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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서는 치약에 들어가는 보존제인 파라벤과 트리클로산의 유해성 논란이 재연됐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과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시중에서 팔리는 치약을 갖고 나와 유해성을 지적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트리클로산과 파라벤 성분이 들어간 치약은 이미 외국에서 판매가 금지됐다”며 “전문가들은 양치 후 입 안을 7, 8번 물로 헹구라고 하는데 국민이 겁나서 양치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의원들의 지적이 과도하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다. 국내 치약의 파라벤 함량 제한 비율은 0.2% 이하다. 이는 유럽, 일본(0.4%)보다 엄격한 수준. 미국은 파라벤 규제조차 없는 상황이다. 트리클로산의 경우 미국 미네소타 주가 치약 내 사용을 금지했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규제조차 없다. 국내에는 화장품의 경우 최대 허용치가 0.3%로 설정돼 있으나 치약에는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 식약처 관계자는 “파라벤과 트리클로산이 암을 유발하려면 엄청나게 많은 양을 먹어야 한다. 이 정도 양으로는 인체에 무해하다”며 “이 정도의 보존제도 사용을 하지 않으면 치약의 보존 자체가 어렵다. 썩은 제품을 사용하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승 식약처장은 “치약 안의 파라벤과 트리클로산은 매우 안전하다. 하지만 내년에 안전성을 재평가하겠다”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퀴즈 하나. 다음 중 현행법상 불법인 광고 문구는? ① 서울대병원으로 오세요 ② Welcome to Seoul National University Hospital 정답은 ②이다. 의료법상 특정 병원 또는 특정 의사를 홍보하는 광고는 한글로만 가능하다. 해외환자 유치를 목적으로 하는 영어 광고는 의료법상 허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외국인 관광객이 자주 드나드는 공항, 쇼핑센터 등에서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으로 된 의료광고를 할 수 없다. 공항을 해외환자 유치의 전초기지로 활용하고 있는 대만과는 대조적이다. 외국어 의료광고 규제는 의료관광 활성화를 막는 대표적인 ‘손톱 밑 가시’라는 게 중론이다. 김희국 새누리당 의원은 3월 공항 등 제한적인 장소에서 외국어로 표기된 의료광고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현재까지 국회에 계류 중이다. 배병준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정부 주도로 의료관광 산업을 육성하면서 외국어 광고를 규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며 “특히 공항은 한 나라의 인상과 이미지를 좌우하는 공간이다. 의료한류를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만을 벤치마킹해 인천국제공항을 의료관광의 전초기지로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공항 1층에는 의료관광 안내데스크가 있다. 하지만 인지도가 낮아 외국인들은 센터의 존재조차 모르고 공항을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다. 입국장, 출국장, 환승구역에 의료한류 체험관을 운영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체험관에서 간단한 건강검진, 간단한 진료, 한방 치료 등을 진행하면서 ‘메디컬 코리아’ 이미지를 강화하자는 것. 인천의료관광재단 등이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 메디컬라운지를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비싼 임대료 때문에 무산된 바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건강 공항 이미지를 심으면 국제 공항평가에서도 유리할 수 있다. 인천공항공사가 단기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국익을 더 고려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심장 스텐트(혈관 확장용 삽입장치) 시술에 대한 건강보험 횟수 제한이 12월 1일부터 없어진다. 기존에는 3회까지만 건강보험 혜택을 줬다. 스텐트 시술은 급성심근경색 등 심장에 문제가 생겼을 때 혈관에 보형물을 넣어 확장시켜주는 치료다. 보건복지부는 30일 이 같은 내용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스텐트 시술 건보적용 제한이 풀리면 4번째 시술을 받을 때도 본인부담금 10만 원가량만 내면 된다. 기존에는 3번까지만 건보 혜택을 받았고 4번째 시술부터는 190만 원을 내야 했다. 이번 조치로 연간 3000명의 환자가 혜택을 보고, 약 74억 원의 재정이 추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복지부는 신장암, 전립샘암, 방광암, 고환암, 자궁내막암 등의 환자에게도 양전자단층촬영(PET) 검사를 받을 때 건강보험 혜택을 주기로 했다. 건보적용을 받을 경우 본인부담금이 1회 70만 원에서 4만 원으로 줄어든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심장판막증을 앓고 있던 아랍에미리트의 부호 압둘라지즈 알 나잘 씨(61)는 올 8월 5명의 부인, 9명의 자녀와 함께 자가 비행기로 독일 뮌헨을 찾았다. 일차적으로는 세계적 수준의 의술을 갖춘 뮌헨대병원에서 인공판막수술을 받기 위해서지만, 겸사겸사 가족들의 건강도 챙기려는 목적도 있었다. 일종의 럭셔리 가족 의료관광에 나선 것. 나잘 씨가 뮌헨대병원 특실에 3주가량 입원하는 동안 가족은 뮌헨의 특급호텔의 스위트룸에 머물렀다. 서열이 높은 첫째 둘째 부인과 자식들은 5성급, 셋째부터 다섯째 부인은 4성급 호텔의 스위트룸을 이용했다. 이들은 각각 호텔 안에 위치한 검진센터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다. 부인들은 간단한 성형 수술, 피부 시술, 비염 치료 등을 받았다. 남은 시간 가족들은 뮌헨 인근의 노이슈반슈타인 성 등 유명 관광지를 돌고, 쇼핑도 했다. 나잘 씨 가족은 3주 동안의 가족 의료관광에 2억 원가량을 썼다. 나잘 씨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받으면서 가족 건강을 챙기고 휴양까지 즐길 수 있는 뮌헨은 중동 부호들에게 낙원이다”라고 말했다.○ 환자·가족 위한 병원-호텔 연계시스템 뮌헨은 중동 사람들에게 ‘죽기 전에 반드시 가봐야 하는 최후의 보루’로 인식되고 있을 정도로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기술을 갖고 있다. 특히 사막기후 아래서 운동을 잘 하지 않는 중동 사람들은 심장질환, 암, 비만, 척추 및 무릎관절 질환 환자들이 많지만 의료 서비스의 질은 낮다. 로베르트 겔 독일 바이에른 주 국제보건산업협회장은 “죽어도 좋다는 각서를 본국에 쓰고 뮌헨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뮌헨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중증환자의 가족을 위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중증환자는 뮌헨대병원같이 세계적인 병원에 입원하고, 가족들은 주변 4, 5성급 호텔에 머물며 간단한 시술뿐 아니라 건강검진, 관광, 쇼핑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독일에는 호텔 안의 병원이 성행하고 있다. 4성급인 아라벨라 셰러턴호텔 9층은 아라벨라 클리닉이 운영되고 있다. 중동 환자의 가족들은 호텔에 머물면서 이비인후과, 안과, 정신과, 수면클리닉, 성형외과 진료를 받는다. 아라벨라 클리닉의 피터 스놉콘스키 부사장은 “화재 위험 등에서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수술실과 입원실은 1층에 별도 공간으로 만들어 놓았다”고 설명했다. 중동 환자들을 위한 특급 호텔들의 서비스도 진화하고 있다. 객실의 30%를 중동 사람이 사용하는 만다린오리엔탈 호텔의 경우, 뮌헨대병원에 입원한 환자를 위해 식사를 매끼 배달한다. 환자를 위한 저염식 식단과 중동 현지식 등 다양한 메뉴를 구비하고 있다. 유럽 지역을 관할하는 김수웅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영국지사장은 “한국은 상급종합병원의 1인실 외국인환자 의무 비율이 폐지돼 VIP 환자가 늘고 있지만, 가족 숙박 연계 시스템은 부족하다”며 “독일의 병원과 호텔의 연계 시스템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동 환자가족, 특급호텔 스위트룸 싹쓸이 실제로 여름 휴가철이 한창인 8월 뮌헨의 특급호텔 로비에는 하얀색 중동 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1박에 평균 1000유로(약 133만 원)가 넘는 스위트룸의 약 70%를 중동 사람들이 사용한다. 독일 바이에른 주 보건부에 따르면 중동 환자들은 1인당 하루 평균 350유로(약 47만 원)가량을 쓴다. 평균 10명의 가족이 함께 오기 때문에 하루 평균 3500유로(약 470만 원)를 쓰는 셈. 겔 회장은 “중동 환자들이 독일 특급호텔 매출의 30%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이들이 없다면 경영난을 겪을 호텔도 많다”며 “중동 환자들이 뮌헨 서비스산업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강국 독일의 강점을 살린 의료관광 상품도 있다. BMW는 뮌헨에서 신차를 인수하고, 그 차를 이용해 코디네이터와 함께 독일 전역을 여행하면서 병원을 이용하는 10억 원대 프로모션 상품을 구비하고 있다. 치료가 끝나면 차는 배를 통해 본국으로 보내고, 환자는 비행기를 타고 귀국한다. 독일은 한국처럼 정부 주도로 보건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지는 않다. 독일을 방문한 의료관광객 수에 대한 정확한 통계조차 없을 정도. 하지만 독일 의료관광 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해외환자 유치 실적(약 21만 명)과 맞먹는 매년 약 20만 명의 해외 환자(외래 환자 12만 명, 입원환자 8만 명)가 꾸준히 방문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중증질환 의료기술, 가족을 위한 연계 프로그램, 천혜의 관광자원이 시너지를 내면서 미국과 함께 전 세계 의료산업을 이끄는 강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로베르트 아우레스 독일 바이에른 주 보건부 보건산업 담당 국장은 “방문객 수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가족과 함께 방문해 많은 돈을 쓰는 중동의 중증환자들이 독일로 온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독일 사람과 똑같이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하는 게 의료강국 독일의 최대 강점이다”라고 전했다.▼ “한국, 박리다매 환자 유치로는 성장 어려워” ▼유럽 전문가들이 말하는 문제점 정부가 의료관광 산업을 육성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해외 환자들이 한국에서 진료를 받으면 내국인보다 적게는 20∼30%의 돈을 더 지불한다. 불법 환자 브로커를 통해 입국할 경우 그 액수가 더 커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내는 돈에 비해 제대로 된 서비스는 제공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해외 환자가 자국에서 보험에 가입하고 한국 병원을 찾는 경우는 전체의 10%에 불과하다. 이들 중 대부분은 미국 국적의 한국 동포들이다. 거의 대부분의 외국 환자가 보험 가입 없이 한국을 찾는 셈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외국인 환자들은 한국에서 의료사고를 당해도 제대로 보상받기 어렵다. 독일에서 만난 의료산업 전문가들은 한국이 덤핑식 환자 유치를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커스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의료계가 외국에서 오는 환자도 결국 내국인과 같다고 인식하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성장이 어려울 것이다”라며 “의료사고에 대비한 보험 가입을 늘려야 한다”고 진단했다. 자국 병원에서 보험에 가입한 해외 환자들이 한국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도, 보험 혜택을 더 줄 수 있게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지적도 많다. 현재 다수의 다국적 보험사는 한국의 일부 대형병원에서 진료를 받았을 때만 보험 혜택을 주고 있다. 중국 일본 등 근거리 환자들을 위한 배려 확대도 필요하다. 유럽연합(EU)에서는 자국 주치의의 승인만 있으면 아무런 제약 없이 EU 국가 어디든 방문해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실제로 독일어 문화권인 이탈리아 북부 티롤 지방에서 산악 스키사고를 당한 환자들은 오스트리아, 독일 뮌헨 등 병원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환자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도 보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독일 뮌헨처럼 특급호텔들이 전략적으로 대학병원들과 제휴하는 것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것. 한국에서는 서울성모병원과 메리어트호텔의 VIP 환자 가족 숙박 제휴 프로그램 등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이용률이 낮은 실정이다.뮌헨=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2009년 정부가 해외환자 유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이래 올해 의료관광객 증가폭이 가장 작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1∼8월 해외환자 수를 바탕으로 올해 전체 환자 수를 추산한 결과 약 25만 명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28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21만1218명)보다 18.4% 증가한 수치. 2009년부터 연평균 37%대의 성장을 거듭한 것을 감안하면 성장세가 한풀 꺾인 것이다. 성장세 둔화는 중국, 중동 환자를 두고 아시아 국가들의 경쟁이 가열됐기 때문. 한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과 대만의 투자가 늘면서 ‘아시아 의료관광 신(新)삼국지 시대’가 도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은 아베노믹스 이후 ‘메디컬엑설런스저팬(MEJ)’을 출범시켜 해외환자 유치를 끌어올렸고, 대만은 언어적 문화적 장벽이 없는 중국 본토 환자 유치에 뛰어들고 있다. 정기택 보건산업진흥원장은 “최근 일본과 대만에 중동, 중국 환자를 뺏기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의료관광객 100만 명 시대를 열기 위해선 의료관광 선진국의 장점을 흡수해야 한다”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마흔이면 청춘이었는데…. 진작 의사 말 좀 들을걸.’ 10년째 당뇨병을 앓고 있는 백모 씨(70)는 문득문득 30년 전 그날을 떠올린다. 마흔이 되던 해 의사는 당시 키 165cm에 몸무게 85kg에 육박하던 백 씨에게 말했다. 10kg 이상 체중을 빼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거라고. 하지만 사무실 책상에 앉아 하루 10시간 이상씩 일했던 그로서는 운동과 다이어트는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었다. 백 씨는 “비만의 심각성을 깨닫고 적절한 조치를 했다면 현재 이렇게 고통스럽게 투병생활을 하지 않아도 될 텐데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백 씨처럼 비만 증상이 당뇨병을 악화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만 중 특히 복부비만이 심하면 당뇨병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복부의 지방조직은 유리지방산 분비를 늘린다. 이 물질은 간이 포도당과 중성지방을 생산하는 것을 촉진시킨다. 반면 인슐린이 혈중의 포도당을 잘 흡수하는 작용은 방해한다. 혈당이 높아지고 유리지방산이 늘면 췌장은 인슐린을 지나치게 많이 분비한다. 고인슐린은 염분을 재흡수하고 교감신경을 활성화시키는 과정에서 고혈압과 고혈당을 일으키는 부작용을 낳는다. 복부지방의 또 다른 문제는 염증 세포가 많다는 점이다. 염증물질은 포도당 수치를 조절하고 지방산의 분해를 돕는 ‘아디포넥틴’이란 단백질 생산도 줄인다. 이렇게 되면 피가 끈적끈적해지면서 혈전이 생기기 쉽다. 최근에는 당뇨(diabete)와 비만(obesity)의 합성어인 ‘비만형 당뇨병(Diabesity)’이라는 용어까지 나왔다. 실제로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국내 당뇨병 환자의 74.7%가 과체중 혹은 비만이다. 특히 56.8%는 복부비만일 정도다. 더구나 여성 당뇨병 환자의 복부 비만율은 58.8%에 이르렀다. 한국인은 비슷한 체중의 서양인에 비해 복부비만이 심하다. 선천적으로 비교적 적은 인슐린 분비 기능을 가지고 있어 쉽게 당뇨병에 걸릴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혈당 조절에만 집중한 당뇨병 치료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혈당과 함께 체중을 줄이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는 것. 미국 등 선진국에서 당뇨병 관리의 제1 원칙으로 체중 관리를 강조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최근에는 혈당 관리뿐 아니라 체중과 혈압까지 낮춰주는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다.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가 대표적이다. 포시가는 포도당을 소변으로 배출시켜 혈당을 조절한다. 이 과정에서 하루에 약 70g의 포도당을 배출하는데 이를 칼로리로 환산할 경우 280Cal가 된다. 아스트라제네카 관계자는 “혈당과 체중 감소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는 약이다”며 “다른 당뇨병 치료제에서는 이런 부가적인 이점을 기대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포시가는 지난해 11월 식약처 허가를 받아 현재 유럽, 미국, 호주를 포함한 42개국에서 시판 허가를 받아 판매되고 있다. 9월 1일부터 건강보험도 적용되고 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다음 달부터 치매 환자들의 약값 부담이 60만∼90만 원가량 줄어들어 저소득층 치매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치매 관련 약의 건강보험 적용 대상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15일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몸에 붙이는 ‘패치형 치매약’의 경우 그동안 경증치매 환자에게만 건강보험이 적용됐으나 10월부터는 증상과 상관없이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했다. 패치형 치매약을 사용하려면 현재 연평균 135만 원이 들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30% 수준인 약 40만 원으로 부담이 줄게 된다.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돌보고 있는 유모 씨(51)는 “어머니 상태가 약을 삼키기 어려울 정도로 중증이라 패치형 치매약이 필요하지만 약값이 한 달에 10만 원이 넘어 아예 치매약을 쓰지 못하고 있다”며 “건강보험이 적용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개정안은 그동안 1개만 건강보험이 적용되던 치매약도 2개까지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했다. 약값으로만 연간 약 105만 원이 들었던 치매약 2개를 복용해야 하는 중증치매 환자의 경우 절반 이하인 약 43만 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치매 환자는 2006년 10만5300여 명에서 2012년 35만8000여 명으로 3배 이상으로 늘어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치매 노인이 늘면서 약을 2개 이상 복용해야 하는 중증매 환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이들 중 상당수가 저소득층이어서 그동안 약값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동영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번 건보 적용 확대로 시행 첫해인 올해 중증치매 환자 3만 명 이상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가 치매 환자 100만 명 시대를 대비해 관련 제도를 더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정부가 국내 첫 투자개방형 병원으로 추진했던 제주 산얼병원의 승인을 불허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산얼병원이 제출한 ‘사업계획서 보완 사항’ 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한국에서 병원을 운영할 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14일 밝혔다. 정부와 제주도는 산얼병원 모기업인 차이나스템셀(CSC)의 재정 부실, 자이자화(翟家華) 회장의 구속, 병원 용지 매각 추진 등 의혹이 쏟아지자 뒤늦게 사업계획서 보완을 요청한 바 있다. 본보가 단독 입수한 ‘사업계획서 보완 사항’ 보고서에 따르면 산얼병원에 제기된 의혹들은 상당 부분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문건이 A4용지로 2장밖에 안 되는 등 보완책이 부실해 어이가 없었다”며 “투자계획과 응급의료체계 등을 향후 보완하겠다고 주장했지만, 실현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빠르면 이번 주 안에 산얼병원 승인 거부를 발표하고, 최종 허가권이 있는 제주도도 제1호 투자개방형 병원을 불허할 예정이다.○ 산얼병원 곳곳이 부실투성이 정부는 8월 12일 산얼병원 승인 재추진안을 발표하면서 “산얼병원이 제주 S-중앙병원과 협약을 맺어 응급의료체계가 마련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업계획서 보완 사항’ 보고서에 따르면 당초 정부 발표와 달리 응급의료체계를 전혀 갖추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얼병원은 보고서에서 “제주지역 병원 2곳과 응급의료체계 협약을 맺었지만 병원 측의 사정으로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며 “다른 의료기관과 협의를 모색하고 있으나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산얼병원은 모기업인 CSC의 재정 부실 의혹에 대해 “현지 모법인의 재정 상황에 어려움은 있지만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단계다”며 “현재 구속돼 수사받고 있는 자이 회장 이외의 CSC 대주주들이 적극적인 투자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원조달 문제와 관련해 산얼병원은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주장했지만 근거가 희박하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산얼병원은 본보가 지난달 30일부터 제기한 병원용지 매각 추진에 대해서는 해명조차 하지 못했다.○ 정부의 승인 검토도 부실 발표 산얼병원이 자신의 부실을 사실상 인정하면서 정부가 8월 12일 무역투자진흥회의를 통해 성급하게 ‘승인 검토’를 발표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종 허가권을 갖고 있는 제주도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사업계획서 검토, 재원조달 방안, 투자실행 가능성, 모기업 재정건전성 등에 대한 검증 의무는 제주도에 있다. 이와 함께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가 무역투자진흥회의에 산얼병원 안건을 급히 올리면서 제대로 협의하지 못한 점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복지부는 응급의료체계 등 의료행위에 대한 검증 의무만 있는데, 기재부와 제주도가 이번 논란의 책임을 복지부에 떠넘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이진한 기자·의사}
정부가 일반 담배뿐 아니라 전자 담배, 파이프 담배 등에 붙는 건강증진부담금도 인상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11일 발표한 ‘금연 종합대책’의 후속 대책으로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12일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전자 담배, 파이프 담배, 씹는 담배 등 유사 담배의 건강증진부담금을 두 배 이상 올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전자 담배의 건강증진부담금은 mL당 221원에서 525원(304원 인상) △파이프 담배는 g당 12.7원에서 30.2원(17.5원 인상) △씹는 담배는 g당 14.5원에서 34.4원(19.9원 인상)으로 오른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정부가 10년 만에 전격적으로 담뱃값 인상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세계 최고 수준(43.7%)인 흡연율을 더이상 방치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보건복지부는 ‘담뱃값 2000원 인상’만으로도 현재 43.7%인 흡연율을 8%포인트 떨어뜨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담뱃값을 물가에 연동해 지속적으로 올릴 경우 2020년까지 흡연율 29%대 진입도 기대하고 있다. 2012년 현재 OECD 평균 흡연율은 26%. 담뱃값 인상을 통한 흡연율 감소는 선진국을 통해 이미 입증됐다. 미국은 2009년 담뱃값을 22% 정도 올려 담배 판매량을 1년 뒤 11% 가까이 줄였다. 영국도 1992년부터 2011년까지 물가연동제를 통해 담뱃값을 200%가량 올렸는데, 같은 기간 담배 소비가 857억 개비에서 420억 개비로 절반가량 줄었다. 한국도 2004년 담뱃값을 2000원에서 500원 올렸을 때 57.8%였던 성인 남성의 흡연율이 2006년 44.1%로 떨어졌다. ○ 담뱃값 7000원까지 올려야 효과 하지만 한국의 담뱃값이 세계 최저 수준인 만큼 2000원 인상만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OECD 평균인 7000원 이상은 돼야 가시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재갑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국립암센터 석좌교수)는 “장기적으로 담뱃값을 7000원 이상 올리고 담배구매 실명제 등 흡연자 국가 관리가 시행돼야 가시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담배 및 주류의 가격정책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9000원은 돼야 담배를 끊겠다’는 사람이 가장 많았다. 정부는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지속적으로 담뱃값을 올리겠다고 했지만 언제 추가 인상할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중산층과 고소득자보다는 가격 인상에 가장 민감한 저소득층이 주로 담배를 끊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프랭크 찰로프카 교수에 따르면 담뱃값을 올렸을 때 금연하는 사람 중 절반가량(46.3%)이 소득 하위 30%인 저소득자였다. 성인에 비해 가격 인상 압박을 4배 이상 받는 것으로 알려진 청소년의 흡연율(25%)도 10%포인트 이상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권덕철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2004년 500원 인상 당시 청소년 흡연율은 28.6%포인트 떨어졌는데, 성인보다 효과가 두 배 이상 높았다. 이번에도 비슷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흡연율 감소 효과 기대치가 과대 포장됐다는 주장도 있다. 납세자연맹은 “담뱃값의 변화가 없었던 2009∼2012년 지속적으로 흡연율이 떨어졌고, 담배를 끊은 가장 큰 이유도 경제적 요인(6.2%)이 아닌 본인과 가족의 건강(69.9%)이었다”고 주장했다.○ 늘어난 세수 금연 사업에 쓰일까? 전문가들은 담뱃값 인상으로 인한 세수 증가분이 국민 건강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매년 담배로 인해 6조∼7조 원의 세수가 확보되고 있고 2조 원가량이 건강증진부담금으로 편성되고 있다. 하지만 건강증진부담금의 절반인 약 1조 원은 건강보험 재정으로 들어가고, 나머지의 대부분도 금연과 상관없는 정보화사업 등 연구개발(R&D) 예산에 투입되고 있다. 금연클리닉 등 흡연자를 위해 사용한 돈은 연평균 120억 원에 불과했다. 정부는 담배 가격에 포함된 건강증진부담금의 비율이 현 14.2%에서 18.6%까지 확대된다고 발표했지만 정확한 사용처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건강증진부담금의 정확한 사용 계획을 밝히지 않는다면 결과적으로 추가 세수분이 기획재정부의 의도대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우회 증세 논란 불가피 담뱃값 인상으로 인한 세수 증가가 금연 사업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될 우려가 높아지면서 ‘우회 증세(增稅)’ 논란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담배에 국세인 개별소비세를 새로 부과하기로 하면서 중앙정부의 수입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개별소비세는 연간 1조7600억 원, 부가가치세는 연간 1800억 원이 추가로 걷히면서 담배 판매로 인한 국세 수입은 1조9400억 원가량 늘어난다. 반면 담배소비량은 현재 연간 43억 갑에서 28억4000만 갑 수준으로 줄면서 지방세는 오히려 200억 원가량 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정부는 늘어난 국세의 40% 수준인 7400억 원가량은 지방교부세로 편성해 지자체에 지원할 계획이다. 국민 부담도 늘어난다. 담뱃값 인상으로 국내 흡연 성인 남성의 하루 평균 흡연량인 16.1개비의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는 연평균 97만5000원가량의 세금을 부담하게 된다. 담뱃값 인상 전 세금보다 2배가량 늘어나는 셈이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개별소비세는 고가의 담배일수록 높은 세금이 붙는 종가세 형식이기 때문에 저소득층에 더 많이 부담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유근형 noel@donga.com / 세종=문병기 / 최지연 기자}

정부가 2004년 이후 10년째 평균 2500원에 머물러 있던 담뱃값을 내년 1월부터 2000원 올려 4500원 수준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그뿐만 아니라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담뱃값을 꾸준히 올리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11일 제31회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종합 금연 대책’을 확정 발표했다. 정부는 담뱃값 2000원 인상만으로 현 43.7% 수준인 성인 남성 흡연율을 약 35%대로 떨어뜨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세계 주요국 수준의 강력한 금연 정책을 시행해 2020년까지 성인 남성 흡연율을 29% 수준까지 낮추고, 담배 소비량을 현재의 3분의 2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폐암 환자의 폐 사진 등 혐오스러운 흡연 경고그림 삽입 △편의점 등 소매점 담배광고 금지 등 비가격 정책도 함께 추진해 금연 효과를 극대화하기로 했다. 금연 치료를 받는 환자에게는 건강보험을 적용해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추진한다. 복지부는 또 금연광고 예산을 확대해 금연 캠페인을 1년 내내 실시하기로 했다. 청소년의 흡연 예방을 위한 일대일 맞춤형 상담서비스 강화, 보건소 금연클리닉 확대도 지원할 방침이다. 한편 정부는 담뱃값 인상을 통해 매년 약 3조 원의 추가 세수분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세계적 추세를 반영해 담뱃값 인상분인 2000원에 국세 성격인 개별소비세(594원)를 신설하기로 했다. 현재 2500원짜리 담배에는 담배소비세(641원) 지방교육세(321원) 등 지방세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담뱃값 인상을 통해 세수 부족분을 메우려 한다는 비판 여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담뱃값 인상에 따른 세수를 금연사업 등 실제 건강증진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건강증진부담금의 비율도 현재 14.2%에서 18.6%까지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실제 담뱃값 인상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담뱃값 인상을 위해서는 개별소비세법, 지방세법, 국민건강증진법 등의 법률 개정이 필요하지만 현재 야당이 이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하는 정부의 최종안을 보고받고 정책 취지에 대체로 공감을 표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서민의 주머니를 털어 세수 부족을 메우려는 꼼수다. 담뱃세 인상 계획을 백지화하라”고 요구했다.유근형 noel@donga.com·이현수 기자}

“너무 열심히 산다. 그런데 행복해 보이진 않는다.” ‘대한민국 청년의 삶이 어떻게 보이느냐?’는 질문에 외국인 유학생들은 이렇게 말했다. 바쁘고, 치열하고, 여러 가지를 포기하며 앞을 향해 질주하지만 정작 개인의 행복은 뒷전이라고. 그래서 다시 물었다. 한국 청년이 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선 어떤 아이디어들이 필요할까? 한국 학생들을 가까이에서 보고 있는 스웨덴 출신 나탈리 타노(23·건국대 경영학과 3학년), 핀란드 출신 라우라 토이릴라(23·한양대 경영학과 3학년), 브라질 출신 레오나르두 페레이라 씨(24·서울대 전기공학과 3학년)에게 들어봤다.○ 등록금 할부 안 되나요? 이들은 등록금 부담이 가장 버거워 보인다고 했다. 한 학기에 400만 원이 넘는 등록금도 문제지만 장학금, 생활비 지원 등도 부족해 보인다는 것. 대학 등록금이 없는 스웨덴에서 온 나탈리 씨는 “등록금을 없애기 어렵다면 분할 납부를 통해서라도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며 “매달 일정액을 낼 수 있다면 한꺼번에 내는 것보다 부담이 훨씬 적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학금뿐 아니라 생활비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레오나르두 씨는 “한국 청년들은 아르바이트를 많이 하는데 학생이 할 일은 공부다. 돈이 없는 건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생활비를 보조해 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들에 따르면 스웨덴과 핀란드 정부는 약 80만 원, 브라질은 20만 원의 대학생 생활비 지원금을 준다. ○ 취업에 학점, 영어점수 왜 보나요?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뽑을 때 학점, 영어시험 점수, 자격증 등을 평가에 반영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나탈리 씨는 “한 사람의 재능과 가능성을 점수 몇 가지로 평가하는 건 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고, 대학생 때 다양하고 창의적인 인재로 성장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는다”며 “기업이 스펙을 평가요소에서 아예 없애면 청년들의 삶이 더 풍성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대학의 평가 방식도 경쟁을 부추기는 상대평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라우라 씨는 “한국 대학은 수업 수준은 유럽보다 낮은데, 학점 따기는 더 어렵다. 소모적인 경쟁을 하고 있다”며 “기업이 먼저 학점을 전형요소에서 제외하면 대학생활에서 배울 수 있는 게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 청년들이 한반도라는 울타리를 넘어 더 큰 꿈을 꿀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레오나르두 씨는 “한국 청년들은 좋은 학교를 졸업하고 좋은 직장을 가져도 삶이 너무 팍팍하다. 한마디로 레드오션이다”며 “한국을 떠나 브라질 같은 개발도상국으로 가면 정말 많은 기회와 가능성이 있다. 더 큰 꿈을 꿔보면 어떨까”라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양소리 인턴기자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졸업}

특목고→명문대→스펙 쌓기→졸업→취업→결혼→출산→내 집 마련…. 하나의 산을 넘으면 여지없이 또 하나의 산이 나타난다. 그 산을 왜 올라야 하는지는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또 다른 산을 넘는다. 대한민국 청년의 삶은 끝없는 계단을 오르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 내가 행복한지, 좋아하는지를 따질 겨를은 없다. 지금 오르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두려움만 있다. 흡사 거대한 ‘레밍스(Lemmings·떼 지어 바다에 빠져죽는 나그네쥐)’의 전진과 비슷하다. 이런 생태계에서 ‘행복’을 논한다는 것은 일견 사치 같기도 하다.○ 고졸자 취업 정책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청년들이 가장 버거워하는 산은 ‘서울의 4년제 대학에 가지 않으면 좋은 직장을 갖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청년기를 대학 입학 및 졸업과 취업에 매몰된 채 보내게 되는 이유다. 교육개발원에 따르면 고졸자의 대학 진학률은 2012년 71.3%로 세계 최고 수준. 대졸자 과잉 공급 현상은 청년들이 취업난을 겪거나 교육 수준에 비해 질 낮은 직장을 택하게 강요한다. 심지어 구직 활동 자체를 포기한 니트(NEET)족도 100만 명을 넘어서고 있을 정도다. 김진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남성 4년제 대졸자들은 하향취업을 하면서 평균적으로 연봉 330만 원을 손해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대학에 가지 않아도 실력만큼 대우받을 수 있게 고졸자 취업 정책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학에 가지 않아도 행복한 청년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고졸 취업자 대체 근무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명박 정부에서 마이스터고를 도입하고 특성화고 졸업자 채용 인센티브제가 도입됐지만, 소수의 여성 고졸자들에게 혜택이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평균 월 급여도 남성(124만 원)이 여성(139만 원)보다 적었다. 기업들이 병역을 앞둔 고졸 남성의 채용을 꺼렸기 때문이다. 남재량 한국노동연구원 실장은 “실질적인 고졸 채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특성화고 졸업자 우수전형을 통해 취업했을 경우 정규직이 되기 이전에 해당 기업에서 상근예비역으로 병역의 의무를 이행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 고졸 취업자 차후 교육 기회 보장해야 대학 대신 취업을 선택해도 차후 고등 교육을 받을 기회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졸 취업자의 임금이 대졸자에 비해 낮은 만큼 자기 계발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 현재 대학 재학생 중 중소기업 취업 희망자들에게 등록금을 대주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학생들은 이 제도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또 고졸 취업자가 어렵게 대학 진학의 기회를 얻어도 방송통신대, 사이버대에 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선취업 후진학’을 공식 학제화해서 취업 후 안정적으로 4년제 대학도 갈 수 있는 길을 보장해야 한다”며 “6년 뒤인 2020년이 되면 대학 입학생이 20만 명 가까이 줄어드는데, 대학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도 선취업자의 후진학을 위해 뛰어야 하는 환경이 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독일처럼 강한 중소기업을 육성하지 않는 한 청년들의 고통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대졸자 중 대기업 취업 비율은 약 11%에 지나지 않는다. 대기업 못지않은 보수와 근무환경을 보장하는 중소기업이 나오지 않으면 근본적인 청년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것. 김명전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초빙교수(EY한영 부회장)는 “청년 행복의 핵심은 일자리인데 사회구조는 선진화되고 있지만 고용구조는 여전히 후진국”이라며 “중소기업에 가도 능력만큼 대우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지 못하면 청년의 기대와 현실 사이의 격차는 메워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우리나라 음주규제 정책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가운데 22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음주정책통합지표와 OECD 국가 간 비교’에 따르면 한국의 음주정책 점수는 7점(21점 만점)으로 OECD 30개 국가 중 22위였다. 점수도 30개국 평균(9.7점)보다 낮았다. 음주 규제 정책 평가는 △주점과 식당의 주류 판매일수 및 시간 제한 △주류 구입 연령 제한 △음주운전 규제 △주류 생산 국가독점 여부 △국가 음주 예방 및 교육 프로그램 등을 고려해 진행됐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우리나라 순위가 낮은 이유에 대해 “덴마크 핀란드 등 유럽에서는 일정 시간이 넘으면 술을 팔 수 없고, 미국에서도 도수 높은 술의 경우 소매점 판매시간에 제한을 두고 있다”며 “반면 한국에서는 언제든지 술을 살 수 있고, 소매점의 주류 판매 일수와 시간에도 제한이 없다”고 밝혔다. 또 비교적 자유로운 술 광고, 선진국보다는 관대한 주류판매 가능 연령(우리나라 19세, 미국 21세, 일본 20세) 등도 이유로 밝혔다. 우리나라는 공영방송과 라디오에서 맥주, 소주 광고 시간을 부분적으로만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 헝가리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스위스 터키 호주 등은 아예 광고 자체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정영호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음주 관련 규제가 약할수록 음주량이 많은 경향이 있다”며 “음주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폐해를 막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국내 첫 투자개방형 병원 후보인 중국 산얼병원이 제주도 병원 용지의 매각을 추진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보건복지부가 거짓 해명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아일보는 8월 30일 ‘정부 “국내 1호 투자개방형 병원 내달 승인” 발표 때 ‘中 산얼병원, 이미 사업 접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산얼병원이 사실상 한국 사업을 포기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복지부는 “산얼병원은 제주의 숙박업용 토지는 매각을 추진했지만 서귀포시 호근동의 병원 용지는 매각을 추진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 해명은 본보 추가 취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산얼병원 한국법인은 공시지가 22억 원 상당의 병원 용지를 이미 5월에 52억∼55억 원에 매물로 내놓았고 7월엔 매물 가격을 약 44억 원으로 낮추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산얼병원이 용지 매각을 추진한 정황은 온라인에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 제주도의 우성공인중개사 사이트에는 5월 14일 매물이 52억5000만 원에 올라왔다. 또 온라인 블로그 제주도부동산포털에는 7월 8일 해당 용지를 44억 원에 매물로 내놓았다는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7월 게시물을 올린 A 씨는 “남영택 산얼병원 한국법인 부사장이 직접 매물을 내놨고, 호근동에 44억 원 상당의 땅은 이것 하나다”라고 말했다. 이 게시물엔 산얼병원의 용지가 ‘올레7길 근처의 바다가 보이는 토지’로 소개돼 있다. 동아일보가 다음맵을 이용해 병원 용지(호근동 1551)의 스카이뷰(위성사진)를 검색해 보니 게시물 속 용지 사진과 일치했다. 게시물에는 병원 용지의 정확한 지번까지는 명시돼 있지 않다. 이에 대해 게시물 작성자는 “지번까지 명시할 경우 공인중개사를 거치지 않고 땅 주인과 바로 거래할 수 있고, 매물을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산얼병원이 비밀리에 땅을 매각하려 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제주지역 공인중개사들은 “산얼병원이 중국 모법인의 자금 사정으로 제주도 땅을 시가보다 높게 팔고 한국 사업을 철수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제주 부동산중개업 관계자들은 본보 보도 이후 병원 용지 매각 관련 게시물을 대부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산얼병원의 용지 매각 추진 사실이 재차 확인되면서 정부가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제1호 투자개방형 병원을 무리하게 재추진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8월 12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에 ‘산얼병원 9월 중 승인 여부 결정’ 안건을 올리면서 병원 용지 매각 추진과 같은 병원 사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다. 복지부는 산얼병원의 모기업 회장의 구속, 대주주의 파산 병원 용지 매각 등에 대한 언론 지적에 대해서도 부실한 해명을 내놨다. 한 의료관광업계 관계자는 “복지부와 산얼병원이 파문을 축소하기 위해서 병원 용지를 매각하지 않은 것으로 말을 맞췄거나, 산얼병원의 거짓말을 정부가 검증 없이 그대로 믿은 결과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러한 논란이 계속되자 정부도 산얼병원의 승인을 불허하는 쪽으로 사실상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는 “산얼병원이 사실상 국내 투자개방형 1호 병원으로서 병원을 운영할 능력도 의지도 없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마무리하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이진한 기자·의사}
국내 영리병원 논란을 촉발시켰던 국내 1호 투자개방형 병원 후보 산얼병원이 정부가 승인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12일 이전에 이미 한국 사업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정부는 12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고 서비스업 육성을 위한 투자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중국 산얼병원의 제주 투자개방형 병원 설립 승인을 9월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병원 설립의 허가권을 쥔 제주도도 “정부가 승인하면 곧바로 허가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혀 당시 국내 1호 투자개방형 병원 탄생이 유력했다. 하지만 산얼병원의 한국법인은 12일 이전에 이미 중국의 모법인으로부터 철수 지시를 받고 병원 용지의 매각을 추진한 사실이 본보 취재 결과 드러났다. 사실상 한국 진출을 포기한 셈이다. 산얼병원의 설계 건설 컨설팅 등을 담당했던 병원컨설팅 전문업체 S상사의 관계자는 “산얼병원 한국법인의 부사장이 S상사 측에 12일 이전에 이미 토지 매각을 요청했다”며 “12일 정부의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의 승인 발표를 듣고 한국법인 관계자들이 깜짝 놀랐고 황당해했다”고 말했다. 산얼병원 한국법인은 수일 내로 사업 포기 의사 내용을 담은 공문을 제주도와 보건복지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에 정부가 산얼병원의 상황을 제대로 점검조차 하지 않고 성급하게 승인 추진 발표를 했다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 후 첫 성과물로 무역투자회의를 급하게 개최하면서 각 부처에 무리하게 안건 제출 압력을 넣었고, 보건복지부는 최소한의 상황 점검도 하지 않고 안건을 올린 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발표 이후 수많은 단체에서 영리병원 반대 시위가 잇따랐다. 결국 정부가 2주 넘게 의미 없는 일에 인력을 낭비했고, 영리병원 논란을 비롯한 각종 사회적 갈등만 조장한 셈이다. 의료관광업계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산얼병원이 이미 한국 진출을 포기한 마당에 정부가 허위 발표를 한 셈이다”라고 말했다. 사업 주체가 사실상 사라졌지만 보건복지부는 29일 현재까지 산얼병원 승인을 계속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이진한 기자·의사}

국내 1호 외국인 투자개방형병원 후보로 주목받던 산얼병원의 한국 사업 철회는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 산얼병원의 모회사인 CSC 헬스케어재단(China Stem Cell Health Group)은 이름 그대로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에 주력하는 병원이다.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이 병원은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등 20개 진료 과목이 있지만 줄기세포를 이용한 노화방지클리닉이 가장 주력 과다.○ 산얼병원 한국 철수 이미 예견 하지만 국내 의료법은 자신의 몸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곧바로 주입하는 것만 허용하고 있다. 추출한 줄기세포를 ‘배양’해서 치료나 미용 목적으로 사용하려면 까다로운 임상시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줄기세포를 제외하고는 한국보다 의료 수준이 떨어지기 때문에 성공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국내 반대 여론도 산얼병원에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산얼병원은 줄기세포를 진료 과목에서 빼고 미용피부과 성형 진료에 집중하겠다고 했지만 중국으로 환자를 유인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병원 설립의 최종 허가권을 갖고 있는 제주도와 승인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는 12일 무역투자진흥회의 이후 산얼병원이 줄기세포 시술 계획을 철회하고 제주 현지 병원과 응급의료 관련 협약을 맺은 만큼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해 왔다. 산얼병원이 저가 마케팅을 통해 국내에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을 싹쓸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았다. 서울 강남구에서 대형 성형외과를 운영하는 A 씨는 “최근 중국에서 한국 성형에 대한 불안감을 의도적으로 이슈화하고 있는 가운데 산얼병원이 초저가 할인 등을 통해 국내 성형외과의 질서를 망가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얼병원의 재정 부실도 악재로 작용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산얼병원의 모회사인 CSC 헬스케어재단의 설립자이자 회장 자이자화(翟家華)는 지난해 7월 경제사범으로 구속됐다. 산얼병원의 최대 주주사인 시단무 산얼 바이오 유한공사와 광성예 광업투자 유한공사는 설립자의 구속과 은행 대출금 상환 문제로 지난해 8월 문을 닫은 상태다. 산얼병원의 제주 사무소와 인터넷 홈페이지도 현재 폐쇄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있던 이 병원 계정도 지난해 3월을 끝으로 아무런 관련 소식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 섣부른 발표로 영리화 논란만 가중 이렇게 산얼병원의 부실 징후가 여러 곳에서 발견됐지만, 정부는 12일 무역투자진흥회의를 통해 ‘아니면 말고 식’의 9월 중 승인 추진을 전격 발표하는 ‘우’를 범했다. 섣부른 산얼병원 승인 추진 발표가 의료 영리화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산얼병원 철수 파문으로 당분간 외국인 의료기관 허가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범정부 차원의 유망 서비스업 육성책이 발표되는 과정에서 보건복지부는 당시 ‘산얼병원 승인’에 자신 없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12일 무역투자진흥회의가 끝난 뒤 복지부 담당자는 본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산얼병원이 응급의료 체계 구비 등 설립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9월에 승인을 하지 않으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미 산얼병원의 부실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발표했다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복지부 장관을 비롯해 산얼병원 업무를 담당한 공무원에 대한 문책론이 거세게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이러한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신청 의료기관에 대해 △병원의 실체가 있는지(건전한 기관인지) △의료에 대한 경험이 확실히 있는지 △의료관광 및 의료수출에 도움이 되는지 등에 대한 충분한 사전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이진한 기자·의사민병선 기자}

한국의 의료시스템을 사우디아라비아에 그대로 이식하는 쌍둥이 프로젝트가 힘겹게 돛을 올렸다. 양국 보건복지부 장관이 포괄적 합의에 이른 지 1년 만에 삼성서울병원이 사우디 킹파드왕립병원과 법적 구속력을 갖는 첫 번째 계약을 성사시켰다.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4대 거점병원 건설, 병원정보시스템(HIS) 수출 등 주요 프로젝트들이 진전이 없거나 사실상 실현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정부의 속사정을 살펴보면 한숨은 더욱 깊어진다. 박근혜 정부는 보건의료 분야를 미래 4대 먹거리 산업으로 천명하면서 지난해 11월 의료수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국제의료사업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TF 사무소는 현재 절반 이상 자리가 비어 있다. 보건복지부와 산하 단체 직원들이 주 2∼3회 파견근무를 하고 있을 뿐, 자리를 채워야 할 한국관광공사, KOTRA,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직원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복지부 관계자는 “수차례 인력 파견을 요청했지만 묵살 당했다. 각 부처의 성과를 나누는 것에 대한 반감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 수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의료수출 현장에 엇박자가 나기도 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KOTRA의 소개로 사우디 병원 세 곳에 HIS를 수출하는 과정에 TF와 논의 없이 단독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TF는 사우디 전체 공공 병원에 HIS 수출을 추진하고 있었다. 한 병원이 정부의 협상물을 침범한 셈이 됐다. 수십 차례 사우디를 오가며 의료수출 전선에 있던 친(親)중동 인사들의 물갈이도 걱정되는 부분이다. 사우디 고위 인사와 핫라인을 형성했던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 해외의료진출지원과장, 산하 단체인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해외진출사업단장이 최근 교체됐다. 의료수출 계약서 작성, 실무 협상을 지원했던 복지부 산하 코리아메디컬홀딩스(KMH)의 대표이사도 물갈이 압박 속에 최근 사표를 냈다. 중동 라인 물갈이에 대해 흉흉한 평가도 나온다. 복수의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대학원 시절부터 친분이 두터운 정기택 신임 보건산업진흥원장이 의료수출 라인 인사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풀 기자단 신분으로 방문한 사우디는 외딴섬 같은 나라였다. 공항 입국 과정에서 별다른 이유 없이 3시간가량을 붙잡혀 있을 정도로 외국인에게 배타적인 나라였다. 사우디는 손쉬운 협상 상대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어렵게 연 대화창구가 바뀌면 한국의 의료수출 길도 막히는 게 아닌가 걱정스럽다.유근형·정책사회부 noel@donga.com}

“사우디 국왕께서 의료 시스템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면 돈이 얼마가 들든지 개의치 말라고 했습니다. 지구 어디를 가서든 방법을 찾으라고 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온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사우디 국왕의 주치의로 사우디 보건행정의 실권을 쥐고 있는 마흐무드 알 야마니 킹파흐드왕립병원(KFMC) 원장(사진)은 26일 서울 모처에서 열린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과의 파트너십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야마니 원장은 “미국 독일 등 전 세계 여러 뇌신경과학 연구개발(R&D)센터를 가봤지만 한국처럼 기술집약적이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보지 못했다”며 “삼성서울병원의 뇌신경과학 기술을 사우디에 모두 도입할 때까지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 정상급 신경외과 전문의인 야마니 원장의 한국 사랑은 각별하다. 그가 KFMC 교수 시절 세계적인 학술지에 실린 남도현 삼성서울병원 교수의 논문들에 감명을 받아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는 병원장에 취임한 뒤 직접 R&D센터 도입을 추진했다. 이번 한국 방문도 그가 원해서 했다. 야마니 원장은 “환자를 돌보면서 남 교수의 아바타 시스템에 대한 논문을 보지 못했다면 지금 한국과 사우디의 R&D센터 수출도 없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야마니 원장은 한국의 의료 시스템이 전 세계 의료 강국과 비교했을 때 독특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뇌신경과학, 암센터, 심혈관센터 등 특화된 의료기술을 보유하면서 다수의 환자를 효율적으로 진료하는 시스템까지 갖췄다는 것. 야마니 원장은 “나도 학자지만 연구에 집중하다 보면 환자를 돌보는 것에 소홀함이 생기기 마련이다. 미국의 특화병원들도 기술력은 갖췄지만 진료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하지만 한국은 전문성과 대중성 모두를 갖췄다”고 말했다. 야마니 원장은 25일부터 2박 3일 동안의 방한 일정을 사우디 정부의 실질적인 돈줄을 쥐고 있는 압둘라지즈 압둘라만 알후타일리 사우디 재무부 실장과 함께 소화했다. 이번 R&D 수출건의 중요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점이다. 야마니 원장은 “삼성서울병원과의 뇌신경과학센터 구축은 10년 동안 안정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사업으로 재정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다. 한국의 시스템을 직접 보고 사우디 정부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출장 동행을 특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한국의 의료 시스템을 사우디아라비아에 통째로 이식하는 ‘쌍둥이 프로젝트’가 1년 넘게 제자리걸음을 하는 가운데 삼성서울병원이 물꼬를 트는 첫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삼성서울병원은 9월 본계약을 맺고 뇌신경과학 분야의 연구개발(R&D) 기술을 사우디 킹파흐드왕립병원(KFMC)에 그대로 이식하는 10년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27일 밝혔다. 지난해 4월 양국 보건복지부 장관이 사우디 리야드에서 쌍둥이 프로젝트 추진에 포괄적으로 합의한 뒤 1년 4개월 만에 나온 첫 성과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의 우수한 의료 시스템을 사우디에 똑같이 만든다는 뜻에서 쌍둥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사우디 국왕의 주치의로, 한-사우디 쌍둥이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마흐무드 알 야마니 KFMC 원장은 26일 서울에서 본보 취재기자를 만나 “쌍둥이 프로젝트의 첫 사업으로 삼성서울병원의 뇌조직은행, 아바타 시스템을 KFMC에 도입하는 10년 프로젝트를 선택했다”며 “사우디 재경부 관계자와 함께 한국을 방문해 최종 시설 점검을 마쳤다”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은 1단계로 9월부터 2016년 8월까지 2년 동안 뇌조직은행을 KFMC에 구축한다. 뇌조직은행은 암환자의 조직을 데이터베이스화해 향후 다양한 뇌질환의 맞춤형 치료에 기반을 마련하는 핵심 시설이다. 뇌조직은행 구축의 총 사업비는 120억 원으로 현재까지 사우디 보건 분야 R&D 프로젝트 중 가장 큰 규모다. 2단계로는 2016년 9월부터 3년 동안 아바타 시스템이 구축된다. 아바타 시스템은 환자의 종양조직을 분리해 쥐 등 환자를 대신하는 아바타에 주입해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첨단 시스템이다. 뇌조직은행과 아바타 시스템이 구축되면 3단계 사업으로 맞춤형 치료제 개발과 신경줄기세포 연구 사업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1∼3단계의 총 사업비는 약 1000억 원이다.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은 “KFMC와 삼성서울병원의 신뢰가 매우 깊어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유근형 noel@donga.com / 이진한 기자·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