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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악을 써서 저게 최순실이 맞나 싶었어요. 민주주의니 뭐니 하더니 자식이 어쩌고 손자가 어쩌고 하는 얘기가 들리기에 성질이 확 튀어나와 버렸어.” 26일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의 환경미화원 임모 씨(65·여)는 전날 오전 강제 구인되던 최순실 씨(61·구속 기소)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장면을 지켜보며 분노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래서 세 차례 “염병하네”라고 맞받아쳤다는 것이다. 임 씨는 “그저 화가 나서 내뱉었다. 최순실의 뻔뻔한 모습을 보고 너무 열불이 나서 한마디 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임 씨는 당시 자신만 화를 낸 게 아니라고도 했다. 당시 현장에 함께 있었던 동료 역시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최 씨를 향해 “지랄하네. 미쳐서 지랄하네”라고 큰 소리로 비난했다는 것이다. 임 씨는 “그 언니가 먼저 소리 지르고 나는 나중에 한마디만 한 건데 내 말만 (취재진에) 녹음이 됐다”고 말했다. 또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다. 카메라가 옆에 있는 줄도 몰랐다”고 설명했다. 임 씨는 자신이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화제가 된 사실을 오후 뒤늦게 알았다. 관련 기사를 본 아들이 전화를 걸어 “혹시 엄마 아니냐”고 물어서 알게 됐다는 것. 이후 지인들로부터 “시원하다” “잘했다” 등 칭찬 전화가 여러 통 걸려왔다고 한다. 임 씨는 “우리 아들이 ‘어머니 잘하셨어요. 요즘 답답한데 사이다 발언 한 방 잘 날리셨어요’라고 했다”며 “요즘 젊은 사람들도 그런 거 보면 속 안 상하는 사람 있겠어요? 직장인이라면 다 그렇게 생각할 거예요”라고 말했다. 또 “‘염병하네’는 전라도에서 많이 쓰는 말인데, 어떻게 감히 그러느냐는 뜻이에요. 있는 사람이 더한다더니 어이가 없더라고요”라고 설명했다. 임 씨는 “그런데 우리 신랑은 ‘너 혼자만 국민이냐’며 ‘뭘 나서서 난리냐’고 뭐라고 하더라고요”라며 웃었다. 임 씨는 최 씨에 대해 “키도 짧고 체구도 작은데 통도 크지. 사람이 죄를 지으면 고개를 숙이고 죄송하다고 하든가, 말을 하지 말아야 하는데 떠들더라고요. 자기가 무슨 민주주의를 찾고 난리야. 이 나라를 혼란스럽게 해놓고. 안 그래요? 지금까지 여기(특검에) 온 사람 중에 저렇게 소리 지르는 사람은 처음 봤어요”라며 혀를 내둘렀다. 특검 사무실이 있는 빌딩의 관리회사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인 임 씨는 이달 초부터 특검 사무실 3개 층과 언론사 취재진이 있는 2개 층을 청소하고 있다. 매일 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3시까지 근무한다. 두 아들과 손자를 둔 임 씨는 최 씨보다 네 살 많다. 그는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누구라도 그 자리에서 한마디 했을 거예요. 온 국민이 분노하는데 저 혼자 자기 자식 손자를 찾아요?”라며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국회 청문회에서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K스포츠재단 운영 개입을 폭로했던 노승일 재단 부장이 24일 최 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청와대가 위증을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최 씨는 법정에 들어서면서 노 부장을 노려봤고, 휴정 때도 째려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 씨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 공판에서 노 부장은 “지난해 검찰 조사를 받기 전 안 전 수석의 보좌관으로부터 ‘(수사) 대응 문건’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노 부장은 “대응 문건에는 미르재단 직원들과 정동구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이 (검찰에서) 조사받은 내용이 담겨 있었다”며 “‘이런 질문에는 이렇게 대답해라’ ‘잘 모르면 기억이 안 난다고 해라’는 내용의 ‘모범 답안지’였다”고 밝혔다. 그는 또 “검찰에서 사실대로 말하면, 그 내용이 청와대에 올라갈 것 같아서 제대로 진술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 정동춘 “최순실 반대로 이사장 사퇴 못해” 이날 재판에 노 부장과 함께 증인으로 출석한 정동춘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56)은 “재단을 만든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통해 기업들로부터 거액의 협찬을 받으려면 대통령 정도의 권력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며 “최 씨가 단독으로 기업 돈을 걷는 일을 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판에선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진 뒤 전경련 측이 미르·K스포츠재단의 통합을 추진하면서 정 전 이사장에게 사퇴를 요구했지만, 당시 독일에 머물던 최 씨의 반대로 무산된 사실도 확인됐다. 정 전 이사장은 “독일에서 최 씨가 전화를 걸어와 ‘왜 전경련이 시키는 대로 (사의를 표명)했느냐’며 화를 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정 전 이사장과 안 전 수석의 지난해 10월 13일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통화 중 정 전 이사장이 “VIP(박 대통령)께서 ‘최 여사(최순실)’에게도 (재단 통폐합 관련) 이야기를 전달해 주시면 안 되겠느냐”고 말하자 안 전 수석은 “최 여사 부분은 (박 대통령이) 저한테 얘기한 적도 없고 저도 잘 모르는 부분이다. 아마 대통령께서 (최 씨에게) 전달했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검찰은 정 전 이사장에게 ‘(안 전 수석 발언이) 최순실에 대해 얘기하지 말라는 뜻이었냐’고 물었고, 정 전 이사장은 “안 전 수석이 ‘최 여사 이야기하지 마라. 대통령에게 (최순실) 이야기하는 것도 금기다’라고 말했다”고 답했다. ○ 노승일 “최순실과 고영태는 수직적 관계” 노 부장은 “K스포츠재단에 이사회가 있지만, 모든 이사가 최 씨를 거치지 않으면 선임이 안 됐다”며 “이사회는 유명무실한 기구였고 업무와 자금 집행 등도 모두 최 씨의 지시로 이뤄졌다”고 증언했다. 노 부장은 “최 씨가 지난해 2월 측근들과 회의를 하며 ‘K스포츠재단을 1000억 원 규모로 늘릴 수 있게 기업 출연금을 받아낼 기획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또 한때 최 씨의 측근이었던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와 최 씨의 관계에 대해 노 부장은 “사장과 직원 관계, 수직적 관계 그 이상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에 대해 “내연관계로 추측된다”는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48·구속 기소)의 헌법재판소 증언을 반박한 것이다. 이날 재판에서 최 씨 측은 검찰의 ‘함정 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최 씨 측 변호인은 노 부장에게 “검사가 당신을 조사하면서 ‘목소리를 듣고 싶다’며 최 씨와의 통화를 녹음하게 한 것이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노 부장은 “통화는 (검찰청이 아니라) 경기 오산에서 녹음한 것”이라고 부인했다. 최 씨의 변호인이 ‘검찰청에서 녹음한 것 아니냐’고 재차 추궁하자 노 부장은 “이 자리에서 그냥 나가야 하나. 내가 진실되지 않게 보이냐”며 반발했다. 재판부는 노 부장이 제출한 최 씨의 ‘포스트잇 메모’를 증거로 받아들였다. 메모에는 ‘5대 거점 종합 스포츠클럽’ ‘포스코 스포츠단 창설 계획’ 등 최 씨가 노 부장에게 내린 구체적인 업무 지시가 적혀 있다. 이에 최 씨 측은 “포스트잇이 어떻게 작성돼 노 부장한테 전달됐는지 모르겠는데 황당하다”며 “재단 운영에서 사익을 추구한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권오혁 hyuk@donga.com·김민 기자}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된 법조 브로커 이동찬 씨(45·구속 기소)로부터 수사 무마 대가로 뒷돈을 받은 경찰 간부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서울방배경찰서 구모 경정(50)에게 징역 5년과 벌금 1억 원, 추징금 8900만 원을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고위 경찰공무원으로서 공정하고 청렴하게 업무를 처리해야 하지만 뇌물을 받는 등 범행의 경위, 수뢰액, 직위 및 업무 관련성 등에 비춰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했다. 또 "부하 경찰관을 법조 브로커에게 소개해 뇌물을 받게 하는 등 또 다른 범죄를 유발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구 경정은 서울강남경찰서에 근무할 당시 이 씨로부터 유사수신업체 이숨투자자문 송창수 대표에 대한 수사를 잘 해달라는 청탁과 함게 2015년 6월부터 8월까지 3차례에 걸쳐 6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검찰은 구 경정에게 송 씨의 유사수신 행위를 수사하라고 지휘했지만 구 경정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만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구 경정은 2015년 10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부하 경찰에게 송 씨 등을 위한 수사 관련 청탁을 하는 대가로 이 씨에게 7차례에 걸쳐 2900만 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김민기자 kimmin@donga.com}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이 검찰의 미르·K스포츠재단 수사를 앞두고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상근부회장(58·사진)에게 ‘청와대는 관련 없다’는 취지의 허위 진술을 종용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와 안 전 수석의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이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검찰 조사와 국정감사 등을 앞두고 안 전 수석으로부터 허위 진술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재단과 관련해 청와대가 개입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허위 진술을 해달라고 안 전 수석으로부터 부탁받았다”며 “국감 전에도 전화해 ‘대기업 주도로 모금한 것이라고 말하라’고 압박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국감에서 ‘검찰 수사 중이라 답변할 수 없다’고 답하겠다고 하니 안 전 수석이 ‘좋은 아이디어’라며 칭찬했고, 국감이 끝난 뒤에는 ‘잘했다’는 전화도 걸어왔다”고 설명했다. 허위 진술을 지시하는 내용이 적힌 메모도 법정에서 공개됐다. 이 부회장은 ‘수사팀 확대, 야당 특검 전혀 걱정 안 하셔도 되고. 새누리 특검도 사실상 우리가 먼저 컨트롤하기 위한 거라 문제없다. 모금 문제만 해결되면 전혀 문제없으니 고생하겠지만 너무 걱정 말라’고 적힌 쪽지도 공개했다. 이는 이 부회장이 검찰 조사 전날인 지난해 10월 27일 전화를 받지 않자 안 전 수석이 자신의 보좌관을 통해 전달한 메모다. 이 부회장은 “이번 일로 전경련이 해체를 앞두게 된 것을 반성하기 위해 지갑에 쪽지를 넣어 다녔다”고 말했다. 안 전 수석이 증거 인멸을 지시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 부회장은 “안 전 수석이 ‘압수수색에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로 2차례 전화해서 직원에게 지시해 (내) 휴대전화를 전문 파기업체에 맡겼다”고 진술했다. 이에 안 전 수석 측은 “휴대전화를 교체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 이 부회장이 스스로 파기한 것”이라고 부인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재단 운영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지시한 내용도 공개됐다. 이 부회장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관해 언론이 의혹을 제기하자 안 전 수석이 두 재단을 해산하고 통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며 “동일한 지시 방안을 ‘VIP(박 대통령)로부터 받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안 전 수석이 전화로 ‘VIP가 (재단 출연금) 300억 원이 적다, 500억 원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청와대가 먼저 증액을 제안했다고 주장했다.권오혁 hyuk@donga.com·김민 기자}
“대통령께서 국정운영을 잘해 보려는 마음에서 하신 일이고 저도 보좌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8·구속 기소)은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에게 청와대 문건 등을 유출했다고 인정했다. 정 전 비서관은 검찰의 공소 사실을 인정하면서 “마치 나쁜 일을 한 것처럼 ‘공모’라는 말을 들으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최 씨에게 문건을 건넨 것은 맞지만 나쁜 뜻으로 한 일은 아니라는 것. 또 최순실 씨의 태블릿PC에서 발견된 청와대 문건에 대해서도 “내가 최 씨에게 보낸 문건들이 맞다”고 시인했다. 정 전 비서관의 변호인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인정하며 큰 틀에서 대통령 지시가 있었던 점도 인정한다”며 “다만 ‘공모관계’에 대해서는 재판부가 판단해 달라”고 말했다. 한편 박 대통령 측 탄핵심판 대리인단 이중환 변호사는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의 업무수첩을 근거로 작성된 검찰 조서 등에 대한 증거 채택을 취소하라”며 헌법재판소에 이의신청을 냈다. 헌재는 재판관 회의에서 이 문제를 결정할 방침이지만, 17일 내린 증거채택 결정을 뒤집을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우세하다.김민 kimmin@donga.com·배석준 기자}

17일 처음으로 같은 법정에 선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와 조카 장시호 씨(38·구속 기소)는 서로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한국동계영재센터 사업 구상을 긴밀하게 협의하며 기업 압박을 공모해 거액을 지원받은 혐의를 받고 있지만 법정에 선 두 사람 사이엔 냉기가 흘렀다. 장 씨는 최 씨를 외면한 채 등을 돌려 앉기도 했다. 재판 내내 최 씨는 굳은 표정이었지만 장 씨는 웃는 얼굴로 검찰 관계자에게 인사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정 농단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최 씨는 사업 수완이 뛰어난 장 씨를 신뢰했고, 장 씨는 사실상 최 씨의 지시에 따라 사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이 결정적으로 갈라서게 된 배경은 최근 장 씨가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최 씨의 태블릿PC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최 씨는 당시 변호인을 접견한 자리에서 “이게 또 어디서 이런 걸 만들어 와서 나한테 덤터기를 씌우려 하냐. 뒤에서 온갖 짓을 다한다”며 장 씨를 향한 분노를 표출했다. 태블릿PC엔 최 씨 모녀가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은 상세한 과정 등 새로운 범죄 사실을 드러내는 이메일이 담겨 있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재판의 핵심은 최 씨와 장 씨 중 누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실질적으로 운영했는지를 밝히는 것이었다. 바로 그 사람이 삼성과 그랜드코리아레저(GKL)를 압박해 18억2000만 원을 지원받은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의 주범이기 때문이다. 장 씨는 최 씨와 공모했다고 밝혔지만 최 씨는 “영재센터 설립 취지에 공감해 조언하고 도와줬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최 씨는 또 서류를 증거라고 제시하며 “장 씨가 영재센터의 실질적 오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검찰 측은 “영재센터와 관련된 중요한 결정은 장 씨가 아니라 최 씨가 했다는 것을 앞으로 증인 신문에서 입증하겠다”고 반박했다. 장 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고 최 씨는 굳은 표정을 풀지 못했다. 이날 최 씨는 수의를 입고 법정에 나왔지만 장 씨는 어두운 남색 코트의 사복 차림이었다. 장 씨 측 변호인은 “장 씨가 자신이 수의를 입은 모습을 어린 아들이 언론을 통해 볼까 봐 걱정했다”고 설명했다. 권오혁 hyuk@donga.com·김민 기자}
7세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뒤 시신을 훼손해 3년간 냉장고에 보관한 부모에게 중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16일 살인과 사체훼손 유기 은닉 등 혐의로 기소된 최모 씨(35)에게 징역 30년 및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 3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공범인 어머니 한모 씨(35)는 2심에서 징역 20년을 받은 뒤 상고하지 않았다. 최 씨는 2012년 10월 경기 부천시의 자택 욕실에서 18kg가량인 당시 7세 아들을 실신할 때까지 때리고 며칠 뒤 사망하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한 씨는 아들을 폭행하진 않았지만 학대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실신한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숨질 때까지 방치했다. 같은 해 11월 부부는 대형마트에서 구입한 흉기로 시신을 훼손하고 일부를 집 근처 공중 화장실이나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렸다. 또 일부는 집 냉장고 냉동실에 보관했다. 부부의 끔찍한 범행은 지난해 1월 교육당국이 장기결석 학생을 전수 조사하는 과정에서 3년 만에 드러났다. 앞서 2심에서 재판부는 “최 씨는 아들이 불과 만 2세일 때부터 식탐을 부린다는 등의 이유로 폭행·학대했다”며 “어린아이의 잘못을 어른의 잣대로 평가해 가혹하게 처벌하는 것은 정상적인 훈육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처벌이 두려워 이를 숨기기 위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엽기적 방법으로 사체를 손괴했다”며 “잔인하고 무자비한 범행을 일반인의 감정에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면서 중형을 선고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최순실 씨(61·구속 기소)가 박근혜 대통령의 권한과 영향력을 배경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사익을 챙긴 사실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최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직원에게 박 대통령 침실의 인테리어를 손보도록 하는가 하면 고위 공무원 인사 관련 보고서도 작성하게 하는 등 청와대의 모든 일을 직접 챙겼다. 또 박 대통령이 ‘미르재단’의 자금을 그의 아버지를 기리는 ‘박정희기념관’ 사업에 쓰려 했다는 사실도 재판을 통해 드러났다. ○ 최순실 “어디라도 납품 도와주겠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검찰은 최 씨가 자신의 지인이 운영하는 KD코퍼레이션이 현대자동차에 납품을 하는 데 도움을 준 과정을 상세하게 밝혔다. KD코퍼레이션은 최 씨의 딸 정유라 씨(21)의 초등학교 친구 아버지 이종욱 씨가 운영하는 회사다. 최 씨는 이 씨의 부인 문모 씨와 학부모 모임에서 만나 오랜 친분을 맺어 왔다. 검찰 조서에 따르면 문 씨는 “최 씨가 2012년 대선 직후 굉장히 기분이 좋아 보여 주변에서 ‘로또 당첨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할 정도였다”고 진술했다. 문 씨는 “그 무렵 모임에서 시어머니에게 꾸중을 들은 얘기를 하며 짜증을 냈더니 최 씨가 ‘(남편) 회사 어디에 납품하고 싶으냐.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고 했다”며 “그 이야기를 듣고 최 씨가 대통령과 친하다고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문 씨는 또 “최 씨가 ‘시댁에 기 한번 살려 준다’며 청와대 로고가 찍힌 선물과 청와대 시계를 갖다 준 적도 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최 씨의 청탁을 현대차 측에 전달했고, 그 결과 KD코퍼레이션은 2015년 2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현대차에 10억5000만 원 상당을 납품할 수 있었다. 박 대통령 주변의 작은 일들을 최 씨가 챙기며 사실상 청와대의 ‘안주인’ 역할을 한 사실도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조서를 통해 확인됐다. 최 씨가 소유한 건물을 관리하는 회사 직원 문모 씨는 검찰에서 “최 씨의 지시로 두 차례 청와대에 들어가 박 대통령의 침실을 수리했다”고 진술했다. 문 씨는 “처음에는 대통령 침실의 선반 위치를 조정하고 커튼을 달고, 샤워꼭지를 교체했다”며 “두 번째 방문 때는 전등을 갈고 서랍 고치는 일을 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가장 사적인 장소인 침실조차 청와대 직원 대신 최 씨 손에 맡긴 셈이다. ○ “최순실 차명 회사에서 고위 공무원 인사안 작성” 최 씨의 측근이 관세청 고위 공무원 인사 관련 보고서를 작성해 보관한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은 이날 최 씨의 차명 회사 ‘더운트’ 직원 류모 씨의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던 ‘국가비상사태(북핵 실험) 중 고위 공무원 기강문제 건’이라는 문건을 공개했다. 류 씨가 2016년 초 작성해 최 씨에게 보고한 이 문건에는 “관세청 차장은 외부에서 인선하는 게 타당하다”며 “기획재정부도 (외부 인선을) 좋아할 것으로 판단됨”이라고 적혀 있다. 또 “○○국장 자리에는 관세청 내부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성실하며 우호적인 L 국장이 적임자”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후 인사에서 L 국장의 인사는 문건 내용대로 이뤄졌다. 최 씨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자신이 설립한 회사 더블루케이를 지배하는 지주회사를 만들려 한 정황도 공개됐다. 이날 검찰이 공개한 ‘신규 법인 인투리스 조직 구조안’에 따르면 인투리스라는 지주회사 밑에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더블루케이가 계열사로 돼 있다. 이 문건 역시 관세청 인사 문건을 작성한 ‘더운트’ 직원 류 씨가 만들었다. ○ 박 대통령 “미르재단, ‘박정희기념관’ 사업 참여” 박 대통령이 ‘박정희기념관’ 사업에 미르재단을 참여시키라고 지시한 정황도 드러났다.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의 보좌관 김모 씨가 작성한 ‘대통령 지시사항 이행 상황’ 문서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지난해 3월 14일 안 전 수석에게 “좌승희 박정희기념재단 이사장, 미르재단 등과 논의해 (박정희기념관) 홀로그램 미디어 등의 재정비 방안을 강구하라”는 등 미르재단의 사업에 대해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다. 이 문서에는 “기념관 리모델링 계획 수립 완료 후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대통령민정수석실이 주관하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최 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미르와 K스포츠재단은 대통령의 공익적 정책에 따라 전경련과 협의해 설립됐다”며 “검찰이 같은 증거에, 다른 판단을 하는 것은 우리 정부 권력을 권위주의 정권으로 보는 ‘인식의 동굴’에 갇혀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또 “차은택 씨나 고영태 씨가 두 재단에 직책은 없었지만, 측근들을 자리에 앉혀 일을 도모하려 했다”며 둘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최 씨는 공판 마지막에 웅얼거리는 목소리로 “재판을 진행하면서 진실이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권오혁 hyuk@donga.com·김민 기자}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의 범인 김모 씨(35)가 항소심에서도 징역 30년을 선고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상주)는 12일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 씨의 항소심 선고에서 검찰과 김 씨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1심의 징역 30년 형을 유지했다. 치료감호와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도 그대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1심과 양형조건의 변경이 없고 범행의 중대성, 범행 대상의 불특정성, 그로 인한 사회적 불안감의 발생 정도 등을 볼 때 징역 30년이 너무 무겁거나 가볍다고 인정되지 않는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 씨 측은 항소심에서 "범행 당시 정신질환으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을 상실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범행 당시 피해망상 등 정신 질환으로 심신미약 상태였던 점은 인정하지만 범행 경위나 내용, 수단과 방법, 범행 후의 정황 등 여러 사정과 정신감정 결과를 모두 종합해 봐도 심신상실 상태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 씨는 지난해 5월 17일 오전 1시경 지하철 강남역 10번 출구 근처에 있는 한 주점 건물의 공용화장실에서 처음 본 여성 A 씨(당시 23세)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범행 당시 김 씨가 여성을 노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여성 혐오' 범죄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김 씨의 정신상태를 감정한 끝에 '조현병(정신분열증)'이 원인이라고 결론 내렸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부터 기업체 모금까지 깊숙이 관여했고, 이후 개입 사실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한 정황 증거가 11일 법정에서 대거 공개됐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 씨 등의 2차 공판에서 검찰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및 강요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최 씨 등의 혐의를 뒷받침할 관계자들의 진술과 통신 자료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 “재단 설립부터 증거 인멸까지 조직적 개입” 검찰이 이날 공판에서 공개한 안 전 수석과 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의 지난해 10월 13일 통화 내용에서는 안 전 수석이 최 씨 등과 양 재단의 설립, 운영과 해산까지 전 과정을 주도하며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날 공개된 통화 내용에 따르면 안 전 수석은 정 이사장에게 “양 재단의 효율적 운영과 야당의 문제 제기 때문에 재단을 해산하고 통폐합할 예정이니 협조해 달라. 통합하면 직원들을 고용 승계할 것이고 이런 내용은 대통령에게도 보고하고 진행하고 있다. 대통령도 최 여사(최순실 씨)에게 이미 말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이 미르재단 운영에 개입한 정황도 공개됐다. 검찰이 공개한 진술조서에 따르면 김형수 전 미르재단 이사장은 “차은택 씨가 지난해 3월 말 전화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에 대해 조사를 했다”고 진술했다. 안 전 수석 등이 관계자들의 ‘증거 인멸’을 지휘한 정황도 드러났다. 조서에 따르면 김 전 이사장은 “차은택이 전화를 해서 ‘전경련이 추천했다고 언론에 말해야 한다’고 했다. 안 전 수석 역시 재단 이사진 선임을 내가 했다고 했으면 좋겠다고 여러 차례 전화했다”며 “(안 전 수석 측이) 통화 기록을 조심하라는 말에 통신사 대리점을 방문해 휴대전화를 공장 초기화했다”고 진술했다. ○ ‘안종범 업무수첩’ 증거능력 논란 안 전 수석은 이날 공판에서 자신이 직접 작성한 17권의 업무수첩 사본을 증거로 채택하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 안 전 수석의 변호인은 “업무수첩은 검찰이 안 전 수석 본인이 아니라 김모 보좌관의 증거인멸 교사 혐의에 대한 영장으로 압수했기 때문에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자필로 기재한 증거도 거부하는 초유의 상황”이라며 “어떻게든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거가 법정에 제출되는 것을 막고, 그것이 헌법재판소로 가는 것도 막으려는 의도”라고 반발했다. 그동안 검찰 수사에서 “(업무수첩은) 대통령의 지시를 그대로 받아 적은 것”이라고 진술해 온 안 전 수석이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은, 특검이 박 대통령과 최 씨에게 뇌물죄를 적용하려는 움직임과 연관돼 있다. 특검이 삼성전자의 최 씨 모녀에 대한 70억 원 지원을 뇌물로 보고 그 과정에 개입한 박 대통령에게도 뇌물 혐의를 적용하면, 안 전 수석은 뇌물죄의 공범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 안 전 수석은 뇌물의 중간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따라서 안 전 수석은 형량이 높은 뇌물죄를 피하기 위해 업무수첩 사본의 증거 채택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능성은 낮지만 만약 안 전 수석의 수첩이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되지 않을 경우 헌법재판소의 박 대통령 탄핵심판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탄핵심판에서도 박 대통령의 뇌물 의혹이 중요한 쟁점이기 때문이다.권오혁 hyuk@donga.com·김민·김지현 기자}
최순실 씨(61·구속 기소)가 측근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48·구속 기소) 등을 앞세워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 포레카 지분 강탈을 시도했을 때, 박 대통령이 이 일에 깊숙하게 개입한 사실이 10일 법정에서 공개됐다. 박 대통령은 해외 순방 중에도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에게 전화를 걸 정도로 이 문제를 적극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차 전 단장,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59) 등의 첫 공판에서 검찰은 ‘특별 지시사항 관련 이행 상황’이라는 제목의 청와대 경제수석실 작성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에는 2015년 10월 안 전 수석이 포레카 매각 진행 상황을 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용이 담겨 있다. 안 전 수석은 이 문건에 자필로 ‘강하게 압박하고 동시에 광고물량 제한 조치’라고 포레카에 대한 구체적인 압박 방안도 적어 놓았다. 이날 함께 공개된 안 전 수석의 검찰 조서에 따르면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으로부터 “(포레카가) 대기업 계열사로 넘어가면 문제가 될 수 있으니 권오준 포스코 회장에게 연락해 대기업에 다시 매각되는 일이 없도록 살펴보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대통령은 2015년 9월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했을 때, 국내에 있던 안 전 수석에게 전화를 걸어 “지난번 말했던 포레카 매각이 여러 가지 문제가 있으니 권 회장과 연락해 문제 있는 걸 바로잡아 보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안 전 수석의 휴대전화를 분석한 결과, 그는 포레카 매각 협상 중 권 회장과 네 차례 직접 만나고 수차례 통화한 사실도 드러났다. 한편 차 전 단장이 송 전 원장에게 “좌편향 인사를 색출하라”고 지시한 사실도 이날 공개됐다. 검찰이 공개한 송 전 원장의 진술조서에 따르면 송 전 원장은 검찰 조사에서 “진흥원장에 취임하기 전부터 차 씨가 ‘진흥원 내부에 좌편향 세력이 있을 테니 색출하라’고 이야기했다”고 진술했다. 차 전 단장과 송 전 원장 등은 최 씨의 지시를 받아 포스코로부터 포레카를 인수한 컴투게더 대표 한모 씨에게 “회사를 넘기지 않으면 세무조사를 받도록 하겠다”고 협박해 회사 지분을 빼앗으려 한 혐의(강요 미수) 등으로 기소됐다.권오혁 hyuk@donga.com·김민 기자}

박근혜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5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2차 변론기일에서 강도 높은 수사와 비유를 동원하며 박 대통령을 적극 변호했다. 박 대통령 측은 ‘장외 여론전’을 염두에 두고 전통적 지지 세력을 결집하려는 듯, 탄핵 찬성 촛불집회도 강하게 비판했다.○ 박 대통령 측 “언론 선동에 민주주의 위협받아” 대리인단 측 서석구 변호사는 “촛불집회 주도 세력은 ‘민중총궐기 투쟁본부’이며, 집회에 내란을 선동한 이석기를 석방하라는 조형물이 등장했다”며 ‘촛불 배후설’을 제기했다. 서 변호사가 “북한 노동신문이 남조선 언론을 정의의 대변자라 칭송하고, 김정은의 명령에 따라 남조선 인민들이 횃불을 들었다고 보도했다”며 발언 수위를 높이자 같은 대리인단 소속 변호사가 나서 서 변호사를 말리기도 했다. 국회의 탄핵안 가결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서 변호사는 “소크라테스도 재판에서 독약을 받고 예수도 십자가를 졌다”며 “‘다수결의 함정’을 선동하는 언론 때문에 민주주의가 대단히 위험해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통령 측은 검찰과 특별검사팀 간부들의 전력을 거론하며 수사의 공정성도 문제 삼았다. 서 변호사는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은 노무현 정부 사정비서관 출신”이라며 “특검 수사팀장(윤석열 부장검사)도 노무현 정권 때 특채로 임명된 유일한 검사”라고 말했다. 하지만 윤 검사는 변호사로 활동하다 2003년 2월 공식 임관된 것은 맞지만 김대중 정부 후반 심상명 법무장관 특채로 검찰에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 씨 지인 회사인 KD코퍼레이션의 현대자동차 납품을 도와줬다는 의혹을 변론할 때는 고 육영수 여사의 일화도 등장했다. 대리인단 측 이중환 변호사는 “박 대통령은 육 여사로부터 ‘대통령에게까지 온 민원은 마지막 부탁이므로 절대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철학을 직접 경험했다”며 “박 대통령은 중소기업의 애로를 들어주려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평소 민원을 들으면 꼭 메모해서 도와주려 했고, 다른 사람에게 지시한 뒤에는 메모를 해두고 결과를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 ‘세월호 7시간’ 자료도 제출 안해 ‘지연 전략’ 헌재는 박 대통령 측에 ‘세월호 7시간’ 행적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대리인단은 제출 기한인 이날까지 자료를 내지 않았다. 헌재 이진성 재판관은 지난해 12월 22일 탄핵심판 첫 준비기일에서 박 대통령 대리인단에게 “세월호 사건 당일 7시간 동안 박 대통령이 어디에 위치했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봤는지 시각별로 밝혀 달라”고 주문했다. 국회 측의 탄핵 사유 중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통령의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소명 자료를 요구했던 것. 당시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5일까지 소명 자료를 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대통령 측 이중환 변호사는 5일 헌재에 출석해 “아직 자료를 준비 중”이라며 자료 제출 일정도 밝히지 않았다. 헌재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 측이 ‘세월호 7시간’ 행적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것과 안봉근, 이재만 전 청와대 비서관 등의 증인 불출석이 ‘탄핵심판 지연 전략’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최순실 씨(61)의 딸 정유라 씨(21)에 대해 덴마크 올보르 지방법원으로부터 긴급 인도 구속 결정을 받았다고 3일 밝혔다. 긴급 인도 구속은 도주 우려가 있는 범죄인의 구속을, 범죄인이 머물고 있는 해당 국가에 요청하는 제도다. 정 씨에 대한 긴급 인도 청구서에는 정 씨가 범죄 수익을 은닉한 자금 세탁 혐의와,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은 제3자 뇌물 혐의, 그리고 이화여대에서 입학과 학사에 특혜를 받은 혐의를 현지법에 따라 강요죄 등으로 재구성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 정유라 압송 방안 3가지 정유라 씨가 언제쯤 한국에 들어올지는, 일단 정 씨가 어떤 선택을 할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2월 말로 1차 수사기한이 끝나는 특검은 정 씨가 최대한 빨리 한국으로 돌아오기를 원하고 있다. 가장 간단하고 신속한 방안은 정 씨의 자진 귀국. 특검 관계자는 “정 씨가 덴마크 현지에서 어린 아들(2)을 돌볼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자진 귀국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검은 물론 독일 현지 검찰이 정 씨 모녀의 범죄 수익 은닉(자금세탁) 혐의 수사를 상당히 진행한 상태라는 점도, 정 씨에게는 귀국 시기를 늦추는 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는 게 특검의 판단. 두 번째 방안으로 정 씨가 자진 귀국을 거부할 것에 대비해 특검은 외교부를 통해 정 씨의 여권 무효화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다른 변수가 없다면 정 씨의 여권은 이달 10일 무효화된다. 다만 여권이 무효화돼도 정 씨가 곧바로 덴마크나 유럽을 떠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정 씨는 2018년 말까지 유효한 비자를 갖고 있기 때문에, 덴마크 정부가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계속 현지에 머물 수 있다. 특검은 덴마크 정부가 여권이 무효화된 정 씨를 추방하길 기대하고 있다. 만약 정 씨의 추방도 성사되지 않는다면 세 번째 방안으로 특검은 범죄인 인도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한국과 덴마크 양국 정부의 공식 채널과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정 씨의 범죄 혐의가 소명되더라도 정 씨의 신병을 실제로 넘겨받을 때까지 최소 4주가량이 걸린다. 정 씨가 범죄인 인도 절차에 불복해 현지 변호인을 선임해 소송을 내면서 정 씨 압송이 장기화되면 특검은 정 씨를 조사하지 못한 채 수사를 종결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정 씨 수사는 검찰로 넘어가게 된다. 때문에 특검은 유관기관을 통해 정 씨가 소송을 낼 뜻이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 정유라, 자금 세탁 혐의 특검은 이화여대 부정 입학 및 학사 비리 등의 업무 방해 혐의에 더해 정 씨가 독일에서 자금세탁에 관여한 혐의를 수사 중이다. 정 씨는 덴마크 현지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독일에서 세무사를 쓰면서 세금을 다 냈다”라고 말했다. 정 씨가 자신의 자금세탁 연루 의혹을 벗기 위한 대응 방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검은 또 정 씨에게 공문서 위조 및 행사 혐의를 추가로 적용하기 위해 법리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씨는 2014년 청담고를 다닐 당시 허위로 ‘승마 국가대표 훈련을 받기 위해 학교에 출석할 수 없다’는 내용의 대한승마협회 공문을 학교에 제출해 공결 처리를 받았다. 한편 변호인을 통해 정 씨의 체포 소식을 전해들은 최 씨는 구치소에서 크게 슬퍼하며 울음을 터뜨린 것으로 전해졌다. 최 씨는 검찰 수사 때와 달리 딸을 향한 특검의 수사망이 좁혀지자 자주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전해졌다.김준일 jikim@donga.com·신나리·김민 기자}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실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명단을 문화체육관광부 측에 전화로 통보한 정황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확보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특검은 또 조윤선 문체부 장관이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해 국회에 출석해서 “블랙리스트를 모른다”고 부인한 조 장관을 위증 혐의로 고발해 달라고 국회 측에 요청했다. ○ 증거 안 남기려 전화로 지시 문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통령교문수석실은 정부 예산 지원 대상에서 배제해야 할 단체와 인사 명단을 문체부에 수시로 전화로 전달했다. 청와대가 명단을 문서로 만들어 내려보냈다가 외부로 유출될 경우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흔적이 남지 않는 구두 지시를 했다는 이야기다. 문체부는 예산 집행 과정에서 청와대의 지시를 이행하는 데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문서로 리스트를 만들어 보관했는데, 특검이 확보한 ‘블랙리스트’가 바로 이 문서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문체부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조사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이 사실임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 “조윤선, 블랙리스트 알았다” 리스트 작성 과정의 전모를 확인한 특검은 당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었던 조 장관이 이 같은 상황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조 장관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등에 출석해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적도, 작성을 지시한 적도, 본 적도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하지만 특검은 조 장관이 정무수석일 때 수차례에 걸쳐 정무수석실이 예산 지원 배제 대상 명단을 교문수석실을 통해 문체부에 전달한 사실을 확인했다. 따라서 조 장관이 문체부가 작성한 문건 형태의 블랙리스트를 직접 보지는 않았더라도 최소한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몰랐다”는 발언은 위증이라는 것이 특검의 판단이다. 적어도 정무수석실이 작성한 블랙리스트가 교문수석실을 거쳐 문체부에 전달돼 어떤 식으로 활용됐는지 조 장관이 알 수밖에 없었다는 게 특검의 생각이다. 특검의 위증 고발 요청 소식을 전해 들은 조 장관은 1일 문체부 간부에게 “블랙리스트는 모른다. 특검에서 사실관계를 밝혀 줄 것이다”라며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조 장관과 함께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정관주 전 문체부 차관에 대해서도 위증 혐의로 고발해 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특검은 국회 위증이 민의를 대표하는 입법부를 무시한 처사라고 보고 강력하게 수사하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 특검, 오늘 송광용 전 교문수석 소환 특검은 블랙리스트 수사와 관련해 지금까지 정 전 문체부 차관, 김상률 모철민 전 교문수석,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 용호성 주영국 한국문화원장,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김낙중 주로스앤젤레스총영사관 한국문화원장을 차례로 소환 조사했다. 피의자 신분인 김낙중 원장은 블랙리스트 작성 논의가 물밑에서 이뤄질 시기에 정무수석실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특검은 또 문체부 예술정책과에 근무한 A 서기관 등 실무진도 소환해 블랙리스트 작성 경위를 조사했다. A 서기관은 실무 차원에서 리스트를 직접 관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2일 송광용 전 교문수석을 소환 조사한다. 또 조만간 송수근 신임 문체부 차관을 불러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송 차관은 문체부 기획조정실장 등을 지내며 예산 집행을 담당하면서 블랙리스트 작성에도 개입했을 것이라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하지만 송 차관은 블랙리스트 연루 의혹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특검은 송 차관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블랙리스트 관련 정보를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특검, ‘최순실 인맥 추적’ 프로그램 활용 특검은 최순실 씨 국정 농단 사건에서 ‘대포폰’(차명 휴대전화)이 다수 등장하는 점을 감안해 전화 통화 정보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사람 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트레이서 추적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통화 빈도와 통화 시간의 유사성, 통화 연결 대상 우선순위 등을 분석해 인맥 지도를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2012년 대선 당시 불거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에서도 활용됐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비서관 등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인물 다수가 “최 씨를 모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인물들의 전화 정보를 이 프로그램으로 분석하면 해당 인물과 최 씨의 관계를 드러내는 새로운 정보가 나올 것으로 특검은 기대하고 있다. 김준일 jikim@donga.com·김민 기자}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을 공원이나 길가에 대기시켰다가 차로 픽업해 각종 지시를 내린 정황이 재판에서 드러났다. 최 씨가 직권남용죄의 구성 요건상 ‘민간인’ 신분일 뿐이어서 김 전 차관 등 고위 공직자에 대한 압력을 행사할 수 없었다는 변론에 맞서 검찰이 공개한 사실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29일 열린 김 전 차관과 최 씨의 조카 장시호 씨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은 “최 씨의 지위를 이해하는 것이 국정 농단 사건을 풀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최 씨는 장 씨가 운전하는 차를 한강 둔치, 서울 강남구 대치동 노상으로 몰고 간 뒤 근처에서 미리 대기하던 김 전 차관을 태워 차 안에서 지시했다”며 구체적인 공모 정황을 공개했다. 현직 차관을 길가에 서 있게 할 만큼 최 씨의 영향력이 막강했다는 것. 이어 외국 대사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카드와 함께 선물한 기념품이 최 씨 집에서 발견됐다며 이 물품들을 박 대통령과 최 씨의 밀접한 관계를 입증할 증거로 냈다. 김 전 차관은 최 씨의 조카 장 씨가 설립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여 원을 후원하도록 삼성을 압박한 배후로 박 대통령을 지목했다.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의 업무수첩에 2015년 7월 박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과 독대한 정황이 기재된 메모를 근거로 들었다. 또 최 씨 회사인 더블루케이가 문체부 산하 카지노업체 그랜드코리아레저(GKL)에 요구한 80억 원대 용역계약 역시 박 대통령과 최 씨의 공모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차관의 변호인은 “국민께 속죄하는 마음으로 진실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안 전 수석 등이 최 씨에 대해 모르쇠 전략으로 나간 것과 달리, 김 전 차관이 최 씨 관련 비위의 증인을 자처함으로써 박 대통령 및 고위 공직자들과 공모 관계를 전면 부인해 온 최 씨의 방어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최 씨는 이날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대신 나온 최 씨의 변호인은 “김 전 차관에게 영재센터 후원 기업을 물색해 달라고 도움을 구한 적은 있지만, 특정 기업이나 금액을 정해 강요한 적은 없다”며 직권남용 공모 사실을 부인했다. 또 김 전 차관이 기업들을 협박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김 전 차관의 ‘과잉 충성’으로 몰았다. 반면 장 씨는 “삼성에 후원금 지원을 요구한 혐의를 인정한다”며 개입을 부인한 최 씨와 엇갈린 진술을 했다. 한편 19일 공판준비기일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던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변호인을 새로 선임하고 박 대통령과 공모한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이 비밀누설 증거로 낸 최 씨의 태블릿PC를 적법하게 입수한 것인지 문제 삼았다. 최 씨와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에 대한 첫 공판은 내년 1월 5일, 김 전 차관과 장 씨의 첫 공판은 같은 달 17일 열릴 예정이다.신동진 shine@donga.com·권오혁·김민 기자}
일본의 유명 고미술상 집에 침입해 감정가 240억 원어치의 조선시대 도자기 등을 훔쳐오도록 사주한 인물이 14년 만에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김후균)는 고미술 판매업자 정모 씨(64)를 강도교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8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정 씨는 2002년 2월 문화재 절도범인 김모 씨로부터 '요즘 형편이 어려우니 작업할 곳을 알아봐 달라'는 말을 듣고 일본의 유명 고미술상이자 도자기 소장가인 S 씨의 집 주소를 알려주며 강도 범행을 사주한 혐의다. 정 씨는 김 씨에게 "일본 도쿄에 있는 S라는 사람이 값나가는 우리나라 도자기를 여러 점 소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문화재를 찾아와야 되지 않겠느냐. 네가 그것을 빼앗아 오라"며 범행을 부추겼다. 김 씨는 같은 해 5월 도쿄 S 씨 집에 침입해 당시 집에 있던 그의 아내를 폭행하고 과도로 위협해 끈으로 묶은 뒤 지하실에 있던 도자기 18점을 훔쳐왔다. 김 씨가 가져온 도자기는 모두 조선 백자와 고려 청자였다. 이 중에는 왕실에서 사용했던 감정가 150억 원 상당의 '이조염부오조용호(李朝染付五爪龍壺)'도 있었다. 전체 감정가 240억 원으로 추정되는 이 도자기 대부분은 시중에 유통됐고 S 씨가 상당수를 다시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범행은 2003년 지역 도자기 비엔날레 행사 도록에 수록된 18세기 '백자소문대병' 사진을 우연히 본 S 씨가 경찰에 강도 사건을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경찰에 붙잡힌 김 씨는 2011년 9월 강도상해 혐의로 징역 5년형을, 여권을 위조해 출입국한 혐의(공문서위조 등)로 징역 6개월형을 선고받았다. 정 씨는 절도 혐의의 공범이기도 하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강도 교사 혐의로만 기소됐다. 이달 초 제보를 하겠다며 검찰에 임의 출석한 정 씨는 수사 결과 혐의가 드러나 처벌을 받게 됐다. 검찰은 훔쳐온 도자기 중 17점을 15억 원에 사들여 시중에 유통하고 그중 한 점을 자신의 집에 숨겨 보관한 고미술 판매업자 김모 씨(60)를 문화재 보호법 위반 혐의로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이 대우조선해양의 5조7000억 원대 분식회계(회계 사기)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상무이사 엄모 씨 등 회계사 3명과 안진회계법인을 공인회계사법 위반 및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들은 대우조선해양을 감사하면서 ‘이중장부’나 매출을 부풀리는 등의 행위를 묵인한 혐의다. 또 감사조서에서 문제 될 내용을 고의로 누락하거나 회계원칙에 반하는 논리를 개발해 제공하는 등 대우조선해양의 회계 사기에 적극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안진회계법인의 파트너 회계사인 엄 씨는 2013년 대우조선해양이 공사 예정 원가를 고의로 축소해 매출을 부풀렸음에도 이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감사보고서에 ‘적정 의견’을 허위로 기재했다. 검찰은 회계법인의 구성원이 법률 위반 행위를 할 경우 법인을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에 따라 안진회계법인도 기소했다.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금융 당국이 징계에 나설 가능성도 커졌다. 금융감독원은 검찰 수사와 자체 감리 결과를 토대로 최고 등록 취소의 중징계를 내릴 수 있다.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측은 “검찰이 법인을 기소한 건 근거가 없다고 믿는다. 대우조선해양 감사 업무에 있어 어떤 위법 사실도 없었다”고 반발했다.김민 kimmin@donga.com·이건혁 기자}
201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국가정보원 심리전단의 댓글 활동을 외부에 알려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상욱 씨(53)의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27일 국정원 내부정보를 누설한 혐의로 기소된 김 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김 씨는 1990년 국정원에 채용돼 2009년 6월 30일 퇴직한 뒤 정계 진출을 위해 2011년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후 문재인 대선 후보 캠프에서 일하면서 당시 국정원에 재직 중이던 정모 씨(52)와 함께 국정원 심리전단 내 사이버활동 부서의 조직과 편제에 관한 정보를 수집했다. 김 씨는 이후 국정원 직원을 미행해 문 후보의 낙선을 위한 사이버활동이 이뤄진 현장을 발견하고 민주당과 언론사에 제보했다. 김 씨는 이로 인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검찰은 김 씨가 2012년 12월 일간지 인터뷰를 통해 국정원 직무 관련 사항을 공표하고 국정원 현직 직원인 것처럼 당직실에 전화해 심리전단 직원들의 주소를 알아낸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로 추가 기소했다. 1심 판결은 "김 씨가 국정원 직원들의 개인정보를 누설하고 활동 현황을 공표한 것은 비난받을 여지가 있다"며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사건 당시 퇴직한 상태인 김 씨가 국가안보와 관련한 중요한 정보가 아닌 사실을 국정원장 허가 없이 공표했다고 해서 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김 씨를 돕기 위해 내부정보를 유출한 정 씨에게는 원심과 같이 벌금 100만 원이 확정됐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이용일)는 서울동부지검 소속 마약수사관 이모 씨(51)를 자신이 수사한 마약 전과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 등)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 씨는 2004년 5월 의정부지검에서 박모 씨(55)를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으로 체포해 조사한 뒤 같은 해 7월 그가 집행유예로 출소하자 먼저 만나자고 제안해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 후 박 씨는 2007년 8월, 2010년 12월 같은 혐의로 수감생활을 했고 이 씨도 이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 향후 마약 사건으로 수사를 받는 등 어려운 일이 생기면 도움을 주겠다는 명목으로 2011년 12월부터 박 씨 소유의 골프회원권을 사용해 20여 차례 골프를 쳤다. 이 씨는 이로 인해 1700여만 원의 이득을 봤으며 박 씨로부터 20만 원 상당의 한우갈비세트도 6차례 받았다. 박 씨는 뇌물공여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이 씨는 무등록대부업체를 운영하는 이모 씨(48)에게 대부자금 총 1억8000여만 원을 2011년 8월부터 올해 9월까지 40번에 걸쳐 빌려주고 이자로 8000여만 원을 돌려받은 혐의(대부업법 위반 방조)도 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49)과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53)에 관한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구고검장)이 4개월 만에 해산한다. 윤 고검장은 26일 서울중앙지검에서 기자들과 만나 "특수팀이 수사해오던 각종 사안은 서울중앙지검에서 계속 수사하되 외부에서 파견된 검사는 27일 원소속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다. 8월 23일 김수남 검찰총장 직보 체제로 구성된 특수팀은 우 전 수석의 △넥슨코리아와 강남역 인근 땅 거래 의혹 △가족회사 '정강'의 자금 유용 의혹 △아들의 의경보직 특혜 의혹과 이 전 특감의 감찰 내용 누설 의혹 등을 수사해왔다. 이들에 대한 최종 처분은 우 전 수석에 관한 고발 건을 접수한 서울중앙지검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윤 고검장은 밝혔다. 특수팀은 우 전 수석 아들의 의경보직 특혜 의혹, 부동산 거래 의혹 등에 대해서는 조사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 전 수석의 가족과 이 전 특감의 감찰 내용 누설 의혹에 관련된 언론인들의 소환 조사가 어려워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전 특감과 우 전 수석 부부는 조사했지만 우 전 수석의 아들은 소환에 응하지 않아 서면 조사로 대신했다. '4개월간의 수사 결과가 초라하다'는 지적에 대해 윤 고검장은 "그런 평가를 받아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발생하고 특검이 출범하는 상황이 돼 부득이하게 이런 결정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지금까지 수사해 온 내용들은 철저히 열심히 했다. 수사 결과가 초라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특수팀은 우 전 수석에 관한 수사 기록 일부를 특검에 넘겼다. 우 전 수석은 최순실 씨(60·구속 기소)의 국정 농단을 묵인·방조한 의혹을 받고 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