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시진핑, 연내 화상 정상회담…악화일로 관계 개선되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7일 15시 13분


코멘트

설리번- 양제츠, 6시간 스위스 고위급 회담서 합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연내 화상으로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실제 성사시 1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으로, 양국 갈등 속 미국의 대중견제 정책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다.

백악관은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양제츠(楊潔箎)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6일(현지 시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회담을 마친 뒤 낸 성명에서 이런 내용을 발표했다. 성명에 따르면 설리번 보좌관은 “우리는 국력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면서도 ‘책임 있는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고위급 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양 국무위원에게 최근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도발과 소수민족에 대한 인권 침해, 홍콩의 민주화 운동가들 탄압에 우려를 표시하면서도 소통 창구를 열어놓을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백악관은 설명했다.

중국 외교부도 이날 홈페이지에 공개한 자료에서 “미중 양측이 충돌을 피하고 양국 관계를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이라는 올바른 궤도로 되돌려 놓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 중국 측은 ‘신냉전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중국의 발전을 저지할 의도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미중 정상회담 합의 부분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회담 중인 양제츠와 설리번
회담 중인 양제츠와 설리번
이날 설리번 보좌관과 양 국무위원 간 회담은 상호 존중하는 분위기 속에서 건설적으로 진행됐다는 것이 미 당국자들의 평가다. 두 사람이 얼굴을 맞댄 것은 3월 알래스카에서 양측 외교장관과 함께 만나 거친 설전을 벌였던 이후 7개월 만이었다. 미 측의 고위당국자는 회담 후 언론 브리핑에서 “오늘 회담은 생산적인 조치로 평가한다”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가장 깊이있게 진행된 대화였다”고 했다. 그는 “강도 높은 경쟁을 지속하면서 이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강도 높은 외교가 요구된다”고 했다.

두 정상의 화상 정상회담은 미국 측이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2월과 9월 두 차례 시 주석과 전화통화를 했지만 정상회담 일정은 선뜻 잡지 않은 채 적절한 타이밍을 탐색해왔다. 일본, 한국 등 동맹과 우방국 정상들과는 물론 러시아와도 대면 정상회담을 마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시 주석과의 통화에서 정상회담 의사를 밝혔지만 시 주석이 확답을 내놓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아직까지 해외로 나가는 일정을 전혀 잡지 않고 있다. 그는 미국이 당초 첫 정상회의 시기로 봤던 이달 30~31일 이탈리아 로마에서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도 현장 참석은 하지 않는다.

미중 간의 전방위 경쟁이 격화하는 시점에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점에서 양 측은 일단 상황 관리와 갈등 완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최근 나흘 간 총 149대의 군용기를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 안으로 들여보내며 고강도 무력시위를 벌였다. 이런 중국을 상대로 미국은 쿼드(Quad·미국 일본 인도 호주의 4자 연합체)에 이어 오커스(AUKUS·미국 영국 호주의 3자 안보연합체)까지 신설하며 대중 견제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대중 무역정책 강경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도 분명히 했다.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통해 1단계 미중 무역합의 준수를 압박하면서 고율의 대중 관세 유지, 중국의 비(非)시장적 무역 관행 대응, 동맹국들과의 협력 등 향후 무역 기조를 최근 공개했다. 5G 통신과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 등의 현안을 놓고도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내부 전력난으로 경기침체 가능성이 거론되는 중국으로서도 정상회담을 통해 담판을 시도할 수요는 높아져 있다.

다만 두 정상이 화상으로 얼굴을 맞댄다고 해서 양국 간의 민감안 현안을 풀어낼 극적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중국의 무력시위에 대해 “중국이 도발적인 행동으로 역내 평화와 안정을 해치고 있다”며 “우리는 중국이 대만에 대한 군사적, 외교적, 경제적 압박과 강압을 멈출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미중 정상회담 합의가 발표된 당일 중국에 대해 ‘도발’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공개적 비판을 이어간 것이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