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건

신원건 기자

동아일보 사진부

구독 21

추천

안녕하세요. 신원건 기자입니다.

laputa@donga.com

취재분야

2024-03-31~2024-04-30
칼럼37%
사회일반27%
지방뉴스13%
산업7%
인사일반7%
경제일반3%
선거3%
문화 일반3%
  • [고양이 눈]나의 별은 어디에

    퇴근길 저녁, 별들이 모인 성단이 거리에 내려앉았네요. 뒤집힌 의자들이라고요? 꿈꾸는 사람에게만 보입니다. ―서울 중구 충무로에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11-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고양이 눈]20세기와 21세기

    킥보드와 ‘말 타기 완구’. 시대를 대표하는 아동용 이동 수단이 나란히 주차했네요. 누가 더 빠를까요.―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11-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창(窓)…투과와 반사의 평면 [고양이 눈썹 No.43]

    ▽모든 건축은 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창도 건축의 일부이니 법에 민감하죠. 아니, 법에 의해 모양새가 정해지다시피 하기도 합니다. 1696년 영국은 창문 개수로 세금 매기는 법을 발효했습니다. 6개까지는 면제, 7개부터 중과하는 법안이었죠. 창문이 많은 집은 큰 저택일테니 부유층에게 세금을 걷겠다는 발상이었죠. 그런데 역시나 편법이 등장했습니다. 7개 창문만 남기고 창문을 벽돌로 메워버리는 집들이 생긴 것입니다. 큰 집 주인들은 가족들이 거주하는 공간의 창문만 남기고, 정원사 하녀 집사 등의 거주 공간의 창문을 메웠습니다.▽어떤 유럽 나라들은 창문의 폭을 측정해 세금을 매기기도 했습니다. 창문이 크면 부자일 가능성이 크니까요. 결국 새로 짓는 집들은 창문 폭을 좁게 하되, 위아래로 길게 빼고 여러 개를 배치하게 됐습니다. 우리나라 건축법에선 ‘창호(窓戶)’에 대한 규제를 주로 화재 위험이나 채광 등 안전과 관련해 규정하고 있습니다.▽창은 투명하지만 일방적입니다. 안에서 밖을 보긴 쉬워도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실내보다는 실외가 더 밝아서인데요, 반대로 밤에는 밖이 더 어두우니 안이 들여다보이기도 합니다. 사진기자들에게도 창문은 매우 주요한 취재 공간입니다. 화제가 되는 정치인 등의 자택의 유리창을 찍는 이유입니다. 밤에는 창을 통해 실내가 보이기 때문이죠.그런 점에서 한옥의 창호지 창은 독특합니다. 안팎이 보이지 않죠. 그런데 빛은 들어옵니다. 은은한 조명효과가 탁월하죠. 두께에 비해 단열효과도 좋습니다. 또 격자무늬 자체가 예술이고요.▽유리창에도 창호지 못지않은 매력이 있습니다. 빛을 투과하면서도 동시에 반사하는 능력입니다. 거울의 역할이지요. 물론 거울과는 다릅니다. 애매하고 엉성하게 비춰줍니다. 흐릿하게 보이거나 실루엣으로 비춥니다. 의도하지 않은 기능이지만 좋은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길가다 주차된 차창에 반사된 자신의 모습은 멋져 보일 때가 많습니다. 골목 가게의 쇼윈도를 볼 땐 유리 너머의 물건만 보이는 게 아니죠. 길을 걸으며 거울 보듯 보면 옷매무새를 다잡기도 합니다. 요즘엔 겹유리도 많아 두 번 세 번 반사가 겹치면 흐릿하고 몽환적으로 비춰주기도 합니다. 자아도취도 가볍게 하면 기분이 좋아지죠.물론 과도한 나르시시즘은 공동체에 해악입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자아도취 성 마약(?)은 가끔 필요하죠. 자아 존중이라는 나무는 가끔 자아도취 비료를 조금씩 먹어줘야 튼튼하게 자라니까요. 다른 사람과 같이 일할 때는 절대 그러지 마시고요, 가끔 쇼윈도를 지날 때 자신을 쳐다보는 것으로 만족하시죠.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11-05
    • 좋아요
    • 코멘트
  • [고양이 눈]도어록 옆 한지 꽃

    지문 인식 도어록에 누군가 붙여둔 한지 꽃. 문을 열 때마다 환영받는 기분이 들 것 같네요.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11-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이태원 추모 공간 찾은 외국인들

    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이태원 핼러윈 참사 추모 공간을 찾은 외국인들이 부둥켜안거나 눈물을 훔치며 슬픔을 나누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11-0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고양이 눈]겨울 손님맞이

    행여 문고리가 차가울까 털실을 감아놓으셨네요. 문을 열기 전에도 집의 온기가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11-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포토 에세이]집으로 가는 길

    해가 저물고, 이제 퇴근 시간. 직장인들이 줄지어 전철역에 들어섭니다. 유독 긴 하루였나요?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서울 구로구에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11-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고양이 눈]당랑권 고수

    우연히 마주친 사마귀. 손가락으로 다가가니 앞발을 굽혀 자세를 취하네요. 당랑권 고수 같습니다. ―서울 강동구 상일동에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11-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삶과 죽음 [고양이 눈썹 No.42]

    ▽삶은 블랙홀과 닮았습니다. 강력한 중력장으로 우리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지요. 그러면서도, 블랙홀 내부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관측이 불가한 것처럼 ‘나는 누구인가?’ ‘어떤 삶을 살아야하나?’는 질문에는 똑 부러진 답을 찾기 힘듭니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본질을 알기 힘들고 심지어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과학자들은 블랙홀을 기어코 찾아서 ‘눈으로’ 보게끔 해줬습니다. 보이지 않는 블랙홀을 전세계 천문학자들이 연대해 촬영하고 이미지로 구현해 냈죠. 붉은 고리 모양의 블랙홀은 사실 ‘블랙홀의 그림자’ 모습입니다. 빛이 나오지 않는 블랙홀 대신 그 그림자를 관측하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블랙홀은 중력이 강해 시공간과 빛까지 휘게 만드는데, 블랙홀 뒤 천체에서 나오는 빛도 휘어져서 보입니다. 이런 방식을 역이용해 블랙홀 앞뒤로 휘어진 빛(블랙홀의 그림자)을 촬영하고 블랙홀 윤곽(사건의 지평선)을 관측한 것이지요.▽삶도 그림자를 통해 윤곽을 찾아보면 어떨까요? 삶은 도대체 알 수가 없는 것이니 그 대척점이자 그림자인 죽음을 거울삼아 찾아보는 방법이죠. 앞에서는 안보이니 뒷면을 찾아 보는 것이지요. 중력으로 빛을 휘게 하는 특성을 이용해 블랙홀을 촬영했듯, 죽음의 고유한 특성을 파악하면 삶을 촬영할 수 있지 않을까요?* 죽음이 가진 2가지 특성1) 필연성 - 누구나 예외 없이 언젠가는 맞이해야 한다. 2) 예측불가 - 예고되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올지 모른다.▽‘WeCroak’이란 앱이 있습니다. 이 앱은 ‘하루 5번 죽음을 사색하면 행복해진다’는 부탄 속담과 ‘잊지 마라. 당신은 죽을 것이다’ 알람과 함께 삶과 죽음에 대한 격언을 보내줍니다. 격언과 함께 죽음을 얘기하는 것이죠. 삶이 풍성해지기 위해선 죽음을 가까이 두라는 의미입니다.러시아 문호 도스토키에프스키는 20대 때 급진주의 사회혁명 단체에서 활동하다 사형 선고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러시아 짜르 니콜라이 1세는 서유럽 자유주의 사조 유입을 두려워해 젊은 지식인들에게 본보기를 보이고자 사형 집행을 기획했는데, 도스토예프스키와 친구들이 그 대상이 된 것이죠. 그는 1849년 12월22일 동료들과 함께 사형 집행대 앞에 섰습니다. 두 눈이 가려진 뒤 마지막 5분의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이 세상에서 숨쉴 수 있는 시간은 5분뿐이다. 2분은 동지들과 작별하는 데, 2분은 삶을 돌아보는 데, 나머지 1분은 이 세상을 마지막으로 한 번 보는 데 쓰고 싶다.”“이토록 빨리, 또한 영원히 어둠속으로 들어서야 할 찰나로구나. 만약 내가 죽음을 당하지 않느다면, 내 삶은 갑작스럽게 무한하고 완전한 영원으로서 매 초가 한세기를 살아가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스쳐가는 모든 것을 소중하게 여기리라. 인생의 단 1초도 허비하지 않으리라.”총살 직전 황제의 특사가 ‘짠’하고 나타나 사형 대신 시베리아 유배를 가는 것으로 형벌이 바뀌었고 훗날 이 사건은 짜르가 꾸민 ‘훈육을 위한 연극’으로 드러났습니다. 사형 체험에 대한 구체적인 상황과 자신의 심리 묘사는 그의 장편소설 ‘백치’에 기록돼 있습니다.이후 도스토키에프스키는 시베리아 수용소에서부터 미친 듯이 소설을 썼다고 합니다. 펜과 종이가 주어지지 않아 머릿속으로 다 써뒀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도 있습니다. ▽과거는 창피하고, 현재는 속상하며 미래는 불안합니다. 아직 안 죽어봐서 죽음이 뭔지 모릅니다. 어떤 분은 인간의 삶과 죽음을 “탄소(C) 배열이 바뀌는 것 뿐”이라고도 합니다. 육체의 탄생과 소멸은 그저 물리화학적 변화에 불과하다는 것이죠. 삶과 죽음 모두 영원히 풀지 못 할 안개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옛 선현들의 지혜를 빌려 하루하루를 살아가 보면 어떨까요. ‘살아지는 것’이라고 표현해도 괜찮겠습니다만.로마 격언 중 가장 인상적이라고 알려져 있는 ‘CMA’를 소개해드립니다. 금융상품 이름 같아 외우기에도 좋습니다.1) Carpe diem (카르페 디엠, Seize the day )- ‘오늘을 잡아라’라고 직역될 텐데요, 흔히 ‘지금은 즐겨라’라고 쾌락만을 추구하는 것으로 오해되기도 합니다. 과거와 미래에 얽매이지 말고,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며 현재를 진실하게 소비하라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2) Memento mori (메멘토 모리, Remember to die)- ‘죽는다는 것을 잊지마라.’ 원래 권력자들에게 경고하는 문구로 오만하지 말고 겸손하라는 뜻인데요, 매일매일 하루하루 시간 자체에 겸손하라는 경구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3) Amor fati (아모르 파티, Love of fate)- 운명을 사랑하기. 주어진 운명에 굴복하거나 인정하라는 뜻은 아니겠죠.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상황에 대해서 원망하는 대신 당당히 맞서고, 때로는 정면 돌파하라는 뜻이라고 니체는 해석했습니다. 운명을 거부하지 말고 개척하라는 뜻입니다.우스개로 해석하면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일 텐데요, 저는 ‘즐길 수 없다면 피하라’라는 말이 더 좋습니다.신원건기자 laputa@donga.com}

    • 2022-10-29
    • 좋아요
    • 코멘트
  • [고양이 눈]외로운 꽃다발

    빈 벤치에 덩그러니 놓인 장미 한 송이와 안개꽃다발. 고백했다 거절당한 걸까요, 아님 미리 포기한 걸까요. ―경기 하남 미사동에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10-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고양이 눈]무늬만 한옥

    현대적인 빌딩에서 만난 한옥 문에 멈칫. 어라, 다시 보니 붙이는 벽지 속 ‘무늬만 한옥’이네요. ―서울 구로구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10-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상식의 배신 [고양이 눈썹 No.41]

    ▽“현대의 시간관리 문화에서는 정원에 앉아 명상에 빠지는 것은 완전히 시간낭비라고 생각한다. 만약 뉴턴이 요즘의 현대 기업에서 일하면서 이런 모습을 보였다면 아마도 인사과에서 정리해고 대상자로 통보받았을지도 모른다. 생전에 뉴턴이 ‘오후 5시: 정원에 착석, 낙하 물체(사과) 고찰’이라고 업무일지에 적었어야 할까? 설마 뉴턴이 이러한 업무일지를 작성하면서 살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스웨덴의 뇌 과학자 앤드류 스마트의 책 ‘뇌의 배신’(2014) 중에서▽뇌 과학과 행동경제학 등이 발전하며 ‘상식의 대반전’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이 연이어 발표되고 인정받고 있습니다. ‘인간은 그저 호르몬에 지배되는 단순한 동물인가?’ ‘인간은 요행이나 바라야 하나?’ 라는 의구심마저 들게 해 주니까요. 그야말로 ‘팩폭’입니다. 우리의 믿음을 ‘배신’하는 상식의 대반전을 몇 개만 살펴보시지요. 속고만 살았다는 기분도 듭니다.① 뇌의 배신사람은 아무 일도 안하고 ‘멍’ 때리거나, 빈둥댈 때 가장 창의적이 된다는 것도 그렇죠. 게으름은 농경사회와 근대 산업사회에선 기피해야 할 인성이었습니다. 뇌 과학 이전 심리학자나 정신과 의사들도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듯 합니다. 그런데 멍 때리고 있으라고 하면 좀 민망하니 이것을 ‘명상’이라고 했던 것 같아요. 멍 때리기나 명상이나 모두 무념무상 상태, 즉 무아지경 상태인 건 매한가지죠. 제가 고등학생이던 시절, 교장선생님이 매주 금요일 오전에 1시간씩 ‘명상의 시간’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커튼을 쳐서 교실을 어둑하게 하고 스피커를 통해 잔잔한 음악과 함께 느끼한 목소리의 성우가 격언을 읽어주는 시간이었습니다. 모두 눈을 감고 있어야 했죠. 아이들은 ‘몽상의 시간’이라 불렀습니다. 그런데 어쨌든 이렇게 1시간을 졸고 나면 뭘 들었는지는 기억 안 나지만 피로도 좀 풀리고 개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뇌의 상태가 ‘디폴트 모드’ 일 때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나온다는 건 이제 상식이 됐습니다. 필스상 수상자 허준이 교수도 기자간담회에서 본인은 하루 3시간만 연구에 매진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노닥거리거나 아이들과 놀아준다고 했습니다.(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20707/114330163/1) 허 교수의 숱한 수학적 직관도 이럴 때 나왔을 겁니다.현자들은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양자역학을 연구 중이던 리처드 파인만 교수(1918년~1988년, 1965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가 설거지 알바 학생들이 접시를 던지는 것을 보고 전자 이동에 대한 직관을 얻었다는 이야기도 유명합니다. 구내식당에서 다른 교수들과 노닥거리지 않았다면 못 보았을 장면이죠. 연구소에선 쓸데없이 수다를 떠는 연구원들이 연구 성과가 좋다는 설도 있습니다. 특히 환경미화 직원 등 동료 연구원이 아닌 사람들과 틈만 나면 잡담을 나누는 연구원들이 그렇다는 군요. 다른 세계의 사람들과 정신적으로 이종교배를 하는 것이죠.한 때 직장인을 ‘똑부’ ‘똑게’ ‘멍부’ ‘멍게’ 등 4가지로 분류하는 놀이가 유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똑부’ 아니면 ‘똑게’가 되기를 원하겠지만, 위의 논리로 보면 4가지 유형 중 ‘똑부’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일을 적게 하거나 잘 놀거나 게으르게 무념무상 상태로 있는 시간이 많아야 똑똑해 지니까요. 부지런해도 똑똑할 수 있다는 주장은 애초에 누가 만든 것일까요?②성공 공식의 배신‘괴짜들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이그 노벨상(Ig Nobel Prize)의 2022년 경제학상은 이탈리아 학자들이 받았습니다. 이 상은 미국 하버드대가 격월로 발간하는 잡지 ‘황당 연구 회보’가 노벨상을 패러디해 1991년 만들었고 올해로 32회째입니다. 진지하고 엄숙한 노벨상과 달리 패러디 정신을 살려 ‘웃어라, 그리고 생각하라(Laugh and then think)’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습니다.알레산드로 플루치노 교수 등 이탈리아 행동경제학자들은 ‘재능 vs 행운 : 성공과 실패에서 무작위의 역할’이란 논문을 통해 성공은 재능보다 행운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정량화·수량화했다고 밝힙니다(제가 논문을 요약본만 봤기 때문에 어떤 과정으로 수량화했는지는 자세히 모르겠습니다). 이들은 “가장 재능 있는 사람들이 성공의 최고봉에 도달하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평균적인 수준의 재능이 있지만 운이 좋은 사람이 더 큰 성공을 거둔다”고 주장합니다. 즉 성공 수준만을 기준으로 공로를 평가하면, 단순히 타인보다 운이 좋았을 수도 있는 사람들에게 명예나 공적 자원이 과도하게 투입될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강조합니다. 능력주의를 회의하는 것이죠.사진기자들도 우스개 소리로 ‘운칠기삼(運七技三)’이란 말을 자주 합니다. 사진기자들 중에 사진을 잘 못 찍거나 카메라를 잘 못 다루는 이는 없죠. 그런데 같은 장소에서라도 누구는 특종을 하고 누구는 ‘물을 먹’습니다. 찍는 위치도 그러하고 순간적으로 벌어지는 사건이 많기 때문이죠. 저도 바로 옆에 있던 사진기자들에게 물을 꽤나 먹었는데요… 앞으로는 ‘운이 없어서 그랬다’라고 위안 삼아 보겠습니다.자기계발서 등도 대부분 성공한 사람들의 과정을 ‘성공의 공식’으로 묘사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죠. ‘1만 시간의 법칙’으로 유명한 책 ‘아웃라이어’(2009년)에서 저자 맬컴 그래드웰도 운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물론 재능을 갖추고 노력을 해야 행운이 왔을 때 그 기회를 잡겠지만요. 주변에 사업적으로 성공을 어느 정도 이루신 분들 중 상당수가 점집을 자주 가신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늘 냉철하고 합리적이며 스마트하신 분이라 봐왔는데 징크스도 많고 미신을 믿고 심지어 부적까지 들고 다니시는 것을 보고 웃곤 합니다. 그런데, 역시 사업가들이라 매출이 행운과 직결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아시고 그러시는 게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③진심·진실·진정성의 배신“진정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국민타자’ 이승엽의 좌우명으로 유명해진 격언입니다. 진실한 마음(진심)과 진정성에 대한 격언이라 저도 좋아하는 문구였는데요, 오히려 이런 격언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는 분들이 굉장히 많다는 얘기를 듣고 조금 놀랐습니다.정신과 의사나 상담사들에 의하면, “내 실패는 내가 진정성 있게 노력하지 않아서”라며 자책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합니다. 즉 저런 격언의 함정은 실패한 사람들을 노력하지 않은 것으로 몰아붙일 수 있다는 것이죠. 경험 많은 정신과 의사들은 ‘배반하는 노력’이 훨씬 많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스스로 진실 되게 살면 언젠가 사람들이 알아주겠지…”라는 마음을 먹었다면 접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오해로 점철돼 있고 내 진심은 나만 아는 것이죠. 표현을 정말 기술적으로 잘 하지 못하면요.‘진정성’도 무리한 요구일 때가 많습니다. 신당역 살인사건의 범인도 재판부에 여러 차례 ‘진심으로 뉘우치는’ 반성문을 제출했습니다. 진정성과 성찰을 요구하는 행위는 상대방을 압박해 심리를 지배하려는 꼰대스러운 짓입니다. 범인은 그걸 역이용한 것 같고요. 진정성·진실·진심·반성·성찰은 수량화 정량화하기 불가능합니다. 실체도 딱히 없습니다. 가족이나 친구들, 동료들에게 진정성을 요구하지 맙시다!▽배신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배신을 한 번 당하면 ‘현타’가 쉽게 오기도 하고 나아가 세계관도 바뀝니다.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고 사실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가게 해 줄 수도 있습니다. 상식과 인식에 대한 새로운 지평도 열어줍니다. 발등은 믿는 도끼에 찍혀야 제 맛이니까요.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10-22
    • 좋아요
    • 코멘트
  • [고양이 눈]장도리 벤치

    방금 전까지 거인이 못을 박다 놓고 간 걸까요. 철공소가 모여 있는 거리. 벤치도 특색 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10-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환경과 돌연변이[고양이눈썹 No.40] 

    ▽“수십 년 전부터 농경지에 비료가 과다하게 사용되면서 농촌에서는 종의 풍요가 크게 제한을 받았다. 반면 도시는 동물에게 쫓길 염려가 없는 평화로운 환경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도시민들은 집중적인 농업이 이루어지고 간혹 개인적인 호기심으로 동식물을 대하는 농촌과는 달리, 풍족한 동식물의 종이 서식하는 것을 즐거워했다. 도시에 사는 보라매나 새매에게도 도시는 유쾌한 환경이 되었다. 자신들을 쫓아다니며 괴롭히는 상대가 없고, 좁은 공간에 야생의 숲에서보다 더 많은 새가 살기 때문에 먹잇감도 풍족했기 때문이다.”- 생태학자 요세프 H. 라이히홀프의 책 ‘자연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2011년)에서저자의 나라인 독일 얘기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도 비슷한 모습인 듯 합니다. 대도시의 아파트 단지, 특히 산이나 숲을 끼고 있는 단지의 정원엔 다양한 종류의 새들이 날아옵니다. 직박구리 물까치 멧비둘기 청딱따구리가 영역싸움을 합니다. 가끔은 여름철새인 후투티도 봅니다. 서울 세종대로 4거리엔 가끔 까마귀 떼가 몰려와 웁니다. 바로 옆 청계천에는 백로와 청둥오리 왜가리들이 피라미를 잡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양재천 홍제천 고덕천 등엔 너구리들이 가족단위로 몰려다닙니다. 뒷동산엔 고라니가 뛰어다니고요. 서울월드컵공원에는 흰꼬리수리가 물고기를 사냥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모든 것들이 사진기자에겐 매우 좋은 취재거리였는데, 이젠 뉴스조차 되지 못 합니다. ‘흔한’ 동물들이니까요.▽라이히홀프는 독일에서 종의 다양성이 가장 좋은 곳을 2군데로 꼽는데요, 첫째가 군사제한구역이나 군사훈련장입니다. 희귀종이 사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DMZ가 최고의 생태지역이니 맞는 말 같습니다. 두 번째가 대도시로 세 번째인 자연보호구역보다 좋다고 합니다.도시에서 ‘종의 다양성’이 좋아지는 이유를 여러 가지 꼽습니다. 공원과 정원에선 겨울 빼고 항상 꽃이 있으니 곤충이 많습니다. 곤충을 먹이로 하는 새에게 유리하죠. 또 먹이가 풍부합니다. 음식 쓰레기통을 뒤지기도 좋고요. 사람들이 먹이를 나눠주기도 합니다.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가면 참새와 비둘기들이 유난스레 많죠. 공양미를 뿌려두기 때문입니다.길고양이를 위해 둔 사료는 너구리와 족제비에게도 주식이 됩니다. 게다가 하천은 깨끗하게 관리돼 개구리가 많습니다. 수리부엉이나 말똥가리 같은 대형 맹금류도 도시에 있습니다.물론 위협요소도 있습니다. 투명 유리창이나 방음벽, ‘로드킬’과 공해물질도 문제고요. 먹이에 독약을 넣어 뿌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제2차 세계대전 무렵에 미국 전역의 도시들은 공원을 만들고, 수백만 그루의 나무를 심고, 보호림을 조성하고, 핵심 수원 주위로 보호구역을 설치했다. 이런 요소들이 합쳐져서 많은 도시 지역 내부와 주위로 일종의 녹지가 만들어졌다. 이로 인해 한 세기나 그 이상 전에 도시의 자연에서 완전히 사라졌던 동부회색다람쥐 같은 동물들이 바로 그 도시에 다시 나타나서 번성할 수 있었다. 이후 수십 년 동안 이런 변화는 이 지역에 산 적이 없는 종이나 함께 살기에는 너무 크고 튼튼한 종을 포함해 다른 동물들까지 나름대로 여기에 진출하거나 돌아와서 머무르게 만들었다. 동부회색다람쥐는 미국 도시의 중심부에 돌아온 첫 번째 야생동물 중 하나지만, 이들이 마지막은 아니었다.”- 피터S 알레고나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타바버라캠퍼스 환경학 교수의 책 ‘어쩌다 숲(The Accidential Ecosystem·2022년)‘ 중에서라이히홀프와 비슷한 주장을 하는 미국 학자의 책이 최근 나왔습니다.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도시민을 위한 숲과 공원이 많은 동물들의 서식지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도시는 야생 자연환경과는 다른 점이 많아서 동물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양한 진화 또는 변이를 거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런 주장대로라면 도시생태계에서도 돌연변이가 탄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돌연변이는 진화의 주요지표입니다. 돌연변이를 통해 새로운 종이 탄생하는 것이죠. 돌연변이는 종의 다양성이 보장되는 환경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종이 다양해지면 더 다양해지게끔 생태계가 방향을 잡기 때문에 돌연변이가 연속해서 탄생한다는 추정이죠. 환경이 좋으면 이종교배가 반복되며 돌연변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적응력이 약한 생물도 살아남기 쉽습니다. 다양성과 다원성이 보장되는 셈이죠.인간사회에 이런 생태학적 관점을 들이대면 어떨까요? 안전한 환경(치안)과 충분한 영양(경제적 여력)을 가정해 보지요. 여기에 민주주의가 보장돼 기회의 자유가 있고, 생존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 즉 복지까지 갖춰져 있다면 다원화 사회로 선순환 되기 쉽지 않을까요? 종의 다양성을 사람에 비유하면 개인들의 다원성 쯤 되겠죠. 바로 도시의 환경입니다.도시민에겐 또 익명성의 자유가 있습니다. 관심 받지 않을 권리지요. 하지만 관심이 너무 없다면 각자 단절·고립되고 맙니다. 다원화된 사람들에게 ‘고립’은 큰 생태적 위협입니다. 소통과 교류가 쉽게끔 엮어줘야 합니다. 이를 21세기엔 IT기술이 보완해주고 있죠. 인터넷에는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있습니다. 그야말로 소수자들의 모임이죠. 인터넷 이전 시대에는 상상도 못 할 커뮤니티입니다.▽출신배경, 출신지, 다른 문화에 있던 사람들이 동등한 환경에서 어울리고 섞이다 보면, ‘변종’ 즉 돌연변이가 탄생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도시는 폐쇄 생태계가 아닙니다. 끊임없이 외부로부터 사람을, 문화를, 자본과 에너지를 유입합니다. 열려있습니다. 이질적인 문화가 엮여 제3의, 제4의 문화를 탄생시키는 것이죠. 이를 ‘융합’이나 ‘통섭’이라 부르는 분들도 있습니다.이들이 ‘아웃라이어’ 집단이 되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이나 문화를 열어 줄 확률도 올라가겠죠. 인류 생태학의 시각으로 본다면 도시가 그런 곳 아닐까요?신원건기자 laputa@donga.com}

    • 2022-10-15
    • 좋아요
    • 코멘트
  • [고양이 눈]인절미? 바둑판?

    바위 위로 눈금이 좍좍. 박리작용으로 표면이 떨어져 나간 바위입니다. ‘인절미 바위’로 불리지만 바둑판처럼 보이기도 하네요.―서울 도봉산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10-1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호주 와인 어떤 맛일까

    13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에서 열린 신세계L&B ‘2022 남호주 와인 프로모션 행사’에서 모델들이 와인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신세계L&B는 다음 달 6일까지 전국 와인앤모어 매장에서 남호주 와인 40여 종을 최대 40% 할인가에 판매한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10-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수능 전 마지막 모의평가 치르는 고3

    12일 서울 강북구 창문여고에서 고3 학생들이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치르고 있다. 이번 시험은 다음 달 17일 실시되는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전 마지막 학력평가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10-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미세먼지 정화 장치에 실내온도 자동 조절까지…진화하는 버스 정류장[청계천 옆 사진관]

    지방자치단체들이 버스정류장을 경쟁적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습니다. 그늘막이나 비막이에 벤치만 있던 버스정류장이 빠르게 진화하는 것이죠. 추위를 피하는데 도움이 되던 온열 벤치(이른바 ‘엉뜨’)와 버스도착시간 알림 전광판이 설치됐을 때만해도 무척 신기했는데 말이죠. 최근엔 쉼터로 변신하고 있습니다.서울 강남구는 도산대로와 학동로 버스정류장 등에 미세먼지 없는 쉼터 20개를 설치해 11일부터 선보였습니다. ‘그린 스마트 존’이라 이름 붙인 이 시설은 다양한 역할을 합니다.먼저 전기집진기와 활성탄으로 도로변 미세먼지를 90% 이상 제거해 외부 공기를 정화하는 장치가 있습니다(위 사진). 또 이렇게 걸러진 공기를 안으로 들어오게 해 내부를 ‘미세먼지 좋음’ 상태로 유지합니다. 또 실내온도가 자동 조절돼 추위와 더위를 피할 수 있고, 온열의자도 설치돼 더 안락하게 버스를 기다릴 수 있게 했습니다. 버스 도착시간을 알려주는 화면과 공공 와이파이, 휴대폰 충전 장비는 기본이지요.서울 성동구청이 버스정류장 50여 곳에 설치한 ‘스마트 쉼터’. 추위와 더위를 피하기 좋습니다.경기 수원시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쿨링 포그’. 폭염 여름에 작동합니다.서울 관악구에는 ‘스마트 냉온풍기’가 설치된 버스정류장이 있습니다. 센서로 사람을 감지해 영상 28도 이상에서는 찬바람을, 영상 5도 이하에선 온열기를 자동으로 작동시킵니다.인천시청은 버스정류소에 승객이 기다리고 있다는 정보를 버스 운전사에게 보여주는 알림시스템을 설치했습니다. 이 시스템은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이 승강장 안에 부착된 버튼을 누르면 외부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에 ‘승객 대기 중’이라는 알림 문구가 표출되는 장치입니다.버스 승강장들이 앞으로 어떻게 더 진화할지 기대됩니다.신원건기자 laputa@donga.com}

    • 2022-10-12
    • 좋아요
    • 코멘트
  • [고양이 눈]가을비

    갈색으로 바랜 계수나무 낙엽 위에 방울방울 맺힌 가을비. 지나가는 계절이 못내 아쉬웠나요. ―서울 강동구 상일동에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10-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