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건

신원건 기자

동아일보 사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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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신원건 기자입니다.

lapu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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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31~2024-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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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서의 계절[고양이 눈]

    유리창의 책 그림 너머, 독서 토론하는 사람들이 보이네요. 선선한 가을, 책의 온기를 느껴 보면 어떨까요. ―서울 노들섬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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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악·성선? 성약(性弱)! [고양이눈썹 No.39]

    ▽“성선설이나 성악설이나 모두 본질은 옳은 것이다. 두가지 설이 꼭 모순되는 것도 아니다. 인간은 선의 자질을 갖고 있지만, 방치해두면 욕망에 넘어가고 만다. 느슨해질 가능성을 갖고 있는 존재다. 즉 약하다. 물론 강한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간은 모두 약한 면을 갖고 있다. 그러면서도 선한 일을 하려는 마음이 있다. 그것이 대다수 인간의 모습이 아닐까. 따라서 ‘인간은 선하지만 연약하다’는 명제가 성립되는 것이다. 나의 인간관은 ‘성약(性弱)설’이다. 조직을 경영하는 사람에게 가장 적절한 인간관이 바로 성약설이라고 생각한다…. 성악설이나 성선설 어느 한쪽만이 아닌, 두가지 측면을 모두 가진 것이 인간의 본래 모습일 것이다. 그것이 바로 성약설이다. (중략) 강한 사람, 나쁜 사람은 동화되기 힘들다. 선한 사람뿐이라면 엔트로피는 증가하지 않는다. 좋은 방향의 도미노 연쇄를 촉발하는 것은 인간의 선한 부분이지만, 마지막에 대세에 편승하려는 것은 인간의 연약한 부분일 것이다.“- 경영학자 이타미 히로유키(伊丹敬之,1945년~) 교수의 책 ‘경영자가 된다는 것’ (2010년)에서▽맹자의 성선설, 순자의 성악설 이래 동양에선 두 주장이 맞서왔습니다. 기독교에선 인간을 원죄가 있는 죄인으로 봅니다. 아무래도 성악설에 가깝겠죠?경영저서를 50여 권 쓴 것으로도 유명한 이타미 교수는 성약설을 주장합니다. 그는 위 책에서 “인간은 선하지만 약할 뿐”이라며 사악함과 싸우지 말고 어리석음을 극복하라고 주문합니다. 인간의 욕망은 아름다우면서도 추하다고 합니다.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을 선택할 뿐인데 그게 과도하면 사악해 보인다는 뜻이겠죠.▽저희 사진기자들은 취재 현장에서 ‘차갑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희생자가 있는 재난 사고 현장에서조차 너무 냉정하게 취재하기 때문이죠. ‘기*기’ 소리도 듣습니다. 차가운 카메라를 들었지만 사진기자들이라고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에게 공감하는 게 없겠습니까. 그분들의 슬픔과 고통이 그대로 파고들어와 울컥할 때가 많습니다. 카메라 뒤에서 눈물을 흘리는 사진기자도 있습니다. 다만, 현장에서 평정심을 잃으면 안 되기에 무뚝뚝하게 하는 행동들이 자칫 차갑게 보일 수 있어 송구스런 마음이 듭니다. 사진기자들도 악하지도 선하지도 않습니다. 모두 약한 존재들입니다.▽1868년까지 신대륙 호주로 보내진 영국 죄수는 약 16만 2천 여 명이었습니다. 북미보다 훨씬 먼 지구 반대편 호주까지 식민지를 개척하기 위해 가려는 본토인이 적은데다, 산업혁명 이후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범죄자가 너무 늘어 감옥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죠. 호주로 간 죄수는 일정 기간 노역을 끝내면 자유가 보장됐습니다.그런데 배를 타고 가는 도중 많은 죄수들이 죽었습니다. 배가 출항할 때에 비해 10~20%가 줄어든 채 호주에 도착했죠. 아무리 죄수라지만 너무 가혹하다는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배안에서 굶어죽은 죄수들이 많다고 알려지자 영국정부는 충분한 식량과 약품을 지원하죠. 그런데도 항해 도중 사망하는 비율을 줄어들지 않았습니다.이유는 나중에야 알려졌습니다. 선장들이 식량과 약품을 빼돌렸기 때문이죠. 선장 입장에서는 죄수가 죽을수록 자신의 이득을 더 챙길 수 있으니 죽음을 나몰라라 방치한 것이고요. 신앙심이 높은 선장을 배치하고 인권감시관도 뒀으나 결과는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결국 영국정부는 작전을 바꿉니다. 선장의 보수 조건을, 배에 태운 죄수 숫자가 아닌 호주 땅에 도착한 뒤 살아있는 죄수 숫자를 기준으로 계산해 지급하기로 했죠. 이후 사망자 비율이 한자리 숫자 이하로 줄었다고 합니다. 선장들이 죄수들이 죽지 않도록 노력했으니까요.▽‘선의’로 모든 문제해결을 하면 참 좋겠지요. 또 선의를 가진 사람들이 많아져야 세상이 아름다워 질 것이라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의도가 좋다고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니죠(물론 의도가 나쁘면 결과는 거의 나쁩니다). 누구나 이기적입니다만, 잘못된 것은 아니죠. 그저 당연한 것일 뿐입니다. 이기심은 선하지도 않고 나쁜 마음도 아닙니다. 이기심엔 이념이 없으니까요. 이기심을 선한 방향으로 이끄느냐, 악한 방향으로 이끄느냐는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그것이 공동체의 역할이고 시스템의 힘이겠지요.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부지런히 의사결정을 하며 각 구성원의 이기심을 얼마나 통제할 수 있느냐, 즉 통제력을 키우는 문제 아닐까요?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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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 눈]지붕 위 공중전화

    부스를 탈출해 지붕 위로 날아오른 공중전화. 우주에서 온 신호를 잡으려는 걸까요?―경기 가평군 청평면에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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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 눈]고속열차와 칙칙폭폭

    KTX와 증기기관차가 만났습니다. 증기기관차는 선로에서 사라진 지 오래지만 여전히 기차를 상징하네요. ―서울 용산구 백빈 건널목에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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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 눈]도자기 미학의 비밀

    솜씨 좋은 도예 작가의 작업실을 살짝 들여다봤습니다. 곡선의 도자기 미학이 뾰족뾰족한 도구들을 통해 나왔군요. ―강원 평창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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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은 누룽지 [고양이 눈썹 No.38]

    ▽초4 막내와 대화입니다. “아빠, 사람이 왜 사는 줄 알아?” (우리 때는 ‘행복하기 위해’가 답이었는데… 설마 지금 애들도 그런가?) “에이 그거도 몰라, 살아지니까 사는 거야~” (????) “살아지니까 사는 거래, ‘어린이과학동아’에 나왔어.”한 때 ‘행복’을 주제로 하는 책들이 많았습니다. ‘00행복연구소’ 같은 단체도 많았죠. 삶의 목적이 행복이기 때문이라나요. ‘행복해 지기 위해 산다’는 논리였죠. 행복을 위해 자유가 필요하고, 자유를 위해 경제적 해방이 중요하다는 스토리로 이어지는 책과, 마음의 자유가 중요하다는 에세이로 나뉘어 있었습니다.그런데 요즘은 어떨까요? 행복론은 넘치는데 정작 행복은 없었는지, ‘행복’을 제목으로 하는 책들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행복론도 유행을 타나 봅니다. 그래서일까요? ‘사니까 사는 거다’로 답을 냅니다. 왜 이런 주장이 유행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N포 세대’나 ‘일본의 사토리(깨달음ㆍ득도) 세대’에 영합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불교나 도교의 흔적 같기도 하고요. ‘행복’이란 도대체 무엇일까요?▽“(은퇴 후) 연금도 나왔으니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었어요. (웃음) 근데 이건 정말 끔찍한 일이었습니다. 비극이었죠. 바로 이러한 이유로 저는 생산적인 활동에 매진하기 시작한 겁니다. 스스로 어려움을 만들어서 자신에게 부과한 것이죠. 이제껏 잘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읽지 못하고 쌓아두었던 문학 작품들도 읽기 시작했습니다. (중략) 이전보다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은 엄밀히 말해 행복을 위한 것이었다기보다는 ‘삶의 공허함과 의미 없음’을 피하기 위한 방안이었습니다. (중략) 행복의 반대말은 불행이 아니라, 의미 없음(meaningnessless)입니다. 당신의 삶이 의미를 갖고 있지 않다면, 살아갈 이유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유일하게 우리에게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1925~2017년) 인터뷰를 정리한 책, ‘희망, 살아있는 자의 의무’ (2014년) 중에서▽'행복'은 도대체 알 수 없는 무언가입니다. 뭐가 뭔지 도저히 보이지 않을 때는 거울을 대서 대칭을 만들거나 빛을 비춰 그림자를 관찰하면 본색이 보일 수 있습니다. 아니면 뒤집어 보던가요. ‘행복’도 너무 어려우니 뒤집어서 반대편, 즉 대칭점을 쳐다보시죠. 바우만에 따르면 행복의 대칭점에 있는 것은 불행이 아니라 ‘의미 없음’이라는군요. 바우만은 폴란드 출신으로, 1970년 경 영국에 이민을 와 교수로 정착했습니다. 학사 일정과 강의에 쫓긴 그는 교수 시절에는 이렇다할 학술 업적을 남기지 못 했습니다. 오히려 은퇴 뒤에 60세가 훌쩍 넘어서 학문적 성취를 보여줍니다. 퇴임 이후에 일반 대중을 상대로 직접 강의도 하고 소통하면서 왕성한 저술활동을 한 것이지요.바우만이 인터뷰에서 주장하는 행복은 아래와 같습니다.1) 자발적, 적극적인 생산 활동2) 생산을 통한 공허함과 ‘의미 없음’ 회피3) 삶의 의미를 찾다보면 따라 오는 것사람들은 일과 생산, 즉 일상을 통해 불안감을 극복하고 성취감을 느낍니다. 그것이 쌓이면 자존감 즉 자신감과 존재감을 동시에 얻게 되죠. 존재의 이유가 생산에 반영돼 드러나는 것이죠.(고양이눈썹 7월16일자 ‘나는 생산한다 고로 존재한다’ 참고)▽인간은 그냥 사니까 살아지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뭔가를 만들고 생산하며 삽니다. 생산 자체가 삶의 목적이 아닌가 싶은 의심이 들 정도로요. 인간은 행복을 목표로 살지 않습니다. ‘의미 있는’ 생산을 하며 삽니다. 이게 우리가 흔히 말하는 ‘버티기’ 또는 ‘그냥 사는 것’ 인지도 모르지요.▽군사용어에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라는 말이 있습니다. 베트남 전쟁 당시 민간인 피해에 대한 미군의 완곡한 표현입니다. 반대 용어도 있습니다. ‘부가적 이익(collateral benefits)’ 인데요, 원래 목적은 아니었지만 부수적으로 얻어지는 이득입니다.행복도 그런 것 아닐까요. 행복은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닙니다. 열심히 살다보면 그냥 따라오고 얻어질 가능성이 커지는 ‘부가적 이익’ 이거나, 아니면 어쩌다 우연히 만들어진 파생상품 아닐까요? 행복은 밥보다 누룽지에 가깝습니다. 밥을 짓다보면 솥 바닥에 눌러 붙지요. 살살 잘 긁어내 오도독 씹어 먹어도 맛있고 잘 말려 오래 보관하다 한참 지나 물을 붓고 끓여도 좋지요. 누룽지가 맛있다고 처음부터 모두 누룽지만 만들려고 하면? 자칫 밥이 홀라당 다 타버릴 수 있습니다.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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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 눈]어쩌다 공연

    환경단체가 거리를 행진하며 내건 폐플래카드 조각들. 햇빛이 비치고 바람이 불자 아스팔트 바닥 위로 미디어 아트 공연을 하는 듯하네요.―서울 성북구 성북동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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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 눈]동서양의 조화

    나뭇결이 살아있는 한옥 문짝에 현대적인 유리문을 덧댔네요. 서양식 디저트 사진까지 어우러지니 동서양이 섞이고 스밉니다.―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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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 눈]아슬아슬

    바퀴 끝이 아슬아슬하게 길턱에 걸려 있네요. 주차 달인의 묘기일까요, 초보 운전자의 실수일까요.―서울 종로구 청진동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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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 눈]담장에 오른 수석

    응접실 가운데를 차지했을 멋진 수석. 이제 주인 떠나, 담장 너머 자연으로 가고 싶은 건가요.―서울 성북구 성북동에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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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곳곳 음식-문화 서울서 만나요”

    25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성북로 일대에서 열린 ‘14회 성북 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에 참여한 주민들이 타악기 공연이 포함된 퍼레이드를 구경하고 있다. 이 축제는 매년 5만여 명이 참여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3년 만에 재개됐다. 성북구에는 40여 개국 대사관저가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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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 눈]달님에게 빈 것은

    어느 초등학교 교실. 미술시간에 그린 보름달과 한가위 소원이 걸려 있네요. 달님이 소원을 들어줄까요. ―서울 송파구에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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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부캐’는? [고양이 눈썹 No.37]

    ▽‘본캐·부캐’는 게임 용어입니다. 본(本·으뜸)캐릭터, 부(副·버금)캐릭터를 이릅니다. ‘부캐’라 하면 본업 외에 다른 일을 뜻하죠. 40대 이상 중장년들은 ‘부업’ ‘사이드잡’ ‘취미’ ‘취향의 세계’ 등으로 부르지만 30대 이하 청년세대는 ‘사이드 프로젝트’ ‘N잡’ ‘세컨드 라이프’ 등으로 부르기도 합니다.즉 부캐는 꼭 일이나 돈벌이만을 지칭하지는 않습니다. 몰입감 좋은 취미와 버킷리스트 활동도 부캐에 포함되죠. 종교·봉사 활동도 포함됩니다. 더 넓은 개념입니다.아프니까 청춘이라는 힐링 산업이 한 때 유행한 적이 있죠. 저는 이런 시각이 좀 원망스럽더군요. 상처도 사회로부터 받는데, 치유하는데 또 돈을 사회에 써야 하니…. 그야말로 병 주고 약 주고.그래서 일까요. 최근엔 ‘힐링’이란 단어가 많이 안 쓰입니다. ‘힐링’도 유행을 타나 봅니다. 대신 긍정적으로 부캐를 창출해 새로운 나만의 세상을 여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굳이 힐링 따위는 필요 없다는 것이죠. 모든 부캐 활동은 생산적입니다. 취미라 해도 뭔가를 만드는 일일 수도 있고, 운동 등으로 건강을 증진해도 몸이 튼튼해지니 생산적이죠. 봉사활동도 서비스를 창출하는 행위이고요. 뭔가를 배우는 것도 역시 생산 활동입니다.▽사진기자들은 사진 애호가들로부터 ‘부럽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니 얼마냐 좋으냐는 것이죠. 그때마다 저는 이렇게 답합니다. “사진은 취미와 재미로만 하세요. ‘업자’가 되면 스트레스에요.”지인 중에 취미로 피아노를 치다가 전문가 경지에 오른 분이 있습니다. 실력이 아까워 주말마다 교회 등을 다니며 봉사를 시작했는데요, 막상 ‘일’처럼 되버리니 압박감이 엄청 났습니다. 조금이라도 늦게 가면 연습시간에 늦어 성가대원들이 기다리니 미리 가야하고, 지휘자와도 사사건건 미묘한 갈등이 생기더랍니다. 교회 측에서는 은근히 홀대해 부아도 치밀었고요. 그러면서도 평소에 미리미리 연습은 해둬야 했고요. 그렇게 1년가량을 지내니 피아노 근처에 가기도 싫어져 결국 모든 봉사활동을 접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만 하루가 지난 그 다음날부터 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갑자기 피아노가 너무 치고 싶어졌고, 연주가 다시 신나고 즐거워졌다고 합니다. 책임감에서 해방되자마자 연주의 기쁨에 몰입할 수 있게 된 것이죠. 불과 24시간 만에 말이죠.▽누구에게나 본업은 생계를 유지하고 자아실현에 도움을 주는 매우 유용한 도구이자 ‘나의 일생’ 자체이기도 하죠. 하지만 ‘프로’의 세계는 냉정합니다. 9개를 잘 하다가도 1개를 실수하면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곳이 직업의 세계입니다. 일을 잘 하고 있다가도, 엉뚱한 곳으로 인사발령이 나면 갑자기 ‘무능력자’가 돼버리기도 합니다. 낯선 자리에 가서 처음부터 다시 일을 배워야 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본업의 이면에는 극도의 스트레스와 우울함에 빠지기 쉬운 환경이 있기도 합니다. 아무리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잘 하는 것이라 해도 능력과 책임에 대한 괴로운 부담이 반드시 있죠.▽부캐는 그렇지 않습니다. 편하고 가볍고 ‘쿨’합니다. 잘 안 되도 그만인 ‘베타’ 테스트입니다. 시도 자체만으로도 재미있습니다. ‘현실(생계)’을 잠시 벗어나 ‘비현실(낭만)’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프로 축구 선수가 결정적인 실수를 하면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선수로서 기세가 꺾이기도 하지만, 일반 회사원이 공을 좀 찰 줄 알면 ‘축구도 잘 한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사진기자가 사진을 잘 못 찍거나 ‘물을 먹으면’ 망신스럽습니다. 하지만 아마추어 사진작가가 좋은 사진을 하나 건지면 ‘다재다능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부담이 없죠.▽자존감과 자괴감은 맞닿아 있습니다. 동전의 양면입니다. 자존감이 클수록 자괴감도 크게 느끼죠. 둘은 상호작용을 합니다. 자기 업무에 대해 자존감·자부심이 큰 사람은 실수를 하거나 성과가 안 좋을 때 자괴감을 그만큼 크게 느낍니다. 본업에서 상실감 배신감 억울함을 경험하게 되면 내가 처한 환경을 바꾸고 싶어 약이 바짝 오르기 마련입니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있을 때 오히려 부캐를 만들고픈 강한 동기 부여가 됩니다. 본캐·부캐도 상호작용을 합니다. 부캐는 본캐에서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해줍니다. 부캐는 본인이 좋아 선택한 일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자기주도성과 자신만의 자체 질서를 갖는 공간입니다. 자괴감을 느낄 이유가 없습니다. 잘 안되면 접어버리면 그만이니까요. ‘밑져야 본전’, ‘무조건 남는 장사’지요. 굳이 ‘공식 데뷔’할 필요가 없는 콘텐츠입니다. 주연이 아니라 조연이니까요.부캐에 몰입하는 분들은 즐거움도 늘고 덩달아 자존감이 올라갑니다. 자신감은 본캐 업무에도 영향을 줍니다. 더 자신감을 갖고 임하게 되니 성과가 향상됩니다. 상호작용이 상승효과를 일으키는 것이죠. 물론 시간이 지나 부캐가 본캐로 변할 수도 있습니다. 직업으로 전환되는 것이죠. 이 경우 부캐가 또 다른 현실이 되며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아무렴 어떻습니까. 그 때 가서 다른 부캐를 또 찾으면 되지요. ▽부캐 상태에선 마치 물리학의 평행우주론처럼 다른 세계로 들어가 있는 기분이 듭니다. 출입도 자유롭습니다. 본캐 세계에 있다가 언제든지 부캐로 가고 또 나오고…. 2개의 삶을 사는 모양새지요. 나의 질서, 내 영향력, 나의 주도권, 내 고유의 질서 즉 나만의 세상입니다. 부캐는 행복의 필요조건인 자기결정권이 넘치는 시공간입니다. (8월13일자 고양이눈썹 ‘자기결정, 행복의 필요조건’ 참고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20813/114943757/1)여러분의 부캐는 무엇입니까.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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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환경 교통 늘려요”

    ‘2022 서울 승용차 없는 날’ 기념행사가 열린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녹색자전거봉사단연합과 한국자전거단체협의회 회원 등 참석자들이 ‘친환경 교통을 늘리자’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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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 눈]자연이 만든 글씨체

    얼마나 시간이 흐른 걸까요. 햇볕과 바람, 그리고 비가 힘을 합해 새로운 글씨체를 만들었습니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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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가을 ‘책 소풍’ 어때요

    19일 서울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대에서 열린 ‘북피크닉’ 행사에서 참가 학생들이 캠핑용 의자에 앉거나 해먹에 누운 채 책을 읽고 있다. 성균관대는 23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를 위해 서울캠퍼스와 수원캠퍼스에서 각각 150여 권의 추천도서를 준비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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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 눈]기와로 엮은 나무

    나무와 풀을 사랑하는 장인의 작품일까요? 기와를 사이좋게 엮으니 담장을 타고 쑥쑥 자라나네요. ―서울 종로구 원서동에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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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장(僞裝·Camouflage) [고양이 눈썹 No.36]

    ▽‘위장(僞裝)’을 뜻하는 ‘Camouflage(불어로 까무플라쥬, 영어로 카모플라지)’는 탄생한지 100년가량 된 신조어입니다. ‘Camoufler(까무플레르)’라는 절도범죄자(도둑)들의 은어에서 파생된 단어인데요, ‘얼굴을 가리다’ ‘얼굴에 연기를 피우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머리와 목을 가리는 머플러(muffler)와 어원이 같지 않을까요?▽19세기까지만 해도 유럽의 전쟁은 한낮에 평원에서 양군 주력부대가 대결을 벌이는 전투가 많아 군복이 화려했습니다. 사기진작에 도움도 되고, 대오를 유지하기에 좋았습니다. 하지만 포격술이 좋아지면서 화려한 군복은 표적이 되기 딱 좋았습니다. 또 게릴라의 가장 손쉬운 먹잇감이고요. 보불 전쟁 때 프로이센군에게 패배하면서 위장의 중요성에 눈을 뜬 프랑스 군대가 1차 대전을 거치며 ‘까무플라쥬’를 군사용어로 정착시켰다고 합니다. 공군 조종사의 눈을 피하면서도 참호전에서 유리했습니다. 이후 생태학자들이 보호색 동물에 대한 연구에 이 용어를 차용하면서 많이 알려졌습니다.▽최근엔 ‘카모플라지 패션’이라며 군인의 위장복 무늬를 옷감으로 쓰는 옷이 유행하기도 합니다. 프로야구 선수들도 현충일이 있는 호국보훈의 달 6월에는 위장 무늬로 유니폼을 특별 제작해 입습니다.위장복 무늬가 패션의 하나로 정착한 데에는 1987년 데뷔한 미국 흑인 힙합그룹 ‘퍼블릭 에너미’의 공이 컸습니다. 그들은 흑백 위장복을 입고 베레모를 쓴 채로 무대에 섰습니다. 인종 간 갈등이 ‘전쟁’으로 치닫던 1980년대. 자신들의 무대가 바로 전쟁터라는 것을 상징했죠.사진기자들도 이 위장복 무늬를 착용할 때가 있습니다. 철새 등 생태 사진을 찍는 분들이 특히 그런데요, 위장복은 물론 위장텐트, 위장막 등 거의 군인 저격수 수준으로 숨어 영상 촬영을 합니다. 동물들을 속이려는 의도는 아닙니다. 놀라게 하지 않으려는 것이죠. 치약이나 비누 냄새에 민감한 동물들을 위해 며칠씩 씻지도 않고 한 자리에 머물기도 합니다.▽“한 연구자가 호숫가의 암수 오리 비율을 계산했더니 매우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적에게 노출될 위험이 많아 숫자가 오히려 적어야 할’ 수오리가 암오리에 비해 두드러지게 많았던 것이다…(중략)…개체수가 암컷보다 훨씬 많은 수컷이 암컷의 눈에 띄어 짝짓기를 하려면 화려한 깃털을 뽐내며 자신을 드러내야 한다”- 생태학자 요제프 H. 라이히홀프의 책 ‘자연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2012년) 중에서위장과 반대되는 상황도 있습니다. 수컷 새들은 암컷에 비해 깃털이 화려한 경우죠. 공작도 수컷보다 암컷이 더 많고 더 오래 사는데 이유는 덩치가 커서라고 합니다. 영양분 비축에 유리한데다 천적도 많지 않기 때문에 암컷 눈에 띄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위장이 유리할 것이라는 편견을 깨주네요.자연계에서 자신이 ‘독이 있다’고 과시하는 생명들은 굳이 위장을 안 합니다. 무대의상은 화려합니다. 눈에 띄어야 하니까요. 강제로 도드라지게 하기도 합니다. 옛날 군복 색깔이 화려한 이유는 ‘탈영 방지’라는 목적도 있었습니다. 한때 우리 육군 활동복도 주황색이었지요. 군복을 입지 않는 여가 시간에 탈영하는 경우가 많아 발견을 쉽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미국 드라마를 보면 교도소 수감자 옷도 오렌지색이 대부분입니다.▽‘위장된 축복 (a blessing in disguise)’. IMF 외환위기를 극복한지 얼마 안 됐을 때, 한 해외 저널에서 이 표현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외환위기 때문에 한국경제가 체질 개선에 성공하고 한 단계 질적 성장을 했다는 의미였는데…. 그 과정에서 희생된 숱한 한국인은 안중에도 없는 경제학자에 말에 어이가 없었습니다.무척 불쾌했지만 거꾸로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위장된 축복이 있다면 ‘위장된 재앙’도 있기 때문이죠. 축복이 재앙으로 위장해 오고, 재앙은 축복으로 위장해 온다는 주장 만약 사실이라면…? 축복을 ‘+(플러스)’로, 시련을 ‘-(마이너스)’로 가정하고, 이 둘이 반복되다 보면 결국 다 합쳐 ‘0’에 수렴된다는 셈이 나옵니다. 별 것 없네요. 숙명처럼 오는 무언가가 그 과정과 결과를 숨기고 싶다면? 우연인 척 위장해서 오겠지요. 역설적입니다. 이래서 동양의 옛 현인들은 이를 이미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고사성어로 알렸나 봅니다. 또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는 말로 위안을 해주기도 합니다. “너무 좋다고 우쭐대지 말고, 잘 안 풀린다고 너무 기죽지도 마라”라는 말도 이런 맥락일 듯 합니다. 그저 해야 할 일을 꾸준하게, 지치지 말고 해야 하나 봅니다. 결과는 운과 하늘에 맡겨야겠지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도 오랜 경험에 따른 지혜의 언어입니다. 영어 속담에도 ‘Man proposes, God disposes’가 있습니다.일이 잘 풀린 분들께는 박수를, 어려운 상황에 있는 지인께는 밥 한끼 모시며 응원의 말씀을 드려야겠습니다.신원건기자 laputa@donga.com}

    • 2022-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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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 눈]‘덩굴 늘보’

    호박 덩굴에 매달린 나무늘보. 어제도 오늘도 같은 자리에 있으니 어지간히 움직이기 싫나 봅니다. ―서울 종로구 계동에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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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 눈]승리의 ‘V’

    대학 캠퍼스에 있는 한 건물 기둥. 학업도, 취업도, 연애도 ‘승리’하라고 학생들을 응원하는 듯합니다. ―서울 광진구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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