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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보험법 적용대상을 확대해 택배기사나 골프장 캐디 뿐 아니라 모든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게 적용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가 나왔다. 인권위는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특수형태근로자와 해외 파견자가 실질적으로 산재보험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산재보험법 적용을 확대하고 이를 의무화하라고 권고했다고 26일 밝혔다. 현재 산재보험법의 적용을 받는 특수형태근로자는 보험설계사, 레미콘 트럭기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택배기사, 퀵 서비스 기사 등 6개 직종에 불과하다. 하지만 인권위는 이 대상을 전 직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고용노동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의 특수형태근로자는 40개 직종 128만 명가량이며 이들 중 약 60%는 산재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인권위는 산재보험 적용을 받는 6개 직종 특수형태근로자도 실질적인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들 직종 근로자는 지난해 8월을 기준으로 총 43만 여명에 이르지만 보험료를 근로자와 사업주가 절반씩 내도록 하면서 산재보험 혜택을 받고 있는 근로자는 9.7%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근로자와 사업주의 보험료 부담을 면제해 주는 것 같은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인권위는 모든 해외 파견자의 산재보험 가입 의무화와 함께 이들과 관련된 통계와 정보를 체계적으로 확보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고용 형태가 갈수록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상당수의 노동자가 헌법과 국제 인권기준이 명시한 노동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바로 잡기 위한 권고”라고 설명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밥 먹고 난 식탁에 똥 기저귀 버리고 가는 손님 어쩌죠?’ ‘식당 종업원은 아기 토사물도 처리해야 하나요?’ ‘카페에서 제공한 머그잔에 아기 오줌 받아내는 부모, 같이 온 사람들은 왜 안 말릴까요?’ 육아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이다. 이렇다 보니 식당이 떠나가라 시끄럽게 떠드는 자녀를 제지하지 않는 것 정도는 이제 약과다. 5년 넘게 한식당을 운영한 A 씨가 오랫동안 못 잊을 것 같다며 최근 경험을 털어놨다. 깨끗하게 세탁한 하얀 광목 방석에다 질퍽한 눈길에서 젖은 신발로 쾅쾅쾅 ‘검은색 도장’을 찍으며 돌아다니던 아이. 가슴속에 까만 도장이 찍히는 것 같아 어렵사리 어머니에게 말려 달라고 얘기해봤지만 돌아온 응답은 ‘기분 나쁘다’고 써놓은 것처럼 읽히는 싸늘한 표정뿐이었다. 두 돌 지난 아이의 아버지인 정모 씨(32)는 “아이와 함께 다니면서 ‘너무 한 것 아닌가’ 싶은 행동을 심심찮게 보는 게 사실”이라며 “공공장소에서 쓰레기 하나 제대로 안 치우고 나가는 부모들을 보면 ‘아이가 저런 걸 배우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런 무배려에 질린 사람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노 키즈 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영·유아를 동반한 손님은 아예 사절하는 식당이나 카페 등이다. 부모의 통제를 벗어난 영·유아가 뜨거운 음식물에 화상을 입는 사고가 잇달아 발생한 것도 이런 곳의 등장에 한몫했다. 최근 찾아가 본 수도권의 노 키즈 식당 2곳. 유모차 끌고 온 손님과 유아용 좌석에 올라앉은 아이가 없다는 점만 빼면 크게 다른 점은 없었다. 주요 고객은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 남녀나 50대 이상 손님으로 갈리는 편이라고 했다. 이 식당들은 아이를 받지 않는다는 원칙을 대문 앞에 당당하게 걸어놓았음에도 자세한 취재에는 상당히 민감해했다. ‘유아 사절’을 내세운 극소수 업소를 무작정 비난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부모가 자녀를 지도하는 방식을 돌아보고 잘못은 고치는 것이 결과적으로 아이에게 필요한 일이라고 지적한다. 배지희 성신여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유아들은 사람 많은 곳에 가면 들떠 소란을 피우는 경우도 있지만 그럴수록 ‘최소한의 배려’를 가르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간단한 처방은 사실 이미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해법이기도 하다. 이달 20일 유아를 받지 않는 식당 앞에서 만난 최종래 씨(64)처럼 말이다. 28개월 된 손자와 함께 산책을 나왔다는 최 씨는 “아이를 감싸기만 하는 부모 때문에 이런 방식의 식당이 생기는 현상에 충분히 공감한다”며 “다른 사람을 배려하기 위해선 내 아이부터 엄하게 꾸짖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18일 서울에 내린 눈은 5.1cm였고 수도권과 강원 등지에도 눈이 내렸다. 기온이 오르고 비가 내리면서 녹았던 눈은 다음 날 새벽 얼어붙어 곳곳에 빙판길을 만들었다. 19일 오전 서울 노원구 중계동 영신여고 인근 주택가 낮은 언덕길. 양옆에 차량들이 빼곡하게 주차돼 있지만 사람이 다니는 길은 얼어붙어 있었다. 운동화를 신은 청년도 넘어지지 않았을 뿐 여러 차례 미끄러지는 모습이었다. 마찬가지로 빙판이 된 주변을 지나던 30대 여성은 염화칼슘이 뿌려져 얼진 않았지만 질척거리는 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기도 했다. 같은 시각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래마을. 경비원이 있는 빌라 주변은 눈이 말끔히 치워져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곳 대부분은 눈이 녹아 질퍽거리거나 빙판이 돼 있었다. 겨울철 심심찮게 마주쳐야 하는 눈 쌓이고 얼어붙은 출근길. 서울 관악구 봉천동 한 빌라에 사는 원모 씨(27)는 “눈 때문에 불편하다고 느끼긴 했지만 내 일은 아닌 것 같아 치우려고 마음먹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리인이 없는 빌라와 단독주택 주변은 주민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아무도 눈을 치워주지 않는다. 모두가 원 씨처럼 생각해서는 눈이 올 때마다 ‘빙판 출근’을 각오해야 한다. 이날 아침 눈이 깨끗하게 치워져 있던 곳 뒤에 숨어 있던 ‘배려’가 필요한 이유다. 18일 눈이 내릴 때 중계동 약수빌라 앞의 눈을 치웠다는 주민 계원갑 씨(54)는 “우리 집 앞이니까 치운다”며 “눈이 쌓이면 모두가 불편하니까 평소에도 나서서 치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 집 앞은 내가 치운다’는 생각을 갖는 것 이상의 해법이 없는 셈이다. 관리인이 있어도 너나 없는 눈 치우기가 필요한 건 마찬가지다. 대개의 아파트 단지는 경비원 한두 명이 두세 동씩 관리하다 보니 혼자서는 출근시간까지 말끔하게 눈을 치워놓기 어렵다. 눈 내린 날 5분만 빨리 현관을 나서 눈 치우는 데 손을 보태고 출근한다면 틀림없이 뒷사람은 조금 더 편한 출근길을 맞이하고 아이들은 미끄러지지 않고 어린이집에 갈 수 있다. 점포가 즐비한 상가를 보면, 딱 자기 가게 앞만 눈을 치우고 옆 가게 앞길엔 손도 대지 않은 장면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치우지 않은 것보다야 낫지만 ‘내 가게에 들어올 내 손님’만 챙길 뿐 옆 가게 앞을 지나갈 내 손님조차 배려하지 않는 듯하다. 눈 치운 공간이나 치워지지 않은 공간 모두 보는 사람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이유다. 역으로 생각하면 아파트든 상가든 눈 치울 때 경계를 허물고 이웃까지 배려한다면 단단하기만 했던 인간관계의 장벽도 쉽게 허물어질 수 있을 법하다. 전문가들은 ‘내 집 앞’ 챙기는 것은 기본이고 이를 넘어 이웃까지 배려하는 노력이 우리 사회의 수준을 높이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서순탁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는 “내 집 앞에 대한 책임감을 갖는 것은 기초적인 책임이고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일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힘을 키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백화점에서도, 비행기에서도 손님은 종업원에게 손톱만큼도 배려 없이 막무가내로 자기 요구만 내세우는 세상이다. 드러나지 않았지만 얼마나 많은 ‘을’이 직장에서 이 같은 ‘무배려 갑질’에 시달리는지 모를 일이다. 기업에선 갑질을 하더라도 ‘고객을 잘 모셔야 한다’는 판단과 함께 근로자들이 이런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애쓰는 중이다. 기업이 근로자에게 베풀 수 있는 가장 큰 배려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변웅재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부천 백화점 갑질 모녀 사건의 가장 큰 문제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리되지 않은 채 한쪽이 분노를 표출하는 상황이 이어진 것”이라며 “문제 상황이 닥쳤을 때 종업원을 보호할 수 있는 구체적인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이마트가 마련한 “대면 응대 중에 폭언과 욕설이 지나칠 경우 점포의 안전도우미를 부르고 관리자가 응대하도록 한다”는 지침은 좋은 예다. 제3자가 녹취록만 들어도 얼굴이 달아오르는 전화 상담 중의 행패. 이 문제는 많은 기업이 이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욕설과 성적인 발언이 이어지면 자동안내로 경고한 뒤 차단하고 ‘블랙 컨슈머’로 지정하는 방식이 많이 쓰이고 있다. ‘과도한 친절은 배제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한걸음 더 나아간 경우도 있다. 지난해 현대카드는 전화 상담에서 쓰는 ‘보내드리오니’ 같은 말은 ‘보내드리니’로 바꾸고 ‘약간의 소중한 시간 할애 부탁드리겠습니다’란 말은 ‘짧게 안내드리겠습니다’로 바꿨다. 현대카드 측은 “과도한 친절 대신 적절한 응대를 선택하면서 불필요한 상담 시간이 줄어들고 업무 효율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러면서 현대카드 전화상담원의 퇴직률은 2011년 13.3% 수준에서 지난해 4.2% 수준으로 크게 낮아졌다. ‘을’을 고객과 동등한 위상으로 끌어올리는 발상의 전환도 눈에 띈다. 지난해 법조계 고위직 출신 인사들의 성추행 문제가 불거지면서 ‘갑질’의 대표적인 피해자로 주목받은 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 강원 고성군의 파인리즈 골프장에는 이런 문제에 대한 걱정이 별로 없다. 70여 명의 남녀 캐디 대부분 자체 테스트를 거쳐 경기 중 지도가 가능한 ‘티칭 프로’ 자격을 갖췄다. 캐디를 부르는 호칭부터 ‘캐디님’, ‘코치님’으로 달라지면서 골퍼의 ‘갑질’에 시달린다는 호소가 줄었음은 물론이다.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업체에서는 종업원을 보호할 수 있는 조직적 체계를 갖추는 것이야말로 가장 필요한 배려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독자 여러분의 의견과 제안을 e메일(change2015@donga.com)로 보내주시면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백화점에서도, 비행기에서도 손님은 종업원에게 손톱만한 배려없이 막무가내로 자기 요구만 내세우는 세상이다. 드러나지 않았지만 얼마나 많은 ‘을’이 직장에서 이 같은 ‘무배려 갑질’에 시달리는지 모를 일이다. 기업에선 갑질을 하더라도 ‘고객을 잘 모셔야 한다’는 판단과 함께 근로자들이 이런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애쓰는 중이다. 기업이 근로자들에게 베풀 수 있는 가장 큰 배려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변웅재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부천 백화점 갑질 모녀 사건의 가장 큰 문제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리되지 않은 채 한쪽이 분노를 표출하는 상황이 이어진 것”이라며 “문제 상황이 닥쳤을 때 종업원들을 보호할 수 있는 구체적인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이마트가 마련한 “대면 응대 중에 폭언과 욕설이 지나칠 경우 점포의 안전도우미를 부르고 관리자가 응대하도록 한다”는 지침은 좋은 예다. 모든 점포에서 기존의 안전관리 요원을 안전도우미로 지정해 고객과 종업원의 물리적 충돌 상황을 막도록 했다. 이런 지침과 더불어 마련된 상황별 대응법이 있어야 종업원들이 ‘갑질’ 고객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낼 수 있다. 제3자가 녹취록만 들어도 얼굴이 달아오르는 전화 상담 중의 행패. 이 문제는 많은 기업들이 이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욕설과 성적인 발언이 이어지면 자동안내로 경고한 뒤 차단하고 ‘블랙 컨슈머’로 지정하는 방식이 많이 쓰이고 있다. 자동안내 멘트에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말을 계속하면 형사 처벌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시키는 기업도 있다. ‘과도한 친절은 배제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한걸음 더 나아간 경우도 있다. 지난해 현대카드는 전화상담에서 쓰는 ‘보내드리오니’ 같은 말은 ‘보내드리니’로 바꾸고 ‘약간의 소중한 시간 할애 부탁드리겠습니다’란 말은 ‘짧게 안내드리겠습니다’라는 얘기로 바꿨다. 현대카드 측은 “불필요한 친절 대신 적절한 응대를 선택하면서 불필요한 상담 시간이 줄어들고 업무 효율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러면서 현대카드 전화상담원의 퇴직율은 2011년 13.3% 수준에서 지난해 4.2% 수준으로 크게 낮아졌다. ‘을’을 고객과 동등한 위상으로 끌어올리는 발상의 전환도 눈에 띈다. 지난해 법조계 고위직 출신 인사들의 성추행 문제가 불거지면서 ‘갑질’의 대표적인 피해자로 주목받은 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 강원 고성군의 파인리즈 골프장에는 이런 문제에 대한 걱정이 별로 없다. 70여 명의 남녀 캐디 대부분 자체 테스트를 거쳐 경기 중 지도가 가능한 ‘티칭 프로’ 자격을 갖췄다. 캐디를 부르는 호칭부터 ‘캐디님’, ‘코치님’으로 달라지면서 골퍼의 ‘갑질’에 시달린다는 호소가 줄었음은 물론이다.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개인 간에는 인격적 덕목으로서의 배려가 중요하지만 기업체에서는 종업원을 보호할 수 있는 조직적 체계를 갖추는 것이야말로 가장 필요한 배려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너도 이제 좋은 날 다 갔구나.” 결혼할 여자가 생겼다고 알렸더니 기혼남 친구들이 툭 던진 반응이라고 한다. 경남 창원시의 수의사 변모 씨(32)는 “‘아이까지 생기면 남자는 돈만 열심히 벌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여자친구도 마찬가지. “남자들은 데이트할 때까지만 잘해주지, 결혼 후에는 그동안 받은 것 이상으로 헌신만 해야 한다”는 푸념 섞인 친구들의 말에 겁이 덜컥 났다고 한다.○ 부부 관계가 주춧돌인데… 살다 보면 가정이든 직장에서든 갈등은 생기기 마련이다. 세상살이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부부가 갈등 해결에 좀 더 익숙해지면 이혼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자녀와의 갈등, 가정 밖에서의 문제들 역시 많이 줄일 수 있다는 것은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황현호 한국부부행복코칭센터 소장은 “가정의 중심에 있는 부부가 서로를 볼 때 행복해야 각자 사회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고 자녀도 정서적으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변 씨가 걱정하는 것처럼 지금 한국 부부의 실상은 어두워 보인다. 통계청의 ‘2014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결혼을 꼭 하겠다’는 미혼 여성은 38.7%에 불과했다. 미혼 남성 역시 51.8%만 결혼에 적극적이었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고 대답한 비율은 남자 41.6%, 여자 55.0%였다. 불황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감도 있겠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헌신할 생각이 없어서다. 과거에는 주로 여성이 남편과 자녀를 배려했고 때로는 그들을 위해 희생도 마다하지 않았다. 요즘 남성과 똑같이 고등교육을 받고 자란 젊은 여성은 이제 그렇게 살면 손해라고 판단한다. 남자 역시 책임을 피하려 들긴 마찬가지다. 남성들은 집 마련이나 경제적 부담은 남자에게 지우면서 본인의 음식값 계산조차 남자에게 미루는 여성을 인터넷에서 ‘김치녀’라는 속어로 부르며 비난한다.○ ‘배려’가 바꿔놓은 부부의 삶 이런 갈등은 결국 배우자에게 배려하고 양보하는 데서 해답을 찾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10월 결혼한 직장인 백승훈 씨(32)는 갈등이 생길 때마다 결혼 주례사를 되새긴다. 대학 시절 지도교수는 주례석에서 “모든 것을 함께 한다는 생각은 버리고 서로 다른 점을 인정하면서 꾸준히 배려하라”고 당부했다. 백 씨 부부는 먼저 퇴근하는 사람이 청소 빨래 설거지 순으로 집안일을 먼저 시작한다. 맞벌이를 하면서 일을 나누는 것은 당연하고 조금이라도 더 여유 있는 사람이 많은 일을 하는 배려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각자의 취미 활동도 잘 이어가고 있다. 10년 넘게 친 테니스를 계속 즐기기 위해 백 씨는 주말 낮이던 운동 시간을 일요일 오전 7시부터 9시까지로 바꿨다. 취미가 가정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아내가 고마워하는 상황. 스킨스쿠버를 좋아하는 아내가 1년에 한두 번 해외에 나간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할 생각이다.○ 가정의 울타리 넘는 배려 습관 사실 부부는 서로 자주 보고 자세히 알기 때문에 오히려 갈등이 생길 위험성도 큰 관계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과의 갈등을 줄이고 배려하는 방법을 깨닫는 것은 사회적인 의미도 크다. 4년 전 결혼해 25개월 된 아들을 키우는 정한길 씨(32)와 나미영 씨(34·여) 부부. 두 사람은 아이에게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상황에서는 서로에게 최대한 여유를 주는 것이 좋은 배려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 씨가 휴직하고 집에서 아이를 보고 있어 아이와 몸으로 놀아주는 활동적인 역할은 정 씨의 몫으로 정해 놨다. 그 대신에 원래 남편이 하기로 했던 설거지는 나 씨가 하기로 했다. 아버지가 아이와 소통하고 놀아주는 시간이 소중한 만큼, 다른 일은 사정에 따라 분배한다. 초등학교 교사인 정 씨는 “나에게 여유를 주려는 아내의 배려가 얼마나 고마운지 깨달으면서 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자유와 여유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얘기했다. 가정의 경험이 사회생활에서도 자연스럽게 표출되기 마련이다. 정현숙 상명대 가족복지학과 교수는 “가정 안에서 배려 습관을 들인 부부가 직장이나 학교 등 다른 곳에서도 더 쉽게 배려하고 양보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독자 여러분의 의견과 제안을 e메일(change2015@donga.com)로 보내주시면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일본이나 유럽의 주요 관광지에선 종종 한글로 쓰인 ‘침 뱉지 마시오’라는 문구를 볼 수 있다. 외국에서조차 한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이런 경고문을 붙여놓을 판이니 국내에선 어느 정도일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인천공항에 입국해 공항 밖으로 나오는 순간, ‘퉤’ 하고 침을 뱉는 한국인을 본 외국인은 대한민국을 어떻게 생각할까.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에 근접한 부자 나라? 5000년 역사의 찬란한 문화 강국? 전광우 연세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선진 시민문화를 가로막는 것으로 ‘일상의 나쁜 습관’을 꼽았다. “미국 영국 일본에선 길바닥에 침을 뱉는 사람이 없어요. 길은 혼자가 아닌, 타인과 함께 쓰는 것인데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없어서 나오는 행동이에요.” 공동체에 해를 끼치는 잘못된 습관은 비단 안전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선진국 진입에 걸림돌이 되는 행동들은 알고 보면 ‘길거리 침 뱉기’처럼 우리가 늘 마주하는 일상에 스며 있다. 2015년 현재 우리 사회 시민의식은 어느 수준일까. 본보 취재팀이 각각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에 시민들이 붐비는 서울의 길거리에서 우리 사회의 민낯을 관찰해 봤다.○ 내가 정하는 ‘흡연장’과 ‘쓰레기통’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7시. 서울역 앞은 쓰레기로 가득 했다. 롯데아울렛 서울역점 앞 화단에 심어져 있는 나무 사이에는 빈 음료 캔과 휴지, 담배꽁초 10여 개가 듬성듬성 꽂혀 있었다. 환경미화원 이모 씨(65)는 쓰레기를 치우며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이 씨는 “버리고 싶은 곳에 던져버리니 서울역 전체가 거대한 재떨이가 됐다”며 혀를 찼다. 주변을 둘러보니 서울역 시계탑 아래는 물론이고 바로 옆 음식점 입구에도 담배꽁초가 곳곳에 흩뿌려져 있었다. 역으로 들어가는 문 왼편에 마련된 48m² 크기의 흡연실 옆도 온통 꽁초 투성이였다. 취재진이 찾은 시각에 흡연실 밖에서 15명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흡연실 안에서 피우는 사람은 4명밖에 없었다. 바깥에서 담배를 피우던 한모 씨(32)는 “흡연실이 더럽고 답답해서 여기서 피운다”고 말했다. ○ 일방통행도 내키면 ‘역주행’ 같은 날 오전 11시 반 서울 중구 명동2가의 한 호텔 앞. 일방통행인 2차로로 택배회사의 화물차가 들어오고 있었다. 갑자기 음식 배달을 하는 오토바이가 반대 방향에서 역주행해 도로로 끼어들었다. 화물차가 속도를 늦춰 사고는 피했지만 순간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시민 2명이 깜짝 놀라 급히 도로 바깥쪽으로 몸을 피했다. 자칫하면 오토바이와 충돌할 뻔한 상황이었다. 오토바이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인도를 휙휙 지나고 있었다. 이런 ‘배려의 실종’을 많은 전문가는 ‘교육 부재’에서 찾는다. 유종호 전 연세대 석좌교수는 “심성과 행동은 가정에서 부모들이 가르쳐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선 가정교육이 실종돼 예의와 배려가 사라진 것 같다”고 진단했다. 집에서 “공부 잘하라”는 이야기만 할 뿐, 공동체 시민 교육은 전무하다시피 하다는 것이다. 취재팀은 1일 오후 8시 지하철 1호선 종각역 탑승구를 관찰했다. 인천 방향 지하철이 진입했다. 3-1번 객차 노약자 보호석에 앉아 있던 백발노인이 지하철이 멈추자 돌돌 만 껌 종이를 문 밖으로 휙 집어던졌다.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행동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 듯했다.○ 어둠에 묻히는 양심 1년 중 유동인구가 무척 많은 날인 지난해 12월 24일 오후 9시. 서울 지하철 강남역 10번 출구 앞 인도에는 유흥업소 전단이 뿌려졌다. ‘방앗간 8만9000’ ‘3만9000원 입술마크’ ‘립카페 3만9000’. 원색으로 새겨진 문구의 광고지였다. 밤에 강남역을 지나려면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이런 전단을 밟고 지나야 한다. 어린이들도 가족과 함께 빈번히 지나지만 전단을 뿌리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같은 시각,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거리에선 여기저기서 욕설이 넘쳐났다. 손님이 택시를 잡고 기사에게 행선지를 말하는 사이 뒤에 선 오토바이 운전자는 “빨리 타, 이 ××야”라고 소리를 질렀다. 한 택시기사는 차가 막히자 경적을 울리면서 앞에다 대고 “술 취해서 운전하지 마, ××야”라고 외쳤다. 비슷한 시각,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도로는 난장판이 돼 있었다. 한 신발 매장 앞에서는 한번에 5명, 최대 20여 명이 떼를 지어 무단횡단을 했다. 양쪽으로 50m씩만 걸어가면 횡단보도가 있지만,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무단횡단을 택했다. 우리 사회의 ‘무질서’ ‘무배려’는 밤새 도처에서 발견됐다. 박희봉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는 “한국의 사회 자본은 혈연, 지연, 학연처럼 ‘아는 사람’과의 관계에서만 형성돼 있어 밖에서 남을 만날 때 서로를 불쾌하게 만드는 데 익숙하다”며 “사람들 사이의 신뢰가 더욱 약해지고 있고 이는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 한국을 바꿀 아이디어… 독자 e메일 제안 받습니다 ▼이달의 키워드는 ‘배려’ 동아일보는 ‘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시리즈의 첫 출발점으로 ‘배려’를 키워드로 선정했다. 타인을 배려하는 것은 소소한 갈등을 예방해 주위를 행복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달에는 가족에 대한 배려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멀리 있는 사람에게 거창한 배려를 하기보다는 가장 가까운 가족부터 돌아보자는 취지다. 성한기 대구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는 “모든 사회의 기본 단위가 가족이다. 가족 내에서 화목하게 지내야 사회생활도 즐겁게 할 수 있고, 가족관계에서 문제가 있으면 사회생활에서도 문제가 생긴다”고 조언한다. 가족은 세상을 담고 있다. 김영란 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가족을 들여다보면 세상의 모든 문제가 함축돼 있다”고 말한다. 남녀 문제, 세대 문제 등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가 가족이라는 작은 단위 안에 축약돼 있다는 것이다. 본보는 시리즈를 연재하며 ‘작은 변화’가 무엇이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독자 여러분의 의견과 제안을 e메일(change2015@donga.com)로 받는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으로 로그인해 해당 기사에 대한 의견을 게시할 수 있다. 또 동아닷컴 첫 페이지에서 시리즈 배너를 클릭하면 ‘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기사들을 볼 수 있다.동아닷컴(dongA.com) 첫 페이지에서 시리즈 배너를 클릭하세요 이샘물 evey@donga.com·김도형 기자}

“대통령 당선 다음 날 비서가 전화해 ‘이번 주에는 바쁘셔서 테니스가 힘들 것’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테니스 멤버를 모으고 운동을 준비했어요. 테니스를 정말 좋아하시는 분이 선거 운동 기간 내내 못 치셨으니까요.” 이명박(MB) 당시 대통령 당선인은 당선 후 첫 주말에 결국 테니스를 쳤다. 국내 하나뿐인 여자프로테니스(WTA)투어 대회 KIA코리아오픈 주관사인 JS매니지먼트의 김지선 공동대표(42·사진)가 전해 준 일화다. 김 대표는 MB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테니스 비서관’을 지냈다. 공식 직함은 총무비서관실 소속 건강보좌역이었다. MB 시절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 내정자는 “김 대표는 MB에게 스스럼없이 대하면서도 입이 무겁고 진중해서 MB가 편하게 농담을 건넬 정도로 신임했던 사람”이라고 평했다. 실업테니스 선수 출신으로 대한테니스협회 이사를 지낸 김 대표는 MB가 서울시장에 당선된 뒤 선배 소개로 양재테니스코트에서 함께 운동하면서 MB와 첫 인연을 맺었다. 그는 “첫인상은 수건을 목에 걸고 있는 옆집 아저씨 같았다”며 “복식 파트너로 그날 5전 전승을 기록한 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 계속 불러주셨던 것 같다. 대통령에 당선되시던 날에는 직접 전화를 걸어 ‘청와대로 들어올 준비를 하라’고 하셨다”고 전했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MB의 테니스 사랑은 못 말릴 정도. 김 대표는 “해외 순방을 다녀오신 날이었다. 피곤할 테니 운동을 쉬라고 비서진이 만류했지만 테니스를 치겠다고 급히 김밥을 먹는 바람에 체하셨다. 그런데도 손가락을 따고 결국 운동을 하러 오셨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테니스 치는 모습을 지켜본 적도 있다고 했다. 그는 “지금은 테니스를 치시지 않는 걸로 아는데 예전에 몇 차례 뵈었을 때는 ‘참 예쁜 폼으로 정석대로 친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테니스 코트에서도 티셔츠 단추를 끝까지 채운 단정한 모습이 인상에 남는다”고 말했다. MB는 휴가 때도 늘 함께할 정도로 김 대표를 아꼈다. 김 대표도 청와대 생활로 ‘의전’이 몸에 뱄다. 김 대표는 다음 달 13∼2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올림픽공원 테니스 코트에서 열리는 KIA코리아오픈 참가 선수들에게도 VIP급 의전이 뭔지 선보이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그는 “같은 기간 일본에서는 총상금이 2배(100만 달러)인 대회가 열린다. 우수 선수에게 우리 대회에 나와 달라고 독려하려면 세계 랭킹 1위 수준으로 의전하는 수밖에 없다”며 “어린 외국 친구들이 좋아하는 반건시와 커피믹스로 마음을 사로잡고, 쇼핑 때도 통역을 붙여주는 등 ‘KIA코리아오픈에 출전하면 대접받으면서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 김도형 채널A 기자 }

《 세월호 침몰 당시 최초로 119에 신고한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 최덕하 군의 입관식이 25일 안산산재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졌다. 최 군의 어머니 김상희 씨는 아들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경기도와 안산시는 최 군을 의사자로 지정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채널A는 25일 김 씨를 만나 아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랑하는 아들 덕하에게 덕하야 사랑해. 너와 내가 함께했던 순간은 짧지만 엄마는 너를 아주 많이 사랑했고 너 또한 엄마를 많이 사랑했던 걸 우린 서로 잘 알잖아. 너무 가슴이 아프다. 이 모든 것이 왜 일어났는지…. 어른들의 비양심적이고 무책임한 행동들 때문에 꽃다운 어린아이들이 물속에서 죽어간 것이 아닌지 너무나 슬프단다. 너를 잃은 아픔이 너무나 크지만 많은 사람이 널 기억해주고 기도해줘서 네가 분명 좋은 곳으로 갔으리라고 생각이 들어. 엄만 우리 덕하가 119에 최초로 신고했다는 것을 사실 어제(24일) 늦게야 알았어. 처음에는 나는 네 죽음을 믿을 수 없어 모든 말이 거짓이라고 생각했어. 이렇게 가는 그날까지 엄마 마음에 깊이 네 모습을 새기고 가는구나. 사랑해 아들. 우리 아들 참 자랑스럽고 믿음직스럽고 장하다. 네가 엄마의 아들이라는 것이 엄마는 정말 자랑스럽다. 덕하야, 너를 사랑했던 이 소중한 순간들 영원히 간직할게. 너도 좋은 곳에 가서, 하느님 나라에 가서 엄마 기다리고 있어. 엄마 가는 날까지. 우리 꼭 다시 만나자. 그리고 아직 배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네 친구들 모두 구해줘. 그 아이들이 다 구조될 수 있도록 네가 지켜주길 바라. 사랑하는 아들. 너무너무 사랑하고.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잘 있고. 이제 여기는 잊고 아직 물속에 있는 네 친구들을 부탁해. 그리고 배 안에 남아 있는 모든 사람들 다 구해주시라고, 다 건져주시라고 하느님께 부탁해줘. 사랑하는 아들, 안녕. 엄마 마음은 언제나 너와 함께 있을 거야. 영원히. 사랑한다 아들아. 사랑한다 아들아. 영원히 사랑한다 아들아. 우리 아들아. 너를 한 번 안고 싶다. 내 품에 안아보고 싶다. 사랑하는 내 아들아, 잘 가라. 그리고 도와줘라.김도형 채널A 기자 dodo@donga.com}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은 8월 22일부터 9월 6일까지 원서를 받아 11월 7일 치러진다. 수능이 올해 처음 선택형으로 치러지면서 대학에 다니며 재도전하려는 수험생들이 지난해보다 줄어드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올해 수능 일정을 담은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행세부계획’을 30일 공표했다. 원서를 낸 뒤 응시영역과 과목을 변경할 수 있는 기간은 9월 4∼6일의 3일간으로 정해졌다. 올해 수능은 목요일인 11월 7일에 치르고 정답에 대한 이의 신청 기간(11월 7∼11일)을 거쳐 11월 27일까지는 성적통지표가 모든 수험생에게 배부된다. 한국교육방송공사(EBS)의 수능 교재 및 강의와의 연계비율은 예년처럼 70% 수준으로 유지한다. 영역별로 만점자가 1%가량 나오도록 한다는 목표는 올해 없앴다. 올해 수능이 국어 수학 영어 세 영역에서 쉬운 A형과 어려운 B형 중 한 가지를 선택해 치르는 형태로 바뀌면서 유형별 응시자 수를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B형은 최대 2개 영역까지 선택할 수 있지만 국어 B형과 수학 B형을 동시에 고를 수는 없다. 한편 입시학원가에서는 대학에 입학해 학적을 유지한 상태로 다시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반수생’이 줄어드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30일 학원가에 따르면 대학의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는 시점에 맞춰 주요 입시학원들이 ‘반수생반’을 개강했지만 수강생 수는 지난해보다 감소했다. 지난달 치른 6월 모의평가에 응시한 졸업생 수는 6만7525명으로 지난해 7만5523명보다 10.6% 줄어들기도 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학원에 등록한 반수생이 지난해의 3분의 2 수준으로 줄었다”며 “수능이 선택형으로 바뀐 데 따른 심리적 부담감과 불황 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는 반수생이나 재수생이 이미 한 차례 수능을 치른 경험이 있어 재학생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간주했지만 선택형 수능으로 바뀌면서 기존의 우위를 그대로 활용할 것으로 장담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또 선택형 수능에서는 수험생이 난도에 따라 나눠져서 시험을 치르기 때문에 상위권 재수생들도 1, 2등급을 얻기가 예년에 비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일반적으로 반수생과 재수생은 탐구영역에서 강점을 보이지만 올해 자연계는 과학탐구 교과과정이 개편돼 새로 공부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교육부와 평가원은 올해 수능에서 A형과 B형의 난도 차이를 영어에서 크게 벌리고 국어에서는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제주국제공항에서 자동차로 40분 거리. 서귀포시 대정읍에는 국제학교 3곳이 자리 잡고 있다. 제주영어교육도시다. 21일 이곳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국내에서 해외의 교육혜택을 누릴 수 있는 점이 좋다고 했다. “학원만 뱅글뱅글 돌려야 하는 현실이 싫어서 선택했다.” “해외유학 대신 국내에서 해외의 교육을 받는 길을 찾았다.” 연간 학비가 최대 5000만 원에 이를 정도로 비싸지만 교육 내용에는 만족한다는 얘기.○ 캐나다, 영국, 미국 교육체계 그대로 활용 브랭섬홀아시아(BHA)는 캐나다계 국제학교다. 국내 국제학교 가운데 유일한 여자학교로 지난해 9월 개교했다. 이날 찾아간 학교는 대학캠퍼스 수준의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교실과 도서관 전용공연장 편의시설 체육시설 기숙사가 11개 건물에 흩어져 있다. 유치부부터 12학년까지를 캐나다 본교 브랭섬홀과 같은 교육과정으로 운영한다. 재학생은 모두 339명. 6학년인 유하늘 양(12)에게 학교생활에 만족하느냐고 묻자 직접 만든 ‘발명품’을 내밀었다. 색깔이 있는 찰흙을 활용한 칫솔과 치약이었다. 유 양은 칫솔과 치약을 실로 연결시켜 놨다. 그리고 ‘투파브러시(Topabrush)’란 이름을 붙였다. 여행을 갔는데 치약만 들고 갔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이 경험을 발명품과 연결지어 광고를 만들 생각이다. 유 양은 “경기 광명시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다 전학 왔다. 앉아서 책 읽고 수업 듣는 것보다 이렇게 직접 활동하는 수업이 많아서 좋다”고 말했다. 실제로 BHA에는 독특한 수업이 많다. CAS(Creativity Action Service)가 대표적이다. 발명은 물론이고 드라마 영화 오케스트라처럼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창의력을 기르는 수업이다. 국어와 국사를 제외한 모든 수업은 원어민 교사가 영어로 진행한다. 해외 학교의 교육과정을 활용하므로 입시에 초점을 맞춘 국내학교와 다르다. 노스런던칼리지잇스쿨(NLCS) 제주는 영국계열의 국제학교다. 본교와 동일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과정에서는 교과 외 활동으로 골프 발레 수영 오케스트라를 가르친다. 고등학교 과정에서는 비판적인 사고력을 기르기 위해 별도의 철학과목을 만들었다. 공립인 한국국제학교(KIS) 제주캠퍼스는 미국서부연합회(WASC)의 인증에 따라 미국 정규 교육과정을 가르친다. 미국 정부가 해외 국제학교를 위해 개발한 AERO(American Education Reaches Out) 커리큘럼을 도입해 소규모 그룹으로 실험과 실습수업을 한다.○ 학비와 영어실력 고려해야 이들 세 학교는 국내 학생이 진학하는 데 아무런 제한이 없다. 이에 따라 1500명가량인 재학생 대부분은 한국 학생이다. BHA의 경우 학생 339명 가운데 10% 가량을 제외하면 모두 한국 학생. 이 학교 7학년 학부모 김현옥 씨(39·여)는 “해외 체류 경험이 없어도 진학할 수 있어서 학교를 옮길 수 있었다. 서울에서 학원을 뱅글뱅글 돌며 힘들어하던 아이가 지난해에 입학하고 나서 학교생활을 즐거워해서 좋다”고 말했다. 해외유학과 연수비용을 국내로 흡수하겠다는 정부의 설립 취지가 이뤄지는 셈. 제주영어교육도시의 학교 3곳은 국어와 국사 과목을 이수하도록 만들었으므로 해외 학력은 물론이고 국내 학력까지 인정받는다. 기숙사에서 지내면 학비가 연간 5000만 원에 이를 정도로 비싸고, 일정 수준 이상의 영어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입학하려면 영어를 중심으로 시험을 치러야 한다. 수시로 입학생을 받는 BHA의 경우 초등학교 2학년 수준부터 영어를 받아쓸 수 있는 수준을 요구한다. 4∼6학년으로 입학하려면 A4용지 반 페이지 분량의 영어 작문 능력이 필요하다. 중학교 이상 단계에서는 별도의 필기시험을 치른다. BHA 관계자는 “영어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의사소통 능력과 한국 학교에서 배우는 수준의 수학 실력을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NLCS 제주와 KIS 제주캠퍼스 역시 학년별로 서류심사, 영어·수학 시험, 인지능력검사를 거쳐야 한다. NLCS 제주는 5학년 이상의 경우 일대일로 영어 심층 면접을 한다. 이 학교 관계자는 “원활한 교육을 위해 10학년 이상 지원자의 경우 상당한 높은 수준의 영어 작문 실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들 국제학교 진학과 관련해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이사는 “학비가 비싼 편이지만 별도의 사교육비가 들지 않는 장점이 있다. 교육 프로그램이 국내대학보다는 해외대학 진학에 초점을 맞췄음을 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서귀포=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교육부는 2017년까지 모든 초등학교에 체육전담교원을 배치하고 중고교의 체육수업도 지금보다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학교체육을 활성화하는 다양한 방안을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어 이번 발표가 내실이 없다고 지적한다. 교육부는 24일 체육전담교원 의무배치와 체육수업 확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학교체육 활성화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체육교육을 늘리면 인성교육은 물론이고 체력과 학습능력을 기르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따라 마련됐다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계획에 따르면 현재 2700여 학교에 배치돼 있는 체육전담교원을 내년부터 매년 800명가량씩 늘려 2017년에는 전국 5898개 모든 초등학교에 배치한다. 중학교는 내년부터 3학년 체육수업을 1시간 늘린다. 체육수업이 중학교 1, 2학년에는 주당 3시간이지만 3학년에는 2시간으로 줄어드는 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고등학교에서는 내년 신입생부터 체육수업을 3년간 10단위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현재 전국 일반고의 체육수업은 평균 10.5단위이지만 특수목적고는 평균 5.4단위, 특성화고는 평균 7.1단위에 불과한 실정이다. 체육활동에 소극적인 여학생을 위한 방안도 마련했다. 남녀공학 고교는 학생들이 원하면 남녀학생 분리수업을 권장하고 여학생 전용 실내체육실과 탈의실을 확충하도록 했다. 내년부터 여학생이 좋아하는 종목의 스포츠클럽 팀 1000개를 선정해 운영비도 지원한다. 이 밖에도 다목적 체육관과 학교운동장의 시설을 개선하고 학교스포츠클럽과 지역사회가 연계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교육계 일각에서는 이번 계획이 구체적인 실행방안도 확보하지 못한 채 기존 정책의 재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중학교 3학년의 체육수업을 늘리겠다는 계획은 지난해 나왔던 ‘학교스포츠클럽 활동’ 시간을 체육시간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정부는 지난해 학교폭력을 근절하겠다며 체육시간을 늘리겠다고 이미 발표한 바 있다. 또 교육부는 체육전담교원을 배치하고 체육 관련 시설을 확충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안도 내놓지 못했다. 이경자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상임대표는 “학생들의 체육활동을 늘리겠다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요란한 정책 발표보다는 기존의 정책을 내실 있게 추진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이번 발표는 기존에 진행 중인 정책들을 새 정부에서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의미가 있다”며 “체육전담교사 배치는 세부적인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기대 못한 특별활동을 한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한 학기 동안 마치 캠프에 왔던 것 같습니다.” 연세대의 본격적인 송도 시대를 열었다고 할 만한 13학번 학생들이 인천 송도 국제캠퍼스 생활 한 학기를 마감하며 밝힌 대표적인 소감이다. 연세대는 올해부터 신입생들이 한 학기 동안 국제캠퍼스에서 레지덴셜 칼리지(RC)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했다. 1학기에는 문과대 공대 교육학부 등에 소속된 신입생들이 국제캠퍼스에 왔다. 2학기에는 상경대 경영대 등의 1학년 학생들이 이곳에서 수업을 받는다. 내년부터는 모든 신입생이 1년 동안 국제캠퍼스에서 생활하게 된다. 19일 오후 국제캠퍼스에서 만난 노정연 씨(19·여·교육학부 1학년)와 오세환 씨(19·전기전자공학부 1학년)는 4개월간의 송도 생활에 후하게 ‘A’를 줬다. 국제캠퍼스에서 백양 무악 용재 언더우드 에이비슨 등 8개 하우스(기숙사)는 한 학기 동안 각자 주제를 정해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백양하우스 소속이었던 노 씨는 영화를 찍었던 특별활동이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백양하우스의 주제는 대중문화였다. 노래 춤 영화 소모임이 꾸려졌다. 노 씨는 영화 소모임에 가입해 친구들과 함께 10분 남짓한 단편영화 ‘하루살이’를 찍었다. 학교 안에서 교수진을 초청해 영화제까지 열고 당당히 ‘최고작품상’을 받았다. 노 씨는 “집과 학교를 오가는 평범한 신입생 생활을 했다면 이런 경험은 못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파티가 주제였던 에이비슨하우스 소속의 오 씨는 친구들과 여러 차례 기숙사 파티를 마련했다. 5차례 넘게 인천 문학야구장을 찾기도 했다. 이 하우스 소속 학생들이 한 학기가 ‘캠프’ 같았다고 얘기하는 이유다. 오 씨는 “3인 1실의 방에서 철학과 중문과 친구들을 사귀고 200명이나 되는 같은 학부 친구들도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모두 알게 됐다”며 만족스러워했다. 기숙사 생활은 학생들에게 여유를 가져다줬다. 기말고사 기간인 이날 캠퍼스 안의 학생들은 유난히 편해 보이는 복장이었다. 슬리퍼를 신고 반바지에 헐렁한 티셔츠를 입은 학생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오 씨는 “모든 학생이 기숙사에서 생활하니까 편안한 복장으로 다니는 때가 많고 지각하거나 결석하는 학생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고 설명했다. 물론 단점도 없지 않았다. 노 씨는 “학생들이 아침, 저녁 가리지 않고 모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교수님들이 유난히 조별과제를 많이 내준다는 것도 특징”이라고 이유 있는 ‘불평’을 했다. 오 씨는 “대부분의 활동을 기숙사 밖에서 하긴 하지만 방에 수납공간이 부족한 점 등은 아쉽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셔틀버스로 한 시간 거리인 서울 신촌캠퍼스와 거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점은 가장 큰 문제였다. 노 씨는 “신촌캠퍼스에서 학과 행사를 열 때 가장 곤란했다”며 “특히 학기 초에는 셔틀버스까지 부족해 오가기가 불편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두 사람은 “국제캠퍼스에 올지 말지를 선택하라고 하면 꼭 오겠다”라며 “이곳 생활은 기대 이상이었다”라고 한목소리로 답했다.인천=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오랜만에 찾은 연세대는 젊은이들 특유의 활기와 낭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 1970년 백양로에 세운 독수리상은 여전히 창공을 향해 힘찬 날갯짓을 하고 있었고, 핀슨관 앞 작은 언덕의 윤동주 시비(詩碑)는 조용히 방문객을 맞았다. 그러나 이런 목가적 풍경과는 달리 연세대는 제3 창학(創學) 선언, 인천 국제캠퍼스(송도캠퍼스) 개막, 레지덴셜 칼리지(RC·Residential College) 프로그램 도입, 백양로 재창조, 언더우드국제대(UIC) 학제 개편으로 부산하다. 정갑영 연세대 총장을 만나 변화의 저변을 들여다봤다. ―2013학번 새내기부터 송도캠퍼스에서 기숙사 생활을 한다는데…. “그렇긴 한데 아직 기숙사를 다 짓지 못해 한 학기만 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신입생 전원이 송도캠퍼스에서 1년간 기숙사 생활을 한다. RC의 목표는 학습과 생활공동체를 통해 5C, 즉 창의력(Creativity) 소통능력(Communication) 융·복합능력(Convergence) 문화적 다양성(Cultural Diversity) 크리스천 리더십(Christian Leadership)을 지닌 글로벌 인재를 길러내자는 것이다.”언더우드국제대가 연세의 기함 될것 지금은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가 높고 “RC를 연장해주면 안 되겠느냐”는 문의도 많지만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작년만 해도 ‘송도캠퍼스에는 못 가겠다’고 하는 플래카드가 백양로를 뒤덮었다. 교수들도 “우리 단과대만은 못 가겠다”고 버텼다. ―RC 프로그램은 어떻게 운영하나. “현재 8개의 하우스(기숙사를 이렇게 부른다)가 있다. 각각의 하우스마다 레지덴셜 마스터(RM)가 있고 학생 20명당 한 명의 조교가 함께 생활한다. RM을 맡은 교수들이 하우스마다 특색 있는 테마를 내걸면 학생들이 그 테마를 보고 마음에 드는 기숙사를 택한다. 비슷한 성향을 가진 학생끼리 생활하는 것이다. RC 학생들은 전공에 상관없이 예술체육, 사회기여, 대학윤리 등에서 최소한 12학점을 이수한다. 전인교육을 목표로 하는 HE(Holistic Education) 과목 중에는 인천 지역 청소년들의 방과 후 학습을 도와주는 ‘연인(연세-인천) 프로젝트’도 있다. 공동체 생활과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통해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이해심과 리더십을 기르게 된다.” ―최근 자유전공학부 폐지를 둘러싼 갈등을 보면 모든 게 순조롭지만은 않은 것 같다. “자유전공학부는 법학전문대학원을 도입하면서 기존 법대 정원을 가져온 것이다. 그런데 학문 간 융합이라는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한두 개의 인기전공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되어버렸다. 자유전공학부를 UIC 글로벌 융합학부로 통폐합한 것은 자유전공학부를 죽이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확대한 것이다. UIC야말로 진정한 리버럴아츠(인문교양) 교육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UIC는 입학정원이 450명으로 매우 큰 단과대다. 강의는 100% 영어로 하고, 58개국 출신이 공부하는 명실상부한 한국형 글로벌 프로그램이다. 교수진도 최고 수준이다. 나는 UIC가 연세대의 플래그십(기함·旗艦)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UIC를 통해 송도캠퍼스를 세계적 대학으로 육성할 것이다.” ―목표를 이루려면 아무래도 돈이 많이 들 텐데 내년부터 반값등록금 정책이 시행된다. “돈 쓸 곳은 많은데 재정이 어렵다. 연세대 등록금은 4년째 동결됐다. 대학등록금이 정말 높은 수준인가를 따져보고 싶다. 의무교육인 초등학교 교육비용이 연간 600만 원이고 일부 사립유치원의 수업료도 1000만 원을 넘는다. 자율고 자사고 등의 수업료가 1000만 원대에 이르는데 사립대 평균 등록금은 800만 원이 되지 않는다. 정부 생각은 대학등록금이 연간 14조 원에 이르니까 절반인 7조 원을 투자하면 ‘반값등록금’이 실현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경제학을 전공한 정 총장은 꼼꼼하게 근거를 제시하며 오스트리아 빈 대학을 사례로 들었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영광이 숨쉬는 빈 대학은 1365년 설립된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명문대의 하나다. 몇 년 전 오스트리아 사회당이 집권해 대학정책을 바꾸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사회당 정부는 대학등록금, 학생 정원, 시험 등 3가지를 없애버렸다. 그러자 자국 대학에서 떨어진 외국 학생들이 몰려오기 시작하면서 학생 수가 9만 명으로 불어났다. 유서 깊은 명문대가 바닥으로 추락하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그러나 정 총장은 반값등록금을 무조건 반대하지는 않았다.규제 풀어야 창조경제 베이스캠프 돼 “등록금상한제법이 있는 걸 아느냐. 등록금을 인상할 경우 학생지원 장학금이 불이익을 받도록 되어 있어 올리고 싶어도 올릴 수가 없다. 그것까지는 괜찮다. 사립대가 등록금 인상 범위를 준수하고 그 안에서 인상할 경우에는 정부가 최소한 페널티는 주지 말아야 한다. (평준화 제도 안에 있는) 고교 중에도 일반고보다 등록금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자율고 자사고가 있지 않은가. 대학 중에도 반값등록금에서 자유로운 자율형 사립대를 만들면 어떨까 제안해 본다.” 대신 자율형 대학으로 지정되면 저소득층을 일정 비율 뽑고, 그들에게 전액 장학금을 줘서 사회적 책무를 다하도록 하면 어떠냐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주장하면서도 대학 경쟁력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은데…. “최근 에베레스트 정상 등반에 성공하는 사람들의 수가 엄청나게 늘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과거 해발 2000m 부근에 있던 베이스캠프를 6000m 부근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나는 대학 경쟁력이 창조경제라는 정상을 향한 베이스캠프라고 생각한다. 미국 스탠퍼드대 출신이 세운 기업들의 연매출 합계가 2조7000억 달러(약 3000조 원)에 이른다는 보고서가 작년에 나왔다. 1930년대부터 스탠퍼드대 동문이 세운 기업이 4만 개, 이들이 창출한 일자리가 540만 개나 된다. 정부가 대학등록금이나 입시 등에서 규제를 조금만 풀어주면 우리 대학들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김윤철 서울관악문화원장이 불우학생 장학금으로 써 달라며 200만 원을 동아꿈나무재단에 21일 보냈다. 김 원장은 1990년부터 216차례에 걸쳐 4억1730만 원을 기탁했다. 김대기 고려대 경영대 교수도 이날 100만 원의 장학금을 재단에 전달했다. 김 교수는 48번에 걸쳐 4800만 원을 보냈다.}

“문제가 쉬워졌는데 어떻게 해야 점수를 잘 받을 수 있죠?” “최저학력기준이 있으니 일단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최근 한양대가 실시한 모의논술을 치렀던 고교 3학년 수험생들이 제기한 궁금증들이다. 올해 대입 논술전형은 ‘교과서 안 출제’ 원칙에 따라 난도가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이날 모의논술 역시 비교적 평이했다. 올해는 선택형 대학수학능력시험 때문에 논술전형에서도 수능이 더 중요해졌다는 의견도 있어 수험생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능으로 우선선발과 최저학력 기준을 채울 수 있는지를 염두에 두고 핵심만 추리는 논술 답안작성 연습에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쉬워지는 논술…과도한 배경지식은 불필요” 올해 많은 대학이 논술전형 모집인원을 늘렸다. 동국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숭실대 이화여대 등이 대체로 지난해보다 100명 이상을 더 뽑기로 했고 덕성여대와 한국외국어대는 논술전형을 신설했다. 이에 따라 2014학년도 수시모집에서 총 27개 대학이 지난해보다 1767명이 늘어난 1만6685명을 논술전형으로 선발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모집인원이 늘어난 것과는 별개로 정부가 논술문제를 교과서 안에서 출제하라고 강조하는 점도 변수가 되고 있다. 정부 방침은 지난해 논술문제가 지나치게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이 점은 이번 한양대 모의논술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문제가 쉬웠다는 반응이 많았다. 한양대 측도 “교과서나 교재에서 접했을 만한 내용을 활용해 쉽게 냈다”고 밝혔다. 인문계열 논술을 치른 한 수험생도 “문제가 쉬워서 점수 차가 얼마나 날지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인문 상경 자연계열로 나눠 치러진 모의논술에는 200명가량의 고3 수험생이 참가했다. 하지만 채점 결과 응시생의 성적은 예상과 달리 60점대에서 90점대까지로 크게 벌어졌다. 이 결과를 두고 전문가들은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고 압축해 답안을 작성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즉, 제시문이 쉬워지고 작성해야 하는 답안 분량도 줄어들어 예전처럼 고전을 공부하고 배경지식을 외우는 식으로 공부할 필요가 없다는 조언이다. 박상영 하늘교육 강북중앙학원 논술강사는 “많은 대학이 논술에서 영어 제시문 사용을 자제하고 문제의 난도를 낮추고 있다”며 “답안을 작성할 때 폭넓은 소재를 활용하기보다는 논제의 요구사항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핵심만 요약해 써내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40점 만점의 1번 문제에서 25점가량을 받는 데 그친 인문계열 한 수험생이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이 문제는 춘추전국시대 진나라의 관리인 이사가 “부국강병을 위해 외국 출신의 인물 등용을 꺼려서는 안 된다”고 쓴 글에 대한 찬반을 물었다. 이 수험생은 “훌륭한 행위자가 존재하지만 인재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적대시하면 자문화중심 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식으로 답안을 써냈다. 제시된 글에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를 마지막까지 뚜렷이 드러내지 않았다. 이 수험생은 “논술은 논제에 답하는 것인데 요구하는 내용을 써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말았다. 추상적인 단어를 나열했지만 ‘동문서답’했다는 평가 때문에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반면에 39점으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은 다른 수험생의 답안은 내용이 쉬우면서도 의견이 분명했다. 이 수험생은 “글의 입장에 찬성한다. 국가는 물론이고 현재의 글로벌 기업들 역시 국경을 넘어서 인재를 채용해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내용을 일관되게 써내려갔다.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현재의 상황으로 연결시키면서 충실히 풀어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문제가 요구하는 찬반 판단은 밝혔지만 제시문에서 주어진 내용을 되풀이한 답안에는 30점대 중반의 점수가 부여됐다. 수험생 자신만의 관점과 사고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감점 이유였다. 배영찬 한양대 입학처장은 “인문계는 각기 600자와 800자 답안을 요구한 2개 논술문제가 보기에 따라 쉬울 수 있었다. 하지만 출제자가 요구하는 수준의 답안을 써내는 수험생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라고 총평했다.○ “선택형 수능에서 받을 등급 고려해야” 수험생들은 올해 논술전형에서는 지난해보다 수능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점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대학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면서 지난해와 비슷한 등급조건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선택형 수능을 실시한다는 점이 까다로운 조건으로 작용한다. 선택형 수능에서는 최저학력기준을 채울 수 있는 수험생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고려대와 서강대처럼 더 높은 기준으로 뽑는 우선선발 비중을 늘린 대학도 있다. 따라서 논술전형으로 대학에 가려고 해도 자신의 수능 등급을 염두에 두면서 수능과 논술을 함께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김희동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인문계는 비문학 분야를 공부하는 것이, 자연계는 수리영역의 추론과 문제해결 분야를 공부하는 것이 논술 준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A, B형의 난도 차이가 6월 모의평가 수준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당국은 보통 6월과 9월 두 차례 모의평가 결과를 절충해 수능 난이도를 정한다. 하지만 A, B형 간의 난도 차이는 6월 모의평가 분석을 통해 대략적으로 결론내렸다. 교육부 관계자는 18일 “5일 치른 모의평가의 난이도 조절이 적절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며 “11월에 치르는 실제 수능의 과목별 난이도에 이번 모의평가의 출제 흐름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6월 모의평가는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한 첫 선택형 모의시험으로 64만여 명의 수험생이 응시했다. 교육부는 이번 모의평가에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관심이 큰 쉬운 A형과 어려운 B형의 난이도 조절이 성공적이었다고 자체 진단하고 11월 수능에서도 이런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모의평가 성적 발표를 앞두고 결과를 최종 분석하고 있는 평가원도 성적 분포가 비교적 매끄럽고 등급 공백 등의 문제가 빚어질 가능성도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와 평가원은 이번 모의평가의 특징을 △쉬운 수능 기조 유지 △국어 A, B형의 적은 난도 차이 △영어 A, B형의 큰 난도 차이 등으로 요약하고 있다. 모의평가 때 국어는 A, B형 모두 지난해 쉽게 출제된 수능 언어영역(만점자 2.36%)보다 어려웠다는 반응이 많았으며 A, B형 간의 난도 차이는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대해 입시전문가들은 국어 A, B형을 선택하는 기준은 실력이 아니라 수험생이 인문계냐 자연계냐이므로 난도 차이를 크게 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수학 역시 수리 가·나형으로 구분해 치러온 수능과 비슷한 상황이다. 반면에 이번 모의평가 영어 B형은 지난해 수능 외국어 영역(만점자 0.66%)과 비슷한 수준으로, A형은 이보다 훨씬 쉽게 출제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계열과 상관없이 중상위권 수험생은 B형, 중하위권은 A형을 선택하므로 난도 차이가 필요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됐다. 교육부의 판단과 모의평가 결과를 종합하면 올해 수능은 전반적으로 쉬운 기조를 유지하면서 영어에서만 A, B형의 난도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형태로 출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그동안 영어 B형을 선택해 공부했던 수험생들이 점점 A형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모의평가에서 17.5%였던 영어 A형의 선택 비율이 실제 수능에서는 30%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수학은 중하위권 수험생이 자연계 수학(수리 가형)을 준비하다 비교적 쉬운 인문계 수학(수리 나형)으로 옮겨가는 전례가 많았던 점을 감안할 때 모의평가 때 65.3%였던 A형 선택비율이 11월에는 10%포인트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국어는 50.3%였던 A형 선택비율이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치우 비상에듀 입시분석실장은 “영어 A, B형은 어휘나 지문의 난이도, 아주 어려운 문제의 비율 등이 크게 다르다”며 “고득점을 위해 A형으로 갈아타는 학생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2일 치러진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 고교생용 2·3급 시험에서 무더기 전산오류가 발생한 데 이어 일부 수험생이 추가 시간을 받아 답안을 기재한 사실이 드러났다. NEAT 점수를 올해 대입에 그대로 반영해도 좋을지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18일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시험 당일 전국 인터넷기반검사(IBT) 시험장에서 기입한 답안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이의를 제기한 58명 가운데 8명이 길게는 20분까지 답안 작성 시간을 추가로 받았다. 특히 한 수험생은 시험 이틀 후에 별도로 답안을 작성해 제출하기도 했다. 이들 수험생의 경우 쉬는 시간이나 시험 종료 후에 답을 맞춰 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전체 수험생 1116명 가운데 58명은 기입한 답안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이의를 제기한 상황이었다. 교육부는 2014학년도 대입에서 수험생이 NEAT 점수를 36개 대학(4년제 27개, 전문대 9개) 입시에 활용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시험 오류에 이어 공정성 시비까지 일어남으로써 이 점수를 대입에 그대로 반영해도 좋을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앞으로 논란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 관계자는 “온라인으로 치러지는 시험이기 때문에 오류가 발생할 경우 일정한 추가시간을 주는 매뉴얼이 마련돼 있다”며 “시험 당일에 추가로 답안을 작성했다고 해서 부정행위를 하기는 힘든 상황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다음 달 4일로 예정된 성적 통보 등 원래 일정을 그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토익이나 토플 등 외국산 영어능력시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NEAT 개발에 착수해 5년간 약 300억 원을 투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의술은 인술’이라는 얘기 많이 들어 보셨죠. 백롱민 서울대 의대 교수가 최근 서울대 사회봉사상 수상자로 선정됐습니다. 백 교수는 24년 동안 국내는 물론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몽골까지 찾아다니며 어린이 4400여 명의 얼굴 기형을 무료로 수술했습니다. ‘언청이’라고 불리는 구순구개열 때문에 잃었던 웃음을 찾아줬습니다. 곳곳에 숨어 인술을 베푸는 다른 ‘의사 선생님’들께도 박수를 보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17일 “얼마 전 언론에서 실시한 청소년 역사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고교생 응답자의 69%가 6·25전쟁을 북침이라고 응답한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며 “교육현장에서 진실을 왜곡하거나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역사는 민족의 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건 정말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 교육이 잘못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생각한다. 결코 묵과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새 정부에서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며 “올바른 역사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신중하게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정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6·25전쟁이) 고조선 때 일도 아니고 그걸 잘못 알거나 잘못 가르쳤다면 동시대를 살아가는 어른들이 함께 고민하고 깊이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대통령뿐 아니라 많은 국민이 충격을 받았으리라 생각하고 당연히 잘못됐으면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논란 끊이지 않는 역사교육 현장 박 대통령의 언급은 부실한 역사 교육과 함께 일부 교사가 왜곡된 역사관을 전파하는 등의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최근 시민단체 ‘블루유니온’이 공개한 ‘선동·편향수업 신고센터 접수자료’를 보면 단적으로 알 수 있다. 이 단체는 학생들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수업을 받는다고 신고한 내용을 자료집으로 펴냈다. 자료에는 교사가 수업 중에 “천안함 사건은 이명박 때문에 일어났다”거나 “좌익은 노동자와 서민을 대표하는 좋은 것이고 우익은 우리나라 상위층만 지지하는 것이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는 신고내용이 담겨 있다. 교사가 정치적으로 편향된 시각을 전달하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교사가 근현대사의 역사적 진실을 왜곡하거나 숨기는 내용도 있다. 이 단체는 “해방 후 미국의 사주를 받은 이승만 대통령이 남북분단을 유도했다”거나 “6·25전쟁을 설명하면서 북침인지 남침인지 전혀 설명하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도 신고됐다고 했다. 학생들이 역사적인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잘못 알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인천의 한 고교생은 “교사가 인혁당 사건은 조작된 것이고 노무현 정부 때 판결이 옳다고 했다. 공산주의자를 처벌한 것을 조작이라고 한다”고 신고했다. 교사가 올바르게 전해도 편견을 지닌 학생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교육현장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교과서를 두고도 논란이 이어지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 교과서까지 논쟁의 대상이 되니 학생들이 명확한 잣대를 설정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역사 교과서의 정치편향 논란은 그동안 꾸준히 거론됐다. 보수 성향의 한국현대사학회 소속 학자들이 집필에 참여한 교과서의 검정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는 것이 최근의 대표적 사례에 해당한다. 이에 앞서 2011년에는 ‘민주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용어를 사용하는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빚어졌다. 2004년에는 금성출판사가 내놓은 근현대사 교과서가 좌편향됐다는 국회 국정감사 지적 이후에 교육부가 교과서 206곳에 대해 수정을 지시하면서 갈등이 증폭되기도 했다. 2002년 제7차 교육과정에 따라 도입된 고교용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가 직전 정부인 문민정부를 비판적으로 서술하고 국민의 정부를 미화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는 일도 있었다. 결국 검정위원들이 일괄사퇴하고 근현대사 교과서 4종은 수정됐다. 일각에서는 북침의 뜻을 혼동한 학생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들며 박 대통령이 이를 교육 현장의 문제로 지나치게 확대해석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한다.○ 교사의 중립적 자세 필요 조전혁 인천대 교수와 이명희 공주대 교수가 최근 전국 중고교생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학생의 38.5%, 고교생의 56.6%가 수업시간에 교사 개인의 정치적 견해를 들었다고 답했다. 이는 중립적인 역사교육을 위해 교사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 된다. 역사교육의 절대적인 양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현재 중고교 교사들은 입시 과목에 밀려 역사교육을 제대로 하기 힘들다고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무성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학생들은 교사의 일방적인 의견도 사실처럼 받아들이는 때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역사적인 사실과 관련해 교사가 자신의 의견을 밝힐 때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김도형·이재명 기자 dodo@donga.com}