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이헌재 부장

동아일보 스포츠부

구독 57

추천

별로 중요하지 않은, 하지만 누군가에겐 재미있을지도 모를 스포츠의 뒷담화를 전해드립니다.

uni@donga.com

취재분야

2025-11-28~2025-12-28
칼럼42%
생활/가정33%
스포츠일반7%
사회일반3%
국제일반3%
야구3%
日프로야구3%
문화 일반3%
메이저리그3%
  • [이헌재 기자의 히트&런]‘136km 선동열’

    두산 왼손 투수 유희관(28)의 투구 자세는 거의 완벽하다. 최대한 몸을 앞으로 끌고 나와 부드럽게 공을 뿌린다. 코치들이 가장 이상적으로 여기는 자세다. 선수 시절 선동열 KIA 감독을 연상시킨다. 선 감독처럼 시속 150km를 던질 것 같지만 유희관은 국내 프로야구에서 가장 느린 공을 던지는 투수다. 이를 악물고 던져도 140km가 채 나오지 않는다. 올해 던진 가장 빠른 공은 136km. 직구 평균은 132km 내외다. 타자들이 “딱 치기 좋은 공”이라고 말하는 구속이다. 그런데도 타자들의 방망이는 헛돌기 일쑤다. 서서 삼진을 당하는 타자도 많다. 23일 현재 유희관의 성적은 2승 무패, 평균자책점 1.91이다. 평균자책점은 전체 투수 중 1위다. 공은 느린데 성적은 좋은 그의 이름 앞에는 ‘느림의 미학’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느린 강속구’ ‘LTE보다 빠른 3G’ ‘모닥볼러’(모닥불+파이어볼러의 합성어) 등 팬과 언론이 붙여준 별명도 각양각색이다. 여기서 의문 하나. 빤히 보이는 공을 왜 타자들은 못 치는 걸까. 선수와 심판, 팀 관계자들의 대답을 정리하면 이렇다. 스피드건에 찍히는 숫자는 분명 느리지만 실제로 보이는 공은 결코 느리지 않다. 투수와 포수 간의 거리는 18.44m다. 투수는 공을 던질 때 투구판을 밟고 한 발을 앞으로 쭉 뻗어서 던지기 때문에 실제 공이 날아가는 거리는 1m가량 줄어든다. 그런데 유희관은 몸을 최대한 앞으로 끌고 나와서 던져 0.5m가량 더 준다. 유희관의 릴리스 포인트에서 포수 미트까지의 거리를 17m로 치면 그가 던진 136km는 보통 투수들의 140km와 비슷하다. 또 하체를 제대로 쓰는 투구 자세 덕분에 공의 종속(공이 포수 미트에 들어갈 때의 속도)은 보통 투수들보다 2km가량 빠르다. 결국 그의 136km 공은 실제 142km 정도로 느껴진다. 요즘 프로야구에서는 160km의 강속구도 한가운데로 몰리면 얻어맞기 일쑤다. 140km대 초중반의 스피드는 결코 빠르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4가지 구종(직구,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자유자재로 던지는 유희관은 자신의 스피드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안다. 오른손 타자를 상대할 때 그가 삼진을 잡아내는 가장 일반적인 패턴은 스트라이크 존 바깥쪽에 걸치는 체인지업을 던진 뒤 몸쪽에 붙는 직구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것이다. 전광판에 찍히는 스피드는 130km 중반이지만 타자에게는 훨씬 빠르게 느껴져 타자들은 방망이도 휘둘러보지 못한다. 이 공에 삼구삼진을 당한 한 선수는 “헉∼ 소리가 절로 났다. 마치 160km가 들어오는 줄 알았다”고 했다. 한 심판원도 “만만하게 보이는데 막상 치려고 하면 한가운데로 몰리는 공이 거의 없다. 직구와 20∼30km 정도 속도 차이가 나는 변화구를 던진 뒤 몸쪽 직구를 꽂으면 속수무책이다”고 했다. 유희관 스스로가 말하는 호투의 비결은 자신감이다. 상대가 국내 프로야구 최고 타자로 꼽히는 박병호(넥센)라도 마찬가지다. 그는 “공이 느린 투수는 변화구 승부를 하거나 도망가는 피칭을 할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순간 이미 기 싸움에서 밀리는 것이다. 내 공을 믿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던진다”고 했다. 그는 1일 넥센전에서 박병호로부터 3연속 삼진을 뺏었다. 지난해보다 한층 좋아진 것은 왼손 타자 상대 성적이다. 지난해 그의 왼손 타자 피안타율(0.332)은 오른손 타자(0.221)에 비해 1할 이상 높았다. 올해는 오른손 타자에게 주로 쓰던 체인지업을 왼손 타자에게도 사용하면서 오른손 타자(0.221)건 왼손 타자(0.212)건 가리지 않고 잘 잡아낸다. 그리 빠르지 않은 공으로 메이저리그에서 305승을 따낸 전설적인 왼손 투수 톰 글래빈은 “야구를 향한 내 열정은 스피드건에 찍히지 않는다”는 명언을 남겼다. 유희관의 강속구도 스피드건에는 찍히지 않는다. 다만, 타자들의 눈에 빠른 공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04-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런던올림픽 양궁 金 주역들 ‘우수수’

    “양궁 국가대표 되기가 올림픽 금메달 따기보다 어렵다”는 말이 있다. 반쯤 농을 섞은 말로 들리겠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23일 인천 계양아시아드 양궁장에서 막을 내린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대표 선발전에서도 그랬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 출전해 3개의 금메달을 합작했던 남녀 선수 6명 가운데 인천 아시아경기 대표(8명)로 선발된 선수는 남자의 오진혁(현대제철)이 유일하다. 나머지 5명은 경쟁에서 밀려 탈락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양궁 대표팀 터줏대감 임동현(청주시청·사진)이다. 2002년 처음 태극마크를 단 임동현은 2004년 아테네 대회, 2008년 베이징 대회, 2012년 런던 대회까지 3회 연속 올림픽에 나갔다. 또 2005년을 제외하고 매년 세계선수권에 출전했고, 직전 3차례의 아시아경기대회에도 출전했다. 하지만 임동현은 이번 대회에서 6위에 그치며 10년 넘게 몸담았던 태릉선수촌을 떠나게 됐다. 임동현은 경기 뒤 “그동안 유지해오던 기량을 다하지 못한 탓이다. 반성의 시간을 갖고 더 성장하는 계기로 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임동현과 함께 런던올림픽에 나갔던 김법민은 5차 선발전에서 탈락했다. 여자부에서는 런던올림픽 2관왕 기보배와 세계랭킹 1위 윤옥희가 일찌감치 짐을 싸는 등 이번 대회에서는 큰 폭의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남자부에서는 구본찬(안동대), 김우진(청주시청), 이승윤(코오롱)이 2∼4위로 나머지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여자부에서는 정다소미(현대백화점), 이특영(광주광역시청), 장혜진(LH), 주현정(현대모비스) 등이 1∼4위로 출전권을 얻었다.인천=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04-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LG 김기태 감독 성적부진 전격사퇴

    23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LG의 경기. LG의 훈련 시간부터 김기태 감독(사진)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경기가 시작되고 난 뒤에도 감독석은 텅 비어 있었다. 프런트는 물론이고 선수들도 영문을 몰라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김 감독을 대신해 조계현 수석코치가 선수단을 지휘했다. 경기 뒤 LG 구단은 김 감독이 이날 성적 부진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김 감독은 올해까지 남아 있는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게 됐다. 김 감독의 자진사퇴 이유로 저조한 팀 성적을 꼽는 사람이 많다. 2012년 LG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지난해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하며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올해도 큰 기대를 모았지만 시즌 초반부터 투타 엇박자 속에 전날까지 4승 1무 12패로 최하위에 처져 있었다. 최근 10경기에서는 1승 9패로 부진했다. 김 감독은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다. 부끄러운 행동이나 사태에 대해 스스로를 용납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이 때문에 성적 이외에 그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사건이 자진사퇴의 배경이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LG는 “시즌 초부터 이런 일이 발생해 몹시 안타깝다. 선수단은 당분간 조계현 감독대행 체제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감독이 자진사퇴를 발표한 이날 LG는 3-7로 완패하며 4연패에 빠졌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04-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6홈런 놀라운 벨, 이름값 못한 칸투

    지난겨울 LG가 외국인 타자로 조쉬 벨을 영입한다고 발표하자 일부 팬은 “올 시즌 성적을 포기하겠다는 뜻이냐”며 비난을 쏟아냈다. 다른 팀은 메이저리그 100홈런 타자를 데려오는데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홈런이 4개밖에 안 되는 타자를 데려오면 어떡하느냐는 거였다. 벨은 메이저리그 통산 타율도 0.194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벨 없는 LG는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다. 스위치 타자인 벨은 벌써 6개의 홈런을 터뜨려 이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다. 타율도 0.333을 기록하며 정교함을 자랑한다. OPS(출루율+장타력)는 최고 타자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1을 훌쩍 뛰어넘어 1.074나 된다. 3루수로서도 안정적인 수비력을 보이고 있다. 비록 팀이 최하위로 처져 있긴 하지만 벨마저 없었다면 LG는 더욱 힘든 초반을 보냈을 게 분명하다. 팀별로 15∼19경기씩을 치른 21일 현재 대부분의 팀이 외국인 타자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OPS가 1이 넘는 선수가 벨을 포함해 KIA 필(1.058), SK 스캇(1.038), 롯데 히메네스(1.024) 등 4명이나 된다. OPS가 0.935인 NC 테임즈는 5홈런, 12타점을 올렸다. 기대했던 방망이 솜씨 외적으로도 팀에 기여하는 선수로는 넥센 로티노와 한화 피에를 꼽을 수 있다. 당초 외야수로 영입했던 로티노는 요즘 외국인 투수 밴 헤켄의 전담 포수로 마스크를 쓴다. 로티노가 팀의 세 번째 포수를 맡아주면서 넥센은 선수 운용에 한결 여유가 생겼다. 로티노는 아직 정규 타석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타율 0.326에 1홈런, 4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피에는 불같은 성격과 돌출행동으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실력만큼은 수준급이다. 타율 0.328에 14타점을 올렸다. 강한 승부욕을 행동으로 드러내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한화 팬도 많다. 이름값에 못 미치는 유일한 선수는 두산 내야수 칸투다.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04개의 홈런을 때린 칸투는 감기 몸살 등에 시달리며 타율 0.224에 OPS는 0.750의 부진을 보이고 있다. 팀 타율(0.272)과 팀 평균 OPS(0.76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04-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아이스하키 평창 출전… 슬로베니아를 배워라

    “겨울올림픽에 나가고 싶다고요? 그럼 우리한테 배우면 되겠네요.” 경기 고양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1 그룹A 대회에 출전 중인 슬로베니아 협회 관계자가 한국 선수단에 농담처럼 던진 말이다. 아닌 게 아니라 슬로베니아는 아이스하키에 관한 한 기적 같은 나라다. 인구가 200만 명 정도밖에 안 되는 슬로베니아의 남자 성인 등록 선수는 148명에 불과하다. 한국(120명)보다 약간 더 많다. 주니어와 여자 선수를 포함한 전체 등록 선수는 924명으로 한국(2046명)보다 훨씬 적다. 그렇지만 슬로베니아는 세계랭킹 14위에 올라 있는 아이스하키 강국이다. 2월에 열린 소치 겨울올림픽에서도 8강에 들었다. 20일 첫날 경기에서 일본에 1-2로 지긴 했지만 슬로베니아는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슬로베니아의 아이스하키 환경은 열악하다. 프로팀이 올림피야류블랴나밖에 없다. 이 팀은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 헝가리 등 다국적 연합리그인 EBEL에 참가한다. 재정 상황도 좋지 않아 선수들은 지난 몇 개월간 급여를 받지 못했다. 제대로 장비 지원도 받지 못해 선수들이 스틱을 돌려 써야 할 정도다. 자국 내 인기도 그리 높지 않다고 한다. 그럼에도 슬로베니아에서는 유고 연방 시절부터 좋은 선수가 대거 배출됐다. 슬로베니아 아이스하키가 강한 것은 조기 유학 덕분이다. 요즘도 될성부른 떡잎들은 일찌감치 스웨덴이나 독일로 아이스하키 유학을 떠난다. 그리고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 등 국제대회가 열리면 슬로베니아 대표팀 유니폼을 입는다. 이번 대회에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서 뛰는 안제 코피타르(LA 킹스)를 비롯해 주력 선수 8명이 소속 팀의 플레이오프 일정 때문에 참가하지 못했지만 2진급으로도 최강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 슬로베니아에도 져 2연패 한국은 21일 열린 슬로베니아와의 경기에서 0-4로 완패하며 전날 헝가리전 패배에 이어 2연패를 당했다.고양=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04-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오늘의 장면/4월19일]2아웃인데 공수교대로 착각…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롯데의 경기. 2회초 롯데의 공격이 끝난 뒤 공수교대를 하던 양 팀 선수들이 다시 원래 위치로 돌아가는 보기 드문 일이 벌어졌다. 문제는 2-1로 앞선 1사 만루 정훈 타석 때 발생했다. 정훈은 3루수 앞 땅볼을 쳤는데 3루수 허경민의 송구를 받은 포수 양의지의 발이 홈 플레이트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세이프가 선언됐다. 그런데 기록원은 이를 아웃으로 착각했고 전광판에도 투아웃으로 표시됐다. 후속 손아섭이 투수 앞 땅볼로 물러나자 심판원과 기록원은 물론이고 양 팀 선수들까지도 모두 스리 아웃이라고 생각하고 공수교대를 했다. 뒤늦게 이를 발견한 롯데 벤치에서 항의를 했고, 심판진은 4심 합의 끝에 2사 2, 3루에서 경기를 속행시켰다. 이번엔 두산 벤치가 항의하면서 경기는 22분 중단됐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허탈하게 점수를 내준 데다 어깨까지 식어버린 두산 선발 볼스테드는 최준석에게 3점 홈런을 얻어맞으며 무너지고 말았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04-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앞니 없는 스위프트, 평창행 웃음 보여줘

    문제 하나. 야구는 흔히 투수 놀음이라고 한다. 그러면 아이스하키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은 어디일까. 정답은 골리(골키퍼)다. 아이스하키는 스피드가 생명이다. 퍽이 한쪽 골문 앞에서 반대 골문까지 가는 데 1초면 충분하다. 당연히 슛이 쏟아지게 되고 이를 막아내는 게 관건이다. 아이스하키에서는 골리가 팀 전력의 60∼70%를 차지한다는 게 정설이다. 문제 둘. 공격수 다섯 명으로 이뤄진 팀과 수비수 다섯으로 구성된 팀이 붙으면 누가 이길까. 백이면 백 수비수 팀이 이긴다. 스포트라이트는 골이나 어시스트를 기록하는 공격수가 받지만 역시 골을 넣는 것보다는 지키는 게 중요하다. 20일 경기 고양시 고양어울림누리 아이스링크에서 막을 올리는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1 그룹A 대회를 관전할 때 이 같은 사실을 알고 보면 더욱 재미있게 경기를 즐길 수 있다. 팀당 엔트리는 22명인데 골리 1명, 수비수 2명, 공격수 3명 등 6명만 동시에 링크에 설 수 있다. 수비수 2명과 공격수 3명으로 구성되는 조합을 라인(line)이라고 부르는데 대개의 팀들이 골리 2명을 제외하고 4개 라인을 사용한다. 아이스하키는 체력 소모가 극심하기 때문에 30∼40초 간격으로 끊임없이 교체가 이뤄진다. 강팀과 약팀은 파워 플레이에서 갈린다. 아이스하키는 반칙을 한 선수를 경중에 따라 일정 시간 동안 퇴장시키는데 이때 수적으로 우세해진 팀이 펼치는 플레이를 파워 플레이라고 부른다. 파워 플레이에서 골을 넣을 확률이 75%는 돼야 잘하는 팀이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수적 열세인 상황을 쇼트 핸디드(short-handed)라고 하는데 이를 무실점으로 넘기는 게 중요하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서는 선수들 간 주먹다짐이 또 하나의 볼거리지만 세계선수권에서는 싸움이 금지돼 있다. 그렇지만 워낙 격렬한 스포츠이기 때문에 앞니가 없는 선수를 쉽게 볼 수 있다.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스틱이나 퍽에 맞아 생긴 일명 ‘영구 이’를 훈장처럼 여긴다. 귀화 선수로 처음 태극마크를 단 마이클 스위프트(사진)나 브라이언 영(이상 하이원)도 종종 코미디 프로에서나 봄 직한 ‘영구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는다. 그룹A 잔류를 통해 평창 올림픽 자동출전권 획득을 노리는 한국은 20일 오후 7시 반 강호 헝가리와 첫 경기를 치른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04-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오늘의 선수/4월17일]홍성흔 시즌 첫 연타석 대포… 3연승 이끌어

    두산의 ‘쾌남아’ 홍성흔(사진)이 홈런포와 함께 화끈하게 돌아왔다. 전날까지 12경기에서 홈런 가뭄에 시달리던 홍성흔은 16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상대 선발 장원삼을 상대로 연타석 홈런을 터뜨리며 팀의 5-0 완승을 이끌었다. 시즌 첫 번째이자 통산 716번째 연타석 홈런. 홍성흔은 4회 선두 타자로 나서 장원삼을 상대로 왼쪽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시즌 첫 홈런을 신고했다. 4-0으로 앞선 6회에는 역시 장원삼의 바깥쪽 공을 밀어 쳐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8회 중전 안타까지 포함해 4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앞선 두 차례의 등판에서 부진했던 에이스 니퍼트도 7이닝 동안 8개의 삼진을 곁들여 4안타 무실점으로 잘 던지며 2승째를 수확했다. 팀은 최근 3연승을 질주하며 7승 6패가 됐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04-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이헌재 기자의 히트&런]역발산 넥센, 역발상 ‘염갈량’

    화투판에서도 뒷장 잘 붙는 사람을 이길 재간이 없다. 요즘 넥센이 그렇다. 잘되면 좋고, 안 돼도 그만인 패를 내는데 내는 족족 대박이다. 넥센은 15일 LG전에서 승리하며 가장 먼저 10승 고지에 선착했다. 이 덕분에 염경엽 감독(사진)은 다음 날 오전 3시에 편안히 잠자리에 들었다.(억울하게 진 날은 오전 5시에나 잠드는 게 보통이다) 대표적인 게 ‘포수’ 로티노(34)의 발견이다. 로티노는 10일 KIA와의 안방경기에서 처음으로 포수 마스크를 쓰고 선발 투수 밴 헤켄과 배터리를 이뤘다.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첫 외국인 배터리였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안정적인 포구와 공격적인 리드로 5-2 승리의 주역이 됐다. 송구에서 미숙함을 드러내긴 했지만 7회 결정적인 블로킹으로 3루 주자 김선빈을 잡아내기도 했다. 포수 기근에 시달리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넥센은 허도환 박동원에 이어 세 번째 포수를 얻게 됐다. 넥센은 앞으로 로티노를 밴 헤켄의 전담 포수로 기용할 계획이다. 16일 LG전에서도 로티노는 밴 헤켄과 배터리를 이뤄 또 한 번의 승리를 합작했다. 많은 사람이 넥센에 운이 따른다고 생각한다. 염 감독 스스로도 “운이 좋았다”고 했다. 그런데 과연 모든 걸 운으로 돌릴 수 있을까. 포수 로티노의 탄생 이면에는 넥센의 역발상이 숨어있다. 올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가 3명(NC는 4명)으로 늘면서 각 팀은 외국인 타자를 한 명씩 데려왔다. 팀 사정에 따라 포지션은 달랐지만 일단 ‘거포’를 원했다. 수비가 좀 떨어지더라도 ‘한 방’을 쳐 줄 수 있는 타자가 우선 선발 기준이었다. 넥센은 달랐다. 한 방이 아니라 출루율을 먼저 봤다. 다른 팀에서 뛰고 있는 용병들과 비교할 때 로티노는 이름값과 기록에서 크게 뒤진다. 메이저리그 통산 홈런은 겨우 3개에 불과하다. 그 대신 마이너리그 10시즌 동안 출루율은 0.362에 이른다. 게다가 포수로 305경기나 뛰었다. 로티노는 1루수, 3루수, 좌익수 등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티 플레이어지만 가장 많은 경기를 뛴 포지션은 포수였다. 염 감독은 “지난 시즌을 치르면서 경기 후반 대타나 대수비를 낼 때 포수가 부족하다는 걸 절감했다. 로티노라면 포수로서 충분히 1이닝 정도는 책임져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박병호가 있는 우리 팀에 또 한 명의 4번 타자는 필요치 않았다”고 했다. 로티노는 미국 애리조나 전지훈련 때부터 스스로 포수 장비를 챙겨 왔다. 포수 로티노는 오랜 계획과 준비 끝에 얻은 선물인 셈이다. 로티노는 11일 한화전에서 마무리 손승락의 공을 받아 세이브를 합작하는 등 한국 투수들과의 호흡에도 큰 문제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발상의 전환은 13일 한화전에서 고졸 데뷔 선발승을 거둔 하영민(19)에게서도 찾아 볼 수 있다. 2차 1순위로 올해 입단한 하영민에게서 선발 투수로서의 가능성을 본 염 감독은 개막전부터 그를 1군 선수들과 함께 다니게 했다. 비록 1군 엔트리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1군 선수들과 함께 먹고 자며 분위기를 익히도록 한 것. 대개 경기 직전 1군 호출을 받는 2군 선수들이 생판 다른 분위기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1군 선수 대접을 받은 하영민에게 1군 마운드는 그리 낯설지 않았다. 고교 시절 130km대 후반에 머물던 직구 최고 스피드는 넥센 입단 뒤 146km까지 치솟았다. 올해부터 필승조로 자리 잡은 신인 2년차 투수 조상우(20)도 마찬가지다. 조상우는 지난해 8월 25일 KIA전에 마지막 1군 선수로 등판했지만 이후에도 줄곧 1군과 동행했다. 왼손 손목 부상을 당한 또 다른 신인 내야수 김하성(19)도 요즘 1군 선수들과 함께 다닌다. 염 감독에게는 또 하나의 원칙이 있다. 실수나 실책으로는 절대 선수들을 질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선수 개개인마다 각각 수준이란 게 있다. 서건창에게 박병호를 기대할 순 없는 것 아닌가. 그러기 위해서는 선수의 능력치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다만 열심히 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지 않는 선수는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해 처음 지휘봉을 잡은 후 지금까지 염 감독에게 혼이 난 선수는 아직 단 한 명도 없다. 역발상과 철저한 준비야말로 업그레이드 된 넥센의 힘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04-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5일 쉬고 나오는 류현진, SF에 복수전

    LA 다저스 류현진(27)이 18일 샌프란시스코와 리턴매치를 치른다. 애리조나 원정 3연전을 싹쓸이한 돈 매팅리 감독은 14일 “샌프란시스코와의 주초 방문 3연전에 우완 조시 베킷-좌완 폴 머홀름-좌완 류현진 순서로 등판한다”고 밝혔다. 류현진에게 하루 더 휴식을 취하게 하는 선발 로테이션이다. 류현진에게 가장 이상적인 5일 휴식 후 6일 만의 등판이 된다. 이동일을 겸한 휴식일이 없을 경우에는 류현진도 4일 휴식 후 등판이 원칙이다. 하지만 이번 샌프란시스코 원정처럼 이동일이 포함됐을 때는 하루 더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추가 휴식을 취했을 때 투구내용은 훨씬 좋았다. 12일 애리조나전 7이닝 2안타 무실점의 호투도 6일 휴식 후 7일 만의 등판이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후 34차례 선발로 등판했다. 4일 휴식 후 5일째 등판이 15차례로 가장 많았다. 투구내용이 가장 좋았던 5일 휴식 후 6일째 등판은 9차례 있었는데 성적은 7승 1패에 평균자책점 2.12였다. 류현진은 지난해 라이벌 샌프란시스코전에서 2승을 모두 원정에서 거뒀다. 맞상대는 올 시즌 2승에 평균자책점 3.31을 기록 중인 특급 좌완 매디슨 범가너다. 한편 볼티모어 윤석민(28)은 트리플A 두 번째 등판에서도 부진한 투구 내용을 보였다. 윤석민은 14일 트리플A 샬럿전에 선발 등판해 4와 3분의 1이닝 6안타 4탈삼진 4사사구 3실점을 기록했다. 데뷔전인 9일 2와 3분의 1이닝 9실점에 이어 부진이 계속되면서 평균자책점은 16.20까지 치솟았다.로스앤젤레스=문상열 통신원 moonsy1028@gmail.com}

    • 2014-04-1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여자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 동메달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세계선수권 디비전2 그룹 A 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그룹 잔류에 성공했다. 딘 홀든 총괄 인스트럭터(캐나다)가 이끈 한국은 12일(한국 시간) 이탈리아 아시아고에서 열린 2014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 세계선수권 디비전2 그룹 A 대회 최종전에서 호주에 2-1(0-1, 0-0, 2-0)로 역전승했다. 한국은 두 차례 승부치기 승리를 포함해 3승 2패에 승점 7을 올리며 이탈리아(승점 14)와 영국(승점 10)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2피리어드까지 0-1로 뒤지던 한국은 3피리어드 6분 28초 안근영의 동점골에 이어 종료 5분 14초를 남기고 터진 한수진의 역전 골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대표팀 골리 신소정은 이날까지 5경기에 출전해 최다 출전 시간(309분 1초)과 최다 세이브(172개)를 기록하며 대회 베스트 골키퍼 상을 받았다. 신소정은 2012∼2013년 디비전2 그룹 B에서도 같은 상을 수상했다. 홀든 인스트럭터는 “그룹 잔류를 위해서는 무조건 이겨야 했다. 초반의 어려움을 딛고 3피리어드에서 좋은 결과를 낸 선수들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04-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오승환 한신서 첫 승… 자신감도 찾나

    천하의 선동열 KIA 감독도 일본 프로야구 진출 첫해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1996년 주니치에 입단한 선 감독은 그해 5승 1패, 3세이브에 평균자책점 5.50을 기록했다. 한국에서 0점대 평균자책점을 밥 먹듯 하던 선 감독답지 않았다. 시즌 중 2군으로 떨어졌고 자신감도 바닥까지 추락했다. 이듬해 선 감독이 ‘주니치의 수호신’으로 부활할 수 있었던 데는 뜻밖의 계기가 있었다. 선 감독은 요코하마와의 개막전에서 1점 앞선 9회 2사 3루에서 등판했다. 그의 2구째는 포수 미트를 맞고 뒤로 빠졌다. 폭투였다. 그런데 운이 좋았다. 포수가 재빨리 공을 잡아 베이스 커버를 들어온 선 감독에게 토스했고, 3루 주자를 홈에서 잡아내며 승리를 지킬 수 있었다. 선 감독은 “아, 올해는 되겠구나 싶었다. 잃어버렸던 자신감을 찾았다”고 했다. 그해 선 감독은 38세이브를 따내며 세이브 공동 1위에 올랐다. 올해 한신의 ‘끝판대장’으로 변신한 오승환(32·사진)에게도 첫 승이 이 같은 전기가 되지 않을까. 개막 후 줄곧 불안한 모습을 보이던 오승환이 일본 진출 후 가장 좋은 구위를 선보이며 첫 승을 신고했다. 오승환은 10일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요코하마전에서 5-5 동점이던 9회초 등판해 1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선두 타자 아롬 발리디스를 3구 삼진으로 잡아낸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마지막 타자 긴조 다쓰히코에게 포크볼을 던지는 등 변화구 비중도 높였다. 한신은 9회말 공격에서 끝내기 안타를 쳐 6-5로 승리하며 오승환에게 첫 승을 안겼다. 1승 2세이브가 된 오승환은 평균자책점도 5.40으로 낮췄다. 오승환은 하루 전 요코하마전에서 4-1로 앞선 9회 등판해 1이닝 동안 3안타를 맞고 2점을 내주며 간신히 세이브를 챙겼다. 하지만 이날은 11개의 공으로 상대 타자들을 제압했다. 선 감독의 첫해와 비교하면 출발이 나쁘지 않다. 선 감독은 개막전부터 블론세이브를 기록했고, 며칠 뒤 요미우리전에서는 3점 앞선 상황에서 홈런 2방을 맞고 무너졌다. 이에 비해 오승환은 힘겹지만 팀 승리를 지켜내고 있다. 이날 호투로 자신감도 크게 회복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04-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오늘의 숫자/4월10일]4

    야구의 꽃은 홈런, 홈런의 꽃은 만루 홈런이다. LG의 베테랑 타자 이병규(9번)가 개인 통산 6번째 그랜드슬램을 쏘아 올렸다. 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LG와 롯데의 경기. 0-1로 뒤진 4회초 2사 만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이병규는 롯데 선발 옥스프링의 초구 컷 패스트볼을 잡아당겨 그대로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시즌 첫 홈런을 만루포로 장식한 것. 이병규는 2011년 7월 6일 한화전에서 박정진을 상대로 만루 홈런을 터뜨린 것을 시작으로 최근 4년 연속 그랜드슬램을 기록 중이다. LG는 경기 중반 한때 4-4 동점을 허용했지만 8회 이진영의 희생플라이로 다시 승기를 잡으며 결국 7-4로 승리했다. 이날 이병규의 만루 홈런을 포함해 올해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5개의 만루 홈런이 나왔다. 통산 만루 홈런은 631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04-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이헌재 기자의 히트&런]조인성도 살고 SK도 사는 법

    ▷“포수가 언제 제일 힘든 줄 아세요? 결정적인 순간 문책성 교체를 당했을 때예요.”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포수 A의 말이다. “말로 표현이 안 돼요. 자존심 상하고 창피하고. 정말 모든 걸 다 팽개치고 싶어져요.” 1일 열린 LG와의 경기에서 SK 포수 조인성(39·사진)은 큰 수모를 겪었다. 6-5로 앞선 6회말 수비. 무사 1, 3루 조윤준의 타석에서 볼카운트가 3볼 2스트라이크가 됐을 때 SK 벤치는 조인성을 정상호로 교체했다. 포수 출신 이만수 감독은 “경기의 흐름을 끊고 싶었다”고 설명했지만 조인성이 느꼈을 참담함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조인성의 트레이드설이 터졌다. SK 구단은 곧바로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이 감독도 8일 두산전에 앞서 “사실무근이다. 난 조인성을 믿는다”고 했다. 하지만 선수라면 누구나 많은 경기를 뛰고 싶어 한다. 조인성도 예외가 아니다. SK는 지난해부터 조인성과 정상호를 플래툰 시스템으로 활용했다. 올해는 외국인 투수가 선발일 때는 조인성을, 국내 투수가 선발일 때는 정상호를 활용하는 방침이 굳어졌다. 풀카운트 교체 사건은 조인성에 대한 이 감독의 평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포수는 1000경기는 뛰어야 야구가 보인다”는 말이 있다. 팀 투수들의 특성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타자 상대 요령을 배우고, 원활한 경기 운영 능력까지 갖추려면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올해 국내 프로야구에는 1000경기는 고사하고 100경기도 채 못 뛴 포수가 많다. 대부분의 팀은 심각한 ‘포수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조인성이 굴욕을 당한 그 경기의 LG 선발 포수였던 조윤준은 폭투와 패스트볼, 패대기 송구의 ‘3종 세트’를 선보이며 사흘 뒤 2군으로 내려갔다. 경험 적은 포수가 많다 보니 패스트볼도 자주 나온다. 7일 현재 31경기에서 10번이나 나왔다. 타자와의 수 싸움은 둘째 치고 평범한 공도 못 잡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는 게 요즘 국내 프로야구의 현주소다. ▷포수는 대표적인 ‘3D 포지션’이다. 요즘은 더 힘들어졌다. 외국인 타자들의 합류로 공이 한가운데로 몰리면 그냥 홈런이다. 타자들의 힘과 기술이 좋아지면서 9번 타자도 홈런을 쳐 낸다. 각 팀들이 뛰는 야구를 표방하면서 도루 저지와 주자 견제는 더 중요해졌다. 투수들이 제구라도 좋으면 그나마 괜찮다. 그러나 좋은 구위에 제구력을 갖춘 투수는 팀별로 많아야 한둘이다. 아무리 리드를 잘해도 공이 가운데로 몰려 홈런을 맞으면 볼 배합에 대한 비난은 포수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쓸 만한 포수를 찾기 힘든 현실에서 17시즌 동안 1679경기에 나선 조인성은 다른 팀의 구미를 당길 수밖에 없다. SK의 딜레마는 ‘포수’ 조인성의 능력을 전적으로 신뢰하진 못하지만 동시에 그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정상호와 이재원이 그의 자리를 대신해 주면 고민할 일이 없으련만 정상호는 잔 부상이 많아 풀 시즌을 치를 몸 상태가 아니고, 이재원은 경험이 적어 미덥지 못하다. 그렇다고 조인성을 안고 가는 것도 부담이다. 이번 건은 단순 해프닝으로 끝나가고 있지만 언제든 비슷한 일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각 팀이 세대교체 실패로 포수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자초한 측면이 크다. 당장 성적에 목이 달려 있는 감독이나 코치들은 신진 포수를 기용하기 쉽지 않다. 경험 많은 포수를 앉히면 본전은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포수 자원이 모자란데 뛸 수 있는 기회마저 적으니 좋은 포수는 더더욱 나오기 힘들다. 하지만 기둥이 빠지면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가 돌아간다. 지난해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LG가 대표적이다. 2012년 조인성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SK로 이적한 뒤 주전 포수가 없어 고전했던 LG는 지난해 윤요섭이 혜성처럼 떠오르며 팀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했다. 윤요섭은 SK 시절 포수는 절대 안 된다는 평가를 받고 내·외야를 전전한 선수였다. SK와 조인성도 서로 윈윈이 되는 아름다운 이별을 고려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04-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6연속 올림픽 노메달 恨… 평창서 후배 도울 꿈꿔”

    “내게 시간을 되돌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으냐고 물었다. 나는 스케이트를 처음 탔던 그 시절로 돌아가 다시 한 번 스케이팅을 해보고 싶다. 다시 한 번 선수가 되어 오래오래 스케이트를 타고 싶다.”(이규혁 자서전 ‘나는 아직도 금메달을 꿈꾼다’ 중에서) 한국 스포츠 사상 최초로 올림픽 6회 출전의 위업을 달성한 스피드스케이팅의 ‘전설’ 이규혁(36)이 평생을 함께했던 스케이트화를 벗었다. 23년 동안 달았던 태극마크도 반납했다. 이규혁은 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각계 인사와 선후배들의 축하를 받으며 정들었던 빙판에 작별을 고했다. 이규혁의 스케이트 인생은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3세에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고, 중학교 3학년인 16세에 1994년 릴레함메르 겨울올림픽에 출전했다. 이후 올해 2월 소치 대회까지 6회 연속 올림픽에 나갔다. 남긴 기록도 화려하다. 1997년 11월 1000m에서 세계기록 2차례, 2001년 3월 1500m에서 세계기록을 1차례 세웠고,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서는 4번(2007, 2008, 2010, 2011년)이나 정상에 올랐다. 국내외 대회 레이스 완주 횟수만 592회에 달한다. 그렇지만 매번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히면서도 올림픽 메달과는 한 번도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는 “예전에는 올림픽에서 실패하면 늘 슬프다고 생각했다. 메달이 없어 좌절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 시간 덕분에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슬픔이나 아픔이 아닌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록 자신은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그가 뿌린 땀과 눈물은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에 훌륭한 자양분이 됐다. 소치 올림픽 여자 500m에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이상화(25·서울시청)가 대표적이다. 이규혁은 11세나 어린 이상화와 함께 훈련하면서 이런저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은퇴식에 참석한 이상화는 “어릴 때 오빠가 우상이었다. 같이 스케이트를 타면서 많은 걸 배웠다. 이제 오빠가 같은 빙판에 없다고 생각하니 허전하고 슬픈 마음”이라고 했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남자 500m 금메달리스트인 모태범(25)도 이규혁의 훈련 파트너로 시작해 세계 최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전설을 떠나보내는 이날 행사에는 김진선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 이에리사 의원(새누리당), 김재열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 최종삼 태릉선수촌장 등과 이상화, 박승희(화성시청), 이정수(고양시청) 등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농구선수 출신 서장훈과 김승현 등의 얼굴도 보였다.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그는 “이론적으로 공부해서 4년 후 평창 올림픽에서 도움이 될 실력을 갖추고 싶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 번은 국가대표팀 코치나 감독을 하고 싶다. 아직 느낌이 살아 있을 때 이를 후배들에게 전달하고 싶다. 평창에서 후배들이 좋은 성적을 내는 데 도움이 된다면 무슨 일이든 하고 싶다”고 말했다. 웃음과 눈물이 교차한 은퇴식을 마친 이규혁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나는 부족한 선수였다. 부족한 선수였던 만큼 앞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열심히 살겠다”고 말을 맺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04-0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김광현, 7이닝 무실점 첫승 신고

    에이스 김광현(사진)이 돌아왔다. SK 왼손 투수 김광현은 4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안방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가끔 제구가 흔들리며 4개의 볼넷을 내주긴 했지만 안타는 2개밖에 맞지 않았고 삼진은 6개나 뽑아냈다. 전매특허인 강속구가 불을 뿜었다. 최고 150km의 빠른 공을 포수 미트로 꽂아 넣었다.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등 변화구도 적절하게 섞어 던졌다. 괜찮은 구위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9일 넥센과의 시즌 개막전에서 5이닝 4실점(3자책)하며 패전 투수가 됐지만 이날은 타선의 화끈한 지원 속에 시즌 첫 승을 안았다. 1회 박정권의 3점 홈런, 2회 김강민의 1점 홈런 등 장단 14안타를 집중시킨 SK는 한화를 13-4로 대파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04-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Narrative Report]‘하루살이’ 2인자, 마음 연 하루하루 쌓여 8122일+α…

    가난한 자이니치(在日·재일동포)의 5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그가 할 수 있는 놀이라고는 야구밖에 없었다. 학교가 끝나면 아이들과 공터에 모여 야구를 했다.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지만 놀이 속에서는 오 사다하루(王貞治·왕정치·868개의 홈런을 친 일본의 대표적인 홈런타자)나 나가시마 시게오(미스터 요미우리라 불린 야구 스타)가 됐다.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야구부 선수로 뛰었다. 하지만 프로 선수를 꿈꾸지는 않았다. 그가 다닌 일본 야마구치 현 난요공고는 고시엔 대회(일본의 4000여 개 고교 중 지역예선을 통과한 40여 개 학교만 출전하는 최고 권위의 고교야구 대회) 출전은커녕 지역 예선 1회전도 통과하기 힘들 정도의 약팀이었다. 그런데 고교 졸업반이던 1974년 그의 인생을 뒤바꾼 사건이 일어났다. 일본 프로야구 다이헤이요 라이언스(현 세이부 라이언스)가 신인 드래프트에서 그를 3순위로 지명한 것. 다이헤이요 스카우트는 포수였던 그의 강한 어깨와 장타력을 눈여겨봤다. 그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지명 통보를 받고 ‘내가 정말?’이라고 자문했을 정도다. 놀랍고도 신기할 뿐이었다”고 회상했다.○ 정글에서 살아남다 그로부터 40년이 흘렀다. 그는 여전히 프로야구단 유니폼을 입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수석코치를 맡고 있는 송재박(58·사진)이 그다. 33년 역사의 한국 프로야구에서 송 코치는 기념비적인 인물이다. 1992년 OB(두산의 전신)에서 코치 생활을 시작한 뒤 올해까지 23년째 같은 팀에서 코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23년간 쉬지 않고 코치 생활을 하는 것도, 그것도 한 팀에서 코치를 맡고 있는 것도 한국 프로야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흔히 프로야구 감독을 ‘파리 목숨’이라고 한다. 성적이 나쁘면 계약 기간이 남아 있더라도 언제든 짐을 싸야 한다. 좋은 성적을 낸 감독은 더 재미있고, 더 감동적으로 이기라는 주문을 받는다. 구단 고위층은 물론이고 팬들의 여론에도 신경 써야 한다. 실제로 좋은 성적을 올리고도 구단으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은 감독이 한둘이 아니다. 그래도 감독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라도 받는다. 감독직을 맡는 동안은 힘도 있고 권위도 있다. 반면 감독과 선수 사이에 낀 코치는 권한은 별로 없는데 책임과 의무는 많다. 감독의 눈에서 벗어나거나 구단으로부터 박한 평가를 받으면 한순간에 실직자가 된다. 자신의 부진을 코치 탓으로 돌리는 선수들도 많다. 다년 계약을 하는 감독이 ‘파리 목숨’이라면 1년 계약직인 코치는 ‘하루살이 목숨’이다. 그런 치열한 정글에서 그는 23년째 같은 자리를 지켰다.○ 무채색의 도화지 현역 시절 그는 특출 나지 못했다. 1978년 일본 프로야구 크라운 라이언스에서 데뷔한 뒤 10시즌 동안 1군에서는 278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세이부 시절이던 1980년대 주전 포수 노무라 가쓰야의 부상 때 76경기에 출전해 8홈런을 때린 게 최고 성적이다. 1983년 다이요로 트레이드된 뒤로는 주로 외야수로 뛰었다. 일본 야구 통산 타율 0.229에 홈런 21개다.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재일동포 야구인 장훈 씨의 권유로 1988년 테스트를 통해 OB에 입단하면서부터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첫해에는 타율 0.310에 13홈런, 51타점의 좋은 성적을 냈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하향세를 보였고, 1991년 태평양 유니폼을 마지막으로 현역에서 은퇴했다. 일본으로 돌아가려던 그를 붙잡은 것은 OB의 코치 제안이었다. 이후 그는 타고난 성실성으로 인정을 받았다. 주변 상황은 계속 바뀌었지만 그는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 1992년 처음 코치가 됐을 때 보좌한 감독은 윤동균이었다. 이후 김인식 감독(1995∼2003년), 김경문 감독(2004∼2011년), 김진욱 감독(2012∼2013년)이 부임했고, 지난해 말부터는 송일수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대개 감독이 바뀌면 코치진이 대폭 물갈이된다. 자신과 뜻이 맞는 코치를 데려오려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송 코치는 어떤 감독이 와도 자기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무채색 도화지와 같은 존재였다. 재일동포인 송 코치는 국내에 학연과 지연이 없다. 믿을 것은 오로지 실력과 성실성뿐이었다. 김태룡 두산 단장은 “코치를 교체할 때는 감독이나 선수들의 평가가 기준이 된다. 그런데 송 코치와 관련해서는 한 번도 나쁜 말이 나온 적이 없다. 항상 우리 구단이 안고 가야 할 사람이라고 느껴 왔다”고 했다.○ 화수분의 숨은 주인공 2000년대 두산의 트레이드마크는 ‘화수분 야구’다. 2군에서 키운 좋은 선수가 끝없이 쏟아져 나왔다. 두산이 매년 강팀의 면모를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선수를 키우는 뿌리가 튼튼하기 때문이다. 두산 화수분 야구의 숨은 주인공은 송 코치다. 송 코치는 2004년 2군 감독으로 부임해 좋은 선수들을 꾸준히 발굴했다.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타자로 성장한 김현수(26)가 대표적이다. 2006년 신고 선수로 입단했을 때만 해도 김현수는 방망이에만 재질이 있는 반쪽 선수였다. 당시 송 코치는 구단에 건의해 1루수였던 김현수를 외야수로 변신시켰다. 2군 경기에서 만세를 불러도(공을 머리 뒤로 빠뜨리는 것을 뜻하는 야구 은어) 김현수를 3번 또는 4번으로 기용하며 꾸준히 기회를 줬다. 송 코치의 믿음을 먹고 자란 김현수는 2008년 타율 0.357로 꽃을 피우며 두산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성장했다. 김 단장은 “김현수의 발굴은 우리 팀 타선의 무게중심을 바꾸었다. 송 코치는 자칫 자신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할지도 모를 결정을 과감하게 밀어붙였다”고 했다. 민병헌, 오재원, 김재호, 고영민 등 현재 1군에서 뛰고 있는 주축 선수들도 모두 송 코치의 손을 거쳤다. 스타 선수의 뒤에는 그를 키웠다고 자랑하는 사람이 여럿 나타나기 마련이지만 그는 스스로를 드러내는 법이 없다. 그는 “선수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재미있고 보람이 있었다”고 했다. 그가 1군 타격 코치를 맡았던 1995년과 2001년 두산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송 코치의 ‘코치론’ 선수들에게 송 코치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다. 한결같이 돌아온 대답은 “온화하고 소통이 잘되는 분”이었다. 주장 홍성흔은 “코치님이 정색하고 화내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모든 걸 선수의 눈에서 보려고 노력하신다. 비유하자면 바람 한 점 없는 잔잔한 숲 속 같은 분”이라고 했다. 또 “선수 개개인의 심정과 몸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너무 방망이가 안 맞을 때는 조용히 다가와 ‘아예 연습도 하지 말고 쉬어’라고 하셨다가 또 어떤 날에는 ‘오늘은 신나게 한번 해 보자’고 하신다”고 했다. 고영민도 “1군 엔트리에서 제외돼 2군으로 온 날이면 마음의 상처를 주지 않으려 배려를 많이 해주셨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했다. 송 코치는 이에 대해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한국 코치들이 선수들을 강하게 몰아붙인다는 인상을 받았다. 말투와 행동이 상당히 강하더라. 그때부터 만약 코치가 된다면 일방통행식의 지시가 아니라 소통을 잘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송일수 신임 감독이 송 코치를 수석코치로 임명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같은 재일동포인 송 감독은 아직 한국말이 서툴다. 1군 경험이 없어 선수단에 대한 이해도 떨어진다. 그때 해답으로 떠오른 게 송 코치다. 한국말과 일본말이 모두 능통하고 선수들로부터도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는 송 코치는 감독과 선수 사이를 이어줄 적임자였다.○ 현재에만 충실하자 은퇴한 야구인의 꿈은 감독이다. 프로야구 감독은 해군 제독,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더불어 남자로 태어나 한 번 해볼 만한 3대 직업으로 꼽히기도 한다. ‘혹시 그런 꿈을 가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손사래를 쳤다. 송 코치는 “올 시즌부터 수석코치가 됐지만 수석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해 본 적이 없다. 어떤 포지션을 맡든 일단 최선을 다하고 선수들과 함께 어울리며 팀이 이기는 데 기여하는 것만 생각한다”고 했다. 40년간의 프로 생활 동안 그는 “위치와 관계없이 유니폼을 입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살아왔다. “현재를 열심히 살자”는 게 그의 신조다. 코치로서 23번째 정규시즌이 열리기 하루 전 그는 ‘아타리메’(마른 오징어)를 씹는 자신만의 의식을 치렀다. 그가 태어난 야마구치 현에서 아타리메는 한 해의 행운을 뜻한다고 한다. 20년 넘는 코치 생활을 했지만 그의 인터뷰 기사는 거의 찾을 수 없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말을 아꼈기에 지금까지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것 아닐까요.”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04-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이헌재 기자의 히트&런]김현수 윽박지른 열아홉 이 청년, 제2의 괴물로 커라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서 류현진(27·LA 다저스)만 한 효자가 또 있을까요. 동산고를 졸업하고 프로에 데뷔한 류현진은 7년간 98승을 거뒀습니다. 지난해 다저스로 떠나면서는 2573만 달러(약 273억 원)의 이적료를 한화에 남겼지요. SK와 롯데에 류현진은 가슴 아픈 이름입니다. 신인 지명에서 우선 지명권을 갖고 있던 SK와 2차 드래프트 첫 순서였던 롯데는 다른 선수를 뽑았습니다. 한화는 류현진을 2차 두 번째로 데려갔습니다. 당시 왜 류현진을 뽑지 않았느냐고 비판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입니다. 미래는 누구도 예측하기 힘든 일이니까요. 다만 여러 가지 상황이 맞아떨어진 게 류현진의 성공 이유였습니다. 한화 사령탑이던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은 고졸 신인 류현진에게 선발의 중책을 맡겼습니다. 가능성도 높게 봤지만 투수가 부족한 팀 내 사정도 있었습니다. 구대성은 스프링캠프에서 류현진에게 체인지업을 전수했지요. 류현진은 프로 데뷔 첫 경기부터 7과 3분의 1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기회를 잡았습니다. 3월 30일 LG와 두산의 잠실경기에서 8년 전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LG의 고졸 신인 임지섭(19)이 데뷔 무대에서 5이닝 1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된 것입니다. 임지섭은 LG의 1차 지명 신인입니다. 그런데 그는 2년 전까지는 마산 용마고를 다녔습니다. 3학년이던 지난해 제주고로 전학을 갔던 그가 LG 유니폼을 입은 배경에는 복합적인 상황이 있습니다. 지난해 4월 KBO 이사회는 1차 지명을 위해 구단별로 5개씩의 고교를 배정했습니다. 기존 구단의 연고권에 속하지 않은 제주와 강원, 전북 지역 고교는 추첨을 통해 고교 팀이 5개가 안 되는 구단에 추가 배정했지요. 제주고는 추첨에서 서울 연고로 포함됐습니다. 그럼 왜 하필 LG였을까요. 지난해 5월만 해도 LG는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약팀이었습니다. 그래서 두산과 넥센은 LG에 우선권을 주기로 했지요. 그 대신 올해는 넥센, 내년에는 두산이 가장 먼저 선수를 뽑는 걸로 합의했습니다. ‘강속구를 던지는 왼손 투수는 지옥에서라도 데려오라’는 스카우트계의 격언이 있습니다. 지난해 7월 1일 열린 1차 지명 때 LG의 선택은 당연히 임지섭이었지요. 5월 황금사자기에서는 최고 시속 148km를 던지더니 LG 지명을 받은 뒤 출전한 세계청소년선수권에서는 152km까지 던졌지요. 하지만 그때까지도 임지섭은 유망주일 뿐이었습니다. 그의 영입을 추천했던 정성주 스카우트는 “3년을 두고 보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통해 기량이 급성장했습니다. 그러고는 3월 30일 만원 관중 앞에서 대형 사고를 쳤습니다. 김기태 감독은 하루 뒤인 31일 그를 2군으로 내려 보냈습니다. 1∼3일 SK와의 3연전에 류제국-우규민-리오단이 등판한 뒤 주말에 4일 휴식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8∼10일 사직 롯데 3연전에 위의 3명의 투수를 다시 한 번 등판시킨 뒤엔 임지섭을 1군으로 불러올려 또 선발 기회를 줄 계획입니다. 김 감독은 “한국 최고의 왼손 타자라는 김현수(두산)와의 대결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임지섭이 커준다는 것은 LG가 더 강해진다는 의미”라며 그를 중용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불과 한 경기를 잘했다고 해서 그가 류현진처럼 대선수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볼수록 류현진과 닮은 구석이 많습니다. 같은 왼손 투수에 덩치도 비슷하고, 어린애 같은 순진한 표정도 닮았습니다. 입단 계약금마저 2억5000만 원으로 같습니다. 무엇보다 류현진이 그랬듯 임지섭은 데뷔전에서 두려움 없이 자신의 공을 던졌습니다. 때와 흐름을 잘 탄다면 임지섭도 LG의 효자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인생은 타이밍, 야구도 역시 타이밍이니까요.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04-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오늘의 스타]8이닝 무실점… 양현종 ‘새 홈구장 첫 승리투수’

    7회까지 투구 수는 109개. 많은 사람이 교체를 예상했지만 KIA 에이스 양현종(사진)은 8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3타자를 모두 잡아냈다. 혼신의 힘을 다해 던진 122구였다. 8회까지 NC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양현종은 새 안방구장 광주 챔피언스필드의 첫 승리 투수로 역사에 남게 됐다. 양현종은 1일 NC와의 경기에서 1회초 선두 타자 박민우에게 중견수 키를 넘어가는 3루타를 허용해 실점 위기를 맞았지만 후속 3타자를 모두 범타 처리했다. 2회 무사 1, 2루, 4회 1사 1, 2루 위기도 무사히 벗어났다. 양현종의 호투 속에 KIA는 8회말 NC의 결정적인 2개의 실책을 틈타 짜릿한 결승점을 올렸다. 챔피언스필드의 첫 득점과 첫 세이브의 주인공은 이대형과 어센시오였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04-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1이닝 32개 던져 파울볼 20개… 오승환, 日타자 커트 대응해야

    29일 일본 무대 첫 세이브를 따낸 일본 프로야구 한신의 새 수호신 오승환(32·사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에서와 달리 타자들을 압도하는 느낌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승환은 이날 요미우리와의 방문경기에서 5-3으로 앞선 9회말 등판해 1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그런데 4타자를 상대하면서 공을 32개나 던졌다. 삼성에서 뛰었던 지난해 오승환은 51과 3분의 2이닝 동안 총 825개의 공을 던졌다. 이닝당 16개꼴이다. 직구 최고 구속은 153km까지 나오며 구위는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요미우리 타자들이 정교한 배트 컨트롤로 승부구인 ‘돌직구’를 끈질기게 커트해 낸 것. 파울볼만 20개가 나왔다. 마지막 타자였던 8번 타자 하시모토 이타루와는 15구까지 갔다. 4타자를 상대하면서 헛스윙은 한 번밖에 나오지 않았다. 일본 닛칸스포츠는 “지금 상태라면 오승환을 절대적인 수호신으로 보기 힘들다. 공은 빨랐지만 릴리스 포인트가 낮아 각도도 예리하지 못했다. (포크볼처럼) 떨어지는 공이 없으면 점점 힘들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승환은 “투구 개수는 괜찮다. 많이 던지는 날이 있으면 적게 던지는 날도 있는 법”이라고 말했다. 오승환은 앞으로 투구 패턴에 변화를 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승환은 이날 직구를 28개 던졌다. 4개는 고속 슬라이더였다. 겨우내 연마했던 떨어지는 구종의 스플릿핑거 패스트볼(스플리터)이나 커브는 던지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 타자들을 현혹시키기 위해 이들 변화구의 구사 비율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오승환은 30일 요미우리전에는 등판하지 않았다. 한편 소프트뱅크 4번 타자 이대호는 이날 롯데와의 안방경기에서 4타수 3안타를 치면서 개막 후 3경기 연속 멀티 히트(2안타 이상)를 기록했다. 3경기 타율은 0.583(12타수 7안타)다. 소프트뱅크는 이날 3-2로 승리하며 개막 3연전을 싹쓸이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03-3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