 비밀인데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그럼 너도 말하지 마! 비밀이라면서 다 떠들고 있어!” 하거나 “여자들 말이야, 온라인 쇼핑몰 사진을 자연스럽게 찍겠다고 뭐? 파파라치 컷? 이게 어디 몰래 찍힌 거야, 연기한 거 다 티나!” 하는 대목에선 여자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을 터뜨리게 된다. SBS 드라마 ‘시크릿가든’ 종영 후에도 다른 예능 프로나 CF에서 되풀이 ‘인용’되는 대목 중 하나도 주인공인 백화점 사장 김주원(현빈)의 직설적인 대사들이다. “사회 지도층의 윤리란 이런 거야. 나 가정교육 이렇게 받았어” “내 목소리 기억 안 나요? 기억 안 날 목소리가 아닌데?” 등이다. 독설과 달리 듣는 이를 불편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화제를 모을 수 있다는 점도 직설의 장점이다. SBS ‘강심장’에서 연기자 박한별이 “평소 트림을 못해 방귀를 두 배로 뀐다”고 털어놓거나 ‘신화’의 김동완이 “이수만 사장님에게 코를 ‘선물’로 받았다”고 밝혔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롤러코스터의 김경훈 PD는 “요즘 예능 프로들을 보면 혼자 꾹 참고 있던 얘기를 방송에서 화끈하게 보여줌으로써 ‘나만 그런가’ 하고 가렵게 생각했던 부분을 확실하게 긁어주는 경우가 자주 눈에 띈다. 시청자들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직설 콘셉트를 계속 유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1-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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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東日本 대지진]누리꾼들 “더이상 희생 없길…” 위로 물결

    “나라를 떠나 거대한 자연 앞에 작은 인간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부디 더 이상의 희생이 없기만을 바랍니다.”(ID everafter) 국내 누리꾼들은 미증유의 참사를 겪은 일본과 일본 국민에 대해 성숙한 태도로 아픔을 같이했다. 과거 역사에 대한 감정을 참지 못한 일부 누리꾼들의 부적절한 언행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누리꾼들은 차분한 자세로 사태를 지켜보며 작은 도움이라도 함께하기를 기원했다. 13일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커뮤니티 등에는 독도 분쟁, 일제강점기 위안부 강제동원 등의 문제를 둘러싼 반일 감정 대신 위로의 메시지가 줄을 이었다. ID ‘가을우체국’은 “국내에서 큰 사고가 날 때 걱정해주고 함께 울어주는 일본 사람들을 많이 봤다”며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잘 해결되기만을 바란다”고 말했다. 한 포털사이트에서는 ‘일본 지진 피해자들을 돕자’며 모금이 진행 중이다. 일본을 공격하는 일부 누리꾼에 대한 따끔한 비판과 지적도 이어졌다. ID ‘소금인형’은 일부 누리꾼이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하니까 벌 받은 것’(ID ggg)이라는 식의 반일 감정을 게재하자 “갑작스러운 재앙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 나라에 과거 문제로 상처를 더 주는 게 합당한가”라며 자성의 글을 올렸다. 일부 언론이 일본 지진을 보도하며 ‘일본 침몰’과 같은 표현을 사용한 것을 놓고도 누리꾼들은 ‘예의도 없고 재미도 없다’, ‘지나치게 자극적이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ID ‘AndEnd’은 “일본인들이 이 문구 때문에 한국에 반감을 가진다는 글을 봤다. 위로하고 걱정하지는 못할망정 호들갑 떨고 과장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센다이(仙臺) 시와 자매결연한 광주시의 강운태 시장은 12일 센다이 시 오쿠야마 에미코 시장에게 위로 전문을 보냈다. 광주시는 정부 부처와 협의해 피해 상황을 확인한 후 119구조대 파견과 구호물품 지원도 검토하기로 했다. 김진 기자 holyjjin@donga.com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김권 기자 goqud@donga.com}

    • 2011-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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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마 ‘시크릿 가든’ ‘싸인’ ‘마이더스’ 등 개성 연기로 뜬 김성오

    “나 사람 안 죽였어…. 오늘은.” 그가 이 대사를 던지며 혀를 날름거리자 드라마의 시청률도 놀라 뛰었다. 최근 종영한 SBS ‘싸인’의 16회는 그의 호연에 힘입어 처음으로 시청률 20%를 넘겼다. 망치로 무차별 살인을 하는 연쇄살인범 이호진 역의 김성오(33·사진) 얘기다. 잔인한 장기밀매업자 종석(영화 ‘아저씨’), 악덕 사채업자 차부철(‘자이언트’), 어리바리 김비서(‘시크릿가든’), ‘싸인’의 이호진에 이어 ‘마이더스’의 건달 김도철까지, 숨 가쁘게 달려온 그는 어느새 ‘문밖을 나서면 사람들이 몰려와 카메라를 들이대는’ 배우가 됐다. 12일 오후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그는 이렇게 뜨기 전까진 “안 해본 게 없다”고 했다. “대리운전도 해봤고, 이것저것 물건도 팔아봤고요. 통장 잔액이 바닥을 보이면 인터넷 검색해서 되는 대로 돈을 버는 거죠.” 무명 생활은 길었다. 2000년 연극에 처음 출연한 뒤 2009년 SBS 공채 탤런트가 되기까지 “돈을 받기보다는 내 돈을 써가며” 활동했다. 연한 갈색 눈동자에 흰 피부, 뾰족한 턱. 스스로 “도롱뇽을 닮았다”고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로 독특한 외모는 처음엔 단점이었다. “한번은 영화 오디션을 봤는데 조감독이 저보고 ‘성오 씨는 캐스팅하면 CG값이 더 들겠어’라고 하는 거예요. 제 눈동자를 까맣게 칠해야 한다는 거죠.” 그가 연기를 하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다소 엉뚱하다. “군대 있을 때 내가 연기자가 될 수 있을지 실험을 자주 했어요. ‘여기서 갑자기 쓰러지면 어떻게 반응할까’ ‘내가 이렇게 말하면 믿을까’…. 한번은 군대 웅변대회에서 순전히 꾸며낸 내용으로 웅변을 해서 1등을 했어요. 눈물도 흘려가면서 연기한건데 사람들이 ‘감동받았다’며 박수를 쳐 주더라고요. 그때 ‘아, 가능성이 있구나’라고 생각했죠.” 이런 엉뚱함은 그가 배역을 맡을 때마다 발휘해온 상상력과 맞닿아 있다. 희곡 몇 편을 써서 미니 홈피에 올려두기도 했다. ‘김비서’ 캐릭터도 그가 만들어낸 것이다. “원래 김비서는 ‘사무실 벽’ 같은 존재였어요. 1, 2회 대본을 보니 ‘결재해 주십시오’ 같은 한 줄 대사만 있더라고요. 사장 김주원이 이렇게 까칠한데 저까지 흔히 보이는 비서들처럼 철두철미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좀 허술하게, 머리도 바가지 머리로 자르고 제 생각대로 연기했는데 조금씩 대본 분량이 늘어나는 걸 보고 ‘아, 작가님도 내가 연기하는 캐릭터를 인정해 주셨구나’라고 생각했죠.” 어릴 때 심형래 주연의 ‘우뢰매’를 좋아했다는 그는 마이더스에서는 김비서와는 또 다른 까불대는 건달 연기를 보여줄 예정이다. “연기를 시작하던 시절, 남들이 의사, 판검사 되기까지 10년씩 걸리는 것처럼 나도 배우가 되기 위해 내 인생을 투자하는 거다, 그러다가 금맥이 터지면 대박이 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명품 조연’의 대열에 올라 현빈과 나란히 CF에도 출연했으니 이젠 대박이 난 걸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까지 보여드린 건 10% 정도밖에 안 돼요. 제가 누군가가 되는, 캐릭터가 강렬한 역할만 맡아 왔잖아요. 이제는 제 안에 있는 뭔가를 끄집어낼 수 있는 역을 맡고 싶어요. 그러면 배우로서도 조금 더 발전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1-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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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자 다이제스트]쥐들의 세계에도 노예제도가 있다고?

    1996년 출간됐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에 230개 이상의 새 항목을 추가한 ‘확장판’ 백과사전이다. 소설가인 저자가 30년 이상 수집해온 각종 지식과 영감을 불어넣은 이야기들을 담았다. 쥐들의 세계에 존재하는 노예제도, 억지 주장을 납득시키는 방법, 검투사들이 실은 날렵하지 않고 뚱뚱했다는 사실…. 문학과 과학, 인류학, 심리학, 전설, 신화, 연금술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한다. 저자가 써온 작품의 실마리가 되는 내용도 발견할 수 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1-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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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별빛, 환상을 토해내다

    3D 영상과 결합한 무용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19, 20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늘휘무용단 창단 15주년 기념공연 ‘하늘의 미소’다. 이 작품은 ‘별들의 강’ ‘하늘의 나침반’ ‘마음연못’ ‘달은 별을 낳고’ 등 4개 장으로 구성됐다. 별을 품고 흐르는 은하수의 모습, 구름 뒤에 숨겨진 달, 다양한 별자리 모양 등 시시각각 다른 표정을 보여주는 하늘을 무용수들의 움직임으로 표현했다. 입체 영상이 주로 등장하는 부분은 4장 ‘달은 별을 낳고’다. 프로젝터 여러 대를 동원해 배경막과 무대 좌우, 바닥 등 무대 네 면과 일부 관객석까지 달에서 별이 태어나고, 이 별이 하늘에서 쏟아지는 영상을 비춘다. 영상 제작을 맡은 최유미 이화여대 영상미디어학부 교수는 “관객들의 머리 위로 별이 쏟아지는 듯한 환상적 장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3장까지는 주로 배경막에 영상을 비춘다. 배경막에 비춘 별이나 별자리의 영상이 무용수의 동작과 함께 움직여 별과 무용수가 대화하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했다. 1장에서 별이 하나씩 밤하늘에 떠오를 때마다 무용수가 무대에 등장한다. 2장에서는 무용수 한명 한명이 카시오페이아나 북극성 등 별자리를 상징하는 움직임을 보이면 영상도 이와 함께 움직인다. 안무와 총감독을 맡은 김명숙 이화여대 무용과 교수는 “영상과 음악, 안무가 함께 가는 작품이다. 한국무용을 기본으로 하되 현대적 느낌이 나오도록 안무했다”고 설명했다. 극작가 이강백 씨는 2001년 늘휘무용단 ‘움직이는 산’의 대본을 쓴 뒤 10년 만에 ‘하늘의 미소’의 대본을 맡았다. 이 씨는 올해 1월 직접 무용수들에게 대본 지도를 하기도 했다.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 연극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쟁이’ 등 다양한 분야의 음악을 맡아온 작곡가 김태근 씨가 공연시간 70분에 맞춰 음악을 작곡했다. 조명 디자인은 이상봉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가 맡았다. 3만∼5만 원. 02-2005-0114, 02-3277-2590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1-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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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유니버설발레단 ‘돈키호테’ 주연, “연습하다 죽는구나 싶었죠”

    8일 오후 서울 광진구 능동 유니버설발레단 연습실. ‘돈키호테’ 3막 연습이 진행 중이었다. 키트리와 바질의 2인무에서 다시 솔로로, 쉴 새 없이 주역 무용수의 춤이 이어지는 대목이다. 바질 역을 맡은 이동탁 씨의 팔에는 부상 때문에 근육을 고정시키는 밴드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점프와 턴이 이어지는 고난도 춤동작을 연달아 연습하던 키트리 역의 한서혜 씨는 “다리가 말을 안 듣는다. 도저히 뛰어지지가 않는다”며 무릎을 짚은 채 숨을 몰아쉬었다. 1988년생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25∼28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되는 유니버설발레단의 ‘돈키호테’에서 주역 커플로 첫 호흡을 맞춘다. 바질-키트리 역을 돌아가며 맡는 여섯 커플 중 최연소다. ‘백조의 호수’와 ‘심청’으로 먼저 주역 데뷔한 한 씨는 빠른 습득력과 뛰어난 기술이 장점으로 꼽힌다. 전막발레 주역을 처음 맡은 이 씨는 탄탄한 기본기와 깔끔한 상체 동작이 장점이다. “‘백조의 호수’ 때도 힘들었지만 이번이 더 힘든 것 같아요. ‘돈키호테’는 ‘이러다 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니까요. 저만의 키트리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도 있고요.”(한 씨) “바질 역은 처음 ‘발레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준 역할이에요. 연습하느라 정신이 없고 부담도 느끼지만 그래도 행복해요.”(이 씨) 한 씨가 한국예술종합학교 2년 선배이고 입단도 1년 앞서지만 두 사람은 학창시절부터 동갑 친구로 지냈다. 한 씨는 “동탁이가 ‘너랑은 부끄러울 것도 없다’고 한다. 어린 연인인 키트리랑 바질은 서로 티격태격하는 장면이 많은데 거리낌 없이 연기할 수 있어서 편하다”고 했다. 두 사람이 가진 또 하나의 공통점은 발레 외의 다른 길을 잠시 걸어보았다는 것. 한 씨는 초등학교 2학년까지 수영선수를 꿈꿨지만 발레 교사인 어머니의 영향에다 예쁜 발레복에도 마음이 끌려 3학년 때 발레를 시작했다. 무술을 배우다 발레로 전향한 이 씨는 복싱을 배우다 호기심에 발레를 배운 빌리 엘리엇을 연상시킨다. “초등학교 6학년 교실 뒤에서 여자애들이 다리 찢는 걸 보고 호기심이 생겨 제 발로 발레학원을 찾아갔어요. 중학교 때 무아이타이(태국 무술)를 배우며 발레를 그만뒀는데 계속 발레 생각이 났어요. 학원 선생님도 전화하셔서 다시 하라고 하시고…. 시험을 보고 선화예고로 진학해서 발레를 계속하게 됐죠.” ‘돈키호테’에서 힘든 점을 물었을 때도 똑같은 대답이 나왔다. “쉽게 보이는 동작들이 오히려 더 어려워요. 턴이나 점프나, 테크닉이 필요한 동작들은 되는데…. 요령이나 경험이 없어서 그런가 봐요. 체력이 달리는 것도 문제예요.” 역할이 다른 만큼 미묘한 신경전도 벌어진다. 이 씨가 “바질 역은 다른 고전발레와 달리 왕자 역할이 아니라서 좋다. 다양한 연기도 선보일 수 있고 멋있는 척도 많이 하고 재미있는 캐릭터다”라고 하자 한 씨가 바로 말을 이었다. “전 좀 억울해요. 1막에서 키트리가 열심히 춤추고 있을 때 바질은 옆에서 기타 치면서 멋있는 척 연기만 하거든요. 키트리가 괜히 부채를 들고 있는 게 아니에요. 힘들어하는 표정 가리고, 땀나는 거 식히기도 하고….” ‘한쪽에 맞추는 게 아니라 함께 무대를 만들어나간다는 느낌이 좋다’는 둘에게 무대에 서는 각오를 물었다. “(출연자 여섯 커플 중에서) 제일 젊잖아요. 그러니까 저희들의 패기로 무대를 확….” 이 씨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한 씨가 한마디 던졌다. “제일 젊은 게 아니라 어린 거지. 경험이 부족한 만큼 선생님들이 가르쳐주시는 대로 열심히 해야죠, 열심히.”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1-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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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사]MBC 外

    ◇MBC △브라질 상파울루 남미특파원 정길화 ◇조선일보 △뉴미디어실 부실장 겸 전략기획마케팅팀장 방정오 △개발운영팀장 이석기 ◇경향신문 △정치부장 이기수 △경제〃 김종훈 △문화〃 양권모 △문화부 선임기자 문학수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실장 이사대우 정규재 △기획조정실장 〃 이봉구 △관리국장 〃 권해근 △심의실장 겸 논설위원 추창근 △경제교육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고광철 ◇출판저널문화미디어 △대표이사 정윤희}

    • 2011-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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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교개혁 발상지를 가다]루터와 비텐베르크城 교회

    《1517년 교황의 면죄부를 비판하는 95개 논제를 발표하면서 종교개혁의 불을 지핀 마르틴 루터. 그 종교개혁의 정신이 면면히 흘러온 지 약 500년. 그러나 한국의 종교계는 소란스러움이 그치지 않고 있다. 루터의 독일, 장 칼뱅의 스위스 등 종교개혁의 정신이 남아 있는 유럽을 찾아 종교의 근본정신을 되짚어보는 기사를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5일 독일 비텐베르크 성 교회. 옛 동독 지역인 라이프치히에서 차량으로 1시간 남짓 떨어진 이곳은 종교개혁의 대명사 마르틴 루터(1483∼1546)로 기억되는 도시다. 쌀쌀한 날씨 속에 교회 앞에 있던 서너 명이 검은색 동판을 가리키며 다소 들뜬 표정으로 사진을 찍었다. 기독교를, 나아가 세계사를 바꾼 것으로 평가받는 루터의 95개항 논제를 새긴 동판이다. 1517년 10월 31일 그는 면죄부 판매 등으로 극심한 타락에 빠진 로마 교황청을 향해 “참된 참회가 이루어졌다고 느끼는 모든 그리스도인은 예외 없이 면죄부가 없어도 그에게 부여되는 형벌과 죄책으로부터 완전한 용서를 받는다”고 외쳤다. 본인은 물론이고 연옥에 빠진 부모를 천국으로 이주시킬 수 있다는 ‘초강력 면죄부’마저 나돌던 때였다. 루터의 출생부터 죽음까지, 그의 자취를 따라 종교개혁의 이면을 취재했다.○ “루터도 예상하지 못했다” 종교사적 중요성에 비하면 오히려 단출해 보이는 교회 바닥에는 루터의 무덤이 있다. 이곳에서 만난 루터교회 신자 하이디 투블러 씨(24·남아프리카공화국)는 “루터는 인류에 종교의 자유를 안겨준 용기 있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은퇴 목사로 이곳을 안내하고 있는 벤하르트 구울 씨(75)는 “매년 20만 명 이상이 이곳을 찾는다. 이 교회야말로 루터로 상징되는 종교개혁의 시발점”이라고 말했다. 법학을 공부하다 신학으로 길을 바꾼 34세의 시골 신부는 세상을 지배하던 교황청을 상대로 계란으로 바위를 친다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렇다면 루터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이 논제들을 교회에 붙인 것이 전면적인 투쟁의 신호는 아니었다. 취재를 동행한 프랑크푸르트 근교 슈발바흐 성령교회 신국일 목사(56)는 “논제를 교회에 붙이는 것은 ‘한번 토론해 보자’는 당시 관행”이라며 “어쩌면 루터 스스로도 95개 논제가 거대한 종교개혁의 불씨가 될 줄은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은 그의 주장을, 당시로서는 너무나 빠르게 유럽 전역으로 전파했다. 신앙의 개혁을 주장하는 이 종이들은 교회 중심의 세계를 흔드는 폭탄이 됐고, 어쩔 수 없이 그는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됐다.○ 번개 속의 서원(誓願)과 탑의 깨달음 루터는 절대적인 힘을 지닌 교회와의 싸움을 이끈 인물답지 않게 심약했다. 신부가 된 계기도 그랬다. 가족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폭우를 만난 그는 번개가 바로 옆을 때리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살려준다면 수도사가 되겠다’고 맹세했다. 6일 찾은 에르푸르트 아우구스틴 수도원. 수도사 루터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수도사들에게는 자기 소유의 공간이 허락되지 않았다. 금욕적 생활을 위해 하루에 두 번 맥주와 빵 한 조각만 주어졌다. 번개, 즉 죽음에 대한 체험적 공포로 인해 인생을 바꾼 그는 이 시기에 하나님이 행하는 ‘의(義)’, 즉 심판하는 하나님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공포에 시달렸다. 그러던 중 1513∼1515년 수도원 탑의 한 방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고 그는 고백했다. “한번은 내가 이 탑 속에서 ‘의인은 그의 믿음으로 살 것이다’라는 말씀과 ‘하나님의 의’에 대해 깊이 묵상했을 때, 곧 이런 생각이 들었다…하나님의 의는 우리가 그리스도를 통해 의롭게 되고 구원을 받는다는 사실에 그 본질이 있다.” 그는 1532년 ‘탁상담화’를 통해 무섭게 심판하는 하나님이 아니라 용납하고 사랑하는 하나님으로 이해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가 종교개혁의 십자가를 지게 된 신앙적 이유다. 그의 삶은 오직 ‘하나님의 말씀으로’라는 명제를 따랐다. 자신의 신학적 믿음을 회개와 반성으로 다지는 삶의 연속이었다. 교회의 물질화와 권력화로 세상의 염려를 받고 있는 오늘날 한국 개신교계가 돌아봐야 할 개신교 신앙의 원형이다.○ 주여, 나를 도우소서! 루터에 앞서 보헤미아에는 종교개혁을 주장하다 화형당한 얀 후스(1369∼1415)가 있었다. 공교롭게도 그는 마지막 순간 “거위는 죽지만 100년 뒤에는 백조가 난다”는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후스라는 이름의 어원이 거위이고, 100여 년 뒤 95개 논제를 주장한 루터는 백조라는 해석이 나온다. 아이슬레벤의 루터 생가에도 이 관계를 암시하는 상징물이 전시돼 있다. 1520년 6월 파문 칙서를 받은 루터는 이듬해 4월 신성로마제국의 보름스 제국회의에 출석한다. 여기서도 그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기다리는 것은 종교적 죽음에 이어 법률로부터도 보호받을 수 없는 세속적인 죽음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루터는 후스와 달리 교황권에 맞서던 제후들의 이해관계에 따른 도움으로 종교개혁을 주도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많은 제후가 모여 루터의 말에 귀를 기울였을 터이지만 현재의 보름스에서는 그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다. 작은 표지석만 남아 있었다. 하루의 시간을 달라고 요청한 뒤 남긴 그의 말은 500년 가까운 세월을 뛰어넘어 요즘에도 유효하다. “저는 어떠한 것도 취소할 수 없으며 할 의지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양심에 반해 행동하는 것은 불확실한 것이며 구원을 위협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주여, 나를 도우소서, 아멘.”비텐베르크·에르푸르트·아이슬레벤=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1-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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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빈-송혜교 올해초 결별”

    29세 동갑내기 배우 현빈 씨와 송혜교 씨가 올해 초 결별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빈 씨와 송 씨의 소속사인 에이엠엔터테인먼트와 이든나인은 8일 “두 사람이 각자 바쁘게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소원해졌다. 올해 초 협의하에 결별이라는 선택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결별 소식이 늦게 알려진 데 대해서는 “대중의 관심이 작품이 아닌 결별에 쏠리는 것을 원치 않았고, 현빈 씨의 군 입대 전 개인적인 문제가 (배우로서의) 활동에 영향을 주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2011-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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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사]한경대

    ◇한경대 △바이오정보기술대학원장 겸 산업대학원장 류호상 △농업생명과학대학장 황한철 △이공대학장 최동욱 △인문사회과학대학장 현혜경 △교무처장 김동연 △학생처장 황성구 △기획처장 김상훈 △산학협력단장 이학교 △중앙도서관장 강근옥 △대학원 교학부장 황수연}

    • 2011-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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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봄동김치를 씹은 듯… 풋풋한 일상의 몸짓들

    새로운 무용 작품, 특히 현대무용 작품을 볼 때 관객은 새로운 움직임을 만나길 기대한다. 5, 6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른 LDP무용단 정기공연은 일상의 동작이나 자연의 움직임이 어떻게 무용으로 발효되는지를 보여주었다. 조지영 씨의 ‘지 스트링’, 김한수 씨의 ‘미로’, 차진엽 씨의 ‘화이트 크로’, 이인수 씨의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은 발효음식으로 치면 갓 담근 김치의 생생한 맛이 느껴지는 재기발랄한 작품들이었다. 차 씨의 작품은 제목에 등장하는 까마귀(크로)의 움직임을 모티브로 했다. 고전발레 ‘백조의 호수’에서부터 새의 날갯짓은 오랫동안 무용의 소재가 돼 왔지만 ‘화이트 크로’의 날갯짓은 좀 더 기괴하고 우스꽝스러웠다. 특히 차 씨가 직접 흰 까마귀가 돼 양팔을 벌린 채 꿈틀거리거나, 몸을 뒤틀며 걸어 나가는 동작은 팔다리가 긴 탄탄한 근육질의 체형에 힘입어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흰 까마귀를 조롱하던 검은 까마귀들이 ‘백조의 호수’ 속 왕자의 독무나 백조들의 군무를 패러디하는 장면에서는 고전을 비튼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공을 던지고 받는 단순한 팬터마임을 점차 확장해 춤동작으로 발전시킨 작품. 교복 입은 여학생, 양복 입은 남자, 목이 늘어난 티셔츠를 입은 백수 등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인간군상이 등장했다. 공은 때로 커졌다가 작아지기도, 천천히 날아오다 빨리 날아오기도 했고 이에 따라 무용수들의 동작 역시 다양하게 변화했다. 끊임없이 허공을 뭉쳐 손 안에 가두고, 이를 던지고 받는 안무는 잃어버린 것에 집착하는 인간 모습을 표현하는 작품의 주제와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지 스트링’과 ‘미로’는 안무의 완결성이나 이를 무대에서 구현하는 연출 능력 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지 스트링’은 ‘끈’ 혹은 ‘선’이라는 뜻을 가진 제목처럼 무용수들이 손을 잡고 한 줄로 이어진 채 엉켰다 풀어지는 동작을 반복했다. 그러나 무대 전체를 넓게 사용하지 않아 관객에게 동작 자체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미로’는 일사불란한 무용수들의 호흡이 돋보였지만 힙합댄스에서 가져온 동작은 기시감이 느껴졌고, 평면적인 무대 사용도 아쉬움을 남겼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1-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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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새샘 기자의 고양이끼고 드라마]MBC 드라마 ‘짝패’

    《달빛이 괴괴한 어느 날 밤, 태어나 처음으로 자신을 알아주는 스승을 만난 거지 아이가 마을 뒷산으로 뛰어올라 가 주먹을 불끈 쥐며 외친다. “두고 보아라, 나는 글을 배워 세상을 이롭게 하는 참선비가 될 것이다!” MBC 드라마 ‘짝패’ 3회, 거지 움막에서 거지패로 자란 천둥(노영학)은 마을 훈장 성 초시(강신일)에게 글을 배우면서 원대한 포부를 갖는다. 여기서 질문. 이 장면에서 진한 감동을 받았(또는 받겠)는가?》 그랬다면 당신은 1970년대 감수성의 소유자다. 2000년대 감수성이라면 코웃음을 쳤을 것이다. “고작 글 배우는 걸로 세상을 이롭게 하겠다고?”라며. 이 드라마는 경쟁작인 KBS2의 ‘드림하이’가 끝나자마자 시청률 20%를 넘기며(수도권·AGB닐슨미디어 기준) 월화드라마 시청률 순위 1위로 뛰어올랐다. 사실 드라마로서 새로울 것은 없다. 출생의 비밀이라는 닳고 닳은 소재부터 그렇다. 운명이 엇갈린 두 남자 주인공을 내세웠다는 점도 지난해 화제작인 KBS2 ‘추노’를 떠올리게 한다. 그 대신 ‘짝패’는 제 신분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 이들의 이야기를 촘촘히 펼쳐놓는다. 우여곡절 끝에 갓난쟁이 시절부터 거지가 된 주인공 천둥은 악착같이 글을 배운다. 여주인공 동녀(전세연)는 본디 성 초시의 딸인데 아버지가 민란 주모자라는 누명을 쓰고 죽자 기생집에 팔려갈 위기에 처한다. 미드나 일드에서는 이렇게 등장인물의 신분이 널뛰는 설정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 ‘신분 상승의 욕망’은 한국 드라마의 영원한 클리셰다. ‘짝패’는 이를 다시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그렇기에 이 드라마, 19세기 말 조선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21세기 한국 사회를 닮았다. 천둥의 인생역정부터 한국의 현대사를 압축해놓은 듯하다. 그의 어린 시절은 아버지 세대에 신문에 등장했던 누군가의 성공담과 비슷하다. 찬물로 주린 배를 채울 정도로 가난하면서도 공부에 대한 집착은 대단하다. 서당에서 흘러나오는 글 읽는 소리를 훔쳐 들으며 글을 배운다. “거지 주제에 무슨 공부냐”며 타박하는 사람들을 피해 귀신이 나온다는 산속 상엿집에서 몰래 글을 읽는다. 율곡 이이의 ‘성학집요’ 첫머리를 무심코 모래바닥에 끼적일 정도로 실력을 쌓는데 글을 배우는 이유는 단 하나, 세상이 자신을 알아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부로 세상을 바꾸려던 천둥의 꿈은 스승인 성 초시가 누명을 쓰고 죽으면서 좌절된다. 천둥은 깨닫는다. 글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는 세상이라는 걸. 이제 그에게 필요한 것은 돈으로 바뀌고, 이 지점에서 드라마는 신분 상승의 수단이 ‘학벌’에서 ‘재력’으로 옮겨간 현대 사회와 만난다. 성 초시가 죽은 뒤 갖바치 집에 들어가 가죽신을 팔면서 상인의 자질을 보이기 시작한 천둥은 어른이 된 후(천정명) 장사꾼으로 변신해 상단의 우두머리 행수가 된다. 어른이 된 동녀(한지혜) 역시 장사를 시작하고 후에 여각(旅閣)의 주인이 된다. 경영대-사회과학대-인문대 순으로 대학 학과 선호도 순위가 매겨지는, ‘어느 대학 나왔느냐’보다 ‘연봉 얼마 받느냐’가 더 중요해진 요즘 세상과 너무나도 비슷한 설정이다. 재력의 힘에 눈뜨기 시작한 주인공들이 앞으로 분출해낼 신분 상승, 혹은 또 다른 세상에 대한 욕망이 얼마나 많은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끌어 모을까. 궁금하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1-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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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재현 기자의 망연자실]딸 죽인 총기난사범 어떻게 용서가…

    복수는 달콤하다. 아니 그렇게 믿어진다. TV 모니터와 스크린을 보라. 온통 인간 같지 않은 이들에 대한 복수극으로 넘쳐나지 않는가. 특히 영상대국 소리를 듣는 대한민국의 스크린은 끔찍할 정도다. ‘올드 보이’를 필두로 한 박찬욱 감독의 복수극 3부작 이후 한국의 스크린은 ‘표현의 자유’란 전가의 보도를 휘두르며 “복수는 나의 것”을 열창하기 바쁘다. ‘추격자’를 거쳐 ‘아저씨’와 ‘악마를 보았다’까지 거의 병적으로 복수에 집착하고 있지 않은가. 도대체 왜 이 지경이 된 걸까. 먹물 좀 든 사람들은 정의에 굶주려서라고 한다. 현실에선 늘 유보되는 정의실현을 사적인 복수극을 통해 대리만족하려 한다는 것이다. 가소로운 소리다. 그럼 과거의 대한민국이 현재의 대한민국보다 정의로웠다는 소리인가. 그보단 정의를 빙자해 복수의 짜릿함을 느끼려는 대중의 금지된 욕망을 묶어둔 봉인이 풀렸다고 봐야 한다. 현대인들이 갈수록 복수를 열망하는 것은 그것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법의 지배가 확립된 근대 이후 사적인 복수는 금지됐다. 법이라는 제3자가 그걸 불충하게 대신해줄 뿐이다. 따라서 ‘나는 욕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이라는 명제는 복수에도 적용된다. 하지만 우리의 병든 스크린이 보여주듯 그 금지된 욕망은 만족을 모른다. 복수는 복수를 부르기 마련이고, 복수의 대상을 잡아먹고 자신까지 잡아먹는 게 바로 복수의 법칙이다. 복수는 정의의 가장 저열한 형태다. 극단 C바이러스의 연극 ‘아미시 프로젝트’(제시카 딕키 작·이현정 연출)는 이렇게 ‘복수 바이러스’가 골수까지 파고든 한국사회에 ‘용서의 백신’이 얼마나 고귀한 것인지를 일깨워 준다. 연극은 2006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의 한 아미시 마을에서 일어난 충격적 실화를 토대로 한다. 사건의 개요는 공연 내내 수없이 반복되는 한 줄 대사로 요약된다. “한 남자가 아미시 학교에 들어가 총을 쐈다.” 그 총기난사로 여섯 살에서 열여섯 살 사이 여학생 다섯이 죽고 범인은 현장에서 자살했다. 선정적 뉴스에 목마른 언론은 흥분한다. 아미시가 누구인가. 해리슨 포드 주연의 영화 ‘위트니스’로 널리 알려진 아미시는 1600년경 유럽의 종교박해를 피해 신대륙으로 피난 온 기독교 재세례파의 분파와 그 신자들을 지칭한다. 이들은 주로 현대문명을 배격하고 농촌공동체의 원형을 지키려는 독특한 생활방식으로 대중적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연극은 사건 자체보다 그 후 아미시 사람들의 대응에 주목한다. 그들은 사건 직후 바로 살해범을 용서한다고 밝히고 살해범의 가족들에게 심심한 애도를 표한다.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연극은 바로 이 부분을 파고든다. 만일 당신의 딸이 저런 만행의 희생양이 됐다면 당신은 그를 용서할 수 있을까. 현대문명을 거부하고 농장에 틀어박혀 지내는 광신도라서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닐까. 원작에선 한 명의 여배우가 그 모든 배역을 소화하지만 한국어 공연에선 일곱 명의 배우가 나온다. 그중 두 명은 만행에 희생된 아미시 소녀이고 나머지 다섯은 우유배달부였던 살인범(지현준)을 포함해 아미시 마을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다. 그들 대부분은 아미시를 철저히 타자(他者)로 바라보는 우리를 대변한다. 공연 내내 아미시 사람들이 직접 나서 해명하는 법이 없다. 20년간 아미시의 친구로 지낸 교수(전정훈)가 길 안내를 맡고, 총격사건에 희생된 안나(정지은)와 벨다(이두리) 자매의 대화를 통해 관객이 스스로 그 의미를 재구성하도록 도울 뿐이다. 그것은 결코 광신이 아니다. 폭력의 악순환을 끊으려고 스스로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가르침을 온몸으로 실천하기 위해 스스로 엄청난 고통과 슬픔을 짊어지려는 거룩한 선택이다. 하지만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그를 이해하게 만드는 존재는 따로 있다. 바로 살해범의 아내 캐럴(구시연)이다.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남편의 범죄로 지독한 죄책감과 자기모멸감에 빠진 그는 자신과 두 아들을 돕기 위해 전국에서 모은 성금을 나눠주는 아미시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상처받은 짐승처럼 이빨을 드러내고, 패악질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다 안나와 벨다의 아버지가 새벽마다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 자식을 잃은 슬픔과 처절하게 씨름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용서가 얼마나 눈물겨운 것인지를 깨닫는다. 연극을 보면서 실로 오랜만에 양 볼이 젖어들었다. 연극이 끝날 무렵 이런 의문이 들었다. 정의의 이름으로 감정적 앙갚음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현대인과 평화를 위해 분노와 슬픔을 자기 안에 갈무리할 줄 아는 아미시 사람들 중에 누가 더 문명인에 가까울까.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i:2만∼3만 원. 4월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더 스테이지. 02-312-9940}

    • 2011-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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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필균씨 베를린무용콩쿠르 금상

    정필균 씨(20·한국예술종합학교 3년·사진)가 제8회 베를린국제무용콩쿠르 현대무용 부문 금상을 수상했다. 한태준 씨(21·한예종 4년)와 강혁 씨(22·〃 3년)는 같은 부문 은상, 윤나라(21·〃 4년), 정성원 씨(22·〃 4년)는 동상을 받았다.}

    • 2011-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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