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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의 ‘구치소 조사’를 받던 시간에 최순실 씨(61·구속 기소)는 법정에 섰다. 최 씨는 변호인을 통해 박 전 대통령 구속에 안타까움과 참회의 뜻을 밝혔다.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 씨의 뇌물 사건 첫 공판에서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최 씨는 박 전 대통령 구속을 자신의 잘못된 판단과 처신으로 인해 일어난 참변으로 받아들이고 참회하고 있다”며 “아울러 선의를 베푼 삼성 측에도 죄스러운 마음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뇌물 수수 혐의는 전면 부인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최 씨는 직접 “특검은 팩트를 미리 정해놓고 제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뇌물죄를 이미 인정하는 걸로 해놓고 진술을 요구해 거부했다”며 “‘뇌물 프레임’을 놓고서 조사해 너무 억울했다”고 주장했다. 최 씨는 또 “제가 잘못된 사람을 만난 건 인정하지만 대통령과 처음 본 안종범 전 수석이랑 3자 공모를 했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여기서 ‘잘못된 사람’은 전 더블루케이 이사 고영태 씨(41) 등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법정에서는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관계를 ‘경제적 공동체’로 볼 수 있는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 의상실 임대료 등 관련 비용을 최 씨가 대납했다는 관계자 진술조서 내용을 제시했다. 이에 최 씨 측은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용을) 받아 모두 정산했다”며 “대통령 의상 관련 의혹은 특검 수사 대상이 아니다. 이는 명백한 수사권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또 최 씨 측은 “대통령 의상비를 최 씨가 냈기 때문에 경제공동체가 아니냐는 입증 취지에 주안을 두고 조사한 것 같은데 이 부분 관련 최 씨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경제공동체에 관한 입증이 충분히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특검은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뇌물 수수 공범 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옷값 대납 등 간접 사실로 두 사람이 사회·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라는 걸 보여줬다”고 반박했다.권오혁 hyuk@donga.com·김민 기자}

정호성 전 대통령부속비서관(48·구속 기소·사진)이 3일 법정에서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에게 넘긴 청와대 문건 등 국정 관련 자료에 대해 “국가 기밀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 씨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58·구속 기소)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 전 비서관은 “최 씨가 자료 요구를 할 때 국가기밀이어서 못 준다고 거절한 적이 있느냐”는 검찰 측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하지만 정 전 비서관이 최 씨에게 유출한 자료에는 감사원장, 국가정보원장 등 고위 공직자 인선안과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의 해외순방 일정표 등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문서가 다수 포함돼 있다. 이날 정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을 감싸는 증언을 쏟아냈다. 박 전 대통령이 최 씨에게 연설문과 말씀자료를 보내도록 지시한 데 대해, 정 전 비서관은 “대통령이 단어 하나, 뉘앙스에도 신경을 썼고, 일일이 말씀자료 고치는 것을 힘들어 하셨기에 최 씨 의견도 들어보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최 씨 의견을 들어보라는 지시는) 국정 운영을 잘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옹호했다. 정 전 비서관은 2013년 10월 최 씨로부터 KD코퍼레이션 납품 청탁을 받아 이를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런 내용을 보고받은 박 전 대통령의 반응은 어떠했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정 전 비서관은 “중소기업의 해외진출 지원은 정부의 중요 정책과제이기 때문에 당연히 좋게 생각했다”고 답했다. 최 씨는 KD코퍼레이션의 납품을 도와주고 현금 4000만 원과 샤넬 백 등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또 정 전 비서관은 최 씨에게서 받은 미르·K스포츠재단 이사장 및 사무총장 이력서를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느냐는 질문에 “이력서를 본 기억이 별로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정 전 비서관은 “최 씨가 대통령에게 친전 형태로 보내는 봉투를 열어보지 않고 전달했기 때문에, 그 안에 이력서가 포함됐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강부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43·사법연수원 32기)는 31일 오전 3시 3분 박근혜 전 대통령(65)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의 혐의 중 가장 무거운 것은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와 공모해 삼성그룹에서 298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다. 박 전 대통령은 강 판사가 심리한 영장실질심사에서 “삼성 측에서 부정한 청탁을 받은 적이 없고 대가성 있는 돈을 단 한 푼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강 판사는 “박 전 대통령이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돕고 삼성은 그 대가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하고 최 씨 모녀를 지원한 것”이라는 검찰의 판단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뇌물죄에서는 뇌물을 준 쪽보다 뇌물을 받은 쪽이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며 “뇌물 공여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이 구속된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을 불구속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그동안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대면조사 요구를 여러 차례 거부하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 출석하지 않은 점과 지속적으로 혐의를 부인한 것도 영장 발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강 판사는 박 전 대통령의 행적을 감안할 때 국정 농단 사건 관련자들과 입을 맞추는 등 ‘증거 인멸’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 변론을 주도한 유영하 변호사(55)가 제대로 역할을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관계 중 부인할 수 없는 부분은 인정하면서 방어 논리를 펴야 하는데, 박 전 대통령 소환 조사와 영장심사에서 수사 결과가 잘못됐다는 주장만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3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되자 최순실 씨(61)와 박 전 대통령의 가족들은 말을 아꼈다.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재판에 나온 최 씨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변호인과 의논하다가도 한숨을 쉬거나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기도 했다. 최 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최 씨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최 씨가 박 전 대통령을 위해서 죽고 싶겠지만 죽지도 못하지 않느냐”며 “입이 있어도 말할 처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남동생 박지만 EG 회장(59)은 평소처럼 서울 강남의 회사로 출근했다. 취재진의 접근을 차단한 채 점심 무렵엔 자신의 승용차가 아닌 검은색 승합차량을 타고 회사를 나갔다. 박 회장 측은 “밤새 한숨도 못 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여동생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63)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옥바라지는 동생인 박 회장에게 맡기고 난 대통령님의 억울함을 풀 수 있는 활동을 이어가겠다. 윤전추 행정관 등이 잘 보살필 것”이라고만 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사저는 고요했다. 사저 앞도 지지자 10여 명만 남아 한산했다. 구속이 결정된 직후 ‘근혜동산’ 김주복 회장이 삭발할 때 다소 격앙됐을 뿐이었다. 오전 5시경 이영선 청와대 경호관(39)이 잠시 들러 1시간가량 머문 뒤 나갔다. 매일 박 전 대통령의 머리 손질을 한 정송주 원장은 오지 않았다. 경호팀은 단계적으로 인원은 줄이되 사저 경호는 계속한다고 밝혔다. 김민 kimmin@donga.com·김단비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운명은 ‘고려대 출신 막내 법관들’이 결정한다.” 최근 법조계에서는 이런 말이 많이 돌았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그리고 검찰 수사가 이어지는 고비 고비마다 고려대 출신 최연소 법관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영장실질심사를 맡아 구속 여부를 결정한 강부영 판사(43·사법연수원 32기)는 1993년 고려대 법학과에 입학해 재학 중이던 2000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 3명 중 가장 젊고 법조 경력도 짧은 ‘막내’다. 강 판사가 국정 농단 사건 관련자의 영장심사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 판사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한 ‘전자 배당’으로 박 전 대통령 영장심사를 맡게 됐다. 서울중앙지법은 법원장이나 형사수석부장판사실의 컴퓨터로 ‘전자 배당’을 한다. 또 지난달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의 영장실질심사를 맡아 구속 결정을 한 한정석 판사(40·31기)도 고려대 법학과 출신이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 3명 중 가장 젊었다. 한 판사는 지난해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와 조카 장시호 씨(38·구속 기소),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56·구속 기소)의 구속영장도 발부했다. 한 판사는 지난달 법원 정기 인사에서 제주지법 부장판사로 승진했다. 헌재의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재판장을 맡아 파면 결정문을 낭독했던 이정미 전 헌재소장 권한대행(55·16기)은 1980년 마산여고를 졸업하고 고려대 법학과에 입학했다. 이 전 권한대행은 2011년 3월 취임 이후 6년 임기 내내 헌법재판관 가운데 최연소였다. ‘막내 법관’이 영장심사를 하는 게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법원 관계자는 “중요한 사건이나 인물의 영장심사를 할 때 담당 판사는 다른 영장전담 판사들과 함께 기록을 읽고 의견을 나누기 때문에 특별한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박근혜 전 대통령은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서울중앙지검으로 이동해 10층 조사실 옆 휴게실에서 대기하며 법원의 결정을 기다렸다. 박 전 대통령은 영장심사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검찰에 체포된 신분이 됐다. 만약 대기 장소가 구치소였다면 박 전 대통령은 수의로 갈아입어야 했지만 검찰청사에 대기해서 수의를 입지 않았다. 앞서 이날 오전 박 전 대통령은 법원에 출석하면서 큰 단추 여러 개가 사선으로 달린 짙은 남색 재킷을 입었다. 이를 두고 결전에 임하는 ‘밀리터리룩’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검찰청사 휴게실서 대기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7시 30분경 서울중앙지법 청사를 나섰다. 이날 오전 박 전 대통령은 영장심사를 받으러 법원에 출석할 때 청와대 경호실이 제공한 검은색 에쿠스 리무진 차량의 뒷좌석에 홀로 탔다. 하지만 영장심사를 마치고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이동할 때는 검찰 관용차 K7 뒷좌석에 여성수사관 2명 사이에 앉았다. 영장심사가 시작되면서 구인영장 집행으로 ‘체포 상태’가 돼 경호를 받을 수 없게 됐고 관행에 따라 수사관이 동석을 한 것이다. 검찰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일반 피의자를 태우는 승합차 대신 고급 승용차를 제공했다. 박 전 대통령이 31일 새벽까지 대기한 서울중앙지검 1002호는 검찰이 21일 박 전 대통령을 소환 조사한 장소로 조사실과 함께 만든 간이 휴게실이다. 통상적으로 피의자는 검찰청사에 대기할 경우 경찰의 유치장에 해당하는 구치감에서 기다린다. 하지만 검찰은 박 전 대통령 경비 및 보안 문제 등을 감안해 조사실 옆 휴게실을 유치 장소로 요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구치소가 아니라 검찰청사에 대기했기 때문에 신체검사를 받지도 않았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대기한 1002호 인근에 검찰 인력을 배치하고 주변을 통제했다. 변호인의 접근도 막아 박 전 대통령은 줄곧 혼자 대기했다. 청사 내 구치감에 입감된 피의자의 경우 구치감에서 변호인을 접견할 수 없다는 규정을 적용한 것이다.○ 강렬한 디자인 ‘밀리터리룩’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면서 남색 바지정장 차림으로 등장했다. 눈에 띄는 큰 철제 단추가 여럿 박힌 정장 재킷 디자인에서는 군복 느낌이 묻어났다. 또 평소와 달리 상의 블라우스부터 재킷, 바지로 구성된 투피스 정장은 모두 짙은 남색이었다. 통일된 색깔의 옷을 입은 까닭에 차분하고 결연한 인상이었다. 옷 색깔을 같은 색상으로 통일한 것과 달리 옷의 디자인은 강렬한 쪽을 선택했다. 재킷은 허리가 들어간 여성스러운 라인이지만 멀리서 봐도 눈에 들어오는 짙은 회색 철제 단추가 사선으로 디자인된 옷깃부터 밑자락까지 여럿 박혀 있었다. 이 때문에 1, 2개의 단추가 달린 일반적인 정장 재킷에 비해 강한 인상을 줬다. 영장심사가 끝나고 법원을 나설 때, 박 전 대통령은 어두운 남색 코트를 걸친 모습이었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 탄핵소추 가결 이후 카메라 앞에 설 때마다 입었던 것과 같은 코트였다. 박 전 대통령은 앞서 12일 청와대를 떠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복귀할 때와 21일 검찰 조사를 받으러 출석할 때도 같은 코트를 입었다.전주영 aimhigh@donga.com·김준일·김민 기자}

“대통령님이 구속될까요?”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사진)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24일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석해 21시간 넘게 조사를 받고 귀가한 22일 최 씨는 서울구치소에서 접견한 변호인에게 “대통령님이 구속되는 거냐”고 물었다. 변호인은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검찰총장이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는데 최 씨는 불안한 듯 같은 질문을 수차례 반복했다. 최 씨는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될 경우 구치소 안에서 마주칠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 최 씨의 한 측근은 “최 씨가 자신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이 파면당한 것으로 모자라 구속까지 될 수 있다는 데 큰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헌법재판소가 박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을 한 후로 최 씨가 ‘죽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고 전했다. 최 씨는 헌재의 박 전 대통령 탄핵 선고가 있던 1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던 중 파면 소식을 접하고 휴정 시간에 대성통곡을 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가 타당하다는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김수남 검찰총장에게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장은 특수본의 보고와 검찰 안팎의 의견 취합 결과 등을 놓고 고심하고 있으며 27일경 최종 결정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수본은 보고서에 “사안의 중대성과 이미 구속 기소된 최 씨 등 공범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내부에서는 김 총장이 구속영장 청구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날 오후 9시 반경 김모 씨(39)가 박 전 대통령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접근해 달걀 5개를 던졌다. 달걀 일부는 사저 2층 난간에 부딪혔다. 경찰은 김 씨를 재물손괴 혐의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그랬다”고 주장했다. 돌발 상황이 발생했지만 검찰 조사 후 삼성동 자택 주변은 조금씩 평온을 되찾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석한 21일만 해도 지지자 수백 명이 모였지만 24일에는 30명가량으로 크게 줄었다. 전속 미용사 정송주 씨와 가사도우미 외에는 별다른 방문객이 없었다.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도 검찰 조사 이후로는 방문 횟수가 줄었다. 경찰은 사저 인근에 배치했던 경찰 210여 명을 23일부터 140여 명으로 줄였다. 김민 kimmin@donga.com·허동준·최지선 기자}
“대통령님이 구속될까요?” 최순실 씨(61·구속 기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24일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석해 21시간 넘게 조사를 받고 귀가한 22일 최 씨는 서울구치소에서 변호인과 접견하며 “대통령님이 구속되는 거냐”고 물었다고 한다. 변호인은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김수남 검찰총장이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지만, 최 씨는 마음이 불편한 듯 같은 질문을 수차례 반복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 씨는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될 경우 구치소 안에서 마주칠까 걱정하고 있다. 최 씨의 한 측근은 “최 씨가 자신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된 것으로도 모자라 구속까지 될 수 있다는데 큰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헌법재판소가 박 전 대통령 파면결정을 한 후로, 최 씨가 ‘죽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고 전했다. 최 씨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선고가 있던 10일 법정에서 재판을 받던 중 소식을 접하고 휴정시간에 대성통곡을 한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할 방침을 굳혔다.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한 혐의를 받는 사람들은 이미 구속 또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문제는 박 전 대통령을 구속 수사할지 여부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박 전 대통령 소환 전날인 20일부터 대검찰청 간부 등 참모들에게서 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대한 검찰 안팎의 의견을 보고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부는 영장 청구와 불구속 기소로 엇갈리는 반면 외부는 불구속 의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다양한 의견 취합”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박 전 대통령 소환 조사 결과를 토대로 늦어도 24일까지 사전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특수본이 내부 토론을 거쳐 의견을 김 총장에게 보고하면 김 총장이 대검 참모들과 상의한 뒤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 김 총장은 박 전 대통령 구속 수사가 사회 전체에 미칠 파장과 5월 9일 대선에 끼칠 영향 등을 심도 있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총장이 예단을 하지 않고 열린 자세로 다양한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속영장이 청구될 경우 박 전 대통령은 다음 주 초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된다. 만약 영장을 청구하지 않게 된다면 특수본은 SK 롯데 등 대기업 수사와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0) 수사까지 마무리한 뒤 4월 첫째 주에 박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길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4월 중순 전에 국정 농단 사건 수사를 모두 마무리할 방침이다. 수사가 대선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 검찰의 방침이다. ○ ‘형평성’ vs ‘불구속 수사 원칙’ 검찰 내부에서 구속영장 청구를 주장하는 측은 ‘형평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대기업에 뇌물을 요구하거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는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 등이 구속됐기 때문에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전직 대통령이지만 형사 처벌의 특혜나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국정 농단의 주범’이기 때문에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개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구속영장 청구에 반대하는 측은 피의자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불구속 수사 원칙’을 강조한다. 특히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할 때 가장 중요하게 판단하는 ‘증거 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박 전 대통령에겐 해당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박 전 대통령과 공모 혐의를 받고 있는 국정 농단 사건 관련자 대부분이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상세한 진술을 했기 때문에 설혹 증거 인멸 시도가 있더라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또 박 전 대통령이 도주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특검이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한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를 반대하는 측은 박 전 대통령이 실질적인 경제적 이득을 본 것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검은 ‘잠재적 이익’을 뇌물로 봤다는 것이다. 한 검찰 간부는 “특검이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을 구속 기소했지만 검찰은 뇌물로 판단하지 않을 수 있다”며 “뇌물 여부는 법원이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재판을 통해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김준일 jikim@donga.com·김민 기자}

21일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14시간 5분간 강도 높게 조사했다. 이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이 점심과 저녁 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한 2시간 45분을 제외하면 순수하게 조사를 받은 시간은 11시간 20분이다. 박 전 대통령은 조사 종료 후 22일 새벽까지 신문조서를 검토한 뒤 조서에 서명·날인을 하고 귀가했다. 박 전 대통령은 조사를 받는 내내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에 검찰은 박 전 대통령과 조사 방식 문제로 다투는 대신 박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며 공소 제기를 준비하는 ‘실리 추구’ 전략으로 맞섰다. 이미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충분히 확보돼 있기 때문에 애써 자백을 받기 위해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 검찰, 깍듯이 예우하며 진술 유도 서울중앙지검 노승권 1차장검사는 이날 오전 9시 25분 박 전 대통령에게 차를 대접하면서 “진상 규명이 잘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정중하게 요청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성실히 잘 조사받겠다”고 답했다. 이날 조사를 담당한 서울중앙지검 한웅재 형사8부장과 이원석 특수1부장은 박 전 대통령에게 “대통령님” 또는 “대통령께서”라고 존대하며 예의를 갖췄다. 하지만 조서에는 법과 관행에 따라 ‘피의자’로 기재했다. 박 전 대통령도 조사를 받으며 두 부장검사에게 “검사님” 등 존칭을 썼다. 검찰은 이날 편면유리를 통해 바깥에서 조사실을 들여다보거나, 조사실 내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통해 조사 상황을 모니터링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는 2009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사할 때, 이인규 중수부장 등 대검 간부들이 모니터링룸과 사무실에서 CCTV로 조사 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면서 수사팀에 조언을 한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검찰은 이날 박 전 대통령이 14시간 넘게 조사를 받는 동안 2, 3시간마다 15분씩 휴식시간을 줬다. 검찰은 조사실 구석에 소파 2개를 들여놨고, 옆문으로 연결되는 휴게실에 응급용 침대까지 구비했다. 박 대통령은 조사실 밖에 있는 일반 화장실을 이용했다. 검찰은 진술을 기록하는 보조검사 중 일부를 여검사로 배치하는 등 박 전 대통령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조사를 받도록 배려했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답변을 거부하거나 역정을 내는 등 별다른 돌발 상황 없이 조사가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 차분한 말투로 혐의 부인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조사에서 직권남용과 뇌물수수 등 13가지 혐의를 담담한 태도와 차분한 말투로 모두 부인했다.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비리에 대해 “나와는 상관이 없다”는 식으로 ‘끊어내기’ 전략을 구사했다. 최 씨가 삼성 측에서 딸 정유라 씨(21)의 승마훈련 지원비로 거액을 받은 데 대해서는 “그런 돈거래 자체를 몰랐고, 최 씨가 돈을 받았다고 해도 나와는 경제적으로 무관하다”고 부인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 등 측근들이 저지른 불법행위에 대해선 ‘책임 떠밀기’식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관련해선 “최 씨나 안 전 수석에게 재단 설립을 지시한 적이 없다”며 “기업들에 ‘사회공헌 차원에서 문화·체육 관련 공익사업이나 투자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원론적인 부탁을 했을 뿐 재단 출연을 요구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검찰은 “재단 출연이 문제가 되자 청와대 내부에서 ‘재단 설립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도한 것’으로 말을 맞췄다”는 안 전 수석의 진술, “박 전 대통령이 ‘(삼성 합병 관련)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잘 챙겨보라’고 지시했다”는 최원영 전 대통령고용복지수석비서관(59)의 진술 등을 들이밀며 박 전 대통령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이같이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이나 증거들에 대해 “모르는 일”이라며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 초밥과 죽으로 식사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35분부터 14시간 넘게 조사를 받는 동안 점심과 저녁 식사를 했다. 점심은 김밥과 유부초밥 도시락, 저녁은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주문한 전복죽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변호사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며 “시간이 많이 걸려 다들 고생할 텐데 (조사가 끝나기 전) 먼저 돌아가라”고 얘기했다고 한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조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전 9시 35분 조사를 시작한 한 부장검사는 오후 8시 35분 조사를 마쳤고, 바통을 넘겨받은 이 부장검사가 오후 8시 40분부터 11시 40분까지 3시간 동안 조사를 이어갔다. 박 전 대통령의 옆자리에는 유영하 변호사(55)와 정장현 변호사(56)가 교대로 앉아 조언을 했다.신광영 neo@donga.com·배석준·김민 기자}

“여기가 어디냐. 내가 왜 여기 와 있느냐.”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김상동) 심리로 ‘롯데그룹 경영 비리’ 첫 재판이 열린 서울법원종합청사 312호 중법정. 휠체어를 탄 채 법정에 들어선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95)은 자신이 처한 상황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수차례 흥분한 목소리로 언성을 높였다. 재판장이 “재판 중인 것을 아세요, 모르세요?”라고 물었지만 신 총괄회장은 제대로 답변을 못했다. 신 총괄회장은 도리어 “무슨 죄로 기소가 됐느냐” “이 회사는 내가 100% 가지고 있는 회사인데 어떻게 나를 (배임 혐의로) 기소할 수 있느냐” 등 일본어와 한국어를 섞어가며 어눌한 말투로 질문을 쏟아냈다. 급기야 마이크를 던지고 부축하는 직원에게 지팡이를 휘두르기도 했다. 신 총괄회장의 이런 모습을 바라보며 피고인석에 앉아있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2),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75·여) 등 가족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특히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로 셋째 부인인 서미경 씨(58)는 재판 내내 신 총괄회장의 모습을 지켜보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서 씨가 공식적인 자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36년 만이다. 서 씨는 1977년 제1회 미스 롯데로 선발된 뒤 연예계에서 활약하다가 1980년대 초 돌연 활동을 멈췄다. 1983년 신 총괄회장과 사이에 딸 유미 씨(34)를 낳았고 사실혼 관계를 유지해왔다. 서 씨는 2006년 신 총괄회장이 차명 보유하고 있던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 1.6%를 차명으로 넘겨받으면서 증여세 298억 원을 내지 않은 혐의 등으로 기소돼 법정에 출석했다. 검은색 정장 차림에 뿔테 안경을 쓴 단정한 차림의 서 씨는 재판 시작 전까지 변호인과 이야기를 나누며 옅은 미소를 보이는 등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신 총괄회장이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뒤부터 서 씨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그리고 판단력이 흐려진 신 총괄회장을 지켜보며 눈물을 흘렸다. 서 씨는 지난해 검찰 수사 당시 일본에 머물면서 수차례 검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다 재판에 넘겨졌고 지난달 법원의 공판준비기일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재판부가 “첫 재판에 출석하지 않으면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지명수배를 의뢰하겠다”고 경고하자, 서 씨는 재판 전날 급히 귀국해 법정에 나타난 것이다. 이날 법정에 나온 장남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63), 신 이사장 등 롯데그룹 총수 일가 5명은 모두 혐의를 부인했다. 이 과정에서 신동빈 회장과 신 이사장 등은 아버지 신 총괄회장을 보며 눈물짓던 모습과 달리 일부 범행 책임을 신 총괄회장에게 미뤘다. 신동빈 회장 측 변호인은 롯데시네마 매점 사업권을 신 이사장과 서 씨 등이 운영하는 회사에 몰아줬다는 혐의에 대해 “신 총괄회장이 영화관 매점과 관련해 ‘수도권 매점은 유미네(서 씨 딸 유미 씨)에게, 지방 매점은 딸인 영자네(신 이사장)에게 나눠주라’고 직접 지시했다”며 “신동빈 회장은 아버지와 이 문제를 상의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이사장 측도 “영화관 매점 문제는 신 총괄회장의 의사 결정”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신 총괄회장은 재판 도중 판사의 허락을 받아 법정을 떠났고, 나머지 4명은 재판이 끝난 뒤 각각 따로 법정에서 빠져 나갔다. 서 씨는 수행원들에게 둘러싸여 취재진의 질문에 한마디도 답하지 않고 검은색 승합차를 타고 떠났다. 권오혁 hyuk@donga.com·김민 기자}

298억 원 탈세 혐의 등을 받고 있는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95)의 사실혼 배우자 서미경 씨(58·사진)가 20일 오후 2시 재판에 출석할 예정이다. 서 씨는 그동안 검찰 수사를 피해 일본에 체류하다 검찰에 재판 출석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김상동)는 지난달 27일 신 총괄회장과 서 씨, 신동빈 회장(62),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63),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75) 등 롯데 총수 일가 5명의 공판 준비기일에서 서 씨가 첫 재판에 출석하지 않으면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지명수배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서 씨는 2006년 신 총괄회장이 차명 보유하고 있던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 1.6%를 차명으로 넘겨받으면서 증여세 298억 원을 내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서 씨는 또 딸 신유미 씨(34)와 함께 롯데 측에서 ‘공짜 급여’ 508억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서 씨는 롯데시네마 영화관 매점 운영권을 헐값에 넘겨받아 770억 원을 벌어들인 혐의도 받고 있다. 서 씨는 1977년 제1회 ‘미스 롯데’로 선발돼 연예계 활동을 시작했다가 1980년대 초반 활동을 중단했다. 그리고 1983년 신 총괄회장과의 사이에 딸 신 씨를 낳은 뒤, 혼인신고 절차 없이 사실상 셋째 부인이 됐다. 이 때문에 신동빈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서 씨를 ‘아버지(신 총괄회장)의 여자친구’로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20일 서 씨와 함께 재판을 받는 신 총괄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딸 신영자 이사장과 서 씨 모녀에게 증여하면서 자필로 “(추후) 경영권 행사는 내가 한다”, “후계자가 결정되면 이 지분을 적정한 가격에 매각한다”라는 내용을 기재했다. 하지만 신 총괄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확실히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에서 신동빈 회장과 신 전 부회장 간 ‘형제의 난’이 벌어졌고 이는 검찰 수사로 이어졌다. 또 신동빈 회장은 주력 사업이던 금융부문 계열사 롯데피에스넷의 잇따른 경영 실패를 감추기 위해 계열사에 유상증자 참여를 강요하고, 구주를 강매하는 등 480억 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를 받고 있다. 법원은 다음 달부터 매주 3회 재판을 열어 이 사건을 집중 심리할 예정이다.김민 kimmin@donga.com·김준일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검찰에 출두할 예정이다. 전직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는 것은 노태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3번째다. 두 노 전 대통령의 사례를 짚어보면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출두와 조사가 어떻게 이뤄질지 예상할 수 있다.○ ‘첫 검찰 소환’ 전직 대통령 노태우 1995년 11월 1일 오전 9시 45분 대검찰청 청사 앞 포토라인에 선 노태우 전 대통령. 고개를 숙인 채 입을 열지 않다가 “한 말씀만 해 달라”는 취재진의 거듭된 요청에 “국민들에게 죄송합니다”라고 말한 뒤 청사로 들어갔다. 그는 재임 중 비자금 5000억 원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김유후 변호사(전 대통령사정수석비서관)와 함께 7층 중수부장실로 올라간 노 전 대통령에게 안강민 중수부장과 이정수 수사기획관이 대추차를 내놨다. 13분가량 이어진 티타임에서 안 중수부장은 “나라를 위해 깊이 생각하시고 결심하셔서 혼란을 해소할 수 있도록 조사에 임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일국의 대통령을 지낸 사람으로서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고 조사에 임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오전 10시경부터 대검 11층 서쪽 복도 끝 중수부 VIP 특별조사실(특조실)에서 조사가 시작됐다. 주임검사인 문영호 중수2과장과 김진태 검사의 질문은 직선적이고 날카로왔다. 노 전 대통령은 반발했다. 조사실 밖으로 고성이 새어나오기도 했다. 문 과장이 “5000억 원의 비자금 조성 과정을 상세히 밝혀 달라”고 하자 노 전 대통령은 “일국의 대통령으로 5년간 국정을 운영한 사람한테 어떻게 그런 실무적인 부분을 일일이 기억해서 얘기하라고 요구하느냐”고 따졌다. 노 전 대통령은 점심으로 서울 강남의 한 일식당에서 만든 생선회 도시락을 먹었다. 조사는 16시간 동안 이어져 다음 날 오전 2시 20분경 끝났다. 검찰은 2주 뒤 노 전 대통령을 재소환해 밤샘 조사한 뒤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했다. 노 전 대통령은 구속 수감에 앞서 대검 청사를 나서며 “여러분 가슴에 안고 있는 불신 그리고 갈등, 이 모두 내가 안고 가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징역 17년형을 받은 뒤 같은 해 12월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360km 이동’ 노무현 전 대통령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9년 4월 30일 검찰에 출석했다. 사저가 있는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조사 장소인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까지는 360km. 검찰은 헬기로 이동할 것을 권했지만 노 전 대통령 측은 “특별 대우를 받는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며 거부했다. 노 전 대통령은 청와대 경호실이 준비한 42인승 리무진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경호실 차량 2대가 에스코트를 했다. 또 사복 경찰관 20여 명이 탄 미니버스와 순찰차 2대가 따라붙었다. 버스는 출발한 지 5시간 17분 만인 오후 1시 20분 대검찰청에 도착했다. 청사 본관 앞에 내린 노 전 대통령은 포토라인에 멈춰 선 뒤 “면목 없습니다”라는 한마디만 하고 바로 청사로 들어갔다. 조사는 대검 중앙수사부 1120호 특별조사실에서 이뤄졌다. 주임검사인 우병우 중수1과장(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혐의별 담당 검사 3명이 돌아가며 질문을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전해철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변호인 자격으로 동석했다. 판사 출신인 노 전 대통령은 조사 과정 내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가족과 측근이 돈을 받은 사실을 몰랐다”고 적극 해명했다. 이날 오후 6시 30분경 노 전 대통령은 조사실 옆 대기실에서 수행 참모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메뉴는 대검 인근 식당에서 배달해온 곰탕이었다. 조사는 오후 11시 20분까지 이어졌다. 노 전 대통령은 A4용지 80여 쪽 분량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3시간 가까이 꼼꼼히 검토한 뒤 이튿날 오전 2시 10분경 서명 날인했다. 이인규 중수부장이 조사실에 들러 “고생하셨다”고 인사했고, 노 전 대통령은 “최선을 다했다”고 답했다. 청사 밖으로 나온 노 전 대통령은 취재진에게 “최선을 다해 (조사를) 받았습니다”라고 말한 뒤 봉하마을로 향했다. 권오혁 hyuk@donga.com·김민 기자}

덴마크 검찰이 17일(현지 시간)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딸 정유라 씨(21·사진)의 한국 송환을 결정했다. 하지만 정 씨 측은 즉각 검찰의 결정에 불복하고 법정 싸움을 예고해 실제 송환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 씨 사건을 맡고 있는 모하마드 아산 덴마크 검찰청 차장검사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정 씨가 모국인 한국에서 기소될 수 있도록 송환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정부로부터 송환 요청서와 우리가 보낸 질의에 대한 응답 등 두 차례 서류를 받았다”며 “이를 철저하게 검토한 결과 덴마크 법상 송환 요건을 모두 충족한다고 결론 냈다”고 밝혔다. 정 씨 측은 검찰의 결정에 즉각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며 불복 의사를 밝혔다. 정 씨의 변호인인 페테르 마르틴 블링켄베르 변호사는 “우리는 (송환) 결정이 매우 정치적인 것으로 판단하며 그들(한국 검찰)이 정유라가 그 어머니(최순실)를 압박할 수 있기를 원하고 있다는 의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최 씨는 17일 재판에서 딸 정 씨를 언급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최 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외부 접견이 금지되어 있어 덴마크에 잡혀 있는 딸이 어떤 상황인지 모른다”며 “외부와의 소통 통로를 한 군데라도 열어주시기 바란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최 씨는 얘기를 마친 뒤 피고인석에서 눈물을 훔쳤다. 최 씨는 증인신문이 끝날 무렵 “국가적인 불행한 사태와 대통령 파면이라는 상황을 만들게 한 원죄를 국민들께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또 “조카 장시호 씨도 남편이 애를 두고 도망가서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김민 기자}
법원의 인사·예산 및 정책을 총괄하는 법원행정처(행정처·처장 고영한 대법관)가 법원 개혁을 요구하는 법관들의 학술 모임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대법원은 13일 이인복 전 대법관(61·사법연수원 석좌교수)에게 진상조사를 위임하고, 외압 당사자로 지목된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58)을 업무에서 배제하면서 사태 진화에 나섰다. 15일 대법원 등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지난달 9일 정기인사에서 법관들이 선호하는 보직인 행정처 심의관으로 발령 났던 이모 판사의 인사가 번복된 데서 비롯됐다. 이 판사는 400여 명의 판사가 회원인 법원 내 최대 학술단체 ‘국제인권법연구회’(연구회) 회원이다. 연구회는 최근 ‘사법독립과 법관 인사제도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25일 학술행사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한 언론은 “임 차장이 이 판사에게 ‘학술행사를 축소하라’고 지시했다”며 “이 판사가 이를 거부하고 사의를 표명하자 법원행정처 발령을 취소하고 지난달 20일 원래 소속 법원(수원지법 안양지원)으로 돌려보냈다”고 보도했다. 연구회가 대법원장의 법관 인사 방식 등을 문제 삼으려 하자, 행정처가 이 판사를 통해 ‘방해 공작’을 펴려고 했다는 것이다. 이 판사는 8일 법원 게시판에 “제가 경험한 부분을 어떤 방식으로 말씀드리는 것이 옳은지 고심 중”이라는 글을 올렸지만 이후 외부 접촉을 끊고 침묵하고 있다. 임 차장과 행정처는 “이 판사에게 연구회 활동과 관련해 부당한 지시를 한 일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행정처가 과거에도 연구회와 종종 갈등을 빚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연구회는 2014년 ‘국제인권법과 사법’이라는 책자를 내면서 행정처에 예산 지원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행정처는 “왜 비회원인 판사들에게 책을 배포하려고 하느냐”며 연구회가 회원 수보다 많은 700부를 찍는 점을 문제 삼았다고 한다. 행정처는 연구회 측의 항의가 이어지자 결국 책자 발간 비용의 70%를 지원했다. 연구회 소속 A 판사는 이에 대해 “연구회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인권 문제를 다루는 점을 행정처가 못마땅하게 여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법원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의 본질이 ‘양승태 대법원장 흔들기’라고 보고 있다. 양 대법원장은 남은 임기(9월 26일 퇴임 예정) 중에 이상훈 전 대법관과 6월 1일 퇴임하는 박병대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을 차기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할 예정이다. 일부 진보 성향 법관들이 후임 대법관 인선에 영향을 미치려고 대법관 유력 후보인 보수 성향의 임 차장을 공격했다는 이야기다.배석준 eulius@donga.com·권오혁·김민 기자}

지난해 10월 국정 농단 사건 당시 독일에 체류 중이던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사진)가 “저 위에서 조용해지면 들어오라고 했다”고 말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영수 전 포레카 대표는 지난해 10월 24일 독일 뮌헨에서 최 씨를 만난 상황을 증언했다. 최 씨의 조카 이병헌 씨의 부탁으로 최 씨에게 필요한 물건을 전달하기 위해 뮌헨 5성급 호텔에서 숙박 중이던 최 씨를 만났다는 것이다. 김 전 대표는 최 씨가 지난해 9월 국정 농단 사건이 터진 직후 급하게 한국을 떠나면서 챙겨가지 못한 옷가지와 각종 약품이 담긴 짐을 건네면서 최 씨에게 “한국 여론이 너무 심각하다. 빨리 돌아와서 상황을 수습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어 “요즘 뉴스에 나오는 게 다 사실이냐. 돈을 좀 받았느냐”고 묻자 최 씨는 “다 사실이 아니다. 삼성에서 5억 원을 지원받은 것밖에 없다. 저 위에서 그러는데 한국이 좀 정리되고 조용해지면 들어오라고 했다”고 답했다고 김 전 대표는 증언했다. 검찰은 최 씨가 언급한 ‘저 위’를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추정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당시 국정 농단 사건이 무마될 것으로 예상하고 최 씨에게 귀국 시점을 늦추라고 종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검에 따르면 앞서 같은 달 12일 최 씨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운영에 깊숙이 개입한 사실을 알게 된 김성우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57)은 박 전 대통령에게 “최 씨의 존재를 인정하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그렇게 하면 내가 너무 비참해진다”며 거부했다. 박 전 대통령이 최 씨의 국정 개입 정황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사흘 뒤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0)은 ‘재단의 돈을 최 씨가 빼돌렸으면 문제가 되지만 돈을 건드리지 않았다면 문제될 게 없다’는 요지의 ‘법적 검토’ 문건을 작성해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최 씨의 행위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조언한 것이다. 보고서에는 “형법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주체는 공무원이므로 민간인인 최순실은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거나 “현재까지 재단에서 최 씨 측에 자금을 지원한 정황은 없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리고 같은 달 20일 박 전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만약 누구라도 재단 자금 유용 등 불법을 저질렀다면 엄중히 처벌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 전 수석의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한 발언이었다. 또 김 전 대표가 뮌헨에서 최 씨를 만난 24일 박 전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임기 내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정치권에선 국정 농단에 쏠린 여론의 관심을 돌리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런데 바로 이날 오후 박 전 대통령의 연설문 등 기밀 문건이 담긴 최 씨 소유 태블릿PC가 언론에 보도됐다. 다음 날 오전 우 전 수석은 검찰 고위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검찰에 제출된 최 씨의 태블릿PC 조사 정보를 입수하면서 박 전 대통령의 연설문과 말씀자료가 태블릿PC에 저장된 사실을 파악했다. 이날 오후 박 전 대통령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최순실 씨는 과거 어려울 때 도와준 인연으로 일부 연설문 등에 도움을 받았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리고 다음 날인 26일 최 씨는 박 전 대통령과 통화를 할 때마다 썼던 차명 휴대전화로 다시 전화를 걸었는데 연결이 안 되자 언니 최순득 씨를 시켜서 박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도록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최 씨에게 귀국하라고 전하라”고 말했고, 이를 전해들은 최 씨는 결국 그달 30일 귀국했다. 그 다음 날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최 씨는 구속됐다.김민 kimmin@donga.com·권오혁 기자}
최순실 씨(61·구속 기소)가 법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과 관련해 “죄송하다”는 언급을 반복했다. 또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삼성으로부터 433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를 전면 부인했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최 씨는 “국정 농단으로 인해 국민에게 죄송하고 저 또한 마음이 복잡하다”며 “제가 안고 갈 짐을 안고 가겠다”고 말했다. 재판 내내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던 최 씨는 “제가 (국정 운영 등에) 관여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관여를 많이 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고 후회했다. 또 최 씨는 이날 자신과 박 전 대통령이 공모해 삼성 측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사건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삼성 (경영권) 승계가 어떻게 되는지 전혀 모른다”며 “뇌물죄를 입증한다는 것은 특검이 억지로 (혐의를) 씌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씨는 “헌법재판소에도 증인으로 나가 (같은) 말을 했지만 (삼성) 승계 작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삼성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최 씨 측 오태희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하거나, 삼성 측에서 부정한 청탁을 받은 일이 없다”고 거들었다. 또 최 씨 측은 특검의 공소장 내용을 “중편소설 같다”고 말했다. 최 씨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공소장을 작성할 때 소설 형식으로 작성하는 방법이 있다”며 “특검의 공소장은 의도적으로 재판부에 악의적인 심증 형성을 하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특검 후보자 추천권이 야당에만 주어진 데 대해 “세계적으로 이런 입법 선례는 없다”며 “딱 하나 예외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법률의 ‘모든 행위는 조선노동당 영도하에 이뤄진다’는 규정”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특검 측은 “변호인이 부적절한 단어를 써가며 선동적 변론을 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특검 측이 “‘장편소설’ 등의 표현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하자, 이 변호사가 “장편소설이 아니라 중편이라고 했다”고 맞받아치는 촌극도 빚어졌다.권오혁 hyuk@donga.com·김민 기자}

10일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파면이란 역사적 결단을 내리는 데 헌법재판관 8명 중 단 한 명도 이의가 없었던 결정적 사유는 ‘국가 지도자의 거짓된 태도’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국정 농단 의혹이 불거진 뒤 허위로 해명하며 내부 단속에 몰두한 점 때문에 그를 파면하지 않고는 위법한 권한남용을 중단시킬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헌재는 특히 박 전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진상 규명에 협조하겠다고 약속하고도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조사에 불응하며 청와대 압수수색을 거부한 점을 문제 삼았다. 박 전 대통령의 그 같은 태도는 법치주의의 상징인 대통령이 스스로 법치를 부정하는 것이어서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과 형사처벌을 피해 보려고 거짓으로 잘못을 감추는 데 급급하다 몰락을 자초했다는 역사적 평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진실성 없어…국민의 신임 배반” 헌재가 현직 대통령을 파면하는 결정을 하려면 2개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우선 탄핵소추 사유로 제시된 대통령의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명백히 어긋나야 하고, 위반의 정도가 파면이 불가피할 정도로 중대해야 한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사유를 크게 △사인(私人)의 국정 개입 허용과 대통령 권한 남용 △공무원 임면권 남용 △언론의 자유 침해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세월호 참사 대응) 등 4가지로 정리했다. 헌재는 이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이 최 씨의 국정 농단을 방조하고 권한을 남용한 잘못에 대해서만 위법성을 인정했다. 탄핵 사유 4개 중 1개만 1차 관문을 통과한 것이다. 그리고 헌재는 2차 관문인 중대성을 판단하면서 박 전 대통령의 부당한 권한남용이 재임 기간 전반에 걸쳐 심각한 수준으로 지속된 게 문제라고 봤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최 씨가 추천한 인물을 고위직으로 임명하고 기업들에 미르·K스포츠재단 자금 출연을 요구해 최 씨가 이권을 취하도록 도왔다는 사실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국정 농단 사건이 터진 뒤 박 전 대통령의 행태가 재판부의 판단에 쐐기를 박았다. 헌재는 “박 대통령의 해명이 객관적 사실과 달라 진실성이 없고, 진상 규명에 협조하겠다는 대국민 약속도 지키지 않는 등 신뢰 회복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이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중대한 헌법 위반”이라고 질타했다. 헌재가 “박 대통령 파면으로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파면에 따르는 손실보다 압도적으로 크다”고 본 것은 박 전 대통령이 잇따른 거짓말로 대통령 직무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신뢰를 상실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 “헌법 수호 의지 저버렸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 농단 의혹이 확산되던 지난해 10월 25일 1차 대국민 담화를 갖고 “취임 직후 연설문 표현 등에서 잠시 최 씨 도움을 받았고 청와대 보좌진이 완비된 뒤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거짓말로 드러났다.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이른바 ‘말씀 자료’뿐 아니라 인사 자료와 외교 문건 등 각종 기밀을 지난해 중반까지 최 씨에게 지속적으로 전달한 사실이 검찰 수사로 확인됐다. 박 전 대통령은 또 올해 1월 1일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간담회를 자청해 “누군가를 봐주기 위해 챙겨준 적은 손톱만큼도 없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미르·K스포츠재단이 최 씨 추천 인사로 채워지고, 최 씨 소유의 광고회사(플레이그라운드)가 대기업 광고를 따는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를 동원한 사실이 밝혀지며 이 역시 거짓말로 드러났다. 박 전 대통령은 1월 25일 한 인터넷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국정 농단 사건은) 불순 세력의 음모”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이 헌재에 증인으로 출석해 “(박 대통령이) 대기업들에 재단 설립 자금을 내도록 요구했지만, 강제모금 의혹이 불거지자 ‘전경련이 자발적으로 추진한 일’이라고 청와대 내에서 말을 맞췄다”고 털어놨다. 박 전 대통령은 이렇게 ‘일방통행식’ 거짓 해명을 반복하며 검찰과 특검의 대면조사 요구에 계속 불응했다. 또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도 완력으로 막아서며 거부했다. 헌재는 이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헌법 수호 의지’를 저버린 것으로 판단했다.○ “헌법상 성실 의무 위반”…보충의견 재판부는 세월호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대해 “생명권 보호 의무와 성실한 직책수행 의무는 성실성의 기준이 모호해 파면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정치적 무능력이나 정책 결정상의 잘못으로 파면할 수 없다’는 점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도 적용됐던 법리다. 다만 김이수 이진성 재판관은 보충의견을 통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박 대통령이 생명권 보호 의무를 위반하지는 않았지만 헌법상 성실한 직책수행 의무 및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신광영 neo@donga.com·전주영·김민 기자}
선고 요지(宣告 要旨)지금부터 2016헌나1 대통령 박근혜 탄핵사건에 대한 선고를 시작하겠습니다.선고에 앞서 이 사건의 진행경과에 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저희 재판관들은 지난 90여일 동안 이 사건을 공정하고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하여 온 힘을 다하여 왔습니다.지금까지 대한민국 국민들께서도 많은 번민과 고뇌의 시간을 보내셨으리라 생각합니다.저희 재판관들은 이 사건이 재판소에 접수된 지난 해 12. 9. 이후 오늘까지 휴일을 제외한 60여일 간 매일 재판관 평의를 진행하였습니다. 재판과정 중 이루어진 모든 진행 및 결정에 재판관 전원의 논의를 거치지 않은 사항은 없습니다.저희는 그 간 3차례의 준비기일과 17차례에 걸친 변론기일을 열어 청구인측 증거인 갑 제174호증에 이르는 서증과 열두 명의 증인, 5건의 문서송부촉탁결정 및 1건의 사실조회결정, 피청구인측 증거인 을 제60호증에 이르는 서증과 열일곱 명의 증인(안종범 중복하면 17명), 6건의 문서송부촉탁결정 및 68건의 사실조회결정을통한 증거조사를 하였으며 소추위원과 양쪽 대리인들의 변론을 경청하였습니다. 증거조사된 자료는 48,000여쪽에 달하며, 당사자 이외의 분들이 제출한 탄원서 등의 자료들도 40박스의 분량에 이릅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 아시다시피, 헌법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의 존립근거이고, 국민은 그러한 헌법을 만들어 내는 힘의 원천입니다.재판부는 이 점을 깊이 인식하면서, 역사의 법정 앞에 서게 된 당사자의 심정으로 이 선고에 임하려 합니다.저희 재판부는 국민들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에 따라 이루어지는 오늘의 선고가 더 이상의 국론분열과 혼란이 종식되기를 바랍니다.또한, 어떤 경우에도 법치주의는 흔들려서는 안 될 우리 모두가 함께 지켜 가야 할 가치라고 생각합니다.------------------------------------------지금부터 선고를 시작하겠습니다.먼저, 이 사건 탄핵소추안의 가결절차와 관련하여 흠결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소추의결서에 기재된 소추사실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아니하였다는 점에 대하여 보겠습니다. 헌법상 탄핵소추사유는,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사실이고 여기서 법률은 형사법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탄핵결정은 대상자를 공직으로부터 파면하는 것이지 형사상 책임을 묻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피청구인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고 심판대상을 확정할 수 있을 정도로 사실관계를 기재하면 됩니다. 이 사건 소추의결서의 헌법 위배행위 부분이 분명하게 유형별로 구분되지 않은 측면이 없지 않지만, 법률 위배행위 부분과 종합하여 보면 소추사유를 특정할 수 있습니다.다음으로, 이 사건 탄핵소추안을 의결할 당시 국회 법사위의 조사도 없이 공소장과 신문기사 정도만 증거로 제시되었다는 점에 대하여 보겠습니다.국회의 의사절차의 자율권은 권력분립의 원칙상 존중되어야 합니다. 국회법에 의하더라도 탄핵소추발의시 사유조사 여부는 국회의 재량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그 의결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것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다음 이 사건 소추의결이 아무런 토론 없이 진행되었다는 점에 관하여 보겠습니다.의결 당시 상황을 살펴보면, 토론 없이 표결이 이루어진 것은 사실이나, 국회법상 반드시 토론을 거쳐야 한다는 규정은 없고 미리 찬성 또는 반대의 뜻을 국회의장에게 통지하고 토론할 수는 있습니다.그런데 당시 토론을 희망한 의원은 한 사람도 없었으며, 국회의장이 토론을 희망하는데 못하게 한 사실도 없었습니다. 탄핵사유는 개별 사유별로 의결절차를 거쳐야 함에도 여러 개 탄핵사유 전체에 대하여 일괄하여 의결한 것은 위법하다는 점에 관하여 보겠습니다.소추사유가 여러 개 있을 경우 사유별로 표결할 것인지, 여러 사유를 하나의 소추안으로 표결할 것인지는 소추안을 발의하는 국회의원의 자유로운 의사에 달린 것이고, 표결방법에 관한 어떠한 명문규정도 없습니다.8인 재판관에 의한 선고가 9인으로 구성된 재판부로부터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살펴보겠습니다.헌법재판소는 헌법상 아홉 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재판관의 공무상 출장이나 질병 또는 재판관 퇴임 이후 후임재판관 임명까지 사이의 공백 등 여러 가지 사유로 일부 재판관이 재판에 관여할 수 없는 경우는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헌법과 법률에서는 이러한 경우에 대비한 규정을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탄핵의 결정을 할 때에는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고, 재판관 7인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아홉명의 재판관이 모두 참석한 상태에서 재판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은, 현재와 같이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할 수 있는지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결국 심리를 하지 말라는 주장으로서, 탄핵소추로 인한 대통령의 권한정지상태라는 헌정위기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는 결과가 됩니다.여덟 명의 재판관으로 이 사건을 심리하여 결정하는 데 헌법과 법률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 이상 헌법재판소로서는 헌정위기 상황을 계속해서 방치할 수는 없습니다.그렇다면 국회의 탄핵소추가결 절차에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위법이 없으며, 다른 적법요건에 어떠한 흠결도 없습니다.이제 탄핵사유에 관하여 살펴보겠습니다.우선 탄핵사유별로 피청구인의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하였는지 살펴보겠습니다.공무원 임면권을 남용하여 직업공무원제도의 본질을 침해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보겠습니다.문화체육관광부 노 국장과 진 과장이 피청구인의 지시에 따라 문책성 인사를 당하고, 노 국장은 결국 명예퇴직하였으며, 장관이던 유진룡은 면직되었고, 대통령비서실장 김기춘이 제1차관에게 지시하여 1급 공무원 여섯 명으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아 그 중 세 명의 사직서가 수리된 사실은 인정됩니다.그러나 이 사건에 나타난 증거를 종합하더라도, 피청구인이 노 국장과 진 과장이 최서원의 사익 추구에 방해가 되었기 때문에 인사를 하였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고, 유진룡이 면직된 이유나 김기춘이 여섯 명의 1급 공무원으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도록 한 이유 역시 분명하지 아니합니다.언론의 자유를 침해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보겠습니다. 청구인은 피청구인이 압력을 행사하여 세계일보 사장을 해임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세계일보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작성한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사실과 피청구인이 이러한 보도에 대하여 청와대 문건의 외부유출은 국기문란 행위이고 검찰이 철저하게 수사해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하며 문건 유출을 비난한 사실은 인정됩니다.그러나 이 사건에 나타난 모든 증거를 종합하더라도 세계일보에 구체적으로 누가 압력을 행사하였는지 분명하지 않고 피청구인이 관여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는 없습니다.다음 세월호사건에 관한 생명권 보호의무와 직책성실의무 위반의 점에 관하여 보겠습니다.2014. 4. 16. 세월호가 침몰하여 304명이 희생되는 참사가 발생하였습니다. 당시 피청구인은 관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헌법은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침몰사건은 모든 국민들에게 큰 충격과 고통을 안겨 준 참사라는 점에서 어떠한 말로도 희생자들을 위로하기에는 부족할 것입니다. 피청구인은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 보호의무를 충실하게 이행할 수 있도록 권한을 행사하고 직책을 수행하여야 하는 의무를 부담합니다.그러나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는 재난상황이 발생하였다고 하여 피청구인이 직접 구조 활동에 참여하여야 하는 등 구체적이고 특정한 행위의무까지 바로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또한, 피청구인은 헌법상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습니다.그런데 성실의 개념은 상대적이고 추상적이어서 성실한 직책수행의무와 같은 추상적 의무규정의 위반을 이유로 탄핵소추를 하는 것은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헌법재판소는 이미,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는 규범적으로 그 이행이 관철될 수 없으므로 원칙적으로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어, 정치적 무능력이나 정책결정상의 잘못 등 직책수행의 성실성 여부는 그 자체로는 소추사유가 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세월호 사고는 참혹하기 그지 없으나, 세월호 참사 당일 피청구인이 직책을 성실히 수행하였는지 여부는 탄핵심판절차의 판단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입니다.지금부터는 피청구인의 최서원에 대한 국정개입 허용과 권한남용에 관하여 살펴보겠습니다.피청구인에게 보고되는 서류는 대부분 부속비서관 정호성이 피청구인에게 전달하였는데, 정호성은 2013년 1월경부터 2016년 4월경까지 각종 인사자료, 국무회의자료, 대통령 해외순방일정과 미국 국무부장관 접견자료 등 공무상 비밀을 담고 있는 문건을 최서원에게 전달하였습니다. 최서원은 그 문건을 보고 이에 관한 의견을 주거나 내용을 수정하기도 하였고, 피청구인의 일정을 조정하는 등 직무활동에 관여하기도 하였습니다.또한, 최서원은 공직 후보자를 추천하기도 하였는데, 그 중 일부는 최서원의 이권 추구를 도왔습니다.피청구인은 최서원으로부터 케이디코퍼레이션이라는 자동차 부품회사의 대기업 납품을 부탁받고 안종범을 시켜 현대자동차그룹에 거래를 부탁하였습니다.피청구인은 안종범에게 문화와 체육 관련 재단법인을 설립하라는 지시를 하여, 대기업들로부터 486억 원을 출연받아 재단법인 미르, 288억 원을 출연받아 재단법인 케이스포츠를 설립하게 하였습니다.그러나 두 재단법인의 임직원 임면, 사업 추진, 자금 집행, 업무 지시 등 운영에 관한 의사결정은 피청구인과 최서원이 하였고, 재단법인에 출연한 기업들은 전혀 관여하지 못했습니다.최서원은 미르가 설립되기 직전인 광고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를 설립하여 운영했습니다. 최서원은 자신이 추천한 임원을 통해 미르를 장악하고 자신의 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와 용역계약을 체결하도록 하여 이익을 취하였습니다.그리고 최서원의 요청에 따라, 피청구인은 안종범을 통해 케이티에 특정인 2명을 채용하게 한 뒤 광고 관련 업무를 담당하도록 요구하였습니다. 그 뒤 플레이그라운드는 케이티의 광고대행사로 선정되어 케이티로부터 68억여 원에 이르는 광고를 수주했습니다. 또 안종범은 피청구인 지시로 현대자동차그룹에 플레이그라운드 소개자료를 전달했고, 현대와 기아자동차는 신생 광고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에 9억여 원에 달하는 광고를 발주했습니다.한편, 최서원은 케이스포츠 설립 하루 전에 더블루케이를 설립하여 운영했습니다. 최서원은 노승일과 박헌영을 케이스포츠의 직원으로 채용하여 더블루케이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도록 했습니다.피청구인은 안종범을 통하여 그랜드코리아레저와 포스코가 스포츠팀을 창단하도록 하고 더블루케이가 스포츠팀의 소속 선수 에이전트나 운영을 맡기도록 하였습니다.최서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김종을 통해 지역 스포츠클럽 전면 개편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 내부 문건을 전달받아, 케이스포츠가 이에 관여하여 더블루케이가 이득을 취할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또 피청구인은 롯데그룹 회장을 독대하여 5대 거점 체육인재 육성 사업과 관련해 하남시에 체육시설을 건립하려고 하니 자금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하여 롯데는 케이스포츠에 70억 원을 송금했습니다.다음으로 피청구인의 이러한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는지를 보겠습니다.헌법은 공무원을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규정하여 공무원의 공익실현의무를 천명하고 있고, 이 의무는 국가공무원법과 공직자윤리법 등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습니다.피청구인의 행위는 최서원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서 공정한 직무수행이라고 할 수 없으며, 헌법, 국가공무원법, 공직자윤리법 등을 위배한 것입니다.또한, 재단법인 미르와 케이스포츠의 설립, 최성원의 이권 개입에 직, 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피청구인의 행위는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였을 뿐만 아니라,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한 것입니다.그리고 피청구인의 지시 또는 방치에 따라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많은 문건이 최서원에게 유출된 점은 국가공무원법의 비밀엄수의무를 위배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피청구인의 법위반 행위가 피청구인을 파면할 만큼 중대한 것인지에 관하여 보겠습니다.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권한을 행사하여야 함은 물론, 공무 수행은 투명하게 공개하여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피청구인은 최서원의 국정개입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그에 관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이를 부인하며 오히려 의혹 제기를 비난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국회 등 헌법기관에 의한 견제나 언론에 의한 감시 장치가 제대로 작동될 수 없었습니다.또한, 피청구인은 미르와 케이스포츠 설립, 플레이그라운드와 더블루케이 및 케이디코퍼레이션 지원 등과 같은 최서원의 사익 추구에 관여하고 지원하였습니다. 피청구인의 헌법과 법률 위배행위는 재임기간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루어졌고, 국회와 언론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사실을 은폐하고 관련자를 단속해 왔습니다. 그 결과 피청구인의 지시에 따른 안종범, 김종, 정호성 등이 부패범죄 혐의로 구속 기소되는 중대한 사태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피청구인의 위헌·위법행위는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한 것입니다. 한편, 피청구인은 대국민 담화에서 진상 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하였으나 정작 검찰과 특별검사의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도 거부하였습니다. 이 사건 소추사유와 관련한 피청구인의 일련의 언행을 보면, 법 위배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헌법수호의지가 드러나지 않습니다. 결국 피청구인의 위헌·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라고 보아야 합니다. 피청구인의 법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할 것입니다.이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이 결정에는 세월호 참사 관련하여 피청구인은 생명권 보호의무를 위반하지는 않았지만, 헌법상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및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를 위반하였고, 다만 그러한 사유만으로는 파면 사유를 구성하기 어렵다는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의 보충의견이 있습니다. [생략](그 취지는 피청구인의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은 법정의견과 같고, 피청구인이 헌법상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및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를 위반하였으나 이 사유만으로는 파면 사유를 구성하기 어렵지만, 미래의 대통령들이 국가위기 상황에서 직무를 불성실하게 수행하여도 무방하다는 그릇된 인식이 우리의 유산으로 남겨져 수많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상실되는 불행한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되겠기에 피청구인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위반을 지적한다는 내용입니다.)또한, 이 사건 탄핵심판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문제로 정치적 폐습을 청산하기 위하여 파면결정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재판관 안창호의 보충의견이 있습니다.이것으로 선고를 마칩니다.정리=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과 불구속 기소된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66) 등 삼성 관계자 5명은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 부회장 등 피고인 5명이 모두 재판정에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변호인단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공소장이 위법하며 특검에 파견됐던 검사들의 공소 유지(재판 진행)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 5명의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변호인단은 혐의 사실에 대해 “모두 부인한다”고 밝혔다. 또 특검이 법원에 이 부회장을 기소할 때 공소장 하나만을 제출해야 하는 ‘공소장 일본주의(一本主義)’를 위배했다고 주장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란 판사가 선입견을 갖지 않도록 검사가 공소장 외에 다른 서류나 증거물은 일절 제출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그런데 특검은 과거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등과 관련해 이 부회장이 수사를 받았던 사실을 공소장에 포함했다는 것이다. 변호인단은 “특검이 공소사실과 무관한 과거사실이 연장선상에 있는 것처럼 암시해 삼성그룹이 조직적 불법적으로 이 부회장 승계 작업을 추진해온 것처럼 예단을 형성하려는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또 변호인단은 특검이 공소장에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당시 대화 내용을 포함한 데 대해 “대통령 조사가 단 한 번도 이뤄진 적 없고 공소장의 대화 내용을 이 부회장이 인정한 바도 없다”며 “어떤 근거로 특검이 직접 인용 형태로 대화 내용을 기재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특검은 이를 반박하는 의견을 담은 서면을 재판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 부회장 측은 또 특검 파견검사가 공소유지를 하는 데 대해 “특검법에 파견검사의 공소유지 권한에 대한 규정이 명시되지 않았다”며 “파견검사는 이 사건 재판에서 소송행위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특검은 “특검법에 파견근무 근거 규정이 있고 특검 직무 범위에 공소유지 업무가 포함돼 있어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양측의 의견을 검토한 뒤 파견검사의 공소유지 가능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이날 특검측은 이 부회장과 최 씨의 사건을 한꺼번에 심리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권오혁 hyuk@donga.com·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