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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탄핵 무산) 합의는 국민적 분노가 여당과 정부 전체로 확대할 위험이 있는 도박이다.”(미국 뉴욕타임스·NYT) 12·3 비상계엄 사태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한국의 상황을 예의주시해왔던 미국 등 서방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무산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공통적으로 탄핵을 둘러싸고 여야 갈등이 거세지면서 국정 공백이 장기화되고 정치사회적 혼란이 더 극심해질 것이란 전망들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일각에선 “국가보다 당파적 이익을 우선시했다” “민주주의에 대한 모욕”이란 강도 높은 표현까지 써가며 한국의 대혼란 가능성을 우려했다.● “국민 지지 받는 대통령이 미국에도 이익”미 국무부는 7일(현지 시간) 한국의 탄핵안 표결 무산에 대해 “국회 (표결) 결과와 추가 조치에 대한 논의에 주목하고 있다”며 “우리는 한국의 민주적 제도와 절차가 헌법에 따라 완전하고 적절하게 작동하기를 계속 촉구한다”고 밝혔다. 탄핵 무산을 두고 여야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을 우려하며 윤 대통령의 퇴단이 헌법에 근거해 질서 있게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국무부는 또 “한국의 관련 당사자들과도 계속 접촉할 것”이라며 “한국 국민들의 평화적 시위에 대한 권리는 건강한 민주주의의 필수 요소로 모든 상황에서 존중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외신은 국회의 탄핵 표결을 보이콧한 여당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에 초점을 맞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탄핵 무산은 여당에 ‘피로스의 승리’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피로스의 승리는 심각한 대가를 치르며 패배나 다름없는 승리를 일컫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여당 의원들은 야당이 정권을 잡는 것을 더 우려하는 듯 (계엄을 선포한) 대통령 지지를 위해 결집했다”며 “탄핵 무산은 더 큰 정치적 혼란을 초래하고 대통령 사임에 대한 요구는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한국의 혼란 악화를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윤 대통령의 분노와 좌절이 2차 계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며 “미국은 윤 대통령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도 6일 한미경제연구소 행사에서 “국민의 지지와 정당성을 가진 지도자가 한국에 있는 것이 미국에도 이익”이라며 “미국은 이를 지지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래드 셔먼 연방하원의원(민주·캘리포니아)은 같은 날 하원 본회의에서 “계엄 선포는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모욕이자 세계의 민주주의와 법치를 위한 노력에 대한 모욕”이라고 규탄했다.● “국제 질서, 대북 대응에도 악영향” 일본 언론은 탄핵 무산은 물론이고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국민담화문까지 실시간 속보로 전하며 향후 여파에 주목했다. 아사히신문은 “윤 대통령의 사실상 직무 배제가 제대로 실행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며 “탄핵 무산으로 현 정권은 (한시적으로) 존속하게 됐지만 대통령 퇴진론은 더 거세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요미우리신문도 사설에서 “혼란 확산을 피하기 어렵다”며 “한국의 내정 혼란이 한일 관계는 물론이고 국제 질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탄핵 무산은) 여당의 ‘시간 벌기’가 목적”이라며 “혼란 장기화는 북한의 군사적 도발 등에 대한 대응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NHK는 우원식 국회의장을 인용해 “탄핵은 대통령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는 유일한 법적 절차”라고 소개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대규모 거리 시위도 탄핵 반대에 나선 여당을 설득하지 못했다”며 “한국은 정치적 불확실성에 더 깊이 빠져들고 있다”고 짚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한국 사회의 깊은 균열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했으며,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델라세라는 “추운 날씨에 거리에서 기다린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렸다”고 성토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노트르담, 신앙의 모범. 당신의 문을 열어 우리를 기쁨으로 모으소서.” 7일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대문 앞에서 로랑 울리히 파리 대주교가 불에 그을린 나무로 특수 제작된 주교장(杖)으로 대문을 세 번 두들기며 이같이 기도했다. 이윽고 대성당 안에 있던 합창단은 “머리를 들어라, 문들아. 영광의 왕이 들어오시리라”라는 내용이 담긴 성가를 불렀다. 2019년 4월 15일 화마에 휩싸여 처참히 무너졌던 프랑스의 상징이자 세계문화유산인 노트르담 대성당이 대주교의 개문 의식과 함께 복원 공사 약 5년 8개월 만에 드디어 시민 곁으로 돌아왔다. 1163년 착공돼 182년 후인 1345년에 완공된 노트르담 대성당은 프랑스에선 가톨릭을 넘어 국가적인 상징으로 꼽힌다. 파리 시민들은 12세기부터 파리가 본격적으로 번영하고 세계의 문화수도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을 대성당이 860여 년간 지켜봤다고 믿는다. 1991년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됐다. 오랜 세월 묵은때로 검었던 대성당 내부는 밝고 하얀 모습으로 변신했다. 복원 공사와 함께 4만2000㎡의 벽과 둥근 천장도 대대적으로 청소됐기 때문이다. 형형색색의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은 더욱더 화려한 색을 뽐냈다. 5년 전 화재로 힘없이 무너졌던 96m 첨탑도 다시 우뚝 섰다. 첨탑 꼭대기의 수탉 풍향계는 이전엔 녹이 슬어 초록색이었지만, 이제 반짝이는 황금색으로 교체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재개관식 연설에서 “위대한 국가가 불가능한 것을 이룰 수 있음을 다시금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연설 뒤 울리히 대주교는 ‘대성당의 영혼’으로 여겨지는 오르간을 8차례 축복했고, 그간 세척된 8000개의 파이프로 이뤄진 오르간은 화재 뒤 처음으로 연주를 시작했다. 당초 마크롱 대통령은 종교와 정치를 분리하는 세속주의 원칙에 따라 외부에서 연설할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러운 강풍으로 대성당 실내에서 연설했다. 이날 재개관식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 30여 개국 정상을 비롯해 2019년 화재 당시 진화에 나섰던 소방관들, 성당 복원에 참여한 기술자들, 가톨릭계 인사 등 1500여 명이 참석해 기쁨을 나눴다. 이날 재개관식은 일반인에겐 입장이 통제돼 약 4000명이 대성당 주변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을 통해 거리에서 기념식을 지켜봤다. 미국인 관광객 낸시 캠프 씨는 “노트르담은 평화의 상징”이라며 “재건된 대성당이 인류를 단합시켜 평화도 재건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파리 시민 카린 장티 씨는 “화재 당시 첨탑이 무너지는 걸 보고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다”며 “5년 만에 재건된 모습을 보며 프랑스와 유럽, 나아가 세계가 자부심을 회복한 것 같아 자랑스럽다”고 했다. 재개관 기념식 뒤엔 울리히 대주교가 집전하는 기념 미사가 열렸다. 이후 오후 9시 반부터 성대한 기념 콘서트도 개최됐다. 8일 오전엔 세계 각지에서 온 주교 약 150명과 파리 교구 본당 사제들, 초청 신자들이 참석하는 미사가 열렸다. 오후에는 복원 뒤 처음으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공개 미사도 가졌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쿠데타’였습니다. 국회와 청년들의 강한 힘 덕에 ‘독재’를 막을 수 있었죠.” 경제학, 미래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프랑스의 자크 아탈리(81)는 5일(현지 시간) 밤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최근 계엄 사태를 막은 ‘시민의 힘’을 호평했다. 그는 계엄이 선포된 3일 밤 국회 앞으로 달려가 필사적으로 저항한 국민들이 “독재를 막는 성공을 거뒀다”고 높이 치하했다. 다만 “아직 끝나진 않았다”며 끝까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싸움을 계속할 것을 권했다. 특히 그는 지금은 ‘축구 경기’로 치면 “전반전과 후반전의 사이”라며 경기에서 이기려면 국회와 국민의 추가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시민들에게는 “평화적 시위를 지속하고 신문에 기고하며 ‘독재의 재앙’을 알리라”고 조언했다.그와 인터뷰한 늦은 밤 프랑스 또한 한국 못지않은 정치 혼란을 겪고 있었다. 하루 전인 4일 미셸 바르니에 총리가 이끄는 행정부가 1962년 이후 62년 만에 의회의 불신임을 받아 붕괴했기 때문이다. 아탈리는 한국만큼이나 혼란스러운 위기를 겪고 있는 프랑스의 석학으로서 논평을 내느라 바쁜 와중에 한국의 사태도 분석하며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그와 인터뷰를 할 때 마침 TV 화면에서는 윤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0%대 지지율’ 속에서도 국민을 설득하는 대국민 TV 연설을 하고 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계엄령 선포 및 해제 소식을 접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끔찍한 실수라고 생각했다. 한국은 강력한 신생 민주주의 국가다. 한국은 민주주의의 발전을 기반으로 성공했다. 경제적 성공은 민주주의 발전과 긴밀히 연관된다.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면 발전을 지속할 수가 없다. 한국은 북한과 다르며 독재는 재앙이 될 것이다. 일단 (비상계엄 해제로) 독재는 피했다고 생각한다.” ―당신이 거론하는 독재를 한국이 어떻게 피할 수 있었다고 보나. “의회와 젊은이들의 힘이 매우 강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쿠데타에 저항하며 탄생한 대한민국의 국민이 (이번 비상계엄을 막아) 성공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상계엄 발표가 쿠데타였다고 보는가. “물론이다. 대통령에 의한 쿠데타이지만 쿠데타는 맞다. 대통령은 전권을 장악할 필요가 없는데도 전권을 장악하기로 결정했으니 쿠데타를 저질렀다고 봐야 한다.” ―현재 한국의 상황이 비상계엄을 내릴 만한 상황인가. “그렇지 않다. 만약 정말 비상계엄을 선포할 만하다면 윤 대통령은 그럴 만하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증거를 보여줘야 한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의 이유로 야당의 ‘입법 독재’를 거론했다. “아니다. 그건 독재가 아니다. 민주주의가 어려울 수는 있다. 한국이나 어디나 부정부패 등 많은 문제가 있다. 그렇다 해도 민주주의는 발전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한 일은 민주주의를 퇴행시키는 일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됐다가 해제됐는데 한국 민주주의에 어떤 영향을 줄까. “잘 해결되면 ‘국민들이 쿠데타에 저항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다. 민주주의를 강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직은 어찌 될지 잘 모른다. ‘축구 경기’로 치면 지금은 전반전과 후반전의 사이다. 경기 중간엔 최종 결과를 알 수 없다. 이제 경기에서 이기는 것은 ‘선수들(국회와 국민)’의 몫이다.” ―국민들은 비상계엄에 어떻게 저항해야 할까. “평화적으로 거리에서 시위하고, 신문에 기고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이 있다. 내가 해 온 것처럼 기고로 독재의 재앙을 설명해야 한다.” ―국회의원은 무엇을 해야 하나. “헌법에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 ―의회가 대통령을 저지할 수 있을까. “모르는 일이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성공하면 전 세계에도 이익이라고 생각한다. 세계에 민주주의는 확산되어야 하니,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잃어선 안 된다.” ―이번 사태가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오래 지속된다면 매우 위험한 일이 될 것이다.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탄핵을 시도하는) 국회의 힘이 얼마나 강한가에 달려 있다.” ―향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나. “윤 대통령의 퇴진 여부는 한국 국민이 결정할 몫이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그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계엄령 재발동에 관해서는 한국 국민이 이에 저항할 권리가 있다고 본다.”아탈리는 1943년 당시 프랑스 식민지였던 북아프리카 알제리에서 태어났다. ‘대학 위의 대학’으로 불리는 소수정예 고등교육기관 ‘그랑제콜’의 대표 격인 에콜폴리테크니크, 파리정치대(시앙스포), 국립행정학교(ENA) 등을 모두 졸업했다. 소르본대, 에콜폴리테크니크 등에서 경제학 교수를 지냈고 정치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로 ‘미래의 물결’ ‘인류는 어떻게 진보하는가’ 등 명저를 저술했다. 지난해까지 54년간 쓴 책만 86권. 저서 ‘21세기 사전’에선 일찌감치 코로나19 사태를 예고했다. ‘자크 아탈리의 인간적인 길: 새로운 사회민주주의를 위하여’ 등에서도 민주주의 수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프랑스 하원이 4일 미셸 바르니에 총리가 이끄는 행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올 9월 5일 취임한 바르니에 총리가 속한 현 내각은 석 달여 만에 총사퇴했고 1958년 설립된 제5공화국 역사상 최단명한 정부로 남게 됐다. 프랑스 정부가 하원의 불신임안 가결로 붕괴한 건 1962년 조르주 퐁피두 당시 총리 이후 62년 만이다. 이번 사태로 당장 내년 예산안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연말까지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5공화국 최초로 연금, 건강보험금 지급 등 공공 행정이 마비되는 ‘셧다운’ 사태를 배제할 수 없다. 야권 일각에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퇴진까지 요구하고 있다. 프랑스의 정치적 혼란은 유럽을 포함한 국제 정세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집권 사회민주당 주도의 연정이 무너진 독일 또한 16일 올라프 숄츠 총리에 대한 신임 투표를 앞두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유럽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 등으로 유럽연합(EU)의 양대 강국이 모두 정치적 혼란을 겪으면서 전 유럽이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출 감축 예산안에 ‘90일 단명’이날 하원에서는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이 발의한 바르니에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이 전체 577석 중 찬성 331표로 통과됐다. NFP와 함께 불신임안을 발의한 극우 국민연합(RN), 그 동조 세력 등이 모두 찬성표를 던진 결과다. 이에 따라 바르니에 총리는 취임 90일 만에 하원의 불신임을 받았고 5일 사표를 제출하기로 했다. 5공화국 사상 최단명 총리다. 중도 성향 르네상스당 소속인 마크롱 대통령은 올 9월 정통우파 성향인 공화당 소속 바르니에 총리와 ‘동거 정부’를 구성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속한 범여권은 올 6월 총선에서 168석(2위)을 얻는 데 그쳐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다. 당시 1위는 NFP, 3위가 RN과 연대 극우 세력이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통상 제1당 출신 인사를 총리로 임명하는 관례를 깨고 “좌파보다는 범여권과 결이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은 바르니에 총리와 손잡았다. NFP 등 좌파는 “대통령이 총선에서 드러난 민의를 배신했다”며 바르니에 정부 출범 때부터 불편한 기색을 비쳤다. 집권한 바르니에 총리는 지난해 1540억 유로(약 229조 원)에 이른 재정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공공지출 감축을 골자로 한 2025년 예산안을 발표했다. 내년에만 400억 유로(약 60조 원)의 정부 지출을 줄이고, 200억 유로(약 30조 원)의 증세도 단행한다는 내용이다. NFP와 RN 등은 복지혜택 축소 등을 우려해 강하게 반발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예산안 통과가 어렵다고 판단한 바르니에 총리는 2일 예산안의 핵심인 사회보장재정 법안을 정부가 하원 표결 없이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헌법 제49조 3항’을 발동해 통과시켜 버렸다. 그러자 좌파와 극우 진영이 극렬히 반대하며 불신임안을 발의했다. 이 안이 통과되면서 결국 총리가 물러나게 됐다.● “정치적 혼란, 금융시장 흔들 위험” 중대 위기를 맞은 마크롱 대통령은 5일 대국민 연설에 나서기로 했다. 그는 극좌 정당을 중심으로 사퇴 요구가 제기되자 전날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도중 “마지막 순간까지 모든 에너지를 다하겠다”며 사퇴설을 일축했다. 로이터통신은 마크롱 대통령이 7일로 예정된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 기념식에 앞서 새 총리를 임명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 불안도 커지고 있다. NYT는 예산안이 통과될 기미가 보이지 않은 채 정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며 “금융시장을 흔들어 놓을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정치 불안정이 장기화하면 채권 등 프랑스 자산에 대한 투자 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프랑스 하원이 4일 미셸 바르니에 총리가 이끄는 행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올 9월 5일 취임한 바르니에 총리가 속한 현 내각은 석 달여 만에 총사퇴했고 1958년 설립된 제5공화국 역사상 최단명한 정부로 남게 됐다. 프랑스 정부가 하원의 불신임안 가결로 붕괴한 건 1962년 조르주 퐁피두 당시 총리 이후 62년 만이다. 이번 사태로 당장 내년 예산안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연말까지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5공화국 최초로 연금, 건강보험금 지급 등 공공 행정이 마비되는 ‘셧다운’ 사태를 배제할 수 없다. 야권 일각에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퇴진까지 요구하고 있다.프랑스의 정치적 혼란은 유럽을 포함한 국제 정세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집권 사회민주당 주도의 연정이 무너진 독일 또한 16일 올라프 숄츠 총리에 대한 신임 투표를 앞두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유럽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 등으로 유럽연합(EU)의 양대 강국이 모두 정치적 혼란을 겪으면서 전유럽이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출 감축 예산안에 ‘90일 단명’이날 하원에서는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이 발의한 바르니에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이 전체 577석 중 찬성 331표로 통과됐다. NFP와 함께 불신임안을 발의한 극우 국민연합(RN),그 동조 세력 등이 모두 찬성표를 던진 결과다. 이에 따라 바르니에 총리는 취임 90일 만에 하원의 불신임을 받았고 5일 사표를 제출하기로 했다. 5공화국 사상 최단명 총리다.중도성향 르네상스당 소속인 마크롱 대통령은 올 9월 정통우파 성향인 공화당 소속 바르니에 총리와 ‘동거 정부’를 구성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속한 범여권은 올 6월 총선에서 168석(2위)을 얻는 데 그쳐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다. 당시 1위는 NFP, 3위가 RN과 연대 극우 세력이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통상 제1당 출신 인사를 총리로 임명하는 관례를 깨고 “좌파보다는 범여권과 결이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은 바르니에 총리와 손잡았다. NFP 등 좌파는 “대통령이 총선에서 드러난 민의를 배신했다”며 바르니에 정부 출범 때부터 불편한 기색을 비쳤다.집권한 바르니에 총리는 지난해 1540억 유로(약 229조 원)에 이른 재정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공공지출 감축을 골자로 한 2025년 예산안을 발표했다. 내년에만 400억 유로(약 60조 원)의 정부 지출을 줄이고, 200억 유로(약 30조 원)의 증세도 단행한다는 내용이다.이는 불어난 나랏빚이 저성장이 고착화된 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탓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프랑스의 올해 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최소 6.1%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EU가 규정한 한도(3%)의 두 배가 넘는다. NFP와 RN 등은 복지혜택 축소 등을 우려해 강하게 반발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예산안 통과가 어렵다고 판단한 바르니에 총리는 2일 예산안의 핵심인 사회보장재정 법안을 정부가 하원 표결 없이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헌법 제49조 3항’을 발동해 통과시켜 버렸다. 그러자 좌파와 극우 진영이 극렬히 반대하며 불신임안을 발의했다. 이 안이 통과되면서 결국 총리가 물러나게 됐다.● “정치적 혼란, 금융시장 흔들 위험”중대 위기를 맞은 마크롱 대통령은 5일 대국민 연설에 나서기로 했다. 그는 극좌 정당을 중심으로 사퇴 요구가 제기되자 전날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도중 “마지막 순간까지 모든 에너지를 다 하겠다”며 사퇴설을 일축했다. 로이터통신은 마크롱 대통령이 7일로 예정된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 기념식에 앞서 새 총리를 임명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 불안도 커지고 있다. NYT는 예산안이 통과될 기미가 보이지 않은 채 정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며 “금융시장을 흔들어 놓을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역시 정치 불안정이 장기화하면 채권 등 프랑스 자산에 대한 투자 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뒤 한국이 ‘여행 위험 국가’가 됐다. 3일 한국에 비상계엄이 선포됐다는 게 알려지면서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국은 자국민들에게 ‘한국 여행 시 주의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나섰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을 여행 금지 국가로 지정한 주요국은 없지만 많은 나라들은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한국을 방문 중인 자국민들의 안전에 문제가 생길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4일 영국 외교부는 “현지 당국 조언을 따르고 정치 시위를 피하라”며 한국에 머무는 자국민의 주의를 당부했다. 계엄령이 해제된 후에도 “당국의 조언을 따르고 대규모 공공 집회를 피하라”고 공지했다. 미국도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 미 국무부는 “잠재적인 혼란을 예상해야 한다. 평화 시위도 대립으로 변하고 폭력 사태로 확대될 수 있다”며 “시위 진행 지역은 피하라”고 했다. 주한 미국대사관은 계엄령이 해제된 뒤에도 비자 발급 등 영사 업무 중단, 대사관 직원의 재택근무 확대, 직원 자녀의 학교 등교 제한 방침을 유지했다. 주한 프랑스대사관은 계엄령이 해제된 뒤에도 “정당과 노동조합 주도로 며칠 내 시위와 파업이 예정된 만큼 정치적 집회의 참석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주한 일본대사관 역시 3일 “구체적인 조치는 알 수 없으나, 향후 발표에 유의해 달라”는 이메일을 보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도 한국이 위험한 상황이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스라엘 외교부는 계엄 발표 직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한국 방문을 재고하라”고 밝혔다. 한국에 체류 중인 자국민에게는 “상황이 명확해질 때까지 집이나 머무는 곳에서 현지 정보를 확인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싱가포르, 우크라이나 등의 주한 대사관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국 교민들에게 한국에서 벌어지는 상황과 관련해 침착함을 유지하고 현지 상황에 맞게 대응하라고 권고했다.해외 주요 인사는 속속 방한을 미뤘다. 일본의 초당파 의원 모임 ‘일한의원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는 15일로 예정됐던 방한을 하지 않기로 했다. 스가 전 총리는 당초 이번 방문 중 윤 대통령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었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 또한 5∼7일로 예정됐던 한국 방문을 연기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굴욕적으로 끝난 셀프 쿠데타.”(미국 외교안보 매체 포린폴리시·FP)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갑작스레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주요 외신은 긴급 속보를 타전하며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4일 새벽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대통령이 이를 수용해 비상계엄을 해제할 때까지 실시간으로 상황을 중계했다. 해제 후에는 이번 사태의 원인 분석과 향후 전망에 대한 다양한 분석을 내놨다. 외신들은 특히 향후 한국의 정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집중 분석했다. 미국 ABC뉴스, 로이터통신 등은 윤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CNN 또한 계엄 선포가 윤 대통령의 “최악의 정치적 오류”가 될 것으로 진단했다.● “尹, 임기 종말 시작”영국 BBC 등은 3일 계엄 선포 직후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이 깜짝 심야 생방송 연설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속보를 띄웠다. 뉴욕타임스(NYT)는 “한국 대통령이 ‘반(反)국가’ 세력과 자신을 향한 탄핵 시도를 이유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전했다. 교도통신을 비롯한 일본 언론도 계엄사령부가 발표한 1호 포고령, 국회 군 투입 등을 실시간으로 상세히 전했다. 권위주의 체제인 중국도 한밤 계엄령에 당혹해하는 분위기였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는 ‘대한민국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검색어가 계엄령 발표 약 30분 만인 당일 오후 11시부터 검색어 1위에 올랐다. 계엄이 해제된 뒤에는 윤 대통령이 악수(惡手)를 뒀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프랑스 르피가로는 “윤 대통령이 제도적 폭탄을 투하했다”고 논평했다. 야당과 대치 국면인 정국에서 감행한 위험하고 성급한 돌진이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민주주의 등대’로 여겨졌던 한국에서 대통령이 충격적이고 전례 없는 일을 벌였다”고 진단했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윤 대통령의 대통령직을 정의할 오점”으로 봤다. 워싱턴포스트(WP)는 “많은 한국인들에게 5·18민주화운동의 악몽을 떠올리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폭스뉴스는 “수십 년 동안 민주주의를 유지한 나라이자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한국이 이런 종류의 격변을 겪은 건 충격적”이라고 전했다. 일본 아사히신문도 “한국 민주주의를 훼손한 대가가 너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윤석열은 어떤 사람인가’라는 기사에서 “2023년 3월 대통령 취임 후 처음 일본을 방문했을 때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당시 총리와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신 것으로 유명하다”고 전하며 윤 대통령의 개인적 면모를 부각시켰다. 유명 싱크탱크도 계엄 선포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로버트 매닝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윤 대통령의 정치적 자살 행위”라고 평가했다. 안킷 판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윤 대통령 임기 종말의 시작”이라고 내다봤다.● “北과 무관” 분석 많아 이번 사태가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를 분석한 외신도 많았다. ABC뉴스는 “윤 대통령이 (탄핵이라는) 루비콘강을 건넜다”고 논평했다. 로이터통신은 탄핵에 대해 “정족수 미달 등으로 탄핵 요건을 맞추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결국 탄핵되거나 자진 사임한다면 60일 이내에 새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고 전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당시 ‘종북 세력’을 언급한 점을 주목했다. 이 매체는 “종북 세력을 척결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북한의 위협이 실제로 있어서가 아니라 국내 정치에서 비롯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도 “북한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국의 극심한 정치 양극화를 여실히 드러낸 사례라는 평도 나왔다. NYT는 “야당의 정치적 맹공을 받다 궁지에 몰린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중국 관영매체 중국신문사는 4일 “대한민국에 ‘서울의 겨울’이 왔다”며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일으켰던 12·12사태를 그린 영화 ‘서울의 봄’을 빗대어 이번 사건을 보도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굴욕적으로 끝난 셀프 쿠데타.”3일(현지 시간)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두고 이같이 진단했다. 갑작스러운 심야 비상계엄 선포는 2시간여 만에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통과로 끝났다. 외신들은 견고한 민주주의 국가로 여겨지던 한국에서 벌어진 놀라운 일을 소상히 전하며 대외 관계에 미칠 영향까지 우려했다. 폴리티코는 동아시아 전문가인 쉬나 체스트넛 그레이텐스 텍사스주오스틴대 교수를 인용해 “그의 대통령직을 정의할 오점”이라고 지적했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라는 한국의 정체성을 크게 배반하는 행동이었다는 것이다. 미국은 큰 충격에 빠진 분위기다. 조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는 CNN에 미국의 공식 입장이 상당 시간 나오지 않은 데 대해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 이번 사안이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라며 “꽤 비정상적(pretty insane)”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간 ‘민주주의 대 독재’라는 틀로 외교 정책을 펼치면서 러시아, 중국, 북한에 대항하기 위해 한국과 군사 협력을 강화해 왔다. 이에 적극 동조하던 윤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비상계엄을 내린 것이다. 백악관은 “비상계엄 선포를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고 밝혔다.한미 관계에 충격파가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한국의 동맹이 수십 년 만에 최대 시험에 직면했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위기를 어떻게 다룰지 힘든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싱크탱크 카네기 평화재단 에반 페이건바움 부회장은 “이번 일은 윤 대통령에게 좋게 끝나지 않을 것이며 미국도 이번 사안으로 곤경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고 CNN에 말했다. 한반도 정세가 불안정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역임한 대니얼 러셀은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로 인해 정치적 불안정이 초래된 상황을 북한이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본 주요 언론들도 4일 조간신문 1면 톱 기사로 한국 비상계엄 소식을 전했다. 전날 계엄사령부가 발표한 1호 포고령, 국회 군 투입, 미국의 우려 표명 등도 상세히 다뤄졌다. 권위주의 체제하의 중국도 한밤의 계엄령에 당혹한 분위기였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는 ‘대한민국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검색어가 계엄령이 발표된 지 30분 만인 오후 11시부터 검색어 1위에 올랐다. 관영 매체들은 실시간으로 속보를 전하고 특집 기사를 보도했다.관영매체 중국신문 역시 4일 “대한민국에 ‘서울의 겨울’이 왔다”며 전두환 대통령이 일으킨 12·12 사태를 그린 영화 ‘서울의 봄’을 빗대어 이번 사건을 전했다. 관영 신화통신 계열의 소셜미디어 계정 뉴탄친도 4일 비상계엄이 “쿠데타와 비슷하다”고 지적하며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논란, 앞서 9월 제기된 계엄령 발령 가능성 등을 전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전모 씨(65)는 6개월 전 내놓은 집이 팔리지 않고 있어 고민에 빠졌다. 은퇴 후 보유한 부동산을 정리해 대출금을 갚고 지방 전원주택으로 이사하려고 했지만, 집이 팔리지 않으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전 씨는 “처음 내놨을 때보다 가격을 1억 원 내렸는데도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은퇴 후 고정 수입이 100만 원대로 줄어든 상태라 대출 이자 부담이 상당히 크다”고 했다. 자산의 대부분을 부동산으로 쥐고 있는 한국의 고령층은 보유 자산에 비해 쓸 수 있는 돈이 적다. 현금화가 가능하고 배당 소득 등이 유입되는 금융 자산과 달리 부동산 자산은 즉시 유동화하기 어렵고 대출 이자 등으로 그나마 있는 소득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인이 보유한 순자산의 77.1%가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채권 등 금융자산 비율은 22.9%에 그쳤다. 한국인의 비금융자산 보유 비율은 미국(37.3%), 일본(43.1%, 2022년 기준) 등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전 씨처럼 한국에선 집 한 채가 고령층 보유 자산의 대부분인 경우가 많아 노인 빈곤층의 비율도 높아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한눈에 보는 연금 2023’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0.4%로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OECD 평균(14.2%)의 3배에 달하는 수치였다. OECD는 빈곤율을 ‘중위소득의 50% 미만 소득을 가진 인구 비율’로 정의하고 있는데, 보유 자산을 고려하지 않는 OECD 기준에선 ‘똘똘한 집 한 채’로 노후를 대비한 한국 고령층 상당수는 빈곤층으로 분류됐다. 대출을 지렛대 삼아 부동산 구입에 쓰다 보니 고령자들은 빚만 잔뜩 지고 있는 경우도 많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올해 1분기(1∼3월) 말 기준 92%로 주요국 중 5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자산의 높은 부동산 비중은 경제 성장 동력도 약화시킨다. 주식, 채권 등으로 흘러갈 자본이 부동산에 묶이면서 기업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한 심포지엄에서 “한국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생산성이 높은 부문으로 더 많은 자금이 공급돼야 한다”며 “국내외 금융 여건이 완화되는 상황에서 가계와 기업이 과도한 대출을 받아 부동산과 같은 비생산적 부문으로 자금이 흘러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특별취재팀▽팀장=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영국 남동부 억필드에 거주하는 맬컴 마케시 씨(83)는 농부로 일하다가 2006년에 은퇴했다. 은퇴 전엔 매일 소젖을 짜며 농사일을 했던 그지만 은퇴 후엔 네덜란드, 스위스, 이탈리아에 있는 가족들을 만나 여행을 즐긴다. 마케시 씨는 “일할 때는 저소득층에 속했지만 지금은 연금 덕분에 도리어 형편이 나아져 중산층에 해당할 것”이라고 자랑했다. 마케시 씨는 한 달에 2400파운드(약 425만 원) 정도의 연금을 받고 있다. 국가연금이 그중 65%를 차지하고 있고 개인연금 17%, 퇴직연금은 10% 정도다. 나머지 8%는 세상을 떠난 마케시 씨의 아내가 고용주로부터 받았을 연금의 절반이다. 마케시 씨는 “여유가 생길 때마다 국가연금에 조금씩이라도 항상 추가로 납입했다. 아내도 마찬가지였다”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도 한두 개 갖고 있다. 소득세를 피하면서 수익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영국 노동연금부가 관리하는 국가퇴직연금신탁(NEST)은 2012년 디폴트 옵션을 의무화했다. NEST 가입자의 99%가 디폴트 옵션에 가입하고 있는데 연평균 수익률은 8∼9%에 이른다.● 60대에 창업 도전… 고령층 소비가 경제 뒷받침 한국에서 2025년은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 ‘원년’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장수 국가인 일본은 고령사회(노인 14% 이상)에서 초고령사회로 오기까지 10년이 걸렸고 프랑스는 39년이 걸렸지만 우리나라는 고령사회가 된 2018년부터 불과 7년 만에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게 된 것이다. 게다가 내년 1965년생을 시작으로 954만 명 규모의 ‘2차 베이비부머’들이 10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은퇴 수순을 밟는다. 문제는 기록적인 고령화 속도와 달리 노년층의 은퇴 후에 대한 준비는 미진하기만 하다는 점이다.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소득절벽에 시달리는 노인들이 대규모로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는 이유다. 준비 없는 초고령화로 신음하는 우리와 달리 선진국은 두둑한 연금을 바탕으로 고령층이 활발한 소비와 경제 활동에 나서는 추세다. 정부가 잘 운용해온 공적연금뿐만 아니라 사적연금이 이를 뒷받침하고, 재취업 시장도 탄탄한 덕이다. 덕분에 노인들은 선진국 경제의 ‘비밀 무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따르면 70세 이상 미국인은 현재 총 가계자산의 약 26%를 보유하고 있다. 연금 부자도 많다. 미국 최대 퇴직연금 자산운용사 피델리티는 올해 2분기(4∼6월) 말 기준 자사 401K(미국 퇴직연금제도) 가입자 중 계좌에 100만 달러(약 14억 원) 이상의 잔액을 가진 가입자가 49만7000명으로 사상 최대치라고 밝혔다. 이 같은 자산을 바탕으로 노인들은 거침없이 지갑을 열고 있다. 지난해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소비자 지출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은 총지출의 약 22%를 담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7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미국이 고금리 추세, 장기화된 코로나 팬데믹, 미중 갈등 등 글로벌 경제 불안정성 속에서도 탄탄한 경제성장을 자랑할 수 있었던 것은 노인 소비 덕분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베이비붐 세대만 해도 현재 77조1000억 달러(약 10경8109조6200억 원)의 부를 축적했고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라는 쌍둥이 재앙으로부터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들 중 대부분이 은퇴했기 때문에 노년층의 지출은 실업률에도 영향을 덜 받는다”고 보도했다. 프랑스의 경우에도 연구조사평가 및 통계위원회(DREES)에 따르면 2024년 월 4000유로(약 590만 원) 이상의 연금을 받는 은퇴자가 약 75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전체 연금 수급자 1700만 명 중 4.4%가량이다.프랑스 파리에 거주하는 장피에르 퐁생 씨(78)는 법정 정년인 60세에 은퇴한 후 두 아이의 아빠가 됐다. 은퇴 땐 뒤늦은 재혼에서 얻은 딸이 고작 한 살이었고, 이듬해엔 아들까지 태어났다. 60대 초반에 ‘늦깎이 아빠’가 된 그는 과감하게 부동산 컨설팅 창업을 결심했다. 60대 창업은 녹록지 않았다. 현직에서 잘 알던 지인들은 이미 퇴직해 고객을 확보하기가 어려웠다. 부동산 경기가 나쁘면 아예 수입이 ‘0유로’인 달도 있었다. 전기료 등 고정 비용만 나가 적자를 볼 때도 허다했다. 퐁생 씨는 “그래도 든든한 연금보험금이 3곳에서 나왔기 때문에 창업을 시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공적연금에 일반 퇴직연금과 고위 임원용 퇴직연금까지 3곳에 ‘연금 파이프라인’을 뚫어놨던 것. 3곳에서 들어오는 연금 수입은 현재 월평균 6000유로(약 882만 원)에 달한다. 그는 ‘3중 연금’ 덕에 어린 두 자녀를 제대로 교육시킬 수 있었다. 연금을 든든한 발판 삼아 사업도 키울 수 있다. 퐁생 씨의 지금 소득은 퇴직 전의 60%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제 두 아이는 훌쩍 자라 독립을 앞두고 있지만 그는 계속 일할 계획이다. 퐁생 씨는 “일하는 게 재밌어서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계속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금으로 크루즈 여행”, 여유 누리는 은퇴 부자들“내년 70세 생일을 맞아 아들 둘, 손자 넷을 데리고 한국-일본 크루즈 여행을 갈 겁니다. 경비는 모두 제가 냅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비크로프트에 사는 애니타 하워드 씨(69)는 학교 교사를 하다가 은퇴 후 주민들에게 미술 수업을 하고 책을 쓰면서 노후를 보내고 있다. 혼자 사는 그는 현재 아무런 경제 활동을 하지 않지만 본인의 연금만으로 손주까지 함께하는 크루즈 여행을 계획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롭다. 하워드 씨가 은퇴 후에도 자녀, 손주를 챙길 수 있는 이유는 호주 퇴직연금 ‘슈퍼애뉴에이션’과 노령연금이 생활을 든든하게 받쳐주기 때문이다. 하워드 씨는 매달 4000호주달러(약 360만 원)의 퇴직연금과 노령연금을 받고 있다. 집의 일부 공간을 렌트하며 월 600호주달러(약 54만 원) 정도 추가 수입도 거둔다. ‘슈퍼’(최고)라는 이름을 내건 호주 퇴직연금 슈퍼애뉴에이션은 1992년부터 근로자 가입이 의무화됐는데 연간 수익률 8%대, 지난해엔 수익률 9%대를 기록했다. 맡겨두면 두둑한 연금자산을 누릴 수 있는 호주의 노인들은 “퇴직연금을 중도에 인출해 쓰는 건 인생이 끝장난 사람이나 할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워드 씨도 “교사로 근무했을 때 월급의 10%는 퇴직연금에 넣었다”며 “지금은 월요일마다 친구들과 모여 노래를 부르고 주민들에게 1시간 반 동안 미술을 가르치면서 만족스러운 은퇴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일본 도쿄에 거주하는 중학교 교사 출신 시노미야 마사요 씨(70)는 국민연금과 후생연금(퇴직연금의 일종) 등 월 63만 엔(약 585만 원)을 받고, 함께 살고 있는 남편은 국민연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시노미야 씨는 “개인연금도 많이 적립했다. 남편도 조그만 부동산이 있기 때문에 일상생활 면에서 식사나 의료 등 힘든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도 사회 담당 강사로 재취업해 경제활동을 이어나가는 시노미야 씨는 은퇴 전보다 월급(현재 17만 엔·약 159만 원)은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지만 노후가 만족스럽다고 했다. 그는 “정규직 담임 교사로 일할 때와 비교하면 책임이 줄어든 데다 학부모들과 부딪칠 일이 없고, 휴일도 많아졌다”며 “여유가 생긴 덕분에 웃는 얼굴로 학생들을 대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누구의 할머니, 아내보다 선생님으로 불리는 것에 자부심이 있다. 밖에 나가서 일할 때가 재미있어 은퇴 후에도 일을 계속하는 것”이라며 웃었다.특별취재팀▽팀장=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2025년을 앞두고 한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내년과 후년 성장률이 1%대로 전망되는 등 저성장이 고착화될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초고령사회 원년을 마주하게 됐기 때문이다. 2024년 7월 1일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은 19.2%로 내년 초고령사회 진입이 기정사실화됐다. 고령사회가 된 2018년 이후 불과 7년 만의 일이다. 가뜩이나 경제 활력이 떨어지는 가운데 초고령사회라는 난제에 직면한 것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재집권으로 수출이 위협받는 가운데 내수라도 살려야 하는데 고령인구와 노인빈곤율의 급증은 소비 진작과 경제 선순환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드리우고 있다.● 준비 없이 맞이한 초고령화미국 등 선진국에서 부자 노인이 여전한 소비력을 보이면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과 달리 한국의 고령층은 지갑을 닫고 있다. 근로소득에 의존하면서 살다가 은퇴 후 생활비를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연금을 받아들고는 얇아진 주머니 사정에 소비부터 줄이는 것이다. 미국의 퇴직연금제도인 401K의 10년간(2013∼2022년) 연평균 수익률은 7.79%인 반면에 한국 퇴직연금의 10년간(2014∼2023년) 연평균 수익률은 2.07%에 불과하다. 매월 50만 원씩 30년을 꾸준히 퇴직연금을 넣는다고 가정할 경우 미국 근로자는 7억2000만 원을 손에 쥐게 되지만 한국 근로자에게 돌아오는 퇴직금은 2억5000만 원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미국 등 선진국 은퇴자가 연금 수익 등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보내는 반면에 한국은 ‘쥐꼬리 연금’, ‘은퇴 거지’라는 자조 섞인 신조어가 나오는 이유다. 벌어둔 자산이 대부분 부동산에 묶여 있다는 점도 한국의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고령층 자산의 83.66%는 부동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예금은 9.41%, 금융투자 자산은 1% 미만이다. 자산은 많아도 이를 바탕으로 풍족한 소비를 할 수 있는 노인은 별로 없다는 뜻이다. 일자리로 근로소득을 확보할 처지도 안 된다. 한국의 일하는 노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많은 37.3%에 달하지만, 이 중 절반 가까운 노인들이 월 100만 원도 못 벌고 있다. 정부에서 노인형 일자리를 양산하지만 월 급여는 21만 원에 불과하다. 고령 취업자를 직군별로 살펴보면 단순 노무(34.6%)와 농림어업 숙련종사자(23.3%)의 합이 절반 이상이다. 한국의 고령층은 연금뿐 아니라 금융자산, 일자리 기회가 모두 부족한 ‘삼저(三低)’ 상태에 놓여 있는 셈이다. 김모 씨(73)도 2010년 그간 운영해온 가게를 닫은 뒤 마땅한 벌이가 없어 생활이 막막해진 경우다. 국민연금에 최소 금액만 넣은 탓에 월 수령액이 4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동안에는 다행히 인근 학교에서 숙직 전담 기간제 근로자로 일하면서 월 90만 원씩 챙겼지만, 지난해 실직하면서 이마저도 끊겼다. ● 활력 떨어지는 한국 경제도 조로화 기로초고령화는 한국 경제에도 최대 위협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우선 경제의 허리를 담당하는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중이 내년부터 70%를 밑돌기 시작해 2050년에는 51.9%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65세 이상의 고령인구는 내년 20%를 넘은 뒤 2050년에는 40.1%까지 치솟을 예정이다. 이 같은 문제는 노동생산성 저하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OECD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4.4달러로, OECD 회원국 38개국 중 33위에 머물렀다. 미국(77.9달러), 독일(68.1달러), 프랑스(65.8달러), 영국(60.1달러) 등의 국가가 한국을 크게 앞섰다. 한국은행은 지난해까지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은퇴 연령에 진입하면서 2015∼2023년 연간 경제성장률이 0.33%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가 은퇴할 경우 2024∼2034년 11년에 걸쳐 연간 경제성장률이 0.28%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진단한다. 결국 2차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에 발맞춰 제도 개선 논의가 본격화되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차 베이비붐 세대의 경우 근로 의지가 강하고 교육 수준 및 디지털 친화력이 높은 만큼 이들의 특성을 반영한 취업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은에서는 이들의 고용률이 증가할 경우 경제 성장률 하락폭이 최대 0.22%포인트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연금 제도 개선으로 노인들의 주머니를 든든하게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의 의무연금 소득대체율은 31.2%로 OECD 회원국의 평균치(50.7%)를 크게 밑돌고 있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센터장은 “(개인들도) 퇴직금이나 주택 등의 자산을 활용해서 장기간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 수 있는 연금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특별취재팀▽팀장=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프랑스 정부가 의회의 ‘정부 불신임안’ 발의로 올 9월 새 내각이 출범한 지 약 2개월 반 만에 해산될 위기에 처했다. 4일 예정된 불신임안 투표에서 정부 해산이 결정되면 1958년 설립된 제5공화국 역사상 최단명한 정부가 된다. 또 불신임 투표로 정부가 해산되는 건 1962년 이후 처음이다. 투표에서 해산이 결정되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자리를 지키지만, 약 두 달 반 만에 새 총리를 임명하고 내각도 다시 꾸려야 한다. ‘저성장 고착화’와 곪을 대로 곪은 재정적자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 온 프랑스는 새로운 정치 위기까지 터지자 증시와 국채 가격도 출렁거렸다. 유럽에서 독일 다음으로 경제 규모가 큰 프랑스의 대형 악재에 유로화 가치도 하락했다.● 총리, 재정법안 통과 강행하자 야권 맞불미셸 바르니에 프랑스 총리는 2일 하원에 출석해 내년도 예산안 가운데 핵심인 사회보장재정법안을 의회 표결 없이 통과시키기 위해 헌법 ‘제49조 3항’을 발동했다. 해당 법안 통과에 찬성할 의원이 577명 중 과반에 미치지 못하는 211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는 “프랑스 국민은 국가의 미래보다 사익을 우선시하는 우리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것이 제가 헌법 49조 3항에 근거해 법안 전체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묻는 이유”라고 말했다. 사회보장재정법안을 통과시켜 예산안을 확정 지어야 하는 정부의 책임감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야당인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과 극우 국민연합(RN)은 즉각 정부 불신임안을 발의해 맞불을 놓았다. RN의 실권자인 마린 르펜 하원 원내대표는 “바르니에 총리가 1100만 유권자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으니 우리도 대응할 것”이라며 불신임안을 발의하고 이에 찬성하겠다고 밝혔다. NFP도 “불법적인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해 불신임안을 발의했다”며 “바르니에 다음엔 마크롱 (대통령) 차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랑스 정부는 국가원수를 국민이 선출하는 대통령제의 특성을 지니면서 국가 원수와 정부 수반이 구별되고 국회가 정부를 불신임할 수 있는 의원내각제 특성이 혼합돼 있다. 불신임안은 하원 재적 의원의 과반수 찬성이 있으면 가결된다. 전체 의원 577명 가운데 현재 2석이 공석이라 가결 정족수는 288명이다. NFP와 RN 의석수만 합해도 가결 정족수를 넘어 4일 예정된 투표에서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불신임안이 통과되면 국가 원수인 마크롱 대통령은 자리를 유지할 수 있지만 내각은 즉각 총사퇴해야 한다.● 저성장 고착화된 프랑스의 딜레마 이번 사태는 프랑스 정부가 2025년 예산안을 공개하며 200억 유로(약 29조 원)의 증세와 400억 유로의 지출 감축을 통해 늘어나는 재정 적자를 해결하려다가 발생했다. 프랑스의 지난해 재정적자는 1540억 유로(약 227조 원)에 달한다. 프랑스 경제성장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직후 등 일부 시기를 제외하면 2010년 이후 1% 전후에 머물렀다.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경제 활력은 떨어지는데 국가 부채는 불어나며 재정 적자가 심각해지자, 결국 정부가 긴축에 나선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프랑스는 이미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에서 경제 산출량 대비 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라며 “바르니에 총리는 예산 600억 유로를 삭감하려는 인기 없는 과제를 떠맡았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하원 내 주요 정치 세력인 좌파 연합과 극우 진영은 소비자 구매력 감소, 사회적 불평등 심화, 기업 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긴축 기조의 정부 예산안을 반대했다. 세금 부담이 늘고 복지 혜택이 줄 것을 우려한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여론조사기관 이포프에 따르면 응답자의 67%가 이번 예산안에 반대하고 있다. 경제 규모가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프랑스 정부의 정치적 위기에 유럽 금융시장도 불안해졌다. 2일 오후 4시 기준 유로화 환율은 1유로당 1.0470달러로 전 거래일에 비해 1.01% 급락했다. 프랑스 증시 대표지수인 CAC40도 3일엔 상승했지만 2일 장 초반에는 전 거래일 대비 1.2%까지 하락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 지수는 올 6월 초 마크롱 대통령이 조기 총선 실시를 전격 발표한 뒤 이미 10%가량 떨어진 상태다. 프랑스 국채 투자 수요도 위축되며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 2.7bp(1bp=0.01%포인트) 상승한 2.923%까지 올랐다(가격은 하락)가 다음 날 2.9% 전후에서 횡보하고 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프랑스 정부가 의회의 ‘정부 불신임안’ 발의로 올 9월 새 내각이 출범한지 약 2개월 반 만에 해산될 위기에 처했다. 4일 예정된 불신임안 투표에서 정부 해산이 결정되면 1958년 설립된 제5공화국 역사상 최단명한 정부가 된다. 또 불신임 투표로 정부가 해산되는 건 1962년 이후 처음이다.투표에서 해산이 결정되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자리를 지키지만, 약 두 달 반 만에 새 총리를 임명하고 내각도 다시 꾸려야 한다. ‘저성장 고착화’와 곪을 대로 곪은 재정적자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 온 프랑스는 새로운 정치 위기까지 터지자 증시와 국채 가격도 출렁거렸다. 유럽에서 독일 다음으로 경제 규모가 큰 프랑스의 대형 악재에 유로화 가치도 하락했다.● 총리, 재정법안 통과 강행하자 야권 맞불미셸 바르니에 프랑스 총리는 2일 하원에 출석해 내년도 예산안 가운데 핵심인 사회보장재정법안을 의회 표결 없이 통과시키기 위해 헌법 ‘제49조 3항’을 발동했다. 해당 법안 통과에 찬성하는 의원이 577명 중 과반에 미치지 못하는 211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는 “프랑스 국민은 국가의 미래보다 사익을 우선시하는 우리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것이 제가 헌법 49조3항에 근거해 법안 전체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묻는 이유”라고 말했다. 사회보장재정법안을 통과시켜 예산안을 확정 지어야 하는 정부의 책임감을 강조한 것이다.하지만 야당인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과 극우 국민연합(RN)은 즉각 정부 불신임안을 발의해 맞불을 놓았다. RN의 실권자인 마린 르펜 하원 원내대표는 “바르니에 총리는 1100만 유권자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으니 우리도 대응할 것”이라며 불신임안을 발의하고 이에 찬성하겠다고 밝혔다. NFP도 “불법적인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해 불신임안을 발의했다”며 “바르니에 다음엔 마크롱 (대통령) 차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프랑스 정부는 국가 원수를 국민이 선출하는 대통령제의 특성을 지니면서 국가 원수와 정부 수반이 구별되고 국회가 정부를 불신임할 수 있는 의원내각제 특성이 혼합돼 있다. 불신임안은 하원 재적 의원의 과반수 찬성이 있으면 가결된다. 전체 의원 577명 가운데 현재 2석이 공석이라 가결 정족수는 288명이다. NFP와 RN 의석수만 합해도 가결 정족수를 넘어 4일 예정된 투표에서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불신임안이 통과되면 국가 원수인 마크롱 대통령은 자리를 유지할 수 있지만 내각은 즉각 총사퇴해야 한다.● 저성장 고착화된 프랑스의 딜레마이번 사태는 프랑스 정부가 2025년 예산안을 공개하며 200억 유로(약 29조 원)의 증세와 400억 유로의 지출 감축을 통해 늘어나는 재정 적자를 해결하려다가 발생했다. 프랑스의 지난해 재정적자는 1540억 유로(약 227조 원)에 달한다.프랑스 경제성장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직후 등 일부 시기를 제외하면 2010년 이후 1% 전후에 머물렀다.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경제 활력은 떨어지는데 국가 부채는 불어나며 재정 적자가 심각해지자, 결국 정부가 긴축에 나선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프랑스는 이미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에서 경제 산출량 대비 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라며 “바르니에 총리는 예산 600억 유로를 삭감하려는 인기 없는 과제를 떠맡았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하원 내 주요 정치 세력인 좌파 연합과 극우 진영은 소비자 구매력 감소, 사회적 불평등 심화, 기업 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긴축 기조의 정부 예산안을 반대했다. 세금 부담이 늘고 복지 혜택이 줄 것을 우려한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여론조사기관 이포프에 따르면 응답자의 67%가 이번 예산안에 반대하고 있다.경제 규모가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프랑스 정부의 정치적 위기에 유럽 금융시장도 불안해졌다. 2일 오후 4시 기준 유로화 환율은 1유로당 1.0470달러로 전 거래일에 비해 1.01% 급락했다.프랑스 증시 대표지수인 CAC40도 3일에 상승했지만 2일 장 초반에는 전 거래일 대비 1.2%까지 하락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 지수는 올 6월 초 마크롱 대통령이 조기 총선 실시를 전격 발표한 뒤 이미 10%가량 떨어진 상태다. 프랑스 국채 투자 수요도 위축되며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 2.7bp(1bp=0.01%포인트) 상승한 2.923%까지 올랐다(가격은 하락)가 다음날 2.9% 전후에서 횡보하고 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저는 ‘비혼 싱글맘’이지만 ‘기혼 커플’처럼 정부가 제공하는 육아 혜택을 누렸어요.” 프랑스 파리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비혼 워킹맘’ 소피 올리비에 씨(44)는 일곱 살 딸 한 명을 홀로 키우고 있다. 결혼이나 동거를 법적으로 인정해 주는 시민연대협약(PACS·Pacte civil de solidarit´e) 없이 순수하게 비혼 상태에서 아이를 낳았다. 연인과 함께 동거 중에 아이를 낳았다가 아이가 두 살일 때 헤어졌다. 올리비에 씨는 “출산 전 정부가 지원하는 각종 진료비와 검사비, 아이가 세 살이 될 때까지 지급되는 가족수당 등은 기혼 여성과 똑같이 다 받았다”며 “연인과 별거를 시작했을 때 부모님은 내 결정을 존중해 줬다. 나중에 내 딸이 비혼으로 홀로 아이를 키운다 해도 문제 될 게 없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에서 배우 정우성 씨로 인해 비혼 출산에 대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비혼 출산 비율이 절반을 넘으며 일반화되고 있는 유럽 국가들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신생아의 약 63.9%가 비혼 부모에게서 태어나는 프랑스에선 정부의 육아 혜택이 혼인 여부와 상관없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체코와 헝가리 같은 비혼 출산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유럽 국가들도 최근 비혼을 아우른 ‘한부모 가정’ 지원 정책을 다양하게 내놓기 시작했다.● 비혼 적은 헝가리도 ‘한부모 센터’프랑스는 신생아 중 비혼 부모에게서 출산된 비율이 2022년 기준 64%에 육박한다.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1위다. 비혼 가정은 부모의 법적 상태가 미혼이든 기혼이든 동일한 육아 지원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비혼이라고 해서 특별히 지원을 받을 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지도 않는다. 대표적으로 아이가 3세일 때까지 지급되는 가족수당(CAF)과 첫아이 기준 최대 6개월인 유급 육아휴직 등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비혼 가족도 보편적 혜택을 받다 보니 비혼 출산이 어색한 일이 아니다.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은 2007년 당시 사회당 대선 후보였던 세골렌 루아얄과 22년간 동거만 하며 4명의 자녀를 낳았다. 비혼 출산 비중이 57.8%로 절반이 넘는 스웨덴도 비혼 부모가 아이 한 명당 최대 480일간 지급되는 부모 수당을 제약 없이 받을 수 있다. 독일에선 비혼 출산 비중이 33.5%지만, 역시 비혼 가정도 상당한 보호를 받는다. 비혼 부모도 자녀 출생 뒤 최대 14개월간 소득에 따라 결정되는 부모 수당을 받는다. 수당은 대개 급여의 65∼67%가량이다. 비혼이 서유럽만큼 보편화되지 않은 동유럽 국가들도 최근 비혼 출산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합계출산율이 2022년 1.62명으로 한국(0.78명)의 2배가 넘는 체코는 최근 ‘2022∼2030년 아동 보장을 위한 국가 행동계획’을 마련했다. 비혼을 포함한 한부모 가정의 유치원 및 방과 후 서비스를 위한 지원금과 무료 급식을 제공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이민 정책 대신 출산 지원을 강화해 합계출산율을 2011년 1.23명에서 2021년 1.59명으로 끌어올린 헝가리에선 ‘한부모 센터’가 비혼 가정을 지원하고 있다. 비혼 가정의 아이들을 위한 여름 방학 캠프, 돌봄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국내에서도 시행을 앞둔 ‘양육비 선지급제’는 유럽에선 이미 정착된 지 오래됐다. 벨기에는 비혼 등 한부모 가정에서 상대방 부모가 1년간 최소 2개월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정부가 양육비를 선지급한다. 다만 월 소득 2200유로(약 325만 원) 이하인 가정에만 적용해 저소득층 한부모를 보호한다. 아일랜드에는 ‘한부모 가족 지급금(OFP)’이란 제도도 있다. 싱글맘이나 싱글대디가 근로자면 이 제도에 따라 세액공제와 함께 의료비나 임차료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국내도 비혼 출산 증가세” 한국의 경우 통계청의 ‘2023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외 출생아는 전체 출생아의 4.7%인 1만900명 수준이다. 2019년 2.3%와 비교해 2배로 늘었다. 최근 정부가 부모 대신 아동에게 정책 초점을 맞추면서 비혼 출산 가정이 받는 불이익은 빠르게 사라지는 추세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지원하는 아동수당, 부모급여, 육아휴직 등의 육아나 일-가정 양립 지원 제도는 부모의 혼인 여부와 무관하게 지원된다. 하지만 한부모 가족이 아동 양육비를 지원받으려면 올해 기준 중위소득 63% 이하에 해당돼야 한다. 2인 가구 기준으로 월 소득이 232만 원 이하여야 하는 것. 지원 금액도 월 21만 원(2025년 23만 원) 정도다. 아이를 혼자 키우는 양육자의 부담을 덜기 위해 양육비를 먼저 지원하고 비양육자로부터 돌려받는 ‘양육비 선지급제’는 내년 7월부터 시행된다. 전문가들은 전통적 가족의 가치를 중시하는 여론과 변화하는 상황에 맞게 사회적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여론이 둘 다 있는 만큼 관련 논의가 지금이라도 활발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저출산 시대에 이른바 ‘정상 가족’이란 고정된 틀을 깨고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을지에 대한 사회적 컨센서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저는 ‘비혼 싱글맘’이지만 ‘기혼 커플’처럼 정부가 제공하는 육아 혜택을 누렸어요.”프랑스 파리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비혼 워킹맘’ 소피 올리비에 씨(44)는 일곱 살 딸 한 명을 홀로 키우고 있다. 결혼이나 동거를 법적으로 인정해주는 시민연대협약(PACS) 없이 순수하게 비혼 상태에서 아이를 낳았다. 연인과 함께 동거 중에 아이를 낳았다가 아이가 두 살일 때 헤어졌다. 올리비에 씨는 “출산 전 정부가 지원하는 각종 진료비와 검사비, 아이가 세 살이 될 때까지 지급되는 육아수당 등은 기혼 여성과 똑같이 다 받았다”며 “연인과 별거를 시작했을 때 부모님은 내 결정을 존중해줬다. 나중에 내 딸이 비혼으로 홀로 아이를 키운다 해도 문제 될 게 없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에서 배우 정우성 씨로 인해비혼 출산에 대한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비혼 출산 비율이 절반을 넘으며 일반화되고 있는 유럽 국가들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신생아의 약 63.9%가 비혼 부모에게서 태어나는 프랑스에선 정부의 육아 혜택이 혼인 여부와 상관없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체코와 헝가리 같은 비혼 출산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유럽 국가들도 최근 비혼을 아우른 ‘한부모 가정’ 지원 정책을 다양하게 내놓기 시작했다.● 비혼 적은 헝가리도 ‘한부모 센터’프랑스는 신생아 중 비혼 부모에게서 출산된 비율이 2022년 기준 64%에 육박한다.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1위다. 하지만 부모의 법적 상태가 미혼이든 기혼이든 동일한 육아 지원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비혼이라고 해서 특별히 지원을 받을 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지도 않는다. 대표적으로 아이가 3세일 때까지 지급되는 가족수당(CAF)과 첫 아이 기준 최대 6개월인 유급 육아휴직 등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비혼 출산 비중이 57.8%로 절반이 넘는 스웨덴도 비혼 부모가 아이 한 명당 최대 480일간 지급되는 부모 수당을 제약 없이 받을 수 있다. 다만 수당은 부모의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화된다. 독일에선 비혼 출산 비중이 33.5%지만, 역시 비혼 가정도 상당한 보호를 받는다. 비혼 부모도 자녀 출생 뒤 최대 14개월간 소득에 따라 결정되는 부모 수당을 받는다. 수당은 대개 급여의 65~67%가량이다.비혼이 서유럽만큼 보편화되지 않은 동유럽 국가들도 최근 비혼 출산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출산율이 2022년 1.62명으로 한국(0.78명)의 2배가 넘는 체코는 최근 ‘2022~2030년 아동보장을 위한 국가 행동계획’을 마련했다. 비혼을 포함한 한부모 가정의 유치원 및 방과후 서비스를 위한 지원금과 무료 급식을 제공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이민 정책 대신 출산 지원을 강화해 출산율을 2011년 1.23명에서 2021년 1.59명으로 끌어올린 헝가리에선 ‘한부모 센터’가 비혼 가정을 지원하고 있다. 비혼 가정의 아이들을 위한 여름 방학 캠프, 돌봄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국내에서도 시행을 앞둔 ‘양육비 선지급제’는 유럽에선 이미 정착된지 오래됐다. 벨기에는 비혼 등 한부모 가정에서 상대방 부모가 1년간 최소 2개월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정부가 양육비를 선지급한다. 다만 월 소득 2200유로(약 325만 원) 이하인 가정에만 적용해 저소득층 한부모를 보호한다. 아일랜드에는 ‘한부모 가족 지급금(OFP)’이란 제도도 있다. 싱글맘이나 싱글대디가 근로자면 이 제도에 따라 세액 공제와 함께 의료비나 임대료 지원도 받을 수 있다.● “국내 비혼 지원 가능하나 충분치 않아”최근 국내에서도 부모가 아니라 아동에 정책 초점을 맞추면서 비혼 출산 가정이 받는 차별은 빠르게 사라지는 추세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지원하는 아동수당, 부모급여, 육아휴직 등의 육아나 일가정 양립 지원 제도는 부모의 혼인 여부와 무관하게 지원된다.하지만 정부 지원 자체가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한부모 가족이 아동 양육비를 지원받으려면 올해 기준 중위소득 63% 이하에 해당돼야 한다. 2인 가구 기준으로 월 소득이 232만 원 이하여야 하는 것. 지원 금액도 월 21만 원(2025년 23만 원)에 그치고 있다.다만 정부는 아이를 혼자 키우는 양육자의 부담을 덜기 위해 양육비를 먼저 지원하고 비양육자로부터 돌려받는 ‘양육비 선지급제’를 내년 7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비혼 출산 가정에 대한 편견을 바꾸려면 이른바 ‘정상 가족’이란 인식의 틀을 깨고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21대 국회에서 비혼 등 새로운 유형의 가족 형태를 인정하는 내용의 ‘생활동반자법’이 발의됐지만 종교계 등의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사진)이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이 승인된다면 러시아에 점령된 영토를 즉각 되찾지 못해도 휴전 협상이 가능함을 시사했다.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에 정식 취임한 뒤 휴전 협상 압박이 가해질 것을 고려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영국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쟁의 과열 국면을 멈추고 싶다면 우리가 통제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영토를 나토의 보호 아래 둬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빨리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러면 우크라이나 점령지는 우크라이나가 외교적 방법으로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카이뉴스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영토 일부 점령을 받아들이는 휴전 협상에 참여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휴전 협상에서 러시아에 빼앗긴 우크라이나 동부 영토가 제외될 수 있다는 점을 수용하는 듯했다고도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우크라이나는 나토 가입을 서두르고 있는 분위기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교장관도 이날 나토 회원국들에 다음 달 3, 4일 열리는 나토 외교장관 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절차의 첫 단계인 ‘가입 초청’을 지지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공개서한을 보냈다. 일부 나토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면 러시아와의 갈등이 고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군 지휘부 인사도 일부 단행했다. 이날 그는 북동부 하르키우 전선을 책임지던 미하일로 드라파티 소장을 새로운 육군 사령관으로 임명했다고 RBC우크라이나가 보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얼마 전 만난 76세의 프랑스인 원로 학자는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한 전쟁이 터질까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인 1948년에 태어나 전쟁을 모르고, 그렇기에 경험 못 한 전쟁이 더욱 두렵다는 이야기였다. 이때는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파병됐다는 사실이 알려진 무렵이었다. 유럽인들은 ‘먼 나라’ 북한의 군인 1만여 명이 유럽 대륙에 진입했다는 소식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러시아가 북한의 지원에 힘입어 우크라이나는 물론이고 주변 유럽 국가들도 공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주프랑스 한국대사관과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가 마련한 북한 인권 세미나에서도 전문가들은 “이제 북한 문제는 한반도만이 아니라 세계의 문제가 됐다”는 말을 반복했다.유럽, 자국민에겐 강하고 구체적인 경고 더욱 뚜렷해진 전쟁 위협 속에 유럽 국가의 수장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우선 대내적으론 강한 어조로 확실하게 위험을 공유한다. 유럽의 안보를 책임지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마르크 뤼터 사무총장은 지난달 6일 낸 성명에서 “북한군이 유럽 영토에 있다는 점은 확실히 역사적”이라며 “우린 이미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닥친 파괴보다 훨씬 더 어두운 무언가의 위기에 처해 있는가”라고 자문했다. 북한군 파병의 엄중함을 강조하면서 우크라이나보다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음을 경고한 셈이다. 유럽 수장들의 대내적인 메시지는 강하면서도 구체적이다. 나토의 군사위원회 의장인 로프 바우어르 네덜란드 제독은 지난달 2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유럽의 기업들을 향해 전시 상황에 대비해 생산과 유통 방식을 조정할 것을 촉구했다. 유럽 국가들은 국민들에게도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알리고 있다. 200년 넘도록 중립 노선을 이어오다 올 2월 나토 회원국으로 합류한 스웨덴은 지난달 ‘위기·전쟁 시 행동 요령’이란 제목의 32쪽 분량의 책자를 각 가정에 발송하기 시작했다. 러시아와 1340km의 국경을 맞댄 핀란드도 다양한 위기 상황에 대비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웹사이트를 개설했다.러시아엔 모호한 발언, 자극 피하기 자국민들에게 직설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를 향해선 오히려 간접적이고 모호하게 발언한다. 러시아를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다. 우크라이나가 지난달 20일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 개발한 장거리 미사일 ‘스톰섀도’로 러시아 본토를 처음 타격했을 때 영국 정부는 타격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았다. 외신들이 일제히 타격 사실을 보도하고 있는 와중에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작전상 문제를 언급하지 않겠다. 그렇게 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만 승자로 만들어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휴전 중인 북한과 국경을 맞댄 한국은 북한이나 러시아를 향해 어떤 메시지를 보내고 있을까.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정보원이 북한군 파병 사실을 확인한 지 일주일도 안 돼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에 러시아는 양국 관계가 파괴될 수 있다며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반면 국민과 기업을 향해 전쟁 위험을 어떻게 준비하자는 목소리는 뚜렷이 들리질 않는다. 전쟁을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지만 북-러 군사 공조로 지정학적 위험이 새로운 국면을 맞은 만큼 우리도 내부적으로 좀 더 명확하게 소통하고 외부적으론 외교적인 수사에 더욱 노련해질 필요가 있다. 조은아 파리 특파원 achim@donga.com}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이 승인된다면 러시아에 점령된 영토를 즉각 되찾지 못해도 휴전 협상이 가능함을 시사했다.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에 정식 취임한 뒤 휴전 협상 압박이 가해질 것을 고려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영국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쟁의 과열 국면을 멈추고 싶다면 우리가 통제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영토를 나토의 보호 아래 둬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빨리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러면 우크라이나 점령지는 우크라이나가 외교적 방법으로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스카이뉴스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영토 일부 점령을 받아들이는 휴전 협상에 참여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분석햇다. 이 매체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휴전 협상에서 러시아에 빼앗긴 우크라이나 동부 영토가 제외될 수 있다는 점을 수용하는 듯했다고도 전했다.트럼프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우크라이나는 나토 가입을 서두르고 있는 분위기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도 이날 나토 회원국들에 다음달 3, 4일 열리는 나토 외무장관 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절차의 첫 단계인 ‘가입 초청’을 지지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공개서한을 보냈다. 일부 나토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면 러시아와의 갈등이 고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젤렌스키 대통령은 군 지휘부 인사도 일부 단행했다. 이날 그는 북동부 하르키우 전선을 책임지던 미하일로 드라파티 소장을 새로운 육군 사령관으로 임명했다고 RBC우크라이나가 보도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어린 북한군들이 김정은의 ‘돈벌이’로 러시아에 파병되고 있습니다.” 탈북민 출신으로 영국에서 인권운동가로 활동 중인 박지현 씨(56·사진)는 27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프랑스국제관계연구소(IFRI)에서 열린 ‘북한인권세미나’에서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월급이 한 명당 1500달러(약 209만 원), 전쟁에 직접 참여하면 2500달러(약 348만 원), 숨지면 1만 달러(약 1400만 원)란 얘기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월급은 군인 가족이 아닌 김정은에게 간다”며 “김정은은 오직 이 돈에 관심이 있다”고 덧붙였다. 1968년 함경북도 청진에서 태어나 청진농업대를 졸업한 뒤 고교 수학교사로 지냈던 박 씨는 1998년 아이와 함께 어렵게 북한에서 탈출했다. 또 2008년 영국으로 망명했다. 그는 채세린 작가와 탈북 과정과 북한 인권 현실을 담은 책 ‘가려진 세계를 넘어’를 3년 전 펴냈다. 주프랑스 한국대사관과 IFRI가 함께 마련한 이번 세미나에서 박 씨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중단될 때 북한 포로를 북한으로 돌려보내선 안 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전쟁이 중단됐을 때 제네바 협약에 따라 이들이 북한에 송환되면 처벌받을 수 있어 해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씨는 북한이 러시아 파병을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는 점에 대해 “파병 갔다 사망한 군인의 부모들이 항의하고 내부 반란이 일어날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산타 할아버지를 찾습니다.” 다음 달 성탄절을 앞두고 프랑스의 크리스마스 마켓, 주요 쇼핑센터, 학교 등에서 ‘산타 구인난’이 벌어지고 있다고 현지 BFM TV, RTL라디오 등이 27일 보도했다. 고물가와 저성장 등으로 유통업계의 크리스마스 특수가 예전 같지 않고 산타 대행 등 일용직의 임금 수준 또한 낮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남동부 론알프스 일대에서 이벤트 기획사를 운영하는 로린 바르톨 대표는 올겨울 쇼핑센터, 지방 당국 및 민간 기업에서 열릴 크리스마스 행사에 참여할 23명의 산타를 모집했다. 그러나 지원자가 부족해 산타를 다 구할 수 없었고 이 중 10건의 계약을 거절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동부 알자스 일대에 본사를 둔 기획사 ‘오르메디아’는 올 10월부터 산타 후보를 모집했다. 역시 지원자가 충분하지 않자 최근에는 소셜미디어에 구인 공고를 냈다. 오르메디아 측은 대중과 접촉하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성실하고 범죄 기록이 없는 산타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고 했다. 특히 산타 업무가 지속가능한 일이 아닌 1년에 딱 한 번 하는 일회성 계약일 때가 많아 사람 찾기가 더 어렵다고 털어놨다. RTL라디오 역시 아이들이 진짜 산타 할아버지라고 믿으려면 특정 연령, 건장한 체격, 깊은 목소리, 설득력 있는 몸짓 등 여러 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진단했다. 중서부 푸아티에, 남부 카르카손, 중부 샤토루 등의 임시 직업소개소 웹사이트 등에도 산타를 포함한 크리스마스 행사 관련 구인 광고가 쏟아지고 있다고 BFM TV는 전했다. 또 다른 기획사 ‘인테림 스펙타클’ 측은 프랑스 전역에서 간신히 50명의 산타를 찾았지만 추가로 100명을 더 찾아야 한다고 공개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