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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가기 전이랑 갔다 온 후 사람이 달라진다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사람이 다 그렇다. 한 선수가 있었다. 화장실에 가기 전에는 "태극마크를 다는 게 꿈"이라고 했다. 자랑스럽게 태극기를 달고 아시아경기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회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국가로부터 큰 은혜를 입었다. 앞으로 국가가 부르면 당장 달려오겠다." 몇 년 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야구 대표팀은 정말 그 선수를 불렀다. 그러나 그 선수는 팀 적응이 우선이어서 오기 힘들다고 했다. 인정한다. 개인의 선택이고 자유다. 문제는 그런 선수가 한둘이 아니었다는 것. 최종 엔트리를 발표한 뒤 멤버 구성이 7차례나 바뀌었다. 그래서 결과는 어땠나. 1라운드에서 탈락한 타이중 참사가 됐다. 오래 된 이야기가 아니다. 2012년 12월부터 지난해 3월 사이에 일어난 일이니 채 2년도 되지 않았다. 병역 혜택이 없는 WBC는 선수들에게도 구단에게도 그리 매력적인 대회가 아니었다. 당시 사령탑이었던 류중일 감독은 대표팀에 안 오겠다는 선수들 때문에 수많은 불면의 밤을 보내야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반대의 이유로 고민을 거듭해야 했다. 9월 인천 아시아경기를 앞두고는 너도나도 태극마크를 달겠다고 나섰다. 군 미필 선수는 물론이고 WBC 때 선수 차출에 시큰둥했던 구단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참으로 절묘하고 오묘한 '황금비율'의 최종 엔트리가 나왔다. 13명의 병역 미필 선수가 포함됐다. 거의 모든 구단이 최소 1명 이상의 미필 선수들을 엔트리에 밀어 넣었다.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좋게 보기 힘든 구성이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한 가지. 이번 대표팀에 뽑힌 유원상(LG)과 김상수, 차우찬(이상 삼성), 손아섭(롯데)은 제3회 WBC 멤버였다. 대표팀의 부름에 군말 없이 임했고, 국가를 위해 봉사하려 애썼다. WBC에 출전한 병역 미필 선수들 가운데 이번에 뽑히지 않은 건 전준우(롯데) 뿐이다. 한 야구인은 "드러내놓고 말은 안 해도 비슷한 실력이라면 국가를 위해 뛰었던 선수들에게 더 눈길이 가지 않았겠나. 지난 WBC 때 선수 선발 문제로 고생한 류 감독과 기술위원회 모두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타이중 참사 후 국제대회에서 병역 혜택을 입은 선수에 대해 향후 몇 년 간 대표팀의 부름에 임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을 만드는 방안을 고려하기도 했다. 당장 2017년 WBC 때 태극마크 기피 현상은 또 다시 재현될 것이다. 그런데 WBC에 출전한 선수에게 다음 아시아경기 출전 우선권을 준다면 이야기는 또 달라질 수 있다. 태극마크를 두고 흥정하는 것 같아 씁쓸하긴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게 한국 야구의 수준이고 현실인 것을.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조현재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54·사진)이 한국체대 제6대 총장 후보로 선출됐다. 조 전 차관은 서울 송파구 한국체대에서 열린 총장 임용 후보자 선거에서 총 투표수 47표 가운데 가장 많은 29표를 얻었다고 29일 한국체대가 밝혔다. 조 전 차관이 교육부 장관의 임명 제청과 대통령의 재가를 받으면 4년 임기의 총장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행정고시 26회 출신으로 문체부 체육국장과 기조실장 등을 거친 조 전 차관은 스포츠 현장과 정책에 해박한 체육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효자 종목’ 양궁의 대표 선발 과정은 가장 공정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많게는 10여 차례의 선발전과 평가전 등을 통해 철저하게 성적으로만 뽑기 때문이다. 야구는 다르다. 객관적인 성적은 좋지 않아도 대표팀의 상황이나 포지션상 필요한 선수가 있다. 국제 대회 경험이나 팀워크도 무시할 수 없다. 선수 선발을 둘러싼 논란이 생길 수 있는 구조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대한야구협회가 28일 기술위원회를 통해 9월 열리는 인천아시아경기에 출전할 24명의 야구 대표팀 최종 엔트리를 발표하자 팬들 사이에서는 선수 선발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졌다. 대표적인 선수는 LG의 중간계투 유원상이다. 오른손 투수 유원상은 이날 경기 전까지 42경기에 등판해 3승 3패 10홀드에 평균자책점 4.93을 기록하고 있다. 리그 정상급 투수라고 하기 어려운 성적이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삼성)은 유원상의 깜짝 발탁에 대해 “시즌 초에 안 좋았지만 후반기로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불펜에서) 길게 갈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유원상이 7월 등판한 10경기의 평균자책점은 3.38밖에 되지 않는다. 쟁쟁한 선수들이 포진한 2루수에 두산 오재원이 뽑힌 것도 의외로 볼 수 있다. 오재원은 서건창(넥센), 정근우(한화), 안치홍(KIA) 등 자신보다 타격 성적이 뛰어나거나 경험 많은 선수들을 모두 제치고 주전 2루수로 발탁됐다. 류 감독은 “오재원은 1, 2, 3루수 및 유격수를 모두 볼 수 있고 대주자도 된다. 활용도가 높은 선수”라고 설명했다. 올해 타율이 0.220에 불과한 롯데 포수 강민호(롯데)가 대표팀에 승선한 것이나, 오른손 정통파 투수 가뭄 속에 4승 5패, 평균자책점 4.42를 기록 중인 이태양(한화)이 뽑힌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프로야구 10구단 KT의 우선지명을 받은 동의대 투수 홍성무는 아마추어 야구 배려 차원에서 선발됐다. 류 감독은 “팀별 분배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베테랑이 많이 빠졌지만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인 만큼 잘할 것이다. 무조건 금메달을 따겠다”고 말했다. 류 감독의 말대로 금메달만이 모든 논란을 불식할 수 있다. 24명의 선수 가운데 금메달을 따면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병역 미필 선수는 13명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LG의 등번호 7번 이병규(31)의 이름 앞에는 '작은' 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었다. 동료들은 그를 '작은 이병규' 또는 '작뱅'으로 불렀다. 동명이인으로 팀 선배인 등번호 9번 이병규(40)와 구별하기 위해서였다. LG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큰 이병규'에 비해 '작은 이병규'는 나이도 어리고, 키도 작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야구를 못했었다. 그렇지만 잠재력 하나만큼은 누구에게든 인정받았다. 2008년 2군 무대에서 그는 타율 0.426라는 무지막지한 방망이 솜씨를 뽐냈다. "다른 선수와는 타구의 질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0년에는 타율 0.300에 12홈런, 53타점을 기록하며 만년 유망주 딱지를 떼어내는 듯 했다. 하지만 번번이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특히 무릎 부상으로 재활군에 머물 때가 많았다. 요즘 LG에 '작뱅'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지난해부터 동료 선수들은 그를 '빅뱅'이라고 부른다. 김기태 전 LG 감독은 "작은 병규 또는 작뱅이라고 하니까 애가 못 크는 거 같다. 빅뱅처럼 큰 스타가 돼야 하지 않겠냐"며 취재진에게도 그를 '빅뱅'으로 불러달라고 부탁했다. 빅뱅으로 거듭난 이병규는 올해 인생 최고의 해를 맞고 있다.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종아리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큰 이병규'의 공백을 말끔히 메우고 있다. 이병규는 24일 KIA와의 방문경기에서 8회 승부에 쐐기를 박는 3점 홈런을 때렸다. 23일 경기에서는 2개의 홈런을 몰아쳤다. 25일 롯데와의 경기 전까지 타율 0.335에 9홈런, 58타점을 기록 중이다. 올 시즌 팀 내 최다 결승타(6개)를 칠 정도로 찬스에 강하다. 득점권 타율은 0.371(70타수 26안타)나 된다. 이병규는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면서 투수들과의 대결에 익숙해진 덕분이다. 예전에는 잦은 부상으로 경기 감각을 잃어버리곤 했는데 아픈 곳이 없으니 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즌 초 최하위에 머물던 LG는 어느덧 7위까지 올라왔다. 4위 롯데와의 승차도 3.5경기 밖에 되지 않는다. LG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선수는 중심 타자로 거듭난 '빅뱅' 이병규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건 그냥 웃자고 하는 소리다. 그런데 미국 야구 팬 중에선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도대체 한국에 있는 한화 이글스란 팀은 얼마나 강하기에 이런 투수들을 내보낸단 말인가.” 국내 프로야구에서 6년째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한화 출신 투수들이 요즘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펄펄 날고 있다. 먼저 류현진(LA 다저스)이다. 메이저리그 데뷔 첫해인 지난해 14승을 올렸고, 올해도 벌써 11승을 거뒀다. 류현진은 한국 프로야구에서의 마지막 해인 2012년 한화에서 9승(9패)을 기록했었다. 지난해 한화에서 6승 14패 평균자책점 5.54의 초라한 성적을 남긴 뒤 재계약에 실패했던 이브랜드는 올해 뉴욕 메츠의 필승조로 자리 잡았다. 15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2.16을 기록 중이다. 올해 3승 4패 평균자책점 8.33을 기록한 뒤 퇴출된 클레이는 최근 트리플A 경기에서 완봉승을 거뒀다. 셋의 사례만 보면 한화는 ‘메이저리거 양성소’로 불릴 만하다. 그렇다면 한국 타자들이 메이저리그 선수들보다 더 뛰어나단 말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한국에서 뛰면서 배운 야구가 미국에서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미국 야구는 힘의 야구다. 투수는 강속구를 던지고, 타자는 힘으로 이를 이겨내려 한다. 이에 비해 한국 야구는 훨씬 세밀하다. 타자들은 어지간해서는 나쁜 공에 배트를 휘두르지 않는다. 결정구도 곧잘 커트해 낸다. 외국인 투수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다. 수 싸움에서도 그렇다. 미국에서는 볼카운트가 3볼 1스트라이크로 몰리면 대개 직구로 정면 승부를 한다. 하지만 한국 투수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변화구로 유인구를 던진다. 좀 더 정교한 제구와 수 싸움은 한국 야구에서 생존하기 위한 필수 요소다. 이를 터득하면 살아남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퇴출이다. 수도권 구단의 한 베테랑 선수는 “한국에 온 외국인 타자들과 한국 선수들의 타격 기술을 비교하자면 한국 선수들이 앞선다. 외국인 선수들은 타고난 힘으로 부족한 부분을 상쇄할 뿐이다”고 했다. 한국 타자들의 수준 향상은 몇 해 전과 비교하면 확연히 알 수 있다. 2000년대 초중반 두산에서 뛰었던 우즈나 롯데의 호세, 현대의 브룸바 등은 당시 한국 투수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만루에서도 볼넷으로 내보내 1점만 주는 게 낫다”는 우스갯소리가 돌 정도였다. 각 팀이 외국인 타자들을 한 명씩 영입한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시즌 초반만 해도 외국인 타자들은 연일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한국 야구를 지배할 것 같았다. 테임즈(NC), 칸투(두산), 나바로(삼성) 등은 여전히 수준급 성적을 내고 있지만 우즈나 호세처럼 위협적인 모습은 아니다. 한국 투수들은 오히려 박병호나 강정호(이상 넥센), 손아섭(롯데), 나성범(NC) 등을 더 무서워한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베이징 올림픽 등을 통해 한국 야구의 수준은 몰라보게 높아졌다. 특히 타자들의 힘과 기술의 성장은 괄목할 만하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뛰었고 올해 삼성에 복귀한 임창용은 이런 말을 했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직접 상대하기 전까진 나도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맞부딪쳐 보니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건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잘 치는 장면만 모은 TV 하이라이트였다.” 임창용은 올해 한국에서 길지 않은 기간 동안 블론세이브만 6번을 기록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4번 타자가 빠지면 타선의 힘이 약해지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4번 타자급 타자가 즐비한 삼성에서는 4번 타자의 공백을 전혀 느낄 수 없다. 삼성이 괜히 선두를 질주하는 게 아니다. 삼성의 4번 타자 최형우는 전반기 막판 수비를 하다가 갈비뼈를 다쳐 현재 1군 엔트리에서 빠져 있다. 팀 내 최다 홈런(22개) 타자인 최형우가 없지만 그 빈자리를 전혀 느낄 수 없다. 23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는 채태인과 나바로, 그리고 이승엽이 7회 이후 4개의 홈런을 합작했다. 채태인은 7-7 동점이던 7회 역전 홈런을 포함해 연타석 홈런을 쳤다. 나바로와 이승엽은 각각 20홈런 고지에 올라섰다. 삼성은 전날에도 4번 타자로 출전한 박석민이 홈런 2개를 몰아쳤다. 한편 잠실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두산-SK전은 우천으로 순연됐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예나 지금이나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는 백인들의 무대다. 동양인으로 그곳의 빙판에 선 최초의 선수는 한국 출신의 백지선(영어명 짐 팩·47·사진)이다. 1991년 피츠버그 펭귄스 유니폼을 입고 처음 NHL 무대에 섰을 때 그는 빙판 위의 유일한 동양인이었다. 동양인 최초로 스탠리컵에 입을 맞춘 선수도 그다. 백지선은 1990∼1991시즌 미네소타와의 NHL 챔피언결정전 6경기 가운데 5경기에 출전했다. 8-0 대승으로 우승을 결정지은 6차전에서는 당대 최고 스타 마리오 르미외의 어시스트를 받아 골까지 터뜨렸다. 이듬해 피츠버그가 2연패에 성공해 그는 2년 연속 스탠리컵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당시 그가 입은 유니폼은 아이스하키 명예의 전당에 전시돼 있다. 한국이 낳은 아이스하키 영웅 백지선이 위기에 빠진 한국 아이스하키의 구세주로 나선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23일 NHL 디트로이트 레드윙스 산하 아메리칸하키리그(AHL) 그랜드 래피즈 그리핀스의 코치로 올 시즌까지 9년간 활동한 백지선을 한국 아이스하키 총괄 디렉터 겸 남자 대표팀 감독에 선임했다. 계약 기간은 평창 겨울올림픽이 열리는 2018년까지 4년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한 살 때 캐나다로 이민 간 백지선은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아이스하키를 접했다. 뛰어난 기량으로 캐나다 3대 메이저 주니어리그의 하나인 온타리오하키리그(OHL)의 오샤와에서 뛰었고, 1985년 NHL 신인드래프트에서 9라운드 전체 170순위로 피츠버그의 지명을 받았다. 그곳에 도착하기까지의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백인들의 스포츠인 아이스하키에서 남모를 설움도 많이 받았다. 상대팀 선수들은 그를 “멍키(Monkey·원숭이)”라고 놀리며 침을 뱉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특유의 성실성과 피나는 노력으로 동양인에게는 절대 열릴 것 같지 않던 NHL의 문을 열었다. 백 감독은 피츠버그와 LA 킹스, 오타와 세너터스 등에서 5시즌 동안 217경기에 수비수로 나서 5골과 29어시스트를 기록했다. 2003년 영국 리그 노팅엄에서 현역 생활을 마감한 뒤 2005년부터 AHL 그랜드 래피즈 그리핀스에서 지도자로 활동해 왔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양승준 전무이사는 “현재 한국 아이스하키가 처한 상황이 백 감독이 NHL에 도전할 당시와 비슷한 것 같다. 불가능해 보이지만 못할 것도 없다. 모든 편견을 실력으로 이겨낸 백 감독이 한국에 평창 올림픽 자력 진출권을 선물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백 감독은 협회를 통해 “조국의 대표팀을 이끄는 것은 아이스하키를 시작할 때부터의 오랜 꿈이었다. 평창 올림픽 출전권 획득은 큰 도전이 되겠지만 철저한 계획을 세운 후 집중력을 잃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백 감독은 다음 달 중순 입국해 남녀 대표팀의 코칭스태프 구성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한국 남자 대표팀은 4월 경기 고양에서 열린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1 A그룹에서 5전 전패를 당하며 B그룹으로 강등됐다. 세계 랭킹은 23위에 머물러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남자 골프에서 4대 메이저대회 타이틀을 모두 따낸 사람은 역대로 5명밖에 없다. 진 사라젠, 벤 호건(이상 미국), 게리 플레이어(남아공), 잭 니클라우스, 타이거 우즈(이상 미국)만이 마스터스, US오픈, 브리티시오픈, PGA챔피언십의 트로피를 모두 수집했다. 이르면 내년 4월 마스터스에서 6번째 주인공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6번째 커리어 그랜드 슬램에 근접한 선수는 ‘돌아온 젊은 황제’ 로리 매킬로이(25·북아일랜드)다. 매킬로이는 21일 영국 호일레이크의 로열리버풀GC(파72·7312야드)에서 끝난 제143회 브리티시오픈에서 최종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공동 2위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와 리키 파울러(미국)를 2타 차로 따돌리고 클라레 저그(이 대회 우승자에게 주는 은으로 만든 술 주전자)를 들어올렸다. 우승 상금은 97만5000파운드(약 17억 원). 2011년 US오픈과 2012년 PGA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른 매킬로이는 이로써 메이저대회에서 3승째를 따냈다. 25세의 나이에 벌써 3개의 서로 다른 메이저 타이틀을 따낸 것이다. 그보다 어린 나이에 3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선수는 니클라우스(당시 23세)와 우즈(당시 24세)뿐이다. 이번 대회에서 나흘 내내 선두를 유지하며 우승한 매킬로이는 세계랭킹도 2위로 뛰어올랐다. 이번 우승이 매킬로이에게 더욱 특별한 것은 갖은 풍파를 헤치고 이뤄낸 우승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클럽을 교체하면서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고, 5월에는 미녀 테니스 스타 캐럴라인 보즈니아키(24·덴마크)와 파혼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비 온 뒤 땅이 굳듯 시련 속에서 그는 더욱 강해졌다. 예전에는 한순간에 쉽게 무너지곤 했지만 이날은 가르시아에게 2타 차로 쫓기는 와중에도 여유를 잃지 않았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버디를 잡아내는 등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보였다. 매킬로이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골프에 대한 열정을 되찾았다. 아침에 일어날 때건 밤에 잠자러 갈 때건 골프를 생각한다. 할 수 있는 한 최고의 골퍼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당장 그의 시선은 내년 4월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 내셔널GC에서 열리는 마스터스를 정조준하고 있다. 그는 “내년 마스터스에서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완성하고 싶다. 오거스타에서 티샷을 하는데 편안했고, 점점 더 편안해지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매킬로이는 2011년 대회 때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다 최종일에 4타를 잃어 공동 15위로 미끄러진 적이 있다. 이젠 경험도 충분히 쌓았고 한층 성숙해졌기에 우승 기회를 잡는다면 좀처럼 놓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허리 수술을 받고 올 시즌 처음으로 메이저대회에 출전한 ‘골프 황제’ 우즈는 최종합계 6오버파 294타로 69위에 머물렀다. 이는 우즈가 프로로 전향한 후 컷을 통과한 메이저대회에서 기록한 가장 낮은 순위다. 종전 기록은 2012년 마스터스와 지난해 PGA챔피언십 때의 공동 40위였다. 메이저대회 우승 14회에서 몇 년째 머물고 있는 그는 “실수가 너무 많았다. 보완해야 할 점이 많지만 이제 막 재활을 마친 참이다. 점점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일본 프로야구 최다 안타(3085개) 기록 보유자인 장훈 선생은 “타격은 여자의 마음과 같다. 오늘 잘 맞다가 다음 날엔 맞지 않는다”고 했다.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리는 메이저리그 텍사스 추신수(32·사진)에게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명언이 있을까. 5월 초까지만 해도 추신수는 메이저리그 전체를 통틀어 손꼽히는 타자였다. 5월 6일 현재 타율 0.370에 출루율 0.500을 기록하며 두 부문에서 모두 아메리칸리그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시즌 초반 다친 왼쪽 발목 부상 여파로 5월 중순부터 타격감을 잃더니 좀처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추신수는 21일 토론토와의 방문경기에서는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고 말았다. 전날까지 최근 5경기에서 21타수 무안타로 부진한 게 결정적이었다. 더구나 경기 막판에 대타로 타석에 들어섰다가 방망이 한 번 휘두르지 못하고 교체되는 수모까지 겪었다. 6-9로 추격하던 9회 2사 1, 2루에서 추신수는 지오바니 소토를 대신해 타석에 들어섰다. 그러자 토론토는 오른손 투수 케이시 젠슨을 좌완 에런 루프로 교체했다. 론 워싱턴 텍사스 감독은 이에 추신수를 곧바로 빼고 오른손 타자 J P 아렌시비아 카드를 뽑아들었다. 아렌시비아가 1루수 뜬공에 그치면서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안 그래도 메이저리그 최저 승률을 기록 중이던 텍사스는 59패(39승)째를 기록하면서 승률이 4할 아래(0.398)로 떨어졌다. 장훈 선생의 명언을 거꾸로 해석하면 오늘 안 맞다가 내일 잘 맞는 게 타격이기도 하다. 추신수는 언제쯤 다시 부활의 날개를 펼 수 있을까.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일본 프로야구 최다 안타(3085개) 기록 보유자인 장훈 선생은 "타격은 여자의 마음과 같다. 오늘 잘 맞다가 다음 날엔 맞지 않는다"고 했다.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리는 메이저리그 텍사스 추신수(32)에게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명언이 있을까. 5월 초까지만 해도 추신수는 메이저리그 전체를 통틀어도 손꼽히는 타자였다. 5월 6일 현재 타율 0.370에 출루율 0.500을 기록하며 두 부문에서 모두 아메리칸리그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시즌 초반 다친 왼쪽 발목 부상 여파로 5월 중순부터 타격감을 잃더니 좀처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추신수는 21일 토론토와의 방문경기에서는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고 말았다. 전날까지 최근 5경기에서 21타수 무안타로 부진한 게 결정적이었다. 더구나 경기 막판에서 대타로 타석에 들어섰다가 방망이 한 번 휘두르지 못하고 교체되는 수모까지 겪었다. 6-9로 추격하던 9회 2사 1, 2루에서 추신수는 지오바니 소토를 대신해 타석에 들어섰다. 그러자 토론토는 오른손 투수 케이시 젠슨을 좌완 에런 루프로 교체했다. 론 워싱턴 텍사스 감독은 이에 추신수를 곧바로 빼고 오른손 타자 J.P 아렌시비아 카드를 뽑아들었다. 아렌시비아가 1루수 뜬공에 그치면서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안 그래도 메이저리그 최저 승률을 기록 중이던 텍사스는 59패(39승) 째를 기록하면서 승률이 4할 아래(0.398)로 떨어졌다. 장훈 선생의 명언을 거꾸로 해석하면 오늘 안 맞다가 내일 잘 맞는 게 타격이기도 하다. 추신수는 언제쯤 다시 부활의 날개를 펼 수 있을까.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로리 매킬로이처럼 재능이 뛰어난 선수는 내가 그랬듯 헌신적인 여자를 만나야 한다.” 메이저대회 9승 등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만 24승을 거둔 전설적인 골퍼 게리 플레이어(79)가 미녀 테니스 스타 캐럴라인 보즈니아키(덴마크)와 열애 중이던 매킬로이(25·북아일랜드)에게 했던 조언이다. 외모나 스타성보다 내조 잘하는 여자를 만나라는 뜻이었다. 공교롭게 매킬로이는 보즈니아키와 결별한 뒤 차세대 골프황제로서의 면모를 되찾았다. 5월 말 파혼 발표 사흘 뒤 유럽투어 BMW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것. 그리고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메이저대회인 제143회 브리티시오픈 우승도 눈앞에 두고 있다. 매킬로이는 19일(현지 시간) 영국 호일레이크의 로열리버풀GC(파72)에서 열린 대회 3라운드에서 이글을 2개나 잡아내며 3라운드까지 16언더파 200타로 사흘 연속 단독 선두를 달렸다. 2위 리키 파울러(미국)와는 6타 차. 매킬로이는 2011년 US오픈과 2012년 PGA챔피언십에서 각각 8타 차의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매킬로이가 우승하면 그의 아버지 게리 매킬로이도 9000만 원 가까운 돈을 받게 된다. AFP 등 외신에 따르면 게리 매킬로이는 10년 전 아들이 26세 생일 전에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한다는 데 500 대 1의 배당률로 현지 도박업체에 100파운드(약 17만6000원)를 걸었다. 배당금은 5만 파운드(약 8813만 원)나 된다. 한편 톰 왓슨(미국)은 65세의 나이에 컷을 통과하며 이 대회 최고령 컷 통과 기록을 세웠다.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컷을 통과한 안병훈은 3라운드까지 4언더파 212타로 공동 19위에 자리했다.※지면 제작시간 관계로 브리티시오픈 최종 결과를 싣지 못했습니다. 결과는 동아닷컴(www.dongA.com)을 참조해 주십시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장미란(31)은 빨간색이 칠해진 목장갑을 꼈다. 표정은 결연했다. ‘역도여제’로 활동하던 시절 경기장에 오를 때의 얼굴 그대로였다. 그는 “애들이 나만 바라보고 있다. 지면 안 된다”며 웃었다. 30여 명의 학생들과 한 팀을 이룬 그는 모처럼 힘을 썼다. “영차, 영차” 구령과 함께 줄을 당겼다. 장미란이 소속된 백장미팀의 승리였다. 아이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장미란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이어진 줄다리기 결승전은 백장미팀과 들장미팀의 대결이었다. 들장미팀에는 장미란보다 훨씬 체구가 큰 씨름 선수가 있었다. 장미란도 상대가 되지 못했다. 졌지만 장미란은 웃었다. 아이들도 함께 웃었다. 17일 인천 남구 정석항공과학고등학교에서 열린 ‘장미운동회’는 장미란을 비롯한 스포츠 스타들과 이 학교 1학년 240여 명의 학생들이 벌인 한 판의 축제였다.○ 스포츠로 하나 된 아이들 장미란은 여자 역도 최중량급에서 세계선수권 4연패를 달성했고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세계적인 스타다. 지난해 초 은퇴한 뒤에는 비인기 종목 선수 및 스포츠 꿈나무 후원을 목적으로 설립한 장미란재단 활동에 열심이다. 자신의 이름을 딴 ‘장미운동회’는 장미란 재단이 벌이는 대표 사업이다. 지난해 경기 안성에 있는 새터민 특성화 학교인 한겨레중고등학교에서 처음 행사를 열었고 올해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행사에는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로 구성된 멘토 그룹이 함께 자리해 자리를 빛냈다. 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인 박성현 전북도청 감독과 런던 올림픽 펜싱 동메달리스트 최병철(화성시청), 올림픽 탁구 동메달리스트 김경아 대한항공 코치, 육상스타 여호수아(인천시청) 등이 바쁜 시간을 쪼개 아이들과 함께 어울렸다. 장미란은 “스포츠를 통해 몸을 부대끼면서 즐겁게 협동심과 리더십 등을 배울 수 있다.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게 재단의 목표다. 인생에서 한 번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힘을 스포츠에서 배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미란재단은 엘리트 선수들을 위한 캠프와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가 참가하는 스포츠 교실 등의 사업도 벌인다. 장미란재단은 이날 이 학교 남자 핸드볼부에 장학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선수 때보다 더 바쁜 제2의 인생 장미란은 요즘 “선수 때가 좋으냐, 지금이 좋으냐”란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때마다 그는 “선수 때도 좋고, 지금도 좋아요”라고 답한다. 그는 “역도를 할 때는 큰 부담과 어려움을 극복하는 게 신나고 재미있었다. 은퇴를 한 지금은 사회에서 하나하나 배워가는 재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은퇴 후 선수 때보다 더 바쁜 삶을 살고 있다. 용인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그는 현재 논문 작성에 한창이다. 국가대표 출신 선수들의 제2의 삶에 대한 연구가 논문 주제다. 향후 국제무대에서 스포츠 행정가로 활동하기 위해 영어 공부에도 열심이다. 2년 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그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출마할 수 있다. 그는 “선수위원이 되면 국제무대에서 더 다양한 활동, 더 새로운 공부를 할 수 있다. 지금처럼 많은 경험을 쌓아 후배들을 위한 스포츠 행정을 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인천=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김준용 인턴기자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

SK로서는 15일 이만수 감독과 그라운드에서 공개 언쟁을 벌인 외국인 선수 루크 스캇(사진)을 그냥 둘 수 없었다. 부상이 잦고 성적을 내지 못하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항명 사태’로 팀 분위기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SK가 발 빠르게 이튿날 스캇의 퇴출을 발표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렇다고 모든 게 끝나는 게 아니다. 가장 중요한 돈 문제가 남아있다. SK는 지난해 말 총액 30만 달러(약 3억 원)에 스캇을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당시만 해도 외국인 선수 몸값이 30만 달러로 묶여 있을 때였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만 135개의 홈런을 쳤고, 지난해까지 현역 메이저리거로 뛰었던 스캇이 그 정도 돈을 받고 한국에 왔다는 것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많았다. 역대 최고 스펙을 가진 선수인 만큼 200만 달러(약 21억 원)를 넘게 줬을 것이란 소문이 야구계에 파다했다. 문제는 그를 방출하더라도 잔여 연봉은 모두 줘야 한다는 것이다. 야구 규약의 외국인 선수 고용 규정에 따르면 구단이 원치 않아 선수를 방출할 경우에는 잔여 연봉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 SK로서는 선수도 잃고, 거액의 돈도 잃을 판이다. 그런데 외국인 선수 고용 규정 제6장 ‘선수의 의무’에 따르면 선수는 감독, 코치에게 복종하고 훈련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돼 있다. 또 품위 있는 개인행동 및 훌륭한 스포츠맨 정신을 서약한다는 문구도 있다. 선수가 이를 위반할 경우 구단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 때문에 SK는 스캇의 항명 사태가 규약 위반에 해당하는지를 조심스레 알아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야구 관계자는 개인 의견을 전제로 “스캇의 행동은 SK는 물론이고 한국 야구를 무시한 행위다. 할 수 있는 모든 제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정적으로는 SK도 규약 위반을 이유로 잔여 연봉을 지급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법정 소송으로 가더라도 승리할 가능성이 높지 않아 잔여 연봉을 모두 주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스캇에 앞서 방출된 5명의 외국인 선수 모두 잔여 연봉을 지급받는다. 이달 초 LG와 ‘아름다운 이별’을 한 조쉬벨은 한국을 떠나기 전 일주일가량 가족과 함께 여행을 다녔는데 LG는 숙박비까지 모두 지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SK로서는 15일 이만수 감독과 그라운드에서 공개 언쟁을 벌인 외국인 선수 루크 스캇을 그냥 둘 수 없었다. 부상이 잦고 성적을 내지 못하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항명 사태'로 팀 분위기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SK가 발 빠르게 이튿날 스캇의 퇴출을 발표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렇다고 모든 게 끝나는 게 아니다. 가장 중요한 돈 문제가 남아있다. SK는 지난해 말 총액 30만 달러(약 3억 원)에 스캇을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당시만 해도 외국인 선수 몸값이 30만 달러로 묶여 있을 때였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만 135개의 홈런을 쳤고, 지난해까지 현역 메이저리거로 뛰었던 스캇이 그 정도 돈을 받고 한국에 왔다는 것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많았다. 역대 최고 스펙을 가진 선수인 만큼 200만 달러(약 21억 원)를 넘게 줬을 것이란 소문이 야구계에 파다했다. 문제는 그를 방출하더라도 잔여 연봉은 모두 줘야 한다는 것이다. 야구 규약의 외국인 선수 고용규정에 따르면 구단이 원치 않아 선수를 방출할 경우에는 잔여 연봉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 SK로서는 선수도 잃고, 거액의 돈도 잃을 판이다. 그런데 외국인 선수 고용규정 제6장 '선수의 의무'에 따르면 선수는 감독, 코치에게 복종하고 훈련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돼 있다. 또 품위 있는 개인행동 및 훌륭한 스포츠맨 정신을 서약한다는 문구도 있다. 선수가 이를 위반할 경우 구단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 때문에 SK는 스캇의 항명 사태가 규약 위반에 해당하는지를 조심스레 알아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야구 관계자는 개인 의견을 전제로 "스캇의 행동은 SK는 물론이고 한국 야구를 무시한 행위다. 할 수 있는 모든 가능한 제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정적으로는 SK도 규약 위반을 이유로 잔여 연봉을 지급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법정 소송으로 가더라도 승리할 가능성이 높지 않아 잔여 연봉을 모두 주는 쪽으로 입장이 정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스캇에 앞서 방출된 5명의 외국인 선수는 모두 잔여 연봉을 지급받는다. 이달 초 LG와 '아름다운 이별'을 한 조쉬벨은 한국을 떠나기 전 일주일가량 가족과 함께 여행을 다녔는데 LG는 숙박비까지 모두 지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저는 한국 야구 기자로는 유일하게 한국 야구 3대 참사의 현장에 모두 있었습니다. 야구 관계자들이 꼽는 한국 야구 3대 참사는 2003년 삿포로 아시아선수권대회와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 그리고 지난해 대만 타이중에서 열린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입니다. 삿포로에서 한국은 대만과 일본에 연달아 패하며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출전권 획득에 실패했습니다. 도하에서는 대만은 물론 사회인 야구 선수들로 구성된 일본에까지 패했지요. 지난해 타이중 WBC 1라운드에서는 복병 네덜란드에 발목이 잡혔습니다. 2, 3차전에서 호주와 대만을 꺾었으나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실패한 경기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3번의 참사를 눈앞에서 지켜본 기자로서 9월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아경기에 출전하는 한국 야구 대표팀에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합니다. 야구도 인사(人事), 즉 선수 구성이 만사(萬事)입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대한야구협회(KBA)는 14일 기술위원회를 열고 37명의 2차 엔트리를 발표했습니다. 최종 엔트리(프로 23명, 아마 1명)는 이달 말 발표할 예정입니다. 2차 엔트리 발표 후 벌써 적지 않은 후폭풍이 일고 있습니다. 왜 이 선수는 빠졌고, 저 선수는 포함됐느냐 하는 갑론을박이 팬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개별 선수에 대한 이야기는 접어두고, 큰 그림에서 선수 구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 보려 합니다. 먼저 선수들의 ‘이기심’을 냉정히 받아들여야 합니다. 태극마크가 선수 생활의 목표인 아마추어 선수들과 달리 태극마크를 썩 달가워하지 않는 프로 선수들이 적지 않습니다. 얻는 건 별로 없는데 부담은 큰 탓입니다. 개별 면담을 통하건, 간접적으로 의견을 전달받건 이런 선수들은 과감하게 엔트리에서 빼야 합니다. 이에 비해 이대호(소프트뱅크)나 봉중근(LG)처럼 태극마크를 영광으로 받아들이는 선수도 많습니다. 경험이 조금 부족해도, 이름값이 조금 떨어져도 하고자 하는 선수를 데려가야 합니다. 국제대회 같은 단기전의 성패는 집중력과 절실함에 달려 있습니다. 1, 2회 WBC와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이 좋은 전력을 갖춰서 좋은 성적을 낸 것은 아닙니다. 병역이든 애국심이든 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선수들을 적절히 기용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돈이건, 병역 혜택이건 뭔가 확실한 동기부여가 필요합니다. 동기가 있어야 열심히 할 수 있습니다. 무조건적인 애국심은 강요할 수도 없고 선수들이 받아들이지도 않습니다. 고참 선수 중용도 재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베테랑들은 체력이 문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전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던 한 고참 선수는 “시즌을 소화하면서 모든 힘을 다 쏟은 탓인지 막상 국제대회에서는 방망이가 돌아가질 않더라. 열심히 안 하려는 게 아니라 할 수가 없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일찌감치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이승엽(삼성)이 차라리 멋진 선수입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이 적절한 긴장감 유지입니다. 시드니 올림픽 초반 부진하던 한국 대표팀은 ‘도박 파문’ 이후 분위기를 일신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2006년 WBC에서는 스즈키 이치로의 ‘30년 발언’,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호시노 센이치 감독의 한국 야구 무시 발언이 선수단을 하나로 결속시켰습니다. 반면 조금이라도 방심이 깃든 순간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금메달을 당연시했던 도하 아시아경기, 마음은 이미 4강에 가 있었던 지난해 WBC에서는 참패를 당했지요. 코칭스태프와 KBO, 그리고 야구협회가 함께 고민해 최상의 답안지를 내놓기를 바랍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홈스틸은 상식의 범주를 벗어난 플레이다. 모든 사람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빈틈은 있다. LG 내야수 박경수가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짜릿한 홈스틸을 성공시켰다. 6-2로 앞선 6회말 1사 만루, 3루에서 홈으로 쏜살같이 달려 득점을 올렸다. 배터리의 허를 찌르는 주루 센스와 과감한 돌파력의 승리였다. 박경수는 볼카운트 2볼 2스트라이크에서 상대 투수 차우찬이 와인드업하는 순간 홈으로 달려들었다. 타이밍으로는 아웃이었지만 포수 이흥련의 태그를 몸을 비틀어 피한 뒤 왼팔로 먼저 홈 플레이트를 터치했다. 2루 주자 정성훈과 1루 주자 박용택이 이 틈을 타 모두 한 베이스씩 진루하면서 공식 기록은 단독 홈스틸이 아닌 삼중 도루로 기록됐다. 프로 통산 6번째 삼중 도루다. 박경수는 지난달 13일 SK와의 경기에서 단독 홈스틸을 성공시키는 등 올해에만 두 번째 홈스틸을 기록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저는 한국 야구 기자로는 유일하게 한국 야구 3대 참사의 현장에 모두 있었습니다. 야구 관계자들이 꼽는 한국 야구 3대 참사는 2003년 삿포로 아시아선수권 대회와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 그리고 지난해 대만 타이중에서 열린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입니다. 삿포로에서 한국은 대만과 일본에 연달아 패하며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출전권 획득에 실패했습니다. 도하에서는 대만은 물론 사회인 야구 선수들로 구성된 일본에까지 패했지요. 지난해 타이중 WBC 1라운드에서는 복병 네덜란드에 발목이 잡혔습니다. 2, 3차전에서 호주와 대만을 꺾었으나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실패한 경기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3번의 참사를 눈앞에서 지켜본 기자로서 9월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아경기에 출전하는 한국 야구 대표팀에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합니다. 야구도 인사(人事), 즉 선수 구성이 만사(萬事)입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대한야구협회(KBA)는 14일 기술위원회를 열고 37명의 2차 엔트리를 발표했습니다. 최종 엔트리(프로 23명, 아마 1명)는 이달 말 발표할 예정입니다. 2차 엔트리 발표 후 벌써 적지 않은 후폭풍이 일고 있습니다. 왜 이 선수는 빠졌고, 저 선수는 포함됐느냐 하는 갑론을박이 팬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개별 선수에 대한 이야기는 접어두고, 큰 그림에서 선수 구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보려 합니다. 먼저 선수들의 '이기심'을 냉정히 받아들여야 합니다. 태극마크가 선수 생활의 목표인 아마추어 선수들과 달리 태극마크를 썩 달가워하지 않는 프로 선수들이 적지 않습니다. 얻는 건 별로 없는데 부담은 큰 탓입니다. 개별 면담을 통하건, 간접적으로 의견을 전달받건 이런 선수들은 과감하게 엔트리에서 빼야 합니다. 이에 비해 이대호(소프트뱅크)나 봉중근(LG)처럼 태극마크를 영광으로 받아들이는 선수도 많습니다. 경험이 조금 부족해도, 이름값이 조금 떨어져도 하고자 하는 선수를 데려가야 합니다. 국제대회 같은 단기전의 성패는 집중력과 절실함에 달려 있습니다. 1, 2회 WBC와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이 좋은 전력을 갖춰서 좋은 성적을 낸 것은 아닙니다. 병역이던, 아니면 애국심이던 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선수들을 적절히 기용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돈이건, 병역 혜택이건 뭔가 확실한 동기부여가 필요합니다. 동기가 있어야 열심히 할 수 있습니다. 무조건적인 애국심은 강요할 수도 없고 선수들이 받아들이지도 않습니다. 고참 선수 중용도 재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베테랑들은 체력이 문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전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던 한 고참 선수는 "시즌을 소화하면서 모든 힘을 다 쏟은 탓인지 막상 국제 대회에서는 방망이가 돌아가질 않더라. 열심히 안하려는 게 아니라 할 수가 없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일찌감치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이승엽(삼성)이 차라리 멋진 선수입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이 적절한 긴장감 유지입니다. 시드니 올림픽 초반 부진하던 한국 대표팀은 '도박 파문'이후 분위기를 일신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2006년 WBC에서는 이치로 스즈키의 '30년 발언',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호시노 센이치 감독의 한국 야구 무시 발언이 선수단을 하나로 결속시켰습니다. 반면 조금이라도 방심이 깃든 순간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금메달을 당연시했던 도하 아시아경기, 마음은 이미 4강에 가 있었던 지난해 WBC에서는 참패를 당했지요. 코칭스태프와 KBO, 그리고 야구협회가 함께 고민해 최상의 답안지를 내놓기를 바랍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겨울왕국’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서 태어난 남자아이 앞에 놓인 선택은 대개 두 가지다. 축구를 하거나 스피드스케이팅을 타거나. 그도 예외가 아니었다. 학교에선 축구 선수로 뛰었고, 청소년 시절까지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 대회에 출전했다. “아주 뛰어나진 않았지만 그럭저럭 좋은 선수였다”는 게 그의 말이다. 만능 운동선수였던 그가 사랑한 종목은 뜻밖에 야구였다. 네덜란드에서 야구는 비인기 종목이었지만 야구 코치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야구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8세 때 어린이 국가대표가 됐고, 찬찬히 단계를 밟아 2007년에는 플로리다(현 마이매미)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그는 중남미에 있는 네덜란드령 퀴라소 출신이 아닌 네덜란드 본토 출신으로 메이저리그를 밟은 몇 안 되는 선수다.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한국 프로야구에서 뛰는 선수로는 유일하다. 그는 삼성의 외국인 투수 릭 밴덴헐크(29)다. 그는 막강 삼성 투수진의 핵심이다. 전반기에만 10승(2패)을 거둬 다승 2위에 올랐고, 평균자책점은 3.28로 3위다. 삼성 팬들에게 그는 없어선 안 될 선수다. 하지만 그의 뒤에는 더욱 매력적인 공주님이 있다. ○ ‘겨울왕국’에서 온 운명적 커플 지난달 말 대구 시민야구장에서 열린 밴덴헐크의 사인회. 주인공은 밴덴헐크였지만 팬들의 인기를 더 많이 받은 사람은 그의 아내인 애나 밴덴헐크(23)였다. 밴덴헐크에게 사인을 받으려는 줄보다 애나 앞에 늘어선 줄이 더 길었다. 부부가 함께 사인회를 여는 것도 신기했지만 선수보다 선수 아내의 인기가 더 높은 것은 더욱 보기 드문 모습이었다. 애나는 삼성 팬들 사이에서 ‘승리의 여신’으로 통한다. 인형 같은 외모의 애나는 밴덴헐크가 등판할 때마다 운동장을 찾아 한국말로 “삼성, 파이팅”을 외친다. 애나는 대구 야구장에서는 이미 유명인이다. 그와 함께 사진을 찍으려는 팬들이 줄을 선다. 귀찮을 법도 하건만 그는 항상 웃는 낯으로 팬들을 대해 더욱 인기가 높다. 밴덴헐크는 미남이지만 동료들은 그를 헐크라고 부른다. 애나는 지난해 히트를 쳤던 만화영화 ‘겨울왕국’에 나오는 공주 이름이다. 그래서 둘은 ‘미녀와 야수’ 커플로 불린다. 둘의 운명적 만남은 2009년에 이뤄졌다. 애나는 대학생 시절 에인트호번에서 발레를 배웠는데 그를 가르친 발레 선생님이 바로 밴덴헐크의 누나였다. 누나의 결혼식에서 처음 만난 둘은 첫눈에 사랑에 빠졌고 4년간의 열애 끝에 지난해 결혼식을 올렸다. ○ 한국인도 모르는 한국의 아름다움 ‘미녀와 야수’ 커플이 더욱 사랑을 받는 이유는 둘 모두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 문화를 존중하기 때문이다. 둘은 적극적으로 팬들을 만나며 한국 생활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대구 시민운동장 인근 아파트에 사는 밴덴헐크는 안방 경기 때는 자전거로 운동장에 출퇴근한다. 애나 역시 자전거를 타고 슈퍼마켓을 가거나 한국말을 배우러 YMCA 등을 다닌다. 쉬는 날이면 함께 대구시내를 돌아다니기도 한다. 방문경기 때는 이곳저곳을 다니며 한국 문화를 이해하고 한국 음식을 맛보는 게 이 부부의 즐거움이다. 애나는 “잠시도 지루할 틈이 없다. 도시는 번화하고, 30분만 나가면 고즈넉한 시골을 즐길 수 있다. 대구 동화사와 앞산, 경주와 포항 앞바다 등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를 맘껏 즐기고 있다”고 했다. 밴덴헐크 역시 “한국 사람들은 친절하고 뭔가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 사인회만 해도 그렇게 질서정연하게 치러질지 몰랐다. 네덜란드였으면 서로 사인을 받으려고 난리가 났을 것이다”라고 했다. ○ “한국말을 더 잘하고 싶어요” 겨울왕국에서 온 이들과 한국의 접점은 야구에만 머물지 않는다. 스피드스케이팅 강국에서 온 이들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스피드스케이팅 스타인 이상화와 이규혁, 이승훈 등을 잘 알고 있었다. 애나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올해 소치 겨울올림픽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딴 이상화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또 은퇴한 축구 스타 박지성 역시 전설적인 존재다. 밴덴헐크는 “2002년 한일 월드컵 후 박지성이 에인트호번에 입단했다. 박지성 덕분에 내 고향 팀은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었다. 지난해 그가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다시 에인트호번에서 했을 때 모든 사람이 환영했다. 그는 내 마음속의 영웅”이라고 했다. 박지성이 다시 에인트호번에 입단했을 때 그는 경기장을 찾아 ‘우상’ 박지성과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들이 언제까지 한국에 머물지는 알 수 없다. 성적이 안 좋으면 언제라도 짐을 싸야 하고, 반대로 너무 뛰어난 기량을 보이면 다시 메이저리그로 돌아갈 수도 있다. 밴덴헐크는 “당장의 목표는 삼성의 4연패에 기여하는 것”이라며 “언제인지는 몰라도 삼성에서 배운 실력을 바탕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선발 투수로 뛰는 게 꿈”이라고 했다. 애나는 “어디에서건 남편 곁에서 뒷바라지하는 게 내 일”이라고 말했다. 인터뷰가 끝날 때쯤 그는 한 가지 목표가 더 있다고 했다. “다음 인터뷰 때는 유창한 한국말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애나는 이미 상당한 수준의 한국어를 구사하고 있다.대구=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넥센 박병호의 독주로 끝날 것 같던 홈런왕 경쟁이 팀 동료 강정호의 불방망이 덕분에 더욱 재미있게 됐다. 유격수 강정호는 9일 청주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 5-0으로 앞선 2회 1사 2, 3루에서 이태양의 몸쪽 높은 직구를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훌쩍 넘겨 버렸다.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스리런 홈런이다. 시즌 26홈런을 기록한 강정호는 홈런 선두 박병호(29개)에게 단 3개 차로 다가섰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야구의 꽃은 홈런입니다. 올스타전에 가면 그 꽃을 가장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올스타전에서 펼쳐지는 홈런레이스가 무대입니다. 홈런레이스는 한국과 미국, 일본에서 모두 인기 있는 행사입니다. 그런데 정작 선수들은 고민이 많습니다. 수많은 팬들 앞에서 치라고 뻔히 던져주는 공을 제대로 못 치면 창피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흔한 말로 ‘오버’를 많이 합니다. 경기 전 선수들의 타격 훈련을 유심히 본 팬들이라면 알 수 있겠지만 타자들은 대개 밀어 치는 훈련을 합니다. 공을 끝까지 보고 정확한 타격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밀어치기는 타격 훈련의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그런데 의식적으로 홈런을 치려면 더 많은 힘을 써야 합니다. 당연히 당겨치기가 유리합니다. 그냥 당겨 치는 정도가 아니라 극단적인 당겨치기가 나오기 십상입니다. 세게 친다고 꼭 홈런이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2006년 홈런레이스에서 이택근(넥센)은 단 1개의 홈런을 치고도 0개에 그친 양준혁(전 삼성)을 누르고 1위를 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과정에서 타격 밸런스가 무너지기 쉽다는 겁니다. 그래서인지 올해 올스타전을 앞두고는 홈런레이스 포기를 선언하는 타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의 떠오르는 별 마이크 트라우트에 이어 2년 연속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 미겔 카브레라(디트로이트)도 홈런레이스 출전을 거절했습니다. 3년 연속 일본 프로야구 올스타전 출전을 확정지은 이대호(소프트뱅크)도 “올스타전 출전은 영광스럽지만 홈런레이스에는 나가고 싶지 않다. 너무 힘이 들어가 밸런스가 나빠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대호는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홈런레이스 1위를 한 적이 있는 홈런레이스 ‘전문가’입니다. 이대호나 카브레라 급의 대선수들이 정말 큰 스윙 몇 번에 영향을 받는 걸까요. 타격 기술의 대가로 평가받는 박흥식 롯데 타격코치에게 물었더니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타격은 민감하고 예민하다. 좋은 밸런스를 유지하긴 어려워도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한번 무너진 밸런스가 길게는 한 달을 갈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홈런레이스에 출전한 선수들 가운데 몇몇은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합니다. A 선수는 “‘못 치면 어때’라는 마음을 먹고 타석에 들어서지만 수만 개의 눈이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에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그때 밸런스가 무너져 올스타전 이후 한 달가량 홈런을 못 쳤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국민 타자’ 이승엽(삼성·사진)은 역시 남다릅니다. 그는 “훈련 때 선수들끼리도 음료수 내기 홈런 경기를 벌이곤 한다. 프로 선수라면 올스타전 한 경기에 영향을 받으면 안 된다. 편하게 즐기고 오면 된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홈런레이스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한 그는 올해 올스타전에는 출전하지 않습니다. 일본 프로야구 최다 안타(3085개)를 기록한 장훈 선생은 “타격은 여자의 마음과 같다. 오늘 잘 맞다가 다음 날엔 맞지 않는다”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그 여자의 마음에 흔들리는 젊은이가 바로 대부분의 선수들입니다. 이에 비해 산전수전 다 겪은 이승엽은 이제 어지간한 일에는 흔들리지 않는 남자 중의 남자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2014 올스타전은 18일 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립니다. 홈런레이스 예선은 하루 전인 17일, 결선은 올스타전 경기 시작 전에 벌어집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