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이정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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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 현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이 땅에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정책의 흐름을 정확하고 빠르게 따라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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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23~2025-12-23
칼럼94%
선거3%
미국/북미3%
  • 태아에 엄마 배고픔 대물림… 두뇌 장애 등 평생 후유증 고통

    《 기차역 바닥에서 낳은 아기는 사람 같지 않았다. 너무 작고 쭈글쭈글했다. 옆에서 출산을 돕던 행인 할머니가 쓰레기통 근처에서 주워온 유리조각으로 탯줄을 잘랐다. 아기가 감염될까 순간 걱정됐다. 엄마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상상해서는 안 되는 생각이 밀려들었다. ‘아가야, 차라리 이대로 죽어버리는 게 낫지 않겠니.’ 이순실 씨는 36세이던 2004년 11월 양강도 혜산시 혜산역 보일러실에서 그렇게 출산했다. 》임신했을 때 그는 풍찬노숙(風餐露宿)하는 성인 꽃제비였다. 제대로 먹지 못해 생리가 불순하다 보니 임신할 줄도 몰랐다. 먹은 게 없어 젖도 나오지 않았다. 이 씨는 하혈하면서 아이를 안고 장마당에 나가 구걸을 했다. 측은하게 여긴 사람들이 갖다 준 국수 국물과 희멀건 강냉이죽을 아기에게 먹였다. 2008년 탈북해 한국에 들어온 이 씨는 30일 기자에게 이 처참한 경험을 회고하다가 목이 메어 계속 말이 끊겼다. 그는 탈북 과정에서 그렇게 힘들게 키워온 아이를 잃어버렸다.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진짜로, 반드시 남한에서 태어나 남한 여자들처럼 건강한 애를 낳고 싶어요.” 이 씨는 다시 울기 시작했다. ○ 엄마 배 속에서부터 굶고 허약한 북한 아이들 북한에서 영·유아들 못지않게 지원이 절실한 취약계층은 임산부다. 최근 유엔보고서에 따르면 영·유아를 둔 어머니의 31.2%가 빈혈 증세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0여 년 전 북한에서 자녀를 출산한 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장은 “내 옆의 침대에 있던 한 산모는 못 먹어서 1.8kg짜리 애를 낳았는데 너무 작고 새카매서 쥐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탈북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금도 상황이 별로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임신 기간 중 영양 부실은 각종 합병증을 야기하고 조산아와 미숙아 출산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아기의 성장을 지연시킬 뿐만 아니라 두뇌를 비롯한 여러 부분의 발달장애 및 인지장애를 낳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강재헌 인제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엄마가 제대로 못 먹어서 태아도 뱃속에서 영양이 부족하게 공급받았을 경우에 그 아이도 저체중으로 자라게 될 뿐 아니라 성인기가 됐을 때 심장질환이나 당뇨병 같은 대사질환, 성인병 발병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최근 발표한 ‘2013 인간개발지수(HDI)’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기준 북한의 0∼1세 영아 사망률은 1000명당 26명, 0∼5세 영·유아 사망률은 33명에 달했다. 남한은 각각 4명과 5명에 불과하다. 북한의 영·유아 사망률이 남한의 6배가 넘는 셈이다. 출생아 10만 명당 산모 사망 통계인 모성사망률 역시 북한은 77명으로, 남한(16명)의 약 5배인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은 1990년대에는 10만 명당 54명이었다. 모성사망률이 개선되지 못하고 오히려 40% 이상 증가했다. 이순실 씨와 함께 압록강 다리 밑에서 꽃제비 생활을 하던 한 여성의 아기는 태어난 지 20일 만에 죽었다. 기온이 확 내려간 초겨울의 어느 날 새벽에 일어나 보니 아기가 딱딱한 돌처럼 굳어 있었다. 머리를 땅에 찧으며 오열하는 엄마를 보고 압록강 다리를 지키던 북한 군인들이 툭 던진 한마디를 이 씨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거 봐, 오늘 춥다고 했잖아. 오늘쯤 죽을 줄 알았어….”○ 영아기의 영양결핍은 평생의 치명적 손상 출생 후 아이를 키우는 일은 더 막막하다. 생필품도 부족한 북한에서 분유를 구하는 것은 소수 특권층에만 허락되는 특혜다. 대부분의 산모는 산후조리는커녕 제대로 먹지 못하기 때문에 모유가 충분히 나오지 않는다고 탈북 여성들은 증언한다. 강냉이죽을 떠먹이다 아이가 설사병에 걸려 탈수증세 때문에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어린이가 한창 성장해야 할 결정적인 시기에 필수 영양소를 공급받지 못하면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되고, 이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회복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엔은 올해 북한식량 실태 보고서에서 “태아의 성장 부진과 생후 2년 동안의 만성 영양실조는 회복할 수 없는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어른이 된 후에도 키가 작고 교육 성취도도 낮게 되며 이는 소득 감소, 생산성 감소 등의 문제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국제보건기구(WHO)를 비롯한 국제기구와 구호단체들은 북한 임산부들의 지원에 크게 신경을 쓰고 있다. 유엔인구기금(UNFPA)은 4월 유엔 산하 중앙긴급구호기금(CERF) 50만 달러를 들여 북한 보건시설 300여 곳에 산모용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지원했다. 철분과 엽산 같은 필수 영양제도 국제기구를 통해서 공급되고 있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국제기구들이 지원을 끊는 순간 북한의 취약계층은 열악한 영양과 위생 문제에 더욱 심각하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도 이런 현실을 파악하고 있는 만큼 북한 취약계층의 인도적 지원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정은·이샘물 기자 lightee@donga.com}

    • 2013-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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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준비해야 하나 된다]남북 체구 차이가 통일후 갈등 부를 수도

    북한 어린이들의 영양결핍 문제가 장기화할 경우 미래 한국사회의 큰 사회적, 경제적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남북 사람의 외형적인 체구 차이가 차별을 낳고 그 차별이 북한 출신들의 사회적 부적응으로 이어지면서 남북통합 과정에서 심각한 갈등과 충돌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통일의학센터 박상민 교수는 “북한 어린이들의 부실한 영양 상태와 성장과정이 최종적으로는 키로 나타나고 있다”며 “사람의 키가 사회적 계급을 나타내는 지표가 된다는 해외 연구 결과도 있는 만큼 이는 향후 우리 사회의 계급 문제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담을 받으러 오는 탈북 청소년들은 왜소한 몸에 대해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심리적 트라우마(상처)가 있다”고 덧붙였다. 탈북자 A 씨의 경우 스무 살이 되던 2010년 키를 크게 해준다는 전기자극 치료를 받았다. 남들보다 왜소한 몸집이 뭔가 빈약하고 모자라 보이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 같아서 심리적으로 많이 움츠러들던 때였다. 키를 크게 해준다는 시술은 효과도 검증되지 않은 불법 의료행위였지만 그는 정착지원금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심리적 상처를 치유하려다 더 큰 상처를 입게 된 셈이다. 통일 후 의료비 급증 등 비용적인 측면에서 떠안게 될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만성영양결핍을 겪어 온 사람들은 대부분 만성질환에 취약하기 때문에 갑자기 과도한 영양을 공급받게 되면 비만과 당뇨병 등 성인병에 걸리게 될 확률도 높다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 동서독 통일 후 1990년대 동독지역에서 과체중과 비만인 어린이의 비율이 급격히 증가했다. 서독 주민보다 작았던 동독 주민들의 평균 키는 통일 이후 좁혀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완전하게 극복되지 못했다는 것이 독일학계의 연구 결과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 2013-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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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곯는 北어린이, 南보다 19cm 작아… ‘다른 인종’ 우려

    《 북한을 탈출한 15∼23세 꽃제비 9명이 라오스에서 중국으로 추방됐다가 곧바로 강제 북송된 비극적 사건이 발생했다. 대부분 부모 없는 고아인 것으로 알려진 이들은 왜 사선(死線)을 넘나드는 모험을 감행했던 것일까. 이들은 라오스 이민국의 조사 과정에서 “북한에서 배고파 죽느니, 죽을 각오로 한국에 가려고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아일보는 북한의 대표적 취약계층인 어린이 및 영유아, 임산부 등의 참담한 현실을 진단하는 상하 시리즈를 마련했다. 동아미디어그룹의 연중기획 ‘준비해야 하나 된다-통일코리아 프로젝트’ 7대 다짐 중 하나인 ‘북한 어린이는 통일코리아의 미래다’를 실천하려는 의지도 담았다. 이 시리즈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후원한다. 》2012년 북한 양강도 혜산시의 장마당. 13세 유진이(가명)는 하루 종일 쭈그리고 앉아 콩나물을 팔았다. 2006년 돈을 벌어오겠다며 나간 엄마의 소식이 끊긴 후 학교를 더 다닐 수 없었다. 거동이 불편한 이모의 집에 얹혀살면서 생계를 해결해야 했다. 늘 배가 고팠다. 하루 세 끼를 먹은 날이 기억에 없다. 한두 끼도 불린 국수나 강냉이밥으로 때운 적이 많다. 아예 끼니를 거르는 날도 적지 않았다. 사흘을 내리 굶어 힘없이 누워만 있었던 적도 있다. 팔고 있던 생콩나물을 씹어보기도 했다. 장마당에서 파는 ‘인조고기밥’은 그저 쳐다만 봤다. 콩을 고기처럼 갈아 넣고 만든 인조고기밥은 유진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다. 유진이는 지난해 말 두만강을 건너 탈북했다. 먼저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엄마가 8번째 시도 만에 탈북 브로커를 통해 딸을 북한에서 빼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유진이는 먹고 싶은 음식을 묻는 엄마에게 제일 먼저 “인조고기밥이 먹고 싶다”고 했다. ○ 김정은보다 무서운 굶주림북한의 식량 사정은 2012년 김정은 체제의 본격 출범 이후 나빠지는 추세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해 북한의 식량부족량을 약 50만 t으로 예상했으나 올해 2월 이를 65만7000t으로 늘려 잡았다. 만성적인 식량난이 계속될 경우 280만 명의 주민이 끼니를 거르는 식량부족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5월 초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발표한 대북사업 평가보고서도 올해 1분기(1∼3월) 조사대상 북한 가정(87개)의 80%가 영양부족 상태를 겪고 있다는 결과를 내놨다.북한의 영유아를 비롯한 취약계층은 이런 식량부족 문제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올해 3월 유엔아동기금(UNICEF)과 WFP 등이 공동 발표한 북한식량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인 북한 어린이의 27.9%인 47만5868명이 만성화된 영양결핍 문제를 겪고 있다. 이 중 8.4%는 심각한 상태였다.엄마와 함께 탈북한 후 대안학교 ‘물망초학교’에 다니는 5세 박재원(가명) 군은 입학 초기 배가 아프다며 데굴데굴 굴러서 교사들을 당황하게 했다. 허기진 생활에 익숙해 있던 박 군이 갑자기 많은 양의 음식을 먹은 뒤 장에 탈이 난 것. 이 학교를 운영하는 박선영 물망초재단 이사장은 “아이들의 장 기능이 크게 떨어져 있어 소화 문제가 자주 생기고 병원에서 관장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북한 어린이들은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동시에 영양부족으로 인한 각종 질병에도 시달린다. 북한에서 꽃제비 생활을 하다 지난해 말 탈북한 8세 김진혁 군의 경우 최근 건강검진에서 결핵 판정을 받았다. 과거 장마당에서 음식찌꺼기를 주워 먹으며 험한 생활을 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 이대로 가면 ‘같은 민족, 다른 인종’의 비극 온다영양이 부족해 성장하지 못하는 북한 어린이들의 몸집은 점점 작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유진이(13)의 체구는 남한 어린이 9, 10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또래 평균(156cm)보다 키가 무려 30cm가량 작다.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의 2011년 발표 자료에 따르면 남한의 만 11세 남자 어린이 평균 키는 144cm, 몸무게는 39kg인 반면 북한 어린이는 125cm, 23kg에 머물렀다. 남북의 키 차이가 19cm, 몸무게 차이는 16kg에 이른다. 서울대 윤지현 교수는 “단백질이나 탄수화물 같은 5대 기본 영양소나 비타민과 철분 요오드 같은 미량원소가 부족하면 아이들의 성장 발달은 물론이고 인지발달과 학습 능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남북한 어린이의 영양상태 및 이에 따른 발달 격차가 장기화되면 사실상 인종이 바뀐다고 느낄 만큼 심각한 편차가 생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후생유전학(epigenetics)’ 혹은 ‘후성유전학’의 관점에서 이를 설명할 수 있다.아주대병원 의학유전학과 정선용 교수는 “(분단 이후) 60여 년밖에 안 흘렀기 때문에 남북 간에 유전적인 변화가 일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영양상태의 차이에 따라 어떤 유전자는 발현이 더 잘되고 안 되고 하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2013-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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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준비해야 하나 된다]“영유아 인도적 지원은 통일비용 줄이는 일”

    “북한 어린이들의 영양 부실과 이에 따른 발육지연은 일부 개선됐다고 해도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심각하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계속 관심을 갖고 개입해야 합니다.” 데지레 용스마 유엔아동기금(UNICEF) 북한 대표(사진)는 “성장기 영양 부족으로 인한 인지적, 신체적 손상은 때로 영구적으로 남는다”며 대북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평양에 거주하며 올해 상반기 유엔의 북한 식량실태 조사에 참여한 용스마 대표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생후 1000일(약 만 3세)까지 영양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면 되돌릴 수 없는 발육부진의 문제가 생기고 학습능력도 떨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영유아 단계에서의 인도적 지원은 식량부족으로 인해 나중에 치러야 할 경제적 사회적 비용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부담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임산부 지원에 대한 필요성도 강조했다. 출산 후 6개월까지는 집중적으로 모유 수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고, 임신 전부터도 비타민과 무기질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2013-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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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中통과비자 이용 하루만에 강제북송

    라오스에 추방된 뒤 중국을 거쳐 강제 북송된 탈북 청소년 등 9명은 북-중 접경지역 특히 양강도 혜산시에서 꽃제비 생활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15세와 16세 소녀가 둘이고 남자 7명은 △23세 △20세(2명) △19세 △18세(2명) △16세로 파악됐다. 탈북자들은 한두 명씩 중국 지린(吉林) 성 창바이(長白) 현 등으로 넘어와 변경지역을 떠돌다 선교사 부부를 만났다. 선교사 부부는 이들을 비교적 안전한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으로 데려와 돌봤다. 선교사 부부는 인원이 늘어나자 이달 초 버스를 빌려 번호판을 바꿔가며 열흘 동안 중국 남쪽으로 이동해 라오스 국경을 넘었다. 여름 장마가 오기 전에 메콩 강을 건너 6월 전에는 한국대사관으로 들어가겠다는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 영주권자인 선교사 부부가 라오스 지리를 잘 몰랐던 탓에 라오스 국경수비대의 검문검색을 피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007 작전’처럼 전광석화로 이뤄진 강제 북송 북한 당국이 ‘꽃제비’ 생활을 하다가 탈북한 뒤 라오스에서 적발된 이들 9명을 라오스 정부로부터 인도받은 지 하루 만에 비행기를 3번 이용하면서 곧바로 북으로 압송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북한은 중국을 거치면서도 중국의 법망을 교묘히 따돌려 중국이 개입할 여지를 주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사실상 처음 공개된 대규모 탈북 사건이다. 북한 당국은 중국도 아닌 제3국에서 이들을 전격 압송하는 데 성공하면서 체제 단속 시스템이 강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베이징(北京) 소식통은 “김정은 정권은 탈북을 대표적 체제 위협 행위로 규정해온 만큼 이번 강제 북송은 탈북 움직임을 막는 데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당국으로서는 속전속결식 북송이 최선책이었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현재 라오스에선 평양으로 가는 비행기 직항이 없다. 선박을 이용할 경우 몇 달이 걸리고, 게다가 국제사회가 관심을 갖는 인권 문제로 확대되면 북한 정권에는 상당한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북한은 타국을 경유하되 해당 국가의 법률에 저촉되지 않고 최대한 신속하게 북송하는 ‘통과비자’라는 방법을 찾아냈다. 통과비자는 24시간 안에 제3국으로 출국하는 비행기 티켓이 있는 경우 중국에선 도착 후 심사 없이 받을 수 있다. 도시 2개까지는 경유가 가능하다. 과거 이런 사례는 거의 없었다. 탈북자 북송 사건은 중국 내에서 중국 당국에 적발되는 탈북자에 국한됐다. 중국은 한국공관 진입에 성공한 탈북자들의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한국행을 묵인해 왔다. ○ 일반 꽃제비보다 처벌 수위 높아질 듯 북한이 북송된 탈북 청소년 등을 어떻게 처벌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지금까지 북한 당국은 미성년 꽃제비인 경우 중국에서 북송돼 왔어도 훈계 처벌만 하고 꽃제비 집단 수용소인 구호소에 보내곤 했다. 하지만 이번 경우엔 한국으로 향하다 체포됐다는 점, 선교사와 함께 오랫동안 머무르며 기독교의 영향을 받았던 점 때문에 처벌의 수위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만 18세가 지난 탈북 청소년의 경우 성인에 준한 처벌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으로 향하다 체포된 경우 일반적으로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간다. 북한이 지금까지 재입북 탈북자 기자회견 등을 통해 탈북자들을 국정원의 배후 조종으로 납치돼 억지로 남쪽으로 끌려간 사람들이라고 주장해 왔던 점을 감안할 때 이번 탈북 청소년 등이 북한 당국의 이용물이 될 가능성도 있다.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 김정은은 올 들어 탈북 꽃제비 문제가 한국과 국제사회의 이슈가 되자 “탈북 꽃제비를 근절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북-중 국경 마을에 주민 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고, 일부 마을을 소개(疏開)했으며 국경에 초소를 더욱 촘촘히 배치하고 철조망을 세웠다. 또 휴대전화 추적 장비를 도입해 국경을 오가는 통신을 단속했다. 이 때문에 탈북자가 크게 감소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북한 보위부 해외반탐처인 3처는 최근 탈북자 귀환 특수 공작조를 만들어 해외에 파견했으며 중국 당국도 이에 적극 협력하고 있다고 한다.베이징=이헌진·고기정 특파원, 주성하·이정은 기자 mungchii@donga.com}

    • 2013-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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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시모토 “위안부 강제동원 증언 신빙성 의문” 또 망언

    하시모토 도루(橋下徹·사진) 일본 오사카(大阪) 시장 겸 일본유신회 공동대표가 27일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과 관련한 피해자들의 증언은 신빙성에 의문이 있다”며 또다시 망언을 이어갔다. 일본의 위안부제도에 대해 수차례 사과하면서도 “일본 정부나 군이 조직적으로 여성을 납치하거나 인신매매한 증거는 없다”며 기존 주장을 꺾지 않았다. 이 같은 그의 발언에 대해 해외 언론뿐 아니라 일본 언론도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번 기자회견은 하시모토 시장이 앞서 13일 “전쟁 중에 위안부제도는 필요했다” “주일 미군이 풍속업(향락업)을 활용하면 좋겠다”고 말해 국제적으로 비난을 받은 데 대해 “진의를 밝히겠다”고 해 이뤄졌다. 먼저 하시모토 시장은 “언론이 나의 말을 오해했다”는 주장부터 펼쳤다. 그는 “2차 대전 때 주요 국가들이 위안부제도를 운영했다.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때 한국군에서도 성(性) 문제는 존재했다. 그 맥락에서 (위안부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며 “하지만 위안부를 모집한 일본은 반성하고 위안부에게 사죄해야 한다는 게 나의 진의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회견에서 ‘반성’과 ‘사과’라는 용어를 각각 다섯 번이나 써가며 납작 엎드렸다. 하지만 과거사를 부정하는 본심을 숨기지는 못했다. 그는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연행을 인정한 고노담화에 대해 “증언은 신빙성에 의문이 있다. 고노담화는 정치적 타협의 결과”라고 규정했다. 이어 고노담화의 대부분 사실을 인정한다고 말하면서도 “정부나 군이 조직적으로 관여한 것은 명확하지 않다. 이게 문제의 핵심이기 때문에 고노담화가 좀더 명확하게 그 문제를 기술해야 한다”고 수차례 반복했다. 하시모토는 또 자신의 견해를 정리한 발표문을 통해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배상 문제와 관련해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법적 청구권 문제가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측에서 이견이 있다면 국제사법재판소에 호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명칭) 문제를 포함해 국제사법재판소 등에서 해결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하시모토 시장이 “반성한다”고 하면서도 과거사를 부정하는 발언을 이어가자 기자들 사이에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기자가 “다시 태어난다면 남성으로 태어나겠느냐, 여성으로 태어나겠느냐”라고 묻자 하시모토 시장이 답을 하기 전에 좌석에서 “위안부로 태어나라”고 조롱했다. 다음 달 미국 방문을 앞두고 있는 하시모토 시장은 주일미군 지휘관에게 “병사들의 욕구 해소를 위해 풍속업을 더 활용하라”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발언을 철회하고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기자회견에서 풍속업에 대한 질문은 전혀 없었다. 회견이 끝난 후 한 일본 기자는 “하시모토 시장이 ‘국가의 직접적 관여’에 집착하고 문제를 축소하고 있다. 그럼 국가가 직접 관여하지 않으면 일본의 위안부제도가 문제없다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이날 공개질의를 한 20명 가까운 기자 중 하시모토 시장의 발언에 공감을 표시하는 기자는 한 명도 없었고 모두 비판적으로 질문했다. 한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7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취임 후 첫 내외신 합동기자회견에서 최근 일본 정치인들의 잇단 과거사 망언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외교수장으로서 이례적으로 높은 강도라고 느껴질 정도로 작심한 듯한 발언을 내놨다. 그는 “연이은 일본의 역사 퇴행적 행동이 정부의 한일 관계 개선 의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했고 “(일본에서 나오는) 여러 말은 국제사회의 상식에 어긋나는 민망하고 창피스러운 언급”이라고도 했다. 또 “일본의 태도가 개선되지 않으면 정상급은 물론이고 여타 고위급 교류도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도쿄=박형준 특파원·이정은 기자 lovesong@donga.com}

    • 2013-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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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대통령 “더 긴밀한 韓中공조로 北문제 해결”

    청와대는 북한 김정은의 특사로 중국을 방문한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의 행보와 내용을 예의주시해 왔다. ‘혹시나’ 했던 기대는 ‘역시나’ 실망감으로 끝났다는 게 청와대의 기류다. 어물쩍 대화 국면으로 넘어가려는 북한 특유의 상투적인 수법에서 별반 달라진 게 없다는 평가다. 박근혜 대통령은 27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대북 문제와 관련해 “그동안 북한의 도발 위협에 대해 일관된 기조를 유지해 왔다”며 “북한 문제를 풀기 위해 한중 간 더욱 긴밀히 공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최룡해 방중을 통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방향이 옳았다는 확신을 강하게 갖게 됐으며 중국에 대한 신뢰도 더욱 커졌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 靑, “최룡해의 대화 제의 진정성 없어”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은 자기네들 스스로가 위기 조성을 한 뒤 대화를 하자고 하면서 경제협력을 받고 은근슬쩍 본질적인 문제인 핵은 그대로 유지하는 수법을 써 왔다. 이번에도 변함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최룡해가 방중 기간에 제시한 대화 제의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조건으로 ‘경제발전과 핵무기 병진노선 포기’ ‘비핵화를 논의하는 대화’를 꼽고 있지만 북한은 최룡해 귀국 이후 기존 병진노선 고수를 주장하고 있다. 비핵화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취임 후 첫 내외신 합동 기자회견을 열어 “대화를 위한 대화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진정성 있는 태도로 구체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북한의 태도 변화가 선행돼야 대화에 응할 것이라는 정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미당 서정주의 시(詩)를 인용해 “소쩍새가 한 번 운다고 국화꽃이 피지는 않는다”고도 했다. ‘진정성 있는 태도’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그게 무엇인지는 북한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며 “9·19 공동성명 및 수차례에 걸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결의안에도 국제사회의 메시지가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최룡해 방중을 통해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북한의 변화를 촉구하는 것이 유효한 방법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는 평가다. 김정은이 중국에 특사를 보내 대화를 제의한 것도 중국을 비롯한 전 국제사회가 강하게 압박해 더이상 우군이 없고 개성공단 중단 등으로 경제 지원의 돌파구가 보이지 않게 되자 가능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빈프리트 크레치만 독일연방 상원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국제사회가 힘을 합해 단호하게 일관된 메시지를 북한에 보내 북한이 ‘도저히 이런 협박으로는 안 통하고 변할 수밖에 없구나’ 하도록 (변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23일 하이룰 탄중 인도네시아 경제협력위원장을 비롯해 최근 모든 외국 인사 접견 때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해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얻는 데 주력하고 있다. 청와대는 북한의 진정성만 확보된다면 6자회담을 비롯한 대화의 틀에 대해서는 유연한 편이다. 박 대통령은 대선 기간에도 공약에서 6자회담뿐 아니라 남북 간 협의, 한미중 3자 전략대화, 유엔이나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와의 협력 등 다각도로 대화를 모색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中, “북한은 우리 말도 잘 따르지 않는다”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최근 방중 의원단과 만나 “중국과 북한 양국은 일반국가 관계가 됐다”고 말한 것은 북-중 간의 전통적인 혈맹 관계를 끊겠다는 의미보다 그만큼 북한에 대한 중국의 실망감이 크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으로 보인다. 한 참석자는 “왕 부장은 ‘북한이 혈맹이라고 하지만 중국이 반대해도 북한이 저렇게 (핵개발을) 하고 중국 말도 100% 잘 따르지 않는다’고 말했다”며 “일반국가가 됐다는 건 중국이 모든 걸 해결할 수 없으니 미국과 한국 등 여러 국가가 함께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왕 부장은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북한에 식량도 끊고 유류도 끊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렇게 했는데도 (북한이) 지금과 같은 식으로 나가면 그 다음에 어떡할 거냐. 대안이 없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그가 “북한을 설득하는 데는 오히려 한국과 미국이 핵심”이라고 말한 것도 북한을 다루는 중국의 고심이 묻어나오는 대목이다. 청와대는 다음 달 말 한중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를 전제로 한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 대해 상호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다음 달 3, 4일에는 베이징에서 한중 차관급 전략대화가 예정돼 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언론에서는 북한의 대화 제의에 주목했지만 (이번 회동에서) 방점은 중국의 ‘비핵화’에 찍혀 있다”고 말했다. 홍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한반도 정책 3원칙’ 가운데 비핵화를 맨 앞에 거론해 중국이 어디에 무게를 두고 있는지 은연중에 강조했다. 동정민·이정은 기자 ditto@donga.com}

    • 2013-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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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최룡해 복귀 하루만에 “核-경제 병진 계속”

    중국에서 6자회담 재개 의사를 밝혔던 북한이 ‘핵과 경제 개발의 병진’ 노선을 재차 천명하며 하루 만에 태도를 뒤집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이후 처음으로 실명을 거론하면서 노골적인 대남 위협 발언 수위를 높였다.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은 25일 ‘북한의 경제·핵무력 건설 병진 노선이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무엄한 망발”이라고 발끈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특사로 방중한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귀국한 지 24시간이 조금 지난 시점이었다. 국방위는 “(경제·핵무력 건설 병진이라는) 이 노선이 있기에 미국의 거듭되는 핵공갈과 침략책동을 걸음마다 짓부수고 민족의 자주권과 존엄, 겨레의 안전을 믿음직하게 지켜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박근혜는 이 병진 노선의 전략적 위대성과 억만금 같은 무게를 전혀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기회에 박근혜를 비롯한 집권자들에게 주의를 환기시키지 않을 수 없으며 차후 움직임을 예리하게 지켜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을 향해 ‘요사스러운 언행’ ‘악담질’ 등의 표현도 동원했다. 아울러 노동신문은 26일 미국의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시험 발사를 비난하며 “우리는 반미 전면 대결전에서 최후승리를 이룩하기 위하여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을 구태여 숨기지 않는다”고 밝혔다.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최룡해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서 6자회담은 언급했지만 비핵화와 관련된 언급은 끝까지 하지 않은 채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북한의 의지만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경제적 지원을 노골적으로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의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며 협조를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이런 최룡해의 방중 결과를 우리 정부에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중국은 김정은 제1비서 특사의 방중 계획을 사전에 알려준 바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의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25일자 사설에서 “북한이 6자회담 등 적극적인 대화 의사를 표명한 만큼 한국 미국 일본도 북한의 이런 태도 변화에 호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패트릭 벤트렐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23일(현지 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이 대화를 원한다는 것을 적어도 긍정적인 신호라고는 보느냐’는 질문에 “성격을 규정할 정도로 충분히 알고 있지 않다”면서도 “북한은 국제 의무를 준수하겠다는 ‘의도의 진지함’을 보여줘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이정은·조숭호 기자·워싱턴=신석호 특파원 lightee@donga.com}

    • 2013-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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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보도선 6자회담 쏙 빠져… 진의 의구심

    최룡해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의 방중으로 최근 단절돼 있었던 북-중 고위급 교류가 물꼬를 트면서 양국 간의 관계 개선 및 이를 바탕으로 한 한반도 정세의 변화 계기는 일단 마련됐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이 곧바로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미 당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과의 대화 재개 조건으로 요구하는 ‘비핵화 사전조치’에 대해 아직 북한이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비핵화’ 언급 피하는 북한 조선중앙통신을 비롯한 북한 매체들은 25일 최룡해의 방중 사실을 보도하면서 북-중 우호관계를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대화 복귀’ ‘비핵화’ ‘6자회담’ 등의 단어는 소개조차 하지 않았다. 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최룡해가 방중 기간 군복을 입은 것과 관련해 “위풍당당한 군복 차림의 특사 일행은 궁지에 몰린 약한 모습이 아니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더구나 북한은 이날 처음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해 비난하며 ‘핵과 경제 개발 병진’ 노선을 고수했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대화의 진정성을 의심받는 상황이다. 민주당도 26일 박 대통령에 대한 북한의 원색적 비난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한미 당국은 북한이 다시 대화 테이블에 나오려면 최소한 비핵화 사전조치 등을 통해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미국과의 2·29합의 당시 △추가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모라토리엄 △영변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중단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복귀 등에 합의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의미하는 대화가 그동안 주장해온 군축 대화나 평화협정 체결 협상에 국한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섣불리 북한의 대화 제의를 받아들였다가는 ‘위협 후 대화공세 전환’이라는 패턴을 반복하며 핵개발의 시간을 벌어온 북한의 전략에 다시 말릴 수 있다는 경계심도 어느 때보다 강하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의 진의가 무엇인지 확인하기 전에는 대화 국면으로의 진입을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며 “탐색전이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당장 북한과의 대화 재개는 어려울 것”이라며 “지난해 4∼12월과 같은 ‘유사 안정(phony-stability)’ 상태가 다시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지난해 4월 미사일 발사에 실패한 이후 같은 해 12월까지 북한의 추가 도발과 협상 테이블로의 복귀 가능성이 동시에 거론되며 각종 억측을 낳았던 때와 비슷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동 걸리던 ‘한미중’ 삼각 협력 어디로? 애매모호한 북한의 대화 언급으로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대북 공조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중국은 최룡해의 방북에 대한 성의 표시 차원에서 옥수수 등 곡물을 지원하는 것 외에 북한이 주장하는 전승기념일(7월 27일·정전협정 체결일)에 추가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 이와 함께 대북 제재를 완화해주며 기존의 ‘한미 vs 북-중’의 구도를 재연하게 되면 최근 시동이 걸리는 듯했던 ‘한미중’의 3국 협력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정부는 다음 달 말 한중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는 만큼 북한과의 대화를 모색하게 된다고 해도 제재는 약화시키지 않는 ‘강화된 투 트랙’을 유지할 수 있도록 중국에 협조를 요청하는 등 외교적 단속에 나설 방침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미가 한쪽 편에, 북한이 그 반대편에 서 있다면 중국은 현재 그 중간 어디쯤 위치해 있다”며 “중국이 북한을 비핵화 협상까지 끌어낼 수 있도록 주변국들이 계속 설득하고 외교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숙 유엔주재 한국대표부 대사도 23일 언론 합동 인터뷰에서 “중국은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라는) 자신의 설득에 정면으로 도전한 데 대해 모멸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중국이 과거와 달리 쉽사리 북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이정은 기자·베이징=고기정 특파원 lightee@donga.com}

    • 2013-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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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국제사회에 또 식량-농기구 지원 요청

    핵개발 의사를 고수하며 대남 위협을 이어가고 있는 북한이 최근 국제사회에 식량과 농기구 등의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에서는 한반도 위협을 고조시키면서 뒤로는 해외 각국에 손을 내미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26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식량을 비롯한 인도적 지원은 물론이고 농기구와 비닐하우스 비닐 같은 농업 부자재를 유럽지역을 포함한 해외 각국에 요청하고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도 “북한이 해외 각국에 다시 아쉬운 소리를 하고 있다”며 “북한이 해외에 지원을 요청하는 일이 늘 있기는 하지만 이제껏 위기를 고조시켜 온 상황을 감안하면 경제사정이 크게 어려운 듯하다”고 말했다.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 2094호 시행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된 상태여서 지원을 받는 데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농기구 등 개발협력과 관련된 분야의 지원이나 인프라 투자는 어렵고 인도적 지원과 관련돼 제한적으로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북한에서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는 해외 비정부기구(NGO)들은 중국이 북한의 핵심 대외금융창구인 조선무역은행 제재에 나서면서 지원금을 송금할 길이 사실상 막혀 있다. 춘궁기의 부족한 식량문제에 직면한 북한은 모내기철을 맞아 모내기에 총력을 동원하고 있는 상태다. 최근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특사로 중국에 전격 파견해 대화 재개 의사를 밝힌 배경에는 어려운 경제사정도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2011년 봄에도 전 세계에 쌀을 비롯한 식량 지원을 요청하며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을 모색한 적이 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2013-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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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6자회담 재개를” 北“中건의 수용할것”

    북한이 특사 카드를 활용해 경색된 한반도 정세를 대화 분위기로 전환하려는 신호를 보이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 중인 최룡해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은 방중 이틀째인 23일 강한 대화 의지를 밝히고 첨단 산업단지를 둘러보는 등 온건한 행보를 이어갔다. 전날 군 인사를 대거 대동하고 군복 차림으로 방문길에 나선 것 때문에 나왔던 ‘군사 관련 의제에 집중하며 강경 발언을 쏟아낼 것’이라는 관측과는 동떨어진 행보다. 특히 이날 류윈산(劉雲山)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북한의 일방적 거부로 2008년 12월 중단된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촉구하자 최룡해는 “중국의 건의를 받아들여 유관 각국과 대화를 원한다”고 화답한 것도 이례적이다. 북한의 이런 태도 변화가 북핵 6자회담의 재가동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과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원하는 ‘유관 각국과의 대화’는 6자회담이 아닌, 결국 북-미 양자 대화 아니겠느냐”는 비관적 관측도 나온다.○ “비핵화 회담은 않겠다”던 북, 어떤 대화 원하나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2009년 7월 “미국과 그 동맹국이 조선의 주권을 존중하지 않아 6자회담은 영원히 끝났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북한은 수차례 회담 파탄의 책임을 한미 양국에 돌리며 복귀를 거부했다. 올해 들어 위협은 더욱 노골화됐다. 1월 23일 북한 외무성은 “앞으로 조선반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대화는 있어도 비핵화를 논의하는 대화는 없을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핵보유국으로서 군축회담은 가능해도 북한의 핵 포기 협상인 6자회담은 할 수 없다는 선언이었다. 이후 북한은 3차 핵실험을 단행했고 △정전협정 무효화 △남북 직통선 차단 △남북 불가침 선언 무시 △개성공단 가동 중단 등 일련의 위기 고조 조치들을 잇달아 시행했다. 4월 초에는 6자회담 이행 사항으로 불능화 조치가 이뤄졌던 영변 5MW 흑연감속로를 재가동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최룡해의 ‘대화’ 발언은 이런 북한의 기존 행동과는 전혀 흐름을 달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김정은 제1비서의 최측근이자 군부 최고위 인사라는 점에서 그 발언의 무게감을 가볍게 여길 수도 없다. 지난해 12월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강경 일변도로 치달았던 관성 탓에 북한이 곧바로 6자회담에 복귀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한국 정부 내에서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최근 방북했다 성과 없이 돌아온) 이지마 이사오(飯島勳) 일본 내각관방 참여(총리자문역)가 북한에서 하고 온 것도 대화는 대화였다”며 “단순히 대화를 한다는 것과 비핵화 협상은 다르다”고 말했다. 정부 일각에서는 수년째 중단된 6자회담 대신 남-북-미-중이 참여하는 4자회담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특히 다음 달 미중, 한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예정돼 있어 4개국 간의 릴레이 대화는 가능한 상태다. ○ 북, 일본과 관계부터 순차적으로 개선해와 이날 최룡해의 발언을 중국 관영 중국중앙(CC)TV가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보도한 것은 중국도 그 의미를 비중 있게 받아들인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전병곤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의 영향력이 크지만 북한이 원하는 모든 걸 줄 수 있는 나라는 아니다”라며 “북-중 양측은 최대한 논의 결과가 미중, 한중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도록 심도 있는 논의 모습을 연출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도 과거와 달리 특사단 방문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여론을 집중시키고 있다. 노동신문은 23일자 1면에 특사단의 평양 출발과 중국 베이징 도착,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면담 등 관련 기사를 3건이나 사진과 함께 실었다. 지난해 8월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조(북)-중 공동지도위원회 대표단장’ 자격으로 방중했을 때 4면에서 단신으로 처리한 것과 대비된다. 이에 앞서 북한은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서부터 해빙의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14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특사인 이지마 참여의 방북을 승인한 데 이어 북한은 후속 북-일 회담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언론들은 이르면 24일 북-일 양자접촉이 이뤄진다는 소식에 따라 23일 취재진을 몽골로 급파했다. 문제는 남북관계다. 현재 남북관계는 어디서 손대야 할지를 알 수 없을 만큼 꽉 막힌 상태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22일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에 “6·15공동선언 발표 13주년 기념 공동 통일행사를 개성이나 금강산에서 열자”고 제의하는 팩스를 보냈다. 남남 분열, 민관(民官) 갈등 유발이라는 북한 특유의 전술이라는 우려가 있으나 민간대화 물꼬부터 트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은 지난달 초부터 동해안 일대에 배치했던 무수단 중거리 미사일을 비롯해 노동과 스커드 미사일을 모두 철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또한 대화 신호로 보는 시각도 있다.조숭호·이정은 기자 shcho@donga.com}

    • 2013-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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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鄭총리 ‘깜짝 유머’에 태국총리 파안대소

    18∼22일 태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정홍원 국무총리의 ‘초보답지 않은’ 현지 행보가 관가에서 화제다. 정 총리는 19일 오후 치앙마이 르메르디안 호텔에서 잉락 친나왓 총리와 회담을 가진 직후 한·태국 철도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 위해 옆방으로 이동했다. 양국 공무원들이 배석한 가운데 MOU 체결을 준비하느라 분위기가 약간 어색해지자 정 총리는 “매우 아름다운(Very Beautiful) MOU”라며 농담을 건넸다. 잉락 총리는 예상치 못한 유머에 몸을 뒤로 젖히며 파안대소했고 분위기도 화기애애해졌다고 한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MOU 체결로 태국 정부의 고속철도 사업에 한국 기업들이 진출할 기반이 마련된 만큼 잘 부탁한다는 의미도 있지 않았겠느냐”고 설명했다. 정 총리는 21일 한국으로 떠나기 직전 한국전 참전용사 8명을 호텔로 초청해 식사를 대접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일어선 채로 거수경례를 올렸다. 당시 배석했던 외교부 관계자는 “정 총리의 경례에 참전용사들이 박수로 화답할 때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정 총리가 “여러분의 도움 덕분에 한국이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다. 은혜에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하자 참석자 중 가장 연장자인 차웽 용차른 태국한국전참전용사회 회장(93)은 눈시울을 붉혔다고 한다.장원재·이정은 기자 peacechaos@donga.com}

    • 2013-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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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의 특사 방중… 韓美中 삼각공조 흔들기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사진)이 22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김정은은 2011년 12월 김정일 사망으로 정권을 물려받은 이후 자신의 첫 특사로 군부 최측근 인사를 중국에 보낸 것이다. 이달 7일 한미 정상회담이 개최됐고 6월 미중, 한중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이다. 북한의 이번 특사 파견이 긴장 국면의 한반도 정세에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주기 위한 전략적 선택임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날 오전 특별기편으로 베이징(北京)에 도착한 특사단은 국빈관인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만났다고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이 보도했다. 이 통신은 최룡해의 직함을 노동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라고 했다. ‘중국 공산당 대(對) 북한 노동당’의 교류임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최룡해는 군복을 입고 중국에 입국했으며 왕자루이 부장을 만날 때도 군복 차림이었다”며 “이번 방중을 한반도의 안보 정세 등과 연관지으려는 의도로 읽힌다”고 말했다. 2000년 10월 조명록 당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김정일 특사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해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을 만나 김정일의 친서를 전달할 때도 군복 차림이었다. 특히 특사단에 이영길 총참모부 작전국장과 김수길 중장 등 군부 인사도 포함된 것으로 미뤄 군 관련 의제가 주요하게 다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7월 27일 6·25전쟁 휴전일(북한은 전승기념절로 기념) 6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를 돈독히 하는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시종일관 6자회담을 추진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촉진해 동북아의 장기적인 안정을 실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가 최룡해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전제로 한 6자회담 복귀를 강력히 설득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양국의 관영 매체들이 특사단의 일정이나 목적을 보도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북-중 간에 깊이 있는 사전 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 韓美中 연쇄 정상회담에 대응… 고립된 北의 ‘출구전략’ ▼북한이 6월 7일 미중 정상회담, 같은 달 중하순 한중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선제적 외교 행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최명해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이 아직 중국을 방문할 여건이 아니어서 북한이 정상급 대화채널에 버금가는 인물을 내세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중국에 머무는 동안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할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면담이 성사될지가 1차 관심 대상이다. 최룡해는 김정은 집권 이후 진행된 북-중 인사교류 가운데 최고위 군부 인사다. ‘김정은의 특사’라는 공식 타이틀도 부여받았다.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도 지난해 8월 중국을 방문했지만 특사 자격은 부여되지 않았다. 그는 ‘조(북)중 공동지도위원회 대표단’ 단장 자격이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장성택이나 김양건 노동당 비서는 ‘돈을 구하러 다니는 사람’이지 정상급 외교를 하는 사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북한, 일본과 교섭 시작 후 중국으로 확대 북한 전체 대외무역액의 90%(한국 제외)가 중국을 통해 이뤄진다. 생명선인 원유는 거의 전적으로 중국에 의존한다. 남북관계가 악화되고 미국도 북한과의 대화에 흥미를 잃은 상황에서 북한이 기댈 곳은 중국밖에 없다. 이달 중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특사인 이지마 이사오(飯島勳) 특명 담당 내각관방 참여(총리자문역)가 전격 방북했지만 북한이 일본을 통해 현재의 교착 국면을 타개하기에는 시간도 부족하고 역부족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국제사회의 관심은 그동안 중국의 경고에 귀를 닫고 있던 북한이 특사 방문을 계기로 대외 기조에 변화를 줄 것이냐는 점이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시진핑-리커창(李克强) 체제 출범 직후 리젠궈(李建國) 전국인대 부위원장을 북한에 보내 도발 중단을 요구했다. 하지만 북한은 장거리 로켓 발사, 3차 핵실험을 예정대로 단행했고 이후 중국은 “세계를 혼란에 빠뜨리지 말라”(시 주석), “한반도에서 말썽을 일으키는 것은 돌로 제 발등을 찍는 것이다”(리 총리) 등 최고 지도자가 사실상 북한을 공개 비판했다.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적극 이행 지시 △통관 절차 대폭 강화 △조선무역은행에 대한 미국의 단독 제재에 참가 등으로 대북 압박 수위를 이례적으로 높여 왔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국제 고립이 가중되는 북한으로서는 중국과의 관계가 더는 악화되도록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 중국, 북한과의 논의 결과 토대로 한미와 협의 이번 특사 파견이 북한의 요청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은 북-중 양국의 대화 분위기를 진단하는 한 요소가 된다. 그동안 북-중 양국은 누가 먼저 특사를 파견할 것인지를 두고 기 싸움을 벌여 온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북한의 이번 특사 파견은 태도 변화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시 주석이 북-중 논의 결과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전하고 이를 다시 한미, 한중 양국이 논의하는 식의 선순환 협의가 이어질 수 있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최룡해의 방중을 계기로 한반도가 사실상의 협상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을 것”이라며 “북-중, 미-중, 한중 간 양자 논의가 사실상 4자의 형식으로 맞물리게 되는 만큼 향후 남북미중의 4자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런 흐름이 개성공단 정상화를 비롯한 남북관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일본과의 관계도 개선한다면 한국의 대북 지렛대는 그만큼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본 정부는 22일 북한에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을 통해 양국 간 수교를 도모하자는 내용의 담화까지 발표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후루야 게이지(古屋圭司) 공안위원장 겸 납치문제담당상은 제2차 북-일 정상회담(2004년) 9주년인 이날 담화에서 “북한이 납치 피해자 전원의 귀환을 실현하고 북-일 관계 재구축을 향한 역사적 대국적 견지의 올바른 결단을 내릴 것을 강력히 기대한다”고 밝혔다.조숭호 기자·베이징=이헌진·도쿄=배극인 특파원 shcho@donga.com}

    • 2013-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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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최룡해 방중, 한반도 긴장완화 가능성”…개성공단은?

    최룡해 북한군 총정치국장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2011년 12월 김정일 사망으로 정권을 물려받은 이후 김정은의 첫 특사로 군부 최측근 인사를 임명한 것이다. 이달 7일 한미 정상회담이 개최됐고 6월 미-중, 한중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이다. 북한의 이번 특사 파견이 긴장 국면의 한반도정세에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주기 위한 전략적 선택임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22일 오전 특별기편으로 베이징(北京)에 도착한 특사단은 국빈관인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만났다고 관영 신화(新華)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은 최룡해의 직함을 노동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라고 밝혔다. '중국 공산당 대(對) 북한 노동당'의 교류임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특사단이 중국에 오래 체류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북한 특사단의 방중 목적에 대해서는 북-중 양국 모두 침묵을 지키고 있다. 우선 지난해 12월 시작된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 올 2월 3차 핵실험 등 도발과 이에 따른 대북제재로 소원해진 북-중 관계를 복원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또 6월 7일 미중 정상회담, 같은 달 중하순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어 북한이 선제적 외교행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최명해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이 아직 중국을 방문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북한이 정상급 대화채널에 버금가는 인물이 필요했고 이 때문에 정치적으로 비중 있는 최측근을 발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중국에 머무는 동안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할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면담이 성사될지 여부가 1차 관심대상이다. 특사단에 이영길 총참모부 작전국장과 김수길 중장 등 군부인사도 포함된 것으로 미뤄 군 관련 의제가 주요하게 다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7월 27일 6·25전쟁 휴전일(북한은 전승기념절로 기념) 6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를 돈독히 하는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최룡해는 김정은 집권 이후 진행된 북-중 인사교류 가운데 최고위 군부인사다. '김정은의 특사'라는 공식 타이틀도 부여받았다.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도 지난해 8월 중국을 방문했지만 특사자격은 부여되지 않았다. 그는 '조(북)중 공동지도위원회 대표단' 단장 자격이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장성택이나 김양건 노동당 비서는 '돈을 구하러 다니는 사람'이지 정상급 외교를 하는 사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과거 김정일 방중 선례에 비춰볼 때 중국은 최룡해 같은 정상급 특사에게 대규모 경제지원 선물을 들려서 보낼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북-미 관계에서도 군부 특사 카드를 활용한 바 있다. 2000년 10월 조명록 당시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김정일 특사 자격으로 미국에 파견한 것이다. 조명록은 군복 차림으로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을 만나 김정일의 친서를 전달했으며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 윌리엄 코언 국방장관과 회담한 뒤 '북미 공동 코뮈니케'를 발표했다. ●북한, 일본과 교섭 시작 후 중국으로 확대 북한 전체 대외무역액의 90%(한국 제외)가 중국을 통해 이뤄진다. 생명선인 원유는 거의 전적으로 중국에 의존한다. 남북관계가 악화되고 미국도 북-미 대화에 흥미를 잃은 상황에서 북한이 기댈 곳은 중국밖에 없다. 이달 중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특사인 이지마 이사오(飯島勳) 특명 담당 내각관방 참여(총리자문역)가 전격 방북했지만 북한이 일본을 통해 현재의 교착국면을 타개하기는 시간도 부족하고 역부족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국제사회의 관심은 그 동안 중국의 경고에 귀를 닫고 있던 북한이 특사 방문을 계기로 대외기조에 변화를 줄 것이냐는 점이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시진핑-리커창(李克强) 체제 출범 직후 리젠궈(李建國) 전인대 부위원장을 북한에 보내 도발중단을 요구했다. 하지만 북한은 장거리미사일 발사, 3차 핵실험을 예정대로 단행됐고 이후 중국은 "세계를 혼란에 빠뜨리지 말라"(시 주석), "한반도에서 말썽을 일으키는 것은 돌로 제 발등을 찍는 것"(리 총리) 등 최고 지도자가 직접 북한을 공개 비판했다.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결의 적극 이행 지시 △통관절차 대폭 강화 △조선무역은행에 대한 미국의 단독 제재에 참가 등으로 대북 압박 수위를 이례적으로 높여왔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국제고립이 가중되는 북한으로서는 더 이상 중국과 관계가 악화되도록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북한과 논의결과 토대로 한미와 협의 나설 듯 이번 특사 파견이 북한의 요청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은 북-중 양국의 대화분위기를 진단하는 한 요소가 된다. 그동안 북-중 양국은 누가 먼저 특사를 파견할 것인지를 두고 기싸움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북한의 이번 특사는 태도변화의 신호탄 아니냐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이 북-중 논의 결과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전하고 이를 다시 한미, 한중 양국이 논의하는 식의 선순환 협의가 이어질 수 있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최룡해의 방중을 계기로 한반도가 사실상의 협상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을 것"이라며 "북-중, 미-중, 한중 간 양자 논의가 사실상 4자의 형식으로 맞물리게 되는 만큼 향후 남북미중의 4자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런 흐름이 개성공단 정상화를 비롯한 남북관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일본과의 관계도 개선한다면 한국의 대북 지렛대는 그만큼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본 정부는 22일 북한에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을 통해 양국간 수교를 도모하자는 내용의 담화까지 발표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후루야 게이지(古屋圭司) 공안위원장 겸 납치문제담당상은 제2차 북일 정상회담(2004년) 9주년인 이날 담화에서 "북한이 납치 피해자 전원의 귀환을 실현하고 북-일 관계 재구축을 향한 역사적 대국적 견지의 올바른 결단을 할 것을 강력히 기대한다"고 밝혔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이날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 가운데 지난해 11월 중단된 북한과의 정부간 회담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당연하다"고 말했다.이정은 기자lightee@donga.com조숭호기자 shcho@donga.com}

    • 2013-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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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의 눈/이정은]해외인사 초청비 고민하는 北인권 행사

    “돈이 없어서 비행기표 못 사 준 거 아니야?” 20일 ‘북한인권 국제 콘퍼런스’가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 기조발제를 할 예정이던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대북인권특사가 ‘행정적 이유’로 갑자기 방한을 취소했다는 소식에 이런 웅성거림이 들렸다. 느닷없이 돈 이야기가 튀어나온 이유는 이번 행사를 주최한 북한인권정보센터가 관련 예산 확보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이 센터가 신청한 예산 지원안을 마지막 검토 단계에서 3분의 2 수준으로 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과거 북한인권 관련 행사를 지원했던 경제단체들도 난색을 표시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센터는 해외 참석자들의 항공료와 숙박비용조차 마련하지 못해 마지막까지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통일부와 함께 주요 후원 부처였던 외교부는 행사 만찬을 주최하는 것으로 예산상의 지원을 대신했다. 그러나 콘퍼런스와 만찬에서 외교부 당국자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성신여대 교수인 김영호 한국 인권대사가 참석하는 것으로 갈음했다는 것이 외교부 설명이다. 외교부 내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대통령통일비서관을 지낸 김 대사를 ‘곧 떠날 사람’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센터 관계자는 “박근혜정부가 북한인권 문제에 적극적인 관심과 의지가 있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고 말했다. 북한인권정보센터는 3만5000여 건의 북한인권 침해 관련 데이터베이스(DB)를 축적한 이 분야의 국내 최대 민간단체다. 이런 단체가 겪은 재정적 어려움은 북한인권 관련 활동가들의 열악한 실상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등은 이날 콘퍼런스에서 북한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해결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비정부기구(NGO) 관계자들은 “북한인권 문제는 늘 소리만 요란할 뿐 행동과 실천이 따라주지 않는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북한인권법안이라는 것이다. 7월이면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조사팀이 방한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정부가 그 조사팀에 어떤 실질적 조치와 가시적 성과를 보여 줄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다.이정은 정치부 기자 lightee@donga.com}

    • 2013-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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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준비해야 하나 된다]‘북한 인권’ 국제 콘퍼런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20일 “(국회 계류 중인) 북한인권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과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북한인권)법에 기초해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청사진인 ‘북한인권 기본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류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북한인권정보센터와 독일 한스자이델재단이 공동주최하고 통일부 외교부 동아일보 후원으로 열린 ‘북한인권을 위한 국제연대: 도전과 과제’를 주제로 한 국제콘퍼런스 축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류 장관은 축사에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가동시켜 북한이 주민의 인권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실질적 능력을 갖추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대북정책 주무부처의 수장인 류 장관이 공식석상에서 구체적인 북한인권 정책 방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냉전 종식에 기여한 헬싱키 프로세스, 한반도에도 필요” 이날 국제콘퍼런스에서는 곧 본격화될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활동을 계기로 북한 인권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김영호 한국 인권대사는 “유엔 COI가 한국에서 이른바 ‘한반도형 헬싱키 프로세스’를 채택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의 경제와 안보뿐만 아니라 인권 문제도 삼위일체로 다뤄서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가져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헬싱키 프로세스는 1975년 당시 미국과 소련, 유럽 국가 등 35개국이 △안보 △경제 △인권의 세 축을 바탕으로 합의한 협력의 틀로서, 냉전의 평화적 종식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베른하르트 젤리거 한스자이델재단 소장은 동독의 인권유린 정보를 모아두었던 ‘잘츠기터 기록보존소’ 사례를 소개하며 COI 활동의 중요성에 힘을 실었다. 그에 따르면 잘츠기터 기록보존소에 수집돼 예심에 넘겨진 10만 건 중 실제 유죄가 인정돼 집행유예 없는 형사처벌이 이뤄진 사건은 40건. 젤리거 소장은 “수치로만 보면 효과는 미미했지만 잘츠기터 기록보존소의 활동 목적은 특정인에 대한 보복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가 인권침해 범죄를 주시하고 이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 언젠가 처벌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만으로도 동독의 인권유린 강도를 낮추는 예방적 효과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대북인권특사는 주한 미국대사관 정무공사가 대독한 원고를 통해 “(미국은) 북한에 비핵화를 통해서 인권상황을 개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북한 인권문제가 핵문제 해결과 연관돼 있음을 분명히 했다. 또 “북한은 자신들의 자원을 핵개발이 아닌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며 “이는 국제사회의 대북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킹 특사는 이날 회의를 하루 앞두고 ‘행정적 이유’로 갑자기 방한을 취소했다.○ 많은 반대를 극복하고 설립된 COI 주제 발표자 중 한 명인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국제사회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COI 설립논의 초기에만 해도 한국을 비롯한 거의 모든 국가가 이에 반대했다”는 뒷이야기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하 의원은 과거 열린북한방송 대표의 자격으로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ICNK)를 조직해 COI 설립 논의를 주도했던 인물. 그는 이날 “막상 우리를 지지해줄 만한 국가들을 접촉해 보니 일본은 납치자 문제를 놓고 북한과 대화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한국 외교부는 6자회담 재개에 북한인권 문제가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미국은 북핵이 먼저라는 이유로 반대했다”고 말했다. 인권의 가치를 강조해온 유럽연합(EU) 이사회조차 “북한과 인도적 지원으로 맺어놓은 커넥션이 깨질 수 있다”는 이유로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ICNK를 비롯한 관계자들의 집요한 설득으로 국가들이 하나둘씩 태도를 바꾸기 시작한 뒤에야 지지 성명이 이어지게 됐다는 것이 하 의원의 설명이다. 이날 콘퍼런스에는 우페 울페첼 덴마크 인권대사, 빌 패터슨 주한 호주대사, 신미 준(新美潤) 일본 유엔담당 대사 등 19개국의 인권문제 담당자 및 주한 대사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 콘퍼런스는 서울에 이어 영국 런던, 벨기에 브뤼셀에서도 순차적으로 개최될 예정이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2013-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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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인민무력부 1부부장도 교체… 전창복, 김정은 공장 시찰 동행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군 수뇌부를 정비하면서 인민무력부장에 장정남을 임명한 데 이어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도 전창복(오른쪽 동그라미)으로 교체한 사실이 확인됐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7일 김정은이 인민군 식료품가공공장인 ‘2월20일공장’을 현지 지도했다고 전하면서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 전창복이 동행했다”고 소개했다. 전창복 제1부부장은 2010년 4월 상장(한국의 중장에 해당)으로 승진했고 2011년 8월경부터 지난해 4월까지 인민무력부 후방총국장을 지낸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 2013-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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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웅산 참사 추모벽’ 정부 주도로 건립

    1983년 10월 9일 미얀마 양곤의 아웅산 국립묘지. 미얀마를 방문한 전두환 대통령의 묘지 참배를 앞두고 현장을 취재하던 동아일보 이중현 사진기자(사진)는 카메라 상태를 점검했다. 이어 미리 도착한 외교사절단의 준비 상황을 분주히 취재했다. 전 대통령이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단상에 설치돼 있던 폭탄이 터졌다. 북한이 보낸 암살단의 폭탄 테러였다. 이 기자는 자신의 기자혼(魂)이 고스란히 담긴 카메라를 든 채 그 자리에서 순직했다. 사망자 17명 중 유일한 민간인이었다. 정부가 올해 이 사건의 30주기를 맞아 미얀마의 사건 현장 인근에 설치하기로 한 추모 조형물의 디자인을 확정하고 제작 등 구체적인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두께 60∼70cm의 회색 벽을 가로 14m, 세로 11m, 높이 2m로 빙 둘러친 사각형 구조물로, 내부 공간은 264m²(약 80평)에 이른다. 한쪽에는 작은 문을 달아 추모객들이 안에서 벽을 따라 돌 수 있도록 했다. 정부 관계자는 “경건하게 추모할 수 있도록 내부에는 아무것도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조형물은 서울에서 제작한 뒤 컨테이너로 실어 옮길 예정이라고 한다. 정부는 10월 9일 제막을 목표로 미얀마 측과 관련 양해각서(MOU) 체결 등 필요한 절차를 논의하고 있다. 순국 17인을 기리기 위한 조형물 건립 논의는 군부독재 국가이던 미얀마가 민주화에 나서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관계 개선을 시도하면서 지난해부터 논의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당시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과 함께 방한한 운나 마웅 르윈 미얀마 외교장관에게 이를 공식 요청하면서 양국 간 협의가 급물살을 탄 것이다. 총 4억여 원이 들어가는 추모 조형물 건립에는 외교부와 국가보훈처가 각각 5000만 원과 3000만 원의 예산을 배정해놓은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세종재단 예산이나 민간 모금에 비해 정부 예산이 너무 적다는 지적이 있어 정부 예산을 더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아시아태평양 물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8∼22일 태국을 방문해 회의에 참석한 미얀마 고위 인사들과 면담하고 협조를 당부할 예정이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2013-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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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베 “김정은과 정상회담 할수도”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일본 총리는 15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와의 정상회담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일본이 대북 독자 노선 행보를 보이면서 동북아시아 안보 협력의 기본 틀이었던 한미일 삼각협력이 흔들리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김정은과의 회담 가능성에 대해 “납치, 핵, 미사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판단에서 정상회담이 중요한 수단이라면 당연히 (정상회담을) 생각해가며 협상을 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정상회담을 열었을 때 관방 부(副)장관 자격으로 배석한 적이 있다. 이와 관련해 북한 김영일 노동당 국제비서는 15일 방북 중인 이지마 이사오(飯島勳) 내각관방참여를 면담했다고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 매체가 보도했다. 그러나 면담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면담에는 이영철 노동당 국제부 부부장 등이 참석했다. 아베 총리의 자문역인 이지마 참여가 북한의 최고위급 외교 담당자인 김영일 비서를 만남에 따라 북-일 정상회담을 위한 총리의 메신저 또는 사실상의 특사 역할을 맡았을지가 주목된다. 북한 처지에서 보면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아군’이 필요한 시점이다.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규슈대 특임교수는 “북한의 ‘벼랑 끝 외교’가 실패로 돌아간 후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한국 미국 중국보다 상대적으로 접근이 쉬운 일본과 손을 잡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의 독자적인 움직임에 정부는 불쾌한 기색이다. 북한이 위협 수위를 유례없이 고조시키며 개성공단 운영까지 중단시킨 상황에서 이지마 참여의 방북은 대북정책 공조에 애쓰던 한반도 주변국들의 뒤통수를 친 셈이기 때문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대북 제재가 효과를 보기 위한 한미일의 공조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고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까지 한목소리를 내도록 애를 쓰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일본이 뒷문을 확 열어 주는 것 아니냐”며 “한미일 협력에 영향이 없을 수 없다”고 말했다.이정은 기자·도쿄=박형준 특파원 lightee@donga.com}

    • 2013-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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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북극이사회 정식 옵서버 승격… ‘아라온호의 꿈’ 성큼

    2010년 7월 미국 알래스카와 러시아 사이의 북극해. 여름이었지만 빙하 조각이 떠다니는 바다 위로 한국 최초의 쇄빙(碎氷)연구선 아라온호가 물살을 헤치며 전진하고 있었다. 해양연구와 지구물리탐지 등에 필요한 60여 종의 첨단 연구장비를 탑재한 아라온호가 북극해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때였다.‘바다(아라)의 모든(온) 곳’을 누빈다는 뜻의 아라온호가 북극해를 더욱 활발히 누비게 됐다. 한국이 15일 스웨덴 키루나에서 열린 북극이사회 각료회의에서 이사국들의 만장일치로 정식 옵서버(permanent observer) 국가 자격을 획득한 것이다. 한국이 북극의 항로 및 자원 개발과 관련된 규범 제정을 비롯한 ‘북극해 거버넌스(관리)’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뚫어야 했던 얼음길한국의 북극 탐사는 1999년 북극해 탐사에 나선 중국 쇄빙선에 한국 연구원이 동승한 것에서 시작됐다. 1980년대부터 북극해 항로를 개척해 온 일본이나 90년대에 북극을 탐사해온 중국보다 한발 늦었다.2000년대 들어 북극에 분포한 자원과 북극해 항로의 중요성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부도 북극 진출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2002년 4월 노르웨이 스발바르 군도 뉘올레순에 ‘다산과학기지’를 세웠고 2008년에는 단계별 북극해 진출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북극 자원 개발에 관한 협약인 ‘스발바르조약’에도 가입했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2008년 북극이사회의 임시(ad-hoc) 옵서버 자격을 얻는 데 성공했고 이번에 다시 정식 옵서버로 승격됐다. 한국과 함께 중국 일본 인도 싱가포르 이탈리아도 정식 옵서버가 됐다.정식 옵서버 국가가 되면 이사회 회의 참관만 하던 임시 옵서버와 달리 회의에 고정 멤버로 참여하고 북극 현안에 대한 의견 개진, 북극 개발 관련 프로젝트 제안 등을 할 수 있다. 정식 이사국이 갖고 있는 의사결정 권한은 없지만 본격적으로 윤곽을 잡아가고 있는 북극 관련 규범과 정책 논의에 목소리를 키울 수 있다. ○ 크게 열리는 북극길북극해 항로는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는 항로를 대체하는 새로운 국제 물류 항로로 부상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북극 얼음이 녹으면서 태평양과 대서양을 횡단하는 북극해 항로를 이용할 기회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교부 유복근 영토해양과장은 “부산항에서 수에즈 운하를 거쳐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갈 경우 24일(2만1000km)이 걸리지만 북극해 항로를 이용하면 14일(1만2700km)이면 된다”며 “해적 공격 위험이 없어 보험료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북극해 항로가 열리면 부산항뿐만 아니라 나진 선봉 등 북한의 항구도 연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북한을 끌어들이는 유라시아 개발 논의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다.북극은 전 세계 매장량의 25%에 이르는 900억 배럴의 원유와 1669조 m³의 천연가스(세계 매장량의 45%) 등이 묻혀 있는 천연자원의 보고(寶庫)이다. 강용석 해양수산부 해양개발과장은 “회원국들과 양자협력을 확대하고 전문가 네트워크를 착실히 구축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2013-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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