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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의 다음 주 콜롬비아 방문을 앞두고 현지 미국 대사관 직원들이 ‘아바나 증후군(Havana Syndrome)’을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아바나 증후군이란 극초단파 공격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어지러움과 메스꺼움, 두통, 이명 등의 신경장애 증세다. 12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보고타에 위치한 주콜롬비아 미국대사관에서 최근 2~5명이 아바나 증후군 증세를 호소하면서 대사관 측이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이 증상을 겪은 직원 중 한 명은 치료를 위해 콜롬비아에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립 골드버그 주콜롬비아 미국대사는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객관적이고도 민감하게 이번 사건을 다루겠다”고 약속했다. 아바나 증후군은 2016년 쿠바 수도인 아바나의 미국대사관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처음 이 증상을 겪은 뒤 붙은 이름이다. 이후 중국과 독일, 오스트리아 등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발생해 현재까지 이런 증세를 경험한 미국 정부 직원은 200명에 달한다. 8월에는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베트남 방문을 앞두고 현지 미국 대사관 직원들이 아바나 증후군을 겪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윌리엄 번스 국장도 지난달 인도 방문 때 증세를 보고하고 치료를 받았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올해 6월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주도로 정보기관과 국무부, 국방부가 아바나 증후군에 대한 전수 조사에 착수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쿠바에서 발생한 의문의 질환이 미국 외교관을 겨냥한 의도적인 공격이라는 판단 아래 미국에서 쿠바 외교관 15명을 추방했다. 당시 쿠바 혹은 러시아 정부가 극초단파 공격의 배후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중동의 친미 국가 사우디아라비아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했던 호랑이 모피 의류와 상아 손잡이가 달린 단검이 가짜인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뉴욕타임스(NYT)는 11일 트럼프 정부 시절 미국 주요 인사들이 외국 정부로부터 받은 선물 관리 상황을 감사관실이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런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정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 후인 2017년 5월 사우디를 방문했을 때 82개의 선물을 건넸다. 여기에는 여성 스카프와 샌들 등 평범한 선물부터 백호(白虎)와 치타 모피로 만든 의류 3벌, 손잡이가 상아로 된 단검이 포함돼 있었다. 백악관 법무팀은 백호 모피로 만든 의류와 상아 단검에 대해 ‘멸종위기종 보호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퇴임 직전까지 이 선물을 연방총무청(GSA)에 신고하지 않았다. 백악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퇴임 직전인 올해 1월 19일에야 호랑이 모피 의류와 상아 단검을 GSA로 이관시켰고, 이는 다시 올여름이 돼서야 멸종위기종 보호법 위반 여부 확인을 위해 어류·야생동물관리국(USFWS)으로 넘겨졌다. USFWS가 선물의 위법 여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모피는 호피 무늬가 염색된 가짜, 상아는 동물의 뼈 성분이 섞인 모조품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사우디 정부가 선물을 건넬 당시 이런 사실을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 하원 윤리담당 법무 책임자를 지냈던 스탠리 브랜드 변호사는 “무관심이 됐든 엉성한 일처리가 됐든 아니면 대형 강도사건이 됐든 간에 이번 일은 정부 절차와 법에 대한 태도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국무부 감찰관실은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이 일본에서 선물로 받은 뒤 사라진 5800달러짜리 위스키를 비롯해 연방총무청에 제대로 등록되지 않은 고가의 해외 선물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 왔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베트남으로부터 22캐럿짜리 금화와 도자기 그릇을 선물 받은 기록이 있는데 이 역시 행방이 묘연하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부인인 캐런 펜스는 싱가포르 총리에게서 금색 명함지갑 2개를 선물 받은 뒤 선물 가격 상한(415달러)을 넘는 가치에 대해 대가를 지급하지 않았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사우디아라비아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했던 호랑이 모피 의류와 상아 손잡이가 달린 단검이 가짜인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뉴욕타임스(NYT)는 11일(현지 시간) 트럼프 정부 시절 미국 주요 인사들이 외국 정부로부터 받은 선물 관리 상황을 감사관실이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측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 사우디를 방문했을 때 82개의 선물을 건넸다. 여기에는 여성 스카프와 샌들 신발 등 평범한 선물부터 백호와 치타 모피로 만든 의류 3벌과 손잡이가 상아로 된 단검이 포함돼 있었다. 사우디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 후 첫 해외 방문국으로 자국을 선택했다는 점 등을 감안해 선물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악관 법무팀은 백호 모피로 만든 의류와 상아 단검이 ‘멸종위기종 보호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퇴임 직전까지 이 선물을 연방총무청(GSA)에 신고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 품목들은 해외 정부로부터 받은 선물 품목에서 제외돼 있었다. 백악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퇴임 직전인 올해 1월 19일에야 호랑이 모피 의류와 상아 단검을 GSA으로 이관시켰고, 이는 다시 올해 여름이 되어서야 멸종위기종 보호법 위반 여부 확인을 위해 어류·야생동물관리국(USFWS)으로 넘겨졌다. USFWS가 선물의 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모피는 호피 무늬가 염색된 가짜, 상아는 동물의 뼈 성분이 섞인 모조품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석유 부국인 사우디에서 수십 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왕가의 선물이 진품이 아니었던 것. 주미 사우디대사관은 이런 결과에 대한 NYT의 질의에 답변을 거부했다. 사우디 측이 선물을 건넬 당시 이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NYT는 “해외 지도자들과 미국 간의 선물 교환은 매우 통제된 절차임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이것조차 때로 어이없이 비틀거리는 상황이 되어버린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미 하원의 윤리 담당 법무 책임자를 지냈던 스탠리 브랜드 변호사는 “무관심이 됐든 엉성한 일처리가 됐든 아니면 대형 강도사건이 됐든 간에 이번 일은 정부 절차와 법에 대한 태도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국무부 감찰관실은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이 일본에서 선물로 받은 뒤 사라진 5800달러짜리 위스키를 비롯해 연방총무청에 제대로 등록되지 않은 고가의 해외 선물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왔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베트남으로부터 22캐럿짜리 금화와 도자기 그릇을 선물 받았다는 기록이 있지만 이 역시 행방이 묘연하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의 부인인 캐런 펜스는 싱가포르 총리에게서 2개의 금색 명함지갑을 선물 받은 뒤 상한선(415달러)을 넘는 가치에 대해 대가를 지급하지 않았다. 캐런 펜스는 당시 백악관 법무팀으로부터 390달러짜리 명함지갑은 그냥 받아도 된다는 확인을 받았지만, 이 선물이 담겨있던 클러치 지갑 등을 포함하면 전체 가치는 1200달러에 달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 국방부(펜타곤)의 전직 최고소프트웨어책임자(CSO)가 “미국과 중국의 사이버전은 이미 중국의 승리로 끝났다”고 주장하며 미국 정부의 대응 역량 부족과 이를 야기한 관료주의를 비판하고 나섰다. 11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펜타곤의 CSO였다가 지난달 사임한 니컬러스 셰일런(37)은 사임 후 이 매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미국 일부 부처의 사이버 방어는 유치원 수준”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우리는 향후 15∼20년 내에는 중국과 경쟁할 기회조차 없다”며 “경쟁은 이미 끝났다는 게 나의 판단”이라고 했다. 지난달 사임한 이유로는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는 것을 지켜보고 있을 수 없었다”며 “미군 내 기술적 전환의 속도가 너무 느린 것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그만뒀다”고 밝혔다. 셰일런은 “중국은 인공지능(AI)과 기계학습, 사이버 역량에서 진전을 보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지배력을 가지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투자하고 있는 이런 신기술들은 미국이 보유한 F-35 전투기 같은 하드웨어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관료주의 때문에 시간을 낭비하는 사이 적은 훨씬 앞에 나아가 있다”고 했다. 그는 구글에 대해서도 “AI 분야에서 국방부와 협력하기를 꺼리고 있고 AI 윤리에 대한 집중적인 논의를 주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 기업들의 경우 정부와 협력하면서 윤리 문제에도 불구하고 AI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셰일런은 9월 사임할 당시 내놨던 서한에서도 사이버 분야에 대한 펜타곤의 펀딩 부족과 느린 속도, 경험 부재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관료주의로 인해 낭비되는 시간을 비판하며 “우리의 핵심적 인프라 구축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 조만간 의회에서 증언할 예정이다. 프랑스 태생인 그는 2016년 미국시민권을 딴 뒤 미 공군 소속으로 국방부의 사이버 보안 혁신작업에 참여해 왔다. 친강(秦剛) 미국 주재 중국대사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최근 중국 전담 조직인 ‘차이나미션센터’를 신설한 것에 대해 “(영화) 007 같은 냉전 시나리오라면 할리우드에 넘겨라”며 반발했다. 11일 주미 중국대사관에 따르면 친 대사는 8일 펑황 위성TV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을 ‘21세기 미국의 가장 큰 지정학적 위협’이라고 한 윌리엄 번스 CIA 국장에 대해 “심각한 오해와 오판”이라며 “미국의 어떤 사람들은 자꾸 제임스 본드(007시리즈의 극중 주인공)를 자처한다”고 비꼬았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9개월째에 들어서고 있지만 주한 미국대사 자리는 아직도 공석이다. 물망에 오르는 후보 이름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기존에 거론되던 인사들이 고사하거나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후보군 물색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대사는 이에 대해 “불행하고도 실망스러운 일”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자신이 떠난 자리를 채울 후임자가 아직까지 없는 상황이 그에게도 불편한 듯했다.》 그는 최근 본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미국의 정권 교체 이후에도 대사직 업무를 6개월 정도 더 하겠다는 뜻을 본국에 전달했으나 바이든 행정부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새로운 사실도 공개했다. 북한의 핵 위협을 마주하고 있는 한국의 특수성과 이런 부임지에서 미국대사로 활동하는 과정에 느꼈던 어려움 등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토로했다. ―9개월이 지나도록 후임자가 지명조차 되지 않고 있다. “미국의 대사 지명은 주재국과 조율해서 이뤄진다. 지명자를 찾는 과정에 시간이 걸리고, 그 이후에도 상원 인준을 받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요즘 같은 정치적인 환경에서 이 과정에 긴 시간이 걸리다 보니 최종 인준까지 마무리된 대사는 현재까지 매우 적다. 정통 외교관 출신의 경우 인선 절차가 더 빠를 수 있지만, 정치인 출신 지명자의 경우 현재의 치열한 정치적 지형을 볼 때 더 오래 걸릴 수 있다.” ―일본이나 중국은 이미 대사 지명자가 임명됐다. “한국에 보낼 대사 임명이 늦어지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 지명 단계까지 이뤄졌다면 상원의 인준이 안 되는 상황을 문제 삼기라도 하겠지만 이름조차 나오지 않는 것은 결국 (미국 정부) 자신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의 핵심적이고 전략적인 동맹인 국가에 대해 아직 대사 지명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은 실망스럽고도 불행한 일이다. 외교관이든 정치인 출신이든 미국의 사절로서 대사는 있어야 한다.” ―대사 공백이 길어지면 업무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는가. “나는 (은퇴 전) 대사직을 좀 더 유지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정권 교체기 새 행정부의 인수인계 기간, 그리고 출범 초기에 바이든 행정부를 돕고자 했다. 북한은 여전히 서울에서 불과 60마일 떨어진 곳에 있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말기에도 계속되고 있던 모든 (한미 관련) 이슈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끝난다고 해결되는 문제들이 아니었다. 그래서 내가 6개월 정도는 업무를 더 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이었다. 그러나 바이든 팀은 당시 나의 제안을 거절했다. 나는 그 결정을 충분히 이해하며, 이를 지지한다. 트럼프 행정부도 앞서 전임 행정부에서 정치적으로 임명됐던 대사 대부분을 내보낸 것은 마찬가지였으니까. 마크 리퍼트 대사가 2017년 1월 퇴임했는데 내가 부임한 2018년 7월까지 주한 미국대사 자리가 공석이었던 것도 같은 이유다. 어쨌든 퇴임 이후의 삶을 여기 미국에서 시작하면서 돌아보면 그때 내가 그 제안을 했던 것은 옳은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주한 미국대사는 일본이나 중국 등지의 대사와는 다른 자질을 요구받는 자리인가. “나는 원래 주호주 대사로 지명돼 있다가 막판에 한국으로 부임지가 바뀌었다. 주한 미국대사로서 일할 기회가 주어진 것은 감사한 일이었다. 사실 한국은 대사로 일하기 어려운 곳이다. 북한으로부터의 실질적인 위협이 존재하고, 주한미군과 관련한 일도 많다. 한국은 또한 매우 역동적인 민주주의 국가이기도 하다. 한미 동맹이 71년간 유지돼 왔지만 그동안 아무런 도전이 없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주한 미국대사는 그런 현실들과 마주해야 하는 임무를 맡는다.” 사실 그는 역대 주한 미국대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많은 국내 비판을 받은 대사로 평가된다. 인도태평양사령관을 지낸 군 고위 인사 출신으로 직설화법을 구사하는 그를 향해 청와대와 외교부 내에서조차 “외교를 모른다”거나 “주재국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등의 볼멘소리가 나왔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 껄끄러운 동맹 이슈들이 쏟아지던 시기 논란의 한복판에 섰다. ―주한 미국대사 시절 한국 당국자들과 충돌도 많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사(大使)’라는 한자 어원을 보면 ‘큰 사절’, 그러니까 메시지를 전달하는 특사다. 미국 대통령의 메시지를 주재국에 전달하는 사람이다. 반면 대사 임명 전 내가 맡았던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司令官)의 한자를 풀어보면 명령을 내리고 지휘를 하는 사람이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과는 다른 업무다. 이런 근본적인 차이가 있었다. 대사로서 개인 입장이 아니라 대통령의 입장을 전달하는 게 나의 임무였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이 필요하다는 뜻을 전달했을 때 그것은 해리 해리스가 어느날 아침에 일어나서 갑자기 ‘5배를 더 내야겠소’라고 한 게 아니다. 좀 더 외교적인 방식으로 할 수는 있었겠지만 결국 근본적인 것은 대통령의 뜻이었고, 이를 전달하는 것이었다. 한국의 대사로 일하는 것은 엄청난 영광이었지만, 그것이 매일 칵테일파티를 하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콧수염 논란’이 벌어졌을 당시 상황은 힘들었을 것 같다. “내 임기의 95%는 훌륭하고 멋졌다. 그러나 5%는 공격을 받았다. 일부 언론매체, 그리고 일부 정치인까지도 나의 인종적 배경을 문제 삼았다. (어머니가 일본인이어서) 내가 일본계 미국인인 것에 대해 공격했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 그것도 한국의 최대 안보 동맹인 국가의 대사에 대해 이것은 불필요한 일이었다. 매우 실망스러웠다. 그런 비판이 나오는 것은 둘째 치고 청와대가 이런 상황에 침묵하는 것에도 실망했었다. 청와대는 인권 문제에 진보적이고 인권을 중심에 놓은 정부라는 것을 자랑스러워하지 않았던가. 내가 받은 5%의 공격은 내가 일본계여서가 아니라 내가 대통령의 메신저였기 때문이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 문제 같은 현안으로 인해 받게 될 모든 비판은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다. 대사 본국의 입장은 주재국과는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모든 대사는 피부가 두꺼워야 한다. 그러나 인종적인 논란은 좀 너무 나갔다. 그 5%의 공격은 잊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한국의 친구들, 한국 음식, 그리고 내가 한 여행과 거기서 발견한 아름다움, 한국의 모든 면을 나는 사랑한다.” 해리스 전 대사는 은퇴해 고향인 콜로라도주로 돌아간 후에도 북한 핵 위협을 다루는 화상 세미나 등에 참석하며 한반도 관련 상황을 꾸준히 팔로업하고 있다. 지난달 추석 연휴 기간에는 “친구들과 송편을 즐기겠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은퇴 이후의 생활은 어떻게 보내고 있나. “아내는 나를 ‘은퇴에 실패한 사람’이라고 부른다. 할 일이 계속 생겨서 제대로 은퇴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거다. 아직 많은 강연과 인터뷰, 팟캐스트 의뢰가 들어오고 있고 기업의 이사 활동도 하고 있다. 미 국방부와 국무부의 멘토십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다. 낚시를 좋아하는데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지난주에 마음먹고 간 송어 낚시는 정말로 좋았다.”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대사△1956년 일본 출생△미 해군사관학교,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석사△2009∼2011년 미 해군 제6함대 사령관△2011∼2013년 미 합동참모본부 의장 보좌관△2013∼2015년 미 해군 태평양함대 사령관△2015∼2018년 미 태평양사령부(현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2018년 7월∼2021년 1월 주한 미국대사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 국방부의 전직 최고소프트웨어책임자(CSO) 니컬러스 셰일런(37)이 “미국과 중국의 사이버전은 이미 중국의 승리로 끝났다”고 주장하며 미국 정부의 대응 역량 부족과 이를 야기한 관료주의를 질타했다. 1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달 사임한 셰일런은 최근 FT와의 인터뷰에서 “미 일부 부처의 사이버 방어는 유치원 수준”이라며 “우리는 향후 15~20년 내에 중국과 경쟁할 기회조차 없다. 경쟁은 이미 끝났다는 게 나의 판단”이라고 질타했다. 자신이 사임한 이유 또한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는 것을 지켜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며 “미군 내 기술적 전환의 속도가 너무 느린 것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셰일런은 “중국은 인공지능(AI)과 기계 학습, 사이버 역량에서 진전을 보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지배력을 가지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투자하고 있는 이런 신기술들이 미국이 보유한 F-35 전투기 같은 하드웨어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는 “우리가 관료주의 때문에 시간을 낭비하는 사이 우리의 적은 훨씬 앞에 나아가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구글 등 미 정보기술(IT) 대기업에 대해서도 “AI 분야에서 국방부와 협력하기를 꺼리고 있으며 인공지능 윤리에 대한 집중적인 논의를 주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 기업들은 당국과 협력하면서 AI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고도 했다. 셰일런은 사임 당시 서한에서도 사이버 분야에 대한 국방부의 자금 모집 부족, 느린 일처리 속도, 경험 부재 등을 지적했다. 특히 관료주의로 인해 낭비되는 시간을 비판하며 “우리의 핵심적 인프라 구축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 조만간 의회 증언을 하기로 했다. 프랑스 태생인 셰일런은 2016년 미 시민권을 딴 뒤 미 공군 소속으로 국방부의 사이버 보안 혁신 작업에 참여했다. 국방부 근무 전 국토안보부 사이버 보안 특별고문 등으로도 근무했다. 친강(秦剛) 미국 주재 중국대사는 미 중앙정보국(CIA)이 최근 중국 전담 조직인 ‘차이나미션센터’를 신설한 것에 대해 “(영화) 007 같은 냉전 시나리오라면 할리우드에 넘겨라”며 반발했다. 11일 주미 중국대사관 홈페이지에 따르면 친 대사는 8일 펑황(鳳凰) 위성TV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을 ‘21세기 미국의 가장 큰 지정학적 위협’이라고 한 윌리엄 번스 CIA 국장에 대해 “심각한 오해와 오판”이라며 “미국의 어떤 사람들은 자꾸 제임스 본드(007 시리즈 주인공)를 자처한다”고 비꼬았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한국 사위’로 유명한 래리 호건 주지사(65)가 수장으로 있는 미국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 하워드카운티에 코리아타운이 만들어졌다. 메릴랜드주는 9일(현지 시간) 카운티 내 한인시설 밀집지역을 코리아타운으로 지정하고 이를 알리는 조형물 설치 행사를 열었다. 코리아타운 입구에 있는 이 조형물은 양 기둥 위에 한국형 기와를 올리고 단청무늬를 넣었다. 한인 동포사회가 풀뿌리 모금운동을 주도해 마련한 기금으로 제작됐다. 코리아타운 조성은 호건 주지사의 한국계 부인 유미 여사(62)가 명예위원장으로 있는 코리아타운 건립위원회가 한인 동포사회, 주·카운티 정부, 주 의회 등과 공동으로 진행해 왔다. 이날 행사에는 호건 주지사 부부, 캘빈 볼 하워드카운티 군수, 이수혁 주미대사, 미국 내 한인 지도자들이 참석했다. 태권도 시범과 전통춤 공연도 펼쳐졌다. 호건 주지사는 축사에서 “메릴랜드 주민은 물론이고 미 전역의 방문자들이 미국 내 한인 지역사회를 더 많이 알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청중을 향해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등 한국말로 인사했고 “한국 사위라는 말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도 강조했다. 유미 여사가 코리아타운 조성을 위해 지칠 줄 모르고 노력했다고 치켜세웠다. 건립위원회 또한 별도 보도자료에서 “코리아타운은 누구라도 기꺼이 받아들이고 서로를 배우며 성장해 나가려는 메릴랜드의 다양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메릴랜드에는 약 1만2000명의 한국계 미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특히 코리아타운이 들어선 지역은 170여 개의 한국 사업체가 존재한다. 이미 2016년 ‘한국로(Korean Way)’라는 명칭이 붙은 길도 생겼다. 호건 주지사 부부는 한국에 많은 애정을 드러낸 친한파 인사다. 메릴랜드는 미 50개주 최초로 ‘태권도의 날’을 제정했고 6·25전쟁 참전용사 환영식도 개최했다. 유미 여사는 메릴랜드가 한국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 장비 50만 회분을 수입했을 때도 이를 적극 도왔다. 지난해 양국 관계에 기여한 공로로 한국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 안에 화상으로 정상회담을 열기로 했다. 올 1월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처음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으로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정책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다. 백악관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양제츠(楊길지)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6일(현지 시간) 스위스에서 회담을 마친 뒤 낸 성명을 통해 이런 내용을 발표했다. 성명에 따르면 설리번 보좌관은 “우리는 ‘책임 있는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고위급 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양 정치국원에게 최근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도발, 소수민족에 대한 인권침해, 홍콩 민주화 운동가에 대한 탄압 등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소통 창구를 열어 놓을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중국 외교부도 이날 홈페이지에 공개한 자료에서 “양국이 충돌을 피하고,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이라는 궤도로 관계를 되돌려 놓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특히 “중국 측은 ‘신냉전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중국의 발전을 저지할 의도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성사된 미중 정상회담과 관련한 합의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설리번 보좌관과 양 정치국원 간 회담은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는 것이 미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두 사람이 얼굴을 맞댄 것은 3월 알래스카에서 미중 양 측이 거친 설전을 벌인 이후 7개월 만이다. 미국 측 고위 당국자는 회담 후 언론 브리핑에서 “오늘 회담은 생산적인 조치로 평가한다”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가장 깊이 있게 진행된 대화였다”고 했다. 그는 “강도 높은 경쟁을 지속하면서도 이를 관리하기 위해선 강력한 외교가 요구된다”고 했다. 양국의 화상 정상회담은 미국 측이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2월과 9월 두 차례 시 주석과 통화했지만 정상회담 일정은 잡지 않은 채 적절한 타이밍을 탐색해왔다. 한국, 일본 등 동맹 및 우방국 정상뿐 아니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대면 정상회담을 마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시 주석과의 통화에서 정상회담 의사를 밝혔지만 시 주석이 확답을 내놓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금까지 해외로 나가는 일정을 잡지 않고 있다. 그는 미국이 당초 첫 정상회담 시기로 봤던 이달 30, 31일 이탈리아 로마에서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도 현장 참석은 하지 않는다. 미중 간 전방위 경쟁이 격화하는 시점에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점에서 양측은 일단 상황 관리와 갈등 완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최근 나흘간 총 149대의 군용기를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 안으로 들여보내며 고강도 무력시위를 벌였다. 이런 중국을 상대로 미국은 쿼드(Quad·미국 일본 인도 호주의 4자 연합체)에 이어 오커스(AUKUS·미국 영국 호주의 3자 안보 연합체)까지 출범시키며 중국 견제의 고리를 바짝 조이고 있다. 미국은 대중국 무역정책과 관련해 강경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도 분명히 했다. 캐서린 타이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통해 1단계 미중 무역 합의 준수를 압박하면서 고율의 대중 관세 유지, 중국의 비(非)시장적 무역 관행 대응, 동맹국들과의 협력 등 향후 무역 기조를 최근 알렸다. 두 정상이 화상으로 얼굴을 맞댄다고 해서 양국 간의 민감한 현안을 풀어낼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중국의 무력 시위에 대해 “중국이 도발적인 행동으로 역내 평화와 안정을 해치고 있다”며 “우리는 중국이 대만에 대한 군사적, 외교적, 경제적 압박과 강압을 멈출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서 북-미 대화에 집중적으로 관여해왔던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가 사실상 해체된다. 대중국 첩보 업무를 강화하면서 내부 조직을 개편한다는 취지이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 우선순위가 밀린 북한 관련 업무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움직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7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CIA는 중국에 대한 정보 수집을 전담하는 새로운 조직을 만든다. 윌리엄 번스 CIA 국장은 6일 ‘차이나미션센터(China Mission Center)’로 불릴 이 조직의 신설을 두고 “21세기 우리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지정학적 위협이고 점점 적대적이 돼 가는 중국 정부에 대한 우리의 업무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번스 국장은 매주 CIA 핵심 당국자들과 만나 대중국 정보활동 강화 전략을 논의 중이다. 북한 관련 업무를 전담했던 코리아미션센터는 일본 등을 담당하는 동아시아국으로, 이란미션센터는 근동아시아국으로 각각 흡수된다. CIA의 고위당국자는 “북한과 이란에 맞서는 일은 별개 센터에서 고립된 채 진행하는 것보다 역내 동맹국들과 함께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CIA 내에서는 이란, 북한이라는 특정 국가만 전담하는 센터가 내부 조직상 지나치게 관료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고 한다. 코리아미션센터는 2017년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CIA 국장이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었던 조직으로, 한국계인 앤드루 김이 초대 센터장을 맡아 활동했다. 이후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2차례 정상회담 및 판문점 깜짝 회동을 비롯한 북-미 협상에 깊이 관여해왔다. 김 전 센터장은 2018년 5월 싱가포르에서의 첫 북-미 회담을 앞두고 미 대표단이 방북할 때마다 동행했고,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과 함께 김 위원장을 면담하는 등 북-미 대화 과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만큼 미국의 북한 비핵화 관련 업무에서는 상징적인 조직이었다. 이런 코리아미션센터가 4년 만에 사실상 문을 닫는 것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후순위로 밀린 대북정책의 위치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4개월 뒤인 5월 ‘조율되고 실용적인 대북정책’을 발표했지만, 현재까지 진전을 보지 못한 채 북-미 협상의 장기 교착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전략적 인내’의 또 다른 버전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군이 소수의 병력을 대만으로 보내 최소 1년간 대만 군인들과 군사 훈련을 하고 있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미국의 이런 군사적 움직임이 사실로 확인되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하며 대만 독립을 인정하지 않는 중국의 강력한 반발과 함께 미중 양국 간 갈등이 더욱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WSJ는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미군 특수부대와 소수의 해병대 병력이 대만 군을 훈련시키기 위해 대만 현지에서 비밀리에 작전을 수행해왔다고 보도했다. 약 20명의 미군은 적어도 1년간 대만의 지상군과 해병대 훈련을 지원해 왔다고 한다. 병력 규모는 작지만 미군의 대만 파병은 유사시 미군이 군사적으로 개입할 여지를 열었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이는 대만에 대한 중국의 무력시위와 함께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까지 제기돼온 상황에서 대만의 방어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 당국자는 설명했다. 미국은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만에 첨단무기 판매를 승인하며 대만 군사력 확충을 지원해왔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최근 나흘간 J-16 전투기와 H-6 폭격기를 포함해 총 149대의 군용기를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 안으로 들여보내며 고강도 무력시위를 벌였다. 이에 대해 미국은 “중국의 도발적인 군사행동을 깊이 우려한다”며 대만에 대한 압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미국 국방부 내에서는 중국이 앞으로 6년 안에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을 제기해왔다. 대만과 미국 간 밀착이 강화되면 그 시기는 더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추궈정 대만 국방장관은 6일 “중국이 2025년 이후 대만에 대한 전면적 침략을 강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백악관과 미 국방부는 미군의 대만 내 훈련과 관련한 WSJ의 공식 확인 요청을 거부했다. 다만 대만 내 미군은 순환(rotational) 병력으로, 운용 스케줄은 가변적이라는 게 미국 측 한 당국자의 설명이다. 중국 전문가인 매슈 포틴저 전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은 “대만은 지난 15년간 국방 분야에 소홀했다”며 “군사적 충돌이 시작될 경우 한 시간 안에 파괴될 장비를 비싼 값에 사들이면서도 베이징의 전쟁 계획을 교란시킬 정예화된 병력이나 대함 미사일 같은 분야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만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지원은 올해 안에 개최될 예정인 미중 화상 정상회담에서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먼저 정상회담을 제안하며 급격히 고조돼온 양국 간 갈등 관리에 나서는 모양새이지만, 대만 문제를 놓고 중국의 강한 반발이 이어질 경우 논의의 진전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은 대만과 홍콩, 신장위구르, 티베트, 남중국해 문제 등을 두고 “중국 내정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반대한다”며 미국을 비난해왔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연내 화상으로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실제 성사시 1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으로, 양국 갈등 속 미국의 대중견제 정책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다. 백악관은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양제츠(楊潔箎)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6일(현지 시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회담을 마친 뒤 낸 성명에서 이런 내용을 발표했다. 성명에 따르면 설리번 보좌관은 “우리는 국력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면서도 ‘책임 있는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고위급 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양 국무위원에게 최근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도발과 소수민족에 대한 인권 침해, 홍콩의 민주화 운동가들 탄압에 우려를 표시하면서도 소통 창구를 열어놓을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백악관은 설명했다. 중국 외교부도 이날 홈페이지에 공개한 자료에서 “미중 양측이 충돌을 피하고 양국 관계를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이라는 올바른 궤도로 되돌려 놓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 중국 측은 ‘신냉전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중국의 발전을 저지할 의도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미중 정상회담 합의 부분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설리번 보좌관과 양 국무위원 간 회담은 상호 존중하는 분위기 속에서 건설적으로 진행됐다는 것이 미 당국자들의 평가다. 두 사람이 얼굴을 맞댄 것은 3월 알래스카에서 양측 외교장관과 함께 만나 거친 설전을 벌였던 이후 7개월 만이었다. 미 측의 고위당국자는 회담 후 언론 브리핑에서 “오늘 회담은 생산적인 조치로 평가한다”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가장 깊이있게 진행된 대화였다”고 했다. 그는 “강도 높은 경쟁을 지속하면서 이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강도 높은 외교가 요구된다”고 했다. 두 정상의 화상 정상회담은 미국 측이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2월과 9월 두 차례 시 주석과 전화통화를 했지만 정상회담 일정은 선뜻 잡지 않은 채 적절한 타이밍을 탐색해왔다. 일본, 한국 등 동맹과 우방국 정상들과는 물론 러시아와도 대면 정상회담을 마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시 주석과의 통화에서 정상회담 의사를 밝혔지만 시 주석이 확답을 내놓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아직까지 해외로 나가는 일정을 전혀 잡지 않고 있다. 그는 미국이 당초 첫 정상회의 시기로 봤던 이달 30~31일 이탈리아 로마에서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도 현장 참석은 하지 않는다. 미중 간의 전방위 경쟁이 격화하는 시점에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점에서 양 측은 일단 상황 관리와 갈등 완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최근 나흘 간 총 149대의 군용기를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 안으로 들여보내며 고강도 무력시위를 벌였다. 이런 중국을 상대로 미국은 쿼드(Quad·미국 일본 인도 호주의 4자 연합체)에 이어 오커스(AUKUS·미국 영국 호주의 3자 안보연합체)까지 신설하며 대중 견제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대중 무역정책 강경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도 분명히 했다.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통해 1단계 미중 무역합의 준수를 압박하면서 고율의 대중 관세 유지, 중국의 비(非)시장적 무역 관행 대응, 동맹국들과의 협력 등 향후 무역 기조를 최근 공개했다. 5G 통신과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 등의 현안을 놓고도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내부 전력난으로 경기침체 가능성이 거론되는 중국으로서도 정상회담을 통해 담판을 시도할 수요는 높아져 있다. 다만 두 정상이 화상으로 얼굴을 맞댄다고 해서 양국 간의 민감안 현안을 풀어낼 극적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중국의 무력시위에 대해 “중국이 도발적인 행동으로 역내 평화와 안정을 해치고 있다”며 “우리는 중국이 대만에 대한 군사적, 외교적, 경제적 압박과 강압을 멈출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미중 정상회담 합의가 발표된 당일 중국에 대해 ‘도발’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공개적 비판을 이어간 것이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지난 주말 넷플릭스의 드라마 ‘오징어게임’ 9회 전부를 몰아서 봤다. K드라마의 매우 성공적인 문화 수출 사례이자 전 세계의 한류 센세이션이 되고 있다.” 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화상 세미나. 사회를 맡은 수미 테리 CSIS 선임연구원은 최근 세계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오징어게임’을 소개하는 것으로 세미나를 시작했다. 이 드라마가 전 세계 90개 가까운 나라에서 넷플릭스 1위를 차지한 히트작이라는 설명에 이어 100만 명의 시청자를 이끌어낸 BTS(방탄소년단)의 최근 유엔 연설, 아카데미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 등에 대한 언급을 이어갔다. 이날 세미나의 주제는 ‘안보를 넘어―한국의 소프트파워와 한미 동맹의 미래’였다. 한미, 미중 관계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북한 비핵화 등 무겁고 딱딱한 외교안보 현안을 주로 다뤄온 워싱턴의 주요 싱크탱크가 다루는 주제로는 이례적인 선택이었다. 한국의 콘텐츠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시점에 이것이 외교 정책 및 동맹 관계에서 갖는 역할 등을 학술적으로 분석해 보자는 취지다. 한미 양국의 안보 및 문화 전문가 10여 명이 함께한 이날 세미나에서는 K팝과 K드라마, K푸드 등 한국 문화에 대한 분석과 함께 찬사가 이어졌다. 연사로 참여한 세계적인 석학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명예교수(정치학)는 “한국은 경제적 성공과 활기찬 민주주의가 결합한 나라”라며 “이것이 한국 소프트파워의 바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은 문화에 대한 소프트파워가 잘 갖춰진, 세계에서 가장 큰 모범 사례 중 하나”라고 했다. 나이 교수는 과거 ‘하드파워’에 대비되는 ‘소프트파워’와 ‘스마트파워’의 개념을 정립하며 이를 미국 외교안보 정책에 접목시켜 온 거물 원로 학자다. 소프트파워는 물리적 강압이나 경제적 보상이 아닌 문화 같은 매력적 요소들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힘으로 정의된다. 나이 교수는 이런 소프트파워가 정부의 강제나 노력만으로 얻어지는 게 아니라는 점도 지적했다. 중국의 경우 2007년 후진타오 당시 국가주석이 소프트파워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한 뒤 연간 100억 달러 이상을 이 분야에 쏟아붓고 있지만 기대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퓨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중국은 소프트파워의 슈퍼파워가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반면 한국을 향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며 현재의 문화 중심 소프트파워를 팬데믹 대응, 기후변화 등으로 확장할 것을 제언했다. 소프트파워를 이용한 한국의 대북 외교와 관련해 그는 “TV와 드라마, 영화 같은 한국산 문화가 북한 내부로 전파되는 것은 장기적으로 북한 사회를 변화시키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책)이 ‘오징어게임’이나 ‘기생충’ 같은 콘텐츠의 매력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구 영화를 즐겨 봤지만 이것이 북한의 정책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존 햄리 CSIS 소장은 “우리는 문화 사업 분야에서 한국의 역동적인 소프트파워를 보고 있다”며 “한국은 이런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창의성과 자신감, 긍정적 힘을 껴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빅터 차 CSIS 한국석좌는 특히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음식과 문화, 음악 같은 분야에서 새로운 관계 고리를 찾을 것을 권했다. ‘기시다 후미오 신임 일본 총리의 취임 후 한일 관계를 풀어내는 데 문화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러면서 “일본 내에는 한국의 소프트파워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 많이 있다”고 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앤드루 김 전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은 5일(현지 시간) 북한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실망했으며, 현재는 미국이 아닌 한국의 국내정치에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전 센터장은 이날 워싱턴타임스 주최로 열린 화상 간담회에서 “북한은 현재 모라토리엄을 유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낄 것”이라며 “그들은 결과적으로 실망했다고 본다”고 했다. 미국이 ‘조정되고 실용적인 대북 정책’을 천명하고 있지만 평양이 원하는 것은 그보다 더 구체적인 ‘행동 대 행동’의 액션플랜이라는 것이다. 그는 그러나 “북한이 우리를 겨냥한 완전한 도발 사이클을 시작하지 않고 여전히 ‘로우 키’ 대응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는 미래에 우리와 협상하기를 희망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은 지금 (대선을 앞둔) 한국의 국내정치에 집중하고 있다고 본다”며 “그들은 한국 정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믿고 있으며 남북 통신선 복원은 그 일환”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남북 정상회담이 다시 열릴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될 것으로 보지만 온라인 방식이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김 전 센터장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열린 싱가포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 깊이 관여했던 미 정보당국의 고위인사였다. 그는 이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가능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2~5년 안에 북한과의 재관여와 대화의 진전이 있겠지만 완전한 비핵화는 한참 더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한국 정부는 임기가 고작 6개월 남짓 남은 반면 바이든 행정부는 이제 막 시작됐고,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3번째 임기를 시작했다며 각국의 시간표가 다른 상황도 지적했다. 특히 중국과 관련해 그는 “우리가 가장 보고 싶지 않은 것은 김정은이 (내년 2월) 겨울올림픽 기간에 베이징에 가고 문 대통령도 그 곳으로 가서 시진핑이 3자 회담을 주선하는 모습일 것”이라며 중국에 대한 경계심도 드러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초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허버트 맥매스터 전 보좌관이 4일(현지 시간)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이날 워싱턴의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에서 열린 한미일 3국의 언론 일부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질문을 받자 “아인슈타인이 말했다고 알려진 ‘미친 짓(Insanity)의 정의’를 인용하겠다”며 “그저 대화를 시작하는 특권을 누리려고 북한에 양보를 하는 것이다. 같은 일을 계속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라고 했다. 북한 비핵화의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종전선언과 남북협력 등을 거듭 제안하는 문재인 정부의 시도를 비판한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언론사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현재 한국의 대북정책을 두고 성공 가능성이 낮은데도 양보에 양보를 거듭한 끝에 아주 약한 합의에 이르지만 북한은 큰 경제적 보상을 챙기자마자 합의를 위반한다고 정리했다. 그는 이런 악순환을 깨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최대의 압박이고, 중국이 더 많은 조치를 하도록 설득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최근 뉴욕의 미국외교협회(CFR) 대담회에서 제안한 대북제재 완화에 대해선 “결실을 낳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이 2주 앞으로 다가온 미국 연방정부의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을 우려하며 부채한도 법안에 비협조적인 공화당을 맹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4일 백악관 연설에서 의회가 연방정부의 부채한도를 올리거나 유예하는 법안을 처리하지 않을 경우 미국 경제는 물론이고 대외 신뢰도에 큰 피해가 발생한다면서 공화당을 향해 “위선적이고 위험하며 수치스럽다”고 비판하며 처리를 압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성이 우리 경제에 충돌하려 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그것을 막는 모든 일을 기꺼이 할 것이다. 공화당은 우리가 일하도록 내버려 두면 된다”고 했다. 그는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미 3차례 부채한도를 높여 놓았다는 것을 상기시키며 “우리는 오래된 과거의 빚을 갚으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공화당의 방해가 미국 경제를 절벽으로 몰아세우는 자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미국 경제를 갖고 러시안 룰렛 게임을 하는 것을 멈추라”고 말했다. 미국은 연방정부가 빚을 얼마까지 낼 수 있는지를 법으로 정해 놓는데 이를 넘기면 정부가 국채 발행 등을 통해 돈을 빌리는 게 불가능하다. 현재 미국의 국가부채는 28조7800억 달러로 법정 한도인 22조 달러를 초과한 상태다. 지금까지는 국고에 남은 현금과 각종 비상조치를 동원해 연명했지만 18일이면 한계치에 이르러 디폴트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최근 경고한 바 있다. 집권 민주당은 부채한도 적용을 내년 12월까지 유예하는 내용의 법안을 지난달 27일 상원에 상정했지만 상원 전체 의석수의 절반을 갖고 있는 공화당의 반대로 부결됐다. 공화당은 민주당이 추진 중인 3조5000억 달러 규모의 복지 예산이 국가 재정을 악화시킨다며 이를 철회하지 않으면 부채한도 법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 예일대 법대 학장을 지낸 헤럴드 고(한국명 고홍주·67) 미국 국무부 법률고문이 현직을 내려놓을 예정이라고 폴리티코가 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그는 사임을 준비하면서 최근 내부 메모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물려받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이민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고 고문은 이달 2일 국무부 법률팀에 보낸 내부 메모에서 ‘타이틀 42(Title 42)’로 불리는 연방 공중보건법을 ‘불법적’이고 ‘비인도적’이라고 비판하며 사임할 뜻을 밝혔다. 이 법은 보건 위기 하에서 외국인이 국내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이 공중보건법의 적용에 대해 “우리는 박해나 죽음, 고문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내몰거나 돌려보내지 말아야 할 우리의 법적 의무를 지속적으로 위반하고 있다”고 했다. 고 고문이 메모에서 인용한 통계에 따르면 이 법에 따라 올해 2월 이후 현재까지 70만 명이 추방됐고, 8월 한 달 동안만 9만1147명이 쫓겨났다. 그는 이를 “깜짝 놀랄 일”이라고 표현하며 “내가 이렇게도 강하게 지지하는 이 행정부에 맞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특히 이 법이 최근 대규모 지진과 대통령 암살 등으로 대혼란을 겪은 아이티의 이민 신청자 수천 명에게 미국에 난민 신청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돌려보내는 근거로 적용돼온 점을 지적했다. 그는 “법에 부합하고 훨씬 더 인도적인 대안들이 분명하게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동료들을 향해서는 “이 정책을 되돌리기 위해, 특히 아이티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라고 요청한다”며 “이것은 우리가 사랑하는 이 나라가 할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고 고문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법률고문 활동을 포함해 2009~2013년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법률고문을 지냈던 국무부 고위인사. 그는 주미대사관 외교관으로 근무하던 중 5·16 쿠데타가 발생하자 미국에 망명한 고광림 박사의 3남으로, 예일대 법대 학장을 지냈다. 예일대 석좌교수 시절 이 대학을 다니던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사제지간으로 인연을 맺은 사이이기도 하다. 고 고문은 사임 후 옥스퍼드대로 가서 교수 활동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무부 관계자는 “고 고문이 국무부를 떠나는 것은 오래 전부터 계획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내부 메모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을 바이든 행정부가 답습하고 있다는 비판이 내부에서 제기되는 가운데 나왔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17대의 비행기를 이용해 2000명의 아이티 국민을 돌려보내자 국무부 내부적으로 비판이 나오는 시점이었다. 지난달에는 대니얼 푸트 국무부 아이티 특사가 “비인간적이고 역효과를 낳는 (아이티 불법이민자 추방) 결정에 더 이상 관여하고 싶지 않다”며 사임하기도 했다. 미 연방법원은 지난달 “공중보건법을 근거로 난민 신청을 막을 수 없다”고 판결했지만 이는 최근 워싱턴 연방항소법원에서 뒤집힌 상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2일 이 조항이 계속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백악관과 국무부는 ‘타이틀42’가 이민 관련이 아니라 CDC에서 규정한 보건 기준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것.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우리는 아직 팬데믹의 한가운데에 있다”며 “박해를 피해서 온 사람들의 경우 공중보건법의 적용을 일부 예외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중국이 최근 나흘간 군용기 145대를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시킨 것에 대해 미국이 “압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중국의 대규모 무력시위에 공개적으로 경고 목소리를 내면서 우방인 대만 방어에 나선 것이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3일 성명을 내고 “미국은 중국이 대만 인근에서 도발적인 군사적 행동을 한 것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며 “중국은 대만에 대한 군사적, 외교적, 경제적 압박과 강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우리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으며 대만이 충분한 자기방어 역량을 유지하도록 계속 도울 것”이라며 “대만을 향한 미국의 약속은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중국은 1일과 2일 각각 38대, 39대의 군용기를 대만 ADIZ에 진입시킨 데 이어 3일에는 16대, 4일에는 하루 기준 가장 많은 규모인 52대의 군용기를 보내며 대만 당국을 긴장시켰다. 대만 국방부는 “4일 중국의 젠(J)-16 전투기 34대, 수호이(SU)-30 전투기 2대, 쿵징(KJ)-500 조기경보기 2대, 윈(Y)-8 대잠초계기 2대, 훙(H)-6 폭격기 12대 등 중국의 군용기 52대가 대만 ADIZ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3일 미국의 경고에도 중국은 이를 무시한 채 4일 폭격기까지 동원한 대대적인 무력시위를 벌인 것이다. 대만 국방부 산하 싱크탱크인 국방안전연구원의 수샤오황 연구원은 “젠-16 등 중국 군용기의 대만 방공 시스템 테스트를 위해 앞으로 이들의 대만 ADIZ 진입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이는 정치적 의미 외에 군사 훈련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의 중국’을 강조하는 중국이 1일 건국기념일을 맞아 힘의 우위를 과시하면서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차이잉원(蔡英文)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무력시위라는 분석도 나온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근 등 각국 정관계 인사와 억만장자들의 역외 탈세나 조세 회피 내용이 공개됐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미국 워싱턴포스트(WP), 영국 BBC방송, 프랑스 르몽드, 독일 서부방송(WDR), 일본 아사히신문 등 117개국의 150개 언론사와 함께 탐사 취재해 3일 내놓은 ‘판도라 문건(Pandora Papers)’에 이런 내용이 담겼다. WP에 따르면 문건에는 91개국에 걸쳐 전·현직 지도자 35명, 정치인 및 공직자 330명 이상, 포브스지에 등록된 억만장자 130명 이상을 포함한 여러 인사의 해외 계좌와 거래 내역을 분석한 내용이 담겼다. 사우디아라비아 왕가, 유명 모델 클라우디아 시퍼, 잉글랜드 프로축구 맨체스터시티 감독 주제프 과르디올라의 이름도 나온다. 압둘라 2세 국왕은 미국 캘리포니아, 영국 런던 등 세계 곳곳의 호화 주택 14채를 사들이는 데 1억600만 달러를 쓰면서 조세회피처에 설립한 회사들을 이용했다. 블레어 전 총리 부부는 부동산을 거래하면서 편법으로 31만2000파운드(약 5억 원)의 재산세를 절약했다.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 기예르모 라소 에콰도르 대통령,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도 나라 밖으로 빼돌린 비밀 재산이 확인됐다. 푸틴 대통령의 아이를 출산한 것으로 알려진 여성이 모나코 해안가 고급 주택을 비밀리에 사들인 것도 드러났다.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 측근의 이름도 등장한다. 보도가 나온 뒤 파키스탄 야당은 칸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ICIJ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스위스, 싱가포르 등 조세회피처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14곳의 거래 내역과 e메일 등 1190만 건의 금융 관련 파일을 분석했다. 분석 대상 자료 작성 시기는 1996∼2020년이다. 일부는 197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조사된 역외 계좌만 2만9000개에 이른다. ICIJ는 “판도라 문건은 2013년 이후 공개된 역외탈세 문건 중 가장 많은 양”이라고 밝혔다. 국제투명성기구 영국 본부 책임자 덩컨 헤임스는 “이번 문서 폭로는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는 부패 엘리트를 위한 시스템과 정직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시스템이 따로 있다는 걸 보여 준다”고 했다. 대부분 국가에서 조세회피처 이용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그러나 거액의 자산이나 부동산을 비밀리에 매입하면서 국민에게 돌아갈 세금을 내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그 과정에 부패, 자금 세탁, 탈세 등이 동반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판도라 문건’엔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관련 내용도 포함됐다. 뉴스타파와 ICIJ는 홍콩의 일신회계법인과 일신기업컨설팅 고객관리 파일에서 이 프로듀서가 실소유주이거나 긴밀하게 연관된 것으로 보이는 홍콩 법인이 다수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 중 일부 법인에서 이 프로듀서 명의로 설립 및 관리 대행을 신청한 차명 서비스 신청서가 발견됐고, 5개 법인에서 수백만 달러가 오간 정황이 포착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SM엔터테인먼트는 4일 “홍콩 소재 법인들은 미국 이민자인 이수만 프로듀서 부친이 한국에 보유하고 있던 재산으로 설립된 것이고 당시 한국의 은행 계좌에 있던 돈을 적법 절차를 거쳐 환전, 송금해 설립한 것”이라며 “해당 법인들에 대해선 2014∼2020년 국세청 세무조사, 금융감독원과 검찰청의 외국환 거래 관련 조사에서 모두 불법적인 자금으로 설립, 운영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 밝혀졌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의 이름도 문건에 나온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손 회장이 2009년 자신이 대표를 맡고 있던 투자회사의 자회사를 영국령 케이맨 제도에 세웠고 이 법인이 2014년경 상용 목적의 소형 제트기를 산 것으로 문건에 적혀 있다. 이 제트기 소유권은 미국 신탁회사에 넘겨졌으나 리스 계약 체결 방식으로 손 회장이 비용을 내고 사용한 것으로 돼 있다. 소프트뱅크 측은 “손 회장 개인 활동에 관여하는 법무·회계 등 복수 전문가에 의해 적절하게 처리됐다”고 해명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임희윤 기자 imi@donga.com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중국이 최근 이틀간 군용기 77대를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시킨 것에 대해 미국이 “압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중국의 대규모 무력시위에 대해 공개적으로 경고 목소리를 내면서 우방인 대만 방어에 나선 것이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3일(현지 시간) 성명을 내고 “미국은 중국이 대만 인근에서 도발적인 군사적 행동을 한 것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며 “이는 불안정을 초래하고 착오를 야기할 위험이 있으며 역내 평화와 안정을 훼손한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을 향해 “대만에 대한 군사적, 외교적, 경제적 압박과 강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우리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으며 대만이 충분한 자기방어 역량을 유지하도록 계속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만을 향한 미국의 약속은 확고하며, 대만 해협과 역내에서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민주국가 대만의 연대를 강화하고 공동의 번영, 안보, 가치를 증진시키기 위해 동맹과 우방국들과 함께 하겠다”는 미국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 관련 현안을 ‘내정’이라고 주장해온 만큼 미국의 이번 성명에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건국기념일인 1일 38대의 군용기를 대만 ADIZ에 진입시킨 데 이어 2일에는 39대, 3일에도 16대의 군용기를 보내며 대만 당국을 긴장시켰다. 중국 군용기의 대만 ADIZ 진입은 중국이 현재 국경절 연휴(10월 1~7일) 기간 중인데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2일 하루 동안 39대가 진입한 것은 지금까지 가운데 최대 규모다. 대만 국방부 산하 싱크탱크인 국방안전연구원의 수샤오황(舒孝煌) 연구원은 쯔유시보 등 대만 언론과 인터뷰에서 “대만 방공 시스템 테스트를 위해 앞으로 중국 군용기의 대만 ADIZ 진입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이는 정치적 의미 외에 군사 훈련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토니 블레어 전 영국총리와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 등 전 세계 주요 정관계 인사와 억만장자들의 역외 탈세 혹은 조세 회피 내역이 줄줄이 공개됐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전 세계 117개국의 150개 언론사들과 함께 탐사취재를 진행해 3일(현지 시간) 내놓은 ‘판도라의 문건(Pandora Papers)’에 이런 내용이 담겼다. 이번 탐사취재에 참여한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판도라의 문건’에는 압둘라 2세 국왕부터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까지 전 세계 90개국의 전현직 지도자 35명을 포함해 고위 공직자 330명과 포브스지에 등록된 억만장자 130여 명의 해외계좌와 거래내역을 분석한 결과가 들어 있다. 중국의 엘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왕가는 물론 팝스타 샤키라, 유명 모델 클라우디아 쉬퍼 등의 이름도 나온다. 이에 따르면 압둘라 2세 국왕은 미국 워싱턴과 캘리포니아, 영국 런던, 말리부 등 세계 곳곳의 호화주택을 사들이는 데 1억600만 달러를 사용했다. 블레어 전 총리 부부는 부동산을 거래하면서 편법으로 31만2000파운드의 재산세를 절약했고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 기예르모 라소 에콰도르 대통령,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대통령도 나라 밖으로 빼돌린 비밀재산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가족과 측근들은 영국에서 4억 파운드 규모의 부동산 거래를 은밀히 해왔다. 러시아에서는 푸틴 대통령의 아이를 출산한 것으로 알려진 여성이 모나코 해안가의 고급주택을 비밀리에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푸틴 대통령과 어린시절부터 친구였던 첼리스트도 2억 달러의 자금이 예치된 역외 계좌와 연관돼 있다. 판도라 문건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와 스위스, 싱가포르, 키프로스 등 조세피난처 14곳을 서비스하는 금융기관과의 거래내역, e메일 등 1190만 건의 금융 관련 파일을 분석했다. 자료들이 작성된 시기는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로 일부는 197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도 있다. 조사된 역외 계좌만 2만9000개. 분석 대상이 된 정보의 양은 3테라바이트로 휴대폰에 저장할 수 있는 사진 75만 장 분량이다. WP에 따르면 ‘판도라 문건’은 5년 전인 2016년 비슷한 주제와 방식으로 작성됐던 ‘파나마 문건(Panama Papers)’보다 내용이 훨씬 방대하다. ICIJ는 “판도라 문건은 2013년 이후 공개된 일련의 역외탈세 문건 가운데 가장 큰 규모”라며 “글로벌 엘리트들이 전 세계 시민들로부터 수십억 달러를 숨기는데 사용된 비밀 시스템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ICIJ는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국제 탐사보도단체로 2013년부터 조세피난처를 활용한 역외탈세 내역을 꾸준히 보도해왔다. ‘판도라의 문건’ 취재에는 WP 외에 영국 BBC방송과 가디언, 프랑스 르몽드, 일본 아사히 신문 등 전 세계 주요 언론들이 상당수 참여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조세피난처 이용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각국 지도자들이 비밀리에 거액의 자산이나 부동산을 매입하면서 자국 국민들에게 돌아갈 세금을 내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그 과정에 부패와 자금세탁, 탈세 등이 동반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문건 중에는 탈세를 위해 법망을 피해가는 방법이나 내용의 유출을 막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내용들도 포함돼 있다. 금융범죄 사례들을 담당했던 전직 FBI 요원 출신인 셰린 에바디는 “역외 금융시스템은 전 세계에서 법을 지키는 모든 사람들이 우려해야 할 문제”라며 “이는 단순히 세금을 회피하도록 해주는 것을 넘어 선한 사회의 기본 틀을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WP는 “판도라 문건의 내용에 따라 일부 인사들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안드레이 바비스 체코 총리의 경우 2009년 프랑스 남부 칸 인근에 2개의 수영장과 영화관이 달린 2200만 달러의 대저택을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구입한 사실이 이번 판도라 문건에서 드러났다. 그는 유럽의 엘리트주의에 맞서는 정치인으로 각인되며 재선을 노려온 인물이다.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은 ‘부패와의 전쟁’을 밀어붙이며 “모든 공직자는 대중 앞에 재산을 공개해야 한다”고 했지만 판도라 문건에 따르면 그 자신과 친족들은 3000만 달러 이상의 부동산과 자산을 최소 7곳의 역외 기관에 예치했다. 미국 내 최대 부호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주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이름은 등장하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파나마 호텔 프로젝트와 관련한 파일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이미 알려진 내용들이라고 WP는 전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미국은 자국 내 슈퍼 갑부들에게 적용되는 세율이 낮기 때문에 역외 조세 피난처를 찾아야 할 이유가 적다”는 분석을 내놨다. 또 미국의 부자들은 판도라 문건에서 언급된 곳과는 다른 역외 피난처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판도라 문건에서는 이름이 빠졌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