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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온라인 카페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안아키)에 대해 경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설 전망이다. 경찰청은 ‘안아키’ 운영자 등이 아동복지법 등을 위반했는지 수사하기 위해 해당 사건을 대구 수성경찰서에 배당했다고 18일 밝혔다. 동아일보 보도(5월 1일자 A12면) 후 안아키의 아동학대 논란이 거세진 지 17일 만이다. 이에 앞서 경남지역 시민단체인 ‘아동학대방지시민모임’ 회원들은 1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방문해 안아키 운영자 김모 씨(54)와 카페 회원 70여 명을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2013년 10월 김 씨가 개설한 안아키는 자연주의 육아를 표방하고 있다. 김 씨 및 카페 운영진은 각종 예방접종이나 항생제 같은 약물처방이 불필요하며 자연면역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주장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며 회원 수는 6만 명까지 늘었다. 그러나 이들이 권장하는 요법은 각종 부작용을 낳았다. 김 씨 등은 아토피피부염에 걸린 아이에게 햇볕을 쬐고 땀을 내라고 하거나 배탈 난 아이에게 숯가루를 먹이라고 권장했다. 일부 회원이 온몸이 짓물러 상처로 덮인 아기 사진을 올리며 부작용을 호소했지만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독려했다. 이후 증상이 심해져 큰 병원에 다녀왔다는 후기도 적잖게 올라왔다. 의료 전문가들은 안아키가 권장하는 요법들은 현대의학의 상식과 맞지 않거나 비전문가가 임의로 처방하면 위험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한한의학회는 지난달 29일 “안아키의 주장은 현대 한의학적 근거 및 상식과 맞지 않는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보건복지부도 이달 4일 본보 보도 후 논란이 거세지자 “안아키의 의료법 위반 행위 사실이 확인되면 고발 등을 검토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김배중기자 wanted@donga.com}
전 세계를 강타한 사상 최대 규모의 랜섬웨어(ransomware) 공격의 배후에 북한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워너크라이(WannaCry)’로 불리는 신종 랜섬웨어의 코드와 북한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해킹 범죄단 ‘래저러스(Lazarus)’의 과거 해킹 사이에 유사성이 발견됐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15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구글 연구원 닐 메타가 이날 트위터에 래저러스의 보안장벽 우회 프로그램인 ‘캔토피’ 2015년 버전 코드가 워너크라이의 2월 샘플에서 발견된 뒤 각국 보안 전문가들이 북한 연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과 유럽의 보안 관리들도 로이터통신에 “배후를 밝히기에는 너무 이르다”라면서도 “북한 소행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워너크라이 개발자가 래저러스가 의심받도록 고의적으로 ‘가짜 코드’를 심었을 가능성도 있다. 톰 보서트 미국 백악관 국토안보보좌관은 15일 “범죄자나 외국에서 개발된 것일 수 있다”며 “7만 달러(약 7800만 원)에 가까운 돈이 해커에게 건네졌으나 자료 복구로 이어진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12일부터 급속히 확산된 워너크라이에 감염된 컴퓨터는 약 150개국에서 30만 대에 이른다. 우리 군 당국은 이번 랜섬웨어 공격에 대비해 14일 오후부터 정보작전 방호태세인 ‘인포콘’을 4단계에서 3단계로 격상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북한 등 적대 세력이 랜섬웨어 공격에 편승해 군내 인터넷 및 인트라넷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퍼부을 가능성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16일 오후 5시 기준으로 국내 기업 12곳이 이번 해킹으로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피해 신고는 14일 4곳, 15일 5곳에 이어 이날 3곳이 추가되면서 국내에서도 관련 피해가 일단 소강상태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랜섬웨어 사태는 일반인의 ‘온라인 일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직장인 김모 씨(30)는 15일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있던 가족사진 중 100여 장을 추려 전문업체에 인화를 주문했다. 김 씨는 “구식처럼 보이겠지만 클라우드(인터넷 서버)에 저장하는 것보다 믿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 인화 전문업체인 찍스(zzixx) 관계자는 “15일 하루 주문이 평소보다 25%가량 늘었다”며 “랜섬웨어 공격이 우려되자 사진파일을 인화하려는 수요자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킹 등 사이버 공격이 증가할수록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탈(脫)디지털’ 생활이 대안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에 따르면 해킹 등 정보통신망 침해 범죄는 2014년부터 3년간 8215건에 이른다. 박창호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는 “기술 발달과 함께 악성코드 등으로 정보가 한순간에 훼손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사진을 출력하고 자료를 스크랩하는 옛 방식도 불안감을 해결하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말했다.황인찬 hic@donga.com·손효주·김배중 기자}

인천의 바닷가는 주말 궂은 날씨에도 평소 자신이 꿈꾸던 희망의 바다를 도화지에 담으려는 어린이, 청소년의 열정으로 넘쳐났다. 동아일보와 채널A가 공동 주최한 ‘2017 제3회 생명의 바다 그림대회’가 13일 인천과 부산, 충남 서천, 울산, 경남 거제에서 학생 3800여 명과 학부모, 교사를 비롯해 1만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동시에 열렸다. 수도권 대회장인 인천 송도국제도시 솔찬공원, 중구 월미도 문화의 거리, 동구 만석부두 공영주차장, 서구 정서진(경인아라뱃길 인천터미널 앞 아라빛섬)에서는 학생과 학부모 6200여 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학생들은 돌풍과 소나기가 몰아치는 변덕스러운 날씨에도 바다의 모습을 생생하게 캔버스에 담았다. 솔찬공원에서는 참가 학생과 학부모들이 바닷가 옆 1m 높이의 펜스를 따라 설치된 나무 덱 위에 텐트를 치거나 돗자리를 깔고 그림을 그렸다. 초중고교생과 지도교사 등 43명을 이끌고 솔찬공원을 찾은 인천 남구 학익동 아이엠미술학원 김태영 원장(39)은 “입시의 틀에서 벗어나 모처럼 야외에서 5월의 푸른 바다를 맘껏 그릴 수 있는 기회를 줬더니 학생들 반응이 무척 좋았다”고 말했다. 참가 학생들은 환경오염으로 생태계가 파괴될지 모르는 바다의 앞날을 걱정하는 마음을 그림을 통해 알리기도 했다. 이나라 양(17·인천 박문여고 1학년)은 바다가 오염돼 태어날 때부터 지느러미와 턱에 장애를 가진 돌고래가 인간의 도움으로 치료를 받은 뒤 푸른 바다를 건강하게 헤엄치는 모습을 그렸다. 안전한 사회에 대한 염원도 엿볼 수 있었다. 바다의 거북선을 사실감 있게 표현한 정수지 양(14·청량중 2학년)은 “우리나라의 안전이 요즘 주변국 등으로부터 위협받고 있다.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이 우리 바다를 안전하게 지켜낸 것처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거북선을 그렸다”고 말했다. 서울에서도 대회의 관심은 높았다. 서울 송곡여고 ‘미술중점반’ 1, 2학년 16명은 서구 정서진으로 단체 출전을 했다. 이윤재 양(17·송곡여고 2학년)은 “1학년 때는 주로 교내 대회만 참가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교외 대회에 나왔다. ‘생명의 바다’를 표현하기 위해 아기 그림을 그렸다”고 말했다. 학생뿐 아니라 할아버지와 할머니, 부모, 어린 동생을 모두 데리고 나온 가족이 많았다. 단순한 사생대회를 넘어 봄나들이 축제행사로 자리매김한 모습이었다. 부산 연제구에 사는 고병식 씨(76)는 “어제 인천의 딸 집에 놀러 왔는데 손자가 대회에 나간다고 해 사위 등 4명이 같이 왔다”며 “손자가 집중해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보니 참 흐뭇하다”고 기뻐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생명의 바다 그림대회는 지역사회의 높은 관심 속에 축제의 장이 되고 있다. 이날 대회장에서는 마술쇼와 죽마를 탄 키다리 아저씨 공연이 펼쳐져 환호성이 끊이지 않았다. 포스코건설㈜은 사내 공지를 통해 모집한 이서이 양(8·명선초교 1학년) 등 20여 명이 대회에 참가했다. 인하대병원과 가천의대 길병원은 응급 상황에 대비해 의료진을 파견했다. 연수 김안과(김학철 대표원장) 의료팀은 솔찬공원에서 무료로 눈 건강 상태를 봐줬다. 인하대 최순자 총장과 이흥수 동구청장을 비롯해 인천시 문화예술과,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직원들도 대회장을 찾아 학생들을 격려했다. 인천 중부·서부·연수경찰서, 중부·서부·남동소방서 직원들도 안전한 대회를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인천=차준호 run-juno@donga.com / 김배중·구특교 기자}
‘대통령 안경 팝니다.’ 10일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이런 제목의 글이 여럿 올라왔다. 거래 희망 품목은 덴마크 브랜드인 ‘린드버그’ 안경테. 문재인 대통령이 쓰면서 유명해진 제품이다. 이 안경테가 대통령 선거 후 인기가 치솟고 있다. 이른바 대통령 ‘굿즈(goods·관련 상품)’이기 때문이다. 린드버그 안경테는 정식 수입품의 경우 백화점 등지에서 70만∼150만 원에 팔린다. 문 대통령 안경과 같은 모델은 보통 70만 원 안팎에 판매된다. 병행수입(공식 지정이 아닌 업체가 들여오는 경우) 제품은 20만∼30만 원에 거래된다. 문 대통령 당선 후 온라인 중고시장에서 거래되는 병행수입 제품의 가격은 30만∼50만 원까지 올랐다. ‘문재인’ 이름표가 달린 특수전사령부(특전사) 군복은 중고거래 사이트에 판매 글이 게시된 지 30분 만에 팔렸다. 문 대통령을 표지 모델로 실은 미국 주간지 ‘타임’ 아시아판 최근호는 판매 신기록을 세웠다. 인터넷서점 알라딘 관계자는 “10일 오후 1시 40분부터 24시간 만에 7024권이 판매돼 기존 일간 판매량 1위였던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세운 5523권을 크게 앞섰다”고 밝혔다. 온라인 중고시장에서는 정가보다 1000원 비싼 8000원에 판매 중이다. 문 대통령의 대표적 저서인 ‘운명’은 선거 전인 7, 8일에 비해 9, 10일 매출이 4배 늘었다. 유세 때 사용된 선거용품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온라인 중고시장에는 ‘기호1번 문재인’이 새겨진 점퍼나 티셔츠를 구입하겠다는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5만 원에 사겠다”, “나는 10만 원에 사겠다”며 구매 경쟁까지 벌어진다. 정책 공약집을 구하는 사람들도 있다. 일각에선 대통령 공식 굿즈를 만들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문재인 1번가’를 ‘청와대 1번가’로 바꿔 대통령 사인이 들어간 선거벽보 등을 팔고 수익을 사회공헌 활동에 쓰면 된다”고 제안했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대통령 굿즈 판매와 유통이 활발하다. 단순 홍보용품이 아니라 대통령과 국민 사이의 간격을 좁히는 상징물로 평가받는다. 곰 사냥을 즐겼던 미국 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1858∼1919)는 그의 애칭인 ‘테디’에서 따온 곰 인형으로 사후 100년이 가까운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다. 허재영 연세대 글로벌 인재학부 교수는 “굿즈를 통해 국민들이 대통령과 정치문화를 친숙히 받아들일 수 있다”며 “정치 참여를 활성화하는 바람직한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굿즈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김배중 wanted@donga.com·신규진·손택균 기자}

9일 오후 10시 반경(현지 시간) 중국 산둥(山東) 성 웨이하이(威海) 환추이(環翠) 구 타오자쾅(陶家. ) 터널 인근 도로. 한국국제학교 부설 유치원 통학버스 화재 사고가 발생한 지 12시간이 넘게 지났지만 사고 원인 조사를 위한 현장 감식 등 때문에 현장 접근은 엄격히 통제되고 있었다. 멀리 보이는 터널 내부에 불빛이 밝혀져 있었다. 현장 통제를 맡고 있는 공안 관계자는 시신은 모두 시내의 모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유일하게 생존한 중국인 인솔 교사는 병원에서 긴급 수술을 받았다고 전했다. 주칭다오(靑島) 한국총영사관 상승만 부총영사는 “칭다오 시와 경찰 당국은 수습한 아이들 시신의 유전자(DNA) 검사를 통해 신원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주중 한국대사관과 중국 매체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경 3∼6세의 원생 11명과 교사 1명을 태우고 학교로 가던 통학버스가 타오자쾅 터널에 진입해 300여 m를 가다 앞에 가던 쓰레기 운반 차량을 들이받은 뒤 화염에 휩싸였다. 추돌 직후 버스 앞쪽의 출입문 근처에서 불길이 치솟아 어린이들과 교사, 운전사가 버스에 갇힌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해 진화 작업을 시작했을 땐 이미 사고 발생 10여 분이 지난 뒤였다. 사고 27분 만에 불길은 잡혔지만 생명을 구하기에는 너무 늦은 상황이었다. 칭다오 총영사관 관계자는 “운전사는 버스 중간 통로에서 발견됐다. 밖으로 나가는 탈출로를 만들려다가 연기에 질식해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포털 펑황왕(鳳凰網)과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는 사고 당시 주변 차량들이 사고 장면을 촬영하고 진화를 돕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펑황왕은 “버스에 큰불이 났지만 주변 차들이 멈추지 않고 통과했다”고 전했다. 사고 현장 사진을 본 한국 전문가들은 버스 출입문 앞쪽이 심하게 탄 것에 주목했다. ‘앞차와의 충돌로 인한 마찰’과 이어진 ‘연료탱크 폭발’이 사고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차량 앞쪽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연료탱크가 폭발하며 앞쪽 출입문이 막혔고, 버스 구조상 다른 비상구가 없어 아이들이 탈출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웨이하이 시 정부에 따르면 숨진 유치원생 11명은 모두 ‘웨이하이 중세(中世)한국국제학교’ 부설 유치원 소속으로 평소처럼 40여 분 거리의 유치원으로 가던 중 참변을 당했다. 10명이 한국 학생, 1명은 중국 학생이고, 한국 학생 가운데 5명은 이중 국적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아이들은 사흘 뒤인 12일 웨이하이 시 현지 뽀로로 테마파크로 단체 봄소풍을 갈 예정이었다. 2007년 설립된 이 학교는 한국어 영어 중국어를 모두 배울 수 있어 현지 주재원 자녀뿐 아니라 한국에서 혼자 유학 온 학생들도 상당수 재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칭다오 한국총영사관은 시내 창웨이(長威) 호텔에 사고대책본부를 차리고 이수존 총영사 등 8명을 현장에 파견해 사고 수습 및 장례 절차 등에 대해 유족 및 칭다오 시 당국과 협의를 벌이고 있다. 웨이하이=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윤완준·김배중 기자 }
“내 손으로 뽑은 대통령과 함께 더 나은 세상에서 살고 싶어요.” 빗방울이 흩뿌리고 미세먼지까지 심한 흐린 날씨 속에도 한 표의 권리를 행사하기 시민들의 발길은 끝없이 이어졌다. 세대와 성별을 막론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덕분에 19대 대선 투표는 ‘질서정연하지만 축제처럼 즐거운’ 분위기 속에 치러졌다. ● 유권자들 밝은 표정으로 한 표 전체 유권자의 4분의 1이 넘는 1107만 명(26.06%)이 사전에 투표한 덕분인지 9일 오전 전국 투표소는 2012년 18대 대선보다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국민들의 후보 선택 기준은 다양했다.>> 나연주 씨(30·여)는 “돈없고 힘없는 근로자들도 같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 줄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했다. 팔순의 노모를 모시고 온 최영택 씨(63)는 “모든 사람이 꿈꿀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주는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뜨거운 반응을 반증하듯 온라인에는 투표 관련 인증사진이 40만 건 이상 올라왔다. 인증샷을 올리면 최대 500만 원을 주는 ‘국민투표로또’ 참가자 수는 90만 명을 넘어섰다. 한국인 부인과 투표장을 찾은 호주인 피터 태넌트 씨(40)는 “모든 국민을 평등하게 대우하고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잘 살게 해주는 통합대통령이 나오면 좋겠다”고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투표권이 없는 청소년들도 적극적으로 민주주의 축제에 참가했다.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초교에서 봉사활동을 한 중학생 홍선표 군(14)은 “어른들이 투표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었다”며 “미래에 투표권이 주어지면 빠지지 않고 참여하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한국YMCA전국연맹이 주축이 된 ‘청소년이 직접 뽑는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운동본부’는 만 18세 이하를 대상으로 ‘청소년 모의 대선’을 진행했다.● ‘동명이인’ 투표 등 곳곳에서 해프닝 황당한 해프닝도 곳곳에서 발생했다. 울산시 북구 양정동 제2투표소에서 40대 여성이 투표용지를 촬영하자 선거사무원들이 즉시 삭제할 것을 요청했다. 이 여성이 사진을 지우고 용지를 기표소 밖으로 들고 나오는 과정에서 투표용지가 다른 유권자와 선거사무원들에게 노출됐고 결국 해당 표는 무효 처리됐다. 동명이인(同名異人) 중 한 1명이 투표소를 착각해 다른 사람의 투표소에서 투표하는 일도 있었다. 나중에 투표소를 찾은 시민 A 씨(58)가 투표사무원에 항의하면서 이 사실이 밝혀졌다. 부산시 부산진구 전포5동 제5투표소에서는 이모 씨(76)가 김모 씨(79·여)에게 투표 방법을 설명하겠다며 기표소에 데리고 들어간 뒤 자신이 표를 찍었다. 의정부시 송산1동 제1투표소에서는 시어머니의 투표용지를 찢은 며느리가 경찰 조사를 받았다. 며느리 B 씨(50)는 선거 시어머니가 치매 판정을 받아 기표를 제대로 못했다며 시어머니의 기표용지를 훼손했다. 인터넷 카페 ‘중고나라’에는 투표용지를 150만 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일었다. 오후 8시 투표가 종료되자 전국 각 지역에 설치된 개표소에서는 각 지역 선관위원장이 개표를 선언하고 본격적인 작업이 이뤄졌다. 개표참관인들이 스마트폰을 사진을 찍으며 꼼꼼하게 봉인 상태를 확인하고 투표함을 개봉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초등학교 체육관에는 한국 개표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남미의 선거 담당자 11명이 방문하기도 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취업요? ‘제2의 수능’ 아닌가요?” 동아일보 특별취재팀이 만난 취업준비생 김선주 씨는 망설임 없이 취업을 ‘수능’이라고 표현했다. 취업준비 과정에서 수많은 과목을 공부하고 자격시험 준비 등에 ‘생돈’이 들기 때문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취업준비 비용이 포함된 취준생의 월평균 생활비는 49만8000원이다. 교육부가 공개한, 사교육에 참여하는 고교생의 지난해 월평균 지출 비용인 49만9000원과 거의 같다. ‘스펙 타파’를 외치며 2015년부터 공기업 등에 도입된 국가직무능력표준(NCS)마저 자체의 불명확성으로 취준생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학력보다 각 직무에 필요한 직무능력을 객관적으로 선별해 기준에 맞는 인재를 선발한다는 취지지만 일부 취준생은 “이 또한 따로 문제집을 사서 준비해야 하는 또 다른 취업고시”라며 ”기준도 와 닿지 않고 정권이 바뀌면 없어질지도 모른다”면서 불안해한다. 이런 상황에서 몇몇 기업의 파격적이고 합리적인 인재 선발 방식은 취준생 사이에서 미담으로 입소문이 번지고 있다. 소프트웨어 벤처기업인 제니퍼소프트는 지원자의 스펙 대신에 지원자에게 프로그램 알고리즘 등을 문제로 제시한 후 풀이 과정을 보고 직무적성을 평가한다. 웹툰 기업인 레진코믹스는 채용공고에 ‘업무 외에 (자전거, 다트 던지기 등) 무언가에 심각하게 빠져 있는 사람’을 우대한다고 명시한다. 소위 ‘덕후’라 불릴 정도로 특정 분야에 깊게 몰입한 지원자의 ‘집중력’을 직무적성으로 높이 평가하는 것. 이 같은 방식에 대해 취준생 이주영 씨(27·여)는 “큰돈 들일 필요 없이 전공이나 취미에 빠지면 취업과 직결될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고 평가했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 angryboard@donga.com과 통해 사연 제보받습니다}

“‘○’ 사이에 있는 ‘×’의 총 개수는?” “획수가 같은 한자끼리 묶인 것은?” “다음 소금물의 농도는?” 명문대생도 하루 2, 3시간씩 준비한다는 기업 ‘인·적성 평가’ 기출·연습 문제. 동아일보 특별취재팀이 확인한 일부 문제는 이처럼 황당함 그 자체였다. 상대적으로 간단한 이런 문제는 1분 내에 풀어야 나머지 복잡한 문제를 푸는 데 지장이 없다. 황당한 문제라고 간과해선 안 된다. 취업준비생 조병은 씨는 “(인적성 평가라도) 오답이면 감점될 수 있다”며 “빠르고 정확하게 푸는 습관을 평소에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인적성 평가는 인성과 적성 평가를 합친 말이다. 인성 평가는 지원자의 성격 유형 및 조직 적응력, 적성 평가는 지원자의 직무 적성 등을 파악하기 위해 고안됐다. 1995년 삼성에서 SSAT(Samsung Aptitude Test·현재는 GSAT)로 시작된 후 주요 대기업과 공기업 등에서 도입해 취업의 주요 관문으로 자리 잡았다. 적성 평가에는 대체로 언어 수리 추리 한자 한국사 등 10여 개 과목이 포함돼 있어 준비에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 취준생이 선호하는 주요 대기업은 인적성 전형을 치른다. 지난달 실시된 현대차그룹 인적성 평가에 취준생 10만 명이, LG그룹 인적성 평가에는 1만 명이 몰렸다.○ 시험으로 인적성 평가?문제는 취준생들이 적성 평가에서 지원 직무와 상관없이 모든 과목을 ‘공통’이란 이름 아래 치른다는 점이다. 대기업 마케팅 분야에 지원한 경영학과 출신 A 씨, 연구개발 분야에 지원한 전자공학과 출신 B 씨가 한날 한곳에서 같은 문제로 직무적성 평가를 치르는 식이다. 이 평가가 지원 분야와 무슨 연관성이 있는지 이해하는 취준생을 찾기 힘든 이유다. 이과 계열 취준생은 역사, 문과 계열은 수리 추리 도형이 포함된 적성 평가 방식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충북대 임우영 씨(24)는 “토목공학 전공자로 건설사 입사를 준비하는데 역사 과목이 있어 당황스럽다”며 “지원 분야와 역사교양이 어떻게 직무 연관성이 있는지 기업에서 설명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유도 모른 채 그저 문제를 1, 2분 내에 풀어야 하다 보니 온·오프라인 강의도 ‘빨리 풀기’ ‘잘 찍기’ 위주로 진행된다. ‘▲’ ‘◇’ ‘☆’ 등 표시가 새겨진 입체 도형을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똑같은 도형을 찾는 공간지각 과목에서 낯선 표시를 숫자로 바꾸면 위치가 바뀌어도 쉽게 찾을 수 있다고 강의하는 식이다. 강의는 수준 이하란 평가가 적지 않지만 인적성 사교육 시장은 취준생들의 불안심리를 배경 삼아 성장하고 있다. 시험 준비용 인적성 문제집도 권당 평균 2만 원을 넘고 반년마다 ‘최신판’이 등장해 취준생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가 지난해 11월 설문조사한 결과 취준생의 59.8%가 ‘인적성 평가를 준비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어 부담된다’고 응답할 정도. 한 대학 취업담당 컨설턴트는 “대치동 수능 강사가 인적성 강사로 전업해 성공하는 사례까지 생겼다”고 말했다. 취준생 동영준(가명·30) 씨는 “외국에서도 찾기 힘든 시험으로 출제 기관, 사교육 시장만 배를 불린다”며 “힘없는 취준생을 상대로 자행되는 ‘양민 학살’을 멈추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래도 저스펙자에겐 기회? 반면 인적성 평가를 주관하는 국내 주요 대기업 전현직 인사 관계자들의 시각은 취준생들과 차이가 있었다. 각 과목이 직무적성을 얼마나 반영하는지 답변하진 않았지만 대체로 “대기업에 1만 명 이상 응시자가 쏠리는 한국 취업 시장의 기이한 구조 특성상 불완전하더라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기업 관계자들은 인적성 평가가 스펙 위주의 인재 선발을 완화해 준다고 주장했다. E사 관계자는 “과거 서류 단계에서 떨어지지 않을 일명 ‘고스펙자’가 인적성에서 떨어지는 사례를 적잖이 봤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상대적으로 스펙이 떨어지는 지원자에게도 취업문이 열린다는 뜻이다. C사 관계자는 “스펙 위주의 선발 방식이 비판받는데 인적성 평가까지 사라지면 이를 대체할 다른 ‘인적성’이 등장해 취준생을 괴롭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취준생 처지에서 공부하면서 또 다른 ‘수능’을 치르느라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건 낭비라는 시각도 많다. 대기업 선호 때문에 발생한 이런 악순환은 청년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기에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런 현상은 청년들이 대기업으로 몰리고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일자리 ‘미스매치’가 심해져 발생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줄일 상생 전략을 마련하고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소모품이 아닌 파트너로 여기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차라리 안 볼 걸 그랬어요. 끔찍하네요.” 28개월 된 아이를 둔 김모 씨(30·여)는 지난달 28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아기 사진들을 보고 시선을 돌렸다. 온몸이 짓물러 빨개지거나 검게 딱지가 앉거나, 갈라져 피고름이 밴 피부 사이에 놓인 머리카락 사진 등이 ‘혐오주의’ ‘분노주의’라는 제목이 붙은 채 게시돼 있었다. 사진의 충격에서 벗어난 김 씨는 “같은 부모로서 아동학대라고 생각한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이 같은 상황을 방치한 부모들이나 카페 운영자에 대해 수사를 벌여야 한다”는 비판이 넘쳤다.○ 백신, 항생제 과용 속 아이 지키는 법? 이 사진들은 자연치유를 추구한다는 인터넷 A육아카페에 ‘우리 아이가 (시키는 대로 했는데) 잘 낫지 않는다’며 회원들이 과거에 올린 것을 다시 퍼 나른 것이었다. 발단은 그 전날 한 회원이라는 사람이 ‘A카페 회원들의 맹목성을 비판한다’며 A카페에 오른 회원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비판한 글을 올린 것이었다. 이 비판 글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아이들의 ‘참혹한’ 사진들을 올리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그러나 A카페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항생제 과잉 처방과 과도한 백신, 예방접종이 내성을 길러 아이들에게 불필요한 해를 끼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항생제도 먹히지 않는 슈퍼박테리아가 출현하는 게 다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약을 사용하는 대신에 면역력을 길러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해야 한다며 그들 나름의 ‘처방’을 공유한다. 각종 질병에 대한 이른바 민간요법 노하우가 공개되고 회원들이 실제 활용한 경험 등을 글로 올린다. 가령 몸에 상처가 나거나 갈라져 진물이 나면 소금물에 담가 소독하고, 배탈이 나면 숯을 먹인다는 등의 정보다. 대구 수성구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A카페 운영자 김모 씨도 그 나름의 노하우라면서 온라인 강의를 카페에 올리고 있다. 아토피에 대해 김 씨는 “순(純)비누로 씻기되 로션은 바르지 말라”며 “진물은 나도록 놔두고 햇볕 쬐기, 땀 내기만 열심히 하면 (아토피는) 저절로 좋아진다”고 주장했다. 김 씨가 2013년 10월 개설한 A카페는 부모들의 호응을 얻어 회원이 5만7000명까지 늘었다. 김 씨는 지난해 ‘비법’을 소개하는 책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논란이 불거지자 A카페는 30일 현재 신규 회원 가입을 중단했다. ○ 무분별한 자연치유는 독(毒) 자연치유에 대한 맹신은 적잖은 부작용을 낳았다. A카페에는 질병을 고쳤다는 후기 못지않게 부작용이 생겨 고민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일부 회원은 부작용을 호소하는 회원에게 자연치유법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권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병이 심각해져 종합병원에 다녀왔다는 후기도 적잖이 올라왔다. 논란이 커지고 운영자가 한의사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지난달 29일 대한한의학회는 성명서를 내고 “해당 카페의 주장은 현대 한의학적 근거 및 상식과 맞지 않는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어 “예방접종의 경우 한의사인 지석영 선생이 도입한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 카페는) 단순히 항생제, 스테로이드 남용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자는 선을 넘어 의학 상식에 근거한 일반 치료법까지 부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도 카페에서 공유되는 ‘자연주의 치유법’이 너무 극단적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자연치유법 자체를 비상식적이라고 매도할 필요는 없지만 질병의 원인을 진단하고 처방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단순한 발열이라도 발열의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기 위해 사람들이 병원을 찾는 것”이라며 “민간요법을 맹신하다 보면 의학적 처치의 골든타임을 놓쳐 영·유아가 더 큰 질병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소금물 요법에 대해서도 “소금에 살균 효과가 있긴 하지만 소금으로 듣지 않는 균도 많아 오히려 세균을 증식시켜 상처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도 말했다.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전문가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대 교수는 “의료진이 단순히 영리만을 추구하는 집단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이 같은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확산되는 데 일조한 측면이 있다”면서 “의료계 스스로도 과잉 진료를 자제하는 등 수요자의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김배중 wanted@donga.com·위은지·김예윤 기자}
운전 중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중증 질환 범위를 확대하고 기준도 강화해 미달 운전자는 운전면허를 박탈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추진된다. 경찰청은 30일 △기면증, 뇌전증(간질), 치매 등 신경정신과 질환 △협심증 등 심혈관 질환 △당뇨 △알코올중독 △시력장애 등 중증질환에 대한 의학적 기준을 신설하거나 기준을 강화해 이에 미달할 경우 운전면허를 박탈하도록 도로교통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행 도로교통법 82조는 치매, 조현병 등 정신 중증질환을 ‘정상적인 운전을 할 수 없는 경우’로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질환을 앓는 운전자도 6개월 이상 장기입원 치료 기록만 없으면 별다른 제재 없이 운전을 할 수 있어 문제로 지적돼 왔다. 운전 자격 제한 중증질환 기준 신설 및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개정 법안은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이 발의해 지난달 국회에 상정된 상태다. 이번 법 개정은 지난해 7월 부산 해운대 교차로에서 한 외제 승용차가 난폭하게 질주하며 많은 사상자를 낸 사건이 계기가 됐다. 당시 사고 차량은 시속 100㎞가 넘는 속도로 도로 중앙선을 넘나들며 행인들을 치었고 그 과정에서 모두 3명이 숨지고 21명이 다쳤다. 경찰 조사결과 사고 운전자는 뇌전증 환자였다. 경찰 관계자는 “운전 자격 제한 기준 마련을 위한 연구 용역을 신청해놓은 상태로, 공청회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까지는 개정법이 시행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김배중기자 wanted@donga.com}

“어른들 얘기 들어 보니, 지금 나 정도면 원하는 곳에 어려움 없이 붙었을 거 같네요.” 4월 초 동아일보 취재팀이 전국을 돌던 중 경북대 교정에 세운 청년앵그리보드(angry board)에 한 학생이 적은 말이다. 청년 실업률이 9.8%로 외환위기 이래 최고로 치솟은 데다 ‘노력이 부족하다’ ‘취업 안 되면 창업해라’는 어른들 말에 청년들 가슴에는 생채기가 난 상황. 이에 청년들에게 ‘어른들이 취업시장에 나섰던 1980, 90년대에 지금의 스펙을 갖고 취업시장으로 나섰다면 어땠을까’라고 물었다. 처음에는 머뭇거리던 청년들은 조금 뒤 줄지어 보드 앞에 서서 그동안 감춰 온 자신감을 선보였다. ‘검사’ ‘판사’ ‘공무원’ 등 공직부터 ‘공사’ ‘대기업’ 같은 일명 ‘바늘구멍’들을 줄줄이 열거했다. 단어는 어구가 되고 어구는 문장이 됐다. 한 학생은 “아무 데나 골라 들어감”이라고 적었다. 자신의 스펙인 ‘토익 965점’을 열거하며 “‘원어민(native speaker)’으로 대우받았을 것”이라고 적은 학생도 있었다. 취업의 대안으로 거론된 창업시장의 환경도 나빠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3년과 비교해 2015년 전체 창업은 6.4% 증가했지만 20대 청년 창업은 40.5% 떨어졌다. 그만큼 기반 없는 청년들이 창업하기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창업에 성공하더라도 유지하기는 더 힘들다. 20대 청년 창업의 생존율은 2014년 기준으로 1년 53.4%, 2년 36%로 떨어졌다. 이후 4년 뒤엔 5개 중 1개만 살아남는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 angryboard@donga.com과 통해 사연 제보받습니다}

“(취업이 잘 안 되면) 창업도 심각하게 고민해 봐라.” 과거 한 정치인이 취업난의 대안으로 제시한 이 발언에 청년들이 ‘욱’했다. 세상 물정도 청년의 취업·창업 현실도 모르는 기성세대의 이런 생각 없는 시각에 분노를 터뜨렸다. 청년창업인들은 “창업과 취업은 다른 개념”이라며 “현장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기성세대가 잘 알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동아일보 특별취재팀은 창업을 준비하다 ‘피 본 적’ 있는 청년 ‘창피인’ 10명을 모아 ‘한국 청년창업인이 성공한 스티브 잡스가 되려면’을 주제로 서울 마포구의 한 포차에서 취중대담을 진행했다.▽안태웅(이하 안)=이게 말이 돼? 취업 안 되면 창업이라니! 스티브 잡스가 한국서 취업에 나섰다면 아마 ‘사회성’이 떨어져 탈락하고, 창업을 꿈꿨다면 혁신의 아이콘은커녕 범법자였거나 빽빽한 규정부터 공부해야 했을걸. ▽김주환(이하 김)=그러게. 사회 지도층이 창업을 ‘열정만 있으면 되는 일’로 생각하는 것 같아 걱정되네. ▽안은현=열정만 갖고는 힘들지. 푸드트럭 운영 중인데 영업 공간이 제한적이야. 처음에 뭘 모르고 목 좋아 보이는 지하철역 근처에 자리 잡고 영업을 준비하다가 10분 만에 민원이 들어와서 다른 곳으로 옮겨야 했어. ▽김=딱하네. 난 피임기구를 판매하는데 여성가족부 규제가 늘 발목을 잡아. ▽안=여가부 규제? 그런 것까지 있어? ▽김=콘돔은 청소년도 구입할 수 있는 의료기기야. 근데 ‘일자형’ 외 일부 제품은 여가부가 ‘청소년 유해품’으로 지정해 관리를 하지. 사이트에 유해품을 올리면 성인 인증 과정이 필요해져 청소년이 접근할 수 없어. 성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청소년 중 절반 이상이 피임을 하지 않는다는 통계가 있는데, 유해품 규제는 현실과 동떨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김현정(이하 현)=규제 투성이야 정말. 나도 미국 ‘다큐사인(DocuSign)’ 성공 사례를 참조해서 온라인계약서 플랫폼 사업을 준비했어. 근데 변호사법 이건 뭐지. 법조인이 아닌 일반인이 계약 알선 등을 못 한다는 규정에 막히네. 타협점을 찾아보려 해도 쉽지 않아. ▽김병휘=합법적 아이템을 구상한다 해도 넘어야 할 산이 많아. 거스름돈을 동전 대신 마일리지로 적립해 주는 아이디어로 공모전에 나갔어. 사업 자금을 모아 보려 한 건데 상금이 턱없이 적어 엄두를 못 냈지. 심사 참여 기업이 실행에 옮겨버려서 김 다 샜어. ▽우찬민=안타깝다. 나한테는 이름만 대면 아는 유명 브로커가 접근해 왔어. “아이디어 좋다”며 멘토가 돼 주고 투자도 유치해 주겠다는데 자꾸 착수금 2000만 원을 준비해 오라는 거야. 유명인이 손길을 내밀어서 벅찬 마음에 가족한테 손 벌려 돈도 준비했는데, 다른 선배들이 “좀 이상하다”고 말려 포기했어. 나중에 그 사람이 사기로 구속됐는데, 정말 아찔했지. ▽최강우(이하 최)=그래도 돈 나올 데는 있다는 소리잖아. 식당 같은 일반 창업은 정말 돈 나올 데가 없어. 청년 창업을 돕는다고 해서 창업지원센터를 돌았는데 “요식업은 지원 대상이 아닙니다”란 소리만 듣고 쓸쓸히 발길을 돌렸지. 신용이 없어 손 벌릴 곳은 제2, 3 금융권뿐이라 가족, 지인들한테 꼭 성공하겠다고 다짐하며 손을 벌렸어. ▽전광호(이하 전)=씁쓸하네. 돈 마련하기도 힘든데 쓸 데는 또 많지 않아? 번듯한 사무실 같은 ‘쇼잉’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찮아. 미국같이 창고에서 사무실을 차린다면 쳐다보지도 않잖아. 임차료도 ‘후덜덜’한데. 제안서 하나 만들 때도 외관을 항상 신경 써야 하고…. ▽김=맞아. 영업 다니다 ‘새파랗다’는 말 듣고 고민하다 수염까지 길러 봤거든. 어른이 생각하는 사장처럼 중후해 보이려고. 하하. ▽박인준(이하 박)=창업 이야기 할 때 ‘글로벌’ 이야기를 하잖아. 근데 왜 ‘어떻게’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을까. 미국에 가 봤는데 적어도 스타트업이 자리를 잡기 위해서 ‘델라웨어 주에 법인을 설립할 것’과 같은 공식들이 있던데. ▽최=공감해. 창업 관련 서적은 대부분 창업 후를 말하지. 처음부터 ‘어떻게’ 했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설명해 주지 않아. ▽안=우리 공부할 때 공식 이런 거 많이 외웠잖아. 청년들한테 이런 기본적인 부분만 잘 알려줘도 다들 영리해서 잘할 텐데 말이야. ▽황원준(이하 황)=맞아. 실패에 유독 가혹한 것도 문제야. 2013년 창업 당시 보증제도로 1억 원을 빌렸어. 사업이 잘 안 됐는데 돈 돌려받겠다고 집 전세금 압류에 각종 고소장이 날아오는데 어찌나 아찔하던지…. 앞으로 기회가 찾아올 것 같지도 않고 힘들었어. ▽박=실리콘밸리에서는 ‘실패한 사람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존중해 준다는데 우리는 ‘실패했으니 또 실패하겠지’ 이렇게 생각하니,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클 수밖에. ▽황=‘창업해라, 창업해라’ 뜬구름 잡는 얘기만 말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마라. 책임은 어른이 져 줄 테니’ 이런 따뜻한 메시지도 주면 좋겠어. ▽현=아, 어떻게. 갑자기 눈가가 뜨거워져. ▽김=하하. 청년들이 창업을 빌미로 나쁜 짓을 하겠다는 게 아니잖아. 젊으니까 혁신적일 뿐인 거고. 규제 때문에 ‘하지 말라’고 한다거나, 실패하면 낙인찍는다거나 하지 않으면 좋겠어. 토양이 튼튼해진다면 진짜 스티브 잡스도 한국에서 나올 거거든. ▽전=그러게. 우리가 어떤 민족인데! 해뜰 날 올 거야. 힘들 내고, 자 건배!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한국에서 열린 종합격투기대회인 UFC 경기에서 승부조작을 시도한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2대는 2015년 11월 28일 서울에서 열린 ‘UFC 서울’ 대회에 참가했던 한국인 종합격투기선수 A 씨가 최근 “당시 대회에 승부조작이 있었다”며 자수해 수사 중이라고 18일 밝혔다. 경찰 등에 따르면 A 씨는 경기 전 도박 브로커들로부터 1억 원을 받았다. 3라운드 가운데 2개 라운드를 일부러 지고 결국 판정패하는 것이 조건이었다. A 씨 역시 받은 돈 가운데 5000만 원을 자신과 대결할 상대 선수의 승리에 걸었다. 하지만 경기 직전 A 씨 소속사가 미국 UFC 본부로부터 승부조작이 의심된다는 연락을 받았다. 해외의 한 도박 사이트에서 경기 당일 A 씨 상대 선수에게 갑자기 많은 판돈이 몰렸다는 것이다. 결국 A 씨는 승부조작을 하지 못한 채 경기를 임했고 2 대 1로 판정승을 거뒀다. A 씨가 약속과 다른 내용의 경기를 펼치자 브로커들은 A 씨를 수시로 협박했다. 결국 오랜 기간 협박에 시달리며 신변에 위협을 느낀 A 씨는 최근 스스로 경찰에 찾아가 승부조작 사실이 있었음을 시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승부조작을 시도한 브로커들을 추적하고 있다”며 “이들을 체포하면 승부조작 여부와 자금 출처 등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학교시설 공사와 관련해 돈을 받은 혐의로 김복만 울산시교육감(70)의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부장 박기동)는 17일 특가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김 교육감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18일 밝혔다. 검찰은 최근 각 시도교육청의 관급공사 관련 비리를 수사하던 중 울산시교육청 학교시설단 관계자가 공사 관련 업체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 가운데 일부가 김 교육감에게 흘러간 내용을 포착했다. 검찰은 김 교육감의 뇌물수수 규모를 3억 원가량으로 보고 있다. 앞서 검찰은 3일 울산시교육청 학교시설단과 교육감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상자 4, 5개 분량의 회계자료와 컴퓨터 파일 등을 확보했다. 13일에는 김 교육감을 검찰에 소환해 약 18시간 동안 조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김 교육감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들을 다수 확보한 상태”라고 말했다. 영장실질심사는 21일 열린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세월호가 전남 목포신항 부두에 거치되면서 12일부터 미수습자 수색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 작업이 시작됐다. 중국 업체인 상하이샐비지는 인양을 마무리 짓고 세월호 침몰 현장에서 수중 수색에 집중하고 있다. 사실 업체 선정부터 최종 인양 종료까지 상하이샐비지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인양 비용이나 방식, 시기 그리고 한국 정부와의 계약 관계 등을 놓고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인양 비용도 그중 하나다. 훙충(洪충·사진) 상하이샐비지 사장은 12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인양을 위해 빌린 돈은 총 1억3000만 달러(약 1492억 원)”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대출금(1억 달러·약 1141억 원)보다 무려 300억 원 이상 많은 돈이다. 자체 조달한 사업비를 감안하면 실제 비용은 최소 15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추가 비용을 낸다는 소문을 부인했다. 훙 사장은 “모듈 트랜스포터(육상 이동 장비) 등 추가로 장비를 투입한 비용도 우리가 부담한다”며 “이는 계약서에 있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인 심정으로는 (인양으로 발생한) 적자를 한국 정부로부터 보전받고 싶다”고 말했다. 계약 당사자인 해양수산부가 상하이샐비지에 줄 돈은 900억 원을 조금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국 정부가 일부러 세월호 인양을 미뤘다는 소문에 대해선 강하게 부인했다. 훙 사장은 “세월호를 들어올리는 리프팅빔 설치 과정 등에서 3개월이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를 증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상징으로 ‘정밍(증명·證明)’이라는 단어를 수차례 언급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한중 갈등 고조가 인양 지연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축했다. 하루 지연 때 수억 원의 손실을 보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 인양을 지연시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훙 사장은 “감독업체(TMC)도 현장에 있기 때문에 (인양 지연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강조했다. 최저가 응찰도 부인했다. 훙 사장은 “우리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입찰에 도전한 업체도 있었다”며 “낙찰 성공은 가격보다 회사의 기술력이 인정받은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수부는 “상하이샐비지가 최저가로 응찰한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상하이샐비지의 입찰액은 851억 원이었다.목포=황성호 hsh0330@donga.com·신규진 / 김배중 기자}
“만일 미수습자가 발견되면 이곳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그때처럼 모든 것을 다시 해야죠.” 박일도 안산제일장례식장 대표(62)는 2014년 봄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당시 안산제일장례식장에서는 희생자 50여 명의 장례식이 진행됐다. 그는 모두가 애통한 가운데 혼자 돈 버는 게 싫어 수익금 5000만 원을 단원고에 기부했다. 침몰 1072일 만에 세월호가 인양된 23일 박 대표는 “오늘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장례 문제를) 물어왔다”며 “그동안 너무 마음이 아팠는데…, (미수습자가 돌아오면) 3년 전처럼 잘 모시고 싶다”고 했다. 박 대표처럼 세월호 인양을 학수고대하던 사람이 적지 않다. 이들은 1073일 동안 미수습자 가족을 위로하고 희생자를 기리며 세월호가 다시 세상에 모습을 나타내길 바랐다.○ 함께한 3년의 기다림 전남 진도군 의신면에서 10년째 약초농장을 하는 장길환 씨(53)는 참사 후 1년간 유가족이 머문 진도체육관에 살면서 자원봉사를 했다. 유가족과 함께 술잔을 기울였고 눈물이 날 때는 부둥켜안고 울었다. 과로로 쓰러져 의료진이 자원봉사 중단을 권유했지만 ‘안 계셔서 허전하다’는 유가족들의 말을 듣고 다시 진도체육관으로 달려갔다. 이후에도 매달 서너 번 이상 팽목항을 찾아 미수습자 가족을 도왔다. 세월호 참사 때 많은 승객을 구했던 진도 어민들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김영서 진도군 수산단체연합회장(60)은 “미수습자들이 하루빨리 유가족 품으로 돌아가기를 3년간 기원했다”고 말했다. 허은무 진도군 세월호사고수습지원과장(58)은 3년간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 어민 간의 갈등 해결을 도맡았다. 최근에는 진도군 조도면 어민들이 세월호 인양 때 발생할 수 있는 기름 유출로 미역어장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며 반발하는 것을 달래기도 했다. 허 과장은 “세월호 참사 대책을 처음 맡아 시작한 만큼 마지막 인양 마무리까지 꼭 지켜보고 싶다”고 했다. 진도군 세월호사고수습지원과는 한시 기구로 올 6월 해체된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김성환 씨(40)는 본인도 세월호 참사 때 조카를 잃었지만 지금까지 3년간 팽목항에 계속 머물며 미수습자 가족의 생활을 세심히 보살폈다.○ 유족들 “이제 미안함 덜 수 있을까” 이날 오전 8시경 세월호가 모습을 드러내자 맹골수도 위의 한 배에서 “아…” 하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진도군 서망항을 떠나 50분가량 뱃길을 달리는 내내 담배를 7개비나 태운 ‘유민 아빠’ 김영오 씨(50)도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2014년 4월 16일처럼 마음이 시리다.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며 안타까워했다. 고 이재욱 군(단원고)의 어머니 홍영미 씨(48)는 미수습자들의 귀환을 ‘마지막 숙제’라고 했다. 홍 씨는 “반신반의했던 세월호가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고무적이다”며 “풀리지 않았던 문제의 실마리가 보인 만큼 부디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간절함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일반인 희생자 대책위원회의 전태호 위원장(42)도 이날 선체 인양 모습을 직접 보기 위해 사고해역으로 달려갔다. 전 위원장은 “3년 만에 인양되는 세월호를 보니 허망하고 착잡하다. 좀 더 빨리 미수습자를 찾을 수 있었는데…”라며 아쉬워했다.진도=이형주 peneye09@donga.com / 인천=박희제 / 안산=김배중 기자}
“우리는 실습교육 안 합니까?” (중국동포 수강생 A 씨·49) “더 많은 분이 요청해야죠.” (강사 B씨) “우리도 하고 싶어요. 꽈배기 한번 만들어봅시다.” (다른 수강생들) “기름진 건 (실습장이) 더러워져 안 돼요. 출석만 잘 하시면 되는데….” (강사 B 씨) 20일 서울의 한 기술학원 실습장에서 강사와 수강생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곳에서는 이달 초부터 6주간 중국동포 대상으로 제빵교육이 진행 중이다. 이날 수강생들은 직접 빵을 만들 수 있는 실습을 요구했다. 하지만 강사는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았다. A 씨가 “실습은 도대체 언제 하냐”고 언성을 높이자 B 씨는 “조만간 (하는 쪽으로) 생각해 보겠다”라고만 답했다.“3주째 빵 만드는 비디오만 봤다”는 A 씨는 “다 필요 없고 출석체크 잘 해서 수료증이나 받는 게 속 편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결국 제빵 동영상이 상영 중인 실습장에서 그는 스마트폰을 만지며 시간을 보냈다. 다른 기술학원에서 원예교육을 받는 중국동포 C 씨(27·여)도 “(실습용) 꽃은 구경 한 번 못하고 강사가 (빔 프로젝터에) 띄운 꽃 사진만 3주째 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동포를 대상으로 하는 정부의 ‘기술교육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부실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법무부가 기술교육을 조건으로 취업비자를 발급해주는 프로그램이다. 한국에서 취업을 희망하는 해외 중국동포 중 단기방문비자(C-3-8)로 입국해 국내 교육기관에서 제빵, 원예, 미용 등 기술을 선택해 교육을 받으면 3년 기간의 방문취업(H-2)비자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수업시간 중 60% 이상 실습이 진행되는 기술교육 현장에서 실습 없는 ‘날림교육’이 진행되는 곳이 적지 않다. 희망자는 65만 원의 별도 수강료를 내고 6주 동안 매일 6시간씩 총 180시간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 교육 후 취업비자를 받기 전까지 돈벌이도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중국동포 국내유입의 문턱을 낮춘 제도로 2010년부터 시행돼 매년 한국을 찾는 25만 명 내외 중 2만 명 이상이 취업비자 전환을 위한 기술교육을 받으러 온다. 매달 초 전국 175개 교육기관에서는 쉴 새 없이 20명 내외의 중국동포 기술교육 강좌가 꾸려진다. 법무부 관계자는 “기술교육을 받고 ‘코리안 드림’을 실현할 수 있는 수단으로 중국동포 사이에 선호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아일보 취재진이 점검한 현장에서는 동포들의 바람과 달리 제대로 된 기술교육이 진행되지 않았다. 한 교육기관에선 은행 관계자가 찾아와 ‘특별혜택’을 강조하며 수강생들에 자사 체크카드 가입을 권하기도 했다. 교육기관을 알선하고 관리하는 (사)동포교육지원단의 ‘동포교육운영규정’에는 수료조건으로 ‘지정기관은 출석률 100분의 90 이상’만 규정하고 있다. 지원단 관계자는 “(입국을) 장려하는 차원에서 다른 시험 없이 성실히 출석하면 대체로 수료증을 발급한다”고 말했다. 지원단 차원의 불시점검 제도가 있지만 전국 각지에서 소규모로 진행되는 강좌를 일일이 단속하기는 힘들다. 중국동포 대상으로 비자발급을 대행하는 한 행정사는 “현재 ‘기술교육 프로그램’은 중국동포에게 취업과 전혀 별개로 이뤄져 교육 질도 떨어지고 초기적응에 부담을 준다”며 “교육과 취업을 연계시키는 등 국내에 정착시킬 현실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김배중 wanted@donga.com·신규진·조윤경 기자}

“누나가 부르면 언제든지 가겠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남동생 박지만 EG 회장(59·사진)이 ‘누나를 돕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17일 박 회장 지인들에 따르면 그는 최근 박 전 대통령 측근을 통해 “필요하면 (누나의) 생활비라도 도와주고 싶다. 언제든 연락 달라”는 말을 전했다. 하지만 이날까지 박 전 대통령의 답변은 없었다. 박 회장의 뜻이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됐는지 여부도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박 회장은 한 지인에게 “내가 아는 누나는 아직까지 (자신이) 잘못했다는 인식이 없을 것”이라며 “누나가 자존심 때문에도 만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내가) 도움 될 게 없는 것 같다”며 착잡한 심경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의 여동생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63)도 박 회장에게 “언니를 찾아가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박 회장은 “누나가 만나줄지 안 만나줄지 모르지 않느냐”며 “일단 우리에게 연락이 올 때까지 천천히 기다려 보자”며 박 전 이사장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약속 없이 찾아갔다가 만나지 못하면 동생들이 문전박대를 당한 걸로 비쳐 박 전 대통령이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의 지인은 “빨리 누나를 찾아보지 않는다고 사람들이 욕을 하는 것보다 자신의 행동으로 누나가 피해를 입는 걸 더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12일 청와대 퇴거 후 6일째 집 밖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심지어 마당으로 나오거나 창문으로 비치는 모습도 없었다. 박 전 대통령은 주로 2층에서 생활한다. 1층은 경호원들이 사용 중이다. 2층 거실과 방 2개에 딸린 창문은 모두 굳게 닫혀 있다. 무거워 보이는 옅은 노란색 커튼이 항상 드리워져 있다. 거실 베란다에는 블라인드까지 내려져 있다. 2층 베란다 역시 사람이 다니지 않아 멀리서도 먼지가 쌓인 게 보일 정도다. 건물 보일러도 수리를 마치고 정상적으로 가동되지만 여전히 집 안에 냉기가 가시지 않았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은 변호사들을 만나며 검찰 수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제기한 혐의 내용에 대해 차분히 기억을 되살리며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탄핵 심판 사건의 대리인단이었던 최근서 변호사(사법연수원 13기)와 이상용 변호사(37기)가 17일 추가로 검찰에 선임계를 제출했다. 또 머리와 메이크업을 담당하는 정송주 씨 자매는 이날도 박 전 대통령을 찾았다.정지영 jjy2011@donga.com·김단비·김배중 기자}
10일 오전 11시 21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5분 거리인 수운회관 앞. 대형 전광판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 파면이 확인된 순간 태극기집회 현장은 순간 정적에 휩싸였다. 오전 7시 30분부터 울리던 요란한 북소리와 1000여 명이 외치던 ‘탄핵 무효’ 함성도 뚝 그쳤다. 약 20초의 침묵이 흐른 뒤 곳곳에서 고성이 터져나왔다. 거친 욕설도 쏟아졌다. 집회 연단에서는 “헌재를 쳐부수자” “돌격! 헌재로”라는 발언이 이어졌다. 집회 분위기는 순식간에 과열됐다. 참가자들은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사다리를 타고 줄지어 차벽을 넘었다.○ 사망자까지 발생 헌재 선고 결과에 격분한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은 대거 헌재 앞으로 향했다. 경찰은 차벽 등으로 이들을 막아섰고 곳곳에서 충돌했다. 일부 집회 참가자들이 어른 주먹만 한 돌을 던졌다. 죽봉까지 휘두르면서 경찰버스 여러 대가 파손됐다. 경찰 폴리스라인을 뚫은 수십 명이 경찰버스 위에 올라가 태극기를 흔드는 위험천만한 장면도 연출됐다. 경찰을 향해 나무 막대기를 휘두르고 소화기 분말을 뿌리는가 하면 차벽에 머리를 찧고 자해를 시도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취재 중이던 언론사 기자 여러 명이 폭행당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시위대는 “빨갱이들에게 헌재가 전복당했다” “간첩 편을 드는 경찰은 무장해제하라”며 섬뜩한 발언을 이어갔다. 여기저기서 “옳다” “죽여라”라는 고성이 뒤를 이었다. ‘묵언시위’라며 아스팔트 위에 대(大)자로 눕는 사람, 할복을 시도하거나 탄피가 든 가스총을 꺼내다 경찰에게 제지당하는 사람 등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시위가 격해지던 도중 경찰의 소음측정차량에 부착된 대형 스피커가 김모 씨(72) 머리로 떨어졌다. 김 씨는 결국 숨졌다. 경찰은 탈취한 경찰버스를 몰고 차벽으로 돌진해 스피커를 추락하게 한 정모 씨(65)를 긴급체포했다. 또 지하철 안국역 지하에서 김모 씨(66)가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겼으나 사망했다. 이 밖에 집회 참가자 70여 명이 다쳐 치료를 받았다. 경찰 33명도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혐의로 현장에서 7명을 붙잡아 연행했다. 반대로 탄핵 찬성 단체들은 헌재의 결정을 지켜보며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박근혜를 물러나게 한 것은 바로 우리들”이라는 내용의 승리 선언문을 발표했다.○ ‘불복집회’ 열리나 이날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 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의 정광용 공동대표는 “국민저항권을 발동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대통령은 박근혜” “불법 탄핵 거부” 등 불복 발언을 쏟아냈고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등 친박단체 온라인 카페에는 “헌재 판결 불복종 서명을 진행하겠다”는 글이 이어졌다.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이 모인 카카오톡 대화방에는 박 전 대통령 대리인단이 남긴 듯한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김평우 변호사로 추정되는 작성자는 “승복하고 안 하고는 각자가 판단하여 결정할 일이지 언론이, 국회가, 원로가 국민들에게 명령할 일인가?”라며 불복을 부추겼다. 또 서석구 변호사로 추정되는 인물도 “500만 태극기 집회 민심의 영적 전투는 계속돼야 한다”, “위기의 대한민국을 국민이 살려낼 것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11일 광화문광장과 대한문 앞에서는 각각 대규모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가 열리는 등 탄핵 인용의 후폭풍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경찰은 탄핵 반대 단체 측의 협박공세 및 위협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헌재 재판관 8명의 신변 경호를 대폭 강화했다.정지영 jjy2011@donga.com·황성호·김배중 기자}
중소 건설회사 소유주 신모 씨는(55)는 2011년 11월부터 2013년 5월까지 서울 성동구와 양천구 일대에서 아파트 건설사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당시 부동산 시장 침체로 분양실적이 지지부진하면서 자금난이 심해졌다. 신 씨는 회사 대표 이모 씨(65)와 대출브로커 이모 씨(47) 등 6명과 함께 현금 확보를 위한 묘안을 마련했다. 가짜 수분양자(분양을 받은 사람)를 내세워 대출을 받은 뒤 이를 가로채기로 한 것이다. 이들은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의 신용보증 심사가 서류로만 진행된다는 점을 악용했다. 김모 씨(45) 등 38명에게 수수료 명목으로 200만∼1900만 원을 지급하고 이름 등 신상정보를 빌렸다. 서류를 위조한 이들은 주금공의 신용보증을 받아 시중 금융기관에서 79억 원을 대출받아 가로챘다. 이 돈은 보증을 선 주금공이 대신 지급해야 했다.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부장 박기동)는 지난해 7월부터 국고편취 및 금융비리 사범을 집중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들을 적발해 신 씨 등 2명을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대표 이 씨 등 18명을 사기 및 사기방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검찰은 또 신용보증기금 특화사업 본부장 곽모 씨(53) 등 금융비리 사범 5명을 뇌물수수 등 혐의로 적발해 구속 기소했다. 곽 씨는 2009년부터 2015년 말까지 대출브로커 김모 씨(57)에게 신용보증서 12건을 발급하고 그 대가로 4890만 원어치의 뇌물을 받은 혐의다. 김 씨는 또 다른 대출브로커인 김모 씨(54)로부터 신용보증서 발급 및 시중은행 대출 알선 대가로 3억39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