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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다음 달 말부터 공공기관들은 퇴직자가 임원으로 재취업한 회사와는 해당 퇴직자의 퇴직일로부터 2년간 수의계약을 할 수 없다. 입찰 및 계약 과정에서 공공기관 임직원의 비리가 드러나면 조달청이 2년간 해당 부서의 계약업무를 넘겨받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 실시된다. 기획재정부는 12일 이런 내용을 중심으로 한 ‘공기업 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 개정안을 13일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기재부는 공공기관과 공공기관 퇴직자가 임원으로 재직하는 회사 간의 수의계약을 해당 퇴직자의 퇴직일로부터 2년간 금지하기로 했다. 공공기관이 특정 회사에 계약을 몰아주며 퇴직자를 챙겨주는 관행을 없애기 위해서다. 퇴직자의 직함이나 등기 여부와 관계없이 사실상 임원 업무를 맡을 경우에도 수의계약이 금지된다. 다만 해당 업체 외에는 같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없을 경우 예외적으로 수의계약을 허용하기로 했으며 이때 기관장과 감사원에 계약 사실을 알리도록 했다. 공공기관 임직원이 입찰 및 계약 과정에서 비리를 저지르다 적발되면 이 공공기관의 해당 업무를 2년간 박탈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가 도입된다. 정부는 비리 행위로 감사원이 파면, 해임 등 중징계를 요청하거나 검찰이 기소했을 때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할 계획이다. 제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해당 임직원이 관리하는 과나 부가 여러 개 있을 경우 임직원이 담당하는 조직 전체의 계약 업무를 모두 조달청에 위탁하기로 했다.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뿌리 깊은 우리 사회의 관피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무원 채용 방식과 퇴직 공무원의 재취업 제한규정 등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고위 공무원 대부분이 정년 이전에 은퇴할 수밖에 없는 현재의 시스템까지 손을 봐야 현직, 퇴직 관료 간의 유착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행정고시 위주의 공무원 채용 방식을 재편해 민간의 우수한 인재를 공직에 영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지금도 일부 특별채용이나 개방직에 대한 공모 방식으로 민간 출신을 영입하지만 핵심 보직은 여전히 행시 출신들이 ‘독식’하고 있다. 일부 개방직 역시 행시 출신이 내정된 상태에서 민간인은 들러리만 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행정전문가들은 특히 개방직 심사 과정을 공개해 민간인과 공무원이 선출 과정에서 공정하게 경쟁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 행정학과 교수는 “고위직뿐 아니라 중간 직급부터 외부 전문인력을 영입하면 관료들의 ‘끼리끼리 문화’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무원이 재직 중에 은퇴 이후를 염려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관피아 커넥션의 이면에는 공무원이 임기 중 일한 만큼 충분히 보상받지 못한 부분을 은퇴 후에 다른 방식으로 보상받겠다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것”이라며 “고위 공무원의 정년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등 근무여건을 개선해야 공무원이 ‘인생 이모작’을 고려해 부패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희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요즘 공무원들은 조직에서 부속품처럼 일하는 분위기 때문에 예전보다 책임감이 크게 떨어져 있다”면서 “이들이 확실한 권한과 책임을 갖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산업통상자원부는 12일부터 이틀간 각 나라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을 줄이기 위한 ‘클린에너지 장관회의’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연다고 11일 밝혔다. 클린에너지 장관회의는 한국, 미국, 독일 등 세계 에너지의 70%를 사용하는 주요 국가의 관계 장관이 모여 에너지 절약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2010년 미국에서 첫 회의가 열렸고 아랍에미리트, 영국, 인도에 이어 한국이 5번째 개최국으로 선정됐다. 이번 회의에서 각국은 2011년 이후 2년 연속 청정에너지 개발에 대한 신규 투자가 줄어드는 원인과 대책을 집중 논의할 계획이다. 윤상직 산업부 장관은 “나라별로 청정에너지 제품에 대한 인증체계가 다르고 국제 규정이 미비해 투자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이를 개선하는 노력이 회의에서 중요하게 부각돼야 한다”고 말했다.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공정거래위원회가 본사와 대리점 간 발생할 수 있는 ‘재고 떠넘기기’ 등 불공정거래 행위를 유형별로 구체화해 고시하기로 했다. 현재 본사와 대리점 사이에서 발생하는 불공정거래의 경우 공정거래법과 시행령을 통해 처벌하고 있지만 관련 법령의 구체성이 떨어져 현장의 불만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본사와 대리점 간 불공정거래 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구체적인 불공정거래 행위유형 고시를 제정하고 12일부터 시행한다고 11일 밝혔다. 이 고시는 불공정거래 행위 유형을 구체화해 본사의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를 억제하고 대리점주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마련됐다. 고시에 따르면 본사는 유통기한이 가까운 상품과 신제품, 비인기 제품 등을 대리점에 강제로 떠넘길 수 없다. 세일 등 본사의 판촉행사에 대리점의 인력을 임의로 쓰는 것도 불공정거래 행위에 해당한다. 이외에도 판매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계약을 중도에 해지하거나 본사의 잘못으로 상품이 파손됐을 때 반품을 거부하고 운송비를 대리점에 전가하는 것도 금지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리점주가 고시 위반 행위를 공정위 등 관계기관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본사가 불이익을 줄 경우 이 또한 불공정행위로 처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2011년 서울에서 스크린골프 연습장을 연 김모 씨는 골프존과 골프 시뮬레이션 시스템 구입 계약을 하며 프로젝터, 컴퓨터, 디지털카메라 등을 3500만 원에 구입했다. 이 장비들은 골프존과 맺은 계약서에 ‘기본품목’으로 지정돼 있어 어쩔 수 없이 골프존으로부터 구입해야만 했다. 김 씨는 최근 동종업계 사람들로부터 500만 원이면 이 장비들을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분통을 터뜨렸다. 온라인 쇼핑몰 등을 이용해 따로 구매할 경우 훨씬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프로젝터와 스크린 등을 사용해도 골프존의 소프트웨어와 호환이 된다는 점도 뒤늦게 알았다. 김 씨처럼 스크린골프 점주에게 영상기기 등 각종 물품을 끼워 팔아 온 스크린골프 업체 ‘골프존’에 43억여 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스크린골프 연습장 점주를 대상으로 불공정 거래 행위를 한 골프존에 43억41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8일 밝혔다. 가상현실을 이용한 골프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개발·판매하는 골프존은 전국에 약 4800개 매장을 지닌 시장 점유율(91.4%) 1위 업체다. 공정위에 따르면 골프존은 2009년 6월부터 현재까지 골프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판매하며 점주에게 프로젝터와 스크린 등 영상장비를 일괄 판매했다. 2009년 6월 이후 패키지로 판매된 골프 시뮬레이션 시스템은 약 1만8000개에 이른다. 공정위는 골프존이 각종 장비를 기본품목에 포함해 패키지로 판매하며 점주의 선택권을 제한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골프존이 275만 원에 판매한 프로젝터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175만 원, 중고품은 90만 원에 구입할 수 있다”며 “골프존은 점주가 개별 장비의 단가를 알아챌 수 없도록 하나의 패키지로 판매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골프존은 자사가 판매한 시뮬레이션 시스템 오류로 점주가 영업을 못할 경우 점주에게 영업손실을 충분히 보상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스템 장애의 원인이 불분명하다며 입증책임을 점주에게 떠넘기거나 일방적으로 낮은 금액을 보상액으로 제시하며 합의를 요구하기도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서울 시내 한 매장의 경우 시스템 오류로 약 78만 원의 손해가 발생했지만 골프존 측은 6만9000원을 보상하는 데 그쳤다. 이 밖에 골프존이 점주의 사업장을 이용해 광고를 한 뒤 점주에게 수익을 나눠주지 않은 점도 불공정 거래 행위로 지적됐다. 한국시뮬레이션골프문화협회 관계자는 “누구나 쉽고 저렴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스크린골프가 만들어졌지만 골프존의 끼워팔기 등으로 단가가 높아지며 소비자 부담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골프존 측은 “프로젝터 끼워팔기 등을 강요한 적이 없으며 시중 가격보다 비싸게 판매한 이유는 제품 가격에 연구개발(R&D) 비용 등이 더해졌기 때문”이라며 “공정위의 발표 중 사실과 다른 부분도 많아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세월호 참사를 불러온 선박 부실 안전점검의 원인으로 꼽히는 ‘관료 마피아’가 해양 분야뿐만 아니라 건설, 환경 등 사회 전 분야에 뿌리내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의 재취업을 제한하는 규정을 피해 낙하산으로 내려간 퇴직 관료들이 각 업종을 대표하는 민간 협회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협회는 정부의 안전관리 업무 등을 대행하면서 동시에 관련 기업들의 민원을 모아 정부에 건의하는 ‘로비 창구’ 역할을 하고 있어 관료 마피아 커넥션의 핵심 고리로 꼽힌다.○ 규제 많은 부처들, 퇴직 관료 통해 협회 장악 6일 안전행정부가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이찬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1∼2013년 주요 협회 79곳에 취업한 퇴직 관료가 141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협회 한 곳당 2명 정도 퇴직 관료들이 포진하고 있는 셈이다. 관세청 출신 관세사 20명이 전문성을 살려 면세점협회에 관세사로 취업한 것을 제외해도 퇴직 후 출신 부처와 관련이 있는 협회로 자리를 옮긴 관료는 121명에 이른다. 부처별로는 소위 ‘국피아’로 불리는 국토교통부 출신 관료 24명이 21곳의 협회에 취업해 재취업이 가장 많았다. 전국 6900여 개 건설 관련 회사들이 회원사로 가입해 있는 대한건설협회는 정내삼 상근부회장과 상임이사인 서만석 산업본부장이 국토부 출신이다. 건설사 대표가 맡고 있는 협회 회장은 사실상 명예직으로 이들 국토부 출신 임원이 협회 실무와 정부 관련 업무를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외버스 회사들을 대표하는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은 조종배 전 국토부 익산지방국토관리청 관리국장이 2012년부터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국토부에 이어 환경부(13명) 금융위원회(12명) 농림축산식품부(12명) 산업통상자원부(11명) 등도 10명 이상의 퇴직 관료가 관련 협회 고위 간부로 자리를 옮겼다. 국토부는 소관 규제가 2443건으로 중앙부처 가운데 가장 많고 산업부(1197건) 금융위(1096건) 농식품부(936건) 환경부(849건) 등도 규제 건수에서 수위권에 들어있는 부처들이다. 이들 부처는 규제가 많다 보니 힘이 강해지고 이들의 규제를 받는 기업들이 자신들을 대표하는 협회에 관련 부처 출신 관료들을 대를 이어 ‘모셔 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로 비판을 받고 있는 해양수산부는 한국항만협회 등 3곳에 5명의 퇴직 관료가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스스로 방만하고 무책임한 경영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 공공기관에도 이른바 ‘관(官)피아’들이 대거 자리를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정부가 지정한 38개 방만 경영 중점관리 대상 기관장 38명 중 18명(47.4%)이 관료 출신 인사였다. 상임감사는 36명 가운데 19명(52.8%)이, 비상임이사는 238명 가운데 74명(31.1%)이 관료 출신이었다.○ 기업 방패막이 역할 하며 안전관리 무력화 퇴직 관료들이 재취업한 협회 중 상당수는 정부의 안전관리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이지윤 전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과장이 상근부회장으로 취업한 한국화학물질관리협회는 유독물 수입신고 업무를 대행하고 있으며, 갈만수 전 산업부 남부광산보안사무소장이 상근부회장을 맡은 한국에너지기기산업진흥회는 보일러 제품의 안전 인증 업무를 하고 있다. 문제는 퇴직 관료들이 취업한 협회들이 정부를 대신해 관련 민간 기업들의 안전관리 업무 등을 맡으면서 동시에 규제 대상인 기업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익단체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낙하산으로 내려간 퇴직 관료들과 이들을 관리감독하는 현직 관료들이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마피아식 커넥션’을 형성하면서 안전에 대한 관리감독이 허술해질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이 공무원 퇴직 후 직무 관련성이 있는 분야에는 2년간 취업을 제한하지만 정부의 업무를 위탁받은 협회는 예외라 이들은 재취업 과정에서 심사도 받지 않았다. 이창원 한성대 교수(행정학)는 “협회들이 퇴직 관료를 영입해 정부 부처를 상대로 한 방패막이 역할을 맡기는 것은 큰 문제”라며 “정부 업무를 대행하는 협회에 퇴직 관료가 취업할 때도 직무 관련성을 심사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퇴직 후 산하 공공기관에 낙하산으로 내려간 관료들은 임기 3년간 최대 15억 원 안팎의 보수를 챙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리오’에 공시된 공공기관장 연봉 현황에 따르면 2011∼2013년 가장 많은 급여를 받은 공공기관장은 기업은행장으로 15억3500만 원에 이르렀고 수출입은행장은 15억900만 원, 산업은행장이 14억6500만 원이었다. 이들을 포함한 공공기관장 304명의 임기 3년간 평균 수입은 4억7800만 원이었으며 해수부 산하 14명의 공공기관장 수입은 3년간 5억1300만 원으로 전체 평균을 넘어섰다.문병기 weappon@donga.com / 세종=송충현 기자}
◇산업통상자원부 ▽국장급 △감사관 송유종 △창의산업정책관 이인호 △에너지자원〃 박일준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윤여환 김현준 이동률 김원 이윤규 곽기석 김영진 조정근 이익로 ▽연구위원 이종석 김광염 이주형 김남곤 이영호 김철겸 황태문 김 경우 변상철 박찬훈 김형수 박태호 안순 장용구 최지영}

“해양 관련 기관에 해양수산부 출신이 워낙 많다 보니 그런 겁니다.” 해수부가 연구용역 계약의 약 80%를 해수부 출신이 많이 진출한 기관과 민간회사에 맡겼다는 보도가 2일 나오자 해수부가 내놓은 해명이다. 해수부 퇴직 공무원이 해수부 발주 연구용역을 집중적으로 따내더라도 이는 ‘유착’이 아니라 ‘확률’의 문제라는 설명이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해수부를 향한 여론의 따가운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해양 안전의 주무부처인 해수부가 납득하기 어려운 황당한 ‘해명’을 남발해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달 16일 세월호 사고 이후 이달 5일까지 해수부는 60건이 넘는 보도해명자료와 해명을 뒷받침하는 참고자료를 발표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사고 직후 언론에서 오보가 많이 나왔는데 그건 정보 혼선에서 빚어진 경우가 많다고 보고 해명자료를 내지 않았다”면서 “이후 해수부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가 늘어 해명자료를 내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이른바 ‘오보’가 이어질 때 대응하지 않은 점도 납득이 가지 않지만 ‘해수부 마피아’ 비판기사 등 부처와 직결된 내용이 나오자 해명에 나섰다는 것도 적절한 대응으로 보기 어렵다. 그나마 내놓은 해명조차 사실과 다르거나 변명으로 일관한 경우가 많았다. 해수부는 한국선급이 독점하는 선박검사 시장을 해외에 개방해야 한다는 연구용역 결과를 지난해 12월 받았지만 이를 묵살했다는 보도에 대해 “(용역 결과에) 최소 3년의 유예기간을 두라는 내용이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용역을 맡았던 해양수산연구원은 “준비가 되면 언제든 개방하라는 취지였다”라고 반박했다. 해양사고 대응방안 매뉴얼에 ‘충격 상쇄용 기사 아이템 개발’이란 문구가 삽입됐다는 지적에는 “사회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고려해 보도하자는 것이었다”라는 어이없는 답을 내놨다. 취재기자들의 전화를 피하면서도 해수부에 해가 되는 보도에는 채 몇 시간도 안 돼 해명자료를 배포하곤 했다. 세월호 참사라는 역사적 비극 앞에서 부실한 해명자료를 남발한 채 큰 파도가 넘어가기만 기다리는 듯한 그들의 모습에서 해수부 마피아가 이번 사고의 책임을 결코 피해 갈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송충현·경제부 balgun@donga.com}

‘국무회의는 국무총리가 주재. 총리의 정책 조정 및 정책 주도 기능 대폭 강화. 예산·인사·조직에 대한 권한을 각 부 장관에게 실질적으로 위임해 책임장관제 확립.’ 박근혜 대통령의 18대 대선 공약집에 적힌 내용이다. 책임총리와 책임장관제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약속이었다. 하지만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총리의 권한과 위상은 과거 정부보다 약화됐다. 장관들도 대통령의 눈치만 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결과적으로 국정운영에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고, 세월호 참사를 통해 무기력한 리더십의 민낯을 드러냈다.새 총리는 황희 정승 같은 인물로 정홍원 국무총리는 역대 ‘최약체 총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여당에서조차 “권력서열 50위”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각 부 장관을 향해서도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의 말을 받아 적는 ‘받아쓰기 내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세월호 참사 수습과정에서도 팔을 걷어붙이고 현장을 누비는 내각의 리더십은 찾아볼 수 없었다. 건국 이후 헌법에 보장된 권한을 제대로 행사한 국무총리는 거의 없다. 헌법 87조에 적힌 ‘국무위원 제청권과 해임건의권’도 말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이해찬 총리가 그나마 ‘책임총리’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책임총리제의 취지는 대통령과 총리의 역할 분담이다. 실무 지휘는 총리가 하되 대통령은 국정운영 전반의 큰 그림을 그리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하지만 역대 대통령들은 권력 분산을 우려해 허울뿐인 총리를 내세웠다. “‘얼굴마담’ ‘대독(代讀)총리’가 총리 역할의 본질이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전문가들은 ‘총리 리더십 부재’의 원인을 정 총리 개인이 아니라 박 대통령의 용인술에서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행정학)는 “대통령 한 사람이 모든 걸 움직이는 구조에서는 총리의 역할이 제한될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공직사회가 경직되면서 국가 운영 자체가 느슨할 수밖에 없다”며 “뚝심 있는 리더들을 내각에 발탁해 책임 있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고의 ‘권력 2인자’로 평가 받는 조선시대 영의정 황희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세종 때 18년간 영의정을 지낸 그는 의정부와 6조를 총괄하며 군주의 뜻에 따라 행정·조세·화폐 개혁을 성공시켰다. 세종은 영의정에게 권한을 위임해 힘을 실어준 뒤 백성과의 소통에 주력했다. 영의정 자리가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위치로 격상된 것도 이때였다.시장 신뢰 회복시킬 경제 리더십 세워야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 때 없앴던 경제부총리제를 5년 만에 부활시켰다.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오석 당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그런 기대와 함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임명됐다. 하지만 현 부총리는 ‘최악의 국무위원’이라는 혹평을 받고 있다. 리더십과 부처 간 조정능력에서 여러 차례 문제를 드러냈고 결과적으로 경제정책에서도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 개각 대상 1순위로 거론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지난해 소득세법 개정을 추진할 당시 최초 마련한 증세 개정안을 하루 만에 수정해 ‘정부의 정책이 뚜렷한 기준 없이 추진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7월 부동산 경기 진작을 위해 추진했던 취득세 인하 문제를 놓고 안전행정부와 국토교통부 간 다툼이 벌어졌을 때도 갈등 조정 역할을 못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 때는 ‘피해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정부의 신뢰 기반을 무너뜨렸다. 경제 전문가들은 새 부총리가 지녀야 할 덕목으로 카리스마 있는 리더십과 업무 추진력을 꼽고 있다. 경제 혁신 3개년 계획, 재난 대응 시스템 구축, 공공 부문 개혁 등 굵직한 국정 현안을 중요도에 따라 추진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부처 간 업무 조정을 하면서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 인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에게 정책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소통 능력도 중요한 기준으로 꼽힌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정책학)는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장이 신뢰를 기반으로 시장에 강한 영향력을 가졌던 것처럼 경제부총리도 시장으로부터 전폭적인 신뢰를 받을 수 있어야 경제정책이 힘을 받을 수 있다”며 “시장과의 소통에 능하면서도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발탁해야 정책도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세억 동아대 교수(행정학)는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관료 출신보다는 기업가 마인드와 행정 마인드를 함께 가져 혁신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젊은층의 변화 욕구를 정책적 틀로 담아낼 수 있는 각료를 써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국정기획수석비서관을 지낸 곽승준 고려대 교수(경제학)는 “젊은층과 장년층을 하나로 어우를 수 있는 하이브리드(이종 간 혼합) 리더십을 갖춘 인물을 내각에 발탁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박정훈 sunshade@donga.com / 세종=송충현 기자}
올해 초 의사들의 집단 휴진을 주도한 대한의사협회(의협)에 5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원격진료 등에 반대하며 3월에 의사들의 집단 휴진을 이끌었던 의협에 과징금 5억 원을 부과하고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 등 간부 2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1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의협은 2월에 ‘의료제도 바로 세우기를 위한 총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하고 총파업 계획도 세웠다. 이후 총파업 계획을 담은 ‘투쟁지침’을 전체 회원 의사들에게 전달했다. 투쟁지침에는 찬반투표에서 반대한 의사들을 포함한 모든 회원이 의무적으로 휴진에 참여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공정위는 의협이 외부 간판 소등, 검은 리본 달기, 현수막 설치 등 세부적인 행동지침까지 전 회원에게 통지하는 등 휴진에 참여하도록 의사들을 압박했다고 덧붙였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사업자단체는 개별 사업자의 서비스 행위를 부당하게 제한할 수 없다”며 “의협은 개별 의사가 스스로 결정해야 할 휴진 여부를 영향력을 행사해 강제했으므로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2000년에도 의약분업에 반대해 집단 휴진을 이끌었던 의협에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시정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이에 대해 의협 관계자는 “협회는 집단 휴진에 참여하지 않은 의사들에게 불이익을 줄 권한이 전혀 없으므로 공정위의 주장은 말이 안 된다”며 “국민의 건강권을 위해 이뤄진 집단 휴진을 불법으로 몰아가는 것이 유감스럽다”고 반박했다.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정부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나라 살림살이의 초점을 재난대응과 복지증진을 포괄하는 개념인 ‘국민 안전’에 맞추는 한편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등 경제 활성화와 관련된 예산은 줄이기로 했다. 성장과 복지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주력해 온 재정 운용의 큰 틀을 국민생활의 안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재편하는 것이다. 재정 전문가들은 지출 개혁을 통해 낭비되는 돈을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민간 기업에 대한 규제를 대폭 풀어 과거 재정이 해온 역할을 민간이 대신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마른 수건 짜내 안전예산 마련 정부가 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밝힌 2014∼2018년 재정운용전략은 재정 혁신을 전제로 하고 있다. 국가채무가 늘고 기업 실적이 부진해 세금이 잘 걷히지 않는 상황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공약사업 추진이라는 기존 과제를 수행하는 동시에 사회적 재난에 대비하기 위한 안전체계를 구축하려면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듯한 체질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도로 철도 등 모든 SOC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재정 지출 규모를 줄이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정치인들의 지역구 사업이 보류되거나 경기 부양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국가사업이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 이와 함께 정부 부처들이 중복해 추진하는 사업을 줄이거나 효과가 크지 않은 사업을 설계단계부터 재검토해 정부 사업 규모를 전반적으로 줄이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에 따라 4대강 사업과 경제 위기 극복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투자가 늘어난 SOC와 산업 분야에 대한 정부 지원은 줄어든다. 지금까지는 국제경기대회 때마다 경기장을 새로 지었지만 앞으로는 기존 경기장을 활용하기로 했다. 내년에 열리는 2015 광주하계U대회부터 이런 방식으로 사업비를 줄일 예정이다. 이 같은 지출 축소방안과 병행해 정부 수입을 늘리기 위해 군부대의 유휴지 3988만 m²를 2017년까지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14배 규모인 군 유휴지의 용도를 농지에서 대지 등으로 바꿔 매각하면 수입을 늘리는 데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개발이 본격화하면 부동산 경기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정부는 스포츠토토 판매수익금 전액을 예산 항목인 국민체육진흥기금에 편입해 재정을 늘리기로 했다. 지금까지 스포츠토토 수익금의 22%(2014년 기준 2069억 원)는 정부예산과 별도로 운영되면서 복권사업단체 지원 등에 사용됐다.○ “경제 활성화 여전히 중요” 정부는 재난대응뿐 아니라 복지확대사업도 국민 안전을 위한 재정활동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기초연금으로 촘촘한 복지안전망을 구축하는 한편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한 일자리사업도 확대하기로 했다. 또 지역아동센터에서 보통 오후 7시까지 운영하는 방과후 돌봄서비스를 오후 10시까지 연장 운영하기로 했다. 직업훈련사업을 고용보험기금에서 통합관리토록 해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여러 곳을 찾아다니지 않고도 쉽게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재정 전문가들은 국민 안전에 예산 비중을 늘리는 재정운용전략의 큰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경제활성화 예산을 갑자기 줄이면 회복 국면에 있는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도로 투자는 이미 과잉상태여서 정리해도 되지만 경제에 꼭 필요한 재정지출은 유지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과거 성장과 관련된 지출의 효과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작업을 먼저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세종=홍수용 legman@donga.com·송충현 기자}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서울의 산하기관에 별도의 집무실을 두고 이용하던 장관들이 속속 ‘방’을 빼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 장관이 선주협회가 소유한 서울의 해운빌딩 집무실을 보증금 없이 빌려 써 온 사실이 드러나 문제가 되자 다른 부처 장관들도 산하기관의 ‘공짜’ 사무실 이용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현 부총리는 세종시에서 서울로 올라와 있을 때 집무실로 사용하던 서울 중구 청계천로 예금보험공사 사무실 이용을 중단하기로 했다. 그 대신 정부서울청사 내 집무실을 이용할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임차료를 내고 사용하던 예보 사무실 계약기간이 4월 30일로 만료돼 앞으로 서울청사 사무실만 이용할 계획”이라며 “국회 일정이 있을 때 무료로 사용해온 여의도 수출입은행 사무실도 꼭 필요한 경우에만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주택보증 11층 회의실을 집무실로 사용하던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서울 사무실 이용을 자제할 방침이다. 해수부 역시 ‘공짜 보증금’ 논란을 빚은 해운빌딩 내 장관 집무실 대신 다른 사무실을 알아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해양안전과 관련한 민감한 얘기는 지금 못해요. 이번 고비만 넘기고 봅시다.”(해양수산부 관료) “‘골든타임’ 대응은 우리 소관이 아닙니다. 다른 데 물어보세요.”(안전행정부 관료) 정부 부처 관료들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뒤에도 이처럼 사고 원인을 정밀 분석하고 시스템을 뜯어고치는 근본대책을 내놓는 데 주저하고 있다. 공무원들 사이에 자신의 임기만 무사히 마치려는 보신주의가 팽배해 있는 한 대형 재난이 반복되고 정부가 재난대응에 허둥대면서도 희생자가 늘어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힘들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위기를 위기로 보지 않는 관가 지난주 동아일보 취재팀은 선박검사가 외국 시장에 개방돼 있지 않고 한국선급이라는 민간업체가 독점하고 있는 문제의 원인을 해수부 공무원에게 물었다. 세월호 부실검사 논란에 답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질문임에도 해당 공무원은 “지금은 곤란하니 몇 달 지나 여론이 잠잠해지면 얘기하자”고 말했다. 안행부, 국토교통부 등 재난과 관련된 다른 부처에도 재난 매뉴얼이나 재난대응시스템에 대한 질문에 “말하기 곤란하다”는 식의 무책임한 답변을 내놓는 공무원이 적지 않았다. 사상 초유의 참사를 겪고도 ‘조금만 버티면 될 것’이라는 안이한 인식이 관료들 사이에 퍼져 있는 것이다. 관료사회가 자신들과 코드가 맞는 민간업체하고만 일하는 관행도 위기를 초래한 원인으로 꼽힌다. 고질적인 병폐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속에서 곪다가 결국 터져버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일례로 선박검사를 외국에 개방하지 않는 것은 말 잘 듣는 국내 업체에 검사를 맡겨 업체를 정부 뜻대로 조종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일부 관료는 세월호 침몰사고에 대해 “운이 나빴다. 아무리 대책을 만들어도 재수가 없으면 같은 일이 또 일어날 수도 있다”며 자포자기한 상태다. 정부 부처들이 아무리 대책을 만들고 법과 제도를 고쳐도 대책과 제도를 실행에 옮기는 공무원들이 이런 마음가짐을 고치지 않는 한 소용이 없다. 정부가 이번 사태 수습 이후 재난대비대책을 만든다며 들썩거리겠지만 결국에는 큰 진전을 보기 힘들 것이라는 회의론이 나오기도 한다.○ 무능함에 이기주의 겹쳐 안행부에서 재난 상황을 직접 처리하는 부서는 안전관리본부, 중앙안전상황실, 재난협력과 정도다. 이들 부서에 골든타임 매뉴얼에 대해 질문하니 개념을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한 당국자는 “올해 안에 소방로를 막고 있는 불법주차를 못하게 하거나 차가 막혔을 때 길을 터주도록 하겠다”고 했다. 인명구조에 가장 효율적인 현장 대응법을 담아야 하는 골든타임 매뉴얼을 교통문화 개선대책으로 오해하고 있었다. 공무원들의 이런 무능함 때문에 재난 시 초동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공무원들은 이번 사고 내내 ‘참담하다, 안타깝다’는 식의 수사를 동원해 국민과 고통을 함께하려는 점을 강조했지만 정작 책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현안과 관련해서는 ‘내 일이 아니다’라는 태도를 보였다. 국가 재난대처의 총책임자 격인 김장수 대통령국가안보실장은 23일 “국가안보실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고 발언했다가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정부의 위기관리 종합체계를 보면 국가안보실은 위기 시 대통령을 보좌해 중앙긴급구조통제단으로부터 상황을 보고 받고 재난 상황에 대처토록 돼 있지만 자신의 임무를 안보 및 정보영역으로 제한한 채 재난문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으로 비쳤다. 선박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해수부는 “안전 문제는 모두 해경에 위임한 상태여서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는 태도로 일관했다.○ 승진 집착하는 공무원에 경고 필요 행정전문가들은 한국의 공무원들이 출세에 매달리면서 안전 문제를 간과하는 풍토가 생겼다고 본다. 출세하려면 핵심 정책부서와 인사부서 등 요직을 두루 거쳐야 한다는 인식 때문에 당장 성과를 내기 힘든 안전 관련 부서는 기피하기 마련이다. 관료들에게 안전이 우선순위였던 적이 없다 보니 긴급한 사태가 터졌을 때 우왕좌왕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박통희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무원들이 공익을 위해 일하지 않고 승진에 집착하다 보니 안전 문제를 소홀히 다뤘다”며 “재난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시민단체가 공공 부문의 재난 대응 실태를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국무총리실 산하에 국가안전처를 만들기로 한 것을 계기로 초기 구조에 초점을 둔 재난대응체계를 구축하되 전 부처가 안전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토록 독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제상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는 “안전대책은 중간에 멈추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라며 “안전 책임자를 부처별로 정해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인식을 확고하게 심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골든타임 다시는 놓치지 말자 ‘재난 컨트롤타워’가 없다 정부 관리 감독 왜 안 되나 안전은 최선의 투자다 피해자 가족 평생 돌보자 ‘집단 위험 망각증’ 해부 두 번 실패는 안 된다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홍수용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수자원공사, 코레일, 철도시설공단 등 4개 공공기관이 2017년까지 4조7000억 원의 부채를 추가로 감축하기로 했다. 정부는 10월까지 이들 4개 공공기관을 포함한 38개 중점관리 공공기관의 부채감축 실적을 평가한 뒤 실적이 부진한 기관의 기관장과 상임이사 해임을 주무부처에 건의할 방침이다. 기획재정부는 25일 6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이런 내용의 공공기관 정상화 이행계획과 중간평가 방식을 확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이행계획에 따르면 LH, 수자원공사, 코레일, 철도시설공단 등 4개 기관은 구조조정과 사업소 통폐합 등을 통해 4조7000억 원의 부채를 추가로 감축해 2017년까지 총 24조5000억 원의 빚을 줄이기로 했다. 2월 말에 정부는 부채 중점관리대상으로 분류됐거나 1인당 복리후생비가 높은 38개 중점관리 공공기관의 공공기관 정상화 이행계획을 제출받았다. 당시 LH 등 4개 기관은 2017년까지 총 19조8000억 원의 부채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LH, 수자원공사, 코레일, 철도시설공단, 석탄공사 등 5개 기관의 부채감축 계획이 미흡하다고 판단해 보완계획을 추가로 요구했다. 5개 기관 중 대한석탄공사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를 거쳐 4월 말 보완대책을 제출할 계획이다. 기관별로는 LH의 추가 부채 감축 규모가 3조3000억 원으로 가장 크다. 이는 당초 부채 감축 계획보다 20.1% 늘어난 것이다. 코레일은 8000억 원(88.9%), 철도시설공단은 4000억 원(50.0%), 수자원공사는 2000억 원(11.8%)의 부채를 추가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38개 중점관리기관을 제외한 나머지 256개 공공기관에 대해서도 정상화 이행계획을 확정했다. 256개 공공기관의 경우 1인당 복리후생비를 평균 205만 원에서 185만 원으로 20만 원(9.8%) 낮출 계획이다. 정향우 기재부 경영혁신과장은 “중점관리기관과 나머지 공공기관의 정상화 대책이 차질 없이 진행되면 전체 공공기관의 복리후생비가 평균 71만 원(23.7%)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10월까지 38개 중점관리기관을 대상으로 부채 감축 실적과 방만경영 개선 실적을 평가할 계획이다. 부채 감축과 방만경영 개선 실적이 좋지 않은 기관을 선정한 뒤 주무부처 장관에게 해당 공공기관의 기관장과 상임이사 해임을 건의할 방침이다. 또 중간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내더라도 복리후생비를 줄이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노조와 합의하지 못할 경우에는 내년도 임금을 동결하기로 했다.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재난 발생 직후 골든타임 때 인명을 구조하는 매뉴얼은? ‘없다.’ 곤란한 질문에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매뉴얼은? ‘있다.’ 재난대응 총괄 정부부처인 안전행정부가 만든 ‘재난 유형별 주관기관 위기관리 매뉴얼’에는 가장 중요한 골든타임 매뉴얼은 빠져 있는 반면에 전혀 중요하지 않은 인터뷰 대응 매뉴얼만 상세히 담겨 있다. 재난 전문가들은 골든타임과 관련한 실질적인 매뉴얼이 없어 비상상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현장 인력이 적절한 초동 조치를 못하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 매뉴얼이 원인이었던 ‘울화통 브리핑’ 정부 매뉴얼은 풍수해, 지진, 해양오염, 항공기 사고, 지하철 사고 등 33개 사고 유형별로 나뉘어 있다. 얼핏 보면 사고 유형별로 세분해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 같지만 모든 매뉴얼이 한결같이 ‘최선을 다하자’는 다짐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해양수산부,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 재난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는 다른 부처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주요 부처의 재난 담당자들을 인터뷰한 결과 재난사고의 골든타임에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이들은 사고 종류에 따라 5분 내지 1시간 안팎의 시간에 현장에 도착해서 상부에 신속하게 보고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피해자를 줄이기 위해 누가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는지는 현장의 판단에 맡기고 ‘빠른 보고’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골든타임 대책보다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인터뷰 요령이다. 안행부 매뉴얼에는 대형 재난 직후 공무원들이 곤란한 질문을 받을 때 위기를 모면할 수 있는 팁(Tip) 7가지를 유형별로 나눠 상세히 설명했다. 예를 들어 확실한 답을 요구하는 질문에는 ‘빠른 시간 내 개선책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하거나 상황을 가정한 질문에는 ‘가정해 답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하라는 식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1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대표해 언론 인터뷰에 나선 이경옥 안행부 2차관이 애매모호한 답으로 일관해 공분을 산 것도 이 매뉴얼을 지켰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시 이 차관은 탑승자의 생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현재 구조탐색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이 확언을 요구하면 부처의 위기관리 의지를 보여주는 답변으로 대체하라는 매뉴얼을 지킨 셈이다.○ 예상 못한 사고에 무방비 대부분의 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지역 소방서를 관장하는 소방방재청은 현장 지휘관의 사고처리 경험이 중요하다고 본다. 화재나 건물 붕괴 등 사고의 종류가 달라도 사람을 구하는 방식은 비슷한 만큼 현장 지휘관이 그 방식에 익숙하면 최대한 많은 인명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2가지 이상의 재난이 겹치거나 과거 경험한 적 없는 초유의 사고가 발생하면 현장 지휘관도 판단력을 잃어 우왕좌왕하면서 시간을 허비하는 사례가 많다. 예를 들어 화학공장에 폭발사고가 나서 유독물질이 흘러넘치는 화재 및 오염사고 때는 정형화된 매뉴얼에 따라 현장 공조가 이뤄져야 하지만 현 체계에선 우왕좌왕하다 피해만 키울 수 있다. 불을 끄고, 인명을 구조하고, 유독물질이 하수구로 흘러가지 않도록 차단하는 일을 동시에 진행하기 위한 소방서, 환경부, 지방자치단체 간 공조 매뉴얼이 없기 때문이다. 초동 조치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재난 수습의 모든 권한을 현장에 부여하고 현장 지휘관에게 상부에 보고하는 부담을 덜어줘야 초기 인명구조에 집중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상만 공주대 교수(건설환경공학)는 “재난별로 한 쪽 정도의 짧고 간단한 매뉴얼을 만들어 사고 초반에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재난 컨트롤타워’가 없다 피해자 가족 평생 돌보자 정부 관리 감독 왜 안 되나 안전은 최선의 투자다 ‘집단 위험 망각증’ 해부 두 번 실패는 안 된다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 문병기·정임수 기자}
선박이나 비행기, 화재 사고가 일어났을 때 국민도 반드시 비상 행동요령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승객들이 행동요령 없이 움직이면 골든타임 안에 구조 받을 가능성이 크게 낮아지기 때문이다. 27일 국가재난정보센터 등에 따르면 선박의 경우 승객들은 탑승과 함께 배의 구조, 구명조끼의 위치 등을 파악해 둬야 한다. 충돌, 폭발 등 위험 상황이 감지되면 신발을 벗고 신속하게 구명조끼를 입어야 한다. 한 해양안전 전문가는 “배가 기우는 등 이상신호가 있으면 탑승객은 일단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갑판 위로 피신하는 것이 좋다”면서 “선실에 늦게까지 머물다간 선박 사고의 경우 30분인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배가 기울어질 때에는 반대 방향의 갑판 중 가장 높은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또 퇴선 명령이 떨어지면 곧장 구명정을 타거나 바다에 뛰어내려야 한다. 물에 뛰어들었을 때 가장 큰 사망 원인은 체온 저하인 만큼 다른 사람과 팔을 끼고, 다리를 물 밖으로 올린 채 구조를 기다려야 한다. “선실에 대기하라”는 선장의 잘못된 지시가 세월호 참사의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꼽히지만 원칙적으로 선박 사고 때에는 선장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국가재난정보센터가 만든 선박 승객 행동요령은 “선장의 지시에 따라 질서를 유지하며 출입문을 통해 외부로 탈출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비행기 사고에서는 승객이 취할 수 있는 안전조치가 많지 않다. 사고 후 골든타임도 90초로 짧다. 다만 불시착할 경우 안전띠를 매고 허리를 앞으로 90도 숙인 채 양손으로 발목을 잡는 ‘충격방지 자세’를 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다만 비행기가 멈추면 화재 등 2차 사고에 대비해 즉각 비상구로 탈출해야 한다. 고무재질인 탈출용 비상슬라이드를 타고 탈출할 때에는 하이힐, 안경 등 슬라이드를 찢을 수 있는 물건은 벗어버려야 한다. 건물에서 화재가 났을 때에는 초기 5분이 중요하다. “불이야”라고 외친 뒤 계단을 이용해 1층으로 대피해야 한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은 금물이다. 아래층으로 갈 수 없을 때는 옥상, 그것도 불가능하다면 밖으로 통하는 창문이 있는 사무실이나 방에 들어가 구조를 기다려야 한다. 유독가스에 질식하지 않도록 옷, 수건을 물에 적셔 입과 코에 댄 채 숨을 쉬고 문틈을 막아 가스 유입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송충현 기자}
다음 달부터 해운사들은 여객선을 이용하는 모든 승객의 신분증을 확인해야 한다. 해양수산부는 다음 달부터 선원을 제외한 모든 탑승자에 대해 전산발권을 실시하고 탑승할 때 신분증을 확인하기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세월호 사고 당시 정부가 탑승자 명단조차 파악하지 못한 데 대해 비판이 일자 뒤늦게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현재 해운회사들은 탑승객의 신분을 확인해야 할 법적 의무가 없다. 해수부는 해운회사들이 매표소에서 발권할 때 성별, 성명, 전화번호, 생년월일 등 4가지 정보를 기록한 뒤 승객 탑승 시에 추가로 신분증을 확인하도록 할 방침이다. 7월부터는 차량과 화물에 대해서도 전산발권을 실시해 과적을 예방하기로 했다.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해양수산부가 올 1월 세월호에 대한 부실 안전점검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한국선급의 독점 구조를 깨야 한다는 정책연구 용역결과를 받고도 묵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부터 한 달 후 한국선급은 세월호 정기 점검에서 구명뗏목을 포함한 모든 항목에 ‘양호’ 판정을 내렸다. 24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해수부는 지난해 7월 한국해양수산연수원에 한국선급이 독점하는 국내 대형선박의 정부대행 검사시장을 해외에 개방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연구 용역을 맡겼다. 한국선급은 정부를 대신해 국내 화물선과 여객선 검사를 대행하는 인증기관으로 국내 대형선박 검사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용역을 맡은 해수원은 지난해 12월 “한국선급의 경쟁력이 해외 선박검사 회사와 비교해 거의 모든 분야에서 떨어져 시장 개방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어 경험이 풍부하고 기술력을 갖춘 영국 미국 일본 등 외국 회사에 국내 선박검사 시장을 개방해 경쟁을 통해서 국내의 선박검사 기술력을 키워야 한다고 권고했다. 해수원 관계자는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특수선박에 대한 검사 수준은 한국보다 해외 선진국이 우수한 편”이라고 말했다. 해운업계는 부족한 기술력뿐 아니라 한국선급-선주, 한국선급-해수부의 유착 관계도 심각한 문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독점 체제가 길어지다 보니 선주와 친분이 생기고 선박 영업에 지장을 안 주려 검사를 대충 빨리 하는 문화가 생겼다”며 “해수부 출신이 한국선급의 회장을 맡아 감독기관인 해수부가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고 귀띔했다. 한국선급의 역대 회장 11명 중 8명은 해수부와 전신인 항만청 출신이다. 해수원은 올 1월 용역 결과와 관련한 평가 보고회를 열고 해수부에 검사시장을 개방하라고 권고했지만 해수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수부 관계자는 “외국 회사에 선박검사 시장을 개방했다가 이로 인해 대형 사고가 나면 개방 승인을 해 준 해수부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해수원 권고에 따르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한편 해수부는 최근 11년간 청해진해운이 낸 사고에 대해서 모두 솜방망이 처분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안전심판원에 따르면 청해진해운은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11년간 인천∼제주 항로에서 5건의 사고를 냈지만 징계는 경고인 견책이나 1, 2개월 면허정지에 그쳤다. 이와 함께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한국해운조합이 2012년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청렴도 면제 기관으로 선정됐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청렴도 면제는 2년 연속 종합청렴도 2등급 이상이면서 부패 공직자가 없는 기관에 대해 청렴도 측정 평가를 1회 면제해주는 제도다.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 / 문병기 기자}

《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해양수산부 마피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수부 출신 전현직 관료들이 정부 부처-유관기관-민간기업 등에 포진해 이해관계를 같이하며 선박의 안전 문제를 등한시했다는 이유에서다. 해수부는 다른 정부 부처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부처인 데다 새 정부 출범 때마다 독립 부처가 됐다가 다른 부처에 흡수되기를 거듭했다. 이런 과정에서 “믿을 건 선후배밖에 없다”는 동류의식이 커졌다는 분석이 있다. 특정 학교에 편중된 학연에다 ‘해양’과 ‘수산’이라는 전문 분야를 다룬다는 점도 해수부 마피아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 ○ 떨어졌다 합치기를 60년, “사람에 충성한다” 공무원들 사이에서 해수부는 퇴직 관료를 ‘각별히’ 챙기기로 유명하다. 해양 분야에서 근무했던 한 경제부처 당국자는 “다른 부처는 1급(실장급) 퇴직자도 산하기관에서 자리를 얻기가 어려운데 해수부와 관련된 항만 등의 분야는 과장급 퇴직자도 어떻게든 재취업이 된다”며 “이는 현직 후배들이 적극 나서서 도와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귀띔했다. 해수부의 극진한 ‘전관예우’는 잦은 조직개편이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해수부는 1955년 해무청으로 출범했다가 1960년대에 해운항만청과 수산청으로 분리됐다. 1996년 김영삼 정부 때 해양수산부가 신설됐다. 해운항만청과 수산청이 합쳐져 처음으로 독립된 부서가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다시 간판을 내리고 해양 관련 업무는 국토부에, 수산 업무는 농식품부에 흡수됐다. 지난해 박근혜 정부 출범을 계기로 해양수산부로 다시 독립하기까지 60년 동안 분리와 통합이 반복됐다. 현직 해수부 고위 관료는 “사람도 예산도 얼마 안 되는 조직을 정치권은 여기저기 붙였다 떼기만 반복했다”며 “조직보다 선후배를 챙기는 문화는 그에 대한 해수부 직원들의 ‘대응’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소관 규제가 많은 점도 ‘선배 챙기기’가 활성화된 원인이다. 해수부가 가진 규제는 1491건으로 국토부(2443건)에 이어 정부 내 2위. 그만큼 산하기관에 퇴직자를 내려보낼 수단이 많다는 뜻이다. 해수부의 정원 3840명 중 3326명(86.6%)이 지방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함께 고생한다’는 동료애가 더욱 끈끈하다. 해양 업무를 담당하던 국토해양부는 2011년 한국선급 감사 때 선박안전 등 9건의 문제를 발견하고도 시정과 주의 등 가벼운 처벌을 내리는 데 그쳤다. 한국선급에 근무하는 해수부 퇴직 관료들을 봐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여기에 역대 장관 16명 중 신상우 초대 장관, 노무현 전 대통령 등 6명이 정치인이었을 정도로 전문성이 부족한 수장이 많아 관료들의 전횡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 특정 학맥 끼리끼리 ▼수산실 간부 절반이 부산수산대… 철도대 위주 ‘철도 마피아’와 비슷기술직 장벽… 인사교류도 적어○ 실(室) 간부 절반이 단일 대학 출신 특정 대학에 편중된 학연도 해수부의 동류의식과 폐쇄성을 키웠다. 전국에 한국해양대와 목포해양대 2곳뿐인 해양대 출신들은 이번 사고와 직접 연관된 해양안전실국에 실무진으로 대거 포진했다. 수산 부문 역시 해수부의 ‘학연 복마전’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해수부 수산실은 강준석 수산정책실장과 정영훈 국립수산과학원장 등 간부 14명 중 7명이 부산수산대(현 부경대) 졸업자다. 이들 모두 기술고시를 거쳐 중앙부처의 단일 실에 근무하고 있다. 이처럼 특정 대학 출신들이 같은 실국에 절반 이상 모인 곳은 중앙부처 중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부산수산대 출신 한 해수부 간부는 “기술고시 수산직에 응시할 수 있는 인원 자체가 부산수산대밖에 없었다”며 “구조적으로 출신대학을 다양화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지난해 철도파업 당시 노사 모두 철도고와 철도대 졸업자로 채워져 ‘철도 마피아’라는 비판을 받은 철도공사와 유사한 구조다. 그나마 실국 간 교류도 거의 없다. 특히 해사안전 관련 실국은 기술장벽이 높아 인력 교류가 쉽지 않다. 해수부 관계자는 “해사안전 관련 법안 내용은 일반인의 눈에 ‘암호’로 보일 정도로 진입 장벽이 높다”며 “결국 해양이나 해운, 수산 등 각 실국에서 장기간 근무하는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곽채기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해수부 마피아 논란에서 보듯 정부로부터 규제나 감독 기능을 위임받은 조직에 퇴직 관료가 재취업하면 위임받은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서로 ‘좋은 게 좋은 것’ 식의 부작용을 없애려면 정부가 감독업무를 직접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해수부 관료들은 ‘해수부 마피아’ 논란에 대해 “우리가 무슨 마피아냐”며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전력보다도 규모가 작은 우리 부를 마피아라고 하면 다른 부처들이 웃을 것”이라고 반박했다.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송충현 기자}

세계은행은 8월 인천 송도에 문을 여는 세계은행 한국사무소 초대 소장에 조이스 음수야 세계은행연수원(WBI) 아태지역 조정관(사진)을 임명했다고 22일 밝혔다. 탄자니아 출신인 음수야 소장은 국제부흥개발은행(IBRD)과 국제금융공사(IFC)에서 신흥국 개발지원 업무를 담당했다. 음수야 소장은 8월 1일 업무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