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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경기 포천시 신북면 금동리 펜션에 있던 70대 부부 등 3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은 수십 그루의 잣나무였다. 산사태로 흙모래와 뒤섞여 내려오던 아름드리 잣나무들이 펜션을 덮쳐 안에 있던 투숙객들이 건물 잔해에 깔려 숨진 것이다.사고를 목격한 금동리 이장 김모 씨(61)는 “거대한 잣나무 수십 그루가 펜션을 덮치자마자 건물이 폭삭 주저앉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펜션 뒤편의 남청산 자락은 1970년대 녹화사업 때 심은 잣나무가 전체 나무의 9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산사태로 16명이 희생된 서울 서초구 우면산 지역에도 잣나무 숲이 있다. 전원주택 8채가 매몰되고 2명이 숨진 방배동 임광아파트 건너편 산사태 현장에는 잣나무가 무더기로 쓰러져 있었다.잣나무는 소나무와 참나무 등 다른 나무에 비해 뿌리의 깊이가 상대적으로 얕다. 이 때문에 산사태에 취약한 잣나무가 많아 피해가 더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명박 대통령도 2일 국무회의에서 잣나무가 산사태의 원인 중 하나라는 보고를 받은 뒤 “산림을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라”고 지시했다.잣나무는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로 뿌리가 깊은 심근성(深根性) 수종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소나무와 비교했을 때 집중호우에 버티는 힘이 크게 떨어진다. 소나무는 상체에 군살이 적고 하체가 튼튼한 반면에 잣나무는 튼실한 상체에 비해 하체가 부실한 편이다. 땅 위에 있는 나무 몸통(Top)의 무게를 뿌리(Root) 부분의 무게로 나눈 값인 TR비율은 잣나무가 소나무보다 30∼50% 높다. 즉, 전체 나무에서 뿌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소나무가 잣나무보다 1.3배에서 1.5배 크다는 것. 잣나무는 줄기를 지탱하는 뿌리의 힘이 소나무에 비해 약하다.순천대 산림자원학과 박인협 교수는 “비옥한 곳에서 자라는 잣나무와 달리 소나무는 척박한 곳에서도 뿌리를 잘 내리는데 땅이 척박할수록 양분을 얻기 위해 뿌리를 더 깊숙이 뻗고 잔가지도 많아진다”며 “토양을 얽매는 힘에 있어서 통상 소나무가 잣나무보다 강하다”고 말했다.▼ 우면산 산사태 현장에도 잣나무 숲길 ▼또 소나무 아래에는 다양한 관목과 잡풀이 많이 자라지만 잣나무는 이파리가 햇빛을 가리는 경우가 많아 나무 밑에 다른 식물이 잘 자라지 않는다. 국립산림과학원 박병배 연구원은 “비가 오면 나무 밑에 있는 잡목이 빗물의 속도를 줄여주는 역할을 하는데 잣나무는 밑에 잡목이 적어 물에 쉽게 휩쓸린다”고 설명했다.서울대 산림공학과 윤여창 교수는 “잣나무는 열매가 열려 상업적 이득이 있고 한번 심으면 비교적 잘 자라 목재를 얻기도 쉬워 녹화사업 때 전국적으로 많이 심었다”며 “인공조림이 많아지면 산사태 등 자연재해에는 더 취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하지만 산림 전문가들은 산사태의 탓을 전적으로 잣나무에 돌리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한다. 뿌리가 깊이 내려가는 소나무나 참나무만 심는다고 반드시 산사태 예방 효과가 커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소나무와 잣나무 등 심근성 수종은 뿌리를 깊게 박는 일명 ‘말뚝 효과’가 있는 반면 뿌리가 얕은 천근성(淺根性) 나무의 경우 뿌리는 얕아도 사방으로 넓게 퍼지는 ‘그물망 효과’가 있다. 여러 종의 나무를 적절히 섞어 심어야 토양을 밑에서 붙잡고 옆에서 지탱해주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국립산림과학원 구교상 박사는 “잣나무를 심은 것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수종 간의 균형을 고려하지 않고 특정 나무만 집중적으로 심는 게 문제”라며 “소나무 같은 침엽수는 뿌리는 깊어도 송진처럼 불씨를 키우는 물질이 있어 산불에는 매우 취약하다”고 말했다.우리나라 산의 토질 특성상 어떤 나무를 심어도 산사태 예방이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이수곤 교수는 “우리나라 산은 대부분 흙의 점성이 약하고 흙에 자갈과 바위가 많이 섞여 있어 나무가 뿌리를 깊이 내리는 데 한계가 있다”며 “산사태는 수종뿐 아니라 강수량 경사도 토질 등 여러 변수가 있기 때문에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정부는 2일 국무회의에서 추가적인 산사태 방지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김해진 특임 차관은 펜션 붕괴로 3명이 사망한 포천시 산사태 사고를 거론하며 “산사태 발생지역을 직접 둘러보니 잣나무가 많아 앞으로도 산사태가 우려된다.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그러면서 “녹화사업을 하면서 유실수를 심자고 해서 잣나무를 심었는데 요즘은 잣을 따는 사람도 많지 않아 쓸모없는 나무가 돼버렸다”고 덧붙였다.이 대통령은 “과거에는 산림녹화를 위해 나무를 심기만 했는데 이제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수종관리가 필요하다”며 “강원도에 특히 잣나무가 많은데 이제는 외국처럼 간벌(나무의 밀도나 구성을 조절하기 위해 나무를 베어내는 작업)을 계획적으로 해야 한다. 농림수산식품부와 산림청이 과학적으로 대응하라”고 지시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전국 의사 697명이 다국적 제약회사로부터 모두 8억2000여만 원의 리베이트를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들 중 28명은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양쪽을 모두 처벌하는 ‘쌍방처벌’이 시행된 2010년 11월 28일 이후에도 돈을 받았다. 서울지방경찰청은 2일 2008년 1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한 번에 30만∼300만 원씩을 주고받은 혐의(약사법 위반)로 J제약회사 전 대표이사 최모 씨(54)와 의사 김모 씨(48) 등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J사는 광고대행업체를 통해 의사들과 광고계약을 체결하고 광고비를 주는 것처럼 위장한 뒤 자사 의약품 처방량에 비례해 돈을 지급했다. 당국이 리베이트 단속과 규제를 강화하자 이를 피하기 위해 합법적 수단으로 위장한 신종 수법이라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쌍방처벌 시행 이전에 돈을 받았거나 비교적 소액을 받은 의사 696명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에 행정조치하도록 통보했다고 밝혔다. 또 A사 의약품에 대해서는 약가 인하 등의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식품의약품안전청에 행정조치를 의뢰했다고 경찰은 전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28일 추락한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기장 A 씨가 거액의 보험에 가입한 것과 관련해 의혹을 제기하는 보험업계에 주의를 촉구하고 나섰다. 항공기 조종사들 역시 “(보험 가입에 관한 의혹은) 불가능한 시나리오”라며 반발하고 있다.김수봉 금감원 부원장보는 1일 기자간담회에서 “‘사실관계가 분명치 않은 상황에서 의혹만 제기하는 것은 계약자를 보호해야 하는 보험사의 의무에 어긋날 뿐 아니라 보험업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각 보험사에 보냈다”고 밝혔다. 그는 “A 씨가 6월 여러 보험사의 보장성보험에 가입한 게 특이하긴 하지만 소득이 많은 직종일수록 보장성보험 가입 건수가 많고 금액도 큰 경향이 있다”며 “무엇보다 가족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 만큼 무책임하게 말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금감원은 현재 A 씨가 여러 보험사에 중복으로 가입한 경위를 파악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하거나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보통 보험사기 조사에 착수하려면 사고와 관련된 데이터 중 의심이 드는 항목에 점수를 매겨 50점이 넘으면 사기 혐의가 있다고 보지만 아직 이런 작업을 시작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김 부원장보는 “조사 주체는 국토해양부이며 금감원은 보험 가입 상황만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동료 조종사들은 의혹 제기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 조종사는 “B474 화물기의 맨 아래층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곳은 통로가 없어 운항 중에 조종실에서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이상 발생 후 약 15분간 부기장이 교신한 내용을 봐도 사고 수습을 위한 정상적인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조종사도 “화재 보고를 하고 회항한 사실 등을 볼 때 고의로 사고를 냈다는 주장은 절대 사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A 씨와 공군2사관학교를 함께 다닌 한 조종사는 “A 씨는 1일부터 사이판으로 가족과 휴가를 가기 위해 비행기표도 예매했었다. 일부러 사고를 낼 리 없다”고 말했다.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참혹했을 사고 순간을 다른 목적에 이용할 수 있는 조종사는 세계에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라며 “무사 귀환을 위해 최후의 힘까지 쏟았을 두 사람을 더는 매도하지 말라”고 촉구했다.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의 원인을 놓고 피해 주민은 ‘인재(人災)’를 서초구는 ‘천재(天災)’를 주장해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인근 공군부대에 산사태의 책임이 있을 수 있다는 새로운 주장까지 제기됐다. 여기에 인근 터널의 다이너마이트 폭발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와 4가지 다른 주장을 놓고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와 서초구 공무원 및 토목공학자 등 전문가로 구성된 우면산 산사태 합동조사단은 서울시청에서 열린 조사 결과 중간발표에서 “군부대 방향으로 연결된 산사태 흔적 세 곳 중 방배래미안아트힐 방향 산사태 흔적을 군부대 경계 부근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산사태 원인이 군부대에 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다만 정형식 조사단장(전 한양대 교수)은 “산사태가 군부대 시설과 직접 연관이 있는지 명확히 밝히기 위해서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종 결과 발표는 7일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사 결과에 대해 산사태 전문가인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는 “이번 우면산 산사태로 흙이 무너져 내린 지점이 16곳 정도인데 군부대에서 모든 원인을 제공했다고 보기 힘들다”며 “근본적인 책임은 사방(砂防)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서울시와 서초구에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도 이날 “군 시설의 영향으로 산사태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 군부대 내에는 무너진 곳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방부 설명은 산사태 발생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기자의 취재 내용과 달라 논란이 예상된다. 당시 산이 깎여나간 지점 바로 위에 있던 공군부대 내 도로는 산에서 쏟아져 내린 흙이 쌓여 있었고 도로 옆 배수로도 흙으로 막혀 있었다. 공군 측 관계자도 “취재 내용이 맞다”며 “국방부에서는 배수시설에 문제가 없었다는 취지로 그런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확인했다. 서초구청 측은 조사 결과에 대해 “아직 최종 결론이 나지 않아 할 말이 없다”고만 했다. 한편 26일 오후 6시 20분경 강남순환도로 터널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다이너마이트 폭발사고가 이번 산사태의 원인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사고 지점이 남태령 인근이기 때문에 그 진동이 우면산에 영향을 줬을 수도 있다는 것. 그러나 이 교수는 “다이너마이트 폭발이 원인이라면 그 인근에서만 산사태가 일어나야 했지만 이번에는 우면산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산사태가 일어났다”며 가능성을 낮게 봤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지난달 말 중부지방에 내린 아열대 폭우 피해 복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31일 수도권에 또다시 폭우가 쏟아졌다. 이 비는 1일 오전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돼 이미 큰 피해를 본 지역에 2차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인천에는 31일 하루에만 150mm 이상의 폭우가 쏟아졌다. 기상청은 이날 서울과 인천, 경기 파주시 등 5곳에 호우경보를 내리고 경기 동두천 광명 과천시, 충남 서산시 등지에 호우주의보를 발령했다. 이날 오후 9시 10분 현재 강수량은 인천 공촌동 163mm, 인천 146.5mm, 김포공항 128mm, 서울 72mm 등이다. 밤부터는 비가 소강상태를 보이면서 호우경보는 모두 해제됐다. 1일에도 중부지방에 시간당 50mm 이상의 많은 비가 예보됐다. 기상청은 “중국에서 다가오는 기압골의 영향으로 중부지방에서 시작된 비가 1일 전국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이번 비도 대기 불안정에 따른 집중호우여서 지역별로 큰비가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중부지방에는 2일과 3일에도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31일 중부지방에 또다시 큰비가 내리자 복구 작업을 하던 서울과 경기 북부지역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3일까지 비가 계속된다는 소식에 복구 자체를 중단한 현장도 적지 않았다. 이날 오후 굵은 빗줄기가 내리기 시작하자 서울 서초구 방배동 남태령 전원마을 상황실에는 “빨리 복구인력과 장비를 보내 달라”는 주민들의 요구가 빗발쳤다. 아직 치우지 못한 산사태 토사 위에 또 토사가 흘러내리는 현장도 있었다. 경기 북부지역에도 비로 복구 작업이 중단됐다. 오후 4시 반경 호우주의보가 내린 파주시 적성면에서는 복구 작업 중이던 주민과 군 장병들이 안전 문제로 현장에서 철수했다. 3일 동안 675mm의 집중호우가 내려 피해가 집중된 동두천도 이날 비가 내리면서 복구가 중단돼 차량 통행이 어려워졌고 길거리에는 쓰레기가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옷가게를 운영하는 허모 씨(55)는 “차라리 비가 더 내려 폐기물이 싹 쓸려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종 집배원 한강서 시신 발견 한편 폭우 속에서 우편물을 배달하다 경기 용인시 포곡읍 배수로에 빠져 실종된 용인우체국 소속 집배원 차선우 씨(29)가 지난달 30일 오후 사고지점에서 60km 떨어진 한강 잠실대교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장례는 우체국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동두천=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31일 서울 성동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외국인근로자 대상 건강검진에서 한 외국인 근로자가 혈압검사를 받고 있다. 이번 검진은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양대전공의협의회, 한양대의료원이 의료진으로 참여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이번 산사태는 수년 전부터 예고됐던 겁니다. 일차적 책임은 복구만 할 뿐 예방을 하지 않는 정부에 있습니다.”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우면산(牛眠山) 산사태 현장을 둘러본 산사태 전문가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흙이 흘러내려온 양이나 형태 모두 지난해 이 일대에서 발생한 산사태와 유사하다”며 “지난해에는 사람이 희생되지 않았다는 점만 다를 뿐”이라고 말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26일부터 3일째 내린 707.5mm(경기 가평군·28일 오후 10시 기준)가 넘는 폭우로 전국에서 59명이 사망하고 12명이 실종됐다. 또 주택 1375동이 침수되는 재산 피해와 함께 이재민 5000여 명이 발생했다. 이 교수가 현장 점검에 나선 우면산 일대에서는 이번 산사태로 모두 18명이 사망했다.동아일보는 이 교수와 산사태 피해를 입은 서초구 방배동 삼성래미안아트힐에서 남부순환도로를 건너 산사태 흔적을 거슬러 올라가며 현장을 살폈다. 이 지역은 작년에도 올해와 유사한 산사태가 있었던 곳이다. 이쌍홍 서초구청 공원녹지과장은 “추석 직전인 9월 21일경 집중호우가 내렸을 때 방배3동 쪽으로 군부대부터 남부순환도로까지 산사태가 일어났다. 토사의 양이나 유형은 이번 산사태와 비슷했으나 주택가를 덮치지 않아 차 한 대가 매몰되는 정도의 피해로 그쳤다”며 “당시 산사태 피해는 현재까지 약 75% 정도 복구된 상태”라고 말했다. 방배119안전센터 관계자는 “작년 여름 장마철 경남아파트와 래미안아트힐 사이 방배로로 우면산에서 쓸려 내려온 토사와 물이 들이쳐 경남아파트 지하주차장이 피해를 입은 적이 있었다. 당시 출동해 토사를 퍼내는 등 복구 작업을 펼쳤다”고 말했다.이 일대는 산 중턱을 깎아 도로를 내거나 집을 지은 전형적인 절개지(切開地). 산사태가 지나간 자리에는 20∼30m 너비의 거대한 계곡이 형성돼 곳곳에 급류가 흐르고 있었다. 이런 식의 산사태가 근방에 서너 곳 이상 발생했다. :: 이수곤 교수는 ::전 세계 산사태 전문가들이 모여 결성한 국제학회 공동산사태기술위원회 한국대표. 현재 서울시립대 사면(斜面)재해기술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다.▼ “좁은 배수로 막혀 역류… 흙 아래로 쓸고 내려가” ▼이 교수는 급류를 살펴보며 “산사태는 주로 물이 모이기 쉬운 지형인 계곡부에서 발생한다. 이번에 산사태로 재해를 당한 우면동 형촌마을과 방배동 남태령 전원마을, 방배동 아파트 밀집지역 모두 계곡부 아래쪽에 위치해 있다”고 설명했다. 우면산 일대는 산사태로 흙이 대부분 떠밀려 내려가 거대한 암반과 나무뿌리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산을 오르는 내내 산사태로 쏟아지는 흙을 막고 배수를 용이하게 할 사방댐 등 방재시설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이 교수는 처참하게 깎여나간 산사태 현장을 보며 “이런 산 아래에 아파트를 지으면서 방재시설을 전혀 만들지 않았다는 건 말도 안 된다. 이건 후진국 수준”이라고 말했다.약 500m를 올라 산사태 발생 지점에 접근하자 군부대에서 쓸려나온 녹슨 탄피가 눈에 띄었다. 군에서 친 펜스와 철조망은 완전히 쓸려나가 흙더미에 처박혀 있었다. 산 정상 인근에 위치한 공군부대 내 시멘트 도로는 약 100m에 걸쳐 산에서 쏟아져 내린 흙으로 덮여있었다. 이 교수는 도로 옆 배수로를 가리키며 “토사에 배수로가 막혀 물이 제대로 빠지지 못하고 역류하면서 산 아래로 흙을 쓸고 내려간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산사태에 대비하기에는 배수로 너비가 너무 좁다”고 설명했다. 배수로 너비는 50cm에 채 못 미쳤다. 이미 상당 구간 흙이 치워졌지만 여전히 배수로 바닥에는 토사와 나무뿌리 등이 남아 있었다.한편 막대한 인명, 재산 피해가 발생한 만큼 산사태 발생 원인이 인재(人災)로 밝혀지면 피해주민의 집단소송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서초구청 측은 우면산 산사태는 자연재해에 해당돼 따로 보상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동영상=충격과 공포의 우면산 산사태, 그후...}

‘서울 한복판의 전원주택가’로 각광받으며 고급주택이 즐비하게 들어섰던 서울 서초구 우면산 일대는 이번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해 주민 16명이 사망하고 400여 명이 대피하는 등 큰 피해를 봤다.이날 산사태로 서울 서초구 우면동 형촌마을 70여 가구 주민은 오전 내내 고립됐다 오후 1시경 인근 아파트 공사장 현장사무소로 임시 대피했다. 우면산 저수지에서 넘친 물이 토사와 함께 마을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며 폭포처럼 쏟아지는 바람에 구조작업이 늦어졌다. 전자레인지, 의자 등 집기는 물론이고 주차해뒀던 차가 물살에 쓸려 내려가 집 담장을 부수고 마당을 덮치기도 했다. 주민 강태숙 씨(67)는 “이 동네에서 50년간 살았지만 이런 산사태는 처음이다. 산이 있어 공기도 맑고 살기 좋은 동네였는데 한순간에 집이 쑥대밭이 됐다”며 안타까워했다.역시 고급주택이 들어선 서초구 방배동 남태령 전원마을은 사망자 6명을 내고 집 20여 채가 토사에 매몰됐다. 현재도 실종자를 찾기 위한 수색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산사태는 우면산 자락 오른편에 위치한 비닐하우스집 10여 채를 쓸고 내려간 뒤 전원마을을 덮쳤다. 지하에 있다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거나 떠내려 오는 차 사이에 끼여 사망하기도 했다. 주민 우모 씨(40)는 “처음 물이 들어올 때는 정신없이 집 안 물건을 치우다 밖으로 나가야겠다는 생각에 문을 열었는데 그 순간 가슴까지 물이 들어찼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물살에 휩쓸렸는데 아버지밖에 구하지 못했다”며 발을 굴렀다. 서초동 국립국악원에서 방배동 교육과학기술연수원까지의 약 1km 구간 남부순환도로도 산사태로 쏟아져 내려온 토사와 나무가 가득했다. 도로변의 아파트도 토사가 덮쳐 토사가 유리를 깨며 집 안으로 밀려들어오기도 했다. 이 지역에서도 사망자 8명이 발생했다.형촌마을 주민들은 “이번 산사태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인재였다. 우면산 생태공원을 조성하고 남은 건축자재가 저수지 배수로를 막아 피해를 키웠다”며 구청 관계자에게 항의하기도 했다. 주민 송모 씨(46)는 “작년 추석에도 침수피해가 있어 제방을 만들었지만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피해가 더 커졌다. 전원마을의 한 주민은 “우면산에서 5월부터 등산로 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계곡마다 파헤치고 나무를 뽑는 바람에 이런 피해가 난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서초구 관계자는 “지난해 9월 태풍 ‘곤파스’가 우면산을 강타하면서 나무가 뿌리째 뽑힌 사례가 많았다. 이때 불안정해진 지반이 안정화되지 못한 상태에서 집중호우를 만나 여기저기 산사태를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한편 우면산 인근 EBS방송센터에도 토사가 유입돼 TV와 라디오 방송이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오후 1시 52분에는 비상전원까지 끊겨 TV 방송이 13분간 중단되기도 했으나 오후 8시 20분경 모든 방송이 정상화됐다. 서초동 예술의전당은 공연장과 전시장은 피해를 보지 않았으나 안전을 고려해 전당 내 모든 카페와 아카데미, 전시장이 임시로 문을 닫은 상태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

“‘문도 안 잠그고 산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착하고 정 많은 노르웨이 사람들이 이번 일로 겪을 고통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26일 오전 ‘노르웨이 라면왕’이라 불리는 한국계 노르웨이 사업가 이철호 씨(74·사진)는 노르웨이로 출국하기 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씨는 6·25전쟁 직후 17세 때인 1954년 노르웨이로 건너간 뒤 구두닦이 요리사 등을 거친 끝에 한국식 라면 브랜드 ‘미스터 리’를 창업해 현지에서 사업가로 성공한 인물. 2004년 이민자 최초로 노르웨이 국왕에게 ‘자랑스러운 노르웨이인 상’을 받았고 노르웨이 초등학교와 고교 교과서에 그의 이야기가 실리기도 했다. 이 씨는 22일 노르웨이 오슬로 우퇴위아 섬에서 무차별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하기 직전인 21일 자신의 자서전 출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이 씨의 딸이 쓴 이 책(‘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마’)은 이 씨의 인생과 성공담을 담았다. 이 씨는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해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노르웨이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는 “그동안 노르웨이에 살면서 이번 사건의 범인처럼 외국인을 배타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본 적이 없다. 범인 같은 생각을 지닌 이가 있다 하더라도 극소수”라고 말했다. 노르웨이에는 인도 파키스탄 베트남 등 다양한 국가의 이민자가 섞여 살고 있지만 임금이나 대우 등 여러 면에서 출신국가나 인종 때문에 불이익을 받는 사례는 없다는 것. 실제로 노르웨이 정부는 1970년대 이후 이민을 제한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다른 유럽 국가보다 개방적이다. 수도 오슬로 인구의 4분의 1이 외국인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정치적, 경제적 이유의 난민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지난해 받아들인 난민만도 5000명이 넘는다. 노르웨이 인구는 약 464만 명이다. 그는 “노르웨이는 누구든 자신의 능력껏 최선을 다해 살면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라며 “돈을 많이 벌더라도 세금을 많이 내기 때문에 나 자신도 이민자 사업가라는 이유로 질시를 받아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 씨 역시 노르웨이 다문화주의의 수혜를 본 인물. 노르웨이에 가게 된 것도 6·25전쟁 때 부상을 입어 야전병원을 전전하던 그에게 한 노르웨이 의사가 “시설이 좀 더 좋은 노르웨이의 병원으로 가자”고 권유한 덕분이다. 변변한 학력이나 기술도 없이 접시 닦는 일을 하던 한국인 소년이 이 나라 조리학교에 진학해 지금의 인생을 살 수 있었던 것도 접시 닦던 식당의 주방장이 추천해준 덕분이었다. 이 씨는 “한국도 최근 외국인 이주노동자가 많아지고 있지만 노동 여건 등 일부 분야에서 차별이 있다고 들었다. 내 회사에서는 국적을 가리지 않고 직원을 채용한다. 결국 외국인 노동자들은 우리를 돕는 고마운 사람들이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에게 노르웨이는 자신을 따뜻하게 품어주었을 뿐 아니라 6·25전쟁 당시 참전해 한국을 도운 은인의 나라다. 이 씨는 “노르웨이 사람들은 자신들이 도와준 한국이 지금처럼 성공을 거둔 것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다”고도 했다. 또 그는 “노르웨이 국민이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지만 그들이 과거 나 같은 이민자에게 따뜻하게 대해준 것만 보더라도 이번 상처를 이겨낼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노르웨이 국민에게 한국인의 따뜻한 격려와 위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저는 혀경영입니다.’23일 오전 자신을 ‘허경영’이라고 밝힌 한 트위터(@huh_president)가 “나를 팔로하면 대선 당선 후 1인당 300만 원씩 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허 씨는 17대 대선에 출마해 각종 기행으로 화제를 낳은 인물. 당시 공약으로 결혼한 부부에게 1인당 5000만 원씩 1억 원을 주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이 글은 트위터와 인터넷에 급속도로 퍼졌다. 누리꾼들은 “역시 허본좌”라며 글을 퍼 날랐고 “선거법 위반 아니냐”는 문의는 물론이고 반값등록금, 무상급식 등 정치 경제 현안에 대해 질문하는 글도 잇따랐다. 시골의사 박경철 씨 등 일부 파워 트위터 유저들이 이 글을 재전송하면서 파장은 더욱 커졌다.하지만 이 글은 ‘진짜 허경영’이 아닌 캐나다 밴쿠버에 사는 한 한국인이 국내 누리꾼을 상대로 장난을 친 것으로 드러났다. ‘허경영’을 사칭해 트위터를 개설한 봉모 씨는 “나는 캐나다 밴쿠버에 사는 요리사”라며 “트위터에서 내가 진짜 (허경영이)다, 가짜다 말한 적 없는데 패러디와 현실을 구분 못하는 우리나라 현실이 슬프다”고 밝혔다. 봉 씨는 이후 트위터 프로필에 있는 이름도 ‘허경영’에서 ‘혀경영’으로 바꿨다. 진짜 ‘허경영’은 25일 자신의 트위터(@HeoKyungYoung)를 개설한 뒤 “나를 빙자한 가짜 계정이 많은데 오늘부터 공식적으로 트위터를 시작한다”는 글을 올렸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건국대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퍼시픽스테이츠대(PSU·Pacific States University)를 해외 분교로 본격 육성하겠다고 24일 밝혔다. 김진규 건국대 총장(사진)은 22일(현지 시간) 로스앤젤레스 PSU 윌셔캠퍼스에서 “PSU를 건국대 공식 로스앤젤레스 캠퍼스로 육성, 발전시킬 계획”이라며 “학생과 교수 교환은 물론이고 커리큘럼, 학교 운영 등 각종 프로그램을 공동 운영하는 등 긴밀한 협력관계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건국대는 1988년부터 PSU의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세종대는 일반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올해 처음 실시한다. 작년에는 국가유공자 자녀 등 사회기여자 및 배려자를 대상으로 실시해서 12명을 뽑았다. 모집 대상을 확대하면서 인원이 대폭 늘어 전체 모집 인원의 10.3%(260명)을 선발한다. 다양한 방식으로 학생의 잠재력을 평가하겠다는 취지다.○ 잠재력, 창의성 등 다양한 인재 선발 수시모집의 입학사정관제 전형은 성장잠재력우수자(126명) 창의적 리더십(110명) 사회기여자 및 배려자(24명) 전형으로 나뉜다. 창의적 리더십 전형에서는 학교 성적보다는 창의성과 리더십을 중점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1차를 서류로만 평가한다. 대학의 양식에 맞춘 자기보고서와 추천서를 제출하면 된다. 자기보고서에서는 사회봉사, 선행, 효행 등 리더십 관련 활동 경력이나 창의성을 평가하기 위한 이야기 창작 항목을 작성하면 된다. 성장잠재력 우수자 전형은 지원한 전공 분야에서 성장할 가능성이 큰 학생을 선발한다. 국내 고교 학교생활기록부 성적이 3학년 1학기까지 4개 학기 이상 있을 경우에만 지원이 가능하다. 학생부만으로 1단계를 전형한다. 사회기여자 및 배려자 전형은 독립유공자 자녀, 국가유공자 및 그의 자녀, 다문화가족 자녀, 소년ㆍ소녀 가정, 아동보호시설 출신을 대상으로 한다. 타인과 공동체에 대한 관계 및 역할인식, 어려움을 극복하는 역량등을 중점적으로 살핀다. 1단계 전형에서는 학교생활기록부만으로, 2단계 전형에서는 학교생활기록부 60%+서류평가 40%로 평가한다.○ 심층, 토론면접 등 종합적으로 평가 성장잠재력 우수자 전형의 경우 전공을 선택한 이유와 과정을 심층면접에서 명쾌히 설명해야 유리하다. 창의적 리더십 전형의 2차평가에서는 토론면접과 개별면접을 각각 50%로 반영한다. 토론면접은 6명 내외의 지원자를 한 조로 묶어 진행한다.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지, 자신의 의견을 조리 있게 말하는지를 주로 본다. 입학사정관 전형에서는 여러 명이 다면 및 다단계로 평가한다. 개별 평가자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하고 심의하는 서류평가심의회의와 입학사정관전형심의위원회를 운영한다. 김준엽 세종대 입학처장은 “1차에서 제출한 서류내용을 2차 면접에서 상세히 질문하므로 외부의 도움을 받기보다는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적는 것이 중요하다. 토론의 예절을 모르는 경우도 많으므로 미리 연습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은 ‘세종 창조학당 인재 장학금’을 받는다. 상위 10% 학생 중 입학사정관전형심의위원회가 선발한 학생(10명 이내)에게 4년 등록금을 전액 준다. 또 세종대 대학원에 진학하면 대학원 등록금을 모두 지급한다. 교환학생 우선 선발 및 500만 원의 경비지원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단, 직전 학기 평점이 평균 3.5점 이상이어야 한다. 원서는 8월 3∼8일 세종대 입학 안내 홈페이지(http://ipsi.sejong.ac.kr), 유웨이중앙교육 홈페이지(http://www.uway.com), 진학사 홈페이지(http://www.jinhak.com)를 통해 접수할 수 있다. 서류는 8월 3일부터 접수한다. 11일 오후 5시까지 직접 방문하거나 등기우편으로 입학과에 제출해야 한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경기 고양시 일산호수공원에서 열린 연꽃축제를 찾은 시민들이 꽃을 감상하고 있다. 24일까지 열리는 축제에서는 수련과 백련, 홍련 등 1만8000여 그루의 연꽃을 볼 수 있다. 입장료는 무료. 송은석 대학생 인턴기자 연세대 신학과 4년}

결단의 순간은 불과 몇 초. 의사는 그의 다리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결단을 내려야 했다. 이미 차가워진 몸은 심폐정지에 빠진 상태. 무너진 건물 잔해에 한쪽 다리가 걸려 도저히 몸을 빼낼 수 없는 상황. “자르시려고요?” 약 5시간 전, 콘크리트 더미에 깔린 이 씨가 자신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던진 말이었다. “오른쪽 다리는 아직 감각이 있어요. 아플 것 같은데….” 이 씨의 말이 귓가에 스쳤다. 의사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살려야 한다” 20일 오후 4시경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한 3층 건물이 리모델링 공사 중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인부 이모 씨(58)와 김모 씨(45)가 건물 잔해 속에 매몰됐다. 긴급 출동한 구조대는 잔해 속에서 이 씨를 찾았지만 잔해더미에 깔려 빼내지는 못했다. 건물 더미에 짓눌린 이 씨의 왼쪽 다리가 잔해에 걸려 빼내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이 씨는 21일 오전 6시 반경 이미 심폐정지 상태에 빠진 상황. 심폐정지는 생명을 다하기 직전에 몸의 운동신경과 뇌 활동이 함께 멈추는 상태다. 만약 구조가 늦어져 응급치료를 못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밖에 없다. 목숨을 건지기 위해서는 다리를 절제하고 병원으로 옮겨야 했다. 현장에 출동한 현윤석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환자가 심폐정지에 빠지는 순간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고 말했다. 간신히 건물 잔해에서 끄집어낸 이 씨의 몸은 이미 얼음장 같았다. 절제수술에도 피가 거의 나오지 않을 정도로 이미 출혈이 심했다. 남은 오른쪽 다리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짓이겨져 있었다. 21일 오전 6시 반경 이 씨는 긴급히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심폐소생술과 수혈이 1시간 넘도록 계속됐다. 오전 7시 44분 의료진은 결국 이 씨의 사망선고를 내렸다. 사인은 출혈성 쇼크로 인한 심폐정지였다.○ “아빠 다녀올게” 이 씨는 직장에 다니는 20대 후반의 아들, 아내와 함께 살고 있지만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았다. 결혼을 하지 못한 아들의 장래를 위해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했다. 긴 장마로 자주 일을 나가지 못한 것도 마음에 걸렸다. 이 씨의 아들(29)은 “아버지가 사고 당일에도 오전 다섯 시쯤 집을 나섰다”며 “마침 이날 일찍 퇴근해 아버지와 함께 저녁을 먹으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사고 소식을 들었다. 퇴근해서 돌아오시리라 생각했던 아버지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 “그토록 애를 썼는데…” 양동영 서울강동소방서 인명구조대장은 “사고 직후 공사장 인부 13명 중 행방이 확인되지 않은 이 씨와 김 씨를 수색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음파탐지기까지 동원해 찾던 생존자의 목소리는 사고 발생 약 3시간 반이 지난 20일 오후 7시 반경에 들려왔다. 구조대가 두드리는 해머 소리를 듣고 이 씨가 ‘살려 달라’고 외친 것. 하지만 구조는 난항을 거듭했다. 무너진 콘크리트 바닥이 세 겹이나 이 씨와 구조대 사이를 가로막고 있었다. 한 바닥을 뚫고 나면 또 다른 바닥이 구조대를 가로막았다. 날을 넘겨서야 이 씨의 얼굴을 볼 수 있을 정도의 구멍이 뚫렸다. 사람이 드나들 수 있을 만한 크기로 구멍을 넓히는 데는 약 5시간이 더 걸렸다. 게다가 이 씨의 다리는 기둥 사이를 이어 천장을 받치는 보에 짓눌려 있었다. 이 씨가 누워 있는 아래쪽을 파내려 했지만 단단한 콘크리트 바닥 때문에 여의치 않았다. 에어백을 동원해 보를 들어내려 했지만 콘크리트 하중이 커 실패했다. 결국 이 씨의 다리를 짓누르는 보를 10cm씩 잘라내는 작업이 진행됐다. 가로 세로 1m도 되지 않는 좁은 공간은 사람 1명이 들어가면 꽉 찼다. 의료진과 구조대원이 번갈아 좁은 구멍으로 기어들어가 이 씨를 구하려 사력을 다했다. 무려 15시간의 사투 끝에 이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했다. 양 대장은 “그토록 살리기 위해 갖은 수단을 동원했는데 이 씨가 끝내 숨져 안타깝다. 이 씨가 ‘살려 달라’고 외치던 소리에 눈물을 흘리며 구조작업을 했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21일 오후 3시 반경 구조대는 인명구조 탐색견을 동원한 끝에 또 다른 인부 김 씨를 잔해 속에서 발견했다. 6시간에 걸친 작업 끝에 오후 9시 반경 김 씨를 잔해 속에서 꺼냈지만 김 씨는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던 양 대장이 현장에 출동한 지 꼬박 하루하고도 6시간이 넘어간 때였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일본 기업으로 국내 증시에 유일하게 상장된 ‘네프로아이티’가 개인투자자 30여 명을 대상으로 유상증자에 나섰다가 청약증거금 149억 원을 제3자가 가로챈 전례 없는 사건이 일어났다. 더구나 이 3자는 네프로아이티를 인수하기로 한 회사의 경영진이어서 횡령 배경을 둘러싸고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네프로아이티의 신고를 받은 서울 강남경찰서는 즉각 수사에 착수했다. 네프로아이티는 9월에 경영권을 넘기기로 한 홍콩계 외국회사 만다린웨스트의 박모 부사장이 유상증자 청약증거금 149억 원을 횡령했다고 18일 공시했다. 당초 네프로아이티는 총 9억9999만 원을 조달하기 위해 당시 1600원대이던 주가보다 10%가량 낮은 주당 1460원에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14, 15일 청약기간에 네프로아이티는 총 149억 원의 청약증거금을 모았고 만다린웨스트의 박 부사장이 이 돈을 갖고 도주한 것. 네프로아이티는 2009년 4월 24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국내 증시 유일의 일본 기업으로 일본 오사카거래소에 상장된 네프로저팬의 자회사이다. 온라인 광고와 모바일 콘텐츠 사업을 하고 있었으나 국내 상장 이후 실적이 급격히 나빠졌다. 강남서 측은 “박 부사장은 이번 인수를 위해 만다린웨스트가 고용한 인물로, 네프로아이티가 청약증거금을 보관한 은행에 지급정지를 요청함에 따라 전액을 인출하지는 못한 것 같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는 네프로아이티가 횡령사실을 공시한 18일 이 종목의 거래를 정지한 뒤 상장폐지 대상에 해당하는지 심사에 나섰다. 상장폐지될 경우 기존 주주의 피해도 불가피하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소액공모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네프로아이티처럼 10억 원 미만의 소액공모는 주간 증권사 없이 상장사가 직접 진행할 수 있고 증거금을 인출에 제한이 있는 방식의 계좌에 예치할 필요가 없다. 박 부사장은 이 점을 악용해 청약증거금을 가로챈 것으로 보인다.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1초에 2.7번 발을 구르는 23명의 격렬한 태보(태권도·복싱·에어로빅을 합친 운동) 동작에 39층짜리 대형 건물이 흔들렸다. 흔들림은 높은 층일수록 컸다. 38층에서는 책상에 놓인 난 잎이 크게 흔들거렸고 31층에 있던 기자는 울렁증과 어지럼증을 느낄 정도였다.19일 강변 테크노마트에서는 5일 발생한 이상 진동의 원인을 찾기 위한 시연이 열렸다. 당시와 비슷한 상황을 연출한 결과 건물 고층부에서 나타난 흔들림 현상은 12층 피트니스센터에서 단체로 했던 태보 때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이날 대한건축학회와 테크노마트 건물주인 프라임산업은 13층 회의실에서 ‘진동 원인 규명 설명회’를 열고 “2.7Hz(1초에 2.7번 진동)의 진동수를 가진 태보 운동이 같은 진동수를 가진 강변 테크노마트 건물을 흔들었지만 안정성에 지장을 주는 정도는 아니었다”고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5일 12층 피트니스센터에서 진행된 태보 운동의 위아래 방향 진동수가 우연히 건물 전체의 고유 수직진동수와 맞아떨어져 ‘공진 현상’을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공진 현상이 일어나면 발생하는 진동에너지가 계속 누적돼 흔들림이 커진다.○ 31층서 4분간 ‘배 탄 기분’ 느껴공진 현상을 일으키는 시연은 오후 3시 30분부터 시작됐다. 13층 회의실에는 대형 모니터 4대에 각각 12층 피트니스센터의 영상, 38층의 가속도(진동) 계측기와 난 화분의 영상이 생중계됐다.▼ “12층서 ‘쿵쿵’하는 4분동안 31층선 배 탄 느낌” ▼12층에서 시연을 위해 모인 23명이 처음에는 4분간 가벼운 태보를 했다. 하지만 1초에 2.7번 똑딱이는 메트로놈(박절기) 소리에 맞춰 발을 구르며 격렬하게 태보를 하자 38층에 설치된 진동계측기의 신호가 급속히 높아졌다. 정상 수치의 10배 수준으로 높아진 진동은 태보가 끝날 때까지 계속됐다. 계측기 뒤편의 난 잎도 크게 흔들렸다.4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31층의 기자는 위아래로 흔들리는 진동 때문에 계속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31층에 근무하는 회사원 이모 씨(46)도 “배 탄 느낌이 지난번 진동과 거의 비슷하다”고 말했다. 5일 상황처럼 10분 이상 이런 진동이 계속됐다면 사람들이 두려움을 느껴 대피할 만했다.○ 진동에너지 점차 쌓여 흔들림 심해져이번 시연에 연구자로 참여한 이동근 성균관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5일 사건 당시 피트니스센터에 새로 온 태보 강사가 평소보다 강도 높은 동작을 반복하는 운동을 시켰다는 얘기를 듣고 공진 현상이 원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반복하는 움직임은 공진 현상을 일으킨다. 공진 현상이 일어나면 진동이 사라지지 않고 에너지가 점차 쌓여 건물의 흔들림이 점점 심해진다. 사건이 일어난 5일 오전 태보 강습에 참가했던 이모 씨(50)는 “태보 강사가 부임 첫날이라 그런지 강도 높은 서너 가지 동작을 반복적으로 20분 정도 했다”며 “당시 소음과 진동이 커 주변과 위아래 층에서 항의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하층보다 상층의 흔들림이 심했던 현상도 ‘건물 전체의 공진이 원인’이라는 데 힘을 실었다. 테크노마트는 탄성이 있는 철골 구조로 지어져 건물 전체가 위아래로 흔들리면 암반에 고정된 하층보다 지지할 곳이 없는 상층의 흔들림이 크다. 이 교수는 “이번 공진은 12층에서 발생한 진동이 상층으로 전달되며 커졌다기보다 건물 전체가 공진으로 흔들리는 와중에 하층이 덜 흔들린 셈”이라고 설명했다.대한건축학회와 프라임산업은 이번 잠정 결론을 바탕으로 정밀진동해석과 정밀안전진단 등 추가 조사를 진행해 2, 3개월 뒤 최종 결론을 발표할 예정이다. 연구진은 “피트니스센터와 가까운 10∼15층과 멀리 떨어진 30층 이상에 있는 사람이 느끼는 진동의 강도(민감도)는 다를 수 있다”며 “이들을 대상으로 한 상세한 설문조사 결과도 덧붙일 계획”이라고 밝혔다.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공진(共振·resonance) ::외부에서 들어온 진동수가 물체의 진동수와 일치해 진동이 커지는 효과를 말한다. 모든 물체는 고유진동수를 갖고 있으며 이 고유진동수에 해당하는 전파나 파동을 흡수하는 성질을 갖고 있다. 그네를 탈 때 그네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발돋움을 하면 더 높이 올라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네와 발돋움의 진동수가 일치하면서 두 힘이 합해져 강해지는 것이다.▼ “건물설계 때 수직진동도 고려할 필요” ▼‘운동으로 진동’ 주장했던 정란 교수 “만약 이런 식으로 고층 사무용 건물에 피트니스센터가 들어서 있고, 리듬에 맞춰 운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면 앞으로 사무용 건물 설계기준도 다시 한 번 검토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대한건축협회를 통해 건물 안전진단에 참여한 총책임자인 정란 단국대 건축공학과 교수(사진)는 “이번 진동은 건물의 고유한 수직방향 진동수와 12층 피트니스센터에서 실시됐던 태보의 수직방향 진동수가 일치해 공진현상이 일어나며 생겼다”며 “테크노마트 같은 사무용 건물은 보통 공연장과 달리 수직방향으로 뛸 일이 적다고 보기 때문에 수평방향 진동수만 건물 설계에 참고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초 피트니스센터의 집단 ‘뜀뛰기’로 진동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또 정 교수는 “이런 진동은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작고, 일어나더라도 건물의 안전성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 다만 사용자들이 진동을 느껴 불편을 겪을 여지는 있다”며 “삼풍백화점 붕괴를 기억하는 시민들이 불안을 느껴 일이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안전성 외에도 사용자 편의까지 생각하는 최근 건축 추세에 맞춰 수직방향 진동수도 참고하도록 현재의 고층 사무용 건물 설계기준을 재검토해볼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정 교수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원인규명 감정단의 간사를 맡아 사고 원인 규명 작업에 참여했다. 정 교수는 “콘크리트로 건설된 삼풍백화점과 철골로 지은 테크노마트는 경우가 완전히 다르다. 철은 유연성이 큰 소재이기 때문에 진동이 있더라도 본래 상태로 돌아와 건물에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훔친 자전거를 팔아 화려한 여름휴가를 보내려던 스승과 제자들이 휴가지 대신 경찰서 유치장에서 여름을 보내게 됐다. 중학교 동창인 대학생 이모 씨(18) 등 3명과 이들의 중학시절 이 씨 등을 가르친 학원 강사 이모 씨(28) 등 4명은 4월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부산 해운대로 함께 휴가를 떠나기로 했다. 문제는 돈. 이들은 휴가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길에 세워진 자전거를 훔쳐 팔기로 모의했다. 1박 2일의 경비로 목표한 돈은 150여만 원. 절단기, 손전등, 훔친 자전거를 보관할 때 쓸 자물쇠 등을 준비한 대학생 이 씨 등은 서울 강동 송파구 일대를 돌며 모두 23대의 자전거를 훔쳤다. 이들이 훔친 자전거는 금액으로 550여만 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들의 화려한 휴가 준비는 6일 서울 강동구 길동의 한 아파트에서 이 씨 등의 행동을 수상하게 여긴 주민의 신고로 중단됐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범행현장에서 붙잡힌 두 사람에 대해서는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 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며 “자전거 보관만 맡았던 나머지 두 사람은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30년 동안 장사하면서 이런 비는 처음이에요. 하루 10만 원어치는 팔았는데 요즘은 절반 정도밖에 안 돼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꽈배기 노점상을 하는 손옥두 씨(58)는 "요즘 비 때문에 아내와 두 식구 먹고 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원료인 밀가루와 식용유 값이 오른 것도 있지만 장마로 손님들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손 씨는 "노점에서 음식을 먹으면 비를 맞아야하지 않느냐"며 최근 연이은 장맛비를 원망했다. 지난달 22일부터 시작된 장마가 계속 이어지면서 노점상과 일용직 노동자, 대리운전 기사 등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직종 종사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5일 오후 강남역 인근은 영업 중인 노점상이 10곳이 채 안될 정도로 한산했다. 평소 강남역 사거리는 수십여 개의 각종 노점상이 즐비한 곳이다. 노점에서 양말, 스타킹 등을 파는 황모 씨는 "비 때문에 대부분 노점상들이 장사를 못하고 있다"며 "워낙 장사가 안돼 아예 낮에는 영업을 하지 않고 그나마 사람들 많이 몰리는 저녁 시간에 문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대리운전기사들도 울상을 짓기는 마찬가지다. 대리운전 기사들이 모이는 포털 사이트 다음의 한 카페에는 "장마 때문에 일 못 하겠다"는 하소연이 쏟아지고 있다. 한 회원은 "아무래도 비가 많이 오면 서둘러 귀가하는데다 술을 마시는 사람도 적어진다"며 "하루 7, 8번은 뛰어야하는데 요즘은 많아야 3, 4번 정도밖에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리운전 기사는 "손님이 부르는 곳까지 택시를 타고 가는 경우가 많은데 비가 많이 오면 택시잡기가 어렵지 않느냐"며 "도착이 늦다보니 손님들이 다른 대리기사를 부르거나 아예 차를 놓고 택시를 타고 가는 경우도 종종 벌어진다"고 말했다. 발레리나도 의외로 비 때문에 힘든 직업이다. 이들이 신는 토슈즈는 비싼 것은 10만 원이 넘는 고가품. 하지만 습기에 약한 소재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습하면 딱딱해야 하는 앞코가 물러져 교체해야 한다. 유니버설발레단의 한 무용수는 "토슈즈는 말려서 쓸 수가 없기 때문에 요즘처럼 바닥이 젖고 습기가 많은 날에는 하루 신고 버려야 한다"고 트위터에 푸념의 글을 올렸다. 보통 공연이 없는 경우 토슈즈는 일주일에 1, 2켤레 정도 사용한다. 반면 실내에서 영업하는 백화점, 마트 등은 장마가 반가운 상황. 이마트는 "6월 16일~7월 14일 매출을 집계한 결과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우산은 125.6%, 장화는 107.5%, 제습제는 39.6%, 탈취제는 28.8%, 와이퍼는 21.3% 증가했다"고 밝혔다. 롯데백화점은 "7월 들어 14일까지 전년 대비 방문 고객 수는 1.9% 줄어들었지만 백화점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매출액이 7.5% 늘었다"고 말했다. 비 때문에 다른 장소로 이동하지 않고 실내에서 쇼핑과 식사 등을 한꺼번에 즐기면서 방문객 1명 당 사용하는 액수가 7% 늘었다는 것. 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도 7월 들어 약 50% 증가했다. 스포츠 용품 판매 역시 7월 들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23.1% 늘어났다. 백화점 측은 "장마로 인해 체육관, 피트니스 클럽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요가 등 인도어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이새샘기자 iamsam@donga.com}

《 배우 박상원 씨와 정애리 씨가 월드비전 홍보대사 자격으로 에티오피아를 방문해 봉사활동을 펼친 뒤 11일 오후 귀국했다. 현지 시간으로 9, 10일 펼친 봉사활동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도 함께했다. 에티오피아는 6·25전쟁 당시 참전해 한국에 도움을 줬던 나라. 은인의 나라에 보답하고 돌아온 소감을 박 씨가 전해 왔다. 》 우기를 맞은 에티오피아는 푸른 풀밭과 잎이 무성한 나무로 유난히 아름다웠다. 에티오피아 방문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1년에 두세 달밖에 볼 수 없는 멋진 풍경이 우리를 맞이했다. 하지만 그 풍경 뒤에 지구 온난화, 수도시설 부족 때문에 심각한 식수 문제를 겪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마냥 아름다움을 즐길 수는 없었다. 월드비전 홍보대사 자격으로 에티오피아에 8일 도착해 9일부터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봉사활동 첫째 날 방문한 케베나 마을은 수도 인근인데도 환경이 열악했다. 길거리를 소독하고 쓰레기를 줍는 동안 이명박 대통령도 함께했다. 3일 동안의 국빈 방문 중 1박 2일을 봉사활동에 사용하는 일정이었다. 10일엔 6·25전쟁 참전용사가 살고 있는 가레 아레나 마을로 향했다. 보건소와 화장실을 짓기 위해 낡은 집을 해체하고 수돗가 정비작업을 할 예정이었다. 마을 입구에는 깡총한 한복을 입은 소녀가 나와 있었다. 치맛단은 무릎, 소매는 팔뚝 중간에 겨우 올 정도였다. 알고 보니 한국 구호단체의 도움으로 몇 년 전 한국으로 건너가 심장수술을 받고 돌아온 소녀였다. 목숨을 잃을 뻔했던 그 아이는 이제 한국에서 선물 받은 한복이 작아질 정도로 쑥 자라 있었다. 참전용사를 만난 자리는 그래서 더욱 가슴이 뭉클했다. 참전용사가 가슴에 소중히 품고 있는 훈장에는 한반도가 새겨져 있었다. 에티오피아에 남아 있는 참전용사의 수는 350여 명이라고 들었다. 젊은 시절 죽을 각오로 이름도 모르는 지구 반대편 나라에 와서 도움을 줬던 이들이 여전히 그렇게 많이 살아 있다. 힘든 점이 없냐고 묻자 몸이 아프고, 자식들이 걱정된다고 했다. 참전용사뿐 아니라 그들의 자녀까지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분들에겐 자신들이 수십 년 전 도움을 줬던 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올라 자신의 나라를 돕는다는 사실이 큰 자부심이다. 이번에 방문한 지역에는 목공예나 용접기술을 가르치는 사업장이 있다. 아이들을 가르칠 유치원 건물도 세워질 예정이다. 그냥 물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치는 원조를 하기 위해서다. 참전용사들의 희생이 이제 어린 소녀의 생명으로, 새 보건소와 화장실로, 수많은 한국인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내년이면 내가 월드비전 친선대사가 된 지 20년이 된다. 막 친선대사가 됐을 때는 아직 한국이 외국에 원조하는 것이 생소하던 시절이었다. 그 무렵 친선대사 자격으로 해외 봉사활동을 나가면 어떤 직함도 없이 그저 한 개인으로 봉사를 하기 위해 와 있는 외국의 자원봉사자들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대체 언제 저럴 수 있을까 하며 부러워했던 것이 엊그제 같다. 그런데 이번 에티오피아 방문에서는 이제 한국의 젊은이들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실감했다. 젊은 나이에 그런 성숙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부럽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 각지의 수많은 한국 젊은이, 은퇴한 시니어 봉사자들이 내가 방문한 마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오지에서 몸을 아끼지 않고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내가 만난 그들 한 명 한 명은 모두 천사였다. 나 역시 내가 받은 박수는 대중에게 진 빚이라는 말을 늘 기억하려 한다. 도울 수 있는 것이 행운이다.배우 박상원}
국회 민주당 당대표실 도청 의혹에 휘말린 KBS 장모 기자(33)의 휴대전화와 노트북이 경찰이 장 기자의 집을 압수수색하기 이전에 교체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11일 경찰이 압수한 장 기자의 휴대전화와 노트북, 녹음기 등을 분석하고 있는 서울 영등포경찰서 수사과와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따르면 장 기자는 도청 의혹이 언론에 보도된 직후인 지난달 29일 휴대전화기를 바꿨다. 압수된 노트북 역시 새 노트북으로 바꿔 지난달 30일부터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경찰은 도청 관련 증거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기자는 “실수로 잃어버려 교체했다”고 해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트북과 휴대전화가 교체된 시기는 국회 민주당 당대표실에서 비공개 회의가 열린 지난달 23일과 도청 의혹이 제기된 지난달 24일과는 6일 정도 뒤지만 민주당이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1일보다는 이르다.경찰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이번 주 장 기자를 불러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교체한 이유를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또 경찰은 13일 귀국하는 한선교 의원이 계속 출석에 불응할 경우 다시 한 번 출석요구서를 보낼 계획이다.한편 KBS 보도본부 정치외교부는 이날 “정치부의 누구도 특정 기자에게 도청을 지시하거나 지시 받은 바 없으며, 회의 내용 파악 과정에 제3자의 도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KBS 정치외교부는 ‘최근 논란에 대한 KBS 정치부 입장’이라는 글을 통해 “당시 민주당 회의는 국회라는 공공장소에서 공개리에 시작됐고 그 내용 파악을 위해 참석자를 집중 취재하는 등 최선을 다하는 것은 기자의 당연한 의무”라며 “내용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회의에 관련된 제3자의 도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언론자유 수호와 취재원 보호라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제3자의 신원과 역할에 대해 더는 밝히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도청을 한 사람, 도청 결과물을 작성한 사람, 도청 결과물을 누설한 사람 모두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것으로 수사 대상이 된다”고 강조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