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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집중해야 할 피 같은 시간에 연구원들이 커피 마시면서 농담을 하고 있는 거예요. 한두 번 두고 보다가 더이상 참을 수가 있어야죠. 그래서 얼마 전에 가위를 들고 나가 자판기 전깃줄을 잘라 버렸어요.” 2002년 한 국내 전자업체의 디스플레이 연구소를 방문했을 때 연구원들 사이에서 ‘악명’이 자자하던 연구소장이 한 이야기다. 당시 이 연구소는 ‘능동형 유기EL(전계발광소자)’ 디스플레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최근 LG전자가 세계 최초로 양산을 시작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삼성전자가 상반기에 내놓을 예정인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TV는 이렇게 11년 전 이미 개발되고 있었다. 연구원들을 너무 들볶는 것 아니냐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기술 개발의 성패는 핵심인력 몇 명, 몇십 명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사람 많아 봐야 소용없는 거죠. 그래서 기초기술이 좋고 인력도 우수한 미국, 일본을 한국 전자산업이 따라잡을 수 있었던 겁니다. 핵심인력이 1분 쉬면 몇 년 뒤에는 몇 달 이상 기술격차가 벌어지는데 농땡이 부리면 안 되는 거죠.” 전설적 싸움꾼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싸움의 법칙’ 가운데 “적의 수가 아무리 많아도 결국 나와 싸우는 사람은 내 주변의 4명뿐”이라는 대목을 연상시키는 설명이었다. 1년 만에 처음 쉬는 추석날 차례 지내러 가족과 함께 고향에 내려가다가 호출을 받고 고속도로 만남의 광장에서 혼자 내려 돌아온 사연 등 그 연구소 연구원들이 들려준 얘기 중엔 기막힌 내용이 한둘이 아니었다. 연구소 안에서 ‘교주(敎主)’로 불리는 팀장들과 그 밑에 딸린 팀원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피곤에 찌들어 있었다. 하지만 전자산업의 미래를 내 손으로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만은 대단했다. 공휴일이 일요일일 때 그 다음 하루를 더 쉬도록 하는 ‘대체휴일제’와 관련한 최근의 논란이 오래전 취재의 기억을 불러냈다. 원래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후보의 대선 공약이던 대체휴일제는 박근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국정과제에 포함되면서 논란이 가열됐다. 단 며칠이라도 꿀맛 같은 연휴가 생기는 건 월급쟁이에게 거부할 수 없는 유혹. 그런 만큼 직장인들 사이에서 반대 의견은 찾아보기 어렵다. 반면에 기업, 자영업자 등은 인력 부족, 인건비 증가 등을 들어 극력 반대하고 있다. 정부 안에서도 문화, 관광산업 활성화를 책임진 문화체육관광부는 찬성하는 반면에 경제 부처들은 기업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반대하는 분위기다. 청와대는 무리한 조기 도입에 부정적이지만 표를 의식한 국회는 여야를 막론하고 찬성 쪽 목소리가 높다. 이렇게 진행돼 온 대체휴일제 논쟁에 빠진 게 있다. 한국 경제의 ‘핵심 경쟁력’에 대한 고민이다. 세계 최빈국이던 한국이 중진국 위치에 올라선 이유를 설명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인, 연구원, 관료 등 우리 사회 엘리트들의 ‘무한헌신’이 우리 경제의 성장에 막대한 기여를 했다는 게 경험을 토대로 굳어진 기자의 믿음이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서비스업을 중시하는 ‘창조경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간과되는 부분도 있다. 과거 성장을 이끈 지난 세대 엘리트들은 각고의 노력을 통해 전자, 자동차, 조선 등의 분야에서 ‘창조적 수준’에 도달했다. 한 분야의 진정한 전문가가 되는 데 주 5일, 하루 8시간 기준으로 10년이 걸린다는 ‘2만 시간의 법칙’을 우리 경제의 주역들은 주 6∼7일,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를 통해 단기 압축적으로 달성했다. 도입해봐야 공휴일이 며칠 늘어나는 것뿐이라는 점만 보면 대체휴일제는 별것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일은 적게 할수록 좋은 것”이라는 쪽으로 사회 전체가 방향을 바꿀 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쉴 새 없이 경제의 엔진을 돌려온 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우리는 이들에게 지금까지와 같은 헌신을 기대할 수 있을까. 글로벌 경쟁에서 우리 경제에 승리를 안겨 준 ‘싸움의 법칙’을 바꾸기 전에 깊이 고민해볼 문제다.박중현 경제부 차장 sanjuck@donga.com}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 경제가 2.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3개월 전 내놨던 전망치보다 0.4%포인트 낮춘 것이다. IMF는 16일 내놓은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1월에 내놨던 3.2%에서 2.8%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한국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2.3%)와 한국은행 전망치(2.6%)보다 다소 높은 것이다. 다만 IMF는 3.9%로 잡았던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그대로 유지해 내년에 한국 경제가 3%대 성장세를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IMF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의 3.5%에서 3.3%로 0.2%포인트 낮췄다.}
○ 관악캠프 서울 관악구 대학동 관악문화관 도서관 1층에 있는 관악캠프에서는 20일(토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삼성전자 관계자 2명이 나와 심층상담 멘토링을 진행한다. 02-881-5279○ 서대문캠프 서울 서대문구 명지전문대 내 ‘사회교육관 1층 취업마케팅실’에서 18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GS건설 관계자들이 이 대학 취업준비생들과 일대일 멘토링을 할 예정이다. 02-330-1695 ○ 세종캠프 세종시 조치원 읍사무소에 있는 세종캠프에서는 18일 목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남양유업 인사팀의 이동현 주임이 남양유업 취업 노하우를 소개할 계획이다. 044-300-8865○ 부산남구캠프 부산 남구 못골로(대연동) 구청 2층 민원봉사실 내 남구캠프에서는 17일 오후 4시부터 롯데백화점 관계자가 나와 청년 취업준비생들을 상대로 면접 요령 및 취업 노하우에 대해 멘토링을 진행한다. 051-607-4294○ 동작캠프 서울 동작구 대방동 동작창업지원센터 1층 동작캠프에서는 18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농심 인사팀 관계자가 나와 일대다 형식의 멘토링을 진행할 예정이다. 02-820-1368○ 창원캠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중앙동 창원일자리센터 3층에 있는 창원캠프에서는 18일 오후 2시부터 STX조선해양 조성영 인사과장이 나와 멘토링을 벌인다. 055-225-3354}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 ‘화폐개혁’은 더이상 ‘설(說)’이 아닙니다. 당장이라도 닥칠 현실인 거죠. 그래서 금을 사들이고 해외 투자방법을 알아보는 겁니다.” 한 증권회사의 이코노미스트는 요즘 한국 부유층의 뒤숭숭한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복지 확대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려고 박근혜정부가 박차를 가하고 있는 ‘지하경제 양성화’는 이렇게 때 아닌 화폐개혁설까지 불러왔다. 화폐 개혁을 실행할 가능성은 대단히 낮지만 새 정부의 지하경제와의 전쟁 의지는 그에 못지않게 강력해 보인다. 국세청이 최근 발표한 기획 세무조사는 224명이란 대상자, 1000명에 육박하는 조사인력 모두 사상 최대다. 금융위원회도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보유한 금융거래 정보를 적극적으로 국세청에 제공해 탈세를 색출하는 데 협조할 계획이다. ‘제2의 세원(稅源)’이라 불리는 ‘납세자 심리’ 면에서 떳떳하지 못한 돈을 숨긴 이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기에 충분한 강도다. 해외에서도 고액 자산가들을 불안하게 하는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 워싱턴에 본부가 있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최근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재산을 숨겨둔 세계 각국 부자 수천 명의 신상을 곧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인이 끼어 있는지 국세청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런 상황은 새 정부가 복지공약 실현에 필요한 재원 마련 방안으로 제시했던 세출 구조조정, 비과세·감면 축소가 벽에 부닥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조원동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최근 “현재 있는 지출사업을 없애거나 중단하거나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느냐”라며 세출 구조조정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비과세·감면을 대폭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당장 최근 나온 주택시장 정상화 방안부터 양도소득세, 취득세를 크게 깎아주는 내용이 포함됐다. 더욱이 경기 침체로 세수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5년간 복지 확대에 필요한 135조 원을 마련하려면 정부로선 지하경제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정부 추산 한국의 지하경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20∼25%. 20%로만 봐도 지난해 기준 250조 원으로 삼성전자의 전 세계 매출(지난해 201조 원)을 능가한다. 규모만 본다면 복지 확대에 필요한 재원 정도는 쉽게 뽑아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여기에도 몇 가지 함정이 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지난 십몇 년간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지하경제를 양성화한 나라다. 1999년 도입한 신용카드 소득공제, 2005년 세계 최초로 도입한 현금영수증 제도는 자영업자들의 소득 신고율을 급격히 끌어올렸다. 특히 노무현 정부 기간에는 통계에 잡히지 않던 지하경제가 GDP에 대거 편입되면서 성장률을 끌어올려 체감경기와 성장률의 괴리가 컸다. 정부 당국자들은 세금을 걷어 올릴 새로운 금맥을 찾아낸 것처럼 호들갑을 떨지만 실은 쉽게 파낼 수 있는 금은 모두 채굴한 노후 광맥인 셈이다. 그리스의 사례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리스는 2006년에 갑자기 GDP가 25%나 늘었다. 유럽연합(EU)이 요구하는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맞추기 위해 술, 담배의 밀거래 등 지하경제 부문을 한꺼번에 GDP에 포함시켰던 것이다. 통계상 GDP는 늘었지만 여기서 세금이 제대로 걷혔을 리 없다. 그 결과가 국가 파탄까지 치달았던 지난해 재정위기였다. 지하경제 양성화는 적극적이고 꾸준히 추진해야 할 올바른 정책이다. 하지만 당장 막대한 세금을 여기서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과도한 기대다. 더욱이 여기서 거둘 세금을 염두에 두고 복지를 확대하는 건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계란 하나가 생기자 “이 알이 닭으로 크면 계란을 많이 낳을 거고, 그걸 팔아 양을 사고, 양이 커서 새끼를 낳으면 소를 사고…” 하는 상상을 하다가 벌써 부자가 된 느낌에 달걀을 삶아 먹었다는 가난한 바보의 얘기가 생각난다.박중현 경제부 차장 sanjuck@donga.com}

“그 장관 부인이 몇 명인지, 자녀는 또 몇인지. 그중에서 제일 총애하는 부인은 누군지, 그 장관이 어느 자녀를 제일 아끼는지 아십니까?” “그게…. 파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중동에서 오래 사업해본 경험으로 하는 얘긴데…. 중요한 인물 만날 때 먼저 그런 것부터 챙겨야 해요. 선물 하나를 해도 본인에게 직접 주는 건 하책(下策)이에요. 본인만 만족하고 끝납니다. 사랑받는 부인에게 선물하는 게 중책(中策)쯤 됩니다. 부인이 좋아하고 남편도 고마워합니다. 제일 좋은 건 자식한테 주는 겁니다. 자식이 좋아하면 엄마가 고마워하고, 아버지까지 기뻐해요. 그게 상책(上策)입니다. 그렇게 하면 문제가 쉽게 풀려요. 아시겠어요?” 지난 정부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지식경제부 장관과 대통령 사이에 오간 대화다. 한국 정부가 중동의 한 나라에서 장기 에너지개발권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던 중 상대편 국가의 사업허가 결정권자를 만나러 떠나는 해당 부처 장관에게 이명박 대통령은 이렇게 당부했다. 옆에서 지켜본 한 경제부처의 장관은 “사업가로서 MB의 경험과 지식에 공무원 출신 장관들이 모두 혀를 내둘렀다. 해외자원 개발, 플랜트 및 무기 수출 등과 관련된 일이 있을 때마다 ‘달인(達人)급 세일즈맨’의 지적과 조언이 있었고 결과는 대부분 MB의 예상대로 됐다”라고 회상했다. 이 전 대통령 재임 5년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데는 여러 기준이 있을 수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2월 셋째 주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이 전 대통령의 막바지 국정수행 지지도는 30.4%. 온 국민의 사랑을 받으며 청와대를 떠났다고 보긴 어려운 수준이다. 대통령이 바뀌자마자 여야가 국회 본회의에서 지난 정부의 최고 역점사업이던 ‘4대강 사업’ 입찰 의혹에 대한 감사요구안을 통과시키는 등 뒤끝도 개운치 않다. 4대강 사업에서 나타난 밀어붙이기식 업무추진, 상명하달(上命下達)식 의사소통 등은 건설업체 최고경영자(CEO)처럼 대통령직을 수행한 ‘이명박 스타일’의 특징이자 한계였다. 이와 관련해 그가 당선인 신분이던 5년여 전 정부 경제부처의 고위 관계자가 했던 얘기가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이 당선인이 서울시장 시절에 청계천이 자연 하천이었으면 복개(覆蓋)를 했을 거고, 서울 시청 앞이 잔디광장이라면 뚫어서 도로를 냈을 겁니다. 앞으로는 어떨까요.” 하지만 ‘대한민국 브랜드’를 파는 세일즈맨이란 측면에선 역대 대통령 중 그만한 인물이 없었다. 지난해 10월 독일 등에 밀려 불리했던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전 때 이 전 대통령은 막판에 다른 나라를 지지하던 각국 정상들에게 직접 전화해 한국에 표를 던지게 만들었다.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 등에서도 그의 ‘톱 세일즈’ 능력은 빛을 발했다. 오죽하면 원전 수주를 뺏긴 일본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우리도 저런 세일즈맨 국가 수장이 있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왔을까. 고급 영어는 아니지만 2010년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확인된 것처럼 세계의 정상들과 스스럼없이 소통할 정도의 ‘전투영어’ 실력도 갖췄다. 5년간 49차례에 걸쳐 84개국을 방문하고 비행기로 지구를 21.9바퀴 돌 만큼 건강과 부지런함은 타고났다. 아들이 미국 대통령으로 재임할 때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해외에서 미국 기업과 국가이익의 대변자로 활약했다. 빌 클린턴 미 대통령 역시 퇴임 후 오바마 정부를 대신해 적극적인 대외활동을 펼쳤다. 이제 한국도 나라를 위해 세계를 뛰어다니는 전 대통령을 가질 때가 됐다. 마침 곱든 밉든 최고의 적임자도 생겼다. 여전히 ‘대한민국의 일꾼’으로 일할 의지가 넘치는 전 대통령을 연금만 주고 은퇴시킬지, 아니면 ‘국가대표 세일즈맨’으로 활용할 것인지는 철저히 박근혜 대통령의 결심에 달렸다.박중현 경제부 차장 sanjuck@donga.com}

박근혜 당선인의 대선공약 재원 마련을 둘러싸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정부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세출 구조조정을 통한 예산 절감 등으로 71조 원, 비과세·감면 축소 등 세제 개편을 통해 48조 원 등 5년간 134조6000억 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박 당선인의 복지공약 등을 모두 실행할 수 있지만 이 일이 영 만만치 않아서다. 구성 초기에 인수위는 각 정부 부처에 예산지출 삭감안부터 지시했다. 대부분의 부처가 지출을 줄이는 ‘시늉’을 내는 데 그치자 인수위는 예산을 총괄하는 재정부에 1월 말까지 재원을 마련해내라고 요구했다. 일단 예산당국은 난색을 표했다. 모든 공약을 동시에 실행하는 건 재정 건전성에 큰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새누리당 의원과 경제, 재정학자들도 같은 이유로 ‘공약이행 속도 조절론’ ‘공약 수정론’을 제기했다. 이런 분위기를 일소한 건 “내가 약속을 하면 여러분은 지켜야 한다”는 박 당선인의 짧은 한마디였다. 한 달 뒤면 행정부 수장이 될 그의 강경 메시지에 정부 예산당국자들은 간담이 서늘해졌을 것이다. 그렇지만 예산당국이라고 용빼는 재주가 있을 리 없다. 공무원 다그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이명박 대통령도 정부 출범 초기에 2조5000억 원을 줄이는 데 그친 것에는 이유가 있다. 모든 항목에 수혜자가 딸려 있는 정부지출을 대폭 줄이는 건 ‘미션 임파서블’에 가깝다. 이런 상황을 속속들이 아는 정부는 일단 대선공약에서 복지 재원 마련의 가장 큰 부분인 세출 조정 대신 비과세·감면 감축을 통한 재원 부분을 더 키우는 대안을 검토하는 분위기다. 비과세·감면 축소도 문제다. 박 당선인은 “비과세와 감면은 일몰되면 무조건 끝이다. 이것은 되고 이것은 안 되고, 그것 가지고 싸울 필요가 없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정치적인 고려로 계속 연장돼온 비과세·감면의 잘못된 관행을 끊어야 한다는 박 당선인 말에 십분 공감해도 실제로 이를 없애는 과정에서 많은 반대와 마찰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3대 비과세·감면 항목’인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신용카드(체크카드, 현금영수증 포함) 소득공제, 농어민 면세유는 각각 중소기업, 월급쟁이, 농어민의 실생활에 직결된 혜택이다. 박 당선인이 “증세(增稅) 없이 가능하다”고 강조할 때의 ‘증세’는 통상 세율 인상을 뜻하지만 오랫동안 감면받던 세금을 내는 사람으로서는 비과세·감면 축소도 증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어쨌든 재정부는 조만간 재원 마련 방안을 마련해 인수위에 보고해야 한다. 박 당선인의 강한 경고를 받은 재정부 공무원들의 마음속은 일종의 ‘보히카(BOHICA) 증후군’ 상태다. ‘BOHICA’란 ‘엎드려! 또 시작이다(Bend over! Here it comes again)’라는 뜻의 미군 군사용어. 한 차례 총질하다가 한참을 쉬는 참호전에서 비롯된 말로 ‘지금 상황만 넘기고 보자’는 냉소주의다. 이들 공무원은 어떻게든 당선인의 요구를 충족하는 것처럼 ‘보이는’ 방안을 내놓을 공산이 크다. 이 보고를 근거로 복지혜택을 크게 늘렸다가 나중에 여기저기서 구멍이 나고 재정 건전성에 문제가 생겨도 담당 공무원들로서는 지금 당장을 넘기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의 공무원들이 내놓는 재원 마련 방안에 박 당선인이 흡족해한다면 참으로 곤란한 일이다. 박 당선인은 한 달 뒤 나라살림을 책임지는 최고경영자(CEO)가 된다. 정치인이라면 정부를 다그쳐 더 많은 정책을 관철하는 게 미덕일 수 있다. 하지만 CEO는 달라야 한다. “조직을 위해 정말 하면 안 되는 일은 안 된다고 얘기하라”고 말하는 CEO가 제대로 된 CEO다.박중현 경제부 차장 sanjuck@donga.com}

마지막 세계대전은 핵(核)이 아닌 생물학 전쟁이었다. 상대국이 쏴댄 ‘대량 살상용 생물학 포자 미사일’은 미국에 사는 20∼60세 인구의 목숨만 골라서 앗아갔다. 전쟁이 끝난 후 1년. 60세가 넘는 노인들은 첨단기술의 도움으로 수명을 연장하고 건강을 유지한다. 이들의 경쟁자는 19세 이하 미성년 청년들뿐. ‘엔더(ender)’라 불리는 노인층이 장악한 의회는 ‘스타터(starter)’로 호칭되는 청년들 때문에 노인이 일터에서 밀려나지 않도록 ‘연장자 고용 보호법’을 통과시킨다. 미성년자의 취업을 완전히 금지한 것이다. 부모를 잃은 미성년 청소년들은 폐허가 된 도심에서 들쥐처럼 숨어 산다. 부유층 노인들은 오래 사는 것으로도 부족해 미성년자를 유인, 공급하는 불법업체에 큰돈을 내고 자기 정신을 청년의 몸에 옮겨 젊음까지 누리려 한다. 지금 와서 보면 지난해 4월 이런 내용의 소설 ‘스타터스’가 공상과학(SF)소설로 드물게 베스트셀러가 된 건 우연이 아니었다. 20, 30대와 50세 이상의 투표 성향이 확연히 갈렸던 보름 전 대선 이후 일부 청년들은 “이 소설이 현실이 됐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장년층 이상에 대한 젊은층의 감정이 선거에 앞서 책 판매에 영향을 미쳤던 셈이다. 자기 세대의 기대를 섞어 다수가 표를 던진 후보가 패배한 데 대한 청년층의 푸념은 이유가 있다. 한국 사회는 소설 속 현실과 여러모로 닮았다. 우선 한국인의 수명이 지금처럼 긴 적은 없었다. 생물학 미사일이 터지지 않았어도 투표 경쟁에서 승리할 만큼 50대 이상은 인구에서 우위에 있다. 고도 성장기를 살아온 50대 이상은 부도 많이 축적했다. 역사상 이들처럼 당대에 재산이 불어난 세대는 어느 때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공황 이후 최대 경제위기라는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가 닥쳤다. 청년층을 위한 괜찮은 일자리는 태부족이다. 부모 세대가 일궈낸 부를 따라잡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기성세대에 불만이 큰 게 당연하다. 모든 게 소설과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청년들이 몇십 년이 지나 이해하게 될 다른 부분이 있다. 50대 이상의 다수가 표를 던진 속마음이다. 이들은 복지 확대, 경제민주화를 엇비슷하게 외치는 두 후보 중 상대적으로 당장의 복지 확대를 적게 약속한 쪽, 경제성장을 조금 더 중시하는 편에 표를 던졌다. 이들은 경험을 토대로 미래에 투표했다. 성장이 준 일자리, 그로써 지켜낸 가정, 못 배운 한을 풀 만큼 자녀를 교육시킨 기회. 그 의미를 잊지 않았다. 요구하고, 누리고 싶어도 때로 억눌리고, 참으며 지낸 긴 시간이 만든 것들에 대한 확신과 자부심도 있었다. 20여 년 전 대학의 그리스 희곡 강의 첫 수업에서 들은 얘기가 생각난다. “고전문학의 주제는 단 두 개로 압축된다. 하나는 카르페 디엠(Carpe diem), 또 하나는 우비 순트(Ubi sunt)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온 것처럼 카르페 디엠은 ‘오늘을 즐겨라’라는 뜻의 라틴어다. 우비 순트는 ‘우리 앞에 있던 그들은 어디에 있나(Ubi sunt qui ante nos fuerunt)?’의 앞 단어로 과거에 대한 회상, 회한을 의미한다. 당장 복지 확대를 원하는 세대와 경험을 통해 성장을 중시하는 세대가 맞붙은 이번 선거는 카르페 디엠과 우비 순트의 충돌이었다. 이번 승자는 과거를 기억하는 세대였다. 하지만 노인의 어제가 청년이요, 청년의 내일이 노인이다. 시간은 미래를 향해서만 흐르기에 ‘스타터’와 ‘엔더’의 싸움에서 언젠간 스타터가 이기게 마련이다. 청년들은 장년이 된 뒤 비로소 깨달을지 모른다. 부모 세대가 누구를 위해 그런 선택을 했는지를.박중현 경제부 차장 sanjuck@donga.com}

1799년 나폴레옹 원정대의 군인 한 명이 이집트 지중해 연안 마을에서 로제타스톤을 발견했다. 윤이 나는 검은 돌에는 세 가지의 다른 언어가 새겨져 있었다. 이집트 상형문자, 이집트 민용(民用)문자, 그리스어. 언어의 천재 장프랑수아 샹폴리옹은 1822년 로제타스톤을 통해 이집트 상형문자 해독에 성공했다. 수천 년간 잠자던 이집트의 고대 역사가 깨어났다. 이후 서구에선 ‘로제타스톤’이 ‘불가사의한 것, 난해한 것을 푸는 중요한 열쇠’라는 뜻으로 쓰인다. 장미(Rose)의 애칭인 로제타는 프랑스어권에서 여자아이에게 많이 붙이는 이름이기도 하다. 1999년 벨기에에서 개봉된 영화 ‘로제타’의 주인공 10대 소녀 로제타는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일하던 식품공장에서 계약기간 만료로 해고된다. 관리자에게 강하게 항의해 보지만 무의미한 외침일 뿐이다. 천신만고 끝에 와플 가게에서 새 일자리를 얻고, 실업자 청년 리케를 만나 행복감에 빠져든 것도 잠시. 믿었던 남자친구에게 일자리를 뺏기고 만다. 리케의 속임수를 폭로해 간신히 일자리를 되찾고 돌아온 로제타. 집에는 알코올의존증 환자이던 어머니가 숨을 거둔 채 누워 있다. 기막히는 현실에 가스를 틀어 자살하려 하지만 가스통은 바닥이 나 있다. 뤼크 다르덴과 장피에르 다르덴 형제가 감독한 이 영화가 그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과 여우주연상을 받자 벨기에에서는 미성년자, 청년층 일자리 문제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벨기에 정부는 2000년 영화에서 이름을 딴 청년 실업 대책을 내놨다. 바로 ‘로제타 플랜’이다. 50인 이상 기업은 의무적으로 전체 고용인원의 3% 이상을 청년층으로 고용해야 하며 이를 어기면 벌금을 내도록 한 정책이다. 효과는 당장 나타났다. 1999년 22.6%이던 벨기에의 청년층(15∼24세) 실업률은 시행 첫해인 2000년 15.2%까지 뚝 떨어졌다. 그해에만 5만 개의 청년 일자리가 생겼다. 벨기에 사회는 환호했다. 슬프게 시작된 로제타 이야기는 이렇게 해피엔드로 끝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3년 뒤인 2003년 청년실업률은 21.8%로 다시 늘었다. 2010년에는 22.4%까지 증가했다. 만들어진 일자리의 상당수는 ‘파트타임 잡’ 등 질이 떨어지는 것이었다. 또 기업을 옥좨 만든 일자리는 지속되지 않아 청년실업이 다시 늘어나는 요요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청년실업 해결의 묘안처럼 보였던 이 정책은 결국 초저학력자를 구제하는 정책으로 전환됐다. 대선을 앞두고 청년실업과 관련해 여야 후보들의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누구든 대통령이 되면 일자리 나누기,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등을 통해 당장이라도 청년실업을 해결할 기세다. 이 중에는 로제타플랜을 모델로 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청년고용의무할당제’도 있다. 300인 이상 민간 대기업에 청년층을 매년 3%씩 새로 뽑도록 의무화하고 지키지 않으면 ‘고용분담금’을 내도록 하는 방안이다. 청년층을 정원의 3% 이상 유지하도록 했던 로제타 플랜보다 더 강력한 조치다. 하지만 로제타플랜의 슬픈 운명을 볼 때 민간기업을 규제해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이 청년실업을 해결할 근본적 해법이 될지 의문이다. 선택의 순간이 머지않았다. 세계적, 시대적 난제(難題)인 청년실업을 단박에 풀어 줄 로제타스톤 같은 정책은 나오기 어렵다. 청년 유권자들이 표를 던지기 전 꼭 해야 할 일은 입에 달고, 귀에 쏙쏙 들어오는 정책보다 나의 미래를 실제로 변화시켜 줄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공약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것이다.박중현 경제부 차장 sanjuck@donga.com}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운 ‘청년고용 의무할당제’는 이날 토론회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이 벌어진 주제였다. 이 제도는 공공기관 및 300인 이상 대기업이 30세 미만 청년층을 매년 전체 상용직의 3% 이상 규모로 신규 채용할 것을 의무화하고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고용분담금’을 내도록 법제화하는 내용이다. 이날 문 후보 캠프를 대표해 토론회에 참석한 은수미 의원은 “공공기관의 고용의무할당제는 이미 여야가 합의한 내용”이라며 “민주당은 이 제도를 민간 대기업까지 확대하고 이 제도를 준수하지 않으면 분담금을 징수해 청년고용기금으로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도 “(민간기업에 대해서도) 한시적으로 도입한다면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찬성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 제도를 민간 대기업까지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박근혜 대선캠프의 이종훈 새누리당 의원은 분명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 의원은 “(여야가 동의한 대로) 공공기관은 정책적 의지로 이 제도를 강제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민간기업에 정원의 3∼5%를 매년 의무적으로 뽑도록 할 경우 어려운 기업은 분담금 부담만 늘어나게 돼 경영위축으로 일자리 사정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득’보다 ‘실’이 클 것이란 설명이다. 이날 토론 과정에서 청년고용 의무할당제의 원형(原形)인 벨기에의 ‘로제타 플랜’도 거론됐다. 1990년대 말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해진 벨기에는 2000년 4월부터 50인 이상 기업에 전체 고용인원의 3% 이상을 청년층에 할당하고 이를 어기면 벌금을 내도록 법제화했다. 미래에 대한 희망 없이 저임금에 시달리는 10대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로제타’에서 제도의 이름을 따왔다. 1999년 22.6%이던 벨기에 청년층(15∼24세)의 실업률은 이 제도 시행 첫해인 2000년에 15.2%까지 떨어졌다. 그해에만 5만 개의 청년 일자리가 생긴 덕분이었다. 하지만 만들어진 일자리의 상당수는 ‘파트타임 일자리’라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2003년 청년실업률은 21.8%로 다시 늘었고 2010년에는 22.4%로 1999년 수준까지 후퇴했다. 남성일 서강대 교수는 “1990년대 말 벨기에가 도입한 로제타 플랜은 3, 4년 시행하다가 유명무실해졌고 다른 유럽 국가로 전혀 전파되지 않았다”면서 “이에 비해 일단 어떤 일이건 일을 하는 청년을 국가가 지원하는 독일의 하르츠 노동개혁은 2003년 10%에 육박하던 독일의 실업률을 유럽 재정위기가 한창인 현재 5%대로 끌어내려 큰 효과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유성열·박재명 기자 ryu@donga.com}

어른이건 아이건 한번 맛보면 본능적으로 사랑에 빠져드는 이것. 이것을 장악하기 위해 500여 년 전 스페인, 포르투갈, 영국 등 유럽 열강은 각축을 벌였다. 생산량을 늘리려고 대양을 건너 식민지를 개척했다. 먼 대륙 사람들을 ‘사냥’해 데려다 생산인력으로 썼다. 그 결과 남미 각국에 아프리카 흑인들이 정착해 지구상의 인종 분포까지 달라졌다. ‘이것’은 바로 설탕이다. 일본 오사카대 문학부 가와기타 미노루(川北稔) 교수는 ‘설탕의 세계사’란 책에서 설탕을 대표적인 ‘세계상품(世界商品)’으로 규정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세계상품에는 역사를 바꾸는 힘이 있다. 면직물 담배 향료 커피 차 등이 이런 상품이었다. 가와기타 교수는 “16세기 이후 세계역사는 세계상품의 패권을 어느 나라가 쥘 것인가를 놓고 벌이는 경쟁 속에서 전개됐다”며 “요즘으로 따지면 TV, 자동차, 석유 등이 세계상품”이라고 설명했다. 공교롭게 그가 지목한 현대의 세계상품은 모두 한국의 주력 수출품이다. 올해 1∼9월 한국산 TV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34.8%로 일본(25.3%) 중국(24.2%)을 크게 앞선다. TV시장 세계 1위인 삼성은 설탕 생산시스템의 가장 말단인 설탕정제업체 제일제당으로 1953년 제조업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회사다. 한국 자동차도 시장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올해 세계에서 팔린 차 100대 중 9대(8.6%)는 현대·기아차다. 석유 한 방울 안 나지만 1∼10월 휘발유 경유 윤활유 나프타 등 석유제품 수출액은 총 수출의 9.7%로 올해 한국의 최대 수출품목이 될 것이 확실시된다. 각광받는 세계상품, 스마트폰에서도 한국은 최강자다. 삼성전자의 3분기 스마트폰 세계시장 점유율은 32.5%로 14%인 애플의 두 배가 넘는다. 애플이 삼성전자에 특허공세를 펼치는 것도 세계상품의 헤게모니를 잡으려는 기(氣)싸움 성격이 짙다. 최근에는 ‘강남스타일’이 한국산 세계상품에 합류했다. 싸이의 뮤직비디오는 24일 조회수 8억 건을 돌파하며 유튜브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한국의 세계상품이 보고(TV), 듣고(스마트폰), 타는(자동차) 데서 나아가 문화 영역까지 확대된 것이다. 역사상 한민족이 이렇게 많은 세계상품을 만든 적은 없다. 1960, 70년대 가발 정도가 세계시장을 장악해 본 한국 상품이다. 바로 옆 두 나라, 중국과 일본은 차이나(China), 저팬(Japan)이란 서구식 국명이 각각 도자기, 칠기(漆器)에서 비롯됐을 정도로 오래전부터 세계상품을 만들었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세계상품 시장에서 어제의 승자는 오늘의 패자가 되기도 한다. 1980년대 대표 세계상품 ‘워크맨’을 만들고 컬러TV 시장을 수십 년간 지배해온 일본 소니는 삼성전자 등과의 경쟁에서 뒤처져 최근 ‘정크(투자위험) 등급’ 회사로 전락했다. 세계상품을 지배하는 나라는 세계의 강자가 된다. 역대 강국들이 국가전략 차원에서 세계상품 개발과 시장 확대를 지원해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국의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국가별 제조업 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최근 3년 연속 하락하며 6위로 떨어졌다. 대통령 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이 돼서야 대선구도가 겨우 가려진 ‘3류 정치’는 불안감을 더 키운다. 글로벌 시장에서 생사를 걸고 경쟁하는 대기업들 깎아내리는 데 열을 올리는 한국 정치권이다. 사상 처음 이룩한 ‘세계상품의 나라’를 앞으로 5년간 뒷걸음질치게 하는 일만은 없으면 좋으련만 요즘 분위기라면 낙관보다 걱정이 앞선다.박중현 경제부 차장 sanjuck@donga.com}

22일 새벽부터 전국 시내·시외버스의 운행이 중단될 위기에 처하자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21일 비상수송대책들을 내놨다.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을 증편하고 주요 버스노선에 전세버스를 긴급 투입하는 등의 내용이다.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들의 출근시간을 1시간 늦추는 한편 학교장의 판단에 따라 학생들의 등하교 시간을 조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들 대책만으로 시민들의 피해를 완전히 막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또 지하철이 갖춰져 있는 대도시에 비해 시군 지역의 교통난은 더욱 심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해양부는 버스 운행과 관련한 정보를 각 지자체가 파악해 지역 주민들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각 지자체는 운행 중단에 참여하는 버스 노선을 파악한 뒤 전세버스 등 임시교통편의 운행 정보를 홈페이지에 게시할 방침이다. 시군구 교통 담당 부서에 전화를 걸어 교통편을 문의하는 것도 방법이다.○ 남아 있는 교통수단 총동원 국토부는 이날 긴급 브리핑을 열어 지하철, 철도, 전세버스, 택시 등 남아 있는 모든 교통수단을 총동원하는 내용의 비상수송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서울 부산 등 지하철이 있는 6개 시에서는 출퇴근 시간대에 임시 전동열차를 추가로 투입하고 막차 시간을 1시간 연장키로 했다. 이에 맞춰 경부선 경인선 경춘선 일산·분당선 등 광역 전철 9개 노선도 하루 운행 횟수를 2293회에서 2329회로 36회 늘려 7만2000명의 승객을 더 수송하기로 했다. 증편되는 열차는 출근시간(오전 9∼11시), 심야시간(0시 반∼오전 1시 반)에 집중적으로 배치된다. 운행 중단에 참여하지 않는 마을버스도 증회 및 연장 운행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운행중단에 참여하지 않는 마을버스를 지자체별로 최대한 증차해 운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자체와 협의해 마을버스의 첫차와 막차 시간을 1시간씩 연장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서울 600여 대, 경기 1900여 대 등 전국 약 7600대의 전세버스를 주요 간선도로에 배치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시외버스의 운행 중단에 대비해 고속버스의 예비차량 99대와 무궁화호의 임시 일반열차 8대도 주요 노선에 투입할 계획이다.○ 버스전용차로, 승용차 요일제 해제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에 맞춰 서울시 등 지자체들도 버스 운행 중단에 따른 시민 피해를 줄이기 위한 세부 방안을 마련했다. 서울시는 지하철이 집중 배차되는 출퇴근 시간대를 ‘오전 7∼9시’에서 ‘오전 7∼10시’, ‘오후 6∼8시’에서 ‘오후 6∼9시’로 1시간씩 늘렸다. 부산시도 도시철도(1∼4호선)를 평일 82회, 토요일 72회, 일요일 76회씩 증편할 계획이다. 추가 투입되는 열차는 오전 7∼9시, 오후 6∼8시 출퇴근시간대에 집중되고 운행 간격도 호선별로 최대 2분씩 당겨진다. 각 지자체는 이와 함께 주요 버스정류장에서 지하철역까지 운행하는 무료 셔틀버스도 배치한다. 이를 위해 일부 지자체에서는 전세버스와 함께 관용차량이나 관용버스도 투입한다. 또 서울 경기를 비롯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개인 및 법인택시 부제(部制)를 해제해 버스 수요를 대체할 계획이다. 승용차 요일제도 해제된다. 서울에선 가로변 버스전용차로에도 승용차 및 택시의 진입이 허용된다. 중앙버스전용차로도 버스 운행 중단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시와 경기도 등은 24시간 비상대책상황실을 발족하고 교통정보 안내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울은 교통정보센터 트위터(@seoulgyotong)와 모바일웹(m.bus.go.kr), 홈페이지(topis.seoul.go.kr)를 통해 실시간 교통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다음, 네이버 등 주요 포털사이트에서도 교통정보가 제공된다. 한편 22일 오후에는 서울 등 수도권을 비롯해 강원 영서, 충남 등지에 비가 예보돼 퇴근길이 더욱 힘들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예상 강수량은 5mm 미만이지만 비가 내린 뒤 날씨가 많이 추워질 것으로 보여 미리 따뜻한 옷차림으로 나서는 것이 좋다”라고 밝혔다.박진우·유성열 기자 pjw@donga.com}

박병원 은행연합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경제자유구역의 최초 설계자다. 김대중 정부 마지막 해인 2002년 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의 전신)의 핵심인 경제정책국장으로 경제자유구역과 이 지역 내 서비스산업 규제 완화의 밑그림을 그렸다. 그런 박 회장이 지금까지 후회하는 일이 하나 있다. 의료부문 규제개혁안을 처음 만들 때 ‘영리(營利)’라는 말을 쓴 점이다. “이 용어 때문에 너무 많은 오해가 생겼습니다. 의료법에 나오는 ‘비영리 법인’의 반대 의미로 쓴 영리병원이라는 말로 인해 논의의 초점이 엉뚱한 데로 흘러가 버린 겁니다.” 의료법이 의사 개인이나 ‘비영리 법인’만 의료 행위를 하도록 규정한 의미는 돈을 벌지 말라는 게 아니다. 개인이 세운 의원, 병원은 당연히 열심히 영리활동을 한다. 대학병원들도 자선활동을 하는 게 아니다. 과잉 진료라는 비판까지 받아 가며 번 돈을 대학 내 다른 용도 등으로 쓸 뿐이다. 다만 비영리 법인이어서 일반 회사처럼 투자를 받거나 배당을 하지 못한다. 규모를 키우거나 연구시설을 늘리려면 출연, 기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투자가 안 되다 보니 최고의 의사에게 걸맞은 보상이나 연구 환경도 제공하지 못했다. 수십 년간 대한민국 최고 인재를 싹쓸이하고도 한국의 의료 수준이 선진국에 못 미치는 이유다. 10년 전 경제자유구역 입안자들은 이곳에 투자가 가능한 병원을 세워 한국 의료산업의 수준을 끌어올리려 했다. 이들의 문제의식은 명확했다. 당시에 이미 한국경제를 이끌던 제조업이 더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없을 것이란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었다. 청년들에게 제대로 된 일자리를 제공할 길은 의료, 교육, 법률 등 고급 서비스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뿐이라고 이들은 확신했다. 당시 서비스업 규제 완화 실무 총괄을 맡았던 김익주 재정부 무역협정국내대책본부장(당시 산업경제과장)은 “한정된 지역의 규제를 풀어 서비스업이 얼마나 괜찮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는지 보여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근 인천 경제자유구역 내 송도에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이 유치되면서 영리병원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당장 내년에 세계은행(WB)에 맞먹는 국제기구가 들어서는데 외국인을 진료할 병원이 없어 정부는 10년 만에 서둘러 필요한 제도 정비를 끝냈다. 일부 시민단체는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영리병원이 하나라도 허용되면 우수한 의사들이 몰리고, 외국인뿐 아니라 국내 고소득층이 이용하면서 건강보험 체계가 붕괴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논리는 복잡해도 속내는 ‘내 눈 앞에서 부자들이 고급 의료를 이용하는 걸 봐 줄 수 없다’는 걸로 읽힌다. 세계 수준의 병원이 들어섰을 때 찾아올 중국 등 해외의 의료관광객, 한국 고소득층이 해외 의료기관에 나가서 쓰는 막대한 비용의 절약, 그 덕분에 생기는 일자리 등은 이들의 안중에 없다. 기막힌 것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무소속 안철수 후보 캠프가 덩달아 영리병원을 반대한 것이다. 대통령이 돼서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겠다면서 영리병원 반대론자의 표를 의식해 질 좋은 수천, 수만 개의 청년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고 나선 것이다. 이런 주장이 먹혀드는 한 한국의 경제자유구역에 경제적 자유는 없다. 작은 자유도 쟁취하는 데는 큰 용기가 필요한 법이다. 경제적 자유가 불러올 기회를 시험하려 만든 경제자유구역에 단 하나의 자유를 허용할 용기가 없어 미래 세대의 일자리를 내던지는 무책임한 세대가 될 것인가.박중현 경제부 차장 sanjuck@donga.com}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선거를 앞둔 정치인에게 증세(增稅)는 함부로 내뱉어서는 안 되는 금기어다. 유권자들은 선거 때 복지 등의 분야에서 더 많은 혜택을 정치권에 요구하지만 이를 위해 자기 지갑을 열어야 한다는 걸 아는 순간 극도의 거부감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복지 공약=득표’지만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사실상 동전의 양면인 증세 공약은 곧 ‘감표’라는 인식이 강하다. 특히 부가가치세의 신설이나 증세는 세계 각국 정권의 운명을 여러 차례 갈랐다. 박정희 정권의 몰락을 예고했던 1979년 10월 부마(釜馬)항쟁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1977년 도입된 부가세가 꼽힌다. 당시 시위 군중들이 든 피켓에는 ‘부가가치세 철폐하라’ 등 부가세 관련 구호가 적지 않았다. 일본의 역대 정권도 ‘소비세’로 인해 사활이 갈렸다. 1997년 일본의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총리는 소비세율을 3%에서 5%로 올렸다가 이듬해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했다. 2010년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승세를 굳혔던 민주당은 재정건전화를 위해 소비세를 5%에서 10%로 올리겠다는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의 말 한마디에 민심이 돌아서 참패했다. 결국 일본은 글로벌 재정위기 속에서 신용등급 강등을 겪은 뒤 올해 8월에 소비세율을 현행 5%에서 단계적으로 10%까지 올리는 법을 간신히 통과시켰다. 일본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는 간신히 총리직은 유지했지만 이 과정에서 증세에 반대하는 같은 당(민주당) 의원들이 집단 탈당하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었다. 1993년 브라이언 멀로니 캐나다 총리 역시 부가세를 전면 실시했다가 여론 악화로 물러난 바 있다. 부가세뿐 아니라 각종 세금의 신설이나 증세는 정치적 역풍을 부른다. 노무현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신설, 양도세 강화 등의 정책 때문에 ‘세금 폭탄’이라는 공격을 받으며 지지율이 급락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7월 출마 선언 때 “복지 수준과 조세 부담에 대한 국민대타협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했지만 이후 “대타협이 꼭 증세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한발 물러선 것에서도 이런 고민이 묻어난다. “소득 수준에 따라 능력대로 세금을 더 내야 한다”며 ‘보편적 증세론’을 주장했던 안철수 후보도 최근 “조세 정의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서민층이 증세의 결과를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단서를 달고 있다. 문재인 후보와 민주통합당은 줄곧 ‘부자 증세’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의 복지 확대 공약(19대 총선)을 전부 이행하려면 새누리당은 75조 원, 민주통합당은 165조 원의 예산을 추가로 써야 한다. 부가세, 소득세, 법인세 등 주요 세목을 건드리지 않고는 도저히 확보할 수 없는 규모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17일 “정치인들이 다른 곳에 쓸 재원을 줄여서 복지를 늘리겠다고 말하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현재 한국은 저부담 저복지 구조”라며 “국민이 더 많은 복지를 원한다면 조세 부담 증가도 함께 논의돼야 하고 대선을 통해 증세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아, 저거요. 맥거핀(macguffin)입니다. 스코틀랜드 고(高)지대에서 사자를 잡을 때 쓰는 장치죠.” 스코틀랜드행 열차에 마주 앉은 두 남자는 긴 기차여행 중 자연스럽게 말을 섞게 됐다. 선반에 포장된 채 올려진 상대편의 짐에 눈길이 간 한쪽 남자가 “저 꾸러미는 뭐냐”고 묻자 반대편 남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질문을 던진 남자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상한 일이네요. 스코틀랜드 고지대에는 사자가 없는데요.” 짐주인은 대수롭지 않은 듯 대꾸했다. “그래요? 그럼 맥거핀은 결국 아무것도 아니군요.” 사이코, 새 등 수많은 걸작 스릴러 영화를 제작해 ‘서스펜스 영화의 대가’로 불리는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이 자기 작품에 수시로 등장하는 영화적 장치 ‘맥거핀’을 프랑스 감독 프랑수아 트뤼포에게 설명하면서 한 얘기다. 히치콕 영화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속의 조지 캐플런이란 사람이 대표적인 맥거핀으로 꼽힌다. 그는 초반에 미스터리의 실마리를 쥔 인물로 거론돼 영화 전체에 긴장감을 유발하지만 결국 무의미한 가상의 존재일 뿐이다. 올해 1월 말 민주통합당은 ‘경제민주화’를 4·11총선의 핵심 공약으로 내놨다. 같은 시기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새 정강·정책 초안에 ‘경제민주화 실현’이란 표현을 넣겠다고 밝혔다. 이때만 해도 ‘경제민주화’는 선거 정국의 긴장감을 높이기 위한 맥거핀일 뿐이었다. 몇몇 사람이 요란하게 떠들 뿐 경제를 깊이 공부한 학자, 경제 현실에 정통한 경제 관료들은 경제민주화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숱한 선거를 겪어 온 정치권과 경제계도 선거 때마다 나오는 재벌 개혁 구호의 다른 이름으로 이해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정치적 동기로 시작된 ‘대기업 때리기’가 어떤 식으로 끝나는지 한국사회가 경험한 게 오래전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재벌개혁을 공약하고 집권한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정권을 잡자마자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을 세우고 기업지배구조 투명화 등을 추진했다. 하지만 중반기를 거치며 성장률 하락 등 경제활력 저하가 분명해지자 출자총액제한제도 규제비율을 대폭 완화하는 등 대기업 때리기를 중단했다. 대선후보들이 매번 선거 때 대기업집단을 공격의 표적으로 삼는 데에는 ‘정치공학적’ 동기가 작용한다. 시기 질투의 대상인 재벌을 공격하는 건 표를 얻는 데 즉효약이다. 또 재벌은 지킬 게 많아서 웬만한 공격에 대응하지 않는다. 노무현 정부가 재벌 때리기를 중단하고 기업규제 완화를 추진한 데에도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집권 후 경제를 직접 책임지다 보니 경제성장, 일자리 창출 등 당면과제의 열쇠를 대기업이 쥐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한 것이다. 하지만 대선을 두 달여 앞둔 지금 누구도 경제민주화를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치부하기 어렵게 됐다.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등 유력 후보 3인이 모두 경제민주화란 칼로 결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문 후보는 자신이 참여했던 노무현 정부가 기업 규제 완화를 추진했던 이유는 까맣게 잊은 듯 “두 번 실패하지는 않겠다”고 다짐했다. 뒤질세라 안 후보는 “가장 먼저 풀어야 할 문제는 재벌 문제”라고 밝혔다. 누가 더 대기업을 겁주느냐가 경쟁의 초점이다. 이미 대선후보들의 경제민주화 논쟁은 먼저 꼬리를 내리는 순간 겁쟁이로 낙인찍히는 ‘치킨게임’의 형국이다. 실체가 없던 맥거핀은 스스로 생명을 얻어 정국의 주연(主演)으로 자리를 굳혔다. 사자건, 기업경쟁력이건, 성장과 일자리건 뭘 하나 단단히 결딴내고야 끝날 모양이다.박중현 경제부 차장 sanjuck@donga.com}
세계 각국이 청년 일자리 창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는 보건·의료 부문에 11만 개, 공공서비스 부문에 9만4000개 등 추가로 발굴할 수 있는 많은 ‘숨겨진 일자리(Hidden Job)’가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막대한 재정투자가 없어도 상대적으로 쉽게 창출할 수 있는 일자리들이 과도한 규제, 후진적인 산업구조 때문에 노동시장에 공급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와 모니터그룹이 최근 펴낸 ‘청년 일자리 창출 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20개국의 인구와 근로자 수, 소득수준, 산업구조 등을 고려할 때 많은 청년 일자리가 개발되지 않고 남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의료 관련 인력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한국은 인구 1000명당 의사가 1.86명으로 독일(3.56명) 영국(2.61명) 미국(2.43명)에 비해 턱없이 적다. 간호사는 4.36명으로 독일(10.68명) 일본(9.54명) 영국(9.52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의사, 간호사가 될 수 있는 젊은이들은 일자리가 없어서 불만이고, 환자와 환자 가족은 의료 인력이 모자라서 불만인 모순적인 상황이다. 이를 가장 손쉽게 해결하는 방법은 의료서비스 산업에 진출하려는 기업에 길을 터 주고 투자와 고용, 서비스 공급을 맡기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영리병원) 설립 문제는 ‘의료민영화’ 논란에 갇혀 10여 년째 진전이 없다. 이와 관련해 모니터그룹은 “보건·의료산업 규제 완화를 통해 의사 보조인력 등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의사의 감독 아래 수술 보조, 진찰, 간단한 치료를 하는 이 직업은 미국의 경우 지난해 8만3000여 명이 평균 연봉 1억 원 정도를 받는 좋은 일자리지만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대표적인 ‘히든 잡’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과 일본의 조지마 고리키(城島光力) 재무상이 다음 주 일본에서 만나 ‘한일 통화스와프 협정’ 확대 조치 연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는 일본 고위 관리의 발언을 교도통신이 4일 보도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전혀 정해진 바 없는 얘기”라며 이를 부인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일본의 고위 관리는 “현재 (양국 장관의) 회동을 준비 중”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한국은 9일부터 일본 도쿄 등지에서 개최되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 대표단을 파견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 관계자는 “박 장관과 일본 재무상이 만나는 일정이나 안건 등에 대해 전혀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앞서 일본 재무성 측은 3일 한일 통화스와프 협정 확대 조치와 관련해 “한국의 요청이 없을 경우 연장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

지난주 안철수 후보는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빚’과 관련해 의미심장한 발언들을 했다. “나는 정치 경험뿐 아니라 조직도, 세력도 없지만 그만큼 빚진 것도 없다” “빚진 게 없는 만큼 공직(公職)을 전리품으로 배분하는 일만큼은 결코 하지 않을 것” 등이다. 정치, 경제적인 빚으로부터 자유로운 ‘무(無)차입 정치’ 선언처럼 들린다. 때탄 정치와 고위 공직자의 회전문 인사 등에 신물을 느껴온 국민들이 듣고 싶어 하는 얘기를 콕 집어내 다른 후보와의 차이점을 부각한 용의주도한 발언이기도 하다. 실제로 빚에 관한 한 안 후보만큼 자유로울 수 있는 후보는 없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상대적으로 정치권에 오래 몸담은 만큼 주변에 이해관계자가 많을 수밖에 없고, 그만큼 갚아야 할 정치적인 빚도 클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직을 전리품으로 배분하지 않겠다”는 안 후보의 약속은 파괴력이 적지 않을 것 같다. 동아일보가 이달 초 ‘공공기관장 무늬만 공모’ 시리즈를 통해 집중적으로 지적한 대로 국민을 상대로 한 사기극으로 변질된 공공기관장 인사 등 정권이 사람을 쓰는 방식에는 큰 개혁이 필요하다. ‘무차입 정치인’인 안 후보의 도전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박, 문 두 후보는 정치적인 부채에 대해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이라도 해야 할 분위기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안 후보는 상대적으로 빚에서 자유롭다. 성공한 기업인으로 수천억 원 자산을 가진 그라면 정당이나 주위의 금전적 지원 없이 선거전을 치를 수 있다. 심지어 결혼 후 집을 장만할 때도 양가 부모가 도와줬다니 일반 봉급생활자들이 운명처럼 짊어지는 주택담보대출 빚 부담도 크게 져본 적이 없을 것 같다. 안 후보는 채무가 없을 뿐 아니라 적지 않은 ‘사회적 채권’까지 깔아 놨다. 그가 개발한 바이러스 백신을 무료로 써온 PC 이용자들 사이에서 “안 후보를 찍어 고마움을 표시하자”는 얘기가 나온다. 박 후보는 경제기적을 이뤄낸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존경이란 채권을, 문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민주화 세력에 대한 386세대의 부채의식을 각각 계승했지만 젊은 세대가 안 후보에게 갖는 부채의식도 이에 못지않다. 개인 유저들에게 프로그램을 무료 배포해 시장을 장악한 뒤 기업, 공공기관에 판매해 수익을 올리는 안랩의 영업 방식이 한국 PC 보안 산업의 성장을 막았다는 관련 업계의 비판도 안 후보의 열성 팬들 앞에선 괜한 발목잡기로 비친다. 하지만 빚이 없다는 게 대선후보의 신뢰도나 신용도를 나타내는 척도가 될 수 없다는 점은 반드시 짚고 가야겠다. 금융거래에서는 돈을 빌려 꼬박꼬박 원리금을 갚거나, 신용카드로 물건을 산 뒤 연체 없이 대금을 지불하는 게 신용도를 높이는 방법이다. 빚을 진 적 없는 사람은 빚을 갚는 과정을 평가받은 적이 없어 신용도가 오히려 낮게 나온다. 대선까지 남은 석 달간 몰려드는 인물들과 막대한 지출로 인해 안 후보의 정치, 경제적 채무는 단기간에 급증할 것이다. 큰 빚을 져본 적 없는 안 후보로서는 평생 처음 겪는 도전이다. 대통령은 엇갈리는 각계각층의 이해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많은 정치적 빚을 지게 되는 자리다. 때로는 자신이 내걸었던 공약(公約)을 포기해 유권자에게 빚을 지는 대신 다른 정책으로 빚을 갚는 융통성도 필요하다. 정치적, 경제적 빚의 유무가 아니라 부채를 현명하게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대선후보를 평가하는 기준이 돼야 하는 건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박중현 경제부 차장 sanjuck@donga.com}
15일부터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와 삼성전자, 관악구청이 11일 공동으로 개설한 ‘청년드림 관악캠프’의 멘토링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15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서울 관악구 대학동 관악문화관·도서관 1층 청년드림 관악캠프에는 삼성전자 인사팀 직원이 나와 청년 취업 준비생들을 상대로 취업 준비 요령 등을 설명하고 상담을 진행한다. 대상 인원은 10명 안팎이며 참여를 원하는 청년 구직자는 관악구청 일자리사업과(02-881-5279)에 신청하면 된다. 청년드림 관악캠프는 향후 멘토링 수요에 따라 삼성전자와 협의해 참여 멘토의 인원 및 상담 횟수를 늘릴 계획이다. 이 캠프에서 멘토로 활동할 기업인 등 각계 전문가의 재능 기부 신청도 받는다. 청년실업 문제 해결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전문가들이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02-2020-0949, 0237)에 참여 의사를 밝히면 소정의 절차를 거쳐 멘토로 위촉할 예정이다.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앞으로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을 할 때 검색 결과에 광고비를 낸 업체가 포함됐는데도 ‘광고’라는 표시를 하지 않으면 불법이 돼 포털 사이트가 처벌을 받게 된다. 현재 포털 사이트들은 누리꾼이 검색을 할 때 광고료를 낸 업체를 ‘파워링크’ ‘애드(AD)’ 등의 표현을 붙여 검색 결과의 제일 윗부분에 뜨도록 하고 있다. 또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온 소비자의 항의성 이용 후기를 판매자 마음대로 삭제해도 처벌 대상이 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의 인터넷 광고 심사지침을 마련해 7일부터 시행한다고 6일 밝혔다. 정부가 인터넷 광고에 적용하는 부당광고 기준을 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지침은 그동안 부당광고 논란이 많았던 포털 검색광고의 기준을 정했다. 지침에 따르면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나타난 검색 결과가 광고일 때 이 사실을 명시하지 않으면 포털 사이트가 책임을 지게 된다. 또 의료법상 임플란트 전문병원이 없지만 ‘임플란트 전문’ 식의 과장 검색어로 광고를 하는 사이트도 처벌받게 된다. 이와 함께 인터넷으로 물건을 판매하는 사업주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악평’을 마음대로 지우면 표시광고법 위반이 된다. 제3자를 동원해 “상품이 좋다”는 거짓 이용후기를 올리는 행위 또한 위반이다. 공정위 측은 “이용후기도 일종의 광고”라며 “이를 조작하는 행위를 허위광고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 배너광고에 소비자들의 구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실이나 내용을 명시하지 않으면 제재를 받는다. 예를 들어 ‘○○피트니스, 3개월에 10만 원, 수영·골프 가능’이라고 광고해 놓고 실제로는 종목별 추가요금을 받는 식이다. 또 인터넷에서 판매자에게 불리한 내용만 작게 표시해 알아보기 힘들게 하는 것도 처벌 대상이다. 김정기 공정위 소비자안전정보과장은 “인터넷 허위·과장광고로 인한 소비자 불편은 커졌지만 무엇이 불법인지를 규정하는 지침이 없었다”며 “판매사업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책임을 피하던 포털 사이트의 책임도 명시했다”고 말했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지난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8위였으며 구매력평가(PPP) 기준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전 세계 국가 중 13위였다. 5일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월드 팩트북’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실질 GDP 증가율(3.6%)은 34개 OECD 회원국 중 8위였다. 8.5% 성장한 터키가 1위였으며 에스토니아(7.6%) 칠레(5.9%) 이스라엘(4.7%) 폴란드(4.4%) 스웨덴(4%) 멕시코(4%) 등 7곳이 한국보다 성장률이 높았다. 유로존 재정위기의 영향으로 유럽국가들의 지난해 성장률은 대체로 낮았다. 독일은 3.1%로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프랑스(1.7%) 영국(0.7%) 등은 낮은 수준을 보였다. 재정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그리스(―6.9%)는 OECD 회원국 중 꼴찌였고 33위는 포르투갈(―1.5%)이 차지했다. 일본은 ―0.7%로 32위였다. 한편 각국의 물가수준을 감안해 국민들의 실제 소비능력을 나타내는 PPP 기준으로 지난해 한국의 GDP 규모는 1조5740억 달러로 전 세계 국가에서 13위였다. 단일 경제권인 유럽연합(EU)이 15조6500억 달러로 1위였으며, 이어 미국(15조2900억 달러) 중국(11조4400억 달러) 순이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