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특사 내밀 카드는 ‘北美 조기 정상회담→10월 종전선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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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협상]대북특사단 5일 평양으로

문재인 대통령(왼쪽에서 두 번째)이 3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심각한 표정으로 
임종석 비서실장을 쳐다보고 있다. 문 대통령의 오른쪽으로는 대북특사로 5일 평양을 방문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앉아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왼쪽에서 두 번째)이 3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심각한 표정으로 임종석 비서실장을 쳐다보고 있다. 문 대통령의 오른쪽으로는 대북특사로 5일 평양을 방문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앉아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5일 평양을 방문할 대북 특별사절단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 성사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교착 장기화를 막기 위해선 미국 중간선거(11월 6일) 전인 10월 말까지는 종전선언 채택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와야 한다고 보고 있다. 마지노선까지 두 달도 안 남은 셈. 이를 위해선 핵시설 신고 등 비핵화 이행의 관문을 넘어야 하는 만큼 북-미 정상 간의 ‘빅딜’로 멈춰선 북-미 대화의 기어를 올리겠다는 게 청와대의 구상이다.

○ 북-미 정상회담 중재로 10월 종전선언 카드 갖고 방북할 듯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지금은 한반도 평화 정착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다. 북한에 특사를 파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초당적으로 판문점선언을 뒷받침해 주신다면 한반도 평화를 진척시키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대북 특사단이 방북 기간 김정은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3월 방북한 특사단은 김영철 통일전선부장과 회담 일정을 논의한 뒤 노동당 중앙청사로 이동해 김정은을 만났다. 김정은의 파격 환대를 받았던 당시보다는 분위기가 덜 부드럽지만 특사단을 통해 어떤 식으로든 김정은의 대미(對美) 메시지가 전달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당초 9월 유엔 총회 기간 남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했던 청와대는 조기 종전선언 채택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 그 대신 10월 중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 문제를 마무리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조기 성사시켜야 한다는 것이 청와대의 판단이다. 삐걱거리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라인을 대신해 ‘굿 케미스트리(정치적 궁합)’를 부각해온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만남을 성사시키는 것이 오히려 비핵화 대화를 가동시킬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것.

원칙적으로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이미 2차 정상회담에 합의한 상태. 이에 따라 특사단은 이번 방북에서 10월 종전선언 구상을 김정은에게 전달하고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필요한 사전 신뢰 조치를 협의해 이를 미국에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 임종석 “비핵화 새로운 조건·상황 만들어야”

하지만 관건은 미국의 반응이다. 미 국무부가 남북관계 진전으로 비핵화 문제를 풀어보려는 한국의 시도에 공공연하게 경고를 보내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중재하는 2차 북-미 정상회담과 종전선언 발표 로드맵을 달가워하겠느냐는 의구심이 적지 않기 때문. 이와 관련해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특사단이 다시 평양에 간다. 우리 스스로 새로운 조건과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는 간절함을 안고 간다”고 밝혔다. 특사단을 통해 비핵화 대화의 새로운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뜻이다.

이어 임 실장은 “냉엄한 외교 현실에서 미국의 전략적 인내와 동의 없이 시대사적 전환을 이룬다는 것은 사실상 가능하지 않다”며 “하지만 지난 1년여는 결국 내일을 바꾸는 건 우리 자신의 간절한 목표와 준비된 능력임을 새삼 깨우치는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미국의 우려에도 북-미 대화 재개를 기다리며 상황을 지켜볼 수만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청와대는 한미 정상 통화나 대미 특사 파견을 통해 미국을 설득한다는 복안이다. 유엔 총회 기간에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청와대는 또 남북 정상회담을 전후해 여야 5당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추진할 방침이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대북특사#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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