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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안티 크라이스트눈 내리는 깊은 밤, 그와 그녀는 격정적인 사랑을 나눈다. 그러는 동안 어린 아들은 잠에서 깨어나 열린 창가에서 쏟아지는 눈을 바라보다 추락하고 만다. 아들을 잃은 그녀는 깊은 슬픔과 자책감으로 점점 병들어 가고, 그는 그녀를 구원하기 위해 ‘에덴’ 숲으로 함께 떠난다. 심리치료사인 그는 그녀를 세심하게 배려하며 치료방법을 찾는다. 그녀는 조금씩 상처를 극복해 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던 그녀가 갑자기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는데…. 라스 폰 트리에 감독. 윌렘 데포, 샤를로트 갱스부르 출연. 14일 개봉. 18세 이상.인간에게 젖어드는 광기의 근원을 찾아가는 섬뜩한 여정. ★★★☆ (정지욱)불안과 공포는 인간의 원죄인가. 감독의 집요한 시선에 눈이 간다. ★★★ (민병선 기자)◆수상한 고객들업계 최고의 보험 판매사원인 병우는 어느 날 고객의 자살 방조 혐의로 인생 최대 위기에 처한다. 그는 몇 년 전 고객들과의 찜찜한 계약을 떠올리고 그들을 찾아 나선다. 만사가 괴로운 기러기 아빠 오 부장부터, 까칠한 소녀가장 소연, 입만 열면 욕설을 내뱉는 청년 영탁까지 하나도 만만한 상대가 없다. 방심하다간 한순간에 한강 물로 뛰어들 기세인 이들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병우는 온갖 감언이설과 허세를 총동원해 이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하지만 병우는 예상치 못했던 그들의 순수함과 가족애에 점점 감화된다. 조진모 감독. 류승범, 성동일, 박철민 출연. 14일 개봉. 15세 이상.따스함을 담으려 했지만 부족하고, 어색했다. ★★☆ (정지욱)◆무산일기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125’로 시작하는 탈북자 승철은 일자리 얻기가 힘들다. 벽보를 붙이고 음란물이 담긴 전단을 돌리는 일이 그가 할 수 있는 전부다. 승철에게 유일한 즐거움은 휴일마다 교회에서 숙영을 만나는 것. 어느 날 승철은 숙영이 노래방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알고 그곳에 취직한다. 하지만 숙영은 승철에게 교회에서 자신을 모르는 척해 달라고 부탁한다. 한편 승철의 유일한 친구였던 경철은 탈북자 브로커 일을 하다가 사기사건에 얽힌다. 박정범 감독이 연출과 주연을 맡았다. 진용욱, 강은진 출연. 14일 개봉. 15세 이상. 놓치지 말아야 할 올해의 한국영화. ★★★★ (이상용)그들도 ‘우리’라고 부를 수 있는 세상을 염원하며…. ★★★☆ (정지욱) ◆클로즈드 노트여대생 카에는 이사를 하다 전 주인이 놓고 간 노트 한 권을 발견하지만 바쁜 일상 때문에 까맣게 잊고 지낸다. 그러던 중 아르바이트를 하는 가게에 만년필을 사러 온 이시토비에게 사랑을 느낀다. 카에는 혹시나 해서 잊고 있었던 노트를 펼치는데, 노트의 주인인 초등학교 교사 이부키의 사진과 일기가 그 안에 담겨 있다. 이부키는 가르치던 학생들과의 진심 어린 소통과 대학 동창 다카시라에 대한 사랑의 고민을 노트에 적어 놓았다. 카에는 일기를 읽을수록 이부키를 동경하게 되고 삶에 용기를 얻는다.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 사와지리 에리카, 다게우치 유코 출연. 14일 개봉. 전체 관람가.봄날의 상큼한 정서와 멜로의 천재성이 그득하다. ★★★ (정지욱)■ CONCERT◆보드카레인 고별 콘서트‘100퍼센트’ ‘친구에게’ ‘심야식당’ 등 섬세하고 여운을 남기는 음악으로 사람들의 고단함을 달래 온 4인조 남성 록밴드 보드카레인. 4만4000원. 16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정동 이화여고 100주년기념관. 02-3141-5777◆안테나뮤직 워리어스 “그래, 우리 함께”정재형(피아노), 유희열(키보드), 루시드폴(기타), 신재평(기타), 이장원(베이스), 박새별(키보드). 이름만으로 무게감이 느껴지는 이들이 무대를 준비했다. 6만6000∼8만8000원. 15일 오후 8시, 16일 17일 오후 6시.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 100주년 기념관. 1544-1555◆애시드맨 내한공연발매하는 모든 앨범을 오리콘 차트 순위권에 진입시키는 실력파 일본 록밴드 애시드맨이 8집 ‘아루마’ 발매 기념 아시아 투어를 한다. 2009년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 이은 두 번째 내한 공연. 3만5000원. 16일 오후 7시 반. 서울 마포구 서교동 상상마당 라이브홀. 1544-1555◆옐로우몬스터즈 결성 1주년 기념콘서트델리스파이스의 드러머 최재혁, 마이앤트메리의 베이스 한진영, 검엑스의 기타 겸 보컬 이용원이 결성한 3인조 펑크록밴드가 결성 1주년을 맞았다. 3만∼3만5000원. 16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 롤링홀. 02-322-8488■ PERFORMANCE◆뼈의 노래어머니가 죽은 뒤 뿔뿔이 떠난 딸들이 18년 뒤 홀로 사는 아버지의 고향집으로 돌아온다. 일본 극단 신주쿠양산박 출신인 히가시 겐지의 희곡을 젊은 감각의 극단 극공작소 마방진이 기획하고 창단 2년 된 극단 낭만유랑단이 제작했다. 2만 원. 5월 8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방진 소극장. 070-7642-4814◆갈매기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작품 갈매기의 국내 초연을 연출한 지촌 이진순(1916∼1984)에 대한 헌정 공연. 지촌과 생존 당시 공연으로 직접적 인연을 맺은 배우 김금지 송승환 정상철 윤여성 씨가 출연한다. 김석만 연출. 2만∼5만 원. 5월 8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 1644-2003◆아직 끝나지 않았다지난해 차세대 공연예술가 육성 프로젝트 ‘봄 작가, 겨울 무대’의 7개 작품 중 최우수작품으로 선정된 창작연극. 보험 사기극을 계획하는 세 남자의 이야기. 지난해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자인 임나진 작. 김태형 연출. 2만 원. 18일까지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02-3668-0009 ◆굿극 ‘씻금’개원 60주년을 맞아 국립국악원이 서울 무대에 올리는 국립남도국악원의 대표 공연. 진도 씻김굿 의식을 이야기 속에 담아 표현한 남도 소리극이다. 이윤택 연출. 1만∼2만 원. 16, 17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 02-580-3300■ CLASSICAL◆콜린 커리 & 호칸 하르덴베리에르오케스트라 무대에서 변방에 그쳤던 타악기와 트럼펫이 모여 특색 있는 듀오 공연을 만들어냈다. 영국 타악기 연주자 콜린 커리와 스웨덴 트럼페터 호칸 하르덴베리에르가 조 더들의 ‘캐치’ 등을 선보인다. 3만∼7만 원. 17일 오후 7시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 02-2005-0114◆오페라 ‘코지 판 투테’아지무스오페라단이 선보이는 해설과 함께하는 오페라 공연. 남녀 간의 애정 심리를 유쾌하게 그린 모차르트의 대표적 희가극이다. ‘바위처럼’ ‘여자들이여, 너무하는군요’ 등 아리아와 중창들이 펼쳐진다. 2만∼3만 원. 16일 오후 7시 반 부산 남구 부산문화회관 중극장. 070-7522-4649◆자음클라리넷 앙상블 연주회클라리넷은 음역의 폭이 넓고 표현력이 좋아 악단 구성상 필수적인 목관악기로 꼽힌다. 창단 10주년을 맞은 자음클라리넷 앙상블은 홀스트의 ‘행성’ 가운데 ‘목성, 쾌락의 신’ 등을 클라리넷으로 풀어낸다. 바수니스트 문창수 협연. 2만 원. 15일 오후 7시 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성남아트센터 앙상블시어터. 02-581-5404◆아를의 여인국내 오케스트라의 수석 연주자와 대학을 비롯한 교육기관에서 후학을 가르치는 연주자들이 모인 플루트교육자협회의 정기 연주회. 비제 ‘아를의 여인’, 도플러 ‘헝가리안 판타지’ 등을 연주한다. 2만 원. 17일 오후 3시 서울 영등포구 영산아트홀. 02-3487-2462■ EXHIBITION◆가치의 부재, 공간에 놓이다-변선영전화려한 색채, 기하학적 문양의 벽지를 배경으로 눈이 어지러울 만큼 복잡한 실내 풍경이 펼쳐진다. 동서양의 고전을 차용하고 일상의 이미지가 뒤섞인 그림들. 중심과 주변을 전혀 구분할 수 없는 작품들이 관람객에게 과연 무엇이 가치가 있고, 없는지를 묻는다. 5월 22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 아트사이드 갤러리. 02-725-1020◆특별한 만남-김승희전금속공예가인 작가가 금속이란 소재로 인한 색채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옻칠 등 다른 분야의 장인과 손잡고 만든 장신구 연작 38점을 전시. 옻칠 나무판. 투명한 보석 등 다양한 소재가 금속과 어우러지면서 ‘따스함과 자연스러움이 결합된 통섭 장신구’가 탄생했다.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선화랑. 02-734-0458◆2011 헨켈 이노아트전중견작가 이동기 유승호 홍경택 씨가 기존 작업의 틀에서 벗어난 작품을 선보인 전시. 이 프로젝트는 한국메세나협의회의 ‘기업과 예술의 만남’ 사업으로 선정되어 독일에 본사를 둔 헨켈사의 지원으로 마련됐다. 헨켈은 해마다 중견작가 3명을 선정해 유럽무대 진출을 후원할 계획이다. 5월 4일까지 서울 마포구 서교동 대안공간 루프. 02-3141-1477◆바다를 논하다-신항섭전미술평론가로 알려진 작가는 35년 전 잡지 기자로 일했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카메라를 손에서 내려놓지 않았다. 세상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바다의 침묵에 귀 기울이며 찍은 풍경 사진을 소개한다.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갤러리 토포하우스 제3전시실. 02-734-7555}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는 오늘날 할리우드 영화를 연상시킬 정도로 긴박하다. 정치범 은닉, 고문, 성희롱, 위계(僞計)와 살인, 처형, 자살 같은 강도 높은 장면들이 이어지며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한편으로는 오페라 팬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익숙한 아리아들이 듬뿍 들어 있다. 화가 카바라도시가 연인 토스카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오묘한 조화’, 애인인 카바라도시를 구하려면 경시총감 스카르피아 남작에게 몸을 내줘야 하는 선택의 갈림길에서 토스카가 부르는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카바라도시가 처형을 앞두고 연인을 떠올리며 부르는 ‘별은 빛나건만’ 등 감미로운 아리아들이 비극적인 이야기를 더욱 애절하게 만든다. 서울시오페라단이 21∼24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에서 토스카를 공연한다. 1985년 창단한 이 오페라단의 첫 토스카 무대다. 작품성과 함께 대중성도 높은 토스카를 여태껏 무대에 올리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 박세원 서울시오페라단장은 “민간 오페라단은 토스카처럼 대중적인 오페라가 아니면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 우리는 시립오페라단으로서 대중적 작품보다는 ‘가면무도회’ ‘안드레아 셰니에’ 같은 대중에게 낯설지만 작품성이 높은 작품을 알리는 데 치중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새삼 토스카를 공연하는 이유에 대해선 “사실 토스카는 ‘오페라의 대명사’라고 볼 수 있다. 대중적이라는 것은 그만큼 완성도가 높다는 뜻이기도 하며 그런 오페라를 우리만의 색깔로 표현해 팬들에게 새로운 감동을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 오페라는 3막 안에 단 24시간 동안 일어난 사건을 그린다. 19세기 말 로마를 배경으로 토스카를 탐내던 경시총감 스카르피아 남작은 토스카의 애인 카바라도시를 정치범으로 체포한 뒤 그의 석방을 대가로 토스카의 몸을 요구한다. 질투에 눈이 멀어 자기도 모르게 카바라도시를 위험에 빠뜨린 토스카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미국 신시내티대 음대 교수이자 신시내티대 음대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인 마크 깁슨 씨가 지휘를 맡고 2005년 이탈리아 토레 델 라고의 ‘푸치니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동양인 연출가로는 최초로 ‘나비부인’을 선보였던 정갑균 씨가 연출을 맡았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극장 주역 테너로 활동 중인 박기천 씨를 비롯해 한윤석 최성수 씨가 카바라도시 역을, 이탈리아 라스칼라 극장에서 오페라 주역으로 활약한 소프라노 임세경 씨를 비롯해 김은주 김은경 씨가 토스카 역을 맡는다. 바리톤 고성현 최진학 박정민 씨는 애틋한 사랑을 파멸로 이끄는 악당 스카르피아 남작으로 변신한다. 2만∼12만 원. 02-399-1783∼6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서울시와 동아일보가 주최하는 ‘LG와 함께하는 제7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1차 예선이 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시작됐다. 이번 콩쿠르는 피아노 부문으로 24일까지 열린다. 1차 예선에는 16개국 46명(해외 34명, 국내 12명)의 피아니스트가 참가해 자유곡을 25분 이내로 연주한다. 14일까지 열리는 1차 예선을 통과한 참가자들은 16∼18일 2차 예선을 치른다. 가장 먼저 무대에 오른 이는 러시아 피아니스트 니콜라이 코진 씨(25). 왼쪽 손을 피아노에 댄 뒤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한 그는 손수건으로 피아노 건반을 살짝 닦은 다음 건반에 손을 올렸다. 브람스의 ‘스케르초 e플랫 단조 4번’, 라흐마니노프의 ‘에튀드 39번’,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기쁨’을 열정적으로 연주했다. 2008년 러시아 유디나 국제콩쿠르 대상 수상자인 그는 “첫 번째 순서였지만 별로 떨리지는 않았다. 순서에 신경 쓰기보다는 최선을 다했고 대체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한국 참가자 가운데 가장 먼저 무대에 올라 리스트의 ‘스페인 광시곡’ 등을 연주한 박근태 씨(20)는 “국제콩쿠르는 처음이라 많이 긴장했다”며 “실수가 여러 번 있었지만 대회 참가 자체가 큰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사위원인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전체적으로 참가자들의 수준이 평준화돼 있기 때문에 개성을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다른 연주자와 다르게 연주하는 게 아니라 객관적이고 기본적인 연주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내는지를 주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1차 예선이 끝나면 24명의 통과자를 발표한다. 2차 예선을 통해 20, 21일 열리는 준결선에는 12명이 참가한다. 1, 2차 예선과 준결선의 전체 연주곡목에는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의 작품 가운데 1곡 이상이 포함돼야 한다. 6명이 겨루는 결선은 23일 오후 7시, 24일 오후 3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콩쿠르 실황은 동아닷컴(www.donga.com/concours/seoulmusic)에서 인터넷으로 생중계한다. 02-361-1415∼6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노벨 문학상, 아니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 같다. 세계 무대에서 상업적 성공이 필요한 소설은 미국, 즉 뉴욕 시장을 노리는데 그런 소설가들의 꿈을 바로 신경숙이 이룬 것이다.” 소설가 신경숙 씨의 ‘엄마를 부탁해’ 영문판 열풍에 대해 소설가 이문열 씨는 11일 이렇게 말했다.》국내 대표적 작가이자 50종이 넘는 작품을 해외에 선보여온 그의 말처럼 문학계는 ‘엄마를 부탁해’의 성공적인 미국 시장 진입에 대해 한국 문학사의 한 획을 긋는 사건으로 보고 있다. 한국 문학 해외 진출의 역사는 이제 ‘엄마를 부탁해’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게 된 셈이다. 원작의 맛을 살리는 유려한 번역, 미국 문학 전문 출판사인 크노프의 마케팅과 배급력 등 ‘엄마를 부탁해’의 성공적 해외 진출을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국내외 전문가가 이구동성으로 꼽는 이 작품의 성공요인은 바로 ‘보편성의 힘’이다.○ 구원 죽음등 근원 문제 고민을 ‘엄마를 부탁해’는 하루아침에 실종된 엄마의 부재 속에서 잊혀졌던 엄마의 존재, 그리고 가족들과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엄마라는 존재의 의미, 엄마에 대한 그리움 등은 국경과 인종을 뛰어넘는 인류 보편적인 주제로, 이를 통해 세계인의 공감대를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제2의 ‘엄마를 부탁해’가 나오기 위해 한국 소설이 나아갈 방향으로 전문가들이 꼽은 것도 바로 보편성의 확보였다. 시인인 최동호 대산문화재단 이사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현란한 문체로 풀어가는 정도로는 해외 독자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며 “인류 보편의 주제인 ‘인간 구원’ ‘인간 존재’ 등 근원적인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자신의 문제가 세계의 문제가 될 수 있도록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편성이 강한 작가의 예로 ‘죽음’이란 보편적 주제로 프랑스에서 관심이 높은 이승우 작가를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학평론가인 김주연 한국문학번역원장도 보편성을 강조했다. “예전에는 한국적인 것, 토속성을 얘기했지만 지금은 글로벌 시대로 나가야 한다. 일본의 오에 겐자부로가 노벨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자식이 장애아인 것을 바탕으로 병이나 장애 같은 인류 공통의 고민에 천착해 작품을 썼기 때문이다.”○ 세계인에게 자신의 일처럼 느껴지도록 한국적인 주제를 다루더라도 보편성으로 승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문학평론가 강유정 씨는 “외국에서 인정받는 소설을 보면 대개 자국의 정치적이고 역사적인 상처를 소설화한다. 우리의 일제강점기 경험 등 역사적인 상처를 개인사로 잘 녹여낸다면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나 유럽 시장 진출을 노리는 소설은 그 지역의 관심사를 건드리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는 견해도 있다.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소설가 할레드 호세이니 씨는 옛 소련의 침공, 내전, 탈레반 정권의 폭압 등 자국 현실을 배경으로 한 ‘천 개의 찬란한 태양’으로 2007년 아마존닷컴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등 인기 작가가 됐다. 이문열 씨는 이 사례를 들며 “미국에서 팔릴 수 있는 제3세계 문학은 미국과 관련된 내용이 있어야 한다. ‘천 개의 찬란한 태양’도 알카에다 등이 들어 있기에 큰 관심을 끌었다. 우리도 북한, 탈북자 등 미국인이 관심을 갖는 내용으로 보편성을 확보하면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마케팅 과정에서도 보편성의 문제를 부각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문학평론가인 이광호 서울예대 교수는 “특히 해외에서 홍보할 때는 ‘다른 시대, 다른 장소에서 일어났지만 내 일일 수 있다’는 점을 해외 독자들에게 인식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엄마를 부탁해’에 나오는 한국인 엄마의 이야기가 태평양 건너 한국 땅의 이야기가 아니라 미국인들의 이야기일 수 있다는 인식이 주효했다는 설명이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16개국 피아노계 샛별 46명이 서울에 모였다. 서울시와 동아일보가 주최하는 ‘LG와 함께하는 제7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가 12일 서울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열리는 예선을 시작으로 13일 동안의 열전에 들어간다. 11일 오후 서울플라자호텔에서 참가자 46명을 맞는 환영식이 열렸다. 2010년 미국 호세 이투르비 국제콩쿠르 1위, 이탈리아 치타 디 칸투 국제콩쿠르 1위에 오른 러시아의 스타니슬라프 흐리스텐코 씨(27)는 “미국에서 이틀 전에 도착했다. 시차 적응이 되지 않아 피곤하지만 모든 참가자들의 목표인 것처럼 저도 우승을 꿈꾼다”고 말했다. 2009년 호주 시드니 존 앨리슨 피아노 장학금 우승자인 호주의 조앤 강 씨(21)는 “대회 스태프들이 친절하고 일정을 꼼꼼하게 챙겨줘서 불편 없이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 콩쿠르는 처음이지만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김학준 동아일보 고문은 인사말에서 “참가자와 심사위원으로 참가하신 세계적 음악가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음악은 인류 모두에게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의사소통 도구다. 서울국제음악콩쿠르가 이 역할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경원 서울시 문화관광디자인본부장은 “참가자들은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서 세계적인 음악가로 성장하기를 바라고 고국에 돌아가면 서울의 매력에 대해서도 입소문을 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협찬사 LG를 대표한 윤여순 LG아트센터 대표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가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축제로 성장하길 기대하고 그 성장과정에 LG가 함께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환영식에는 한동일 순천대 석좌교수, 문익주 서울대 교수,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바오후이차오(중국), 나카무라 히로코(일본) 자크 루비에(프랑스), 제롬 로웬탈(미국), 파벨 길릴로프(독일), 패니 워터먼(영국), 호아킨 소리아노(스페인), 아리에 바르디 씨(이스라엘) 등 11명의 심사위원이 참석해 젊은 피아니스트들을 격려했다. 콘스탄틴 브누코프 주한 러시아대사, 피터 탄 하이 추안 주한 싱가포르대사, 량잉빈 주한 대만대표부 대표, 드미트리 수다스 주한 벨라루스대사, 두산 벨라 주한 슬로바키아대사, 라울 임바흐 주한 스위스대사관 참사관, 루추 이초 주한 이탈리아문화원장, 임해경 대전문화예술의전당 관장, 최진용 의정부예술의전당 사장, 후쿠토메 히토시 야마하 한국지사장,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수입하는 코스모스악기의 민관기 사장, 1996년 이 대회 우승자인 아비람 라이케르트 서울대 교수, 이대욱 한양대 교수, 작곡가 이영조 씨 등도 참석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이탈리아 로마의 집에 있는 소프라노 조수미 씨(49·사진)에게 전화를 건 것은 현지 시간 오전 9시였다. 시간을 앞당기고 싶었지만 조 씨의 공연기획사는 “9시 이전에는 절대 안 된다”고 했다. 조 씨에게 까닭을 물었더니 “체코, 스위스 등을 돌며 51일 동안 투어하고 돌아와 푹 쉬고 있다”고 말했다. “집에 있을 때는 굉장히 늦게 일어나고 아무것도 안 해요. 뭐든지 슬로 모션으로 천천히요. 음식 만들거나 청소하는 것, 정원 가꾸는 것 하나하나가 너무 소중하고 중요해서 아껴가며 음미하죠.” 공연 때문에 한 해 300여 일 동안 외지 생활을 하는 그에게 집에서 보내는 시간은 너무 달콤하단다. 1986년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극장에서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의 질다 역으로 데뷔한 조 씨는 올해 세계무대 데뷔 25주년을 맞았다. 1983년 3월 28일 오전 3시 아무도 반기는 이 없는 로마 공항에 내려 “어떤 고난이 닥쳐도 꿋꿋이 이겨내며 약해지거나 울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던 작은 동양인 소녀는 정상에 오른 뒤 명성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25주년이 됐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요. 가장 중요한 것은 제가 걸어왔던 길이 혼자가 아니었다는 거죠. 가장 사랑하는 한국 관객들과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30년 가까이 세계적 소프라노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얼까. “굉장히 중요한 질문”이라고 운을 뗀 그는 “세 가지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첫째, 저는 노래하려고 태어난 사람인 것 같아요. 하나님께서 아름다운 목소리를 주셨으니 음악을 통해 미션을 하고 있는 거죠. 둘째는 일에 대한 욕심과 궁금증, 호기심이 굉장히 많고, 마지막으로는 책임감이 강해서 개인적으로 힘들어도 미리 한 약속(공연 스케줄)은 꼭 지킨다는 거죠.” 그는 빡빡한 스케줄 때문에 가족의 경조사에 참석한 적이 거의 없다. 아직 미혼이기도 하다. 결혼 계획은 없을까. “굉장히 슬프죠. 바쁘니까 롱타임 릴레이션십(오랜 기간 교제)이 안돼요. 이제 남자에 대해서는 ‘하산’해야죠. 요즘 남자를 보면 다 읽은 책 같아요. 다시 읽어 보면 재미있는 문구가 눈에 들어올 수도 있지만 다 읽고 나서는 뻔한 스토리처럼 느껴지는 거죠…. 글쎄 완전히 저를 흔들 만한 책을 쥐게 되면 모를까. 호호.” 조 씨는 5월 6, 7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세계무대 25년 기념 공연을 연다. ‘고(古) 음악’의 대명사로 불리는 ‘아카데미 오브 에인션트 뮤직’과 함께 비발디 ‘세상에 참 평화 없어라’, 헨델 오페라 ‘알치나’ 중 ‘내게 돌아와 주오’ 등 바로크 시대 곡들을 그 시대 모습에 가깝게 재현한다. “무대에서 바로크 곡을 하는 것은 처음이에요. 그동안 색깔이 강한 열정적 무대만 선보였는데, 이번엔 한층 정제된 발성과 표현으로 변화를 주고 싶었죠.” 그는 옛날 식 악기를 쓰고 음높이도 현대식 연주보다 반음 이상 낮춰 연주하는 ‘아카데미…’의 반주에 맞춰 색다른 무대를 선보인다. 6월로 예정된 일본 투어도 동일본 대지진과 무관하게 일정대로 진행한다. “제 라이프(life)는 도전”이라는 말답게 그의 도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5만∼25만 원. 1577-5266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농사일이 바빴다. 자식은 6남매. 엄마는 모두 새벽밥을 지어 먹인 뒤 학교로 보냈다. 50마지기 논농사에 허리가 휘었지만 ‘자식 농사’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위로 아들 셋을 고등학교에 보내고 그 아래 넷째(첫째 딸)가 중학교를 졸업하자 아버지는 말했다. “너는 일을 도와라. 좋은 남자 만나 결혼하면 된다.” 하지만 딸은 “그렇게 꼭 말씀하셔야 되겠느냐”며 울먹였다. 결국 딸은 서울 큰오빠 집으로 올라가 낮에는 일을 하며 밤에는 야간고등학교에 다녔다. 고등학교 졸업식 날 온 가족이 함께 모여 펑펑 울었다. 취직자리가 들어왔지만 딸은 “대학교에 등록했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어쩔라고 그라냐”며 혼을 냈다. 딸은 “제가 벌어서 다니면 되잖아요”라고 소리쳤다. 어머니는 딸에게는 화를 냈지만 돌아서서 몰래 눈물을 훔쳤다.소설의 한 장면 같은 이 얘기는 소설 ‘엄마를 부탁해’ 작가 신경숙 씨의 어머니 박복례 씨(76)가 9일 기자를 만나 들려준 작가의 실화다. 영문판 출간 엿새째인 10일 현재 소설은 인터넷서점 아마존 종합순위 30위권을 오르내리고 있다. 수많은 독자가 눈물을 훔치게 한 신 씨의 ‘진짜 엄마’ 이야기가 궁금해 전북 정읍시 과교동의 집을 찾았다.▼ “딸을 부탁해” ▼정읍 시내에서 차로 10여 분. 한적한 2차로 도로 옆에 10여 가구가 머리를 맞대고 있다. 동네 사람에게 신 씨 부모님 집을 묻자 “저기 지붕 파란 집”이라고 손가락으로 가리켜 준다. 좁은 골목을 돌아 대문이 열려있는 단층 개량 한옥으로 들어섰다. 마당에는 작은 목련나무가 하얀 꽃망울을 터뜨리고, 백구 한 마리가 컹컹 짖었다. ‘헛간 옆에 개집이 있었다’는 소설 속 묘사와 같은 모습이었다.“어디서 오셨는가.” 느리게 계단을 내려오던 ‘엄마’ 박 씨는 약속도 없이 찾은 기자를 “집에 없으면 어쩌려고” 하며 맞았다.소설에서는 5남매가 등장하지만 신 씨의 형제는 6남매. 거실 벽에는 6남매가 나란히 학사모를 쓴 졸업 사진이 훈장처럼 걸려 있었다. 소설 속 아버지는 바람피우고 속 썩이는 인물이지만 실제 신 씨의 아버지 신현 씨(79)는 가족을 건사하려고 한평생 농사일에 전념했다. 신 씨의 아버지는 “내가 스무 살 때, 저기(아내)가 열일곱 살 때 결혼했다. 걔(신경숙 씨)가 어릴 때 고생을 많이 했다”며 느릿하게 말을 이었다. 소설 속 어머니처럼 박 씨도 자식에 대한 교육열이 높았다. “내가 못 배운 게 한이 돼서 힘들어도 끝까지 자식들을 가르치고 싶었어.” 큰오빠가 서울서 고시 공부를 하다가 가족을 돌보기 위해 대기업에 취직한 것도 소설과 현실이 닮은꼴이었다. 그러나 치매를 앓는 소설 속 어머니와 달리 신 씨의 어머니는 정정했다. 그 얼굴에 언뜻 신 씨의 모습이 스쳤다. 신 씨는 2000년 한 기고에서 ‘사람들이 어머니하고 닮았다고 하면 버럭 화를 내셨다’고 회상했다. “내가 당신을 닮은 것이 싫은 게 아니라, 내가 당신처럼 살게 되는 것, 어머니는 그것이 싫으셔서 지레 화를 내셨지, 싶다.”어린 시절 신 씨는 어떤 딸이었을까. “어렸을 때 글 쓰고 상도 받고 했는데 이렇게 될지는 몰랐지. 별로 말도 안 하던 얘가 어떻게 소설을 쓰고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지 모르겠다”며 어머니 박 씨는 웃었다. 신 씨의 회상에 의하면 그를 문학의 세계로 이끈 것은 피곤하던 시절 여공들을 위한 서울의 고등학교 야간학급이었다. 무단결석을 한 소녀에게 선생님은 반성문을 써오라고 했고, 대학노트 수십 페이지를 반성문으로 채운 그에게 선생님은 “너, 소설을 써보면 어떻겠니”라고 했다. 그 후 결석은 없었다.미국에서도 소설의 반응이 좋다고 하자 어머니는 “그런가요”라면서 눈이 커졌다.“갈 때는 전화 자주 한다더니 바쁜지 (전화가) 자주 안 온다. 얼마 전에는 전화로 ‘9시 뉴스에 나오니까 꼭 봐’ 하더라. 근데 뭐 휙 지나가 버리니.” 신 씨는 지난해 8월부터 시인 겸 문학평론가인 남편 남진우 명지대 교수와 함께 뉴욕 컬럼비아대 방문연구원으로 지내고 있다. “전화에선 ‘엄마, 늙지 마, 늙지 마’ 하고 말하는데, 내가 뭐 팍 늙어버렸으니….”5일 미국에서 출간된 ‘엄마를 부탁해’의 영문판은 5일 출간 첫날 인터넷서점 아마존의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 100권에 진입한 데 이어 10일 종합순위 28위까지 올랐다. 국내 인터넷서점 예스24에서는 한글과 영문판이 각각 부문별 1위에 올랐다.그러나 어머니는 딸의 소설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글을 읽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 씨는 한 모임에서 “나는 평생 문자의 세계에서 살겠지만 작가인 나를 낳아주신 어머니가 글을 쓸 줄도 읽을 줄도 모른다는 걸 알게 된 후 나는 내 어머니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라고 고백한 일이 있다. 딸의 책을 읽을 수 없어 서운하지 않으냐고 물으니 어머니는 “그렇지”라고만 했다. ‘엄마를 부탁해’ 가운데 ‘고생하는 어머니’, ‘서울서 공부하는 큰오빠’ 등 얘기를 해주자 “그런 얘기도 나오냐”며 반가워했다. 딸이 유명해지면서 집을 찾아오는 독자들도 있다고 했다. “딸(신경숙)이 가방도 사주고 옷도 사주고 하는데, 다 그냥 쌓아 둔다. 내가 멋을 부리지 못하는 사람이니.” 다만 몇 년 전까지 농사를 지었지만 지금은 쌀을 사다 먹는 ‘호사’를 한다고 했다. 이제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작가로 떠오르는 딸이지만 어머니의 걱정은 여전했다. 성당에서도 늘 딸을 위해 기도를 한단다. “애가 좀 들어서라고 기도를 한다. (손주가) ‘엄마, 엄마’ 불러주면 얼마나 (딸이) 좋겠나.”얘기는 한 시간 정도 이어졌다. 두 사람이 들려주는 얘기의 대부분은 ‘착한 딸, 마음 넓은 딸, 글 잘 쓰는 딸’ 신 씨에 대한 칭찬이었다. ‘서운한 것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혹 딸이 흉잡힐까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어머니는 떠나는 기자에게 “욕 봤스요. 가시면서 드시라”며 두유 음료 3병을 건넸다.소설 속 어머니는 실종 상태지만, 정읍의 한 농가에서는 신 씨의 어머니가 딸과 다시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정읍=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 첫머리에 나오는 테너 아리아 ‘Celeste Aida’는 ‘청아한 아이다’라는 한글 이름으로 소개된다. 그러나 저자에 의하면 이는 부적절한 번역이다. 여기서 이탈리아어 ‘celeste’는 ‘하늘의, 거룩한, 이 땅의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고 완벽한’이란 뜻이다. 여자 노예에게 하는 칭송인 만큼 더욱 두드러지는 찬사다. ‘이 한 장의 명반’ 시리즈로 유명한 저자의 오페라에 대한 사랑과 지식이 곳곳에 숨어 있다. 아리아의 원문과 번역을 함께 실었고 포스터와 사진, 음반 등 각종 자료도 눈길을 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기묘한 이야기다. 낡은 일본 전통 가옥에서 혼자 사는 쉰여섯의 독신남 시무라 고보. 냉장고에 있던 음식들이 조금씩 없어지는 것을 느낀다. 별다를 건 없다. 과일 주스 병에 담긴 주스가 약간 줄어들거나 요구르트가 한 개 없어지는 것. 바쁘게 생활하는 샐러리맨이라면 미처 느끼지 못할 사소한 차이다. 하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중시하는 고보는 이를 알아차린다. 불길하고 불안하다. 그는 하루 종일 컴퓨터 모니터를 보며 일하는 기상 관측사. 부엌에 웹 카메라를 설치하고 사무실 모니터에 조그만 창을 띄운다. 아무도 없는 부엌. 그는 상상 속으로 들어간다. ‘내가 결혼했더라면 아내를 눈으로 좇을 것이다. 그녀를 질투해서건 그녀와 떨어질 수 없어서건, 카메라 앞을 지나면서 그녀는 내 세 번째 눈에 대고 유혹적인 윙크를 보낼 것이다.’ 아내가 있을 리 만무하건만 잠시 뒤 그는 부엌에 검은 물체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질겁한다. 소설의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히로시마에 이어 두 번째로 원폭을 맞았던 나가사키이다. 최근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방사능에 대한 공포감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이지만 소설 속에서 방사성 물질 누출 등 방사능 위험이 그려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전후 폐허가 됐던 도시가 복구된 후에도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낙진을 맞은 것처럼 무언가 결여된 인생을 사는 모습을 찬찬히 묘사한다. 고보는 검은 형체를 조용히 살핀다. 여자다. 그는 번개같이 수화기를 들어올려 경찰에 신고한다. 초조한 그는 모니터 속 여자를 계속 관찰한다. 그녀에겐 서두름이나 초조함이 없다. 주전자에 물을 끓이고 차를 탄다. 밥솥에 쌀도 안친다. 창으로 햇살이 쏟아질 듯 부서져 내린다. 평화롭고 행복하고 환희에 찬 표정. 그녀의 모습에서 그가 꿈꾸던 삶을 본 그는 문득 경찰에 신고한 것을 후회한다. 소설은 잔잔한 일상을 깬 작은 물결을 섬세하게 끄집어낸다. 인간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면서도 추리적 요소를 가미해 흡입력을 높였다. 구성과 문체가 마치 일본 소설 같지만 프랑스 소설가의 작품이란 점이 이채롭다. 지난해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을 받았다. 2008년 5월 아사히신문을 비롯한 일본 언론에 실린 사건을 소설로 풀어냈다. 그렇다. 이 기묘한 얘기는 실화다. “‘살 곳이 아무 데도 없었다’라고 58세의 실직 여성은 해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그녀는 1년 가까이 그곳에 숨어 살았다. 이따금 다른 두 집에도 번갈아가며 주인 몰래 머물렀다.”(2008년 5월 ‘나가사키 신문’ 기사)사회면 한 귀퉁이를 차지했던 얘기는 소설을 통해 현대인이 갖는 불안한 이면을 들춰낸다. 겉으로 보기에 문제가 없던 고보의 삶이, 무려 1년 동안이나 고보의 집 벽장 속에서 숨어 살았던 중년 여성의 개입으로 틀어지고, 고보는 애써 감춰왔던, 아니 보지 않으려 했던 삶을 직면하게 된다. “이 집에서 더 이상 살 수 없다”고 그는 절규한다. 자기만의 생활 속으로 칩거하게 된 현대인들의 내면적 불안을 세밀하게 끄집어낸 작품이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MOVIE라스트 나잇미국 뉴욕의 3년차 부부 조안나와 마이클. 조안나는 파티에서 남편이 직장동료 로라에게 다정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고 두 사람 사이에 뭔가 있음을 직감한다. 둘이서 얼마 전 함께 출장을 다녀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의심은 더욱 커진다. 마이클은 아내를 안심시키고 파티 다음 날 로라와 함께 출장을 떠나지만 조안나는 여전히 불안하다. 홀로 남은 조안나는 우연히 마주친 옛 사랑 알렉스와 하룻밤을 보내며 추억을 떠올린다. 마시 태지딘 감독. 키이라 나이틀리, 샘 워싱턴, 기욤 카네 출연. 7일 개봉. 18세 이상.20자평: 내 맘 속 봄바람이 어느새 갈바람으로 가득 차 버렸다. ★★★☆ (정지욱)우아하게 세공한 저잣거리의 이야기. 여성 감독은 용감하다. ★★★★ (민병선 기자)황당한 외계인: 폴 외계인과 공상과학(SF) 소설을 좋아하는 그램과 클라이브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 둘은 ‘SF 코믹콘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여행길에 오른다. 행사 이후 SF 마니아 사이에서 성지 순례길이라고 불리는 ‘외계인 연구 비밀 구역’을 찾아간 두 남자는 그 곳에서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는 외계인 폴을 만난다. 두 사람은 음주가무와 음담패설을 즐기는 괴짜 외계인 폴을 이용해 한 몫을 챙기려고 한다. 그레그 모톨라 감독. 사이몬 페그, 닉 프로스트, 제이슨 베이트먼 출연. 7일 개봉. 15세 이상.20자평: 코믹한 상상력만으로 달려가 보는 재미. ★★★ (이상용)오랜만에 대놓고 웃을 수 있는 반가운 코미디. ★★★☆ (정지욱)네버 렛미고 조용한 전원에 위치한 영국의 기숙학교 헤일셤에서 공부하는 캐시와 루스, 토미는 절친한 친구 사이. 외부 세계와 철저히 격리된 이곳의 학생들은 뭔지 모를 특별한 목적을 갖고 만들어진 복제인간. 사려 깊고 총명한 캐시는 감정 표현에 서툰 토미를 돌봐준다. 토미도 자신을 돕는 캐시를 아끼지만, 적극적인 루스가 토미에게 사랑을 고백하면서 이들의 관계는 어긋나기 시작한다. 마크 로마넥 감독, 캐리 멀리건, 앤드루 가필드, 키이라 나이틀리 출연. 7일 개봉. 15세 이상.20자평: 사랑의 앙금들에 관한 정리 보고서. ★★★ (이상용)파리, 사랑한 날들 파리에 사는 남성 장은 자신의 집에서 옛 연인 가브리엘을 기다린다. 서로의 육체와 정신을 황폐하게 만들 만큼 불같은 사랑을 나누었던 두 사람. 너무 격정적으로 사랑해서 서로를 통제할 수 없었던 두 사람은 이별을 선택한 지 1년이 지난 날 밤 다시 장의 집에서 조우한다. 장과 가브리엘은 함께 나누었던 사랑의 기억 속에 깊이 빠져들고 날이 밝아올 때까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왜 사랑이 깨져야 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마이클 코언이 각본, 감독, 주연의 1인 3역을 맡았다. 에마뉘엘 베아르, 레오폴트 크라우스, 장 폴 뒤부아 출연, 7일 개봉. 18세 이상.20자평: 사랑이란 언제나 이별을 동반한다. ★★★ (정지욱)■ CONCERT노리플라이 어쿠스틱 투어소곤소곤 속삭이는 말투와 선율로 듣는 이의 마음을 위로하는 남성 듀오 노리플라이가 어쿠스틱 공연을 한다. 데이브레이크의 김선일과 세렝게티의 장동진도 출연해 깔끔하면서 풍성한 음악을 선사한다. 4만4000원. 9일 오후 7시, 10일 오후 6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바로크챔버홀. 1544-6399인코그니토 내한공연 재즈에 힙합, 솔, 펑크 등 다양한 장르를 녹이고 흑인 특유의 그루브감을 세련되게 접목한 프로젝트그룹 인코그니토의 공연. 2009년 서울재즈페스티벌 헤드라이너로 온 뒤 2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9만9000원. 9일 오후 7시. 서울 광진구 광장동 악스코리아. 02-3143-5155애쉬그레이 콘서트 클릭비 출신 기타리스트 노민혁, 보컬리스트 마현권, 작곡가 심태현으로 이뤄진 브리티시 록밴드 애쉬그레이의 첫 콘서트. 2008년 거리공연을 시작으로 차근차근 쌓아온 실력으로 탄탄한 음악을 선보인다. 3만 원. 9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대 브이홀. 1544-6399장사익&코리안재즈오케스트라 콘서트 소리꾼 장사익과 그의 박력 있는 목소리를 받쳐줄 30인조 오케스트라가 어우러진다. ‘꽃구경’ ‘찔레꽃’ ‘꽃’ 등 봄을 테마로 한 노래에 장사익 특유의 추임새가 흥을 돋울 예정이다. 3만∼6만 원. 9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대흥동 마포아트센터. 02-3274-8600■ PERFORMANCE바레카이퀴담과 알레그리아에 이은 ‘태양의 서커스’의 세 번째 내한공연. 그리스신화 속 이카로스가 추락한 이후 펼쳐지는 환상적 이야기를 토대로 다양한 공중곡예를 펼쳐낸다. 6만∼22만 원. 5월 29일까지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빅탑 전용 공연장. 02-541-6235푸르가토리움 소설 ‘죄와 벌’ 속 창녀 소냐의 가족사를 토대로 밑바닥 인생의 절망을 형상화한 창작극. 제목은 ‘연옥’을 뜻하는 라틴어. 김원석 연출. 남윤길 고윤미 채희재 전윤지 출연. 2만∼2만5000원. 17일까지 서울 중구 장충단길 국립극장 별오름극장. 02-3673-2003아내들의 외출 각자 마음의 병을 앓는 엄마, 며느리, 딸이 함께 여행을 떠나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신과 전문의들이 작품 구성에 직접 참여했다. 배우 손숙 씨가 엄마로 출연한다. 3만5000원. 17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아트홀. 02-3272-2334구름빵 영어뮤지컬 인기 동화 구름빵을 원작으로 만든 ‘뮤지컬 구름빵’의 영어 버전. 따라 부르기 쉬운 영어 동요 12곡을 끼워 넣어 아이들의 참여를 유도한다. 2만5000원. 6월 12일까지 서울 구로구 구로동 상상나눔씨어터. 1666-5795■ CLASSICAL오페라 ‘시몬 보카네그라’베르디의 비극적 오페라. 14세기 이탈리아 도시국가 제노바의 시몬 총독은 평민 출신으로 총독에 오르지만 딸을 잃고 독살당한다. 국립오페라단이 지휘자 정명훈 씨가 이끄는 서울시향과 손을 잡았다. 시몬 총독은 바리톤 고성현 씨, 딸 마리아는 소프라노 강경해 씨. 1만5000∼15만 원. 8, 9일 오후 7시 반, 10일 오후 5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02-580-1300한국페스티발앙상블 ‘자클린 뒤 프레’ 국내 실내악 단체 5개가 지난달 15일부터 ‘봄, 한 해의 시작’의 테마로 이어가고 있는 앙상블 페스티벌의 일환. 한국페스티발앙상블은 영국 첼리스트 자클린 뒤 프레가 남긴 삶과 음악을 조명한다. 2만5000∼4만 원. 8일 오후 8시 서울 중구 호암아트홀. 02-751-9607맛과 흥이 있는 세계음악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이 ‘맛있는 불고기’, ‘된장’, ‘감자’ 등 우리 음식을 주제로 한 가곡들과 평소 접하기 힘들었던 남미와 오세아니아, 아프리카의 민속 음악을 들려준다. 5000∼1만 원. 9일 오후 7시 대전 서구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아트홀. 042-610-2272아미띠에 클라리넷 콰르텟 연주회 2005년 창단한 이 콰르텟은 현악 사중주의 명곡들을 클라리넷으로 풀어내 관심을 모았다. 안종현 임재우 주혜진 염진선 등 클라리네티스트들이 알렉산더 보로딘의 ‘폴로베시안 댄스’ 등을 선보인다. 2만 원. 9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1544-1555■ EXHIBITION김을 전회화 오브제 사진 등 다양한 장르의 작업을 드로잉으로 확장시켜온 중견 작가의 개인전. 장난감과 미니어처 등 잡동사니를 오브제로 배치한 작품 등 재료, 기법, 주제 등 드로잉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 작업을 볼 수 있다. 24일까지 경기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헤이리마을 갤러리 소소. 031-949-8154장자크 상페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 ‘꼬마 니콜라’를 그린 프랑스 출신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전. 그는 삶에 대한 경쾌하고 따스한 시선을 담아 일상의 잔잔한 행복을 그린다. ‘꼬마 니콜라’의 원화를 비롯해 소묘화 수채화 등 120여 점 전시. 18일까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6000∼1만1000원. 1544-0113유머와 파토스-안윤모, 임만혁 전 눈 덮인 숲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호랑이 등 의인화된 동물을 밝은 색채로 표현한 안윤모 씨, 목탄과 장지 기법을 활용하고 날카로운 선묘로 인간 내면의 감정을 드러내는 임만혁 씨. 두 화가의 그림에서 잔잔한 유머와 연민이 느껴진다.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명륜동 아트포럼뉴게이트. 02-517-9013伸 인상전: 기지개를 펴다 전 기성작가의 추천을 통한 공모에서 선발된 신진화가 11명의 작품전. 전통적 회화부터 재료혼합을 이용한 실험적 회화까지 다양한 회화 작업을 볼 수 있다. 참여 작가는 김형주 김희연 박경선 오선영 이은채 임장환 전은숙 조영진 조영표 한성규 황지윤 씨. 18일까지 서울 중구 회현동 금산 갤러리 서울. 02-3789-6317}

《젊은 피아니스트들의 열정과 기량을 겨루는 축제가 12∼2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서울시와 동아일보사가 공동 주최하는 ‘LG와 함께하는 제7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해마다 피아노, 바이올린, 성악 등 세 부문이 돌아가며 열리는 경연으로 올해는 2008년에 이어 3년 만에 ‘건반의 향연’이 펼쳐진다. 2009년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산하 국제음악콩쿠르 세계연맹에 가입해 권위를 높인 이 대회는 해마다 전 세계의 젊은 음악계 유망주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으고 있다》 이번 대회에는 총 25개국 140명이 참가 신청을 해 DVD 예비심사를 통과한 18개국 52명(해외 38명, 국내 14명)이 본선에 올랐다. 12일부터 펼쳐지는 예선에서는 자유곡, 20∼21일 준결선에서는 자유곡과 지정곡, 23∼24일 펼쳐지는 결선에서는 수원시향과의 협연을 통해 우승자를 가린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피아니스트 한동일 순천대 석좌교수는 “요즘 ‘피아노 영피플’의 실력은 상향 평준화돼 있고 테크닉도 급성장했다. 하지만 음악은 기량만으로는 평가할 수 없는 만큼 ‘음악으로 인간적인 감동을 줄 수 있느냐’를 중점적으로 보겠다”고 말했다. 해외 유수의 국제콩쿠르에서 입상해 실력을 검증받은 샛별들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2008년 노르웨이 그리그 국제콩쿠르 대상 및 4개 부문 특별상을 받고 2009년 이탈리아 마리아 골리아 국제콩쿠르 1위에 오른 러시아의 게오르기 그로모프(31), 2010년 미국 쇼팽콩쿠르와 2009년 독일 유러피안 쇼팽콩쿠르에서 우승한 미국의 클레어 황치 씨(21) 등이 눈길을 끈다. 2007년 중국 상하이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한 허재원(25), 2010년 폴란드 파데레프스키 국제콩쿠르 2위에 오른 김현정 씨(20) 등 한국 기대주들도 나선다. 본선 52 대 1의 관문을 뚫은 우승자에게는 상금 5만 달러(총 상금은 12만 달러)와 함께 국내외 정상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및 리사이틀 무대 제공 등 다양한 특전이 주어진다. 바이올린 부문으로 열린 2009년 대회에서는 우승자인 클라라 주미 강 씨(24)가 이듬해 일본 센다이 국제음악콩쿠르,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국제콩쿠르에서 연달아 우승한 뒤 그해 10월 국내에서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입상자 리사이틀’을 개최한 바 있다. 세계 정상급 심사위원들도 한자리에 모인다. 이스라엘의 아리에 바르디 루빈스타인 국제콩쿠르 심사위원장, 프랑스의 자크 루비에 베를린 국립음대 교수, 미국의 제롬 로웬탈 줄리아드음악원 교수 등이 세계적 인재 발굴을 위해 참여한다. 클리블랜드, 센다이, 클라라 하스킬 등 주요 국제콩쿠르에서 심사위원을 맡은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몬트리올 국제콩쿠르를 비롯한 여러 콩쿠르에서 우승한 문익주 서울대 교수, 일본 피아노계의 ‘대모’로 불리는 나카무라 히로코 씨도 심사위원석에 앉는다. △대회 일정: 1차 예선 12∼14일, 2차 예선 16∼18일, 준결선 20∼21일, 결선 23∼24일, 시상식 24일. 1만5000∼3만 원(전 공연 관람권 7만 원). 02-361-1415∼6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소설가 강영숙 씨(44·사진)가 제4회 백신애문학상 수상자로 7일 선정됐다. 수상작은 소설집 ‘라이팅 클럽’. 이 상은 일제강점기 계몽운동을 한 소설가 백신애(1908∼1939)를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상금은 1000만 원이며 시상식은 23일 오후 5시 경북 영천시 영천시민회관에서 열린다.}

출간 전부터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미국 언론으로부터 격찬을 받은 신경숙 씨(48)의 장편 ‘엄마를 부탁해’(사진)가 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공식 출판기념회를 갖고 영어권 독자들의 평가 앞에 섰다. ‘엄마를 부탁해’ 외에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의 영국 진출이 성사되는 등 해외 문학계의 신경숙 바람은 앞으로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이날 뉴욕 한국총영사관에서는 크노프 출판사가 출간한 이 책의 영문판 ‘Please Look After Mom’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미국 언론계, 출판계 인사와 독자 등 200여 명이 자리를 함께해 성황을 이뤘다. 김영목 주뉴욕 총영사와 존 프레이토 주뉴욕 캐나다 총영사, 마크 민턴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 로빈 데서 크노프 부사장, 미국 현지 에이전시인 바버라지트워에이전시의 바버라 지트워 사장 등이 참석했다.신 씨는 인사말에서 “소설을 읽는 동안 잃어버리거나 잊어버린 엄마들이 우리 마음 안으로 되돌아오는 심리적 경험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 책은 나 개인에게도, 한국 문학으로서도 미국에 내리는 첫눈일 것이다. 이 위로 또 다른 아름다운 눈들이 풍성하게 쌓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축하 메시지를 보내 “이 세상 모든 엄마가 위로를 받고, 많은 아빠와 아들딸이 엄마의 소중함을 깊이 깨닫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행사가 끝난 뒤 신 씨는 1시간여 동안 책 사인회를 가졌다.‘엄마를 부탁해’는 미국 서점가에서 공식 판매가 시작된 이날 크노프사가 3쇄를 찍기 시작하는 등 인기몰이에 돌입했다. 1쇄 10만 부에 이어 2쇄 3000부도 모두 서점에서 소화한 것. 이날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서는 실시간 집계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엄마를 부탁해’가 전체 100위 안팎, 문학 작품 가운데는 40위 안팎을 오르내렸다. 이에 앞서 초대형 서점 체인인 반스앤드노블은 ‘여름 2011 디스커버 프로그램’의 신작 15개 중 하나로 이 책을 선정했다. 라이브러리 저널, 퍼블리셔스 위클리, 커커스 리뷰 등 독서 전문지의 격찬도 줄을 잇고 있다.출판기념회에서 만난 뉴욕타임스 기자, 크노프사 에디터 등은 ‘엄마를 부탁해’가 미국 출판계에 세찬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데 대해 “엄마와 가족애라는 보편적 가치를 감동적으로 그린 작품이기에 미국에서도 독자들을 유인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4월 3일자 뉴욕타임스에 서평을 쓴 미실리 라오 뉴욕타임스 기자는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해 주는 책으로 미국 시장에서 분명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데서 부사장은 “2009년 9월부터 6주마다 이 책의 번역본을 한 장(챕터)씩 받았는데 읽을 때마다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읽은 후 엄마에게 전화를 하고 싶도록 만드는 책”이라고 말했다.이 책을 영어로 번역한 김지영 씨(30)는 6일 본보에 보낸 e메일에서 “미국인의 눈에는 ‘순교자’ ‘성인’으로까지 비치는 소설 속 한국 어머니의 모습이 낯설지만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나 미안함은 미국인도 같은 듯하다. 회한에 싸인 가족들의 감성적인 언어를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이 소설의 미국 진출을 도운 에이전시 케이엘매니지먼트의 이구용 대표는 “뉴욕타임스 17일자에 전면 광고를 싣는 등 앞으로 현지 마케팅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열기 속에 신 씨의 다른 작품들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날 출판기념회에 앞서 만난 신 씨는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의 번역본 일부를 미국 영국 등의 출판사에 돌렸는데 영국에서는 계약이 성사됐고 폴란드의 한 출판사도 출간을 하고 싶다는 제안을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크노프사도 이 책의 미국판 출간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지난주 일본 교토에서 공연을 마친 뒤 몇몇 일본 관객이 무대 뒤로 오셨어요. ‘지진으로 힘들었는데 공연을 보고 위안받았다’며 감사를 표하시더군요.” 바이올리니스트 신현수 씨(24)는 일본에서 특히 인기가 많다. 한 해 동안 일본에서 여는 공연만 20회 정도. 2008년 파리 롱티보 국제콩쿠르에서 1위와 함께 오케스트라상, 리사이틀상, 그리고 파리음악원 학생들이 주는 최고상까지 받아 4관왕이 된 뒤 그의 인생은 확 바뀌었다. 국내에서 가장 기대되는 젊은 바이올리니스트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동시에 해외에서도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있다. 14일 오후 8시 서울 종로구 신문로 금호아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여는 그를 4일 같은 공연장에서 만났다. “청중은 모두 비슷한 눈을 갖고 있어요. 연주가 좋다고 느끼는 부분도 유사하죠. 다만 일본 관객들은 몰입도가 좋고 무대 장악력이 강하단 이유로 제 연주를 특히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신 씨는 네 살 때 바이올린을 먼저 시작한 언니 신아라 씨(28)를 따라 활을 잡게 됐다. “어머니는 방문을 닫고 언니를 하루 다섯 시간씩 연습을 시키셨어요. 저는 방문 앞에서 기다리다 잠들곤 했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바이올린을 시켜달라고 떼를 쓰게 됐어요.” 초등학교 4학년 때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예비학교에 들어가면서 그는 평생의 스승인 김남윤 교수와 인연을 맺게 된다. 올해 한예종 독주자 과정에 들어간 그는 14년째 김 교수에게 배우고 있다. “선생님은 두 번째 엄마라고 생각을 해요. 어릴 적에 한 번 소리를 지르시면 하늘이 노랗게 보일 정도로 겁을 먹었죠. 하하. 지금은 오히려 많은 부분 터치 안 하시고 저 스스로 개척해 나갈 수 있게 지켜보시는 편이에요.” 유학파도 별다른 활동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국내 클래식계의 현실에서 신 씨는 국내파로서 드물게 단단한 입지를 다졌다. “친구들이 외국에 나가니까 저도 막연히 ‘나가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하지만 제가 부족한 게 많아 국내에서도 할 게 많은데 꼭 외국에 나가야 한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그는 국내파라는 수식어가 조금은 부담이라고 했다. 자신을 역할모델 삼아 연습하는 후배들도 있어 앞으로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낀다는 것. “연습할 시간이 항상 부족하기에 하루가 24시간보다 길었으면 좋겠어요. 조금이라도 악기를 안 잡으면 불안해서 어디를 가든지 (악기를) 가져가 30분이라도 활을 잡으려고 하죠.” 그는 이날 인터뷰를 앞두고도 무대에서 홀로 연습하다가 기자를 맞았다. 1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교향악축제에서 KBS교향악단과 협연에 나서고 바로 다음 날인 14일 금호아트홀 리사이틀을 개최하는 그의 공연 일정은 숨 가쁘다. 일반 판매를 하지 않는 기업이나 단체 관련 공연까지 합하면 연 100회 정도 관객 앞에 설 정도다.살랑살랑 봄바람이 불고 그는 한창 연애할 20대 여성. 실제로 보니 171cm의 큰 키에 시원시원한 이목구비가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봄을 탈 겨를도 없이 바쁘다. 연애는 생각도 못 한다”며 웃었다. 그럼에도 공연 때 직접 머리를 단장하고 메이크업을 할 정도로 미용에 관심이 많다는 그에게 외모와 연주의 함수관계를 들려달라고 했다. “예쁜 아티스트를 보면 일단 관객의 관심을 끄는 장점도 있지만 연주가 외모에 가려지는 부분도 분명 있어요. 어떤 분들은 제 공연에 와서 아예 고개를 숙여 바닥을 보며 듣기도 하세요.” 촉망받는 신예 연주가가 그리는 10년 뒤 자기 모습은 담백했다. “구체적으로 그림을 그려보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지금보다는 조금 더 성숙된 연주가가 돼 있지 않을까요. 그 정도 바람이에요.” 14일 리사이틀에서 그는 파가니니 소나타 12번 e단조, 시마노프스키 ‘세 곡의 신화’ 등을 연주한다. 2만∼3만 원. 02-6303-7700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카라얀 선생님은 제게 굉장히 따뜻하고 편안한 분이셨어요. 언제나 부담 없이 함께 연주할 수 있었죠.” 전후(戰後) 독일이 낳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로 불리는 안네조피 무터 씨(48·사진)는 ‘카라얀의 여인’으로 불린다. 열세 살이던 1976년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에서 전설적인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의 눈에 띄었고, 이후 10여 년간 카라얀의 음악인생 최후의 협연자로 활동했다. 5월 3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3년 만의 내한 리사이틀에 앞서 4일 가진 e메일 인터뷰에서 그는 “정확히는 1976년 12월 11일이었다. 백스테이지에서 선생님과 처음 얘기를 나눴는데 굉장히(extremely) 마음이 따뜻한 분이셨다”고 떠올렸다. ‘바이올린 여제’로도 불리는 무터 씨는 뉴욕필의 상주 연주자로 활동하는 등 35년 동안 세계 정상급 바이올리니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연주자로서 오랜 기간 명성을 유지하는 힘은 무얼까. “그저 제가 하는 일을 사랑해요. 전적으로 몰두하고 있죠. 호기심이 많고 늘 공부하며 음악적 시야를 넓히고 있습니다. 두 아이를 둔 싱글 맘으로서 완벽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늘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 또한 제 삶을 풍부하게 해준 것 같아요.” 그는 첫 남편과 사별한 뒤 34년 연상인 지휘자 겸 작곡가 앙드레 프레빈과 2002년 재혼했으나 4년 뒤 헤어졌다. 그는 연주자가 겪는 모든 일은 결국 연주에서 드러나게 마련이지만 일단 무대에 오르면 개인적인 어려움과 문제를 잊고, 무대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드뷔시의 바이올린 소나타 G단조,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소나타 F장조 등을 선보인다. 1577-5266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종이가 점차 사라지는 게 너무 안타까웠어요. 인간이 가져야 할 서정성, 부드러움, 순수… 이런 것들도 종이에 싸서 함께 버려지는 것 같았지요. 늦기 전에 종이를 주제로 한 시집을 꼭 내고 싶었습니다.” 신달자 시인(68)이 열두 번째 시집 ‘종이’(민음사)를 냈다. 시집에 담긴 일흔여섯 편의 시를 꿰뚫는 소재는 종이. 시집 전체가 ‘종이 예찬’이라 할 만하다. 오늘날 컴퓨터와 휴대전화, 전자책에 자리를 내주고 있는 종이에 대한 향수와 안타까움을 드러내는 한편 종이의 이미지를 다른 사물에 투사시키며 상상력의 영역을 넓힌다. 출간을 앞두고 “연애할 때처럼 가슴 떨린다”는 그를 지난달 29일 서울 광화문 인근 한 식당에서 만났다. “종이가 사라지는 것은 단순히 전자기계로 대체된다는 것에서 그치지 않아요. 종이를 만지고 때가 타고 하는 것은 사람들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과 같지요. 하지만 기계는 달라요. 사람들을 점차 혼자만의 공간으로 내몰고, 삶의 온기를 찾아보기 힘들죠.”시 ‘부적’에 그런 시인의 의도가 잘 드러나 있다. ‘얘야/인터넷에 들어가려면/부적처럼 종이 한 장/들고 가거라/…/접속에서 접속으로/뜨거워지는/어지러운 피로에 떨어지면/흰 종이 한 장 꺼내/네 정신으로/네 이름자를 힘차게 눌러써 보아라.’ 7년 전부터 종이와 관련된 시집을 내기로 하고 하나둘 시를 써 모았다. 100여 편 중에서 추려 모은 이번 시집에서 그는 종이의 의미를 파도, 뻘, 첫사랑, 대우주 등으로 확장한다. ‘누가 저렇게 푸른 종이를 마구잡이로 구겨 놓았는가/구겨져도 가락이 있구나/나날이 구겨지기만 했던/생의 한 페이지를/거칠게 구겨 쓰레기통에 확 던지는/그 팔의 가락으로/푸르게 심줄이 떨리는/그 힘 한줄기로/다시/일어서고야 마는/궁극의 힘.’(‘파도’ 전문)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를 찍은 임권택 감독님이 예전에 전화를 해 종이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어요. 저는 ‘인간의 가장 좋은 정신’이라고 답변했지요. 시사회 가서 보니까 그 말이 대사로 나오더라고요, 호호. 임 감독님은 영화로, 저는 시집으로 종이의 귀중함을 전하고 있는 셈이죠.” 1972년 박목월의 추천으로 등단한 신 씨는 소설 ‘물 위를 걷는 여자’(1993년), 에세이 ‘백치애인’(2002년) 등으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다. 시로 등단했지만 소설과 에세이에서 더 명성을 얻은 것. 당시 장르를 넘나드는 활동에 동료 문인들의 따가운 눈총도 받았다고 그는 털어놓았다. “소설과 에세이를 내면서 (내) 시가 좀 약해졌어요. 시는 굉장히 ‘냉정한 애인’이에요. 딴 데서 놀다 오면 잘 안 받아주죠. 몰두하면 좀 나아지기도 하고요.” 등단한 지 40년에 가까운 그는 시는 도저히 정상에 오를 수가 없는 대상이고, 그렇기에 가장 완벽하게 매력적인 장르라고 했다. “좋은 시를 쓰려고 노력하고 있고 지금도 그 과정에 있죠. 이제는 제가 정말 바라는 시, 제 시의 본령을 찾는 게 소망입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호수 주변에 사는 할아버지와 외손자는 어느 날 밤 “풍덩” 하는 큰 소리를 듣고 찾아간 호숫가에서 한 사내아이를 구한다. 집에 데려와 그 아이를 살피던 중 귀 뒤에 칼로 베인 듯한 깊은 상처가 있음을 발견하고 깜짝 놀란다. ‘뚝뚝 듣는 물기를 뒤집어쓴 상처가 다시금 꽃잎이 열리듯, 콩 껍질이 갈라지듯 벌어졌다. 석류 열매처럼 드러난 속살이 두근거리는 모습은 명백히 생명의 움직임이었다.’ 그렇다. 아가미였다. 2008년 장편 ‘위저드 베이커리’로 제2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받은 저자의 두 번째 장편. 전작에서 시간을 되돌리는 마법의 빵이 나왔다면 이번에는 아가미를 달고 있는 인어 소년 얘기로 ‘청소년소설’의 틀을 벗어났다. 비현실적인 설정이지만 이를 설득력 있게 풀어가는 힘이 탁월하다. 소설은 외롭고 버려진 사람들의 일상을 호수에 낀 연무처럼 습습하게 그려낸다. 인어 소년인 곤은 민박을 겸한 허름한 슈퍼마켓을 하는 할아버지와 그의 외손자 강하의 손에서 자란다. 강하 또한 배우를 꿈꾸던 어머니 이녕에게 버림받아 맡겨진 상태. 강하는 곤에게 호수 아래 침전된 동전이나 귀중품을 주워오게 하는 등 줄곧 구박한다. 세월이 흘러 곤과 강하는 청년이 되고, 어느 날 약물에 찌든 이녕이 낡은 슈퍼마켓에 돌아오며 불안한 네 식구의 동거가 시작된다. 책장은 빠르게 넘어간다. 마치 지느러미를 흔들며 헤엄치듯이, 쉼표로 끊어가며 이어지는 만연체 문장은 리드미컬하다. 밤늦게 호수에서 수영을 하다 목격자들에 의해 ‘미지의 생물 출현’ 등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곤의 결말에 대한 궁금증도 흡인력을 끌어올린다. “사회적 소수자나 비주류에 대한 글을 써보고 싶었다. 우리 옆에 어떤 방식으로 존재할지 모르는 타자(他者)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었다.” 인어 이야기를 통해 사회적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저자의 말이다. 하필 황당한 인어 얘기일까. “글쎄요. 세상에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란 없고, 있을 수 없는 일이란 없지 않을까요.”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그와 마주쳤다 반세기 만이었다/머리만 세었을 뿐 얼굴을 금방 알아볼 수/있었다 그러나 서로 바쁜 길이라 잠깐/악수만 나누고 헤어졌다 그것이/마지막이었다 다시는 만날 수/없었다 그와 나는 모두/서울에 살고 있지만’(시 ‘교대역’에서) 1975년 등단해 일상의 편린들에서 사색적인 시어를 끄집어냈던 저자의 열 번째 시집. 자연과 사람, 흐르는 세월에 대한 단상을 정갈하게 담았다. 산책을 하다가 벤치에 앉아 잠시 쉬어가듯 삶에도, 사랑에도 휴식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한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MOVIE◆고백자기가 근무하는 중학교에서 어린 딸 마나미를 잃은 여교사 유코는 봄방학을 앞둔 종업식 날, 학생들 앞에서 차분한 목소리로 딸을 죽인 사람이 이 교실 안에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말한다. 경찰은 사고사로 결론을 내렸지만 마나미는 자기가 담임인 학급의 학생 2명, 범인 A와 B에게 살해되었다고 주장한다. 유코는 청소년법으로 보호받게 될 범인들에게 그녀만의 방법으로 벌을 주겠다고 선언한다. 나카시마 데쓰야 감독. 마쓰 다카코, 오카다 마사키 출연. 31일 개봉. 18세 이상.20자평: ‘아이’라는 존재가 우리 시대 최후의 윤리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 ★★★☆ (이상용)진실을 향해 달려가는 스크린, 몸서리치는 관객. ★★★ (정지욱)◆위험한 상견례순정만화 작가인 전라도 청년 현준은 펜팔로 만난 경상도 여인 다홍과 결혼을 결심한다. 하지만 ‘경상도 사나이’인 다홍의 아버지 때문에 현준은 전라도 남자임을 감춰야 하는 상황. 서울말 특별 과외를 거쳐 ‘압구정 남자’로 변신한 현준은 부산 다홍의 집에서 가족과 대면한다. 왠지 음침한 다홍의 오빠 운봉, 호시탐탐 현준의 흉을 찾으려는 노처녀 고모 영자, 경부선 밖은 나가본 적 없는 우아한 서울 여자인 어머니 춘자가 그를 기다린다. 첫 만남에 다홍의 아버지 영광은 악수 대신 야구공을 던지는데…. 김진영 감독. 송새벽, 이시영, 백윤식. 31일 개봉. 12세 이상. 20자평: 지역감정과 시대를 뛰어넘어 선사하는 폭소 보따리. ★★★☆ (정지욱)◆엄마는 창녀다38세 노총각이자 에이즈 감염자인 상우가 몸이 불편한 사내를 업고 향하는 곳은 전국에서 ‘가장 싼’ 창녀가 있는 서울 변두리의 한 오두막. 손님을 밀어 넣으며 상우는 엄마를 부른다. 데리고 온 손님을 맞이할 그의 엄마의 직업은 창녀다. 예순의 나이에 창녀가 됐고, 엄마를 팔아가며 포주 노릇을 해야 했던 아들. 두 사람의 이해하기 어려운 관계는 엄마를 버리고 떠난 상우의 아버지가 남긴 흔적이다. 젊은 여자와 새 가정을 꾸리고 평범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상우의 아버지는 광신도 아내와 방황하는 딸과 함께 살며 상우와 엄마에게도 예전처럼 상처를 준다. 이상우 감독, 이상우, 이용녀, 권범택 출연. 31일 개봉. 18세 이상.20자평: 지금 한국에서 가장 빨리, 가장 도발적인 영화를 만들고 있는 이상우 감독의 대표작. ★★★ (이상용)◆미트 페어런츠 3간호사인 그레그가 팸과 결혼한 지도 벌써 10년. 의심 많은 전직 CIA 요원인 장인 잭은 가문의 가장 ‘갓 퍼커’의 자리를 물려줄 때가 왔음을 직감한다. 하지만 갓 퍼커에 걸맞은 사위가 되려고 무리하던 그레그는 재정난에 빠지고, 결국 미모의 제약회사 영업사원 앤디와 함께 ‘오래지탱’이라는 발기부전 치료제 홍보업무를 맡는다. 호텔에 들어가는 사위와 앤디의 모습을 목격하고 분노한 잭은 딸의 전 남자친구 케빈을 새 사위로 점찍는다. 폴 웨이츠 감독. 로버트 드니로, 벤 스틸러, 제시카 알바 출연. 31일 개봉. 15세 이상. 20자평: 지루하고 상투적인 메시지와 코미디. ★☆ (정지욱)제시카 알바, 왜 그랬어요? ★★ (민병선 기자)▶dongA.com에 동영상■ CONCERT◆이소라 콘서트-네 번째 봄이소라의 소극장 공연. 1집부터 지난해 발표한 팝 리메이크 앨범에 담긴 노래까지 다양한 곡을 부른다. 5만5000∼9만9000원. 1일 오후 8시, 2일 3일 오후 6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 1544-1555◆live ICON 3: 데이브레이크, 몽니, 10cm2009년부터 진행해 온 민트페이퍼의 세 번째 기획 콘서트. 폭발적인 무대를 선보이는 데이브레이크와 묘한 2중주가 강점인 몽니, 그리고 10cm가 무대에 오른다. 4만4000∼5만5000원. 2일 오후 7시, 3일 오후 6시. 서울 마포구 대흥동 마포아트센터. 1544-6399◆MGMT 첫 내한공연사이키델릭과 일렉트로닉 사운드, 복고적 멜로디를 오가며 자신들만의 독보적 영역을 구성한 두 미국 청년이 처음 한국을 찾는다. 중독성 있는 음악을 아낌없이 선보일 예정이라고. 9만9000원. 1일 오후 8시 반. 서울 광진구 광장동 악스 코리아. 02-323-2838 ◆2011 이문세 붉은노을아날로그적 감성의 대표 주자 이문세의 소극장 공연. 공연을 위해 7년간 해 오던 라디오 진행을 중단했다. 9만9000원. 1일 오후 8시, 2일 오후 7시, 3일 오후 6시.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 삼성홀. 02-747-1252■ PERFORMANCE◆봄날한국 희곡의 거장 이강백의 창작 연극으로 1984년 초연됐다. 아들 7명을 데리고 산마을에 사는 홀아버지 역의 배우 오현경 씨는 2009년 이 작품으로 대한민국 연극대상 연기대상을 받았다. 2만∼5만 원. 17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02-814-1678 ◆내가 까마귀였을 때국내 창작극과 해외 문제작을 두루 무대에 올려 온 임영웅 연출이 ‘현대인의 어두운 내면과 세상과의 화해’를 주제로 한 고연옥 작가의 신작 희곡을 극화했다. 고인배 손봉숙 서은경 윤정욱 출연. 1만5000∼3만 원. 5월 8일까지 서울 마포구 서교동 소극장 산울림. 02-334-5915◆고령화 가족지난해 발간된 천명관 작가의 동명 장편소설이 원작인 창작 연극. 인생의 실패를 거듭하는 중년의 세 남매가 노모의 집에 의탁하며 아귀다툼을 벌이는 모습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되짚는다. 문삼화 연출. 2만 원. 17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정미소극장. 070-8759-0730◆살고액 연봉자이지만 고도 비만에 시달리는 외환딜러의 삶을 통해 풍요롭지만 충족되지 않는 결핍과 불안 속에 사는 현대인의 모습을 반추하는 창작 연극. 이해성 작. 안경모 연출. 17일까지 서울 중구 예장동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02-758-2150■ CLASSICAL◆5인 5색 콘서트이건용 김성기 이근택 이기경 노선락 등 다섯 작곡가가 자신의 작품을 직접 해설하는 무대. 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이 전래동요, 발라드, 뮤지컬 노래 등을 선보인다. 2만 원(초중고교생 30∼50% 할인). 2일 오후 3시, 7시 반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02-399-1114∼6◆양성원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첼리스트 양성원 씨의 ‘모닝 콘서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바장조 작품 6 등을 선보임. 피아니스트 위안 성 씨 협연. 1만 원. 5일 오전 11시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예술의전당. 031-828-5841◆피아니스트 한가야 리사이틀 마쓰시타상, 음악 크리에이티브 클럽 어워드상을 수상하고 쥬네브 국제콩쿠르 3위에 오른 한가야 독일 칼스루에 국립음대 교수 초청 무대. 2만∼3만 원. 2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02-580-1300◆뮤엔 피아노 퀸텟 연주회 제1, 2바이올린(민연희 이윤소), 비올라(차지현), 첼로(박민선), 피아노(최소영)로 구성돼 드보르자크의 피아노 콰르텟 D장조 작품 81 등을 선보임. 1만 원. 3일 오후 7시 대전 서구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앙상블홀. 042-610-2222■ EXHIBITION◆흙과 나무 사이-장수홍전오랫동안 흙을 만져 도자 작품을 발표해온 작가는 최근 목공 일에 관심을 갖고 나무 작업을 시작했다. 나무의 성품을 잘 다스려 만든 의자와 벤치, 탁자에서 조형적 아름다움이 숨쉰다. 4월 16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 LVS. 02-3443-7475◆롤플레잉게임-이동기전아톰과 미키마우스가 만난 ‘아토마우스’의 작가와 롯데백화점이 협업으로 마련한 전시. 아토마우스는 피카소 같은 미술사적 인물로 변신하거나 다양한 역할놀이에 등장한다. 4월 17일까지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 애비뉴엘 9층 롯데갤러리. 02-726-4428 ◆Fiction Nonfiction전김현수 권경엽 박경호 임수식 최수앙 씨는 현실과 환상이 결합한 작품을, 김용석 두민 박성민 이광호 이정웅 최영욱 씨는 치밀한 묘사가 담긴 작업을 선보였다. 4월 14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인터알리아 아트스페이스. 02-3479-0114◆UP AND COMERS 신진기예전파라다이스문화재단이 미국의 ‘아트오마이’ 프로그램 작가를 선발하기 위해 주최하는 신진작가들의 그룹전. 올해는 김채원 박은하 박현두 배상희 유비호 이소영 이재 정승 씨의 작품을 선보였다. 4월 17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토탈미술관. 02-379-3994}

새해 첫날 신문 지면에 자신의 얼굴과 작품을 알리며 화려하게 문단에 데뷔하는 신춘문예 당선자들. 2011년 당선자들이 문단 안팎의 주목을 받으며 등단한 지 3개월이 지났다. 축하 인사도 잦아들고 현실에 직면하기 시작하는 것도 이때쯤. 출판 관계자들은 “올해 당선자들 가운데서 특출한 인재를 찾기 어려웠다”면서도 일부 당선자와 출판 계약을 마치기도 했다. 당선자 사이에도 치열한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원고지 30장 쓰고 10만원” 부산일보 소설부문 당선자 배길남 씨(36)는 “처음에는 좋았죠. 평생소원 한 번 이뤄봤다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집필을 위해 학원 일을 그만둔 그는 전업작가로 나선 상태. “규칙적으로 글을 쓰려고 노력 중이에요. 하지만 생활고가 점점 심해져, 주변에서는 규칙적으로 일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글을 쓰면 어떠냐고도 하죠.” 소설가 이외수 씨의 며느리란 점이 화제가 됐던 조선일보 소설 부문 당선자 설은영 씨(34). 여성지와 아침방송에서 섭외 요청이 많이 와 한동안 곤욕을 치렀다고 말했다. 당시 인터뷰에서 전업작가의 길을 걷겠다고 말했는데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문예지에 원고지 30장을 쓰고 10만 원을 받았어요. 등단 전 비정규직 방송작가나 객원기자 일을 해왔는데, 막상 소설을 쓰게 되니 예전엔 정말 따뜻하게 살았던 것 같아요. 휴∼.” 신춘문예 상금은 신문사마다 다르지만 보통 500만 원 내외. 당선 이후 작품에만 전념하는 당선자를 찾기는 힘들다. 매일신문 소설 부문 당선자인 안준우 씨(39)는 “무역 일을 하고 있는데 본격적으로 하려면 전업으로 나서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하지만 아내가 제일 겁내는 말이 ‘직장을 접고 글만 쓰겠다’고 하는 것”이라며 웃었다. 중앙일보 소설부문 당선자인 이시은 씨(44)는 “직장일(공무원)과 병행하는 게 어렵지만 박완서 선생님은 네 아이를 키우면서도 좋은 글을 쓰시지 않았나. 당선 전에는 글 쓰면 집에서 엄청 구박받았는데 이제는 ‘도서관에 가서 글 좀 쓰고 오겠어요’라고 남편에게 말할 수 있는 게 가장 좋은 점”이라고 했다. 학업 중에 당선된 신예 작가들도 고민은 크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이다. 동덕여대 문예창작학과 4년에 재학 중인 서울신문 소설부문 당선자 차현지 씨(24)는 “당선될 때는 좋았는데 지금은 막막해요. 친구들은 ‘책 언제 나와’라고 그러는데 당장 나올 일도 없고요. 휴. 빨리 두각을 드러내야 하는데 다른 문학상이 또 있는지 살펴보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시부문 당선자인 권민경 씨(29)는 “3개월 동안 출판사 대여섯 곳에 원고를 넘겼다. 원고료를 받은 건 한두 곳이고 나머지는 정기구독권으로 대체하더라”라면서 스트레스가 많고 책임감도 크지만 공부를 더 하고 싶어 대학원 문예창작과에 입학했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시부문 당선자인 강은진 씨(38)는 “KBS ‘낭독의 발견’에 출연한 뒤 봇물 터지 듯 청탁이 들어올 줄 알았는데 혼자만의 생각이었다”며 웃었다.○ “출판 계약은 했지만, 마지막 기회라 생각” 신춘문예 당선자들은 보통 당선 2, 3년 뒤 첫 책을 낸다. 소설의 경우 눈에 띄는 작가와 먼저 계약하기 위한 출판사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동아일보를 비롯해 조선, 중앙, 한국, 경향, 서울, 문화, 세계 등 중앙일간지 8곳, 부산일보와 매일신문 등 지방지 2곳 등 10개 신문사의 올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자 가운데 현재 출간 계약을 맺은 사람은 단 3명. 이들은 1월 초 문학동네와 각각 300만 원의 선인세를 받고 출판을 계약했다. 세계일보 소설부문 당선자 천재강 씨(31)는 “출판사와 계약을 하고 나니 ‘진짜 소설가가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인들은 별다른 수입이 없기 때문에 최대한 집 안에서 글만 쓰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소설부문 당선자 손보미 씨(31)는 “나중에 책을 내 잘되면 생계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그런 생각보다는 우선 좋은 작품을 쓰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신춘문예 당선은 라이선스일 뿐” 최근 신춘문예가 튀는 작품보다는 안정적인 작품을 뽑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당선자들 사이에 큰 편차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문단에 첫발을 내디딘 문인들에게 출판계가 주문하는 것은 ‘특출한 개성’이다. 김요안 문학세계사 기획실장은 “누적된 등단 시인만 2만 명이 넘는다. 젊은 시인들의 비문법적인 시, 중견 시인들의 서정시 등 기존 시의 틀을 뚫고 나올 수 있는 개성이 없을 경우 반짝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데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출판사와의 계약도 만만치 않다. 현대문학 윤희영 편집부 팀장은 “두드러진 작품이 적다 보니 올해는 지난해, 지지난해에 비해 당선자들의 출판 계약도 줄어든 느낌”이라며 “앞서 출판사들이 입도선매 식으로 당선자들을 잡았지만 추후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점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평론계가 바라보는 시각도 마찬가지다. 문학평론가 이광호 씨의 말. “젊은 당선자들이 늘어난 반면 문법 상상력 등 실험적인 측면은 되레 떨어진 것 같다. 최근 문단에서 실험적인 글쓰기를 볼 수 없는 경향이 신춘문예까지 확대된 것 같다. 신춘문예는 일종의 라이선스를 받은 것에 불과하고 자기 개성이나 독창성을 가지고 결국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느냐가 문단에서의 생존을 판가름할 것이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