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찬

황인찬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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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특파원 황인찬입니다. 한일 관계가 더욱 좋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일본에 왔습니다. 일본의 오늘을 보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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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6-01-11~2026-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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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춘문예 2012]중편소설 ‘숲의 정적’

    눈 내리는 날 숲에 오른 기정은 나무십자가가 있는, 애인의 묘지를 찾는다. 동박새와 황조롱이와 바다사자를 함께 보러간 애인은 배 위에서 뛰어내렸다. 눈 덮인 숲은 깨끗하고, 간결하고, 단조롭다. 눈 벽에 갇힌 듯 안온함을 느끼며 청설모와 꿩을 본다. 청설모가 모형처럼 보이기도 한다. 때론 가짜라도 필요하잖아, 라는 게 모형을 만드는 이유 중의 하나였다. 꿩이 앉았던 낙엽더미 위에는 돌멩이 두 개가 있다. 돌멩이를 새끼라고 여기는 듯했다. 무섭도록 조용한 숲속에서 기정은 신께 다가가는 세 가지를 떠올리며 정말 신께 다가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숲에서 내려오자 팀장은 점심시간이 너무 긴 거 아니냐고 타박하며 완이 때문에 학원에 가봐야 한다고 한다. 완이가 빨간 가방 때문에 친구를 패 묵사발로 만들어버렸다며 몹시 우울해한다. 숲으로 가기 전에 떠 놓았던 밀랍몰드의 원형은 다음 날 뽑을 수 있어서 지오라는 구체관절인형 심재를 만든다. 주문 제작이 아니라 기정의 작품이다. ‘성재범 제작소’는 팀장의 이름 때문에 끊이지 않고 주문이 들어오는 편이었으나 주문은 극히 제한적이라 팀장과 기정은 자신의 작품을 하면서 제작소를 꾸려나갔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15층에 사는 아주머니를 만난다. 아주머니는 몽롱하고 폐쇄적이고 쿠마리처럼 초경도 하지 않은 채 늙어버린 것 같다. 거실이 따뜻해질 때를 기다리며 소파에서 커피를 마시던 기정은 보석무늬가 일정하게 박혀 있는 벽지를 보며 어머니를 떠올린다. 어머니는 일 년 전 눈이 많이 내리는 날 관광차 전복 사고로 세상을 떴다. 텔레비전 위에는 구겐하임미술관 앞에서 그와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 있다. 그를 처음 만난 곳이 모마미술관과 구겐하임미술관이다. 15층 아주머니가 인터폰으로 기정에게 줄 게 있다며 올라오라고 한다. 똑 같은 31평이지만 아주머니의 집이 훨씬 넓게 보이는 것은 벽지나 소파나 커튼이 흰색이고, 별다른 장식장이 없기 때문이다. 기정은 흰색과 너무 넓다는 게 무섭다는 걸 처음으로 느낀다. 아주머니는 오늘이 미국지사로 떠나버린 아들 결혼식인데 가지 않았다고 하면서 공군장교였던 남편이 죽은 이야기와 북해도의 눈 이야기를 한다. 북해도의 눈 속에서 세상과 단절했고, 또 세상과 화해했다고 한다. 기정은 아주머니의 지적인 말투에 속으로 놀란다. 아주머니는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없이 그냥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가장 무섭다고 했다. 베란다 밖의 움직이지 않는 강이 무섭듯이. 말차와 화과자를 먹던 중 아주머니는 안방으로 가서 선물을 가지고 나온다. 오타루의 공방에서 사온 오르골이다. 풍성한 치마를 입은 여자가 뱅글뱅글 돌자 여자 속에 남자가 숨어 있는 것처럼 여자남자 혼성 이중창이 흘러나왔다. 고맙다는 말에 아주머니는 자신이 이담에 무얼 부탁하면 들어주라고 한다. 기정은 두려움을 느낀다. 택시에서 내린 기정은 성당건물과 공무원연수원 건물 앞과 석유저장소 앞을 지나 샛길로 접어든다. 샛길에서 외국남자와 통역사를 보게 된다. 외국남자는 사제복이나 군복이 어울릴 것 같다. 숲으로 올라가면서 숲 앞면 역할을 하는 커다란 바위를 대리석 묘지 쓰다듬듯 쓰다듬는다. 믿음직스러운 기운과 성스러운 감정을 느낀다. 눈 내리는 숲속은 한 가지 색뿐이라서 더 넓어 보인다. 그래도 넓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혼자 서 있는 고독감 같은 걸 느낄 필요도 없었다. 눈 밑에 무엇이 있는지도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냥 깨끗하고 아름다운 눈만 보면 되었다. 묘지 주위에는 멧토끼나 멧돼지 발자국이라고 할 수 없는 투박한 발자국이 거칠게 찍혀 있다. 불안해하던 기정은 하늘에 떠 있는 새를 보며 패러글라이딩을 하던 그를 떠올린다. 아홉 살이나 많은 여자와는 절대 결혼시킬 수 없다고 하던 그의 어머니가 패러글라이딩을 하던 그가 땅으로 처박혀 왼쪽 어깨를 크게 다치자 다시 기정을 찾아와 네가 누굴 구원하겠다는 거야? 라고 했다. 왜 구원이라는 말을 할까 하고 기정은 의아해했다. 결혼을 반대하는 이유가 단순히 나이뿐인 줄 아냐고 하자 기정은 그동안 돌쩌귀가 어긋나 닫히지 않던 문이 닫히는 기분을 느꼈다. 닫힌 문 앞에서 버티고 서 있을 만큼 순수하지도, 어리지도 않은 기정은 그에게서 돌아섰다. 숲을 내려오기 전에 깨끗한 눈으로 발자국을 덮어버린다. 제작소로 온 기정은 밀랍인형인 대기업 창업주 손을 채색한다. 손이 얼굴보다 밀랍인형인 게 탄로 날 확률이 높아 푸른 힘줄과 주름을 강조한다. 퇴근 후에 팀장과 술을 한 잔 하러 간다. 술집에는 중년남자가 혼자서 보드카를 마시고 있다. 칵테일로 입술을 축인 뒤 기정은 완이는 어떻게 되었냐고 묻는다. 팀장은 친구와 싸워도 빨간색 가방(도망간 엄마의 숄더백)은 여전히 들고 다닌다고 하며 일요일에 완이가 얻어다 키우는 토끼를 보러 오라고 한다. 완이 엄마는 보험회사에 다니다가 바람이 나서 떠났다. 빨간색 가방만 들고 다니면 엄마가 돌아올 거라고 믿고 있는 완이와 달리 팀장은 완이 엄마와 남자가 탄 에쿠스가 유조차와 정면충돌해 둘 다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고 생각했다. 토끼를 보러간 날, 토끼에게만 정신이 팔려 있는 완이에게서 기정은 고집과 외로움을 엿본다. 팀장은 기정에게 꽃게탕을 끓여주고, 기정의 발이 예쁘다고 한다. 발을 바라보는 팀장의 눈이 불온하게 반짝였다. 밀랍인형인 박경준을 대기업 기념관 안에 설치해주고 나오자 비가 내린다. 팀장은 후배를 만나러 가고 혼자서 미술관으로 갔지만 당분간 휴관을 한다고 한다. 갈 데가 없는 기정은 집으로 간다. 유리탁자 위에 놓인 오르골을 보자 아주머니 생각이 나 1503호로 간다. 어머니가 보고 싶고, 따뜻한 것에 파묻히고 싶어서이다. 아주머니는 죽을상이고, 베란다의 유리문은 활짝 열려 있다. 와인을 마시던 아주머니가 말한다. 내가 전혀 의식하지 못할 때 그냥 손을 뻗어 나를 밀어버리라고. 놀란 기정이 아무한테나 그런 말을 하지 말라고 하자 아주머니는 아무한테나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라고 한다. 기정은 비밀이 들킨 것만 같다. 아주머니는 아무리 노력해도 내 생활은 바뀌지 않는다, 고 쓴 유서를 보여준다. 안방에는 장롱도 없다. 일을 간단하게 하고 싶어서 없애버렸다는 말에 기정은 얼어버린다. 기정은 쫓기듯 아래층으로 내려온다. 제작소에서는 당분간 일거리가 없어 본격적으로 지오를 만들어나간다. 점심시간에 함께 꽁지공원으로 간 미스 오는 조각가인 애인이 섹스는 하지 않고 상체만 애무해서 분하다고 한다. 헤어지고 싶지만 자신이 그 유희감각을 버리지 못한다고 하자 기정은 아무도 없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붙잡아두라고 한다. 일요일에 아주머니는 생일 케이크에 불을 붙여 달라며 기정을 부른다. 햇빛이 내리쬐는 강을 내려다보던 아주머니는 자신은 늘 강과 바다를 항해 중인 것 같으며 가도 가도 보이는 것은 흰 햇빛과 흰 물빛뿐이라고 말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건 자유뿐인 것 같고, 벽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모든 게 너무 넓게 느껴진다고도 말한다. 그건 기정도 마찬가지였다. 넓은 강과 넓은 공터를 오랫동안 보고 있자 갑자기 무한대로 커지는 것 같고, 전혀 공간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면서 기정을 조롱하는 것 같다. 해봐, 해봐, 못할 것도 없지 않아. 너 역시 이대로 나가면 저 아주머니처럼 될 거야. 네게 누가 있어. 아무도 없잖아. 너의 이십 년 후의 모습이 바로 아주머니야. 너도 누군가에게 부탁할래? 아무것도 의식하지 못할 때 죽여 달라고. 혼자서는 죽지도 못한다고. 그냥 이십 년 후의 너를 미리 없애버린다고 생각하고 밀어버려. 한순간이야, 한순간. 찰나만 지나면 아주머니는 곧 편안해질 거야. 그러면 고독에 떨 필요도 없는 거야. 고독에 떨고 있는 것만큼 추해보이는 것도 없잖아. 아주머니, 추하잖아. 그리고 말이야, 세상에 제일 무서운 게 혼자인 거야. 혼자인 것에서 벗어나게 해줘. 밀어, 밀어버리라니까. 기정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아주머니를 밀어버린다. 퍼뜩 정신을 차린 기정은 얼이 반쯤 빠진 아주머니를 소파에 앉혀놓은 뒤 아래층으로 도망쳐온다. 내내 아무 일도 하지 못하다가 팀장을 만나 위로를 받는다. 미스 오는 애인이 작업실에서 다른 여자와 엉켜 있는 것을 봤다며 괴로워한다. 뒤따라 나온 애인이 화난 여자가 뭐냐고 따지자 오필녀 씨, 저번의 그 작품 좋았어요, 라고 했다며 정말 오필리아처럼 웃어젖힌다. 오필리아로 불러주지 않아서 더 화가 났는지도 몰랐다. 스물다섯 살의 미남형 지오가 완성되자 기정은 저번의 일을 사죄도 하고 아주머니를 혼자 있지 않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1503호로 가져간다. 아주머니에게 지오가 태어난 배경이라든지 성장과정이라든지 지오의 내면기록을 써보라고 한다. 박경준 뒤로는 일거리가 들어오지 않는다. 일감이 없으면 팀장보다 기정이 더 초조해졌다. 미스 오는 아무렇지도 않게 작업실에 다시 간다고 한다. 그날 본 것은 싹 까먹은 모양이다. 아니면 외로움이라는 물건이 1g이라도 더 얹힌 쪽이 관계에서 지는 거니까 미스 오의 시소가 땅 쪽으로 기울었는지도 몰랐다. 며칠 뒤 아주머니가 기정을 부른다. 지오의 내면기록을 쓴 노트를 보여준다. 지오가 되기 전까지, 아주머니의 아들이 되기 전까지의 내면기록이 상세하게 적혀 있다. 그것을 읽어본 기정이 끼어들어 윤색하고, 아주머니와 타협해서 이상훈이라는 한 인물을 창작해낸다. 이상훈의 내면에는 앵무조개의 나선형무늬가 크게 자리 잡고 있다. 그 작업이 끝났을 때 팀장에게서 전화가 온다. 완이의 토끼가 죽어버렸다고 한다. 전화를 끊고 나자 아주머니가 보이지 않는다. 베란다의 블라인드가 딱딱 소리를 내며 흔들리고 있다. 어디 계세요? 하고 기정은 묻는다. 삼월인데도 눈이 내리자 기정은 숲으로 간다. 범죄스릴러물에 쓰일 전신더미 한 구는 팀장이 세밀화 작업 중이라 출근을 하지 않았다. 숲을 오르면서 기정은 이 길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예감을 느낀다. 싫고 나쁜 예감일수록 적중률 100%였다. 숲에서 기정은 멧토끼 한 마리를 본다. 그걸 잡아다 완이에게 주고 싶어진다. 완이는 야산에 토끼의 무덤을 만들어주었다. 두 번쯤 토끼무덤에 갔으나 산에 가면 춥고 외롭다며 발길을 끊었다. 팀장이 미국너구리를 사다줄 거라고 했으나 생명 있는 것은 다 자기를 떠나버린다면서 다시 빨간색 가방을 들고 다녔다. 나무십자가가 있는 묘지로 간 기정은 대리석 묘지를 힘껏 끌어안으며 이제 눈은 안 와. 진달래꽃이 피면 다시 올게, 라고 말한다. 거칠고 둔탁한 발소리에 기정은 상체를 들고 소리 나는 쪽을 돌아본다. 언젠가 샛길에서 본 외국남자와 통역사인 청년과 석공이 올라온다. 위쪽이나 옆쪽으로 갈 줄 알았는데 나무십자가가 있는 묘지로 온다. 그래도 기정은 묘지 옆에 쭈그리고 앉아 있다. 통역사가 왜 이 묘지에 있냐고 묻자 기정은 여기는 제 애인 묘지라고 한다. 외국남자가 지도를 들여다보며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한다. 묘지를 잘못 알고 있는 것 아닌가 하고 묻자 기정은 아니라고 소리친다. 통역사가 이 묘지는 선교사인 안토니오 공베르 신부가 잠든 곳이고, 네덜란드에서 온 선교사의 유해도 이쪽으로 옮기고 다시 단장할 거라고 한다. 석공처럼 보이는 중년사내가 불쾌하게 바라보자 기정은 돌아선다. 숲을 내려오면서 기정은 돌멩이를 새끼라고 품고 있는 꿩이 자신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일 년 전을 떠올린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혼자 남겨진 기정은 눈 쌓인 숲속을 올랐다. 발을 헛디뎌 추락사해도 괜찮을 것 같다며 발길 닿는 대로 걷는 기정의 눈에 나무십자가가 이정표처럼, 표식처럼 시선을 끌었다. 나무십자가 아래 아직 완성이 덜 된 묘지 옆에 앉은 기정은 편안함을 느끼며 즐거운 묘지라는 말을 이해했다. 그 뒤로 숲에 올랐고, 나무십자가를 찾았고, 묘지 옆에 앉았다. 숲을 오른 지 한 달 뒤쯤 너무 조용하고 편안한 것이 두려워진 기정은 그 묘지에 그를 묻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것은 견딜 수 없으니까. 다음 날 아주머니는 15층에서 뛰어내렸다. 아주머니를 실은 앰뷸런스가 떠나고 나자 기정은 15층으로 올라간다. 지오를 안고 내려온다. 상류층 할머니가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죽었다는 뉴스를 들은 기정은 벌떡 일어나 소리친다. 나는 아주머니와 말을 한 적도 없다고. 기정은 지오에게로 가 텐션 줄을 끌며 묻는다. 이제 묘지에 누워 있지 말고, 나랑 살래?김영옥}

    • 2011-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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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춘문예 2012]동화 ‘시인 아저씨께 보내는 편지’

    안녕하세요. 저는 광명초등학교 3학년 3반 정희성이에요. 갑자기 편지를 받아서 놀라셨죠? 왜냐면 아저씨는 저를 모르실 테니까요. 하지만 저는 아저씨를 알아요. 아저씨의 시가 우리 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거든요. 읽기책 43쪽이에요. 담임선생님은 교과서에 나오는 시를 모두 외우라고 하세요. 그래서 저는 아저씨가 쓴 시도 다 외우고 있어요. 아저씨가 쓴 ‘봄의 계단’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시예요. 아저씨도 어렸을 때 국어를 좋아했어요? 저는 국어가 제일 좋아요. 다른 과목은 딱딱한 공식이랑 외워야 할 것들밖엔 없는데 국어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고 제가 좋아하는 시도 있거든요. 하지만 시험 점수는 별로예요. 며칠 전에 쪽지시험을 봤는데 세 개나 틀렸어요. 이게 제가 틀린 문제인데요, 한번 보세요. 동시 ‘봄의 계단’의 분위기로 옳은 것을 고르세요.① 초라하다② 슬프다③ 애틋하다④ 불쾌하다⑤ 희망차다 저는 2번을 선택했는데요, 5번 희망차다가 답이래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왜 2번이 답이 아닌 건지 모르겠어요. 저는 이 시가 슬프다고 생각했거든요. 특히 이 부분이 무척 슬펐어요. 부지런한 새싹 땅 속에서 뽀얀 얼굴 내밀고 있네요 잠에서 갓 깨어난 아기 씨앗 기지개 켜다가 눈물이 찔끔 왜냐면 봄에 싹이 트는데 아기 씨앗은 혼자 늦게 잠에서 깨어났잖아요. 기지개를 켜는 척하면서 그러니까 몰래 울잖아요. 친구들은 다 싹이 트는데 자기만 느리니까요. 이 시의 분위기가 왜 희망차다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제가 이해할 수 없는 건 이것뿐만이 아니에요. 다음 중 ‘봄의 계단’을 쓴 시인이 생각한 것으로 틀린 것을 고르세요.① 봄은 한 번에 오는 것이 아니라 계단을 밟고 올라가듯 천천히 오는구나!② 봄에는 많은 동물들과 식물들이 부지런히 움직이네.③ 추운 겨울이 지나면 곧 봄이 오니까 모두 힘내!④ 봄이 지나면 언젠가 다시 겨울이 오겠지.⑤ 개구리는 봄이 되면 신나서 폴짝 뛰나봐. 아저씨, 아저씨는 시를 쓸 때 정말 이런 생각을 하면서 썼어요? 그리고 아기씨앗은 정말로 기대에 부풀어 있는 거예요? 슬픈 게 아니고요? 선생님은 아마도 아저씨와 아주 친한 사람이거나 아저씨의 마음을 다 들여다보는 마법사인 게 분명해요. 그렇지 않고서야 아저씨가 생각한 것을 선생님이 알고 이런 문제를 낼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하지만 선생님이 아저씨와 친한 사이일 리는 없고 마법사일 리는 더더욱 없죠! 저는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께 가서 문제가 이상하다고 말을 했어요. 그러자 선생님께서는 제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희성이가 시를 많이 읽어보지 않아서 시를 해석하는 게 어려운 모양이구나.” 하시는 게 아니겠어요? 저는 더 머리가 아파졌어요. 시를 읽는 건 나고 그걸 느끼는 것도 나잖아요. 그런데 내가 느껴야 할 것이 미리 정해져 있다는 건 어쩐지 이상하잖아요. 집에 와서도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내 생각이 남들과 다르다고 해서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아저씨도 다르다와 틀리다의 차이는 아시죠?) 저는 선생님에게 알려주고 싶었어요. 이 시가 누군가에게는 슬플 수도 있다는 것을요! 그래서 저는 그날 밤 열두 시가 넘도록 잠을 자지 않고 책상에 앉아 아주 멋진 계획을 세웠지요. 다음 날 저는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곧장 가지 않고 교실에 남아 있었어요. 그리고 선생님께 가서 공책을 펼치며 물었어요. “선생님, 이 문제 알려주세요.” 선생님은 고개를 갸웃하시더니 “이건 못 보던 시인데?”하셨어요. 못 본 게 당연했죠! 그건 교과서에 나오는 시가 아니었거든요. “문제집에 나와 있었어요.”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이시더니 시를 읽었어요. 제목 : 가을 운동회 낙엽이 떨어지는 건 가을이 시작된다는 신호 준비! 땅! 단풍잎 손 주먹 쥐고 누가 누가 먼저 달려가나 누가 누가 먼저 고운 물이 드나 그리고 선생님은 턱을 괴고 문제도 가만히 읽었죠. 시인이 이 시를 쓴 이유로 옳은 것은?① 심심해서② 가을이 깊어가는 것을 알리려고③ 낙엽을 보고 갑자기 생각나서④ 가을 운동회가 시작되어서⑤ 여름이 지나간 것이 아쉬워서 선생님은 잠시 생각하더니 빨간 펜으로 답을 고르면서 이렇게 말했어요. “자, 이 시는 가을이 깊어가는 것을 아주 재미있게 표현했구나. 시인은 가을 낙엽을 운동장의 아이들에 빗대어 표현했어. 정확히는 가을 운동회 날 달리기 시합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거야. 아이들이 단풍잎 같은 손으로 주먹을 쥐고 달리면 마음에는 어느덧 푸른 물이 드는 거란다. 그렇게 가을은 무르익어 가고 아이들은 성장하는 거겠지? 그래서 답은 2번이 되는 거고. 이해가 되니?” 운동장? 학생? 저는 황당해서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어요. 저는 선생님을 똑바로 보며 말했어요. “선생님, 틀렸어요!” 선생님이 무슨 뜻이냐는 듯이 나를 쳐다봤어요. “시인은 그런 생각은 안했어요. 그냥 낙엽이 빨리 땅에 닿는 게 달리기 경주하는 것 같다고 느낀 것뿐이에요. 그리고 시인은 가을이 오는 걸 알리려고 이런 시를 쓴 게 아니에요. 낙엽 보다가 생각이 나서 그냥 쓴 거죠!” 선생님은 한숨을 내쉬더니 웃으며 제게 말했어요. “희성아. 그게 아니야. 여기 ‘단풍잎 손 주먹 쥐고’라는 부분을 보렴. 아이들이 작은 손을 움켜쥐는 모습이 그려지지 않니? 제목도 ‘가을 운동회’고 말이야. 시인이 아무런 의도도 없이 시를 썼겠니? 희성이는 아무래도 시를 해석하는 방법을 조금 더 공부해야겠구나.” 저는 허리에 손을 얹었어요. 그리고 선생님께 물었죠. “선생님, 이 시인이 누군지 아세요?” “글쎄, 잘 모르겠는데.” “정희성이에요!” 선생님은 한참 저를 쳐다보시더니 곧 얼굴이 새빨개졌어요.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이요. “이걸 네가 썼단 말이니?” 선생님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어요. 저는 고개를 끄덕였죠. 선생님은 잠시 당황한 듯 했지만 곧 무서운 표정으로 저를 노려보았어요. “너, 지금 선생님을 놀린 거니?” 저는 너무 놀라서 울 뻔했어요. 선생님이 그렇게 화가 난 모습은 정말 처음 봤거든요. 저는 주먹을 꽉 쥐고 이렇게 외쳤어요. “선생님이 낸 문제는 엉터리예요!” 그리고 나도 모르게 엉엉 울어버렸지요. 왜 울었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어요. 그냥 뭔가 서럽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그랬거든요. 저는 한참이나 서서 울었고 선생님은 그동안 아무런 말도 없었어요. 얼마나 울었을까요? 더 이상 눈물도 나오지 않았어요. 나는 어쩐지 민망해서 억지로 울음소리를 내면서 콧물만 훌쩍거렸지요. 저는 선생님이 차라리 나를 때리거나 벌을 세워주었으면 했어요. 가만히 앞에 세워만 두지 말고요. 울음소리 흉내 내기도 지칠 즈음, 선생님은 제게 사탕을 하나 건네며 이제 그만 집에 가라고 했어요. 복도에 나가서 창문으로 살짝 들여다봤더니 선생님은 어두운 표정으로 계속 책상에 앉아 있었어요. 집으로 돌아와서도 저는 자꾸만 선생님이 생각났어요. 내가 너무 심한 장난을 쳐서 선생님이 단단히 화가 난 것이 분명했지요. 선생님이 이제 나를 싫어할 거라고 생각하니 눈물이 났어요. 나는 침대에 누워 월요일이 오지 않기를 빌었어요. 선생님을 다시 보는 게 두려웠거든요. 주말이 지나 학교에 갔을 때, 그러니까, 오늘 말이에요. 선생님은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책상에 앉아 일기장을 검사하고 있었어요. 저는 선생님 눈치를 보면서 우물쭈물했어요. 선생님은 전혀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이었지요. 마치 그날 일은 아주 없었던 것처럼요. 하지만 아저씨, 바뀐 것이 하나 있었어요. 오늘 본 쪽지시험 말인데요, 거기엔 글쎄 이런 문제가 있지 뭐예요! 이 시의 분위기로 옳은 것을 고르세요.① 초라하다② 슬프다③ 애틋하다④ 불쾌하다⑤ 희망차다⑥ 빈 칸에 자신의 생각을 쓰세요 ( ) 1번부터 5번까지만 있던 보기가 6번까지로 늘어났던 거예요. 제가 어떤 답을 선택했냐고요? 당연히 나만의 답을 선택했지요! 그리고 선생님은 그 문제에 파란 펜으로 동그라미를 그려주었어요. 선생님은 이제 저를 용서한 걸까요? 그러니까 동그라미를 그려주었겠지요? 저는 기분이 좋아졌어요. 그래서 또 시를 쓰고 싶어졌어요. 그런데 아저씨, 제가 쓴 시는 어때요? 이만하면 저도 시인이 될 수 있을까요? 아참, 시인은 돈을 많이 버나요? 엄마가 시인은 가난하다고 했는데. 그리고 시인이 되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해요? 답장 기다릴게요!이진하}

    • 2011-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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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춘문예 2012]시 당선작 ‘나의 고아원’

    나의 고아원 시 당선작 안 미 옥신발을 놓고 가는 곳. 맡겨진 날로부터 나는 계속 멀어진다. 쭈뼛거리는 게 병이라는 걸 알았다. 해가 바뀌어도 겨울은 지나가지 않고. 집마다 형제가 늘어났다. 손잡이를 돌릴 때 창문은 무섭게도 밖으로 연결되고 있었다. 벽을 밀면 골목이 좁아진다. 그렇게 모든 집을 합쳐서 길을 막으면. 푹푹, 빠지는 도랑을 가지고 싶었다. 빠지지 않는 발이 되고 싶었다. 마른 나무로 동굴을 만들고 손뼉으로 만든 붉은 얼굴들 여러 개의 발을 가진 개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말이 이상했다. 집을 나간 개가 너무 많고 그 할머니 집 벽에서는 축축한 냄새가 나. 상자가 많아서 상자 속에서 자고 있으면, 더 많은 상자를 쌓아 올렸다. 쏟아져 내릴 듯이 거울 앞에서 새파란 싹이 나는 감자를 도려냈다. 어깨가 아팠다.}

    • 2011-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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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춘문예 2012]희곡 ‘자전소설’ 당선소감

    왜요? 대체 왜요? 저 어떡해요? 당선 소식을 전해주신 기자님에게 다짜고짜 던진 제 첫 대사였습니다.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거든요. 과분할 정도로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초조합니다. 제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는데, 이걸 어찌하나 싶습니다. 잠깐 반짝였다가 소리 소문 없이 지는 별똥별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캄캄한 암전이 눈앞에 펼쳐진다 하여도, 왠지 굳건히 이겨낼 자신이 있습니다. 생각 없이 살던 제게, 길을 열어주신 조광화 교수님과 이강백 교수님, 그리고 심사위원 선생님들 감사합니다. ‘며칠 전 원수의 죽음보다 너의 소식이 더 충격적이다’라고 단 한 줄로 놀라움의 크기를 표현해 준 백통령. ‘넌 이제 노이로제 걸릴 일만 남았어’라고 악담해준 연모 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잖아’라고 말이 씨가 되게 해준 오모 군. 컴퓨터 잃어버리게 해준 하모 군. 손 잡아준 과순, 안아주던 런던게이, 그래도 난 네 글 재미없다고 말해준 흑인3, 잡스, 유스마일, 정화랑, 빡재, 근이, 허텅, 미취학 아동, 서레기 등 격앙된 목소리로 축하 전화해준 사랑하는 동기 선배님들. 일방적으로 연락 끊어버린 내게 근근이 생존 소식을 전해주는, 대단한 인격을 소유한 옛 친구들. 그리고 온몸이 만신창이임에도 불구하고 얼싸안고 기뻐해준 친구까지도. ‘감사합니다’라는 단 한마디로 허세 섞인 짤막한 당선소감을 쓰고 싶었지만, 태생적으로 그런 인간은 못 되나 봅니다. 가족들. 이제 어디 가서, 나랑 피 섞였다는 거 쪽팔리지 않게 해줄게요. 사랑해요. △1991년 경북 김천 출생 △서울예대 극작과 1학년}

    • 2011-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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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춘문예 2012]중편소설 ‘숲의 정적’ 당선소감

    어릴 때 저는 시골 할머니 집으로 가는 걸 좋아했습니다. 그곳에 가면 산과 저수지와 들판과 꽃과 나무가 있었으니까요. 성인이 되어 생이 힘들어질 때, 그때 본 자연이 떠오르곤 했습니다. 거짓말처럼 제가 극단으로 치닫지 못하게 붙잡는 것도 자연이었습니다. 소설을 쓰고 싶지만 잘 되지 않아 포기하려고 할 때마다 마지막에 꼭 떠오른 것도 자연이었습니다. 그걸 소설로 써보고 싶은 욕구를 끝내 버릴 수 없었습니다. 원하는 대로 소설을 쓰게 되었지만 문학의 길은 너무 멀리 있었습니다. 이 길이 정말 내 길일까, 돌아설 용기가 없어 버티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제 삶을 믿고, 제 자신을 믿고 그냥 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제게 누군가 등불을 밝혀주는 것 같습니다. 가던 길을 계속 가겠습니다. 새 글을 썼다고 하면 좋아하고 최선을 다해 읽어주는 동생 숙이, 늘 제 작품을 읽어주고 문학이야기를 하는 홍영숙 씨,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준 정아 씨, 제게 행운을 가져다준 14라는 숫자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소설을 쓰겠다는 저를 유일하게 이해해주셨던 엄마가 계셔서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부족한 작품에 따뜻한 시선을 보내주시고 저의 어깨를 두드려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동아일보사 관계자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1965 경남 사천 출생 △경상대 농화학과 졸업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예창작 전문가과정 수료 △신라문학대상 소설 부문 수상}

    • 2011-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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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춘문예 2012]희곡 ‘자전소설’ 심사평

    세상이 어둡다. 올해 희곡 분야 지원작은 대부분 전망 없는 세상에 대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소시민적 일상의 삶을 그린 작품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그런 세상살이에 대한 알레고리나 탈현실의 판타지도 제법 많았다. 작품들의 전체적인 수준은 나쁘지 않았지만 120여 편의 후보작이 비슷한 주제의식이나 패턴화한 스타일을 공유해 모범답안에서 벗어난 문제작을 찾기 힘들었다. 그런 점에서 당선작인 ‘자전소설’은 여타의 작품과 구별되는 반짝이는 감각과 신선함이 돋보였다. 작가의 창작 행위를 극화한 이 작품은 현실과 허구의 삼투과정을 감각적으로 구축했고, 관념적인 내용임에도 계속해서 다음 장면을 기대하게끔 만드는 밀도와 매력이 있었다. 작품이 가진 문학적 섬세함이 대중과 소통해야 하는 연극적 언어로 전환될 수 있을지 심사 과정에서 다소의 논쟁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조율 과정은 본질적 결함이라기보다는 희곡작가라면 누구나 배우고 치러야 할 통과의례 같은 것이라고도 볼 수 있어, ‘자전소설’을 당선작으로 뽑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그 외 후보작으로 1990년대 운동권과 현재 취업난에 직면한 20대 청춘의 우울한 자화상을 재치 있는 일상 속에 표현한 ‘프로작, 언니’가 주목받았고, ‘아이돌’과 ‘열어주세요’도 아직은 거칠지만 눈여겨볼 연극성을 가진 작품으로 함께 거론됐다.박근형 극작가 연출가, 김명화 극작가 연극평론가}

    • 2011-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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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춘문예 2012]시나리오 ‘금루곡’ 당선소감

    기대를 접으려던 즈음 날아든 소식은 입고 싶어 하면서 보기만 했던 옷과도 같았습니다. 새로 입은 옷 하얀 깃에 얼룩이라도 묻을까 조심스럽지만 그마저도 기분 좋은 설렘입니다. 뜻밖의 선물에 가당찮게 우쭐하려는 어깨를 눌러 내립니다. 당일특급으로 원고 보내던 날, 우편 접수하던 여직원에겐 살짝 굳은 표정이 읽혔을지 모릅니다. 어디 두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우편 영수증을 찾아야겠습니다. 어설픈 첫 습작을 쓸 때 들고 다녔던, 이제는 수명을 다한 노트북 사이에 끼워 놓고 가끔씩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시나리오는 설계도와도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설계도의 그림대로 건축물이 올라가듯, 지면에 고정되어 있는 4만7000여 개의 글자들이 빛을 타고 움직이고 공기를 통해 울려나오는 날을 상상해 봅니다. 막연한 기대에는 초조함이 따르지 않아 좋습니다. 새로 쓰는 글이 그 이전 것보다는 늘 조금이라도 깊어지고 나아진 결과물이기를 바랍니다. 자식이 어떤 결정을 하든 그 뜻을 존중해주신 부모님께, 나이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좋은 인연을 맺은 친구들에게, 분수 모르고 건방 떠는 제자를 포용해주신 선생님들께 다할 수 없는 감사를 짧은 글에 실어 전합니다. △1969년 서울 출생 △캐나다 에밀리카 예술디자인대 졸업(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전공) △동국대 대학원 국문학과 석사과정}

    • 2011-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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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춘문예 2012]문화평론 심사평

    아쉽게도 이번 동아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서는 당선작을 내지 못했다. 응모작 수가 적었던 탓이 컸지만, 솔직히 말하면 응모작들의 수준이 우려할 정도로 기대 이하였다는 사실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이유이다. 좋은 문학평론은 다루고 있는 작가나 작품의 문학적 자리를 잡아주고 그에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하나의 좋은 문학작품은 그 자체로만 유의미한 게 아니라, 동시대 다른 작품들과의 관계 속에서 그리고 앞 세대 작품들과의 연관성 속에서 가치를 발한다. 비록 그것이 단절과 분리의 제스처를 취해도 말이다. 그러나 올해 대다수 응모작은 작품의 문학적 맥락들을 짚어내지 못한 채 그저 자신들이 알고 있는 몇 가지 이론을 성급하게 덮어씌우거나 상식적이고 평이한 수준의 작품이해에만 그치고 있어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또한 이론적 개념어들을 정확한 이해 없이 마구 남발할 뿐만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작품에 대해 새롭게 발견한 내용은 하나도 없었다. 문학평론이란 겉보기에 그럴듯하고 화려한 말들을 나열하는 현학적 자기과시의 장르가 아니다. 소박하더라도 자기만의 시선과 통찰력으로 그 작품의 가치와 의미를 짚어주고, 나아가 그 작품이 던지는 문학적 질문을 현실사회의 맥락 속에서 재구성해야 한다. 당선권에 올려놓고 논의한 작품이 없었기에 개별 논의는 생략하도록 한다. 좋은 문학평론은 결국 한국문학에 대한 애정(어린 채찍질)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쉽지만 응모자 모두 더 열심히 읽고 더 열심히 쓰는, 말 그대로의 문학적 실천을 통해 내년에는 더 좋은 글로 다시 만나기를 바란다.권성우 문학평론가, 심진경 문학평론가}

    • 2011-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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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춘문예 2012]중편소설 ‘숲의 정적’ 심사평

    본선 진출작 여섯 편 중 세 편을 눈여겨보았다. 떠난 애인의 아이를 키우며 미혼모로 살아가는 ‘거미집’의 화자는, 내연의 연인과 동반자살한 아버지를 기억한다. 남편의 외도로 애정 없이 사는, 어머니의 운명을 닮은 위층 여자를 알게 된다. 어디로 눈을 돌려도 삶은 불행과 갈등으로 미만해 있을 뿐이지만 그 자체가 자신의 존재를 일깨우는 성찰의 씨앗이라는 점을 환기한다. 하지만 그 지점에 도달하기 위해 소설 스스로 마련한 저 확연한 도식은 어떤가. 화자를 조명디자이너로 하여 존재 간의 관계를 거미집에 비유해 가는 멋진 환치가 끝내 무색해지고 만다. 내심 ‘이거다!’ 하며 읽을 만큼 ‘커버걸’의 흡입력은 대단하다. 문장이며 진행 솜씨가 단단한 데다 매력적으로 차갑기까지 하다.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다만 시작 후 3분의 1까지만 그러하다. 아내의 죽음 뒤로는 모든 게 혼미하다. ‘숲의 정적’에서는 이웃의 외로운 여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내 생활은 바뀌지 않는다’는 유서를 남기고 아파트에서 투신한다. 그녀가 얻으려 했던 건 외롭지 않은 생활, 즉 진짜 삶이다. 구체관절인형을 만드는 내력, 눈 내리는 날 숲에 올라 무덤을 찾는 사정, 엄마에게 버림 받은 완이가 눈에 밟히는 까닭들이, 결코 쉽지 않으나 명쾌한 대답에 이르는 절묘한 서사를 이룬다. 당선되었으니 많이 쓰기 바란다. 기본기를 다지고 지키느라 머뭇거려 왔다면 이제 훌훌 벗어던지고 앞으로 나아가길. 조남현 문학평론가, 구효서 소설가}

    • 2011-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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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춘문예 2012]시 ‘나의 고아원’,‘식탁에서’ 당선소감

    나를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더욱 완강하게 나를 붙잡고 있었다. 사실은 나와 멀어지고 싶지 않다는 것을, 도망치면서 알게 되었다. 그 힘으로 시를 쓰게 되었다. 내 언어의 시작이 되어주신 아버지, 어머니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부모님의 사랑을 시를 쓰면서 조금씩 알게 되었다. 나의 오해들을 변화시킬 수 있었다. 내가 좀 더 따뜻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제는 부모님을 따뜻하게 안아드리고 싶다. 나 자신을 좀 더 사랑할 수 있게 된 것은, 남편 정현 덕분이다. 내가 의지하는 단 한 명의 사람. 말로 다 할 수 없게 고맙고 미안하다. 힘껏 미워하고, 힘껏 사랑하고, 함께 울고, 웃어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 나의 벗, 사랑과 버들에게, 나를 믿어주는 은정에게, 항상 지지해주고 격려해주는 정숙 언니에게, 곁을 지켜주는 슬기에게, 나보다 나의 잘됨을 더욱 기뻐하는 진희 언니에게, 부케처럼, 바통을 넘긴다. 나은아. 내 옆에 있어 준 이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이원 선생님. 선생님의 문학에 대한 마음이 나를 더욱 간절하게 했다. 깊고 단단하게, 오래도록 좋은 시를 쓰는 것으로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다. 많은 가르침을 주셨던 명지대 교수님들과 부족한 나에게 시인이라는 이름을 달아 준 심사위원 선생님들께도 감사드린다. 지레 겁을 먹고 도망치지는 않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시 앞에서 좀 더 용기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두려움을 뚫고 나가는, 무서운 손으로. △1984년 경기 안성 출생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명지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과정}

    • 2011-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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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춘문예 2012]그들, 작가인생 징검다리에 서다

    태어나 처음 쓴 희곡 작품으로 당선의 영광을 안은 대학교 1학년생, 20년 동안 미용실을 운영하며 손님이 없는 틈을 타 습작을 해온 미용사, 7년 동안 단편소설로 신춘문예에 지원하다 중편으로 바꿔 지원한 첫해에 당선된 작가…. 201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자들의 당선 뒷이야기를 들으면 그 자체가 한 편의 소설 같다. 이번 신춘문예 지원자 2426명 가운데 당선의 영광을 차지한 사람은 단 8명. 시, 단편소설 등 총 9개 부문에서 경합을 벌였지만 아쉽게도 문학평론 부문은 당선자를 내지 못했다. 기념촬영을 위해 12월 23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를 찾은 당선자들은 아직도 당선의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모습이었다. 공교롭게도 이번 당선자들의 나이는 20대 4명, 40대 4명으로 양분됐다. ○ 느닷없는 당선 통보, “장난 전화인 줄 알았다” 희곡 당선자인 신비원 씨(23)의 당선작은 기말고사 과제였다. 서울예대 극작과 1학년인 신 씨는 ‘희곡 작품 하나를 신춘문예에 투고하고 택배 영수증을 제출하라’는 조광화 교수의 엄명에 부랴부랴 3주 만에 초고를 탈고했다. 하지만 일이 생겼다. 원고가 들어 있던 노트북을 분실한 것. PC방에 틀어박혀 일주일여 만에 다시 원고를 완성해 간신히 신춘문예에 지원할 수 있었다. 물론 난생처음 쓴 희곡작품이다. 학교 앞 PC방에서 대학 동기들과 카트라이더를 하다 당선 통보를 받은 신 씨의 첫마디는 “나 어떡해∼. 진짜 동아일보 맞아요?”였다. 같이 게임하던 친구들의 반응은 “이럴 수가!!” 신 씨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해 드라마 대본, 단편 소설, 시나리오 등을 습작하기는 했지만 제대로 발표한 것이 없었다. 아직도 꿈결 속에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중앙대 문예창작과 4학년인 동화 당선자 이진하 씨(24)는 신춘문예 당선이라는 졸업 선물을 받게 됐다. 지난해 12월 대산대학문학상 동화 부문에 당선된 그는 걸출한 수상 경력을 안고 사회에 나서게 됐다. “엄마와 칼국수를 먹다가 당선 전화를 받았어요. 깜짝 놀라 젓가락을 내려놓았는데 손이 덜덜 떨리더군요. 졸업 전에 등단이 돼서 기쁘지만 부담도 돼요. 만족하지 않고 계속 발전해 나가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시 당선자인 안미옥 씨(28)는 올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지원하기 전 서류봉투 10개를 샀다. ‘봉투를 다 사용하기 전에 꼭 등단해야 한다’고 다짐했던 것. 한꺼번에 산 봉투가 무색할 정도로 ‘작심하고 지원한’ 첫해에 당선됐다. 고등학교 때부터 시를 써온 그는 명지대 문예창작과를 거쳐 명지대 대학원 문예창작과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며칠째 낮과 밤이 뒤바뀐 생활을 하다 잠결에 전화를 받았어요. 꿈속인 것 같아 처음엔 덤덤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심장이 막 뛰었죠. 제대로 준비해 신춘문예에 응모한 것은 처음인데 매우 기뻤습니다.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깊게, 꾸준하게 시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영남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소설을 쓰고 싶어서’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 다시 입학해 졸업한 김혜진 씨(29)는 단편소설에 당선됐다. 소설 쓰는 게 생각보다 너무 괴로워서 고민도 많이 했다는 김 씨는 통보를 받고 ‘아, 이제는 어쩌지’ 하는 막연한 걱정부터 들었다고 했다. “박기동 선생님(서울예대 교수)께서 소설 안에서 인물들이 놀게 하라고 하셨는데 그게 가장 어려웠습니다. 소설과 소설 속 인물, 소설을 쓰는 저를 아주 많이 좋아하고 싶고, 성실하게 쓰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시조 당선자인 황외순 씨(44)는 지난해 말에 운이 없었다. 10여 년간 경북 경주시 외동읍에서 운영하던 미용실인 ‘내가 잘 가는 미용실’이 도시 재정비 사업으로 도로가 나면서 지난해 11월 철거됐다. 당선 통보를 받기 몇 시간 전에는 집안에 작은 화재가 났다. “안 좋은 일들이 연달아 생긴 가운데 당선 통보를 받아 더 기뻤어요.” 미용 경력 20년인 황 씨는 손님이 없는 틈틈이 미용실 한편에서 습작을 했다. 경주문예대에서 1년간 문학 기초를 닦은 것이 전부. “미용실 일을 하면서 자리를 비우기 힘들어 취미 삼아 시를 쓰기 시작한 게 등단까지 이어졌다. 즐기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일상과 동떨어지지 않은 주변 이야기, 그 속에 산재해 있는 따뜻함을 시로 풀어내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황 씨는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에도 당선돼 2관왕에 올랐다. 김영옥 씨(47)는 중편소설 당선으로 재등단하게 됐다. 4년 전 한 지역 문예지를 통해 등단했지만 청탁은 1년에 한 번 받기도 힘들었다. 다시 중앙일간지 신춘문예를 노크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단편만 쓰던 김 씨는 첫 중편에 도전했고 이번에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슬픔을 가진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단 한 줄이라도 용기를 얻는 작품을 쓰고 싶습니다.” 장르를 넘나들다 작가의 길을 걷게 된 당선자들도 있다. 영화평론 당선자인 김정(본명 김혜란·46) 씨는 서울대 동양화과, 서강대 대학원 영상학 석사를 거쳐 연세대 대학원 영상예술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미술과 영상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겸손하게’ 풀어내는 솜씨에 심사위원으로부터 “당장 평론계로 나와도 손색없다”는 극찬을 받았다. 김 씨는 “창작과 비평을 겸해온 일련의 군단(누벨바그 등)으로부터 깊은 감흥을 받아 많은 습작을 하게 됐습니다. 앞으로 치열하고, 사려 깊고, 아름다운 글을 쓰고 싶습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캐나다 유학 때 디자인을 전공하고 현지에서 애니메이터로 일했던 전호성 씨(43)는 시나리오에 당선됐다. 영화를 만들었던 그는 자연스레 시나리오에 관심을 갖게 됐고, 혼자 간직하던 글을 세상에 내보내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 생겼던 것. 귀국해 동국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 들어간 그는 시나리오와 소설 창작을 병행하고 있다. “남의 일로만 여겨졌던 게 내게도 일어나는구나 싶었어요. 사람과 사람의 관계, 그 이면에 있는 것들에 관한, 울림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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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정효씨 한국 현대사 풍자 ‘역사소설 솔섬’ 펴내

    소설가 안정효 씨(70·사진)가 한국 현대사를 풍자한 ‘역사소설 솔섬’(나남출판)을 펴냈다. ‘하얀 전쟁’ ‘은마는 오지 않는다’ 등 묵직하고 사실적인 작품들을 써왔던 그가 이번에 선보인 작품은 판타지와 역사, 정치 그리고 풍자가 어우러진 ‘희극적 비판 소설’. 그는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풍자 소설을 읽고 스스로 깨치고 웃으며 지나치는 사람도 있겠지만 화를 내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안 씨는 16년 만에 펴낸 이번 장편에 대해 “군대나 회사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그냥 계급이 올라가는데 문학은 그렇지 않은 것을 알았다. ‘나 자신을 해방시키자’라고 생각하며 즐겁게 쓴 소설”이라고 말했다. 세 권으로 나눠 펴낸 이 작품은 가상의 섬 ‘솔섬’이 점차 융기하면서 이 땅의 권력과 이윤을 차지하려는 정치인과 투기꾼, 조직폭력배들의 얘기를 다뤘다. 이들의 배신, 권모술수를 통해 한국사회를 비판한다. 시점은 2007년부터 시작해 1945년으로 되짚어가 마무리한다. 절대 선지자를 다룬 소설을 쓰려다 배경 설명으로 삽입한 정치 얘기가 너무 분량이 커져 아예 정치만 떼어내 따로 책을 냈다고 한다. ‘철새 정치인’은 실제로 하늘을 날아다니고, 떡값 2억 원을 받은 실세들은 실제 떡 2억 원어치를 먹는 벌을 받는다는 등 정치권에 대한 조롱과 비판이 가득하다. 역대 대통령과 정치인들의 실명은 나오지 않지만 그들의 행동에서 누구인지를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안 씨는 “요즘에는 정치인들이 국민보다 정치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지금 정치권의 혼란도 국민이 정치권을 쥐고 흔들며 (정치인들을) ‘훈련’시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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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류의 해 2011]한류관광에 문학한류 이어 의료한류까지…

    올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1000만 명에 육박한 가운데 한류 열풍으로 인한 관광객 유입 효과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한류 관광 활성화 대책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진단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실시한 외래관광객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 온 이유 중 10위가 ‘한류스타 팬미팅 및 촬영지 방문’(10.1%·복수 응답)인 것으로 조사됐다. 1000만 명이 한국을 찾는 점을 감안하면 100만 명 이상의 외국인이 한류 열풍과 직간접으로 연관이 있는 셈이다. 서울로 범위를 좁히면 한류 관광의 위력은 더욱 크다. 올 9월 서울시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서울을 여행지로 선택한 이유를 묻자 40.6%(복수 응답)가 ‘한류문화 체험’을 꼽았다. ‘일반 휴가차 왔다’(83.9%)는 응답에 이은 2위였다. 국내 한류 관광은 그동안 적지 않은 부침을 겪었다. 1999년 영화 ‘쉬리’ 이후 시작된 한류 관광은 2003년과 2004년 드라마 ‘겨울연가’와 ‘대장금’이 각각 일본과 중화권에서 방영되며 폭발적인 관광객 증가세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후 케이팝(K-pop·한국대중가요) 열풍이 불 때까지 새로운 ‘히트상품’을 발견하지 못해 2009년까지 침체기를 겪었다.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올해 관광객 1000만 명 시대를 연 데는 드라마와 가요로 이어지는 한류 열풍을 신속하게 관광으로 연계했던 요인이 컸다”며 “앞으론 한류를 통해 한국의 이미지를 상승시키고, 이를 통해 관광객을 유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 신경숙 소설 美 돌풍-한강 日호평… 공지영-김애란도 각국과 출판계약 ▼2011년은 한국 문학이 세계 출판계에서도 당당히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한 해였다. 특히 정부 주도가 아니라 작가가 직접 에이전시를 통해 해외 출판사들과 계약해 책을 선보이고 성공했다는 점에서 한국 문학 수출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Please Look After Mom)’는 4월 미국에서 출간 당시 초판 10만 부를 찍으며 화제를 모았고,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양장본 소설 부문 14위까지 오르며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함께 받았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31개국과 판권 계약도 맺었다. 세계 최대 인터넷서점 아마존닷컴이 선정한 ‘문학·픽션 부문 올해의 책 베스트 10’, 올해 출간된 모든 책을 대상으로 하는 ‘올해의 책 베스트 100’에 각각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10월 영국 출판사 쇼트북스에 판권을 판매한 것을 비롯해 중국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 등 11개국과 출판 계약을 맺었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일본 베트남에서 이미 출간돼 평단의 호평을 받았고, 올해 국내 베스트셀러인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은 이미 프랑스 일본 중국 대만과 판권 계약을 마쳤다. 신경숙 공지영 등의 해외 진출을 이끈 이구용 케이엘매니지먼트 대표는 “올해는 한국 문학이 해외에서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준 한 해였다”며 “해외 출판사들도 한국 문학을 단순히 ‘소개’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중동 만성질환-암환자들 몰려와… 올 입국 외국인 11만명으로 급증 ▼한국관광공사가 27일 내놓은 ‘한국의료관광총람 2012’에 따르면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내한한 외국인은 2009년 6만201명에서 지난해 8만1789명으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 11만 명으로 다시 늘었다. ‘의료한류’ 붐이 불기 시작한 2000년대 후반 외국인들은 한국의 피부미용과 성형에 큰 관심을 가졌다. 이 추세는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전체의 14.0%가 피부과나 성형외과를 찾은 것. 여기에 다른 질환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13.5%가 소화기내과와 순환기내과를, 13.1%가 건강검진센터를, 9.8%가 가정의학과를 찾은 것. 대표적 사례가 최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보건청이 서울대병원에 보낸 28세 성대결절 환자다. 그는 자국에서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내년 3월 두 번째 치료를 예약한 뒤 귀국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연골 이식으로 완치가 가능하다는 답변에 환자가 매우 만족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환자 에사 무함마드 알리 씨(68)는 서울아산병원에서 식도종양수술을 받았다. 영국과 미국, 프랑스 등의 병원을 찾았지만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해 한국을 찾은 것. 이처럼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쿠웨이트, 오만 등 중동 국가들의 ‘의료한류’에 대한 관심이 높다. 중동 국가에서는 만성질환자와 암 환자가 크게 늘고 있지만 의료수준이 낮아 보건당국이 전액 의료비를 부담하면서까지 선진국에 환자를 보내고 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 2011-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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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 잊을 수 없는 ‘그날’]스릴러 소설 ‘7년의 밤’ 쓴 정유정 작가의 7월 16일

    아침부터 비가 퍼부었다. 낮게 드리운 검은 구름은 지표면에 짙은 그림자를 만들었다. 시야를 가리는 희뿌연 안개는 댐으로 가는 길을 좀처럼 내주지 않았다. 자주 드나들던 길을 이날만은 돌고 돌아 가야 했다. 기괴하고 음침했다. 댐에 다다랐을 때, 5개의 모든 수문은 입을 열고 거대한 폭포처럼 물을 뱉어내고 있었다. 아래에서 올려다본 댐의 모습은 장엄하고 충격적이었다. 짧은 탄식이 그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나왔다. ‘아! 내가 소설에 쓴 댐하고 똑같구나.’ 올해 한국 문단은 40대 새 스타 작가를 배출했다. 장편소설 ‘7년의 밤’(은행나무)을 펴낸 소설가 정유정(45). 3월 출간된 ‘7년의 밤’은 21만 부가 판매되며 그의 이름 석 자를 문단만이 아니라 대중의 뇌리에도 확실히 새겼다. 순문학과 장르문학의 경계를 허물며 장르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문단의 평가를 받았고, 출판인들의 모임인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선정한 ‘올해의 책’ 대상 수상작으로도 선정됐다. 작품은 심야에 한 소녀를 승용차로 치고 우발적으로 호수에 유기한 뒤 점차 미쳐가는 사내, 그리고 딸을 죽인 범인의 아들에게 복수를 감행하는 피해자 아버지의 숨 막히는 대결을 그렸다. 사고 당시와 7년이 흐른 뒤의 현재를 넘나들며 밀도 있게 전개되는 이 스릴러 소설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작가가 건설한 거대한 ‘세령호’ 댐이다. 사건의 시발점인 교통사고가 댐의 우회도로에서 벌어졌고, 범인을 둘러싼 팽팽한 조사가 펼쳐지거나 수문이 열려 마을이 수몰되는 아비규환이 펼쳐지는 곳도 세령호다. 세령호 댐의 실제 모델은 전남 순천시 주암면에 있는 주암댐. 작가는 2년여의 구상과 집필 기간 동안 한 달에 한두 번 이곳을 찾았지만 소설 속 세령호처럼 ‘음침하고 기괴한’ 댐의 모습을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출간 넉 달여가 지나 한 방송사 인터뷰를 위해 주암댐을 찾았을 때 그는 ‘세령호의 환영’을 봤다. 7월 16일이었다. “잔뜩 낀 먹구름 탓에 한낮인데도 밤처럼 컴컴하고, 폭우에 수문이 모두 개방돼 물이 콸콸 쏟아졌지요. 그렇게 살벌한 모습의 댐을 본 것은 처음이었어요. 제가 상상속으로 만들어낸 세령호가 바로 눈앞에 있는 듯했습니다.” 작가가 한 해를 보내며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은 베스트셀러가 된 날도, 1억 원의 영화 판권 계약을 맺은 날도 아니었다. 자신이 만든 가상의 세계가 현실로 구체화된 장면을 본 순간 작가는 큰 충격과 감흥에 빠져들었다. “음산하고 살벌한 세령호와 너무 똑같아서 놀라기도 했지만 한편 기뻤어요. 제가 그만큼 작품 속에서 호수를 사실적으로 그려낸 것 같아서요.” 중환자실 간호사 출신인 작가는 2007년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로 세계청소년문학상을, 2009년 ‘내 심장을 쏴라’로 세계문학상을 받았다. ‘7년의 밤’은 수상 타이틀 없이 출간해서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이번 작품은 어떻게 봐줄까, 내심 걱정이 많았죠. 호평이 많아서 기뻤지만 당장 차기작이 걱정이군요. 다음번에는 ‘작살나지’ 않을까, 우려가 들었어요.” 2년에 한 번꼴로 장편을 내온 작가는 10월 차기작 집필에 들어갔다. 전남 신안군 증도에 한 달 넘게 칩거해 ‘이마를 쥐어짜며’ 이미 초고의 3분의 2를 마친 상태. 인수(人獸)공통전염병이 돌아 폐쇄한 한 도시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팽팽하게 그렸다. “아직 보충취재도 더 해야 하고, 제 스타일이 쓰고 수정하는 작업을 반복하기 때문에 내년은 작품 보강에만 매달려야 할 것 같아요. 2013년 3월쯤에는 내놓을 수 있을 것 같아요.”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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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문학]‘잔혹극의 창시자’ 삶의 궤적을 추적하다가…

    앙토냉 아르토(1896∼1948). 프랑스의 극작가이자 배우, 그리고 초현실주의 시인인 그의 희곡은 대사나 연기뿐 아니라 조명과 음향 등의 총체적 결합으로 관객을 집단적 흥분 상태로 끌고 간다. ‘잔혹극의 창시자’라고 불리며 연극사에 한 획을 그었지만 평생 정신병에 시달리다 요양원에서 숨을 거둔다. 작품은 불행한 삶을 살았던 천재 극작가 아르토의 행적을 쫓는 경제일간지 문화부 여기자 임현준과 아르토 연구자 박동주의 궤적을 그렸다. 임현준은 특집 기사 ‘현대인의 내면 풍경-광기의 역사’를 위해 아일랜드와 프랑스를 찾아 아르토가 남긴 흔적을 찾고, 박동주의 해설을 듣는 동안 아르토의 광기 어린, 하지만 지극히 순수한 예술혼에 끌린다. 연락이 끊긴 아버지와 먼저 세상을 떠난 옛 남자친구 등으로 깊게 파인 임현준의 내재적 상처가 다른 상처 입은 영혼인 아르토의 삶과 맞닿으며 점차 치유되는 과정을 잔잔히 그려낸다. 아르토가 반 고흐의 죽음에 대해 “그가 미친 것이 아니라 미친 사회가 그를 궁지에 몰아가 결국 자살시켰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임현준 또한 아르토에 대한 세상의 편견에 대해 이렇게 항변한다. “아르토에 대한 이해는 바로 잔혹에 대한 오해로부터 시작한다. 아르토의 잔혹은 차마 눈뜨고 못 볼 처참한 장면 등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부서지는 에메랄드빛 순수의 파도 앞에서까지 현실을 이야기해야 하는 것, 그게 잔혹이다.” 연극뿐만 아니라 미술, 문학,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와 그에 얽힌 뒷얘기들을 양념처럼 집어넣어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킨다. 프랑스 극작가 장 주네, 한국 연출가 이윤택 등의 작품이 공연되는 서울 대학로 풍경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점도 눈에 띈다. “우리는 거짓으로 이루어진 환경에서 태어나고, 살아가고, 죽는다”를 비롯해 아르토가 남긴 명문들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임현준의 현재와 과거, 박동주의 번역서, 아르토의 이야기 등이 매끄럽게 전환되지는 않는다. 종종 눈에 띄는 에세이 같은 느슨한 서술들은 소설적 긴장감을 떨어뜨린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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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과학]‘지적 설계론’에 대한 반박

    진화론을 부정하고 창조론을 지지하는 미국의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은 ‘지적 설계론’을 주장한다. ‘생명은 조상 없이 완전한 형태로 출현한다’ ‘종 사이의 진화는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게 그들의 생각. 이는 이름만 바꾼 창조론이다. 미국의 과학자 16명이 지적 설계론을 반박하며 진화론의 과학적 증거들을 제시했다. 수많은 화석, 자연 환경에 맞춰 스스로를 변화시킨 동식물, 그리고 생물의 지리적 분포 등을 통해 진화론의 타당성을 역설한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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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착한 일은커녕 사고만 쳤으니… 그래도 산타가 선물 주시겠지?

    생일과 어린이날, 그리고 크리스마스는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날. 갖고 싶었던 것들을 선물 받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럼 차이점은 무얼까. 생일과 어린이날은 엄마 아빠로부터 선물을 받지만, 크리스마스에는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을 받는다는 것. 아이들은 머리맡에 몰래 선물을 두고 가는 산타 할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잠을 안 자려고 졸린 눈을 비비다 깜박 잠이 들고, 대개 눈을 뜨면 성탄절 아침이다.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산타 할아버지로부터 편지를 받는다면 어떨까. 책의 시작은 꼬마 요정 우체국이 보낸 한 통의 편지로 시작된다. 산타 할아버지는 착한 일을 많이 한 친구들에게 선물을 주겠다며 올 한 해 동안 해온 착한 행동을 알려달라고 꼬마 마이클에게 편지를 보낸다. 마이클은 선물을 받기 위해 급히 엄마 아빠 돕기에 나서지만 도움은커녕 사고만 치게 된다. 마이클은 점점 조바심이 난다. 익히 알고 있는 크리스마스 선물 얘기를 산타클로스와 마이클이 주고받은 편지 형식으로 풀어내 색다르다. 산타클로스가 엄마 아빠와 주기적으로 통화를 한다거나 꼬마 요정들이 북쪽 나라에 살고 있는 산타클로스에게 편지를 전해준다는 발상도 아기자기하다. 무엇보다 마이클이 사고를 치면서 반성하고 스스로 받고 싶은 선물을 마지못해 줄이는 설정이 귀엽고 사랑스럽다.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대화하기에 좋은 책. 산타 할아버지가 보낸 ‘착한 일 테스트’를 함께 풀며 아이들과 함께 올 한 해를 돌아볼 수 있다. 크리스마스 선물 얘기로 자연스레 이어가면 좋을 듯하다. 그런데 마이클은 선물을 받았을까.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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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국권상실기 한국詩의 발자취

    “시편들의 높낮이가 심한 편이고 동일한 시편에서도 자갈과 구슬이 마구 섞여 있는 형국이다. 그런데도 몇 편의 시는 우리 시의 최고 경지를 보여 주고 있으며, 언뜻 서투르고 미숙해 보이는 시편도 범접하기 어려운 특유의 위엄과 깊이를 갖고 있다.” 책 속 만해의 시를 평가한 부분이다. 50년 넘게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1920∼1945년 한국 근대시의 궤적을 정리했다. “국권 상실기에 모국어의 놀라운 세련 능력이 이뤄진 것은 한국 시의 긍지요 위엄”이라고 당시 시단을 꿰뚫어본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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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내가 겨울 속에 있을때, 아내는 봄 속에 있었다

    익숙했던, 그리고 확신했던 모든 것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질 때. 오래도록 내가 살던 이 땅을 불현듯 떠나고 싶고, 한 번도 가지 않은 이국의 어디쯤에 나의 진정한 삶이 있을 것만 같을 때. 이럴 때는 말없이 길을 떠나야 한다. 작품은 존재와 시간, 그리고 공간의 혼돈 속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두 남자의 여정을 그렸다. 교통사고로 아내와 두 아이를 잃고 한순간에 삶의 좌표를 잃어버린 40대 중년 남자 이연은 대학 선배가 있는 독일로 떠난다. 선배로부터 20세기 고고학자 이무가 쓴 ‘이무(李無) 혹은 칸 홀슈타인의 기록-1902년 봄에서 1903년 겨울까지’의 번역서를 건네받은 이연은 한 세기 전에 살았던 그에게서 동질감을 느낀다. 한국을 떠나 독일로 온 이연처럼 이무도 독일을 떠나 아직 발견되지 않은 고대 도시인 하남을 찾아 떠나기 때문이다. 작품은 시공간을 뛰어넘은 두 남성의 여정을 교차시키며 탄탄히 나아간다. 또한 이무가 하남으로 가는 길에 만난, 도시와 이름이 같은 여성인 하남은 두 남자의 닫혔던 마음의 눈을 뜨게 만든다. 하남에 왔을 때 하남은 말한다. “사람들은 신대륙을 발견하는 공간 여행은 사실이라 여기면서 시간 여행은 믿지 않는다”고. 이무는 깨닫는다. 같은 시간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도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실은 전혀 다른 시간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이 기록을 읽은 이연도 깨닫는다. 아내와 나는 같은 시간을 보냈어도, 내가 겨울 속에 있을 때 아내는 봄 속에 있었을 수 있다는 것을…. ‘그때였다. 갑자기 나는 이 사원 터가 폐허가 아닌, 지금 존재하고 있는 사원인 것 같다는 착각에 빠져들었다. 저 여자가 걷는 곳에 있는 긴 사각형의 주춧돌 사이로 돌담이 올라오고, 그 돌담 사이에 창문이 만들어지고….’ 작가는 고대 도시의 환영을 통해 시공간의 경계를 허물어 버리고, 확고했던 현실 인식을 느슨하게 만든다. 상상력은 윤회까지 확장된다. 아내를 잃은 이무는 여운이 있는 글을 남긴다. ‘나는 다시 태어나고 싶다, 너에게로 가기 위해. 그리고 누군가 이 기록을 읽는 사람이 있다면 다시 태어난 나일 것이다.’ 이연뿐만 아니라 독자들에게, 그리고 작가 스스로에게 보내는 말이기도 하다. 작가 또한 한국을 떠나 20년째 독일에서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뮌스터대 고고학 박사과정을 마친 작가가 들려주는 고고학 얘기도 흥미롭다. 미지의 도시나 낯선 유럽의 거리에서 실존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전하는 작가는 스스로에게 묻고 답한다. “나는 어디에 있을까? 그 대답을 나는 아마도 영원히 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는 늦가을. 비 오는 서울 밤거리를 오래 걷다가 얼마나 이곳은 나에게 낯선가, 생각했지. 그런데도 얼마나 익숙한가, 라고도 생각했어. 이 두 극 속에 우리가 있는 곳과 우리가 동경하는 곳이 있지 않을까, 싶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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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쿤데라의 모든 것, 15권에 묶어

    체코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밀란 쿤데라(82)의 전집. 1975년 프랑스에 정착한 쿤데라의 신작은 주로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를 통해 단행본 행태로 나왔을 뿐 전집으로 묶인 적은 드물다. 쿤데라의 장편소설, 단편집, 에세이, 희곡 등을 15권의 책으로 구성했다. 이번에 ‘농담’ ‘삶은 다른 곳에’ ‘웃음과 망각의 책’ ‘불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등 5권이 먼저 나왔고, 내년 1월부터 홀수 달에 한 권씩 출간해 2013년 7월 전집을 완성할 계획이다. 전집에 포함된 에세이 ‘어느 만남’(2012년 3월 출간 예정)과 희곡 ‘자크와 그의 주인’(2013년 출간 예정)은 국내에 처음 번역되는 작품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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