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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 원자력업계에 “한미 원자력협정이 만료될 가능성에 대비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곧 본격화될 미국과의 개정 협상을 앞두고 협정 파기까지 염두에 둔 ‘배수진 전략’으로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협정이 깨지면 미국으로부터 받아온 우라늄 원료와 기술, 자재 공급이 모두 중단될 뿐 아니라 한국이 기존에 갖고 있던 것도 반환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국내 원전 운영은 물론이고 아랍에미리트(UAE)에 짓고 있는 원전 및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겨냥한 원전 수출 프로젝트에도 빨간불이 켜진다. 1일 정부 및 원자력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한미 원자력협정이 만료될 경우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대비하라”는 지시를 업계에 내려 보냈다. 2014년 3월이 시한인 이 협정은 한미 양국이 끝내 개정안 도출에 실패하면 자동으로 만료된다. 정부는 조만간 미국에 6차 본협상 재개를 공식 요청할 계획이다. 지난해 2월 5차 협상이 결렬된 이후 14개월 만이다. 협상팀은 미국이 보내온 개정 초안에 대한 검토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워싱턴과 서울에서 잇달아 열리는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본협상 재개 일정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41년 만의 협정 개정을 위한 이번 협상에서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권리를 요구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당장 우라늄 농축이나 핵연료 재처리를 하겠다는 게 아니다. 최소한 협정문에 그런 내용을 명문화해 장기적으로 ‘핵의 평화적 이용 권리’를 보장받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사용후핵연료를 파이로프로세싱(건식 처리) 방식으로 재활용하고 우라늄 확보는 해외의 농축회사 지분을 매입하는 형식 등으로 진행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미국은 핵 비확산 정책과 ‘골드 스탠더드’(재처리와 농축을 모두 금지)를 앞세워 완강한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29일 0시가 넘은 시간에 군 최고 수뇌부를 긴급 소집해 작전회의를 열고 군 전략로켓부대에 ‘사격 대기 상태’에 들어갈 것을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이 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이날 0시 반 ‘전략미사일 부대의 화력타격 임무에 관한 작전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현영철 총참모장, 이영길 총참모부 작전국장, 김영철 정찰총국장 겸 부총참모장, 김락겸 전략로켓군사령관 등이 참석했다고 통신은 전했다.김정은은 회의에서 “아군전략로케트(미사일)들이 미국 본토와 하와이, 괌도를 비롯한 태평양작전전구 안의 미제 침략군 기지들, 남조선 주둔 미군기지를 타격할 수 있게 사격 대기 상태에 들어가라”고 지시했다. 특히 미군 B-2 스텔스 폭격기의 한반도 진입에 대해 “핵전쟁을 일으키겠다는 최후통첩”이라며 “미제의 핵 공갈에는 무자비한 핵 공격으로 대답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김정은이 심야에 최고사령부 회의를 소집하고 이를 북한 매체가 곧바로 전한 것은 이례적이다. 북한 지도부가 B-2 스텔스 폭격기의 한반도 진입에 반발해 북한의 미사일 부대가 언제든지 실전 발사를 할 수 있음을 보여 주려는 의도로 보인다.군 당국은 최근 북한 미사일 부대의 차량과 병력 움직임이 급증한 정황을 포착하고 예의 주시하고 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한미 정보 당국은 북한의 스커드와 노동, 무수단 등 탄도미사일의 동향을 정밀 감시 중”이라고 말했다. 양국 정보 당국은 정찰위성과 공중조기경보기, 영상·신호 첩보기를 24시간 가동해 북한 전역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 차량(TEL)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이와는 별도로 북한은 이틀째 경비정과 같은 다수의 소형 함정으로 구성된 해상 전력으로 북한 연안에서 기동훈련을 실시했다. 오전에는 북한의 미그-21 전투기 1대와 Mi-2 헬기가 서부전선의 전술조치선(TAL) 인근까지 접근했다가 한국 공군이 대응 출격하자 돌아갔다. TAL은 북한 전투기가 이륙 후 3∼5분 내에 수도권에 도착하는 점을 감안해 군이 군사분계선(MDL)과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20∼50km 북쪽 상공에 가상으로 설정한 선이다. 서부전선 최전방에 주둔한 북한 2군단 포병부대는 장사정포 40여 문을 갱도 밖으로 꺼낸 것이 포착됐다. 이에 군은 “군사판정검열(훈련 뒤 장비 검열)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국도 대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은 28일(현지 시간) 워싱턴 국방부 청사에서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과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과 호전적인 언사는 위험 수준으로 올라갔다. 우리는 어떤 우발적 사태에도 대응해야 하고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작전회의 사진에서는 김정은과 북한군 지휘관들 뒤로 ‘잠수함 40척, 상륙함 13척, 소해함 6척, 보조함선(지원 함정) 27척, 비행기종 1852대…’ 등이 적힌 상황판이 그대로 노출됐다. 우리 군 관계자는 “‘보안사고’로 보이지만 대남 대미 협박을 위해 의도적으로 노출했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이정은 기자·윤상호 군사전문기자·워싱턴=신석호특파원 lightee@donga.com}

북한이 서해지구 군통신선을 단절한 다음 날인 28일 개성공단에 입주한 남한 기업들의 입출경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청와대와 통일부에 따르면 개성공단관리위원회에 나와 있는 북측 중앙개발지도총국 소속 협력부장은 이날 오전 7시 55분경 남측에 통행 승인 사실을 알려왔다. 북한이 위협 수위를 높이면서도 ‘돈줄’인 개성공단의 활동을 막지는 않은 것이다. 오전 8시 30분 161명을 시작으로 총 405명이 개성공단에 들어갔고 예정됐던 424명이 귀환했다. 개성공단 체류 인원은 887명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이 통신선을 차단한 만큼 앞으로도 개성공단관리위를 통해 우회적으로 통행 업무를 처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국민의 신변안전과 입주기업들의 생산 활동에 차질이 없도록 24시간 비상연락체계를 가동해 만일의 사태에 면밀히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현재 특이동향은 없다”며 “군통신선은 단절됐지만 남측과 개성공단 (입주기업들) 간 전화와 팩스 등 일반통신 1300회선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전면적인 대타격전이 개시될 것”이라며 “무자비한 불소나기를 퍼부을 첫 중심과녁은 조선인민의 철천지원수인 미제”라며 미국을 겨냥한 위협을 이어갔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한국이 주도할 ‘키-디플로머시(KI)’의 핵심 전제는 미국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이다. 미국은 20년 가까이 북한과 핵 협상을 진행해온 중심이었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북한이 핵 협상의 유일한 상대로 여기는 국가다. 이 때문에 한국이 대북정책의 주도권을 행사하며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리의 패턴대로 미국을 잘 이끌어야 하는 것이다.○ “미국은 너무 피곤하다” 워싱턴과 서울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북핵 문제에 대해 극심한 피로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미국은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를 시작으로 베를린과 제네바 등에서 수많은 북-미 양자회담을 진행해왔다. 2003년부터는 6자회담을 비롯한 여러 다자 협상을 통해 북한을 어르고 달랬다. 방코델타아시아(BDA)식 금융제재를 동원해 북한에 채찍을 들이대기도 했고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를 앞세워 북한의 태도 변화를 압박해 보기도 했다. 결과는 모두 실패였다. 워싱턴에서 대북 비둘기파는 거의 고사(枯死)했다. 이들이 북한 관련 세미나를 열려고 해도 후원금조차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철저히 외면당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간신히 이끌어냈던 ‘2·29 북-미 합의’ 직후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는 그나마 남아있던 이들의 입지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결정타였다. 전문가들은 이런 미국 내의 흐름이 역설적으로 한국의 대북정책 주도권 행사에 탄력을 불어넣는 환경을 만들어줬다고 보고 있다. 신기욱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APARC) 소장은 “북핵 문제는 미국에 여전히 중요하지만 해결 방법이 없다 보니 이제 한국이 해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이 당장 북한의 핵개발을 중단시키라는 것이 아니라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마련해 놓으면 여기에 미국이 자연스럽게 끼어들며 협상의 동력을 회복해나갈 수 있는 구도가 절실하다는 설명이다. ○ “美가 따라올 길을 한국이 개척해야” 정부는 우선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1단계부터 가동해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남북 관계 개선을 꾀할 방침이다. 북한의 핵개발과 연이은 고강도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1단계인 대북 인도적 지원을 시작하고 이어 호혜적 협력사업(조림사업, 개성공단 등)의 인프라 지원 및 남북 경제협력 확대를 진행시키면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낸다는 복안이다. 이를 통해 신뢰가 충분히 쌓이면 비핵화까지 달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초반 경색 국면을 풀 카드로 정부의 대북특사 파견 등도 거론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27일 외교부와 통일부 업무보고에 앞서 모두발언에서 “서두르지 말고 벽돌을 하나하나 쌓듯이 신뢰를 바탕으로 남북 관계를 차근차근 발전시키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미국 의회와 행정부 내의 대북 강경파가 한국의 이런 정책 이행 과정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다. 일부 강경파는 미국 본토를 타격하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막기 위해 선제타격 같은 극단적인 군사적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벌써부터 북한 문제에 대한 미국의 리더십 약화가 부를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로버트 조지프 전 미 국무부 차관은 이달 7일 미 상원 외교위원회가 개최한 청문회에 나와 “과거 북핵 문제에 대한 교훈 가운데 하나는 대북정책이 성공하려면 미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노무현 정부 시절 대북 유화책을 추진하다 강경파 중심이던 미국과의 정책 엇박자로 양국 간 동맹 관계까지 흔들린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미 측에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충분히 이해시키고 이행 단계별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는 북한이 오판하지 않고 남한을 진지한 협상 파트너로 대하도록 만드는 길이기도 하다”고 했다.이정은 기자·워싱턴=신석호 특파원 lightee@donga.com}

27일 외교부와 통일부의 합동 업무보고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억제력을 바탕으로 하되 인도적 지원과 대화를 통해 향후 남북관계를 풀어나가는 ‘강화된 투트랙’ 접근에 초점이 맞춰졌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낼 수 있을 정도의 신뢰 구축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전향적인 대북정책에 방점이 더 찍히는 분위기였다.○ 점진적-적극적인 남북관계 시도 통일부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9가지 중점과제 중 ‘인도적 문제의 실질적 해결’을 1순위로 앞세웠다. 이어 △당국 간 대화 △호혜적 교류협력 △개성공단 국제화 등 북한에 손을 내밀어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들을 제시했다. 북한의 도발 위협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초기 단계 공약들을 이행해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지가 담긴 부분이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업무보고 후 서울 도렴동 통일부 청사에서 가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남북관계 변화를 위한 노력을, 상황에 구속돼서 수동적으로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며 적극적 의지를 보였다. 그는 “(북한의) 취약계층과 영유아 지원은 상황에 무관하게 하겠다는 점을 일관되게 설명해왔다”고 강조했다. 남북대화와 관련해서도 “이산가족 문제와 마찬가지로 적절한 시기에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사회, 문화 교류 차원의 방북 신청도 허용할 의사를 내비쳤다. 정부 주변에서는 이런 통일부의 업무계획이 북한의 도발 위협이나 핵개발 문제를 도외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했다. 이를 의식한 듯 류 장관은 “남북관계 진전을 통해 북핵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며 “남북대화에서 북핵문제도 다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핵불용’ 원칙을 강조하며 “정부가 추진하려는 원칙은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했다.○ 통일-외교부의 유기적 협력 가능할까 외교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2094호의 충실한 이행과 이를 위한 국제공조, 6자회담 참가국들과의 협의 계획을 보고했다. 통일부와 달리 대북제재 및 이를 통한 강력한 대북억제력의 확보 방안에 무게가 실렸다. 외교부의 업무보고에는 ‘서울 프로세스’의 근간이 될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한미동맹 강화와 한중 관계의 발전, 유라시아 협력 확대 등 북핵문제의 해결 자체보다는 폭넓은 차원에서 이에 도움이 될 내용들이 담겼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공공외교나 국민이 행복한 영사서비스 강화 같은 ‘말랑말랑한’ 정책도 많았다. 비핵화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마지막 3단계에 놓여 있다 보니 현 시점에서는 외교부가 주도적으로 나설 대북 관련 정책이 마땅치 않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한반도 프로세스는 통일부가 주무부서”라며 “우리는 동북아 평화 및 협력 프로세스를 맡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 고위당국자는 “비핵화 논의는 멈춰 서 있지 않고 멈출 수도 없다”며 외교부 내의 물밑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외교안보 분야 업무보고는 그 내용 못지않게 ‘외교부와 통일부의 첫 합동 보고’라는 형식에 정부 안팎의 관심이 쏠렸다. 부처 간 협업을 강화하라는 취지에서 박 대통령이 합동보고를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대북정책의 주도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여왔던 두 부처가 앞으로 어떻게 협업하며 시너지 효과를 낼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정은·조숭호 기자 lightee@donga.com}
핵실험을 비롯한 잇단 도발 위협을 이어가는 북한을 향해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에 이어 보편적 가치인 인권이란 또 다른 칼을 빼들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인권이사회는 22일(현지 시간 21일) 유엔 북한 인권조사기구(COI) 설립 내용이 포함된 결의안을 처리한다. 결의안은 47개 이사국의 압도적 지지로 통과될 것이 확실시된다. 이는 북한의 김정은 지도부를 정면으로 겨냥해 이들의 아킬레스건인 인권유린 문제를 제기하고 단죄하겠다는 국제사회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북한 인권 문제의 새로운 국면 외교통상부 고위당국자는 21일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이 과거와는 달라졌다”며 “COI 설립은 북한 인권 문제 대응이 앞으로 완전히 새로운 차원에서 전개될 것임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북한 인권 문제 대응은 정부가 ‘헬싱키 프로세스’를 바탕으로 공약한 ‘서울 프로세스’를 진행해나가는 데에도 핵심 축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헬싱키 프로세스는 냉전 당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옛 소련을 비롯한 동유럽권의 인권 문제를 경제·안보 분야와 연계해 민주화를 이끌어낸 다자협력의 틀이다. 또 다른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이 COI의 조사를 거부하면 북한의 인권침해 의혹이 결국 유죄로 인정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김정은을 비롯한 책임자를 국제형사재판소(ICC) 법정에 세울 길이 열린다”고 말했다. 유엔의 COI는 지금까지 리비아 시리아 코트디부아르 등 내전이나 유혈충돌로 대량학살, 집단성폭행 등 심각한 반인권범죄가 발생한 나라들에 대해 구성돼 왔다. 내전이나 유혈충돌이 보고되지 않은 북한에 대해 유엔이 COI 설립을 결정하는 것은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문제를 그만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9개 유형으로 분류된 북한 COI의 조사 대상에는 정치범수용소 등에서 벌어지는 고문과 인신구속, 외국인 납치, 생명권 침해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주목되는 조사 대상은 식량권 침해이다. 영유아 등 취약계층의 굶주림을 인권의 문제로 보고 구호가 아닌 조사와 처벌 차원에서 접근하겠다는 것이다.○ COI 지원할 국내 실무그룹 구성해야 북한 COI의 조사위원에는 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3명의 조사위원 중 나머지 2명에는 남미와 아프리카 출신 인사가 거론된다. 최근 제네바를 방문해 유엔인권이사회 회의를 참관한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조사위원들이 적어도 전직 외교장관 수준 이상의 고위 인사가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조사위원들은 유엔의 예산을 지원받고 10여 명의 실무 인력도 배정받는다. COI의 활동 기간은 1년이지만 사안의 비중에 따라 연장이 가능하다. 두 달가량의 실무준비를 거쳐 6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사팀은 한국 중국 일본과 탈북자들이 거쳐 가는 태국 라오스 몽골 베트남 등을 방문해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윤여상 북한인권기록보존소장은 “북한 인권유린 실태에 대해 이미 상당한 증언과 데이터베이스가 축적돼 있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현장 방문이 어렵더라도 꽤 체계적인 조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북한인권단체들은 COI의 활동을 지원할 국내 워킹(실무)그룹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외교부 측은 “유엔이 공식 요청을 하면 이에 따라 워킹그룹 구성 문제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20일 오후 2시경 주요 방송사와 금융회사 전산망이 일제히 마비되는 사상 초유의 정보보안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는 국내 1, 2위 정보보안 업체인 안랩과 하우리의 백신 프로그램으로 위장한 악성코드가 유포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내 기업과 공공기관 대부분이 의존하는 보안업체의 백신 프로그램이 악성코드 확산을 간접적으로 도운 것으로 도둑(해커)이 경비원(보안업체)의 옷을 입고 침입한 꼴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KBS와 MBC, YTN, 신한은행, NH농협은행이 동일한 해커에 의해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했다. 이날 함께 전산망 장애를 겪은 제주은행, 농협생명보험, 농협손해보험의 연관성도 조사하고 있다. 방송사에서는 직원들의 PC가 먹통이 됐고, 금융권은 인터넷 뱅킹과 영업점 창구업무, 자동화기기(ATM) 사용 등이 일시 중단됐다. 방통위는 이번 전산망 마비사태가 정교한 ‘지능형 지속 해킹(APT)’ 공격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해커의 공격에 맞서는 대형 정보보안 업체까지 농락당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해커가 누구인지, 공격의 이유는 무엇인지 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날 전산망 마비사태는 기업들이 백신 프로그램을 최신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설치한 업데이트 관리 서버에서 시작됐다. 안랩과 하우리는 새 백신 프로그램이 나오면 이 업데이트 서버로 전송하는데 해커가 이 과정에서 악성코드를 심은 것이다. 동시다발적인 전산망 마비사태에 따라 방통위와 행정안전부,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 10개 관련 부처는 사이버 위기 평가회의를 열고 이날 오후 3시 사이버 위기 경보 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높였다. 사이버 위기 경보는 위기의 정도에 따라 정상, 관심, 주의, 경계, 심각 단계로 구분된다. 국방부도 군의 정보작전방호태세인 ‘인포콘(INFOCON)’을 4단계에서 3단계로 격상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고 발생 직후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내정자로부터 관련 사실을 보고받고 “우선 조속히 복구하고 원인을 철저히 파악해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이번 사태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이미 현장에서는 북한의 소행이었던 지난해 중앙일보 사이버 공격과 수법이 비슷하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김상훈·이정은 기자 sanhkim@donga.com}
20일 오후 2시 40분경.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주요 방송사와 은행의 전산망이 마비됐다”는 긴급보고가 올라왔다. 연일 고조되는 북한의 대남 위협 때문에 일촉즉발의 긴장 속에 근무하던 국가안보실이 긴박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청와대는 군과 경찰, 국가정보원의 정보망을 총동원해 긴급히 원인 파악에 나섰다. 북한의 소행일 경우 연쇄적인 추가 사이버 공격은 물론이고 도심 테러 등 다른 방식의 도발이 잇달아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특히 촉각을 곤두세웠다. ○ 정부, 초긴장 속 총체적 대비 태세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내정자는 상황이 발생한 지 10분 뒤인 2시 50분경 이 사실을 곧바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박 대통령은 “우선 조속히 복구하고 원인을 철저히 파악해 대책을 강구하라”고 단호히 지시했다. 곧바로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상황실이 본격적으로 가동됐다. 김 내정자는 최순홍 대통령미래전략수석비서관과 국가안보실 산하의 국제협력, 위기관리, 정보융합 비서관 등을 불러 모아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들과 함께 관련 부처들로부터 피해 상황과 원인 등에 대해 종합 보고를 받았다. 오후 3시 10분. 국방부는 군의 정보작전방호태세인 ‘인포콘(INFOCON)’을 기존 4단계에서 3단계로 한 단계 격상했다. 합참의장이 발령하는 인포콘은 5단계 평시 준비태세, 4단계 증가된 준비태세, 3단계 향상된 준비태세, 2단계 강화된 준비태세, 1단계 최상의 준비태세로 구분된다. 군은 국정원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전산망 마비 사태의 원인 분석 작업에 국군사이버사령부와 국군기무사령부, 각 군의 컴퓨터 긴급보안 대응팀(CERT) 전문가들을 동원해 총력 지원키로 했다. 군단급 및 작전사급 이상 부대에서 운용하는 CERT는 군 전산망에 외부 침입 흔적이 있는지 확인하고 문제가 발생하는 즉시 대처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군 전산망을 보호하기 위해 여러 조치를 취했다. (외부 공격에 대비해) 각 부대별 CERT도 강화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범정부 차원의 사이버위기대책본부가 구성돼 실시간 대처 태세를 갖췄다. 민관군 합동 대응팀은 주요 시설의 전산망이나 기간망에 대한 해킹 시도 등을 점검하며 추가 피해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북한의 사이버 테러 가능성에 촉각 청와대 김행 대변인은 이번 사태가 북한의 사이버 테러로 인해 발생했느냐는 질문에 “아직 단정할 수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도 “원인을 예단하기 어렵고 원인 파악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민석 대변인은 “북한의 소행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군이 북한의 사이버 테러 가능성에 어느 정도 무게를 두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정부는 북한이 이달 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제재 결의 2094호를 채택한 직후 반발 수위를 높이자 4차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사이버 테러, 도심 테러, 서해상의 기습 도발 등 여러 시나리오를 상정해 대비책을 마련해 왔다. 따라서 일부 방송사와 금융사의 전산망이 갑자기 동시에 마비된 것은 북한의 공격에 의한 결과일 개연성이 크다. 북한은 남한을 상대로 다양한 사이버 테러를 시도한 전력(前歷)이 있다. 2011년 청와대와 국정원 등을 상대로 두 차례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했고, 농협 전산망도 마비시킨 바 있다.이정은·손영일 기자 lightee@donga.com}

북한 돈줄을 차단하는 대북 금융 제재를 총괄해 ‘미국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데이비드 코언 미 재무무 테러·금융담당 차관(사진)이 20∼22일 중국을 방문한다. 중국은 이에 앞서 중국에서 활동하는 일부 북한은행에 대해 계좌 동결 조치를 취하는 등 금융 제재를 가했다. 코언 차관은 18일 일본을 방문한 데 이어 19일 한국에 도착해 기획재정부와 외교통상부 핵심 관계자를 만난 뒤 20일 중국으로 이동한다. 분석가들은 코언 차관의 한중일 3국 방문은 북한의 대외결제담당 은행인 조선무역은행 등 북한의 돈줄을 죄기 위해 한중일 3국에 강력한 협조 요청을 하기 위한 순방으로 풀이하고 있다. 특히 외교 관계자들은 “북한과 이란 등을 상대로 한 금융제재 관련 업무를 맡아온 그의 이번 순방에서 핵심 방문지는 중국”이라고 말했다. 코언 차관과 중국 측 관계자의 협상 테이블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2087, 2094호 결의에서 규정한 대북 금융제재의 다양한 현안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은 최근 독자 제재 리스트에 나선 조선무역은행에 대한 중국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핵심 관심사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돈 흐름을 가장 잘 아는 중국이 겉으로는 북한을 의식해 미국의 단독 제재에 미온적 반응을 보이지만 물밑에서 적극 협력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 고위층과 교류해온 베이징의 한 인사는 “중국의 한 고위 인사가 ‘미국에 조선무역은행이 북한 금융의 숨통이라고 알려준 게 중국이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조선무역은행은 과거 북한의 모든 외화 관리 및 무역자금 결제를 도맡았던 핵심 은행이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해 다른 돈주머니를 만들기 위해 새 은행을 설립한 이후에도 이 은행들의 내규 제정 및 은행 간 결제, 환율 결정, 대외 지급보증 등을 통해 모체(母體)로서의 막강한 통제력을 행사해 왔다. 현재도 조선무역은행은 중국과 홍콩, 마카오는 물론이고 중동과 일부 유럽 국가에 해외 지점을 두고 있으며 2010년부터 북한 내 전자결제카드 ‘나래’ 발행 등 업무도 하고 있다. 또 국가 간 송금과 대금지급을 처리하는 국제결제망인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 간 자금결제통신망 기구)’에 등록된 유일한 북한 은행이다. 다른 북한 은행들이 대외 금융거래를 하려면 조선무역은행을 거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 은행을 제재하게 되면 북한의 ‘돈줄’이 원천 봉쇄되는 셈이다. 한편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 진전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 구체화되는 가운데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이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고 백악관이 18일 밝혔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정전협정 폐기 등 북한의 최근 언동과 관련해 한국 일본 등 동맹이나 중국과 적극적으로 접촉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이 이 이슈에 매우 집중하고 있고 선임 국가안보팀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대답했다.이정은 기자·베이징=이헌진 특파원 lightee@donga.com}
한국이 오랜 불명예인 ‘유엔 분담금 빚쟁이’ 신세에서 곧 벗어난다. 18일 외교부 당국자들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2013년도 외교부 예산을 집행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남아 있던 약 4000만 달러(약 445억 원)의 유엔 평화유지군(PKO) 예산 분담금을 완납했다. 올해 1∼3월 새로 부과된 4000만 달러도 조만간 납부할 예정이다. 이로써 한국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했고 현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이면서도 유엔 분담금 체납국으로 분류되던 오명을 벗고 5월 유엔이 발표하는 ‘분담금 완납국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한국의 유엔 정규 분담금은 연간 약 5500만 달러(2012년 기준)로 전체 회원국 중 11위이다. 정규 분담금과 함께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PKO 예산 분담금은 분쟁지역 상황 및 PKO 활동 범위에 따라 매년 규모가 달라지는데 한국의 체납액은 2011년 말 1억7000만 달러까지 이르렀다. 유엔 사무국은 분담금 체납국의 리스트를 반 사무총장에게 보고할 때마다 한국의 체납 항목에 형광펜으로 표시해서 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어떻게 유엔 사무총장의 고국에서 유엔에 세금(분담금)을 제때 안 낼 수 있느냐’는 메시지였다고 외교부 관계자는 전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유엔 등 국제사회에 내는 분담금의 크기는 그 나라의 국력이나 국격(國格)과 비례한다”며 “한국이 체납국 오명을 벗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22∼30일 러시아 탄자니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콩고를 방문한다. 이번 순방은 시 총서기의 첫 외국 방문이다.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18일 브리핑에서 시 총서기가 4개국을 순방하고 남아공 더반에서 열리는 제5차 브릭스(BRICS) 정상회담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시 총서기의 이번 해외 순방에는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씨가 동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국민 가수로 유명한 펑 씨는 시 총서기 취임 이후 외부에 나서지 않았다. 이번 순방은 퍼스트레이디로서 데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이르면 올해 내에 ‘구글스토어’가 미국과 유럽에도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이 애플스토어를 본떠 자사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독립형 매장을 열기로 한 것. 이는 구글이 오프라인 유통업에 진출하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여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정보기술(IT) 매체인 시넷은 17일 구글 관련 정보사이트인 나인투파이브구글(9to5google)을 인용해 “올해 말 연휴 시즌에 구글이 직접 운용하는 점포들이 미국 주요 도시에 개장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장에서는 크롬북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인 넥서스 시리즈, 앞으로 상용화될 구글글라스 등의 제품이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이미 미국과 영국에서 전자제품 매장인 베스트바이 내에 구글 제품을 판매하는 크롬존을 운영하고 있어 자체 매장 오픈은 시간문제로 여겨져 왔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등도 구글이 마련한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유럽 본부가 있는 아일랜드 더블린에 구글스토어를 오픈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구글은 “아직 최종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혀 구글스토어 오픈 계획을 수립 중임을 시사했다. MS도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할 계획이고,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도 2월 초 열린 골드만삭스 콘퍼런스에서 애플스토어를 30개 더 추가하면서 공격적으로 매장을 늘려나가겠다고 밝혀 IT ‘빅 3’ 업체 간의 오프라인 유통전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뉴욕=박현진 특파원 lightee@donga.com}

“자국(自國)의 통화 가치를 경쟁적으로 떨어뜨리는 것을 자제하자. 환율을 경쟁 우위 확보 수단으로 삼지 않겠다. 정부가 환율에 개입하면 안 된다.” 16일(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막을 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는 정부의 환율 개입에 반대하는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노골적 엔저 정책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시장은 “기존 원칙을 재확인하는 수준으로 G20 회의가 일본에 면죄부를 줬다”고 평가하며 엔화 가치가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 G20 “환율전쟁 자제”… 엔저 언급 없어 이번 회의에서 G20 재무장관들은 양적완화 등 회원국의 국내 정책이 다른 회원국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모니터링하고 이를 최소화하기로 합의했다. 2010년 경북 경주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합의한 일반 원칙을 재확인한 수준이다. 이는 지난달 23∼27일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이 아베노믹스의 성토장이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당시 주요 인사들은 “G20 국가들 사이에서 일본이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번 G20 회의에서 주요 7개국(G7) 인사들은 일본의 엔저 정책을 용인하는 태도를 취했다. 일본의 경제 회복이 세계 경기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됐다. 회의에 참석한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일본 경제가 신속히 회복하는 게 세계 경제에도 긍정적일 것”이라며 “각국에 아베노믹스에 대한 이해를 구했다”고 설명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환율전쟁 논란은 과장됐다”고 말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미국은 경기 부양을 위해 양적완화를 했는데 일본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 엔화 가치 더 떨어져 신흥국 부담 가중 G7을 제외한 13개국은 대체로 일본의 엔저 정책을 견제하고 나섰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회의에서 일본을 겨냥해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며 “양적완화에만 의존하는 건 중장기적으로 큰 비용을 치르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엔저 현상을 지지한 것과 관련해 “기축통화국의 정책이나 발언은 파급 효과가 크므로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최근 엔저 현상과 함께 아시아 통화의 변동성이 빠르게 확대돼 우려된다”고 말했다. 주광야오(朱光耀) 중국 재정부 부부장도 “주요 선진국은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신흥국에 미칠 파급 효과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페르난도 아포르텔라 멕시코 재무부 부장관은 “이번 성명은 환율전쟁을 막기 위한 조치이지만 해당국의 정책 변화를 가져올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G20 회의의 합의 내용이 기존 원칙을 재확인하는 선에 그쳐 엔화 가치가 추가로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일본 시장분석가들은 달러당 엔화 가치가 92.9엔(15일 기준)에서 95엔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멜론뱅크 런던지점의 통화전략가인 닐 멜러 씨는 “일본에 대한 직접 제재가 없다는 점에서 시장은 G20 공동성명을 계속 엔화를 팔아 치우라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신흥국의 반발 등을 감안해 엔화 가치의 하락 속도는 다소 느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김유영 기자·뉴욕=박현진 특파원·세종=유성열 기자abc@donga.com}

케첩과 마요네즈 등을 생산하는 144년 역사의 세계적인 미국 식품업체인 하인즈.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회장(사진)이 이 회사를 사들였다. 미 주요 언론은 14일 버핏 회장이 이끄는 투자자문회사 버크셔해서웨이와 브라질 투자회사 3G캐피털이 하인즈를 함께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인수 가격은 280억 달러(약 30조 원)로 미 식품업계 인수합병 사상 최대 규모다. 기존 주주는 13일 종가에 19%의 프리미엄을 얹은 주당 72.30달러에 주식을 팔게 된다. 하인즈는 미국 케첩 시장 1위 업체로 피클과 냉동식품, 스파게티 소스 등 가공 음식을 판매하고 있으며 최근 미국 시장에서 판매가 부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인수로 하인즈는 세계 시장 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하인즈그룹 상속자의 전 부인인 테리사 하인즈 씨는 존 케리 신임 미 국무장관의 부인으로 케리 장관은 이번 회사 매각으로 100만 달러 이상을 챙기게 됐다. 테리사 씨는 1991년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한 하인즈그룹 상속자인 존 하인즈 3세 전 공화당 상원의원과 결혼했었다. 남편 사망 후 테리사 씨는 케리 장관과 재혼했다. 케리 장관은 2011년 가족 재산 공개에서 부인이 하인즈 주식 300만 달러어치를 보유했다고 밝혔으며 이번 매각으로 주식 가치가 100만 달러가량 오를 것으로 보인다.뉴욕=박현진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14일 시각장애인의 시력을 일부 회복시켜 주는 ‘인공망막’을 처음으로 승인했다. 이번 승인은 시각장애 연구에 큰 이정표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에 FDA 승인을 받은 인공망막은 세컨드 사이트 메디컬 프로덕트가 개발한 ‘아르구스-2(Argus Ⅱ)’다. 이를 장착하면 횡단보도나 전방에 사람이나 차량의 존재 유무, 대형 글자나 숫자 등을 인식할 수 있다. 작동 방식은 이렇다. 안경에 장착된 비디오카메라를 통해 포착한 영상 신호를 유선을 통해 허리에 찬 변환장치로 보낸다. 변환된 신호는 다시 유선으로 안경 옆의 송신기로 전달된다. 이 송신기는 무선으로 안구 안쪽의 수신기로 전달되고 이 신호가 망막에 이식된 전극판을 통해 시신경에 전달된다. FDA는 “환자의 시력을 완전히 회복시킬 수는 없지만 어둠과 밝음을 구별하고 물체의 형상을 감지할 수 있어 일상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신경까지 망가진 시각장애인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번 인공망막 개발에는 수년간 미국과 유럽의 시각장애인 50명이 임상실험에 참가했다. 미 볼티모어의 엘리아스 콘스탄토폴러스 씨(74)는 뉴욕타임스(NYT)에 “아무것도 볼 수 없었던 것에 비하면 상당한 변화”라고 말했다. 인공망막 연구에 재정지원을 해 온 미 국립안(眼)협회는 “이번 승인은 시작일 뿐이며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FDA는 이번 인공망막이 색소성 망막증으로 시력을 잃은 시각장애인들에게 시술될 수 있다고 밝혔다. 색소성 망막증이란 망막의 감광세포가 손상돼 완전히 실명하는 유전성 망막질환이다. 미국에서 약 10만 명이 이 질환을 앓고 있으며 한국도 구체적인 통계수치는 없지만 상당수가 이 질환을 앓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FDA는 이번 인공망막은 25세 이상으로 실명 전에 물체의 기본적인 형태와 모양을 구별할 수 있었던 사람으로 제한했다. 미국에서는 뉴욕 캘리포니아 텍사스 메릴랜드 펜실베이니아 5개 주의 7개 병원에서 시술을 받을 수 있으며 비용은 15만 달러(약 1억6000만 원) 정도다.뉴욕=박현진 특파원 lightee@donga.com}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이 12일 글로벌 환율전쟁을 수습하기 위한 성명을 내놓았지만 시장에서 각기 다른 의미로 해석하면서 혼란만 가중시켰다. 15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중앙은행총재 연석회의에서도 환율전쟁의 해법 모색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G7 재무장관은 12일 영국 런던에서 회동을 갖고 최근 엔저로 촉발된 주요국 환율정책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다. G7은 성명에서 환율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원론적인 언급과 함께 “우리는 환율과 통화정책을 각국의 정책 수단을 통해 자국의 (수요 진작 등) 정책 목표를 충족시키는 데 사용해왔다는 것을 재확인한다”고 밝히면서 “우리는 환율을 목표로 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G7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성명의 앞부분을 강조하면서 엔화가치를 떨어뜨려 수출을 늘림으로써 경기를 살리려는 이른바 ‘아베노믹스’를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국의 정책 목표를 충족시키는 데 환율 통화정책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성명에서도 인정했다는 것. 그는 “일본의 정책이 디플레 타개를 위한 것이지 외환시장에 영향을 주려는 것이 아님을 G7이 인정한 것은 의미심장하다”고 강조했다. 성명 발표 후 엔화 가치는 더욱 떨어져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94.4엔까지 치솟으며 한때 달러에 대한 엔화 가치는 33개월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곧이어 익명을 요구한 G7의 한 관리가 로이터통신을 통해 “시장이 성명을 잘못 해석하고 있다”고 반박해 엔화 가치는 반등했다. 성명의 ‘환율을 목표로 삼지 않을 것’이라는 구절이 환율 변동에 영향을 주려는 국내 정책을 간접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일본을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으나 디플레 타개를 명분으로 통화량을 확대해 엔화 가치가 인위적으로 떨어진 것을 비판한 것이다. 이 같은 성명에 대한 해석의 혼란으로 하루 사이에 달러당 엔화 환율이 1엔 이상 오르내리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여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엔 환율 요요 현상’이라고 전했다.뉴욕=박현진 특파원 lightee@donga.com}
3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을 압박하고 추가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한미일의 대북 양자 제재 프로세스가 본격화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만큼이나 나라별 제재를 통한 ‘실효적 압박’이 중요하다는 학습 효과에 따른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13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잇달아 전화 통화를 갖고 나라별 대북 추가 제재방안에 대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0시 10분부터 20여 분간 오바마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통해 더이상 얻을 것이 없다는 것을 국제 사회가 보여줘야 한다”며 “유엔 안보리 결의안과 더불어 개별 국가 차원의 (대북)제재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과 협력해 유엔 안보리를 통한 대북제재를 포함해 분명한 조치를 취할 것이며 이와 별도로 대량살상무기 저지를 위한 미국 자체의 제재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핵실험으로 아주 어려운 길로 빠져드는 것이다. 미국은 핵우산을 통한 억지력을 포함해 대한민국에 대한 방위공약을 변함없이 지켜나갈 것”이라며 “앞으로도 한미관계가 지속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정부 당국자는 “그동안 시도했던 BDA(방코델타아시아)식 금융제재, 해상봉쇄는 물론이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새로운 제재 수단을 검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오전 9시경 아베 총리와 25분간 통화를 갖고 국가별 추가 제재 방안에 대해 향후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을 비롯한 도발 행위에 대해 한일이 긴밀히 협력하고 한미일 3자가 중심이 되어 중국과도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국제 사회도 안보리 결의를 바탕으로 추가 제재 결의를 즉각 채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과 아베 총리 간 전화 통화는 지난해 12월 아베 내각이 출범한 후 처음 이뤄진 것이다. 과거사 문제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일 관계가 냉각된 상황이지만 북한 핵실험 문제만큼은 한일 공조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유엔 안보리는 12일(현지 시간) 긴급회의를 열고 북한의 3차 핵실험을 강력 규탄하고 새로운 제재가 포함되는 결의안 마련을 위한 논의에 착수하기로 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2월 안보리 의장국인 한국 정부를 대표해 발표한 안보리 언론 성명에서 “안보리는 중대 조치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결의 채택 논의에 즉각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언론발표문은 이례적으로 제재 형식을 가장 높은 수준인 결의안(resolution)으로 미리 정했다. 김 장관은 기자 간담회에서 “성명에 결의안이라는 표현을 넣는 것을 놓고 협의가 길어졌다. 결국 중국도 이를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안보리 차원의 대북 제재 형식이 결정된 만큼 제재 수위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의안을 도출하는 과제만 남았다. 김 장관은 “한국 정부가 의장국을 맡고 있는 이달 내로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결의안에 담을 추가 제재 내용에 대해 한미는 어느 때보다 강경하다.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이날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금융제재 가능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동원 가능한 모든 분야의 제재 조치(measures)를 검토하고 있다”며 “북한의 도발은 결국 고립만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장관은 “1월 채택된 결의 2087호에 들어있는 권고 성격의 새로운 제재 내용을 의무조항으로 격상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이번에는 모든 회원국이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할 내용을 포함시키려고 한다”고 말했다. 유엔 결의 2087호에는 금융제재, 해상 선박 검색 강화, 무기와 관련된 전면적인 수출입 통제 등이 권고 형태로 들어 있다. 대북 제재 결의안이 넘어야 할 마지막 관문은 역시 중국이다. 이날 긴급회의에서도 일부 제재 내용을 언론 성명에 담아 북한 핵실험에 대한 국제 사회의 의지를 보여주자는 의견에 중국이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 이후 유엔 결의 2087호가 40여 일 만에야 나온 것도 중국을 설득하는 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이승헌 기자·뉴욕=박현진 특파원 ddr@donga.com}

김황식 국무총리(사진)가 퇴임 후 독일에서 머물며 공직 생활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외교통상부와 국무총리실에 따르면 김 총리는 최근 퇴임 후 독일로 가고 싶다는 뜻을 밝히고 머물 장소를 물색 중이다. 김 총리는 독일의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로 가기를 희망하고 있으나 주독일 대사관에서는 전직 총리에 대한 예우를 갖출 수 있도록 베를린 체류를 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김 총리가 독일의 어느 도시에 머물면서 어떤 활동을 하게 될지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과거 법관 재직 시 독일 마르부르크에서 연수를 했던 인연으로 평소에도 독일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깊다고 한다. 그는 총리로 재직하면서 진행한 여러 강연에서 독일의 사례를 언급했고 독일에서 유학한 사람들의 모임인 ‘아데코(ADeKo)’ 행사에도 빠지지 않고 나간다고 지인들이 전했다. 박근혜 정부의 국무총리 인선이 난항을 겪을 당시 유임설이 끊이지 않았던 김 총리는 정홍원 후보자의 지명으로 한숨을 돌린 분위기다. 총리실 관계자는 “김 총리는 대법관과 감사원장에 이어 총리까지 40년 가까이 공직자의 신분으로 쉬지 않고 달려왔다”며 “이제는 주위의 관심이나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여유를 찾을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북한의 3차 핵실험 가능성을 둘러싼 한반도 정세의 최대 분수령이 이번 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연두교서 발표(12일)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16일) 등 북한이 핵실험일로 선택할 만한 특정일이 몰려 있다. 북한은 지난달 23일 외무성 성명을 시작으로 잇달아 핵실험 계획을 암시하는 발언을 쏟아내 왔다. 그러나 언제 핵실험 단추를 누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일부 정부 당국자와 전문가들은 북한이 박근혜 정부 출범일(25일)까지 핵실험을 하지 않을 가능성도 언급하기 시작했다. 북한의 핵실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4가지 핵심 요인을 짚어봤다. ①중국의 ‘채찍’과 ‘당근’ 중국이 북한의 핵실험을 막기 위해 자국 내 북한의 금융계좌 일부를 동결했거나 에너지와 군 식량 등의 지원을 줄이는 식으로 모종의 조치를 취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정부 당국자는 “중국이 북한을 상대로 열심히 움직이고 있는 것은 맞다”며 “외부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이미 행동에 나섰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겉으로는 북한을 연일 강하게 압박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북한을 회유하기 위한 ‘당근’을 제시했을 가능성도 있다. 중국이 오랜 혈맹관계를 유지해 온 북한을 강경책만으로는 바꿀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방중과 이를 통한 ‘김정은 체제’ 공고화 약속, 대북 원조의 확대 등이 당근이 될 수 있다. ②유엔 등 국제사회의 강력한 경고 한국과 미국은 북한 핵시설의 선제타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북한에 초강경 경고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군 당국은 11일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군사분계선(MDL) 인근 북한의 장사정포 진지와 공기부양정 같은 기습침투 기지를 무력화할 때 무인 공격헬기를 이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북한의 추가 도발 시 ‘중대 조치’를 취할 것임을 천명하고 대응조치를 준비 중이다. 이런 고강도의 전방위 대북 제재와 외교적 고립을 북한이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에 따라 향후 북한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③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 북한이 아직까지 핵실험을 미루고 있는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겨냥해 대남 메시지를 던져놓고 대응을 지켜보며 향후 전략을 저울질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 당선인이 ‘북핵 불용’ 원칙에 따라 대북강경책을 펼 경우 북한으로서는 앞으로 5년간 또 다른 남북관계 암흑기를 감내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북한이 2월 이후로 핵실험 시기를 넘기면서 장기전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핵실험장 내 계측장비가 습도에 약해 설치 후 2주 내에 실험하려 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정부 고위 당국자는 “그런 (기술적인) 것은 큰 문제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핵실험 실시 여부나 시기는 철저히 정치적 판단에 따라 결정될 것이란 설명이다. ④북한 내부 상황 정부는 북한 내부의 움직임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김정은이 권력 기반이 취약한 상태에서 군부 강경파에 떠밀리듯 핵실험을 한다면 국제사회의 설득과 압박이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핵실험은 북한 군부와 당 관료들의 ‘엘리트 정치’가 작동하는 중요한 결정”이라며 “김정은이 핵실험을 강행하면 군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앞으로 군부에 끌려다니게 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국무총리실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1일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 아들의 병역면제와 관련해 “당시 허위 병역면제는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며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정 후보자에 대해 제기될 수 있는 의혹의 단초를 사전에 제거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준비단은 이날 오후 ‘총리 후보자의 자제 병역면제 관련 해명’ 자료를 배포하고 “당시 사회지도층의 병역 비리가 사회문제화되면서 군 신체검사가 대폭 강화된 시점이었고, 정 후보자가 광주지검장으로 재직하고 있을 때라 아들의 병역 사항은 공개 대상이었다”고 강조했다. 현직 검사인 정 후보자의 아들 우준 씨(35)는 1997년 첫 신체검사에서 1급 현역 판정을 받았으나 4년 뒤인 2001년 재검에서 디스크(수핵탈출증)로 5급으로 병역을 면제받았다. 우준 씨는 최대 병역비리로 불리는 1998년 ‘박노항 원사 사건’이 터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재검을 받았기 때문에 허위 병역면제는 불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준비단은 우준 씨의 개인병적 기록표와 2001년 신검 당시 제출한 병사용진단서, 진료기록 등도 공개했다. 준비단은 또 정 후보자의 재산 명세와 관련해선 “설 연휴(9∼11일)로 관련 자료 확인이 어려워 연휴 직후 금융기관의 최종 확인 등을 거쳐 13일 오전 중 해명자료를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후보자는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으로 재직했던 2011년 8월 공직자 재산공개 당시 본인과 배우자 등 가족 명의로 총 19억여 원의 재산을 신고했었다. 민주통합당은 이에 대해 현미경 검증을 예고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이날 민병두(간사) 전병헌 이춘석 최민희 홍익표 의원을 인사청문위원으로 선임했다. 민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정 후보자가 변호사 시절 2년 동안 예금이 5억 원 정도 늘어난 점과 아들의 병역 면제 과정에 대해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청문회 일정은 다음 주 중반인 19∼21일경이 될 것으로 보인다.이정은·김기용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