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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 전투화를 사계절 내내 신고 사는 군인들. 전투화 덕분에 혹한으로부터 발의 보온력은 높아진다. 반면 무좀은 생활의 일부분이 된다. 군대를 현역으로 갖다온 사람치고 무좀 한 번 안 걸려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실제로 박영민 서울성모병원 피부과 교수 연구팀이 현역 군인 132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현역 군인 중 무좀을 갖고 있는 사람은 15.2%에 이르렀다. 여드름(35.7%) 다음으로 흔한 질병이었다. 의학 용어로 ‘족부백선’인 무좀은 발가락 사이나 발바닥에 진균(곰팡이)의 일종인 피부사상균이 퍼지는 감염성 질환이다. 진균의 번식이 왕성한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잘 발생한다. 외부보다 높은 온도, 습함, 어두움까지…. 전투화 내부는 무좀균이 좋아하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전투화는 방수 기능 때문에 가죽으로 코팅돼있다. 그 뿐만 아니라 발목 위까지 조여지게 설계돼 있어 공기가 잘 통하지 않는다. 1인당 2켤레가 보급되지만 대부분의 군인들이 한 개만 주로 신는다는 점도 문제다. 나머지 한 켤레는 휴가, 외박, 면회 시를 위해 남겨두기 때문이다. 무좀은 비단 군인들만의 얘기는 아니다. 최근 전투화와 비슷한 환경을 제공하는 신발들이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털로 신발 내부가 보호돼 있는 일명 어그부츠, 여름철 여성들이 즐겨 신는 레인부츠 등이 인기를 얻으면서 여성 무좀도 증가 추세다. 이런 신발들은 보온, 방수 효과가 뛰어나지만 상대적으로 땀이 잘 찬다. 또 신발을 신었을 때와 벗었을 때의 온도와 습도 차가 크다. 무좀이 생겼다면 초기부터 항진균제가 포함된 연고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발가락 사이가 하얗게 짓무르는 형태의 발가락사이형 무좀과 작은 물집이 생기는 잔물집형 무좀은 항진균 연고를 3, 4주 꾸준히 바르면 쉽게 완치된다. 최근에는 장기간 사용해야 하는 기존 무좀 치료제와 달리 단 1회 사용만으로도 치료 효과가 높은 제품이 출시돼 인기다. 라미실 원스가 대표적이다. 라미실 원스는 무좀 부위를 단 1회만 발라도 약 13일간 약효가 지속된다. 가장 흔한 지간형 무좀에 특히 효과가 좋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생활 습관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성준 중앙대 피부과 교수는 “외출했다 돌아온 뒤에는 발을 최대한 건조하게 유지해야 한다. 나일론 양말은 되도록 피하고 통풍이 잘되는 면양말을 신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의학적으로 회생이 불가능하지만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시행하는 최소한의 치료를 연명치료라고 한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 따르면 매년 만성 질환으로 사망하는 약 18만 명 중 3만 명 정도가 연명치료를 받는다.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로 연명하는, 의식이 없는 ‘식물인간’ 환자도 약 1200명에 이른다. 오래 전부터 이 연명치료를 둘러싼 논란이 그치지 않았다. 하지만 반대와 찬성, 양쪽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 연명치료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이 치료가 환자가 삶을 존엄하게 마감할 수 없도록 한다고 주장한다. 죽음을 맞이할 시간만을 억지로 늦추고 있을 뿐이라는 지적이다. 희망 없는 치료로 인해 남겨질 가족이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립암센터가 국내 17개 병원 암환자 1242명, 가족 1289명, 암 전문의 303명, 일반인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1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암환자의 89.9%, 가족의 87.1%, 암 전문의의 94.0%, 일반인의 89.8%가 연명치료를 반대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연명치료 중단을 허용하면 생명 경시 풍조가 심해질 거라는 우려다. 의료진의 착오로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죽음을 맞아야 하는 사례가 생길 수 있다는 비판도 많다. 이처럼 찬반이 팽팽한 탓에 지난 18대 국회 때 신상진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과 김세연 의원이 발의한 존엄사 관련 법안 2개는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이 폐기됐다. 쉽사리 결론을 내지 못하던 연명치료 중단 논의가 최근 다시 점화되고 있다. 대통령직속 자문기구인 국가생명윤리위원회 산하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제도화 특별위원회(특별위)’가 지난달 14일 권고안 초안을 내놨기 때문이다. 잠정안에 따르면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려면 환자가 뚜렷하게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관련 절차에 따라 연명치료를 원치 않는다는 ‘기록’이 있어야 한다. 환자가 사전 유언 형식으로 연명치료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적는 ‘사전의료의향서’, 의사가 임종이 임박한 중환자에게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고 협의해 작성하는 ‘연명의료계획서’ 등이 이에 속한다. 환자가 의식이 없는 경우에는 배우자, 직계 가족 전원이 합의할 경우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상 가족에게 연명치료 여부를 결정할 권리를 주는 셈이다. 자식 중에 연락이 닿지 않거나 논의를 거부하는 가족이 있다면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없다. 물론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등의 연명치료를 중단하더라도 물, 영양, 산소는 계속 공급해야 한다. 특별위의 권고안 초안에 대한 논란은 지난달 29일 연세대 의대 강당에서 열린 공청회에서도 계속됐다. 의료계, 종교계, 환자 등의 참가자들은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취지에는 공감했다. 하지만 법제화 여부와 시행 방식에 대해서는 시각차가 여전했다. 권고안 초안 마련에 참여한 허대석 서울대 교수는 “환자가 의식이 있을 때 미리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게 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경우 의료진과 가족이 환자의 처지에서 최선의 선택을 대신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종교계는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절차가 필요하다는 점에 인정하면서도 법제화에는 부정적이다. 특히 연명의료계획서에 따른 치료 중단이 소극적 의미의 안락사로 변질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정재우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는 “사전의료의향서, 연명의료계획서 양식을 보면 수분, 영양 공급을 작성자가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명백한 안락사에 해당한다”고 우려했다. 환자단체는 치료비 마련이 어려운 환자와 가족이 사실상 치료 중단을 강요당하는 현실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환자가 의식이 없을 경우 연명치료 중단 여부를 결정할 객관적인 의사결정기구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제시했다. 특별위는 공청회에서 수렴된 의견을 최종 보고서에 반영해 7월로 예정된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본회의에 보고할 예정이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국내 제분업체들이 유전자변형(GM) 종자가 유입된 것으로 확인된 미국산 밀의 수입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식약처는 정밀조사에 착수했다. 한국제분협회는 31일 보도자료를 내고 “식약처의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문제가 된 미국산 백맥(soft white wheat)의 구매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백맥은 과자용으로 쓰이는 밀의 한 종류다. 국내 제분업계가 수입하는 밀 가운데 미국산 백맥은 전체 수입량의 20% 정도(40여만 t)를 차지한다. 제분협회는 “매년 미국 정부로부터 GM 밀이 상업적 목적으로 생산 및 판매되지 않고 있다는 확인서를 받고 밀을 수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식약처는 오리건 주의 밀 또는 밀가루를 수입한 CJ 대한제분 삼양밀맥스 동아원 삼화제분 한국제분 대선제분 등 7개 업체를 방문해 유전자를 검사할 시료를 확보했다고 이날 밝혔다. 또 소규모 업체 2곳의 밀가루 검사 샘플도 확보했다. 유전자 검사 결과는 3일 나올 예정이다. 식약처는 3일 이전에라도 국내에 들어온 제품에서 유전자변형이 확인되면 곧바로 판매금지 또는 수입금지 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한 해 동안 국내에 수입되는 밀은 총 220여만 t으로, 미국산이 절반을 차지한다. 미국산 밀의 약 3분의 1이 오리건 주 포틀랜드 항을 통해 세계로 수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동미 식약처 신소재식품과장은 “오리건 주에서 수입된 밀이 모두 오리건에서 생산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염희진·유근형 기자 salthj@donga.com}

수상 소감을 또박또박 이어가는 말투에 경상도 사투리가 배어나왔다. 시상식 단상에서 3분 정도 서 있으면서 허리를 90도로 굽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이나. 동아 다문화상 가족상을 받은 조만숙 씨(46). “조금 길어도 용서해주세요”라고 입을 열면서 유창한 한국말로 행사장 분위기를 이끌어갔다. 그는 50여 가구, 130여 명의 주민이 사는 경북 영천시 고경면 석계리의 이장이다. 65세 이상 노인이 80%를 넘는 마을. 중국 출신인 조 씨에게 일부 주민이 반발하기도 했지만 성실하고 싹싹한 성품으로 마음을 사로잡았다. 조 씨는 이장이 되고 나서 석계리의 해결사가 됐다. 숙원이었던 마을 농로 포장과 쉼터인 정자 리모델링을 해냈다. 최근에는 경로당에 요가교실을 마련했다. 담당 관청을 부지런히 찾아다니며 민원을 건의하고 설득한 결과다. 이런 공로를 그는 이웃에게로 돌렸다. “주민들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오지 못했을 겁니다. 경남도지사님이 지난해 이 자리에서 상을 받았는데, 제가 뒤이어 상을 받게 돼 기뻐요. 한국에 와서 이렇게 많은 인연을 만났다니…. 너무 감사하네요.” 상을 받고, 사회 저명인사 앞에서 소감을 밝힐 기회가 생긴 데 대해 “열심히 살다 보니 이렇게 기쁜 날도 오네요. 올해 5월 29일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라며 감격스러운 마음을 진솔하게 드러냈다. 조 씨는 상금으로 받은 500만 원을 신영농법 개발에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건강이 좋지 않은 남편 대신 농사를 도맡아 생계를 꾸리고 있지만 이장으로서의 책임감을 느껴서였다. 그는 “포도농사를 하는데 영농법 개발에 조금만 투자하면 품질 개량과 마을 소득 증대가 가능할 거라는 확신이 있다”고 얘기했다. 자녀가 시상식장에 오지 못한 점은 아쉬운 듯했다. “고등학교 2학년인 딸과 중학교 3학년인 아들이 있는데, 이렇게 좋은 자리에 같이 오지 못했어요. 공부하라고 두고 왔어요. 남편 아들딸 사랑해.” 가족에 대한 애정과 교육열. 그는 다문화 여성이 아니라 평범한 한국 주부였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103년 역사의 경남 진주의료원이 결국 문을 닫았다. 박권범 진주의료원장 직무대행은 29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로 진주의료원을 폐업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2월 26일 홍준표 도지사가 폐업 방침을 밝힌 지 92일 만이다. 박 대행은 “진주의료원을 살리려면 279억 원의 누적적자를 갚고 매년 70억 원에 이르는 손실도 보전해야 한다”며 “이는 도민 전체의 의료복지가 아니라 강성귀족 노조원들의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된다”고 주장했다. 폐업 책임이 노조에 있다는 주장이다. 박 대행은 이날 오전 진주보건소에 의료원 폐업신고서를 제출했다. 또 전체 직원 232명 중 퇴직하지 않은 70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의료원에서 농성 중인 노조원에 대해서는 퇴거명령과 함께 업무방해금지가처분신청을 내기로 했다. 이에 대해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은 “민간병원이 공공의료 영역을 대신한다고 해도 안 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공공의료는 더 강화하는 게 맞다”며 “그런 취지에서 진주의료원 폐업 강행은 애석한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진주의료원 정상화를 위한 행정명령의 필요성에 대해선 “그렇게 할 근거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경남도는 다음 달 18일 도의회에서 진주의료원 폐업을 위한 조례가 통과되면 매각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도 관계자는 “대형 국공립 병원이 인수해 중증질환치료센터나 한방병원, 암치료센터 등 특성화 병원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의회의 야권 도의원 단체인 ‘민주개혁연대’는 “홍 지사가 일방적으로 폐업을 단행했지만 의료원 해산 조례의 처리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저지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날 보건의료노조원 등 60여 명은 진주의료원 로비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진주의료원을 휴·폐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입원 환자 처리 문제를 두고 강제퇴원 논란이 이어졌다. 보건의료노조는 “경남도의 요구로 많은 환자가 퇴원하거나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 이 가운데 다른 병원으로 옮긴 뒤 숨진 환자가 9명이나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남도는 “가족 또는 본인 동의를 받아 퇴원시켰고 강제퇴원은 없었다. 숨진 환자들은 대부분 고령이나 말기 환자였다. 병원을 옮긴 것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폐업 방침 발표 당시 입원 환자는 203명이었으나 대부분 다른 병원으로 옮겼거나 퇴원했고 현재는 3명만 남았다. 경남도는 당분간 이들을 진주의료원에서 치료해주기로 했다.창원=강정훈 기자·유근형 기자 manman@donga.com}

수상자들은 계속 감사하다고 했다. 행사장에 도착해서 안내를 받을 때도, 취재진에게 축하의 말을 들을 때도, 시상식 연단에 올라가서도…. 감사하다는 표현을 되풀이했지만 식상하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았다. 그들의 마음을 가장 솔직하게 전했기에. 베트남 출신의 박지영 씨(32·여)는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상’의 가족부문 상을 받았다. 박 씨는 소감을 말하는 시간이 되자 주뼛거리며 연단에 올랐다. 마이크를 앞에 두고 처음 나온 말은 간단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는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가 머리를 긁적였다. 말을 잇지 못하자 객석에서 격려의 마음을 담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파이팅!”이라는 외침이 이어졌다. “전라북도 익산시에 살아요. 오늘 너무너무 기쁘고 감사합니다.” 박 씨가 더듬거리면서 한국말로 소감을 마치는 데는 채 2분이 걸리지 않았다. 그는 연단을 내려와서 딸 임선아 양(7)을 보고서야 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직은 딸이 상의 의미를 모르겠지만 엄마가 우리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 같아 기뻐요.” 또 다른 가족상 수상자인 조야쥬디 씨(39) 역시 마찬가지. 채널A의 최서영 아나운서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올라오셨다”라면서 긴장감을 풀어주려 했지만 어색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조야쥬디 씨는 마음을 진정시키려는 듯 행사 팸플릿으로 연신 부채질을 하면서 입을 열었다. “한국에 와서 힘들고 어려웠지만 따뜻한 분들 때문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부지런히, 열심히 살라고 상을 주신 것 같아요.” 소감 말미에는 평정심을 되찾았는지 가족에 대한 사랑을 나타냈다. “우리 사랑하는 남편과 딸 다빈, 다은이 사랑해요.” 진땀을 흘리는 수상자들을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이 보듬었다. 그는 시상식 전 동아일보를 통해 받은 심사 자료를 모두 읽고 온 듯 수상자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부르며 축하의 말을 건넸다. 박 씨에게는 “어려운 환경이지만 웃음을 잃지 마세요. 미용사의 꿈 꼭 이루세요”라고 했고, 조야쥬디 씨에게는 “간호조무사가 꼭 되시길 기대하겠습니다”라고 했다. 일부 참석자는 영광의 순간을 소중한 이들과 함께하지 못해 아쉬워했다. 단체상을 받은 안순화 생각나무BB센터 대표(48)가 그랬다. 그는 다운증후군을 안고 태어난 아들과 함께 오지 못한 안타까움을 시상식이 끝난 뒤에야 털어놨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2003년에 와서 문화 차이로 힘들게 생활했는데 막둥이마저 장애를 갖고 태어나 더 힘들었습니다. 당시 서툰 한국말로 이런 사연을 말하면 지역 복지사들이 위로해줬어요. 그들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서지 못했을 겁니다.” 개인상을 받은 소모뚜 씨(38)는 “한국은 제2의 고향이고, 동료들은 제2의 가족이다. 부모님이 함께하지 못해 아쉽지만 충분히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얀마 정부의 탄압을 피해 한국에 들어온 뒤 18년을 가족과 떨어져 지냈다. 미얀마 민주화 운동단체인 ‘버마 행동’ 동료들이 가족 대신 참석했다. 조계종을 대표해 참석한 지원 포교원장은 수상자와 가족에게 예상 못한 반가움을 안겼다. 불교 신자가 많은 동남아시아 출신의 다문화 여성들과 전문가들은 인사를 나누며 환한 표정을 지었다. 지원 포교원장은 “지구촌은 원래 꽃 한 송이 아닌가. 너와 나를 가를 필요가 없다. 다문화 사회를 이루는 게 중요한 이유다”는 격려의 말을 남겼다.유근형·김도형 기자 noel@donga.com}

“한국 어린이가 아프리카 어린이보다 덜 행복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한국 정부가 심각성을 인정하고 아동에 대한 투자에 나서지 않으면 성장동력이 꺼질 수 있다.” ‘아동복지학계의 거장’으로 불리는 조너선 브래드쇼 영국 요크대 교수와 세계적인 아동지수 ‘키즈 카운트’를 최근까지 주관했던 윌리엄 오헤어 애니케이시 재단 수석컨설턴트의 말이다. 이들은 세이브더칠드런,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가 공동 주최하고 본보가 후원한 ‘2013 한국 아동 삶의 질에 관한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두 사람은 28일 발표된 ‘국제어린이행복종합지수’ 결과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8개국 1만4030명을 대상으로 한 어린이 행복감 조사에서 한국이 7위에 그쳤고, 경제력이 5분의 1 수준인 알제리 어린이보다도 낮았기 때문이다. 오헤어 수석컨설턴트는 1966년부터 2년간 경기 의정부에서 미군 헌병으로 근무한 바 있다. 그는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 한국 어린이들은 배를 곯지 않는다. 그런데도 행복감이 다른 국가보다 떨어진다는 것은 큰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브래드쇼 교수도 “한국은 우수한 인재를 잘 키워내는 반면 성장 과정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유년시절에 행복하지 못한 인재는 불완전한 성인이 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두 사람은 필리핀 일본 영국의 사례를 들며 한국 정부가 심각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브래드쇼 교수는 “필리핀이 1970년대 이후 성장하지 못한 것, 일본이 최근 성장동력을 잃은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아동에 대한 투자에 인색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헤어 수석컨설턴트는 한국이 영국의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영국은 2007년 유니세프가 발간한 ‘이노센티 보고서’에서 어린이 행복도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이에 충격 받은 영국 정부는 대대적으로 아동 정책을 확대했고 올해 같은 보고서에서 중위권까지 올라갔다. 그는 “정책이 어린이의 행복감을 바꿀 수 있다. 한국도 지금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어린이의 삶을 다각적으로 평가하고 세계 각국과 비교할 수 있는 지표가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 본보가 함께 개발해 2일과 3일 잇달아 보도한 어린이행복종합지수가 선구자적인 역할을 할 거라고 전망했다. 오헤어 수석컨설턴트는 “미국 정부도 키즈카운티라는 아동행복지수가 생기기 전에는 어린이의 삶에 무관심했다”며 “어린이의 삶이 불행하다는 객관적인 데이터가 나왔기 때문에 한국 정부도 반응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공기업 부장으로 일하는 우모 씨(52)는 최근 아들의 성화에 못 이겨 태블릿 PC를 한 대 사 줬다. 초등학교 6학년인 늦둥이 아들은 이미 스마트폰과 개인 노트북을 갖고 있다. 입사해서야 컴퓨터를 처음 만졌던 우 씨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너희들은 참 행복한 세상에 태어났구나.”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시대에 태어난 이 땅의 어린이는 얼마나 행복할까? 국제아동지표학회 소속 10개국 연구진이 세계 처음으로 산출해 27일 발표한 국제어린이행복종합지수를 보면 한국 어린이는 기대만큼 행복하지 않다.○ 행복과 경제력이 일치하지 않아평균 100점을 기준으로 산정한 국제행복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90.3점을 얻어 이번 조사 대상 8개국 중 7위에 그쳤다. 특히 한국의 순위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만 달러 이상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보다 뒤졌다.심지어 1인당 GDP가 한국의 5분의 1 수준인 알제리(6위·99.5점)보다 순위가 낮았다. 경제력이 한국의 40분의 1에 불과한 우간다(8위·80.9점)를 앞질러 최하위를 면했을 뿐이다. 이처럼 한국 어린이는 높은 경제 수준에도 불구하고 심리적으로는 상당히 빈곤하다고 느꼈다.예를 들어 한국 어린이는 괜찮은 옷, 개인 컴퓨터, 인터넷 접근권, 휴대전화의 4가지 품목 중 평균 3.83개를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8개국 평균치인 3.36개보다 많았다. 가난한 나라인 알제리(1.71개)의 2배, 우간다(0.87개)의 4배가 넘는다. 하지만 국내 어린이의 경제 여건 만족도는 8개국 중 7위(98.4점)에 그쳤다.국제행복지수 개발에 한국 대표로 참가한 이봉주 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한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어린이의 성장 환경은 저개발국가 수준임이 드러났다. 경제 수준에 걸맞게 아동의 삶의 질에 대한 투자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김선숙 한국교통대 교수(사회복지학과)도 “한국 사회는 양극화가 심해 상대적 박탈감이 큰 구조다. 다른 나라에 비해 먹고살 만해도 우리가 얼마나 풍요로운지 알기 어렵다. 어린이들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 어린이 왜 불행한가?국제행복지수의 8개 영역 결과를 살펴보면 어린이가 놓인 현실이 있는 그대로 드러난다. 학교 만족도(83.9점)와 시간활용에 대한 만족도(82.7점)가 각각 8개국 중 최하위였다. 사교육에 치여 학교생활에 소홀하고 여가를 보낼 시간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고스란히 확인된다.유조안 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한국은 행복한 미래를 담보로 아동기를 희생시키고 있다. 행복한 유년기 없이 전인적인 인간으로 성장하기 어렵다는 것에 동의한다면 국가가 교육의 획기적 변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행복감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알려진 가정과 대인관계 만족도에서도 한국 어린이는 낙제점을 면치 못했다. 가정(98.1점)과 대인관계(98.4점) 만족도 모두 8개국 중 7위에 그쳤다.‘가족활동’에 가장 소극적인 나라 역시 한국이었다. ‘가족과 함께 얼마나 즐거운 시간을 자주 갖는가?’라는 세부 질문에 한국 어린이는 3점 만점에 평균 1.52점을 적어 내 8개국 중 가장 낮았다. 어른이 어린이의 권리를 얼마나 지켜주는가에 대한 질문에서도 최하위.한국 어린이는 자기 건강에 대한 만족도 역시 떨어졌다. 오랜 내전으로 인한 기아 문제가 심각한 우간다(8위·83.2점)보다 약간 높은 7위(86.7점).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행복감이 떨어지면 자신의 건강에 대한 확신도 낮아진다고 설명했다.안재진 숙명여대 교수(아동복지학과)는 “어린이의 권리의식은 높아졌지만 사회가 이를 못 따라간다. 어린이를 가정의 주요 주체로 인정하고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어린이 행복도 8개영역 나눠 수치화… 10개국 공동개발▼■ 국제어린이행복종합지수란국제어린이행복종합지수는 어린이가 느끼는 행복도를 8개 영역, 29개 항목으로 물어 수치화한 세계 최초의 지표다. 한국 미국 영국 이스라엘 스페인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알제리 등 국제아동지표학회 소속 10개국 연구진이 공동 개발했다. 지금까지는 유니세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국가별 어린이 행복감을 발표했지만 평가항목이 단순했다.이번에 발표한 어린이행복종합지수 산출에는 8개국의 어린이 1만4030명(만 12세)이 참여했다. 한국 조사는 국제 비정부기구(NGO)인 세이브더칠드런과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가 공동 진행했고 동아일보가 후원했다. 국내 16개 시도별 어린이행복종합지수는 2일자 A1·19면에 발표됐다. 국제아동지표학회는 앞으로 조사 대상국을 늘리고 최소 2년에 한 차례씩 지수를 발표할 예정이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수상 소식을 전해들은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예년에 비해 밝았습니다. 힘겹던 지난날이 떠올라 목 놓아 우는 수상자도 없었습니다. 다문화상하면 으레 역경을 이겨낸 이주자들이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올해로 3년째 ‘LG와 함께하는 동아다문화賞’을 시상하면서 다문화에 대한 인식과 이주자들의 마음이 모두 밝아지는 것을 차츰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상은 동아일보와 LG가 여성가족부 후원으로 2010년 처음 만들었습니다. 올해는 △다문화가족 세 가족 △다문화공헌 개인 2명 △다문화공헌 단체 세 곳이 선정됐습니다. 청소년 부문은 수상자를 내지 못했습니다. 심사는 이복실 여성가족부 차관, 고선주 한국건강가정진흥원장, 양민정 한국외국어대 다문화교육원장, 한기흥 동아일보 편집국 부국장이 맡았습니다. 시상식은 29일 오후 5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립니다. 》▼ 개인상 소모뚜씨… 이주노동자 차별철폐 인권운동에 온힘 ▼이주민방송 ‘MWTV’ 기자 겸 PD. 미얀마 민주화 운동단체인 ‘버마 국민행동’ 활동가, 이주노동자밴드 ‘스탑크랙다운’ 리더, 다문화인권강사…. 소모뚜 씨(38·사진)를 소개하는 수식어들이다. 1995년 한국 땅을 밟은 뒤 18년 동안 살아온 여정이 이 이력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그는 한국이 다문화사회로 변모해 가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신기하게 쳐다봤다. 지금은 예전처럼 특별하게 보지 않는다. 한국 사회가 다른 민족과 어울려 살아도 어색해하지 않는다는 증거다.” 그는 한때 한국 정부로부터 미운 털이 박힌 인물이었다. 이주 노동자에 대한 차별 철폐를 주장하는 등 인권운동에 힘을 쏟았기 때문이다. 2009년 법무부는 ‘미얀마에서 민주화 활동에 소극적이었고 귀국해도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며 그의 난민신청을 기각하기도 했다. 그는 ‘난민인정 결정 불허결정 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법원에 제기해 1심에서 패소했지만 2010년 11월 2심에서 승소했다. 난민으로 인정받은 그는 “나를 싫어하는 한국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인생의 절반을 한국에서 보낸 사람이다. 한국을 진정으로 사랑하기에 인권운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주민만 따로 지원하는 다문화정책이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주민들에게는 다문화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놀이공원 할인권이 나온다. 하지만 이주민들은 이런 식의 특혜를 불편해한다”며 “이주민들도 한국 사람들과 똑같이 경쟁하고 같은 조건으로 지원해줄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다문화사회”라고 강조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개인상 이사벨씨… 상담사로, 통역사로, 이주여성 ‘큰언니’ ▼“남편한테 매일 맞는다는 여자가 많았어요. 듣고만 있을 수 없었지요.” ‘필리핀댁’ 이사벨 씨(51·사진)가 2000년 남편을 따라 광주에 와서 처음 접한 결혼 이주여성들의 삶은 충격 그 자체였다. 영어학원 강사를 시작한 그는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이주여성을 돕기 시작했다. 폭력 남편을 피해 도망친 이주여성들에게 월급을 털어가며 생활비와 의료비를 지원했다. 지금도 그는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다. 하지만 ‘봉사가 내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강조하며 이렇게 또박또박 말했다. “37세 때 결혼을 늦게 한 편이에요. 대부분 젊고 어린 다문화여성들을 보살필 수 있는 ‘큰언니’가 내 역할이에요.” 그는 이주여성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상담’이라고 했다. 이주여성과 남편의 갈등은 서로의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생긴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2004년부터 ‘광주여성의전화’에서 가정문제 상담봉사를 시작했다. 가정문제, 약물중독 등으로 법률적 도움이 필요한 이주여성을 위해 통역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의 활동을 전해들은 인근 주민들의 도움으로 2010년 광주북구청소년수련관에 ‘이주여성사랑방’을 차렸다. 이주여성들 스스로 모이고 도울 수 있는 문화공간이 생긴 것이다. 지난해부터는 다문화가정 자녀 60여 명을 대상으로 ‘모국어 문화교실’을 열어 어머니 나라의 언어문화 바로알기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우리 사회가 다문화라는 현실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보다 꾸준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요청했다.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 가족상 박지영씨… 장애3급 남편-뇌중풍 시어머니 지극 봉양 ▼한국의 시댁 형편은 베트남 친정보다 나을 게 없었다. 2005년 10월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소개받은 지 사흘 만에 결혼한 20년 연상 남편 임원준 씨(52)는 젊은 시절 공사장 추락사고로 여러 차례 뇌수술을 받았지만 왼손을 쓰지 못하는 장애인(신체3급)이었다. 남편은 결혼 직후까지 돼지를 키웠으나 구제역으로 파산한 뒤 생활비를 벌지 못했다. 노환과 뇌중풍을 앓는 시부모 봉양만 해도 허리가 휠 지경이었지만 시아버지가 진 농협 빚은 매달 꼬박꼬박 이자고지서가 날아왔다. 박지영(도티 홍 한·32) 씨는 전북 익산시 왕궁면 온수리로 시집와서도 베트남에서처럼 홀로 온 가족을 부양하고 있다. 남편이 장애인인 줄 모르고 결혼했지만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다. 한국에 온 뒤로 집 근처 병원에서 청소일을 하는 틈틈이 상자를 주워 팔았다. 퇴근 뒤 시아버지가 입원한 병원으로 가서 수발을 들었다. 집에 오면 뇌중풍을 앓는 시어머니 안마와 말벗 역할도 빠뜨리지 않았다. 베트남 친정도 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어린 친정 동생들에게 적은 돈이라도 부쳐 주려고 마른 수건을 짜보지만 쉽지 않다. 뇌중풍을 앓는 친정어머니도 한국에서 치료를 받게 하고 싶다. 마을에서나 일터에서나 모두가 ‘복덩이’가 굴러 왔다고 칭찬이 자자하다. 8년 동안 모신 시아버지가 한 달 전 돌아가시고 시어머니도 시누이집에 가 있어 요즘은 한결 수월한 편이다. 지금은 병원 주방보조로 일해 벌이도 나아졌다. 다행히 초등학교 1학년 딸 선아 양(7)이 똘똘하고 예쁘게 자라 기대가 크다. 앞으로 미용일을 배우는 게 꿈이다. 미용일로 안정적이고 여유 있게 돈을 벌어 남편, 딸과 오순도순 살면서 친정까지 돕는 게 소박한 희망이다.익산=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 가족상 조야쥬디씨… 원어민 강사 활동하며 간호조무사 꿈꿔 ▼“어머니, 학원! 학원 가요.” 쪽빛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경남 통영시 산양읍 척포길의 아담한 농가주택에 사는 조야쥬디 씨(39)는 오전 9시경 시내 간호학원으로 ‘등교’하며 시어머니 유순덕 씨(70)에게 깍듯이 인사한다. 남편 박용이 씨(44)에게도 “몸조심하고 일 잘하세요”라며 약간은 어눌한 우리말로 격려를 보낸다. 남편은 인근 문어양식장에서 일한다. 2005년 주변 사람의 소개로 박 씨와 결혼해 한국생활을 시작한 그는 간호조무사 꿈을 이루기 위해 올해 3월부터 간호학원에 다니고 있다. 자격시험은 내년 3월이다. 하루 5시간씩 주5일 수업을 받는다. 이 학원 강석범 부원장은 “항상 긍정적이고 공부도 열심히 한다”며 “다문화가정이 늘고 있어 병원에 취직하면 통역 등에도 장점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금요일은 학원이 끝나자마자 통영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로 달려간다. 초등학생들에게 방과후 학습으로 영어를 가르친다. 주 4시간 강의를 하고 한 달에 48만 원을 받는다. 결혼 후 몇 년 동안은 수산물 가공공장에서도 일했다. 필리핀의 한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한 그는 “남편 수입이 적어 내가 병원에 취직해 돈을 벌어야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부부는 초등학교 2학년인 다빈(8)과 다은 양(5) 등 딸 둘을 두었다. 둘째는 장애가 있어 신체발육이 늦고 의사소통도 어렵다. 미혼인 시동생(34)도 함께 산다. 통영다문화가족지원센터 옥해숙 팀장과 최경희 방문교사는 “쥬디 씨는 주변에서 보기 드물 정도로 착하고 생활력도 남다르다”며 “가족을 돌보면서 학원 다니고 원어민 강사까지 1인 3역을 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고 전했다.통영=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 가족상 조만숙씨… 마을길 포장-쉼터 리모델링 이끈 이장 ▼“제 마음을 열고 먼저 다가갔죠. 모르면 수천 번이고 물었어요.” 중국 출신인 조만숙 씨(46)는 마을 어르신들을 찾아 안부를 묻는 일로 일과를 시작한다. 그는 ‘맏며느리’라고 불리는 것이 더 좋다. “어르신들이 대견하다고 칭찬할 때 정말 뿌듯하다”고 했다. 그는 경북 영천시 고경면 석계리 이장이다. 50여 가구, 130여 명의 주민이 산다. 80% 이상이 65세가 넘는 주민들은 사람됨과 성실성을 눈여겨보고는 2010년 8월 이장으로 추대했다. ‘외국 사람, 그것도 여자가 무슨 이장이냐’며 일부 반대도 있었지만 어르신들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숙원이었던 마을 농로 포장과 쉼터인 정자 리모델링을 해냈다. 최근에는 경로당에 요가교실도 마련했다. 담당 관청을 부지런히 찾아다니며 민원을 건의하고 설득시킨 결실이다. 1995년 중국 선양(瀋陽)에서 유치원 교사로 일할 때 남편 천봉만 씨(53)를 만나 첫눈에 반해 결혼했다. 화려한 생활을 꿈꿨지만 어려운 가정형편과 문화 차이는 몇 번씩 포기를 생각할 만큼 고민스러웠다. 하지만 희망을 놓지 않았다. 건강이 좋지 않은 남편 대신 농사를 도맡아 생계를 꾸렸다. 딸 설빈 양(17)과 아들 성표 군(15)이 좋은 교육을 받도록 식당과 자동차부품공장에서도 일했다. 힘들었지만 자신도 대학에 다니며 사회복지사와 보육교사, 심리상담사 자격증을 땄다. 이 덕분에 2008년부터는 영천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다문화가정 방문지도사로, 올해 3월에는 경북도 다문화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조 씨는 “힘들 때마다 ‘한국에 살려고 왔다. 꿈을 좇아 온 것이 아니다’라고 마음속으로 외쳤다. 그렇게 열심히 사니까 주변에서 인정해줬다”고 말했다.영천=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 함께하는 사회 만드는… 당신이 희망입니다 ▼단체상 생각나무BB센터… 이중언어 교재 만들어 아이들 학습 도와“한국생활을 하는 이주여성들에게 중요한 건 자신의 힘을 키우고 재능을 발휘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야 자녀들에게도 모범이 될 수 있거든요.” 이주여성 자조모임인 ‘생각나무BB센터’의 안순화 대표(48·여)는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센터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2009년 10월에 문을 연 센터의 온라인 회원은 800여 명, 오프라인 회원은 280명이다. 약 20개국 출신의 이주여성들이 가입해 있다. 센터 이름은 이주민 출신 엄마와 자녀들의 생각이 나무처럼 튼튼하게 자라라는 뜻으로 붙였다. BB는 이중언어(Bilingual), 이중문화(Bicultural)라는 뜻. 회원들은 2011년 ‘우리는 하나’라는 이름의 이중언어 교재를 개발했다. 자녀들은 이 교재를 학교에 갖고 가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자랑하곤 했다. 한때는 한국말이 서툰 엄마를 부끄러워했던 아이들이 모국어에 유창한 엄마를 보며 자부심을 느꼈다. 어려운 이주여성들을 돕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2011년 1월 돈을 모아 생활고를 겪는 이주여성들에게 이불을 선물했다. 따뜻한 겨울을 보내라고. “한국에서 생활한 지 8년이 됐는데 처음으로 새 이불을 덮는다”며 감사를 표한 이주여성도 있었다. 회원들은 지난해엔 중국을 방문해 현지 어린이들에게 한국의 언어와 문화를 소개했다. 자신들의 제2의 고향인 한국을 자랑스럽게 알리면서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한국사회에 기여하는 당당한 여성으로 살아가겠다는 센터 설립 초기의 다짐을 회원들은 잊지 않는다. 국회의원실 비서관, 이중언어 강사, 문화재단 이사 등으로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는 회원도 있다. 이런 이주여성들이 좀더 많아지는 게 이들의 꿈이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 단체상 KAIST… 융합인재과정 운영해 맞춤형 과학 교육 ▼“원래 과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뚜렷한 목표는 없었는데 다문화학교를 다니며 로봇 분야에서 소질을 찾을 수 있었어요.” 올해 서울 로봇고에 입학한 홍예브게니 군(15)의 말이다. 그는 어머니가 러시아인이어서 KAIST가 운영하는 ‘LG 사랑의다문화학교’에 다닐 기회를 얻었다. 이곳에서 자신의 흥미를 찾아내 국내에서 유일한 로봇·기계제어 분야 마이스터고로 진학했다. 앞으로 모바일 로보틱스 분야를 공부하겠다는 계획도 벌써 정했다. 그를 도운 KAIST 자연과학연구소 산하의 융합교육연구센터는 2010년부터 LG와 함께 사랑의 다문화학교 융합인재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모두 67명의 초중고교생이 참여했다. 30명은 매달 한 번씩 KAIST를 직접 찾아와 수업을 듣는다. 초중고교 수준을 나눠 실험수업을 한다. 화산폭발 실험을 직접 꾸며보거나 사막의 오아시스, 물로켓, 유전자 칩 등을 만들어보는 체험형 수업을 11명의 KAIST 멘토들이 옆에서 도와줬다. KAIST까지 직접 오기 힘든 30명의 초등학생들은 온라인 교육을 받았다. 모두에게 태블릿 PC를 지급하고 실험을 위한 재료는 ‘과학상자’에 담아 보내줬다. 센터는 2010년부터 꾸준히 과학 엑스포에 학생들을 참여시키기도 했다. 체험형 교육이라 흥미도 높다. 지난해 2기 학생의 출석률은 오프라인이 94%, 온라인이 89%에 이르렀다. 융합인재과정은 학생들을 단순히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공학 분야의 소질을 맞춤형으로 키워준다는 특징이 있다. 이 과정을 거쳐 고교에 진학한 학생 18명 중 9명이 창원 과학고를 비롯한 특수목적고나 자율형 사립고 등에 진학하는 성과를 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단체상 전라남도… 인터넷 요금 지원-한국요리 온라인 강좌 ▼지난해 12월 현재 전남지역 결혼이주여성은 9768명, 자녀는 1만여 명이다. 국제결혼이 크게 늘면서 전남도는 지난해 6월 여성가족과에 다문화정책계를 신설했다. 20개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이주여성과 다문화가족의 ‘정보교류의 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 55억 원을 들여 한국어교육, 가족통합교육, 취업연계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다문화가정의 통신요금 부담을 줄여주는 인터넷요금 지원사업은 반응이 좋아 매년 4억5000여만 원의 예산을 6년째 배정하고 있다. 입국한 지 7년 이내 가정을 대상으로 인터넷 사용 요금의 70%를 지원한다. 다문화가정의 갈등 요인 중 하나인 음식문화의 이해를 돕기 위한 온라인 강좌(jn.damunwha.com)는 테마별 한국요리 레시피를 6개 국어로 소개하고 있다. 시군에 배치된 언어지도사 23명은 다문화가정 자녀의 언어를 평가해 수준에 맞는 언어교육을 하고 언어영재교실도 운영한다. 또 어린이집 이용안내, 육아기술 등의 정보를 담은 부모교육 자료집 1000부를 영어 일본어 중국어 베트남어로 만들어 배포했다. 2011년부터 시작한 ‘엄마(아빠) 나라 말 경연대회’는 다문화가정의 가족애를 더욱 두텁게 하는 촉매제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통·번역 전담요원으로 일하는 이주여성 양성도 주력사업 중 하나다. 지난해 12월에는 통·번역 역량강화 교육을 받은 이주여성 16명이 한국어능력시험(3급·4급)에 합격했다. 박준영 전남지사는 “다문화가정은 이미 우리 농촌의 보편적인 가족 형태 중 하나가 됐다”며 “우리 지역 다문화가족이 꿈과 희망을 키워가며 행복한 가정을 이루도록 다양한 정책을 펼쳐나가겠다”고 다짐했다.무안=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작은소참진드기 바이러스에 의한 두 번째 사망 확진 진단이 나왔다. 질병관리본부는 16일 제주에서 숨진 강모 씨(73)의 혈액에서 작은소참진드기가 옮기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23일 밝혔다. 지난해 8월 사망한 63세 강원도 여성에 이은 두 번째 사망 확진이다. 강 씨는 2일부터 발열 오한 근육통을 호소하다 6일 체온이 39도까지 오르고 설사 구토 증세까지 겹쳐 입원했다. 이후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결국 16일 패혈성 쇼크로 사망했다. 강 씨는 평소 과수원과 농장에서 작업하며 진드기에 자주 물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병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환자들이 전국에서 속출하고 있다. 이날 충남 홍성에 사는 주민 A 씨(77·여)가 구토와 발열 설사 등 SFTS와 비슷한 증세를 보였다. A 씨는 야외에서 밭일을 하다가 벌레에 물린 뒤 구토와 발열 설사 증세를 보여 서울 구로구의 한 병원에 15일 입원했다. A 씨는 한때 백혈구와 혈소판이 감소했지만 현재는 많이 호전돼 조만간 퇴원할 예정이다. A 씨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는 7∼10일 후 나온다. 충남 부여에 사는 B 씨(57·여) 또한 비슷한 증상을 보여 11일 서울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정작 SFTS 증세를 의심해 역학조사를 실시할 정도의 환자는 많지 않은 상황이다”라며 차분한 대응을 강조했다. 유근형 기자·홍성=지명훈 기자 noel@donga.com}
친자 확인을 해 주거나 질병유전 여부를 예측하는 유전자검사기관의 14.5%가 정확도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에 소속된 기관보다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비(非)의료기관의 정확도가 더 떨어졌다. 보건복지부가 한국유전자검사평가원에 의뢰해 지난해 6∼11월 전국의 117개 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23일 공개했다. 117곳 중 85.5%(100곳)만이 정확도가 높은 A등급을 받았다. 보통 수준인 B등급은 8.5%(10곳), 품질보완이 요구되는 C등급은 6.0%(7곳)였다. B등급은 △검사실 및 인력 수준 △정확도 △질병 관리 등 3가지 평가항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있어 90점 이상을 받지 못한 기관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법원이 친자 확인을 의뢰할 때 B나 C등급 기관에는 검사를 맡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번 평가 결과는 복지부(www.mw.go.kr)와 한국유전자검사평가원(www.kigte.or.kr) 홈페이지에 공개된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작은소참진드기’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례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8월 원인을 모른 채 사망한 여성 A 씨(63)의 시신에서 작은소참진드기가 옮기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바이러스가 확인됐다고 21일 밝혔다. 국내에서 첫 감염 사망 사례가 공식 확인됨에 따라 중국에서 시작된 작은소참진드기 공포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병에 대해 잘못 알려진 것이 많다. 위험 부분도 과장됐다. 주의하면 감염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궁금증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Q. 예상보다 확진환자가 빨리 나왔다. A. 이번 확진은 16일 제주에서 사망한 의심환자 강모 씨 등 5명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가 아니다. 이와 별도로 질병관리본부와 오명돈 서울대 감염내과 교수는 2월부터 SFTS 의심사례 5건을 역추적 조사하고 있었다. 냉동 보관됐던 A 씨의 시신에서 SFTS 바이러스 분리를 시도했고 21일 최종 확인됐기에 그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당초 강 씨 등 5명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는 23일경 발표하기로 했다. 4명은 아닌 것으로 결론 났고 강 씨 조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Q. 진드기가 A 씨의 직접적인 사망 원인인가. A. 일단 그렇다고 본다. 강원 춘천에 거주하던 A 씨는 지난해 7월 텃밭에서 일하다 벌레에게 물렸다. 한 달 후인 8월 3일 열과 설사가 생기고 벌레에게 물린 자리가 부어올라 병원에 입원했다. 8월 8일 38.7도의 고열이 지속되고 혈소판 수치가 떨어져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고 4일 후인 12일 사망했다. 당시 쓰쓰가무시병, 말라리아, 신증후군출혈열 검사에서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와 ‘원인 불명 사망’으로 처리됐다. 이번에 원인이 밝혀진 셈이다. Q. 국내 환자가 더 있을 확률은…. A. 역추적 조사 대상 5명 중 A 씨를 제외한 4명은 SFTS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 최종 판정이 나지 않은 강 씨를 제외하면 현재까지 확진된 사람은 A 씨가 유일하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중국(최근 2년 동안 2047명 발생, 129명 사망)처럼 확산되기보다는 일본 수준(올해 15명 발생, 8명 사망)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Q. 진드기에 물리면 모두 감염되나. A. 아니다. 작은소참진드기에게 물렸을 때만 감염된다. 이 진드기의 크기는 약 3mm로 집진드기보다 10배 정도 커서 육안으로도 식별할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작은소참진드기 1000마리 중 단 5마리만이 SFTS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다. 모든 작은소참진드기가 병을 옮기는 게 아니란 얘기다. 건강한 사람은 물려도 발병하지 않을 수 있다. Q. 치사율이 30%라는 주장이 있다. A. 중국에서 처음 확산될 무렵인 2009년 당시의 수치다. 그때는 중증 환자 위주로 통계를 내다보니 30%에 이르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면역력이 증가해 치사율이 10% 이하로 떨어졌다. 현재 중국의 치사율은 6% 정도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 병의 치사율을 10% 미만으로 추정하고 있다. Q. 어떻게 예방하고 치료하는가. A. 현재 예방백신도, 치료제인 항바이러스제도 없다. 하지만 치료가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다. 혈소판 관리, 투석 등을 통해 중증 환자를 살려 낼 수 있다. 백신이 없는 쓰쓰가무시병도 지난해 8604명이 감염됐지만 9명만 숨졌다. 야외 활동을 할 때는 진드기가 잘 붙지 않는 나일론 소재의 밝은색 옷을 입도록 한다. 살갗 노출을 피하기 위해 목에 수건을 두르는 것도 좋다. 집에 들어오기 전엔 옷을 확실히 털도록 한다. 반드시 샤워를 해야 한다. 유근형·이철호 기자·춘천=이인모 기자 noel@donga.com※‘살인진드기’ 표현 안씁니다본보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의 위험이 과장돼 있다는 보건당국의 판단에 따라 ‘살인진드기’ 대신 ‘작은소참진드기’란 표현을 씁니다.}

서울의 한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4학년인 이모 씨(27)는 내년 1월 의사 국가고시를 치른 뒤 입대하기로 결심했었다. 정부가 2015년 인턴제 폐지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군대 이등병 생활에 비견되는 인턴의 마지막 세대가 되는 것보다 전역 뒤 새 제도에서 의사 생활을 시작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당초 3월 입법예고하려던 ‘2015년 인턴제 폐지’가 의료계의 반발로 지연되면서 이 씨의 고민이 깊어졌다. 이 씨는 “정부 결정이 늦어지면서 군대에 가야 하는지 아닌지 혼란스럽다. 국가고시에 집중을 못하겠다”고 말했다.○ 2015년 인턴 폐지 지연… 혼란 커져 인턴을 피하기 위해 휴학을 결정한 학생들은 현재 그야말로 패닉 상태다. 유모 씨(33)는 “인턴이 어차피 없어지기 때문에 출산을 하고 2015년 이후에 레지던트 과정에 들어가려던 계획이 헝클어졌다”고 말했다. 인턴 폐지는 199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 의대를 졸업한 고급인력에게 1∼2개월이면 습득할 수 있는 내용을 1년 동안 교육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인턴 업무가 간호사와 겹치는 때가 많고 잡무가 몰려 있는 데다 노동시간이 길어 인권침해 논란까지 일기도 했다. 보건복지부는 2011년 2월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고 의료계 각 분야의 의견을 수렴해왔다. 지난해 2월 2015년 인턴제를 폐지하고 뉴레지던트(NR)제를 도입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려 했지만 의대생의 반발로 무산됐다. 이후 의대생 대표가 TF에 참가해 논의를 재개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3월 다시 입법예고하려 했으나 다시 지연되고 있다. 복지부와 의대생 대표는 현재 인턴 폐지라는 목표에는 합의에 이르렀다. 하지만 시행 시기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의대생들은 2018년 이후 순차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조원일 의대·의전원협의회(의대협) 총학생회장은 “2015년 폐지는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갑자기 입시제도를 바꾸는 격이다”라며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의대생 7000여 명이 참여한 의대협 자체 설문조사에 따르면 64.5%의 학생들이 2018년 이후 폐지에 동감했다. 2015년 폐지 주장(35.5%)보다 30%포인트가량 많다.○ “의사고시에 실기 반영돼 경험미숙 보완” 복지부도 의대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정책 결정을 하겠다는 태도다. 복지부 관계자는 “15년 이상 해묵은 의료계의 과제다. 의사 국가고시에 실기 점수가 반영돼 인턴제가 없어지면 의사의 임상경험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설득력이 적다”면서도 “하지만 학생들을 위한 제도인데 학생들이 반대하면 의미가 없다는 것이 진영 장관의 생각이다”라고 설명했다. 복지부와 의대협은 5월 중 두 차례 토론회에 참가해 의료계 의견 수렴에 나선다. 6월 중에는 의대생을 상대로 공동 여론조사를 실시 할 계획이다. 결론은 양측이 입법예고 데드라인으로 설정한 6월 15일 이전에 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인턴제 폐지가 최소 2016년, 최대 2018년까지 연기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2015년 폐지가 2년에 걸쳐 추진됐기 때문에 학생들이 이에 어느 정도 대비를 하고 있다. 때문에 2018년 또는 2020년까지 또다시 미뤄지길 바라는 학생이 생각보다 많지 않을 것이다”라며 “결국 2016∼2018년에서 복지부와 의대협이 타협을 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이 기사의 취재에는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의 민지영, 박은혜 씨가 참여했습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부작용 우려가 있는 어린이 타이레놀 시럽을 판매한 한국얀센을 형사고발했다. 타이레놀 시럽을 비롯해 비듬치료제 ‘니조랄액’ 등 5개 유명 제품에 대해서는 최대 5개월의 제조업무 정지 처분을 내렸다. 식약처는 한국얀센 화성공장의 제조·품질관리 실태를 조사한 후 이런 조치를 내렸다고 16일 발표했다. 보건당국이 제약사를 형사고발한 것은 이례적이다. 형사고발은 주로 마약류 관리 규정을 위반한 병원이나 약국에 내려졌던 조치다. 안만호 식약처 부대변인은 “다국적 제약사는 그동안 알게 모르게 특권을 누려왔다. 국민 생명과 직결된 사안에 부정이 있다면 그들에게도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형사고발을 했다”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한국얀센에 대해 ‘국민 보건에 위해를 줄 염려가 있는 의약품을 판매한 혐의’(약사법 62조 위반)를 적용했다. 특히 자동화 설비 작동 문제로 수(手)작업을 하고도 모든 공정을 기계로 생산한 것처럼 기록했고, 원료 약품이 과도하게 들어갔을 가능성을 알고도 계속 판매한 것이 국민 생명을 위협했다고 판단했다. 식약처는 이와 별도로 타이레놀 시럽을 5개월간 제조하지 못하게 했다. 수작업을 한 사실이 드러난 니조랄액은 4개월, 의약품 제조 설비를 바꾸고도 새 공정의 품질 인증을 받지 않은 진통제 ‘울트라셋 정’, 위장약 ‘파리에트 정’, 행동장애 약물 ‘콘서타 오로스 서방정’에 대해서는 1개월 제조업무 정지 처분을 내렸다. 식약처는 화성공장에서 생산돼 국내에 유통되는 39개 의약품 전부의 표본을 수거해 다음 달까지 성분 검사를 진행한다. 결과에 따라 더 많은 의약품에 제조정지 처분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고 식약처 관계자는 전했다. 식약처는 또 앞으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업계와 사례를 공유하고, 소비량이 많은 의약품을 지속적으로 수거해 검사하기로 했다. 한편 한국얀센 김옥연 대표는 이날 “타이레놀 시럽으로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소비자, 환자, 의료진, 정부의 믿음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고 밝혔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제주 지역에서 발생한 ‘살인 진드기’ 의심환자가 숨졌다. 제주도는 소를 기르는 강모 씨(73·서귀포시)가 ‘작은소참진드기’로 감염되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과 유사한 증세를 보여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다가 16일 오전 6시 37분경 사망했다고 밝혔다. 강 씨는 열이 나자 감기로 생각해 가벼운 처방을 받았다가 체온이 39도까지 오르고 설사, 구토 증세 등으로 의식을 차리지 못해 8일부터 제주대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다. 강 씨는 당시 오른쪽 겨드랑이에 진드기에게 물린 흔적이 있었다. 병원 측은 들쥐에 의한 유행성출혈열, 진드기 접촉에 따른 쓰쓰가무시증 등에 대한 검사를 했지만 원인을 밝히지 못했다. 제주도는 SFTS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10일 혈액을 채취해 국립보건원에 검사를 의뢰했다. 검사 결과는 23일경 나올 예정이다. SFTS로 판명나면 이번이 국내 첫 감염 사례가 된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국내에 보고된 SFTS 의심환자 5명 중 강 씨의 증상이 가장 SFTS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SFTS는 목장 등 풀밭에 서식하는 작은소참진드기에게 물려서 발병한다. 일본에서는 올해 3월까지 8명이 감염돼 이 중 5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Q&A 형식으로 살인 진드기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본다. Q. 살인 진드기는 정확히 무엇인가. A. SFTS를 유발하는 작은소참진드기는 집에 서식하는 일반 진드기와 달리 들판이나 풀숲 등에 널리 분포한다. 소나 말을 기르는 목장 지대에 많고, 4∼11월에 집중적으로 활동한다. 길이가 3∼5mm로 눈으로 식별하기가 쉽지 않다. SFTS 바이러스와 이를 매개하는 작은소참진드기는 국내에 오래전부터 존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Q. 물리면 모두 SFTS 증상을 보이나. A. 그렇지 않다. 건강한 사람은 물린 사실을 모른 채 지나갈 수 있다. 하지만 진드기에게 물린 사실을 확인하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대부분의 진드기는 사람이나 동물의 피부에 달라붙어 장시간(10일) 흡혈한다. 감염환자의 혈액, 체액에 의한 접촉감염도 보고돼 있어 환자는 격리 조치가 필요하다. Q. 증상은 어떤가. 치료제는 있나. A. 심할 경우 고열 증상과 함께 구토, 설사, 복통, 식욕 저하 등의 증상을 보인다. 치사율은 12∼30%로 보고됐다. 현재로선 효과적인 항바이러스제나 예방 백신이 없지만 초기 증상에 따라 대증요법을 하면 치료가 가능하다. Q. 예방법은 뭔가. A. 진드기에게 물리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풀숲이나 덤불, 목장 지대에 갈 때는 긴 소매, 긴 바지, 발을 모두 감싸는 신발을 착용해야 한다. 옷을 벗어 풀밭에 놓거나 풀밭에 앉지 않도록 한다. 야외 활동에 앞서 진드기 기피제를 뿌리는 것도 방법이다.제주=임재영·유근형 기자 jy788@donga.com}
제세부담금을 늘려 담뱃값 인상을 추진했던 보건복지부가 올해는 인상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진영 복지부 장관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세계보건기구(WHO) 총회 및 폴란드, 네덜란드 방문에 앞서 15일 기자실에 들러 “올해 안에 담뱃값 인상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주무부처 장관이 공식적으로 연내 담뱃값 인상 불가 방침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진 장관은 그 이유에 대해 “서민 부담 등 여러 가지로 상황이 어렵다. 올해는 시기적으로 인상할 때가 아니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담뱃값 인상은 복지부의 핵심 과제 중 하나였다. 진 장관 또한 담뱃값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 장관은 취임 초인 3월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국민이 전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담배를 많이 피운다”며 흡연율 억제를 위한 가격 인상에 공감했다. 하지만 인상 반대가 만만치 않았고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결국 연내 인상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복지부도 서민 생활이나 물가에 대한 영향을 생각해 태도 변화를 보이는 것이 아니겠느냐. 기재부는 예나 지금이나 담뱃값 인상은 검토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유근형·유재동 기자 noel@donga.com}
도로변과 공단 주변의 봄나물에서 기준치를 넘는 중금속이 검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전국 17개 시도의 주요 도로변과 공단, 하천, 공원 등에 자생하는 봄나물 308건을 채취해 납과 카드뮴, 두 종류의 중금속 수치를 분석했다. 그 결과 29건의 엽채류(잎채소) 또는 엽경채류(잎줄기채소)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중금속이 검출됐다고 15일 밝혔다. 특히 일반인이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쑥, 냉이, 민들레, 씀바귀, 달래 등에서 중금속 수치가 높았다. 공단 주변에서 캔 봄나물이 중금속에 가장 많이 오염돼 있었다. 전체 30건 중 7건(23.3%)이 중금속 기준치를 초과한 것. 그 다음으로는 도로변 봄나물이 120건 중 14건(11.7%), 하천변은 114건 중 6건(5.3%), 공원은 44건 중 2건(4.5%)이었다. 일반적으로 엽채류(쑥, 냉이, 씀바귀, 민들레, 고들빼기 등)의 납과 카드뮴 기준은 각각 0.3ppm과 0.2ppm, 엽경채류(달래, 돌나물, 고사리, 미나리 등)는 각각 0.1ppm과 0.05ppm이다. 하지만 오염이 확인된 봄나물의 경우 납은 0.3∼2.5ppm, 카드뮴은 0.3∼1.9ppm 수준이었다. 한편 들녘과 야산에서 자라는 나물들은 중금속에 오염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처는 별도로 들녘과 야산에서 봄나물 183건을 채취해 중금속 수치를 검사했다. 그 결과 모두 현행 농산물 중금속 기준치를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식약처 관계자는 “도로변에서 자라는 야생 나물을 채취해 먹는 사람이 많다.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듯이 중금속에 오염됐을 우려가 있다. 앞으로는 주변 풀밭에서 무심코 나물을 캐서 먹는 행동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기초생활보장대상자에게 생계 주거 의료 교육 등 7가지 급여를 일괄 지원하던 방식이 이르면 내년 10월 ‘맞춤형 개별 급여’ 방식으로 전환된다. 각 가정에 필요한 분야를 탄력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수급자의 자활을 독려하기 위해서다. 생계가 곤란한데도 사위, 며느리 등 부양의무자의 소득 때문에 수급자에서 탈락되는 일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14일 제1차 사회보장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심의해 확정한 뒤 내년 10월 시행을 목표로 추진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먼저 빈곤 정책의 주요 대상인 ‘차상위계층’(최저생계비의 120% 이하 소득)을 ‘중위소득의 50% 이하’로 확대하기로 했다. 명칭도 차상위에서 ‘잠재빈곤층’으로 바꿨다. 이에 따라 정부의 지원 대상은 430만 명으로 확대된다. 기존 빈곤 정책의 대상인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은 약 340만 명이었다. 기초생활수급자만 놓고 보면 140만 명에서 220만 명으로 80만 명이 늘어난다. 하지만 차상위계층도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총 수혜자는 더 늘어나게 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개별 급여로 전환하면 잠재빈곤층의 80% 수준인 344만 명 정도가 수혜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추산했다. 정부는 생계 주거 의료 교육 등 7개 급여 대상 선정 기준과 급여 수준을 다르게 설정할 방침이다. 잠정안에 따르면 기초생활보장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생계급여는 중위소득 30%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급여 수준도 개인에 따라 다르게 책정된다. 주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자 기준은 ‘중위소득 40∼50% 이하’, 의료는 ‘중위소득 40% 이하’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거 급여는 개인별 임차료와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지원된다. 돌봐줄 가족(부양의무자)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수급자에서 탈락됐던 부작용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는 부양의무자의 소득이 약 392만 원(4인 가족 기준) 이상이면 기초수급자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제도가 개선되면 부양의무자가 441만 원(중위소득 384만 원+최저생계비 57만 원) 이상 벌어야 기초수급자에서 제외된다. 복지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개정해 내년 10월부터는 맞춤형 개별 급여를 실시할 방침이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에 처한 저소득층 가정을 지원하는 ‘SOS 긴급복지지원제도(긴급지원)’ 대상자가 다음 달부터 최저생계비보다 50% 소득이 많은 수준(4인 가구 기준 월 232만 원)까지로 확대된다. 현재는 최저생계비보다 20% 많은 수준(185만6000원)까지만 적용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긴급복지지원법 시행령 개정안’을 14일 입법예고한다고 13일 밝혔다. 긴급지원은 질병, 실직, 구금 등으로 가정의 주 소득원이 일하기 어려워져 빈곤층으로 추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다. 생계 의료 주거 복지시설이용 교육비 등을 우선 지원한다. 다만 실업급여를 받는 경우는 제외된다. 개정안에 따라 소득기준이 최저생계비보다 50% 많은 수준까지로 완화된다. 예를 들어 월 250만 원으로 생활하던 4인 가족이 위기를 맞아 수입이 232만 원 이하로 떨어지면 생계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생계지원 기간도 종전 1개월에서 3개월로 연장된다. 약 1만8000가구가 추가로 생계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개정안이 발효되면 금융자산이 ‘500만 원 이하’인 가정도 긴급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금융자산이 ‘300만 원 이하’일 때만 지원됐다. 3400여 가구가 추가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긴급지원 기준을 완화함에 따라 추가혜택을 받는 가구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고 추경예산 347억 원을 확보했다. 본예산 624억 원과 추경예산 등 총 971억 원이 올해 위기가구에 투입된다. 지난해 긴급지원 예산(약 346억7000만 원)보다 대폭 늘어난 수치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직장인 김모 씨(41)는 한 달 전부터 이 사이에 음식이 낀 것 같은 불편함을 느꼈다. 곧 나아지지 않겠느냐는 생각으로 버텼지만 이물감은 계속됐다. 2주일가량이 지나자 이물감은 통증으로 이어졌다. 머리끝이 쭈뼛쭈뼛 설 정도였다. 그때서야 치과를 찾았다가 의사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어금니에 금이 갔다는 진단. 두 달 전 충치 치료를 받았던 이였기에 충격은 더 컸다. 김 씨처럼 단순한 치아 이물감을 방치하면 치아 균열로 악화되기 십상이다. 치아는 금이 가도 처음엔 통증이 크지 않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진다. 단순한 치아 이물감도 쉽게 넘기지 않고 초기 대응을 잘해야 하는 이유다. 치아 균열은 40∼60대 중장년층에 집중적으로 생긴다. 서울성모병원의 양성은·김신영 교수팀(보존과)에 따르면 2009년 3월부터 2010년 10월까지 치아 균열로 이 병원을 찾은 환자 중 50대가 32%로 가장 많았다. 이어 40대(27.8%), 60대(19.4%), 30대(13.9%) 순이었다. 치아 균열이 가장 많이 생기는 부위는 아래턱 첫 번째 어금니(27.8%)였다. 주로 질기거나 딱딱한 음식을 부수는 역할을 하다가 치아가 깨지는 경우가 많다. 위턱 첫 번째 어금니(25%), 위턱 두 번째 어금니(22.2%)가 그 다음으로 균열이 많이 생겼다. 초기에 발견하면 이에 치과 재료를 덧씌우는 수복 치료만으로 치아 균열을 말끔하게 치료할 수 있다. 치료 시점이 늦을수록 염증을 제거하는 신경치료를 많이 받아야 한다. 최악의 상황에서는 치아를 빼야 할지 모른다. 치아 균열에 따른 통증은 음식을 씹을 때보다는 뗄 때 더 크다. 이 때문에 다른 치통과의 차이점을 확인하려면 음식을 씹고 뗄 때를 비교하면 조기 발견에 도움이 된다. 양성은 교수는 “평소 통증이 없다가 음식을 씹고 뗄 때 시큰거린다면 치아에 금이 간 것은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두 교수의 연구 결과는 미국 ‘치내요법 저널’ 4월호에 실렸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