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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3일 검찰이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 소속 정보분실 한모 경위(45)의 아파트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당시 한 경위는 아파트 입구의 소화전 주변을 맴돌았다. 검찰 수사관이 이를 수상하게 여겨 소화전 내부를 열자 한 경위가 숨겨 놓은 휴대용 저장장치(USB메모리)가 나왔다. 이 USB메모리에는 한 경위가 지난해 2월 박관천 경정(49·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의 문건을 무단 복사해 정보분실 동료인 고 최경락 경위에게 전달한 경위가 상세하게 녹음돼 있었다. 한 개의 USB메모리가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청와대 문건 유출 경로를 한꺼번에 푼 실마리가 된 것이다. 검찰의 유출 경로 확인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수사 초기 박 경정은 청와대 파견에서 해제돼 경찰로 복귀하게 되면서 반출한 상자에 “문건이 아니라 옷가지 등이 있었다”며 엉뚱한 해명을 했다. 한 경위와 최 경위는 문건 복사 자체를 강하게 부인했다. 검찰도 유출 경로에 대해 ‘박 경정 외부 반출, 한 경위 복사’라는 심증만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한 경위의 아파트 소화전에서 나온 USB메모리로 미궁에 빠질 뻔했던 유출 경로가 드러났다. 검찰은 한 경위가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진모 차장과 통화하면서 “박 경정의 문건을 복사했다. 문건을 보여 주겠다”고 말한 녹음 파일을 찾아냈다. 한 경위는 검찰이 녹음 파일을 내밀자 “(청와대 문건 등을) 복사하면서 문건 내용을 모두 확인하진 못했으나 정윤회 씨의 사진을 봤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베일에 싸여 있던 정윤회 동향 문건의 유출 경로가 박 경정→한 경위→최 경위 등으로 풀리는 순간이었다. 박 경정은 검찰이 한 경위의 자백을 제시하자 문건 반출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경정은 자신이 서울경찰청 정보분실장으로 내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해 2월 12일 ‘정윤회 동향’ 문건을 비롯한 청와대 문건 15건 등 총 26건의 문서를 출력했다. 사흘 뒤인 15일 정보분실에서 당직 근무 중이던 한 경위가 사무실에 보관돼 있던 박스에서 반출 문건들을 발견했다. 한 경위는 범죄 첩보 등의 내용을 보자 문건 대부분을 복사했고, 20일 정보분실 동료 경찰관인 최 경위에게 복사본을 전달했다. 박 경정은 지난해 4월 2일자 세계일보에 자신이 반출한 문서 중 ‘비리 청와대 행정관 징계 없는 원대 복귀’ 기사가 보도되자 세계일보 A 기자를 만났다. 그는 “정보원을 만나 문건 유출 경위를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고, A 기자는 “5월 8일 정보원을 만나기로 했으니 술값을 대신 내 달라”며 박 경정의 요구에 응했다. 정보원은 한 경위로부터 복사한 문건을 전달받은 최 경위였다. 그날 박 경정은 술값 70만 원을 송금하고 A 기자가 최 경위에게서 건네받은 문건(128쪽 분량)의 사본을 전달받았다. 박 경정은 이를 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에게 보고했고, 조 전 비서관은 박지만 EG 회장에게 “청와대 내부 문건이 대거 유출됐으니 청와대에 알려 조치를 취하도록 해달라”고 급하게 요청했다. 나흘 뒤인 5월 12일 조 전 비서관의 주선으로 A 기자는 박 회장을 찾아가 문건 사본을 보여주며 설명했으나 후속 조치는 없었다. 검찰은 △5월 8일 최 경위와 A 기자의 동선이 상당히 일치하고 △두 사람이 지난 1년간 약 550회 통화한 사실을 근거로 세계일보에 보도된 청와대 문건은 최 경위가 유출한 것으로 판단했다. 한 경위는 한화그룹 직원에게 청와대 전 행정관 비위 관련 첩보를 구두로 누설한 것으로 조사돼 불구속 기소됐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검찰이 ‘정윤회 동향’ 문건의 진위와 유출 경로 수사에 착수한 지 39일 만에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지만 비선 실세 논란으로 촉발된 갖가지 의혹들이 꼬리를 물며 제기됐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정윤회 문건 내용이 허위라는 점만 확인했을 뿐 다른 의혹들의 실체에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우선 정 씨의 국정개입 의혹 자체가 말끔히 해소되지 못했다. 검찰은 정 씨의 포괄적 국정개입 의혹에 대해선 위법성을 입증하는 명백한 증거가 없는 한 수사 영역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검찰 수사는 정윤회 동향 문건에 담긴 의혹들이 사실인지 확인하는 데 그쳤다. ‘문고리 3인방’ 중 이재만 대통령총무비서관만 소환 조사하고 정호성 대통령제1부속,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은 서면 조사만 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우리도 답답하다. 언론이든 야당이든 정 씨가 법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의혹을 제기한 건 없지 않느냐”며 “포괄적으로 국정에 개입했다는 것만으론 정 씨를 처벌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설령 민간인 신분인 정 씨가 국정과 인사에 관여한 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뒷돈을 받는 등 구체적인 범법행위가 없었다면 처벌이 어렵다. 김영삼 정부 시절 민간인 신분으로 국정에 관여한 김 전 대통령 아들 현철 씨도 국정개입으로 처벌받은 게 아니라 기업체 등으로부터 받은 금품에 대한 세금을 포탈했다는 혐의로 구속됐다. 정 씨에 관한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되면 검찰이 다시 수사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 이번 수사는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평가도 있다.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특별검사의 재수사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 씨와 이 비서관의 문화체육관광부 인사 관여 의혹이나 안 비서관의 청와대 파견 경찰 인사 개입 의혹은 여전히 진위가 불분명하다. 검찰은 고소나 고발이 들어온 의혹은 수사를 계속한다는 방침이지만 범위와 방식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검찰은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해 12월 7일 문체부 국·과장 인사에 개입했다며 정 씨와 이 비서관을 직권남용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한 사건에 대해 증거들이 언론 보도를 인용한 수준에 그쳐 피고발인을 소환조사할 만큼 충분치 못하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정 씨는 민간인 신분이라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기가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또한 공무원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데다 설사 박근혜 대통령이 정 씨나 이 비서관에게서 해당 국·과장에 대한 평판을 들었더라도 검찰이 수사할 사안은 아니다. 만약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이 비서관과 한 몸으로 보면 된다’며 청와대 인사 창구로 지목한 김종 문체부 차관이 유 전 장관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다면 문체부 인사 개입 의혹의 진위를 구체적으로 수사할 수도 있다. 의혹 당사자를 소환조사할 명분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김 차관은 유 전 장관을 고소하겠다고 선언했다가 최근 입장을 번복했다. 안 비서관이 청와대 파견 경찰의 인사에 개입했다며 직권남용 혐의로 새정치연합에 고발당한 건도 금품이 오간 정황이 확인되지 않는 한 처벌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 비서관 업무가 박 대통령 수행과 민원 처리라 민정수석실 인사에 개입할 권한은 없지만, 인사 추천 과정에서 의견이 엇갈렸다는 이유만으로 수사 대상에 올리기는 어렵다.조동주 djc@donga.com·변종국 기자}
경쟁사의 전시용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한 혐의로 고소당한 조성진 LG전자 H&A사업본부장(59·사장)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가 일시 해제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 이주형)는 3일 조 사장을 다시 불러 조사한 뒤 이같이 조치했다. 이에 따라 조 사장은 6∼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가전전시회 ‘CES 2015’에 참석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9월 조 사장은 삼성전자 전시용 세탁기를 파손하고 “특정 업체 제품만 파손되는 현상이 발생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혐의(재물 손괴 및 명예훼손 등)로 고소당한 뒤 검찰 소환에 불응해 오다 출국금지 된 뒤인 지난해 12월 30일 출석했다. 조 사장은 2차 소환 조사에서도 “고의로 훼손하지 않았다”는 기존 태도를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53)이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에게 ‘정윤회 씨 국정 개입설’ ‘미행설’ 외에도 박 회장이 정윤회 씨와 이재만 대통령총무비서관 등 ‘청와대 3인방’에게 반감을 갖도록 부추기는 내용의 별도 보고를 지난해 1월경 집중적으로 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당시 작성된 ‘정윤회 동향’ 문건은 같은 해 4, 5월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 소속 고 최경락 경위를 통해 세계일보 A 기자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수봉)와 특별수사2부(부장 임관혁)는 이 같은 내용의 ‘정윤회 동향’ 문건 진위 및 유출 사건 중간 수사 결과를 5일 발표한다. 검찰은 ‘정윤회 동향’ 문건 등 박관천 경정(49·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이 작성한 청와대 문건과 부속서류 17건을 박 회장에게 전달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로 조 전 비서관을 불구속 기소할 방침이다. 검찰은 박 경정에 대해선 공직기강비서관실 내부 비밀을 박 회장에게 유출하고 문건 유출자를 허위로 지목해 청와대에 알린 혐의(공무상 비밀누설 및 무고)를 추가해 3일 구속 기소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 소속 한모 경위(45)에게는 박 경정이 지난해 2월 청와대 파견 해제 직후 정보1분실에 보관해둔 청와대 문건들을 복사해 최 경위에게 전달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를 적용해 5일 불구속 기소할 예정이다. 유출된 문건이 언론사에 넘어가 보도된 경위도 드러났다. 검찰은 최 경위가 지난해 3월 말 세계일보 A 기자에게 ‘청와대 행정관 비위 보고서’를 전달하며 “대서특필해 달라”고 주문했고, A 기자가 세계일보 4월 2일자에 ‘비위 행정관 5명 원대복귀 의혹’을 비중 있게 보도하자 4월 말∼5월 초 ‘정윤회 동향’ 문건을 포함한 공직기강비서관실 문건 128쪽 분량을 통째로 A 기자에게 넘긴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A 기자 등 세계일보 기자들이 명예훼손 혐의 관련 소환에는 불응해 5일 중간 수사 결과 발표에서는 이들의 형사처벌 여부를 언급하지 않을 방침이다.조건희 becom@donga.com·변종국 기자}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서영민)는 회사 계열사 자금을 빼돌려 비자금 수백억 원을 조성한 뒤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횡령 및 배임)로 대보그룹 최등규 회장(67)을 구속 기소했다고 2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최 회장은 2008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거래 대금을 부풀려 결제한 뒤 일부 결제금을 현금으로 되돌려 받거나, 직원들에게 지급된 상여금을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대보그룹 계열사인 대보건설 대보실업 대보정보통신 등의 자금 총 211억8000여만 원을 빼돌린 혐의다. 검찰은 최 회장이 이 돈으로 자신과 자녀들의 대출금을 갚거나 공사 수주를 위한 로비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최 회장 기소에 앞서 국방부의 500억 원대 ‘육군 이천 관사 시설사업’을 따내기 위한 로비자금을 전달받은 혐의로 대보건설 민모 부사장과 장모 이사 등 3명을 1일 구속했다. 검찰은 로비 자금의 출처가 최 회장이 조성한 비자금일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서영민)는 회사 계열사 자금을 빼돌려 비자금 수백 억 원을 조성한 뒤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횡령 및 배임)로 대보그룹 최등규 회장(67)을 구속 기소했다고 2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최 회장은 2008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거래 대금을 부풀려 결제한 뒤 일부 결제금을 현금으로 되돌려 받거나, 직원들에게 지급된 상여금을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대보그룹 계열사인 대보건설 대보실업 대보정보통신 등의 자금 총 211억8000여만 원을 빼돌린 혐의다. 검찰은 최 회장이 이 돈으로 자신과 자녀들의 대출금을 갚거나 공사 수주를 위한 로비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최 회장 기소에 앞서 국방부의 500억대 ‘육군 이천 관사 시설사업’을 따내기 위한 로비자금을 전달받은 혐의로 대보건설 민모 부사장과 장모 이사 등 3명을 1일 구속했다. 검찰은 로비 자금의 출처가 최 회장이 조성한 비자금일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정윤회 동향’ 문건 등 청와대 문건이 외부로 대량 반출된 사건과 관련해 ‘허위 문건 유출 경위서’를 청와대에 제출한 오모 전 청와대 행정관(45)에게 검찰이 2일 출석을 통보한 것으로 1일 알려졌다. 오 전 행정관은 지난해 2월 청와대 문건을 반출한 박관천 경정(49·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이 자신이 범인으로 지목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만든 경위서를 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53)의 지시를 받아 같은 해 6월경 청와대에 제출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그는 조 전 비서관이 청와대 재직하던 당시 같은 공직기강비서관실에 근무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수봉)와 특별수사2부(부장 임관혁)는 오 전 행정관을 일단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민정수석실 파견 경찰관→대검찰청 수사관→경찰 정보관→세계일보 기자의 경로로 문건이 유출됐다’고 작성된 경위서의 허위 여부를 알고 있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박 경정을 문건반출 혐의와 함께 엉뚱한 사람을 처벌해 달라고 청와대에 보고하고 검찰에서까지 진술한 혐의(무고)를 적용해 구속했으며, 조 전 비서관과 오 전 행정관이 공모했는지 수사해 왔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정윤회 동향’ 문건의 작성과 반출을 기획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52·사진)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엄상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1일 “범죄 혐의 사실을 종합해볼 때 구속 수사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검찰은 청와대 내부 정보를 박관천 경정과 박지만 EG 회장의 측근 전모 씨를 통해 박 회장에게 수시로 전달해온 것을 ‘비선 보고’로 의심하고 27일 조 전 비서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원자력발전소 해커’는 한국수력원자력 직원들에게 악성코드를 보낼 때 관련 업계 종사자가 보낸 통상적인 e메일인 것처럼 문구를 정밀하게 꾸미는 등 치밀한 교란 전략을 짠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검찰은 해킹 공격의 치밀함 등에 비추어 여러 명으로 이뤄진 해커그룹이 오랜 기간 한수원을 타깃으로 해킹을 준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해커를 추적 중이다.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이정수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장)은 해커가 이달 9일 발송한 악성코드 e메일 3000여 통 중 일부를 분석한 결과 한수원 직원들이 무심코 문서를 열어 보게끔 유도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합수단에 따르면 e메일에는 “RRS(원자로핵연료교환시스템) 프로그램입니다”, “증기발생기 자동 감압 내용 참고하세요” 등 한수원 직원들이 주로 사용하는 업무 용어와 약어가 자주 사용됐다. “수정할 부분이 많은데 제출 기한이 오늘까지라 아쉽네요”라며 악성코드가 숨겨진 한글 파일을 실행하도록 유도하는 문구도 있었다. 한글 파일에도 ‘제어프로그램(최신W-2)’ ‘시방서’ 등 업무에서 흔히 사용되는 단어를 이용해 ‘미끼’성 제목을 붙였다. 합수단은 해커가 한수원 퇴직자 55명의 개인 e메일을 도용해 공격에 활용한 이유도 한수원 직원들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리려는 전략이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일부 한수원 직원들은 악성코드가 숨겨져 있는 줄 모르고 해당 파일을 업무에 참고하기 위해 내부망용 PC에서 실행했다가 자료가 파괴되는 등의 피해를 보았다. 외부 e메일을 주고받을 수 있는 외부망에서 원전 제어시스템 등이 연결된 내부망으로 자료를 옮길 땐 바이러스 검사를 거치도록 돼 있지만 9일엔 이 과정에서 해당 악성코드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합수단은 해커가 오래전 해킹에 사용할 e메일 계정과 비밀번호를 미리 확보해 둔 정황도 발견했다. e메일 공격에 도용된 계정 211개의 접속 기록을 확인한 결과 해커의 근거지로 추정되는 중국 선양(瀋陽)의 인터넷주소(IP주소)에서 연결된 흔적이 공격 수개월 전부터 이어져 온 것으로 나타났다. 원전 해커가 북한과 연계됐는지도 정밀 분석 대상이다. 해커가 사용한 악성코드를 직접 분석한 한 보안전문가에 따르면 악성코드가 제작된 PC의 사용자 이름은 ‘assembly’(국회) ‘mnd’(국방부) 등인 것으로 파악됐다. 과거 북한의 해킹 공격 대상에 올랐던 국내 기관명이 PC의 이름으로 사용된 배경도 확인 대상이다. 합수단은 지난달 25일 미국 소니픽처스를 공격한 북한 해커의 IP주소도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요청할 계획이다. 변종국 bjk@donga.com·조건희 기자}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 이주형)는 LG전자 측이 삼성전자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26일 LG전자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본사 홍보실과 경남 창원공장 등을 압수수색해 LG전자 관계자 9명의 휴대전화, 노트북, 업무일지 등을 확보했다. 하지만 세탁기 파손의 핵심 피의자로 지목된 조성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체포영장은 기각됐다. 검찰은 9월 독일에서 열린 세계가전박람회(IFA) 기간 중 슈티클리츠 매장에 있던 삼성전자 크리스털블루 세탁기의 문고리 부분을 고의로 파손했다며 삼성전자 측이 조 사장 등 LG전자 측 관계자들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하자 수사에 착수했다. 삼성전자 측은 파손된 세탁기와 파손 장면이 찍힌 폐쇄회로(CC)TV 화면 등을 검찰에 제출했으며 검찰은 LG전자 관계자를 불러 피고소인 조사를 마쳤다. 검찰은 CCTV를 분석한 결과 조 사장의 혐의가 상당 부분 인정된다고 보고 두 차례 출석을 통보했으나 조 사장은 “내년 1월 이후 조사를 받게 해달라”며 이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이 조 사장을 출국금지한 뒤 청구한 체포영장은 LG전자 측이 사유서를 냈다는 등의 이유로 24일 법원이 기각했다. 검찰은 관련자 진술과 압수물 등을 분석해 조 사장의 형사처벌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LG전자는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특히 국내 상황과는 달리 사건 발생지인 독일 검찰은 이번 세탁기 논란이 불기소에 해당하는 경미한 사안으로 판단하고 있어 더욱 당혹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변종국 bjk@donga.com·조건희 기자}

‘원자력발전소 해커’가 한국수력원자력 내부 자료를 이미 오래전에 확보해 두고도 이를 최근에야 무언가에 쫓기듯 유포한 정황이 25일 확인됐다. 검찰은 소니픽처스 해킹의 배후로 지목된 북한에 대해 미국의 보복 위협이 불거진 시점에 원전 해커가 한수원 자료를 공개한 점을 감안해 원전 해킹에 북한이 연계됐을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수사하고 있다.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이정수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장)에 따르면 해커는 9일 한수원 직원들에게 e메일로 악성코드를 보낼 때 ‘후쿠시마 대책 보고서’ 등 기존에 확보해 둔 한수원 내부 자료(한글 파일)들을 ‘포장지’처럼 활용했다. 이때 악성코드 발송에 활용된 인터넷주소(IP주소)의 위치는 15일 이후 자칭 ‘원전반대그룹’이 한수원 자료를 유포하는 데 활용한 IP주소와 같은 중국 선양(瀋陽)인 것으로 확인됐다. 합수단이 ‘후쿠시마 대책 보고서’ 등의 메타데이터(문서의 작성자와 작성 시기 등이 담긴 정보)를 분석해 보니 해커가 자신의 PC에서 마지막으로 자료를 열어본 시점은 지난달 28일로 확인됐다. 해커가 PC 시계를 일부러 조작하지 않았다면 해당 자료는 적어도 지난달 이전에 유출됐다는 뜻이다. ▼ “해커, 한수원 퇴직자 e메일로 악성코드 유포” ▼靑 “원전 가동중단 가능성 없어” 악성코드 발송에 한수원 퇴직자 수십 명의 개인 e메일 계정이 도용된 점도 해커가 오래전에 직원 개인정보 등 내부 자료를 확보해 뒀다는 추리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해커가 악성코드를 만든 뒤 이를 한수원 직원들에게 보내는 데에는 하루가 채 걸리지 않았다. 직접 악성코드를 분석한 한 보안전문가에 따르면 이 악성코드는 8일 오후 4시경 제작된 뒤 22시간 만인 다음 날 오후 2시경 한수원 직원들에게 발송됐다. 소니픽처스를 지난달 25일 해킹한 세력으로 북한이 지목되고 ‘보복 공격’ 가능성이 불거지자 북한 측이 관심을 돌리기 위해 기존에 확보해 뒀던 원전 자료를 서둘러 공개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또 다른 보안전문가는 “악성코드의 발견을 막기 위해 심어진 ‘난독화 기술’이 북한이 평소 사용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전했다. 해커가 악성코드를 제작한 PC의 사용자 이름도 북한이 사이버 공작에 종종 사용하는 필명과 동일한 ‘John’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커가 원전을 멈추라고 요구했던 25일 국내 원전에는 별다른 이상 징후가 나타나지 않았다. 원자력안전기술원 홈페이지가 24일 저녁 한때 작동되지 않았지만 한수원이 보안을 위해 연결을 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수원과 관계 부처는 27일까지 24시간 비상근무 체제를 유지할 예정이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25일 ‘국가 사이버안보위기 평가회의’에서 “사이버공격에 의한 원전 가동 중단이나 위험한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조건희 becom@donga.com·변종국·이상훈 기자}

검찰이 ‘유사 콜택시’ 논란을 일으켜온 우버(Uber)의 창업자와 국내 지사를 여객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우버의 유상운송 영업 자체를 불법으로 보고 형사재판에 넘긴 사례는 전 세계에서 최초인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 송규종)는 우버의 창업자이자 우버 한국지사의 대표인 트래비스 칼라닉 씨(38·미국인·사진)와 우버 측에 차량을 제공한 렌터카업체 MK코리아 이모 대표(38) 등을 불법 콜택시 영업을 벌인 혐의(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4일 밝혔다. 우버테크놀로지와 MK코리아 법인도 함께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우버는 지난해 8월 한국지사를 설립한 뒤 MK코리아로부터 승용차를 빌린 운전기사와 승객을 스마트폰용 우버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연결해 주고 운임의 20%를 수수료로 받는 등 사실상 유상 운송 영업을 벌여왔다. 검찰은 우버의 서비스가 ‘렌터카나 자가용으로 돈을 받고 손님을 태울 수 없다’는 운수사업법 제34조 등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위반자는 징역 2년 이하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검경은 지난해 9월 “우버가 불법영업을 하고 있다”는 서울시의 고발에 따라 수사를 벌여왔다. 경찰은 같은 해 12월 우버와 칼라닉 대표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칼라닉 대표가 미국에 있다는 이유로 기소를 중지했다가 올해 6월 한국지사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수사를 재개해 기소를 결정했다. 검찰의 기소는 서비스의 적법성을 둘러싼 행정당국과 기존 택시업계, 우버 측의 힘겨루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등은 지난해 7월 ‘우버 대응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한 뒤 지난달까지 7차례에 걸쳐 우버와 소속 운전기사 등을 고발하는 등 우버의 영업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를 이어왔다. 이달 19일에는 서울시의회도 우버 택시를 신고하면 최대 100만 원의 포상금을 주는 내용의 ‘우파라치(우버+파파라치)’ 조례를 통과시켰다.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 등 택시업계도 우버 운전기사들을 택시 면허 없이 영업한 혐의로 고발해왔다. 우버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한국의 법체계를 존중한다”면서도 “우버 택시 서비스는 한국에서 합법이며 정부 당국이 우버를 통해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운전기사들을 처벌하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한국 검찰의 기소 결정은 우버의 적법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해외 각국에서도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독일 등 각국 법원에서 우버에 대한 당국의 영업정지 행정처분이 정당하다는 결정이 나온 적은 있지만 우버 법인이 유상 운송을 이유로 형사 기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검찰이 우버 샌프란시스코지사를 기소한 적은 있지만 운전자의 범죄경력을 제대로 조회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우버 측은 “칼라닉 대표가 우버 영업으로 형사 기소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변종국 bjk@donga.com·조건희 기자}
‘박근혜 대통령 불륜설’ ‘세월호 수장설’ 등 허위 사실을 유포한 KAIST 출신의 시민단체 대표가 법의 심판을 받는다. 서울중앙지검 사이버명예훼손전담수사팀(팀장 서영민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장)은 박 대통령 및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허위 사실을 담은 84건의 글을 인터넷 카페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올린 혐의(명예훼손)로 다음 카페 ‘18대 대선부정선거 진상규명연대’ 대표 김모 씨(42)를 구속 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올해 9월 수사팀이 발족된 뒤 사이버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한 두 번째 사례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는 올해 4∼11월 다음 카페 게시판,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 “박 대통령이 방북 중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성관계를 가졌고, 고 최태민 목사, ‘비선 실세’로 지목된 정윤회와 불륜 관계다” “네덜란드 순방 중 러시아 KGB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라는 등의 대통령 관련 허위 글 22건을 올렸다. 또 “세월호 참사는 박 대통령이 사전에 계획한 학살극이고 해경 123정이 세월호를 끌어서 승객들을 수장시켰다”는 내용의 세월호 관련 허위 글 62건도 올린 혐의다. 김 씨가 작성한 글들은 최대 270만 조회수를 기록했고 다른 누리꾼들에 의해 재인용되며 확산됐다. 지난달 “정부가 세월호 승객을 학살하기로 계획하고 해군 잠수함이 세월호를 들이받아 침몰시켰다”는 내용의 허위 글을 게시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우모 씨(50)도 김 씨가 올린 글을 퍼 나른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1999년 KAIST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정보보안업체 H사를 운영하는 등 전산 보안 전문가로 활동했다. 이후 ‘18대 대선부정선거 진상규명연대’ 대표로 활동하면서 “18대 대선 개표 결과가 조작됐다”며 대선무효소송을 제기하고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을 고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씨는 자신의 주장이 주목받지 못하자 대통령을 표적 삼아 이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조사 결과 김 씨는 “박 대통령이 마약이 섞인 백두산 삼독주를 마셨고, 김정일과 동침했다”는 등 악의적인 비방 글을 올려 올해 4월 실형을 선고받은 조모 씨(77)의 글을 인용하거나 상상력을 동원해 거짓 글을 지어낸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10월 인터넷 공간에 대통령과 관련한 악의적 허위 사실이 게시됐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접수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이와 비슷한 진정을 접수하고 여러 건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고양지청장)은 군 피복 물자계약 사업에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위계상 공무집행방해)로 방위사업청 소속 김모 대령(57) 등 2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23일 밝혔다. 합수단은 이날 방사청 물자계약 담당 부서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이 부서 소속 김 대령과 실무 담당자 김모 씨(58)를 체포했다. 합수단에 따르면 김 대령은 올해 지인이 운영하는 특정 업체에 10억여 원 규모의 방상외피 물량을 몰아주는 등의 특혜를 준 것으로 보고 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서울지방경찰청 보안2과는 22일 통일운동단체인 코리아연대 사무실과 공동대표 이모 씨(44)를 비롯한 관계자 9명의 주거지 등 5곳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성산로 사무실 등에 수사관을 보내 관련 문건과 컴퓨터 자료를 확보했다. 이 씨 등은 이적단체로 규정된 ‘연방통추’와 연대해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을 벌인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또 이날 경기 김포시 월곶면 ‘민통선 평화교회’와 이 교회 소속 이모 목사(57)의 자택 등 3곳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코리아연대가 독일에서 개최된 한 세미나에서 북한 인사와 무단 접촉한 혐의(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로 수사 대상에 오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장경욱 변호사(46)를 지원한 정황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압수한 물품을 분석해 코리아연대와 장 변호사, 이 목사 간의 연계성을 파악한 뒤 이들의 국가보안법상 이적동조 및 회합 통신 위반 여부 등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박재명 jmpark@donga.com·변종국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의 내부 자료를 유출시킨 해커가 전문성을 갖추고 오랜 기간 범행을 준비해왔다는 정황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검찰은 22일 미국에 사법공조를 요청하고 인력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범인 검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이정수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장)은 이날 해커가 도용한 네이버와 네이트 ID의 접속 위치를 추적한 결과 인터넷주소(IP 주소)가 대부분 국내 가상사설망(VPN) 업체였고 미국 일본 등 해외에도 일부 분산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합수단은 해커가 국내외 IP 주소를 넘나들며 자신의 위치를 숨기면서도 블로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대담하게 유출 자료를 공개한 점에 비춰 전문 해커 집단의 소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합수단은 해커와 한패로 보이는 인물이 트위터에 글을 게재한 IP 주소를 추적하기 위해 이날 대검찰청을 통해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수사 공조를 요청했다. 트위터는 국내에 서버를 두고 있지 않아 미국과의 수사 공조가 필수다. 글을 올린 인물은 트위터에는 자신의 현재 위치를 미국 하와이로, 페이스북에는 고향을 프랑스 앙티브 시로 각각 밝혔지만 합수단은 모든 게 ‘교란을 위한 역(逆)정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북한과의 관련성 유무도 추적하고 있다. 합수단은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과 경북 경주시 월성원전 관계자들의 PC 하드디스크를 임의제출 받아 악성코드의 감염 여부와 범위, 과거 북한 정찰총국의 해킹 방식과의 유사성 등을 분석하고 있다. 다만 해커가 침투 흔적까지 지웠다면 해킹 방식과 경로를 밝히는 데는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 현재로선 원전 제어망이 악성코드에 감염됐는지조차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합수단은 검경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통신업체 등으로 구성된 수사단 70여 명을 모두 동원해 범인 검거에 주력하고 있다. 합수단 관계자는 “국가 보안과 직결될 수 있는 사건이어서 범인의 정체 등이 미궁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해외 사법당국과 협조해 빠른 시일 내에 해커를 검거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조건희 becom@donga.com·변종국 bjk@donga.com}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계속되는 ‘후폭풍’에 검경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당국의 수사 범위가 통진당 인사가 참석한 집회의 합법성 여부 및 전체 통진당원의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경찰은 20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한국진보연대 주최로 열린 장외 집회에 참석한 전 통진당 인사들의 행보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인지 살펴보고 있다. 현행 집시법 제5조 1항 1호는 ‘해산 정당의 목적 달성을 위한 집회를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22일 기자간담회에서 “(통진당) 해산 이후 열린 집회의 발언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며 “종합적으로 판단해 (집회 금지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집회가 끝난 뒤라도 문제점이 발견되면 사후 검토를 통해 비슷한 집회를 금지할 방침이다. 경찰은 이정희 전 통진당 대표가 20일 집회에서 “통진당은 독재정권에 의해 해산됐다. 저들이 당을 해산시켰다고 해서 진보정치를 포기할 수 없다”고 한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통진당 재건’의 의지를 담은 표현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보수단체인 활빈단은 이날 해당 발언을 이유로 이 전 대표 등을 집시법 위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검찰은 앞서 활빈단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전체 통진당원에 대한 수사 범위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검찰은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통진당의 이적단체성은 인정되더라도, 일반 당원의 국가보안법 위반 입증 여부는 별도로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국가보안법 위반이 명백하다고 판단되는 주요 사건 및 이에 연루된 주요 당원들에 한해 부분적으로 수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박재명 jmpark@donga.com·변종국 기자}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찬성 7, 반대 2로 예상했는데 8 대 1의 결과를 보고 나도 놀랐다.”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9명 중 ‘찬성 8, 반대 1’이라는 일방적인 결과로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정부 측 증인으로 나섰던 1980년대 주사파의 대부이자 ‘강철서신’의 저자 김영환 북한 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51·사진)은 놀라운 결과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주요 당원의 이적성, 폭력성이 깊이 물든 정당을 대한민국 헌법이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판결”이라며 이번 헌재 결정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특히 김 위원은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던 이정미 주심 재판관이 해산 ‘찬성’ 쪽에 선 것을 의외의 결과라고 해석했다. 그는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던 이 재판관은 반대 결정을 할 것으로 봤다”면서 “법정에서 이 재판관이 내 증언을 들으면서 상당히 난감하다는 듯 한숨을 계속 내쉬었다. 그러면서도 내 진술을 상당히 경청해 주는 모습을 보고 (해산 쪽으로) 심경의 변화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헌재의 압도적인 해산 결정에 대해 “통진당의 주요 구성원들이 광범위하게 종북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변론에서 여러 차례 확인해 준 것이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은 10월 21일 통진당 해산심판 16차 공개변론에서 증인으로 나와 “1995년 지방선거와 1996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북한 자금을 통진당 김미희 이상규 의원 등 좌파 정당 후보들에게 500만∼1000만 원씩 지원했다”고 진술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현철)는 대한치과의사협회(치협)의 입법로비 의혹과 관련해 김세영 전 치협회장(56)을 횡령 및 공갈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21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협회장이던 2011년 5월부터 2014년 5월까지 1억여 원의 협회비를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김 전 회장은 ‘불법 네트워크 병원 척결’ 명목으로 회원들에게 성금을 모금하면서 이에 협조하지 않으면 약점을 잡아 협박해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11월 6일 김 전 회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으며 15일에는 김 전 회장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한편 검찰은 치협이 회원들로부터 모금한 25억 원 중 현금으로 인출된 9억 원의 행방을 쫓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치협 간부들이 이 돈을 입법로비 등에 사용했을 것으로 보고 김 전 회장을 상대로 추가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통합진보당의 해산 결정은 자유민주 질서를 위협하는 헌법의 적으로부터 우리 헌법을 보호하는 결단이었다.” 지난해 11월 5일 박근혜 대통령을 대리해 헌법재판소에 통진당 해산심판을 청구한 정부 측 대리인을 맡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57)은 긴 터널을 빠져나온 듯 홀가분한 모습이었다. 그는 헌재 결정이 내려지기 전 지인들에게 “마지막 숙제가 남아있다”며 말을 아꼈다고 한다.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홍원 국무총리의 대국민담화 자리에 배석한 황 장관은 헌재 결정을 반기면서 그동안의 소회를 털어놨다. “합법 정당을 가장해 대한민국을 무너뜨리려는 세력을 관용이라는 미명하에 포용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헌법질서 내에서 용인 가능한 정당의 기준을 제시한 중요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황 장관은 “헌재에서 해산을 결정한 정당과 유사한 대체 정당이 다시 등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전을 기하겠다”며 앞으로 통진당 인사들의 움직임을 주시할 뜻을 밝혔다. 통진당의 국고보조금 환수 등 후속조치에 대해선 “재산 환수 과정에서 (불법행위 발생 등)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검 2차장과 공안2부장, 대검찰청 공안1과장을 거친 황 장관은 검찰 내 대표적인 ‘공안통’ 출신이다. 그가 쓴 ‘국가보안법 해설’은 공안수사의 교과서로 불린다. 18차례의 공개변론 중 그는 처음과 마지막을 직접 맡았다. 올해 1월 첫 변론에서는 “(통진당의 활동은) 북한의 대남혁명 전략에 따라 대한민국을 파괴하려는 당의 기본 노선에 근거한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지난달 25일 마지막 변론에서는 고사성어 ‘제궤의혈(堤潰蟻穴·작은 개미구멍이 둑 전체를 무너뜨린다)’을 인용해 “통진당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고 대한민국을 내부에서 붕괴시키려는 암적 존재”라고 쐐기를 박았다. 황 장관의 지시로 법무부 ‘통합진보당 위헌정당해산 태스크포스’ 팀장을 맡았던 정점식 검사장(49)은 19일 오후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취재진과 만나 소회를 밝혔다. “공안검사 시절에 처벌했던 반국가단체 회원 등 공안사범들이 통진당의 상하부 조직을 장악하고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의정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며 자괴감을 느껴왔다. 그러나 당시 수집했던 증거들이 이번 정당 해산심판에서 주요 근거로 인용됐다. ‘헌법학원론’ 강의에서만 들을 수 있었던 헌법 제8조(정당 해산 심판)가 적용돼 (결국 통진당이 해산된 데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 정 팀장은 정부 측이 제출한 증거 2907건 중 해산 결정에 주요한 역할을 한 자료로 대북접촉조직 ‘일심회’가 2005년 3월 북한에 보고했던 대북보고문을 꼽았다. 이정훈 당시 민노당 중앙위원이 작성해 일심회 총책인 장 마이클(장민호)에게 넘겼던 이 보고서에는 이상규 통진당 의원을 “주체사상의 중심이 확고히 선 동지”라고 표현하는 문구가 나온다. 통진당이 주체사상 계파를 이어받은 위헌 정당이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입증한 자료였다는 게 정 팀장의 얘기다. 정부 측 대리인 권성 전 헌재 재판관도 본보와의 통화에서 “‘자유’ 자체를 부정하는 세력은 자유민주주의 질서와 공존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조건희 becom@donga.com·변종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