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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삼성서울병원 수술실, 의료진 10여 명이 합심해 12시간에 걸친 국내 첫 자궁 이식을 성공시켰다. 무려 1년 이상 준비한 국내 첫 자궁 이식 수술이었다. 자궁 이식은 난소는 있지만 자궁이 없는 여성이 임신을 하기 위해 타인의 자궁을 이식받는 수술이다. 선천적으로 자궁 없이 태어난 A 씨(35)의 질환은 로키탄스키 신드롬 혹은 마이어-로키탄스키-퀴스터-하우저(MRKH) 신드롬으로 불린다. 전 세계적으로 여성 3000∼5000명당 1명꼴로 보고되고 있을 만큼 사실 흔한 질환이다. 상당수 여성들이 불임으로 고통받는 이유 중 하나다.● 국내 첫 자궁 이식 수술, 의사 13명 투입당시 간 이식, 심장 이식, 콩밭 이식 등은 이미 익숙했지만 자궁 이식은 기자조차도 생소한 장기 이식이었다. 흔히 장기 이식은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수술이지만, 자궁 이식은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기 위한 이식이기 때문에 전혀 다른 접근이 필요했다. 장기 이식 수술은 거부 반응을 막기 위해 면역 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하지만 자궁 이식 같은 경우는 출산할 때 제왕 절개를 하면서 이식받은 자궁도 떼어낼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장기 이식과는 달리 평생 면역 억제제를 복용하는 일은 피할 수 있다. 지난해 시도된 첫 자궁 이식에서 놀라운 점은 환자가 어머니의 자궁을 이식받았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혈관에 혈전이 생기면서 결국 이식한 지 2주 만에 자궁을 떼어내야 했다. 의료진은 실망했지만 오히려 환자가 “뇌사자 자궁 이식은 가능하니 또 한번 해보자”며 의료진을 설득했다. 환자는 첫 자궁 이식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기증자인 어머니에게 알리지 않았다. 큰 결심 뒤 딸에게 자궁을 준 어머니가 낙담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의료진들은 용기를 얻었고 2차 자궁 이식 수술을 시작했다. 올해 1월 A 씨가 뇌사자(44)의 자궁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이번엔 이식외과 박재범 이교원 교수와 이유영, 노준호, 김성은, 오수영 산부인과 교수, 고재훈 감염내과 교수 등 총 13명의 의료진이 투입됐다. 자궁동맥 자궁정맥 등 혈관을 잇는 정밀 수술에 지난해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다행히 생체 자궁(건강한 사람의 자궁)보다는 뇌사자의 자궁을 떼어내는 것이 상대적으로 덜 부담스러웠고, 혈관을 문합(혈관 연결)하는 것도 상대적으로 원활했다. 그리고 자궁 이식 29일째 A 씨는 첫 월경을 했다. 의료진은 초경을 지나고도 초음파, 조직검사를 확인하며 이후 6개월을 더 기다렸다. 이식이 성공했는지를 판단하는 기간이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처음 성공한 자궁 ‘재이식’이었다.● 환자에겐 절실한 문제… 출산까지 성공해야수술 성공 소식이 알려진 뒤 일각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꼭 이렇게까지 해서 아이를 낳아야 할까”, “입양하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등이었다. 하지만 자궁이 없는 환자 입장에서는 매우 절실한 문제였다. 자궁 이식 수술이 보편화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있다. 지금은 자궁 이식의 성공률이 높은 젊은 여성 자궁 기증자를 찾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장기 이식법 적용 범위를 간, 신장, 폐와 같은 기존 분야에서 자궁 등 다른 장기로 넓혀가는 방안도 논의해야 된다. 비용도 문제다. 보험 지원이 되지 않아 1억 원이 넘는 비용을 환자가 고스란히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자궁 이식 성공은 ‘절반의 성공’이다. 최종적으로는 인공 수정까지 성공해야 수정란이 자궁에 잘 정착해서 10개월 뒤에 출산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의료진은 환자의 임신 준비를 위해 이식 6개월 전에 미리 준비한 인공 수정란의 상태도 확인했다. 자궁 이식이 성공한 뒤 6개월 후 인공 수정을 통해 자궁에 수정란을 착상시키기 위해서다. 2021년 기준 세계적으로 16개국에서 85건(생체 기증 63건, 뇌사자 기증 22건)의 자궁 이식이 시도됐다. 하지만 이 중 최종 출산까지 확인된 사례는 40건에 불과했다. 환자는 이미 두 번에 인공 수정 임신 실패를 경험했다. 하지만 아직은 희망이 있다. 남은 절반의 성공을 위해 의료진과 환자에게 힘찬 응원을 보낸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독감 환자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2년 11월 5∼11일 1000명당 독감 의심 외래 환자는 11.2명이었으나 2023년 같은 시기 32.1명으로 3배 가까이로 늘었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 사이엔 마치 유행하듯이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엔 보이지 않았던 양상이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코로나19 대유행 3년 동안은 마스크 착용 및 개인위생을 철저히 했고, 코로나19의 영향 때문에 독감의 전형적인 유행 패턴이 깨져 있는 시기였다”면서 “그동안 많은 사람이 독감에 걸리지 않았기 때문에 올해 1월부터 계속 독감 유행이 이어져, 여름까지도 유행하다가 최근 추워지면서 독감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의 도움말로 독감에 대한 궁금증을 일문일답으로 풀어봤다.● 집단생활 학교-유치원에서 잘 퍼져―소아, 청소년에서 급증하는 이유는. “독감이 유행을 시작할 때는 대개 소아, 청소년 위주로 번진다. 그 이유는 독감 자체가 전파력이 강한 데다 아이들이 학교라든지 어린이집 또는 유치원에 모여서 활동하다 보니까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이다. 유행 중기를 넘어가면 성인들 특히 노인으로 전파가 넘어가고 노인 감염이 시작되면 중증 감염 환자가 늘면서 사망자도 유행 중기 이후에 많이 생긴다.” ―독감의 대표적인 증상은. “독감의 가장 중요한 증상은 발열이다. 그리고 온몸이 쑤시고 아픈 근육통이 매우 심하게 동반된다. 기침 콧물 인후통 등도 동반된다. 급작스럽게 이런 증상이 시작되면 독감이구나 생각하고 빨리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감기와 독감, 코로나19를 일반인들이 구별하는 방법은. “의사도 감기인지 독감인지 코로나19인지 감별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특히 이번 겨울 같은 경우 코로나19, 독감, 그 외에 여러 다른 바이러스들이 동시에 유행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가까운 병원이나 의원을 방문해 질환에 맞는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 독감이나 코로나19는 각각 치료제들이 잘 나와 있다. 다만 감기 바이러스는 아직 치료제라기보다는 증상 조절을 위한 대증요법을 사용한다.”● 예방접종 해야 중증-사망 위험 줄어―약 먹고 괜찮아지면 바로 일상생활을 해도 되나. “독감은 본인이 느끼는 증상과 바이러스가 배출돼 전파될 수 있는 기간이 거의 일치한다. 그래서 본인의 증상이 가벼워지고, 특히 열이 떨어지고 나서 하루 정도 지나면 바이러스 배출이 줄고 남한테 감염시키는 확률도 떨어진다. 특히 발열이 좋아진 지 24시간이 지나면 사회생활을 해도 된다.” ―일상생활에서 할 수 있는 독감 예방법은. “독감 예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접종이다. 예방접종 외에 할 수 있는 것은 코로나19 때와 마찬가지로 손 씻기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이다. 독감이 의심되거나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은 마스크 착용 시 바이러스 전파 자체를 막는 효과가 있다.” ―예방접종을 해도 독감에 걸릴 수 있나. “독감 예방접종의 효과는 65세 이상 노인, 5세 미만 소아에서 60% 정도의 효과를 보인다. 그러니까 독감 예방접종을 해도 독감에 걸릴 수 있기는 한데, 중증으로 진행하거나 사망할 위험은 많이 낮춘다. 특히 인플루엔자 독감은 65세 이상 노인에게는 여러 합병증을 유발하고 그다음에 폐렴이 발생해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호흡기 증상이 발생했을 때는 그냥 참으면 좋아지겠거니 하기보다는 빨리 인근에 있는 병원이나 의원에 방문해서 독감이 아닌지 또는 코로나19가 아닌지 꼭 확인을 받는 것이 좋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검사는 수십, 수백 개의 유전자를 한 번에 대량으로 처리해 빠른 시간 안에 개인 유전체를 분석할 수 있는 최신 유전자 분석 기술이다. NGS 검사를 활용하면 암 질환과 관련된 환자의 유전자 이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 암 예방과 진단은 물론 표적치료제 등 맞춤형 치료 방법을 설계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미 미국에서는 임상 현장에서 암 치료 전략을 수립할 때 NGS 검사를 필수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7년부터 건강보험(선별 급여)이 적용 중이다. 하지만 NGS 검사 결과를 암 환자가 이해하고 활용하기란 쉽지 않다. 내 유전자 분석을 통해 나온 결과가 무엇인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지만 의사에게 설명을 요청하는 데 부담을 느끼거나 내용이 복잡해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온코마스터는 환자에게 암 유전체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바이오·의료 스타트업 지원 기관인 서울바이오허브에서 온코마스터의 장우영 대표, 최윤지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온코마스터’, 무슨 뜻인가? 장우영 대표=“온코마스터는 ‘종양’이라는 영어 접두사인 ‘ONCO’와 온코마스터의 설립 기반인 ‘K-MASTER 암 정밀 의료 사업단’의 ‘MASTER’를 결합해 만든 이름이다. 현장에서 습득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정밀 의료 암 진단, 치료법 개발 목표를 추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참고로 K-MASTER 사업단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후원을 받아 정밀 의료 기반 암 진단·치료법을 연구한 국가 연구개발(R&D) 사업단이다. 유전자 변이 및 표적치료제 임상시험 매칭을 통해 진행성 암 환자의 진단법과 치료제 개발, 임상·유전 정보를 통합한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총 5년간 400억 원을 투입해 R&D를 수행했다. 연구 성과로 국내 진행성 암 환자 1만 명의 임상 데이터와 유전체 분석 데이터, 20개의 임상시험 중개연구를 통한 치료 정보를 확보한 곳이기도 하다.” 최윤지 CMO=“온코마스터는 K-MASTER 사업단이 마무리되고 나서 사업단장이던 고려대 안암병원 종양내과의 김열홍 교수님이 설립했다. 사업단을 통해 쌓아온 노하우와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정밀 의료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공익적 목적이 컸다.” ―좋은 취지다. 온코마스터 서비스에 대해 소개해 달라. 장 대표=“온코마스터는 현재 두 가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첫 번째는 ‘환자 중심 암 정밀 의료 플랫폼’으로 온코마스터 홈페이지를 통해 암종에 따른 임상시험 정보나 최신 유전자 변이 정보, 약제 정보 등 최신 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맞춤형 암 환자 지식정보 서비스’다. 회원가입 후 환자 본인의 병원의무기록지와 NGS 검사결과지를 온코마스터에 전달하면 환자의 임상 정보를 분석해 맞춤형으로 지식 정보를 추출해 환자의 유전자 변이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와 병용 요법, 최신 임상시험 정보 등을 보고서 형태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보고서 내용이 어렵지 않나? 최 CMO=“보고서는 일반인이 이해 가능한 수준으로 쉽게 작성된다. 각 환자의 NGS 검사 결과를 토대로 유전자 변이 정보, 맞춤 치료 정보, 임상시험 정보를 제공하고, 새로운 정밀 의료 지식이 추가될 경우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자 준비 중이다.” ―향후 계획은? 장 대표=“온코마스터는 국내를 넘어 전 세계 암 환자들이 정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먼저 아시아권인 일본 시장을 목표로 건강관리 서비스 및 의료보험 청구 등을 전문으로 하는 현지 기업 DXcare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한편 수집된 빅데이터를 활용해 암 관련 진단, 치료를 보조하는 빅데이터 의료기기와 연구 및 제품 개발에도 매진하고 있다. 이미 위암 AI CDSS(인공지능 기반 임상의사결정지원시스템)을 위한 예측 모델을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다. 환자 진료에 있어 진단 치료 처방 등 의사결정을 지원해주는 의료 정보 기술 시스템으로 보면 된다. 대장암 등 그 밖의 암종별 AI CDSS도 현재 개발 중이다. 많은 응원을 해 달라.”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태어날 때부터 기형으로 자궁이 없었던 30대 여성에게 뇌사자의 자궁을 이식하는 수술이 한국에서 처음으로 성공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이 여성은 첫 수술에서 어머니의 자궁을 이식받는 데 실패한 뒤 두 번째 수술에서 다른 사람의 자궁을 이식받는 데 성공했다. 자궁 재이식 수술 성공은 이번이 세계 최초다. 16일 삼성서울병원 다학제 자궁이식팀(팀장 박재범 이식외과 교수)이 대한이식학회에 제출한 발표 초록에 따르면 이식팀은 올 1월 44세 뇌사자의 자궁을 한국인 여성 A 씨(35)에게 이식했다. 10개월이 지난 현재 A 씨는 규칙적인 생리주기를 유지하고 있고, 최근 조직검사에서도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아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A 씨는 난소 기능이 정상이지만 선천적으로 자궁이 없는 마이어-로키탄스키-퀴스터-하우저(MRKH) 증후군이다. 자궁 이식 말고는 임신할 방법이 없었다. 지난해 7월 어머니의 자궁을 보건복지부 승인을 거쳐 이식받았다. 국내 첫 자궁 이식 시도였다. 하지만 자궁으로 피가 제대로 통하지 않아 2주 만에 자궁을 제거해야 했다. 이후 뇌사 기증자가 나타나 두 번째 시도에서 성공했다. 국제자궁이식학회(ISUTx)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보고된 자궁 이식 사례 가운데 A 씨와 같은 재이식 수술은 처음이다. A 씨는 현재 본인의 난자와 남편의 정자로 수정한 배아로 임신을 시도하고 있다. 세계 첫 재이식 성공 외과-감염내과 전문의 등 13명 투입… 자궁 없던 30대에 두번째 이식 수술국내 ‘자궁 문제 불임’ 작년 1592명… 건보 적용-절차 표준화 등 논의할때‘의학적으로 매우 까다로운 뇌사자 자궁 이식 성공. 세계 최초의 자궁 재이식 성공.’ 이번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의 자궁 이식 성공은 국내외 의료계에 기록으로 남을 전망이다. 선천기형이나 질환으로 자궁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불임으로 고통받는 여성들에게는 희소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궁은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기능을 하지는 않지만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데 반드시 필요한 장기다.● 전문의 13명 투입, 세계 최초 재이식 수술 성공 국내에서 이뤄지는 콩팥과 간 등 장기의 이식 수술은 한 해 5000건이 넘는다. 하지만 자궁 이식 수술은 세계적으로 85건에 그친다. 이식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한 자궁을 내줄 기증자를 찾기 어려운 문제도 있지만, 수술 자체가 의학적으로 까다롭기 때문이다. 기증자의 몸에서 자궁을 적출할 땐 이와 연결된 크고 작은 혈관의 손상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를 수혜자의 난소와 생식선 등에 연결할 땐 더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다. 면역 거부 반응이 나타나거나 수술 부위가 감염되면 수술은 수포로 돌아간다. 수술 뒤 체계적인 관리도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자궁 이식에는 이식외과와 산부인과뿐 아니라 혈관외과, 성형외과, 영상의학과, 병리학과, 감염내과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의가 참여한다. A 씨의 진료에도 박재범 이교원 이식외과 교수뿐 아니라 김성은 오수영 이유영 산부인과 교수, 고재훈 감염내과 교수 등 13명의 전문의를 포함한 의료진이 투입됐다. 이식팀은 2020년 세계에서 세 번째, 국내에서 처음으로 면역억제제 없이 콩팥 이식을 받은 환자의 임신과 출산을 성공시킨 경험이 있었다. 현행 장기이식법상 자궁은 이식 가능 장기로 명시되진 않았다. 다만 2019년 1월 시행된 개정법에 따라 ‘사람의 내장 또는 조직 중 기능 회복을 위해 적출·이식할 수 있는 것’에 맞으면 보건복지부 산하 장기등이식윤리위원회 심의와 복지부 장관의 결정을 거쳐 이식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이런 절차와 병원 내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심사 등을 거쳐 A 씨의 수술을 진행했다. 이식팀은 발표 초록에서 “진료와 수술이 임상 연구의 일환으로 수행됐고, 관련 비용은 삼성서울병원 미래의학연구소를 통해 모금한 기부금으로 충당했다”고 밝혔다.● 불임으로 고통받는 여성들에게 희소식 삼성서울병원은 A 씨의 성공을 계기로 다른 불임 여성의 자궁 이식도 준비 중이다. 향후 A 씨가 임신과 출산에 성공하거나 국내 자궁 이식 성공 경험이 여러 건 축적될 경우, 자궁 기형이나 질환으로 고통받는 여성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A 씨가 겪은 MRKH 증후군의 국내 유병률은 여성 5000명당 1명 수준이다. 국내 가임기 여성 인구(1049만 명)에 대입하면 유병 인구가 2098명으로 추산된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3∼2022년) ‘자궁에서 기원한 불임’으로 진단된 여성은 1만4794명에 이른다. 여기에 각종 질병으로 인한 자궁 적출 수술이 해마다 약 4000건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자궁 문제 탓에 임신하지 못하는 여성은 수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임신 정보를 공유하는 카페에서는 해외 자궁 이식 성공 사례를 소개하는 글이 수백 건 검색된다. 일부 이용자는 국내에 자궁 이식 사례가 없다는 답변에 ‘해외에서 대리모를 구할 수 있느냐’는 취지의 문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국내 판례상 부부의 정자와 난자로 만든 배아를 다른 여성의 자궁에 착상시켜 출산하는 대리모 계약은 인정되지 않는다. 대리모 알선 브로커에게 거액을 줬다가 떼이는 사례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수술비만 1억… 건보 적용 논의 필요 이번 성공을 계기로 법에 명시된 이식 가능 장기를 넓히는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당초 장기이식법에 손과 팔은 이식 가능 장기로 명시돼 있지 않았지만, 2017년 2월 대구 W병원이 40대 뇌사자의 팔을 30대 환자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한 뒤 ‘법령 위반’ 논란이 일자 이를 포함하는 법 개정이 이뤄졌다. 다만 자궁 이식이 불임 여성 전반에 ‘고려할 만한 수단’이 되려면 건강보험 적용이 꼭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A 씨의 수술과 면역억제제 투약, 시험관 시술 수술 등에는 최소 1억 원의 비용이 소요된 것으로 추산된다. A 씨는 연구 기부금으로 비용을 댈 수 있었지만, 이런 지원이 없다면 개인에겐 부담되는 액수다. 자궁 이식에 뒤따를 수 있는 혼란과 논란을 예방하기 위해 의료계와 윤리학계가 머리를 맞대고 자궁 기증자와 이식 수혜자 선정 기준, 이식 절차 등을 표준화할 필요도 있다. 캐나다에서는 자국 내 자궁 이식 성공 사례가 등장하기 전인 2012년에 이미 관련 절차와 이식 수혜자 선정 기준 등을 정한 규약이 발표됐다. 영국은 2015년 자궁 이식을 받을 수 있는 여성의 나이를 만 25세에서 38세 사이로 규정하기도 했다. 이식팀을 이끈 박재범 교수는 “17일 학회에서 공식 발표한 이후에 응하겠다”며 인터뷰를 고사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
16일 보건복지부 산하 국가생명윤리정책원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처음 자궁 생체 이식이 시도된 건 2000년 사우디아라비아였다. 뇌사자 자궁 이식은 2011년 튀르키예가 최초였다. 2021년 기준으로 세계적으로 16개국에서 85건(생체기증 63건, 뇌사자 기증 22건)의 자궁 이식이 시도됐다. 하지만 이 중에서 임신을 확인한 사례는 70건뿐이고, 출산까지 확인된 사례는 40건에 불과했다. 그만큼 어려운 수술이라는 이야기다. 더구나 난임에 대한 문제는 세계적으로 큰 이슈다. 난임은 세계적으로 매년 0.37%씩 증가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자료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난임 유병률은 약 15%다. 국내 여성 중 난임 환자는 2017년 14만6235명에서 2021년 16만2938명으로 11.4% 증가했다. 하지만 한국의 난임 치료율은 20%에 불과하다. 난임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보다 초혼과 출산 연령이 늦어지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실제로 일산백병원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30세 미만 난임률은 14.2% △30∼34세 17.4% △35∼39세 28.8% △40세 이상 37.9%로 나이가 많을수록 난임률이 높았다. 더구나 체외수정 시술은 한 주기당 성공률이 낮고, 임신이 되지 않았을 경우 다음 시술은 최소 2, 3개월 후에나 가능해 육체적·정신적으로 부담이 크다. 무엇보다 체외수정 시술은 배아의 상태가 임신 성공률에 큰 영향을 미친다.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임신 가능성이 높은 배아를 선별해 시술해야 한다. 현재는 임상배아연구원이 현미경을 보고 건강한 배아를 판단하게 되는데, 이때 임신 예측률은 37% 정도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임신 가능성이 높은 배아를 선별하는 병원도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배아 선별 작업의 정확도를 높이고자 인공지능을 활용해 학습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다 객관적·경제적·비침습적으로 양질의 배아를 판별해 임신 예측률을 약 65%까지 높일 수 있다”며 “앞으로 AI 모델의 임상적 효용성을 증명하고, 나아가 의료기기 인증을 위한 모델의 최적화 및 임상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요즘 청년들은 건강한 난자를 확보하기 위해 20, 30대 젊었을 때 난자를 동결해서 미리 보관하기도 한다. 서울의료원 가임센터 이현주 과장은 “난자 동결과 해동 기술의 발달로 최근 세계적으로 미혼 여성들이 만혼에 대비해 가임력을 보존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 보편적 현상”이라며 “보통 35세 이전에 난자를 동결하면 가장 좋지만 본인 부담으로 해야 돼서 안타깝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날씨가 추운 요즘 직장인 김연화(가명·47) 씨는 갑자기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잘되지 않아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이후 구역감과 설사를 동반하면서 아랫배가 심하게 아프기 시작했다. 겨울철에도 바이러스로 인해 식중독이 생길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인근 병원을 향했는데 급성충수염(맹장염) 진단을 받았다. 충수는 대장이 시작되는 부위에 주머니 모양으로 연결된 소화기관을 말한다. 맹장 끄트머리에 자리하고 있는데 이곳에 염증이 일어나면 급성충수염이 발생한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외과 김광용 교수는 “급성충수염은 단순히 체했다고 생각하고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다”면서 “또 20, 30대 젊은 연령층에만 발생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맹장염은 나이와 상관없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도움말로 급성충수염의 오해와 진실을 풀어봤다.● 겨울에도 발생… 복통-설사 땐 의심해야―겨울철 복통과 설사를 하면 급성충수염을 의심해야 되나. “급성충수염은 해외 연구에 따르면 여름철에 10∼20% 더 잘 생기지만, 국내에선 계절에 관계없이 발생한다. 장염의 일종이기 때문에 단순 증상만으로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단순 장염은 설사나 오심, 구토가 발생한 뒤에 복통이 발생하는 경우가 흔하지만 급성충수염은 복통이 선행되며 이후 설사나 구토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또 20%에서는 오심, 구토와 같은 소화기 증상이 없을 수도 있다. 모호한 상복부 통증과 소화불량의 증상이 있다가 반나절이나 하루 지나서 우측 하복부로 국한되는 통증이 전형적인 증상이다. 보통 장염 등은 아픈 부위를 눌렀을 때 압통이 없지만 급성충수염은 오른쪽 배를 눌렀을 때 압통이 있을 수 있다.” ―오른쪽 배가 아프면 급성충수염인가. “오른쪽 배가 아프다고 다 급성충수염은 아니다. 우측 복부 통증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급성충수염, 게실염, 요로결석, 대장암 등이 있다. 여성의 경우 부인과 관련 장기가 하복부 내 위치해 급성충수염과 혼동되는 경우가 많다. 하복부에서 통증이 생기고 마치 생리통처럼 골반통이나 허리 통증이 동반되면 자궁 및 난소 질환 등을 의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른쪽 배가 아플 경우 이러한 여러 질환들을 고려하는 감별 진단이 필요하다.” ―급성충수염이 의심된다면 바로 대학병원 응급실을 가야 하나. “가까운 병·의원 및 응급실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기본적으로 전신마취가 가능하고 외과 전문의가 있는 병원이면 수술(복강경 충수절제술)을 할 수 있다. 급성충수염의 치료가 지연되는 경우 천공성 맹장염을 비롯한 복막염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흔하다. 물론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된 급성충수염의 경우 대학병원과 같은 종합병원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급성충수염은 대개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과 복부 초음파로 진단한다. 최근엔 복부 CT를 더 선호하나 조영제에 부작용이 있거나 CT 촬영에 거부감이 있는 경우 초음파를 시행한다. 복부 자기공명영상(MRI)은 일반적으로 시행하지 않지만 산모와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는 할 수 있다,”● 기본 치료는 수술… 가족력도 영향―급성충수염은 반드시 수술을 해야 하나. “맹장염의 기본 치료는 수술이다. 다만 환자의 상태나 맹장염의 중한 정도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진다. 환자가 고령이거나 전신 상태가 좋지 않아 전신마취의 위험성이 높을 땐 수술보다 항생제 치료를 선택하기도 한다. 또 천공성 급성충수염 및 국소적인 복막염으로 대장 절제를 동반한 큰 수술이 예상되는 경우 우선 항생제 치료를 한 뒤 추후 수술을 고려한다.” ―평소 과식이나 음주를 많이 하면 급성충수염에 잘 걸리나. “과식이나 술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진 않는다. 다만 과도한 음주나 과식은 급성충수염의 악화나 합병증의 증가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다만 가족력이 있는 사람에게서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가족 구성원 중 급성충수염에 걸린 사람이 있다면 급성충수염에 걸릴 가능성이 커진다. 스트레스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급성충수염이 걱정스러워 선제적으로 제거하기도 하나. “예방적 수술을 권유하지 않는다. 초기에 진단된 급성충수염은 수술적 난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선제적 제거보다는 진단 후 수술을 하는 것이 좋다.” 급성충수염의 생활수칙 팁▶ 맹장염을 따로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바로 수술을 받는 게 좋다.▶ 수술 직후 수일간의 금식이 필요하다. 이후 골고루 먹는게 좋다.▶ 수술 후 산책이나 조깅 등의 가벼운 운동은 도움이 된다.▶ 수술 후 약 2∼3주 회복기간엔 금주 및 금연이 필요하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사례1. 의료 인공지능(AI) 개발업체 A사가 개발한 영상 분석 소프트웨어는 진단 정확도 94%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자기공명 혈관조영(MRA) 영상을 AI가 분석해 뇌동맥류 의심 부위를 표시해주는 디지털 의료기기다. 하지만 대한영상의학회 분석 결과 실제 병원에서 사용했더니 정확도가 66.7%에 불과했다. #사례2. B사는 불면증에 도움을 주는 디지털 치료기기를 개발했다. 불면증 습관 개선을 돕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다. 해당 업체는 불면증 환자 60여 명으로 임상을 진행해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임상에 참여한 환자 수가 적어 효과가 의심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달부터 디지털 의료기기 병원 처방 1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달부터 디지털 의료기기의 병원 처방이 가능하다. 디지털 의료기기는 알약이나 주사제가 아닌 디지털 소프트웨어로 질병을 진단, 치료, 관리하는 의료기기를 뜻한다. 현재까지 식약처 허가를 받은 디지털 의료기기는 AI 영상 진단 소프트웨어가 9개, 불면증 치료 기기 2개 등 총 11개 제품이다. 이 중 불면증 치료 기기 등은 이달부터 환자 처방이 시작된다. 조만간 건강보험 적용도 가능해진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바이오 디지털 헬스 글로벌 중심 국가 도약’을 10대 국정과제로 삼았고, 복지부는 의료기기 산업에 2027년까지 최대 10조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그 결과 의료현장에서 디지털 기기 처방이 본격화된 것이다. 하지만 보건당국의 부실한 검증과 허가 절차로 의료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식약처는 디지털 의료기기 품목 허가를 진행하고, 한국보건의료연구원(보의연)은 안전성, 유효성을 평가한다. 현장에서는 우선 ‘허가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식약처는 업체가 제출한 임상 자료로 제품 허가 여부를 판단한다. 디지털 의료기기에 대한 임상 자료나 기준이 명확히 없다 보니 규제기관이 업체 정보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식약처가 마땅한 허가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무엇을 근거로 검증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 C사는 눈의 이상을 발견하는 AI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식약처 허가까지 받았지만 임상데이터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D업체의 AI 뇌동맥류 분석 소프트웨어는 91% 정확도로 식약처 허가를 받았지만, 병원에서 사용해본 결과 80.6%에 불과했다.● 정부, 올해 내 선도입 후평가 도입… “환자 위협” vs “기업 생존” 나아가 정부는 올해 내로 디지털 의료기기를 먼저 시장(병원)에 진입시킨 뒤 나중에 평가하는 ‘선도입 후평가’를 도입할 방침이다. 기존에는 ‘식약처 품목 허가→보의연 안전성 평가’를 거쳐야 병원에서 사용할 수 있었지만, 보의연 평가 없이 바로 의료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 대신 병원에서 최대 5년 이내에 안전성, 유효성을 입증하는 과학적 임상 근거를 제출해야 한다. 일단 먼저 팔도록 허용하고 안전성은 나중에 검증하는 것. 의료계와 환자단체들은 ‘기업이 부담해야 할 임상 비용을 환자에게 전가하고 환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로운 인하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보의연의 검증 절차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처방 후 평가는 안전성 등에 대한 비용을 결국 환자에게 부담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준범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환자에게 처방했음에도 평가에서 탈락해 퇴출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디지털 의료기기는 일반 의료기기보다 위험성이 작은 데다 산업 육성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세계 바이오헬스 시장 규모는 약 2600조 원으로, 2027년까지 연평균 5.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의료 AI 기업 관계자는 “빠른 속도로 신기술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검증에만 수년이 소요된다면 기업 생존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이재태 보의연 원장은 “의료기기의 안전과 효과는 정부가 보증해야 할 사안으로 개선안이 시행되더라도 사후 평가를 철저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홍은심 헬스동아 기자 hongeunsim@donga.com}

늦가을 한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단풍, 절경, 그리고 가을철 별미를 즐기기 좋은 계절이다. 이렇게 먹을 것, 즐길 것이 많은 계절이지만 떨어진 기온 탓에 몸을 움직이는 활동은 줄어드는 시기다. 음식 섭취량과 에너지 소모량의 밸런스가 무너지면 신체에도 좋지 않은 변화가 나타난다. 특히 비만과 관련이 많은 통풍 위험이 늘어난다. 과도한 음식 섭취와 운동 부족으로 인한 과체중은 요산 수치를 올릴 수 있고, 연말 잦은 술자리는 통풍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경희대 류마티스내과 홍승재 교수의 도움말로 통풍 건강관리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바람만 불어도 아프다는 ‘통풍’ 원인은 요산통풍은 한문으로 아플 통(痛), 바람 풍(風)이다. 바람만 불어도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수반한다는 질환이다. 특히 남성에게 흔한 질환이지만 여성 호르몬이 감소하는 폐경 이후 여성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 통풍의 원인은 요산이다. 요산은 인체 내에서 음식물의 섭취와 세포 대사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물질이다. 요산이 지나치게 많으면 혈액에 녹아들지 못한 요산이 심장에서 가장 멀고 차가운 부위인 엄지발가락이나 발목 등에서 결정체를 이뤄 염증을 일으킨다. 혈액 중 비정상적으로 요산이 많은 상태를 ‘고요산혈증’이라 부르는데, 이때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 그러나 ‘급성 통풍 발작’이라는 급작스럽고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면 이때부터는 통풍으로 진단받게 된다. 급성 통증 발작은 주로 한쪽 엄지발가락에서 시작된다. 증상 부위 피부가 붉어지고 따뜻한 느낌이 든다. 눌렀을 때 통증이 있고 그 부위가 발목, 발등, 손가락, 무릎 등으로 늘어난다. 급성 통증 증상은 보통 7∼10일이 지나면서 증상이 없는 기간이 이어진다. 그러나 62%는 1년 내 다시 통증 발작을 경험한다. 제대로 된 치료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통증의 빈도와 강도는 세진다. 통풍이 장기화되면 매일 통증이 지속되는데, 이때 요산 결정체가 쌓인 통풍결절이 관절 주위에 형성된다. 이는 관절의 광범위한 손상과 피부 밑 큰 결절을 유발해 기형을 이루거나, 심할 경우 불구를 초래할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으로 연결될 수 있다. 또한 요산 결석이 요도나 신장에 생기면 요로 결석이나 신장 기능의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질환이다.●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그러나 다행히도 통풍은 적절한 치료가 이뤄질 경우 관리와 일상 생활이 가능하다. 고혈압, 당뇨병과 같이 완치는 어렵지만 적절한 생활습관과 함께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꾸준히 요산 수치를 관리하고, 약을 복용하면 극심한 고통 없이 생활할 수 있다. 또 중증 증상에서 찾아오는 관절의 변형과 장애, 신장 손상 등의 합병증도 막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생활요법과 함께 약물의 복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통풍 치료에는 크게 극심한 통증을 일시적으로 줄여주는 항염증제와 요산저하제, 요산억제제 등이 쓰인다. 요산저하제는 통풍의 원인이 되는 요산 농도를 낮추는 약물로, 고혈압약으로 혈압을 조절하듯 지속적인 복용이 필요하다. 요산억제제는 요산의 생성 자체를 줄이는 약과 배설을 촉진하는 약으로 나뉘는데, 이를 통해 요산 수치를 dL당 6.0mg으로 낮춰 관리해야 한다. ● 약 복용 중단하면 치명적 합병증 유발할 수도통풍은 처음 급성 통증 발작이 일어난 이후 아무 증상이 없는 시기를 수반하기 때문에 이 무렵 약 복용을 중단하는 환자가 많다. 그러나 통풍을 방치하면 요산이 관절 외 온몸의 혈관과 신장에 쌓이면서 만성콩팥병, 고혈압, 당뇨병, 동맥경화, 뇌졸중, 심장병 등 치명적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실제 만성 결정성 통풍으로 증상이 악화된 환자의 경우 정상인보다 사망률이 3배 증가하고, 일반 통풍 환자도 제대로 치료하지 않을 경우 심장병으로 사망할 확률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환자가 느끼는 통증과는 무관하게 혈중 요산을 dL당 6.0mg 미만으로 관리해 통풍 발작 재발을 방지하는 한편 관절 손상과 결절 크기를 줄이기 위해 매일 꾸준히 약을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통풍은 식습관과 관계가 있다. 미국과 유럽 류마티스학회에서는 요산 상승의 원인이 되는 고단백, 고퓨린 음식의 섭취를 줄일 것을 권한다. 고퓨린 음식은 △고기 내장 △쇠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등 붉은 고기류 △고등어, 꽁치, 참치, 삼치 같은 등 푸른 생선류 △멸치, 오징어, 조개 등 어패류 △과당이 많이 포함된 청량음료 △맥주를 비롯한 술 등이 있다. 반면 통풍에 좋은 음식으로는 퓨린 함량이 적은 우유, 치즈 등 저지방 유제품과 커피, 사과, 바나나 등이 있다. 하지만 통풍은 식습관 개선만으로 치료할 수 있는 병이 아니다. 요산 수치를 줄이는 치료제 개발로 식이요법은 과거에 비해 중요한 사안이 아니기 떄문이다.통풍 환자 생활 수칙 ▶ 통풍은 만성 질환으로 평생 관리해야 한다.▶ 요산저하제는 꾸준하게 복용해야 한다.▶ 혈중 요산농도는 dL당 6mg 이하로 조절해야 한다.▶ 4대 성인병(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비만) 관리가 중요하다.▶ 생활 습관(음주, 과식, 과당 음료)의 조절이 필요하다.자료: 대한류마티스학회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고혈압, 당뇨병, 비만 등 만성질환자들은 투약을 시작하면 평생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신약 출시 임상시험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는 것은 약 효능보다 안전성이다.” 최근 국내 비만 관련 임상을 주도하고 있는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것이 좋은 신약 개발에 기여한다는 인식이 더 많이 확산될 필요가 있다”며 임상시험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신약은 환자들이 참여해야 하는 임상이라는 과정이 꼭 들어가지만 임상에 대한 오해들이 많아 참여자 모집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강 교수와 하정은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센터장과 함께 비만 등 만성질환에 대한 임상시험의 중요성과 임상시험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풀어봤다.임상도 1, 2, 3상 목적 각각 달라임상시험이 일반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만큼 임상시험에 대해 오해나 억측은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 통상 1상, 2상, 3상 등으로 구분되는 임상시험은 단계별로 시험의 대상과 목적이 다르게 적용된다. 1상 임상시험은 소수의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신약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10∼80명 이내 참여 인원을 목표로 수개월에서 1년 가까이 걸린다. 2상 임상시험은 적합한 약의 용법이나 용량을 결정하기 위한 단계다. 이 과정에서는 건강한 사람이 아닌 환자가 대상이 된다. 100∼300명 이내 참여 인원을 목표로 1, 2년 정도 기간이 걸린다. 또 대규모 인원 참여가 요구되는 3상 임상시험은 안전성과 유효성, 즉 기존 약보다 뛰어난지 여부 등을 확인해 최종적으로 의료소비자에게 도달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대규모 임상이 진행되는 만큼 비용이 꽤 들어가는 과정이다. 실패 가능성도 여전히 높다. 300명에서 수천 명 참여 인원을 목표로 3∼5년, 후보물질 발굴부터 최종 신약 사용 승인에 도달할 수 있는 성공 확률은 임상 1상, 2상, 3상을 거치며 33%, 29%, 9%로 급격히 줄어든다. 이런 과정을 통해 신약 승인을 받기 위해선 최소 10년의 시간과 26억 달러(약 3조4600억 원) 이상의 투자 비용이 발생하는데 3상에서 가장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환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시기이다.만성질환자 임상 참여 여전히 아쉬워만성질환에 있어 임상시험이 중요한 이유로 평균수명이 증가해 기대수명이 늘어난 것에 비해 건강수명이 평균수명보다 10년 정도 여전히 낮기 때문이다. 오래 살지만 10년 이상 골골거리며 산다는 이야기다. 만성질환을 치료하고 경우에 따라 예방하는 데 도움을 주는 임상시험으로 좋은 약이 많이 나올수록 건강한 생명 연장에 기여해 각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임상시험이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는 이유다. 우리나라 제약사 주도 임상시험 점유율은 세계 5위인 데 반해 임상 참여율은 3.2%(19위)로 저조하다. 강 교수는 “비만 등 모든 만성질환에 대한 치료제 처방은 완전하게 안전성과 효능이 입증돼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규제 당국이 임상시험을 승인할 때 안전하지 않은 약은 아무리 효과가 좋더라도 출시될 수 없다”면서 “연구자들 역시 부작용이나 이상 사례가 발생하면 충분히 정부 및 참여자에게 보고하고 부작용이 위중한 경우에는 임상시험을 중단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하 센터장은 “고혈압이나 당뇨병, 이상지질혈증과 같은 만성질환 환자들은 한번 약을 복용하면 장기간 복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 먹거나 주사 처방 등 복약 선호도도 다를 수 있다”며 “임상시험을 하면 기존 만성질환보다 더 나은 효능과 안전성의 약들이 출시될 수 있고 만성질환자들도 약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임상시험, 절반 정도만 긍정적인 평가 하지만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 국민들의 임상시험에 대한 인식은 우호적이지 않다. 4월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이 국민 196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 인식을 조사한 결과, 56.5% 응답자만 임상시험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의 90%는 ‘부작용이나 이상 반응이 염려된다’고 답했고, 65%는 ‘임상시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답했다. 62%는 ‘참여자에 대한 보호와 혜택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선 90%가 ‘신약 개발 및 의학 발전에 기여한다’고 답했으며 89%는 ‘희귀질환과 난치병 환자에게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한다’고 응답했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은 국민들의 임상시험에 대한 정보 부족을 해소하고 임상시험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한국임상시험참여포털’을 운영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승인받은 임상시험 전부를 한국임상시험참여포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임상시험 참여자 모집을 위한 연구도 실시간으로 등록 가능하다. 어려운 임상시험 용어도 쉽고 간결하게 설명해준다. 하 센터장은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이 국가 차원에서 임상시험에 대한 정보 접근성 향상에 각별히 신경 쓰는 것은 임상시험 참여가 많아질수록 신약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이 단축되고 국민들의 의약품 접근성이 향상돼 다양한 치료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코로나19, 신종플루 등 우리가 기존에 경험하지 못한 큰 질병에 마주하게 되면 제때 돈을 주고도 약을 구할 수 없거나 약을 구하려 할 때 너무 큰 비용을 줘야 하는 경우들이 있다”면서 “우리나라에서 좋은 약을 개발하고 구하는 능력을 갖춰야 하는 이유는 위급 상황에서 우리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상시험이 잘 이뤄지는 시스템,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것이 좋은 약을 개발하는 데 기여한다는 인식이 더 많이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서울 노원구에 자리한 노원을지대병원은 ‘병원은 환자가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가야 한다’는 을지재단의 설립 이념을 바탕으로 1995년부터 29년째 한자리를 지켜왔다. 총 540병상을 갖추고 32개 진료과와 로봇수술센터, 뇌졸중센터, 당뇨센터, 족부족관절센터, 모자보건센터 등 전문진료센터를 갖춘 을지대의료원의 모병원이다. 이곳에 밤낮으로 진료와 수술, 각종 회의까지 주재하며 1300여 명에 달하는 직원을 이끄는 리더, 유탁근 병원장(사진)이 있다. 대한전립선학회 회장을 지내고, 올해 초 비뇨의학과 로봇수술 1000례 달성 등 전립선암 명의이자 6년째 병원을 이끌고 있는 유 원장을 만나 슬기로운 원장생활에 대한 비결을 물었다. ―노원을지대병원 개원 멤버로서 병원장까지 하게 된 비결은. “당시 전문의, 회사로 따지면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처음부터 동료들과 희로애락을 같이 하다 보니 서로가 눈길만 딱 봐도 아는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 원장 생활도 특별히 뭔가를 더 하기보다는 평소처럼 하다 보니 벌써 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소통의 달인으로 불린다던데. “평소 어디 가서 부탁하는 건 잘못하지만 ‘저 정도는 풀어드릴 수 있겠네’ 하는 곳에서 서로 간 갈등을 해소한다든지 그런 부분은 잘했던 것 같다. 그래도 늘 부족하다. 원장직만 맡으면서 직원들의 소리를 더 많이 듣고 해결해야 하는데 환자 진료하고 수술하다 보면 시간을 많이 못내 아쉬운 부분이 많다.”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한다던데 하루 일과는. “아침 7시면 병원에 출근한다. 월, 화, 수는 보통 7시 반부터 회의가 있고 그 외에도 오후회의, 안건회의, 결재 일정이 있다. 나머지 시간은 주로 외래와 수술로 환자 진료하며 시간을 보낸다. 틈틈이 면담 시간도 갖는다.” ―병원장직을 수행하면서도 끝까지 환자 진료를 놓지 않는 이유는. “임상의사는 당연히 환자 진료하는 게 제일 큰 책무다. 예전에 저를 가르쳤던 은사님들이 한양대에서 세 분이나 원장님을 하셨다. 그분들이 저의 스승이면서 또 원장직에서도 스승이신데 모두 다 원장직을 하면서 진료를 거의 그대로 하셨다. 특히 한 스승님께서 제가 원장이 되니 ‘환자를 놓지 않는 게 좋겠다’고 조언하셨다. 그게 제 철학하고도 맞았다.” ―올해 초 비뇨의학과 로봇수술 1000례를 돌파했다. “메인 집도는 주로 했지만 혼자 이뤄낸 결실은 아니다. 곁에서 같이 도와준 교수들과 스태프들이 있다. 국내에 로봇수술이 도입될 때 제가 50세를 앞두고 있던 때다. 나이의 한계를 넘어봐야겠다고 결심하고 로봇수술을 배웠다. 특히 전립선(샘)암은 로봇수술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매우 효과가 좋아 결과적으로 탁월한 선택을 한 것 같다.” ―병원의 대표적인 진료과를 소개해 달라. “족부족관절정형외과는 국내 족부에서 한동안 선구자 역할을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뇌졸중 원스톱 치료 시스템이 갖춰진 뇌졸중센터, 로봇수술센터, 당뇨센터 등 전문진료센터가 잘 구비돼 있다. 최근에는 산부인과 권용순 교수팀이 불임과 관련된 자궁선근증 치료를 잘해서 전국적으로 많은 환자분이 오고 있다. 올해 기준 자궁선근증 수술 건수도 2000례를 돌파했다.” ―의사 후배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은. “세 가지 부탁이 있다. 첫째는 ‘겸손하고 환자에게 친절하라’는 당부다. 환자, 보호자의 입장이 되면 의사, 간호사들의 한마디가 중요하고 진료의 전체 흐름에도 영향을 준다. 절대적으로 환자와 보호자에게 친절해야 한다. 두 번째는 ‘도전정신을 가지고 더 발전하라’다. 사실 의사는 험한 직업이다. 환자와의 관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고, 잘했을 땐 칭찬을 받지만 조금이라도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왔을 땐 고초를 당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면 자꾸 수동적으로 되고 피하려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전을 위해서는 조금씩 도전하는 생각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물론 의사가 가져야 할 기본적인 노하우와 지식은 겸비해야 한다. 마지막 부탁은 ‘자기 술기에 대해 자만하지 말자’는 것. 제 경험에 비추어 보면 어떤 진료에 대해서 ‘스스로 만족해, 이만하면 됐어’라는 생각을 가질 때 꼭 문제가 생겼다.” ―앞으로의 병원 운영이나 계획이 있다면. “병원 발전을 위해 당연히 경영적인 측면에서 성장과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를 위해 매달 진료과장 회의를 통해 각 과의 실적을 공유하고 있다. 경쟁을 부추기기 위함이 아니고 성장을 독려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과정이 상당히 선순환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지역 병원으로서 지역 주민들이 많이 앓는 만성질환 치료에 힘썼지만 이젠 뇌 질환, 암 등 중증질환 발병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중증질환을 치료하지 않으면 병원이 존립하는 게 의미가 없다. 훌륭한 의료진이 포진된 만큼 중증질환도 잘 치료하는 병원으로 거듭 발전하려고 힘쓰고 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출구 없는 미로’ 마약! 시작은 곧 파멸입니다.” 경찰청과 마약퇴치운동본부 등에서 올 초부터 시작한 마약 예방 ‘NO EXIT’ 캠페인이다. 마약은 중독성이 강해 단 한 번만 투약해도 헤어 나오기 어려운 특성을 ‘출구 없는 미로’로 표현했다. 필자도 서울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해우 과장의 지명을 받아 이번 캠페인에 동참했다. 물론 지명받지 않아도 누구나 자발적으로 인증사진을 찍고 후속 주자를 지명해 캠페인에 동참할 수 있다. 연말까지 진행되는 NO EXIT 캠페인은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을 시작으로 마약 범죄의 심각성 때문에 시작됐다. 그런데 최근 유명 연예인과 가수들의 마약 투여 의혹들이 연일 쏟아지면서 ‘NO EXIT’ 캠페인이 무색해졌다. 우리나라의 마약사범 수가 2015년 처음으로 1만 명을 넘었고, 2022년 1만7402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더구나 최근 몇 년 사이, 필로폰, 코카인 등 심각한 마약이 다량 압수되는가 하면, 중독성이 강화된 신종 대마도 사회적 이슈가 됐다. 어디 국내뿐인가. 동남아시아, 특히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태국에서는 지난해 6월부터 대마초 재배 및 판매를 합법화하면서 관광객도 매우 쉽게 구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태국에서는 심지어 음식의 맛을 높이기 위해 대마초를 넣는 음식점도 생겨났다. 이러한 상황을 모르고 그런 식당에 갔다가는 큰 낭패를 보기도 한다. 한국인이 해외에서 대마를 섭취하거나 흡연하는 것은 해당 국가에선 합법적인 행위라도 속인주의에 따라 한국에서 처벌된다. 또 일상생활 중 흔히 처방되고 복용하고 있는 다양한 중독성 의약품도 그 처방 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프로포폴 처방을 위해 의료기관 2곳 이상을 방문한 사람 수는 2019년 48만8000명에서 2022년 67만6000명으로 4년 사이 18만8000명이 늘었다. 더구나 몇 달 전엔 한 환자에게 이른바 ‘좀비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 패치를 불법 처방한 혐의로 현직 의사가 처음 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구속된 의사는 펜타닐 패치를 한 환자에게 무려 4000회 넘게 불법 처방했다. 환자는 병원 16곳에서 펜타닐 패치를 처방받아 이를 되파는 수법을 사용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비상식적인 처방으로 인해 의사가 처벌받는 것은 마땅하겠지만, 의사들이 앞으로 마약류 처방을 꺼려 꼭 처방받아야 하는 환자들조차 제대로 처방받지 못하는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까 봐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대한통증학회 관계자는 “통증으로 하루하루가 힘든 환자들에겐 의료용 진통제가 필요한데 지금은 처방했다가 처벌받을지도 모르는 상황 때문에 위축돼 있다”고 말했다. 물론 최근 이 학회에서 국내 처음으로 환자에게 초점을 맞춰 의료용 마약성 진통제 사용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숨통을 터주고 있긴 하다. 더 큰 문제도 있다. 범죄적 측면에서 마약중독이 됐든, 의료적 측면에서 사용하다가 중독이 됐든 간에 이들을 치료할 병원이 현재 마땅치 않다. 이들은 치료, 예방, 단속, 처벌의 전 과정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통합적 접근 방법이 필요하지만 치료 기관도 적절한 치료제도 턱없이 부족하다. 전국에 마약류 중독자 지정 치료보호 전문기관 총 21곳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 전문의가 제대로 운영하는 곳은 거의 없다시피 한 것이 현실이다. 대한통증학회 관계자는 “우리나라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기관은 무늬만 운영 중이다. 현황을 조사해 보면 서울 시내에는 실제로 운영되는 곳이 없다”면서 “그나마 수도권에서는 인천 참사랑병원, 경남 국립부곡병원만 운영되고 나머지는 중독전문의를 구하지 못해서 명단에 이름만 올라가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마약류 사범의 재범률도 높다. 국내 마약사범에 대한 형사처벌 체계의 문제도 있지만 무엇보다 실형선고율이 높은 재범의 경우 수형 생활로 인해 치료 기회를 얻지 못한 경우가 많다. 한마디로 ‘처벌만 있고 치료는 없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초기엔 아무런 증상이 없다가 시신경 이상으로 점점 시야가 좁아지며 실명에 이르는 대표적인 질환이 있다. 녹내장이다. 녹내장을 ‘시력을 훔치는 침묵의 도둑’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현재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으며, 안압하강제를 점안해 질병이 나빠지는 속도를 늦추는 수준이다. 서울대병원 안과 김영국 교수는 “녹내장의 유병률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2020년 기준으로 녹내장 환자는 전 세계에 7600만 명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면서 “2040년에는 1억1180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2021년 기준 국내에서만 녹내장 환자 수는 107만여 명이나 된다. 김 교수와 순천향대 부천병원 안과 이시형 교수의 도움말로 녹내장 건강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안압 상승과 고도 근시에서 잘 생겨녹내장 주요 위험 요인은 안압 상승이다. 눈에는 방수라는 액체가 끊임없이 생성되고 섬유주라는 구조물을 통해 유출되며 눈의 일정 안압을 유지한다. 어떤 강한 압력으로 시신경이 눌려 점점 손상되고, 방수 유출에 문제가 생기면 안압이 오르고 녹내장으로 진행된다. 이 교수는 “보통 정상 안압은 10∼20mmHg이지만, 사람에 따라 25mmHg의 압력도 문제없는 사람이 있고, 15mmHg의 압력에도 시신경 손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것을 ‘정상안압 녹내장’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정상안압이라고 안심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녹내장성 시신경 손상의 또 다른 위험 요인은 고도 근시다. 정상 안구 길이는 22∼24mm인데, 고도 근시는 안구 길이가 29∼30mm로 길어지며 망막 두께가 얇아지고, 시신경 모양에도 변형이 생겨 녹내장성 손상에 취약해진다. 그 외 40세 이상의 나이, 녹내장 가족력, 혈액 순환 장애, 고혈압, 당뇨병 등이 녹내장 위험 요인으로 알려졌다.● 녹내장 의심 시 눈 검사를 통해 파악일단 초기 증상이 없는 만큼 만 40세 이상은 1년에 한 번씩 꾸준히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또 녹내장을 앓는 가족이 있거나 과거 눈 외상, 근시, 당뇨병 등이 있었다면 그전부터 주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녹내장 치료는 안압을 낮추고 시신경 혈액 순환을 개선하며 시신경을 보호해 녹내장 진행을 억제하는 것이 목표다. 가장 효율적이고 부작용이 적은 치료방법은 안약 점안이다. 안약 효과가 작거나 부작용이 있는 경우, 레이저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만약 레이저 치료로도 안압이 조절되지 않으면, 수술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녹내장 수술의 종류는 크게 섬유주 절제술과 방수유출장치 삽입술 등이 있다. 섬유주 절제술은 칼로 안구 결막을 절개한 뒤 방수가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고, 결막으로 다시 덮어 물주머니를 만드는 수술이다. 방수유출장치 삽입술은 눈에 얇은 관을 넣어 몸통 뒤쪽으로 물이 빠져나가도록 하는 수술이다. 최근에는 결막을 절개하지 않고 눈 안쪽으로 진입해 얇은 관을 삽입하는 최소침습 녹내장 수술도 많이 시행하고 있다.● 녹내장 금주 유산소 운동이 필수안과 전문의들도 아직 녹내장이 처음에 발생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녹내장으로 인한 심각한 시력 손실과 실명을 예방하는 방법은 있다. 무엇보다 알코올 섭취를 피해야 된다. 최근 서울대병원 연구진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금주를 결심한 환자들은 녹내장 진단 후 음주를 지속한 환자들에 비해 실명 발생 위험도가 약 37% 낮았다. 김 교수는 “녹내장 진단 후에는 과다한 음주뿐만 아니라 소량의 음주도 실명 위험을 유의하게 높였다”면서 “예를 들어, 녹내장 진단 후 술을 끊은 환자와 비교했을 때, 과량 음주자(주 105g 이상)는 실명 위험이 약 1.78배 증가했고 소량 음주자의 경우에도 약 1.52배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녹내장을 진단받거나, 위험 요인이 있는 사람이라면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하는 것이 좋다. 항산화 효과가 있는 야채·과일을 섭취하는 것이 좋고, 금연도 필요하다”면서 “안압을 떨어뜨리는 데 도움이 되는 유산소 운동을 중점적으로 해주면 좋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으로는 걷기, 자전거, 등산, 수영, 줄넘기 등이 있으며,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거꾸리’와 같이 고개를 숙이는 자세나 특정 요가 자세는 안압을 증가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수면 시 엎드린 자세 역시 안압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만일 코골이가 심할 경우 수면무호흡증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치료를 받는 것도 녹내장 예방에 도움이 된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현대까지 116년간 이화의료원의 발전을 이끌었던 이대동대문병원의 역사가 이대서울병원 내 역사관에서 다시 태어났다. 이화의료원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강서구 이대서울병원 지하 1층에서 이대동대문병원 역사라운지 오픈식을 개최했다. 이대동대문병원은 서울 종로구에서 1892년부터 2008년까지 운영됐다. 이후 이화의료원은 2008년 동대문병원 부지 매각대금을 마중물로 삼아 이대서울병원 부지를 매입했다. 이대서울병원에 ‘이대동대문병원 라운지’를 만든 이유다. 이대동대문병원 역사라운지 조성은 2019년 이대서울병원 개원 당시 보구녀관(한국여성을 위한 최초의 진료소)을 복원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 공간을 찾은 의료원 구성원들은 이화의료원의 설립 정신과 가치에 눈을 떴다. 이대서울병원 마당 한쪽에 세운 119㎡(36평)의 전통 기와집 보구녀관은 병원 가족들과 의대생들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유경하 이화여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의료기관은 다양한 직군이 근무하는 공간으로, 서로 다른 생각과 개성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서는 핵심 가치가 필요하다”며 “‘섬김과 나눔’이라는 이화의 설립 정신과 이를 이어간 이대동대문병원의 기록을 현실에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1887년 보구녀관에서 시작한 136년 이화의료원 역사 중 이대동대문병원이 존재한 기간은 116년에 달한다. 구한말 더 낮고 가난한 이들을 치료하기 위해 윌리엄 스크랜턴은 1892년 서울 동대문에 보구녀관의 분원인 볼드윈 진료소를 설립했다. 이것이 바로 이화의료원 동대문 시대의 시작이자 이대동대문병원의 탄생이다. 이후 환자가 많아지자 릴리언 해리스 기념병원(동대문부인병원)을 새롭게 지었고 1913년 보구녀관을 완전히 통합해 개원했다. 릴리언 해리스 기념병원은 1915년 12월부터 가난한 이들에게 무료 분만 사업을 시작했다. 병원에서 해산 문화를 정착시켜 수많은 산모와 신생아의 사망률을 낮췄으며, 당시 만연하던 난임 문제까지 해결했다. 광복 이후 1946년 동대문부인병원은 한국 최초로 문교부에서 종합대학 승인을 받은 이화여대 부속 동대문병원이 됐다. 이대동대문병원은 116년간 최초와 최고의 기록을 여럿 썼지만 2008년 이대목동병원과 통합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에 이화의료원은 이대동대문병원을 다시 의료현장 중심에 부활시켰다. 이대서울병원 지하 1층에 위치한 동대문역사라운지는 248㎡(75평) 규모로, 전시장에 들어오면 이대동대문병원의 모든 역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이화의료원은 개관 첫 기획 전시로 ‘W.F.M.S.,한국 초기의 여의사들에게 길을 비추다’를 준비했다. 미국 감리교 해외여선교회(W.F.M.S.)의 도움으로 보구녀관부터 경성의학전문학교, 동경여자의학전문학교 등에서 학업을 마치고 여의사가 돼 동대문부인병원에서 근무한 의료인 22명의 각종 기록을 전시한다. 유 원장은 “근·현대 한국 여성 의료의 핵심이었던 동대문병원에서 근무했던 선구자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이화의료원뿐”이라며 “많은 분들이 이곳에서 의료의 본질 가치인 ‘생명’을 살리기 위해 헌신한 이들의 정신을 느끼길 바란다”고 밝혔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날씨가 추워지면서 뇌에 생기는 혈관성 질환들이 늘고 있다. 뇌에 ‘뇌졸중(뇌중풍)’이 있다면, 뇌하수체에는 ‘뇌하수체졸중’이 있다. 뇌졸중에 대해서는 매체를 통해 많이 알려졌으나 뇌하수체졸중은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다. 중앙대광명병원 신경외과 유희준 교수는 “뇌졸중이 뇌출혈 또는 뇌경색으로 인해 뇌 조직에 손상이 생기고 이에 따라 발생하는 여러 신경학적 이상이라면 뇌하수체졸중도 같은 개념”이라며 “출혈 같은 비슷한 현상들이 뇌하수체 조직에서 생기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쉽다”고 말했다. ● 출혈 시 극심한 두통이 생겨뇌하수체졸중은 흔한 질환은 아니나 심각한 후유장애를 남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뇌하수체가 위치한 부위는 뼈들로 둘러싸여 있는데 뇌하수체와 뼈 사이 공간이 그리 넓지 않다. 주목해야 할 점은 그 좁은 공간 주위로 중요한 뇌신경들이 지나간다는 것이다. 어떠한 이유에서건 뇌하수체에 출혈이나 경색이 발생하면 여유 공간이 충분치 않아 주변 조직들이 쉽게 압박을 받는다. 이러한 출혈, 경색 등은 정상 뇌하수체 조직에서도 일부 발생할 수는 있으나 대체로 기존에 뇌하수체 종양이 존재하던 상황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흔한 초기 증상은 급격하고 극심한 두통이다. 안구통이 심하며, 머리를 망치로 두들겨 맞는 듯한 갑작스러운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정상 뇌하수체 조직 자체가 압박되면서 뇌하수체 기능저하증을 유발한다. 호르몬 균형이 깨지면서 이로 인해 무기력, 식욕 감퇴, 오심,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심할 경우 전해질 이상, 쇼크, 나아가 의식을 잃는 것까지 초래할 수 있다. 또 인접한 시신경이 눌려 시력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 양쪽 시야가 좁아지는 증상도 흔히 동반된다. 눈동자를 움직이는 데 관여하는 신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눈동자가 움직이지 않는 안구운동 마비가 생길 수 있다. 양쪽 눈동자의 조화로운 조절이 이루어지지 못해 복시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심지어 눈꺼풀이 처지는 안검하수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코에서 접근하는 수술로 치료 대부분의 신체 기관은 서서히 발생하는 변화에는 어느 정도 적응할 여지가 있으나 급격한 변화에는 더 쉽게 손상을 받는다. 또 급성 질환은 빨리 치료하면 회복이 가능하나 시간이 늦어질 경우 후유장애를 남길 수 있다. 뇌하수체졸중 상황은 위에서 말한 주변의 뇌신경들의 손상이 빠르게 진행되기에 최대한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응급 상황인 것이다. 치료는 수술을 기본으로 한다. 주로 내시경을 이용해 코로 뇌하수체에 접근하는 ‘경접형동’ 접근법을 이용한다. 문제가 생긴 조직들을 제거해 출혈로 인해 높아진 압력을 낮춘다. 그리고 동반된 호르몬 불균형, 전해질 불균형 등에 대해 적절한 약물 치료를 병행한다. 유 교수는 “뇌하수체졸중은 치료가 늦어진다면 후유장애가 남을 수 있지만, 빠른 시기에 치료를 받는다면 이미 발생한 증상들도 호전될 수 있다”며 “갑작스러운 두통과 함께 시력 저하, 시야 변화가 나타나며 무기력이나 구역, 구토 등이 동반된다면 최대한 빠른 응급실 진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뇌하수체졸중 예방법뇌하수체졸중은 주로 기존 뇌하수체 종양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뇌하수체 종양의 크기가 클수록 위험도가 높아진다. 그렇기에 뇌하수체 종양 자체가 너무 커지기 전에 미리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뇌하수체 종양을 진단하기 위해선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가 선행되고, 뇌하수체 선종이 발견되면 정확한 크기와 위치, 양상을 확인하기 위해 뇌하수체 MRI 촬영이 필요하다. 종양의 크기가 어느 정도 이상으로 자라 시신경을 압박하는 정도가 되면 시야 결손, 시력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눈과 관련한 증상들을 노안으로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제법 많은데, 그냥 지나치지 말고 진료받을 필요가 있다. 또 안과 검진에서 특이사항이 없다면 신경외과적 측면의 진료도 꼭 고려해야 한다. 이 밖에도 고혈압이 뇌하수체졸중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 평소에 혈압을 정상 범위로 잘 유지할 수 있도록 건강관리에 신경 쓰는 것이 중요하다.뇌하수체뇌의 가운데 위치한 작은 내분비샘이다. 성장호르몬, 유즙분비호르몬, 갑상선자극호르몬 등 7가지 중요한 호르몬을 총괄하면서 우리 몸의 생식과 발육, 대사에 관여한다. 그래서 뇌하수체에 종양이 생기면 성장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고 말단비대증, 거인증이 생기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백내장은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40, 50대에서도 급증하고 있다. 스마트폰 등 IT 기기 사용으로 인해 눈의 피로가 증가해서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1년 시행된 백내장 수술은 70만2621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6년부터 연평균 7.9%씩 증가한 수치다. 이 가운데 50대 백내장 수술 환자는 9만 명이 넘었고 40대 백내장 수술 환자는 2만 명에 육박했다.》 흔히 노안과 백내장을 같은 것으로 생각하지만 전혀 다르다. 백내장은 수정체가 딱딱해지고 혼탁해져서 시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반면 노안은 수정체가 딱딱해지고 수정체를 움직이는 섬모체근육의 힘이 떨어져 멀리, 가까이 보는 조절 기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이에 백내장에 대해 잘못 알고 있던 오해에 대해 정태영 리뉴서울안과 원장(한국백내장굴절수술학회 학술위원장)의 도움말로 알아봤다. ―백내장은 50대 이후 생기는 질환이다. “흔히 젊은 사람에게는 백내장이 안 생긴다고 잘못 알고 있다. 그렇지 않다. 실제로 최근에는 40대에서도 드물지 않게 백내장 환자를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흡연, 잦은 스마트폰 사용 및 강한 자외선에 의한 눈의 이른 노화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금연하고, 젊을 때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 야외활동을 할 때는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등 자외선 차단에 신경을 써야 한다. 루테인과 같은 항산화제를 복용하는 것이 수정체의 노화를 늦추는 데 도움을 준다. 또 피레녹신 성분의 눈약은 백내장의 진행을 늦추는 예방약으로 사용된다.” ―백내장 수술은 일찍 하는 것이 좋다. “백내장 수술은 일반적으로 백내장이 기준 이상으로 있고, 이로 인한 불편감이 있을 경우 수술을 고려한다. 대개는 백내장이 생긴 뒤 눈이 침침하거나 뿌옇게 보이는 등 시력이 떨어지거나 사물이 겹쳐 보이고 눈부심이 심한 증상을 호소할 때 하는 게 일반적이다. 백내장은 약물 치료로 진행을 늦출 수는 있지만 없앨 수는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수술이 유일한 치료 방법이다.” ―백내장은 다초점렌즈가 가장 좋다. “최근 주변에서 친구들이 노안 백내장 수술을 받고 만족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장 좋은 렌즈로 수술해 달라는 환자들이 많다. 흔히 다초점렌즈의 장점만 듣고 이것을 해 달라는 분들이 많다. 다초점렌즈는 단초점렌즈에 비해서 원거리, 중간 거리, 근거리 모두 잘 보이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야간에 빛 번짐 혹은 뿌옇게 보이는 단점도 있다. 물론 대부분 적응해서 3∼6개월이 지나면 없어지거나 줄지만 그래도 5∼10% 정도에서는 불편감이 남는다. 따라서 야간에 운전을 많이 해야 하거나 빛 번짐에 대한 걱정이 많은 사람은 단초점렌즈가 맞는 경우도 있다. 특히 프리미엄 단초점렌즈는 어느 정도 중간 거리도 잘 보여서 최근에 많이 사용하고 있다. 또한 다초점렌즈와 단초점렌즈의 중간적인 특징을 갖는 연속 초점 렌즈 역시 빛 번짐의 단점은 줄이고 돋보기 없이 스마트폰을 볼 수 있어서 노안 교정을 원하는 분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다. 비용도 다초점렌즈에 비교해 절반 이상 저렴한 편이다. 개인마다 수술 후 원하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가장 좋은 인공수정체는 개인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실손보험이 있다고 무작정 비싼 렌즈를 선택하기보다는 수술 전에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나에게 맞는 렌즈를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백내장 수술만 하면 뿌연 증상이 모두 사라진다. “백내장 수술을 하면 백내장이 사라지기 때문에 이로 인한 뿌연 증상은 없어진다. 하지만 수술로 인해 각막 신경이 손상되고 눈물 보호막이 씻겨 나가면 안구건조증이 발생하게 되고, 이 역시 뿌연 증상을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안구건조증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 인공눈물뿐만 아니라 항염증 치료제인 사이클로스포린안약, 눈물 보호막을 복원해주는 레바미피드안약, 경구용 오메가-3 등을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백내장 수술 후 발생하는 안구건조증은 3∼6개월간 지속될 수 있으므로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 ―백내장 증상이 없으면 검진을 받을 필요가 없다. “백내장은 노인성 질환이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늘어서 50대 이상에서는 50%, 60대 이상에서는 60%에서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당뇨병이 있거나 고도 근시가 있는 경우에는 발생률이 더 높다. 또한 백내장은 시력이 떨어지는 증상이 흔하지만 백내장 위치에 따라서는 눈부심이나 물체가 두 개로 보이는 복시, 혹은 근시가 진행돼서 안경 도수가 자주 바뀌는 등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따라서 증상이 없더라도 1년에 한 번 정도는 안과전문의에게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의료 인프라가 취약한 국가에선 조기 진단을 받고 싶어도 필요한 서비스에 접근하기가 어렵다. 세계에서 섬이 가장 많은 나라인 인도네시아가 그렇다. 병원 접근이 어렵고, 인구 대비 의사 수가 적어 조기 진료를 받기 어려운 구조다. 이 경우, 환자들은 가벼운 증상을 무시하고 방치하다가 더욱 심한 고통을 겪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이에 의료기기 업체인 ㈜핵심가치의 유현민 대표는 5월 23일 남부 자카르타의 한 국립 장애 학교를 방문해 직접 개발한 헬스케어 카메라 ‘닥터클로보’로 아동들의 건강 상태를 검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바이오·의료 스타트업 지원 기관인 서울바이오허브에서 유현민 대표를 만나 따뜻한 의료기기, 닥터클로보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닥터클로보를 소개해달라. “닥터클로보는 몸체와 렌즈 3개로 구성된 헬스케어 카메라 세트와 애플리케이션을 연결해 질병을 좀 더 쉽게 모니터링을 할 수 있도록 고안한 플랫폼 서비스다. 특히 헬스케어 카메라를 통해 △입속 사랑니부터 후두를 손쉽게 보거나 △귓속과 콧속, 피부 등을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다. 사용의 편리성과 영상 퀄리티에 중점을 둬 의료 전문의가 환부의 관리 방법, 치료 방법, 응급성 등을 정확하게 판별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에서 닥터클로보는 어떻게 활용될 수 있나. “요양원에는 어르신들을 진료해 주시는 근처 병원의 담당 주치의가 있다. 갑자기 귀에서 물이 나온다거나 콧물, 피부 욕창 등의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데 그때마다 거동이 힘든 어르신을 모시고 병원을 방문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 경우 의사가 어르신들의 평소 상황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에 비대면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어린이의 경우 반복적으로 감기, 비염, 피부 질환, 치아 우식 등을 앓는데 닥터클로보를 이용해서 증상을 기록하고, 집에서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해주면 아이가 건강한 습관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 프로젝트는 어떻게 기획됐나. “이번 프로젝트는 장애 아동들의 치아 건강을 검진하기 위해 계획됐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운영하는 학교였지만 구강 상태가 좋지 않은 아이들이 많았다. 어떻게 관리하면 좋을지도 잘 모르고 있었다. 이번 한 번으로 그치는 이벤트가 아니라 자카르타 지역사회에 건강검진의 중요성을 알리고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뜻깊은 일이다. 닥터클로보를 개발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사실 예전부터 해외 환자를 돕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실행해왔다. 그러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개발도상국의 의료 체계가 너무나 쉽게 붕괴하는 것을 목격했다. 이에 대한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남미의 페루, 콜롬비아, 칠레부터 아프리카, 케냐, 필리핀 등의 국가에서 환자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략 학생이 500명 정도 되는 학교에 반마다 1, 2대의 닥터클로보가 있다면 소수의 의사 선생님만으로도 모든 아이를 원격으로 진료해 질병 여부를 조기에 판단할 수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현재 업데이트된 2차 제품의 양산을 앞두고 있다. 11월부터 남미의 칠레를 비롯한 인도네시아, 필리핀, 케냐 등 수많은 로컬 지역 시민 단체와 청년들과 함께 ‘닥터클로보’를 활용한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다. 미국에서는 전국적인 유통망을 가진 업체와 보험회사 및 각 주정부 관계자와 협업을 논의하고 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19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이 시작된다.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맞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두 백신을 동시에 접종해도 괜찮을지, 최근에 코로나를 앓았는데 백신을 맞아야 하는지 알쏭달쏭하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를 만나 코로나 백신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코로나 백신 접종 대상자는 어떻게 되나. “65세 이상 고령자, 12∼64세 면역저하자, 요양시설·병원 등 감염 취약 시설 구성원 등 고위험군이 백신 접종 대상이다. 다음 달 1일부터는 건강한 12세 이상 일반인을 대상으로 접종을 시행한다.” ―코로나19 예방접종의 적극 권고 대상에 만성질환자와 임신부가 빠져 있다. “적극 권고 대상은 아니지만 12∼64세 국민은 희망하는 경우 예방접종이 가능하므로 만성질환자와 임신부도 접종이 가능하다. 다만 ‘고위험군’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코로나19 예방접종의 필요성이 간과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 영국은 코로나19 예방접종 권고 대상인 임상적 고위험군에 만성 호흡기질환, 만성 심혈관질환, 만성 신장질환, 만성 간질환, 만성 신경질환,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들을 고위험군으로 포함했다. 또 임신부와 의료진을 코로나19 예방접종 권고 대상에 포함시켰다. 코로나19 예방접종의 목적은 감염 예방보다 중증, 입원 및 사망의 예방에 더욱 중점을 두고 있다.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만성질환자와 임신부는 독감과 코로나19 예방접종은 매우 중요하므로 가급적 접종을 받는 것이 좋다.” ―최근엔 EG.5(에리스) 등 신규 변이가 등장했다는데 기존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나. “기존 백신을 접종했을 때 최근 유행하는 XBB 하위 변이에 교차 면역반응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연구가 다수 발표돼 있다. EG.5(에리스)와 BA.2.86(피롤라) 등 XBB 하위 변이도 기존 백신을 접종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면역반응과 비슷한 수준의 면역반응이 형성된다. 실제로 질병관리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모더나 백신은 최근 유행하는 주요 변이 EG.5(에리스)에도 중화항체 증가율이 10.7배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자료로 볼 때, 적어도 지금 유행하는 바이러스의 경우 현재 사용하는 백신으로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4급 법정 감염병으로 등급이 하향됐다. 그런데도 꼭 백신을 맞아야 하나. “감염병 등급이 조정됐더라도 개인 차원에서 보면 달라진 것이 없다. 고령자, 만성질환자, 면역저하자 및 임신부 등 고위험군은 코로나19에 걸렸을 때 중증으로 진행되거나 합병증이 발생돼 병원 입원 또는 사망하는 위험도가 낮아지지 않았다. 따라서 고위험군은 백신을 맞아 뜻하지 않은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현명하다. 만약 최근에 코로나19에 걸렸다면 적어도 3개월이 지난 뒤에 백신 접종을 받으면 된다.” ―독감 백신과 함께 맞아도 문제가 없나. “코로나19 백신과 독감 백신의 동시 접종에 대한 안전성과 효과는 국내외 다수 연구를 통해서 입증됐다. 독감 백신은 오랫동안 사용한 경험으로 대다수 사람들이 국소 통증 외 부작용을 별로 느끼지 못할 정도다. 코로나19 백신을 동시 접종했을 때 부작용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아지지 않았다. 또 코로나19 백신과 독감 백신을 동시 접종했을 때 각각 생긴 항체가 서로 간 백신 효과를 감소시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코로나19 백신과 독감 백신 동시 접종은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 확보뿐만 아니라 백신 접종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국민들이 여전히 백신 부작용에 대해 민감하다. “솔직히 이상반응이 없는 백신은 없다. 코로나19 백신도 접종 부위 통증, 발적, 부종과 같은 국소 반응 그리고 발열, 근육통, 피로감과 같은 전신 반응이 있는데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을 경험한 사람은 종종 주변 사람에게 호소한다. 반면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중증 또는 사망을 예방할 수 있었던 사람은 개인적으로 증명할 수 없고 또 드러나지 않는다. 백신의 효과가 부각되지 않는 것이다. 임상 현장에서 코로나19 감염 후 중증으로 입원하거나 사망한 사람의 다수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코로나19 백신을 전혀 맞지 않거나 한 번만 맞은 경우도 많다.” ―어떻게 백신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나. “물론 코로나19 백신의 부작용 사례를 보면 정말 안타깝고, 정부가 원활하게 소통하고 충분히 보상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코로나19 백신의 이상반응 사례와 백신 접종 후 감염, 중증, 사망 예방 효과를 비교하면 여전히 백신 접종의 이득이 크다. 특히 고위험군에서 예방접종의 편익은 많은 연구에서 확인되고 있다. 정부는 국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령자, 만성질환자, 면역저하자 및 임신부 등 각각의 고위험군에서 코로나19 예방접종의 중증, 입원 및 사망 예방 효과를 구체적으로 발표해 국민이 예방접종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아이가 평소처럼 행동하다가 10초 이내 짧은 시간 멍하니 바라보거나 입을 오물거리고 침을 흘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소발작(결신 발작)’일 가능성이 있다. 소발작은 발작 증상이 작게 일어나서 그렇게 명명됐다. 조교운 가천대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멍하다’는 증상으로 외래를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며 “소발작이 생긴 아이는 갑자기 불러도 반응이 없고 멍한 모습을 보이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또 “이때 고개를 떨어뜨리거나 입을 오물거리고 침을 흘리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증상은 10초 정도 짧은 시간 내 이뤄진다. 아이들은 자신이 발작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발작이 끝나면 곧바로 발작 직전에 하던 행동이나 상황을 이어간다. 발작은 뇌의 비정상적인 전기 방출에 의한 돌발적이고 일시적인 기능 이상이다. 전신 근육에 힘이 들어가고 바르르 떠는 운동 발작과는 다르다. 근육의 힘이나 긴장도가 떨어져 쓰러지는 무긴장 발작도 운동 발작 증상이다. 따라서 발작 발생 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소발작은 전 세계적으로 인구 10만 명당 5∼50명꼴로 나타난다. 학동기(어린 학생 시기)에 발생하는 뇌전증 중에서는 10∼17%를 차지하고 있다. 발작이 이유 없이 2번 이상 생기면 ‘뇌전증’으로 볼 수 있고 반드시 맞춤 치료가 필요하다. 조 교수는 “소발작은 주변인들은 물론이고 아이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하고 넘어갈 정도로 짧은 시간 나타난다”며 “단순 집중력 저하로 간과하면 증상이 심해지고 나서야 병원을 찾아 치료가 늦어진다. 가족은 물론이고 주변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개 5∼10세 소아기에 나타나는 소발작은 치료 시 예후가 좋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조 교수는 “소발작을 조절하는 방법 중 가장 간단하고 효과적인 것은 항경련제의 복용이다. 항경련제를 복용하면 경련의 빈도를 낮추고 강도를 약하게 조절하는 등 증상이 완화된다”며 “소발작은 진단 후 잘 치료받아 2년 이상 발작이 없으면 약의 중단을 고려해볼 수 있는, 완치가 가능한 병”이라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국내 장기기증 희망 등록자는 연간 6만 명이 넘어요. 하지만 이들 중 장기기증자는 연간 1, 2명밖에 안 됩니다. 우리는 뇌사자만 장기기증을 받도록 되어 있는데 선진국에서 다 하는 순환 정지 후 장기기증(DCD)을 이제 논의해야 합니다.” 대학병원에서 10년 넘게 간이식을 집도해 온 후배 의사가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죽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순환 정지 후 장기기증’이란 의미의 DCD는 뇌사 상태가 아닌 심장 정지 환자의 사망 이후 본인 또는 보호자의 사전 동의에 따라 장기를 적출할 수 있게 하는 개념이다. 순환 정지란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사망인 심장사를 의미한다. 따라서 DCD는 사망 후 장기기증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은 현재 장기기증법상 뇌사 장기기증(DBD)은 인정하고 있다. 뇌사란 심장은 뛰지만 뇌의 기능은 완전히 소실된 상태다. 뇌출혈이나 실족 사고, 물에 빠짐 등의 이유로 뇌사에 빠진 경우 본인이 생전에 동의했거나 가족이 동의하면 장기기증이 가능하다. 다만 현재 시스템에선 장기이식 대기자보다 뇌사자의 장기기증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KONOS)에 따르면 2023년 9월 기준 장기이식 대기자 수는 4만2276명으로 최근 10년 동안 매년 증가했다. 하지만 뇌사 기증자 수는 같은 해 9월 기준 378명으로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해 최저로 떨어졌다가 그나마 코로나19 상황의 호전, 뇌사 추정자 신고제 도입 등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2021년 기준 하루에 약 6.8명이 장기이식 대기 중 사망하고 있다. 수치로 따지면 연간 이식 대기 중 사망자는 2500여 명에 달한다. 외국에서는 DCD를 통해 장기를 확보해 이러한 문제에 대처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DCD를 하면서 사망 후 기증된 장기들의 생존을 높이기 위해 기계관류장치(machine perfusion) 등을 활용하고 있다. 사망 후 장기기증에 동의하면 바로 수술장에서 기계로 적출된 장기에 인위적으로 혈액을 순환시켜 장기 손상을 최소화하고 장기 상태의 질을 높인다. 이를 통해 선진국에서는 기존 대비 2배의 장기를 확보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DCD가 도입되면 장기를 2배 이상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한 기증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확대하면 연간 최대 1000명의 기증자까지 기대해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문제는 한국의 장기기증법이 DBD는 인정하고 있지만, 선진국들이 채택하고 있는 DCD에 대해서는 제한 또는 허용하는 문구 자체가 없어서 법적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국내 전문가들은 DCD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장기기증은 해마다 줄고 있는데 장기이식 대기자는 해마다 급증하는 현 실태에 DCD가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어서다. 대한이식학회에서는 장기이식법에서 DCD를 제한하거나 허용하는 문구 자체가 없기 때문에 DCD를 허용해도 문제없다고 보고 있다. 학회 관계자는 “DCD 도입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DCD를 임상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 관련 기관들이 전향적으로 논의하고 이에 수반되는 재원 등을 위해 시범사업을 조속히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기증자 예우뿐만 아니라 기계관류장치 및 관류액 등 비용에 대한 보전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DCD가 잘 정착하려면 해결해야 될 윤리적인 문제들도 있다. DCD를 통해 좋은 장기를 받기 위해서는 환자가 수술장에서 임종을 해야 된다. 이 경우 사망자의 정의도 재해석돼야 한다. 즉 가족은 수술실에 들어가기 직전 임종을 마무리해야 하는데 임종을 끝까지 지켜봐야 하는 우리나라 관습에선 쉽지 않아 보인다. 또 간이나 신장 기증이 우선시되는데 심장을 잘 살려내는 시스템을 먼저 효율화할 필요도 있다. 뇌사자 수에 비해 매년 심장 기증자 수는 절반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한 심장이식 전문가는 “뇌사자의 심장을 잘 살릴 수 있도록 심장 평가 시스템을 잘 만들면 현재보다 2배가량 심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DCD의 도입을 위한 법안 제정이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을 통해 마련되고 있다고 한다. DCD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는 만큼 다양한 목소리를 청취해서 준비해주길 바란다. 이진한 기자 likeday@donga.com}

심장질환은 지난해 한국인의 사망 원인 2위다. 단일 장기별로 보면 1위다. 대표적인 심장질환은 심근경색, 협심증, 심부전, 부정맥 등이다. 일단 이 질환들이 생기면 사망 위험도 크고 응급상황을 넘기더라도 심장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그런데 심장질환의 가장 큰 위험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이상지질혈증’이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이상지질혈증 유병률은 40%로,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 5명 중 2명이 앓고 있다. 특히 요즘같이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는 심장이 받는 스트레스가 커져 심근경색 등 심장질환 환자가 급증한다. 박승우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삼성서울병원장·대한심장학회 이사장)를 만나 심장질환을 일으키는 ‘방아쇠’ 이상지질혈증의 오해와 진실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고지혈증=이상지질혈증 아니다이상지질혈증은 혈액 중 총콜레스테롤과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L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이 높은 경우를 말한다. 반대로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 콜레스테롤이 낮은 경우도 해당한다. 즉, 이상지질혈증은 혈액 중 콜레스테롤이 정상보다 높거나 낮은 상태를 모두 포괄한다. 고지혈증은 HDL 콜레스테롤이 낮은 것은 진단하지 못하므로 이상지질혈증이 상위 개념이다. 그럼 이상지질혈증 진단은 어떻게 할까. 비교적 검사가 편리한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달리 이상지질혈증은 주사로 혈액을 뽑아낸 후 검사를 해야 진단할 수 있다. 혈액 검사 결과 dL당 △총콜레스테롤이 240mg 이상 △LDL 콜레스테롤이 160mg 이상 △중성지방이 200mg 이상 △HDL 콜레스테롤이 40mg 미만 등 4개 기준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이상지질혈증으로 진단받는다. 박 교수는 “이상지질혈증 진단 시 콜레스테롤 종류 3가지를 모두 고려한다. 하지만 HDL 콜레스테롤은 수치가 낮으면 위험하지만 높으면 동맥경화증 예방 효과가 있다. HDL 콜레스테롤 때문에 총콜레스테롤이 높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LDL 콜레스테롤이 이상지질혈증 진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LDL 콜레스테롤이 높으면 높을수록 심혈관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2년마다 이상지질혈증 검사 추진이렇게 심장질환 위험을 키우는 이상지질혈증 환자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이상지질혈증 환자 수는 259만7552명으로, 2017년의 188만2522명 대비 약 3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뇨병과 고혈압 환자가 각각 24%, 16%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이상지질혈증 환자 수 증가 폭은 상당히 크다. 심장질환 예방을 위한 콜레스테롤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실제로 정부도 이상지질혈증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최근 발표한 제2차 심뇌혈관질환 종합계획에는 고혈압, 당뇨병 등 주요 선행 질환과 함께 이상지질혈증이 처음으로 포함됐다. 특히 이번 종합계획에는 학계 전문가들이 강조해 온 국가건강검진상 이상지질혈증 검사 주기를 현행 4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상지질혈증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 건강검진에서 피검사를 통해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박 교수는 “현재 이상지질혈증은 검진 주기가 길어 검진율이 떨어지고, 질병을 발견할 기회가 더 적어진 상황”이라며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이 검진 주기를 현행 4년에서 2년으로 환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지질혈증 약 복용에 부담 느끼지 말아야이상지질혈증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 당장 큰 불편함을 일으키지 않는다. 이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진단을 받은 후에도 먹는 것만 조절하면 질환을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몸에서 콜레스테롤은 식품 섭취가 아닌 체내 합성으로 얻어지는 양이 더 많다. 그러므로 생활 습관의 영향보다 체질적, 유전적 영향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상지질혈증 약에 대해 잘못 알려진 정보를 접하고 치료를 망설이는 경우도 많다. 이상지질혈증의 대표적인 약인 스타틴을 예로 들면 약 복용 시 콜레스테롤은 조절되지만 혈당은 오히려 높아지거나 근육통 등 부작용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박 교수는 “약 복용을 통해 얻는 우리 몸의 이득이 혈당이 올라가서 생길 수 있는 문제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약 처방을 하는 것”이라며 “그것은 마치 먼 길을 가는데 교통사고 무서워서 자동차 안 타고 며칠에 걸쳐 걸어가는 것과 똑같은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박 교수는 “근육통의 경우에도 발생률이 100만분의 몇 명 정도로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부작용”이라면서 “이러한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 다른 약을 쓰거나 주사제의 형태로 바꾸는 등의 변화를 주는 차선책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식습관 개선과 적절한 운동을 병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금연은 필수다. 매일 30분 이상 적절한 운동을 하면 심혈관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대한심장학회는 지난달 29일 세계 심장의 날을 맞아 걷기 대회를 열고, 심장질환 예방을 위한 일상 속 걷기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