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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피해자와 가족 436명이 국가와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사 20여 곳을 상대로 112억여 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그동안 도마에 올랐던 국가의 관리 부실 등에 대한 책임 유무가 법정에서 본격적으로 가려지게 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회장 한택근)은 정부 피해 조사에서 1∼4등급을 받은 피해자와 가족들을 대리해 16일 서울중앙지법에 소장을 제출했다고 이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피고는 대한민국과 옥시, 애경, SK케미칼 등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사 및 원료물질 공급사 22곳이다. 총 손해배상청구 금액은 112억여 원이다. 배상액은 일률적으로 사망 피해자는 5000만 원, 폐 손상 등 질병 피해자들은 3000만 원, 피해자 가족은 정신적 위자료 1000만 원으로 정해졌다. 민변은 “향후 소송 진행에 따라 피해가 확정되면 청구 금액이 최소 5배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소송에서는 국가의 책임 유무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 달라질지 주목되고 있다. 사법부는 과거 피해자들이 개별적으로 낸 소송에서 사건 당시 법률 규정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법적 책임을 묻지 않았다. 지난해 1월 서울중앙지법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 박모 씨 등 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알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패소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의 특별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유해성 심사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는 여론이 비등해지면서 국면이 전환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이번 소송은 변호사 선임과 소송 비용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던 피해자들을 모아 진입장벽을 낮춘 집단 손해배상소송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정부의 ‘관리 부재’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을 키웠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해당 부처와 기관들은 책임을 회피하는 모양새다. 환경부는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쓰인 화학물질에 대한 유해성 심사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판매를 허용했다는 비판에 대해 “유해화학관리법에 조항이 없었다” “관리 대상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당시 살균제는 안전관리 대상 공산품이 아니어서 이를 관리할 법적 근거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솜방망이식 처벌도 부실한 정부 대처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2012년 7월 공정위는 가습기 살균제가 안전하다고 허위표시한 판매사를 제재하고 옥시레킷벤키저에 5100만 원을 부과하는 등 홈플러스(100만 원), 버터플라이이펙트(81만 원), 아토오가닉(폐업으로 부과 못함)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롯데마트는 과징금 없이 경고 조치만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표시광고법 위반과 관련해서는 과징금 부과사례가 거의 없지만 당시 사건은 매우 중대한 것으로 판단해 법 상한인 관련 매출의 1%를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또 공정위 조사를 통해 옥시 측이 제품 원료에 대한 유해성 경고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 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관련 업체들을 압수수색한 지난해 10월부터다. 검찰은 이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은 허위광고 표시 혐의에 그쳤을 뿐 수사의 본류는 그해 8월 피해자들이 사망 사건의 책임을 묻기 위해 제조업체를 상대로 처음 형사고발한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검찰은 독성실험, 역학조사 결과 등 과학적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정부의 공식 발표가 없는 상황에서 시한부 기소중지를 결정하는 등 선제적 대응이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경찰에서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하기까지 수사가 더디게 진행된 점은 검찰 내부에서도 아쉬운 대목으로 꼽고 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김준일 /세종=박민우 기자}
검찰이 임신부와 영유아 103명의 목숨을 앗아간 ‘죽음의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하고 제조·판매한 혐의 등(업무상 과실치사·치상)으로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68)를 14일 구속하면서 수사의 초점이 2001년 4월 인수 시점부터 2011년 당국의 가습기 살균제 수거 명령이 떨어진 시기 사이로 옮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이르면 이번 주초 제품이 계속 판매되고 유통된 시기에 몸담은 영국 본사 관계자들 가운데 소환 대상을 구체화해 소환 일정을 조율할 방침이다. 핵심 임원 중 첫 조사 대상으로는 신 전 대표가 물러난 2005년부터 5년간 대표를 지낸 한국계 미국인 존 리 전 대표(48·현 구글코리아 사장)와 인도 출신의 거라브 제인 전 대표(47)가 유력하다. 검찰은 신 전 대표가 법인 인수 후 2005년까지 대표를 지낸 이유가 본인의 의지가 아니었고 ‘회사와의 옵션 계약에 묶여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어 영국 본사와 가습기 살균제가 유통된 과정을 둘러싼 책임 등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한 후속 수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신 전 대표가 대표직에 남아 있던 이유가 살균제 흡입독성 실험의 필요성을 인식하고도 실험을 실제 하지 않은 배경과 맞물려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수사팀은 16일 또 다른 가해업체인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의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제조한 Y사 대표 김모 씨를 소환해 조사한다고 밝혔다. 앞서 14일에는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발생 5년 만에 처음으로 가해업체 책임자가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사실의 소명이 있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14일 새벽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신 전 대표와 같은 혐의로 영장이 청구된 김모 전 옥시 연구소장과 최모 전 선임연구원, 또 다른 가습기 살균제 ‘세퓨’를 제조한 오모 전 버터플라이이펙트 대표도 함께 구속됐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가습기 살균제 ‘세퓨’의 독성물질(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 농도가 인체에 무해한 수준보다 무려 160배 이상 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버터플라이이펙트사가 제조한 세퓨는 단기간에 사망자 14명 등 27명의 피해자를 낳은 제품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 관계자는 13일 “세퓨의 독성물질 농도는 최대 가해 업체인 옥시 제품의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농도보다 4배나 많은 양”이라며 “시판 중인 가습기 살균제 원료물질 농도의 40분의 1 정도로 희석했다면 문제가 없을 수 있었지만 전문지식이 없는 회사 대표가 오히려 4배를 넣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오모 전 버터플라이이펙트 대표는 2008년 덴마크 케톡스사에서 수입한 PGH를 원료로 처음 세퓨를 제조했다. 과거 동업자가 컴퓨터 기기 세정 및 항균제 용도로 신고하고 수입한 40L 가운데 일부를 빼돌려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했다. 결국 2009년부터 2011년 사이 2년여간 판매된 세퓨는 업체 규모와 판매 기간에 비해 큰 피해로 이어졌다. 한편 업무상 과실치사·치상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신현우 옥시레킷벤키저 전 대표(68)는 이날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신 전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쓰인 PHMG의 흡입독성 실험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문제의 가습기 살균제 제조와 판매 책임이 영국 본사에 있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질심사 직후 신 전 대표는 “변호인이 충분히 설명드렸다. 판사의 결정에 따르겠다”며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많은 고통을 드리고 피해를 준 것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발생 후 가해업체 책임자로는 처음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신현우 옥시레킷벤키저 전 대표(68)가 13일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신 전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반 서울중앙지법에서 3시간가량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서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쓰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흡입독성실험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문제의 가습기 살균제 제조와 판매 책임은 영국 본사에 있다는 기존의 입장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를 마치고 나온 신 전 대표는 “변호인이 충분히 설명드렸다. 판사의 결정에 따르겠다”며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많은 고통을 드리고 피해를 준 것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옥시싹싹 NEW 가습기 당번’ 출시 당시 주요 성분인 PHMG 성분이 흡입 때 인체에 유해하다는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제조 판매해 피해자들을 숨지거나 다치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치상)로 신 전 대표와 김모 전 옥시 연구소장, 최모 전 선임연구원에 대해 11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가습기 살균제는 인체에 무해하다’는 내용의 허위과장 광고를 한 혐의도 받고 있다. 단시간 내에 많은 피해자(사망 14명 포함 27명)를 양산한 또 다른 가습기 살균제 ‘세퓨’를 제조한 오모 전 버터플라이이펙트 대표도 13일 옥시 관계자들과 같은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오 전 대표는 세퓨를 제조할 때 원료 물질인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을 인체에 무해한 수준보다 160배를 진하게 넣어 희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팀 관계자는 “최대 가해업체인 옥시의 제품보다 4배를 더 넣었다.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보다 40분의 1정도를 넣으려다가 오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의 구속 여부는 13일 밤늦게 결정된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사망자를 14명 발생시킨 가습기 살균제 ‘세퓨’ 제조회사가 덴마크의 원료 생산 회사에 “농업용으로 쓰겠다”며 독성물질인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 공급을 요청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12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퓨의 원료 생산 회사로 알려진 덴마크 회사 케톡스의 담 고르 전 대표와 덴마크 현지에서 만나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고 공개했다. 최 소장에 따르면 고르 전 대표는 “세퓨에 가습기 살균제 원료를 수출한 적이 없으며 한국(세퓨 측)에서 농업용으로 쓰겠다는 말을 듣고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첨부해 소량 샘플(40L가량)만 보냈다”고 주장했다. PGH는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보다 4배가량 독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르 전 대표는 또 “한국의 버터플라이이펙트(세퓨 제조사)가 중국에서 PHMG를 수입했다는 이야기를 중국의 생산 업체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PHMG는 가장 많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낸 옥시가 제품을 만들 때 쓴 성분이다. ○ “유럽에선 동물에게도 쓰지 않는다” 현재 버터플라이이펙트를 수사 중인 검찰은 오모 전 대표가 2008년 처음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 때는 정부에 신고한 대로 PGH를 썼으나 이후 PHMG를 멋대로 섞어서 썼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또 버터플라이이펙트는 2008년까지 샘플로 받아낸 PGH를 사용해 제품을 만들었고 이후 SK케미칼에서 공급한 원료(PHMG)를 중간 도매상을 통해 전달받은 뒤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르 전 대표가 ‘중국에서 원료를 수입했다’고 들었다는 내용과 달리 가습기 살균제 원료 공급 업체는 국내 업체였던 것. 한국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 상황과 관련해 고르 전 대표는 “PGH가 그런 용도(가습기 살균제)로 쓰이는지 몰랐다”며 “유럽에선 농업용으로 쓰며, 소나 닭의 살균용도로도 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만약 버터플라이이펙트가 PGH를 농업용으로 신청해 이를 받아 썼다면 사전에 위해성을 알고도 사용한 것이어서 더 큰 논란이 예상된다. ○ 허가와 다른 물질 써도 몰라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가 당국의 허가를 받은 내용과 다른 물질을 섞어 만들어졌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정부의 허술한 화학물질 관리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세퓨 제품이 출시된 2008년에는 제조업체가 독성물질을 혼합하고 바꿔 썼더라도 이를 감시할 시스템이 없었다. 정부는 2007년 공산품 안전관리법에 따라 안전검사 대상을 선정했지만 이때 가습기 살균제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당시 정부는 고시에서 안전검사 대상인 ‘생활화학가정용품’을 선정하면서 세정제, 방향제, 접착제, 광택제, 탈취제, 합성세제, 표백제, 섬유유연제 등 구체적인 항목을 선정했으나 가습기 살균제는 이 목록에서 빠져 있다. 산업부는 가습기 살균제는 자율 인증 품목으로 가습기를 씻는 용도로 허가를 내준 것이고 유해성 평가는 담당이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당시 가습기 살균제는 공산품으로 분류돼 식약처 관리 대상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뒤늦게 식약처가 2011년 이를 의약외품으로 관리하기로 했지만 이전까진 사각지대에서 방치됐다. 최근 환경부는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커지자 뒤늦게 살생물제에 대해 전수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이 역시 표기와 실제 성분을 비교 분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수만 개에 이르는 모든 살생물제의 실제 성분을 분석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만큼 제조사로부터 화학물질 정보를 받고 의심스러운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실제 검사에 들어가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신나리 기자}
임신부와 영유아 103명의 목숨을 앗아간 ‘죽음의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하고 제조·판매한 혐의로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68)와 옥시 연구소 관계자 2명에 대해 11일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이 발생한 지 5년 만에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이뤄진 첫 영장 청구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이날 오후 신 전 대표와 옥시 연구소최모 전 선임연구원, 김모 전 소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치상, 표시 과정의 공정화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신 전 대표 등은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으로 주원료가 바뀐 ‘옥시싹싹 NEW 가습기 당번’을 개발하고 2000년 10월 제조출시한 뒤 판매해 이용자들이 숨지거나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검찰은 인터넷 자료 등을 참조해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을 원료로 가습기 살균제를 만든 오모 세퓨 전 대표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이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법치주의 확립에 크게 기여한 국가기관과 공직자에게 수여하는 제2회 ‘천고법치문화상’ 수상자로 이시윤 전 감사원장과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 감사원 방산비리특별감사단이 선정됐다. 천고법치문화재단(이사장 송종의 전 법제처장)은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시상식을 열고 이 전 감사원장 등에게 상을 수여했다. 시상식에는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장, 김황식 전 국무총리, 고영한 법원행정처장, 김수남 검찰총장,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장, 제정부 법제처장 등 120명이 참석했다. 감사원장과 헌법재판관을 지낸 이시윤 수상자는 민사소송법에 신의칙(信義則)을 도입하는 등 민사소송제도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은 해군 통영함 비리, 해상작전헬기 납품비리 등 방산비리의 적폐를 파헤친 성과를 높이 평가받았다. 합수단은 장성급 11명 등 전현직 고위 공직자 77명을 기소했다. 2014년 6월 출범한 천고법치문화재단은 송종의 전 처장이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공익재단이다. ‘천고’는 송 전 처장 내외의 법명(法名)인 ‘천목(天目)’과 ‘고불법(古佛法)’에서 따왔다. 1969년 검사로 임용된 송 전 처장은 슬롯머신업계 비리 수사를 지휘했던 서울지검장, 대검 차장을 역임했다. 검사 생활을 마치고는 충남 논산으로 내려가 밤과 딸기 농사를 짓고 살아 ‘밤나무 검사’로도 불렸다. 송 전 처장은 시상식에서 “법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치는 사람들에게 국가가 주는 훈장 말고도 마땅히 국민이 훈장을 달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횡령 등의 혐의로 유죄가 확정돼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최재원 SK그룹 부회장(53)과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46)이 부처님오신날 가석방 심사 대상에 올랐으나 최종 탈락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현 정부 들어 실형을 살고 있는 기업인이 가석방 심사 대상에 오른 것은 최 부회장과 구 전 부회장이 처음이다.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는 9일 오후 회의를 열어 최 부회장과 구 전 부회장에 대해 “형기를 90% 이상 채우지 못해 가석방 대상으로 부적합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9일 현재 최 부회장은 형기의 86.6%, 구 전 부회장은 88%를 채웠다. 가석방 심사 대상자는 매달 일선 교도소장이 수형 기간과 수형생활 태도 등을 고려해 법무부에 제출하지만 최 부회장과 구 전 부회장은 보안상 이유로 심사위 현장에서 교정당국이 명단을 별도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위와 법무부 관계자는 물의를 빚은 지도층 인사일수록 가석방 기준을 더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뜻을 모으고 부적합 판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최 부회장은 친형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SK그룹 계열사에서 펀드 출자한 돈 465억 원을 국외로 빼돌려 선물옵션 투자에 사용하도록 횡령에 공모한 혐의로 기소돼 2014년 2월 징역 3년 6개월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 전 부회장은 경영권 유지를 위해 분식회계를 저지르고 2000억 원대의 사기성 기업어음을 발행한 혐의로 2014년 7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한편 이날 심사위는 14일로 예정된 부처님오신날 가석방 대상을 600여 명 선으로 확정했다. 가석방은 징역이나 금고형을 선고받고 형기의 3분의 1을 마친 모범 수형자를 대상으로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가 심사 의견을 법무부 장관에게 전달하면 장관이 최종 결정한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1·수감 중)의 법조 로비 핵심 브로커인 이모 씨(56·수배 중)가 2014년 고교 동창과 대화하며 당시 대통령비서실 수석, 정부 부처 차관, 현직 부장검사 등을 동원해 사건을 해결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5일 녹취록을 통해 밝혀졌다. 이 씨는 정 대표의 해외 원정 도박 사건 2심 재판부를 접촉한 사실이 드러나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이 씨는 평소 해당 인사들과 통화하거나 만났다는 증언도 나와 이 녹취록이 이 씨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푸는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도 녹취록을 확보해 진위를 확인하고 있다.○ “차관, 수석… 활용해 (방해 세력) 주저앉힐 것” 이 씨가 고교 동창과 대화한 시기는 2014년 10월 19일이다. 이 씨는 당시 동창에게서 수억 원을 빌렸는데도 갚지 않았고, 변제를 재촉하는 동창에게 “A 차관, 대통령(비서실) B 수석, C 검사, 이런 식으로 아예 (사업을 방해하는 자들을) 주저앉히려고 해”라고 했다. 또 대통령비서실 D 비서관을 ‘동생놈’이라 부르며 “청와대, 검찰, 언론사 쪼개고(압박하고) 있어. 죽이려면 사정없이 주저앉혀야 돼. 나는 그 작업을 할 거야”라고도 했다. 당시 P사의 대표였던 이 씨는 한국전력에 제품을 납품하는 사업과 관련해 자신에게 불리한 투서를 하는 방해 세력을 제거하면 P사를 코스닥시장에 상장해 돈을 갚을 수 있다는 맥락에서 이같이 발언했다. 이 씨가 2010년부터 대표 명함을 들고 다닌 P사는 전력선통신(PLC) 칩 판권을 가진 회사로, 2015년 다른 회사에 인수돼 주인이 바뀌었다. 그러나 본보 취재 결과 해당 업체는 직원도 거의 없어 상장 가능성이 제로(0)에 가까웠다. P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 회사의 전 대표는 사업차 필요한 인맥을 확장하기 위해 마당발을 자랑하는 이 씨에게 대표 직함을 줬다고 한다. 정 대표의 로비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본격화한 이후 잠적한 이 씨의 육성(肉聲)으로 현 정부 전현직 고위 인사의 실명이 언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씨가 실제로 이 인사들을 대상으로 로비를 했는지, 그리고 이들이 이 씨를 도왔는지 등은 향후 검찰 수사를 통해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이 씨는 평소에도 녹취록에 등장하는 고위 인사들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고교 동창과의 식사 자리에서 B 수석과 전화하며 “요즘 청와대 잘 돌아가?”라고 묻곤 했고, A 차관과도 안부 전화를 했다고 한다. 고교 동문인 검사장 출신 H 변호사뿐 아니라 현직 검사 2명도 지인에게 소개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지방에 내려갔을 때 그 지역 광역자치단체장의 가족을 약속 장소에 불러 “내 친한 동생이니 인사해”라며 지인에게 소개해 준 적도 있었다고 한다. 이 광역단체장은 녹취록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A 차관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2013년 공식 만찬을 했던 레스토랑의 운영자라고 해서 이 씨를 처음 알게 됐다. 행사 뒤 가끔 사적으로 연락한 적은 있지만 특정한 청탁을 한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6억 원짜리 롤스로이스 과시하며 투자 권유 이 씨는 지인을 만날 때 항상 경호원 2명을 대동하며 시가 6억 원이 넘는 최고급 승용차인 롤스로이스 팬텀, 벤틀리, 레인지로버 등을 수시로 바꿔 탔다.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 앞 고급 주택과 경기 남양주시, 하남시에 있는 별장을 소유하고 있다며 이곳들을 비밀 아지트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재력과 인맥 등으로 지인들의 신뢰를 얻은 이 씨는 “P사가 곧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데 당장 운영비가 없다. 상장만 되면 주가가 12배 뛰니 돈을 빌려 달라”며 투자를 권유했다. 실제로 이름난 복수의 상장회사가 P사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빌려간 돈을 제대로 갚지 못해 고소 사건 등에 휘말리자 경찰을 동원했다. 그가 고소된 사건은 당초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맡았으나 올해 1월 총경급 정기 인사로 새 서장이 부임하기 직전 전북 전주 덕진경찰서로 이관됐다. 도피 중인 이 씨가 2015년 12월 말 자신의 주소를 서울 강남에서 아무런 연고도 없는 전주의 한 지인 집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이 씨는 자신과 기념촬영을 한 적이 있는 김재원 전북지방경찰청장에 대해 “내가 힘을 써서 청장으로 승진한 사람”이라고 주변에 떠벌리고 다니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청장은 “이 씨는 두 차례 만났을 뿐,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며 이 씨와의 친분 관계를 부인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조동주 기자·권오혁 기자}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옥시레킷벤키저로부터 돈을 받고 유해성 실험 결과를 왜곡한 의혹이 있는 서울대와 호서대 교수의 연구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당시 서울대 수의학과 연구실에 있던 조모 교수는 검찰에 긴급체포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이날 오전 서울대 수의학과 조 교수 연구실과 호서대 유모 교수 연구실, 두 교수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연구기록 등 실험 관련 자료들을 확보했다. 검찰은 이들이 옥시의 의뢰를 받고 왜곡된 조건으로 실험을 진행했으며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 사이의 인과관계가 불분명하다는 취지의 연구보고서를 써 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옥시 측은 연구용역비로 서울대에 2억5000만 원, 호서대에 1억 원의 용역비를 지급했다. 수사팀은 교수들이 연구비 외에 수천만 원에 이르는 돈을 개인 계좌로 받아 온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체포된 조 교수를 상대로 옥시 측이 흡입독성 실험 전에 원하는 결과가 나오도록 실험 조건을 통제했는지, 보고서상의 데이터를 조작했는지, 지급한 돈의 대가성이 있는지 등을 조사했다. 대가성이 확인되면 국립대 교수로서 공무원에 준하는 신분인 조 교수는 뇌물수수, 사립대 소속인 유 교수는 배임수재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검찰은 조 교수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이르면 5일 조 교수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특별수사팀의 인력이 보강되면서 옥시 가습기 살균제의 제조 판매 책임을 규명하는 동시에 2011년 사망 사건 이후 각종 증거를 조작하고 은폐한 범죄도 집중 조사하는 등 사실상 ‘투 트랙’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취재 / 신나리기자 journari@donga.com기획·제작 / 권기범 기자·조형기 인턴}

“할마 함마!” 부르며 계단을 아장아장 오르던 소원이(가명·당시 15개월)는 며칠째 힘이 없었다. 겨울부터 기침을 넉 달째 달고 살던 2010년 5월, 용하다는 한의원에도 가보고 좋다는 약도 써봤는데 도통 낫질 않았다. 동네병원들을 다녀 봐도 곧 나을 거라며 돌려보내기 일쑤였다. 쉰하나에 얻은 예쁜 우리 첫 손녀딸, 이 따뜻한 봄에 감기가 지독히 오래도 간다 생각했다. “여보 여보, 얘 왜 이래?” 낮잠을 청하려고 잠깐 누운 일요일, 걸음마를 갓 뗀 아이가 내 옆에 와 픽 쓰러졌다. 축 늘어진 아이를 남편이 둘러업고 인근 고려대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심한 폐렴인데 원인을 모르겠다는 의사 말에 발을 동동 굴렀다. 아기는 아파서 울다가 숨을 잘 쉬지 못해서 맥없이 콜록대고 삑삑 소리 내다 눈을 감곤 했다. 그래도 대학병원에 왔으니 시간이 해결해 주리라 믿었는데 상태가 더 나빠진 소원이는 일주일 만에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오전, 오후에 한 번씩 면회가 가능한 중환자실. 소원이 작은 머리에 알 수 없는 기계들이 얽히고설켜 꽂혀 있었고 눈동자는 풀려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며느리가 울다 까무러쳤다. 엄마도 없이 얼마나 외롭고 두려웠을까 생각하니 다리에 힘이 풀렸다. 소원이에게 생전 듣도 보도 못한 폐섬유화 진단이 내려졌다. 폐가 딱딱하게 굳는 거란다. 의사들은 “잘 버티고 있고 좋아지고 있다”며 어깨를 두드렸지만 언젠가부터 소원이는 계속 눈을 감고 있었다. 아프다고 울기라도 했으면, 함마 소리 한 번만 더 해줬으면…. 2010년 6월 6일. 손녀딸 좀 살려달라고 절에서 불공을 드리다 연락을 받고 병원에 급히 도착했다. 차갑게 식은 소원이를 품에 안는데 가슴에 울컥울컥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 할미가 죄를 많이 졌나 보구나. 손녀가 재가 되어 담긴 작은 항아리를 보고 하염없이 울었다. 이듬해 소원이와 비슷한 사례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환경보건시민센터에 연락했고 그곳에서 다른 피해자 가족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던 2011년 8월, 뉴스를 보며 식사를 하던 온 가족이 숟가락을 내려놓고 아무 말도 못했다. 질병관리본부에서 “폐 손상의 원인은 가습기 살균제”라고 말하던 순간이었다. 아기들이 감기에 취약한 겨울철, 남편과 함께 마트에서 옥시레킷벤키저의 가습기 살균제를 집어 든 기억이 났다. ‘살균 99.9% 아이에게도 안심, 인체에 안전한 성분을 사용해 안심하고 쓸 수 있습니다.’ 더 깨끗하게 편히 자라고 소원이 머리맡에 가습기를 잘 쐴 수 있도록 가까이 댔던 적도 있었다. 손수 독약을 골라 샀다는 사실에 가슴을 쳤고 그 길로 광화문에서 피켓 시위에 나서고 국회를 찾아가 호소했다.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던 때였다. 옥시는 철옹성처럼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6년이 지났지만 가슴에 묻은 손녀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쏟아진다. 아들 내외는 달라질 게 없다며 그만하란다. 그런데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검찰이 제조업체를 처벌하겠다고 수사를 하고, 언론은 연일 옥시의 만행을 폭로하며, 시민들도 옥시 불매운동에 나섰다. 그래서일까. 지난해 5월 피해자 가족들이 영국 버크셔 본사를 찾아갔을 때도 문전박대하던 옥시가 사과 발표를 했다. 늦어도 너무 늦은 사과, 여기저기에 등 떠밀린 사과는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아타울라시드 사프달 대표가 고개를 숙인다. 포괄적인 보상안을 내놓겠다는 말만큼이나 포괄적이고 실체가 없는 사과에 속에서 천불이 난다. 우리가 듣고 싶던 ‘잘못했습니다’는 어디로 간 걸까. 보고서 조작, 증거 은폐 등 각종 의혹을 받는 기업이 독립적인 전문가 패널을 만든다면 누가 믿겠는가. 소원이를 잃은 우리도, 폐질환을 앓으며 힘겹게 살아가는 피해자 모두 옥시의 행동 하나하나에 상처가 덧난다. 옥시가 단 한 번이라도, 내 가족이 쓴다고 생각하고 만들었다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100억 원이 아니라 억만금을 준다 해도 이 사과는 안 받고 못 받는다. 들고 있던 소원이 사진이 다시 흐릿해진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이 기사는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송유선 씨(58·여)를 인터뷰한 내용을 송 씨의 시점에서 재구성한 것입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이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의 지분을 100% 보유한 영국 레킷벤키저 본사 임직원에 대한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옥시는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성분의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 판매해 정부 집계로만 최소 103명을 숨지게 한 업체로 지목됐다.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본사 임직원의 소환 일정과 조사 방법 등을 놓고 변호인단과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올해 1월부터 거라브 제인, 샤시 쉐커라파카 전 옥시 한국법인 대표 등 본사 임직원 다수를 ‘입국 시 통보조치’ 대상에 올려놨다. 검찰의 본사 수사가 임박하자 아타울라시드 사프달 옥시 한국법인 대표는 2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피해자에 대한 구체적인 보상계획을 발표하기로 했다. 이는 영국 본사가 지난달 29일 극비리에 개최한 이사회의 결의에 따른 것이다. 2011년 보건당국이 가습기 살균제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뒤 5년간 침묵하던 옥시는 지난달 21일 e메일 사과에 이어 열흘 만에 본사까지 나서게 됐다. 이는 검찰 수사 외에 소비자 불매운동, 정치권 압박 등에 따른 것으로, 허술한 국내 소비자보호제도 뒤에 숨어 피해 구제에 소극적이던 외국계 기업들에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김준일 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발생 이후 책임 회피에만 급급하던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가 2일 5년 만에 백기(白旗)를 들고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기로 한 것은 검찰의 칼끝이 영국 본사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본사는 2001년 당시 문제의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에 책임이 있다는 의혹, 그리고 2011년 사건이 불거진 이후 각종 연구보고서 조작과 증거 은폐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영국 레킷벤키저는 2001년 한국회사 옥시의 지분 100%를 사들였다. 문제의 ‘옥시싹싹 New 가습기 당번’은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원료로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한국에서 제조된 가습기 살균제다. 영국 본사는 그동안 “한국 회사를 인수하기 전부터 제조돼 온 것이라 우리는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검찰도 옥시 연구소 최모 전 선임연구원 등 관계자 조사와 2월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원료 중개상의 납품 장부 등을 통해 PHMG 성분이 든 시제품이 2000년 10월부터 출시된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영국 본사가 옥시를 인수한 뒤 5년간 경영한 신현우 전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영국 레킷벤키저가 한국 법인을 인수한 것은 2001년 4월이고, PHMG 성분 살균제는 2001년 10월부터 판매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통해 제조 판매의 책임이 본사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법인 내부 지휘체계 외에) 한국 담당자→홍콩지부→영국 본사의 별도 지휘체계도 있었다”고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엇갈린 공방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신 전 대표는 물론 영국 본사의 책임을 밝혀내는 데는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설령 본사에 첫 제품의 제조 및 판매 책임을 물을 수 없다 해도 우리 보건당국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를 인정한 이후 연구 결과를 조작하거나 은폐하려 한 정황에 대해서는 철저히 조사해 혐의를 입증하겠다는 것이다. 영국 본사가 이사회를 열어 2일 RB코리아 대표가 공식 사과에 나서기로 했지만 이는 ‘떠밀린 사과’에 불과하다는 눈초리는 여전하다. 숨 가쁜 상황 속에서도 옥시 한국지사 임직원 100여 명이 3월 말 3박 4일 일정으로 태국 휴양지 파타야에 다녀온 사실이 알려진 것도 진정성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매년 2500억∼2800억 원의 매출에 200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려 포상휴가를 다녀온 것 아니냐는 지적에 옥시 관계자는 “태국 지사와의 비즈니스 미팅이었다”고 해명했다. 영국 레킷벤키저 이사회는 2014년 3월 환경부 등에 기탁한 50억 원과 추가 출연키로 한 보상기금 50억 원 등 100억 원을 피해자 기념공원 설립 등에 쓰도록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와 별도로 개별 피해자 합의금액을 최소 4억∼5억 원 선에서 정하고, 이미 합의한 피해자들에게도 보상금을 다시 책정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피해자 가족 측은 진정성 없는 옥시의 공식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기자회견을 보이콧하기로 했다. 이들은 2일 옥시 영국 본사 임원 8명을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며, 앞으로 한국 법원이 영국 본사의 책임을 인정하면 영국에서 다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신나리 journari@donga.com·김준일·최혜령 기자}

정부 집계 기준 103명이 사망해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의 최대 가해업체로 지목된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가 2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피해보상안이 담긴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는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이번 정식 사과는 지난 달 29일 오전 영국 레킷벤키저 본사가 이사회를 열어 극비리에 결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옥시는 이미 지난 달 22일 이메일로 사과를 했지만 이번 사과는 영국 본사가 직접 나서 별도 판정기구를 마련하고, 구체적인 보상안을 마련해 힘쓰겠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유통업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29일 영국 본사 이사회에서는 환경부 등에 50억 원의 기금을 내놓은 데 더해 50억을 더 내놓겠다고 한 기존 기금은 기념공원 설립 등 추모 기금으로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보상안에는 이 기금과 별도로 피해자 개인별 합의금액도 새롭게 최소 4억~5억 원 선으로 결정한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합의를 마친 피해자들에게도 합의금을 다시 책정할 방침이다. 또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 2부장)의 소환 조사 등으로 혐의가 드러나는 피의자들에 대해서도 적극 수사에 협조해 철저히 진실을 규명하는 데 힘쓰겠다는 내부 방침도 세웠다. 즉, 문제의 가습기 살균제 ‘옥시싹싹 New 가습기 당번’ 제품이 출시되고 판매될 당시 외국인 대표 샤시 쉐커라파카, 거라브 제인 등의 혐의가 밝혀져 법정에 설 가능성이 더 높아진 셈이다 이같은 옥시의 결정은 검찰수사 본격화, 옥시 불매 운동으로 인한 매출 감소, 여야 정치권의 특별법 제정 움직임, 박근혜 대통령의 엄정 조사 발언 등의 여파로 해석된다. 특히 영국 본사로의 수사 확대 가능성이 계속 제기되자 그동안 책임이 없다고 발뺌해오던 본사가 직접 결의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정부 집계 기준으로 14명이 폐 손상으로 사망한 가습기 살균제 ‘세퓨’는 회사 대표가 인터넷 정보를 참고해 원료를 적당히 혼합하는 방법으로 제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세퓨는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4개 살균제 가운데 단시간에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제품으로 지목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세퓨를 만든 제조사 버터플라이이펙트의 전 대표 오모 씨가 “여러 자료들을 참고해 살균제를 만들었다”고 진술했다고 29일 밝혔다. 살충방역관련 업계에 종사했던 오 씨는 2005년 세퓨 제조사인 버터플라이이펙트 법인을 새로 만들었다. 검찰 조사 결과 살균제에 관한 전문지식이 없었던 오 씨는 원료물질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를 대량 수입한 뒤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를 보고 물을 적당히 배합해 ‘세퓨’를 직접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PGH는 많은 피해자를 낸 옥시레킷벤키저 가습기 살균제 제품의 주성분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보다 독성이 4배 이상 높은 물질로 알려져 있다. 직원이 10명 남짓이었던 버터플라이이펙트는 규모가 영세해 제조나 연구를 담당하는 전문 인력도 없었다. 오 씨는 인터넷에서 파악한 정보만으로 안전한 성분이라고 판단해 제품을 제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산품법에 따라 별다른 정부인증을 받을 필요도 없어 안전검사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세퓨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 간 인터넷에서 ‘친환경 프리미엄 가습기 살균제’라는 홍보문구와 함께 무방비로 팔렸다. 오 씨는 출시 후 여러 곳에 판촉용 제품을 뿌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버터플라이이펙트는 기업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구멍가게 수준으로 사실상 가내수공업이었다”고 말했다. 세퓨는 ‘유럽연합 인증을 받은 최고급 친환경 살균 성분인 PGH 사용’, ‘인체에 무해하며 흡입 시에도 안전’ 등의 문구로 허위·과장 광고를 한 의혹도 있다. 한편 환경부는 28일 ‘가습기 살균제 조사·판정위원회’를 열어 가습기 살균제가 폐 이외의 다른 장기 등에 미치는 피해 조사를 본격화하기로 했다. 상관관계가 인정될 경우 피해 인정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박재휘)는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를 놓고 갈등을 빚다 수협중앙회와 용역 직원들을 흉기로 찔러 다치게 한 혐의(특수상해)로 상인 측 비상대책위원회 부위원장 김모 씨(50)를 구속기소했다고 29일 밝혔다. 김 씨는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의 한 노래방에서 술에 취해 수협 최모 경영본부장(60), 김모 TF팀장(53)과 논쟁을 벌이다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혐의다. 또 수산시장으로 도주해 용역직원 나모 씨(34)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 씨는 이날 점심을 먹자며 수협 직원들을 불러내 “새 시장의 점포 면적을 늘리고 증축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부정적인 답변을 듣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 씨에게 직원들을 살해할 의도가 있었다고 보고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 구속했으나 검찰은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고 판단해 특수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의 다친 부위가 생명에 위험을 초래하기 어려운 부위라는 전문가 의견과 치명상을 가할 수 있는 부위를 피해 상해를 입힌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신나리기자 journari@donga.com}
서울중앙지검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가습기 살균제 ‘세퓨’의 제조·판매사인 버터플라이이펙트 전 대표 오모 씨와 원료 물질인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을 회사에 공급한 H사 김모 대표를 28일 소환 조사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 중 판매된 세퓨는 피해자 27명 중 14명이 숨져 업체 규모와 판매 기간에 비해 많은 피해를 냈다. 세퓨의 원료인 PGH는 옥시레킷벤키저의 가습기 살균제 등이 사용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보다 독성이 더 강한 물질로 알려져 있다. 임종한 인하대 의과대 사회의학교실 교수는 “PGH는 살균 효과가 뚜렷한 물질로 미생물 증식을 억제하는 용도로 쓰인다. PHMG보다 인체 세포에도 손상을 가하는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오 전 대표는 2005년 버터플라이이펙트 법인을 차렸다. 세퓨 출시 전 덴마크를 방문해 PGH를 확인하고 가습기 살균제 출시를 고안해 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버터플라이이펙트 직원이 10여 명에 불과하고 연구개발팀도 별도로 없어 오 전 대표가 PGH 등을 배합해 직접 살균제를 제조해 판 것으로 보고 해당 물질을 넣게 된 경위 등을 집중 조사했다. 버터플라이이펙트는 2011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이 불거진 후 같은 해 폐업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이날 옥시의 본사가 있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현우 전 옥시 대표를 추가로 소환해 조사하고 제품에 관여한 전현직 외국인 대표 및 임원들도 불러 조사해 사건을 은폐하고 조작한 과정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과 관련해 철저한 조사와 함께 피해자 추가 접수 등 필요한 조치를 하라고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2011년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사고로 많은 분들이 피해를 당했고 특히 영유아들이 목숨을 잃어서 정말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어떤 어머니는 그게 아기에게 좋은 줄 알고 열심히 가습기를 틀어줬다고 한다.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는가”라며 “생활화학제품 안전관리에 미흡한 부분은 없는지, 사각지대는 없는지 다시 한번 점검해서 미진한 부분은 조속히 보완하고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최대 가해기업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의 영국 본사가 흡입독성 실험의 필요성을 인정했음에도 한국법인이 문제의 ‘옥시싹싹 NEW 가습기 당번’에 대한 실험을 하지 않았다는 단서를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2월 옥시 한국법인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와 26일 신현우 전 옥시 대표(68) 및 연구소 관계자 소환조사 등을 토대로 이 같은 내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옥시는 제품을 출시하기 전 영국 본사로부터 원료 성분에 대한 흡입독성 실험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받았지만 실험비용이 과도한 것으로 판단해 실험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독성실험에 관한 국내법의 허점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제품 출시 전 옥시 측이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몰랐다고 해도 인체에 해로운지 확인하기 위한 실험이 필요했다는 점은 사전에 충분히 인지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옥시 연구소 등은 제품 출시를 앞둔 2001년 미국 등에 있는 민간 연구소 2곳에 독성실험을 e메일로 의뢰해 모두 ‘실험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팩스로 받았다. 검찰은 옥시가 미국 연구소 등에 독성실험을 의뢰할 계획이라고 영국 본사에 보고했지만 본사는 흡입독성 실험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독성 연구는 우리가 세계 제일인데 왜 미국 연구소에 맡기느냐”고 답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영국 본사의 이 같은 답이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옥시 글로벌 독성연구소를 통합한 옥시 호주연구소는 독성실험을 맡겨도 좋다는 뜻으로 ‘승인됨(approved)’이라는 자료를 한국 옥시에 보냈다. 옥시는 이번 사건에 영국 본사는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 레킷벤키저 그룹의 네덜란드법인(레킷벤키저엔브이)이 한국 옥시를 인수한 시점이 2001년 3월이고, 문제가 된 가습기 살균제의 시제품은 인수 전인 2000년 10월부터 판매됐다는 이유다. 하지만 검찰은 압수수색과 관계자 소환 등으로 영국 본사가 인수 이전부터 옥시에 유의미한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옥시 측 연구원이 시제품을 출시하기 전 여러 차례 흡입독성 실험의 필요성을 회사 측에 제기했지만 회사 측은 당시 법적으로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독성실험을 해야 할 규정이 없다는 점을 들어 반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가습기 살균제는 의약외품이 아닌 공산품으로 지정돼 독성실험을 하지 않아도 됐다는 게 옥시 측의 주장이다. 또 당시 가습기 살균제 시장규모가 20억 원 안팎이었던 점을 들어 회사 측은 수억 원의 비용이 드는 흡입독성 실험을 제한했을 가능성도 있다. 17시간의 고강도 조사를 받은 신 전 대표는 제품 출시 등과 관련해 자신의 책임을 일절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또 옥시가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성분을 쓰기 전인 1995년경부터 가습기 살균제 원료(프리벤톨R80)의 흡입독성 실험 등 자문에 응한 독일 M사의 볼프 박사로부터 “새로운 제품에도 독성실험이 필요하다”는 서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한편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가습기 살균제 특별법 제정을 대대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신나리 journari@donga.com·김준일 기자}
지난해 8월 작고한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를 본인이 위조했다고 했다가 최근 이를 번복해 위작 시비 논란을 증폭시켰던 위작범 권춘식 씨(69)가 “국립현대미술관에 보관된 미인도는 내가 그린 게 맞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진술을 문서로 내놓은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권 씨는 25일 ‘위작 미인도 폐기와 작가 인권 옹호를 위한 공동 변호인단’ 앞으로 “국립현대미술관에 보관된 미인도는 내가 그린 것이라는 의견에 변함이 없다. 화랑협회 관계자들의 강권에 압박을 느껴 말을 번복한 것”이라는 진술서를 공증까지 받아 제출했다. 그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원본을 보지 않고 그린 것은 맞지 않느냐’는 화랑협회 관계자들의 일부 항의에 마지못해 말을 달리한 것일 뿐 여전히 그림을 직접 그렸다는 입장은 그대로다”라고 해명했다. 권 씨는 지난달 초 모 일간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내가 그린 그림이 아니며 1999년 당시 검찰 수사 과정에서 미인도 위작 여부 확인을 요구받았을 때 수사에 협조하면 감형받을 수 있을까 싶어 시인했고 여러 위작을 만들어 확신이 없는 가운데 그렇게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1991년 위작 논란이 제기된 ‘미인도’는 25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실체가 명확히 규명되지 않고 있다. 1999년 당시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은 고서화 위작범 권 씨를 수사하다가 “미인도를 위작했다”는 자백을 받았으나 천 화백의 서명 부분을 위작한 사인위조죄가 당시에는 이미 공소시효가 완료돼 기소를 하지 못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화랑협회 등 미술계는 작품 자체가 권 씨가 위조했다는 1984년 이전인 1980년부터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돼 있었고, 위작 시비 이전에 나온 ‘도록’에 실렸던 점을 들어 권 씨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천 화백 본인이 “내가 낳은 자식을 몰라보겠느냐”며 위작임을 주장해 지금까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천 화백의 차녀인 김정희 미국 몽고메리대 교수(63) 등 유족은 27일 ‘미인도’ 위작 논란과 관련해 국립현대미술관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과 학예실장 등 관계자 6명을 저작권법 위반과 허위공문서 작성,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공동 변호인단은 “국립현대미술관은 그림 입수 당시에도 심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고 위작 미인도 전시와 인쇄물 배포로 이득을 취하는 과정에서 작가의 동의를 구한 바 없다”며 “저작자가 아닌 사람을 저작자로 표시하는 것은 명백한 저작권 침해이며 사자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천 화백과 그의 두 번째 남편인 고 김남중 전 전일그룹 회장 사이에서 태어난 김 교수는 자신을 법적 자녀로 인정해 달라는 소송을 2월 18일 서울가정법원에 제출해 현재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천 화백의 막내아들인 고 김종우 씨의 아들도 함께 소송을 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