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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로로가 한식을 먹는 장면을 방송에 넣어주세요.” 최근 포털 사이트 다음에는 이 같은 청원이 올라왔다. 29일 오후까지 서명 인원이 3200명을 넘었다. 이유는 “쿠키를 굽는 장면만 자주 나오니 아이가 과자만 먹으려고 한다. 아이들의 우상인 만큼 뽀로로가 한식을 먹는 장면을 넣어 아이들이 따라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2003년 EBS에서 처음 방송된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가 ‘어린이들의 대통령’으로 불리며 단순한 인기몰이를 넘어선 ‘사회현상’으로 등극했다. 누리꾼들은 ‘뽀통령’(뽀로로+대통령) ‘뽀느님’(뽀로로+하느님) ‘뽀로롬(뽀로로+옴파탈)’ 등의 갖가지 애칭을 붙이며 애정공세를 펼치고 있다. ‘한식 급식’ 청원에 대해 제작사인 아이코닉스엔터테인먼트도 “인기 있는 캐릭터로 사회적 책임이 있는 만큼 뽀로로가 한식을 먹는 모습을 우선 홍보용 영상으로 만들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뽀롱뽀롱 뽀로로’에는 사계절 내내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극지방을 배경으로 비행사 고글과 모자를 쓴 펭귄 뽀로로와 아기 공룡 크롱, 소녀 비버 루피 등이 등장한다. 국내에서도 각종 캐릭터 상품과 DVD가 출시되는 한편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다. 한국 콘텐츠에 익숙한 아시아권은 물론 프랑스 지상파 채널 TF1, 알자지라 방송 등 세계 110여 개국에 수출되는 ‘한류 스타’다.‘뽀통령’은 5월 7일 열리는 부처님오신날 연등행사에서도 ‘자리를 빛낼’ 예정이다. 한마음선원이 동자승과 뽀로로가 손을 잡고 있는 연등을 제작해 연등행사에 참여시키기로 한 것. 한마음선원 측은 “어린이와 젊은층에 불교가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뽀로로를 연등으로 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누리꾼들은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뽀로로 관련 글을 모아 ‘뽀로로 간증(종교적 체험을 고백하는 일) 시리즈’라며 퍼뜨리고 있다. “뽀로로 컴퓨터를 사줬더니 한 달 만에 혼자 한글을 깨쳤다” “아이들이 주사 맞고 나서 뽀로로 밴드를 붙여주면 울음을 뚝 그친다” “뽀로로 방송시간만은 집안에 평화가 오니 노벨평화상감”이라는 등 ‘고백’이 담겨있다. 이순신, 세종대왕 등 위인들의 초상화나 동상에 뽀로로 캐릭터를 합성하는 ‘뽀로로 영웅 시리즈’ 고글을 벗은 뽀로로 모습을 그린 ‘안경 벗은 뽀로로’ 등 패러디도 이어지고 있다.이 같은 인기 덕분에 올해 초 약 400만 장이 발행된 뽀로로 우표는 판매 9일 만에 전체 80%인 320만 장이 팔려나가 화제가 됐다. 같은 기간 김연아 선수 등 빙상 선수 10명을 담은 우표는 전체 550만 장 중 35% 남짓만이 팔려 ‘연아의 굴욕’으로 불렸다.‘뽀롱뽀롱 뽀로로’의 제작을 맡고 있는 김지영 아이코닉스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는 “뽀로로는 4, 5세 어린이들과 비슷한 연령대의 캐릭터가 등장해 그 또래들이 겪고 감정이입할 수 있는 에피소드로 꾸며진다. 익숙하고 본 적 있는, 주변에 있을 법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아이들의 호감을 끄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27일 오후 KBS 1TV 메인 뉴스인 ‘뉴스9’ 방송 도중 일부 가구에서 소리가 5분가량 정상적으로 나오지 않는 방송 사고가 났다. KBS 홍보실은 “뉴스 방송 도중 2분 30초간 음향 상태가 고르지 못했고 이어 2분 30초간 소리가 들리지 않는 사고가 났다”고 밝혔다. 홍보실은 “디지털 TV나 아날로그 TV 스테레오 스피커를 보유한 가구의 경우 문제가 없었고, 스피커가 하나인 아날로그 TV 수상기 보유 가구만 이 같은 사고가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사고가 난 후 뉴스 진행자는 “일부 지역에서 음향 상태가 고르지 못해 방송에 차질을 빚은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고, 프로그램 말미에도 사과 방송을 내보냈다.}

■ 서울 공연 앞둔 안무가 카롤린 칼송-무용수 테로 사리넨 씨 무용수는 붉은 드레스를 입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정경을 담은 푸른 조명 아래, 이제 갓 아들을 낳고 모성(母性)을 새로이 깨달은 무용수가 자신의 삶을 담아 춤을 춘다.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작품이다. 그런데 이 춤을 근육질의 남자가 춘다면? 6월 9, 1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국내 초연되는 ‘블루 레이디’는 그 답을 찾을 수 있는 작품이다. 블루 레이디는 1998년 브누아 드 라 당스 안무가상, 2006년 베니스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안무가 카롤린 칼송 씨(68)의 대표작이자 솔로 작품이다. 1983년 초연 때부터 칼송 씨만이 춰온 작품이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공연한 지 약 15년 만인 2008년, 이 작품은 핀란드 출신 남자 무용수 테로 사리넨 씨(47)에 의해 부활했다. 칼송 씨는 “처음엔 블루 레이디를 재작업하자는 매니저의 아이디어에 반대했다”고 했다. 누가 추더라도 자신과 비교될 것이 분명했다. 그때 칼송 씨 머릿속에 떠오른 사람이 바로 사리넨 씨였다. “테로는 일본에서 가부키와 노를 공부한 적이 있죠. 가부키와 노에서는 남성 배우가 늘 여성의 역할을 대신 연기하니 그에게 이 작품을 맡기면 좋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남성과 여성이니 서로 비교될 일도 없을 테고요.” 사리넨 씨는 처음 제안을 받았던 때를 떠올리며 “현대의 고전이라 할 만한 작품을 추게 돼 영광이었다. 하지만 난해한 작품이어서 두렵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블루 레이디에서 무용수는 75분 동안 홀로 기타 선율에 맞춰 춤사위를 펼쳐야 한다.두 사람은 1980년대부터 교류해왔다. 칼송 씨가 사리넨 씨를 위한 작품을 안무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작업은 난관에 자주 부닥쳤다. 칼송 씨는 “우리 둘은 움직임부터가 다르다. 내가 공기처럼 가볍고 상승 지향적인 움직임을 사용한다면 테로의 움직임은 ‘바닥 지향’적”이라고 말했다. 사리넨 씨는 “턴 동작 하나를 연습하는 데만 며칠씩 걸렸다”고 했다. 내밀한 감정을 담아 창작된 작품인 만큼 단순히 동작을 익히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칼송 씨는 “테로는 어머니를 생각했다고 해요. 그가 전혀 모르는 진짜 어머니(real mother)를요. 스텝과 시퀀스 아래 깔린 시정(詩情)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각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활용하곤 했죠. 연습이 진행되며 블루 레이디는 점점 사리넨의 작품이 돼갔어요”라고 전했다. 약 두 달간의 작업 끝에 블루 레이디는 2008년 프랑스 리옹 페스티벌에서 초연됐다. 공연 말미 소용돌이치는 붉은 드레스, 푸른 조명에 정취를 더하는 베네치아식 블라인드 모두 그대로였다. 무대 뒤로는 칼송 씨의 예전 공연 영상이 함께 비춰졌다. 새 생명을 얻은 현대의 고전에 관객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우리 둘은 몸부터 전혀 다르게 생겼죠. 그런데도 사람들은 둘이 꽤 닮아 보인다고 얘기하곤 해요. 기본적으로 우리는 이 땅 위의 사람들이고, 똑같은 정수를 공유하고 있으니까요.”(칼송 씨) “카롤린은 이 작품을 재작업해 개인적이고 내밀한 것에서 좀 더 보편적인 것으로 승화시키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블루 레이디는 한 여성 또는 한 남성에 관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 관한 작품이 된 거죠.”(사리넨 씨) 세 차례 방한한 적 있는 칼송 씨는 “무용수 16명과 말 35마리가 나오는 작품을 안무하느라 이번엔 방한하지 못한다”며 “호기심 많은 한국 관객들과 곧 다시 만나고 싶다”고 인사를 전했다. 3만∼7만 원. 02-2005-0114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나는 땅에 가깝고 싶습니다." 데이비드 파슨스 미국 파슨스댄스컴퍼니 예술감독(44·사진)은 최근 진행된 이메일 인터뷰에서 자신의 예술관을 짧게 표현했다. 1985년 창단 이후 대중에 다가서는 현대무용 작품을 선보여온 무용단 역사를 그대로 담은 한마디였다. 파슨스댄스컴퍼니는 의상 디자이너 도나 카란, 펑크록밴드 어스 윈드 앤 파이어 등 여러 아티스트와의 협업, 아우디, 메르세데스 벤츠 광고 출연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무용단은 5월 5~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7년 만에 내한공연을 펼친다. 파슨스 감독은 "7년 전 기립박수를 받았던 '코트'와 한국 초연작 '리멤버 미'를 선보입니다. '코트'는 애피타이저, '리멤버 미'는 화려한 만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트'는 약 6분간 펼쳐지는 남자 솔로 작품으로 깜빡거리는 조명에 맞춰 폭발적인 점프가 100회 이상 펼쳐진다. '리멤버 미'는 '그대의 찬 손('라 보엠'), '공주는 잠 못 이루고'('투란도트') 등 유명 오페라 아리아 13곡을 록으로 편곡한 음악에 현대무용을 얹었다. 2008년 그래미상 클래식 크로스오버 앨범 부문 후보에 올랐던 이스트빌리지오페라컴퍼니가 음악(MR)과 노래(라이브)를 맡았다. 리얼리티 쇼 '프로젝트 런웨이' 시즌2 최종 4강에 오르며 유명해진 디자이너 오스틴 스칼렛이 의상을 맡았다. 파슨스 감독은 "우리 무용단의 작품을 보며 '현대무용은 어렵다'는 생각은 할 수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리멤버 미'는 성경 속 카인과 아벨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삼각관계 이야기로 강렬한 줄거리 덕분에 어떤 관객이든 쉽게 작품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장르와의 협업을 지속해온 이유 역시 "대중과 함께 호흡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예술계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은 때로 지나치게 자기 세계에 빠져서 대중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죠. 하지만 현대 사회에 대한 관찰과 이해 없이는 인상적인 작품을 만들 수 없어요. 꾸준한 협업은 아이디어의 원천입니다." 파슨스 감독은 레이디 가가를 함께 협업해보고 싶은 아티스트로 꼽았다. "저와 무용수들은 모두 김치 같은 한국 음식을 매우 좋아합니다. 이번 방한이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죠. 관객 모두가 육체적, 정신적으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그런 공연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기대해 주세요." 4~10만 원. 1544-1681.이새샘기자 iamsam@donga.com}

방송인 김미화 씨(사진)가 8년간 진행해온 MBC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서 25일 돌연 하차했다. 김 씨는 이날 오후 트위터를 통해 “저는 오늘부로 MBC 시사 진행을 접으려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5일 방송은 윤영욱 논설위원이 임시로 진행했다. MBC 측은 “김 씨가 이날 오전 사의를 전달해 오후 임원회의를 통해 최명길 보도제작국 부국장을 새 진행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최 부국장은 26일부터 진행을 맡는다.}

“‘위탄’의 시청자 투표는 인기투표다. 공정하지 않다.” 22일 MBC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위탄)’이 방영된 뒤 이튿날 시청자 게시판에 올라온 한 누리꾼의 비판이다. 이 게시판에는 ‘노래 실력보다는 인기도로 탈락자가 선정되고 있다’는 비판과 ‘인기도 실력이다’라는 반박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피해갈 수 없는 ‘인기투표 논란’이 위탄에서도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논란의 근원에는 오디션 프로의 보이지 않는 핵심인 투표 시스템이 있다. 투표 시스템은 오디션 프로마다 다르다. 위탄의 경우 시청자 문자투표 결과 70%와 심사위원 평가 30%를 합산해 탈락자를 선정한다. 심사위원 점수는 사실상 순위 결정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다. 23일 방송에서는 심사위원 평가에서 8명 중 4위를 차지한 김혜리가 탈락하고 점수가 가장 낮았던 손진영이 합격했다. 위탄의 문자투표는 방송 시작 직후 출연자들의 기호가 알려지는 순간부터 방송 말미에 투표가 끝날 때까지 모든 출연자를 대상으로 할 수 있다. 지난해 방송됐던 ‘슈퍼스타K2(슈스케2)’와 비슷하다. 단, 슈스케2의 경우 점수 비중이 심사위원 평가 30%, 인터넷 사전투표 10%, 시청자 문자투표 60%였다. 또 심사위원에게 최고점을 받은 후보를 남기는 ‘슈퍼세이브 제도’가 세 번째 생방송까지 운영됐다. 노래 경연이 시작되기 전부터 투표를 진행하는 위탄과 슈스케2의 이 같은 투표 방식은 ‘실력보다는 인기가 선정 기준’이라는 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출연자들의 노래를 다 듣기도 전에 자기가 점찍어둔 후보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TV 화면 상단에 실시간으로 공개되는 각 출연자의 득표 수 역시 ‘내가 좋아하는 후보가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조바심을 부추긴다. 또 방송 종료 직전 투표를 마감하고 바로 탈락자를 결정해 방송 초반에 나와 먼저 노래를 부르는 출연자가 불리하다. 시청자들은 초반에 나온 출연자가 어떻게 노래했는지 기억을 되살릴 겨를도 없이 서둘러 투표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오디션 프로인 ‘아메리칸 아이돌’은 시청자들이 시간을 가지고 출연자들의 공연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선 주 1회 방송인 한국과 달리 주 2회 방송을 한다. 첫 번째 방송에서는 출연자들이 경연을 펼친 뒤 기호만 공개된다. 방송이 끝난 시점부터 2시간 동안 투표가 진행되며 그 결과는 두 번째 방송에서 공개된다. 따라서 시청자들은 출연자들의 공연을 모두 본 뒤 여유를 갖고 투표할 수 있다. 영국 오디션 프로로 멘터링 시스템을 채택한 ‘엑스팩터’도 모든 공연이 끝난 뒤 일정 시간 투표해 탈락자를 가린다. 케이블 채널 tvN의 ‘오페라스타’는 위탄이나 슈스케처럼 인기투표로 흐르지 않도록 투표 방식에 신경을 썼다. 우선 각 출연자가 노래를 하고 있을 때는 해당 출연자에게만 투표할 수 있다. 모든 출연자의 노래가 끝나면 그때부터 투표 종료 시점까지 전체 출연자에게 표를 던질 수 있다. 또 최저 득표자를 탈락시키는 대신 최하위 득표를 한 두 사람 중 한 명을 심사위원들이 다수결로 구제하도록 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연예인들이 사생활 노출을 꺼려 신상정보를 거짓으로 밝히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나이나 키, 몸무게를 속이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결혼 사실을 숨기거나 자녀가 있다는 것을 숨기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가수 이은미가 올해 1월 미국에서 재미교포 사업가와 결혼식을 올린 사실이 소속사를 통해 알려졌다. 배우 이영애는 2009년 8월 24일 미국에서 재미교포 정모 씨와 결혼식을 올린 뒤 25일 법무대리인을 통해 결혼 사실만을 알렸다. 두 사람 모두 공인이 아닌 상대의 입장을 고려했다고 비밀 결혼의 이유를 밝혔다. 결혼은 물론이고 자녀가 있다는 것을 숨기는 경우도 있다. 가수 박상민은 아내와 사실혼 관계에서 두 딸까지 양육하고 있었다는 것이 밝혀진 뒤 지난해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렸다. 그룹 V.O.S 출신 박지헌은 2009년 당시 네 살 난 아들이 있으며 아내가 둘째를 임신 중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중요한 신상정보를 밝히지 않는 것은 사실이 그대로 알려졌을 경우 연예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들기도 한다. 이문원 대중문화 평론가는 “서태지처럼 신비주의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온 연예인이 이 같은 스캔들을 겪는다는 것은 이제 신비주의가 통하지 않는다는 증거”라며 “최근에는 오히려 스캔들이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관심이 집중될 때 사실을 밝히는 식으로 연예인들의 위기대응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박수는 그칠 줄을 몰랐다. 비명에 가까운 환호가 뒤섞였다. 인사를 하고 또 해도 관객들은 멈추지 않았다. 한 번, 두 번…. 열두 번째 커튼콜에서도 박수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결국 리드 앤더슨 예술감독이 마이크를 들고 무대 위로 뛰어올라갔다. 그는 관객들을 향해 외쳤다. “이제 집으로 가야하지 않겠는가. 로미오 역 알렉산더 존스를 수석무용수로 승급시키겠다. 그리고 오늘 새로운 줄리엣이 탄생했다. 강효정이란 한국 출신의 무용수다. 이렇게 훌륭한 공연을 보여준 무용수를 수석무용수로 승급시키지 않을 수 있겠는가.” 발레단에 입단한 지 8년, 단역부터 시작해 차곡차곡 쌓아온 시간이 단번에 보상받는 순간이었다. 20일 오후(현지 시간) 독일 슈투트가르트 오페라극장 무대. 발레리나 강효정 씨(25)는 이렇게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수석무용수로 깜짝 승급했다.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이 끝난 뒤 일어난 일이다. 해외 유수 발레단에서 한국 발레리나가 수석무용수가 된 것은 같은 발레단의 강수진 씨, 네덜란드발레단에서 수석무용수로 활동했던 현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 씨 이후 처음이다. 이날 현지에서 공연을 관람한 건축가 이창섭 씨는 “강 씨의 춤을 보며 울부짖는 이들도 있었다. 예술감독의 발표가 끝나자 객석에서는 더욱 큰 환호가 터져 나왔다”고 전했다. 주역 데뷔 첫 공연에서 바로 수석무용수로 승급하는 것은 파격이다. 보통 솔리스트급에서 주역을 여러 차례 맡으며 가능성을 인정받은 무용수만이 수석무용수로 승급할 수 있다. 강 씨는 이날 공연을 마친 뒤 “오늘 공연 전 무대 위의 에너지가 남달랐다. 동료들의 성원도 큰 힘이 됐다. 아침에 강수진 선생님이 초콜릿을 선물하며 잘하라고 격려해 주셨다. 잠을 못 이룰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강 씨는 존스 씨와 함께 23일 다시 한 번 ‘로미오와 줄리엣’을 공연한다. 20일 공연은 3주 전에 전석 매진됐으며 23일 공연 역시 대부분 좌석이 판매된 상태다. 강 씨는 선화예술학교 재학 중이던 1998년 미국 워싱턴의 키로프발레아카데미에 진학해 2002년 졸업했다. 같은 해 스위스 로잔발레콩쿠르에서 입상했으며 이후 슈투트가르트 소재 존 크랑코 스쿨에 입학해 2004년에 졸업했다.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는 2003년 연수단원으로 입단했다. 2008년 ‘숲 속의 잠자는 미녀’에서 오로라 공주 역을 대역으로 소화하며 주목받았다. 강 씨는 6월 29, 30일 서울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열리는 ‘한국을 빛내는 해외 무용스타 초청공연’에서 고국 팬들을 만날 예정이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양선희 중앙일보 온라인 편집국장, 이향진 MBC 시사영상부장, 구현지 빅이슈 코리아 편집장이 제11회 올해의 이화언론인상 수상자로 20일 선정됐다. 시상식은 27일 오후 7시 이화여대 입학관홀에서 열린다.}
올해 상반기에 장애인이 진행하는 뉴스를 볼 수 있게 된다. KBS는 19일 “우리 사회에 일부 자리하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장애인의 방송 출연을 확대하는 데서 한 발짝 나아가 장애인이 뉴스를 직접 전달하는 코너를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KBS 측은 “뉴스를 진행하게 될 장애인은 향후 장애인 관련 단체 등과 협의해 세부 사항을 결정한 뒤 공개 채용으로 선발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다음 개편인 5월 말 무렵에는 뉴스가 나가도록 할 계획이지만 처음 있는 일인 만큼 아직 일정을 확정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영국의 BBC는 2009년 11월 안면 장애인인 제임스 패트리지를 일주일간 BBC 채널5의 정오뉴스 앵커로 기용한 바 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신문 독자 2명 중 1명 이상은 신문 광고를 관심 있게 보고 있으며, 당일 신문에 게재된 광고 4개 중 1개는 기억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작년 12월 만 19∼59세 일간지 열독자 3000명을 대상으로 신문광고 주목률을 조사한 결과를 19일 발표했다. 신문에 게재된 광고를 비교적 관심 있게 본다고 답한 독자는 전체의 57.3%, 당일 신문에서 본 광고를 기억하는 비율인 접촉률은 23.5%였다. 신문 광고를 전혀 보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은 0.5%였다. 특히 19∼29세 독자들의 신문광고 주목도가 64.1%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았다. 신문광고 접촉률 역시 20대가 25.4%로 가장 높았다. 성별로는 여성이 남성보다 신문광고에 더 많이 주목하고 더 잘 기억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문광고 가격 결정 요인으로는 ‘신문에 대한 신뢰도’(7.78점)가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고 ‘신문을 보는 전체 독자 수’(7.50점)를 두 번째 요인으로 꼽았다. 신문 독자의 절반 이상인 54.8%는 신문을 정독한다고 답했다. 언제나 꼭 읽는 지면으로는 1면(72.1%)을 꼽은 독자가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사회면, 경제면 순이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춤은 신체로 하는 실험이다. 무용수 혹은 안무가는 자신의 훈련된 몸으로 무엇까지 할 수 있는지 밀어붙이고, 그 실험 결과를 관객 앞에서 보인다. 16,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계동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열린 인도의 무용가 파드미니 체투 씨의 ‘아름다운 것 2’는 그런 실험 과정을 관객과 공유하는 자리였다. 홀로 무대에 등장한 체투 씨는 몸에 일정한 제한을 둔 채 움직였다. 아킬레스건을 팽팽히 당겨 발목을 꺾었다. 손은 꼿꼿이 펴거나 주먹을 쥔 채 허공을 갈랐다. 그러면서도 공기를 비껴나가듯 아주 느리고 유연하게 움직였다. 발을 끌며 걷거나 사지로 바닥을 짚으며 나아가는 동작, 바닥을 뒹굴거나 팔을 젓는 동작이 반복됐다. 시간을 거스르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느리고 작았던 동작은 조금씩 빨라지고 커졌다. 공통점은 동작마다 신체의 각 부분이 기하학적 형상을 그린다는 것이다. 반주음악을 거의 사용하지 않은 채 약 60분 동안 동작 9개와 옷을 갈아입는 행위가 네 번 등장했다. 옷을 갈아입는 것은 각 동작을 적절히 분절하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체투 씨는 인도 전통무용가 출신의 안무가로 전통무용을 해체하고 추상화하는 안무작업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이날 보여준 그의 동작에서 인도 전통무용을 연상시키는 동작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다만 신체에 제한을 둔 채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방식 그 자체에서 전통무용의 흔적이 느껴졌다.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아름다운 것’을 자신의 몸을 실험도구로 삼아 모색해나가는 과정에 관객을 참여시켰다. 관객이 이 작품을 보고 감탄했다면, 한 무용수가 신체의 관절과 근육 하나하나를 완벽하고 세심하게 파악하고 이를 자유롭게 활용하는 현장을 목격했기 때문일 것이다. 결론에 도달하는 징검다리로서의 작품에 가까웠기에 명쾌한 답을 주는 공연이 아니라는 아쉬움은 남았다. 하지만 실험을 거듭하며 한계를 넘나드는 무용가의 몸 하나만은 관객이 기대했던 ‘아름다운 것’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한국 다큐멘터리가 진화하고 있다. 올해 3, 4월 방영된 KBS 1TV ‘푸른 지구의 마지막 유산 콩고’와 ‘동아시아 생명 대탐사 아무르’는 각각 9∼10%대의 시청률을 유지하며 드라마 못지않은 시청률을 보였다. 3D나 렌즈교환식(DSLR) 카메라 촬영 등 새로운 기술적 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다큐가 속속 제작되고 케이블 채널이 TV 다큐 제작에 나서는 등 제작과 수용 양쪽에서 새로운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3D로… DSLR 카메라로… EBS는 10억 원을 들여 3D 입체 다큐 ‘신들의 땅, 앙코르’ 3부작을 제작했다. 이 작품은 21일까지 2D로 방영된다. 김유열 PD는 “디스커버리와 소니, 아이맥스가 합작한 3D전문채널 ‘3NET’이 올해 2월 미국에서 개국하는 등 세계적으로 3D 다큐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3D 입체영상은 2D에 비해 교육효과도 높아 시장성이 크다”고 말했다. EBS는 올해 8월 ‘한반도의 공룡2’를 3D로 극장 개봉하고 ‘위대한 바빌론’ ‘위대한 로마’ 등 후속 3D 다큐멘터리도 내놓을 계획이다. SBS ‘최후의 툰드라’에서 쓰여 화제가 된 DSLR 카메라 ‘캐논 5DMarkⅡ’를 이용한 다큐 촬영도 계속되고 있다. 22일 2부가 방송되는 tvN스페셜 ‘익스트림 다큐: 인간 vs 고래’는 대부분 이 카메라로 촬영했다. 연출 촬영 내레이션 등 전 과정을 혼자 작업한 이정준 감독은 “작고 상대적으로 싸지만 선명한 화질과 색감을 보여주기 때문에 혼자 촬영하는 데 유리한 기기”라고 말했다.○ 새로운 채널과 만나다 지난해 방영됐던 ‘아마존의 눈물’ ‘최후의 툰드라’ 등은 극장판으로도 개봉했다. 올해도 이 추세는 이어지고 있다. KBS는 CJ CGV와 함께 서울 종로구 대학로 CGV에 다큐전용관을 열고 14일부터 ‘바보야: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마지막 선물’ 상영을 시작했다. TV 다큐멘터리가 고화질로 제작돼 대형화하면서 영화관이라는 또 다른 창구를 확보한 셈이다. 오락프로그램 드라마 중심이던 케이블채널도 다큐멘터리에 눈뜨고 있다. CJ E&M은 지난해 5월부터 휴먼다큐 ‘별을 노래하다’, 리얼다큐 ‘사냥꾼 이대우’ 등을 제작하고 있다. 최병화 CJ E&M 방송사업부문 교양국장은 “전문가가 등장해 현상을 분석하는 대신 현장의 이야기를 좀 더 밀착 취재하는 식의 ‘케이블다운 다큐’를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HD 보급이 인기 기폭제 이 같은 ‘다큐 열풍’의 기점은 2007년. 당시 KBS 1TV ‘차마고도’가 세계 17개국에 수출되며 화제를 모았다. 이후 ‘북극의 눈물’ ‘아마존의 눈물’ ‘최후의 툰드라’ 등 대작 다큐가 잇따라 성공을 거뒀다. 당시 고화질TV와 홈시어터가 확산되면서 시청자들이 자연과 환경을 다룬 고품질 화면에 눈뜨게 된 것이 주요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김서호 KBS 다큐멘터리국 EP는 “고화질(HD) 방송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본 것이 자연 다큐멘터리다. HD 콘텐츠시장에서는 우리나 외국이 모두 동등한 출발선에 서 있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다. 그래서 해외 수출도 활발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다큐멘터리와 달리 스토리텔링 방식을 택한 점도 시청자들의 흥미를 끄는 요인이다. ‘북극의 눈물’은 북극곰 이야기를, ‘아마존의 눈물’과 ‘최후의 툰드라’는 원주민들의 삶을 담았다. EBS가 새로 내놓은 ‘신들의 땅, 앙코르’ 역시 캄보디아 현지 배우를 기용하고 전투 장면과 앙코르와트 공사 현장을 재현하는 등 극영화 방식을 택했다. 김동준 PD는 “대규모 재현 장면을 넣어 역사 다큐를 제작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설명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신라호텔 뷔페식당의 ‘한복 입장 금지’가 논란이 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호텔 대표가 곧바로 사과한 뒤 사건은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신라호텔 뷔페식당이 알게 모르게 그런 식의 ‘드레스코드’를 적용했다면 최근 시작된 일은 아닐 것이다. 지금에서야 논란이 됐다는 건 한복을 입고 그런 곳에 가는 사람이 그만큼 드물었다는 뜻일 것이다. 우리 드라마에서도 전통문화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사극 천국’인 한국에서 웬 말이냐고? ‘대장금’ 같은 드라마는 과거 속에서 그 당시의 문화를 다뤘을 뿐이다. 현대 한국사회의 배경과 맥락 속에서 우리의 전통은 어떤 모습인지, 그 전통을 어떻게 지켜나가야 하는지 고민하는 드라마는 드물다. 이와 달리 유난히 ‘전통이란 무엇인가’와 ‘장인정신’에 집착하는 나라가 일본이다. 아버지의 데미글라스 소스를 지키기 위해 젊은 아들들이 죄다 가게에 남는다거나(‘런치의 여왕’) 세월을 이기지 못한 채 옛 영광을 뒤로하고 사라져가는 요정(‘친애하는 아버님께’)이 등장하곤 한다. 2008년 방영된 ‘오센’ 역시 전통 일식을 대접하는 요정 잇쇼우안이 무대다.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배우 아오이 유우가 요정의 여주인 센으로 등장했다. 당시 그의 화려한 기모노 패션은 잡지에 소개될 정도로 일본 젊은 여성들 사이에 인기를 끌었다. ‘오센’에서의 장인정신이란 짚불로만 밥을 짓는다거나 무조림 하나도 하루 종일 서서 지켜보며 만드는 식이다. 그리고 매회 이 ‘시대착오적 요정’이 시속 수백 km로 달려가는 현대사회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시험한다. 전통 식재료를 생산하던 장인이 일을 그만둬 음식을 못 만들게 되고, 매번 재정은 쪼들리고, 갑자기 대형쇼핑몰에 2호점을 내자는 매력적인 제안이 들어오기도 한다. 마지막에는 주변을 재개발하면서 잇쇼우안 역시 위기에 처한다. 한국에도 2008년 ‘식객’이 있었다. 하지만 음식이 주인공이었던 원작 만화와 달리 드라마 속 한식은 주인공 성찬(김래원)과 봉주(권오중)의 대결에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에 그쳤다. 게다가 끊임없이 외국인들이 심사위원으로 등장해 한식도 세계적일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데 몰두했다. 전통 그대로의 방식을 지켜야 한다고 부르짖다가도 퓨전요리와 서양식 코스요리로 한식을 대접하는 ‘철학의 부재’를 드러내고 말았다. 결말 역시 정성을 들여 전통을 지키는 편이 나은지, 요즘 입맛에 맞게 새로운 방식을 받아들이는 편이 나은지 별다른 고민도 없이 각각을 대표하는 성찬과 봉주를 ‘급(急)화해’시키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오센’은 고민에 빠진 여주인 센에게 선대 여주인이 찾아와 건물에 불을 지르며 “이런 건물 따위가 잇쇼우안이 아니다. 네가 기억하고 있는 맛과 전통이 진정한 잇쇼우안이다”라고 일갈하며 마무리된다. 그 후 잇쇼우안이 어떻게 됐는지는 보여주지 않는, 다소 김빠지는 ‘열린 결말’이다. 그럼에도 ‘오센’은 ‘식객’에 비해 전통이란 무엇인지, 현대에서 전통을 지킨다는 것이 과연 의미 있는 일인지 더욱 진지하게 질문을 던지며 그로 인해 고민하는 이들의 삶과 애환을 들여다본다. 한국에서는 과연 언제 이런 드라마가 나올까. ‘기모노는 되는데 한복은 안 되느냐’라는 식의 대결구도나 ‘우리 한복을 무시하느냐’는 인정 욕구만을 드러내지 않고 전통 안에 머물며 재발견의 기쁨을 주는, 전통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깊은 질문을 던지는 드라마가.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우리는 선한 존재로 태어났다.” 성선설을 주장하는 철학자의 말이 아니다. 10년 넘게 인간의 감정을 연구해온 심리학자인 저자의 말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다양한 과학적 근거를 들어 인간의 본성은 선하며, 선한 감정을 계발할수록 더 행복하고 성공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인간의 뇌 자체가 연민이나 감사 같은 선한 감정을 느끼도록 설계돼 있다고 말한다. 미주신경은 인간의 뇌에 있는 12개의 뇌신경 중 10번째 신경이다. 이 미주신경이 활성화되면 인간은 보통 가슴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 신경이 활성화될수록 긍정적 감정을 느끼는 수준도 달라진다. 인간이 이타적 행동을 하는 이유다. ‘감정은 주관적이며 종잡을 수 없다’는 생각도 이 책에 따르면 선입견일 뿐이다. 1967년 미국 심리학자 폴 에크먼은 파푸아뉴기니 원주민을 대상으로 사진 속 표정이 어떤 감정을 의미하는지 맞히도록 하는 실험을 했다. 서구문화와 접촉한 적이 없는 원주민들이었지만 대부분 정답을 맞혔다. 감정은 신체와 뇌 속에 부호화돼 새겨져 있으며, 얼굴 표정을 통해 이를 상대가 읽을 수 있도록 표현한다는 뜻이다. 초기 인류의 사회적 삶을 보면 인류가 선한 감정을 더욱 계발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은 미숙한 채로 태어나 오랫동안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집단을 구성해 ‘얼굴을 마주 보고’ 산다. 일부일처제 성향의 성 제도를 갖춘, 관계를 중시하는 드문 종이기도 하다. 타인의 감정을 읽는 능력을 발달시키고 화해나 용서 같은 선한 행동을 하는 편이 생존에 더욱 적합했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책은 공자가 말했던 ‘인(仁)’에 주목한다. 인은 책에 따르면 “다른 사람 안에 들어 있는 선(善)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인의 비율은 당혹감, 미소, 웃음, 놀리는 행위, 신체접촉, 연민, 경외감을 통해 높일 수 있다. 당혹감은 부정적 감정에서 용서와 같은 선한 감정으로의 전환을 촉진한다. 미소는 평등과 신뢰의 신호로, 놀리는 행위는 위계구조와의 타협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로 작용한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한국무용계를 대표하는 국립무용단과 창무회가 어린이날을 앞두고 동화를 한국춤으로 풀어낸 창작 무용극을 나란히 무대에 올린다. 전래동화 콩쥐팥쥐와 신데렐라 이야기를 접목한 국립무용단의 ‘프린세스 콩쥐’와 안데르센의 동화 ‘미운 오리 새끼’를 각색한 창무회의 ‘날아라 오리야’다. 댄스컬 ‘프린세스 콩쥐’는 5월 4∼8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첫선을 보인다. 국립무용단의 유일한 어린이 레퍼토리로 2년여에 걸쳐 숙성시킨 작품이다. 전래동화 콩쥐 이야기에 서양동화 신데렐라 이야기를 섞은 무용극을 휴식시간을 포함해 약 1시간 45분 동안 펼친다. 왕궁에서 성인이 된 왕자의 신부를 찾는 무도회가 열린다. 새엄마와 팥쥐 몫의 집안일까지 떠맡은 콩쥐를 요정 마마와 ‘단다리’들이 도와주고, 무도회에 갈 수 있도록 콩쥐를 치장해줘 마침내 왕자와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는 내용이다. 단다리는 ‘땅딸이’를 바꾼 말로 요정들을 가리킨다. 이 작품에선 화려한 의상이 먼저 눈에 띈다. 한복 대신 서양식 드레스 디자인에 한국 색동옷을 응용한 장식을 달았다. 국악 대신 독일 재즈그룹 살타첼로의 리더 페터 신들러 씨가 작곡한 음악을 사용했다. 독일 가곡을 연상시키는 서정적 선율이 특징이다. 콩쥐를 돕는 단다리들의 춤을 눈여겨볼 만하다. 물지게춤, 빗자루춤 등 집안일 동작을 익살스럽게 표현했다. 콩쥐 역에는 단원 이의영 씨(28), 박지은 씨(27)가 발탁됐고 인턴단원 조용진 씨(26)가 왕자로 출연한다. 모두 국립무용단의 막내뻘 단원들이다. 무용수 60여 명과 연주자와 합창단 30여 명이 출연한다. 안무를 맡은 배정혜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은 “한국춤 공연이라고 해서 무조건 한국적인 요소를 강조하기보다는 아이들이 재미있어 할 만한 작품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한국무용 안무가인 장현수 씨, 현대무용 안무가인 류장현 씨도 안무에 참여해 한국춤의 호흡을 바탕으로 새로운 동작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5000원∼7만 원. 02-2280-4115, 6 무용극 ‘날아라 오리야’는 22일∼5월 8일 서울 남산국악당에서 초연된다. 창무회와 남산국악당이 손잡고 작년 8월부터 제작에 들어갔다. 주인공 미운 오리(왕혜구)는 살을 찌우기 위해 비행을 금기시하는 동물농장의 불문율을 어기고 하늘을 동경한 탓에 미움을 받는다. 외모마저 다른 오리들과 달라져가는 것에 괴로워하던 미운 오리는 자신 때문에 가족들까지 힘들어하자 결국 제 날개를 잘라달라고 부탁한다. 엄마오리는 그런 미운 오리를 하늘로 날려 보내 백조의 꿈을 펼치도록 돕는다. 안무와 연출을 맡은 최지연 창무회 부예술감독은 “오리와 닭이 목을 튕기는 모습, 걸음걸이, 화를 냈을 때의 움직임 등 동물의 평소 행동을 춤으로 담아냈다. 배우 2명이 광대 역할을 맡아 관객의 관점에서 극을 설명하기도 하고 무용수들이 즉흥적으로 소리를 내는 등 이해하기 쉽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11명의 무용수 외에 타악과 대금, 해금 연주자 3명도 무대에 함께 등장한다. 새가 푸드덕거릴 때는 부채로 바닥을 두드리고, 크게 날개를 휘저을 때는 우산을 펼쳤다 닫으며 효과음을 즉석에서 만들어낸다. 전체 공연은 45분이지만 일요일과 어린이날 공연 전에는 작품에 등장하는 동물들의 춤동작을 아이들이 직접 배워보는 1시간짜리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2만5000원. 02-2261-0514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땅에 꽂힌 팽이처럼 계속해서 회전이 이어졌다. 갈라 공연 마지막 순서로 ‘백조의 호수’ 중 흑조 파드되(2인무)를 춘 타마라 로호(영국로열발레단)가 하이라이트인 푸에테(한 다리로 팽이처럼 회전하는 동작)를 선보이며 3회전을 넘어 4회전 연속 턴을 마지막까지 해보이자 객석에서는 뜨거운 함성이 터졌다. 9, 10일 오후 대만 타이베이 국가희극원에서 열린 ‘2011 타이베이 세계발레스타갈라’ 공연에서였다.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줄리 켄트, 시오마라 레예스, 마르셀로 고메스),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이고리 콜브), 네덜란드발레단(마야 마하텔리, 타마스 나히), 독일 드레스덴발레단(다케시마 유미코, 라파엘 쿠메마르케) 등 세계적 발레스타 14명이 한자리에 선 무대였다. ‘과연 스타’라는 말이 나올 만큼 이들은 서로 다른 매력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장미의 정령’에서 정령 역할을 소화한 콜브는 남성 무용수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유연하고 섬세한 표현력을 자랑했다. ‘차이콥스키 파드되’를 춘 다리아 클리멘토바와 바딤 문타기로프(영국국립발레단)는 ‘긴 팔다리의 힘’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상대적으로 체구가 작은 로호와 레예스는 탁월한 연기력과 음악성으로 스타의 조건이 체형만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했다. 로호는 ‘마농’ 중 폭발하는 사랑의 감정을 표현한 침실 파드되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연기를 선보였다. 레이즈는 ‘다이애나와 악테온’ 파드되에서 활을 튕기는 간단한 동작에서도 음악과 한몸이 되어 관객의 눈길을 빼앗았다. 공연에는 윌리엄 포사이스의 ‘슬링거랜드 파드되’, 데이비드 도슨의 ‘일광의 성질에 대하여’ 등 모던발레가 포함됐다. 고전발레와 드라마발레, 모던발레를 골고루 배치해 좋은 작품을 보는 재미를 안겨줬다. 그러나 9일 공연에서는 조명이 잘못 꺼졌다 다시 켜지거나 음악이 늦게 나오는 등 극장 스태프의 실수가 이어져 내용물에 비해 포장이 부족했다는 아쉬움이 남았다.타이베이=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언론중재위원회는 1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권성 현 위원장(사진)을 새 위원장으로 재선출했다. 권 위원장은 서울대 법대, 사법시험 8회 출신으로 헌법재판소 재판관과 서울행정법원장,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을 역임했다. 부위원장에는 언론중재위 서울제7중재부 정학철 위원(전 동아일보 편집위원)과 전북중재부 김종량 위원(전 전북일보 편집국장)을, 감사에는 서울 제4중재부 윤구 위원(전 문화일보 논설주간)과 경기중재부 위철환 위원(변호사)을 각각 선출했다. 이날 새로 선출된 운영위원은 권 위원장, 김 부위원장을 비롯해 이영덕(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강영수(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양은경(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김길소(전 강원일보 상무이사) 남승욱(전 KBS 청주방송총국장) 남부희(전 경남신문 논설주간이사) 김재원 위원(제주대 통역대학원 교수)이다. 시정권고위원으로는 권 위원장, 정 부위원장, 권일(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이재무(전 뉴시스 편집담당 상무) 어경택(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김충일(전 경향신문 기획사업본부장) 유의선 위원(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이 선출됐다. 이날 오후에는 언론중재위 30주년을 기념하는 초청강연회와 리셉션도 함께 열렸다.}

드가, 르누아르, 뭉크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은 발레는 어떤 모습일까. 8, 9일 경기 과천시민회관 소극장에서 서울발레시어터가 공연하는 ‘발레로 떠나는 미술여행’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임스 전 상임안무가가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창작한 모던발레 네 작품이 다양한 색채로 무대를 수놓는다. 신작 ‘모차르트’는 드가 그림 속 발레리나들에게서 영감을 얻어 첫 공연을 맞이한 댄서들을 발랄하게 표현했다. ‘블루’는 르누아르의 ‘부지발에서의 춤’, 마네의 ‘거울 앞에서’, 모네의 ‘죽음을 맞은 카미유’의 이미지를 엮어서 한 여인의 일생을 그렸다. ‘절규’ ‘키스’ 등 뭉크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은 ‘마스크’(사진)는 사랑 두려움 고통 고독 질투 등 뭉크의 속에 나타나는 강렬한 감정을 옴니버스 식으로 표현한 작품. 한국 탈춤놀이와 발레의 결합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화여대에서 예술철학과 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지언 씨의 해설을 곁들인다. 2만 원. 02-3442-2637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오늘 공연은 ‘동양인도 아름다운 발레를 출 수 있다’는 증거를 보여 준다.” 왕쩌신 대만 세계발레스타갈라 예술감독은 공연이 끝난 뒤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이렇게 말했다.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가 쏟아져 커튼콜은 10여 분간 세 차례 이어졌다. 막이 더 움직이지 않는데도 관객들은 한동안 자리를 뜨지 않고 계속 박수를 보냈다. 5일 대만 타이베이 국가희극원 무대에 오른 유니버설발레단의 창작발레 ‘심청’이 대만 발레 팬의 뜨거운 호응을 끌어냈다. 발레단은 같은 공연장에서 9, 10일 열리는 ‘2011 대만 세계발레스타갈라’의 오프닝 공연에 초청돼 5, 6일 ‘심청’을 공연했다. 타이베이를 시작으로 싱가포르 에스플러네이드 극장, 미국 샌프란시스코 워메모리얼 오페라하우스, 캐나다 밴쿠버 퍼포밍아트센터, 오만 로열오페라하우스, 러시아 모스크바 스타니슬랍스키 극장 등에서 2013년까지 계속되는 월드투어의 첫걸음이다. 공연 초반에는 객석 규모에 비해 무대가 작은 데다 극장 측이 마련한 댄스플로어가 미끄러워 자칫 큰 실수로 이어질 수 있는 장면이 연출됐다. 그러나 역동적인 남성 군무가 돋보이는 선원들의 춤과 아버지 심봉사를 그리는 심청의 애절한 춤, 그리고 마침내 심청이 인당수에 빠지는 장면으로 이어지면서 4층까지 객석을 채운 관객들의 박수 소리는 점점 커졌다. 1막이 끝난 뒤 휴식시간에는 발레단 기념품과 공연 프로그램을 사려는 관객들로 극장 로비에 긴 줄이 생겨났다. 관객 쿼유쳉 씨(41)는 “한국의 전통무용과 발레를 결합한 동작이 창의적이었다. 발레를 좋아해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대부분의 공연을 보는데 그중 손꼽을 만한 공연”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발레단이 폭풍우 장면, 인당수에 빠진 심청의 모습 등 영상을 도입한 2010년 판을 처음 해외에서 선보이는 자리이기도 했다. 왕샹화이 씨(46·여)는 “영상을 어색하지 않게 잘 어울리도록 활용한 점이 인상 깊다. 아버지에 대한 심청의 효심이 느껴져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2막 바닷속 경쾌하고 발랄한 물고기들의 춤, ‘심청’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3막 왕과 심청의 달빛파드되(2인무)가 이어졌다. 심청이 마침내 심봉사와 재회해 심봉사가 눈을 뜨는 장면에서는 일부 관객이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그러나 함께 눈을 뜨게 된 맹인들이 기뻐하며 익살스러운 춤을 추자 곧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타이베이는 이 발레단이 설립된 다음 해인 1985년 첫 해외투어를 가진 곳이기도 하다. 다이앤 베이커 타이베이타임스 부편집장은 “‘심청’은 안무, 음악 등 모든 면에서 완성도가 뛰어나다. 특히 심청을 맡은 황혜민 씨는 깃털처럼 가벼워 보였다”며 “25년 전에는 갈라 형식의 공연을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동안 엄청나게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은 “첫 해외투어 때는 한국 발레를 알리기 위해 공연장 대관료 등 현지비용을 발레단이 지불하면서 공연했지만 이번에는 주최 측에서 현지비용을 모두 제공하는 초청 형태다. 그동안 달라진 한국발레의 위상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타이베이=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