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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불어닥친 한국 열풍이 위력을 더해가고 있다. 개막 후 열린 4개 대회를 한국(계) 선수들이 싹쓸이한 가운데 시즌 다섯 번째 대회 우승컵의 주인공도 한국 선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 세계랭킹 1위 박인비는 6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파72·6600야드)에서 열린 HSBC 위민스 챔피언스 2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를 치며 중간 합계 9언더파 135타로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와 공동 선두를 유지했다. 전날 1라운드에 이어 연이틀 공동 선두다. 경기 중반까지는 지루한 파 행진이 이어졌다. 버디 기회를 여러 차례 잡았지만 퍼팅이 아쉽게 홀을 비켜 가곤 했다. 하지만 14번홀(파3)에서 첫 버디를 기록한 박인비는 15번홀(파4)에서도 먼 거리 버디를 집어넣었다. 기세를 몰아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어려운 라이의 버디를 성공시킨 박인비는 기분 좋게 공동 선두로 경기를 마쳤다. 신지은과 리디아 고는 나란히 6언더파 138타로 공동 4위에 자리했다. 5언더파 139타를 친 유소연도 공동 8위에 올라 남은 두 라운드에서 역전 우승에 도전한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불어 닥친 한국 열풍이 위력을 더해가고 있다. 개막 후 열린 4개 대회를 한국(계) 선수들이 싹쓸이 한 가운데 시즌 다섯 번째 대회 우승컵의 주인공도 한국 선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 세계랭킹 1위 박인비는 6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파72·6600야드)에서 열린 HSBC 위민스 챔피언스 2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를 치며 중간 합계 9언더파 135타로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와 공동 선두를 유지했다. 전날 1라운드에 이어 연 이틀 공동 선두다. 경기 중반까지는 지루한 파 행진이 이어졌다. 버디 기회를 여러 차례 잡았지만 퍼팅이 아쉽게 홀을 비켜가곤 했다. 하지만 14번홀(파3)에서 첫 버디를 기록한 박인비는 15번홀(파4)에서도 먼 거리 버디를 집어넣었다. 기세를 몰아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어려운 라이의 버디를 성공시킨 박인비는 기분 좋게 공동 선두로 경기를 마쳤다. 박인비 외에도 신지은과 리디아 고가 나란히 6언더파 138타로 공동 4위에 자리했다. 5언더파 139타를 친 유소연도 공동 8위에 올라 남은 두 라운드에서 역전 우승에 도전한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지난해 11월 일본 미야자키 휴가 시에서 열린 KIA의 마무리캠프. 붉은 색 유니폼을 입은 KIA 선수들 사이에 주황색 볼티모어 모자를 쓴 선수가 눈에 띄었다.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던 윤석민(29)이었다. 지난해 마이너리그에만 머물렀던 그는 명예회복을 다짐하며 어린 후배들과 함께 훈련을 소화하고 있었다. 그의 친정팀 복귀는 그 때부터 예정돼 있었을지 모른다. KIA는 6일 볼티모어에서 방출된 윤석민과 한국 프로야구 역대 최고액인 4년간 90억 원(계약금 40억 원, 연봉 12억5000만 원)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2013년 말 3년간 총액 575만 달러(약 63억 원)에 볼티모어로 이적했던 윤석민은 미국에서 한 시즌 만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됐다. 90억 원은 지난해 11월 SK 3루수 최정이 팀 잔류를 결정하며 받기로 한 4년 86억 원을 넘어선 자유계약선수(FA) 최고액이다. 이날 미국에서 귀국한 윤석민은 “메이저리그에 계속 도전하고 싶었지만 구단의 적극적인 요청에 다시 KIA에서 뛰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KIA 팬들에게는 분명 희소식이다. 최약체로 평가받는 KIA의 처지에서도 그의 합류는 천군만마다. 하지만 비난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난해 그가 트리플A 노퍽에서 거둔 성적은 4승 8패에 평균자책점 5.74에 불과했다. 마이너리그에서조차 부진했던 선수가 역대 최고의 돈을 받는 게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윤석민의 메이저리그 도전이 흐지부지 끝나버린 것도 아쉬움을 남긴다. 구위가 가장 좋았던 2011년 그는 투수 4관왕(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승률)에 올랐다. 직구는 150km를 넘길 때가 많았고, 슬라이더도 140km를 웃돌았다. 하지만 지난해 마이너리그에서 그의 구위는 뚝 떨어져 있었다. 직구 구속은 140km대 중반 대였고, 슬라이더 역시 130km 후반대로 가라앉았다. 볼티모어와의 계약이 늦어지면서 충분히 몸을 만들지 못한 결과였다. 더구나 올해부터 그는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갖고 있었다. 볼티모어가 그를 메이저리그로 승격시키면 로스터 한 자리를 허비해야만 했다. 벅 쇼월터 감독은 윤석민을 메이저리그 캠프 참가 명단에 포함시키지 않았고, 초청 선수로도 부르지 않았다. 이미 전력 외로 분류하고 있었던 것이다. 윤석민은 또 3년간 캐런티(보장) 계약을 했기 때문에 볼티모어는 그가 마이너리그에 머물더라도 2년간의 잔여 연봉(415만 달러·약 46억 원)을 지불해야 했다. KIA의 요청이 오자 단 1달러의 이적료만 받고 그를 자유의 몸으로 풀어준 이유다. 그의 영입을 주도했던 댄 듀켓 부사장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실수(윤석민의 영입을 지칭)를 바로잡을 수 있었다. 아낀 돈은 다른 선수들에게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쇼월터 감독 역시 “윤석민이 잘 되길 바란다. 그에게도, 또 우리에게도 잘 된 일”이라고 짧게 말했다. 윤석민은 충분한 기회를 받지 못한 것에 대해 섭섭함을 느낄 수 했겠지만 원인 제공자는 자신이었다. 마이너리그에서조차 평범한 선수에게 많은 기회를 줄 메이저리그 팀은 없다. 이제 다시 공은 윤석민에게 돌아왔다. KIA는 역대 최고액을 지불하며 실추됐던 그의 자존심을 세워줬다.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애리조나를 지휘했던 쇼월터 감독은 김병현(현 KIA)을 마무리 투수로 중용했다. 구위도 좋았지만 당시 김병현은 팀 내에서 가장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였기 때문이다. 윤석민이 과연 그만한 노력을 기울였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 더 이상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는 야구에 더 절실해질 필요가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정부가 비용 절감을 이유로 추진하던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스노보드 및 스키 프리스타일 경기장 변경 계획을 중단하기로 했다. 평창 올림픽 스노보드 경기장을 평창 보광휘닉스파크에서 정선 하이원리조트로 변경하려던 문화체육관광부는 5일 강원도의 반대 등을 이유로 전격적으로 계획을 취소했다. 당초 보광휘닉스파크에서 스노보드 경기를 여는 데 필요한 비용은 205억 원이면 충분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국제스키연맹(FIS)의 요구 사항을 따를 경우 790억 원으로 크게 늘어난다는 분석이 나왔다. 여기에 보광 측이 경기장 사용료와 영업 손실 보상비로 250억∼300억 원을 요구하면서 전체 비용은 1040억 원으로 대폭 올라갔다. 이에 문체부는 국민의 세금을 아끼기 위해서라며 비교적 최신 시설을 갖춘 정선 하이원리조트로 경기장 변경을 추진했다. 하이원리조트를 이용할 경우 시설비 280억 원 등 최대 500억 원을 아낄 수 있다는 계산에서였다. 문체부와 평창조직위는 지난달 FIS 기술이사 2명을 긴급히 하이원리조트로 불러 이전 계획을 설명했다. 평창조직위는 지난달 FIS 월드컵 대회가 열린 미국 콜로라도로 특사를 파견해 잔프랑코 카스퍼 회장에게 양해를 구하고 경기장 재배치 계획을 설명했다. 당시 카스퍼 회장이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평창의 계획대로라면 테스트 이벤트를 제때 치를 수 없을 것 같다. 그들은 뭐든지 바꾸려고 한다. 왜 그러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한 것에는 그런 배경이 있었다. 조양호 평창조직위 위원장은 또 지난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에 참석해 스노보드 등의 경기장 변경 안을 설명했다. 그 결과 평창조직위, 강원도, 문체부, IOC, FIS 등 5자가 다음 주 합동회의를 갖고 최종 결론을 내자는 데 합의했다. 그런데 문체부가 갑자기 말을 바꾸면서 회의를 아예 할 필요가 없게 됐다. 문체부가 말을 바꾼 이유는 무엇보다 경기장을 변경할 경우 내년 2월로 예정된 테스트 이벤트를 준비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정확한 소요예산을 측정하지 못한 데다 현실 상황을 무시한 채 앞뒤 사정을 가리지 않고 밀어붙이려던 문체부 때문에 관계자들은 헛심을 쓴 꼴이 됐고, 무엇보다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해 버렸다. 올림픽 준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IOC와 FIS가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겠나.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이처럼 중요한 일을 손바닥 뒤집듯 해버리니 앞으로 무슨 일을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문체부와 평창조직위, 강원도는 그동안 “한마음 한뜻이 되어야 성공적으로 올림픽을 열 수 있다”고 말해 왔다. 하지만 허울뿐인 말이라는 것이 다시 드러났다. 평창 올림픽이 국제적인 걱정거리가 되지나 않을까 우려스럽다.이헌재·스포츠부 uni@donga.com}

넥센 야구를 ‘한국판 머니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넥센 이장석 대표는 머니볼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메이저리그의 빌리 빈 오클랜드 단장의 이름을 따 ‘빌리 장석’이라고도 불린다. 저비용 고효율, 성공적인 선수 트레이드 등 공통점은 많다. 하지만 상황이 다르고 시기가 다른 만큼 오클랜드와 넥센의 머니볼을 같은 범주에 묶기는 어렵다. 그래도 관통하는 키워드는 있다. 발상의 전환이다. 머니볼 이론을 도입하기 한 해 전인 2001년에도 오클랜드는 102승(60패)으로 아메리칸리그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시즌 후 제이슨 지암비, 조니 데이먼 등 핵심 선수들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으면서 전력이 크게 약화될 위기에 처했다. 오클랜드가 재정이 탄탄한 구단이었다면 빈 단장도 굳이 ‘머니볼’ 야구를 할 이유가 없었을지 모른다. 돈으로 FA를 사버리면 됐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고, 그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출루율에 주목했다. 결과는 성공이었고, 빈 단장의 머니볼은 그렇게 시작됐다. 넥센도 비슷하다. 넥센은 프로야구 10개 팀 중 유일하게 모기업이 없는 야구 전문 기업이다. 돈으로 맞붙으면 이길 수 없는 상대 팀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려면 뭔가 다른 걸 생각해야 했다. ‘넥센판 머니볼’이 시작된 배경이다. 빈 단장과 달리 이 대표에겐 넥센판 머니볼을 함께 완성해 나갈 훌륭한 동반자가 있다. 바로 염경엽 감독(사진)이다. 48일간에 걸친 미국, 일본 전지훈련을 마치고 귀국하기 전 염 감독은 평범해 보이지만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넥센이 아직까지는 타자의 팀이지만 앞으로는 투수의 팀으로 거듭나야 한다.” 염 감독은 “올 시즌이 끝나면 박병호, 손승락, 유한준, 문우람 등 4명은 우리 팀에 없을 수도 있다”고 했다. 홈런왕 박병호는 시즌 후 해외 진출 자격을 얻는다. 마무리 투수 손승락과 외야수 유한준은 FA가 되고, 문우람은 군 입대가 예정돼 있다. 그는 “감독으로서야 이들이 있으면 좋지만 우리 팀 사정상 80억∼100억 원씩 주고 선수를 잡을 수 있겠나. 오히려 잡아주면 부담이 될 수 있다. 계속 강팀으로 남으려면 투수의 팀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올해 메이저리그 피츠버그로 이적한 유격수 강정호에 대해서도 그는 “지난해부터 선수들에게 ‘강정호는 없다’는 얘기를 해 왔다. 그래서인지 선수들도 강정호의 공백을 크게 느끼지는 않는 것 같다”고 했다. 빈 단장은 2002년 103승을 거둔 아트 하우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영화에서처럼 대놓고 하우 감독의 선수 운용에 간섭한 건 아니었지만 야구를 바라보는 둘의 관점이 크게 달랐기 때문이다. 반면 염 감독은 넥센이라는 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넥센이 지난해 말 계약기간이 1년 남아 있던 염 감독에게 3년 재계약이라는 선물을 줬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같은 야구 색깔을 공유하는 감독을 오랫동안 데리고 있고 싶은 건 당연하다. 염 감독에게도 넥센은 자신의 야구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공간이다. 2012년 말 감독 부임 후 염 감독은 올해까지 3년 연속 스프링캠프에서 메이저리그식 ‘자율 훈련’을 했다. 미국 애리조나 전지훈련 때 넥센 선수들은 오후 2시 전 단체 훈련을 모두 끝냈다. 이후에는 스스로 알아서 자신에게 맞는 훈련을 했다. 일본에서는 연습경기만 치렀을 뿐 따로 훈련을 하지 않았다. 염 감독은 “사실 첫해 자율훈련을 할 때는 불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수들이 그 자율을 책임감 있게 따라줬다. 훈련보다는 경기에 초점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최근 강팀으로 부상한 넥센은 현장과 프런트의 합작품이다. 한국에서 이렇게 야구할 수 있는 팀은 넥센밖에 없다.―오키나와에서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넥센 야구를 ‘한국판 머니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넥센 이장석 대표는 머니볼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메이저리그의 빌리 빈 오클랜드 단장의 이름을 따 ‘빌리 장석’이라고도 불린다. 저비용 고효율, 성공적인 선수 트레이드 등 공통점은 많다. 하지만 상황이 다르고 시기가 다른 만큼 오클랜드와 넥센의 머니볼을 같은 범주에 묶기는 어렵다. 그래도 관통하는 키워드는 있다. 발상의 전환이다. 머니볼 이론을 도입하기 한 해 전인 2001년에도 오클랜드는 102승(60패)으로 아메리칸리그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시즌 후 제이슨 지암비, 자니 데이먼 등 핵심 선수들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으면서 전력이 크게 약화될 위기에 처했다. 오클랜드가 재정이 탄탄한 구단이었다면 빈 단장도 굳이 ‘머니볼’ 야구를 할 이유가 없었을지 모른다. 돈으로 FA를 사버리면 됐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고, 그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출루율에 주목했다. 결과는 성공이었고, 빈 단장의 머니볼은 그렇게 시작됐다. 넥센도 비슷하다. 넥센은 프로야구 10개 팀 중 유일하게 모기업이 없는 야구 전문 기업이다. 돈으로 맞붙으면 이길 수 없는 상대 팀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려면 뭔가 다른 걸 생각해야했다. ‘넥센판 머니볼’이 시작된 배경이다. 빈 단장과 달리 이 대표에겐 넥센판 머니볼을 함께 완성해 나갈 훌륭한 동반자가 있다. 바로 염경엽 감독이다. 48일간에 걸친 미국, 일본 전지훈련을 마치고 귀국하기 전 염 감독은 평범해 보이지만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넥센이 아직까지는 타자의 팀이지만 앞으로는 투수의 팀으로 거듭나야 한다.” 염 감독은 “올 시즌이 끝나면 박병호, 손승락, 유한준, 문우람 등 4명은 우리 팀에 없을 수도 있다”고 했다. 홈런왕 박병호는 시즌 후 해외진출 자격을 얻는다. 마무리 투수 손승락과 외야수 유한준은 FA가 되고, 문우람은 군 입대가 예정돼 있다. 그는 “감독으로서야 이들이 있으면 좋지만 우리 팀 사정상 80억~100억 씩 주고 선수를 잡을 수 있겠나. 오히려 잡아주면 부담이 될 수 있다. 계속 강팀으로 남으려면 투수의 팀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올해 메이저리그 피츠버그로 이적한 유격수 강정호에 대해서도 그는 “지난해부터 선수들에게 ‘강정호는 없다’는 얘기를 해 왔다. 그래서인지 선수들도 강정호의 공백을 크게 느끼지는 않는 것 같다”고 했다. 빌리 빈 단장은 2002년 103승을 거둔 아트 하우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영화에서처럼 대놓고 하우 감독의 선수 운용에 간섭한 건 아니었지만 야구를 바라보는 둘의 관점이 크게 달랐기 때문이다. 반면 염 감독은 넥센이라는 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넥센이 지난 연말 계약기간이 1년 남아있던 염 감독에게 3년 재계약이라는 선물을 줬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같은 야구 색깔을 공유하는 감독을 오랫동안 데리고 싶은 건 당연하다. 염 감독에게도 넥센은 자신의 야구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공간이다. 2012년 말 감독 부임 후 염 감독은 올해까지 3년 연속 스프링캠프에서 메이저리그 식 ‘자율 훈련’을 했다. 미국 애리조나 전지훈련 때 넥센 선수들은 오후 2시 전 단체 훈련을 모두 끝냈다. 이후에는 스스로 알아서 자신에게 맞는 훈련을 했다. 일본에서는 연습경기만 치렀을 뿐 따로 훈련을 하지 않았다. 염 감독은 “사실 첫 해 자율훈련을 할 때는 불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수들이 그 자율을 책임감 있게 따라줬다. 훈련 보다는 경기에 초점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최근 강팀으로 부상한 넥센은 현장과 프런트의 합작품이다. 한국에서 이렇게 야구할 수 있는 팀은 넥센 밖에 없다.오키나와=이헌재 기자 uni@donga.com}

LG 오지환(25·사진)은 운이 좋은 선수입니다. 데뷔 2년 차이던 2010년 일약 주전 유격수가 됐죠. 박종훈 당시 LG 감독은 무명이던 그의 좋은 신체조건과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며 주전으로 발탁했습니다. 실력이 있어도 기회를 잡기 쉽지 않은 대부분의 신예 선수들에 비하면 특혜를 받았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기대만큼의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 고교 시절 주로 투수로 뛰어서 유격수로서의 기본기가 약했습니다. 이 때문에 결정적인 순간 어처구니없는 실책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2012년까지 팀은 거의 매년 하위권에 머물렀고, 그때마다 비난의 화살은 그에게 집중되곤 했습니다. ‘오지배(오늘 경기를 지배한다)’라는 그의 별명은 좋은 뜻보다 나쁜 의미로 쓰이곤 했습니다. 그 오지환이 마침내 알을 깨고 나오려 합니다. 오지환은 5일 끝나는 LG의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가장 ‘뜨거운’ 선수입니다. 감독, 코치, 선수들까지 한결같이 “우리 (오)지환이가 달라졌어요”라고 말합니다. 먼저 ‘돌 글러브’라는 혹평까지 들었던 수비가 몰라보게 좋아졌습니다. 현역 시절 명유격수였던 유지현 수비 코치는 “이전에는 공을 부딪치며 받았다면 작년부터는 공을 흡수하는 느낌이다. 오지환에게서 ‘진짜 유격수’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올해는 경쟁력 있는 유격수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예전엔 하루 1000개의 펑고(수비훈련을 위한 타격)를 받는 양적인 훈련을 했지만 올해는 경기의 흐름을 읽는 세밀함을 기르는 등 질적인 훈련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더욱 희망적인 것은 방망이입니다. 지난해까지 그의 통산 타율은 0.248이었습니다. 워낙 힘이 좋아 맞히면 장타였지만 한가운데로 들어오는 스트라이크에 헛스윙을 하는 어설픈 모습도 자주 보였습니다. 준비 동작에서 방망이를 높이 쳐들던 그는 이제는 방망이를 어깨에 걸치듯 낮게 뉘였습니다. 통산 타율 3할이 넘는 선배 박용택의 폼과 비슷합니다. 박용택은 “나도 무수한 시행착오 끝에 지금의 타격 폼을 만들었다. 훨씬 안정적인 타격 자세다. 헛스윙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새 타격 폼으로 그는 지난달 25일 요미우리와의 연습경기에서 홈런 포함 3타점을 기록했습니다. 3일 마지막 연습경기였던 넥센전에서도 톱타자로 출장해 안타 2개와 볼넷 2개를 기록했습니다. 양상문 LG 감독은 “50일 가까운 캠프 기간에 지환이는 팀 훈련 후 실시하는 개인 훈련을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 쉬라 해도 쉬지 않더라. 도루 능력까지 갖춘 지환이가 톱타자로 자리 잡으면 팀 전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그의 성장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유지현 코치는 “지환이는 아직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의 반도 못 보여줬다. 뭔가 딱 깨치는 순간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될 것이다. 올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강정호(피츠버그)처럼 리그를 지배하는 유격수로 성장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사족 하나. 성적이 그리 뛰어나지 않을 때도 오지환은 LG 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습니다. 작년과 재작년 2년 연속 팀 내 유니폼 판매 2위를 기록했지요.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순간 1위는 당연히 그의 차지가 될 것 같습니다.오키나와=이헌재 기자 uni@donga.com}

LG 오지환(25)은 운이 좋은 선수입니다. 데뷔 2년차이던 2010년 일약 주전 유격수가 됐죠. 박종훈 당시 LG 감독은 무명이었던 그의 좋은 신체조건과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며 주전으로 발탁했습니다. 실력이 있어도 기회를 잡기 쉽지 않은 대부분의 신예 선수들에 비하면 특혜를 받았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기대만큼의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 고교 시절 주로 투수로 뛰어서 유격수로서의 기본기가 약했습니다. 때문에 결정적인 순간 어처구니없는 실책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2012년까지 팀은 거의 매년 하위권에 머물렀고, 그 때마다 비난의 화살은 그에게 집중되곤 했습니다. ‘오지배(오늘 경기를 지배한다)’라는 그의 별명은 좋은 뜻보다 나쁜 의미로 쓰이곤 했습니다. 그 오지환이 마침내 알을 깨고 나오려 합니다. 오지환은 5일 끝나는 LG의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가장 ‘뜨거운’한 선수입니다. 감독, 코치, 선수들까지 한결같이 “우리 (오)지환이가 달라졌어요”라고 말합니다. 먼저 ‘돌 글러브’라는 혹평까지 들었던 수비가 몰라보게 좋아졌습니다. 현역 시절 명 유격수였던 유지현 수비 코치는 “이전에는 공을 부딪치며 받았다면 작년부터는 공을 흡수하는 느낌이다. 오지환에게서 ‘진짜 유격수’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올해는 경쟁력 있는 유격수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예전엔 하루 1000개의 펑고(수비훈련을 위한 타격)를 받는 양적인 훈련을 했지만 올해는 경기의 흐름을 읽는 세밀함을 기르는 등 질적인 훈련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더욱 희망적인 것은 방망이입니다. 지난해까지 그의 통산 타율은 0.248이었습니다. 워낙 힘이 좋아 맞히면 장타였지만 한가운데로 들어오는 스트라이크에 헛스윙을 하는 어설픈 모습도 자주 보였습니다. 준비 동작에서 방망이를 높이 쳐들었던 그는 이제는 방망이를 어깨에 걸치듯 낮게 뉘였습니다. 통산 타율 3할이 넘는 선배 박용택의 폼과 비슷합니다. 박용택은 “나도 무수한 시행착오 끝에 지금의 타격 폼을 만들었다. 훨씬 안정적인 타격 자세다. 헛스윙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새 타격 폼으로 그는 지난 달 25일 요미우리와의 연습경기에서 홈런 포함 3타점을 기록했습니다. 3일 마지막 연습경기였던 넥센전에서도 톱타자로 출장해 2개의 안타와 2개의 볼넷을 기록했습니다. 양상문 LG감독은 “50일 가까운 캠프 동안 지환이는 팀 훈련 후 실시하는 개인 훈련을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 쉬라 해도 쉬지 않더라. 도루 능력까지 갖춘 지환이가 톱타자로 자리 잡으면 팀 전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그의 성장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유지현 코치는 “지환이는 아직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의 반도 못 보여줬다. 뭔가 딱 깨우치는 순간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될 것이다. 올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강정호(피츠버그)처럼 리그를 지배하는 유격수로 성장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사족 하나. 성적이 그리 뛰어나지 않았을 때도 오지환은 LG 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습니다. 작년과 재작년 2년 연속 팀 내 유니폼 판매 2위를 기록했지요.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순간 1위는 당연히 그의 차지가 될 것 같습니다.오키나와=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많은 KIA 팬이 최희섭(36)을 ‘양치기 소년’이라 생각합니다. 어찌 보면 자업자득입니다. 최근 몇 년간 최희섭은 연초마다 “올해를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런데 시즌이 끝날 때까지 이 말을 지킨 적은 없습니다. 부상으로, 어떤 때는 개인 사정을 핑계로 일찌감치 시즌을 접었습니다. 급기야 지난해엔 단 1경기도 뛰지 못했지요.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 타자였던 최희섭의 야구 인생은 그렇게 저무는 것 같았습니다. 지난해 말 김기태 감독이 KIA 새 사령탑으로 부임하지 않았다면 최희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을 것입니다. 고참 선수들과의 소통에 일가견이 있는 김 감독과 만난 뒤 최희섭은 다시 한 번 ‘마지막’을 다짐했습니다. 그런 최희섭을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합니다. 2일 일본 오키나와 긴 구장에서 만난 그는 “많은 사람들이 ‘조금 있다 또 고꾸라지겠지’ 하고 비웃는 것을 나도 느끼고 있다. 예전에는 무슨 말을 해도 비난을 받았고, 그런 사실이 힘들기도 했다. 지금은 팬들과 언론의 관심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최희섭은 큰 덩치와 달리 마음이 무척 여립니다. 작은 일에도 쉽게 상처를 받고, 뜻대로 되지 않으면 자포자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야구를 포기하려 했던 적도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KIA 관계자는 “그동안 희섭이는 몸도 좋지 않았지만 마음의 병이 더 컸다. 올해는 많은 걸 내려 놓은 탓인지 무척 밝아졌다. 최근 몇 년을 통틀어 올해처럼 열심히 팀에 녹아든 것은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최희섭은 지난해 말 일본 미야자키에서 열린 마무리훈련에 고참 선수로는 유일하게 참가했습니다. 강요가 아닌 자발적인 동참이었습니다. 이후 올해 스프링캠프까지 4개월간의 긴 훈련을 모두 소화했습니다. 캠프 막판 허리가 좋지 않았지만 연습경기까지 뛰었습니다. 최희섭은 “아마 예전의 나였으면 일찌감치 포기하고 귀국한다고 했을 것”이라며 웃더군요. 올해 KIA의 전력은 하위권으로 평가받습니다. 군에 입대한 안치홍 김선빈 등 빠진 선수는 많은 반면 전력은 거의 보충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훈련한다고 했지만 일본 오키나와에서 치른 한국, 일본 팀과의 9차례 연습경기에서 전패를 했습니다. 9경기 동안 내준 점수만 무려 103점입니다. 부족한 전력을 상쇄할 수 있는 건 팀 분위기입니다. 그 중심에 있는 선수가 최희섭입니다. 최희섭은 일단 훈련까지는 ‘완주’를 했습니다. 김 감독은 “희섭이가 아프지만 않고 엔트리에 들어 있는 것 자체가 우리 팀에 큰 의미가 있다”고 했습니다. 최희섭은 “야구를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 손을 내밀어주신 감독님과 팀 동료들이 있었다. 지금까지는 많은 것을 받아왔지만 이젠 내가 그들을 위해 뭔가를 해내고 싶다”고 했습니다. 몇 년 만에 그는 동료들과 함께 출발선에 섰습니다. 마지막 테이프를 끊을 때도 동료들과 같이 있어야 비로소 팬들도 최희섭의 진심을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요.오키나와=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많은 KIA 팬들이 최희섭(36)을 ‘양치기 소년’이라 생각합니다. 어찌 보면 자업자득입니다. 최근 몇 년간 최희섭은 연초마다 “올해를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런데 시즌이 끝날 때까지 이 말을 지킨 적은 없습니다. 부상으로, 어떤 때는 개인사정을 핑계로 일찌감치 시즌을 접었습니다. 급기야 지난해엔 단 1경기도 뛰지 못했지요. 한국인 최초의 타자 메이저리거였던 최희섭의 야구 인생은 그렇게 저무는 것 같았습니다. 지난 연말 김기태 감독이 KIA 새 사령탑으로 부임하지 않았다면 최희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을 것입니다. 고참 선수들과의 소통에 일가견이 있는 김 감독과 만난 뒤 최희섭은 다시 한 번 ‘마지막’을 다짐했습니다. 그런 최희섭을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합니다. 2일 일본 오키나와 킨 구장에서 만난 그는 “많은 사람들이 ‘조금 있다 또 고꾸라지겠지’하고 비웃는 것을 나도 느끼고 있다. 예전에는 무슨 말을 해도 비난을 받았고, 그런 사실이 힘들기도 했다. 지금은 팬들과 언론의 관심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최희섭은 큰 덩치와 달리 마음이 무척 여립니다. 작은 일에도 쉽게 상처를 받고, 뜻대로 되지 않으면 자포자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야구를 포기하려 했던 적도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KIA 관계자는 “그 동안 희섭이는 몸도 좋지 않았지만 마음의 병이 더 컸다. 올해는 많은 걸 내려놓은 탓인지 무척 밝아졌다. 최근 몇 년 중 올해처럼 열심히 팀에 녹아든 것은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최희섭은 지난 연말 일본 미야자키에서 열린 마무리훈련에 고참 선수로는 유일하게 참가했습니다. 강요가 아닌 자발적인 동참이었습니다. 이후 올해 스프링캠프까지 4개월간의 긴 훈련을 모두 소화했습니다. 캠프 막판 허리가 좋지 않았지만 연습경기까지 뛰었습니다. 최희섭은 “아마 예전의 나였으면 일찌감치 포기하고 귀국한다고 했을 것”이라며 웃더군요. 올해 KIA의 전력은 하위권으로 평가받습니다. 군에 입대한 안치홍, 김선빈 등 빠진 선수는 많은 반면 전력은 거의 보충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훈련한다고 했지만 일본 오키나와에서 치른 한국, 일본 팀과의 9차례의 연습경기에서 전패를 했습니다. 9경기 동안 내준 점수만 무려 103점입니다. 부족한 전력을 상쇄할 수 있는 건 팀 분위기입니다. 그 중심에 있는 선수가 최희섭입니다. 최희섭은 일단 훈련까지는 ‘완주’를 했습니다. 김기태 감독은 “희섭이가 아프지만 않고 엔트리에 들어있는 것 자체가 우리 팀에 큰 의미가 있다”고 했습니다. 최희섭은 “야구를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 손을 내밀어주신 감독님과 팀 동료들이 있었다. 지금까지는 많은 것을 받아왔지만 이젠 내가 그들을 위해 뭔가를 해내고 싶다”고 했습니다. 몇 년 만에 그는 동료들과 함께 출발선에 섰습니다. 마지막 테이프를 끊을 때도 동료들과 같이 있어야 비로소 팬들도 최희섭의 진심을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요.오키나와=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가 막바지로 접어든 지난달 28일. SK 에이스 김광현(27)은 불펜 보조 요원들과 후배 투수들을 고깃집으로 초대했습니다. “나도 막내 생활을 오래 해 봐서 캠프 때 후배들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안다. 투수들의 공을 받아주고 잔일을 도맡아 하는 불펜 보조 요원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식사 자리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날 저녁 갑자기 팀 미팅이 소집됐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날은 안 먹어도 배부른 사람이 적지 않았을 겁니다. 안산공고 에이스로 활약하던 김광현을 지켜보던 SK 관계자도 그의 인성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그는 “우연히 합숙소를 방문했는데 3학년이던 김광현이 혼자 남아 청소를 하고 있더라. 남다른 선수라고 생각했다”고 하더군요. 옆에서 지켜본 김광현도 에이스로서의 책임감이 분명하고 팀을 위해 헌신할 줄 아는 선수입니다. 지난겨울 김광현은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시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샌디에이고가 입찰에 참여했지만 세부 조건이 맞지 않아 계약까진 이르지 못했습니다. 엄청난 상실감 속에 목표를 잃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김광현은 곧바로 훌훌 털어버렸지요. 그는 “그즈음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다. 좋은 사람을 만났고, 좋은 일(결혼)이 있으니 좋은 생각만 하려고 애썼다”고 하더군요. 그 대신 속으로 독기를 품었습니다. 자신의 모자란 부분을 솔직히 인정하고 메이저리그가 탐내는 선수가 되도록 자신을 갈고닦기로 한 것이지요. 직구-슬라이더의 투수였던 그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연마하고 있는 무기는 체인지업입니다. 그는 이미 3, 4년 전에도 체인지업을 시도했었습니다. 하지만 직구를 던질 때와 체인지업을 던질 때 투구 폼이 크게 차이가 나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절실히 두드리면 문이 열리는 것일까요. 지난달 27일 니혼햄과의 연습경기에서 그는 2이닝 퍼펙트를 기록했습니다. 더욱 인상적이었던 것은 마지막 타자를 체인지업으로 삼진 처리한 것입니다. 김광현은 “체인지업으로 삼진을 잡은 것은 태어나서 처음이다. 너무 기뻐 체인지업 그립을 보여주는 세리머니가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했습니다. 그의 세리머니를 지켜본 동료들은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이긴 줄 알았다”고 놀리면서도 김광현의 성장을 함께 축하해 줬습니다. LA 다저스 류현진에게 구대성이라는 체인지업 스승이 있었던 것처럼 김광현에게는 룸메이트이자 절친한 형인 정우람이 있습니다. 김광현과 같은 왼손 투수인 정우람은 현재 한국 프로야구에서 체인지업을 가장 잘 던지는 선수로 꼽힙니다. 거의 붙어 다니는 둘은 캐치볼을 할 때도 체인지업을 주고받으며 의견을 교환합니다. 김광현은 “체인지업을 익히면 투구 수를 줄이고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다. 내가 오래 버티면 중간 투수들의 부담도 줄어든다. 김광현이라는 투수가 직구, 슬라이더 말고 체인지업도 던질 수 있구나 하는 인식을 타자들에게 주는 게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김광현은 최근 몇 년간의 부진을 털고 지난해 13승을 거두며 부활에 성공했습니다. 올해는 한 단계 더 올라선 김광현을 볼 수 있길 기대합니다.오키나와=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가 막바지로 접어든 지난 달 28일. SK 에이스 김광현(27)은 불펜 보조 요원들과 후배 투수들을 고깃집으로 초대했습니다. “나도 막내 생활을 오래 해 봐서 캠프 때 후배들이 얼마나 힘든 지 잘 안다. 투수들의 공을 받아주고, 잔일을 도맡아하는 불펜 보조 요원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식사 자리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날 저녁 갑자기 팀 미팅이 소집됐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날은 안 먹어도 배부른 사람들이 적지 않았을 겁니다. 안산공고 에이스로 활약하던 김광현을 지켜보던 SK 관계자도 그의 인성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그는 “우연히 합숙소를 방문했는데 3학년이던 김광현이 혼자 남아 청소를 하고 있더라. 남다른 선수라고 생각했다”고 하더군요. 옆에서 지켜본 김광현도 에이스로서의 책임감이 분명하고, 팀을 위해 헌신할 줄 아는 선수입니다. 지난 겨울 김광현은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시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샌디에이고가 입찰에 참여했지만 세부 조건이 맞지 않아 계약까진 이르지 못했습니다. 엄청난 상실감 속에 목표를 잃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김광현은 곧바로 훌훌 털어버렸지요. 그는 “그 즈음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다. 좋은 사람을 만났고, 좋은 일(결혼)이 있으니 좋은 생각만 하려고 애썼다”고 하더군요. 대신 속으로 독기를 품었습니다. 자신의 모자란 부분을 솔직히 인정하고, 메이저리그가 탐내는 선수가 되도록 자신을 갈고 닦기로 한 것이지요. 직구-슬라이더의 투수였던 그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연마하고 있는 무기는 체인지업입니다. 그는 이미 3, 4년 전에도 체인지업을 시도했었습니다. 하지만 직구를 던질 때와 체인지업을 던질 때 투구 폼이 크게 차이나면서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절실히 두드리면 문이 열리는 것일까요. 지난 달 27일 니혼햄과의 연습경기에서 그는 2이닝 퍼펙트를 기록했습니다. 더욱 인상적이었던 것은 마지막 타자를 체인지업으로 삼진 처리한 것입니다. 김광현은 “체인지업으로 삼진을 잡은 것은 태어나서 처음이다. 너무 기뻐 체인지업 그립을 보여주는 세리머니가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했습니다. 그의 세리머리를 지켜본 동료들은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이긴 줄 알았다”고 놀리면서도 김광현의 성장을 함께 축하해 줬습니다. LA 다저스 류현진에게 구대성이라는 체인지업 스승이 있었던 것처럼 김광현에게는 룸메이트이자 절친한 형인 정우람이 있습니다. 김광현과 같은 왼손 투수인 정우람은 현재 한국 프로야구에서 체인지업을 가장 잘 던지는 선수로 꼽힙니다. 거의 붙어 다니는 둘은 캐치볼을 할 때도 체인지업을 주고받으며 의견을 교환합니다. 김광현은 “체인지업을 익히면 투구 수를 줄이고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다. 내가 오래 버티면 중간 투수들의 부담도 줄어든다. 김광현이라는 투수가 직구, 슬라이더 말고 체인지업도 던질 수 있구나 하는 인식을 타자들에게 주는 게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김광현은 최근 몇 년 간의 부진을 털고 지난해 13승을 거두며 부활에 성공했습니다. 올해는 한 단계 더 올라선 김광현을 볼 수 있길 기대합니다.오키나와=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순박해 보이는 미소는 여전했지만 웃음의 결이 달랐습니다. 27일 KIA와의 연습경기가 열린 일본 오키나와 킨 스타디움에서 만난 넥센 박병호(29)는 활짝 웃는 얼굴로 기자를 맞았습니다. 그는 LG 유망주 시절에도 밝은 선수였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웃음 뒤의 씁쓸함까지 감추진 못했었지요. LG의 2군 연습장에서 고개를 푹 숙인 채 걸어가던 그의 뒷모습이 여전히 생생합니다. 인생의 전환점이 된 것은 넥센으로의 트레이드였습니다. LG 박병호와 넥센 박병호의 차이를 만든 건 마음가짐입니다. LG에서는 ‘삼진만 당하지 말자’를 되새기며 타석에 들어섰지만 넥센에서는 ‘삼진은 의식하지 말고 내 스윙을 하자’로 바뀌었지요. 부담을 떨쳐버린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홈런왕으로 성장했습니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그의 홈런은 31개→37개→52개로 늘었습니다. 보통 선수라면 52개의 홈런에 안주할 만합니다. 하지만 박병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전혀 뜻밖이었습니다. 그는 “지난해 홈런을 많이 치긴 했지만 시즌 내내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 시즌이 끝나자마자 보완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했습니다. 미국 애리조나와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내내 그는 새로운 타격 폼을 만드는 데 한창입니다. 타격 스탠스를 줄이고, 잔 동작도 최소화했습니다. 더 강한 타구를 만들기 위해 방망이 무게도 880g에서 900g으로 늘렸습니다. 방망이 무게를 버티기 위해 웨이트트레이닝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홈런 수를 늘리는 게 목표가 아닙니다. 그는 “작년에는 실투를 홈런으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파울을 낸 적이 많았다. 공 움직임이 좋은 투수들도 잘 공략하지 못했다. 홈런 개수를 떠나 캠프 때 익힌 타격 폼을 시즌 중에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면 스스로를 칭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어느덧 박병호는 경기 자체보다는 준비,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선수가 돼 있었습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지난해가 병호에겐 고비였다. 시즌 중반까지 좋을 때와 안 좋을 때의 차이가 적지 않았다. 홈런도 많았지만 삼진(142개)도 많이 당한 이유다. 하지만 결국 모든 걸 이겨냈다. 이미 대타자가 된 병호가 올해 또 다른 도전을 하는 게 대견스럽다”고 했습니다. 그런 그의 모습에서 ‘국민타자’ 이승엽(39·삼성)의 그림자가 어른거립니다. 이승엽 역시 최고의 자리에서도 변화를 선택했습니다. 1999년 54홈런을 친 뒤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타격 폼을 수정했고, 2003년 당시 아시아 신기록인 56홈런을 쳤지요. 최고의 자리에 올라선 뒤에도 여전히 겸손한 것도 둘의 공통점입니다. 올 시즌이 끝나면 박병호는 7시즌을 채워 해외 진출 자격을 얻습니다. 구단의 동의만 있다면 해외 진출이 가능합니다. 올해 강정호를 피츠버그에 보낸 넥센은 박병호의 해외 진출도 적극 돕겠다는 자세입니다. 박병호는 “멀리 바라보기보다는 올해 경기에만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한마디를 덧붙였습니다. “메이저리그는 나뿐 아니라 야구를 하는 모든 선수들의 꿈이다. 사실 야구를 잘 못할 때(LG 시절을 지칭)조차도 메이저리그 중계를 꾸준히 봐 왔다”고 했습니다. 메이저리그는 이승엽도 밟아보지 못한 길입니다. 이승엽도 인정한 ‘홈런 타자’ 박병호는 내년에는 과연 어느 팀의 유니폼을 입고 있을까요.오키나와=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순박해 보이는 미소는 여전했지만 웃음의 결이 달랐습니다. 27일 KIA와의 연습경기가 열린 일본 오키나와 킨 스타디움에서 만난 넥센 박병호(29)는 활짝 웃는 얼굴로 기자를 맞았습니다. 그는 LG 유망주 시절에도 밝은 선수였습니다. 하지만 그 때는 웃음 뒤의 씁쓸함까지 감추진 못했었지요. LG의 2군 연습장에서 고개를 푹 숙인 채 걸어가던 그의 뒷모습이 여전히 생생합니다. 인생의 전환점이 된 것은 넥센으로의 트레이드였습니다. LG 박병호와 넥센 박병호의 차이를 만든 건 마음가짐입니다. LG에서는 ‘삼진만 당하지 말자’를 되새기며 타석에 들어섰지만 넥센에서는 ‘삼진은 의식하지 말고 내 스윙을 하자’로 바뀌었지요. 부담을 떨쳐버린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홈런왕으로 성장했습니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그의 홈런은 31개→37개→52개로 늘었습니다. 보통 선수라면 52개의 홈런에 안주할 만 합니다. 하지만 박병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전혀 뜻밖이었습니다. 그는 “지난해 홈런을 많이 치긴 했지만 시즌 내내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 시즌이 끝나자마자 보완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했습니다. 미국 애리조나와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내내 그는 새로운 타격 폼을 만드는 데 한창입니다. 타격 스탠스를 줄이고, 잔동작도 최소화 했습니다. 더 강한 타구를 만들기 위해 방망이 무게도 880g에서 900g으로 늘렸습니다. 방망이 무게를 버티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홈런 수를 늘리는 게 목표가 아닙니다. 그는 “작년에는 실투를 홈런으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파울을 낸 적이 많았다. 공 움직임이 좋은 투수들도 잘 공략하지 못했다. 홈런 개수를 떠나 캠프 때 익힌 타격 폼을 시즌 중에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면 스스로를 칭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어느덧 박병호는 경기 자체보다는 준비,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선수가 돼있었습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지난해가 병호에겐 고비였다. 시즌 중반까지 좋을 때와 안 좋을 때의 차이가 적지 않았다. 홈런도 많았지만 삼진(142개)도 많이 당한 이유다. 하지만 결국 모든 걸 이겨냈다. 이미 대 타자가 된 병호가 올해 또 다른 도전을 하는 게 대견스럽다”고 했습니다. 그런 그의 모습에서 ‘국민타자’ 이승엽(39·삼성)의 그림자가 어른거립니다. 이승엽 역시 최고의 자리에서도 변화를 선택했습니다. 1999년 54홈런을 친 뒤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타격 폼을 수정했고, 2003년 당시 아시아 신기록인 56홈런을 쳤지요. 최고의 자리에 올라선 뒤에도 여전히 겸손한 것도 둘의 공통점입니다. 올 시즌이 끝나면 박병호는 7시즌을 채워 해외진출자격을 얻습니다. 구단의 동의만 있다면 해외 진출이 가능합니다. 올해 강정호를 피츠버그에 보낸 넥센은 박병호의 해외 진출도 적극 돕겠다는 자세입니다. 박병호는 “멀리 바라보기 보다는 올해 경기에만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한 마디를 덧붙였습니다. “메이저리그는 나뿐 아니라 야구를 하는 모든 선수들의 꿈이다. 사실 야구를 잘 못할 때(LG 시절을 지칭)조차도 메이저리그 중계를 꾸준히 봐 왔다”고 했습니다. 메이저리그는 이승엽도 밟아보지 못한 길입니다. 이승엽도 인정한 ‘홈런 타자’ 박병호는 내년에는 과연 어느 팀의 유니폼을 입고 있을까요.오키나와=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삼성 포수 진갑용은 여전히 후배 투수들의 공을 받고 있었습니다. 26일 삼성이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는 일본 오키나와 아카마 구장에서 그는 많게는 20살 차이가 나는 후배들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1974년 5월 8일생인 그는 얼마 있으면 만 41세가 됩니다. 현재 그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선수입니다. 한국 야구에서 ‘3D(Dirty, Difficult, Dangerous)’ 업종인 포수가 최고령 선수가 된 건 처음입니다. 그가 이렇게 오랫동안 야구를 할지는 누구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는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 전에 터진 약물 파동의 주인공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도핑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았고, 그 역시 도핑에 무지했습니다. 감기약에서 약물 성분이 검출되는 바람에 그는 대표팀에서 제외됐습니다. 팬들의 비난 속에서 마음고생도 많이 했지요. 하지만 이후 그의 행보를 보면 ‘약물 소동’은 해프닝으로 볼 수 있습니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주전 포수로 활약했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의 주인공이었습니다. 2013년 제3회 WBC에서는 주장을 맡았습니다. 2002년의 사건은 전화위복이 됐습니다. 더 철저하게 몸 관리를 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이죠. 그의 야구 인생도 그해를 기점으로 달라졌습니다. 이전까지 삼성은 한국시리즈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2002년 첫 우승 후에는 거의 매년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지난해까지 무려 7차례나 우승했습니다. 그리고 삼성의 안방에는 언제나 그가 있었습니다. 그의 대구 집에는 7개의 챔피언 반지가 소중하게 모셔져 있습니다. 그는 “운이 좋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운을 만든 건 그 자신이었습니다. 그의 야구 신조는 “훈련은 열심히 하되, 쉴 때는 확실히 쉰다. 그리고 남은 체력은 경기에서 100% 쏟아 붓는다”입니다. 무리하게 훈련 량을 늘리기보다는 자신에게 필요한 운동을 열심히 하고 쉴 때는 스트레스를 확실하게 풉니다. 장수의 비결은 역시 좋은 습관과 즐거운 마음가짐이라고 할 수 있겠죠. 좋은 파트너들을 만난 것 역시 그에겐 행운이었습니다. 그는 오승환(일본 한신), 안지만, 권오준(이상 삼성), 배영수, 권혁(한화) 등 당대의 좋은 투수들과 배터리를 이뤘습니다. 그는 “2004년의 (배)영수는 내가 평생 만나본 최고의 투수였다. 1회부터 9회까지 변함없는 공을 던졌다”고 회상했습니다. 그가 언제까지 선수 생활을 할지는 모릅니다. 그는 “몸이 허락하는 대로 따를 것”이라고 하더군요. 류중일 감독은 “(진)갑용이가 있고 없고는 큰 차이가 난다”고 말합니다. 타자들과의 수 싸움이나, 큰 경기 경험, 타자로서의 한 방 등 여전히 그만한 포수를 찾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부상으로 거의 출전하지 못했던 그는 올해 개막전에 맞춰 페이스를 조절하고 있습니다. 야구 선수로는 환갑을 넘은 나이에 누군가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훌륭한 야구 인생을 살아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생은 이호준(NC) 처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유계약선수(FA) 대박을 터트린 것에 대한 부러움에서 나온 말이죠. 그렇다면 ‘야구는 진갑용처럼’ 하는 게 후배 선수들의 바람이 아닐까요.오키나와=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05년 스프링캠프 취재를 위해 일본에 갔다가 문화적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저녁에 숙소에서 TV를 보는데 야구 중계를 하고 있었다. 전지훈련 기간이었으니 정규시즌 경기는 아니었고, 시범경기도 아니었다. 그냥 조촐하게 치르는 연습경기가 생중계되고 있었던 것. 정규시즌 수준까지는 아니었어도 꽤 볼만했다. 일본이 야구의 나라라는 것을 다시 실감했다. # 2005년에 개봉한 ‘날 미치게 하는 남자’(원제 ‘Fever Pitch’)란 영화가 있다. 예뻤던 드루 배리모어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건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는 남자 주인공이다. 야구광인 남자는 평소에는 지극히 정상이다. 하지만 야구, 특히 보스턴 레드삭스와 관련된 일에는 180도 돌변한다. 그의 이중생활은 여자친구 몰래 간 스프링캠프에서 미친 듯이 응원하는 모습이 TV 카메라에 잡히면서 들통이 났다. 미국 팬들은 스프링캠프에도 따라간다는 게 생소했다. 그때부터 정확히 10년이 흘렀다. 강산은 변했고, 한국 야구도 놀랍게 발전했다. 10년 전 남의 나라 얘기가 그대로 우리 얘기가 됐다. 먼저 야구 중계. 겨우내 야구에 굶주려 있던 팬들은 22일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한화와 KIA의 연습 경기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인터넷TV(IPTV) 채널인 SPOTV가 이 경기를 생중계했기 때문이다. 예전 같으면 한화 신인 김민우가 2이닝 무실점한 것을 보도를 통해 알았겠지만 지금은 많은 팬들이 그의 구위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SPOTV는 3월 3일까지 오키나와와 미야자키, 가고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연습경기들을 SPOTV와 SPOTV2 채널을 통해 생중계할 예정이다. 인터넷TV가 없는 팬들도 유튜브를 통해 시청할 수 있다. 22일 경기의 유튜브 접속자는 1만 명이 넘었다. 넥센은 인터넷 개인방송 사이트 아프리카TV를 통해 아예 팀이 치르는 모든 연습경기를 자체 중계한다. 카메라 1대에 구단 직원들이 캐스터를 맡는 조촐한 형식이지만 팬들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는 충분하다. 넥센 자체 중계의 가장 큰 특징은 염경엽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경기에 출전하지 않는 주요 선수들이 객원 해설자로 나선다는 것. 25일 열린 넥센-KIA전은 SPOTV와 넥센의 자체 중계 등 두 곳에서 생중계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스프링캠프를 직접 찾는 팬도 적지 않다. 대부분 팀들이 스프링캠프 참관단을 모집해 팬들과 선수들의 만남을 직접 주선하고 있다. 삼성의 괌 1차 캠프 참관단에 참가한 팬들은 이승엽 김상수 등 스타 선수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기회도 얻었다. 자유계약선수(FA)가 돼 거액을 버는 선수가 쏟아져 나오고 새 구장이 속속 문을 여는 등 여러모로 한국 야구가 황금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선수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위기는 가장 좋을 때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가 이를 보여주고 있다. 1995년 540만 명이었던 관중은 2005년 233만 명으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호황에 취해 자만했고, 미래를 준비하지 않아서 생긴 결과였다. 야구계에는 “올라가긴 어려워도 내려가는 건 한순간”이라는 격언이 있다. 팬들이 야구에 쏟는 사랑은 이미 차고 넘칠 정도지만 팬심(心)은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모든 것은 선수들 하기 나름이다. ―오키나와에서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05년 스프링캠프 취재를 위해 일본에 갔다가 문화적인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저녁에 숙소에서 TV를 보는데 야구 중계를 하고 있었다. 전지훈련 기간이었으니 정규시즌 경기는 아니었고, 시범경기도 아니었다. 그냥 조촐하게 치르는 연습경기가 생중계되고 있었던 것. 정규시즌 수준까지는 아니었어도 꽤 볼 만한 했다. 일본이 야구의 나라라는 것을 다시 실감했다. # 2005년에 개봉한 ‘날 미치게 하는 남자(원제 Fever Pitch)’란 영화가 있다. 예뻤던 드류 배리모어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건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는 남자 주인공이다. 야구광인 남자는 평소에는 지극히 정상이다. 하지만 야구, 특히 보스턴 레드삭스와 관련된 일에는 180도 돌변한다. 그의 이중생활은 여자친구 몰래 간 스프링캠프에서 미친 듯이 응원하는 모습이 TV 카메라에 잡히면서 들통이 났다. 미국 팬들은 스프링캠프에도 따라간다는 게 생소했다. 그때부터 정확히 10년이 흘렀다. 강산은 변했고, 한국 야구도 놀랍게 발전했다. 10년 전 남의 나라 얘기가 그대로 우리 얘기가 됐다. 먼저 야구 중계. 겨우내 야구에 굶주려 있던 팬들은 22일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한화와 KIA의 연습 경기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인터넷TV(IPTV) 채널인 SPOTV가 이 경기를 생중계했기 때문이다. 예전 같으면 한화 신인 김민우가 2이닝 무실점 한 것을 보도를 통해 알았겠지만 지금은 많은 팬들이 그의 구위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SPOTV는 3월 3일까지 오키나와와 미야자키, 가고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연습경기들을 SPOTV와 SPOTV 2채널을 통해 생중계할 예정이다. 인터넷TV가 없는 팬들도 유튜브를 통해 시청할 수 있다. 22일 경기의 유튜브 접속자는 1만 명이 넘었다. 넥센은 인터넷 개인방송 사이트 아프리카TV를 통해 아예 팀이 치르는 모든 연습경기를 자체 중계한다. 카메라 1대에 구단 직원들이 캐스터를 맡는 조촐한 형식이지만 팬들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는 충분하다. 넥센 자체중계의 가장 큰 특징은 염경엽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경기에 출전하지 않는 주요 선수들이 객원 해설자로 나선다는 것. 25일 열린 넥센-KIA전은 SPOTV와 넥센의 자체 중계 등 두 곳에서 생중계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스프링캠프를 직접 찾는 팬들도 적지 않다. 대부분 팀들이 스프링캠프 참관단을 모집해 팬들과 선수들의 만남을 직접 주선하고 있다. 삼성의 괌 1차 캠프 참관단에 참가한 팬들은 이승엽, 김상수 등 스타 선수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기회도 얻었다. 자유계약선수(FA)가 돼 거액을 버는 선수가 쏟아져 나오고, 새 구장이 속속 문을 여는 등 여러모로 한국 야구가 황금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선수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위기는 가장 좋을 때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가 이를 보여주고 있다. 1995년 540만 명이었던 관중은 2005년 233만 명으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호황에 취해 자만했고, 미래를 준비하지 않아서 생긴 결과였다. 야구계에는 “올라가긴 어려워도 내려가는 건 한 순간”이라는 격언이 있다. 팬들이 야구에 쏟는 사랑은 이미 차고 넘칠 정도지만 팬심(心)은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모든 것은 선수들 하기 나름이다. -오키나와에서오키나와=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석교상사(대표이사 이민기)는 최근 미국 ‘PGA 머천다이즈 쇼’와 일본 ‘JGGA 골프 쇼’에서 선보인 브리지스톤골프 J815 드라이버를 3월 초에 전격 출시할 예정이다. J815 드라이버는 헤드 크라운에 탑재된 ‘파워 슬릿(Power Slit)’ 기술과 솔에 장착된 새로운 구조의 ‘파워 리브(Power Rib)’ 기술로 임팩트 순간 헤드의 스프링 효과를 극대화하여 비거리를 향상시켰다. 또한 이전에 출시하여 골퍼들에게 큰 호평을 받고 있는 J715 드라이버에 사용된 ‘파워 밀링(Power Milling)’ 기술을 앞세워 불필요한 스핀을 억제해 방향성과 더불어 폭발적인 비거리를 만들어 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브랜트 스니데커는 “J815 드라이버의 색상과 디자인이 굉장히 마음에 든다. 이 제품은 J715 드라이버와 같이 브리지스톤의 최신 기술이 사용되었는데 ‘파워 슬릿’과 ‘파워 리브’ 기술로 인해 런치 각이 좋아져 볼을 더 멀리 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안정감 있는 헤드 사이즈로 관용성을 높여 미스 샷을 줄일 수 있으며 크라운의 디자인으로 방향 설정이 용이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J815 드라이버 헤드는 6AL-4V 티탄 합금 페이스, Ti811 티탄 합금에 알루미늄 나사를 채택했다. 또 페이스는 프레스 가공과 레이저 가공, CNC 밀링을 통해 만들었고, 바디는 로스트 왁스 정밀 주조를 통해 만들어졌다. 로프트 각도는 8.5도와 9.5도, 그리고 10.5도 등 세 종류가 있다. 헤드 체적은 460cc이며 길이는 45.5인치다. 라이각은 59도. 샤프트는 커스텀 주문 제작이 가능하다. 샤프트는 투어 AD J15-11W를 사용하는데 플렉스 R는 53g, SR는 55g, S는 57g이다. 각각의 모델 명은 305/D1, 307/D2, 309/D2가 된다. 한국과 일본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헤드 웨이트 바 부분과 그립에 레드 색상을 채택했다. 이에 비해 미국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옐로다. 가격은 80만 원. 02-558-2235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뉴질랜드 교포인 ‘골프 천재’ 리디아 고(한국 이름 고보경·18)는 만 18세가 된 올해부터 안경을 벗고 필드에 나서고 있다. 안경 대신 콘택트렌즈를 사용하는 것 외에도 새해부터 달라진 게 많다. 세계적인 골프 교습가인 데이비드 리드베터와 새로운 시즌을 준비했고 3월에는 고려대에 입학한다. 무엇보다 그는 남녀를 통틀어 역대 최연소로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그는 2월 1일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코츠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남녀 프로골프를 통틀어 가장 어린 나이인 17세 9개월 9일 만에 ‘넘버 1’을 차지했다. 하지만 약 1년 전부터 그는 선수생명을 건 모험을 했다. 이전까지 쓰던 클럽을 내려놓고 새 클럽으로 무장한 것이다. 드라이버부터 아이언, 페어웨이 우드, 웨지부터 공에 이르기까지 머리에서 발끝까지 모든 것을 바꿨다. 리디아 고의 새 무기는 캘러웨이다. 리디아 고와 캘러웨이는 찰떡궁합이었다. 리디아 고는 새 클럽을 본격적으로 사용한 지난해 스윙잉 스커츠 LPGA 클래식(4월)을 시작으로 마라톤 클래식(7월), CME 투어 챔피언십(11월)까지 3승을 거둔 뒤 22일 끝난 호주여자오픈에서 시즌 첫승이자 프로데뷔 후 통산 4승째를 거뒀다. 현재의 세계랭킹 1위는 새 클럽과도 깊은 연관이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장 골프를 잘 치는 그의 캐디백엔 어떤 클럽이 들어 있을까. 그의 드라이버는 빅 버사 알파 815의 최상급 모델인 더블 블랙 다이아몬드(9도)다. 반발력을 극대화해 캘러웨이 역사상 가장 빠른 볼 스피드를 제공하는 드라이버다. 아이언은 에이펙스 프로 아이언이다. 리디아 고가 캘러웨이를 택한 가장 큰 이유는 다름 아닌 아이언으로 알려져 있다. 드라이버 비거리가 그리 길지 않은 그로서는 아이언의 정확도가 중요한데 그에게 가장 부합한 게 캘러웨이 아이언이었다는 것이다. 페어웨이 우드는 X2HOT(15도)와 캘러웨이 빅 버사(18도)를 번갈아 쓰고, 하이브리드는 X2HOT 및 HOT프로(20, 23, 25도)를 사용한다. 웨지는 맥 대디2(54, 60도), 퍼터는 오디세이 탱크 크루저 330말레다. 이 퍼터는 헤드 솔 부분에 교체 가능한 웨이트(10g, 15g, 20g)가 삽입되어 있어 헤드 무게를 손쉽게 조정할 수 있다. 또 투어에서 입증된 화이트 핫 인서트를 적용해 일관되고 견고한 터치감을 제공한다. 리디아 고가 쓰는 SR3 공은 SR1과 SR2에 비해 단단한 편이다. 빠른 스피드에서의 공기저항을 최소화해 비거리 증가시켜 주고 정교한 볼 컨트롤에도 용이하지만 프로선수의 스윙 스피드를 지닌 골퍼에게 적합하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가 기업들의 후원 저조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자 박 대통령이 직접 기업들의 협조를 요청하고 나선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로 대기업 오너와 최고경영자(CEO)들을 초청해 오찬을 하면서 “평창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치러지기 위해서는 국민의 관심 및 정부의 행정·재정적 지원과 함께 경제계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며 “평창 올림픽이 세계인의 문화올림픽이 될 수 있도록 스폰서십 지원에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한다”고 요청했다. 오찬에는 평창올림픽조직위원장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조현상 효성 부사장, 김창범 한화그룹 사장,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 등 대기업 오너와 CEO 21명이 참석했다. 이날 오찬은 기업의 문화체육 후원 활성화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지만 사실상 평창 올림픽 지원 요청이 주된 목적이라고 볼 수 있다. 평창 조직위에 따르면 경기장 등 인프라 건설을 제외한 대회 운영 예산은 2조540억 원이다. 이 중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5902억 원을 지원하고, 나머지는 조직위가 마련해야 한다. 조직위는 이 중 8500억 원을 기업들의 후원으로 충당하고, 나머지는 각종 수익사업으로 채울 계획이다. 현재까지 기업들의 후원은 저조하다. 스폰서로 나선 기업은 KT(통신)와 영원무역(스포츠의류), 파고다어학원(언어교육), 삼일회계법인(회계) 등 4개밖에 없다. 그나마 KT와 영원무역이 큰 금액을 내놓으면서 목표액의 30% 정도를 달성했다. 하지만 이날 박 대통령의 협조 요청에 따라 스폰서로 나설 기업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조직위는 기대하고 있다. 조직위는 상반기 중 항공과 정보기술(IT) 분야의 기업과 스폰서십 계약을 맺을 계획이다. 금년 말까지 8500억 원 가운데 75%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조직위가 유치하려는 스폰서는 코카콜라, P&G 등 IOC의 주요 스폰서와 업종이 겹치지 않는 지역 스폰서다. 조직위는 스폰서 등급을 1∼3급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모두 30개 업종이다. 이 가운데 수백억 원 수준의 큰돈을 낼 수 있는 1급 지역 스폰서 계약이 급선무다. 한국메세나협회 회장인 박용현 이사장은 이날 “우리나라 문화 융성에 이바지하고 국격을 높이는 데 보탬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노력을 배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들이 선뜻 지갑을 열지는 지켜봐야 알 수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큰 뜻에는 공감하지만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 부담을 느끼는 곳도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헌재 uni@donga.com·이재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