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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당국이 이르면 다음 주 중(15∼19일) 한미 원자력협정의 개정을 위한 본협상을 재개한다. 그러나 북한의 핵위협이 연일 고조되면서 미국의 ‘비핵화’ 정책 노선도 더욱 강경해지고 있어 정부의 협상 전략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 정부는 협정의 종료(사실상의 폐기)까지 염두에 둔 배수진 전략을 펼 방침이어서 동맹관계인 한미 양국이 각자의 국익을 위한 치열한 ‘핵 담판’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12, 13일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의 방한 일정이 마무리되는 대로 워싱턴에 협상팀을 파견해 원자력협정의 6차 본협상을 개시할 예정이다. 정부는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진전된 협상 결과를 내놓는 것을 목표로 막바지 협상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한때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해 본격적인 실무협상을 6월 이후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강한 주문에 따라 협상 기조를 ‘정면 돌파’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3월 만료되는 협정의 개정안이 미국 의회를 최종 통과하기 위해서는 180일간의 유예기간을 둬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8월까지는 협상 초안이 나와야 한다. 정부는 적당히 타협하기보다 협정이 깨지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상정해 우리의 요구를 최대한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지만 ‘북한의 잇단 핵 위협 때문에 남한의 요구를 들어주기가 더 어렵게 됐다’는 미국의 부정적 기류를 넘어서야 하는 상황이다. 일부 전문가는 “북핵 위협을 역으로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전 통일연구원장)는 “‘북한의 핵 위협에 남한이 그대로 노출돼 있는 상황을 한국 국민은 용납할 수 없다. 미국은 동맹국의 그런 현실을 외면할 것인가’라며 더 강하게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북한 외무성이 5일 중국 러시아를 포함한 평양 주재 외국 공관들에 “전쟁이 날 것에 대비해 직원들을 철수시키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평양 주재 외국 공관을 상대로 한반도 상황을 거론하며 철수를 권고한 것은 처음이다. 평양에 지국을 둔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은 이날 “북한 외무성이 한반도의 긴장 상황과 관련해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관 및 단체들의 직원을 철수시킬 것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러시아뿐 아니라 평양에 대사관을 두고 있는 24개국 대사들을 이날 오후 3시경 모두 외무성으로 불러 이런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는 따로 불렀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전했다. 영국 외교부도 성명에서 “북한 당국으로부터 4월 10일 이후에는 북한에 있는 대사관과 국제기구 직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북한 여행 관련 경고 등급 상향 조정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김장수 대통령국가안보실장을 중심으로 외교안보수석실과 외교부 당국자들이 함께 북한이 전달한 내용 및 관련 움직임을 파악 중이며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관련 내용을 즉각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 외무성이 평양 주재 외교관들에게 철수를 권고했다는 사실을 일부 국가로부터 확인했다”며 “다만 들은 이야기들이 서로 다른 부분이 있어 정확한 내용을 추가로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러 설이 있다. 철수하라고 했다는 말도 나오고 전쟁이 나면 어떻게 철수할 것인지 계획을 밝히라고 했다는 말도 같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주한 영국대사관 관계자는 “평양 주재 대사관에 확인해본 결과 북한이 ‘미국이 전쟁을 일으키면 우리가 전쟁을 해야 하는데 이 경우 당신들이 탈출해야 할 테니 그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4월 10일까지 알려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위기감을 고조시키기 위한 심리전일 가능성이 크지만 아직 정확한 진의가 파악되지 않고 있는 만큼 북한 동향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정부는 주한 외교단에 현재 한반도 상황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음을 설명하고 불필요하게 동요하지 말 것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외무성에서 철수 관련 내용을 통보받은 대사관들은 실제 외교관들을 철수시킬 계획인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 주재 러시아대사관 데니스 삼소노프 공보관은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에 “대사관이 북한 측의 제안을 접수했지만 아직 직원 철수와 관련한 결정은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평양은 현재 아주 평온하고 어떤 긴장감도 느껴지지 않고 있다. 대사관은 정상 운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이정은·허진석 기자 lightee@donga.com}
북한의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TV’는 4일 “개성공업지구에서 덕을 보는 것은 우리(북한)가 아니라 괴뢰 패당과 남조선 영세 기업가들”이라고 주장했다. ‘개성공단이 북한에 절실한 현금의 유입 창구여서 폐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남한 내 지적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에 대한 남북의 레버리지(지렛대) 중 어느 쪽이 더 크냐는 논란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절대적인 금전 손실 규모는 남한이, 상대적인 경제적 타격은 북한이 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단순히 금전적 측면에서만 보면 개성공단 폐쇄 시 남측이 보는 피해 규모는 5조∼6조 원으로 추산된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밝혔다. 이 추정 금액은 △지금까지 개성공단 내 인프라 구축과 설비 투자에 들어간 돈(약 1조 원) △123개 입주기업들이 생산 중단으로 보는 피해(약 2조 원) △원자재를 납품하는 국내 협력사 3000여 개의 피해 규모 등을 모두 합친 금액이다. 그러나 2004년 개성공단이 문을 연 이후 10년간 설비 감가상각 등을 감안하면 피해규모는 1조∼2조 원대로 낮아진다는 주장도 나온다. 북한의 처지에서는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일단 매월 715만9000달러(약 80억 원)에 이르는 근로자들의 임금이 곧바로 끊긴다. 5만4000여 명의 북한 근로자와 그들의 가족(4인 가구 기준) 등 총 20만 명 이상의 생계에 직격탄이 된다. 임금의 절반을 세금 등의 명목으로 떼어온 북한 당국의 돈줄도 함께 막힌다.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벌어들이는 외화는 전체의 12%로 알려져 있다. 특히 대외 이미지 손상이 치명적일 수 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개성공단 폐쇄의 피해는 경제적인 측면보다는 남북 소통과 협력의 마지막 보루가 상실된다는 정치적 피해가 훨씬 더 크다”고 말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북한이 2일 영변의 5MW급 흑연감속로 재가동을 선언한 것은 ‘쓸 수 있는 핵카드는 다 꺼내 놓자’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대외 협상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북한 원자력총국 대변인은 이날 “현존 핵시설들의 용도를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 노선에 맞게 조절 변경해 나가기로 했다. 우라늄농축공장을 비롯한 영변의 모든 핵시설과 2007년 10월 가동을 중지하고 무력화했던 5MW 흑연감속로를 재정비, 재가동하는 조치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의 비핵화가 실현될 때까지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확대 강화해야 한다. 이런 사업들은 지체 없이 실행에 옮겨진다”며 핵물질 추가 생산 의지를 밝혔다. 북한은 2007년 6자회담의 ‘2·13합의’와 ‘10·3합의’에 따라 영변 핵시설의 가동을 중단하고 흑연감속로의 냉각장치 등 주요 부품을 뜯어내는 ‘불능화 조치’를 취했다. 이듬해 8월에는 냉각탑을 폭파했다. 북한이 앞으로 흑연감속로를 재가동해 플루토늄을 다시 생산하면 현재 가동 중인 우라늄농축시설에서 나오는 고농축우라늄(HEU)과 함께 핵실험에 필요한 여분의 핵물질을 추가로 확보할 것으로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2008년 흑연감속로 가동을 중단할 때까지 약 40kg의 플루토늄(핵무기를 7개가량 제조할 수 있는 분량)을 생산했으나 이 중 상당 부분을 1∼3차 핵실험 때 소모한 것으로 추정해 왔다. 윤덕민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이 핵무력 건설을 위해 가능한 한 모든 능력을 전면 동원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며 “2008년 불능화 조치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만큼 흑연감속로 재가동까지 채 1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핵시설 재가동에 들어간 뒤 그 동결을 다시 협상카드로 사용하는 형태를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중국 정부도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훙레이(洪磊)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조선반도(한반도)의 비핵화 실현과 조선반도 및 동북아 평화 안정 수호가 중국의 일관된 주장”이라며 “관련국들이 냉정과 자제를 유지하고 조속히 대화와 협상의 궤도로 돌아와 함께 문제를 적절히 해결할 방법을 찾기를 호소한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핵무력 건설’과 함께 병진 노선의 2대 축을 이루는 ‘경제 건설’을 위해 신임 박봉주 내각 총리와 가까운 인사를 중심으로 경제 관료를 교체했다. 2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최고인민회의 12기 7차 회의는 화학공업상에 이무영 부총리를 임명했다. 이무영은 2003년 박봉주가 처음 총리로 승진했을 때 그의 후임으로 화학공업상에 임명됐다. 박봉주가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 당 책임비서일 때 이무영은 이 기업 기사장(부지배인)을 지냈다. 강영수 도시경영상, 이춘삼 국가자원개발상, 김경준 국토환경보호상도 10년 전 박봉주가 처음 총리로 일할 때 인연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조숭호·이정은 기자 shcho@donga.com}
정부가 최근 원자력업계에 “한미 원자력협정이 만료될 가능성에 대비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곧 본격화될 미국과의 개정 협상을 앞두고 협정 파기까지 염두에 둔 ‘배수진 전략’으로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협정이 깨지면 미국으로부터 받아온 우라늄 원료와 기술, 자재 공급이 모두 중단될 뿐 아니라 한국이 기존에 갖고 있던 것도 반환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국내 원전 운영은 물론이고 아랍에미리트(UAE)에 짓고 있는 원전 및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겨냥한 원전 수출 프로젝트에도 빨간불이 켜진다. 1일 정부 및 원자력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한미 원자력협정이 만료될 경우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대비하라”는 지시를 업계에 내려 보냈다. 2014년 3월이 시한인 이 협정은 한미 양국이 끝내 개정안 도출에 실패하면 자동으로 만료된다. 정부는 조만간 미국에 6차 본협상 재개를 공식 요청할 계획이다. 지난해 2월 5차 협상이 결렬된 이후 14개월 만이다. 협상팀은 미국이 보내온 개정 초안에 대한 검토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워싱턴과 서울에서 잇달아 열리는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본협상 재개 일정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41년 만의 협정 개정을 위한 이번 협상에서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권리를 요구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당장 우라늄 농축이나 핵연료 재처리를 하겠다는 게 아니다. 최소한 협정문에 그런 내용을 명문화해 장기적으로 ‘핵의 평화적 이용 권리’를 보장받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사용후핵연료를 파이로프로세싱(건식 처리) 방식으로 재활용하고 우라늄 확보는 해외의 농축회사 지분을 매입하는 형식 등으로 진행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미국은 핵 비확산 정책과 ‘골드 스탠더드’(재처리와 농축을 모두 금지)를 앞세워 완강한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솔직히 북한은 ‘성가신 존재’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 그들과의 통일이 필요한가.”(20대 취업준비생) “내 가족에게 쓸 돈도 빠듯하다. 나랑 상관없는 북한 사람들을 위해 내 돈 쓰기 싫다.”(30대 주부) 20대는 통일 실현 가능성과 필요성에 대해 가장 비관적이고, 30대는 통일 준비를 크게 부담스러워했다. 동아일보의 창간 93주년 기념 통일 의식 여론조사 결과다. 전문가들은 “20, 30대야말로 통일 코리아의 주역이 돼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그들은 ‘통일 비관 세대’로 굳어질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통일연구원 조정아 연구위원은 “취업과 결혼, 육아의 어려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 등 20, 30대의 고민과 통일 준비를 함께 풀어나가는 접근법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 남한 20대에 북한은 ‘외국보다 먼 민족’ 대학생 박지수 씨(25·여)는 “통일이 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지만 남북의 사회적 경제적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달라서 통일이 되기는 너무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취업시험 준비 중인 윤모 씨(27)도 “북한이 핵무기까지 개발한 현실에서 통일이 쉽게 될 수 있겠느냐”며 “북한이 연평도 포격이나 천안함 폭침 같은 도발만 하지 말고 조용히 있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우리를 성가시게 하지만 않으면 된다’는 것이었다. 본보 조사의 통일 시기 질문에서 ‘절대 통일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이 20대(33.4%)가 전체 평균(28.3%)보다 5.1%포인트나 높은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통일교육원 이미경 교수는 “청년층의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탈북자에게도 고스란히 투영된다. 북한이 도발을 일으킬 때마다 탈북자들이 사회적 냉대로 곤욕을 치르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말했다. ‘형제나 자녀가 탈북자와 결혼해도 괜찮은가’라는 물음에 대한 20대의 부정적 답변은 42.5%로, 연령대별 구분에서 가장 높았다. 특히 20대 여성(50.8%)의 거부감이 가장 컸다. 반면 ‘다문화가정 자녀와의 결혼’에 대한 질문에서는 20대의 부정적 답변이 30.9%에 그쳐 다른 연령대보다 낮았다. 글로벌 세대인 20대가 다문화는 포용하면서도 탈북자는 못 끌어안고 있는 것이다. 이 교수는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해 북한 체제와 주민을 구분해서 바라볼 수 있도록 인식 변화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건준 씨(20)는 “같은 말과 글을 쓰지만 북한은 갈 수 없는 나라다. 공감하고 공유할 경험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외국보다 더 멀게 느껴질 때가 있다”고 말했다. ○ 통일을 저축할 여유 없는 한국의 30대 이번 통일 의식 조사에서 30대가 보인 특징은 ‘통일 준비 비용 부담’에 가장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연령대별 구분에서 유일하게 부정 답변(50.6%)이 긍정 답변(48.0%)보다 많았다. 특히 30대 여성의 ‘부담할 의사 없다’는 답변(55.0%)은 성별 및 연령별 구분에서 가장 높았다. 이른바 ‘워킹맘’인 이지은 씨(38)는 “애들이 한창 클 나이여서 돈 쓸 일이 정말 많다. 먹고살기 빠듯한데 통일 비용으로 뭔가가 지출된다는 것 자체가 달갑지 않다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두 아이의 엄마인 정수연 씨(37)도 “30대 여성 중 상당수는 아직 애들이 어리고 직장에서도 자리 잡아 가는 중이라 큰 변화가 두려운 시기”라며 “직면한 현실적 문제가 너무 많아서 통일 문제를 생각할 여유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전영선 건국대 교수는 “대학생 등 젊은 세대가 북한을 통합의 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분단을 기정사실화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우리나라 지도를 그리라고 하면 한반도가 아니라 남한 지도만 그리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 연구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개인주의적이고 자유분방한 젊은 세대들이 북한을 이해하기도 싫고 통일에 대한 부담을 지기도 싫다는 것”이라며 “실질적인 통일 교육과 통일 비전 제시가 이뤄지지 않으면 통일 무관심 세대로 방치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통일 준비를 위한 재원 마련은 국민적 공감대 없이는 힘을 얻기 어렵다. 경제활동의 근간이 될 30대의 부정적 태도는 통일 대비의 적신호로 받아들여진다”면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조숭호·이정은 기자 shcho@donga.com}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29일 0시가 넘은 시간에 군 최고 수뇌부를 긴급 소집해 작전회의를 열고 군 전략로켓부대에 ‘사격 대기 상태’에 들어갈 것을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이 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이날 0시 반 ‘전략미사일 부대의 화력타격 임무에 관한 작전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현영철 총참모장, 이영길 총참모부 작전국장, 김영철 정찰총국장 겸 부총참모장, 김락겸 전략로켓군사령관 등이 참석했다고 통신은 전했다.김정은은 회의에서 “아군전략로케트(미사일)들이 미국 본토와 하와이, 괌도를 비롯한 태평양작전전구 안의 미제 침략군 기지들, 남조선 주둔 미군기지를 타격할 수 있게 사격 대기 상태에 들어가라”고 지시했다. 특히 미군 B-2 스텔스 폭격기의 한반도 진입에 대해 “핵전쟁을 일으키겠다는 최후통첩”이라며 “미제의 핵 공갈에는 무자비한 핵 공격으로 대답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김정은이 심야에 최고사령부 회의를 소집하고 이를 북한 매체가 곧바로 전한 것은 이례적이다. 북한 지도부가 B-2 스텔스 폭격기의 한반도 진입에 반발해 북한의 미사일 부대가 언제든지 실전 발사를 할 수 있음을 보여 주려는 의도로 보인다.군 당국은 최근 북한 미사일 부대의 차량과 병력 움직임이 급증한 정황을 포착하고 예의 주시하고 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한미 정보 당국은 북한의 스커드와 노동, 무수단 등 탄도미사일의 동향을 정밀 감시 중”이라고 말했다. 양국 정보 당국은 정찰위성과 공중조기경보기, 영상·신호 첩보기를 24시간 가동해 북한 전역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 차량(TEL)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이와는 별도로 북한은 이틀째 경비정과 같은 다수의 소형 함정으로 구성된 해상 전력으로 북한 연안에서 기동훈련을 실시했다. 오전에는 북한의 미그-21 전투기 1대와 Mi-2 헬기가 서부전선의 전술조치선(TAL) 인근까지 접근했다가 한국 공군이 대응 출격하자 돌아갔다. TAL은 북한 전투기가 이륙 후 3∼5분 내에 수도권에 도착하는 점을 감안해 군이 군사분계선(MDL)과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20∼50km 북쪽 상공에 가상으로 설정한 선이다. 서부전선 최전방에 주둔한 북한 2군단 포병부대는 장사정포 40여 문을 갱도 밖으로 꺼낸 것이 포착됐다. 이에 군은 “군사판정검열(훈련 뒤 장비 검열)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국도 대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은 28일(현지 시간) 워싱턴 국방부 청사에서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과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과 호전적인 언사는 위험 수준으로 올라갔다. 우리는 어떤 우발적 사태에도 대응해야 하고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작전회의 사진에서는 김정은과 북한군 지휘관들 뒤로 ‘잠수함 40척, 상륙함 13척, 소해함 6척, 보조함선(지원 함정) 27척, 비행기종 1852대…’ 등이 적힌 상황판이 그대로 노출됐다. 우리 군 관계자는 “‘보안사고’로 보이지만 대남 대미 협박을 위해 의도적으로 노출했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이정은 기자·윤상호 군사전문기자·워싱턴=신석호특파원 lightee@donga.com}

북한이 서해지구 군통신선을 단절한 다음 날인 28일 개성공단에 입주한 남한 기업들의 입출경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청와대와 통일부에 따르면 개성공단관리위원회에 나와 있는 북측 중앙개발지도총국 소속 협력부장은 이날 오전 7시 55분경 남측에 통행 승인 사실을 알려왔다. 북한이 위협 수위를 높이면서도 ‘돈줄’인 개성공단의 활동을 막지는 않은 것이다. 오전 8시 30분 161명을 시작으로 총 405명이 개성공단에 들어갔고 예정됐던 424명이 귀환했다. 개성공단 체류 인원은 887명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이 통신선을 차단한 만큼 앞으로도 개성공단관리위를 통해 우회적으로 통행 업무를 처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국민의 신변안전과 입주기업들의 생산 활동에 차질이 없도록 24시간 비상연락체계를 가동해 만일의 사태에 면밀히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현재 특이동향은 없다”며 “군통신선은 단절됐지만 남측과 개성공단 (입주기업들) 간 전화와 팩스 등 일반통신 1300회선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전면적인 대타격전이 개시될 것”이라며 “무자비한 불소나기를 퍼부을 첫 중심과녁은 조선인민의 철천지원수인 미제”라며 미국을 겨냥한 위협을 이어갔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한국이 주도할 ‘키-디플로머시(KI)’의 핵심 전제는 미국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이다. 미국은 20년 가까이 북한과 핵 협상을 진행해온 중심이었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북한이 핵 협상의 유일한 상대로 여기는 국가다. 이 때문에 한국이 대북정책의 주도권을 행사하며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리의 패턴대로 미국을 잘 이끌어야 하는 것이다.○ “미국은 너무 피곤하다” 워싱턴과 서울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북핵 문제에 대해 극심한 피로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미국은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를 시작으로 베를린과 제네바 등에서 수많은 북-미 양자회담을 진행해왔다. 2003년부터는 6자회담을 비롯한 여러 다자 협상을 통해 북한을 어르고 달랬다. 방코델타아시아(BDA)식 금융제재를 동원해 북한에 채찍을 들이대기도 했고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를 앞세워 북한의 태도 변화를 압박해 보기도 했다. 결과는 모두 실패였다. 워싱턴에서 대북 비둘기파는 거의 고사(枯死)했다. 이들이 북한 관련 세미나를 열려고 해도 후원금조차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철저히 외면당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간신히 이끌어냈던 ‘2·29 북-미 합의’ 직후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는 그나마 남아있던 이들의 입지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결정타였다. 전문가들은 이런 미국 내의 흐름이 역설적으로 한국의 대북정책 주도권 행사에 탄력을 불어넣는 환경을 만들어줬다고 보고 있다. 신기욱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APARC) 소장은 “북핵 문제는 미국에 여전히 중요하지만 해결 방법이 없다 보니 이제 한국이 해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이 당장 북한의 핵개발을 중단시키라는 것이 아니라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마련해 놓으면 여기에 미국이 자연스럽게 끼어들며 협상의 동력을 회복해나갈 수 있는 구도가 절실하다는 설명이다. ○ “美가 따라올 길을 한국이 개척해야” 정부는 우선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1단계부터 가동해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남북 관계 개선을 꾀할 방침이다. 북한의 핵개발과 연이은 고강도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1단계인 대북 인도적 지원을 시작하고 이어 호혜적 협력사업(조림사업, 개성공단 등)의 인프라 지원 및 남북 경제협력 확대를 진행시키면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낸다는 복안이다. 이를 통해 신뢰가 충분히 쌓이면 비핵화까지 달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초반 경색 국면을 풀 카드로 정부의 대북특사 파견 등도 거론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27일 외교부와 통일부 업무보고에 앞서 모두발언에서 “서두르지 말고 벽돌을 하나하나 쌓듯이 신뢰를 바탕으로 남북 관계를 차근차근 발전시키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미국 의회와 행정부 내의 대북 강경파가 한국의 이런 정책 이행 과정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다. 일부 강경파는 미국 본토를 타격하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막기 위해 선제타격 같은 극단적인 군사적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벌써부터 북한 문제에 대한 미국의 리더십 약화가 부를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로버트 조지프 전 미 국무부 차관은 이달 7일 미 상원 외교위원회가 개최한 청문회에 나와 “과거 북핵 문제에 대한 교훈 가운데 하나는 대북정책이 성공하려면 미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노무현 정부 시절 대북 유화책을 추진하다 강경파 중심이던 미국과의 정책 엇박자로 양국 간 동맹 관계까지 흔들린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미 측에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충분히 이해시키고 이행 단계별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는 북한이 오판하지 않고 남한을 진지한 협상 파트너로 대하도록 만드는 길이기도 하다”고 했다.이정은 기자·워싱턴=신석호 특파원 lightee@donga.com}

27일 외교부와 통일부의 합동 업무보고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억제력을 바탕으로 하되 인도적 지원과 대화를 통해 향후 남북관계를 풀어나가는 ‘강화된 투트랙’ 접근에 초점이 맞춰졌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낼 수 있을 정도의 신뢰 구축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전향적인 대북정책에 방점이 더 찍히는 분위기였다.○ 점진적-적극적인 남북관계 시도 통일부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9가지 중점과제 중 ‘인도적 문제의 실질적 해결’을 1순위로 앞세웠다. 이어 △당국 간 대화 △호혜적 교류협력 △개성공단 국제화 등 북한에 손을 내밀어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들을 제시했다. 북한의 도발 위협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초기 단계 공약들을 이행해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지가 담긴 부분이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업무보고 후 서울 도렴동 통일부 청사에서 가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남북관계 변화를 위한 노력을, 상황에 구속돼서 수동적으로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며 적극적 의지를 보였다. 그는 “(북한의) 취약계층과 영유아 지원은 상황에 무관하게 하겠다는 점을 일관되게 설명해왔다”고 강조했다. 남북대화와 관련해서도 “이산가족 문제와 마찬가지로 적절한 시기에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사회, 문화 교류 차원의 방북 신청도 허용할 의사를 내비쳤다. 정부 주변에서는 이런 통일부의 업무계획이 북한의 도발 위협이나 핵개발 문제를 도외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했다. 이를 의식한 듯 류 장관은 “남북관계 진전을 통해 북핵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며 “남북대화에서 북핵문제도 다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핵불용’ 원칙을 강조하며 “정부가 추진하려는 원칙은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했다.○ 통일-외교부의 유기적 협력 가능할까 외교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2094호의 충실한 이행과 이를 위한 국제공조, 6자회담 참가국들과의 협의 계획을 보고했다. 통일부와 달리 대북제재 및 이를 통한 강력한 대북억제력의 확보 방안에 무게가 실렸다. 외교부의 업무보고에는 ‘서울 프로세스’의 근간이 될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한미동맹 강화와 한중 관계의 발전, 유라시아 협력 확대 등 북핵문제의 해결 자체보다는 폭넓은 차원에서 이에 도움이 될 내용들이 담겼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공공외교나 국민이 행복한 영사서비스 강화 같은 ‘말랑말랑한’ 정책도 많았다. 비핵화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마지막 3단계에 놓여 있다 보니 현 시점에서는 외교부가 주도적으로 나설 대북 관련 정책이 마땅치 않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한반도 프로세스는 통일부가 주무부서”라며 “우리는 동북아 평화 및 협력 프로세스를 맡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 고위당국자는 “비핵화 논의는 멈춰 서 있지 않고 멈출 수도 없다”며 외교부 내의 물밑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외교안보 분야 업무보고는 그 내용 못지않게 ‘외교부와 통일부의 첫 합동 보고’라는 형식에 정부 안팎의 관심이 쏠렸다. 부처 간 협업을 강화하라는 취지에서 박 대통령이 합동보고를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대북정책의 주도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여왔던 두 부처가 앞으로 어떻게 협업하며 시너지 효과를 낼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정은·조숭호 기자 lightee@donga.com}
핵실험을 비롯한 잇단 도발 위협을 이어가는 북한을 향해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에 이어 보편적 가치인 인권이란 또 다른 칼을 빼들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인권이사회는 22일(현지 시간 21일) 유엔 북한 인권조사기구(COI) 설립 내용이 포함된 결의안을 처리한다. 결의안은 47개 이사국의 압도적 지지로 통과될 것이 확실시된다. 이는 북한의 김정은 지도부를 정면으로 겨냥해 이들의 아킬레스건인 인권유린 문제를 제기하고 단죄하겠다는 국제사회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북한 인권 문제의 새로운 국면 외교통상부 고위당국자는 21일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이 과거와는 달라졌다”며 “COI 설립은 북한 인권 문제 대응이 앞으로 완전히 새로운 차원에서 전개될 것임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북한 인권 문제 대응은 정부가 ‘헬싱키 프로세스’를 바탕으로 공약한 ‘서울 프로세스’를 진행해나가는 데에도 핵심 축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헬싱키 프로세스는 냉전 당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옛 소련을 비롯한 동유럽권의 인권 문제를 경제·안보 분야와 연계해 민주화를 이끌어낸 다자협력의 틀이다. 또 다른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이 COI의 조사를 거부하면 북한의 인권침해 의혹이 결국 유죄로 인정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김정은을 비롯한 책임자를 국제형사재판소(ICC) 법정에 세울 길이 열린다”고 말했다. 유엔의 COI는 지금까지 리비아 시리아 코트디부아르 등 내전이나 유혈충돌로 대량학살, 집단성폭행 등 심각한 반인권범죄가 발생한 나라들에 대해 구성돼 왔다. 내전이나 유혈충돌이 보고되지 않은 북한에 대해 유엔이 COI 설립을 결정하는 것은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문제를 그만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9개 유형으로 분류된 북한 COI의 조사 대상에는 정치범수용소 등에서 벌어지는 고문과 인신구속, 외국인 납치, 생명권 침해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주목되는 조사 대상은 식량권 침해이다. 영유아 등 취약계층의 굶주림을 인권의 문제로 보고 구호가 아닌 조사와 처벌 차원에서 접근하겠다는 것이다.○ COI 지원할 국내 실무그룹 구성해야 북한 COI의 조사위원에는 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3명의 조사위원 중 나머지 2명에는 남미와 아프리카 출신 인사가 거론된다. 최근 제네바를 방문해 유엔인권이사회 회의를 참관한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조사위원들이 적어도 전직 외교장관 수준 이상의 고위 인사가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조사위원들은 유엔의 예산을 지원받고 10여 명의 실무 인력도 배정받는다. COI의 활동 기간은 1년이지만 사안의 비중에 따라 연장이 가능하다. 두 달가량의 실무준비를 거쳐 6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사팀은 한국 중국 일본과 탈북자들이 거쳐 가는 태국 라오스 몽골 베트남 등을 방문해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윤여상 북한인권기록보존소장은 “북한 인권유린 실태에 대해 이미 상당한 증언과 데이터베이스가 축적돼 있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현장 방문이 어렵더라도 꽤 체계적인 조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북한인권단체들은 COI의 활동을 지원할 국내 워킹(실무)그룹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외교부 측은 “유엔이 공식 요청을 하면 이에 따라 워킹그룹 구성 문제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20일 오후 2시경 주요 방송사와 금융회사 전산망이 일제히 마비되는 사상 초유의 정보보안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는 국내 1, 2위 정보보안 업체인 안랩과 하우리의 백신 프로그램으로 위장한 악성코드가 유포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내 기업과 공공기관 대부분이 의존하는 보안업체의 백신 프로그램이 악성코드 확산을 간접적으로 도운 것으로 도둑(해커)이 경비원(보안업체)의 옷을 입고 침입한 꼴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KBS와 MBC, YTN, 신한은행, NH농협은행이 동일한 해커에 의해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했다. 이날 함께 전산망 장애를 겪은 제주은행, 농협생명보험, 농협손해보험의 연관성도 조사하고 있다. 방송사에서는 직원들의 PC가 먹통이 됐고, 금융권은 인터넷 뱅킹과 영업점 창구업무, 자동화기기(ATM) 사용 등이 일시 중단됐다. 방통위는 이번 전산망 마비사태가 정교한 ‘지능형 지속 해킹(APT)’ 공격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해커의 공격에 맞서는 대형 정보보안 업체까지 농락당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해커가 누구인지, 공격의 이유는 무엇인지 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날 전산망 마비사태는 기업들이 백신 프로그램을 최신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설치한 업데이트 관리 서버에서 시작됐다. 안랩과 하우리는 새 백신 프로그램이 나오면 이 업데이트 서버로 전송하는데 해커가 이 과정에서 악성코드를 심은 것이다. 동시다발적인 전산망 마비사태에 따라 방통위와 행정안전부,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 10개 관련 부처는 사이버 위기 평가회의를 열고 이날 오후 3시 사이버 위기 경보 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높였다. 사이버 위기 경보는 위기의 정도에 따라 정상, 관심, 주의, 경계, 심각 단계로 구분된다. 국방부도 군의 정보작전방호태세인 ‘인포콘(INFOCON)’을 4단계에서 3단계로 격상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고 발생 직후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내정자로부터 관련 사실을 보고받고 “우선 조속히 복구하고 원인을 철저히 파악해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이번 사태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이미 현장에서는 북한의 소행이었던 지난해 중앙일보 사이버 공격과 수법이 비슷하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김상훈·이정은 기자 sanhkim@donga.com}
20일 오후 2시 40분경.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주요 방송사와 은행의 전산망이 마비됐다”는 긴급보고가 올라왔다. 연일 고조되는 북한의 대남 위협 때문에 일촉즉발의 긴장 속에 근무하던 국가안보실이 긴박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청와대는 군과 경찰, 국가정보원의 정보망을 총동원해 긴급히 원인 파악에 나섰다. 북한의 소행일 경우 연쇄적인 추가 사이버 공격은 물론이고 도심 테러 등 다른 방식의 도발이 잇달아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특히 촉각을 곤두세웠다. ○ 정부, 초긴장 속 총체적 대비 태세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내정자는 상황이 발생한 지 10분 뒤인 2시 50분경 이 사실을 곧바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박 대통령은 “우선 조속히 복구하고 원인을 철저히 파악해 대책을 강구하라”고 단호히 지시했다. 곧바로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상황실이 본격적으로 가동됐다. 김 내정자는 최순홍 대통령미래전략수석비서관과 국가안보실 산하의 국제협력, 위기관리, 정보융합 비서관 등을 불러 모아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들과 함께 관련 부처들로부터 피해 상황과 원인 등에 대해 종합 보고를 받았다. 오후 3시 10분. 국방부는 군의 정보작전방호태세인 ‘인포콘(INFOCON)’을 기존 4단계에서 3단계로 한 단계 격상했다. 합참의장이 발령하는 인포콘은 5단계 평시 준비태세, 4단계 증가된 준비태세, 3단계 향상된 준비태세, 2단계 강화된 준비태세, 1단계 최상의 준비태세로 구분된다. 군은 국정원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전산망 마비 사태의 원인 분석 작업에 국군사이버사령부와 국군기무사령부, 각 군의 컴퓨터 긴급보안 대응팀(CERT) 전문가들을 동원해 총력 지원키로 했다. 군단급 및 작전사급 이상 부대에서 운용하는 CERT는 군 전산망에 외부 침입 흔적이 있는지 확인하고 문제가 발생하는 즉시 대처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군 전산망을 보호하기 위해 여러 조치를 취했다. (외부 공격에 대비해) 각 부대별 CERT도 강화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범정부 차원의 사이버위기대책본부가 구성돼 실시간 대처 태세를 갖췄다. 민관군 합동 대응팀은 주요 시설의 전산망이나 기간망에 대한 해킹 시도 등을 점검하며 추가 피해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북한의 사이버 테러 가능성에 촉각 청와대 김행 대변인은 이번 사태가 북한의 사이버 테러로 인해 발생했느냐는 질문에 “아직 단정할 수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도 “원인을 예단하기 어렵고 원인 파악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민석 대변인은 “북한의 소행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군이 북한의 사이버 테러 가능성에 어느 정도 무게를 두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정부는 북한이 이달 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제재 결의 2094호를 채택한 직후 반발 수위를 높이자 4차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사이버 테러, 도심 테러, 서해상의 기습 도발 등 여러 시나리오를 상정해 대비책을 마련해 왔다. 따라서 일부 방송사와 금융사의 전산망이 갑자기 동시에 마비된 것은 북한의 공격에 의한 결과일 개연성이 크다. 북한은 남한을 상대로 다양한 사이버 테러를 시도한 전력(前歷)이 있다. 2011년 청와대와 국정원 등을 상대로 두 차례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했고, 농협 전산망도 마비시킨 바 있다.이정은·손영일 기자 lightee@donga.com}

북한 돈줄을 차단하는 대북 금융 제재를 총괄해 ‘미국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데이비드 코언 미 재무무 테러·금융담당 차관(사진)이 20∼22일 중국을 방문한다. 중국은 이에 앞서 중국에서 활동하는 일부 북한은행에 대해 계좌 동결 조치를 취하는 등 금융 제재를 가했다. 코언 차관은 18일 일본을 방문한 데 이어 19일 한국에 도착해 기획재정부와 외교통상부 핵심 관계자를 만난 뒤 20일 중국으로 이동한다. 분석가들은 코언 차관의 한중일 3국 방문은 북한의 대외결제담당 은행인 조선무역은행 등 북한의 돈줄을 죄기 위해 한중일 3국에 강력한 협조 요청을 하기 위한 순방으로 풀이하고 있다. 특히 외교 관계자들은 “북한과 이란 등을 상대로 한 금융제재 관련 업무를 맡아온 그의 이번 순방에서 핵심 방문지는 중국”이라고 말했다. 코언 차관과 중국 측 관계자의 협상 테이블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2087, 2094호 결의에서 규정한 대북 금융제재의 다양한 현안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은 최근 독자 제재 리스트에 나선 조선무역은행에 대한 중국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핵심 관심사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돈 흐름을 가장 잘 아는 중국이 겉으로는 북한을 의식해 미국의 단독 제재에 미온적 반응을 보이지만 물밑에서 적극 협력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 고위층과 교류해온 베이징의 한 인사는 “중국의 한 고위 인사가 ‘미국에 조선무역은행이 북한 금융의 숨통이라고 알려준 게 중국이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조선무역은행은 과거 북한의 모든 외화 관리 및 무역자금 결제를 도맡았던 핵심 은행이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해 다른 돈주머니를 만들기 위해 새 은행을 설립한 이후에도 이 은행들의 내규 제정 및 은행 간 결제, 환율 결정, 대외 지급보증 등을 통해 모체(母體)로서의 막강한 통제력을 행사해 왔다. 현재도 조선무역은행은 중국과 홍콩, 마카오는 물론이고 중동과 일부 유럽 국가에 해외 지점을 두고 있으며 2010년부터 북한 내 전자결제카드 ‘나래’ 발행 등 업무도 하고 있다. 또 국가 간 송금과 대금지급을 처리하는 국제결제망인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 간 자금결제통신망 기구)’에 등록된 유일한 북한 은행이다. 다른 북한 은행들이 대외 금융거래를 하려면 조선무역은행을 거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 은행을 제재하게 되면 북한의 ‘돈줄’이 원천 봉쇄되는 셈이다. 한편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 진전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 구체화되는 가운데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이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고 백악관이 18일 밝혔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정전협정 폐기 등 북한의 최근 언동과 관련해 한국 일본 등 동맹이나 중국과 적극적으로 접촉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이 이 이슈에 매우 집중하고 있고 선임 국가안보팀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대답했다.이정은 기자·베이징=이헌진 특파원 lightee@donga.com}
한국이 오랜 불명예인 ‘유엔 분담금 빚쟁이’ 신세에서 곧 벗어난다. 18일 외교부 당국자들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2013년도 외교부 예산을 집행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남아 있던 약 4000만 달러(약 445억 원)의 유엔 평화유지군(PKO) 예산 분담금을 완납했다. 올해 1∼3월 새로 부과된 4000만 달러도 조만간 납부할 예정이다. 이로써 한국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했고 현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이면서도 유엔 분담금 체납국으로 분류되던 오명을 벗고 5월 유엔이 발표하는 ‘분담금 완납국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한국의 유엔 정규 분담금은 연간 약 5500만 달러(2012년 기준)로 전체 회원국 중 11위이다. 정규 분담금과 함께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PKO 예산 분담금은 분쟁지역 상황 및 PKO 활동 범위에 따라 매년 규모가 달라지는데 한국의 체납액은 2011년 말 1억7000만 달러까지 이르렀다. 유엔 사무국은 분담금 체납국의 리스트를 반 사무총장에게 보고할 때마다 한국의 체납 항목에 형광펜으로 표시해서 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어떻게 유엔 사무총장의 고국에서 유엔에 세금(분담금)을 제때 안 낼 수 있느냐’는 메시지였다고 외교부 관계자는 전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유엔 등 국제사회에 내는 분담금의 크기는 그 나라의 국력이나 국격(國格)과 비례한다”며 “한국이 체납국 오명을 벗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22∼30일 러시아 탄자니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콩고를 방문한다. 이번 순방은 시 총서기의 첫 외국 방문이다.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18일 브리핑에서 시 총서기가 4개국을 순방하고 남아공 더반에서 열리는 제5차 브릭스(BRICS) 정상회담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시 총서기의 이번 해외 순방에는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씨가 동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국민 가수로 유명한 펑 씨는 시 총서기 취임 이후 외부에 나서지 않았다. 이번 순방은 퍼스트레이디로서 데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김황식 국무총리(사진)가 퇴임 후 독일에서 머물며 공직 생활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외교통상부와 국무총리실에 따르면 김 총리는 최근 퇴임 후 독일로 가고 싶다는 뜻을 밝히고 머물 장소를 물색 중이다. 김 총리는 독일의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로 가기를 희망하고 있으나 주독일 대사관에서는 전직 총리에 대한 예우를 갖출 수 있도록 베를린 체류를 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김 총리가 독일의 어느 도시에 머물면서 어떤 활동을 하게 될지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과거 법관 재직 시 독일 마르부르크에서 연수를 했던 인연으로 평소에도 독일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깊다고 한다. 그는 총리로 재직하면서 진행한 여러 강연에서 독일의 사례를 언급했고 독일에서 유학한 사람들의 모임인 ‘아데코(ADeKo)’ 행사에도 빠지지 않고 나간다고 지인들이 전했다. 박근혜 정부의 국무총리 인선이 난항을 겪을 당시 유임설이 끊이지 않았던 김 총리는 정홍원 후보자의 지명으로 한숨을 돌린 분위기다. 총리실 관계자는 “김 총리는 대법관과 감사원장에 이어 총리까지 40년 가까이 공직자의 신분으로 쉬지 않고 달려왔다”며 “이제는 주위의 관심이나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여유를 찾을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북한의 3차 핵실험 가능성을 둘러싼 한반도 정세의 최대 분수령이 이번 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연두교서 발표(12일)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16일) 등 북한이 핵실험일로 선택할 만한 특정일이 몰려 있다. 북한은 지난달 23일 외무성 성명을 시작으로 잇달아 핵실험 계획을 암시하는 발언을 쏟아내 왔다. 그러나 언제 핵실험 단추를 누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일부 정부 당국자와 전문가들은 북한이 박근혜 정부 출범일(25일)까지 핵실험을 하지 않을 가능성도 언급하기 시작했다. 북한의 핵실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4가지 핵심 요인을 짚어봤다. ①중국의 ‘채찍’과 ‘당근’ 중국이 북한의 핵실험을 막기 위해 자국 내 북한의 금융계좌 일부를 동결했거나 에너지와 군 식량 등의 지원을 줄이는 식으로 모종의 조치를 취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정부 당국자는 “중국이 북한을 상대로 열심히 움직이고 있는 것은 맞다”며 “외부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이미 행동에 나섰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겉으로는 북한을 연일 강하게 압박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북한을 회유하기 위한 ‘당근’을 제시했을 가능성도 있다. 중국이 오랜 혈맹관계를 유지해 온 북한을 강경책만으로는 바꿀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방중과 이를 통한 ‘김정은 체제’ 공고화 약속, 대북 원조의 확대 등이 당근이 될 수 있다. ②유엔 등 국제사회의 강력한 경고 한국과 미국은 북한 핵시설의 선제타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북한에 초강경 경고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군 당국은 11일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군사분계선(MDL) 인근 북한의 장사정포 진지와 공기부양정 같은 기습침투 기지를 무력화할 때 무인 공격헬기를 이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북한의 추가 도발 시 ‘중대 조치’를 취할 것임을 천명하고 대응조치를 준비 중이다. 이런 고강도의 전방위 대북 제재와 외교적 고립을 북한이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에 따라 향후 북한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③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 북한이 아직까지 핵실험을 미루고 있는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겨냥해 대남 메시지를 던져놓고 대응을 지켜보며 향후 전략을 저울질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 당선인이 ‘북핵 불용’ 원칙에 따라 대북강경책을 펼 경우 북한으로서는 앞으로 5년간 또 다른 남북관계 암흑기를 감내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북한이 2월 이후로 핵실험 시기를 넘기면서 장기전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핵실험장 내 계측장비가 습도에 약해 설치 후 2주 내에 실험하려 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정부 고위 당국자는 “그런 (기술적인) 것은 큰 문제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핵실험 실시 여부나 시기는 철저히 정치적 판단에 따라 결정될 것이란 설명이다. ④북한 내부 상황 정부는 북한 내부의 움직임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김정은이 권력 기반이 취약한 상태에서 군부 강경파에 떠밀리듯 핵실험을 한다면 국제사회의 설득과 압박이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핵실험은 북한 군부와 당 관료들의 ‘엘리트 정치’가 작동하는 중요한 결정”이라며 “김정은이 핵실험을 강행하면 군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앞으로 군부에 끌려다니게 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국무총리실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1일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 아들의 병역면제와 관련해 “당시 허위 병역면제는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며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정 후보자에 대해 제기될 수 있는 의혹의 단초를 사전에 제거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준비단은 이날 오후 ‘총리 후보자의 자제 병역면제 관련 해명’ 자료를 배포하고 “당시 사회지도층의 병역 비리가 사회문제화되면서 군 신체검사가 대폭 강화된 시점이었고, 정 후보자가 광주지검장으로 재직하고 있을 때라 아들의 병역 사항은 공개 대상이었다”고 강조했다. 현직 검사인 정 후보자의 아들 우준 씨(35)는 1997년 첫 신체검사에서 1급 현역 판정을 받았으나 4년 뒤인 2001년 재검에서 디스크(수핵탈출증)로 5급으로 병역을 면제받았다. 우준 씨는 최대 병역비리로 불리는 1998년 ‘박노항 원사 사건’이 터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재검을 받았기 때문에 허위 병역면제는 불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준비단은 우준 씨의 개인병적 기록표와 2001년 신검 당시 제출한 병사용진단서, 진료기록 등도 공개했다. 준비단은 또 정 후보자의 재산 명세와 관련해선 “설 연휴(9∼11일)로 관련 자료 확인이 어려워 연휴 직후 금융기관의 최종 확인 등을 거쳐 13일 오전 중 해명자료를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후보자는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으로 재직했던 2011년 8월 공직자 재산공개 당시 본인과 배우자 등 가족 명의로 총 19억여 원의 재산을 신고했었다. 민주통합당은 이에 대해 현미경 검증을 예고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이날 민병두(간사) 전병헌 이춘석 최민희 홍익표 의원을 인사청문위원으로 선임했다. 민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정 후보자가 변호사 시절 2년 동안 예금이 5억 원 정도 늘어난 점과 아들의 병역 면제 과정에 대해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청문회 일정은 다음 주 중반인 19∼21일경이 될 것으로 보인다.이정은·김기용 기자 lightee@donga.com}

미국이 7일(현지 시간) 북한의 3차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모든 대응 방안’은 기존에 실행되고 있는 세 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뛰어넘어 미국과 동맹국들의 제재를 좀더 촘촘히 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유엔 안보리는 지난달 만장일치로 결의안 2087호를 채택하면서 북한이 핵실험 등 추가도발을 하면 ‘중대 조치(significant action)’를 취할 것임을 명시했다. 빅토리아 뉼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도 “만약 북한이 도발적인 방향으로 계속 나간다면 유엔 안보리 결의 2087호가 적시한 대로 더 많은 제재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북한이 지난해 12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 성공에 이어 3차 핵실험 강행 의지를 밝히자 국제사회는 이를 저지하기 위한 다양한 제재 방안을 논의해 왔다.가장 강력한 것은 북한 핵시설에 대한 선제타격 주장이다. 북한이 3차 핵실험에 성공할 경우 이는 미국과 국제사회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행동에 나설 때라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형식의 군사 제재도 중국의 반발을 부를 것이 분명해 미국은 경제적 제재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뉼런드 대변인은 “우리는 유엔 안보리 결의 2087호에 규정된 방안에 집중하고 있고, 이는 북한이 행동을 바꾸지 않는다면 경제적인 압박을 계속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뉼런드 대변인은 “안보리 결의 2087호가 종잇조각이 아니며 국제사회에서 실제로 제재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확실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뺀 2008년 조치를 철회하는 방안은 북한이 매우 싫어하는 상징적인 조치가 될 수 있지만 핵과 미사일 개발은 테러 지원과는 구분되는 행동이어서 명분이 약하다.미국 지도부는 일단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포기하도록 ‘구두 경고’에 힘을 쏟고 있는 분위기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국무부 청사에서 한 강연에서 “북한 핵실험은 세계를 더 위험하게 만드는 결과만 가져올 뿐”이라며 “북한은 잇따라 핵실험에 몰두하기보다 피폐한 주민의 삶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존 브레넌 중앙정보국(CIA) 국장 지명자도 상원 정보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북한과 이란 정권은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운반 시스템 획득에 여전히 열을 올리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의무를 준수하거나 주민의 기본 욕구를 충족시킬 생각조차 없다”고 비난했다.한편 북한이 다음 주 중반에 핵실험을 할 경우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유엔 안보리 회의를 직접 주재하게 된다. 김 장관은 한국이 이달 유엔 안보리 순회 의장국 활동의 일환으로 12일 유엔 본부에서 ‘무력분쟁 아래의 민간인 보호’를 주제로 개최하는 공개 토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김 장관은 이후 14일까지 미국과 러시아 등 주요 국가의 유엔 주재 대사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면담하고 북한의 핵실험에 대비한 유엔 차원의 대책을 협의할 계획이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김 장관의 뉴욕 체류 기간에 북한이 핵실험을 하게 되면 그가 직접 안보리 회의를 주재하게 된다”며 “이에 대해 안보리 이사국들의 동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 고위 당국자는 “김 장관이 유엔 안보리 회의를 직접 주재하는 것은 현지 대사가 하는 것보다 더 격상된 협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2월 의장국인 한국은 새벽에라도 회의를 소집할 권한이 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이정은 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