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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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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 현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이 땅에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정책의 흐름을 정확하고 빠르게 따라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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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24~202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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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일정보보호협정 체결 돌연 연기]정부 “예정대로”→與 “연기”→靑 긴급협의→서명식 취소

    “한일 정보보호협정(GSOMIA) 서명식은 오늘 하지 않는 것으로 됐습니다. 한국 및 일본 외교당국에서 오늘 적절한 시점에 설명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29일 협정 체결 취재를 위해 길을 나서던 일본 도쿄의 특파원들에게 주일 한국대사관으로부터 “e메일을 확인해 달라”는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긴급 공지’라는 제목의 e메일이 전달된 시간은 오후 3시 20분. 4시로 예정된 서명식이 40분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거센 반발에 시달려온 한일 간 첫 군사협정인 정보보호협정 서명식은 이렇게 무기한 연기됐다. 정부는 이날 “국회와 협의한 뒤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급속히 추진력을 잃어버리면서 향후 이 협정의 운명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막판에 갑자기 뒤집힌 방침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한일 간 협정 서명식은 예정대로 진행하는 분위기였다. 일본 각의에서 협정 체결안이 처리됐다는 소식을 접한 주일 대사관은 서명식 준비를 모두 마친 뒤 본부의 최종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울과 도쿄에서는 ‘체결 이후’로 보도 시점을 정한 보도자료와 전문 내용도 미리 배포됐다. 그러나 비슷한 시간, 협정의 강행 처리에 대한 여론이 심상치 않음을 감지한 여당 내에서 급속한 기류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오전 9시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협정 체결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쏟아진 것이다. 원내부대표인 김을동 의원은 “비공개 처리는 정부가 국민 여론을 무시한 것”이라면서 “지도부는 정부가 당과 국회를 무시한 처사를 쉽게 보지 말고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비공개 회의에서 의원들은 적어도 ‘밀실 처리’ 논란 속에 협정이 체결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고 한다. 이어 오전 10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런 우려의 목소리는 더 높아졌다. 오후 2시. 이한구 원내대표는 진영 정책위의장과 만나 “국민 정서와 절차를 고려할 때 협정 체결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이 원내대표는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전화해 협정 유예 및 보류를 촉구했다. “국민 정서에 반하는 문제도 있고, 절차상 급하게 잘 알려지지도 않은 채 체결하는 것은 너무나 부적절하다”며 국회 협의 절차를 거칠 것을 요구했다. 새누리당은 전날까지 김영우 대변인의 서면 논평을 통해 협정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정부를 두둔하는 모양새였다. 하루 만에 태도를 바꾼 것이다.○ 망가져버린 협정, 앞으로 어떻게? 김 장관은 급히 청와대 고위 당국자들과 잇달아 통화를 하고 의견 조율에 들어갔다. 이런 움직임이 전해지면서 외교부는 크게 술렁거렸다. 일부 당국자는 “그렇다고 이제 와서 국가와의 약속을 깰 수는 없지 않느냐. 당연히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다”라면서도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여당까지 가세한 상황에서 정부는 버텨내지 못했다. 정부는 강행 방침을 전격 번복한 뒤 일본 측에 “서명식을 일단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일본 측은 갑작스러운 연기 요청에 몹시 당황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외상은 오후 8시 뒤늦게 상황에 대한 양해를 구하는 김 장관의 전화를 받고 “양측이 긴밀히 협력해 가급적 조기에 협정에 서명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여야 정치권은 국회가 7월 2일 개원하는 만큼 상임위 구성을 마치는 대로 협정의 필요성과 체결 절차의 적절성을 정부에 따져 묻겠다는 방침이다. 7월 9일 본회의를 열어 상임위원장과 위원 배분안을 의결한 직후 외교통상통일위와 국방위에서 현안질의를 할 계획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본회의가 열리면 대정부 질문을 통해서도 이 사안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며 “협정 체결은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해야 하는 만큼 절차적인 문제가 제기됐다면 이를 풀고 가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야당은 절차적 문제뿐만 아니라 협정 체결 자체를 반대하며 거센 정치공세를 예고하고 있어 국회 협의는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날 협정의 완전 철회를 주장하며 “협정 체결은 이완용 같은 매국행위” “이명박 정부는 뼛속까지 친일” 같은 자극적 표현까지 동원해 대정부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 201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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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일정보보호협정 체결 돌연 연기]김태효 기획관이 추진과정 총지휘

    한일 정보보호협정 서명식 50분 전 취소 사태라는 ‘국제적 망신’에 당장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정부는 김황식 국무총리까지 나서 사과했지만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총리는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의 협정 추진이 철저히 국익의 관점에서 추진되었지만 절차상의 문제로 의도하지 않게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드리게 된 점에 대해서는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에 앞서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이날 서명식 취소 결정을 전하며 “일 처리에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는 점을 충분히 유념하고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성환 외교부 장관이 이번 파문에 책임을 져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같은 답변을 반복하며 자세를 낮췄다. 국방부는 하루 만에 말을 바꿔 비난을 자초했다. 고위 당국자는 전날 브리핑에서 ‘여야 정책위의장이 한일 정보보호협정에 찬성했냐’는 질문에 “여당 정책위의장은 전적으로 동의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날 서명식이 취소된 뒤엔 “많은 분이 협정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를 느꼈다는 톤으로 전달하려고 했는데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작 책임을 져야 할 곳은 실무 부처가 아니라 청와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국무회의에서 협정안을 비공개 처리한 것을 비롯해 협정의 강행을 청와대가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외교안보 분야 최종 조언자는 천영우 외교안보수석이지만 이번 사안은 수석급인 김태효 대통령대외전략기획관(사진)이 총괄 지휘했다. 김 기획관은 그동안 이번 협정이 국가 안보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청와대는 진작 ‘6월 말까지 반드시 처리한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한다. 특히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은 협정 체결을 공개리에 추진하면 정치권의 반일감정을 유발해 불발로 끝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물밑 작업을 선호했고, 결국 ‘밀실 처리’ 논란을 키웠다. 서명식 전날 여론이 예상보다 험악해지자 청와대 내에서는 “반대 분위기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얘기가 나왔다. 1차적인 정무 판단에 실패했음을 시인한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청와대 홍보, 정무, 민정, 기획 등 민감한 현안을 다룰 때 머리를 맞대는 인사들도 사안의 민감성과 민심 동향을 파악하지 못했다”며 혀를 찼다. 이에 대해 일부 청와대 당국자는 “우리는 큰 틀의 방향만 잡았고, 세부 실무는 외교부와 국방부가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 안팎에선 이런 식의 논란이 커지면 결국 비판의 칼끝이 이명박 대통령을 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 201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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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일정보보호협정 체결 돌연 연기]서명 50분전… 한일정보보호협정 연기

    정부가 29일 ‘밀실 처리’ 논란 속에 강행하려던 한일 간 첫 군사협정인 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을 전격적으로 연기했다. 국가 간에 약속했던 협정의 서명식을 예정시간 50분 전에 취소하는 사상 유례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국제적인 망신을 초래한 정부 외교안보라인의 책임론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외교통상부 조병제 대변인은 이날 “오후 4시로 예정됐던 한일 정보보호협정 서명은 여야가 19대 국회를 7월 2일 개원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국회와 협의한 뒤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은 새누리당이 ‘협정 체결의 보류 및 유예 요구’를 당론으로 정한 뒤 이를 외교부에 전달한 데 따른 것이다. 여당의 공식 의견이 정부에 전달된 것은 오후 2시, 정부가 협정의 서명식 연기를 최종 결정한 것은 오후 3시 10분경이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협정이 국가안보에 도움이 되려면 먼저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이 점을 일본 측에 설명했고 일본이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일처리가 매끄럽지 못했다는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혼선이 빚어진 점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7월 2일 국회가 개원해 상임위가 구성되면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협정안을 보고할 방침이다.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 과정에서도 협정의 내용과 체결의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한 뒤 다시 서명 절차를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가 26일 국무회의에서 협정안을 비공개로 통과시키며 ‘은폐’ 논란을 자초한 데 이어 여론을 무시하고 강행 처리하려다 여당의 요구에 갑자기 기존 방침을 뒤집은 것은 국가정책 추진 과정의 총체적 부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새누리당도 여론의 눈치를 보다 체결 당일 2시간 전에야 연기를 요구해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민주통합당은 29일 정부의 협정 체결 연기 결정에 대해 “애초부터 잘못된 일이므로 연기가 아니라 완전히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국무총리실을 항의 방문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201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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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 “한국, 원유수입 중단땐 관계 재고”

    이란 정부가 우리나라에 자국의 원유를 계속 수출하기 위해 직접 운송해주겠다고 제안하면서 10억 달러(약 1조1470억 원)의 선박보험 지급보증 조건을 제시했다. 이란은 주한대사에 이어 석유부 장관까지 나서 한국에 원유수입 재개를 압박하고 있다. 29일 외교당국에 따르면 이란 정부는 최근 자국 유조선을 통한 원유 직접운송을 한국에 제안하면서 10억 달러 규모의 선박보험 지급보증을 하겠다고 밝혔다. 유조선이 사고를 당해 선박과 화물,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10억 달러를 내놓겠다는 것이다. 이란 정부가 제시한 10억 달러 지급보증은 유조선 사고 시 보상해야 할 규모로 한국 정부가 예상하는 70억 달러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다. 또 실제 사고가 일어났을 때 이란 정부에 지급보증 이행을 강제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와 관련해 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란 측 제안을 검토 중”이라며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지만 이란 제재국면이 추후 풀릴 때를 대비해 적은 규모라도 이란산 원유를 들여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이란 정부는 미국 및 유럽연합(EU)의 제재로 자국의 원유 재고(在庫)가 쌓이자 한국에 수입을 재개할 것을 강도 높게 요청하고 있다. 아마드 마수미파르 주한 이란대사가 한국산 상품수입 중단 가능성을 내비친 데 이어 28일(현지 시간)에는 로스탐 가세미 석유부 장관이 “한국이 이란산 원유 도입을 완전히 멈추면 한국과의 관계를 재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과 외교관계 단절까지 언급하며 전방위 압박에 나선 것이다. 이는 자신들이 제안한 원유 직접 운송방안을 수용하라는 시위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란 제재를 이끌고 있는 미국의 분위기가 벌써부터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이란 핵개발 반대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시민단체 이란핵반대연합(UANI)은 국내 선박 감정기관인 한국선급에 “이란의 주요 해운회사에 대한 선박감정과 등급부여를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의 서신을 최근 보냈다. 이 요구를 들어주면 이란 유조선은 우리나라 항구에 들어올 수 없게 된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 정부의 반응,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의 부도 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인 해결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201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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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靑 “군사협정 비공개 처리는 日요청 때문”… 여야 “취소해야”

    정부가 ‘밀실 처리’ 논란을 빚은 한일 간 첫 군사협정인 정보보호협정(GSOMIA)을 예정대로 29일 체결하기로 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물론이고 여야 대선주자들을 포함한 정치권도 크게 반발하고 있어 정부의 체결 강행 이후 거센 후폭풍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국무회의에서 비공개로 처리한 이유에 대해 “일본이 자국에서 처리를 마친 뒤 같이 공개하자며 보안을 요청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본에서 아무리 비공개를 요청했더라도 일본도 처리하기 전에 서둘러 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문제점은 여전히 남는다.○ 정부 “이번에 안 하면 어렵다” 외교통상부 조병제 대변인은 28일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내일 협정문에 서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그 계획하에서 움직이고 있다”며 “서명은 일본 도쿄에서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일본 외상과 신각수 주일 대사가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국내 관보 게재 등을 거쳐 양국이 각자 법적 요건을 충족했음을 서면 통보하면 협정이 발효된다. 외교부는 서명 예정일 하루 전인 이날 오전 여론의 동향을 살피며 내부회의를 거듭했다. 국무회의에서 협정안을 비공개 처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론의 비판이 고조되는 것에 당황하면서도 국가 간의 약속을 깨기 어렵고, 이번 시기를 놓치면 협정을 체결하기가 더욱 힘들어진다는 판단에 따라 결국 강행 방침을 정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절차상 문제는 인정하지만 체결의 필요성이나 의미에는 공감하는 의견이 더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과 참여연대, 민노총 등 48개 단체는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협정 체결 중단을 촉구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손학규 상임고문 등 야당 대선주자는 물론이고 여당 대선주자인 정몽준 의원과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도 비난 대열에 가세했다. 정 의원은 “충격적이고 실망스럽다. 시기와 절차에 문제가 있는 협정을 가능하면 취소하고 김황식 총리가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가 뼛속까지 친미로 시작해 뼛속까지 친일로 마무리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야당 “국회 동의 거쳐야” 야당은 협정 체결 전에 반드시 국회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가안위에 관한 중대한 국가 간 협정인 만큼 헌법 제60조에 따라 국회 동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이다. 헌법 제60조는 국회의 체결·비준 동의가 필요한 사항으로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을 포함하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정부가 협정 주체를 국방부에서 외교부로 바꾸고 협정 명칭에서 ‘군사’를 뺀 것은 안전보장에 관한 것임을 은폐하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외교부는 “앞서 24개국과 유사한 협정을 체결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국회 동의가 필요 없다는 법제처의 판단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헌법에 규정된 안전보장 관련 조약은 한미상호방위조약처럼 상대국 군대가 우리 땅에 들어올 수 있는 수준의 조약을 의미한다”며 “초보적 수준의 한일 정보보호협정이 이에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국무회의에서 협정안을 통과시키기 전에 외교부, 국방부 고위 간부들이 야당 의원들을 만나 6월 안에 이 사안을 처리하겠다고 미리 알렸다”며 “이후에도 계속 국회에서 논의하자는 야당의 요구는 사안을 정치적으로 끌고 가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왜 그렇게 서둘러서?” 책임 공방 여론이 급속히 악화되자 외교부 내에서는 “국방부가 추진했던 일을 외교부가 뒤늦게 떠안은 게 문제였다”는 자책이 나왔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5월 말 일본행이 무산된 뒤 외교안보장관회의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며 김성환 외교부 장관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이날 “협정에 국방 관련 요소가 많아 내용(협상)은 국방부가 주도했지만 실제 협정을 맺는 절차는 마지막에 외교부가 하는 것”이라고 외교부에 책임을 미뤘다. 또 국방부는 이번 협정과 함께 추진하려고 했던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에 대해 “한일관계의 특수성을 모두 고려해 다음 단계에 가도 되겠다는 판단이 설 때까지는 스톱(stop)”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양국이 추진해온 ACSA는 해외에서 평화유지활동(PKO)을 하거나 해적퇴치, 재난구조 등을 할 때 양국이 필요한 물자와 장비를 상호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일본 자위대가 한국 땅에 들어오는 결과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에 “그런 내용은 전혀 담겨 있지 않다”고 설명했지만 여론의 불안감을 불식하지는 못했다. 이번 협정 처리를 청와대가 밀어붙인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26일 국무회의를 앞두고 외교부 내에서는 “이렇게 민감한 사안을 비공개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17일 중남미 순방을 떠나기 전 협정 체결 계획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의 주요 인사들이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서울에는 김태효 대통령대외전략기획관만 남아 있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2012-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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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관회의 생략… ‘군사’ 표현 빼고… 민감한 이슈 밀어붙여

    정부가 일본과의 첫 군사협정인 한일 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을 서두르는 이유는 일본의 첨단 감시전력이 포착한 북한정보를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받아보기 위해서다. 그동안 정부 당국자들은 “동북아 안보환경이 진화하고 있는 만큼 이제 우리도 자신감을 갖고 일본과의 군사협정을 시도할 때가 됐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중요한 협정의 체결 절차를 비공개로 진행해 “민감한 사안을 ‘쉬쉬’하며 처리했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협정안을 차관회의에 올리지 않고 곧바로 국무회의에 상정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충분한 여론 설득 작업도 없이 이를 밀어붙인 점도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군사정보 공유할 제도적 틀일본의 대북 감시능력은 한국보다 ‘몇 수 위’로 평가된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 징후를 포착하고 궤도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이지스구축함을 6척이나 운용하고 있다. 이 함정들은 탄도미사일을 고고도에서 요격할 수 있는 SM-3 미사일도 탑재하고 있다. 한국 해군은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이 없는 이지스구축함 2척을 실전배치한 상태다.일본 방위성은 올 4월 작성한 ‘장거리미사일 발사검증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 탐지를 위해 서해에 이지스함을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방안이 확정되면 일본의 북한 미사일 관련 첩보와 동향 파악이 더 정교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이 보유한 정찰위성의 능력도 무시할 수 없다. 일본은 지상 60cm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광학위성 2기와 야간·악천후에도 촬영이 가능한 레이더위성 2기 등 모두 4기의 감시위성을 운용하고 있다. 이 정찰위성들은 북한의 핵시설과 미사일기지 등 특정 목표물을 최소 하루 한 차례 이상 정밀 촬영할 수 있다. 아울러 일본 항공자위대가 보유한 10여 대의 공중조기경보기와 육상의 장거리 대공레이더도 한반도 주변에서 신호정보(SIGINT)와 영상정보(IMIMT) 등 각종 대북 군사첩보를 수집하고 있다.그동안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장거리로켓을 발사했을 때 일본이 이렇게 수집한 대북 정보는 미국을 거쳐 한국에 전달됐다. 한국과 일본은 각각 미국과 군사비밀보호협정을 체결했지만 두 나라 간에는 이 협정을 맺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이 한일 간 군사정보의 ‘중간통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군 정보 당국자는 “분초를 다투는 위기 상황에서 미국을 경유해 제공받는 일본의 대북 정보와 첩보는 가치가 떨어지거나 전달 과정에서 가공돼 활용도가 낮은 경우가 많다”며 “한미일 3국의 대북 감시태세를 극대화하려면 한일 간에도 정보공유 체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감한 협정을 왜 이런 식으로?일제의 식민 지배를 경험한 한국으로서는 일본과 군사협정을 맺는다는 것 자체가 극도로 민감한 문제이다. 시민단체와 일부 정치권은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 구도가 형성되면서 신(新)냉전을 불러올 것”이라며 반대해 왔다. 이들은 정부가 정보보호협정과 함께 체결을 추진해온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에 대해서도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입 발판을 마련해주는 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국민적 관심이 큰 만큼 국회 차원의 논의를 거쳐 처리하겠다”며 방일 계획을 전격 취소했다. 또 군수지원협정의 추진은 보류하고 정보보호협정부터 추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당초의 ‘군사정보보호협정’이라는 명칭에서 ‘군사’라는 표현을 빼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협정 체결의 추진 주체가 국방부에서 외교부로 뒤늦게 바뀌었다. 당초 국방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다 예상 외로 강한 여론의 반발에 부딪히자 외교부로 이를 떠넘겼고 외교부는 얼떨결에 이를 받아든 모양새가 됐다.정부는 공청회나 공개세미나 등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절차도 진행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다음 달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 방위백서가 나오기 전에 서명을 서두르려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한국이 이미 러시아 같은 옛 사회주의 국가를 포함해 24개국과 유사한 군사협정을 체결할 때에도 공청회 절차는 거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한미일 3국 협력을 강조하며 압박한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에도 “미국이 등을 떼밀어서가 아니라 우리의 안보에 필요해서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 기자 ysh1005@donga.com}

    • 2012-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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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일군사협정, 26일 국무회의서 슬그머니 비공개 처리

    정부가 이르면 이번 주말 일본과 첫 군사협정인 정보보호협정(GSOMIA)을 체결하기로 하고 이를 위한 협정안을 26일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킨 사실이 확인됐다. 정부는 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채 슬그머니 처리한 것으로 드러나 정치권과 여론의 반발이 예상된다.외교통상부 당국자는 27일 “일본과의 정보보호협정안이 어제 국무회의를 통과해 체결에 필요한 국내 절차가 거의 마무리 단계”라며 “이르면 29일 한일 외교당국 간 서명이 이뤄질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29일에는 일본 각의가 예정돼 있어 일본의 국내 절차가 완료되는 대로 양국의 서명식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이 당국자는 “한일 정보보호협정이 체결되면 일본의 정보역량을 활용하고 동북아지역의 안보를 위한 양국 간 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이 마련된다”며 “한국이 북한의 위협은 물론이고 테러나 자연재해 같은 초국가적 안보문제에 대응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 협정은 당초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5월 말 일본을 방문해 서명할 예정이었으나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강력히 반발해 유보됐다. 이후 한 달여 만에 서명 주체가 외교부로 바뀌어 다시 체결이 추진되는 것이다.정부는 26일 국무회의에 상정된 안건 43건을 취재진에 상세히 브리핑하면서도 이 협정안은 비공개에 부쳤다. 더욱이 정부는 국무회의 처리 사실을 일본에는 당일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보다 일본에 먼저 알려준 셈이다. 이런 처리 과정이 사실상 ‘은폐’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상대국인 일본의 국내 절차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비공개인 ‘대외 주의’ 안건으로 분류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그러나 일본도 아직 필요한 국내 절차를 밟지 않은 사안을 굳이 한국이 먼저 처리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중순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담에서 미국이 군사 정보보호협정의 조속한 체결을 촉구한 뒤 정부가 서둘러 이를 강행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일본의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외상은 27일 기자회견에서 “(한일 양국이) 비밀정보 보호협정이 있으면 안심하고 다양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만큼 큰 전진이다”라며 반겼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 2012-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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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中 ‘어선 불법조업’ 핫라인 만든다

    한국과 중국은 서해에서 중국어선 불법조업 문제로 충돌이 빚어지면 즉시 이에 대응할 양국 외교부 간 ‘핫라인’ 개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불법조업 문제를 논의하는 공식 협의체 회의를 지속적으로 열기로 했다. 한중 양국은 26일 베이징에서 ‘한중 어업문제 협력회의’를 열고 이같이 합의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해 12월 불법조업 단속을 하던 이청호 경사가 중국인 선장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한 후 7개월 만에 출범한 양국 간의 첫 공식 협의체다. 외교통상부는 “한국과 중국의 외교, 어업, 해상치안 관련 부처 담당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회의를 통해 양국이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며 “양국은 유사시 양국 간 소통체제 강화를 포함한 어업협력 방안에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금까지는 불법조업 단속 현장에서 무력충돌이 발생해도 해경과 중국 지방정부 등을 통해 협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신속한 외교적 대응이 어려웠다”며 “양국 외교부 내 ‘핫라인’이 구축되면 이런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협의체 회의를 정례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중국 측이 소극적 태도를 보여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생계에 쪼들리는 중국어민들에게 양식기술을 전수하는 내용 등 장기적인 대책도 논의됐다. 불법조업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안지역 중국인들이 다른 수익원을 찾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2012-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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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北로켓발사 직후 황금평 개발 보류 통보

    중국이 북-중 경협의 상징으로 불리는 황금평 개발을 경제적 가치가 적다는 이유로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북한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25일 북한 경제에 정통한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은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과 압록강 하구가 만나는 북한 섬 황금평 16km² 터를 북한과 함께 경제특구로 개발하기로 한 계획을 전면 보류하겠다는 뜻을 4월 말경 북측에 밝혔다. 랴오닝 성(1000만 위안 투입)과 단둥 시(사회기반시설 제공)의 투자계획을 백지화하고 원점에서 투자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황금평 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워지자 북한은 지난달 초 터 개발을 중단하는 대신 그 지역에 모내기를 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북한은 황금평을 50년 동안 중국에 빌려줘 정보와 관광, 경공업, 현대시설농업 등 4대산업을 육성하기로 하고 지난해 6월 대대적인 착공식을 열었다. 이어 같은 해 12월에는 외국 기업 투자 자산을 일방적으로 몰수하지 않고, 경제지대 밖으로 자유롭게 반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황금평 경제지대법’까지 제정해 발표했다. 북한은 중국의 투자를 받는 대신 동해 바닷길인 나진항 부두이용권을 제공하기로 했다.조봉현 IBK 경제연구소 대외팀장은 “북한이 아무 조건 없이 황금평 개발사업을 무효화하는 데 동의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북한이 중국 측에 뭔가 다른 요구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교도통신은 “중국이 사업 전면 재검토를 알린 것은 4월 북한이 중국의 만류에도 장거리로켓 발사를 감행한 뒤”라며 북한의 행동이 중국을 자극한 것이라고 추정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 2012-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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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0명 탈북지원 한국인 베트남서 체포

    베트남에서 탈북자 지원 활동을 해오던 유모 씨(52)가 최근 베트남 공안당국에 체포됐다. 24일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유 씨는 20일경 호찌민 공항에서 공안당국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유 씨는 2004년 특별기까지 동원해 탈북자 400여 명을 동남아를 거쳐 집단 탈북시키는 데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유 씨가 잡혀 있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정확히 무슨 혐의인지, 어떻게 체포됐는지 등에 대해서는 아직 베트남 쪽에서 받은 정보가 없다”며 “일단 영사접견을 요청해놓고 답변을 기다리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유 씨는 최근 탈북자 4명을 베트남을 통해 한국으로 입국시키려다 체포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현지 관계자들은 전했다. 베트남 당국이 유 씨를 체포한 것은 북한이 최근 탈북자 단속을 강화하면서 동남아 국가들에 이와 관련한 협조를 요청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의 김영일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는 이달 중순 베트남을 방문해 레홍 아잉 공산당 상무위원과 면담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현재까지 북한이 베트남에 탈북자 단속 강화를 요청했다는 정황은 없다”고 말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2012-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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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정부 “日 핵무장 나설리 없어… 진전상황 주시”

    정부는 21일 일본 언론의 보도에 급히 그 진의와 배경 파악에 들어갔다. 일본 국회가 공론 절차를 거치지 않고 막판에 슬며시 추가한 것으로 알려진 이 문구의 수정 내용을 정부도 미리 파악하지 못했던 탓에 내심 당황하는 분위기였다. 한혜진 외교통상부 부대변인은 이날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설치법의 부칙에 추가된 문구가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그것이 가져올 영향은 어떤 것인지 등을 파악하면서 일본 내부의 진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당국자들은 일단 일본이 군사적인 의도에서 핵개발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 당국자는 “지난해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원전 하나 세우는 것에도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일본인들이 핵무장을 용납할 리가 없다”며 “일본 언론이 ‘안전보장’이라는 문구의 내용을 과장 해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일본의 핵무장론은 실현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는 “일본에서 핵무장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소수에 그치고 있고 핵무장에 대한 여론도 매우 부정적”이라며 “선거를 앞둔 시기에 그런 부담을 감당하면서도 핵무장 수순을 밟아가려는 정치인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북한의 핵개발 이후 동북아시아 지역의 군비경쟁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일본의 핵무장 논의는 그 자체로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주요한 변수가 될 위험성이 있다. 무엇보다 중국이 군사력을 본격적으로 키우는 상황에서 일본 극우세력이 이번 규정을 근거로 핵무장을 추진하려 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국만 비핵화를 외치다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에서 솔솔 불거지고 있는 핵주권론에 다시 힘이 실릴 가능성도 있다. 새누리당 정몽준 전 대표는 이달 초 북한의 ‘핵보유국’ 주장과 관련해 “핵에는 핵이라는 공포의 균형 없이는 평화를 얻을 수 없다”며 “우리도 핵무기 보유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2012-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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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泰 탈북자에 강압적 언행 있었다”

    주태국 한국대사관 여직원들이 탈북자들에게 폭언을 했다는 동아일보 보도 직후 태국에 급파됐던 정부 합동조사단이 탈북자에 대한 일부 직원의 강압적 언행 등이 있었음을 확인했다. 정부는 18일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주태국 대사관의 탈북자 지원 업무에 미흡한 부분이 많다”는 결론을 내리고 종합적 개선대책을 내놨다. 현지 조사에 참여한 정부 당국자는 “문제가 있다고 지목된 행정원들이 고성과 강압적 언사가 있었다는 점을 시인하고 있고 탈북자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행정원들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욕설 여부 등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를 진행하고 잘못이 확인되는 부분에 대해선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사관은 추가 조사를 받고 있는 행정원 2명을 탈북자 업무에서 배제했다.아울러 정부는 △민원봉사 분야의 유경험자를 중심으로 탈북자 담당 외교관 인력을 확충하고 △탈북자 관련 업무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며 △현지 대사를 팀장으로 하는 ‘탈북자 보호 서비스팀’을 신설하고 △탈북자 담당 행정원을 상대로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태국 정부와 협조해 수용소 시설을 개보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탈북자들이 수용소에 구금되는 기간을 줄이기 위해 이들에 대한 신원 확인과 심사 절차를 신속히 처리하기로 했다.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이번 조사를 통해 대사관뿐 아니라 외교부 본부의 전반적인 탈북자 관련 업무에도 개선할 부분이 많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며 “과거 문제가 됐던 사례들이 왜 지금까지 시정이 안 됐는지 철저한 반성과 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201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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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韓日군사협정 체결 압박… 정부 곤혹

    미국이 14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담(2+2 회담)에서 한미일 3국 간 안보협력을 강조하며 교착상태에 놓인 한일 군사비밀보호협정(GSOMIA) 체결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감한 일본과의 첫 군사협정 체결을 놓고 한국은 앞에선 국내 여론의 반대에, 뒤로는 미국의 압박에 샌드위치가 된 형국이다.정부 당국자는 17일 “미국이 2+2 회담에서 한일 간 GSOMIA를 조기에 체결했으면 하는 뜻을 우리 측에 밝혔다”며 “미국이 중국을 염두에 두고 국제안보의 중심축을 동북아로 옮기면서 한일 간 공조를 크게 강조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회담에서 “GSOMIA의 경우 국민 정서상 문제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한일 양국 정부가 5월 말 체결하려던 이 협정은 정치권 일부와 시민단체의 반발로 추진이 중단된 상태다. 특히 박지원 민주통합당 대표가 김관진 국방부 장관에게 협정 체결에 강한 반대 의사를 밝힌 뒤 김관진 장관의 일본행은 전격 취소됐다.정부 당국자들은 “시기만 좀 늦춰졌을 뿐 GSOMIA는 계속 추진되고 있다”는 설명을 되풀이한다. 그러나 GSOMIA 추진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물론이고 크고 작은 갈등이 잇달아 불거지는 상황에서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내의 대선 준비가 본격화하면 민감한 대외적 이슈를 추진하기가 더 어려워진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2012-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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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 한국 주도 첫 국제기구 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말 “녹색성장 관련 국제기구를 신설하겠다”고 천명한 뒤 한국 외교는 큰 절벽을 마주한 느낌이었다. 한국이 세계에 제시한 녹색성장이란 어젠다 자체는 주목을 끌고 있었지만 여러 나라가 분담금을 내는 국제기구를 한국에 설치하는 게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가 초기에 염두에 둔 조직은 물 관련 국제기구였다. 2009년 외교통상부와 국토해양부는 내부 보고서에서 “유엔 산하에 물을 테마로 정부 간 기구를 만드는 것을 검토했지만 난망하다”는 부정적 의견을 냈다. △외국과 장기간 협의가 필요하고 △초기 의제 설정이나 재원 마련도 쉽지 않고 △한국 주도 설치에 국제사회의 반대가 클 것이라는 이유였다. 그 후 3년. 한국이 서울에 비영리 재단으로 설립한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Global Green Growth Institute)가 8개국이 분담금을 내는 국제기구로 거듭나게 됐다. 이 대통령과 덴마크, 호주,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노르웨이, 영국, 멕시코 등 8개국 정상과 대표는 20일 브라질 ‘리우+20’ 환경정상회의에서 GGGI를 국제기구로 전환하는 협정 서명식을 연다. 한국이 제시한 테마를 다루는 첫 국제기구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원칙적으로 국제기구는 세 나라 이상만 참여하면 설립이 가능하다. 지난해 서울에 본부를 두고 활동을 시작한 한중일 협력사무국도 국제기구다. 1997년 유엔개발계획(UNDP) 주도로 만든 국제백신연구소(IVI) 본부도 한국에 있다. 그러나 주변국과 공동 추진하거나 유엔기구의 힘을 빌리지 않고 한국이 주도적으로 국제기구를 설립하는 것은 처음이다. GGGI 운영을 위해 한국은 매년 1000만 달러 안팎을 낼 예정이다. 나머지 7개국은 첫 3년 동안 매년 500만 달러씩의 분담금을 내기로 했다. 국제기구로 재탄생하면 한국과 ‘녹색동맹’을 맺은 덴마크의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전 총리가 무급 명예직인 이사장을 맡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14일 “GGGI에 동참한 나라들의 목표는 저개발국이 저탄소 녹색성장 모델을 찾도록 하는 일”이라며 “그 일을 한국이 제시한 모델에 동의해 자국 예산을 써 가며 참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GGGI는 앞으로 개도국의 녹색성장 전략을 수립해 주고 그 이행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게 된다. 이미 캄보디아 베트남 태국 에티오피아 등 11개국에 지역별 저탄소 발전전략과 수자원 개발계획, 온실가스 감축전략 등을 짜주고 있다. 신부남 외교부 녹색성장대사는 “GGGI는 8개국 외에 민간기구와 전문가도 참여하는 ‘민관혼합형’ 기구로 운영될 예정”이라며 “현재 60명 정도인 인력이 2년 뒤 160명까지 늘어나는 등 국내외 환경 전문가들에게 고급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회도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GGGI의 앞날을 낙관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도 들린다. 녹색성장은 한국의 국가 비전이지만 워낙 ‘MB 색채’가 강한 데다 뚜렷한 성과를 내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 대통령과 참가국 정상들이 퇴임한 후 계속 추진 동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견해도 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 2012-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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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북자들에 폭언’ 駐태국 대사관에 합동조사단 급파

    주태국 한국대사관의 여직원들이 탈북자들에게 폭언을 했다는 동아일보 보도와 관련해 정부가 13일 태국 방콕에 관계부처 합동조사단을 급파했다. 외교통상부는 이날 오전 긴급회의를 열어 외교부, 통일부 등 관련 부처 관계자들로 구성된 합동조사반을 현지에 급파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외교부 감사관과 통일부 실무자 등 5명이 이날 오후 태국 방콕으로 출국했다.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태국 공관 직원들이 탈북자에게 폭언을 했는지를 포함해 현장의 업무처리 과정과 담당자들의 태도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전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의(2+2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최대한 신속하고 철저하게 진상을 파악하고 문제가 규명되면 엄중 조치하라”고 지시했다.아울러 외교부는 탈북자들의 국내 입국 경유지로 이용되는 다른 동남아 국가 주재 공관들에 대해서도 관련 업무처리 현황을 재점검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탈북자 백요셉 씨가 2003년 주베트남 한국대사관에서 “북한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히는 등 문제 제기가 이어지는 데 따른 조치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2012-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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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의 눈/이정은]“탈북자 말만 믿느냐” 핏대… ‘비외교적인’ 외교부

    12일 오후 조병제 외교통상부 대변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동아일보가 주태국 한국대사관의 계약직 여직원들이 탈북자들에게 폭언을 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집중 취재에 들어갔을 때였다. 처음부터 다소 흥분된 목소리였다.그는 먼저 “우리가 문제의 여직원들로 지목된 사람들을 조사했는데 절대로 그런 적 없다고 한다. 왜 정부 말은 안 믿고 탈북자 말만 토대로 기사를 쓰려 하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이런 문제가 과거에도 제기된 적이 있어 외교부가 엄청나게 신경을 쓰고 있다. 다른 건 몰라도 탈북자에게 욕설을 했다는 주장은 정말 믿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런 기사가 나가면 해외공관 전체가 매도당한다. 직원들 사기는 얼마나 떨어지는지 아느냐”고도 했다.조 대변인의 말은 속사포처럼 빨라 중간에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중저음이던 그의 목소리는 꽤나 긴 ‘성토’가 끝났을 즈음엔 기자의 귀가 얼얼할 만큼 높아져 있었다. 조 대변인은 평소에도 외교관답지 않게 솔직하고 직설적인 표현을 피하지 않아 ‘혈죽(血竹·핏대)’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하지만 조 대변인이 이렇게 기자를 향해 핏대를 올릴 만큼 외교부가 ‘사실 무근’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동아일보는 취재 과정에서 해외 공관을 거쳐 입국한 수많은 탈북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접했다. 상스러운 욕설을 듣고 굴욕적인 대우를 받았다는 탈북자들의 하소연을 들었다. 이런 내용의 보도가 나간 뒤에는 “나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제보가 추가로 들어오고 있다. 외교부도 이런 탈북자들의 주장을 알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가해자’로 지목된 여직원들 외에 ‘피해자’인 탈북자들의 얘기도 충분히 들어보고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먼저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에게서 어떤 얘기라도 들어보려고 노력한 흔적은 없다.주태국 대사관도 마찬가지였다. 대사관 측은 동아일보의 사실 확인 요청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해명에 급급했다. “진상을 조사해보겠다”는 답변은 한마디도 없었다. 대사관 측은 이미 지난해 80대 북한 고위급 간부 출신 탈북자가 보낸 탄원서를 받고도 별다른 시정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물론 정부가 억울하다고 느끼는 부분에 대해서는 당당히 항의할 수 있다. 하지만 언론을 향해 거친 항의를 하려면 그에 합당한 근거가 있어야 하고 필요한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외교부의 비외교적인 대응에 어안이 벙벙했던 이유다. 외교부는 동아일보 보도가 나간 13일 태국에 합동조사단을 급파했다.이정은 정치부 기자 lightee@donga.com}

    • 2012-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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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중수교 20년, 미래로 가는 KORINA]청와대-외교부에 ‘차이나스쿨’이 없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요즘 중국 관련 보고서나 서적을 관심 있게 읽는다. ‘한국을 보는 중국의 본심’ 같은 책을 공개적으로 외교부 직원들에게 권하기도 한다. 김 장관의 보좌관들은 “중국과 관련된 자료는 아무리 두꺼워도 요약하지 않고 그대로 올린다”며 “중국에 대해 더 많은 지식을 쌓으려는 장관의 노력과 의지가 대단하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3월 김 장관의 지시로 ‘글로벌 중장기 외교전략’ 수립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10년 이상 한국의 외교가 나아갈 방향을 찾겠다는 목표하에 모든 간부가 참여해 정기적으로 강도 높은 지역별, 주제별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김 장관은 “모든 논의에는 중국을 주요 변수로 상정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런 움직임에는 이명박 정부가 미국과의 관계 강화에 치중하다 결과적으로 대중(對中) 외교에는 소홀해졌다는 자성이 깔려 있다. 특히 정부 내에 중국 전문가를 육성 및 기용하지 못했다는 비판은 아픈 부분이다. 정부 당국자는 “청와대 내의 외교안보 분야 정책 결정권자 대다수가 미국 전문가이다 보니 중국통은 아무도 없다”며 “업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실무진이 답답하다고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외교부 내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른바 ‘차이나스쿨’이라고 불리는 중국통 인사들은 간부급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 라인인 ‘워싱턴스쿨’이나 일본 ‘저팬스쿨’이 요직에 포진한 것은 물론이고 탄탄한 선후배 간 인맥도 형성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차이나스쿨’은 통상 △중국어로 상대방과 협상할 수 있는 수준의 언어 구사력을 갖추고 △중국에서 유학 혹은 어학연수를 거쳤으며 △서울 본부에서 중국 관련 업무(동북아국) 및 중국 공관 근무 경력을 쌓은 외교관을 비롯한 이들의 인맥을 뜻한다. 이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외교부 간부나 청와대 고위 인사는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임성남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중국어로 협상이 가능한 전문가이지만 본부 근무경력은 대부분이 미국 관련(북미국) 업무였다. 해외 공관에 근무 중이거나 부임 예정인 간부급 인사 중에도 정상기 주타이베이 한국대표부 대표와 전재만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을 빼면 거론되는 인물이 거의 없다. 과거 차이나스쿨의 ‘대부’로 불리던 김하중 전 주중 한국대사와 석동연 전 주홍콩 총영사는 퇴임했다.▽팀장김상수 산업부 차장▽팀원정효진 강유현 박창규(산업부)유재동 김재영 박선희(경제부)김희균 남윤서(교육복지부)허진석(문화부) 이정은(정치부)신광영 기자(사회부)이헌진 베이징 특파원(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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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중수교 20년, 미래로 가는 KORINA]‘연미화중(聯美和中)’을 넘어 ‘연미연중’으로

    올해 초 외교통상부 간부들 사이에서는 ‘전략적 비전(Strategic Vision)’이라는 책이 화제였다. 미국 지미 카터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외교 거물 즈비그뉴 브레진스키가 ‘미국 쇠퇴론’과 ‘중국 부상론’을 분석하고 이에 따라 전 세계의 정치·외교적 지형이 어떻게 변할지 전망한 글이다.이 중 외교부 당국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부분은 한국의 미래를 언급한 책의 후반부. “미국의 쇠퇴로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안보 공약이 약해질 경우 한국은 중국의 지역 주도권을 인정하고 중국에 안보를 의존하게 될 수 있다”는 부분이었다. ‘중국에 안보를 의존한다’는 시나리오는 사실상 한국이 중국과 동맹 수준의 안보협력 관계를 맺는 것을 뜻한다. 여기에는 60년 가까이 유지해온 미국과의 동맹관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 1954년 11월 발효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기초로 미국과 동맹관계를 맺어왔다. 이를 바탕으로 한반도의 안보상황을 관리해온 한국으로서는 ‘중국과의 군사동맹’은 기존의 사고를 180도 전환하는 획기적인 발상인 셈이다.○ 중국과 군사동맹을 맺는다?중국을 전공한 학자들은 미중 사이에서 외교적 대응을 고민해온 한국이 가야 할 방향으로 ‘연미화중(聯美和中)’을 거론해 왔다. 미국과 강한 동맹관계를 유지하면서 중국과는 화합한다는 의미다. ‘화중’은 구체적으로 대북정책 같은 민감한 현안에서의 한중 간 차이점을 줄여가면서 상호 이해관계가 맞는 이슈들을 중심으로 협력을 확대해 나간다는 것이다.일부 전문가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연중(聯中)’의 개념까지 제시하고 있다. 중국과도 미국 못지않게 강도 높은 외교안보 분야의 협력관계를 맺자는 것이 그 핵심이다. 김흥규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국과 군사동맹을 맺는 것이 가장 확실한 ‘연중’이겠지만 그 단계까지는 아니더라도 중국과 신뢰를 쌓아 안보협력 단계를 심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그런 차원에서 한국 정부는 최근 중국과의 군사협력도 모색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들은 5월 일본과의 군사정보 공유를 위한 군사비밀보호협정(GSOMIA) 체결을 추진하면서 “중국과도 이 협정을 맺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국방부도 “중국과는 재난구호물자 등을 지원하는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체결을 먼저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하지만 이런 군사협력은 가장 초보적인 단계에 불과하고 이마저 당장 추진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돌발적인 안보상황을 관리하기 위한 기본적인 협력도 제대로 안 되는 상황에서 군사협정 체결은 난망이기 때문이다.○ “잘못하다간 ‘박쥐’ 신세”정부 당국자와 전문가들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 군사동맹 수준의 ‘연중’은 실현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북한이라는 변수 탓에 한중 간 군사협력은 상상하기 어려운 이상론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중국은 2010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는 물론이고 지난해 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 불거진 외교안보 이슈들에서 줄곧 북한을 일방적으로 편드는 태도를 고수했다. 이처럼 중국과 북한이 순망치한(脣亡齒寒)의 혈맹관계임을 내세워 오히려 한미관계에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더욱이 앞으로 미국과 중국이 아시아에서 패권 경쟁을 본격화하면서 한국의 ‘양다리 외교’는 설자리가 없고 결국 한쪽의 선택을 강요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동북아 전략연구기관 니어(NEAR)재단의 정덕구 이사장은 “한국이 ‘이중 플레이’를 하려고 하다간 박쥐같은 신세가 돼 양쪽 모두에게 배척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중국은 20년간 매년 두 자릿수의 국방비 증가율을 유지해 왔다. 올해 국방예산도 지난해보다 11.2% 증가한 1060억 달러(약 124조 원)로 책정하고 각종 첨단무기 확충에 나선 상태다. 이에 미국은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Pivot to Asia)’으로 대응하면서 갈등을 낳고 있다. 이처럼 대결이 격화되는 구도에선 중립 노선은 매우 위험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그동안 미국과의 동맹 강화에 주력해온 이명박 정부 내에서도 “역시 미국밖엔 없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그래서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려면 역설적으로 한미동맹을 지금보다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우리가 미국을 등에 업고 있으니 중국이 우리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미국과의 동맹이 깨지는 순간 중국은 과거 역사가 그랬듯 한국을 속국처럼 대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연미연중’은 가능”그럼에도 한국이 중국과 외교안보 분야에서 더욱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장 중국의 협조 없이는 북한의 핵실험 같은 도발행위를 막기 어렵다는 점에서 그 필요성은 절실하다.스인훙(時殷弘) 중국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지리적 위치, 북한문제의 중요성, 북-중 양국 관계의 현 상태, 한중 간 교류 확대에 비춰볼 때 한국은 한미군사동맹을 유지하면서 최대한 중국과 정치·안보 분야에서 협력관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이를 위해선 우선 양국 간 대화 창구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요한 안보 현안이 터질 때마다 중국과의 소통 부재 논란이 이는 상황에서 고위급 핫라인을 구축해 긴급 현안에 대한 긴밀한 조율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아울러 중국과의 경제분야 협력을 외교안보 분야의 협력으로 이어가기 위해 올해 5월 협상이 개시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중요한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나아가 전문가들은 한국이 장기적으로 ‘연미연중’ 수준의 외교안보 협력을 이뤄낼 수 있는 방안으로 중국을 동북아시아 다자안보체제로 끌어들일 것을 제안한다. 중국 미국 일본 러시아를 모두 포함하는 다자안보체제를 만들면 한미 동맹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중국과의 군사적 신뢰구축과 안보협력이 가능하다는 얘기다.세계 최대의 지역안보협력기구인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람베르토 차니에르 사무총장은 “각국이 의지만 있다면 북핵 6자회담을 OSCE 같은 다자협력체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이 그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팀장김상수 산업부 차장▽팀원정효진 강유현 박창규(산업부)유재동 김재영 박선희(경제부)김희균 남윤서(교육복지부)허진석(문화부) 이정은(정치부)신광영 기자(사회부)이헌진 베이징 특파원(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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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이란제재法 예외국’ 인정… 원유수급 한고비 넘겼다

    우리나라가 이란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는 미국 국방수권법의 예외를 인정받았다. 이에 따라 이달 28일부터 시행되는 미국의 금수(禁輸) 조치에서 일단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이 조치는 6개월간 인정되는 것으로, 미 행정부는 이 기간에 각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 감축 노력을 평가해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다음 달 1일부터 유럽연합(EU)이 이란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에 대한 선박보험 제공을 중단할 방침이어서 원유 수급 불안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정부는 최근 국제 유가가 안정세인 데다 국내 정유회사들이 이란 이외 지역의 원유 수입을 늘리고 있어 국내 기름값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예외조치에도 ‘산 넘어 산’ 미 정부는 한국 등 7개국을 이란산 원유 수입에 따른 금융제재의 예외(exemption) 국가로 인정한다고 11일(현지 시간) 밝혔다. 미국은 1월 국방수권법을 시행하면서 이란산 원유 수입을 위해 이란 금융기관과 거래하는 모든 외국은행에 대해 미국과의 금융 거래를 전면 차단하도록 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인도, 말레이시아, 한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스리랑카, 터키, 대만 등 7개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크게 줄인 것으로 판단했다”며 “국방수권법에 따른 제재가 이들 국가에 180일간 적용되지 않는다는 방침을 의회에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미 한국대사관도 이날 “미 국무부로부터 예외 인정을 통보받았다”고 전했다. 클린턴 장관은 “이번 제재는 이란에 대해 핵무기 보유 시도를 중단하고 국제 의무를 준수하도록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들 국가는 올해 3월 (1차로) 발표한 11개국(EU 10개국 및 일본)과 같은 예외를 인정받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국 정부와 산업계는 EU가 다음 달 1일부터 선박보험을 중단한다는 방침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우려한다. 비록 미국이 한국을 예외 국가로 인정했어도 로이드 등 유럽의 대형 보험사들이 선박보험을 제공하지 않으면 사고가 났을 때 피해 규모가 수조 원에 이르는 대형 유조선이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란을 오가는 대형 유조선은 이달 초부터 발이 묶였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식경제부와 외교통상부, 기획재정부 당국자들로 협상단을 구성해 EU 개별국가와 활발히 접촉하고 있지만 별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그러나 외교부는 미국 정부의 이번 예외조치가 EU와의 협상에서 우리 측의 명분을 부각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 일각에선 EU와 협상이 끝내 실패로 돌아갈 경우 선박보험을 직접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와 처지가 비슷한 일본은 정부가 최고 76억 달러(약 8조8900억 원)에 이르는 선박보험금을 직접 지급할 수 있도록 특별법을 만들어 12일 의회에 제출했다.○ 국내 기름값엔 큰 영향 없을 듯 정부는 외교 사안이라는 점을 내세워 미국 정부의 예외조치와 관련된 원유 수입 감축 폭을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유업계에선 그 규모가 18% 안팎일 것으로 추산한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4월 이란산 원유 수입량은 2525만3000배럴로 지난해 같은 기간(2810만1000배럴)에 비해 10.1% 줄었다. 그러나 이미 정유회사들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등 대체 수입처를 확보해 공급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는 않다. 이에 더해 유럽발 재정위기에서 비롯된 경기침체 등으로 석유 수요가 줄면서 국제 유가가 안정세에 접어들어 정부는 설사 EU의 선박보험 제공 중단이 다음 달부터 강행되더라도 국내 기름값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원유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 값은 이달 들어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떨어지면서 8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국내 기름값도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이 11일 L당 1985.72원으로 조사돼 51일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지경부는 EU의 선박보험 제공 중단으로 이란산 원유 수입이 완전히 막힐 때에 대비해 1차로 대체 수입처 확보로 대응하고, 그래도 차질이 빚어지면 석유 현물시장 참여와 비축유 방출까지 검토하기로 했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2012-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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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駐中 영사, 구금 김영환 씨 등 4명 면담

    중국 랴오닝(遼寧) 성 국가안전청이 11일 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 씨 등 4명에 대한 영사 면담을 허용했다. 또 중국 당국은 김 씨 등에 대한 국가안전위해죄 조사와 관련해 “현 단계의 조사가 마무리 단계”라고 주중 한국대사관 측에 전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중국 당국의 조치로 볼 때 김 씨 등이 조만간 석방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여권 핵심 인사는 5일 동아일보에 “김 씨가 이달에는 (석방돼) 나온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한 바 있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주선양 총영사관의 영사 3명은 단둥(丹東) 간수소(구치소)에서 김 씨와 유재길(43) 강신삼(41) 이상용 씨(31) 등 구금된 4명에 대해 이날 오후 한 명씩 순차적으로 25분 정도씩 면담을 진행했다. 이에 앞서 한 차례 영사 면담을 했던 김 씨 외에 나머지 3명은 체포된 지 75일 만에 처음으로 영사 접견이 이뤄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영사들이 이들을 면담한 결과 일단 외관상 건강에 큰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보이진 않았다”며 “구체적인 면담 내용은 현재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밝히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김 씨를 제외한 3명은 체포 직후 영사 면담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전달했으나 조사받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마음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측은 김 씨 등에 대한 조사를 완료한 후 다음 절차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국은 김 씨 등을 석방하려면 검찰 기소 단계로 넘기지 않고 방면하거나 일정 기간의 행정구류 후 강제 추방할 수 있다. 김영환석방대책위원회와 김 씨 등 4명의 가족들은 12일 이들의 조속한 석방을 위해 정부가 노력해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청와대에 제출할 예정이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2012-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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