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자 재진때 병원 안가도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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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의원 원격진료 2015년 도입

고혈압에 시달리는 직장인 A 씨(50)는 5년째 매달 동네 내과를 찾아야 했다. 반복적으로 같은 처방전을 발급받기가 번거로웠지만 약을 타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원격진료가 도입되면 A 씨의 불편이 크게 줄어든다. 병원이 아니라 집이나 사무실에서 혈압을 재서 담당의사에게 결과를 전송하면 된다. 상담과 처방은 원격 화상시스템에서 가능하다. 궁금한 점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 상시적으로 물어볼 수 있다. 혈압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 특별한 검사가 필요할 때만 몇 달에 한 번씩 병원에 가면 된다. 원격진료가 도입되면 A 씨처럼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A 씨 같은 만성질환자나 수술 후 집에서 요양하는 환자는 재진부터 원격진료를 이용할 수 있다.

○ 의료 사각지대 해소


병원을 이용하기 힘든 섬이나 산골 오지마을 주민, 군대와 교도소 등 특수지역 거주자, 성폭력 가정폭력 피해자는 초진부터 원격진료가 가능하다. 지금까지 섬 지역 환자는 상당한 시간을 들여 배를 타고 육지까지 나와서 진료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평소 다니던 병원 의사에게 컴퓨터, 스마트폰을 통해 증상을 설명하면 담당 의사는 환자의 평소 건강상태, 병력, 증상을 고려해 처방할 수 있다. 인근 보건소에 원격진료 시스템을 설치할 수도 있다. 군대와 교도소 등 특수지역 거주자도 마찬가지.

현실적으로 병원 방문에 어려움이 따랐던 가정폭력 또는 성폭력 피해자는 지정된 특정 병원의 의사에게 원격진료를 받게 된다.

원격진료는 의료관광산업 육성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해외 환자는 현지에서 의사를 대동했을 경우에만 한국 의사와 상담 수준의 진료가 가능했다. 이런 규제가 풀리면 현지에서 곧바로 국내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다. 한동우 보건산업진흥원 글로벌기획팀장은 “러시아와 중앙아시아를 중심으로 한국 의사에 대한 원격진료 수요가 있다. 해외환자 유치의 또 다른 루트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대형병원 쏠림 심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개원의협의회 등 의료계는 복지부의 원격진료 허용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의협은 29일 복지부의 입법예고 후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원격진료 허용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밝혔다.

먼저 원격진료에서는 의사의 비윤리적인 행위를 제어하기 어렵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특정 의원에서 의사 1명이 불성실하게 진료를 하면서 하루에 1만 명에게 처방전을 발급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비판이다. 실제로 2000년에 인터넷 처방전 발급업체인 ‘아파요닷컴’이 이틀간 13만 명을 진료하고 7만8000여 명에게 무료 인터넷 처방전을 발급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부추겨 동네의원을 고사시킬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번 입법예고안에서는 동네의원을 중심으로 허용한다고 했지만, 수술 후 추적관찰이 필요하면 대형병원도 원격진료를 할 수 있다.

이렇게 원격진료 허용범위를 조금씩 늘리다 보면 대형병원에 대한 제한이 없어지면서 동네의원이나 중소병원의 몰락으로 이어진다는 비판이다. 의료접근성이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에서는 원격진료가 불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노환규 의협 회장은 “원격진료가 활발하게 도입된 캐나다와 호주는 인구 대비 의사 수가 한국의 100분의 1에 불과하다.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크므로 원격진료를 저지하기 위한 투쟁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유근형 noel@donga.com·이샘물 기자
#만성질환자#동네의원#원격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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