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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출입구곳곳에 붙은 ‘최근 중국을 방문하신 분은 병원 출입을 금한다’는 안내문이 눈에 띄었다. 또 응급실 앞에는 ‘중국 방문 후 발열 또는 호흡기 이상 증상이 발생한 분은 안으로 들어오시기 전 인터폰을 눌러주시길 바란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내과 접수창구에는 무인접수기 사용이 아예 중단됐다. 그 대신 직원이 일일이 중국 방문 여부를 묻고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확산되면서 국내 대형병원들도 비상이 걸렸다. 5년 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겪었기에 초기부터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당시 슈퍼 전파자 1명이 82명을 감염시켰던 삼성서울병원을 비롯해 주요 병원마다 응급실 출입이나 진료 접수 과정에서 환자와 보호자 확인을 강화했다. 국내에서는 아직 우한 폐렴 확진 환자가 추가로 나오지 않고 있다. 20일 확진 판정을 받은 중국인 여성 A 씨(35)가 유일하다. A 씨는 아직 격리 치료 중이다.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발열 증세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유증상자(우한 폐렴과 비슷한 증세를 보인 환자) 21명도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22, 23일에도 “감염이 의심된다”는 자진 신고가 계속 이어졌지만 우한 폐렴과는 관련이 없었다. 보건당국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인 데다 잠복기가 최장 14일 안팎이라 검역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여전히 자세한 중국 정보를 확보하기가 어려운 것도 위험 요인이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역학조사관을 중국 베이징으로 보냈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사태 당시 질병관리본부장을 맡았던 이종구 서울대 의대 교수는 “메르스와 사스를 겪으면서 검역체계, 환자관리체계를 잘 만들었기 때문에 메르스 같은 상황은 벌어질 것 같지 않다”며 “하지만 해외 정보를 빠르게 파악하지 못하는 환경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송혜미 기자}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주치의이자 당뇨병 분야 권위자인 허갑범 연세대 명예교수(허내과의원 원장·사진)가 23일 별세했다. 향년 83세. 1964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고인은 군의관 복무 후 1984년부터 모교 강단에 섰다. 2003년 한국인 당뇨병 환자 183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표준 치료 지침을 개발했다. 대한당뇨병학회장을 비롯해 세브란스병원 당뇨병센터 소장, 대한동맥경화학회장, 한국성인병예방협회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1990년 당시 평민당 총재이던 김 전 대통령이 단식 투쟁으로 건강이 악화되자 직접 치료를 맡았고 그 인연으로 1998년 2월 대통령 주치의로 임명됐다. 고인은 대통령의 외국 순방이나 여름휴가 같은 일정을 빠짐없이 수행했지만 보통 때는 평소와 다름없이 일반 환자를 진료했다. 2002년 8월 정년퇴임과 함께 주치의 자리에서 물러나려 했지만 청와대 만류로 계속 김 전 대통령의 건강을 살폈다. 같은 해 허내과의원을 개원해 진료 및 연구활동을 계속했다. 고인은 1964년 의사국가시험 1등에게 주는 송촌 지석영상 등 많은 상을 받았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1997년 수상한 ‘분쉬의학상’을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분쉬의학상은 1901년부터 4년 동안 고종의 어의였던 독일 의사 리하르트 분쉬를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 고인은 과거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분쉬는 저 같은 양의(洋醫) 대통령 주치의의 원조이다. 서민을 위한 의료봉사에 힘쓰다 장티푸스에 걸려 세상을 떠난 진정한 대의(大醫)였다”고 말했다. 연세대 의대 학장이던 1996년 고인은 국내에서 가장 먼저 의학교육학과를 신설했다. 또 2001, 2002년 대통령 직속 의료발전특별위원회 위원과 교육인적자원부 의학전문대학원 추진위원장도 맡았다. 고인은 제자들을 가르칠 때 “질병만 치료하는 소의(小醫)보다 사람을 치료하는 중의(中醫), 나아가 국가를 위해 큰일을 하는 대의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항상 소탈하게 웃는 얼굴로 환자를 만나 ‘하회탈 의사’로 불렸다. 유족은 아들 진욱(약사) 병욱 씨(의사) 등 2남 1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 세브란스병원. 발인은 25일 오전 8시. 02-2227-7500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이른바 ‘우한 폐렴’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하고 중국에서 환자 폭증세가 이어지면서 ‘우한 폐렴 포비아(공포증)’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21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최근 바이러스 발생지인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으로 여행을 다녀온 워싱턴주 시애틀 인근에 거주하는 30대 남성이 우한 폐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아시아 외의 대륙에서 확진 환자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중국 당국은 22일 처음으로 홍콩에서 2명, 마카오에서 1명의 우한 폐렴 확진 환자가 발생했고 확진 환자는 대만 1명을 포함해 총 544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하루 만에 230여 명이 증가한 것이다. 사망자도 6명에서 17명으로 늘어났다. 지금까지 중국의 31개 성(省), 시(市) 가운데 23개(74%)에서 확진 또는 의심 환자가 발생했다. 리빈(李斌) 국가위생건강위원회 부주임은 기자회견에서 “바이러스의 변이 가능성이 있어 전염 상황이 더욱 확산될 위험이 있다”며 “일정 정도 지역사회 전파도 있다”고 밝혔다. 사스 사태급 대응을 천명한 중국 당국은 우한으로 가거나 우한을 떠나지 말라는 우한 여행 자제 권고령을 내렸다. 국내에서도 21, 22일 우한 폐렴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유증상자’ 6명이 발생했지만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다. 지금까지 확진 환자는 중국인 여성 A 씨(35) 한 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상황을 보고받은 뒤 “검역 및 예방 조치에 만전을 기함과 동시에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종합 점검하라”고 지시했다고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이 전했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 세종=주애진 / 전주영 기자}
21일 오후 인천 동구 인천의료원. 격리병동으로 들어갈 수 있는 외부 엘리베이터 출입구는 굳게 닫혀 있었다. 인터폰을 통해 외부인의 신원이 확인돼야만 문이 열린다. 이곳 6층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 판정을 받은 중국인 여성 A 씨(35)가 사흘째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격리병동 엘리베이터 옆 응급진료센터에는 “최근 2주 이내 여행 후 발열, 호흡기 증상이 있는 분은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한 후 응급실 내로 들어오지 말고 전화를 먼저 달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A 씨는 감염된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기압을 낮춘 ‘음압치료 격리병실’ 7개 중 한 곳에 있다. 나머지 병실은 비어 있다. 병원 관계자는 “현재는 상태가 호전돼 폐렴 소견은 없다”고 말했다. 이날 질병관리본부(질본)는 “지금까지 우한 폐렴과 유사한 증상을 보여 격리 검사를 받은 ‘유증상자’는 총 11명(A 씨 포함)”이라고 밝혔다. 하루 전에 비해 3명이 추가됐다. 이 중 2명은 의료기관 신고, 1명은 공항 검역에서 확인됐다. 21일 오후 이들의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모두 음성이었다. 앞서 다른 유증상자 7명도 음성 판정을 받아 격리 해제됐다. A 씨와 같은 항공편을 이용한 승객과 승무원 등 접촉자는 총 44명(승객 29명, 승무원 5명, 공항 관계자 10명). 이들은 △가까운 거리에서 개인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고 함께 거주한 가족 △비행기나 검역소 근무자 △비행기 동승자 △의료진 등이다. 비행기 탑승객의 경우 확진환자의 좌석 열과 앞뒤 3열 등 총 7열로 한정했다. 박혜경 위기대응생물테러총괄과장은 “비행기 내 공기 순환에 따른 전파 위험도를 전문가에게 자문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A 씨와 접촉한 사람들 가운데 9명은 이미 한국을 떠났다. 이 중 A 씨 동행자 3명은 20일 일본으로 출국했으며, 나머지 2명은 21일 오후 중국으로 돌아갔다. 나머지 접촉자 35명은 해당 보건소를 통해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질본은 “현재까지 특이한 증상을 보인 접촉자는 없다”고 밝혔다.인천=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중국과 태국, 일본에 이어 한국에서도 중국 우한(武漢)발 신종 폐렴 확진 환자가 나온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뜻한다. 사태 초기만 해도 중국 보건 당국은 “사람 간 감염이 이뤄진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확진 환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자 20일에야 ‘사람 간 전염’을 처음 인정했다. 결과적으로 중국 정부가 오판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초기 방역이 실패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염력은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제한된 범위 안에서 가족 간 전염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도 트위터를 통해 “가까이 접촉했을 때 발생하는 제한적인 사람 간 전염일 것”이라고 밝혔다. 질본에 따르면 확진 판정을 받은 중국 국적 여성 A 씨(35)는 우한 거주자로 춘제(春節)를 맞아 해외여행을 떠났다. 가족, 지인 등 5명과 함께 19일 우한을 출발해 이날 인천공항에서 일본행 비행기로 갈아탈 예정이었다. A 씨는 일본에서 다시 인천공항으로 입국해 한국을 둘러본 뒤 본국으로 돌아갈 계획이었다. A 씨가 탑승한 중국난팡항공 CZ-6079편은 19일 낮 12시 11분 인천공항에 착륙했다. 그는 탑승교를 통과하자마자 게이트 검역에서 발열 증상이 포착돼 즉시 격리검사를 받았다. 앞서 A 씨는 우한에서 출국하기 하루 전인 18일 발열과 오한, 근육통 증상을 보여 현지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지만 감기 진단을 받았다. 질본 관계자는 “A 씨가 게이트 검역 단계에서 격리돼 지역사회 노출은 없었다”며 “동행한 5명은 현재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어 바이러스 검사를 받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A 씨는 현재 인천의료원에 격리 치료 중이다. 동행자 일부는 한국을 떠났다. 질본은 A 씨가 탄 항공기에 탑승한 승객 180여 명과 승무원 명단을 파악하고 있다. 이 중 A 씨의 좌석과 근접한 승객에 대해서는 14일 동안 발열, 호흡기 증상 여부를 유선으로 확인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신종 폐렴과 유사한 증상을 보여 격리검사를 받은 이른바 ‘유증상자’는 총 7명. 이들은 바이러스 검사 결과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와 격리에서 해제됐다. 의료계에서는 우한발 신종 폐렴의 초기 확산 양상이 5년 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5, 6년을 주기로 동아시아에서 큰 전염병이 유행한다는 이른바 ‘주기설’ 관점에서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2015년 메르스가 국내에 유입돼 상당한 피해를 남겼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정보 공개에 소극적이고 춘제를 계기로 대규모 인구 이동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연휴 기간 13만 명의 중국인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선 해외로 나가려던 여행객들의 예약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국이 신종 폐렴 정보를 선택적으로 공개하고 있어 답답한 상황”이라며 “메르스만큼의 전파력을 갖고 있는지는 중국 현지 정보가 확실히 공개돼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종 바이러스는 확산 초기에는 증세가 심한 대신에 전염력이 떨어진다”며 “하지만 바이러스가 점차 인체에 적응하면 전염력이 강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전주영 aimhigh@donga.com·이미지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람 간 전염이 가능하다고 본다. 확진자가 탄 비행기에는 180여 명이 탑승했으며 전체 탑승자 명단은 파악 중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국내에서 처음으로 신종 폐렴 확진자가 나온 것은 아직 백신이 없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이미 국경을 넘었으며 앞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뜻이다. 특히 앞서 중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정보 공개에 소극적이었다는 점, 중국 춘제 연휴가 다가오며 중국인들의 대이동이 예고돼 전염병 창궐의 최적의 시기가 다가온다는 점 등 여러 악재가 겹쳤다. 애초 중국이 “동물에 의한 감염”이라고 했지만 사람 간 전파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질본은 중국당국이 공개한 환자 관련 정보를 완전히 신뢰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20일 질병관리본부는 19일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 거주하다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중국 국적의 여성 A 씨(35)가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밝혔다. 이 환자는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고열 등 관련 증상을 보여 격리돼 검사를 받았으며 현재 국가 지정 격리병상(인천의료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질본 관계자는 “A 씨가 검역단계에서 격리돼 지역사회 노출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질본은 국내에서 확진 환자가 나옴에 따라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질본에 따르면 A 씨는 중국 우한시 거주자로 입국 하루 전인 18일 발열, 오한, 근육통 등 증상이 있어 우한시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후 감기 진단을 받았다. 이번 폐렴 확산이 이뤄진 것으로 지목된 화난 해산물시장을 비롯해 우한시 전통시장을 방문한 이력은 없었으며 야생동물과 접촉하지도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A 씨와 우한시에서 함께 입국한 동행자는 5명이다. 질본 관계자는 “이들은 현재까지 증상이 없어 따로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를 받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춘절을 맞이해 우리나라와 일본을 여행하기 위해 입국한 것으로 조사됐다. 질본은 항공기에 동승한 승객과 승무원 등 접촉자를 파악 중이다. A 씨가 탑승한 중국 남방항공의 항공기에는 통상 180여명이 탑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당국이 해당 비행기에 탑승한 접촉자를 파악하면 관할 보건소가 이들에 대해 능동감시를 진행할 예정이다. 마지막 접촉일로부터 14일 동안, 1·2·7일째 유선 연락으로 발열, 호흡기 증상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달 3일 이후 신종 폐렴 증상자 신고는 늘어나고 있다. 지금까지 신고된 증상자는 총 7명으로 이 가운데 3명은 격리 중이며 4명은 독감(인플루엔자) 등으로 확인돼 격리 해제됐다. 능동감시 대상자는 총 15명 신고됐으며 이 가운데 1명은 감시 해제된 상황이다. 질본 관계자는 “확진환자에 대해 중앙역학조사관이 심층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신종 폐렴 조기발견과 지역사회 확산방지를 위해 중앙방역대책본부를 가동하고 24시간 비상대응 체계를 확대했다”고 언급했다. 아시아를 중심으로 신종 폐렴이 확산되자 의료계에서는 ‘전염병 주기설’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발생 등 약 6년을 주기로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할 질병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신종플루 기준으로는 10년이 지났고 메르스 사태 이후는 4,5년째 됐다. 뭔가 출현할 조짐이 있으며 전염병 시기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변종 바이러스 출연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김 교수는 “신종 바이러스는 사람에게 처음에는 낯설기 때문에 초기에는 심한 중증 폐렴으로 오지만 바이러스가 변이하며 인간에 적응하게 되면 전파력이 올라가게 된다”고 언급했다. 전주영기자 aimhigh@donga.com}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과 병원 고위층 사이 갈등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병상 배정 문제가 꼽히고 있다. 지난해 9월 열린 병원 내부 회의에서는 이 문제를 놓고 이 센터장과 병원 고위층이 심하게 충돌하기도 했다. 아주대 의대 교수회는 유희석 의료원장의 사과와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16일 본보가 입수한 아주대병원 회의 녹취록에는 외상센터 환자의 병상 점유 문제가 향후 상급종합병원 지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이 담겨 있다. 한 병원 고위층 인사가 “외상센터 병상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다”고 지적하자, 이 센터장은 “자꾸 우리 때문에 상급종합병원 지정에 타격이 생긴다고 (하면서) 죄책감을 주지 말라”고 강하게 항변했다. 회의에서는 닥터헬기 소음과 이에 따른 민원 때문에 환자가 줄어들 것을 우려하는 내용도 거론됐다. 의료계에서는 양측의 해묵은 갈등이 병상 배정을 계기로 폭발했다는 의견이 많다. 사실 병상 부족은 다른 권역외상센터에서도 겪는 일이다. 전문가들은 병상 부족의 가장 큰 원인으로 중증 대신 경증 환자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점을 꼽는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국 13개 권역외상센터에 입원한 환자 3만3275명 중 46.7%(1만5543명)가 경증 외상 환자였다. 국제 외상 평가기준인 손상중증점수(ISS)에 따라 흉부, 복부 등 6개 신체부위별 손상 정도를 합산해 75점 만점에 9점 미만이면 경증, 15점 초과면 중증으로 분류한다. 경증 외상 환자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목포한국병원 외상센터였다. 이곳은 전체 환자 2588명 중 65%(1682명)가 경증 외상 환자였다. 안동병원(58%), 의정부성모병원(54%), 가천대길병원(51%) 등도 전체 환자의 절반 이상이 경증이었다. 배금석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이송된 환자 중에 경증으로 판명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막상 경증 환자가 와도 다른 곳으로 보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외상센터 치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에 따르면 인천 가천대길병원 외상센터 내 중증 외상 환자 비율은 17%. 또 인천에서 발생한 중증 외상 환자가 권역 내 외상센터에서 치료받는 비율은 12%에 불과하다. 인천에서 중증 외상을 입은 환자의 88%가 인천 내 일반 병원이나 다른 지역 외상센터로 가고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응급 환자의 상태를 판단해 가장 적합한 의료기관으로 이송할 수 있는 응급 환자 분류 시스템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편 아주대 의대 교수회는 16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후배 교수에게 폭언을 해 병원의 명예를 실추시킨 유 의료원장은 이 교수와 전체 교수에게 사과하고 즉시 의료원장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유 의료원장은 현재 베트남 출장 중이며 2월 말 임기가 끝난다.위은지 wizi@donga.com·전주영·이미지 기자}

해군 훈련에 참가하고 있는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사진)이 15일 경남 진해군항을 통해 귀항한다. 최근 외상센터 운영을 둘러싸고 불거진 이 센터장과 병원 측의 갈등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14일 해군에 따르면 15일 오전 구축함인 문무대왕함이 진해군항에 입항한다. 명예 해군중령인 이 센터장은 지난해 12월 중순 문무대왕함에 승선해 태평양에서 실시된 해상 훈련에 참가했다. 문무대왕함에서는 휴대전화 등 개인 통신수단 사용이 불가능하다. 그 대신 TV 시청은 가능해 이 센터장은 자신에 대한 언론보도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센터장과 병원 측은 그동안 외상센터 운영 과정에서 크고 작은 마찰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희석 아주대의료원장이 이 센터장에게 욕설을 하는 녹취도 4, 5년 전 상황으로 알려졌다. 의료계에서는 양 측 사이 갈등이 그만큼 오랜 기간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병상 부족이 문제였다. 환자가 몰려 센터의 병상이 부족하면 본관 내 다른 진료과 병상을 이용해야 하는데 병원 측이 협조해주지 않았다는 것이 이 센터장의 주장이다. 이에 병원 측은 “755개 병상을 40개 넘는 진료과가 나눠 쓰는 탓에 본관 병상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의료계에서는 최근 권역외상센터에 중증이 아닌 경증 환자가 몰리는 걸 원인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권역외상센터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규모를 키우고 위급 상황을 넘긴 환자는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조석주 부산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전원(轉院·병원을 옮기는 것) 업무를 맡을 일종의 ‘조정센터’를 지역 거점마다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사슴 태반 줄기세포’ 캡슐을 몰래 들여오려던 밀수입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1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관세청에 따르면 세관은 지난해 7~12월 국내로 반입이 금지된 사슴 태반 줄기세포 캡슐 63만정(시가 33억 원 상당)을 몰래 숨겨 들여오려던 밀수입자 175명을 적발해 벌금을 부과하고 해당 물품을 몰수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캡슐 제조사는 “뉴질랜드 사슴의 태반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주원료로 제조했다”며 한달 분량을 50만 원에 팔았다. 밀수입자들은 “줄기세포가 온몸을 돌아다니면서 곳곳을 치료해줘 건강을 되찾아준다”고 광고했다. 식약처는 “제품의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아 국내 반입이 금지된 만큼 소비자는 제품 구매는 물론 섭취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앞서 동아일보는 지난달 25일자 기사에서 먹는 줄기세포의 효능은 과학적 타당성이 없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전주영기자 aimhigh@donga.com}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를 다녀온 뒤 폐렴 증세를 보인 30대 여성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중국 보건당국은 9일 폐렴환자 집단 발생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것이라고 발표했다. 질병관리본부(질본)는 지난해 12월 13∼17일 우한을 다녀온 중국 국적의 여성 A 씨(36)를 상대로 ‘판 코로나바이러스(Pan-Coronavirus)’ 검사를 실시한 결과 음성이 나왔다고 12일 밝혔다. 이 검사는 모든 유형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A 씨는 상태가 호전돼 11일 퇴원했다. 질본 관계자는 “원인을 알 수는 없지만 최소한 코로나바이러스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밝혔다. 질본은 중국 보건당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유전자 정보 공유를 요청했다. 하지만 중국 측은 아직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편 중국 우한시 위생건강위원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61세 남성 폐렴 환자가 9일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질본은 사람 간 전파 사례가 확인되지 않았고 3일 이후 추가 환자가 없는 점을 고려해 현재 수준의 검역 조치를 유지할 계획이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최근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집단 발병한 폐렴의 원인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우한을 다녀온 뒤 비슷한 증상으로 격리 치료 중인 국내 의심환자도 같은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과거 국내외에서 큰 피해를 낸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의 원인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일종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사무국은 9일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폐렴의 원인은 새로운 코로나 바이러스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중국 국영방송 중국중앙(CC)TV도 환자로부터 채취한 샘플을 조사한 결과 새로운 유형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아데노, 리노바이러스와 함께 사람에게 감기를 일으키는 3대 바이러스 중 하나다. 현재까지 확인된 인체 전염 코로나 바이러스는 총 6종으로, 이 중 4종은 감기와 비슷한 가벼운 증상만 일으킨다. 나머지 2종이 사스와 메르스로 심각한 호흡기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2003년 중국 본토에서만 사스로 인해 300명 넘게 사망했고,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병한 메르스는 국내로 확산돼 38명이 숨졌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소나 개, 박쥐 등 포유류나 조류로부터 전염될 수 있다. 사스와 메르스도 각각 사향고양이와 낙타에 기생하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옮겨진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질병관리본부(질본)에 따르면 국내에서 증상이 나타난 의심환자 A 씨(36·중국인)는 현재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 격리 치료 중이다. 현재 고열 등 별다른 증세 없이 안정적인 상태다. A 씨가 국내에 들어온 뒤 접촉한 가족 등 29명도 모니터링이 진행 중인데 아직 별다른 증세는 없다. 질본은 A 씨의 신체 분비물을 조사한 결과 사스나 메르스는 물론이고 자주 발병하는 4개 유형의 코로나 바이러스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질본은 현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비롯해 폐렴구균, 미코플라스마, 레지오넬라 등 병원체 8종에 대한 추가 검사를 진행 중이다. 최종 결과는 약 1주일 후 나올 것으로 보인다.이미지 image@donga.com·전주영 기자}

직장인 김한나(가명·32) 씨는 지난해 11월 독감(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하고 “올겨울 감기 걱정은 없다”고 안심했지만 착각이었다. 지난해 12월 부쩍 추워진 틈을 타 인플루엔자 A형 바이러스에 감염돼 고열과 기침에 시달리다 김 씨는 최근 병가를 냈다. 그는 “독감주사가 만능인 줄 알고 방심했는데 완전히 예방되지 않는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고 말했다. 독감 유행주의보가 발령된 지난해 11월 이후 인플루엔자 A형 바이러스 감염자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독감 입원환자는 지난해 12월 셋째 주 966명에서 마지막 주 1209명으로 30%가량 늘었다.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환자 수도 37.8명에서 49.8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겨울에는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환자 5.9명이 유행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지난해 봄에는 인플루엔자 B형 바이러스가 유행했다.○ 백신 맞아도 방심은 금물 일반인의 독감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는 “예방주사를 맞으면 감염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자 중에서도 독감환자가 적지 않게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요즘 A형 독감, 특히 H1N1이 많이 유행하고 있는데 주로 청소년이나 젊은 성인들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백신 접종자 중에서도 환자 발생이 많은 편이기 때문에 백신을 맞았더라도 안심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건강한 젊은 사람의 경우 독감 예방주사를 맞으면 70∼90%의 예방효과가 있지만 노인이나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은 예방접종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노인이나 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 환자는 독감 예방접종을 거르면 안 된다. 고위험군 환자일수록 독감을 앓을 경우 중증으로 진행하거나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경우 드물게 뇌와 간에 심한 손상을 입을 수 있는 합병증인 ‘라이(Reye) 증후군’이 나타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또 지난해 봄 독감 예방주사를 맞았다고 해서 겨울 예방접종을 건너뛰는 것은 금물이다. 독감 바이러스는 매년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기 때문에 해마다 유행이 예상되는 바이러스에 작용하는 백신을 새로 접종해야 한다. 독감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1∼4일의 잠복기가 흐른 뒤 증상이 나타난다.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조선영 교수는 “인플루엔자의 전형적인 증상은 갑작스러운 발열과 함께 기침이나 인후통이 동반하는 것이다. 무력감, 두통, 근육통, 관절통 같은 전신 증상이나 기침, 콧물, 호흡 곤란 같은 호흡기 증상, 설사, 구토 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백신 부작용 반응 땐 내원 독감 예방주사도 일반적인 약이 그렇듯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운동신경이나 감각신경 마비를 유발하는 ‘길랭바레 증후군’이 대표적. 이런 증상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병원에 빨리 방문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계란, 닭고기에 대해 과민반응이 있거나 중증 혹은 고열 등 급성 증상이 있는 경우 예방접종에 앞서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해야 한다. 경희의료원 신경과 윤성상 교수는 “이번 독감 예방주사와 관련해서는 아직 길랭바레 증후군에 대한 보고가 없지만 언제라도 발생 가능성이 있는 만큼 비슷한 증상을 보이면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독감 바이러스는 △환자와의 직접 접촉 △환자에게 오염된 주변 환경과의 접촉 △바이러스가 포함된 액체방울의 흡입 등을 통해 전파된다. 독감 바이러스는 오염된 손에서 5분, 의류나 휴지에서 8∼12시간, 금속이나 플라스틱 표면에서 24∼48시간까지 생존할 수 있다. 따라서 독감 예방주사를 맞았더라도 외출을 마치고 귀가한 직후에 비누로 손을 씻고 양치를 해야 하는 것은 필수다. 재채기나 기침을 할 때는 손수건 및 휴지, 혹은 옷소매로 입을 가리는 등 기침 예절을 지켜야 한다.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우준희 교수는 “합병증을 동반하지 않은 인플루엔자 감염의 경우에는 치료하지 않아도 3∼7일 뒤 대부분의 증상이 호전되지만 기침이나 무력감은 2주 이상 지속될 수 있다”며 “충분히 쉬면서 잘 먹고 물도 많이 마시면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A 씨(24·여)는 최근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을 느꼈다. 자신과 또 다른 상담 환자를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의혹을 받고 있는 정신과 전문의 B 씨(45)가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의 ‘왕진 시범사업’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는 B 씨가 진료실에서 벗어나 환자의 집으로 직접 찾아가 진료할 수 있다는 의미다. A 씨는 “B 씨의 면허가 취소되지 않은 것도 황당한데, 복지부가 왕진까지 허용해준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B 씨는 환자를 상대로 한 ‘그루밍(가해자에 의한 성적 길들이기) 성폭력’ 외에도 간호조무사를 성추행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11월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아동과 청소년, 장애인 보호기관의 취업도 제한된 상태다. 법원 판결 전부터 B 씨에 대한 의혹이 쏟아지자 2018년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B 씨는 환자에게 위험하니 진료를 해서는 안 된다”고 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에 권고했다. 이런 논란에도 B 씨가 계속 병원을 운영하며 진료를 할 수 있던 것은 그의 의사면허를 박탈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에 대한 명확한 징계 규정은 없다. 의료법에는 “의료인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위를 저지르면 자격을 정지할 수 있다”고만 돼 있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잇따르자 복지부는 2018년 7월 진료행위 중 성폭력에 한해 자격정지 기간을 1개월에서 1년으로 강화했다. 하지만 처벌 대상이 성폭력특례법상 강간, 강제추행, 미성년자 간음 추행 등으로 한정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타인의 신체에 대한 불법 촬영이나 진료실 밖 성범죄 등은 해당되지 않는다.○ 살인, 성폭행 저질러도 면허 박탈 안 돼 의사는 가장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받는 직업 중 하나다. 환자의 건강과 생명이 의사의 손끝과 판단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범죄, 대리 수술, 마약 투여 등 의료 윤리의 추락을 보여주는 사건은 끊이지 않는다. 그 배경에는 좀처럼 깨지지 않는 ‘철밥통’ 의료면허 시스템이 있다. 현행 의료법상 의사면허를 취소할 수 있는 경우는 △정신질환자, 마약중독자, 금치산자 △자격정지 기간 중 의료행위 △3회 이상 자격정지 처분 △면허 대여 △허위 진단서 작성 및 진료비 부당 청구 등이다. 살인이나 성폭행, 업무상 과실치사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더라도 보건당국이 면허를 취소할 수 없다. 2018년에는 한 개인병원 의사가 간호조무사를 12년 동안 성폭행하고 알몸을 불법 촬영하고도 여전히 같은 병원을 운영 중인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당시 법원이 선고한 형량은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에 그쳤다. 의사면허를 박탈하지도 못했다. 2016년에는 유명 의료재단 소속 의사가 수면내시경을 받는 환자를 유사 강간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하지만 2018년 복지부가 해당 의사에게 내린 징계는 고작 ‘자격정지 1개월’이었다. 징계가 미미하니 의사들의 성범죄는 늘어나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성범죄로 검거된 의사는 2014년 83명에서 2018년 163명으로 약 2배로 늘었다. 5년 동안 적발된 의사는 611명에 이른다. 강간과 강제추행이 539명(88.2%)으로 가장 많았고, 타인의 신체에 대한 불법 촬영으로 적발된 의사도 57명(9.3%)이었다. 하지만 이런 성범죄 의사들이 면허를 유지하는 데에는 아무 제약이 없다. 복지부에 따르면 2014∼2019년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자격정지를 당한 의사 74명 중 성범죄가 사유인 경우는 4명에 그쳤다. 이들은 성폭행과 강제추행, 불법 촬영을 저지르고도 모두 자격정지 1개월 처분만 받았다. 간호조무사 등 의사 면허가 없는 무자격자가 의사 대신 메스를 잡는 이른바 ‘유령 수술’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2018년 5월 부산에서는 어깨 수술을 받던 40대 남성이 뇌사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담당 의사는 의료기기 업체 영업사원에게 수술을 맡긴 채 20분 만에 수술실을 나갔다. 대리 수술이 근절되지 않는 것은 병원의 영리 추구 때문이다. 같은 시간에 여러 수술을 진행하거나 외래환자를 한 명이라도 더 받으려는 것이다. 의사 인력이 부족한 지방의 중소병원, 환자가 몰리는 성형외과 등에서 주로 이뤄진다. 지난해 1월에는 3년 동안 1000회 이상 쌍꺼풀과 주름제거 수술을 시행한 70대 간호조무사와 지시한 병원장이 붙잡혔다.○ 최근 10년간 면허 재교부율 97% 불법 행위를 저질러 의사면허가 취소돼도 다시 살리는 건 어렵지 않다. 면허가 취소돼도 1∼3년 안에 재교부 신청을 하면 면허를 회복할 수 있는 것이다. 2009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면허 재교부를 신청한 의사 109명 중 106명(97.2%)이 면허를 회복했다. 2명은 재교부를 검토 중이고 불허는 단 1건에 그쳤다. 재교부가 불허된 건은 산부인과 의사가 마약 성분이 혼합된 약물을 환자에게 과다 투여해 사망에 이르게 하고 시신을 야산에 유기한 데 따른 것이다. 이 의사는 최근까지도 면허 재교부를 요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면허취소가 어렵다면 성범죄 의사의 의료기관 취업을 제한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다. 2012년 개정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은 성범죄 의사의 취업 제한 기간을 10년으로 못 박았다. 하지만 2016년 헌법재판소가 이를 위헌으로 판단했다. 범죄의 중대성이나 재범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10년 동안 취업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다. 이후 여성가족부가 취업 제한 기간을 최소 6년에서 최대 30년까지 규정한 법안을 내놓았지만 의료계 반발로 ‘최대 10년’으로 조정된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취업 제한 기간은 판사가 정하도록 했고, 재범 위험성이 현저히 낮으면 취업 제한을 하지 않아도 돼 처벌 수위는 사실상 후퇴한 셈이다. 불법 행위를 저지른 의사에 대한 처벌이 약해진 것은 2000년 의료법 개정으로 의사면허를 취소할 수 있는 범죄 항목을 현 수준으로 축소하면서부터다. 그전에는 성범죄 등 일반 형사 범죄로 금고형 이상을 선고받으면 면허취소가 가능했다. 당시 정부가 의약분업 파업으로 갈등을 빚은 의료계를 달래기 위한 반대급부로 면허취소 기준을 완화해 준 것이다. 한국은 선진국보다 불법 행위를 저지른 의사에 대한 징계가 약한 편이다. 독일은 의사가 피고인이 되면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의사면허가 정지된다. 일본도 벌금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의사는 면허가 정지되거나 취소된다. 의료인의 징계 기록을 환자가 알 수 없는 것도 문제다. 미국의 뉴욕, 매사추세츠, 텍사스 등에선 범죄기록, 과실로 인한 징계 등도 환자가 알 수 있다. 캐나다도 의료과실 등의 정보를 공개한다. 전문가들은 의사면허 관리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안덕선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은 “2, 3년마다 바뀌는 공무원 서너 명이 의료인 수십만 명의 자격을 관리하고 있다”며 “동유럽과 한중일을 제외한 다수의 국가들은 정부 밖에 의사면허만 전담해서 관리하는 전문기관을 설립해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박성민 min@donga.com·전주영 기자}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원인 불명의 폐렴 환자가 집단 발생한 가운데 국내 보건당국도 검역 강화에 나섰다. 당장 우한에서 오는 입국자를 대상으로 발열 등 이상 증세에 대한 정밀조사가 이뤄진다. 질병관리본부는 “‘우한시 원인 불명 폐렴 대책반’ 등 24시간 대응체계를 가동하고 입국자 검역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질본은 우한시 방문 후 발열과 호흡기질환 증상이 있는 입국자에 대해 검역조사를 하기로 했다. 의심환자는 격리조치 후 진단검사를 시행한다. 질본은 또 우한시 화난(華南) 수산도매시장 방문 후 14일 이내 발열과 호흡기 증상이 나타난 환자, 우한시 방문 후 14일 이내 폐렴이 발생한 환자가 있을 경우 콜센터(1339)로 신고할 것을 의료기관에 당부했다. 이어 우한시 방문 일정이 있을 경우 가금류나 야생동물과의 접촉을 피하고, 시장 등 위험 장소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밝혔다. 한편 현지 매체에 따르면 3일까지 우한시에서 원인 불명의 폐렴 환자 44명이 발생했다. 11명은 중증 상태다. 중국 보건당국은 환자와 접촉한 121명의 상태를 모니터링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폐렴 발병의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A 씨(24·여)는 최근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을 느꼈다. 자신과 또 다른 상담 환자를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의혹을 받고 있는 정신과 전문의 B 씨(45)가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의 ‘왕진 시범사업’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는 B 씨가 진료실에서 벗어나 환자의 집으로 직접 찾아가 진료할 수 있다는 의미다. A 씨는 “B 씨의 면허가 취소되지 않은 것도 황당한데, 복지부가 왕진까지 허용해준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B 씨는 환자를 상대로 한 ‘그루밍(가해자에 의한 성적 길들이기) 성폭력’ 외에도 간호조무사를 성추행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11월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아동과 청소년, 장애인 보호기관의 취업도 제한된 상태다. 법원 판결 전부터 B 씨에 대한 의혹이 쏟아지자 2018년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B 씨는 환자에게 위험하니 진료를 해서는 안 된다”고 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에 권고했다. 이런 논란에도 B 씨가 계속 병원을 운영하며 진료를 할 수 있던 것은 그의 의사면허를 박탈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에 대한 명확한 징계 규정은 없다. 의료법에는 “의료인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위를 저지르면 자격을 정지할 수 있다”고만 돼 있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잇따르자 복지부는 2018년 7월 진료행위 중 성폭력에 한해 자격정지 기간을 1개월에서 1년으로 강화했다. 하지만 처벌 대상이 성폭력특례법상 강간, 강제추행, 미성년자 간음 추행 등으로 한정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타인의 신체에 대한 불법 촬영이나 진료실 밖 성범죄 등은 해당되지 않는다.● 살인, 성폭행 저질러도 면허 박탈 안 돼 의사는 가장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받는 직업 중 하나다. 환자의 건강과 생명이 의사의 손끝과 판단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범죄, 대리 수술, 마약 투여 등 의료 윤리의 추락을 보여주는 사건은 끊이지 않는다. 그 배경에는 좀처럼 깨지지 않는 ‘철밥통’ 의료면허 시스템이 있다. 현행 의료법상 의사면허를 취소할 수 있는 경우는 △정신질환자, 마약중독자, 금치산자 △자격정지 기간 중 의료행위 △3회 이상 자격정지 처분 △면허 대여 △허위 진단서 작성 및 진료비 부당 청구 등이다. 살인이나 성폭행, 업무상 과실치사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더라도 보건당국이 면허를 취소할 수 없다. 2018년에는 한 개인병원 의사가 간호조무사를 12년 동안 성폭행하고 알“을 불법 촬영하고도 여전히 같은 병원을 운영 중인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당시 법원이 선고한 형량은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에 그쳤다. 의사면허를 박탈하지도 못했다. 2016년에는 유명 의료재단 소속 의사가 수면내시경을 받는 환자를 유사 강간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하지만 2018년 복지부가 해당 의사에게 내린 징계는 고작 ‘자격정지 1개월’이었다. 징계가 미미하니 의사들의 성범죄는 늘어나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성범죄로 검거된 의사는 2014년 83명에서 2018년 163명으로 약 2배로 늘었다. 5년 동안 적발된 의사는 611명에 이른다. 강간과 강제추행이 539명(88.2%)으로 가장 많았고, 타인의 신체에 대한 불법 촬영으로 적발된 의사도 57명(9.3%)이었다. 하지만 이런 성범죄 의사들이 면허를 유지하는 데에는 아무 제약이 없다. 복지부에 따르면 2014~2019년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자격정지를 당한 의사 74명 중 성범죄가 사유인 경우는 4명에 그쳤다. 이들은 성폭행과 강제추행, 불법 촬영을 저지르고도 모두 자격정지 1개월 처분만 받았다. 간호조무사 등 의사 면허가 없는 무자격자가 의사 대신 메스를 잡는 이른바 ‘유령 수술’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2018년 5월 부산에서는 어깨 수술을 받던 40대 남성이 뇌사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담당 의사는 의료기기 업체 영업사원에게 수술을 맡긴 채 20분 만에 수술실을 나갔다. 대리 수술이 근절되지 않는 것은 병원의 영리 추구 때문이다. 같은 시간에 여러 수술을 진행하거나 외래환자를 한 명이라도 더 받으려는 것이다. 의사 인력이 부족한 지방의 중소병원, 환자가 몰리는 성형외과 등에서 주로 이뤄진다. 지난해 1월에는 3년 동안 1000회 이상 쌍꺼풀과 주름제거 수술을 시행한 70대 간호조무사와 지시한 병원장이 붙잡혔다.● 최근 10년간 면허 재교부율 97% 불법 행위를 저질러 의사면허가 취소돼도 다시 살리는 건 어렵지 않다. 면허가 취소돼도 1~3년 안에 재교부 신청을 하면 면허를 회복할 수 있는 것이다. 2009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면허 재교부를 신청한 의사 109명 중 106명(97.3%)이 면허를 회복했다. 2명은 재교부를 검토 중이고 불허는 단 1건에 그쳤다. 재교부가 불허된 건은 산부인과 의사가 마약 성분이 혼합된 약물을 환자에게 과다 투여해 사망에 이르게 하고 시신을 야산에 유기한 데 따른 것이다. 이 의사는 최근까지도 면허 재교부를 요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면허 취소가 어렵다면 성범죄 의사의 의료기관 취업을 제한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다. 2012년 개정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은 성범죄 의사의 취업 제한 기간을 10년으로 못 박았다. 하지만 2016년 헌법재판소가 이를 위헌으로 판단했다. 범죄의 중대성이나 재범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10년 동안 취업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다. 이후 여성가족부가 취업 제한 기간을 최소 6년에서 최대 30년까지 규정한 법안을 내놓았지만 의료계 반발로 ‘최대 10년’으로 조정된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취업 제한 기간은 판사가 정하도록 했고, 재범 위험성이 현저히 낮으면 취업 제한을 하지 않아도 돼 처벌 수위는 사실상 후퇴한 셈이다. 불법 행위를 저지른 의사에 대한 처벌이 약해진 것은 2000년 의료법 개정으로 의사면허를 취소할 수 있는 범죄 항목을 현 수준으로 축소하면서부터다. 그 전에는 성범죄 등 일반 형사 범죄로 금고형 이상을 선고받으면 면허취소가 가능했다. 당시 정부가 의약분업 파업으로 갈등을 빚은 의료계를 달래기 위한 반대급부로 면허취소 기준을 완화해 준 것이다. 한국은 선진국보다 불법 행위를 저지른 의사에 대한 징계가 약한 편이다. 독일은 의사가 피고인이 되면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의사면허가 정지된다. 일본도 벌금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의사는 면허가 정지되거나 취소된다. 의료인의 징계기록을 환자가 알 수 없는 것도 문제다. 미국의 뉴욕, 매사추세츠, 텍사스 등에선 범죄기록, 과실로 인한 징계 등도 환자가 알 수 있다. 캐나다도 의료과실 등의 정보를 공개한다. 전문가들은 의사면허 관리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안덕선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은 ”2, 3년마다 바뀌는 공무원 서너 명이 의료인 수십만 명의 자격을 관리하고 있다“며 ”동유럽과 한중일을 제외한 다수의 국가들은 정부 밖에 의사면허만 전담해서 관리하는 전문기관을 설립해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서울대병원이 의료진에 대한 환자들의 언어폭력·폭행에 대비하기 위해 기존 폐쇄회로(CC)TV 외에 초소형 캠코더(액션캠)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기존 CCTV로는 언어폭력 상황 발생 시 환자와 의료진의 목소리가 녹음되지 않고 사각지대에서 폭력이 발생할 수 있어 액션캠 설치에 나선 것이다.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지난해 12월 31일 환자의 흉기에 목숨을 잃은 뒤 비상벨 설치, 보안인력 배치, 폭행 처벌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임세원법)이 통과됐지만 여전히 불안에 떠는 병원들이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폭력이 많이 발생하는 예진실, 채혈실, 응급실 등 공간에 액션캠을 설치한 뒤 간호사가 착용한 전자시계를 누르면 액션캠과 연결돼 음성과 같이 녹화되도록 할 방침이다. 의료진의 목에 거는 신분증 줄도 최근 모두 교체했다. 누군가 신분증 목걸이를 심하게 잡아당기는 상황이 발생하면 신분증과 목줄 사이의 연결고리가 끊어지도록 했다. 정신건강의학과를 비롯해 진료실, 응급실의 상처 꿰매는 공간에는 비상 시 옆 진료실로 대피할 수 있는 비상구를 만들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간호사들의 경우에 몸에 지니는 보디캠으로 해달라는 목소리도 있었을 정도로 언어폭력·폭행 대비 요구가 크다”며 “다만 진료실에 카메라를 설치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될 수도 있어 법적인 문제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강북삼성병원은 임 교수 사망 이후 진료실에 방패처럼 쓸 수 있는 방패용 액자를 비치했다. 액자처럼 보이지만 뒤에 튼튼한 손잡이가 달려 있어 환자가 무기를 휘두르면 의료진이 보호 장비로 쓸 수 있다. 원하는 의료진에 한해서는 호신용 스프레이도 지급했다. 강북삼성병원 관계자는 “임세원법의 내용에 따라 정신건강의학과 외래 진료실 앞에 상시 보안인력을 배치했지만 작정하고 덤비는 환자를 막기엔 역부족이란 생각이 들어 각종 장비를 배치했다”고 말했다. 올해 4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따라 내년부터 100개 이상 병상을 갖춘 병원급 의료기관에는 경찰청과 연결되는 비상벨을 설치하고 1명 이상의 보안인력을 둬야 한다. 정부는 이에 따른 비용 일부를 수가로 보전하기로 했다. 하지만 비상벨과 보안인력 배치는 병원 자율에 맡겼다. 수가가 지원된다고 해도 병원 곳곳에 배치하자면 부담이 적지 않다. 올해 10월 24일 을지대병원 정형외과에서는 환자의 칼부림으로 의사의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을지대병원 응급실과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에는 비상벨이 있었지만 정형외과 진료실에는 없었다. 병원 측은 사건이 있고 나서 비상벨을 각 병동 간호사 스테이션과 외래 진료실 등으로 확대 설치하기로 했지만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다른 병원들도 정부 대책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커지자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대한의사협회가 지난달 6일부터 5일간 전체 2034명의 회원을 대상으로 긴급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최근 3년간 진료실에서 환자·보호자 등으로부터 폭언 또는 폭력을 당한 회원은 1455명(71.5%)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환자와 의사 간의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정부가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민하길 바란다”고 말했다.전주영 aimhigh@donga.com·이미지·위은지 기자}
내년부터 일자리안정자금을 받는 영세 사업장에 대해 정부가 건강보험료를 지원해주는 대상이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10인 미만 사업장으로 축소된다. 보건복지부는 2020년에도 시행되는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사업과 관련해 ‘건강보험료 경감 대상자 고시’를 일부 개정해 행정예고하고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29일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영세 사업주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2018년부터 시행된 일자리안정자금은 저임금 노동자를 고용한 영세사업주에게 노동자 임금의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다. 이와 함께 정부는 건보료에 대해서도 직원 30인 미만의 사업장을 대상으로 2018년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자는 30%, 2019년 신규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자는 50% 각각 경감해줬다. 하지만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커지자 복지부는 내년부터 10인 이상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건보료 경감 혜택을 폐지하기로 했다. 내년에는 직원 10인 미만의 사업장에 대해 건보료를 2019년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자는 10%, 2020년 신규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자는 50%를 각각 줄여준다. 다만 2020년 5인 미만 사업장의 신규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자는 올해와 마찬가지로 건보료를 60% 경감해주기로 했다. 전주영기자 aimhigh@donga.com}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 씨(42)는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먹는 줄기세포 약’이 있다는 말을 듣고는 귀가 솔깃해졌다. 줄기세포가 담긴 캡슐을 먹으면 줄기세포가 온몸을 돌아다니면서 곳곳을 치료해줘 건강을 되찾아준다는 것이었다. 한 달 분량이 50만 원에 육박했지만 김 씨는 올겨울 건강이 부쩍 나빠지신 부모님을 생각하며 구입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최근 인터넷 포털사이트 카페나 유튜브에 먹는 줄기세포 알약 광고(사진) 노출이 부쩍 늘면서 노년층 사이에 줄기세포 알약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과학적 타당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줄기세포를 소화기관으로 흡수하는 것은 “고기를 먹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먹는 줄기세포 약 제품들은 줄기세포 수집 과정을 ‘사슴 태반 추출 줄기세포’ ‘줄기세포 은행’ 등으로 표기하고 있다. 원산지는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로 한 달 분량이 20만∼50만 원대에 팔리고 있다. 이 제품들은 인터넷과 유튜브에서 “면역능력을 높여주고 활성산소 제거능력이 탁월하다”며 만병통치약으로 과장 광고되고 있다. 판매업자들은 “줄기세포 주사 비용은 1000만 원 이상이어서 서민들에게 그림의 떡이지만 이 제품을 먹으면 각종 성장인자들의 세포분열을 촉진하고 자율신경계·내분비계를 조절한다”며 구매를 권유한다. 또 캡슐 안에 들어있는 줄기세포가 소장까지 전달돼 소장의 융모를 통해 흡수된다며 원리를 설명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까지의 과학기술로는 ‘먹는’ 줄기세포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줄기세포를 먹으면 고기를 먹는 것처럼 소화기관이 단백질로 받아들이고 분해해 줄기세포 효능 측면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오일환 가톨릭대 의과대학 기능성세포치료센터 소장(의생명과학교실 교수)은 “먹는 줄기세포는 연구된 바 없고 과학적 타당성이 떨어져 앞으로 연구될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말했다. 살아있는 줄기세포가 캡슐 안에 보관돼 유통될 가능성도 희박하다. 줄기세포 치료는 액체질소를 이용한 초저온 상태에서 줄기세포를 보관하다가 사용 전에 이를 녹여 줄기세포가 살아있는 상태에서 주사기 등으로 바로 인체의 혈관에 직접 투입하거나 장기에 이식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한국줄기세포학회 관계자는 “살아있는 줄기세포를 알약 제형으로 만드는 것은 현재까지 연구로는 불가능하다”며 “혈액으로 투여하는 게 아닌, 소화관으로 들어가면 사실상 우유 먹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설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해당 제품들에 대해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하려면 식약처의 인증을 받아야 한다. 식약처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인체 적용 시험을 진행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나와야 건강기능식품 인증 마크를 받을 수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식약처에서 인증을 받지 않은 해외 제품은 광고만 보고 구매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며 “‘건강기능식품’ 마크가 있는지, 주성분이 어떤 것인지 확인한 뒤 구입을 결정하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 씨(42)는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먹는 줄기세포 약’이 있다는 말을 듣고는 귀가 솔깃해졌다. 줄기세포가 담긴 캡슐을 먹으면 줄기세포가 온몸을 돌아다니면서 곳곳을 치료해줘 건강을 되찾아준다는 것이었다. 한 달 분량이 50만 원에 육박했지만 김 씨는 올겨울 건강이 부쩍 나빠지신 부모님을 생각하며 구입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최근 인터넷 포털사이트 카페나 유튜브에 먹는 줄기세포 알약 광고(사진) 노출이 부쩍 늘면서 노년층 사이에 줄기세포 알약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과학적 타당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줄기세포를 소화기관으로 흡수하는 것은 “고기를 먹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먹는 줄기세포 약 제품들은 줄기세포 수집 과정을 ‘사슴 태반 추출 줄기세포’ ‘줄기세포 은행’ 등으로 표기하고 있다. 원산지는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로 한 달 분량이 20만∼50만 원대에 팔리고 있다. 이 제품들은 인터넷과 유튜브에서 “면역능력을 활성화하고 활성산소 제거능력이 탁월하다”며 만병통치약으로 과장 광고되고 있다. 판매업자들은 “줄기세포 주사 비용은 1000만 원 이상이어서 서민들에게 그림의 떡이지만 이 제품을 먹으면 각종 성장인자들의 세포분열을 촉진하고 자율신경계·내분비계를 조절한다”며 구매를 권유한다. 또 캡슐 안에 들어있는 줄기세포가 소장까지 전달돼 소장의 융모를 통해 흡수된다며 원리를 설명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까지의 과학기술로는 ‘먹는’ 줄기세포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줄기세포를 먹으면 고기를 먹는 것처럼 소화기관이 단백질로 받아들이고 분해해 줄기세포 효능 측면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오일환 가톨릭대 의과대학 기능성세포치료센터 소장(의생명과학교실 교수)은 “먹는 줄기세포는 연구된 바 없고 과학적 타당성이 떨어져 앞으로 연구될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말했다. 살아있는 줄기세포가 캡슐 안에 보관돼 유통될 가능성도 희박하다. 줄기세포 치료는 액체질소를 이용한 초저온 상태에서 줄기세포를 보관하다가 사용 전에 이를 녹여 줄기세포가 살아있는 상태에서 주사기 등으로 바로 인체의 혈관에 직접 투입하거나 장기에 이식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한국줄기세포학회 관계자는 “살아있는 줄기세포를 알약 제형으로 만드는 것은 현재까지 연구로는 불가능하다”며 “혈액으로 투여하는 게 아닌, 소화관으로 들어가면 사실상 우유 먹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설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해당 제품들에 대해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하려면 식약처의 인증을 받아야 한다. 식약처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인체 적용 시험을 진행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나와야 건강기능식품 인증 마크를 받을 수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식약처에서 인증을 받지 않은 해외 제품은 광고만 보고 구매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며 “‘건강기능식품’ 마크가 있는지, 주성분이 어떤 것인지 확인한 뒤 구입을 결정하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싱가포르 듀크엔유에스(DUKE-NUS) 의대에 재직 중인 제현수 교수(사진)팀이 세계 최초로 ‘환자’의 줄기세포를 배양해 만든 ‘아바타 뇌(미니 인공 뇌)’로 자폐증의 발병 원인을 밝혀냈다. 그동안 정상인의 세포로 뇌를 만든 적은 있으나 ‘환자’의 몸에서 뽑아낸 세포로 아바타 뇌를 만든 것은 제 교수팀이 처음이다. 또 그동안 한 번도 규명되지 못했던 자폐증의 원인을 밝혀 치료법을 제시한 것도 세계 최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저널인 ‘사이언스’ 최신호에 실렸다. 제 교수팀은 자폐증의 일종인 에인절먼증후군 환자의 피부와 혈액에서 뽑아낸 유도만능줄기세포(다양한 장기를 만들 수 있는 줄기세포)를 배양해 팥알만 한 크기의 아바타 뇌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를 분석한 결과 뇌세포에 붙어 있는 특정 칼륨이온채널(세포 표면에 있는 칼륨이온을 통과시키는 문)이 정상인보다 크게 증가한 것을 규명했다고 19일 밝혔다. 이에 제 교수팀은 쥐 실험에서 칼륨이온채널을 감소시키는 물질을 투여했고, 이후 쥐의 에인절먼증후군 증상이 회복된 것을 확인했다. 인간의 뇌는 너무 민감해 조직을 떼어내는 것이 불가능했지만 아바타 뇌를 활용하면 조직검사와 다양한 실험이 가능해져 뇌질환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 이번 연구를 통해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치매 등 뇌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연구에 획기적인 돌파구가 열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진한 의학전문 기자·의사 likeday@donga.com·전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