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장서가 어디 갔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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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장서가 선정 기준 1000권으로 낮췄는데
접수 20일 넘도록 신청 全無… 마감 31일로 연장

각종 매체의 등장으로 ‘올드 미디어’가 된 책. 게다가 전자책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종이책은 집안을 좁게 만드는 천덕꾸러기가 된 듯하다. 하지만 요즘도 책장을 가득 메운 ‘책의 향기’에 취한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장서가(藏書家)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이달 말까지 ‘2012 모범장서가’ 신청을 받는다. 종이책의 가치를 아는 애독가들을 격려하는 대회로 1964년 처음 시작됐다. 대한출판문화협회장상 1명, 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 이사장상 1명을 각각 선정해 상장과 100만 원어치 도서상품권을 준다. 장려상 3명에게는 각각 30만 원어치 도서상품권을 준다.

인터뷰를 통해 장서가의 책 사랑을 살펴보기도 하지만 첫 번째 선정 기준은 도서 보유량이다. 세부 기준도 있다. 직업적으로 책과 가까운 교수와 작가, 종교단체의 임원급 인사는 지원할 수 없다. 잡지와 만화책, 제본한 책들도 뺀다. 아동도서가 전체의 20%를 넘어서도 안 되고, 선대부터 내려온 책들도 제외된다.

이 대회의 취지는 ‘본인’이 ‘취미’로 ‘다수’의 종이책을 구입한 사람을 찾자는 것인데 요즘 이런 사람이 있을까. 2000권을 신청 기준으로 했던 지난해에는 단 7명이 신청해 4명이 상을 나눠 가졌다.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이 2만370권으로 최다 도서를 기록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보다 많은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올해 신청 기준을 지난해의 절반인 1000권으로 내렸다. 시대 변화를 감안해 ‘장서가의 기준’을 하향 조정한 것이다. 하지만 그 많던 장서가가 이젠 다 사라져서일까. 접수를 시작한 지 20여 일이 지났지만 아직 신청자가 없다. 협회는 마감일을 24일에서 31일로 연장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장서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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