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찬

황인찬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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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특파원 황인찬입니다. 한일 관계가 더욱 좋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일본에 왔습니다. 일본의 오늘을 보여드립니다.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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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결코 사소하지 않은 ‘일상의 폭력’ 고발

    제목은 반어법이다. 실상은 전혀 사소하지 않다. 학교폭력과 성추행, 도박중독, 방화, 살인 기도 등이 책장 가득 널려있다. 비정하고 냉혹하다. 2005년 ‘악어떼가 나왔다’로 등단한 작가는 ‘오즈의 닥터’(2009년)에 이어 일상의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사회적 약자들의 모습을 처절하게 그린다. 두 사람이 있다. 뚱뚱하고 못생겼다는 이유로 ‘슈렉’으로 불리며 왕따당하는 초등학교 5학년생 ‘아영’. 또래 남학생들에게 맞는 것을 넘어 성적 착취까지 당하며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낸다. 서른아홉 살의 헌책방 주인인 ‘두식’은 게이다. 남자 후배를 사랑하지만 그 후배는 자신이 도박중독자라는 사실을 숨긴 채 밑천이 거덜 났을 때만 두식을 찾아와 돈을 요구한다. 이들이 만난다. 어느 날 또래들의 폭력을 피해 가출한 아영은 헌책방으로 숨어들고, 두식은 갈 곳이 없는 아영과 함께 생활을 시작한다. 주위로부터 철저히 고립되고 소외된 이들은 서로가 사회적 약자로서 ‘동류(同類)’임을 깨달으며 가까워진다. 당사자가 아니면 폭력으로 인한 아픔과 고통을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 작품은 눈을 질끈 감게 만들 정도로 디테일하고 적나라한 묘사를 통해 독자를 폭력 현장의 가운데에 세워놓는다. 놀이터에서 벌어지는 초등생들의 성폭행, 모텔에서 벌어지는 동성애자들의 폭행 등. 신문 사회면 한구석에 건조한 문체로 ‘죽어있던’ 일상의 폭력이 문인의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눈앞에 생생히 살아나고, 이는 섬뜩한 각성으로 이어진다. “상황이 이런데, 그래도 무시할거야?”라고 책은 묻는 듯하다. 아영과 두식을 절망의 끝으로 내몬 육체적 정신적 폭력은 끝난다. 하지만 깊은 상처가 남았고, 상황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는 그들의 자각은 매우 현실적이기에, 가슴이 먹먹해진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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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원작의 향기 물씬 풍기는 ‘삼총사’

    왕의 총사(銃士)가 되기 위해 파리로 상경한 시골 귀족 출신인 달타냥이 총사 아토스, 아라미스, 프로토스와 우연히 1 대 3의 결투를 벌이게 되고, 이들은 사나이의 진한 우정으로 묶여 여러 모험을 한다는 익숙한 줄거리. 1840년대 초 신문 연재된 대중소설을 넘어 이제는 고전 명작이 된 작품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축약본이나 영화, 만화로 익숙한 작품이기에 원작의 향수를 느끼기 어려웠다. ‘로마인 이야기’로 한국번역상 대상을 받은 번역가 김석희 씨가 ‘쥘 베른 걸작선집’ ‘모비 딕’ 완역에 이어 번역한 작품이다. 자료 조사와 집필에 3년 가까이 보내며 1000쪽이 넘는 묵직한 분량을 내놓았다. 프랑스 화가 모리스 르루아르의 19세기 중반 그림들을 곁들였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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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벨문학상 트란스트뢰메르 시인의 삶과 작품세계

    《하이쿠//송전선이 뻗어 있다/서리의 왕국,모든 음악의 북쪽에/해가 낮게 걸려 있다/그림자가 거인이다/머잖아 모두 그림자/자줏빛 난초꽃들,/유조선이 미끄러져 지난다/달이 꽉 찼다/잎새들이 속삭인다/멧돼지 하나 오르간을 연주한다/종소리들이 울려 퍼진다》 올해 노벨 문학상을 받은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80)는 ‘스웨덴의 국민 시인’으로 불린다. 세상을 높은 곳에서 신비적 관점으로 바라보며, 자연 세계를 세밀하고 예리한 초점으로 묘사하는 그를 스웨덴 국민은 ‘말똥가리 시인’이라는 애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스웨덴 한림원은 6일 “그는 역사와 기억, 자연, 죽음 같은 중대한 질문에 대해 집필해 왔다. 그의 시는 경제성과 구체성, 그리고 신랄한 비유로 특징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01년 노벨 문학상 제정 이후 스웨덴 출신으로 일곱 번째 수상자가 됐다. 1974년 스웨덴의 하리 마르틴손(시인), 에위빈드 올로프 베르네르 욘손(소설가)의 공동 수상 이후 37년 만이다. 트란스트뢰메르는 1931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태어나 열세 살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다. 1997년 영국에서 출간한 시선집이 호평을 받으며 유럽 문단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스칸디나비아 지역의 현존 시인 가운데 지명도와 문학성에서 가장 앞선 시인이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북유럽 문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문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는 ‘과묵한 시인’으로 불린다. 50년 넘게 문단활동을 했지만 200편 남짓의 시를 발표하는 데 그쳤다. 한 해 네댓 편 정도의 시를 발표한 셈이다. 이런 집필 스타일답게 그는 차분하고, 조용하고, 시류에 흔들림 없이 ‘침묵과 심연의 시’를 생산해왔다. 수십 년의 시작활동 속에서 그의 시는 다양한 변주를 보여주었지만 그 바탕은 스웨덴 자연시의 토착적이고 심미적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고 세계문학사적으로는 모더니즘 시의 전통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김성곤 서울대 영문과 교수는 “트란스트뢰메르는 스칸디나비아 특유의 자연환경에 대한 깊은 성찰과 명상을 통해 삶의 본질을 통찰함으로써 서구 현대시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초기 작품에서 스웨덴 자연시의 전통을 보여준 그는 자유분방한 상상력으로 시의 영역을 확대해 현실정치나 사회와 벽을 쌓았다는 비판도 받았지만 자기만의 작품 세계를 꿋꿋이 지켜왔다. 잠과 깨어남, 꿈과 현실, 무의식과 의식 간의 경계지역을 탐구하고 있기에 그의 시 한 편 한 편이 담고 있는 시적 공간은 광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홍재웅 한국외국어대 스칸디나비아어과 교수는 “트란스트뢰메르는 일본 하이쿠처럼 짧은 글귀로 시를 쓰는 게 특징이다. 그의 시는 철학적 성찰 때문에 높은 평가를 받는다. 자연을 노래한다 해도 단순히 자연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자연과 관련된 인간의 존재가 어우러지고, 삶에 담긴 무게를 심도 있게 표현한다”고 말했다. 스톡홀름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그는 교도소와 장애인시설, 마약중독자 치료센터 등에서 상담사로 일하기도 했다. 1990년 뇌중풍으로 쓰러지면서 반신마비가 와 현재 대화가 어려운 상태다. 즐겨 치던 피아노도 이젠 왼손으로밖에 연주할 수 없다고 그의 아내는 말했다. 한국에서는 2004년 시선집 ‘기억이 나를 본다’(들녘)가 출간됐다. 이 시집은 ‘오늘의 세계 시인’ 시리즈 가운데 하나로 고은 시인이 책임 편집했다. 노벨 문학상 상금은 1000만 크로네(약 17억 원). 시상식은 12월 10일 스톡홀름에서 열린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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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벨문학상 스웨덴 시인 트란스트뢰메르

    스웨덴 시인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80·사진)가 2011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스웨덴 한림원은 6일 “그의 시는 압축되고 투명한 이미지를 통해 현실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트란스트뢰메르는 1931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태어나 스톡홀름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열세 살 때 시를 쓰기 시작했고 1954년 첫 시집 ‘17개의 시’를 발표했다. 50년 넘게 시작활동을 하면서 12권의 시집(시선집 포함)을 냈지만 그가 발표한 시는 모두 200여 편에 불과해 ‘과작(寡作) 시인’으로 불린다. 스톡홀름의 아파트에서 수상 소식을 접한 시인은 “상을 받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자신을) 축하해주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게 편안하다”고 밝혔다고 그의 부인이 전했다. 초기 스웨덴의 토착적인 자연을 그린 자연시에 천착했던 그는 천상과 지상과 지하를 넘나들며 시공(時空)을 초월하는 자유분방한 상상력으로 시의 지평을 넓히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독일의 페트라르카 문학상, 보니에르 시상(詩賞), 노이슈타트 국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그의 작품은 6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됐다. 한국의 고은 시인은 올해도 후보로 거론됐으나 수상에는 실패했다. 노벨 문학상은 1996년 폴란드 비스와바 심보르스카 이후 15년 만에 시인에게 돌아갔다. 최근 10년 사이 일곱 차례나 유럽의 문학인이 수상함으로써 노벨 문학상의 유럽 편중현상이 계속 이어졌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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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회 박경리 문학상에 최인훈]문학성-인품-사회기여 종합평가… 내년엔 국내 첫 ‘세계문학상’으로

    ‘박경리 문학상’은 민족의 수난사와 시대의 아픔을 문학으로 승화시킨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1926∼2008년)을 기리기 위해 토지문화재단, 박경리문학상위원회, 동아일보가 올해 공동 제정했다. 박경리 문학상은 작품이 아니라 소설가를 대상으로 하며, 문학적 성취뿐 아니라 작가의 인품과 사회 기여도 등을 종합 평가한다. 상금은 당초 1억 원이었지만 상의 제정 소식을 들은 협성문화재단이 매년 5000만 원을 기탁하기로 해 국내 문학상 가운데 최고 상금인 1억5000만 원으로 올랐다. 박경리문학상위원회(위원장 정운찬, 위원 장명수 정창영 최문순 최일남)는 6월 한 달 동안 국내 각 문학단체 및 문학잡지, 중앙 및 지역 일간지, 전국의 대학 국문과 및 문예창작학과에서 후보자 추천을 받았고, 내부 추천을 더해 총 13명의 후보자를 확정했다. 이어 박경리문학상추천위원회(위원 김영찬 류보선 서영채 성민엽 홍정선)는 7, 8월 세 차례 회의를 열어 최종 후보자로 김승옥, 김원일, 조세희, 최인훈, 황석영 씨를 선정했다. 박경리문학상심사위원회(위원장 김치수, 심사위원 김인환 오생근 정현기 최원식)는 9월 말 열린 최종 심사에서 “문학적 완성도와 지적 성찰의 깊이라는 측면에서 한국 문학이 세계 문학의 보편성 속에 자리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했다”며 최인훈 씨를 최종 후보자로 선정했고, 박경리문학상위원회에서 이를 최종 승인해 최 씨가 초대 수상자의 영예를 안았다. 박경리 문학상은 내년부터 외국 작가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해 국내 문학상 가운데 최초의 세계문학상으로 거듭난다. 시상식은 29일 오후 4시 반 강원 원주시 토지문화관에서 열린다. 토지문화관에선 17∼30일 ‘2011 박경리 문학제’가 열린다. 박경리문장전(17∼30일), 유라시안필하모닉 기념음악회(28일), 문학포럼(28, 29일), 환경포럼(28, 29일), 청소년백일장(29일), 극단 학전의 ‘우리는 친구다’ 축하공연(29일)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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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회 박경리 문학상에 최인훈]제1회 박경리 문학상 ‘광장’의 최인훈 씨

    토지문화재단과 박경리문학상위원회, 동아일보가 공동 제정한 제1회 박경리 문학상 수상자로 ‘광장’의 작가인 소설가 최인훈 씨(75·사진)가 선정됐다. 박경리 문학상은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1926∼2008)을 기리기 위해 올해 제정된 상으로 수상자는 국내 문학상 가운데 최고 상금인 1억5000만 원을 받는다. 강원도와 원주시, 협성문화재단이 공동 후원했다. 토지문화재단은 5일 “최 작가는 분단 현실과 이데올로기 대립이라는 한국적 상황에 대한 문학적 성찰을 치열하게 펼쳐왔으며 분단 현실에 대한 진지한 문학적 탐구를 통해 한국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박경리 문학상은 내년부터 외국 작가들에게 문호를 개방해 국내 최초의 세계문학상으로 거듭나게 된다. 시상식은 29일 강원 원주시 토지문화관에서 열린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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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회 박경리 문학상에 최인훈]‘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끊임없이 질문…

    다섯 작가 가운데 한 분을 수상자로 선정해야 하는 우리의 논의는 난처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대작가들의 순위를 매기는 외람된 일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우리의 논의는 조심스럽게, 그리고 완만하게 진행되었다.먼저 박경리 선생의 역사의식과 생명의식을 계승하는 계보의 작가라고 할 수 있는 김원일 씨와 황석영 씨 중에서 한 분을 선정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이 두 작가의 역사적 상상력이 ‘토지’의 전사에 해당하는 조선후기에서 시작하여 현재 진행 중인 분단시대에 이르는 전체 지향으로 볼 때 박경리 선생의 작가정신과 가깝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전태일의 시대를 전형적인 상황으로 압축한 조세희 씨와 1960년대식 감수성의 방황과 희망을 전형적인 인물형상으로 묘사한 김승옥 씨의 작품에도 참신하고 실험적인 문체만이 아니라 밀도 높은 역사의식이 내재되어 있으므로 한국문학사에 기억될 탁월한 업적이라는 기준으로 본다면 두 작가 중에서 한 분을 선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이 논의의 중간에서 우리는 박경리문학상을 제정한 취지를 모두 함께 다시 한 번 소리 내어 읽으며 ‘문학 본연의 가치를 지키며 세속과 타협하지 않는, 이 시대의 가장 작가다운 작가’라는 취지를 다시 검토하고 함께 고심한 끝에 최인훈 씨를 제청하자는 데 만장일치로 합의하였다.최인훈 씨는 그의 모든 작품에서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을 계속해서 제기함으로써 독자들을 불안한 탐구와 자기반성의 세계로 안내하여 주었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다 같이 한국 사회의 자생적 동력학이 되지 못하고 남북의 이념대립이 박래(舶來·타국에서 배를 타고 온) 소비품 경쟁에 지나지 않는다는 그의 비판은 한국인에게 좀 더 근원적인 성찰이 필요하다는 탈식민주의적인 인식의 반영이다. 그의 소설에 여러 번 등장하는 사건은 어린 시절에 교사로부터 자아비판을 강요당하는 장면인데 이러한 심리적 외상도 북한에 국한되는 상처라기보다는 어린아이가 남북 어디에서나 받을 수 있는 상처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최인훈 씨에게 모국어는 민족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한국인의 보편언어이다.우리는 최인훈 씨의 업적이 박경리 문학의 본거에 어긋나지 않으며 한국이라는 지역성을 넘어 세계문학으로서도 높은 문학성과 보편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판단하였다.박경리문학상 심사위원 김치수 김인환 오생근 정현기 최원식}

    • 2011-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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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회 박경리 문학상에 최인훈]“절필이라뇨, 예술적 훈기 기다리는 중”

    “수상 후보로 올랐던 것도 몰랐습니다. 새로 생긴 박경리 문학상이 수상 범위를 국경 너머까지 넓힌다는 얘기를 듣고 이런 시도가 한국 문학 사상 일찍이 없었던 일이니까, ‘특별한 안목을 갖고 많은 생각을 한 관계자들이 좋은 일을 시작했구나’라는 정도만 혼자 생각했죠.”제1회 박경리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광장’의 작가인 소설가 최인훈 씨(75)를 4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자택에서 만났다. 그는 “영광스러운 자리를 만들어줘 감사할 따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소설가이자 극작가로 활동해온 최 씨는 1936년 함북 회령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법대를 중퇴하고 1960년 ‘그레이 구락부 전말기’ ‘라울전(傳)’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나왔다. 1960년 스물다섯 나이에 중편 ‘광장’을 발표했다. 이 작품은 남북 이데올로기를 동시에 비판한 최초의 한국 소설이자 1960년대 문학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인이 된 평론가 김현은 “정치사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1960년은 학생들의 해였지만 소설사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그것은 ‘광장’의 해였다”고 평가했다.최 씨는 대표작인 ‘광장’에 대해 “시기를 잘 타고나기도 했다”며 웃음 지었다. “1960년 4·19가 일어났고 ‘광장’은 그해 11월에 발표했어요. 당시 사회를 휩쓸고 있던 4·19 정신에 부합했기에 호의적으로 평가된 측면이 있지요. 이듬해 바로 군사쿠데타가 일어나 사회 분위기가 급변했지만….”‘광장’의 주인공 이명준은 월북한 아버지 때문에 남한에서 고초를 겪고 월북하지만 다시 북한의 사회주의에도 환멸을 느낀다. 6·25전쟁에 뛰어든 이명준은 포로가 되고, 포로교환에서 남이나 북을 택하지 않고 결국 중립국을 택한 뒤 이송 중인 배 안에서 실종된다. ‘이명준이 2011년에 와서 남북을 선택해야 했다면 어떻게 했을까’라고 묻자 최 씨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당시 남북과 지금 남북을 비교하기 어렵고, 더 결정적으로 제가 변화한 북한 모습을 제대로 알지 못해 답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60여 년 전 남북 대치 상황에서 이명준은 남으로 가든, 북으로 가든 제대로 정착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입니다. 이명준의 실종으로 끝나는 결말은 기존 지성이나 권위, 사상에 사로잡히지 않고 자기 나름의 머리와 가슴으로 생각한, 자신이 납득할 만한 그런 인생을 살겠다는 의식의 발로죠.”1950년 12월 당시 고교 1년이던 최 씨는 강원 원산에서 배를 타고 부산으로 피란길에 올랐다. 원산에서 미군 폭격기를 피해 방공호로 뛰어가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고 그는 회상했다. “6·25전쟁이 삶과 문학의 방향을 결정적으로 바꿨다”는 그는 ‘구운몽’ ‘회색인’ ‘서유기’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등을 발표하며 자아와 현실에 대한 탐구와 성찰이라는 뚜렷한 주제 의식을 가진 작가로 입지를 다졌다. 고 박경리 선생과의 인연에 대해선 “1960년 ‘광장’의 출판기념회 때 본 게 마지막인 것 같다. 개인적인 왕래는 없었다”면서 “그분의 작품을 읽었지만 지금 와서 내가 새삼 평가할 부분은 없는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1994년 발표한 자전적 소설 ‘화두’ 이후 신작을 내지 않는 작가에게 집필 근황을 묻자 “글은 최소한 예술적인 훈기(薰氣)가 불어와야 한다. 미신일 수도 있지만 아직 내게는 그렇다. 그럴 때가 오면 쓸 만하면 쓸 것이고, 못 쓰면 못 쓰는 것”이라고 답했다.지난해까지 10번 ‘광장’을 개작한 그는 “한문을 되도록 한글로 바꾸고, 문학적 수사도 세련되게 다듬다 보니 그렇게 됐다. 앞으로도 눈에 띄는 곳이 있으면 개작하겠다”며 “매일 산책하고, 메모하며 살아가는 ‘작가의 일상’을 유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소설가 최인훈 약력―1936년 4월 13일 함북 회령 출생 ―1950년 6·25전쟁 중 월남 ―1952∼56년 서울대 법학과(중퇴)―1959년 자유문학에 ‘그레이 구락부 전말기’와 ‘라울전(傳)’ 발표하며 등단 ―1960년 소설 ‘광장’ 발표 ―1962년 소설 ‘구운몽’ 발표 ―1966년 동인문학상 수상 ―1977년 한국연극영화예술상 희곡상 수상 ―1977∼2001년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교수 ―2001년∼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명예교수  ▲동영상=명작 독법에 관한 지침서}

    • 2011-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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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가 성석제 “같은 밥상은, 살면서 두 번 오지 않아요”

    ‘소와 명이가 처음 내 입안에서 만났다. 짭짜름하고 향긋한 명이 장아찌가 단백질과 지방이 고루 섞인 일등급 한우 등심을 싸고 들어왔다. 평소보다 오래도록 씹었다. 다른 건, 이를테면 술도 말도 필요 없었다. 그 둘만으로 행복해지기에 충분했다.’ 소설가 성석제 씨(51)가 최근 출간한 음식 에세이 ‘칼과 황홀’(문학동네)의 한 토막. 고소하고 상큼한 상상에 침이 절로 고였다. 성 씨에게 전화를 걸어 약속을 청했다. “술도 한잔 해야죠”라는 흔쾌한 답이 돌아왔다. 지난달 30일 저녁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한정식집에서 밥상을 마주하고 앉았다. ‘벚굴은 날것으로도 먹지만 보통은 구워 먹는데 맛이 담백하고 전혀 비리지 않다고 했다. 굴을 껍데기째 연탄불 위에 올려놓으면 익으면서 뽀얀 물이 나오며 이 물은 반드시 먹어야 한다. 맛이 ‘겁나게’ 진하다.’ ‘밥알을 입에 문 채 청어 껍질을 벗기다가 귀찮아서 뼈만 바르고 4분의 1 정도 되는 큼직한 토막을 입 속으로 집어넣었다. 입에서 기다리던 밥알이 청어를 마중 나왔다. 탄수화물은 달았고 청어 껍질 속의 지방은 입에 녹아들며 고소한 맛을 냈다.’ 이 책에서 전남 여수시의 특산품 ‘벚굴’과 일본의 정식(定食)을 소개한 부분들이다. 글이 짜거나 비리지 않다. 담백하고 구수한 글을 읽다 보면 끼니때가 아닌데도 음식 생각이 간절해진다. 성 씨는 고향인 경북 상주시의 묵집, 여수의 벚굴(‘강굴’, ‘벗굴’, ‘벅굴’로도 불린다)과 회, 경남 남해군에서 죽방렴(竹防簾·대나무발 그물)으로 잡은 멸치 등 지역 음식뿐만 아니라 지난해 여름 독일에서 지낼 때 마신 슈바르츠 맥주까지 다양한 먹을거리와 그에 얽힌 사연들로 푸짐하게 한 상을 차렸다. 문학동네 인터넷카페에서 3∼7월 연재한 이 글들은 매일 오후 5시에 올라와 독자들의 저녁 메뉴를 정해주기도 했다. 그의 인생에서 음식이란 어떤 의미일까. “‘이 한 끼’는 인생에서 매번 있는 게 아니라 딱 한 번인 거죠. 내일이면 또 다른 끼니가 되는 거니까요. 결국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입니다.” 소곡주를 한잔하고, 안주로 명이나물과 돼지수육을 곁들이며 성 씨는 말을 이었다. “음악을 듣거나 미술을 감상하는 것보다 더 강한 감동을 얻을 수 있는 게 한 끼의 식사입니다. 음식을 제대로 챙겨먹는다는 것은 음식하시는(만드시는) 분들을 존중하는 행위도 됩니다.” 메뉴도 확인하지 않고 회사 구내식당에 찾아가 한 끼를 때우는 데 급급한 기자가 이 말에 100% 동감은 못 했지만, 왠지 중요한 걸 놓치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맛집은 어떻게 찾을까. “음식점이나 주인의 관상을 봅니다. 얼마나 진실하게 음식을 만드는지 음식점과 주인 얼굴만 봐도 대충 감이 옵니다.” 막연했다. 좀 명확히 말해달라고 채근했더니 성 씨는 ‘4무(無)’를 꺼냈다. ‘TV와 외상이 없고, 종업원을 찾는 벨이 없으며, 시끄럽지 않은’ 식당을 간다는 것이다. 음식점에 앉아 물을 마셨더라도, 아니다 싶으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기도 한다고. ‘술은 가성(假性) 죽음이다. 술은 꿈의 유사품이다. 고금의 재사(才士) 대부분이 술과 친한 것도 이 때문이다.’(‘칼과 황홀’ 중에서) 성 씨는 “막걸리를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어릴 적 고향에서 처음 접한 술이 막걸리였고, “여태껏 막걸리 먹다 죽은 사람을 못 봤다”는 게 그의 막걸리 예찬론. 소곡주 한 병으로 시작한 반주는 배막걸리 두 병으로 이어져 얼굴이 불콰해졌다. 음식으로 시작한 만남은 술, 그리고 문학, 문인 얘기로 이어졌다. 2차는 성 씨의 삼청동 단골 술집으로 이어졌다. 소문난 입담꾼답게 그의 말은 막힘이 없었고, 무엇보다 재미났다. 가을밤이 짧게 느껴졌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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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달에 만나는 詩]말이 시를 뚫고 나와 불쑥 내 앞에 선다

    수백 마리의 새들이 들끓고 있다. 한 마리의 새가 새들을 뚫고 날아가고, 새들은 돌을 뚫고 지나가기도 한다. 아니다. 새는 새가 아니고, 돌은 돌이 아니다. 새와 돌이란 시어를 빈칸으로 두자. 그 빈 공간에는 시도, 삶도, 바로 당신도 들어갈 수 있다. 그 순간 시어들은 날아오르고, 의미는 끝없이 확장한다. ‘이달에 만나는 시’ 10월 추천작으로 이수명 시인(46)의 ‘새를 전개하다’가 선정됐다. 이 시는 지난달 나온 시집 ‘언제나 너무 많은 비들’(문학과지성사)에 실렸다. 시인 이건청, 장석주, 손택수, 김요일, 이원 씨가 추천에 참여했다. 이수명 시인은 이 시에 대해 “우리 존재와 존재들이 부딪히는 장면을 쓴 것”이라고 했다. “비가 오면 항상 많이 오고, 밖에 나가면 차들이 가득하죠. 언제나 그 무언가가 우리 주변에는 많이 있고, 들끓고 있죠. 눈에 보이기도 하고 안 보이기도 하고, 다가오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하는 것들…. 항상 주위에 있는데 딱히 뭐라고 이름 붙이기 힘든 것들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1994년 등단해 다섯 권의 시집을 낸 그는 새로운 시어를 꾸준히 모색해온 모더니스트다. 무수한 갈래로 해석 가능한, 아니 해석 불가능한 시어들을 더듬다 보면 시는 낯설지 않다. 불쑥 내 앞에 다가와 있다. “시가 난해하다”고 하자 시인은 수줍은 듯 웃었다. “연결해서 어떤 의미를 만들거나 결론을 내지 말고, 그냥 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세요.” 김요일 시인은 “내가 되고, 돌이 되고, 새가 되는 세계. 아무렇지 않은 듯 펼쳐 놓은 이수명의 시는 이미 시를 떠났다. 시를 떠난 시의 해석은 독자들의 몫이다”라며 “나는 ‘새’를 ‘시(시인)’로 읽는다”며 추천했다. “이수명의 시는 언어를 통해서 색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삶과 언어가 뒤섞이고 언어라는 것이 결국 삶이라는 것으로 치환된다. ‘새’를 ‘생(生)’으로 바꾸는 것도 한 독법(讀法)”이라고 이원 시인은 말했다. 손택수 시인의 추천평은 이렇다. “시인의 길들여지지 않는 미학이야말로 어쩌면 모국어의 새로운 꿈이 아닐까. 그 꿈속에서 나는 ‘새’를 ‘사이’로도 읽어보고 ‘돌’을 ‘乭(이름)’로도 읽어본다. 한껏 벌어진 ‘(틈)새’를 뚫고 날아온 ‘이름’! 아무려나, 이 시는 해석 의지를 무력화시키는 에너지로 충일돼 있다.” 이건청 시인은 김영석 시인의 시집 ‘바람의 애벌레’(시와시학)와 이채강 시인의 시집 ‘등불소리’(서정시학)를 추천하고 “김 시인은 서정과 사유가 탄탄하게 결합해 견고한 이미지를 보여줬으며 이 시인은 상당히 깊이 있는 이미지와 상징을 펼친다”고 평했다. 장석주 시인은 이혜미 시인의 첫 시집 ‘보라의 바깥’(창비)을 꼽으며 “아무리 꺼내 써도 소진되지 않는 풋풋한 젊음이 느껴진다”는 평을 내놓았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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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자아찾기 3번째 순례길은 ‘시베리아 열차여행’

    극작가, 음반회사 중역 등으로 일하던 저자는 1986년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순례길을 떠난 뒤 그 경험과 사색을 묶어 ‘순례자’와 ‘연금술사’를 펴냈다. 1989년 프랑스 피레네 산맥으로 두 번째 순례를 다녀온 뒤에는 ‘브리다’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를 썼다. 잠언적인 사색이 가득한 그의 책들은 전 세계 168개국 73개 언어로 번역돼 1억3500만여 부가 팔렸다. 한국에서도 200만 부가 넘게 나갔다. 저자는 2006년 ‘예루살렘의 길’이라 명명한 세 번째 순례길에 나섰다. 예루살렘을 간 것은 아니다. 넉 달 동안 집을 떠나 영국과 터키, 불가리아 등을 거쳐 러시아 모스크바 블라디보스토크에 이르는 시베리아 횡단열차 안에서 두 주를 보낸 여정을 ‘예루살렘의 길’이라고 정한 것이다. 책의 대부분은 특히 저자가 오랫동안 염원했던 ‘순례길’인 횡단열차 여행 얘기로 꾸려졌다. 이야기는 단출하다. 횡단열차 안의 일상 그리고 중간중간 도시들에 내려 출판 관계자를 만나고, 출판 행사를 하는 얘기다. 물론 스물한 살의 여성 바이올리니스트 힐랄과 같이 여행하면서 애정을 쌓는 과정이 나오지만 그마저도 극적인 에피소드가 있지는 않다. 시종 잔잔하게 흘러가는 전작들처럼 이 작품도 평범한 일상이나 대화 속에서 끄집어내는 작은 깨달음들에 눈길이 간다. “안전하고자 한다면 평범해지면 되지요. 하지만 정말 원하는 일을 하려면 위험을 감수해야 해요.”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절대로 잃지 않아요. 그들은 우리와 함께합니다. 그들은 우리 생에서 사라지지 않아요. 다만, 다른 방에 머무르고 있을 뿐이죠.” 삶을 기차여행에 비유해 언젠가 신이 기차를 멈추게 할 때까지 자아를 찾는 여행을 계속한다는 게 저자가 바라본 인생이다. “내가 항상 같은 곳에만 머물러 있다면 내가 원하는 곳에 결코 도달할 수 없다”는 게 저자의 말. 기차에 훌쩍 몸을 싣고 가을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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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아버지는 성범죄자, 난 열아홉 막장 청춘

    일본의 대표적 문학상 가운데 하나인 144회 아쿠타가와상이 발표된 1월 일본 문단은 발칵 뒤집혔다. 수상자가 중졸 학력에 날품팔이를 하는 일일노동자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의 아버지는 그가 열한 살 때 성범죄를 저질러 신문에 신상이 공개된 성범죄자였다. 학교와 사회의 따가운 시선에 외톨이가 된 그는 중학교 졸업 이후 엄마와 떨어져 살았고, 부두 하역 일이나 경비원, 주류판매점 배달원, 식당 종업원 등 육체노동으로 밥벌이를 하며 밑바닥 생활을 전전한 진정한 마이너리티였다.“수상은 글렀다 싶어서 풍속점(성매매업소)에 가려고 했었습니다. 축하해줄 친구도 없고, 연락할 사람도 없습니다”라는 수상 소감도 화제였다. 저자는 스물세 살 때 그와 비슷한 삶을 살았던 1920년대 소설가 후지사와 세이조의 소설에 경도됐고, 일과 글쓰기를 병행했다. 습작을 시작한 지 20년이 넘어 이름을 알리게 된 그의 소망은 이렇다. “작가로서 널리 인정받아, 비참한 꼬락서니로 원고를 들고 부탁하러 다닐 것 없이, 원고청탁이 당연하게 밀려드는 몸이 되고 싶다.” 올해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인 이 작품은 자전적 소설이다. 열아홉 살 간타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부두에서 하역 일을 하며 받는 일당 5500엔에 매달려 살아가는 날품팔이 인생이다. 일당은 하루 이틀 치의 밥, 술, 담배를 사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저축이란 개념은 없다. 그날 번 돈은 다음 날 일터에 나갈 전철비만 남기고 홀랑 써버리고, 손바닥만 한 자취방에서 배를 곯다가 또 이튿날 돈을 벌기 위해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떼어야 한다. 지독한 패배주의와 바닥에 떨어진 자존감, 내키는 대로 살아가는 간타에게 인생은 도무지 출구가 보이지 않는 긴 터널과도 같다. “생활이라고 할 수도 없는 삶을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는 것일까. 너덜너덜해진 자아로 인생의 종착점까지 달려갈 생각을 하니, 간타는 이 세상이 숨이 턱 막힐 만큼 무미건조한 고역과도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작품의 매력은 나락으로 떨어진 한 인간의 구질구질한 삶을 매우 사실적으로 조명하는 데 있다. 지독한 열등감에 휩싸여 원만한 대인관계를 갖지 못하고 툭하면 욱하고 폭발해버리는 간타의 위태롭고, 단조롭고, 반복되는 일상을 통해 사회적 냉대 속에 철저히 버려진 인간상을 날것 그대로 드러낸다. 하지만 중반 이후부터 특별한 클라이맥스 없이 이어지는 밋밋한 일상이 왠지 팥소 빠진 찐빵처럼 허허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에필로그처럼 붙은 또 다른 단편소설은 글을 쓰며 살아가는 저자의 현재를 너무 직설적으로 묘사했기에 앞선 열아홉 살 간타 이야기의 소설적 매력을 떨어뜨린다. 저자는 다음 주 국내 출간에 맞춰 한국에 온다. 그의 첫 번째 해외여행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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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가니 사건’ 전격 재수사]공지영 작가, 황동혁 감독… ‘도가니’ 재점화 주역 2인

    “아동 성폭행과 장애인 성폭행 문제, 그리고 특히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에 대한 권리 묵살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리고 싶었습니다.” 영화 ‘도가니’의 원작자인 소설가 공지영 씨(48·사진)는 29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영화가 개봉되면 의식 있는 사람들과 사회적 문제 제기를 위한 여론을 형성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초반부터 뜨거운 반응이 나올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공 씨는 ‘도가니 열풍’의 이유에 대해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고, 가장 약한 아이들이 피해를 보아도 무관심 속에 잊혀져 가는 우리 사회에 대한 분노와 불만들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그는 “우리 사회가 성폭력에 대해 너무 관대하고, 여성과 약자들에 대한 배려가 너무 부족하다. 성폭력처벌법, 사립학교법 등 영화 속에는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가 집약돼 있다”며 “엄밀히 말하면 일사부재리의 원칙에서 광주 인화학교 사건은 끝난 사건이다. 중요한 것은 전문가들이 중지를 모아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권에서도 관련 논의들이 오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펄펄 끓다가 얼마 뒤엔 차갑게 식어버리는 모습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약자보호 못하는 시스템에 영화 본 대중들 뜨겁게 반응” ▼“대중이 영화에 이렇게 뜨겁게 반응하는 데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 주지 못하는 사회 시스템에 대한 분노가 큰 것 같습니다. 평소 사회에 가진 불만을 영화에서 보다 보니 반응이 뜨거운 듯합니다.”영화 ‘도가니’를 연출한 황동혁 감독(40·사진)은 29일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논란이 될 줄은 예상했지만 전 사회적인 이슈로 불거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도가니’를 통해 왜곡된 사회 시스템과 구조를 건드리고 싶었다는 황 감독은 이 사건이 또 다른 ‘마녀사냥’을 촉발할 것을 우려했다. 그는 “빨리 달아올랐다가 식을 수 있다는 우려도 든다.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했는데 사건을 담당한 변호사나 판사, 검사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즉각적인 분노를 넘어, 장기적으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에 대해 차분하게 시간을 두고 논의하는 자리가 필요합니다. 최근 국회 등에서 움직임이 있는데 그런 대안마저 너무 빨리 나오는 것 같아요.”입양아 출신 주한미군의 친부모 찾기 실화를 소재로 한 ‘마이 파더’(2007년)로 데뷔한 그는 “도가니를 제안받은 뒤 힘들었고 영화가 잘돼도 힘들다. 다음에도 실화영화를 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

    • 2011-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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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복을 빕니다]문단 원로 김규동 시인

    한국 시단의 원로인 김규동 시인(사진)이 28일 서울 대치동 자택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86세. 1925년 함경북도 종성에서 태어난 고인은 경성고보 2학년 때 영어교사이자 시인인 김기림을 만나 시인의 꿈을 키웠다. 병원장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옌볜의대에 진학했지만 문학을 향한 열망으로 김일성종합대학에 들어갔다. 그러나 1948년 대학을 중퇴하고 자유를 찾아 월남했다. 고인은 1948년 ‘예술조선’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1951년 박인환 김경린 등과 함께 ‘후반기’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물질문명을 비판하는 모더니즘 계열의 작품을 발표했다. 당시 그는 김수영 박인환 천상병 시인 등과 함께 어울렸다. 1970년대부터는 민주화운동에 적극 참여해 현실비판적인 시를 주로 썼고 분단과 통일 문제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였다. 시집 ‘나비와 광장’ ‘죽음 속의 영웅’ ‘오늘밤 기러기떼는’ ‘길은 멀어도’ ‘느릅나무에게’ 등을 비롯해 평론집 ‘새로운 시론’, 산문집 ‘지폐와 피아노’ 등을 냈다. 올 2월에는 자신의 문학을 집약한 ‘김규동 시선집’, 3월에는 문학적 삶을 정리한 자전에세이 ‘나는 시인이다’를 출간했다. 고인은 자서전에서 “소원이 있다면 세상 떠나기 전 꿈속에서처럼 고향 땅 종성에 한 번 다녀오고 싶습니다”라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의 문학 인생은 격동의 한국 현대사와 궤를 같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인 이시영 씨는 “시 쓰기와 민주화 운동에 오래 복무하며 후배들을 따뜻하게 챙겨 늘 존경받는 선배 시인”이라고 술회한 바 있다. 민족문학작가회의 고문 등을 지냈으며 은관문화훈장과 만해문학상 등을 받았다. 올 6월에는 대한민국예술원 문학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유족으로는 부인 강춘영 여사와 김윤(사무생산성센터 대표), 김현(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김준 씨(ISO 국제심사원) 등 3남이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발인은 다음 달 1일 오전 8시. 장례는 문인장으로 치러진다. 02-3410-6916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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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어령 前 장관 “이제 팔순… 아껴뒀던 인문학 얘기 보따리 풉니다”

    “해녀들은 제일 좋고 큰 전복들을 나중에 따려고 남겨놓죠. 은퇴를 앞둔 나도 너무 늦기 전에 아껴뒀던 얘기들을 하겠다는 거예요.”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5월부터 매주 월요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평창동 영인문학관에서 ‘생활 속의 인문학 이야기’ 강의를 하고 있다. 팔순을 맞는 내년을 은퇴 시점으로 잡은 이 전 장관이 50년 넘게 이어온 인문학 활동을 정리하는 자리다. 모든 강의는 동영상으로 기록하고 있다. “그동안 문화게릴라처럼 활동해왔는데 내년 팔순을 앞두고 매듭을 짓고 싶습니다. 대학이나 학계에 알리지 않았던 것이 많은데 이 기록물이 후학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기록을 남기기 위한 강의이지만 청중 없이 하는 강의는 분위기가 살아나지 않을 것을 염려해 적은 수의 청중만을 초청하고 있다. 26일 강의 주제는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 영인문학관 제1전시실에 출판사 관계자와 이 전 장관의 이화여대 제자 등 20여 명이 자리를 잡았다. 이 전 장관은 “이 작품은 한국 최초의 신체시로서 중화사상(대륙의식)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반도의식’을 갖고 바다를 바라본 시”라고 역사적 의미를 조명했다. “관념론자들이 너무 강해도 나라가 망하고, 빵과 서커스만 주는 실용론을 좇으면 로마 후기처럼 망한다” “우리나라는 끈질긴 선비 나라의 전통을 지키고 있다. 이만큼 먹고살게 해주면 정치에 대해 그만하면 잘했다 소리도 나올 만한데, 그런 소리가 안 나온다. 한국에서는 정치하기 힘들고 내가 정치를 일찍 그만둔 이유도 거기 있다”라는 대목에서는 웃음이 나왔다. 85분 내내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으며 쏟아낸 열강이었다. 한숨 돌린 이 전 장관과 집무실에서 대화를 나눴다. 그가 은퇴를 생각하며 ‘구술 기록’에 나선 까닭이 궁금했다. “오늘 파워포인트를 썼는데 사실 이게 남들 보라고 하는 게 아니라 내가 보려고 하는 겁니다. ‘올드포인트’인 셈이죠. 이젠 강의 중에 헛말이 나오기도 하고 틀리기도 해요. 은퇴(해야)할 때 은퇴하는 게 좋은 겁니다.” 이 전 장관은 ‘80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콘텐츠 제작업체와 방송사 등에서 그의 일생을 정리하자는 제안이 들어와 내년 공개를 목표로 작업 중이다. ‘생활 속의 인문학 이야기’ 강의도 이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 빨리 조로합니다. 거의 100세까지 살지만 사회적 연령은 오륙도(50, 60대)로 끝이에요. 팔십이 돼서도 20대처럼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자신의 뒤늦은 연구 정리에 대해선 “우리 문화시스템의 불행”이라고 했다. “누가 내게 연구비를 1, 2년간 주며 문화적 투자를 했더라면 이렇게 부산떨지 않아도 상당한 학문적 업적이나 기여를 했을 텐데…, 사방에 끌려 다니고 인사만 하고, 중요하지 않은 자리에서 그 아까운 시간을 다 버렸어요.” 노태우 정부 때 문화부 장관(1990년 1월∼1991년 12월)을 지낸 그는 “문화전문가들이 정치, 경제를 기웃거리지 않고 평생 학문하는 토양이 마련돼야 한다. 각자 자기 분야에서 초지일관하게 일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나도 장관을 하기는 했지만 잘한 짓이 아닙니다. 행정가보다는 내 일을 더 했으면 더 좋은 글을 많이 썼을 것 같아요. 사회 참여가 반드시 정치 참여가 아니라 내가 잘하는 것을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한데 말입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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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화문학예술상 손택수 시인

    손택수 시인(41·사진)이 임화문학예술상 운영위원회와 소명출판이 주최하는 제3회 임화문학예술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나무의 수사학’. 상금은 1000만 원이며 시상식은 10월 14일 오후 6시 반 서울 성동구 한양대 인문관에서 열린다.}

    • 2011-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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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디스토피아를 찾아서

    견고하게 돌아가는 세상도 작은 변화 하나에 큰 혼란을 겪기 마련이다. 나사 하나가 빠져버리면 공룡같이 거대한 기계가 멈춰서는 것처럼. 이 소설집은 그런 일상의 변주를 끄집어낸다. 단편 ‘허공의 아이들’이 펼치는 상상력은 이렇다. 어느 날 자고 일어났더니 집이 살짝 떠오르고, 사람들은 점차 투명해지며 사라진다. 건물들은 날이 갈수록 하늘로 떠오르고 소년과 소녀 둘만 남긴 채 동네 사람들은 모두 증발한다. 마트에서 통조림과 생수를 가져와 집 안을 가득 채운 아이들은 하염없이 하늘로 떠오르는 집 안에서 공포심을 느끼고 서로 의지하지만 소녀는 먼저 세상을 떠난다. 단편 ‘그림자’는 또 어떤가. 개기일식을 계기로 사람들의 그림자가 뒤바뀐다. 살인자의 그림자를 달고 다니게 된 평범한 남성은 해가 떠있는 동안 그림자의 지시를 받아 살인 행각을 벌이고, 그런 식으로 세상은 아수라장이 된다는 설정. 2008년 중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작가는 첫 소설집인 이 책을 재기발랄한 상상력이 가득한 에피소드들로 채웠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그의 단편들은 어둡고 우울한 시공간을 창조한다. 작가가 바라본, 가까운 미래로도 해석할 수 있는 세상은 지옥의 묵시록과도 같다. 단편 ‘버디’도 종말론적인 미래를 펼쳐낸다. 평균수명이 140세까지 늘어난 미래 사회. 생산력이 떨어지고 수명만 늘어난 노인들은 사회의 골칫거리다. 정부는 돈 없는 노인들에게 돌아가는 건강보험 혜택을 줄이려고 하고, 노인들은 테러리스트로 변신해 의약품을 구하기 위해 병원을 습격하는가 하면 노인들을 폄훼한 정치인들을 살해한다. 배경은 SF소설 같지만 작가는 노인들의 허무하고 무기력한 삶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며 급격한 수명 연장이 축복이자 재앙일 수도 있다는 사회적 의제로 의미를 확장한다. 표제작인 ‘개그맨’은 웃을 수 없어 남을 웃기는 직업을 갖게 된 남성의 얘기를 그렸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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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영웅없는 獨 스릴러, 현실감 높은 공포 줄 것”

    《독일 스릴러 소설 ‘사라진 소녀들’(뿔)의 인기가 뜨겁다. 지난달 12일 출간한 이 책은 한 달여 만에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4위, 소설 부문 2위(9월 둘째 주 집계)에 올랐다. 22일 현재 3만5000부가 판매되며 올 하반기 가장 눈에 띄는 외국 소설로 떠올랐다. ‘사라진 소녀들’은 저자 안드레아스 빙켈만(사진)의 국내 데뷔작. 실종된 시각장애인 소녀를 추적하는 여형사와 복싱 선수의 활약을 그렸다. 정신이상자인 범인의 심리 상태와 피해 소녀의 공포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팽팽한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작가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며칠 전에야 제 소설이 한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얼떨떨하고 믿기지 않았지요.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과 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빙켈만은 2007년 ‘가위갈이의 노래’로 데뷔해 2009년 ‘깊은 숲 속 그리고 땅 밑’을 냈다. ‘사라진 소녀들’은 그의 세 번째 장편. 독일 언론은 그에게 ‘스릴러의 신동’이라는 별명을 붙여주며 큰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스릴러는 선과 악의 싸움이지요. 단순한 범죄 수사물이나 모험 소설에 비해 스릴러는 악의 심연까지 파고들 수 있고 악의 실제 모습, 즉 인간의 본질적인 특성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매력적인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국내에서도 독일 스릴러의 약진은 두드러졌다. 넬레 노이하우스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 30만 부를 넘겼고 그의 또 다른 작품 ‘너무 친한 친구들’도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랐다. 그에게 독일 스릴러의 강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얼마 전까지 독일에서도 주로 영미권 추리 스릴러가 시장을 거의 독식했어요. 최근 들어 좋은 독일 작가들이 많이 나와 영미권 작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겁니다. 영미권에 비해 독일 스릴러는 훨씬 현실적인 점이 특징입니다. 실제로 존재하기 힘든 영웅보다는 일상에서 마주치는 보통 사람들을 내세워 현실감을 높인 게 강점이죠.” ‘사라진 소녀들’이 높은 인기를 얻고 있지만 일부 독자들의 불평도 있다. 소설 중반에 범인이 밝혀져 맥이 빠진다는 것. 가장 극적인 순간을 소설 중간에 배치한 까닭이 궁금했다. “제가 만약 범죄 수사물을 썼는데 범인을 초반에 노출시켰다면 제 실수겠지요. 하지만 제가 쓴 것은 스릴러 소설입니다. 오히려 범인을 일찍 노출시켜 독자들이 범인의 정신세계를 낱낱이 들여다보고 그의 행동을 함께 좇으면서 무서운 이야기에 동참했으면 했던 게 제 생각입니다.” ‘사라진 소녀들’이 10개국에 판권이 팔릴 정도로 유명한 작가가 됐지만 그도 긴 무명시절을 거쳤다. 택시운전사, 보험판매원, 체육교사, 군인 등의 직업을 거치며 10년간의 습작기를 보냈다. “하루아침에 성공할 수는 없다”는 게 신조라는 그는 밤에 일어나는 이야기를 집필할 때는 실제 밤늦게 작업할 정도로 철저히 작품에 몰두한다. 그의 신작 ‘창백한 죽음’은 다음 달 17일 독일에서 출간된다. 소녀들의 살인과 실종 사건을 다룬 스릴러다. 또 내년 말 출간을 목표로 이미 새 소설의 집필에 들어갔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한국에 있는 누군가가 제 책을 흥미진진하게 읽고 있을 생각을 하니 마냥 기분이 좋습니다. 다른 작품으로 또 뵙기를 기대합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獨 스릴러의 매력이민자 등 사회적 이슈 초점… 퍼즐 조각 맞추듯 사건 풀어독일인들은 왜 스릴러 소설에 열광할까. 독일 베스트셀러의 상위권은 1년이 넘도록 스릴러 소설들이 점령하고 있다. 국내 독자에게도 사랑을 받고 있는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사라진 소녀들’ 등 독일 작가들의 작품들을 비롯해 스티그 라르손, 요 네스뵈 등 북유럽 작가들의 스릴러들도 그칠 줄 모르는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스릴러 소설은 어린이부터 성인에 이르는 독일 독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장르로 꼽힌다. 전직 택시 기사부터 저널리스트, 심리학자, 변호사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력의 스릴러 작가들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독특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작품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독일 스릴러 소설은 대중적인 사랑과 폭넓은 작가군을 바탕으로 이민자 문제, 환경, 사이코패스, 성도착증, 범죄자 처벌을 둘러싼 논란 등 사회적 이슈들을 자연스럽게 작품 속에 담아내고 있다. 이러한 시도들이 한층 자극적인 소재와 방대한 스케일의 서사를 추구하는 세계 독자들의 취향과 맞아떨어져 최근 독일 스릴러가 전성시대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특히 독일 스릴러는 무의식에 대한 진지한 탐구, 치밀한 심리 게임, 그리고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사건의 연결 고리로 이어지기 때문에 깊은 생각을 하지 않고도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영미권 스릴러와는 차이가 있다. 독자들로 하여금 퍼즐 조각 맞추기 게임을 하듯 조심스럽게 사건을 예측해 나가며 이중 장치를 통해 복잡하게 엮어 놓은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내도록 요구한다. 그리고 이 점이 바로 독일 스릴러의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 매력이다.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

    • 2011-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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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대로 선생’ 4컷 밖으로 나들이

    “27년 동안 ‘나대로 선생’을 그렸지만 전시회는 처음입니다. ‘나대로 선생’을 추억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소중한 만남의 자리를 갖고 싶습니다.” 동아일보 시사만화였던 ‘나대로 선생’의 작가 이홍우 상명대 문화예술대학원 만화영상과 교수(62·사진)가 28일부터 10월 4일까지 서울 종로구 공평동 서울아트센터 공평갤러리에서 ‘나대로 시사만화전’을 연다. ‘이홍우 화백이 본 격랑의 한국(1980∼2007)’이란 부제가 붙은 이번 전시에서는 시대별로 화제가 됐던 ‘나대로 선생’의 주요 작품 60여 편을 비롯해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등 전·현직 대통령과 정치인들의 캐리커처 20여 편을 전시한다. 1967년 서라벌예대 2학년 때 일간지 시사만화가의 길로 들어선 그는 1980년 11월 12일 동아일보에 ‘나대로 선생’ 연재를 시작한 후 2007년 12월 26일 마지막 회까지 27년간 8568회를 게재했다. “8500여 편 가운데 60여 점을 추리는 데 고생 꽤나 했습니다.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는 말처럼 저에게는 모두 자식 같은 작품이죠. 시대적으로 우리가 꼭 알아야 하고, 독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던 작품들로 엄선했습니다.” ‘외교 굽신, 경제 망신, 치안 불신, 정책 등신, 날치기 귀신, 국민 배신’이라는 말로 6공화국의 실정을 풍자한 ‘6공6신’편(1991년 11월 29일자)이 이 교수가 뽑은 대표작. 이외에도 참여정부의 실정을 지적한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편(2005년 7월 9일자), ‘맞고 나니 눈앞에 별이 번쩍번쩍 하더군’으로 풍자한 ‘국방위 회식사건’편(1986년 3월 24일자) 등 촌철살인의 작품이 가득하다. 그가 말하는 ‘좋은 시사만화’는 무엇일까. “소금은 짜야 소금이고 만화는 재미있어야 만화입니다. 시사만화가 너무 기록적으로 가다 보면 유머가 빠지는데 이러면 안 돼요. 해학과 재치, 그리고 발상의 전환과 반전의 묘미가 있어야 좋은 시사만화죠.” 이 교수는 자신의 만화로 본의 아니게 피해를 본 사람들도 있겠지만 만화 속에 들어 있는 ‘해학의 미’ 때문에 여태껏 척지고 지내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그는 이번 전시회에서 ‘나대로 선생’을 주인공으로 한 수묵화 20여 점도 선보인다. 이 그림 속에서 ‘나대로 선생’은 산으로 들로 여행 가고, 술잔을 앞에 두고 사색도 한다. “30년 가까이 네 컷의 사각 틀에 갇혀 살았던 주인공이 ‘나대로 선생’입니다. 이제는 편안하게 인생을 즐기는 자유를 주고 싶었습니다.” 02-3210-0071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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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병주국제문학상 대상, 중앙亞 고려문화인協 선정

    중앙아시아 고려문화인협의회(대표 최석)가 사단법인 이병주기념사업회(공동대표 김윤식 정구영)가 주최하는 제4회 이병주국제문학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상금은 1000만 원. 시상식은 30일 오후 5시 반 경남 하동군 북천면 이병주문학관에서 열린다.}

    • 2011-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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