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택

이은택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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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정책사회부, 산업부, 오피니언팀, 정치부를 거쳐 현재 국제부에 있습니다. 우리가 먹고 사는, 살고 죽는 일과 닿아 있는 해외 소식들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되도록 쉬운 문장으로 진실되게 쓰겠습니다.

nabi@donga.com

취재분야

2024-04-21~2024-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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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점령한 남부우크라 ‘식민지化’… 레닌 동상 세우고 루블화 강요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곳곳에서 화폐, 행정체계, 상징물이 러시아 것으로 교체되는 등 ‘우크라이나 민족성 말살’이 벌어지고 있다고 1일(현지 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CNN방송 등이 전했다. 점령지에는 러시아혁명을 일으킨 레닌 동상이 다시 등장했다. 미국은 국방·국무장관, 하원의장에 이어 조 바이든 대통령까지 우크라이나를 방문할 가능성을 열어놓으며 러시아를 압박했다. ○ “루블 쓰게 하고 러 사상교육”WSJ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지난달 남부 헤르손 중심부에 레닌 동상을 설치하고 옛 소련 국기를 게양했다. 주민들은 “당신들은 침략군이고 파시스트”라고 항의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러시아와 관계가 좋았을 때 우크라이나 전역에는 레닌 동상이 약 2500개 있었으나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하자 반(反)러시아 여론이 고조돼 대부분 철거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소련 시대로 돌아간 것 같다”고 했다. 러시아는 또 헤르손주와 자포리자주 등에 민군합동정부를 설치하고 일방적으로 화폐, 공문서 양식 등을 교체했다. 헤르손과 멜리토폴에서는 이달부터 법정화폐가 우크라이나 화폐 흐리우냐에서 러시아 루블화로 바뀌었다. 항구도시 베르s스크 결혼식장에서는 신혼부부에게 ‘러시아연방 결혼증명서’가 발급됐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2일 점령지 학교들에 휴교령을 내렸지만 러시아군은 러시아 교육프로그램을 도입해 강제로 사상교육을 할 예정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러시아군은 점령지 통신 케이블을 자르고 통신기지국을 폐쇄해 휴대전화와 인터넷 서비스를 차단했다. 전쟁 관련 뉴스나 정보 접근을 막으려는 것이다. WSJ는 “성인 남성은 러시아군에 강제 징집돼 동족과 싸워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은 농기계, 곡물, 건축자재 등을 조직적으로 약탈해가고 있다고 CNN이 1일 전했다. 멜리토폴 농기계 판매점은 러시아군에 수확기, 트랙터, 파종기를 비롯한 농기계 27대, 총 500만 달러(약 63억 원)어치를 강탈당했다. 다만 이 농기계들에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원격 잠금장치가 달려 있어 러시아군이 시동을 걸지 못해 전문가를 수소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후 항전지 대피소, 산소마저 부족”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민간인들은 2일 참혹한 현장 상황을 증언했다. 두 달 넘게 러시아군에게 포위된 채 공격당하는 제철소 안에서는 우크라이나 병사와 민간인 등 2500명 이상이 최후 항전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제철소에서 탈출한 나탈리야 우스마노바 씨는 “러시아군이 폭격할 때마다 벙커가 무너질까 봐 무서웠다”며 “지하 대피소에는 산소가 부족하다. 피란민들은 상상도 못 할 공포에 질려 있다”고 말했다. 제철소에 있는 부상자 600여 명은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다친 부위에 괴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직접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30일 키이우를 방문한 민주당 소속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이 검토되고 있다.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CNN에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가서 군사·재정 지원을 재확인한다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 하원은 1일 바이든 대통령에게 ‘무력사용권한(AUMF)’을 부여하는 결의안을 상정했다.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나 생화학무기를 사용할 경우 미군을 우크라이나에 파병할 수 있도록 전권을 부여하는 결의안이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2-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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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월 생산 올해 처음 늘었지만… 소비-투자 동시 감소

    지난달 국내 산업 생산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증가했지만 소비와 투자는 동시에 감소했다.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지표마저 6개월 만에 하락해 한국 경제의 회복세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全)산업 생산은 전달 대비 1.5% 늘어 3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는 지난해 6월(1.8%)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서비스업, 광공업 생산이 전월 대비 각각 1.5%, 1.3% 늘었다. 라면, 김치 등 가정용 식재료를 중심으로 식료품 생산이 7.1% 증가했다. 국내 내수 지표들은 뒷걸음쳤다.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5% 감소했다. 가전제품 신규 교체 수요가 줄면서 내구재 판매가 7.0% 감소했다. 재택치료 증가 등으로 의복 수요가 감소해 준내구재 판매도 2.6% 줄었다. 설비투자는 전달에 비해 2.9% 줄며 2개월 연속 감소했다.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기계류(―2.9%)와 자동차 등 운송장비(―3.0%) 투자 감소가 영향을 줬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경기가 다시 회복세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였지만 내수 지표들이 다 감소하면서 불안한 회복세를 보였다”고 진단했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2포인트 하락하며 6개월 만에 마이너스(―)였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려운 대외 여건 속에 경기 회복 흐름의 불확실성이 높다는 징표”라고 평가했다.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2월보다 0.3포인트 떨어지며 9개월째 하락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중국 봉쇄 등으로 수출이 안 좋아지면 회복세가 이어지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 경제가 올 1분기(1∼3월) ―1.4%(연율 기준)의 성장률을 보이며 2년 만에 역성장했지만 소비, 투자가 모두 줄어든 한국보다 질적으로 낫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소비지출은 1분기 연율 2.7% 증가했다. 28일(현지 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선 오히려 다우지수가 전일 대비 1.8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이 2.47%, 나스닥이 3.06% 올랐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비 지출과 기업 실적 강세로 경제가 곧 회복할 전망이라고 이날 보도했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 2022-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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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산 3개월 만에 증가했지만 소비·투자 ‘감소’… 회복세 꺾이나

    지난달 국내 산업 생산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증가했지만 소비와 투자는 동시에 감소했다.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지표마저 6개월 만에 하락해 한국 경제의 회복세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全)산업 생산은 전달 대비 1.5% 늘어 3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는 지난해 6월(1.8%)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서비스업, 광공업 생산이 전월 대비 각각 1.5%, 1.3% 늘었다. 라면, 김치 등 가정용을 중심으로 식료품 생산이 7.1% 증가했다. 증가 폭은 1989년 8월(12.0%) 이후 약 33년 만에 가장 컸다. 국내 내수 지표들은 뒷걸음질쳤다.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5% 감소했다. 가전제품 신규 교체 수요가 줄면서 내구재 판매가 7.0% 감소했다. 재택치료 증가 등으로 의복 수요가 감소해 준내구재 판매도 2.6% 줄었다. 설비투자는 전달에 비해 2.9% 줄며 2개월 연속 감소했다.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기계류(―2.9%)와 자동차 등 운송장비(―3.0%) 투자 감소가 영향을 줬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경기가 다시 회복세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였지만 내수 지표들이 다 감소하면서 불안한 회복세를 보였다”고 진단했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2포인트 하락하며 6개월 만에 마이너스(―)였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려운 대외여건 속에 경기 회복 흐름의 불확실성이 높다는 징표”라고 했다.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2월보다 0.3포인트 떨어지며 9개월째 하락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중국 봉쇄 등으로 수출이 안 좋아지면 회복세가 이어지지 못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미국 경제는 올 1분기(1~3월) 2년 만에 역성장했지만 소비, 투자가 모두 줄어든 한국보다는 질적으로 낫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소비지출은 1분기 연율 2.7% 증가했다. PNC 거스 포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침체된 것은 아니다. 2분기 성장이 재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 2022-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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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 항전 지휘관 “됭케르크처럼 구해달라”

    “1940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됭케르크 해안에서 연합군을 구출해낸 것처럼 우리를 구해 달라. 부상당한 사람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면 이대로 죽어갈 것이다.” 우크라이나 남부 요충지 마리우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최후 항전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군 지휘관이 27일 국제사회에 도움을 호소했다. 제철소에는 부상병과 민간인 등 약 2500명이 러시아군에 맞서 두 달째 고립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매체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에 따르면 이날 우크라이나군 제36해병여단 세르히 볼린스키 사령관(사진)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는 62일간 러시아군에 포위된 상태에서 작전을 수행했다. 이곳에는 부상자가 600명이 넘지만 치료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날 하루 러시아군은 제철소를 35번 공습했다. 됭케르크 작전은 2차 세계대전 개전 초기 나치 독일군에 맞서 싸우다 프랑스 해안도시 됭케르크에 고립된 연합군 30만여 명을 구출한 작전이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 2022-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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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력 쥔 억만장자들 미디어도 장악… “美대통령 빼고 최대파워”

    “돈과 권력을 가진 억만장자들이 이제 말(word)까지 쥐려 한다.” 세계 1위 부자인 일론 머스크 미국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소셜미디어 트위터를 인수하자 억만장자들의 미디어 장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이사회 의장은 미국 양대 일간지 중 하나인 워싱턴포스트를 소유하고 있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을 창업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인스타그램과 와츠앱도 갖고 있다.○ “글로벌 미디어, 억만장자들 주머니로”트위터의 전 세계 사용자는 지난해 기준 2억6000만 명에 달한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등 다수의 정치 지도자들이 애용하는 플랫폼이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전황을 거의 매일 트위터에 올린다.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로 테슬라와 우주 기업 스페이스X, 터널 굴착 기업 보링컴퍼니, 뇌과학 연구 기업 뉴럴링크에 이어 5개 거대 기업을 거느리게 됐다. “미국에서 대통령을 제외하고 가장 큰 영향력을 갖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하면서 “표현의 자유가 더 강화될 것”이라고 했지만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빌 클린턴 미국 행정부에서 노동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공공정책학과 교수는 “억만장자가 소통 플랫폼을 장악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의 승리가 아니다. 그것은 ‘소수 독점 권력’의 승리”라며 트위터를 통해 비판했다. 미디어를 소유한 다른 기업인들에게도 관심이 쏠린다. 저커버그가 보유한 페이스북은 전 세계 사용자가 29억 명이다.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세계 최대 검색 플랫폼인 구글을 통해 언론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구글의 자회사인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는 사용자가 25억 명이 넘는다. 인도 방송매체 뉴스나인은 26일 “글로벌 미디어가 점점 소수의 억만장자들의 주머니에 들어가고 있다. 머지않아 이들은 미국 의회마저도 사버릴 것”이라고 했다. 저커버그가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초청으로 백악관에 방문했을 때 “페이스북에 유통되는 뉴스를 놓고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 가짜뉴스 무분별 확산 우려도세계보건기구(WHO) 마이크 라이언 보건긴급대응국장은 26일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뒤 보건과 관련한 가짜뉴스가 만연하면 사람들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유색인종 차별, 여성 혐오, 극단주의자들의 거짓 주장이 아무 규제 없이 퍼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 트위터는 미국 극우진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미세한 로봇을 집어넣었다”는 등의 가짜뉴스가 트위터를 통해 확산될 때 제동을 걸었지만 머스크가 이 같은 규제 조치를 할지는 의문이다. 머스크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부자세 신설’ 등을 놓고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어 트위터가 머스크의 ‘정치적 확성기’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 계획을 발표한 뒤 26일 테슬라 주가는 전날보다 12% 떨어진 876.42달러로 마감했다. 하루 만에 시총 1250억 달러(약 158조 원)가 증발한 셈이다. 머스크가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수십억 달러의 테슬라 주식을 처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매도세가 이어졌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 2022-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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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시진핑 성과에 금 갈까봐 서방 백신 배제…코로나 대응 가장 큰 실패”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서 가장 큰 실패는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접종을 배제한 것이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상하이 베이징 등 주요 도시에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봉쇄가 이어지는 중국 방역 난맥상에 대해 27일(현지 시간) 이같이 지적했다. 전 세계가 화이자-바이오엔텍 모더나 등의 mRNA 백신을 접종했지만 중국은 자국이 개발한 시노백 시노팜에만 의존하고 있다. 시노백 시노팜은 화학 처리해 감염력을 없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만든 불활성 백신이다. 이날 블룸버그는 “중국은 자국이 만든 백신이 기술적으로 뒤처진 걸 알면서도 서양 백신을 보급하길 거부하고 있다”면서 “극단적인 도시 봉쇄까지 마다하지 않는 시 주석이 지금까지 하지 않은 단 하나의 조치가 mRNA 백신 접종”이라고 꼬집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본격적으로 개발, 보급된 mRNA 백신은 기존 백신보다 감염 예방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고령층이나 건강 취약계층의 감염, 병세 악화, 사망 확률을 줄이는 데 효과를 발휘했다. 블룸버그는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시노팜 시노백은 감염 및 사망 예방효과가 mRNA 백신에 비해 낮다”며 “mRNA 백신은 중국이 ‘제로코로나’ 정책을 벗어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2020년 상하이포선제약이 독일 바이오엔텍 지분 0.7%를 매입하고 화이자와 공동 개발한 mRNA 백신을 중국에서도 팔 수 있도록 합의했다. 마음만 먹으면 1억 도스(1회 접종분)를 즉시 중국에 공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이 백신 사용 승인을 내주지 않고 있다. 현재 중국 인구 약 14억 명 중 88%가 중국산 백신으로 접종을 마쳤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자국 제약업체들이 mRNA 백신을 자체 개발해 내놓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영국 컨설팅업체 에러다임컨설팅 엘리슨 힐스 연구원은 “서방 mRNA 백신 접종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고위 관료들에게 당혹스러운 상황이 될 수 있다.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기 시작하는 순간 중국산 백신이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의 장기집권(3연임) 성과로 내세워야 할 코로나19 대응 정책에 금이 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 2022-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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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군, ‘러시아 침공’ 전에 우크라 방공시스템 점검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이미 수 주 전에 미군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방공시스템을 점검했다고 27일(현지 시간) 미국 NBC뉴스가 보도했다. 미국 전현직 국방, 정보 당국자들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군대와 전투기의 위치, 예상 공습 지점을 실시간으로 알려주고 있다. 이 정보를 이용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 수송기를 격추시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한 러시아의 암살 시도를 막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우크라이나에 제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NBC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은 러시아군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매일 실시간으로 우크라이나와 공유하고 있다. 여기에는 러시아의 미사일이 언제 어디를 공격할지, 어디서 폭탄이 투하될지 등에 대한 정보도 포함됐다. NBC에 따르면 전쟁 초반 러시아 병사 수백 명이 탄 수송기가 수도 키이우를 향하다가 우크라이나에 의해 격추됐는데 이 배경에도 미국이 제공한 정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BC는 “그 덕분에 우크라이나는 키이우의 주요 공항에서 러시아 공수부대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현재까지 우크라이나가 거둔 성공에 미국 정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전쟁에 직접 참전하지 않고 군수물자 등을 지원하고 있는 미국은 전쟁 초반부터 ‘정보 지원’을 핵심 과제로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미국 관료는 “처음부터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대항할 수 있는 주요 전략, 실행 가능한 정보들을 공유하는데 힘을 기울였다. 이는 전술 전략 차원에서 모두 영향을 미쳤고 큰 변화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한 전직 미국 정보당국 관계자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을 타격할 수 있는 실시간 정보가 많이 공유됐다. 상업용 위성이미지 뿐만 아니라 특정 러시아 부대가 활동 중인 위치 정보도 포함됐다”고 말했다. 전쟁 초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을 집중 공격해 공중전에서 우위를 잡으려 했으나 실패했다. 최근에도 러시아 전투기가 우크라이나 방공망에 격추됐다는 소식이 잇달아 들려오고 있다. NBC에 따르면 전쟁 초반부터 우크라이나는 미국 정보당국의 도움을 받아 방공망과 전투기를 이동 배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NBC는 “미국의 도움으로 미리 방공시스템을 옮긴 덕분에 러시아는 ‘한때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이 있었던’ 텅 빈 들판을 공격해야만 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전달해주는 특정 좌표를 이용해 러시아군 진지와 전투기를 공격했다. 미국은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무력 합병한 이후부터 우크라이나와 본격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해왔다. 이번 전쟁이 발발하기 이전에도 이미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을 점검했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의 폭격에 대비해 방공망을 부산 배치하는 노하우 등이 우크라이나에 전달됐고 실행됐다. 미국이 어느 수준의 정보까지 우크라이나와 공유할지를 놓고서는 미국 정부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NBC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 및 정보당국의 법무팀은 러시아에게 매우 치명적일 수 있는 일부 기밀 정보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와 공유하는 것을 제한하는 지침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전쟁이 진행되고 러시아의 공세가 거칠어지면서 민간인 사상자가 늘자 이 지침이 해제됐다. NBC는 “이달 초부터는 국가정보국(DNI)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 돈바스 지역 탈환에 필요한 군사 정보들도 공유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CIA도 젤렌스키 대통령의 신변 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필요한 정보들도 우크라이나와 실시간 공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미국 관료는 “미국은 러시아의 군대 배치, 공격 경로, 실시간 정보 등 세부사항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만큼 서로 신뢰했다”고 말했다. 전 CIA 국장이자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교수인 존 맥러플린은 “러시아의 계획과 의도에 대한 미국의 정보는 정확했다”고 말했다. 한 서방 정보당국 관계자는 “미국이 제공한 정보도 훌륭했지만 우크라이나가 이를 영리하게 사용했다. 그들은 정보를 가지고 놀라운 속도로 대응했다”고 평가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 2022-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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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 반격 시작됐나…러, 접경지역 연료창고 폭발 잇달아

    우크라이나 동부 국경에서 103㎞ 떨어진 곳에 있는 러시아 내 연료저장시설이 25일(현지 시간) 폭발해 화재가 발생했다. 러시아 벨고로드 연료저장창고에 이어 또 다시 러시아 내 시설에서 폭발, 화재가 발생하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를 러시아가 폭발 책임을 우크라이나에 돌리고 공세를 강화하기 위한 ‘가짜 깃발’ 작전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우크라이나는 “우리가 공습한 일은 없다”며 공식 입장에서 이를 부인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 참모총장은 “우리가 당했던 일을 이제 러시아도 당할 때가 됐다”며 묘한 여지를 남겼다. 이날 우크라이나 매체 유로마이단프레스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서부도시 브랸스크의 연료저장시설 두 곳에서 폭발과 화재가 발생했다. 이날 오전 2시에 첫 화재가 보고됐고 현장 폐쇄회로(CC)TV에는 연료저장창고가 두 차례 폭발하는 장면이 담겼다. 폭발이 일어난 두 곳 중 한 곳은 러시아 정유기업 로즈네프트 소유의 정유시설로 알려졌다. 다른 한 곳은 인근의 군부대 시설로 알려졌다. 사건 직후 러시아 비상사태부는 “인명 피해는 없다”고 발표했다. 유로마이단프레스는 “러시아 내 전략시설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성공한 것이거나 혹은 우크라이나에게 책임을 돌리기 위한 러시아의 가짜 깃발 작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외신에 따르면 이번에 폭파된 시설은 러시아 시베리아에서 유럽으로 통하는 송유관이 있는 핵심 시설이다. 때문에 “러시아 석유 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입혔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러시아 언론은 우크라이나 드론이 공습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 보도도 내놨다. 유로마이단프레스는 “처음에는 이 시설이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150㎞ 떨어졌다고 보도됐지만 사실 최단거리는 103㎞에 불과하다”며 “이는 우크라이나군이 보유한 토치카 미사일의 사정거리 이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미사일 공격으로 러시아 본토 연료시설을 파괴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앞서 1일에도 우크라이나 북부도시 하르키우와 인접한 러시아 서부도시 벨고로드에서 군사시설과 연료저장시설에서 폭발과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벨고로드 주지사는 우크라이나 육군 헬기 2대가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를 부인했다. 지난달 29일에도 벨고로드 인근의 러시아 탄약고에서 화재와 폭발이 발생했고 일부 러시아 관계자들은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내 잇단 군사 및 에너지 시설의 피해를 둘러싸고 아직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인한 것인지 단순한 화재인지, 혹은 러시아 측의 작전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참모총장 이호르 로마넨코는 “브랸스크 폭발 탓에 러시아군은 최소 2, 3일 동안 연료공급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그들이 우크라이나 기차역,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는 것을 지켜만 보진 않을 것이다. 그들에게도 똑같은 일이 일어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동부 작전지역에서 러시아가 공개하지 않은 또 다른 러시아 미사일 저장창고에 대한 공격이 있었다”고도 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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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에 중화기 지원 꺼리는 독일…“숄츠 총리는 안티히어로” 원성

    유럽 최강국에서 원성의 대상으로…. 러시아의 침공에 맞선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회원국 등은 중화기를 비롯한 군사 지원을 늘리고 있지만 독일은 미온적이어서 원성을 듣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독일에서도 “우크라이나에 중화기를 지원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져 중화기 지원에 선을 그은 올라프 숄츠 총리가 불신임 투표에 직면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WJS는 이날 ‘우크라이나를 위한 독일 무기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사설(社說)에서 올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유럽 전반의 안보 위기로 번지자 숄츠 총리는 외교·국방정책 변화를 약속했지만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WSJ는 “독일은 키이우(우크라이나 수도)에 보낼 무기를 선적하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 독일에서도 정치적 스캔들이 되고 있다”면서 “전쟁은 장기화하는데 숄츠 총리는 탱크 장갑차 같은 중화기 지원을 꺼린다”고 했다. 독일은 집권여당 사회민주당(SPD)을 비롯해 기독민주당(CDU) 녹색당 등 여야 가리지 않고 중화기 지원을 요구하지만 숄츠 총리는 태도에 보이지 않는다. WSJ는 “숄츠는 우크라이나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며 “이유가 무엇이든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지원을 약속한 유권자에게도 당혹스런 일”이라고 비판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도 23일 “독일은 외교·국방정책을 바꾸겠다고 했지만 그 사고방식은 바꾸지 않았다”며 “숄츠 총리는 유럽의 러시아산 에너지 금수(禁輸) 조치, 관세 부과 요구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독일은 러시아에 화석연료 대금으로 매일 수천만 유로를 지불한다면서 “다른 유럽 국가는 독일의 더딘 지원에 분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숄츠 총리가 18일 “독일 혼자서는 중화기를 지원해선 안 된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이코노미스트는 “다른 나토 회원국은 장갑차 헬리콥터 장거리포 전투기까지 이미 보내고 있다. 독일의 침묵이 눈에 띌 정도”라고 반박했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에 탱크를 지원했다는 사실을 최근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군용 방탄헬멧 5000개를 지원하겠다고 밝혀 조롱을 받기도 한 독일은 이후 대공미사일, 로켓 추진 수류탄, 기관총, 지뢰 등을 보냈지만 그 속도는 매우 느린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는 독일에 레오파드탱크, 장갑차, 다연장로켓, 대함미사일, 스파이크 대전차미사일 제공을 요청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뉴보이스 오브 우크라이나’는 “독일에서도 비판받는 숄츠 총리는 독일의 안티히어로”라고 25일 주장했다. 최근 독일 인프라테스트디맵 설문조사에 따르면 독일인 55%는 ‘우크라이나에 중화기를 지원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숄츠 총리는 22일 유력 시사지 슈피겔 인터뷰에서 “왜 우크라이나에 중화기를 지원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더 이상 무기고에서 무기를 공급할 여력이 없다”고 대답했다.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 시절 군비 증강에 투자하지 않아 국방력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러시아에 석유와 액화천연가스 상당량을 의존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슈피겔은 “독일 야당이 우크라이나 중화기 지원 법안 발의를 검토하고 있다. 숄츠 총리가 계속 반대한다면 총리 불신임 투표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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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로 끌려가요” 가슴 철렁한 아들의 문자… 구출 위해 뛰는 엄마 “조국에 총 겨눌까 걱정”[사람, 세계]

    ‘엄마, 저 지금 러시아로 끌려가는 중이에요. 러시아 군인들은 어디로 가는 건지 목적지도 안 알려줘요.’ 우크라이나 중남부 도시 드니프로에 머물고 있는 나탈리야 디메시 씨(40)는 4일 아들 유리 디메시(21)에게서 이 같은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나탈리야 씨는 황급히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당장 탈출하라”고 재촉했지만 부질없었다. 아들은 출입구와 창문이 모두 잠긴 어느 열차 안에 감금돼 있었다. 러시아는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일부 점령지역 주민들을 러시아로 강제 이송하고 있다. 미국 NBC방송은 강제 이송 희생자인 나탈리야 씨 가족의 사연을 24일 전했다. 전쟁 전 회계사였던 나탈리야 씨는 재혼한 남편, 두 딸과 함께 살았다. 공대생인 아들은 친부와 살았다. 이들은 모두 마리우폴에 살았다. 전쟁 발발 후 이들은 폭격을 피해 34일간 지하실에서 숨어 지냈다. 지난달 29일 나탈리야 씨는 겨우 차편을 구해 일단 두 딸을 데리고 자포리자로 탈출했다. 하지만 아들과 전남편이 살던 집은 러시아군의 폭격을 받았고 이후 연락이 끊겼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나서야 아들에게서 겨우 연락이 왔는데 러시아로 끌려간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아들 유리 씨를 태운 기차는 마리우폴에서 북동쪽으로 약 1086km 떨어진 러시아 동부도시 세묘놉카에 7일 도착했다. 그는 숲속의 한 목조 건물로 옮겨졌다. 그곳에서 휴대전화를 압수당한 채로 가족은 누구인지, 우크라이나군에 복무 중인 친구가 있는지 등 신문을 받았다. 러시아군은 그에게 “우크라이나는 국가였던 적이 없다. 러시아의 일부”라며 사상교육을 했다. 유리 씨가 항의하자 두 시간이 넘는 추가 신문이 이어졌다. 그들은 “너는 러시아군에 징집돼 우크라이나로 파병될 수 있다. 총알받이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협박했다고 한다. NBC는 “러시아는 수많은 민간인들을 강제 이송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는 국제법상 전쟁범죄”라고 지적했다. 현재 나탈리야 씨는 아들을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방법을 수소문 중이다. 터키나 조지아 등을 경유해 아들을 데려오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나탈리야 씨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남자들에게 러시아 군복을 입히고 이곳으로 데려와 무기를 들고 싸우라고 강요할지 모른다”며 “나의 아들이 조국에 맞서 싸우게 될까봐 그게 가장 큰 걱정”이라고 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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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쟁 공포속 우크라 부활절 행사 “삶이 죽음 이길것”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아무리 무서워도 함께 모여 부활절을 축하할 겁니다.” 24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 시내 한 성당에 주민들이 모였다. 빵과 소시지, 햄, 치즈 등이 담긴 바구니를 들거나 꽃바구니를 들었다. 이 성당 신부는 이들을 환영하며 성수(聖水)로 축복의 기도를 베풀었다. 이날은 우크라이나 정교회 축일인 부활절이었다. 올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국토는 전쟁터로 변하고 공포에 휩싸였지만 우크라이나인들은 부활절 축하 행사를 열었다고 미국 CNN,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외신들은 “그들은 러시아군의 잔인한 공습과 상상도 못 할 희생을 경험했지만 그럼에도 올해 가장 큰 기념일의 하나를 축하했다”고 전했다. 시민들은 우크라이나 군인들에게 보낼 부활절 달걀에 ‘살아 돌아오라’ ‘우크라이나 군대와 방공 시스템에 영광을’ 같은 메시지를 적었다. 수도 키이우 성볼로디미르 성당 등에서도 이날 오후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부활절 미사가 진행됐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부활절 연휴 러시아군이 군사행동을 늘릴 위험이 있다며 통행금지령을 내렸지만 시민 수백 명이 성당에 모였다. 참석하지 못한 이들은 생중계로 미사를 지켜봤다. 성당 내부 사진 촬영은 엄격히 금지됐다. 몇 명이 모였는지, 누가 참석했는지 같은 정보가 러시아 측에 유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시민들은 서로 키스로 인사를 나눴다. 이날 미사에는 전투모를 ‘부활절 바구니’ 삼아 손에 들고 있는 우크라이나 군인들도 참석했다. 전란을 피해 폴란드를 비롯한 인접국으로 갔던 사람들도 부활절을 기리기 위해 고국으로 돌아왔다. 전쟁이 발발했을 때 임신 9개월이던 안나마리아 니키포친 씨(25)는 남편과 폴란드로 피신했다가 최근 르비우 자신의 아파트로 돌아왔다. 피란 중에 태어난 딸도 함께였다. 그는 “부활절이 되기 전에 집에 돌아오는 일이 정말 중요했다. 가족이 모두 함께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3일 부활절 연설에서 “오늘은 기독교의 성토요일(聖土曜日), 십자가에 못 박히심과 부활 사이의 날”이라면서 “처음에는 죽음이 승리하고 신이 사라지지만 결국에는 부활이 이어질 것이고 삶이 죽음을 물리칠 것이다. 악은 벌을 받을 것”이라며 대(對)러시아 항전 의지를 강조했다. 미 ABC뉴스는 “전쟁 최전선에서 싸우는 이들을 위해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모여 기도했다”고 전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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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 곳곳 부활절 축하행사…달걀엔 ‘살아 돌아오라’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아무리 무서워도 함께 모여 부활절을 축하할 겁니다.” 24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 시내 한 성당에 주민들이 모였다. 빵과 소지지, 햄, 치즈 등이 담긴 바구니를 들거나 꽃바구니를 들었다. 이 성당 신부는 이들을 환영하며 성수(聖水)로 축복의 기도를 베풀었다. 이날은 우크라이나 정교회 축일인 부활절이었다. 올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국토는 전쟁터로 변하고 공포에 휩싸였지만 우크라이나인들은 부활절 축하 행사를 열었다고 미국 CNN,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외신들은 “그들은 러시아군의 잔인한 공습과 상상도 못 할 희생을 경험했지만 그럼에도 올해 가장 큰 기념일의 하나를 축하했다”고 전했다. 시민들은 우크라이나 군인들에게 보낼 부활절 달걀에 ‘살아 돌아오라’ ‘우크라이나 군대와 방공시스템에 영광을’ 같은 메시지를 적었다. 수도 키이우 성볼로디미르 성당 등에서도 이날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부활절 미사가 진행됐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부활절 연휴 러시아군이 군사행동을 늘릴 위험이 있다며 통행금지령을 내렸지만 시민 수백 명이 성당에 모였다. 참석하지 못한 이들은 생중계로 미사를 지켜봤다. 성당 내부 사진 촬영은 엄격히 금지됐다. 몇 명이 모였는지, 누가 참석했는지 같은 정보가 러시아 측에 유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시민들은 서로 키스로 인사를 나눴다. 이날 미사에는 전투모를 ‘부활절 바구니’ 삼아 손에 들고 있는 우크라이나 군인들도 참석했다. 전란을 피해 폴란드를 비롯한 인접국으로 갔던 사람들도 부활절을 기리기 위해 고국으로 돌아왔다. 전쟁이 발발했을 때 임신 9개월이던 안나 마리아 니키포친 씨(25)는 남편과 폴란드로 피신했다가 최근 르비우 자신의 아파트로 돌아왔다. 피란 중에 태어난 딸도 함께였다. 그는 “부활절이 되기 전에 집에 돌아오는 일이 정말 중요했다. 가족이 모두 함께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3일 부활절 연설에서 “오늘은 기독교의 성토요일(聖土曜日), 십자가에 못 박히심과 부활 사이의 날”이라면서 “처음에는 죽음이 승리하고 신이 사라지지만 결국에는 부활이 이어질 것이고 삶이 죽음을 물리칠 것이다. 악은 벌을 받을 것”이라며 대(對)러시아 항전 의지를 강조했다. 미 ABC뉴스는 “전쟁 최전선에서 싸우는 이들을 위해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모여 기도했다”고 전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 2022-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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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오데사 미사일 공격에 3개월 영아 숨져… “이 아기가 무슨 위협”

    우크라이나 동남부 총공세에 나선 러시아군이 23일(현지 시간)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를 순항미사일로 공격해 생후 3개월 아기와 엄마 등 적어도 8명이 숨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 아기가 러시아에 무슨 위협을 가했단 말인가. 개자식들(bastards)”이라고 분노했다. 남부 요충지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최후 항전 중인 우크라이나군은 이곳에 피신한 여성과 아이들의 영상을 공개했다. 이 아이들은 “다시 햇빛을 보고 싶다”고 호소했다. ○ “두 달 가까이 하늘과 햇빛 못 봐”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군 전략폭격기가 발사한 최소 2발의 순항미사일이 오데사 민간인 주거시설을 타격했다. 이날은 러시아정교회 축일인 부활절 전날이었다. 러시아 모스크바 성당에서 부활절 전야 미사가 진행될 동안 러시아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민간인 거주지를 공격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오데사 당국에 따르면 이번 공습으로 민간인 여성 발레리야 글로단과 생후 3개월 된 아기가 숨졌다. 발레리야의 남편 유리 글로단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족사진을 올리며 “사랑하는 두 사람, 천국에서, 늘 내 마음에 있을 것”이라고 애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격앙된 목소리로 “아기가 태어난 지 한 달이 됐을 때 전쟁이 시작됐고, 석 달이 됐을 때 숨졌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상상이나 할 수 있는가”라고 분노했다. 우크라이나군과 민간인 3000여 명이 러시아군에 포위된 채 배수진을 친 아조우스탈 제철소 내부 영상도 이날 공개됐다. 지하 대피소에 있는 여성과 아이들의 모습도 보였다. 이들은 두 달 가까이 햇빛을 못 봤다. 한 소년은 “햇빛을 보고 싶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싶다. 집에 가고 싶다. 어두운 곳에 오래 있어서 눈이 침침해졌다”고 말했다. 한 소녀는 “2월 27일 엄마, 할머니와 집을 떠났고 그날 이후 하늘과 태양을 못 봤다”고 했다. 한 여성은 “어린이가 적어도 15명이 있다. 물과 음식이 떨어져 간다. 아이들의 안전을 보장해 달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식량을 나눠 주는 동안 물과 음식을 요청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러시아군은 아조우스탈에 대한 공격을 재개했다.○ 러軍, 부차에 어린이수용소민간인 수백 명이 살해된 ‘부차 학살’이 벌어진 부차에서는 러시아군이 사형집행장과 어린이수용소를 조직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마을 4층 건물을 거점으로 삼고 민간인을 이곳에 감금한 뒤 고문하거나 살해했다. 한 생존자는 “건물 지하에 130명 넘게 갇혔는데 러시아 병사들이 먹다 남긴 음식으로 버텼다”며 “복도 바닥은 피가 흥건했고 러시아군의 술판 뒤에 버려진 와인병, 맥주병이 곳곳에 뒹굴었다”고 증언했다. 이 생존자는 인근 다른 2층 건물은 사형집행장으로 쓰였다고 전했다. 근처의 또 다른 건물은 어린이들을 감금하는 수용소로 사용됐다. 러시아군이 철수하고 나서 주민들은 이 건물 입구에서 양손이 뒤로 묶인 채 뒤통수에 총상을 입은 시신 5구를 발견했다. WSJ는 “부차에 주둔하던 일부 군대는 러시아로 돌아간 뒤 푸틴 대통령에게 훈장을 받았다”고 전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 2022-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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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4층 건물을 사형 집행장 삼아 대학살…어린이 수용소까지”

    “러시아 병사들이 시신을 끌고 다닌 탓에 바닥 이곳저곳에는 피가 흥건했다. 양동이에는 배설물이 가득했고 탁자 위에는 그들이 술판을 벌이고 남긴 맥주병과 와인병들이 뒹굴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외곽 도시 부차에서 러시아 병사들이 마을의 한 건물을 ‘감옥 겸 사형집행장’으로 삼아 참혹한 만행을 저질렀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곳에 수감됐다가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감금된 지하 감옥에는 악취가 가득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23일(현지 시간) 말했다. 러시아군은 인근에 ‘어린이용 수용소’도 따로 마련해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WSJ은 우크라이나 전쟁 기간 벌어진 ‘부차 대학살’ 당시 러시아군이 거점으로 사용했던 한 건물의 이야기를 전했다. 러시아 공수부대와 와그너 용병으로 구성된 병사들은 부차에 있던 옛 소련식 4층 건물을 점령해 기지로 삼았다. 우크라이나 관료들에 따르면 약 100명의 러시아군이 이 건물에 주둔했고 작전에 필요한 무선전자장비 등도 갖춰졌다. 이곳에선 러시아군에게 포로로 잡힌 우크라이나 시민들에 대한 심문, 고문, 구금, 살해가 자행됐다.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 이 건물 경비원으로 근무했던 미콜라 자카르첸코 씨는 부차로 진격한 러시아군에게 지난달 4일 붙잡혀 이 건물에 구금됐다. 그는 “이미 그때 건물 주변에 시신들이 널려 있었고 총에 맞아 숨진 것으로 보이는 시신 7구도 있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생포한 우크라이나 남성들을 끌고 와 시신 앞에 무릎을 꿇린 뒤 “당신이 우크라이나 군대 소속인 것을 실토하라”고 윽박질렀다고 한다. 러시아군은 자카르첸코 씨를 심문하면서 그의 아이폰을 압수했다. 그들은 아이폰 안에 들어 있던 데이터를 컴퓨터로 옮겨 자카르첸코 씨의 경력을 조사하던 중 그가 2018년 러시아에서 용접공으로 일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러시아군은 “당신도 프롤레타리아(노동자 계급)였느냐”며 자카르첸코 씨를 죽이지 않고 지하에 가뒀다. 지하 감옥에 갇힌 130여 명의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러시아 병사들이 먹고 남긴 음식물을 먹으며 버텼다. 이곳은 과거 소련 시대에 공습 대비를 위한 대피소로 쓰이던 곳이라고 WSJ는 전했다.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이 곳에 갇힌 시민들은 비좁은 공간 탓에 누울 자리도 제대로 확보할 수 없었다. 생존자들은 러시아군이 일부 포로들을 총으로 쏜 뒤 건물 여기저기에 끌고 다녔고 그 때문에 바닥에 피가 많이 묻어 있었다고 말했다. 또 복도에는 술병들이 뒹굴었다. 인근의 다른 2층짜리 건물은 ‘사형집행 장소’로 쓰였다. 생존자들은 “차고가 딸린 노란색 2층 집으로 끌려간 사람들은 총살 당했다”고 말했다. 부차 시장 아나톨리 페도루크는 “러시아군이 도시를 여러 구역으로 나누고 각 구역에 살고 있던 정치인, 공무원 등 40여 명을 조사해 구금, 살해했다”고 말했다. 인근 마을 호스토멜에서는 시민들에게 구호 식량을 나눠주던 호스토멜 시장이 러시아군에 살해당했다. 러시아군은 인근의 다른 건물을 ‘어린이용 수용소’로 사용하기도 했다. 입구에는 참호를 팠다. 러시아군이 이 지역에서 철수한 뒤 현장을 조사한 지역 주민들은 건물 입구에서 시신 다섯 구를 발견했다. 나이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모두 손이 뒤로 묶이고 뒤통수에 총을 맞은 채 숨져 있었다. 러시아군은 점령한 마을에서 슈퍼마켓, 병원도 무차별로 약탈했다. 수술 도구와 의료 기구도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시신들이 계속 늘어나자 보다 못한 이 지역 의사는 러시아군에게 “이대로 시신들을 방치하다간 부패해 전염병이 돌 것이다. 무덤을 파고 묻어줘야 한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러시아군이 일시적으로 철수한 이후 마을로 돌아온 주민들은 부차의 참상에 경악했다고 WSJ는 전했다. 주민들은 연료 공급이 끊긴 탓에 나무 장작으로 불을 지펴 음식을 만들고 목욕물을 데우고 있다. WSJ에 따르면 부차에 주둔했다가 철수한 러시아 군 중 일부는 본국에서 훈장을 수여 받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부차 점령부대 중 하나인 제64기동소총여단에도 러시아군 최고 훈장을 수여했다. 페도루크 시장은 “푸틴은 이곳에서 러시아군이 저지른 만행을 분명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 2022-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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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대법관 9명중 4명이 여성… 성소수자 판결 변화 올까[글로벌 포커스]

    다른 나라 대법원과 달리 최종심과 헌법재판소의 기능을 모두 담당하는 데다 대법관 9명이 종신직이어서 대체 불가의 막강한 권위를 누리는 미국 연방대법원에 거센 여풍(女風)이 불고 있다. 1789년 설립 후 233년 만에 처음으로 흑인 여성 커탄지 브라운 잭슨 워싱턴 항소법원 판사(52)가 7일(현지 시간) 상원 인준을 통과하면서 종신직인 대법관 9명 중 약 절반인 4명이 여성으로 채워진다. 역대 대법관 116명 중 108명(93.1%)이 백인 남성일 정도로 소수계가 넘보기 어려웠던 유리천장에 상당한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 백인 여성 샌드라 데이 오코너(92)는 불과 41년 전인 1981년에야 미 최초의 여성 대법관에 올랐다. 2006년 그가 치매 남편을 돌보기 위해 자진 사퇴한 후 2009년 상반기까지는 ‘미 진보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유대계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1933∼2020)가 유일한 여성 대법관이었다. 같은 해 8월 최초의 히스패닉계 대법관 소니아 소토마요르(68)가 취임했고 엘리나 케이건(62), 에이미 코니 배럿(50)에 이어 잭슨까지 등장했다. 미 대법원의 변화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알 수 있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생전 “여성 대법관이 몇 명 있어야 충분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9명 전부”라고 했다. 대법관 9명이 모두 남성일 때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는데 여성 9명이 무슨 문제냐는 의미다. 지난해 1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최초의 여성 부통령, 최초의 여성 국가정보국(DNI) 국장, 최초의 흑인 여성 대법관 등이 탄생했고 최초의 여성 국방장관, 최초의 여성 백악관 비서실장, 아시아계 대법관의 탄생 등도 머지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 미 최후의 인종장벽 붕괴잭슨은 흑인으로는 남녀 통틀어 세 번째, 여성으로는 여섯 번째 대법관이다. 미 대법원에 최초의 흑인 판사 서굿 마셜이 등장한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55년 전인 1967년. 1991년 두 번째 흑인 판사 클래런스 토머스가 취임한 지 31년이 흐른 후에야 잭슨이 발탁됐다. 그는 고령을 이유로 종신 임기를 지키지 않고 6월 퇴임 예정인 스티븐 브라이어 대법관의 자리를 물려받는다. 잭슨은 인준 다음 날 바이든 대통령, 미 최초의 여성 부통령이자 최초의 흑인 부통령 카멀라 해리스를 대동한 채 백악관에 나타났다. 그는 미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애호하는 흑인 여성 시인 마야 앤절루의 시구 “나는 노예의 꿈이자 희망”을 인용하며 자신의 조부모 세대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이날 거의 모든 미 언론이 1면에 그의 인준 소식을 대서특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 정부에 남아 있던 가장 중요한 인종적 장벽이 무너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국에서 흑인 여성 법조인, 특히 흑인 여성 판사는 그야말로 희귀한 존재다. 미 연방판사 중 여성 비율은 35.7%이지만 흑인 여성만 놓고 보면 5.7%에 그친다. 3억3000만 명 인구 중 흑인 여성 비율(11.4%)보다 훨씬 낮다. 이종곤 이화여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잭슨의 후임인 워싱턴 항소법원판사에도 흑인 여성이 발탁됐다. 소수계가 한번 발탁되면 그 후임 또한 소수계가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미 법조계의 인종 다양화 움직임이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명식 조선대 교수(공공인재법무학) 또한 “그냥 여성 대법관 한 명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흑인 여성 대법관의 탄생은 사회적 소수자의 관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고 평했다. 인종과 성별을 제외해도 하버드대 학사, 하버드대 로스쿨 우등 졸업, 브라이어 대법관의 재판연구원, 지방법원 및 항소법원 판사, 연방 국선변호인 등을 지낸 엘리트 법조인 잭슨이 대법관에 오른 것은 이상하지 않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잭슨이 특히 형사 사건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다고 호평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지방법원 판사로 일할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방해 혐의와 관련해 트럼프 측근들이 의회 증언을 거부하자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라며 출석해 증언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야당 공화당은 줄곧 그를 ‘좌파 급진주의자’로 평가하며 인준을 반대했다. 수전 콜린스(메인)를 포함한 공화당 내 중도 성향 의원 3명이 지지해 간신히 인준은 통과했지만 초당적 지지를 받지는 못했다. 최초의 여성 대법관 오코너의 인준 당시 표결에 참여한 의원 99명이 전원 찬성했고, 두 번째 여성 대법관 긴즈버그 또한 불과 3명으로부터 반대표를 받은 것과 대조적이다.○ 트럼프가 임명한 배럿과 대조잭슨과 닮은 점도, 다른 점도 많은 인물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발탁한 배럿 대법관이다. 10대 자녀를 둔 워킹맘이라는 점, 각각 야당으로부터 거센 반대를 받았다는 점이 공통점이고 각각 진보와 보수를 대표한다는 점이 다르다. 낙태를 반대하고 총기 소유를 지지하는 등 강경 보수 성향인 배럿은 미 법조계의 보수 대부 고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의 서기를 지냈다. 모교 노터데임대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사람의 인생은 잉태 순간부터 시작된다”는 낙태 반대 논문을 써서 유명해졌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대법관의 전 단계로 여겨지는 연방항소법원 판사로 발탁됐고 차기 대선이 불과 한 달 남은 2020년 10월 대법관에 임명됐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긴즈버그 대법관이 췌장암으로 타계하자 곧바로 배럿을 지명했다. 바이든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의 대선 승리가 유력했고 긴즈버그 또한 생전 “대선 전에는 나의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지만 보수 대법관을 늘릴 기회라 여긴 트럼프 대통령은 지명을 강행했다. 당시 미 상원은 공화당이 53석, 민주당이 47석이었다. 민주당은 전원 반대표를 던졌고 공화당에서도 콜린스 의원이 반대해 찬성 52표, 반대 48표로 인준을 통과했다. 야당으로부터 단 1명의 찬성표도 얻지 못한 대법관은 미 역사상 배럿이 처음이다. 그는 7명의 자녀를 뒀다. 이 중 2명은 아이티에서 입양했고 직접 낳은 막내아들 벤저민은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다. 그의 지명 당시 공화당과 보수 진영은 배럿이 학령기 자녀를 둔 최초의 여성 대법관이라며 적극 홍보했다. 강경 보수 대법관의 탄생을 우려하는 진보 진영에 ‘모성애’로 맞선 것이다. 잭슨 또한 보스턴 명문가의 후손인 백인 의사 남편과의 사이에 각각 21세, 17세의 딸을 두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배럿이 강조했던 모성애가 잭슨의 인준 과정에서도 효과를 발휘했다고 평했다.○ 오바마는 여성 대법관 2명 임명오바마 대통령은 재임 중 여성 대법관 2명을 임명한 최초의 미 대통령이다. 이 중 푸에르토리코계인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현 대법관 9명 중 진보 성향이 강한 인물로 꼽힌다. 그는 판사 시절 “현명한 라틴계 판사가 백인 남성보다 더 나은 판결을 할 수도 있다”며 사법부의 인종차별을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보수 텃밭인 남부 텍사스주가 주법으로 ‘낙태금지법’을 강행한 후 대법원이 합헌 결정을 내렸을 때도 “숨이 막힐 지경이다. 다수 대법관이 현실을 외면했다”며 동료를 비난했다. 대법원에서 금기시하는 동료 비판을 꺼리지 않은 것이다. 그의 급진 성향이 성장 환경의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출생지인 뉴욕 브롱크스는 빈민가이며 알코올에 의존하던 부친은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모친의 높은 교육열과 본인의 의지로 엘리트 코스를 밟아 대법관까지 올랐지만 자신의 어린 시절을 ‘폭발적인 불화로 계속된 긴장 상태’로 묘사할 정도로 아픈 기억이 많다. 2010년 임명된 케이건은 진보 성향이지만 보수와 진보 양측의 견해를 조율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얻는다. 별명 또한 좌우를 잇는다는 뜻의 ‘교량 건설자(bridge builder)’. 그는 하버드대 로스쿨 졸업 후 교수로 일했고 2003년 여성 최초의 하버드대 로스쿨 학장이 됐다. 다른 대법관과 달리 판사 경력이 전무한데도 대법관으로 뽑혔다. 시카고대 로스쿨 교수로 활동할 당시 지역의 유명 인사였던 오바마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 우위 대법원과 충돌하는 바이든여성 대법관의 증가가 성소수자들에게 유리한 국면을 조성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잭슨은 인준 청문회에서 공화당 의원이 ‘여성의 정의’에 관해 묻자 “답하지 않겠다. 난 생물학자가 아니다”라고 받아쳤다. 그가 성소수자를 옹호할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보수 성향의 닐 고서치 대법관 또한 2020년 ‘기업이 특정 직원이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해고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을 이끈 바 있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가 9명의 대법관 중 보수 성향이 6명, 진보 성향이 3명인 현 대법원과 거듭 충돌하는 상황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텍사스주의 ‘낙태 제한법’ 시행을 중지해 달라”는 바이든 행정부의 요청을 기각했다. 임신 6개월 이전의 여성이 낙태할 권리를 보장한 1973년 ‘로 대(對) 웨이드’ 판결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정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즉각 “매우 우려스럽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대법원은 올 1월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가 시행한 민간기업의 백신 의무 접종 조치 또한 개인 선택권을 침해한다며 무효화했다. 3월에는 집권 민주당 소속인 토니 에버스 위스콘신 주지사가 흑인 인구가 늘어난 선거구를 분할해 기존 6개에서 7개로 늘리자 “위헌”이라며 불허했다. 개별 주가 획정한 선거구를 대법원이 뒤집은 것은 미 역사상 처음이다. 대법관 개개인의 윤리 문제도 불거졌다. 보수 성향인 토머스 대법관의 부인이자 트럼프 지지자로 유명한 로비스트 지니 토머스는 2020년 대선 기간 중 마크 메도스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과 29차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진보 진영에서는 “대법관의 배우자가 대선에 개입했다”며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긴즈버그 대법관 또한 생전 변호사 남편의 관련 소송에서 남편 측에 유리한 판결을 내려 구설에 올랐다. 이에 따라 대법원의 중립성과 신뢰도에 대한 불신도 깊어지고 있다. 민감한 사회 현안에 대한 판결이 헌법에 근거해 중립적으로 내려지지 않고 법관 개인이 선호 또는 지지하는 진영에 유리한 쪽으로 이뤄진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지난해 10월 미 그리넬대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2%는 “대법원 판결은 헌법과 법률이 아니라 정치에 좌우된다”고 했다.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오늘날 대법관들이 스스로를 일종의 정치인으로 간주하고 있다. 대법원이 정치기관으로 전락하면 헌법을 지탱하는 근간이 무너지고 국민 불신이 깊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를 감안할 때 대법원의 자정 기능 강화, 더 많은 다양성이 추가된 대법관 구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법관에게 종신 임기를 보장해준 것 또한 낙태, 대학 입시 등에서의 소수계 우대(어퍼머티브 액션), 총기, 투표법, 성소수자, 종교 자유, 사형제, 인종차별 등 찬반양론이 격렬하게 대립하는 의제에 대해 외풍에 휘둘리지 말고 공명정대한 판결을 내리라는 뜻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 2022-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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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내달 4일 첫 국가부도 위기… “크렘린서도 ‘푸틴 오판’ 탄식”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개전 두 달이 되도록 승기를 잡지 못하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의 최측근 사이에서도 ‘이번 침공은 재앙적인 실수였다’는 후회와 탄식이 나오고 있다고 20일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국채 이자를 달러화가 아닌 자국의 루블화로 상환한 것은 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는 국제 금융기관의 결정까지 나오면서 러시아는 첫 디폴트(국가 부도) 위험에 놓이게 됐다. 미국과 서방의 제재로 국가 경제가 흔들리자 러시아 내부에선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국가안보위원회 비서관 등 극소수 강경파가 침공 결정을 주도했으며 푸틴 대통령이 이들의 말만 듣고 있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크렘린 내부에서도 “푸틴, 치명적 오판”블룸버그는 러시아 정부 및 국영기업 고위 관계자 10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 내부에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침공은 러시아를 수십 년 전으로 후퇴시킬 수 있는 치명적인 실수”라고 전했다. 이들은 푸틴 대통령의 보복이 두려워 모두 익명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응답자들은 푸틴 대통령이 침공 후 오로지 강경파만 만나고 있으며 전쟁으로 인한 경제·사회적 피해를 우려하는 관료들의 목소리는 일축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쟁의 장기화 이유 또한 강경파들이 제한적 정보에 근거해 잘못된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이 이번 침공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미국 정보당국의 경고처럼 핵무기를 사용할지 모른다고도 우려했다. 일부 응답자는 미국 등 서방 주요국이 단행한 전방위적 경제 제재의 속도와 강도에 푸틴 대통령과 최측근들이 매우 놀랐다고 전했다. 수십 년간 러시아에 투자한 서구 기업들이 단 하룻밤 만에 사업을 접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푸틴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포함해 우크라이나 지도자의 역량을 과소평가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보요원 출신인 푸틴 대통령이 각별히 여기는 연방보안국(FSB) 내부에서도 이번 전쟁에서 사실상 패했다는 의견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104년 만에 첫 국가부도 임박러시아 경제도 흔들리고 있다. 국제스와프파생상품협회(ISDA) 산하 신용파생상품결정위원회(CDDC)는 20일 “이달 초 러시아가 달러 표시 국채 2건의 이자를 루블화로 상환한 것은 변제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가 상환 유예기간이 끝나는 다음 달 4일까지 달러화로 이자를 지불하지 못할 경우 디폴트에 처한 것으로 간주된다. 1918년 소련 수립 이후 처음 국가부도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앞서 러시아는 미국 내 은행에 보유 중인 자국 달러가 제재로 동결되고 국제금융결제망 ‘스위프트’에서도 퇴출당하자 “이자를 루블화로 내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20일 러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서방의 경제 제재에 겁먹은 국민들이 지난달에만 은행 계좌에서 98억 달러(약 12조1275억 원)의 외환을 인출했다. 엘비라 나비울리나 중앙은행 총재는 “서방의 금융 제재보다 공급망 봉쇄가 더 뼈아프다. 공급망이 무너지고 재고가 소진되면 물가가 치솟을 것”이라고 우려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 2022-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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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기 못잡고 경제도 ‘흔들’…푸틴 최측근도 “침공은 재앙적 실수”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서방의 전방위적 경제 제재로 국가부도(디폴트) 위기에 몰리고, 전쟁에서도 승기를 잡지 못하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 사이에서도 ‘이번 침공이 재앙적인 실수였다’는 후회와 탄식이 나오고 있다고 20일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단 이틀이면 우크라이나 전역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당초의 호언장담과 달리 침공 후 약 두 달이 흘렀음에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일대에서 퇴각한 채 남동부 일부만 차지했고, 막대한 피해 또한 잇따랐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 온건파들은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국가안보위원회 비서관 등 극소수 강경파가 침공 결정을 주도했으며 푸틴 대통령 또한 이들의 말만 듣고 있다는 것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러 고위관계자들 “푸틴의 치명적 오판” 블룸버그는 러시아 정부 및 국영기업 고위관계자 10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 내부에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침공은 러시아를 수 십 년 전으로 후퇴시킬 수 있는 치명적인 실수”라고 전했다. 이들은 푸틴 대통령의 보복이 두려워 모두 익명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응답자들은 푸틴 대통령이 침공 후 오로지 강경파만 만나고 있으며 전쟁으로 인한 경제사회적 피해를 우려하는 관료들의 목소리는 일축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쟁의 장기화 이유 또한 강경파들이 제한적 정보에 근거해 잘못된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이 이번 침공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미국 정보당국의 경고처럼 핵무기를 사용할지 모른다고도 우려했다. 일부 응답자는 미국 등 서방 주요국이 단행한 전방위적 경제 제재의 속도와 강도에 푸틴 대통령과 최측근들이 매우 놀랐다고 전했다. 수십 년 간 러시아에 투자한 서구 기업들이 단 하룻밤만에 사업을 접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푸틴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포함해 우크라이나 지도자의 역량을 과소평가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보요원 출신인 푸틴 대통령이 각별히 여기는 연방보안국(FSB) 내부에서도 이번 전쟁에서 사실상 패했다는 의견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러 국민, 3월에만 12조 원 인출러시아 경제 역시 흔들리고 있다. 경제 당국자들은 막대한 비용이 드는 전쟁을 고집하면 공급망 붕괴, 급격한 물가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고 거듭 조언했지만 푸틴 대통령이 뜻을 꺾지 않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20일 러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서방의 경제제재에 겁먹은 국민들이 지난 달에만 은행 계좌에서 98억 달러(약 12조1275억 원)의 외환을 인출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힘든 분기였다”면서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황이 안정을 되찾았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엘비라 나비울리나 중앙은행 총재은 “서방의 금융 제재보다 공급망 봉쇄가 더 뼈아프다. 공급망이 무너지고 재고가 소진되면 물가가 치솟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러시아의 침공 직후 루블 가치가 폭락하자 한때 사표를 냈다는 설에 직면했다. 수도 모스크바의 세르게이 소뱌닌 시장은 “20만 명이 실직 위기에 처했다”고 토로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 2022-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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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후 임박했지만… 러에 항복은 없다”, 마리우폴 마지막 지휘관 ‘항전 메시지’

    “우리의 최후까지 겨우 며칠 혹은 몇 시간밖에 남지 않았지만 러시아에 항복하지 않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남부 요충지 마리우폴을 포위한 러시아에 맞서 50일 넘게 저항해 온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19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에 영상메시지를 보내 결사항전 의지와 함께 국제사회의 지원을 촉구했다.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배수진으로 삼은 이들은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메시지가 될 것 같다”며 남은 민간인과 부상병들을 살펴달라고 호소했다. 지휘관인 우크라이나 제36해병여단 소속 세르히 볼리나 소령은 영상에서 “적들은 우리보다 10배나 많다. 공중과 지상병력 등 모든 면에서 우리를 압도한다”며 “공장 지하에 500명이 넘는 부상병과 여성, 어린이 등 민간인 수백 명이 대피해 있다. 다친 사람들이 지하실에서 썩어가고 있는데 치료할 약이 없다”고 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 약 2500명이 공장 안에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러시아는 이들에게 항복을 요구하며 “대피를 위한 인도주의 통로를 개설하겠다”고 했지만 우크라이나군은 “거짓말”이라며 응하지 않고 있다. 볼리나 소령은 “전 세계 지도자들에게 부탁한다. 여기에 있는 병사와 민간인들 구출 작전을 결행해 이들을 제3국으로 옮겨 달라”고 요청했다. 마리우폴은 러시아가 2014년 무력으로 합병한 크림반도와 동부 돈바스 지역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다. WP는 “모스크바함 침몰로 굴욕을 당한 러시아가 마리우폴을 함락시킨다면 그들에게 매우 중요한 승리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 2022-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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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락 임박했지만 항복 않겠다”…우크라軍, 마리우폴 최후 항전

    “우리의 최후까지 겨우 며칠 혹은 몇 시간 밖에 남지 않았지만 러시아에게 항복하지 않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남부 요충지 마리우폴을 포위한 러시아에 맞서 50일 넘게 저항해온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19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에 영상메시지를 보내 결사항전 의지와 함께 국제사회의 지원을 촉구했다.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배수진으로 삼은 이들은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메시지가 될 것 같다”며 남은 민간인과 부상병들을 살펴달라고 호소했다. 지휘관인 우크라이나 제36해병여단 소속 세르히 볼리나 소령은 영상에서 “적들은 우리보다 10배나 많다. 공중과 지상병력 등 모든 면에서 우리를 압도한다”며 “공장 지하에 500명이 넘는 부상병과 여성, 어린이 등 민간인 수백 명이 대피해 있다. 다친 사람들이 지하실에서 썩어가고 있는데 치료할 약이 없다”고 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 약 2500명이 공장 안에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러시아는 이들에게 항복을 요구하며 “대피를 위한 인도주의 통로를 개설하겠다”고 했지만 우크라이나군은 “거짓말”이라며 응하지 않고 있다. 볼리나 소령은 “전 세계 지도자들에게 부탁한다. 여기에 있는 병사와 민간인들을 위한 구출 작전을 결행해 이들을 제3국으로 옮겨 달라”고 요청했다. 마리우폴은 러시아가 2014년 무력으로 합병한 크림반도와 동부 돈바스 지역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날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이 감청한 러시아군 무전에서 “러시아에서 놀라운 것이 날아오고 있다. 마리우폴 하늘에서 3t(톤)짜리가 떨어질 것이고 지상의 모든 것은 무너질 것”이라는 내용이 포착됐다. WP는 “모스크바함 침몰로 굴욕을 당한 러시아가 마리우폴을 함락시킨다면 그들에게 매우 중요한 승리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 2022-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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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재무 “러 오는 G20 일정 불참” 국제무대서 퇴출 본격화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20일 열리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 때 러시아 측 인사가 참석하는 일정에 불참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러시아를 국제 외교 무대에서 퇴출시키기 위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것이다. 미국은 18일 시작된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춘계 총회에서도 러시아와 러시아를 돕는 국가들을 상대로 압박 수위를 더욱 높일 것으로 보인다. 18일 미국 재무부는 옐런 장관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데 대한 항의 표시로 이 같은 보이콧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한 재무부 관료는 “다른 주요 국가의 관료들도 (미국의 보이콧에) 동참할 수 있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그 대신 옐런 장관은 우크라이나 총리와, 월리 아데예모 미국 재무부 부장관은 우크라이나 재무장관과 각각 양자 회담을 열어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하겠다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아데예모 부장관은 “러시아의 군산복합체와 공급망을 파괴하고 러시아의 전쟁 기계들을 해체해 조각조각 분해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세계 경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들과 기축 통화국이 결행하는 제재를 피하려는 노력이 얼마나 무의미한지가 이번에 드러났다”며 “중국도 러시아와의 거래보다 다른 국가들과의 거래 규모가 훨씬 큰 점을 감안할 때 제재를 준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러시아를 두둔해 온 중국에 경고의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무부에 따르면 옐런 장관은 IMF와 WB 회원국을 향해 대러 압박 강화를 촉구하며 ‘반러 연대’를 굳건히 할 계획이다. 또 러시아가 경제제재를 회피하도록 지원하는 국가들을 단속하는 방안도 논의할 계획이다. 우크라이나는 이날 유럽연합(EU) 가입을 위한 서류를 제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마티 마시카스 EU 주재 대사에게 우크라이나가 EU 회원국 후보 지위를 얻기 위해 제출해야 하는 설문지를 작성해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 2022-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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