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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는 금품을 받고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과 관련해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에 유리한 보고서를 쓴 혐의로 기소된 수의대 조모 교수(57)를 직위해제했다고 1일 밝혔다. 서울대가 벌인 참고 조사와 관련해 서울대 관계자는 “조 교수의 연구가 진실하게 이뤄졌는지 조사하려 했지만 컴퓨터와 연구노트 등이 없고 보고서도 일부밖에 남지 않아 제대로 조사를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아직 조 교수의 혐의가 다 밝혀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재판이 진행되는 것을 보고 징계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현 상황에서는 직위해제를 넘어 파면 등을 포함한 중징계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한편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이날 옥시의 유해성 실험 조작 의혹이 제기된 호서대 유모 교수(61)를 배임수재 혐의로 소환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유 교수는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원료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대기 중 농도 실험을 진행하면서 옥시 측에 유리한 결과가 나오도록 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유 교수가 질병관리본부의 PHMG 유해성 역학조사 결과를 반박하는 민형사 소송에서 옥시 측 진술서를 써 주고 옥시로부터 그 대가로 총 44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전주영 aimhigh@donga.com·신나리 기자}

《 검찰이 국내 소비자에게 인도될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차량 956대를 1일 긴급 압수했다. 이번에 압수된 차량은 유럽의 강화된 배기가스 규제(유로6)에 맞게 제작된 차량이다. 그동안 국내외에서 배기가스 배출량 조작 문제가 불거진 아우디폴크스바겐 모델은 ‘유로5’ 규제가 적용된 차량에 한정돼 있었지만 검찰은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유로6 적용 차량에 대해서도 위법 정황을 포착해 칼날을 들이댔다. 이번 검찰 수사의 향방에 따라 ‘아우디폴크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게이트’ 파장이 해외로 더욱 크게 번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배기가스 배출량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최기식)는 경기 평택시 아우디폭스바겐 PDI센터(차량 출고 전 검사 센터)에서 차량 956대를 압수했다고 1일 밝혔다. 유로6 기준 1.6L EA288 엔진을 장착한 2016년식 디젤차 3종인 아우디 ‘A1’(292대)과 ‘A3’(314대), 폴크스바겐 ‘골프’(350대) 등이다. 검찰은 이들 차량이 배기가스 배출 허용 기준을 넘어선 것으로 의심되거나 수입 전 배기가스 관련 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유럽의 강화된 환경 기준인 ‘유로6’ 차량을 압수한 것은 세계 처음이다. 이번에 압수된 차량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수입 통관을 거쳐 평택 PDI센터 출고장에 보관돼 있었다. 검찰은 압수 차량의 3분의 2 정도인 A1과 A3가 수입 전 사전 환경 인증을 받지 않았으며 골프1.6은 국내 배기가스 배출 허용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이들 차량을 제조한 업체 등에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수사할 계획이다. 압수된 차종과 동종의 차량은 아직 국내 시장에서 판매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검찰은 올해 3월 평택센터 압수수색 당시 해당 모델의 배기가스 조작 여부를 확인하고자 차량 6대를 견본으로 압수해 환경부 산하 교통환경연구소에 보냈으나 배기관 결함으로 인해 제대로 된 실험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로6는 차량이 1km를 주행했을 때 0.08g 이하의 질소산화물 배기가스가 나와야 한다. 지난해 미국 당국에서 배기가스 저감 장치 조작이 확인됐다며 논란이 됐던 폴크스바겐 자동차는 1km를 주행했을 때 0.18g 이하의 질소산화물 가스가 배출되는 EA189 엔진을 장착한 ‘유로5’ 차량이다. 한국 검찰 수사 결과로 유로6 차종에서도 배기가스 배출 조작이 드러나면 사건의 파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독일 앙겔라 메르켈 정부가 자국 자동차 업체들로부터 비롯된 배기가스 조작 사태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자동차 강국인 한국의 수사당국이 유로6 적용 차량에 ‘현미경’을 들이대면 파장은 세계적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폴크스바겐은 국내외에서 “EA189에 배기가스 조작 소프트웨어를 심었던 것은 인정하지만 유로6의 EA288은 아니다”라고 주장해 왔다. 압수수색 직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측은 “검찰이 제기하는 여러 혐의에 대해서는 조사 과정을 통해 소명하겠다”고 밝혔다.신나리 journari@donga.com·김성규 기자}
유해성을 검증하지 않고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해 사망 피해를 낳게 한 혐의로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68·구속) 등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의 최대 가해 업체로 지목된 옥시 관계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정부가 2011년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역학조사 결과를 내놓은 이후 5년 만에 제품 제조업체 관계자를 기소한 첫 사례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31일 신 전 대표와 김모 전 옥시연구소장, 최모 전 선임연구원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치상 혐의와 허위광고를 한 혐의(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세퓨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한 버터플라이이펙트 오모 전 대표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또 옥시와 버터플라이이펙트 등 법인 2곳에 대해서도 허위광고 관련 혐의로 표시광고법 규정에 따라 법정 최고형인 벌금 1억5000만 원에 약식 기소했다. 신 전 대표 등은 2000년 10월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원료로 한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할 당시 별도의 안전성 검증을 거치지 않고 출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실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실제로 하지 않았고, 제품 겉면에 ‘살균 99.9%―아이에게도 안심’이라는 문구로 광고한 책임도 있다. 검찰은 이러한 광고 문구가 표시광고법 위반을 넘어 사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를 적용할지 검토 중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현재까지 옥시 가습기 살균제 판매액을 50억 원으로 파악하고 있으나 정확한 사기 피해액을 산정해 추가 기소할 방침”이라고 전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최대 가해업체인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 영국 본사에 대한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영국 레킷벤키저가 한국 옥시에서 출시한 가습기 살균제 ‘옥시싹싹 NEW 가습기당번’의 안전성 실험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고서도 실행하지 않은 정황 등을 확보하고 본사 관계자 소환을 추진 중이라고 30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레킷벤키저 본사는 2004년 한국에서 제품을 출시할 당시 “가습기 살균제 독성에 관한 정보가 없다(No Data)”라는 내용의 제품안전보건자료(PSDS)를 한국 옥시에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안전성 검증이 없었다는 사실을 본사 차원에서도 인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수사팀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제품안전보건자료 발행에 관여한 본사 호주 연구소 직원을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영국 본사가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이 발생한 뒤 한국 옥시의 여러 대응 과정에도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히 영국 본사가 서울대 실험보고서의 은폐·조작 경위를 알고도 묵인하거나 지시했는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011년 11월 29일 임신한 쥐를 대상으로 가습기 살균제 생식독성실험을 진행한 서울대 조모 교수(구속)가 한국 옥시에서 중간발표를 하는 자리에 참석한 레킷벤키저 글로벌 연구개발(R&D) 담당 직원도 소환 대상에 올랐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노병용 전 롯데마트 대표(65)와 이승한 전 홈플러스 대표(70)를 이번 주 소환할 방침인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최대 가해업체인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에 이어 두 제조업체의 살균제 판매 및 피해 발생 책임을 규명하는 수사가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먼저 노 전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업무상 과실치사 및 치상 혐의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노 전 대표는 2004년 롯데마트의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 출시 당시 영업본부장을 지냈고 2010년 대표에 올랐다. 박모 전 상품부문장 등 롯데마트 부문장급까지 소환조사를 마친 수사팀은 본부장 이상의 책임 소재를 가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노 전 대표의 조사 결과에 따라 2003∼2007년 롯데마트 사업본부장, 부사장, 대표를 지낸 이철우 전 대표(73) 역시 소환될 가능성이 높다. 2006년 가습기 살균제를 출시한 홈플러스는 현재 팀장급까지 소환조사가 진행됐다. 본부장과 부사장급 이상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검찰의 최종 수사대상은 이승한 전 홈플러스 회장이다. 이 전 회장은 1997년 홈플러스의 전신인 삼성물산 유통부문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한 뒤 1999년 테스코와 삼성의 합작회사인 홈플러스의 대표를 맡아 14년 동안 이끌었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옥시의 제품을 따라 자체 브랜드(PB)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하며 각각 41명(사망 16명), 28명(사망 12명)의 피해자를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사팀은 앞서 2월경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의 사건 관련 임원들을 출국금지한 바 있다. 검찰은 28일 옥시가 자사의 제품이 인체에 무해한 것처럼 허위·과장광고 하는 데 적극 가담한 혐의(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로 2005년부터 현재까지 옥시 연구소장으로 재직 중인 조모 씨를 구속했다. 제품에 유해물질이 포함됐는데도 안전성 검사를 하지 않아 인명 피해를 낸 책임이 일부 인정돼 업무상 과실치사·치상 혐의도 적용됐다. 조 씨가 구속되면서 제품개발 단계를 넘어 2005년 이후 옥시 관계자들의 업무상 과실치사·치상 혐의를 밝히는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특히 옥시가 이 시기에 제품의 안전성 실험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고도 실행하지 않은 배경에 조 씨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구속된 조 씨의 조사 결과에 따라 향후 존 리 전 대표의 재소환 여부도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옥시의 요청으로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가 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농도 실험을 조작한 혐의를 받는 호서대 유모 교수도 이르면 이번 주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유 교수는 실험 환경을 왜곡 조작해 옥시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지적한 2011년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 결과를 반박하는 진술서를 제출하는 등의 대가로 4400만 원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의 최대 가해 업체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의 각종 유해성 증거 은폐와 보고서 조작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인도 국적 거라브 제인 전 대표(47)가 검찰의 소환에 불응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싱가포르에 체류 중인 제인 전 대표에게 이번 주초에 출석하라고 변호인을 통해 통보했으나 제인 전 대표 측은 “업무가 바빠 시간이 안 된다”며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해 왔다고 27일 밝혔다. 제인 전 대표 측은 또 ‘증거인멸 지시’ 등 의혹에 대해 “전부 소명할 수 있고 잘못한 게 없다”는 의사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 관계자는 “제인 전 대표에게 e메일을 통해 서면조사를 진행하면서 출석하도록 우선적으로 설득할 것”이라며 “싱가포르에 형사사법 공조를 요청하는 등 소환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강구하고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2010년 5월부터 2012년 10월까지 제인 전 대표가 옥시를 이끈 시기는 옥시가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법인 형태를 바꾸고 옥시 측에 유리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불리한 실험 결과는 은폐하도록 한 때와 겹친다. 검찰은 제인 전 대표가 서울대 조모 교수(구속)에게 별도의 자문계약서와 함께 뒷돈 1200만 원을 건넨 최종 결재권자로 보고 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선박 평형수 처리장치 분야 세계 1위로 꼽히는 한 중소기업이 한국 해양과학기술원(해양과기원)과 4년에 걸친 특허 기술료 지급 소송에서 사실상 승소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해양과기원이 “특허전용실시료 81억여 원을 지급하라”며 ㈜테크로스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심리불속행으로 양측의 상고를 기각해 “테크로스는 8억여 원을 지급하라”는 원심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심리불속행은 대법원이 상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되는 사건에 대해 본안 사건을 심리하지 않고 기각하는 제도다. 해양과기원은 2005년 10월 특허 출원 중이던 선박 평형수(운항 시 평형을 유지하기 위해 선박 내 탱크에 싣는 바닷물) 전기분해 소독장치의 전용실시권을 테크로스 측에 주고, 그 대가로 2025년까지 매년 시제품으로 제조한 전해모듈 매출액의 3%를 받기로 계약했다. 그러나 ‘매출액의 3%’라는 문구를 놓고 기술료 계산 과정에서 테크로스는 “전해모듈 판매로 발생한 매출액의 3%”라고 주장했고 해양과기원은 “전해모듈만 따로 판매된 적이 없으니 총 매출액의 3%를 받아야 한다”고 맞서면서 마찰을 빚었다. 해양과기원은 2012년 9월 기술료 청구소송을 냈고 2014년 10월 1심 재판부는 테크로스 측에 “기술료 12억여 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1심에서 이긴 해양과기원은 청구액을 81억 원으로 올려 항소했다. 그러나 같은 해 11월 특허법원에서 해양과기원의 특허가 “진보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효 판결이 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서울고법 민사4부(부장판사 배기열)은 지난해 11월 “특허가 무효로 되면서 계약 사정이 변경됐다고 볼 수 있다”며 “2013년 4월 테크로스의 계약해지 통지 이전의 기술료 8억여 원만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맥락상으로는 법원이 국책연구기관의 과도한 기술료 요구에 제동을 건, 사실상 원고 패소 판결이나 다름없었다. 양측은 올해 1월 다시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항소심의 판단을 존중해 재판을 열지 않고 상고 기각 결정을 내렸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의 최대 가해업체로 지목된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의 신현우 전 대표(68·구속)에게 검찰이 기존 혐의 외에 사기죄를 추가해 기소할 방침이다. 안전성 검사를 거치지 않았는데도 제품이 인체에 무해하다고 광고해 소비자를 속였다는 이유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신 전 대표와 옥시에서 광고 및 마케팅을 담당했던 직원 등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특경가법) 사기 혐의를 추가한다고 25일 밝혔다. 그동안 신 전 대표 등에게 적용된 혐의는 크게 두 가지. 문제의 가습기 살균제 ‘옥시싹싹 New 가습기 당번’을 개발하고 제조해 피해자들을 숨지거나 다치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치상)와 함께 ‘살균 99.9% 아이에게도 안심’ 등의 문구를 제품 겉면에 기재해 허위·과장광고를 한 혐의(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다. 그러나 검찰은 인체 무해성을 검증하는 실험 없이 광고 문구를 내보낸 것이 소비자를 기망하는 행위의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해 사기죄를 추가하기로 했다. 검찰은 사기로 인한 피해 금액을 연 5억 원씩 10년간 판매된 것으로 계산해 총 50억 원으로 보고 있다. 혐의가 인정될 경우 피해가 50억 원 이상이면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서 무기징역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수사팀 관계자는 “옥시뿐 아니라 추후 다른 제조업체(세퓨, 홈플러스)의 개발 단계 대표, 광고 담당자, 안전성 점검 담당자에게도 사기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옥시가 영국 레킷벤키저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사내 조직 변동에 따른 혼란으로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검증하는 흡입독성실험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옥시 측이 실험을 진행하지 않은 데 대해 신 전 대표는 “떠나는 마당에 내가 개입할 것도 아니고 영국 본사가 알아서 할 것이라 생각해 실험을 보류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또 2005년부터 현재까지 옥시 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조모 씨가 허위 표시 광고에 주도적으로 관여하고 업무상 과실치사·치상 혐의에 일부 책임이 있다고 보고 이날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농협 불법 선거운동’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최덕규 합천가야농협 조합장(66)을 불러 조사한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이성규)는 26일 오전 10시 최 씨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받을 것을 통보했다고 25일 밝혔다. 최 씨는 1월 12일 제23대 농협중앙회장 선거 당시 측근 등을 동원해 현 농협회장인 김병원 후보를 지지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선거인단에 보내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회장 선거에는 김 회장와 최 조합장, 이성희 후보 등 5명이 출마했다. 1차 투표에서 이 후보는 1위로 통과했지만 3위로 떨어진 최 조합장 명의로 ‘김 후보를 지지해 달라’는 문자메시지가 선거인단에 뿌려진 뒤 치러진 결선 투표에서는 김 회장에게 밀려 낙선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차 투표 후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보내진 것은 불법 선거에 해당한다고 보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현행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은 농협중앙회장 임직원 선거에서 후보자 이외의 제3자는 선거운동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달 검찰은 최 조합장의 선거캠프에서 일하며 김 회장지지 문자메시지를 농협 대의원 291명 중 107명에게 보낸 혐의(공공단체등위탁선거에관한법률 위반)로 김모 씨(57)를 구속기소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아, 이번에도…’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청와대 끈을 놓지 않으려는 김앤장의 의지가 대단해 보였다.” 23일 청와대 신임 법무비서관(차관급)에 최철환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53·사법연수원 23기)가 임명됐다는 소식에 한 법조계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최 비서관은 과거 김영삼(YS) 정부 이후 통산 8번째로 청와대 ‘입성’에 성공한 김앤장 변호사다. 본보는 대통령기록관과 대통령실에 정보 공개를 청구해 YS 정부 이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 소속 비서관급 이상 103명(중복 제외 90명)의 명단을 입수했다. 분석 결과 김앤장 출신 인사는 모두 8명. 김앤장에서 다른 로펌으로 옮긴 뒤 청와대에 들어가거나(1명), 청와대 근무 후 김앤장에 입사한 경우(2명)까지 포함하면 11명에 이른다. 특히 2009년 9월 이제호 법무비서관부터 이번 최 비서관까지 8명의 비서관급 인사가 바통 터치하듯 6년 9개월에 걸쳐 청와대 근무를 이어 가고 있다. 81개월에 이르는 김앤장 변호사들의 청와대 ‘출근’ 기록은 최 비서관 임명으로 더 길어지게 됐다. 일각에서 “청와대가 김앤장 출장소냐”라는 조롱 섞인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YS와 김대중(DJ) 정부 때 민정수석실 비서관 42명 중에는 김앤장 출신이 한 명도 없었다. 김앤장 출신의 청와대행은 노무현 정부(총 24명) 때인 2004년 2월 박정규 민정수석비서관(68·연수원 12기)부터 시작됐다. 같은 시기 신현수 사정비서관(58·연수원 16기)은 대검찰청 마약과장을 끝으로 사직한 뒤 청와대 근무 후 김앤장에 취업했다. 김앤장은 이후 이명박 정부에서 3명(전체 18명), 박근혜 정부에서 5명(전체 18명)의 청와대 민정 라인 비서관을 배출했다. 정권이 바뀔수록 민정 라인에 임명되는 법조인이 늘면서 덩달아 김앤장 출신도 증가하는 추세다. 전체 민정수석실 비서관 중 김앤장 비율은 노무현 정부 때 8.3%였다가 이명박 정부 때 16.6%로 올랐고 현 정부는 27.7%에 이른다. 민정수석실의 공식 기능은 민심의 동향을 파악하고 공직·사회 기강 관련 업무와 인사 검증, 법률 문제 보좌 담당이다. 결국 김앤장이 정부 정책의 방향은 물론이고 고위 공직자 인선에까지 영향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청와대는 적임자를 찾다 보니 수준 높은 법조인이 많은 김앤장 출신이 청와대에 들어오는 사례가 많아졌을 뿐 특별히 선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앤장이 소속 변호사들의 ‘김앤장→청와대→김앤장’식 순환을 통해 ‘법률 권력’으로서의 영향력을 키운다고 보는 시선이 많다. 심지어 법조계에서는 청와대가 김앤장 출신을 발탁하는 게 아니라 김앤장이 청와대에 소속 변호사를 잠시 파견 보냈다가 재취업시키는 형태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한 현직 판사는 “김앤장이 청와대에 계속 사람을 보내는 이유는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넓게는 나라 돌아가는 판과 흐름을 읽어 기업 이윤을 꾀하기 위해서고, 좁게는 사전에 대처할 수 없는 리스크를 놓치지 않으려는 것이다. 변호사 한 명이 대형 사건을 수임해 얻는 이득보다 ‘청와대 근무’를 통해 얻는 편익이 훨씬 크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장택동 기자}

박나원 양(5)은 생후 13개월 때부터 호흡곤란 증세로 목에 튜브를 꽂은 채 산소호흡기를 달고 지냈다. 박 양의 쌍둥이 동생도 비슷한 증세를 보였다. 부모는 무슨 영문인지도 몰랐다. 그러다 정부가 지난해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접수한다고 하자 혹시 가습기 살균제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카를 끔찍이 아끼던 이모 집에서 자란 박 양 자매는 생후 100일 무렵인 2011년 말 애경의 ‘가습기 메이트’에 몇 달간 노출됐었다. 양쪽 폐섬유화 증세를 보인 박 양은 지난해 환경부 조사에서 ‘1등급’ 피해 판정을 받았다. 19일 산소호흡기 제거수술을 받은 박 양의 가족은 23일 퇴원 직후 서울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 양의 어머니 김미향 씨는 “이모가 미안하다고 울면 나원이는 오히려 ‘이모 잘못이 아냐. 다른 아저씨가 나빠’라고 위로하곤 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어 “부산에 살면서도 모래바람 때문에 나원이를 바닷가에 한 번도 데려가지 못했다”고 울먹이며 애경에 대한 검찰수사를 촉구했다. 정부는 2011년 11월 일부 가습기 살균제의 판매를 중지했지만 애경 제품은 대상에서 제외했었다. 한편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23일 한국계 미국인 존 리 전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 대표(48·현 구글코리아 사장)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업무상 과실치사·치상 혐의 등을 조사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최대 가해 업체인 옥시의 외국인 전현직 대표로는 처음으로 검찰에 소환된 리 전 대표는 이날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라며 또박또박 한국어로 입을 뗐다. 그러나 현장에서 그를 기다리던 피해자 가족과 시민단체 관계자 10여 명은 발언 도중 옷을 잡아당기는 등 거친 몸싸움을 벌였다. 리 전 대표는 ‘옥시싹싹 NEW 가습기 당번’을 사용한 뒤 가슴통증, 호흡곤란 등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의 민원을 받고도 제품 회수, 판매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팀은 보고서 조작 등의 혐의로 구속된 서울대 조모 교수가 임신한 쥐를 대상으로 한 생식독성실험 결과를 근거로 태아일 때 살균제에 노출됐다가 피해를 본 사례에 대해서도 인과관계를 인정하기로 했다. 검찰은 조 교수를 증거 위조, 수뢰 후 부정처사, 사기 혐의로 24일 구속 기소할 예정이다.김호경 whalefisher@donga.com·신나리·김준일 기자}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의 최대 가해업체인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의 울리히 호스터바흐 재무담당 이사(49·독일 국적)가 외국인 임원으로선 처음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19일 오후 2시 호스터바흐 이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진한 검정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검찰청사에 나타난 그는 ‘옥시 측에서 서울대 조모 교수에게 자문료와는 별도로 1200만 원을 건넨 사실을 알았느냐’는 물음에 대답을 피했다. ‘피해자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는 요청에도 입을 굳게 다문 채 빠른 걸음으로 청사로 들어갔다. 2010년 7월부터 약 6년간 재직한 호스터바흐 이사는 옥시의 자금 흐름을 가장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검찰은 2011년 사망 사건이 발생한 이후 옥시가 서울대, 호서대, KCL 등에 독성실험을 의뢰하면서 지급한 용역비나 교수들에게 ‘자문료’ 형태로 지급한 별도의 자금도 호스터바흐 이사의 결재를 거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옥시가 피해자들과 민사 조정을 하면서 합의금을 제시하는 데도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 옥시의 전 사내변호사로서 법률 문제를 담당했던 미국 변호사 김모 씨도 이날 함께 소환됐다. 김 씨는 2011년 이후 보고서 조작 의혹에 깊숙이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씨는 옥시의 법률 리스크를 체크해 법률대리인인 김앤장, 영국 본사와 상의하며 민사소송 의견서 작성에 참여했을 가능성을 의심받고 있다. 또한 ‘옥시싹싹 NEW 가습기당번’ 판매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신고나 민원들을 묵살한 정황은 없는지, 국내 법인의 유한회사 전환 과정 등에서 법률적 조언을 어떻게 건넸는지도 검찰은 조사할 방침이다. 외국인 전직 대표 중에 첫 소환대상이 된 존 리 전 대표(48·현 구글코리아 사장)는 23일쯤 소환 조사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리 전 대표가 2005년 6월부터 2010년 5월 옥시 대표를 지내며 제품의 유해성과 피해사실을 알고도 가습기 살균제 판매를 강행한 과실은 없는지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 등이 1월부터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고를 받은 결과 피해 의심자가 추가로 566명 늘었다. 가족 모임 등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25일까지 집계된 추가 피해 신고 사망자가 41명, 생존자가 525명 등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와 민간의 신고 접수를 모두 합하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사망 의심자는 266명, 생존자는 1848명이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조건희 기자}
검찰이 이른바 ‘뚫리는 방탄복’ 제조사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고 금품을 받은 혐의로 예비역 소장 이모 씨(62)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는 19일 이 씨를 알선수재 등 혐의로 불러 조사했다고 밝혔다. 이 씨는 국방부에서 근무하던 2011년 10월 방위사업체 S사로부터 청탁을 받고 철갑탄 방탄복 보급계획을 변경해준 뒤 제품을 납품받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씨는 부인을 S사 계열사에 위장취업시켜 2014년 3~11월 3900여만 원을 챙긴 것으로도 알려졌다. 군은 2007년 28억 원을 들여 철갑탄을 방호할 수 있는 ‘나노입자 액체방탄재’를 민관합동으로 개발하는 데 성공한 뒤 2012년부터 액체방탄복을 보급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국방부 전력관리자원을 담당하던 이 씨가 S사로부터 “다목적 방탄복 공급을 독점하게 해 달라”는 청탁을 받은 뒤 기존 계획을 중단시키고 민간업체의 연구 개발 방식으로 방탄복을 조달하기로 결정했다. S사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방부에 수의계약 방식으로 방탄복을 독점 납품했다. 일선 부대와 해외 파병부대 등에 S사의 방탄복 3만5000여 벌이 공급됐지만 감사원 조사 결과 철갑탄에 완전히 관통되는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신나리기자 journari@donga.com}
검찰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의 최대 가해 업체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의 전현직 외국인 임원들을 19일부터 줄소환 조사한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19일 울리히 호스터바흐 옥시 재무담당이사를 불러 조사하는 것을 시작으로 존 리 전 옥시 대표(48·현 구글코리아 사장), 인도 출신 거라브 제인 전 대표(47)를 이후 차례로 출석시켜 조사할 예정이라고 18일 밝혔다. 19일에는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판매와 2011년 사망 사건 발생 이후 법률문제를 전담한 것으로 알려진 김모 전 옥시 사내변호사도 조사를 받는다. 검찰이 옥시의 외국인 임원들을 조사하는 것은 제품 출시 당시의 책임자였던 신현우 전 대표(68·구속) 이후의 옥시 상황을 본격 조사하기 위한 의미로 풀이된다. 리 전 대표의 후임인 거라브 제인 전 대표는 2011년 사망 사건 발생 후 옥시의 보고서 조작 등 증거를 은폐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제인 전 대표는 서울대 수의학과 조모 교수(구속)에게 ‘옥시 가습기 살균제가 무해하고 피해자들의 피해 질환이 다른 원인에 의한 것임을 밝혀주고, 질병관리본부의 실험을 비판해 달라’는 취지로 별도의 자문계약서를 작성해 직접 e메일로 보낸 사실이 드러났다. 석 달간 월 400만 원씩 지급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 계약서는 실험계약 주체인 서울대 산학협력단을 거치지 않아 사실상 ‘이면계약서’로 볼 수 있다는 게 검찰 내부의 시각이다. 뒷돈을 받고 실험 결과를 조작한 혐의(수뢰 후 부정 처사, 증거 조작, 사기)로 8일 구속된 조 교수는 계약서의 존재를 부인해 오다 최근 검찰 조사에서 이런 내용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신광렬)는 구속이 합당한지 다시 판단해 달라는 조 교수의 구속적부심사 신청을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다”며 18일 기각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최대 가해 업체로 지목된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의 영국 본사 관계자 중 존 리 전(前) 옥시 대표(48)를 첫 소환 대상으로 정하고 이달 내 불러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신현우 전 대표(68·구속)의 후임으로 2005년 6월부터 2010년 5월까지 5년간 옥시의 대표를 지낸 한국계 미국인 리 전 대표의 소환 일정을 최종 검토하고 있다. 영국 본사 관계자 가운데 리 전 대표가 가장 먼저 검찰 조사를 받게 된 데는 그가 현재 구글코리아 사장으로 한국에서 일하고 있다는 점이 크게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리 전 대표가 근무했던 시기는 문제의 가습기 살균제 ‘옥시싹싹 NEW 가습기 당번’이 불티나게 판매되던 때로 피해자들이 본격적으로 발생하던 시기와도 맞물려 있다. 이 기간에 옥시가 해당 제품의 유해성을 알고 있었거나, 안전성 실험의 필요성을 인식했음에도 실험을 하지 않고 계속 판매하고 유통한 과정에서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리 전 대표의 과실이 있었는지를 밝혀내는 게 수사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옥시 영국 본사의 직간접적인 지시나 개입이 있었는지도 조사돼야 할 부분이다. 영국 본사 책임이 일부 밝혀지면 다국적 기업의 기업윤리 문제가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작지 않다. 리 전 대표의 소환은 그동안 가습기 살균제를 둘러싸고 다양한 의혹이 제기된 영국 본사를 겨냥한 검찰 수사의 첫 단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영국 본사는 △2000년 당시 가습기 살균제 개발 및 제조·판매에 책임이 있다는 의혹 △2011년 11월 수거명령이 떨어지기 전까지 안전성 실험 없이 제품을 판매한 책임이 있다는 의혹 △2011년 사건 발생 뒤 각종 연구보고서 조작과 증거 은폐에 개입했다는 의혹 등을 받았다. 그러나 첫 의혹은 신 전 대표가 책임자로서 14일 업무상과실치사·치상 혐의로 구속되면서 영국 본사는 혐의를 벗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피해자와 가족 436명이 국가와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사 20여 곳을 상대로 112억여 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그동안 도마에 올랐던 국가의 관리 부실 등에 대한 책임 유무가 법정에서 본격적으로 가려지게 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회장 한택근)은 정부 피해 조사에서 1∼4등급을 받은 피해자와 가족들을 대리해 16일 서울중앙지법에 소장을 제출했다고 이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피고는 대한민국과 옥시, 애경, SK케미칼 등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사 및 원료물질 공급사 22곳이다. 총 손해배상청구 금액은 112억여 원이다. 배상액은 일률적으로 사망 피해자는 5000만 원, 폐 손상 등 질병 피해자들은 3000만 원, 피해자 가족은 정신적 위자료 1000만 원으로 정해졌다. 민변은 “향후 소송 진행에 따라 피해가 확정되면 청구 금액이 최소 5배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소송에서는 국가의 책임 유무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 달라질지 주목되고 있다. 사법부는 과거 피해자들이 개별적으로 낸 소송에서 사건 당시 법률 규정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법적 책임을 묻지 않았다. 지난해 1월 서울중앙지법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 박모 씨 등 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알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패소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의 특별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유해성 심사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는 여론이 비등해지면서 국면이 전환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이번 소송은 변호사 선임과 소송 비용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던 피해자들을 모아 진입장벽을 낮춘 집단 손해배상소송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정부의 ‘관리 부재’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을 키웠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해당 부처와 기관들은 책임을 회피하는 모양새다. 환경부는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쓰인 화학물질에 대한 유해성 심사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판매를 허용했다는 비판에 대해 “유해화학관리법에 조항이 없었다” “관리 대상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당시 살균제는 안전관리 대상 공산품이 아니어서 이를 관리할 법적 근거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솜방망이식 처벌도 부실한 정부 대처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2012년 7월 공정위는 가습기 살균제가 안전하다고 허위표시한 판매사를 제재하고 옥시레킷벤키저에 5100만 원을 부과하는 등 홈플러스(100만 원), 버터플라이이펙트(81만 원), 아토오가닉(폐업으로 부과 못함)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롯데마트는 과징금 없이 경고 조치만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표시광고법 위반과 관련해서는 과징금 부과사례가 거의 없지만 당시 사건은 매우 중대한 것으로 판단해 법 상한인 관련 매출의 1%를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또 공정위 조사를 통해 옥시 측이 제품 원료에 대한 유해성 경고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 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관련 업체들을 압수수색한 지난해 10월부터다. 검찰은 이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은 허위광고 표시 혐의에 그쳤을 뿐 수사의 본류는 그해 8월 피해자들이 사망 사건의 책임을 묻기 위해 제조업체를 상대로 처음 형사고발한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검찰은 독성실험, 역학조사 결과 등 과학적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정부의 공식 발표가 없는 상황에서 시한부 기소중지를 결정하는 등 선제적 대응이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경찰에서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하기까지 수사가 더디게 진행된 점은 검찰 내부에서도 아쉬운 대목으로 꼽고 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김준일 /세종=박민우 기자}
검찰이 임신부와 영유아 103명의 목숨을 앗아간 ‘죽음의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하고 제조·판매한 혐의 등(업무상 과실치사·치상)으로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68)를 14일 구속하면서 수사의 초점이 2001년 4월 인수 시점부터 2011년 당국의 가습기 살균제 수거 명령이 떨어진 시기 사이로 옮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이르면 이번 주초 제품이 계속 판매되고 유통된 시기에 몸담은 영국 본사 관계자들 가운데 소환 대상을 구체화해 소환 일정을 조율할 방침이다. 핵심 임원 중 첫 조사 대상으로는 신 전 대표가 물러난 2005년부터 5년간 대표를 지낸 한국계 미국인 존 리 전 대표(48·현 구글코리아 사장)와 인도 출신의 거라브 제인 전 대표(47)가 유력하다. 검찰은 신 전 대표가 법인 인수 후 2005년까지 대표를 지낸 이유가 본인의 의지가 아니었고 ‘회사와의 옵션 계약에 묶여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어 영국 본사와 가습기 살균제가 유통된 과정을 둘러싼 책임 등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한 후속 수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신 전 대표가 대표직에 남아 있던 이유가 살균제 흡입독성 실험의 필요성을 인식하고도 실험을 실제 하지 않은 배경과 맞물려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수사팀은 16일 또 다른 가해업체인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의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제조한 Y사 대표 김모 씨를 소환해 조사한다고 밝혔다. 앞서 14일에는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발생 5년 만에 처음으로 가해업체 책임자가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사실의 소명이 있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14일 새벽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신 전 대표와 같은 혐의로 영장이 청구된 김모 전 옥시 연구소장과 최모 전 선임연구원, 또 다른 가습기 살균제 ‘세퓨’를 제조한 오모 전 버터플라이이펙트 대표도 함께 구속됐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가습기 살균제 ‘세퓨’의 독성물질(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 농도가 인체에 무해한 수준보다 무려 160배 이상 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버터플라이이펙트사가 제조한 세퓨는 단기간에 사망자 14명 등 27명의 피해자를 낳은 제품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 관계자는 13일 “세퓨의 독성물질 농도는 최대 가해 업체인 옥시 제품의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농도보다 4배나 많은 양”이라며 “시판 중인 가습기 살균제 원료물질 농도의 40분의 1 정도로 희석했다면 문제가 없을 수 있었지만 전문지식이 없는 회사 대표가 오히려 4배를 넣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오모 전 버터플라이이펙트 대표는 2008년 덴마크 케톡스사에서 수입한 PGH를 원료로 처음 세퓨를 제조했다. 과거 동업자가 컴퓨터 기기 세정 및 항균제 용도로 신고하고 수입한 40L 가운데 일부를 빼돌려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했다. 결국 2009년부터 2011년 사이 2년여간 판매된 세퓨는 업체 규모와 판매 기간에 비해 큰 피해로 이어졌다. 한편 업무상 과실치사·치상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신현우 옥시레킷벤키저 전 대표(68)는 이날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신 전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쓰인 PHMG의 흡입독성 실험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문제의 가습기 살균제 제조와 판매 책임이 영국 본사에 있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질심사 직후 신 전 대표는 “변호인이 충분히 설명드렸다. 판사의 결정에 따르겠다”며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많은 고통을 드리고 피해를 준 것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발생 후 가해업체 책임자로는 처음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신현우 옥시레킷벤키저 전 대표(68)가 13일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신 전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반 서울중앙지법에서 3시간가량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서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쓰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흡입독성실험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문제의 가습기 살균제 제조와 판매 책임은 영국 본사에 있다는 기존의 입장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를 마치고 나온 신 전 대표는 “변호인이 충분히 설명드렸다. 판사의 결정에 따르겠다”며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많은 고통을 드리고 피해를 준 것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옥시싹싹 NEW 가습기 당번’ 출시 당시 주요 성분인 PHMG 성분이 흡입 때 인체에 유해하다는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제조 판매해 피해자들을 숨지거나 다치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치상)로 신 전 대표와 김모 전 옥시 연구소장, 최모 전 선임연구원에 대해 11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가습기 살균제는 인체에 무해하다’는 내용의 허위과장 광고를 한 혐의도 받고 있다. 단시간 내에 많은 피해자(사망 14명 포함 27명)를 양산한 또 다른 가습기 살균제 ‘세퓨’를 제조한 오모 전 버터플라이이펙트 대표도 13일 옥시 관계자들과 같은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오 전 대표는 세퓨를 제조할 때 원료 물질인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을 인체에 무해한 수준보다 160배를 진하게 넣어 희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팀 관계자는 “최대 가해업체인 옥시의 제품보다 4배를 더 넣었다.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보다 40분의 1정도를 넣으려다가 오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의 구속 여부는 13일 밤늦게 결정된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사망자를 14명 발생시킨 가습기 살균제 ‘세퓨’ 제조회사가 덴마크의 원료 생산 회사에 “농업용으로 쓰겠다”며 독성물질인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 공급을 요청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12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퓨의 원료 생산 회사로 알려진 덴마크 회사 케톡스의 담 고르 전 대표와 덴마크 현지에서 만나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고 공개했다. 최 소장에 따르면 고르 전 대표는 “세퓨에 가습기 살균제 원료를 수출한 적이 없으며 한국(세퓨 측)에서 농업용으로 쓰겠다는 말을 듣고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첨부해 소량 샘플(40L가량)만 보냈다”고 주장했다. PGH는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보다 4배가량 독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르 전 대표는 또 “한국의 버터플라이이펙트(세퓨 제조사)가 중국에서 PHMG를 수입했다는 이야기를 중국의 생산 업체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PHMG는 가장 많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낸 옥시가 제품을 만들 때 쓴 성분이다. ○ “유럽에선 동물에게도 쓰지 않는다” 현재 버터플라이이펙트를 수사 중인 검찰은 오모 전 대표가 2008년 처음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 때는 정부에 신고한 대로 PGH를 썼으나 이후 PHMG를 멋대로 섞어서 썼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또 버터플라이이펙트는 2008년까지 샘플로 받아낸 PGH를 사용해 제품을 만들었고 이후 SK케미칼에서 공급한 원료(PHMG)를 중간 도매상을 통해 전달받은 뒤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르 전 대표가 ‘중국에서 원료를 수입했다’고 들었다는 내용과 달리 가습기 살균제 원료 공급 업체는 국내 업체였던 것. 한국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 상황과 관련해 고르 전 대표는 “PGH가 그런 용도(가습기 살균제)로 쓰이는지 몰랐다”며 “유럽에선 농업용으로 쓰며, 소나 닭의 살균용도로도 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만약 버터플라이이펙트가 PGH를 농업용으로 신청해 이를 받아 썼다면 사전에 위해성을 알고도 사용한 것이어서 더 큰 논란이 예상된다. ○ 허가와 다른 물질 써도 몰라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가 당국의 허가를 받은 내용과 다른 물질을 섞어 만들어졌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정부의 허술한 화학물질 관리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세퓨 제품이 출시된 2008년에는 제조업체가 독성물질을 혼합하고 바꿔 썼더라도 이를 감시할 시스템이 없었다. 정부는 2007년 공산품 안전관리법에 따라 안전검사 대상을 선정했지만 이때 가습기 살균제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당시 정부는 고시에서 안전검사 대상인 ‘생활화학가정용품’을 선정하면서 세정제, 방향제, 접착제, 광택제, 탈취제, 합성세제, 표백제, 섬유유연제 등 구체적인 항목을 선정했으나 가습기 살균제는 이 목록에서 빠져 있다. 산업부는 가습기 살균제는 자율 인증 품목으로 가습기를 씻는 용도로 허가를 내준 것이고 유해성 평가는 담당이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당시 가습기 살균제는 공산품으로 분류돼 식약처 관리 대상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뒤늦게 식약처가 2011년 이를 의약외품으로 관리하기로 했지만 이전까진 사각지대에서 방치됐다. 최근 환경부는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커지자 뒤늦게 살생물제에 대해 전수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이 역시 표기와 실제 성분을 비교 분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수만 개에 이르는 모든 살생물제의 실제 성분을 분석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만큼 제조사로부터 화학물질 정보를 받고 의심스러운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실제 검사에 들어가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신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