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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대선후보였던 시절에 싱크탱크로 활동했던 ‘국가미래연구원’을 정부가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연구원의 원장은 박 대통령의 ‘경제 멘토’로 알려진 김광두 서강대 교수다. 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1일 관보를 통해 국가미래연구원을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해 공고했다. 현행법상 지정기부금단체에 후원금을 낸 개인이나 법인은 세금 혜택을 받기 때문에 이런 단체로 지정받으면 기부금 모금, 사업 확장에 훨씬 유리하다. 개인은 연소득의 30%, 법인은 과세표준 수익의 10% 한도 내에서 공제를 받는다.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받으려면 주무관청에 신청해 추천을 받고 재정부의 최종 심사를 거쳐야 한다. 현재 재정부 장관의 승인을 받은 지정기부금단체는 2600여 개다. 문제는 관련 법령이 지정기부금단체에 정치적 중립을 지키도록 의무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법인세법 시행령은 ‘지정기부금단체는 법인이나 대표자 명의로 특정 정당 또는 특정인에 대한 선거운동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미래연구원은 상당수 회원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참여했고, 새 정부 내각에 다수 중용되는 등 박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다. 연구원 운영의 투명성 문제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정기부금단체는 국가의 정책적 지원을 받는 대신 해당 기관의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기부금 모금액이나 사용 실적을 공개하게 돼 있다. 하지만 국가미래연구원은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되기 불과 한 달 전인 올해 3월 초에야 홈페이지를 열었다. 대선 기간 내내 정치권과 학계에서 박 대통령을 돕는 ‘정책 브레인 집단’으로만 알려져 있었지, 정작 일반인에게 연구보고서나 활동 상황을 공개하는 일은 이제 갓 시작했을 뿐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법 규정대로만 한다면 국가미래연구원의 지정은 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정부 당국자는 “선거에서 누구를 찍어 달라고 다른 사람에게 요청한 게 아니라 지지 의사를 밝히거나 공약, 정책을 개발한 것은 선거운동으로 볼 수 없다”며 “이미 ‘안철수재단’ ‘노무현재단’ 박원순 서울시장이 활동했던 ‘아름다운재단’이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돼 있는 상황에서 이 건만 갖고 문제를 삼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또 단체 지정 요건은 지정된 이후 준수해야 할 문제이지 지정 전에 어떻게 활동했는지를 기준으로 삼는 게 아니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과 각별한 관계를 갖고 있는 단체가 정부의 정책 지원까지 받게 됐다는 점에서 논란을 피해 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세종=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1. 서울 강남지역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김모 씨. 지금까지 그는 30만 원 미만의 소액 ‘복비’를 받으면 따로 현금영수증을 끊어 줄 일이 많지 않았다. 고객의 요청이 없으면 현금영수증을 발급해야 할 법적인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이렇게 했다간 ‘과태료 폭탄’을 맞게 된다. 현금영수증 의무 발급 기준금액이 30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대폭 낮아지기 때문이다. 고객이 “필요 없다”며 가 버려도 김 씨는 전용 단말기에 현금영수증 발급 정보를 입력하고 매출 명세를 국세청에 신고해야 한다. #2. 해외 출장이 잦은 박모 씨는 주변 사람의 부탁을 받고 해외 면세점에서 고가(高價) 명품을 사오는 일이 많다. 면세 기준(400달러)을 넘는 제품을 사들고 올 때 지금까지는 운 좋게 공항 세관 직원의 눈을 피해 통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박 씨가 해외 면세점에서 400달러 이상 신용카드로 결제한 명세가 실시간으로 관세청에 통보된다. 박 씨가 명품 가방을 갖고 입국하면서 신고를 안 하면 세관 직원이 그의 사진을 들고 있다가 잡아 낼 개연성도 커진다. 3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국세청, 관세청의 대통령 업무보고는 이처럼 지하경제의 양성화와 세원(稅源) 확대를 통해 새 정부의 국정과제 재원(財源)을 마련하는 방안에 초점이 맞춰졌다.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20∼25% 수준인 지하경제 규모를 선진국에 가까운 10∼15%로 낮추는 게 목표다. ○ 고액 현금 거래 자영업자 단속에 초점 정부는 자영업자의 세금 탈루를 막기 위한 첫 번째 카드로 현금영수증 제도 확대 방안을 내놨다. 신용카드를 통한 지하경제 양성화는 이미 충분히 성과를 거뒀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현금영수증에 적용되는 소득공제율을 20%에서 30%로 높였다. 여기에 현금영수증 의무 발급 대상마저 확대되면 자영업자의 세원은 더 노출된다. 이를 위반하는 사업자에게는 미발급액의 50%가 과태료로 부과된다. 전자세금계산서 발급 대상을 확대하는 것도 도매상이나 유통업자 등 사업자 간의 불투명한 거래를 상당 부분 차단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의 한 재래시장 상인 이모 씨(55)는 “수기(手記)로 계산서를 주고받을 때는 상인들끼리 매출, 매입 장부를 나중에 조작하는 게 가능했지만 이제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하경제 양성화 외에 세수(稅收) 기반을 확충하기 위한 다른 정책도 대거 추진된다. 우선 금융소득 과세를 강화하기 위해 파생상품 거래에 거래세(선물 0.001%, 옵션 0.01%)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전체 비과세·감면 규모는 올해 세법 개정 때 우선 2조 원 줄이고 앞으로 5년간 15조 원 정도를 삭감하기로 했다. 고소득자에게 더 유리한 ‘소득공제’ 위주의 조세 혜택도 ‘세액공제’ 중심으로 바꾸기로 했다.○ 400달러 이상 해외 구매 명세 실시간 통보 세법의 집행도 강화한다. 국세청은 조세범처벌법에 조세 회피 목적으로 차명계좌를 사용했을 때 제재하는 규정을 담아 계좌의 실소유자에게 과태료를 물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고소득 전문직·자영업자 △가짜 석유와 불법 사채업 △대기업·대재산가의 비자금 조성 △국내외 재산 은닉을 통한 역외 탈세 등에 세무조사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도 이달 중 관련법을 개정해 현재 ‘조세 범죄 관련’으로 한정된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정보 공개 범위를 ‘탈세 혐의 조사’와 ‘체납 징수 정보’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현재 1000만 원 이상인 금융회사의 의심 거래 보고 기준금액을 폐지해 액수에 관계없이 의심스러운 거래는 모두 보고하도록 했다. 관세청은 이르면 하반기 중 여행자가 해외 면세점에서 신용카드로 면세 기준(400달러)을 초과한 물품을 구입하면 카드 사용 명세가 실시간으로 관세청에 전달되도록 시스템을 바꿀 방침이다. 지금까지는 1년에 한 번 카드사로부터 일부 고객의 사용 명세를 전달받아 ‘블랙리스트’ 작성에만 활용했다. 이를 포함한 다양한 세원 추적 방안을 통해 관세청은 5년 동안 세수를 9조8000억 원 늘릴 계획이다. ○ ‘서비스 가시’ 샅샅이 발굴 공약 실천을 위한 재원 확보 방안 외에도 일자리 창출과 민생 안정 등을 위한 정책들도 올해 다양하게 추진된다. 정부는 우선 서비스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핵심 규제(손톱 밑 가시)를 샅샅이 발굴해 폐지하거나 완화하기로 했다. 또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를 계기로 종합병원급 외국 의료기관과 해외 명문 대학을 설립해 인천 송도를 유망 서비스산업 발전의 허브로 개발하기로 했다. 또 세제를 ‘고용 친화적’으로 개선한다. 중소기업이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1인당 100만 원씩 소득세나 법인세에서 세액 공제해 주기로 했다.세종=유재동 기자·김철중 기자 jarrett@donga.com}

정부가 1일 첫 부동산 대책을 발표함에 따라 공은 이제 정치권으로 넘어갔다. 46개 세부대책 중에는 금융규제 완화처럼 감독 규정이나 시행령 개정으로 간단히 해결되는 사안이 있지만 20개는 국회의 법률 개정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이번 대책이 시장에서 제대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먼저 야권과의 합의를 거쳐야 한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부동산 대책의 후속 조치로 지방세특례법, 조세특례제한법, 소득세법, 주택법 등의 개정안을 다음 달부터 6월까지 순차적으로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의 국회 통과를 어느 정도 자신하는 분위기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양도세 감면은 한시적으로만 이뤄지는 데다 고소득자가 아닌 ‘내집빈곤층(하우스푸어)’에 혜택이 집중되기 때문에 야당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전망했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게 취득세를 한시 면제하는 방안도 이미 민주통합당이 6억 원 이하 주택에 취득세를 영구 면제해 주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해 놓은 만큼 어느 정도 여야 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다만 일부 대책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의 난항이 예상된다. 분양가 상한제 신축 운영,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방안은 지난 정부에서 여러 차례 추진됐지만 “부자들을 위한 정책”이라는 야당의 반대에 부닥쳐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민주당은 두 사안에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이날 민주당 변재일 정책위의장은 “부동산 대책은 민주당도 적극 지원하겠지만 이견이 있는 부분은 양당이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여야가 의견 조율 과정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면 시행시기가 연기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청와대는 이날 대책 발표 전에 관련 부처를 통해 여야에 정책을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세종=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평택 미군부대의 다문화 아이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돌봐주실 분이 필요합니다. 삼성카드가 좀 도와주면 좋겠어요.” “시골학교에는 아직도 도서관이 제대로 갖춰진 곳이 거의 없습니다. 이런 곳에 책을 기증하는 것도 괜찮겠네요.” “장애 학생들이 바리스타 직업훈련을 받고 있어요. 그런데 카페에 커피머신이 부족해 운영이 어렵다고 하네요.” 삼성카드(사장 최치훈·사진)는 사회공헌 활동을 위해 조금 색다른 방식을 쓰고 있다. 사회공헌 대상이나 내용을 기업이 직접 고르는 대신 고객들에게서 더 좋은 아이디어를 받아보자는 것이었다. 삼성카드가 창립 25주년을 맞아 실시한 ‘고객과 함께하는 열린 나눔’ 사업은 이처럼 기업의 사회공헌도 이제 현장 중심의 맞춤형 봉사가 필요하다는 고민에서 비롯됐다. 삼성카드는 우선 고객들의 사회공헌 아이디어를 페이스북을 통해 받기로 했다. 1월 24일부터 20일간 진행된 이 이벤트에 1만5000여 명의 고객이 참여했다. 삼성카드는 공모전을 통해 75개 아이디어를 추린 뒤 이 가운데 실현 가능성이 있는 10개 아이디어를 대상으로 다시 온라인 투표를 진행했다. 결국 ‘다문화 아동 문화예술 지원 활동’ ‘시골 분교 미니도서관 지원’ ‘꿈을 만드는 커피 프린스’ 등 3가지 아이디어가 ‘열린 나눔’ 프로젝트의 대상으로 최종 선정됐다. ‘다문화 아동 지원’은 경기 평택시 미군부대에 있는 다문화 아이들에게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 기회를 제공하자는 제안이었다. 엄마는 한국인, 아빠는 미국인인 아이들의 힘든 일상을 따뜻하게 감싸주자는 것. 삼성카드는 다문화 아이들이 ‘난타’ 공연을 직접 준비해 무대에 올릴 수 있도록 6개월간 공연 강습 교사를 지원하기로 했다. ‘미니도서관 지원’은 “아이들이 책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시골학교에 작은 도서관이라도 지어주자”는 고객 제안이 바탕이 됐다. 삼성카드는 복지단체 ‘아이들과 미래’를 통해 대상 학교를 물색한 뒤 학생 수 63명의 경남 김해시 안명초등학교를 선정했다. 요청도서 리스트를 받은 뒤 300만 원 상당의 도서구입비를 이 학교에 지원했다. ‘꿈을 만드는 커피 프린스’는 장애인 학생들의 직업교육을 도와주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경북 상주시 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고객들에게 음료 서비스를 하는 장애인 바리스타를 위해 300만 원 상당의 커피머신을 지원했다. 이 복지관은 장애인을 더 고용하고 싶었지만 물품 부족으로 그동안 운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삼성카드는 ‘열린 나눔’의 아이디어 제공자 및 유관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지원활동을 실천한 뒤 그 결과를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공개하고 있다. 삼성카드 측은 “앞으로도 고객의 의견이 상품이나 서비스뿐 아니라 기업 사회공헌 활동에도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한화투자증권(대표 임일수·사진)은 ‘함께 사는 밝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아동·노인·장애인 복지, 수해 복구, 예술 활동 지원, 농촌경제 지원 등의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올해는 모든 직원이 연 2회 이상 봉사활동에 참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사회공헌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임직원들은 자발적으로 매월 급여에서 일정액을 떼어 기부한다. 회사는 이 기부금의 1.5배를 ‘매칭그랜트’ 방식으로 출연해 ‘밝은 세상 만들기’ 기금으로 조성한다. 한화투자증권은 우선 임직원이 직접 쌀을 들고 어려운 가정을 찾아가는 ‘전국 사랑의 쌀 배달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본사 및 전국의 전 지점이 참여하는 이 행사를 통해 한화투자증권은 매년 서울 150여 가구에 쌀과 위문품을 전달한다. 경기 인천 경북 경남 전북 전남 등 지방 지점에서도 지점당 두 가구씩 결연을 맺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예술활동 지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메세나협의회와 함께 ‘예술창의교육을 통한 환경인식 가꾸기’ 사업을 진행하며 문화예술과 환경을 주제로 임직원들이 지역사회에서 봉사활동을 전개한다. 또 저소득층 아동의 예술활동과 문화체험을 돕기 위해 한국메세나협의회와 함께 지역아동센터도 후원한다. 지정된 아동센터를 한 달에 한 번씩 방문해 20여 명의 아이들과 함께 문화예술 교육을 하는 활동이다. 한화투자증권은 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생명, 손해보험, 자산운용, 인베스트먼트, 저축은행)과 함께 도서관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한화금융네트워크 경제도서관’은 문화 혜택을 많이 받을 수 없는 지방 저소득층 학생과 지역주민들을 위한 시설로 그룹의 특성을 살려 경제도서와 정보기술(IT) 기자재를 많이 배치한다. 노인과 장애인 복지를 위한 활동도 풍성하게 진행하고 있다. 임직원들은 서울 관악구 사회복지단체인 관악푸드뱅크를 통해 이 지역 저소득, 홀몸노인을 위로 방문하고 1년에 두 차례 나들이 행사도 연다. 또 1년에 한 번은 장애인의 식사와 차량이동을 돕고 상담활동도 진행한다. 올 1월에는 중증장애인 다수고용사업장인 ‘셈공방’과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연계고용 연장계약도 체결했다. 한화투자증권은 2006년부터 이 제도를 통해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주고 있다. ‘셈공방’은 한마음복지문화원이 한화투자증권, 장애인고용촉진공단과 함께 2006년 설립한 회사로 10여 명의 뇌병변, 정신지체 중증장애인을 고용하고 수제 천연비누, 아로마 램프, 천연샴푸, 입욕제 등의 제품을 생산한다. 한화투자증권 경영지원 총괄 이원규 상무는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통한 자립기반 확대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단순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차원에 그치지 않고 기업과 사회가 공유할 수 있는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정부가 29일 ‘한국판 재정절벽’이라는 용어까지 써가며 재정 상황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현재의 세수(稅收) 부족 사태가 자칫 향후 경기에 치명타를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경기부양과 공약이행 등으로 돈 쓸 곳은 많은데 곳간에 들어온 돈이나 들어올 돈 모두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대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한편 경제정책 기조에서 지난 정부와 확실히 선을 긋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이명박 정부가 균형재정을 위해 올해 성장률 전망을 무리하게 높여 잡은 것이 지금의 세입(歲入) 차질로 이어졌다는 논리다. 일종의 ‘책임 떠넘기기’인 셈이다. ○ 정부 “추경규모 12조 원+α” 기획재정부는 이날 배포한 참고자료에서 “올해 12조 원의 세입 차질이 발생한 것은 지난 정부의 경제전망이 빗나간 것에 큰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예산안 심의 당시 국회가 “정부의 성장률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비판한 사실도 함께 거론했다. 6개월 전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3.3%, 올해 4.0%로 현재 시점의 추계 또는 전망치인 2.0%, 2.3%와 비교해 큰 차이가 난다. 이에 따라 전년도 성장률에 따라 세수가 등락하는 법인세와 종합소득세에서 4조5000억 원, 당해 성장률을 반영하는 부가가치세에서 1조5000억 원 등 총 6조 원의 세금이 올해 덜 걷힐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또 세외(稅外) 수입으로 잡아놓은 7조7000억 원 중 6조 원도 수입으로 현실화되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석준 재정부 2차관은 “이런 세입 감소분을 메우고 추가로 (예산 편성을) 해야 하는데 그 규모는 당정 간 협의를 하고 있다”며 “결국 추경 규모는 ‘12조 원 플러스알파’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추경 재원은 대부분 적자국채 발행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국고에 남아 있는 세계잉여금이 거의 바닥났기 때문이다. 국채를 발행하면 그만큼 재정건전성이 악화되고 국가부채비율이 높아진다. 하지만 추락하는 경기 상황을 고려할 때 그 정도 부작용은 감수해야 한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2월 중 한국의 광공업 생산은 전달보다 0.8% 감소하며 두 달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소매판매액지수도 0.1% 축소됐다.○ 국책금융기관 매각 계획도 철회, 축소 정부는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금융기관의 지분 매각 계획도 철회하거나 축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아직 팔리지 않은 기업은행 지분 매각대금은 2006년부터, 산업은행 매각대금은 지난해부터 국고에 들어올 수입으로 책정돼 있었지만 정부는 그동안 이들 은행의 주식을 전혀 팔지 못했다. 이 차관은 “산업은행은 일단 올해는 매각을 안 한다”라며 “금융공기업 전반에 대한 청사진이 그려지면 그에 따라 법 개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과제 중 하나인 중소기업 지원에 충실할 수 있도록 기업은행 지분도 정부가 경영권 행사에 필요한 50% 이상을 확보하고 나머지만 팔기로 했다. 현재 정부의 기업은행 지분이 65.1%인 것을 고려하면 약 15%만 팔겠다는 뜻이다.:: 재정절벽(fiscal cliff) ::정부의 재정지출이 갑작스럽게 줄거나 중단돼 경제 전반에 충격을 주는 현상을 뜻하는 용어로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지난해 초 처음 사용했다. 이날 조원동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세수 부족이 지속되면 결국 재정지출이 줄어 한국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며 이 용어를 끌어와 썼다.세종=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정부가 28일 올해 일자리와 성장률 전망치를 충격적인 수준까지 끌어내리면서 박근혜 정부의 임기 첫해부터 경제 운용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막대한 세수(稅收) 부족이 현실화할 조짐이고 복지 확대로 인한 지출 수요는 급증하면서 재정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런 현실에 대응해 정부는 △부동산 시장 대책 △투자활성화 방안 △서비스산업 발전방안 등 굵직한 ‘정책 패키지’를 상반기에 잇달아 내놓을 방침이다. 지난 정부가 임기 말 미세한 정책조정에만 집중했던 것과 달리 선 굵은 대책으로 대내외 경제 악재에 대응하겠다는 뜻이다. 검토 중인 추가경정예산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커진 것도 정부의 이런 상황인식을 반영하고 있다는 해석이 많다.○ 취업자 증가폭 2009년 이후 최저 기획재정부가 이날 내놓은 올해 경제 전망은 대단히 암울하다. 정부의 올해 취업자 증가폭 전망치(25만 명)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7만2000명) 이후 가장 낮다.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가 크게 줄어든다는 의미다. 이미 지난달 취업자 증가 규모가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져 박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임기 내 고용률(15∼64세) 70%’ 달성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고용률을 2017년에 70%로 끌어올리려면 5년간 매년 50만 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 지난해에는 경기침체 속에서도 자영업 창업 등의 영향으로 취업자가 44만 명이나 늘어 ‘고용 미스터리’라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기업의 신규 채용 감소, 자영업자 감소세 전환 등의 요인이 겹쳐 올해는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예상이다. 성장률 전망도 처참한 수준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2013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올해 성장률을 4.0%로 예상했지만 3개월 뒤인 12월에 3.0%로 낮췄고 석 달 만에 다시 2.3%로 떨어뜨렸다. 반 년 새 성장률 전망이 반 토막 난 것이다. 6개월 전 정부는 지난해 3분기(7∼9월)를 ‘경기 바닥’으로 보고 수출과 내수가 조금씩 살아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10∼12월)까지 7개 분기 연속 전기(前期) 대비 0%대 성장을 이어가는 등 현실은 전망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올해 들어서도 기업 생산과 투자, 소비 등 주요 경기지표가 모두 흔들리며 지난해 말과 비슷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최상목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경제가 하반기로 갈수록 좋아질 것이라는 확신이 최근 몇 달 사이 더 줄었다”면서 “이번 성장률 전망은 ‘목표치’가 아니라 실제 ‘전망치’”라고 설명했다.○ 국가재정 10조 원 이상 ‘펑크’ 불황에 따른 세수 감소와 재정건전성 악화도 ‘발등의 불’이다. 이날 정부는 “달라진 경제환경에 따라 세입 여건을 재점검해 보니 올해 국세 수입이 당초 계획보다 6조 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고 밝혔다. 이마저도 올해 성장률을 3%로 가정해 계산한 것이어서 정부가 낮춘 전망치 2.3%를 적용하면 세수 감소분은 더 커진다. 정부가 세금 외에 들어올 수입으로 잡아놓은 7조7000억 원도 공기업(산업은행 기업은행) 주식 매각 지연 등으로 올해 안에 실제 수입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가 시작부터 나라 곳간에 10조 원 이상 구멍을 안고 출발하는 셈이다. 이날 정부가 세입 감소와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추경 편성을 공식화함에 따라 사실상 ‘균형재정’ 기조는 깨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정부에 따르면 추경을 10조 원만 편성해도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폭은 1% 이상으로 늘어난다. 또 추경예산의 상당 부분이 부족한 세수를 보충하는 데 쓰이게 돼 충분한 경기진작 효과를 내려면 추경의 규모는 훨씬 더 커져야 한다. 추경 규모에 대해 현오석 부총리 겸 재정부 장관은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시장에 경제회복의 확신을 줄 수 있는 정도로 짜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날 경제부처합동 브리핑에서 ‘산을 만나면 길을 트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는다’는 뜻의 ‘봉산개도 우수가교(逢山開道 遇水架橋)’라는 말을 인용하며 “어떤 난관에 부닥쳐도 굳은 의지로 한발 한발 나아가자”고 호소했다.○ 민생 대책 줄줄이 쏟아내 정부는 일자리 창출, 민생안정, 경제민주화 등 기본적인 정책방향과 함께 정권 초기에 집중적으로 추진할 ‘100일 액션플랜’을 공개했다. 우선 다음 주 부동산시장 대책, 4월 추경예산의 구체적인 방안을 각각 밝히고 5월에는 내수 및 투자 활성화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부동산 대책에는 취득·양도세 등 세 부담 완화와 실수요자 주택자금 지원, 각종 규제 완화 등의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투자 관련 대책으로는 중소기업의 중고 설비 교체 지원, 외국인 투자를 위한 투자이민제 확대 등이 추진된다. ‘창조경제’의 밑그림도 새로 그렸다. 창업 및 벤처기업 활성화를 위해 공공기관이 많은 투자위험을 부담하는 ‘한국미래창조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소프트웨어 관광 보건의료 등 ‘창조형 서비스업’ 지원을 제조업 수준으로 강화하고 이들의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도 대폭 늘리기로 했다. 물가대책 중에서는 지난 정부의 트레이드마크였던 품목별 물가관리제(MB물가)를 폐지한다는 내용이 눈길을 끈다. 그 대신 유치원비 등 핵심 품목의 물가조사를 소비자단체에 맡기고 유통구조 개선 대책을 마련한다. 저출산 대책으로는 임신 기간 근로시간 단축제와 출산일로부터 90일 이내에 30일의 남성 출산휴가를 주는 ‘아빠의 달’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정부부처 산하 공공기관들이 본격적인 ‘경영평가 시즌’에 돌입했다. 매년 진행하는 정기 평가지만 올해는 유난히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새 정부 첫해인 데다 청와대가 기존 공공기관장들을 대폭 물갈이할 것으로 예고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27일 공공기관 경영평가단(단장 서울대 최종원 교수)이 여수광양항만공사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대한 현장실사를 시작으로 ‘2012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고 밝혔다. 평가대상은 한국공항공사, 한국전력공사 등 전체 111개의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 또 지난해 말 기준으로 6개월 이상 재직한 기관장(기타 공공기관 포함) 100명, 상임감사 58명 등이다. 평가단은 경영실적, 사업성과, 리더십 등을 체크해 6개 등급(S 및 A∼E)으로 분류한다. 이미 각 기관이 제출한 보고서를 토대로 기초조사를 진행했고 5월 중순까지 현장점검과 인터뷰를 마친 뒤 6월에 최종 평가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기관장 평가대상은 지난해 70명에서 올해 100명으로 늘었다. 공공기관들은 좌불안석이다. 기관장 평가에서 2년 연속 D등급을 받거나, 한 번 E등급을 받으면 정부는 대통령과 주무부처 장관에게 기관장 해임을 건의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70명 가운데 6명이 D등급, 2명이 E등급을 받았다. 비록 해임건의 대상은 아니지만 ‘중위권’에 해당하는 B, C등급도 안심할 수만은 없는 처지다. 정부가 지난 정권의 ‘낙하산’을 대거 추려낼 태세여서 다른 기관장들보다 점수가 월등히 높지 않으면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공공기관 경영평가팀 관계자는 “지난 2, 3개월간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보고서를 만들었고 지금은 현장실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평가단이 실사 때 물어볼 만한 예상 질문을 꼼꼼히 추려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공공기관들이 경영평가에만 지나치게 매달리고 정작 본업은 소홀히 한다는 지적에 따라 올해부터는 평가 방식을 일부 수정했다. 과거 한 달 이상 걸리던 현장실사 기간을 일주일로 압축하고, 일부 기관에서 수천 쪽 분량으로 제출하던 평가보고서도 300쪽 이내로 줄이라고 주문했다. 또 로비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기관별 평가위원 명단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예전에는 공공기관들이 보고서를 예쁘게 꾸며보려고 수천만 원을 들여 컨설팅회사에 외주를 맡기고 불필요한 그림이나 도표도 많이 넣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관행은 많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이번 평가는 새 정부 첫해인 만큼 부적격 기관장을 추려내는 근거자료로 쓰일 가능성이 크다”며 “관련 부서에서 담당 평가위원이 누군지도 이미 대략 파악해 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재정부 당국자는 “평가결과와 기관장 인사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기관장의 임면은 인사권자의 뜻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 2조 원가량의 비과세·감면 혜택(조세지출)을 줄이기로 했다. 정부는 26일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2013년도 조세지출 기본계획안’을 의결했다. 이 계획안에 따르면 정부는 비과세·감면 정비로 현 정부 임기(2013∼2017년)에 15조 원의 추가 세수(稅收)를 확보할 방침이다. 당장 올해 1조8000억∼2조 원의 ‘조세지출’을 줄여 세법개정안에 반영한다. 조세지출이란 비과세와 세금 감면을 합한 금액이다. 원래 정부가 세금으로 거둬야 할 돈이지만 걷지 않았기 때문에 지출이라는 용어를 쓴다. 지금까지 일몰(시한만료)이 관행적으로 연장돼온 조세지출은 성과를 엄격히 평가해 대거 없애 나가기로 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일몰 연장이 많아지면 재정에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세무행정에 대한 정부의 신뢰가 떨어지며 세제 혜택이 일단 도입되면 계속된다는 잘못된 믿음을 조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조세지출을 지표별로 3∼5단계로 점수화해 정책 유효성과 성과가 떨어지는 항목을 우선 정비하기로 했다. 또 재정으로 지원할 수 있는 항목은 조세감면으로 이중 지원을 받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할 방침이다. 다만 중소기업, 연구개발(R&D), 문화예술, 보육지원 등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 해당하는 조세지원은 차질 없이 이행하기로 했다. 또 근로장려세제(EITC)의 지원 수준을 높이고 재산 기준을 완화하는 한편 자녀장려세제도 확대할 방침이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소비자가 전화권유, 방문판매를 통해 부동산 분양계약을 맺었다면 나중에 이를 철회하고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결정이 나왔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25일 “오피스텔 공급계약을 맺은 뒤 계약 철회를 요구한 소비자 김모 씨(74·여)에게 오피스텔 사업자는 신청금을 돌려줘야 한다”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일반적 공산품 거래가 아닌 부동산 거래에서 소비자의 ‘청약 철회권’이 인정된 것은 1987년 위원회 설치 이후 처음이다. 김 씨는 지난해 7월 한 부동산 시행사의 영업사원에게서 경기 동탄신도시 역세권에 있는 오피스텔의 분양 신청을 권유하는 전화를 받았다. 김 씨는 시행사가 보낸 차를 타고 견본주택을 방문한 뒤 계약서를 작성하고 신청금으로 500만 원을 지불했다. 그러나 곧 마음이 바뀐 김 씨는 다음 날 청약 철회, 신청금 반환을 요구했지만 시행사 측은 “일반 공산품과 달리 부동산은 청약 철회를 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위원회는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전화해 오피스텔 분양에 대해 설명한 뒤 소비자를 차에 태워 견본주택까지 이동하는 계약체결 형태는 전형적인 전화 권유 및 방문판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현행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은 계약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소비자의 계약 철회권을 인정하고 있고 부동산이라고 특별히 예외조항을 두거나 철회권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다. 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조정 결정은 정보에 어두운 소비자가 전화로 부동산 구입 권유를 받고 짧은 시간 안에 계약을 체결하는 특수한 거래상황에서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다음 주 재정부의 ‘경제정책방향’ 발표 때 당초 3%였던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겠다는 뜻을 밝혔다. 성장률이 2%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인정한 것이어서 조만간 부동산 종합대책 등 경기 진작을 위한 각종 부양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 부총리는 23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장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한살림생활협동조합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정부나 연구기관이 지난해 말 예상했던 성장률보다 더 내려갈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며 “그것이 경제회복 대책을 종합적으로 마련하는 하나의 배경”이라고 밝혔다. 얼마나 낮출지에 대해서는 “(26일로 예정된) 경제정책방향 발표 때 말하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현 부총리가 성장률 조정 의지를 내비친 건 경기 상황이 실제로 정부 예상보다 부진하기 때문이다. 성장률이 2011년 2분기(4∼6월) 이후 7개 분기 연속 전기 대비 0%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올 2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8.6% 줄어드는 등 경기 개선의 실마리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올 1월에 생산 소비 투자 등 주요 지표가 일제히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을 두고 현 부총리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미약한 회복세마저 꺾일 수 있는 하방 위험이 큰 상황”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에서 3%로 조정했고, 현 부총리가 원장을 맡고 있던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전망치를 작년 11월에 3.4%에서 3%로 내렸다. 한국은행은 올해 1월 성장률을 3.2%에서 2.8%로 낮춰 주요 기관 중 가장 낮은 전망치를 제시했다. 상황의 심각성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만큼 정부는 한국은행 등과 공조해 금리 인하 등을 포함하는 종합적인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이명박 정부 임기 말이라는 이유로 박재완 전 재정부 장관이 이른바 ‘스몰 볼’이란 별명의 미세조정 정책들을 주로 내놨던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23일 현 부총리는 “(다양한 정책 조합을 말할 때) 금리 정책도 포함될 수 있다”며 “재정과 금융을 포함한 종합적인 경기회복 대책이 필요하리라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부동산 대책으로 거론되고 있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및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에 현 부총리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현 부총리는 “LTV, DTI는 부동산에 영향을 주는 제도가 틀림없다”면서도 “이 제도의 큰 목적은 (금융)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기에 부동산만 보고 결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국회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에서도 “가계부채 수준을 생각할 때 완화 문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완화에 부정적인 뜻을 내비쳤다. 투기적 단기 외환거래에 부과되는 토빈세 도입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본의 (과다) 유입에 대비해 제도를 만들었는데 자본이 많이 들어와야 할 필요성도 있기 때문에 그런 것까지 감안해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기존 제도에서 할 수 있는 걸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 부총리가 취임 뒤 첫 현장 방문지로 도매시장과 생활협동조합을 택한 것을 두고 ‘물가 안정’과 ‘협동조합 활성화’가 실물경제 부문에서 새 경제팀이 추진할 역점 과제가 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현 부총리는 한살림조합을 방문한 자리에서 “협동조합 형태를 더 발전시켜 소비자와 생산자가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상훈·유재동 기자 january@donga.com}
현오석 신임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승리를 위해 대기업이 희생번트를 대고 중소기업이 홈런을 칠 때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 장관은 이날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뒤 발표한 취임사에서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 질서를 확립해 행복한 경제생태계가 되도록 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그는 “경제가 하루빨리 회복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정책수단을 활용해 총력 대응해야 한다”며 “3월 중에 민생을 회복시키고 경제활력을 북돋울 방안을 마련하여 국민에게 신뢰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청년과 자영업자들의 고용 여건을 개선하고 여전히 높은 장바구니 물가도 안정시켜야 한다”며 “부동산 시장 정상화와 가계부채 문제는 반드시 해결하고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달 중에 일자리 확대와 추가경정예산 편성, 부동산 시장 정상화 등을 내용으로 한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현 장관은 “증세를 통해 (복지)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당장은 쉬울지 몰라도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국민에게 약속한 사안은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그는 “언제부턴가 정부가 무능력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생의 어려움에 무책임했던 것은 아닌지 냉철하게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유통구조의 개혁으로 소비자가 농산물을 지금보다 10% 이상 싸게 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농림수산식품부는 22일 청와대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업무계획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업무계획에 따르면 농업인은 농산물 가격을 5% 이상 더 받고, 소비자는 10% 이상 덜 내게 하는 유통구조 개혁이 추진된다. 이를 위해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직거래 지원센터’를 설치하고 농산물 직매장은 기존 20곳에서 100곳으로, 대규모 직거래 장터는 1곳에서 10곳으로 늘린다. 가격 급등락이 심한 품목은 ‘가격 안정대’를 설정해 안정권을 벗어나면 관세 인하나 소비 장려 등으로 정부가 개입하게 된다. 기존 농업(1차 산업)을 제조·가공(2차), 관광(3차) 산업과 결합해 ‘6차 산업’으로 만들기 위한 종합대책도 마련한다. 농식품 분야 예산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율은 지난해 5%에서 2017년 10%까지 올리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농축산업은 국민의 소중한 먹을거리를 책임지는 생명산업이면서 국가안전의 토대가 되는 안보산업”이라며 “여기에 첨단과학 및 정보통신기술을 융합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유재동·장원재 기자 jarrett@donga.com}

새 정부의 조직개편과 공직 인사가 지연되면서 회의를 주재할 간부가 없어 부처 간의 주요 회의를 못 여는 일이 벌어졌다. ‘식물정부’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정부의 민생 현안 대처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 2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22일 열 예정이던 물가관계부처회의를 취소하기로 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각 부처의 안건은 모두 준비돼 있지만 물가를 담당하는 장차관과 주요 간부 자리가 모두 공석(空席)이어서 회의를 열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회의는 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농림수산식품부, 지식경제부 등 10여 개 부처와 외청의 고위 당국자들이 1주일에 한 번씩 모여 물가동향과 정부 대책을 논하는 자리다. 원래는 장관급 회의였지만 새 정부 출범으로 주무부처인 재정부의 장관이 사실상 공석이 되면서 차관급 회의로 대신 열렸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일성(一聲)으로 물가관리를 강조하면서 다른 정부부처 간 회의가 모두 보류되는 와중에도 그나마 유일하게 명맥을 유지하던 회의였다. 하지만 그동안 회의를 주재하던 신제윤 재정부 차관(금융위원장 내정자)이 21일 이임식을 하면서 재정부를 떠났다. 또 직속 후임관료들인 주형환 전 차관보, 이찬우 민생경제정책관도 각각 청와대와 현오석 부총리 후보자의 비서진으로 옮기며 재정부 내에서 회의를 주재할 사람이 전혀 남지 않은 상황이 됐다. 정부 당국자는 “물가는 하루하루 대응을 해야 되는 급박한 정책과제”라며 “정부가 물가관리에 매진한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지 못 한다는 것 자체가 큰 문제”라고 말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지금까지 발표된 새 정부의 공약보다 훨씬 강도 높고 구체화된 경제민주화 정책을 예고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로펌 경력 등의 논란을 경제민주화에 대한 굳은 의지를 통해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방안들의 실현가능성과 적절성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어 향후 ‘한만수 공정위’의 정책에 얼마나 반영될지는 미지수로 남아 있다.○ 공약보다도 강경한 ‘한만수표 경제민주화’ 19일 국가미래연구원이 공개한 ‘공정사회를 위한 대기업집단 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한 후보자는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를 근절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계열사 편입 심사제’ 등 다양한 정책과제들을 제시했다. 국가미래연구원은 오랫동안 박근혜 대통령의 ‘싱크탱크’ 역할을 해온 곳. 한 후보자는 2010년에 발기인으로 연구원에 몸담기 시작했으며 이 보고서 작성에도 직접 참여했다. ‘계열사 편입 심사제’는 대기업이 계열사를 설립할 때 사전심사를 통해 설립허가 여부를 판단하는 제도다. 원래 중소기업 업종을 침해하는 대기업 계열사의 설립을 규제하려는 목적이지만 한 후보자는 이를 일감 몰아주기 규제방안으로 쓰자고 제안했다. 한 후보자는 대기업의 불공정행위가 반복될 때 해당 계열사의 지분을 강제로 매각하도록 공정위가 명령할 수 있게 하는 ‘계열 분리 명령제’ 도입도 주장했다. 또 현행 공정거래법에 ‘현저히 유리한 조건’ 등으로 모호하게 규정된 부당내부거래의 기준도 구체적 수준을 제시해 명확히 하자고 제안했다. 이 방안들은 박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내놨던 경제민주화 공약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공정위원장으로 지명된 한 후보자가 이 정책들에 강한 의지를 보임에 따라 정책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커지고 있다. 한 후보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경제민주화에 대한 이해도와 추진력이 누구보다 높다고 자신한다”며 “공약에 없더라도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정책은 추진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공개된 ‘지하경제의 실상과 양성화 방안’ 보고서에서 “금융계좌의 차명거래를 통한 지하경제 자금의 은닉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차명거래를 불법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처벌도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 후보자는 “현재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정부가 추진하는 ‘증여세 부과’는 재벌 총수일가가 취할 부당이익에 비해 과세액이 적어 제재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일감 몰아주기를 용인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며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형사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외국처럼 ‘화이트칼라형 경제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대폭 높이는 방안도 제시됐다. 한 후보자가 내놓은 경제민주화 방안들에 대해 재계와 경쟁정책 전문가들은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재 공정거래법에 명시된 계열사 부당지원행위 금지 규정만 해도 위헌 주장이 나올 정도로 논란이 심하다”며 “경쟁을 제한하지 않거나 특별한 피해가 없는 내부거래까지 규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국회 내에서 경제민주화 정책 추진에 부정적인 여론이 있다는 점도 이 정책들의 실현가능성을 점치기 힘들게 만드는 부분이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는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불공정행위를 규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여야가 합의한 사안이라 당초 2월 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일부 의원들이 여론 수렴 등의 이유를 들어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세종=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서울시내 일부 병원이 장(腸)세척 용도로는 사용이 금지된 설사약을 대장내시경 검사에 처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은 내시경 검사에 쓰이는 장세척제에 대한 소비자 주의보를 발령했다. 한국소비자원은 대학병원 등 서울 시내 10개 병원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5개 병원에서 장세척 용도로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약품을 환자들에게 처방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19일 밝혔다. 이들 변비용 설사약은 9개 업체의 11개 제품으로, 장세척 용도로 사용할 때 급성 신장 손상과 경련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소비자원은 설명했다. 금지약품에는 한국파마의 ‘솔린액오랄’, 태준제약의 ‘콜크린액’ 등이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원은 환자들이 대장내시경 검사 전에 처방받는 장세척용 의약품이 사용금지 품목에 해당하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금지약품을 처방받아 부작용이 발생한 환자는 소비자원 식의약안전팀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소비자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청과 보건복지부에 전국적으로 처방 실태를 조사하고 금지약품을 처방한 병원은 행정처분을 하도록 요청할 계획이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정부가 경기침체 대응을 위해 약 10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실무 검토에 착수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9일 “경제상황이 심각하다는 인식하에 추경 편성을 전제로 실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규모나 발표 시기는 아직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경기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하겠다”며 추경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정부가 검토하는 추경의 규모는 10조∼12조 원대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추경 예산의 상당 부분은 적자국채 발행으로 충당할 방침이다. 재정부는 추경에 대한 구체적인 방침을 확정해 다음 주 발표할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 담을 예정이다. 다만 정부는 경기부양의 강도를 1분기(1∼3월) 경제지표를 보고 판단할 계획이어서 정확한 추경 규모는 이보다 늦게 결정될 수 있다. 이와 별도로 재정부는 4월 초에 대통령 업무보고를 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에 편성되는 추경 예산을 ‘일자리 창출’과 ‘민생경제 살리기’에 주로 배정할 계획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8조4000억 원의 ‘슈퍼 추경’을 편성했을 때도 정부는 빈곤층 지원과 일자리 대책에 예산을 집중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최근 피해가 늘어나고 있는 스마트폰 결제 사기(스미싱·SMS+fishing)에 대해 이동통신사 등 기업에도 배상 책임이 있다는 결정이 나왔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19일 스미싱 사기로 모바일 결제 대금을 낸 소비자에 대해 이동통신사와 결제 대행업자, 게임회사가 모두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결정했다. 피해자 박모 씨는 지난해 12월 스마트폰으로 ‘할인쿠폰 무료 발송, 행운의 2만 원권’이라는 문자를 받고 메시지에 첨부된 인터넷 주소를 클릭했다. 클릭과 동시에 박 씨의 스마트폰을 원격 제어할 수 있는 악성코드가 설치됐고, 제삼자가 박 씨 휴대폰을 이용해 25만 원 상당의 게임 아이템을 결제해 요금이 박 씨에게 청구됐다. 위원회는 결제 대행업자와 게임회사가 개인정보 보안 관리 및 본인 확인 의무를 다하지 못한 책임이 있어 박 씨에게 손해를 물어줘야 한다고 판정했다. 또 “통신과금서비스를 제공할 때 이용자의 손해가 발생하면 배상을 해야 한다”는 현행 법규를 적용해 이동통신사업자에게도 배상 책임이 있다고 봤다. 위원회의 이번 결정은 스미싱에 대한 업체들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이어서 유사 피해를 본 소비자들의 조정 신청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공공기관 임원의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해 현재 시행 중인 공모제의 문제점을 대폭 보완해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지적이 나왔다. 한국조세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의 허경선 부연구위원은 18일 ‘재정포럼 현안분석: 공공기관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운영 현황 및 발전 방향’ 보고서에서 공공기관 100여 곳에 대한 설문과 심층인터뷰를 통해 현행 공모제의 운영 현황을 살펴보고 대안을 제시했다. 허 위원은 보고서에서 “1999년 추천제라는 이름으로 도입된 기관장 공모제는 투명·공정한 인사, 유능한 인재 영입을 취지로 한 매우 획기적인 시도였다”며 “그러나 공공기관 관계자와 전문가를 상대로 한 심층인터뷰 결과 공모제의 효과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 쏟아졌다”고 지적했다. 임추위의 의사결정이 여전히 정부의 영향력에 크게 좌우되고 있고 후보의 자질과 경력에 대한 검증도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들을 고치기 위해 허 위원은 공모제의 운영방식과 임추위의 구성, 임원 후보자격 등을 대폭 정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허 위원은 “현재 준정부기관은 임추위에 주무부처 공무원이 참석하도록 돼 있지만 앞으로는 임추위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이를 제한해야 한다”며 “임추위의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검증과정과 결과를 공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임추위는 현재 임원 후보를 3∼5배수로 추천하게 돼 있지만 너무 많은 후보를 추천하는 것은 검증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후보 수를 3배수 이하로 줄이도록 권고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응모자 중에 적격자가 없으면 후보 재(再)공모 하게 돼 있지만 이는 임추위의 권한을 크게 약화시키는 요인”이라며 “불가피한 사유가 없으면 재공모를 못 하게 하고 그런 사유가 있더라도 명확히 문서화해 공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학식과 경험이 풍부하고 능력을 갖춘 사람’ 등 추상적으로 규정돼 있는 공공기관 감사의 자격요건도 재무 회계에 대한 전문자격을 보유하도록 하는 방식 등으로 구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박근혜 대통령의 ‘낙하산 근절’ 방침에 따라 공모제에 대한 개선방안을 다각도로 마련할 방침이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을 통해 “전문성 있는 임원 선임을 위해 직위별 자격요건을 구체화하고 임추위의 후보자 심사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급속한 고령화의 영향으로 한국의 경제활동참가율이 2021년을 정점으로 점점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7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낸 ‘베이비붐 세대 이행기의 노동시장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활동참가율은 2020년까지 61.2∼61.5%를 오르내리다가 2021년 61.6%로 최고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후에는 급격히 내리막을 타 2030년(59.9%)에는 50%대로 내려앉을 것으로 전망됐다. 경제활동참가율은 15세 이상 생산가능인구 중 취업자 및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율로, 실업자를 빼고 취업자만 계산하는 고용률과 다른 개념이다. 중·고령 근로자가 급증하면서 경제의 활력도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30∼54세 핵심노동력이 전체 노동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64% 수준이지만 2030년에는 53%로 떨어진다. 반면 현재 20%에 못 미치는 중·고령(55세 이상) 노동력의 비중은 2020년 28%, 2030년 35%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활동참가율이 떨어지는 주된 원인은 베이비붐 세대가 대거 은퇴하면서 노동 공급이 대폭 줄어들기 때문이다. 보고서를 쓴 황수경 연구위원은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714만 명인 데 비해 이들을 대체해 노동시장에 진입할 세대(1985∼1993년생)는 596만 명으로 100만 명 이상이 적다”며 “베이비부머 모두가 55세 이상이 되는 2020년 이후에는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그나마 지금은 저출산이 가시화되기 시작한 1990년대 출생자들이 노동시장에 유입되고 있지만 10년 후에는 초(超)저출산기에 태어난 2000년대생들이 주된 노동 공급원이 되기 때문이다. KDI는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고령자가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년 제도를 폐지하거나 정년을 연금 수급 개시 연령(현재 61세) 이하로 설정하지 못하게 해 고령자의 소득 공백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황 연구위원은 “지금도 대부분의 기업이 55세 이전까지 강도 높게 장시간 노동을 하고 그 이후는 퇴직을 유도하는 시스템을 유지해 오고 있다”며 “향후 노동력 구조를 감안할 때 이런 시스템은 더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