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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를 120% 만족하는 성과다.” 문재인 대통령은 6일 남북 정상회담 추진위원회 회의장을 예고 없이 방문해 대북특사단의 전날 방북 결과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고 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특사단을 통해 전한 메시지에 이런 식으로 적극 화답한 셈이다. 연내 종전선언 목표를 밝힌 문 대통령은 이달 남북, 한미 연쇄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대화의 중재자(mediator)를 넘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요청대로 적극적인 협상가(negotiator)로 나설 방침이다. 하지만 특사단의 방북으로 비핵화 첫 단계를 둘러싼 난맥상이 재확인된 만큼, 18∼20일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오히려 교착 국면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평양 회담에서 비핵화 동력 찾기 나선 문 대통령 특사단을 이끈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발표한 남북 합의사항의 첫머리로 “18일부터 20일까지 평양에서 2박 3일간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평양 남북 정상회담은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방북 이후 11년 만이다. 정 실장은 이날 “남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진전을 위한 구체적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4, 5월 열린 두 차례의 판문점 정상회담과 달리 이번 평양 정상회담에선 구체적인 비핵화 방법론이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이라는 얘기다. 문 대통령도 이날 정상회담 추진위 회의에서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큰 기대 갖게 됐고 그와 함께 한반도 완전 비핵화와 북-미 대화도 촉진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을 마치고 다음 주 곧바로 미국 뉴욕을 찾아 김정은과 논의한 비핵화 해법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하며 미국을 설득할 방침이다. 정 실장은 “9월 유엔총회에서 남북미 정상회담은 실현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는 것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평양에 이은 미국 방문 이후 비핵화 협상이 다시 탄력을 받으면 10월 중 북-미 및 남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어내 연내 종전선언 채택으로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관건은 과연 남북 정상회담에서 미국을 설득할 만한 해법, 특히 비핵화에 대한 김정은의 구체적인 의지를 끌어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비핵화는 북-미 간의 문제”라는 태도를 바꿔 비핵화를 남북 정상회담 의제로 내걸면서 우리 측에 미국을 설득하는 책임을 넘겼다. 정 실장은 “비핵화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북한도 남측의 역할을 좀 더 많이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美 우려에 군사적 긴장 완화에 집중할 듯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선 남북 경제협력 방안에 대한 논의는 철도·도로 연결 등 판문점선언 합의사항을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남북경협 속도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구 개발 등 대규모 경협에 대한 합의는 시기상조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특사단 방북 협의 과정에서 경협은 ‘ㄱ’자도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남북은 또 정상회담 개최 전에 개성 연락사무소를 개소하기로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날짜를 못 박지는 않았다. 미국과의 추가 협의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 대신 군사분계선 내 감시초소(GP) 시범 철수와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등 군사 분야에선 구체적인 합의를 낼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특사단에게 “조선반도에서 무력충돌 위험과 전쟁의 공포를 완전히 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고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보도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정상회담 추진위 회의에서 기존 의제·소통·운영지원 분과 외에 남관표 안보실 2차장을 분과장으로 한 판문점선언 이행점검 분과를 신설했다. 남북은 다음 주초 판문점에서 의전·경호 문제를 논의할 고위 실무접촉을 갖기로 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 특별사절단은 5일 평양에 도착한 지 약 2시간 만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났다. 김정은 면담은 이번 방북단의 성패를 가를 최소 기준으로 꼽혀 왔던 만큼 첫 관문은 넘어선 셈. 특사단은 이날 만찬까지 함께하는 등 12시간가량 북한에 머물며 남북, 북-미 관계 해법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하지만 비핵화 협상 교착 국면을 단번에 뚫어낼 묘책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강조했다고 성명까지 내서 밝혔지만, 북한 외무성은 종전선언은 평화체제 구축의 첫 공정이라며 여전히 평행선을 그었다.》○ 김정은, 특사단 곧바로 만나며 만찬 대접했지만… 특사단은 이날 오전 7시 40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공군 2호기를 타고 평양으로 떠났다. 비행기에 오르는 특사단 5명 중 천해성 통일부 차관의 오른손에는 갈색 가방이 들려 있었다. 문 대통령의 친서가 들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방이다. 정 실장은 비행기를 타기 전 “잘 다녀오겠다”는 간단한 인사말만 남겼다. 6개월 전 방북길에 “한반도 비핵화와 진정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문 대통령의 확고한 뜻과 의지를 분명히 전달하겠다”고 결의에 찬 입장을 발표한 것과는 달라진 풍경이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석 달 동안 꼬일 대로 꼬인 북-미 비핵화 대화를 풀어내야 하는 중압감이 그만큼 커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서해 직항로를 통해 평양에 도착한 시간은 1시간 20분가량이 지난 오전 9시. 공항에는 지난달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판문점선언 이행 지연을 지적하며 남측 대표단을 위협하던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과 통일전선부 관계자들이 영접에 나섰다. 특사단은 오전 9시 33분경 평양 고려호텔에 도착한 뒤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리선권 등과 환담을 나눴다. 20분가량이 지난 뒤 김영철이 먼저 다음 회담을 준비해야 한다며 자리를 떴다. 그리고 특사단은 ‘고위인사’와의 면담을 위해 10시 22분부터 장소를 옮겼다. 특사단이 첫 공식 일정으로 만난 인물은 김정은. 문 대통령의 친서와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들고 평양을 찾은 특사단이 도착 2시간도 안 돼 김정은을 만난 셈이다. 특사단과 김 위원장의 면담 장소는 올 3월 1차 특사 방북 때 만났던 노동당 국무청사 진달래관이었다. 회담을 마친 뒤 특사단은 북한 고위 인사들과 오찬을 가졌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김정은은 오찬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 北 “종전선언 안 하면 비핵화 불가능” 특사단은 만찬을 마치고 오후 9시 50분 서울공항으로 돌아왔다. 정 실장은 남북 정상회담 일정 합의 여부 등을 묻는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은 채 청와대로 돌아가 문 대통령에게 방북 결과를 보고했다. 김정은은 만찬 등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할 메시지를 공개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6개월 전 평양을 찾은 특사단에 핵·미사일 도발 중지 의사를 밝히며 북-미 정상회담을 제안한 바 있다. 조기 종전선언을 주장하고 있는 북한과 종전선언에 앞서 핵시설 리스트 신고가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는 미국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비핵화 대화의 판을 흔들기 위한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사단은 김정은에게 북-미 대화가 다시 선순환으로 돌아서기 위해선 최소한의 사전 신뢰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을 통해 핵시설 신고서 제출과 종전선언 논의를 재개한 뒤 9월 말 한미 정상회담을 거쳐 2차 북-미 정상회담, 남북미중 정상회담 등을 통해 연내 종전선언 채택을 추진하자는 구상이다. 특사단은 또 리선권 김영철 등과 잇따라 만나 남북 정상회담과 개성 연락사무소 개소 일정은 물론 정상회담에서 합의할 남북 경제협력 방안 등도 폭넓게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은 비관론이 더 많다. 북한은 특사단 방북 하루 전인 4일 외무성 김용국 군축평화연구소장 명의의 글에서 “종전선언을 채택하는 것은 조선반도에서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의 첫 공정”이라고 했다. 미국이 종전선언을 채택해야 비핵화 조치가 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4일 특사단의 방북을 하루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갖고 이달 말 유엔총회 기간 한미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9시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약 50분간 통화하고 특사단 방북 계획에 대해 논의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두 정상은 이달 말 회담에서 비핵화 이행과 종전선언 채택 등을 논의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두 정상의 통화는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6월 12일 이후 84일 만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긴장 완화가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에 기여할 것”이라며 특사단 방북계획을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사항 이행을 위해서도 좋은 성과를 거두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특사단 방북과 남북 정상회담이 비핵화 대화와 속도를 맞춰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사단 방북 결과를 나에게 알려달라”고 했다. 특사단 귀환 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워싱턴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정 실장 등 5명의 특사단은 5일 오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을 통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문 대통령의 친서와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을 통해 전한 별도의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 특별사절단 방북을 하루 앞둔 4일 전격적으로 통화를 가졌다. 그동안 남북관계 개선의 속도와 범위를 놓고 한미 간 갈등이 불거졌지만, 특사단의 방북이 비핵화 논의의 경색을 풀 계기가 될 수 있는 만큼 한미 공조를 재확인하기 위한 행보다. ○ 트럼프 “비핵화 이행으로 이어져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남북관계 개선은 물론이고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사항 이행과 향후 대화를 위해서도 좋은 성과로 이어지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다. 특사단의 방북과 이를 통해 확정될 남북 정상회담이 따로 가면 안 되고 비핵화의 진전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에서 북한의 비핵화 진전을 위해선 북한의 가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84일 만에 이뤄진 이날 통화에서 두 정상은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이날 통화는 통상 30분 정도였던 두 정상 간 통화 시간보다 긴 50분가량 이뤄졌다. 두 정상이 북-미 관계는 물론이고 최근 남북협력을 놓고 불협화음을 낸 한미 관계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의견 교환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통화에서 “지금이 한반도 평화 정착에 있어 중대한 시점이며 이는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가는 것”이라며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긴장 완화가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북협력이 궁극적으로는 비핵화 없이는 진전될 수 없다며 트럼프에 동조하면서도, 동시에 남북관계가 꽉 막힌 비핵화 프로세스의 동력이 될 수 있음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당초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 시점을 놓고 고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특사 방북을 앞두고 미국이 연일 남북관계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만큼 자칫 정상 통화가 한미 간극을 더욱 벌릴 수도 있기 때문. 그동안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라인 등을 총동원해 특사 방북이 비핵화 진전을 위한 것이라고 백악관을 설득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아무튼 이날 통화로 트럼프의 메시지를 문 대통령으로부터 전달받은 특사단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가능성은 높아졌다. 특사단은 5일 오전 9시경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정부 소식통은 “김정은과의 만찬 여부 등에 따라 방북 일정이 하루 연장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새로운 카드’ 내놓을까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긴급 외교안보 장관 회의를 열어 특사단의 보고를 받았다. 문 대통령이 예정에 없이 외교안보 장관들을 소집한 것은 9, 10월 중 어떻게든 남북, 북-미 대화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절박감을 반영한 것이다. 이달 말 유엔 총회 전후 남북 및 한미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과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비핵화 대화가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문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트럼프에게 2차 북-미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용 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반도 비핵화를 통한 평화 정착을 추진해 가는 초입 단계에서 종전선언은 매우 필요한 과정”이라며 “금년 중 종전선언이 이뤄지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적어도 미국의 중간선거(11월 6일) 이전인 10월 말까지는 꽉 막힌 북-미 관계를 풀어 종전선언을 채택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결국 관건은 김정은이 비핵화 논의를 다시 가동시킬 새로운 카드를 내놓느냐다. 하지만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핵시설 신고는 본격적인 비핵화 단계로의 진입을 의미하는 만큼 북-미가 선뜻 입장을 맞추기는 여전히 쉽지 않아 보인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도 “미국은 어째서 북남관계 진전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과잉반응을 보이는가”라며 미국에 대한 비난을 이어갔다.문병기 weappon@donga.com·신나리 기자}

5일 평양을 방문할 대북 특별사절단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 성사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교착 장기화를 막기 위해선 미국 중간선거(11월 6일) 전인 10월 말까지는 종전선언 채택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와야 한다고 보고 있다. 마지노선까지 두 달도 안 남은 셈. 이를 위해선 핵시설 신고 등 비핵화 이행의 관문을 넘어야 하는 만큼 북-미 정상 간의 ‘빅딜’로 멈춰선 북-미 대화의 기어를 올리겠다는 게 청와대의 구상이다.○ 북-미 정상회담 중재로 10월 종전선언 카드 갖고 방북할 듯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지금은 한반도 평화 정착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다. 북한에 특사를 파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초당적으로 판문점선언을 뒷받침해 주신다면 한반도 평화를 진척시키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대북 특사단이 방북 기간 김정은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3월 방북한 특사단은 김영철 통일전선부장과 회담 일정을 논의한 뒤 노동당 중앙청사로 이동해 김정은을 만났다. 김정은의 파격 환대를 받았던 당시보다는 분위기가 덜 부드럽지만 특사단을 통해 어떤 식으로든 김정은의 대미(對美) 메시지가 전달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당초 9월 유엔 총회 기간 남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했던 청와대는 조기 종전선언 채택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 그 대신 10월 중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 문제를 마무리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조기 성사시켜야 한다는 것이 청와대의 판단이다. 삐걱거리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라인을 대신해 ‘굿 케미스트리(정치적 궁합)’를 부각해온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만남을 성사시키는 것이 오히려 비핵화 대화를 가동시킬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것. 원칙적으로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이미 2차 정상회담에 합의한 상태. 이에 따라 특사단은 이번 방북에서 10월 종전선언 구상을 김정은에게 전달하고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필요한 사전 신뢰 조치를 협의해 이를 미국에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임종석 “비핵화 새로운 조건·상황 만들어야” 하지만 관건은 미국의 반응이다. 미 국무부가 남북관계 진전으로 비핵화 문제를 풀어보려는 한국의 시도에 공공연하게 경고를 보내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중재하는 2차 북-미 정상회담과 종전선언 발표 로드맵을 달가워하겠느냐는 의구심이 적지 않기 때문. 이와 관련해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특사단이 다시 평양에 간다. 우리 스스로 새로운 조건과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는 간절함을 안고 간다”고 밝혔다. 특사단을 통해 비핵화 대화의 새로운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뜻이다. 이어 임 실장은 “냉엄한 외교 현실에서 미국의 전략적 인내와 동의 없이 시대사적 전환을 이룬다는 것은 사실상 가능하지 않다”며 “하지만 지난 1년여는 결국 내일을 바꾸는 건 우리 자신의 간절한 목표와 준비된 능력임을 새삼 깨우치는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미국의 우려에도 북-미 대화 재개를 기다리며 상황을 지켜볼 수만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청와대는 한미 정상 통화나 대미 특사 파견을 통해 미국을 설득한다는 복안이다. 유엔 총회 기간에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청와대는 또 남북 정상회담을 전후해 여야 5당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추진할 방침이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1일 “강력하고 지속적인 적폐청산으로 불의의 시대를 밀어내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지지율 하락으로 인한 위기 속에 지난해 집중했던 적폐청산 취지를 다시 이어가 사법부 등 권력기관 개혁과 기존 경제정책을 대체하는 소득주도성장 드라이브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당정청 전원회의를 갖고 “우리가 함께 이뤄내야 할 시대적 소명은 분명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 열린 것이자 이전 정권에서도 유례가 없는 이번 당정청 전원회의에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등 신임 지도부는 물론이고 당 소속 의원들과 정부 부처 장관급 이상 고위 공직자,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주요 참모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맞은 상황이 엄중하기 때문에 마련된 자리”라며 “당정청이 다함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강력한 주도세력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게 나라냐’고 국민들이 절규했던 바로 그 지점이 우리 정부가 출발한 지점”이라면서 강력하고 지속적인 적폐청산을 강조했다. 적폐청산과 함께 △국가권력의 공공성 회복 △다함께 잘사는 경제 △항구적 평화체제와 한반도 경제공동체 구축을 3대 ‘시대정신’으로 꼽았다. 문 대통령이 이날 “배제와 독식의 경제가 아니라 공정과 상생의 경제, 소수가 부를 독점하지 않고 다함께 잘사는 경제를 이뤄야 한다”고 한 만큼 재벌 개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해찬 대표는 인사말에서 “우리는 원팀이라는 정신으로 당을 운영해 좋은 성과를 내고 문재인 정부를 원활히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점심은 화합을 상징하는 비빔밥이 제공됐다. 하지만 오찬 이후 자유토론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민주당 박영선 의원 등은 8월 임시국회 처리가 무산된 은산분리 완화에 대한 우려를 적극 제기했다. 한편 앞서 지난달 31일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도 소득주도성장 정책 강연에 나선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에 대한 비판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장 실장이 “최근 고용·가계소득 지표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라고 역설하고 있다”고 주장하자 정세균 전 국회의장과 박영선 의원 등 7, 8명이 “소득주도성장과 국민경제 현실과의 차이가 크다. 괴리를 좁혀야 한다”고 지적했다는 것. 특히 정 전 의장은 “(강연 내용이) 국민이 생각하는 체감과 너무 다른 얘기 아니냐. 청와대와 정부의 생각을 잘 알려 괴리를 줄여야 한다”고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장 실장은 워크숍에서 혁신성장에 대해 “언론에 따르면 이건 제 분야가 아니죠”라거나, “(더우니) 옷을 벗어야겠다. 그렇다고 그 옷을 벗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갈등설을 염두에 둔 농담을 했다고 한다. 한 의원은 “공적인 자리에서 뼈있는 농담이 반복되는 것에 불편해하는 분위기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표는 당정청 전원회의를 마친 뒤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며 당 대표 취임 ‘신고’를 했다. 이 대표는 “지방선거에서 거의 전 지역을 석권했다”며 “하늘에 계신 노무현 대통령도 ‘어, 나보다 더 잘하네’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박성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수석으로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 5명의 대북특사단을 5일 ‘당일치기’로 북한에 보내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특사단 파견에 우려를 나타낸 가운데 실무형 특사단을 통해 남북 정상회담 조율과 비핵화 중재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특사인 정 실장과 서 원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등 대표들로 특사단이 구성됐다”고 밝혔다. 이는 3월 1차 대북특사단과 같은 명단이다. 김 대변인은 “특사단 구성이 3월과 동일한 것은 방북 목적의 효과적인 달성과 대북 협의의 연속성 유지를 주요하게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특사단 구성은 미국이 남북관계 진전에 연일 우려를 표명하는 가운데 미국과의 후속 협의 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사단은 남북 정상회담 일정을 확정하고 문 대통령의 친서를 통해 비핵화 중재에 나설 방침이다. 청와대는 특사단이 귀환하면 정 실장을 대미특사로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미 국무부는 특사단 파견에 대해 “남북 관계의 진전은 반드시 비핵화의 진전과 보조를 맞춰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며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고 미국의소리(VOA)방송이 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특사단에 어떤 비핵화 메시지를 전달하느냐가 9월 한반도 정세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사단의 김정은 접견 여부는 미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으로부터 통보받지 못했다. 특사단이 북한에 도착한 뒤에야 성사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문재인 정부 2기 청와대 조직개편과 개각에서 서울 인창고 출신들이 잇달아 요직을 차지하면서 주목을 끌고 있다. 30일 개각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에 내정된 이재갑 전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서울 인창고 출신으로 정태호 대통령일자리수석비서관과 동문이다. 6월 청와대 조직개편에서 문 대통령이 발탁한 윤종원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역시 이 학교 출신. 문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을 집권 2기 핵심 과제로 연일 강조하는 가운데 공교롭게도 일자리 정책의 호흡을 맞춰야 할 주무 장관과 청와대 핵심 경제참모들이 동문으로 구성된 셈이다. 이 후보자가 가장 선배로 1977년 졸업했으며 윤 수석과 정 수석은 각각 이 후보자의 2년, 5년 후배다. 지난해 9월 임명된 손병두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역시 이 학교 출신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 발탁된 것도 눈에 띈다. 이 후보자는 2005년 청와대 직속으로 구성된 ‘사람입국 일자리위원회’ 출신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성윤모 특허청장은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에 행정관으로 파견돼 2006년까지 근무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 중국을 향한 동시 경고로 교착 상태인 비핵화 협상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 시간) 트위터에 올린 백악관 성명을 통해 “(한미 연합훈련을 다시 시작한다면) 이전보다 훨씬 큰 규모가 될 것”이라며 북한을 압박했고 “우리는 중국이 북한에 돈, 연료 등 상당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는 걸 안다”며 중국을 겨냥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 시간) 백악관 성명을 트위터에 직접 올리는 방식으로 “현 시점에서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많은 돈을 쓸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전날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한미 연합훈련을 더는 중단할 계획이 없다”는 발언으로 대북 군사압박 강화 의지를 피력한 지 하루 만에 백악관이 직접 수습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린 성명에서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관계가 매우 좋고 따뜻하다고 믿고 있고, 현 시점에서는 한미 워 게임(War game·연합 군사훈련)에 엄청난 돈을 쓸 필요가 없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김 위원장과 환상적인 관계를 갖고 있다”면서 “북한과의 외교적 노력에 있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될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다만 백악관은 성명에서 “대통령이 선택하면 한국 일본과 즉시 합동훈련을 시작할 수 있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연합훈련은) 이전보다 훨씬 더 큰 규모가 될 것이다”라며 여지를 남겼다. 북한과 대화가 진행 중인 현 시점에서는 훈련을 중단하기로 한 기존 방침을 고수하겠지만, 북한과의 대화가 더 이상 진전되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군사훈련을 더 강력하게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백악관 성명을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트위터에 올린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통상 백악관 성명은 대변인실을 통해 발표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자주 쓰는 느낌표(!)가 성명에 포함돼 있고, 표현도 정제되지 않은 점을 들어 이 성명을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구술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북-중 관계가 공고해지는 시점에서 매티스 장관의 ‘군사훈련 재개 시사 발언’은 협상의 판 자체를 깨뜨릴 수 있는 파급력이 있는 데다, 그 책임이 미국에 있다고 주장할 빌미를 북한에 줄 수 있다고 보고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수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북한에는 협상의 공간을 열어뒀지만 대북제재를 느슨하게 풀어주고 있는 중국은 구체적 내용까지 적시해 가며 비난했다. 성명에는 “우리는 중국이 북한에 돈과 연료, 비료 및 여러 물품을 포함해 상당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그건 도움이 안 된다!”고 썼다. 당장 중국으로서는 북한이 정권수립 70주년인 9·9절을 계기로 강하게 요구해 온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평양 방문이 크게 부담스러워진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북-미 대화 모드를 타고 슬슬 열어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대북제재 ‘뒷구멍’도 지난해의 최고 압박 수준으로 다시 조이라는 요구에 직면했다. 외교 소식통은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이 평양행을 결심하기는 정말로 어려울 것”이라며 “7인의 상무위원(최고지도부) 중 한 명을 보내는 선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북한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왕후닝(王호寧) 상무위원의 방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한편 유엔사령부는 30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23일 개성-문산 간 철로를 통한 정부 관계자의 방북 요청을 승인하지 못한다고 한국 정부에 정중히 양해를 구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의 연내 착공 방침을 밝혔지만 유엔사가 이에 공개적으로 제동을 건 것이다. 이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현재 미국 쪽과 긴밀하게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3차 남북 정상회담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비핵화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남북 정상회담 일정이 안갯속인 가운데 정부는 북한과 실무접촉을 타진하고 있는 상황이다.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 문병기·이정은 기자}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위한 개각이다.” 30일 문재인 대통령이 단행한 개각을 두고 청와대 내부에선 이렇게 입을 모았다. 집권 2년 차를 맞이하며 ‘민생 체감 성과’를 국정목표로 내걸고도 고용 참사와 소득 양극화 악화로 비상등이 켜진 국정운영에 대한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얘기다. 당초 2, 3개 부처를 대상으로 한 소폭 교체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던 것과 달리 이번 개각은 장관급 5명과 차관급 4명으로 판이 커졌다. 구설에 오르거나 업무수행평가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장관들이 대거 포함되면서 중폭 개각으로 범위가 확대된 것이다.○ 청와대, “심기일전 위한 개각”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개각의 키워드로 ‘심기일전’과 ‘체감’을 꼽았다. 김 대변인은 “심기일전은 문재인 정부 2기를 맞아 새로운 마음으로 새 출발을 해보자는 의미”라며 “체감은 그동안 뿌려놓은 개혁의 씨앗을 바탕으로 속도감 있게 성과를 내고 국민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민생 분야에서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만한 체감 성과를 내는 데 부진한 장관들을 교체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날 개각에는 장관들에 대한 업무수행평가 결과가 중점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캠프나 시민단체 출신으로 개혁성이 뚜렷하지만 정책 실행 능력이 낮은 인물들을 대폭 물갈이했다는 뜻이다. 이는 6·13지방선거 이후 문 대통령이 집권 2기 정책 방향을 ‘실사구시’로 잡으면서 어느 정도 예고된 기조였다. 문 대통령은 휴가 후 열린 이달 초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실사구시적인 과감한 실천이 필요하다. 계속 머뭇거려서는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께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질책한 바 있다. 교체된 장관들은 줄곧 정책 혼선을 야기하고 각종 구설을 낳았다. 올 초 유치원·어린이집 영어교육 금지, 가상화폐 대응 혼선으로 하향세를 보이기 시작한 문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과 재활용 쓰레기 대란, 대입제도 개편,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 등 잇따른 실책으로 이제 50% 선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 특히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정책 혼선을 해명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청와대 내에선 “장관들이 불 지르고 대통령이 일일이 꺼야 하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원래 한번 쓴 사람은 잘 바꾸지 않는다. 미국처럼 오래 함께 일하며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장관을 두고 싶다는 뜻이 강했지만 잇따른 논란으로 더 이상 함께 일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 커지는 정책불신에 관료, 정치인 조기 전진배치 이번 개각의 가장 큰 특징은 정치인과 관료들을 전진 배치한 것이다.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가 상대적으로 수월한 정치인 관료는 통상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국정 운영 동력이 약해지는 정권 후반부에 중용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집권 2기에 정치인과 관료 카드를 꺼낸 것은 문재인 정부 정책에 대한 여론의 불신과 비판이 커지고 야당의 공세가 거센 만큼 실력이 검증된 인물들을 발탁해 국정 주도권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개각으로 문재인 정부 내각은 관료·전문가 출신이 6명, 정치인 출신은 8명이 포진해 전체 장관(18명)의 80%에 육박하게 됐다. 특히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을 놓고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과의 갈등으로 사의를 표명했다는 논란까지 낳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해서는 유임 의사를 재확인하는 대신에 산업통상자원부와 고용노동부 등 핵심 경제부처에 정통관료 출신을 배치했다. 진보진영 시민단체나 대선캠프 출신 교수들로 기울어져 있던 경제부처 장관의 균형을 맞춘 셈이다. 지난해 대대적인 적폐청산 작업에 집중했던 만큼 이제는 부처 장악력이 뛰어나고 안정적인 관료 출신으로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구성이다. 청와대는 “아직 인사 검증이 끝나지 않아 이번 발표에 포함되지는 못했지만 1, 2주 내에 한 자리 정도 추가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혀 후속 인사를 예고했다. 장관이 교체될 부처로는 환경부가 유력하게 꼽힌다. 개각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민생 중심, 적재적소 개각을 환영한다”고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야당은 ‘실정 가리기용 개각’이라고 혹평했다. 자유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불과 1년 만에 대한민국을 혼돈의 도가니로 만든 해당 부처의 장관을 이제야 교체하는 것은 늦어도 너무 늦은 개각”이라고 비판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고용 쇼크 후 연일 일자리 창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17개 광역단체 시도지사를 청와대로 초청해 일자리 만들기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30일 오전 11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대한민국 일자리, 지역이 함께 만들겠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제1차 민선 7기 시도지사 간담회를 열었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정부가 지침을 내리고 지자체가 그 틀에 맞추는 하향식 획일적 방법으로는 좋은 결실을 맺는 데 한계가 있다”고 강조한 뒤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 일자리 사업을 지역이 기획·주도하고 정부는 평가·지원하는 상향식 소통 방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선 ‘정부와 지역이 함께하는 대한민국 일자리 선언’이 채택됐다. 지역주도 혁신성장을 비롯해 △남북협력사업 △생활 SOC(사회간접자본) 사업 △소상공인·자영업 지원 △농산어촌 활력 증진 △사회적 경제 △노사정 협력 등을 7대 의제로 선정했다. 지역주도 혁신성장의 경우 지역 주력산업 혁신과 신산업 육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지자체별 일자리 정책 발표도 이어졌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민간 일자리 진입을 돕는 ‘서울형 청년 뉴딜 일자리’ 추진 계획과 함께 자영업자 일자리 안전망 구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버스 운수종사자 지원 등 공익적 민간 일자리 창출 전략을 공개했다. 청와대는 시도지사들과의 간담회를 분기에 한 번으로 정례화하기로 했다. 이날 간담회를 시작으로, 주요 이슈별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협력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것이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지속적으로 교체 요구를 받았던 대선캠프와 시민단체 출신 일부 장관을 경질하고 정치인과 관료 출신을 전면 배치하는 집권 2년 차 개각을 단행했다. 고용 참사와 양극화 쇼크로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정책 혼선을 일으킨 장관들을 과감히 문책하고 정책 및 정무 능력이 어느 정도 검증된 인사를 내세워 국정동력을 다잡으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50대 재선 여성 정치인인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을, 국방부 장관에 정경두 합동참모본부 의장을 각각 지명하는 등 5개 부처에 대한 개각을 단행했다. 교육부 장관에 지명된 유 의원은 이른바 ‘86세대’(60년대 출생, 80년대 학번)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2012년 19대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했다. 유 의원은 2015년 문 대통령의 당 대표 시절 민주당 대변인에 이어 지난해 대선캠프 대변인을 지내며 ‘문재인의 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첫 50대 여성 부총리가 된다. 국방부 장관에 지명된 정 의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공군참모총장에 임명됐고 정권 교체 뒤인 지난해 8월 합참의장에 취임했다. 여성가족부 장관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여성인권위원장 출신의 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지명됐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는 성윤모 특허청장이, 고용노동부 장관에는 이재갑 전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이 지명됐다. 장관들이 교체된 부처들은 줄곧 정책 혼선을 일으키며 국민적 비판을 받았던 곳이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최근 대입제도 개편과 올 초 유치원 영어교육 금지로 논란을 빚었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탈(脫)원전 드라이브로 다른 경제부처들과 충돌을 빚었으며, 김영주 고용부 장관은 최저임금 인상 과정에서 ‘친(親)노동’ 편향이라는 지적을 받으며 수시로 여당 지도부와 충돌했다. 온갖 실언 논란을 일으켰던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국군기무사령부 계엄령 문건 부실 대응이 결정타로 작용했고, 정현백 여성부 장관은 ‘미투 운동’을 둘러싸고 잦은 설화에 휩싸였다. 국정 및 정책 혼선이 더 심화되기 전에 사실상 낙제점을 받았던 장관들을 교체하고 정무적 감각이 있는 50대 정치인과 관료 출신들을 발탁해 국정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개각의 키워드는 ‘심기일전’과 ‘체감’”이라며 “문재인 정부 1기 때 뿌려놓은 개혁의 씨앗을 바탕으로 속도감 있게 성과를 내고 국민들에게 그 성과를 돌려주겠다는 취지로 이번 인사가 단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신임 방위사업청장에 왕정홍 감사원 사무총장, 문화재청장에 정재숙 중앙일보 문화전문기자,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에 양향자 민주당 전국여성위원장,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에 이석수 전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 등을 임명하는 등 4명의 차관급 인사를 단행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청와대는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한미 연합 훈련 재개 가능성을 꺼내들자 곤혹스러운 분위기를 감추지 못했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한미 공조에도 비상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9일 “한미 간에 (한미 연합 훈련 재개) 문제를 논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이어 “미국으로부터 (논의 요청) 자체가 없었다”며 “훈련 재개는 북한의 비핵화 진전 상황을 봐 가면서 한미 간에 협의하고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매티스 장관이 “현재로서는 한미 연합 훈련을 더 이상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지 반나절 만에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 특히 청와대가 “한미 간 사전 논의가 없었다”고 밝힌 것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미 공조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감수하고 한국이 아직 훈련 재개에 동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려 했다는 얘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 훈련을 재개하려면 한미 간 일정 조율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것은 훈련 재개가 당장 현실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연기에 이어 한미 연합 훈련 재개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고 나선 데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 훈련이 재개되면 사실상 비핵화 협상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미국이 일방적인 연합 훈련 재개 가능성을 내비친 것을 놓고 북한과 함께 한국을 동시에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조기 종전선언 필요성을 강조하며 북한과 주파수를 맞춘 한국이 ‘한반도 주인론’을 앞세워 남북 관계에 속도를 내려 하자 미국이 견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28일(현지 시간) “남북 정상회담 취소를 요청할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라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비핵화와 남북 관계 진전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밝힌 것을 되짚고 싶다”고 했다. “남북 관계는 북-미 관계 진전의 부수적 효과가 아니다”는 한반도 주인론에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청와대는 한반도 주인론 원칙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대변인은 “북-미 사이가 교착된 상황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 난관을 극복하는 데 남북 정상회담의 역할이 훨씬 더 커졌다고 생각한다”며 “북-미 정상들도 문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가 높아졌으면 높아졌지, 다른 방향으로 가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올해까지 중단키로 했던 한미 연합훈련 재개 가능성을 밝히며 선(先)비핵화 요구를 거절하고 있는 북한에 사실상 최후통첩을 보냈다. 북한이 가시적 비핵화 조치를 보여주지 않으면 한반도 비핵화 시계를 6월 북-미 정상회담, 더 나아가 2월 평창 겨울올림픽 이전으로 되돌릴 수도 있다고 경고한 것. 이는 북한과 중국은 물론이고 남북경협 속도를 놓고 백악관과 이견을 보이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포괄적 경고로도 해석된다. 김정은이 뚜렷한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경우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등 올해 하반기 한반도 정세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28일(현지 시간) 브리핑을 갖고 “만약 (대통령이) 지시한다면 중단하겠지만 현 시점에서 더는 한미 연합훈련을 연기할 계획이 없다(We have no plan at this time to suspend any more exercises)”고 밝혔다. 매티스 장관은 “(미군이 하는) 가장 큰 규모의 훈련 중 몇 개를 유예했던 것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도출된 선의의 조치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핵·미사일 발사 모라토리엄(유예)’을 깰 수 있다고 협박하자 한미 연합훈련 재개라는 최고 수준의 맞대응 카드를 꺼내 든 것.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이후 일주일 사이 대북 추가 제재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연기, 한미 연합훈련 재개 방침 등 트럼프식 ‘벼랑 끝 전술’로 김정은의 선택을 종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장 12월 한미 연합 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 재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한미 군사당국은 올해 말까지 연합훈련을 사실상 중단하기로 한 상태다. 한미 연합훈련 재개는 북-미 비핵화 대화를 통째로 뒤흔들 수도 있다. 북한은 중국과 함께 비핵화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줄기차게 쌍중단(핵·미사일 발사와 한미 연합훈련 동시 중단)을 요구해 왔다. 이와 관련해 김정은은 이날 “북남 관계와 조국통일 문제는 어디까지나 우리 민족끼리의 이념에 따라 민족의 자주적 의사와 요구에 맞게 민족 자체의 힘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이어 미국을 겨냥해 “시대착오적인 대결 정책을 고집하면서 판문점선언의 이행을 가로막으려는 내외 반통일 세력의 책동은 우리 겨레의 단죄 규탄을 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트럼프 특유의 압박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한국 정부와 상의 없이 발표한 것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한미 간에 이 문제를 논의한 적이 없다”며 “북한의 비핵화 진전 상황을 봐 가면서 한미 간에 협의하고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외교 소식통은 “스티븐 비건 신임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북한의 건국절인 9·9절 직후인 다음 달 10일부터 2박 3일간 방한해 협상 카운터파트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전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신나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외교전략인 신(新)남방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가 28일 공식 출범했다. 신남방특위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기구로 인도, 아세안(ASEAN) 등과의 관계를 한반도 주변 4강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 조정 역할을 맡게 된다. 신남방특위 위원장을 맡은 김현철 대통령 경제보좌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광화문 오피시아빌딩에서 열린 현판식에서 “신남방정책은 아세안과 인도를 중심으로 이들 국가들과 사람 중심의 평화와 번영공동체를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보좌관은 “이 위원회는 평화공동체를 구축하는데 있어서 주요한 사업들을 적극 발굴하고 실현해 나가는 일을 하게 될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아직 순방하지 않은 아세안 국가들과 추진할 개별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실천하는 역할까지 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주로 4강(미·중·일·러) 중심으로 외교정책을 펴왔는데 신남방정책은 이 틀을 깨고 외교정책의 지평을 확장하는 측면이 있다”며 “인도, 아세안과 교류와 협력을 증대시켜 함께 번영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노력을 앞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태평양 전략을 펴고 있는 미국과의 협력 가능성도 열어놨다. 그는 “아세안과 인도를 포함한 모든 국가들과 공동번영을 모색한다”며 “이런 틀이 나프타(NAFTA)나 북미지역의 공동번영 틀과 모순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외교부는 24일 최근 월터 더글라스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와 회동을 갖고 신남방 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접점을 모색하기로 했다. 신남방특위에는 기획재정부와 외교부 행정안전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 차관과 대통령비서실 통상비서관, 국가안보실 외교정책비서관 등이 위원으로 참석한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고용쇼크와 양극화 심화에도 청와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계속 고수할 태세다. 최저임금 인상 혼란 이후 유연한 입장을 보였던 것과 달리 “더 이상 후퇴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청와대가 앞장서 소득주도성장 등 개혁 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7일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그동안 너무 일방적으로 공격받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내부에서 있었다”며 “정책실장을 비롯해 정책실이 더 자주 나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하성 정책실장이 2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출석과 26일 기자간담회에서 행한 발언에 대한 청와대 내부 평가는 좋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만큼 소득주도성장 지킴이를 자처한 장 실장 등이 앞으로도 자주 정책 방향을 설명하기 위해 언론 앞에 서겠다는 얘기다. 이런 결정은 기획재정부 등 부처에만 일을 맡길 수 없다는 불만도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금까지 정책실은 “경제 현안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중심을 잡고 가야 한다”며 공개 행보를 자제해왔다. 김 부총리는 이날 국회에 출석해 다시 한 번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장 실장과 뚜렷한 온도 차를 보였다. 김 부총리는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인상이 어려운 분들에게 일부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측면에선 일부 귀담아들을 부분이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해찬 대표 출범 후 27일 첫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소득주도성장 정책 사수를 선언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불평등한 경제·사회 구조로는 더 나은 사회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촛불혁명에 담긴 국민의 목소리”라며 “소득주도성장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단계이며 성과가 없다는 비판은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도 전날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소득주도성장 및 개혁 입법과 관련해 “당이 적극적인 역할을 맡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최고위원은 “전날 이 대표와 간담회 자리에서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와 지지를 높이기 위해 각자 역할을 하자는 것에 모두의 의견이 모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집권 2기 목표로 ‘민생 체감’을 내건 것과 달리 경제지표와 체감 경기의 괴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반전을 이끌 만한 확실한 카드를 찾기가 어렵다는 게 고민거리다. 정부 관계자는 “내년도 예산안 편성이 끝나가는 시점에 당장 시행이 가능한 정책들을 내놓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장원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국민연금 국가 지급 명문화를 직접 지시했다. 국민연금이 고갈되면 국가가 재정으로 연금 지급을 보장하는 방안이다. 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보험료율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보험료를 납부한 국민이 연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것은 국가가 존재하는 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국민연금의) 국가의 지급 보장을 분명히 해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주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국민연금 지급 보장 명문화는 노무현 정부 이후 계속 추진됐지만 “국민연금이 국가채무로 잡혀 국가재정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는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반면 정부는 지급 보장을 명문화한 공무원연금에 매년 1조∼3조 원을 지원하고 있다. 또 문 대통령은 “소득분배가 악화돼 가계소득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며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퇴직연금을 종합해 노후 소득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표를 갖고 논의해 달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57년 고갈되는 국민연금 기금을 확충하기 위해 보험료율을 올리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외국도 국민연금을 국가부채로 잡지 않는 만큼 지급 보장을 명문화해도 재정 부담 가능성은 낮다”면서 “보험료율 인상은 기초연금 등 다른 소득대체 수단과 함께 국민 의견을 수렴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월간 취업자 증가폭이 5000명에 불과하다는 고용재난 소식이 전해진 지 일주일도 안 돼 2분기(4∼6월) 가계소득이 악화된 것으로 발표되면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논란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특히 소득 악화가 저소득층에 이어 중산층으로까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나 정책 수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와 정부는 “양극화 해소를 위해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며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저소득층 소득은 줄고, 고소득층은 늘어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분배지표인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올해 2분기 5.23배로, 매년 2분기 기준으로는 2008년 2분기(5.24배)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았다. 5분위 배율은 수치가 높을수록 소득 불균형이 크다는 의미다. 5월에 발표된 1분기(1∼3월)의 5.95배까지는 아니지만 소득 격차가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저소득층이 과거보다 적게 벌고 고소득층이 많이 버는 현상이 이어졌다. 올 2분기 하위 20% 가구의 월 소득은 1년 전보다 7.6% 감소한 반면에 상위 20% 가구의 소득은 10.3% 늘면서 사상 최대 증가폭을 나타냈다. 고용 상황도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졌다. 저소득 가구의 취업 인원수는 0.68명으로 1년 전보다 18% 감소했다. 반면 고소득 가구의 취업 인원수는 2.09명으로 1년 전보다 5% 증가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가 중산층으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1분위와 함께 2분위, 3분위 가계의 소득까지 감소했다. 1∼3분위 소득이 함께 감소한 것은 국정농단 사태로 정부 기능이 마비됐던 2016년 4분기, 2017년 1분기에 이어 세 번째다. 특히 중산층은 사업소득 감소가 두드러져 자영업 부진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위 20∼40%는 사업소득이 1년 전보다 4.9%, 하위 40∼60%는 7% 감소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산층 소득까지 무너지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작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간 “소득주도성장 정책 수정해야” 가계를 떠받치는 일자리와 소득이라는 ‘양 날개’가 한꺼번에 고장나면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타당성에 다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은 근로자의 임금을 높이고 저소득층 지원을 강화해 가처분소득을 늘려준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소비가 늘고 경제가 성장하고 다시 일자리와 가계소득이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하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정부 구상과 달리 가계 소득이 줄고 고용이 얼어붙으면서 정책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간 전문가들은 근로시간 단축의 여파가 본격화하고 올해보다 10.9% 인상된 최저임금이 현실화하는 내년에는 부작용이 더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양극화라는 해묵은 문제가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며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병태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도 “고용구조를 감안하지 않고 너무 가파르게 최저임금을 올린 것이 양극화의 주요 요인”이라고 말했다. ○ 청와대 “내년 중순 이후에나 좋아질 것” 기획재정부는 이날 2분기 가계동향 발표 직후 ‘고령화와 업황 부진이 분배 악화의 원인’이라고 진단하면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의 영향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기재부는 소득 분배를 개선하려면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며 규제개혁과 미래성장동력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혁신성장 정책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역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청와대 당국자는 이날 “양극화가 심화되는 추세가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빠른 수준”이라면서 “양극화 해소를 위한 성장적 포용 정책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분배가 악화된 것이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기보다는 오랜 기간 누적된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보고 재정 확대를 통한 소득 재분배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정책 효과가 나타나는 데는 통상 두세 분기의 시간이 걸린다”면서도 “공공부문 일자리는 이미 가시적인 효과가 늘고 있고, 상시 근로자 수가 꾸준히 늘어나는 등 일자리의 질은 좋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 한국 경제는 소득 재분배가 제대로 될 만큼 성장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를 유발한 것은 최저임금 상승 등의 노동비용 증가 때문”이라고 진단했다.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송충현 / 문병기 기자}
제19호 태풍 ‘솔릭’은 23일 새벽부터 제주지역에 강풍과 함께 많은 비를 쏟아부었다. 한라산 진달래밭(해발 1500m)에는 순간 최대 풍속 초속 62m의 기록적인 강풍이 몰아쳤고, 사제비동산(해발 1450m) 주변에는 1044mm의 폭우가 내렸다. 제주시내에는 순간 최대 풍속 초속 34.1m의 강풍과 함께 300mm가량의 비가 쏟아졌다. 항공기와 여객선 운항이 이틀째 중단돼 관광객 등 4만여 명의 발이 묶였다. 이번 태풍으로 제주시 한경면, 서귀포시 안덕면 등 1만3400여 가구에서 정전이 발생해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또 제주종합경기장 내 복합체육관 천장이 파손됐다. 제주시 연동과 도남동 등 시가지에서 하수가 역류했고, 서귀포시 사계해안도로, 산방산 진입도로 등에서는 월파와 낙석 등의 위험에 따라 도로통제가 이뤄졌다.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에는 30년이 넘는 야자수가 부러지는 등 가로수 100여 그루가 넘어지거나 뿌리째 뽑혔다. 또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항 보강공사를 위해 쌓아 놓은 콘크리트 시설물 등 91t이 높은 파도에 유실됐다. 강풍으로 서귀포시의 토마토, 딸기 비닐하우스가 찢기고 휘어지는 피해가 속출했다. 수확을 앞둔 하우스 감귤에 강풍이 몰아치면서 가지가 부러졌으며 갓 싹이 난 양배추, 브로콜리 등의 농작물도 피해를 비켜가지 못했다. 제주시 구좌읍 등지에서는 파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당근 등이 빗물에 쓸려가면서 농사를 망쳤다. 태풍 솔릭이 근접한 전남에서는 23일 강풍으로 가로수 100여 그루와 가로등 10여 개가 쓰러졌다. 진도군에서는 주택과 창고 등 4채의 지붕이 파손됐고, 폭우로 어선 2척이 침수됐다. 벼 침수와 쓰러짐도 발생해 진도 15ha, 해남 10ha, 강진 1ha 등의 피해를 입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솔릭’ 대처상황에 대한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피해가 큰 지역에 대해 특별교부세 지원과 특별재난지역 선포 등 가능한 모든 지원책을 미리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또 “지방 교육청과 일선 학교를 포함한 전국의 모든 교육기관이 임시휴교와 등하교 시간 조정 등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모든 방법을 적극적으로 강구해 달라”고 당부했다.이날 회의에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등 관계 부처 장관과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주도 등 17개 시도 단체장과의 화상회의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2010년 큰 피해를 줬던 태풍 ‘곤파스’와 경로가 비슷한데 위력은 더 강하고, 내륙에 머무는 시간은 더 길기 때문에 피해가 더 크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민간기업들도 직원들의 안전을 고려해서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등 능동적인 대처에 나설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24∼26일 금강산에서 열리는 2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 “태풍이 그 지역 쪽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장소나 일정 조정 등 가능한 모든 방안을 신속하게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통일부는 이산가족 상봉을 하루 늦추는 방안 등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제주=임재영 jy788@donga.com / 진도=이형주 / 문병기 기자}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은 22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불화, 이른바 ‘김 앤 장’ 갈등설에 대해 “정책 선택에 있어서는 의견 차이가 있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호흡을 잘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선 고용대란으로 ‘김 앤 장’ 엇박자가 불거진 뒤 장 실장과 김 부총리가 처음으로 자리를 함께했다. 청와대가 이날 경제 투톱이 ‘빛샐틈없이 소통하고 있다’고 강조한 후 국회에 함께 나선 두 사람은 호흡을 맞추려 애썼다. 장 실장은 전날 김 부총리가 자신을 ‘스태프’라고 칭했지만 “정책 집행은 김 부총리를 중심으로 하는 경제부처가 하는 일이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경제사령탑은 당연히 김 부총리”라고도 했다. 하지만 일자리 전망부터 고용대란의 원인에 대한 진단까지 경제 투톱은 이날도 적지 않은 견해차를 드러냈다. 특히 장 실장은 “(월평균) 10만∼15만 명이 정상적인 취업자 수 증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기재부가 불과 한 달 전에 내놓은 고용 전망치에 대해서도 동의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보인 것이다.○ “정치적 책임이 아니라 정책적 책임 지겠다” 이날 오후 2시 예결위 회의장에서 만난 장 실장과 김 부총리는 밝은 표정으로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다. 회의장 맨 앞줄에 앉은 김 부총리는 뒤편에 앉은 장 실장을 발견한 뒤 찾아가 먼저 팔을 잡았다. 두 사람은 회의 초반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에 대해 일치된 메시지를 내놓으려고 했다. 김 부총리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조화롭게 보고 같이 가야 한다”고 말했고, 장 실장은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했다. 하지만 의원들의 질문 공세가 이어지자 두 사람의 간극은 점차 드러났다. 장 실장은 “연말 고용 상황이 회복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과정에서 과거처럼 매달 취업자 수가 20만∼30만 명 늘어나는 것은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올해 정부 취업자 수 증가 목표치인 18만 명 달성은 가능하냐”는 질문에는 “현재 노동 공급 구조에서는 10만∼15만 사이가 정상적인 취업자 증가 수라고 본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당초 올해 월별 취업자 수 증가폭을 32만 명으로 예상했다가 지난달 18만 명으로 목표치를 낮췄다. 이어 장 실장은 “연말까지 (고용 회복) 못하면 정치적 책임을 질 것이냐”는 질문에 “저는 정치적 책임이 아니라 정책적 책임을 지는 자리”라면서 “연말까지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김 부총리는 “고용 상황은 이른 시간에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부총리는 또 “소득주도성장만을 강조하는 분들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해결할 사회 구조적 문제를 혁신성장이 심화시킨다고 본다”며 뼈 있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고용대란 견해차 재확인한 ‘김 앤 장’ 경제 투톱은 고용 급감의 원인에 대해서도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장 실장은 “물론 (인상된) 최저임금의 영향은 분명히 있다”면서도 “음식업 고용 감소 문제는 작년 5, 6월부터 시작된 문제다. 또 관광객이 연간 800만 명씩 되다가 (중국의) 단체관광객이 제한됐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보다는 구조적 원인이 컸다는 얘기다. 장 실장은 ‘문재인 정부의 고용쇼크가 이명박 박근혜 정권 탓이라는 주장에 동의하느냐’는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의 질문에 “일부 동의한다”고 했다. 장 실장은 “건설업 등 일용직 근로자의 일자리가 줄어든 것은 과거 정부에서 했던 건설 사업이 완료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라며 “전 정부가 잘못했다는 것이 아니라 기저효과 때문에 취업자 증가에 제한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고용이 많이 드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나 부동산 경기부양정책 유혹을 느껴도 참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장 실장은 김 부총리의 삼성 방문 시 불거진 이른바 ‘투자 구걸’ 논란과 관련해 “김 부총리에게 ‘정부가 기업을 방문하는 것이 기업들에 압박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공개하기도 했다.최고야 best@donga.com·문병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