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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의 세 번째 재판에서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58)이 박 전 대통령의 과거 발언에 대해 “정신 나간 주장”이라고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진술한 사실이 공개됐다. 법정에 증인으로 나온 주 전 사장은 박 전 대통령을 ‘피고인 박근혜 씨’라고 불렀다. 박 전 대통령은 주 전 사장을 싸늘한 눈빛으로 쏘아봤다. 하지만 재판부가 “증인에게 물어볼 게 있습니까”라고 묻자 박 전 대통령은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오전 10시부터 12시간가량 이어진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한 발언은 이 한마디뿐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올 1월 1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 대표적 기업(삼성)이 헤지펀드 공격을 받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무산되면 국가적, 경제적으로 큰 손해라는 생각에 관심 갖고 지켜봤다”며 “(국민연금의 합병 지원은) 국가의 올바른 정책 판단”이라고 말했다. 주 전 사장은 이 발언을 문제 삼은 것이다. 그가 한화증권 사장으로 재직했던 2015년 한화증권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추진에 반대하는 보고서를 냈다. 주 전 사장은 2016년 1월 회사를 그만두고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해 총선정책공약단 부단장을 지냈다. 주 전 사장은 특검 조사에서 “박 전 대통령 발언은 국제 소송의 빌미가 될 수 있는 한마디로 정신 나간 주장”이라고 진술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재판을 받은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평소 (자신과) 다른 의견을 들으면 ‘한마디로 정신 나간 주장’이라는 표현을 쓰냐”며 비판했다. 이날 법정에서 박 전 대통령은 최 씨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23일 첫 번째 법정 만남과 마찬가지였다. 최 씨는 재판 도중 잠깐씩 박 전 대통령을 쳐다봤지만 박 전 대통령은 단 한 번도 최 씨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재판 도중 유영하 변호사(55)와 대화를 나누며 웃음을 보였고, 재판이 길어지자 오후 8시부터 20분가량 꾸벅꾸벅 존 뒤 앉은 채로 목 운동을 했다. 재판이 끝난 뒤 방청석의 시민 4명이 퇴정하는 박 전 대통령을 향해 “진실이 승리한다는 걸 보여주세요”라고 외쳤다. 박 전 대통령은 이들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한편 법원은 국정 농단 재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큰 점을 감안해 재판 방송 중계 허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앞서 대법원은 23일 전국 법원의 형사재판 담당 재판장들에게 이에 대한 의견을 묻는 e메일을 발송했다. 권오혁 hyuk@donga.com·김민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은 삼성 롯데 등 대기업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이번 주 3일 동안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와 나란히 피고인석에 앉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29, 30일과 다음 달 1일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재판을 진행한다. 이번 주 재판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최 씨와 함께 삼성으로부터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과 독일 승마훈련 지원금 등 총 298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가 주로 다뤄질 예정이다. 재판부는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박 전 대통령 사건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한 최 씨 사건과 병합해 증인신문을 벌인다. 또 수요일과 목요일에는 그간 진행된 다른 국정 농단 관련자 재판 기록에 대한 서류증거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29일 재판에서는 박 전 대통령 사건 관련 첫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58)과 김성민 전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 위원장(56·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원종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등 3명이 증인으로 채택된 상태다. 주 전 사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부정적인 내용의 보고서를 내고 주주총회에서도 반대 의견을 냈던 인물이다. 김 위원장과 원 위원은 삼성이 합병안 의결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 관계자들을 접촉했는지 증언할 것으로 전해졌다. 30일에는 삼성이 최 씨의 딸 정유라 씨(21) 독일 승마훈련을 지원하게 된 경위를 법정에서 듣는다. 이상영 전 부회장 등 한국마사회 관계자들이 증언대에 설 예정이다. 다음 달 1일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 등 앞서 특검이 기소한 삼성 관련자들의 뇌물 수수 혐의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61·구속 기소)의 공판 기록 등 서류증거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31일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김선일) 심리로 열리는 이영선 전 청와대 경호관(38)의 재판에도 증인으로 채택돼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측이 빡빡한 본인의 재판 일정을 이유로 불출석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주말을 앞두고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 등 삼성 전·현직 임원 5명의 재판은 휴정 시간을 포함해 무려 15시간 동안 이어졌다. 이는 지난해 12월 국정 농단 사건 관련자 재판이 시작된 이후 최장 시간 기록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26일 오전 10시 시작된 이 부회장의 재판은 이튿날 오전 1시경 마무리됐다. 점심, 저녁 두 차례 식사 시간과 중간에 주어진 휴정 시간을 빼고도 순수 재판 시간만 10시간가량 걸렸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SDI가 처분해야 할 주식 숫자를 줄여준 배경에 대해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삼성 측의 증인 신문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 재판처럼 자정을 넘기는 경우는 없었지만 국정 농단 사건 재판이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석동수 공정위 사무관이 증인으로 나선 이 부회장의 24일 재판은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10시 50분까지 이어졌다. 같은 날 오전 10시 10분 열린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구속 기소) 등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자 재판도 증인신문이 길어지면서 오후 10시가 넘어서 끝났다. 이처럼 ‘마라톤 재판’이 늘어나는 것은 국정 농단 사건 관련자들의 수사기록이 방대하고 신문할 증인 수가 많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로서는 구속 기한인 6개월 이내에 선고를 하기 위해 빡빡하게 재판 일정을 잡을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과 김 전 실장 재판은 모두 매주 3차례 이상씩 열리고 있다. 과거에도 중요 사건에서 자정을 넘겨 새벽까지 재판이 이어진 사례는 꽤 있다. 2007년 12월 11일 열린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재판은 오전 10시에 시작해 다음 날 오전 4시까지 18시간 동안 진행됐다. 2011년 1월 11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73)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재판은 오전 10시에 시작해 다음 날 오전 3시경 끝났다. 이 밖에 통상 하루에 재판을 마치는 국민참여재판의 경우도 자정을 넘기는 일이 잦다. 권오혁 hyuk@donga.com·김민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은 삼성, 롯데 등 대기업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이번 주 중 3일 동안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와 나란히 피고인석에 앉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29, 30일과 다음달 1일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재판을 진행한다. 이번 주 재판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최 씨와 함께 삼성으로부터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과 독일 승마훈련 지원금 등 총 298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가 주로 다뤄질 예정이다. 재판부는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박 전 대통령 사건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한 최 씨 사건과 병합해 증인신문을 벌인다. 또 수요일과 목요일에는 그간 진행된 다른 국정농단 관련자 재판 기록에 대한 서류증거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29일 재판에서는 박 전 대통령 사건 관련 첫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58)과 김성민 전 국민염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 위원장(56·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원종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등 3명이 증인으로 채택된 상태다. 주 전 사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부정적인 내용의 보고서를 내고 주주총회에서도 반대 의견을 냈던 인물이다. 김 위원장과 원 위원은 삼성이 합병안 의결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 관계자들을 접촉했는지 증언할 것으로 전해졌다. 30일에는 삼성이 최 씨의 딸 정유라 씨(21) 독일 승마훈련을 지원하게 될 경위를 법정에서 듣는다. 이상영 전 부회장 등 한국마사회 관계자들이 증언대에 설 예정이다. 다음달 1일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 등 앞서 특검이 기소한 삼성 관련자들의 뇌물 수수 혐의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61·구속 기소)의 공판 기록 등 서류 증거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31일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김선일) 심리로 열리는 이영선 전 청와대 경호관(38)의 재판에도 증인으로 채택돼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측이 빡빡한 본인의 재판일정을 이유로 불출석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경찰버스를 탈취해 난동을 부린 남성이 국민참여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는 공용물건손상, 자동차 불법사용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정모 씨(66)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해당 재판에 참여한 7명 배심원 가운데 3명은 징역 3년, 다른 3명은 징역 2년, 1명은 징역 1년이 적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배심원 의견과 혐의 등을 고려해 형량을 2년으로 결정했다. 정 씨는 3월 10일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앞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 참가해 경찰버스에 850만 원 상당의 손상을 입히고 경찰의 직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정 씨는 헌법재판소로 이동하려다 경찰의 차벽에 막히자 문이 열려있던 버스를 운전해 차벽을 밀어내려 했다. 당시 정 씨는 50차례가량 차벽을 들이받았다. 이후 차벽 뒤에 있던 100㎏가량의 스피커가 떨어져 김모 씨(72)가 머리를 맞아 숨지기도 했다. 검찰은 정 씨에게 특수폭행치사죄도 적용했지만 배심원과 재판부는 이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정 씨가 버스를 탈취하고 10분이 지나서야 스피커가 떨어져 버스 운전을 ‘특수폭행’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25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 박근혜 전 대통령(65)은 23일 첫 재판 때와 마찬가지로 남색 바지 정장 차림으로 법정에 들어섰다. 구치소에서 구입한 검정 핀과 집게 핀으로 올림머리를 한 것이나, 재킷 왼쪽 옷깃에 ‘나대블츠/서울(구)/503’이라고 적힌 수인 배지를 단 것도 모두 이틀 전 그대로였다.○ 불리한 증거 나올 땐 손가락 흔들며 부인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표정은 한결 여유가 생긴 듯했다. 첫 재판 때 3시간 내내 굳은 표정으로 정면만 바라보던 것과는 달랐다. 변호인단과 재판부를 향해 가볍게 목례를 하고 자리에 앉을 때부터 박 전 대통령의 얼굴에는 살짝 옅은 미소가 스쳐갔다. 첫 재판 때 ‘40년 지기’였지만 눈도 마주치지 않은 최순실 씨(61·구속 기소)가 이날은 법정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는 얘기가 법정 안팎에서 돌았다. 심리를 시작하기에 앞서 재판부가 “불리하다고 생각되는 진술은 거부할 수 있고, 유리하다고 생각하거나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언제든 할 수 있다”고 알렸다. 박 전 대통령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박 전 대통령은 직접 발언하기보다는 주로 변호인단의 변론을 묵묵히 들었다. 첫 재판 때와 달라진 점은 재판 내용을 짬짬이 받아 적는 모습 정도였다. 검찰이 각종 증거자료를 설명할 때는 법정 모니터를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앞쪽으로 고개를 내밀기도 했다. 왼편에 앉은 유영하 변호사(55)와는 수시로 대화나 귓속말을 나눴고 이따금 미소를 지었다. 미르·K스포츠재단과 관련해 불리한 증거가 나올 때는 유 변호사를 보며 사실이 아니라는 의미로 검지를 좌우로 흔들며 무언가 설명하기도 했다. 낮 12시 20분경 점심식사를 위해 휴정하기 직전 ‘검찰의 오전 증거 조사에 대해 할 말이 있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나중에 말하겠습니다”라며 말끝을 흐렸다.○ 팔짱 낀 채 경청, 가끔 하품도 박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 내 구치감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통상 피고인들은 구치소에 돌아가 식사를 한 뒤 법원에 돌아오는 것이 관행이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경비 문제 등을 감안해 구치소 측이 식사를 준비해왔다. 메뉴는 이날 서울구치소 수감자들에게 제공된 것과 똑같이 북어포국과 닭고추장조림, 오이·양파 피클, 배추김치였다. 오후 2시 10분 재판이 다시 시작됐다. 박 전 대통령은 오전에 비해 조금 피곤해 보였다. 검찰이 증거 내용을 설명할 때는 팔짱을 낀 채 지켜보다가 이따금 하품을 하거나 턱을 괴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은 오후 3시 25분경 휴정을 요청했다. 15분 뒤 속개된 재판은 오후 5시 50분경까지 이어졌다. 재판이 끝나기 직전 재판장이 “박근혜 피고인. (검찰과 변호인) 얘기 쭉 들었는데 혹시 반박하고 싶거나 하고 싶은 얘기 있나요”라고 물었다. 박 전 대통령은 “자세한 것은 추후에 말씀을 드리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이날 5시간 25분간 재판을 받으면서 박 전 대통령이 입을 연 것은 오전, 오후 딱 한 차례씩이 전부였다. 검찰은 이날 박 전 대통령이 최 씨와 공모해 대기업들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내도록 요구한 혐의(직권남용 등)를 입증할 증거들을 공개했다. 또 이미 진행된 최 씨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 등의 재판 조서를 증거로 제출하면서 주요 내용을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이날 증거 조사 방식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이상철 변호사는 “검찰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검찰 측 신문 내용만 보여준다”고 항의했다. 검찰은 “한정된 시간 때문에 중요 부분을 설명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유 변호사는 이에 “재판은 시간에 쫓겨서 하는 게 아니다”라고 되받아쳤다. 권오혁 hyuk@donga.com·김민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 측 변호인단이 검찰이 제출한 증거 대부분에 동의하지 않아 재판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2차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 가운데 판결문과 국민연금공단의 정관 등 공식문서 종류를 제외한 대부분의 증거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와 공모해 삼성 측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와 관련된 각종 진술조서는 모두 증거 채택을 거부했다. 일반적으로 형사재판에서 검찰이 수사를 통해 확보한 증거를 제출하면 피고인 측 변호인은 이를 검토해 증거로 인정할지 여부를 밝힌다. 피고인 측이 동의하면 정식 증거로 채택돼 재판부가 유무죄 판단의 근거로 삼을 수 있다. 하지만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재판부는 관련자를 일일이 증인으로 불러 법정에서 직접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 이날 박 전 대통령 측이 동의하지 않은 증거 중에는 삼성 뇌물 혐의 관련자 152명 전원의 진술조서가 포함됐다. 검찰로서는 박 전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하려면 이들 관련자 대부분을 증인으로 법정에 세워 신문해야 할 상황이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채택을 거부한 증거 중에는)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이 아니거나 실무자들이 업무 처리한 내용을 진술하는 등 반대신문이 필요 없는 것도 있을 것”이라며 “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부르는 것은 심적 부담도 되고 시간 낭비이므로 증거 동의 여부를 다시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진술 상당수가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닌 전문(傳聞·전해 들은 이야기) 진술이고 일부는 피고인에게 불리하다”며 “공소사실과 관계없는 부분은 검찰이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1·구속 기소) 측이 ‘관제 데모’ 정황이 담긴 전직 청와대 행정관의 수첩 내용을 놓고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 심리로 열린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구속 기소)과 조 전 장관 등의 공판에서 특검은 대통령국민소통비서관실 강모 전 행정관의 업무수첩을 공개했다. 강 전 행정관의 수첩에는 2014년 8월 18일자로 ‘(조윤선) 수석님 지시사항’이라는 제목 아래 ‘고엽제전우회 대법원 앞에서 집회하도록 할 것’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당시는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55) 등의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가 1심과 달리 무죄를 선고한 직후다. 특검은 이 메모가 당시 대통령정무수석이던 조 전 장관이 관제 데모를 지시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조 전 장관 측은 이에 대해 “법적으로 집회 신고는 48시간 이전에 해야 한다”며 “고엽제전우회는 18일 당일부터 집회를 했기 때문에 해당 메모는 지시 내용을 적은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수첩에는 또 2014년 8월 10일자로 ‘산케이 보도 관련, 서울중앙지검/애국단체 시위 협조 요청(강약 조절)’이라는 문구 아래 ‘엄마부대 어버이연합 동원(허)’라고 적혀 있었다. 같은 달 3일 일본 산케이신문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동안 모처에서 비선과 함께 있었다는 소문이 있다’는 내용을 보도해 논란이 됐다. 법정에 증인으로 나선 오도성 당시 국민소통비서관은 ‘조 전 장관이 보수단체에 시위 협조를 요청했느냐’는 질문에 “특정 단체를 언급하며 집회를 열도록 지시한 일은 없다”며 관제 데모 의혹을 부인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그래도 여성인데 화장 정도는 옅게 할 수 있게 허락돼야 하지 않나. 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흉악범도 아니고 중죄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63·사진)은 23일 법정에 출석한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을 언급하며 침통해했다. 그는 “얼마 전까지 대한민국을 대표해 국빈도 만나고 외국에서 우리나라를 대변하신 분”이라며 “(초췌한 모습을 보고)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 전 이사장은 23일 오전 남편인 신동욱 공화당 총재(49)와 서울중앙지법을 찾았다. 법정에 피고인 가족석이 있었지만 미리 신청하지 않아 들어가지 못했다. 박 전 이사장은 “공인으로 사는 분들은 머리 손질이라도 해드릴 수 있었으면 (좋을 텐데), 민낯을 보니까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재임기간 중 한 일은 사법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헌법에 보장돼 있다”며 “그런데 다 공범으로 엮여서 여기까지 온 걸 생각하면, 당사자의 마음을 헤아릴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날 법원에 오지 않은 박지만 EG 회장(59)과 부인인 서향희 변호사(43)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오고 싶어도 엄두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마음은 여기 있을 것이고 실제로 뒤에서 (박 전 대통령의) 건강과 평온한 마음을 위해 많은 애를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방청석에는 김규현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64)과 배성례 전 홍보수석(59), 허원제 전 정무수석(66) 등 박 전 대통령을 보좌했던 참모들의 모습도 보였다. “심경이 어떠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91)는 자택에서 TV를 지켜보며 “현직 대통령을 (끌어내려) 감옥에 넣는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느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의 사촌오빠인 박준홍 자유민주실천연합 총재(70)는 “주변에서 같이 법원으로 가자고 했지만 분노를 억제하기 힘들어 집에서 지켜봤다”고 밝혔다.김동혁 hack@donga.com·김민·최지선 기자}

23일 첫 재판에 출석한 박근혜 전 대통령(65)의 왼쪽 옷깃에 달린 둥근 배지(사진)엔 수인번호 ‘503’ 위에 빨간색 글자 ‘나대블츠’와 검은색 단어 ‘서울(구)’가 씌어 있었다. ‘서울(구)’는 박 전 대통령이 수감된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의미한다. ‘나대블츠’는 어떤 뜻일까? 서울구치소에 따르면 ‘나대블츠’는 구치소 측이 수감자들을 수용하고 호송할 때 공범과 격리하기 위해서 임의로 붙인 기호다. 그동안 국정 농단 사건 피고인들이 법정에 달고 나온 배지에 적힌 글자들과 비교해 보면 ‘나대블츠’엔 박 전 대통령의 주요 혐의가 요약된 것으로 보인다. 우선 국정 농단 사건 피고인들은 모두 ‘나’라는 글자가 적힌 배지를 달고 있다. 다음 글자인 ‘대’는 ‘대’기업 관련 뇌물 및 직권남용 혐의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6·구속 기소)이 법정에서 착용한 배지에는 ‘나대’라고 씌어 있었다. ‘블’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를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1)의 배지에는 ‘나블’이라고 적혀 있었다. ‘츠’는 한국동계스포‘츠’ 영재센터와 얽힌 혐의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영재센터를 운영하면서 삼성의 자금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는 장시호 씨(38·구속 기소)의 배지엔 ‘나츠’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 전 대통령 배지의 ‘나대블츠’는 박 전 대통령이 국정 농단 사건과 대기업 뇌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한국동계스포츠 영재센터 사건의 피고인이라는 의미다. 또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딸 정유라 씨(21)의 이화여대 입학 비리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남궁곤 전 이화여대 입학처장(56)의 배지에는 ‘나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여기서 ‘이’는 ‘이’화여대 입학비리 사건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23일 오전 10시 1분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 남색 정장 재킷에 짙은 청색 바지를 입은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이 피고인 출입구를 통해 들어섰다. 재킷 왼쪽 옷깃에 달린 건 재임 중 자주 달던 브로치가 아니라 수인번호 ‘503’이 적힌 둥근 배지였다. 화장기 없는 얼굴은 긴장감으로 굳어 있었다. 머리는 재임 당시처럼 올림머리 모양이었다. 구치소에서 파는 1660원짜리 집게 핀과 390원짜리 머리 핀 사이로 머리카락이 몇 가닥씩 삐져나와 있었다. 앞머리 군데군데 흰머리도 보였다. 변호인들을 향해 가볍게 목례를 한 박 전 대통령은 천천히 피고인석으로 향했다. 초췌한 기색처럼 걸음걸이에 힘이 없었다. 대기하고 있던 유영하 변호사(55) 옆 피고인석에 앉은 박 전 대통령은 맞은편 검사석 검사들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표정은 여전히 굳은 채였다. 잠시 뒤 최순실 씨(61·구속 기소)가 법정에 들어섰다. 상아색 재킷 차림이었다. 최 씨는 이경재 변호사(68)를 사이에 두고 박 전 대통령과 나란히 앉았다. 재판부가 공판 시작 전 법정 촬영을 허용한 3분 동안 방송카메라가 박 전 대통령을 주시했다. 카메라 셔터도 쉴 새 없이 터졌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정면을 응시한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오전 10시 6분 피고인 인정신문이 시작됐다. 박 전 대통령이 피고인석에서 일어섰다. “박근혜 피고인 직업이 어떻게 되시나요?”(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 “무직입니다.” “사는 주소지는?” “강남구 삼성동 42-6입니다.” “본적도 같습니까?” “네.” “박근혜 피고인 52년 2월 2일생 맞습니까?” “맞습니다.” 이어 김 부장판사가 국민참여 재판을 원하느냐고 묻자 박 전 대통령은 “원하지 않습니다”라고 답했다. 이날 재판은 오후 1시까지 3시간가량 이어졌다. 박 전 대통령은 가끔 오른편의 유 변호사와 귓속말을 나눌 때 외에는 대개 무표정하게 정면만 바라봤다. 검사가 50분에 걸쳐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등 18개 혐의를 담은 공소 사실을 읽는 동안 간혹 한숨을 내쉬거나 법정의 천장을 올려다봤다. ‘부정(否定)’을 의미하는 몸짓이었다. 검사의 설명이 길어지자 박 전 대통령의 두 눈은 거의 감길 듯했다. 지친 표정이었다. 유 변호사는 미르·K스포츠 재단을 설립해 대기업 출연을 받은 박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에 대해 “쓰지도 못하는 돈을 왜 받느냐. 동기가 없다”며 검찰의 공소 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김 부장판사가 “변호인은 공소 사실을 전부 부인한다고 했는데”라고 박 전 대통령의 의견을 묻자 “네, 변호인 입장과 같습니다”라고 답했다. 김 부장판사가 “추가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하시기 바랍니다”라고 했지만 “추후에 말씀드리겠습니다”라고 한 뒤 입을 닫았다. 박 전 대통령이 이날 법정에서 공개적으로 말한 글자는 모두 54개에 불과했다. 오전 11시 26분 김 부장판사가 휴정을 선언했다. 박 전 대통령은 피고인석을 떠나 법정 옆 피고인 대기실에 가서 휴식을 취했다. 10분 뒤 법정으로 돌아오는 박 전 대통령의 발걸음은 빨랐다. 표정은 담담했다. 최 씨도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뇌물을 수수한 혐의 등을 모두 부인했다. 또 박 전 대통령과 일렬로 피고인석에 앉아 있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2)은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오후 1시 재판이 끝나자 박 전 대통령은 작은 목소리로 변호인단과 잠시 대화를 나눈 뒤 곧바로 법정을 빠져나갔다. 재판부와 검찰 측에 인사는 하지 않았다.권오혁 hyuk@donga.com·김민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이 4월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서울구치소 방문 조사에서 삼성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를 추궁당하자 “사람을 어떻게 그렇게 더럽게 만듭니까”라며 역정을 낸 사실이 19일 확인됐다. 검찰 등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 내내 뇌물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검찰이 반복적으로 ‘삼성 측의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딸 정유라 씨(21) 승마 훈련을 지원하도록 지시한 것 아니냐’고 묻자 박 전 대통령은 “제가 정치생활을 하는 동안 대가관계로 뭘 주고받고 그런 일을 한 적이 없고, 할 수도 없는 더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극구 부인했다. 또 “기업들이 밖에서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게 하고 국내에서는 어떻게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까 그렇게 고민을 하고 3년 반을 고생인지 모르고 살았는데 제가 그 더러운 돈 받겠다고…사람을 어떻게 그렇게 더럽게 만듭니까”라고 진술했다. 특히 삼성의 미르재단 출연에 대해선 “만약 뇌물을 받는다면 제가 쓸 수 있게 몰래 받지, 모든 국민이 다 아는 공익재단을 만들어서 출연을 받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삼성에서 저에게 무엇을 해달라는 말이 없었고, 저도 해줄 게 없었는데 어떻게 뇌물이 된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어 “최 씨가 국민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말을 가다듬는 데 감각이 있어서 그런 일들에 대해 도움을 조금 받았다”고 밝혔다.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는 23일 오전 10시로 예정된 박 전 대통령의 첫 재판 방청권 추첨이 열렸다. 재판이 열리는 417호 대법정 150석 중 68석이 일반인에게 배정됐는데 시민 521명이 몰려 약 7.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최 씨의 첫 공판 방청 경쟁률은 2.6 대 1이었다. 전직 대통령이 법정 피고인석에 앉는 것은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이후 21년 만이다. 한편 이날 최 씨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과거 자신의 측근이었던 전 더블루케이 이사 고영태 씨(41·구속 기소)가 윤석열 신임 서울중앙지검장과 국정농단 폭로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고영태 녹음 파일’을 근거로 고 씨와 대화를 나눈 지인이 검사에게 상의하자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과 관련해 최 씨의 변호인이 “녹음 파일에 나오는 검사가 누구냐”고 묻자 최 씨는 “윤석열 씨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에 검찰 측이 이의를 제기하자 재판부는 “적절하지 않다”고 제지했고, 최 씨는 “제가 들은 바가 있다”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권오혁 hyuk@donga.com·김민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 재판에 박근혜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과 삼성 전·현직 임원 4명의 공판에서 장성욱 특검보(51·사법연수원 22기)는 “박 전 대통령을 직접 신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검은 이날 재판부에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박 전 대통령을 신문한 조서를 증거로 제출했다. 박 전 대통령이 특검 출석을 거부해 직접 조사를 못했기 때문에 대신 검찰이 조사한 기록을 낸 것이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이) 사실관계 등 많은 부분에서 피고인(이 부회장)과 전혀 다른 진술을 하고 있다”며 “조서의 증거 채택 여부와 상관없이 박 전 대통령을 직접 증인 신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2015년 7월 독대한 박 전 대통령이 삼성의 승마 지원이 부진하다며 크게 질책했다고 주장한다.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측에 딸 정유라 씨(21) 승마 지원을 위해 78억 원을 보낸 것은 박 전 대통령의 강요 때문이었으며 어떤 도움을 바라고 준 뇌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박 전 대통령은 “이 부회장과의 독대는 강압적인 분위기가 아니었다”며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 증인 신문 필요성에 대해 이 부회장 측 의견도 검토한 뒤 증인 채택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증인으로 채택될 경우 박 전 대통령은 6월 초 또는 중순 법정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구속 기소)이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블랙리스트)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보고를 받고도 묵살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 심리로 열린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60·구속 기소)과 정관주 전 문체부 차관(53·구속 기소) 등의 재판에서 김 전 장관은 증인으로 나서 그 같은 사정을 공개했다. 김 전 장관은 2014년 10월 20일 김 전 실장 공관으로 찾아가 ‘건전 콘텐츠 활성화 태스크포스(TF)’ 진행 상황을 보고했다. 해당 TF는 정치적으로 편향된 문화계 인사나 단체를 정부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기 위해 청와대 지시로 문체부가 급조한 조직이었다. 김 전 장관은 “김 전 실장은 보고를 받은 뒤 매우 흡족해하며 그대로 이행하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또 김 전 장관은 “당시 김 전 실장에게 ‘지원 배제를 할 경우 긁어 부스럼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은 ‘우리는 그냥 보수가 아니다. 우리는 극보수다. 그러니 원칙대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1월 김 전 장관을 청와대로 불러 블랙리스트에 대해 직접 지시한 사실도 공개됐다. 김 전 장관은 “박 전 대통령이 다짜고짜 ‘보조금 집행이 잘돼야 한다. 편향적인 것에 지원을 하면 안 된다’며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문제다. 이 나라가 어떻게 만들어진 나라인데 젊은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게 만든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대통령이 직접 블랙리스트를 챙긴 이유에 대해 김 전 장관은 “김 전 실장 선에서 처리가 잘 안 돼 그랬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최순실 씨(61·구속 기소)가 법정에서 새 정권 출범을 거론하며 국정 농단 사건에 대해 의혹 제기만 하지 말고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최 씨는 재판이 끝나기 직전 “이제 정의 사회,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대통령도 새로 탄생했다”며 “(사실 관계를) 제대로 밝혀야지 의혹 보도만 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최 씨는 특히 자신을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최 씨는 “저는 죄를 지은 건 죄를 받고 진실을 밝히려고 하는 건데, 특검이 계속 의혹을 제기한다”며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장시호, 고영태, 차은택 등의 일부 치우친 증언만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또 “특검은 검찰보다 정확하게 증거를 대야지, 증인에게만 기대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씨는 또 이날 자신이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을 등에 업고 삼성 측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를 재차 부인했다. 최 씨는 “저는 삼성에서 뇌물을 받은 적이 없고 (독일 법인) 코어스포츠는 페이퍼컴퍼니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67)가 의견을 내서 삼성 승마단에 유연이(정유라 씨 개명 전 이름)를 넣자고 했던 것”이라며 “제가 삼성을 움직였다는 것은 특검이 잘못 (기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씨는 또 “유연이는 실력으로 금메달을 땄고 대표선수라서 (승마협회 지원 대상에) 당연히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삼성에) 유연이를 키워 달라고 한 적이 없고, 그 돈(삼성이 낸 승마 지원금)을 내놓으라면 지금이라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정 씨의 부정 입학과 학사 특혜를 도운 혐의로 김경숙 전 이화여대 신산업융합대학장(62)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김수정) 심리로 열린 김 전 학장의 결심 공판에서 특검은 “숭고한 스승의 날인 오늘 피고인의 범행으로 붕괴된 교육 정의를 바로 세우고, 위증으로 국민이 입은 상처를 치유하려면 엄벌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구형했다.권오혁 hyuk@donga.com·김민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딸 정유라 씨(21)의 부정 입학과 학사 특혜를 도운 혐의로 김경숙 이화여대 전 신산업융합대학장(62)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김수정) 심리로 열린 김 전 학장의 결심 공판에서 특검은 “숭고한 스승의 날인 오늘 피고인의 범행으로 붕괴된 교육 정의를 바로 세우고, 위증으로 국민이 입은 상처를 치유하려면 엄벌이 필요하다”며 이 같이 구형했다. 특검은 “김 전 학장이 신성한 법정에서 학자의 양심을 찾고 진정한 교육자의 모습을 보이길 기대했지만 오늘까지도 진실을 은폐하고 자신의 책임을 후배 교수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김 전 학장이 정 씨의 입학을 도운 일을 ‘김연아처럼 훌륭한 학생을 맞이하고 싶은 마음에서 그랬다’고 언급한 데 대해 “정 씨를 폄훼할 의도는 없지만 그가 김연아 같은 선수인지 심히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번 사건은 재력과 권력으로 국정을 농단한 자가 개인적 영달을 위해 그릇된 방향으로 나아간 지식인의 도움을 받은 교육농단”이라고 했다. 김 전 학장은 최후 진술에서 “하늘에 맹세코, 제가 죽는 한이 있어도 범죄를 공모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울먹이면서 “제가 너무나도 사랑한 체육과학과가 비난을 받고 학교의 명예가 실추되어 학부모들과 수험생들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저의 진정성과 진실이 밝혀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김 전 학장에 대한 선고 공판은 다음달 23일 열린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1. 2014년 소방서 소속 구급대원 A 씨(37)는 앰뷸런스로 취객을 이송하다 일어난 사고로 소송에 휘말렸다. 만취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되던 40대 여성이 갑자기 깨어나 구급차 문을 열고 뛰어내렸다가 뒤따라오던 차에 치여 숨진 것이다. 유족 측은 A 씨가 제대로 이송자를 돌보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사고라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명백하게 근무 중에 일어난 사고였지만 A 씨는 아무런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 유족이 소방서가 아닌 A 씨 개인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는 이유에서였다. 소송비용도 모두 자비로 충당했다. 결국 소송에서는 이겼지만 A 씨는 그 과정에서 생긴 트라우마로 구조활동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2. 소방관 정모 씨(36)는 2월 초 오전 1시경 “몸이 아픈 아내가 연락을 받지 않고, 집 문도 열어주지 않는다”는 한 남성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정 씨는 신고를 한 남성의 동의를 구하고 현관문을 뜯었다. 하지만 아프다던 아내는 남편과 부부싸움을 한 뒤, 일부러 연락을 받지 않고 잠을 자던 중이었다. 신고를 했던 남성은 다음 날 소방서에 망가진 문 수리비를 내놓으라며 민원을 냈다. 정 씨는 “현관문 파손에 동의한다는 녹취가 있었지만 2, 3일 동안 경찰서와 소방서 내부조사를 받고서야 문제가 해결됐다. 녹취를 안 했으면 소방서 내에서 돈을 모아 물어줘야 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14일 대한변호사협회(회장 김현)에 따르면 이달 내 출범할 예정인 소방관법률지원단(단장 황선철 변호사)은 A 씨나 정 씨처럼 공무 수행 중 일어난 각종 사고로 법률 분쟁에 휘말린 소방관들을 도울 계획이다. 전국적으로 30∼50명가량의 변호사가 참여해 꾸릴 법률지원단은 소방관들에게 무료 법률 상담을 해주는 것은 물론 직접 사건을 수임해 무료 변론도 할 방침이다. 소송 진행과정에서 드는 비용은 대한변협 산하 법률구조재단이 부담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또 소방관법률지원단 공식 출범 이전에도 대한변협 인권팀(02-2087-7730∼3, humanrights@koreanbar.or.kr)에서 법적 분쟁을 겪고 있는 소방관들의 지원 및 상담을 하기로 했다. 일선 소방관들이 각 지방자치단체 소방본부 소속인 점을 감안해, 대한변협은 각 지자체와 업무협약을 맺어 도움이 필요한 사건을 접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소송 당사자인 소방관이 소송 내용이나 상담사실을 비밀로 해주기를 원할 경우, 변호사의 의뢰인 비밀유지 의무에 따라 이를 지켜주기로 했다. 그동안 소방관들은 내부 인사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 등을 우려해 악성 민원인과 사비를 들여 합의를 보는 등 어려움을 겪어왔다. 경기지역에 근무하는 소방관 박모 씨(36)는 “법률지원단이 출범하면 일선 소방관들이 화재 진압 등 본연의 활동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김민 kimmin@donga.com·최고야 기자}
법원이 최순실 씨(61·구속 기소)가 소유한 서울 강남구 신사동 미승빌딩 처분을 금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11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구한 최 씨의 재산 77억9735만 원 추징 보전에 대해 미승빌딩을 팔지 못하도록 했다. 추징 보전은 범죄로 얻은 재산을 형이 확정되기 전에 처분할 수 없도록 하는 조치다. 특검은 최 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과 공모해 삼성으로부터 뇌물 77억여 원을 직접 받은 것으로 보고 추징 보전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미승빌딩 건물과 부지만으로 해당 금액의 가압류가 가능하다고 판단해 다른 부동산과 예금 채권에 대한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 씨가 1988년 매입한 미승빌딩은 부지 661m²에 지하 2층∼지상 7층 규모로 시세가 200억 원대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최 씨의 주민등록상 거주지는 이 빌딩 6, 7층으로 돼 있다. 최근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 빌딩이 헐값에 매물로 나온 것이 알려져 최 씨가 대선 직후 가압류를 피하기 위해 급매에 나선 것 아니냐는 추정이 제기됐다. 특검에 따르면 최 씨와 딸 정유라 씨(21)가 보유한 부동산 규모는 미승빌딩 외에도 강원 평창군 용평면의 임야와 목장 용지 등 23만431m²에 달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 재직 당시 잠옷과 화장품, 음료수 등을 최순실 씨(61·구속 기소)가 자신의 돈으로 사서 박 전 대통령에게 공급했다는 진술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 씨 공판에서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최 씨의 운전기사 방모 씨의 진술조서를 공개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 씨가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서다. 방 씨는 2004년부터 최 씨가 운영하는 얀슨에서 운전과 건물관리 업무를 담당했다. 조서에 따르면 방 씨는 최 씨가 독일로 도피했던 지난해 9∼10월 청와대 이영선 경호관(39), 윤전추 행정관(38)과 70여 차례 통화했다. 방 씨는 통화 이유에 대해 “최 씨가 독일에서 전화로 ‘박 전 대통령에게 잠옷과 화장품, 주기적으로 드시는 주스와 옷가지, 명절 선물 등을 전달하라’고 시켜서 연락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최 씨는 독일로 도피하기 전에도 화장품이나 옷가지를 구입해 대통령에게 보냈다”고 진술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된 화장품은 최 씨나 얀슨 직원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백화점에서 최 씨 카드로 샀다. 잠옷은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쇼핑센터 지하의 수입품 매장에서 최 씨가 직접 구입했다. 최 씨가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물품 중에는 수입 과일주스인 ‘모나비 주스’도 있었다. 이 주스는 미국 다단계 판매업체 모나비 제품이다. 모나비의 한국 지사였던 모나비코리아는 2016년 폐업했다. 방 씨는 “우리 사무실에서 (모나비 주스를) 주기적으로 구입해 최 씨도 마시고, 대통령에게도 보냈다”고 말했다. 또 잠옷과 주스 구입 대금은 “최 씨가 자신의 돈으로 지불했다”고 진술했다. 공판에서 최 씨 측은 “잠옷과 주스 대금을 최 씨가 냈다는 것은 방 씨의 추측”이라고 반박했다. 방 씨는 또 “지난해 10월 말 (최 씨 딸 정유라 씨 명의 아파트) 브라운스톤에 갖다 놓았던 최 씨의 PC를 쇠망치로 때려서 파손했다”고 진술했다. 최 씨가 “집에 있는 컴퓨터를 없애야 하니 처리해 달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다는 것이다. 방 씨는 “파손한 PC를 집 밖에 내놨는데 누군가 가져갔는지 사라졌다”고 말했다. 방 씨가 특검에서 조사를 받은 직후 이 경호관이 방 씨에게 전화를 걸었던 사실도 공개됐다. 방 씨는 “이 경호관이 전화로 ‘특검에서 어떤 내용을 이야기했느냐’고 물어봐 ‘우리 통화 내용을 주로 진술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 경호관은 또 방 씨에게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48·구속 기소)이 헌법재판소의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최 씨와 고영태 씨(41·구속 기소)가 내연관계로 보였다’고 한 기사를 봤냐. 그 내용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방 씨는 “‘고 씨를 모르고 둘이 함께 있는 것을 본 적이 없어 잘 모른다’고 대답했다”고 진술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신종 보이스피싱에 속아 일회용 비밀번호(OTP)를 입력했다가 피해를 본 고객에 대해 은행이 일부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모 씨(44)는 2014년 9월 지방세를 납부하기 위해 A 은행 홈페이지에 접속했다가 가짜 사이트인 ‘금융감독원 사기예방 계좌 등록 서비스’ 팝업창에 들어갔다. 이 씨는 가짜 사이트가 요구하는 대로 계좌 비밀번호와 공인인증서 비밀번호, OTP 번호를 입력했다. 그 직후 마이너스 통장에서 2100만 원이 출금됐다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날아왔다. 당황한 이 씨에게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하는 인물이 전화를 걸어와 “전산장애로 돈이 인출됐지만 30분 내에 도로 입금될 것”이라며 안심을 시켰다. 50분 뒤 다시 OTP 번호를 입력하라는 메시지가 떴고, 이 씨가 번호를 입력하자 900만 원이 추가로 출금됐다. 이 씨는 A 은행을 상대로 “피해금액 3000만 원과 마이너스 통장 이자 42만 원을 물어내라”며 소송을 냈다. 이 씨는 “은행이 ‘휴일에 하루 100만 원 이상 이체할 때는 추가 인증이 진행 된다’고 공지했지만 이런 절차가 진행되지 않아 출금이 안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4부(부장판사 이대연)는 “A 은행은 이 씨에게 첫 인출금액 2100만 원의 80%인 1680만 원과 이자 등 1700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 씨가 은행의 추가 인증 절차 공지를 믿고 OTP 번호 등을 입력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차 인출은 전적으로 이 씨의 부주의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이는 앞서 1심 재판부가 “은행이 두 차례 인출에 모두 일부 책임이 있다”며 2200여 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데 비해 다소 줄어든 것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